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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Ἄδωνις / Adonis수메르 신화, 그리스 로마 신화 등 여러 문화권에서 등장하는 전설 속의 인물.
그리스 신화에서는 포이닉스와 알페시보이아의 아들 혹은 퓌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의 딸 메타르메와 키뉘라스의 아들 혹은 시리아의 왕녀인 스뮈르나의 아들로 전해진다. 히기누스의 《이야기》에서도 최고의 미남 중 하나로 분류됐다.[1]
이름의 유래는 셈어의 아도나이(Adonai), 즉 유대인들과 기독교의 '주님'이다.[2]
2. 문화별 묘사
2.1. 기원
키프로스 섬에서는 이슈타르와 탐무즈를 숭배한 것처럼 키프로스의 여성들이 특정 시기에 아도니스의 죽음을 애도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키프로스에서는 탐무즈와 동일시되었을 수도 있다. 키프로스는 서아시아에서 믿었던 이슈타르를 아프로디테라는 이름의 여신으로 처음으로 숭배한 지역이라서 그런 것 같다.'아도니스'라는 이름과 사후에 꽃이 되었다는 것, 그리고 반은 지하에서 반은 지상에서 산다는 점에서 그리스 신화의 정착 이전의 식물신이 그리스 신화에 편입된 것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가령 메소포타미아 신화의 탐무즈나 이집트 신화의 오시리스처럼 말이다. 제임스 프레이저는 그의 저서 《황금가지》에서 이러한 유사성을 지적하며 신화적 의례는 모두 하나의 단일정신에서 분화되어 생겨난 것이라는 요지의 주장을 펼쳤다. 실제로 아도니스가 겪은 일은 탐무즈가 아프로디테의 원전 이슈타르와 저승의 여왕 에레시키갈과의 분쟁으로 인해 한 번 죽고 한 해의 절반을 지상에서, 절반을 지하에서 보내게 된 것과 매우 유사하다. 이 사건에서 저승의 여왕 페르세포네만 등장하는 건 로컬라이징 과정에서 생긴 일로 보인다는 것이다.
《세계의 신화》에는 이런 기사가 있다.
“아도니스 신앙은 전 페니키아에서 행해졌다. 그러나 보다 장엄한 제전이 행해진 곳은 비블로스 지방이었다. 비블로스와 바알 베크의 중간에 있는 그리스인에 의해 '아도니스 강'이라고 불린 나아르이 이브라힘 강의 수원 근처에 아파카의 촌락, 즉 오늘날의 아프카가 있다. 이 유적은 현대의 여행자들에게 그 이상한 매력을 예찬 받고 있는데 거기에 콘스탄티누스 마그누스에 의해 파괴된 아슈토레트의 성소가 있다. 그 성소의 축대에 서면 낭떠러지가 된 웅대한 계곡이 보이며 그 속에는 동굴에서 분출하는 물의 흐름이 이 골짜기에서 저 골짜기로 흐르고 파랗게 나무들이 무성한 기슭 사이를 지나 깊은 폭포 밑에서 신이 죽었다는 것이다.
거기에는 아직도 아도니스를 위해 세운 기념물이 남아있다. 그것은 바위에 새겨진 것인데 신은 손에 창을 들고 그에게 덤벼들려는 한 마리의 동물과 마주 겨누고 있는 반면 여신은 깊은 고뇌에 잠긴 채 앉아있는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다. 그 땅에서는 매년 아도니스가 곳곳에서 탄생했다가 다시 상처를 입고 죽는다고 믿어졌다. 그 때문에 물이 핏빛처럼 되었다고 하는데 그것은 장맛비 같은 무슨 자연현상에 의해 적철광이 약간 바위에서 굴러떨어진 것이 원인이었음은 틀림없다.”
