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흔히 '어처구니없다'의 형식으로 사용되며, 이 관용구의 뜻은 '일이 너무 뜻밖이어서 기가 막히는 듯하다.'이다.흔히 사용하는 '얼척없다'는 전라도 사투리, 경상도 사투리며 '어처구니' 자체의 뜻은 '상상 밖의 엄청나게 큰 사람이나 사물'이다. 이 어처구니 자체가 어디에서 유래되었는지에 대한 어원은 기록된 문헌이 없어서 아직 밝혀진 것이 없다.[1] 사전 편찬자들을 포함한 구한말의 몇몇 기록에서는 이 어휘를 주화(동전)를 찍어내는 기계를 일컫는 명사로 인식했던 기록이 있다. 1890년대부터 백동화 주조를 위해 들여왔던 꽤 큰 부피의 19세기식 주화 제조기를 막연히 '커다랗고 복잡한 기계'의 일종으로 인식하고 이렇게 불렀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유래가 많이 알려진 단어 중 하나이자, 그 유래가 전부 잘못 알려진 단어 중 하나이기도 하다.
2. 문헌 기록
* 1897년 《한영자전》
* 어쳐군이 A wonderful machine for minting money - a something beyond description (돈을 찍어 내는 놀랄 만한 기계 - 형용할 수 없는 것)
* 어쳐군이업다 To be beyond description; to be beyond words to describe (형용할 수 없음)
* 어쳐군이업다 To be beyond description; to be beyond words to describe (형용할 수 없음)
두 고양이가 보다가 하 엇쳐군이 업서 ᄒᆞᄂᆞᆫ 말이 의등이 황송ᄒᆞ나 알욀 말ᄉᆞᆷ 잇ᄉᆞᆸᄂᆞ이다
경향신문 1899년
경향신문 1899년
- 1912년 신소설 《재봉춘》: 엄청나게 큰 굴뚝을 "어쳐군이 굴둑", 엄청나게 큰 기계를 "어처구니 기계"