이를 보면 아도니스가 고대에 이미 두무지, 바알 등과 동일시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2.2. 그리스 신화
출신에 관해 주로 알려진 전승에 의하면 파포스[3]의 왕 키니라스와 그의 딸인 왕녀 스미르나와의 근친상간으로 태어난 아들이다. 부모가 딸의 아름다움을 뽐내다가 아프로디테의 노여움을 사서 딸이 아버지를 범하는 죄를 짓게 만들었고 이 사실을 안 부친의 위협을 피해 아라비아 반도로 달아난 스미르나는 몰약나무로 변했다. 스미르나가 밴 태아는 계속 몰약나무 안에서 자라나 출산의 신 에일레이튀이아의 개입으로 태어났는데 이 아이가 바로 아도니스다.에일레이튀이아는 아도니스의 출생을 도와준 조산자로서 아프로디테는 자신으로 인해 태어난 아이에 대한 책임감인지는 몰라도 스미르나가 변한 몰약나무 둥치에서 태어난 아이를 자신이 기르기로 했지만 남의 이목이 신경쓰였기 때문에 아도니스를 상자에 넣고 '절대로 열어보아선 안 된다'는 당부와 함께 명계의 여신 페르세포네에게 맡겼다. 페르세포네는 몇 년 동안은 아프로디테의 말을 지켰지만 결국 호기심에 못 이겨 상자를 열어 버렸고[4] 눈부시게 아름다운 아도니스를 보고 한눈에 반해 버린다.
아도니스는 자라서 빼어나게 우월한 미남이 되었는데 아도니스를 되찾으러 온 아프로디테 역시 성장한 그를 보고 사랑에 빠지고 만다.[5] 아프로디테는 페르세포네에게 아도니스를 돌려줄 것을 요구했지만 페르세포네는 자신이 맡았으므로 자신의 것이라 주장하며 이를 거절한다.
두 신의 대립이 격해지자 제우스가 중재에 나서[6] 4개월은 아프로디테와 지상에서, 4개월은 페르세포네와 함께 지하에서, 나머지 4개월은 아도니스의 자유에 맡기도록 했다고 한다. 자유기간에는 아프로디테와 지내는 날이 더 많았다고 하니 아프로디테를 더 좋아한 듯 한다는 해석도 있지만, 아프로디테가 마법 아이템인 케스토스 히마스[7]로 아도니스를 자기에게만 빠지게 했다는 이야기도 존재한다. 아무튼 아프로디테와의 사이에서 베로에라는 딸도 두었는데, 이 딸의 이야기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단 한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이와 유사한 사례가 볼룹타스다. 골고스란 아들도 둘 사이에서 태어났고 이 아들은 골기란 도시국가를 세운다.
아도니스는 산천을 누비며 사냥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그의 영향인지 아프로디테도 사냥에 참가하게 되었다. 마치 아르테미스처럼 짧은 옷을 입고 활과 화살을 매고 아도니스와 함께 사냥을 했다고. 아프로디테는 함께 사냥을 하면서도 늘 아도니스에게 맹수들을 조심하라고 당부했지만 아도니스는 말을 듣는 척만 하고 깊이 귀담아 듣지 않았다. 일설에는 이런 아프로디테의 모습을 본 뮤즈 클레이오가 비웃자 앙심을 품은 아프로디테가 클레이오 또한 인간 피에로스와 사랑에 빠지게 만들었고 그 결과 아폴론이 사랑한 미소년 중 하나인 히아킨토스가 둘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2.2.1. 죽음
한편 아프로디테의 불륜 상대 중 하나였던 전쟁의 신 아레스는 아프로디테가 아직 어린 미소년과 놀아나는 것을 매우 못마땅하게 생각했다.[8] 그는 아도니스가 아프로디테를 대동하지 않고 사냥에 나선 것을 보고 거대한 멧돼지를 조종하여(또는 스스로 멧돼지로 변신해서) 아도니스를 공격했다.[9] 아도니스는 화살을 날렸지만 멧돼지의 가죽을 뚫지 못했고, 멧돼지는 아도니스의 옆구리를 찔러 그대로 절명했다.뒤늦게 참상을 본 아프로디테는 주검이 된 아도니스 앞에서 오열하면서 운명의 세 신들 모이라이를 원망했다. 이 때 아도니스가 흘린 피에서 붉은 꽃이 피어났는데 이 꽃이 아네모네로 바뀌었으며, 판본에 따라 복수초로 바뀌거나 아프로디테의 눈물에서 장미꽃이 피어났다는 이야기도 있다.[10][11] 한편 아도니스는 세상을 떠난 후 당연히 다른 인간들처럼 명계로 갔고, 도착하자마자 페르세포네와 함께 지냈다고 한다.
2.2.2. 부활
아프로디테는 아도니스를 위한 축제를 만드는 등으로 그의 참사를 깊이 애도하다가 페르세포네가 아도니스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는 직접 명계에 찾아와 아도니스를 되찾겠다고 강력히 선언한다. 허나 페르세포네 또한 이미 명계의 사람으로 당연히 자신의 것이라며 거부한다.사랑의 신과 명부의 여왕 간의 대립이 더욱 첨예해지자 이를 보다못한 제우스가 운명의 신 모이라이의 중재를 통해 1년의 상반기 6개월은 아도니스는 아프로디테와, 나머지는 페르세포네와 함께 지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다. 만족한 두 신들은 만장일치로 찬성하고, 아도니스는 다시 생명을 얻는다.
혹은 아프로디테가 제우스에게 간청하여 아도니스를 완전히 부활시키면서 그를 인간이 아닌 아름다움과 욕망, 부활을 관장하는 신으로 만들었다는 전승이 있다.
3. 그 외
- 이 이름을 본뜬 "아도니스 증후군"이 있는데, 세상이 외모지상주의가 됨에 따라 타인에게 인정받고 매력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남성들도 외모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나타난 증후군이다. 이러한 남성은 외모에 집착한 나머지 자신보다 잘생긴 사람을 보면 질투와 부러움에 두통을 겪기도 한다고 한다.
- 아도니스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점이 서양인들에게 꽤나 인상깊었는지 Adonis라는 영어 단어는 미남, 그 중에서도 미소년을 으레 일컫는 보통명사처럼 사용되었다.
- 여담으로 페르세포네의 남편인 하데스는 아레스와는 다르게 아도니스를 질투하거나 해코지하려했다는 전승은 보이지 않는다. 정작 페르세포네는 하데스의 다른 연인인 멘테를 밟아 풀로 만들어버렸다는 걸 생각하면 대인배인 셈. 물론 애초에 페르세포네가 납치혼으로 강제로 맺어진 관계임을 생각하면 떳떳할 겨를이 있나 싶긴 하겠느냐마는...
- 아레스 역시 아도니스가 다시 생명을 얻게 된 후에는 더 이상 그를 건드리지 않는데, 외적으로 보자면 해피 엔딩인 이야기에 굳이 후일담을 추가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고, 내적으로 보자면 아프로디테와 페르세포네가 더 이상 그를 건드리는 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 엄포를 놓았거나 자포자기했을 가능성이 있다.
- 아도니스와 관련된 에리노마란 인간 여성에 관한 전승이 존재한다. 에리노마는 아름답고 정숙한데다가 자기 처녀성을 지키기로 맹세하여 아르테미스와 아테나가 매우 아낀 여성이었다. 이를 좋게 보지 않은 아프로디테는 제우스가 에리노마에게 관심을 갖게 만든다. 분노한 헤라는 아프로디테에게 명해 아도니스가 에리노마에게 역시 관심을 갖게 만든다. 아도니스는 에리노마에게 구애하나 에리노마는 관심을 갖지 않았다. 아도니스는 결국 아프로디테의 도움으로 구름 속에 숨어 에리노마의 침실에 들어가 그녀를 겁탈했다. 이에 분노한 제우스는 도망친 아도니스를 헤르메스와 아레스의 도움으로 찾아내고 죽여버린다. 그 동안 아르테미스에 의해 암컷 공작으로 변했던 에리노마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아도니스의 아들 탈레오스를 낳게 된다.
- 상술된 아도니스의 피에서 태어난 아네모네의 어원이 서아시아의 아도니스 신앙에서 유래한 그의 별칭인 나아만(Naaman)이라는 설이 존재한다.
- 페르세포네는 이로 인해 아프로디테에게 맺힌 게 꽤나 남아있었는지, 훗날 프쉬케가 남편 에로스와 재회하기 위한 과업으로 자신의 아름다움을 나누어달라고 명계에 왔을 때, 상자에 신의 잠을 넣어주기도 했다. 덕분에 호기심을 못 이긴 프쉬케가 상자를 열었을 때 영원히 잠들 뻔했다. 물론 충분한 수면이 미용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은유했다면 나름 거짓말은 안 한 거다만(...).
4. 관련 문서
[1] 아도니스와 함께 최고의 미남 & 미소년으로 분류된 신화의 인물들은 이아시온, 키뉘라스, 안키세스, 파리스, 니레우스, 케팔로스, 티토노스, 파르테노파이오스, 아킬레우스, 파트로클로스, 이도메네우스, 테세우스, 가뉘메데, 휘아킨토스, 나르키소스, 헤르마프로디토스, 힐라스, 그리고 크뤼십포스가 있다.[2] 이름의 유래로 다윗의 셋째 아들이자 반역자인 아도니아를 꼽기도 했으나 이 경우 뜻이 좀 뭣해서 미소년에게 이런 이름을 붙여 줄 이유가 없으므로 현재는 사장되었다.[3] 갈라테이아와 피그말리온 부부의 딸(혹은 아들)로 그의 이름을 그대로 명명한 도시.[4] 아이러니하게도 페르세포네에게 미(美)가 담긴 상자를 받아온 프시케도 호기심 때문에 상자를 열었다가 깊은 잠에 빠졌다.[5] 에로스와 장난치다가 실수로 화살에 찔린 탓이라고 묘사한 소설이나 만화 등이 존재한다.[6] 무사의 여신 칼리오페가 중재했다고 하는 신화도 있다.[7] 착용하고 있으면 자신이 유혹하려는 상대가 자기에게 빠지게 만드는 허리띠[8] 페르세포네가 아도니스를 죽이라고 충동질했다는 설도 있다. 명계의 사람이 되면 영원히 자신이 독차지할 수 있기 때문.[9] 아폴론이 멧돼지를 조종했거나 멧돼지로 변신했다는 설도 있다. 이유인즉슨 아폴론의 아들 중 에뤼만토스가 우연히 아프로디테가 목욕하는 것을 보았다가 그 벌로 눈이 멀어 아프로디테에게 원한이 있었기 때문이다. 혹은 아폴론이 아레스를 부추겼다고도 한다. 자기 충실한 신도였던 히폴리토스의 죽음으로 분노한 아르테미스가 관여했단 전승도 있다. 비주류까지 따진다면 다른 전승에서는 아프로디테의 본래 남편인 헤파이스토스가 저런 짓을 했다는 경우가 있기도 하며, 심지어는 헤파이스토스와 아레스가 둘 다 아도니스를 못마땅하게 여겨 둘이 결탁하여 멧돼지를 조종(혹은 변신)해서 저런 짓을 저질렀다는 전승도 있다. 정리하자면 아레스가 자기 기분이 나빠서 벌인 일인지 아니면 다른 신들에게 사주를 받았는지는 전승마다 다르긴 하지만, 일단 멧돼지는 아레스의 상징 동물이다 보니 실행은 아레스가 했다는 것이 정설에 가깝다.[10] 또는 아프로디테가 자신의 이코르(신들의 몸을 흐르는 하얀 영액. 인간의 피에 해당된다.)를 뿌리자 그 자리에서 꽃이 피어났다는 이야기가 있다.[11] 장미와 관련된 판본은 하나 더 있다. 원래는 장미꽃이 흰색이었는데, 아프로디테가 아도니스를 고칠 수 있는 사람을 찾아 돌아다니다가 장미 가시에 찔려서 피에 물들어 장미꽃이 빨간색이 되었다는 것. 하지만 신들의 몸에는 피가 아닌 영액 이코르가 흐르기 때문에 정설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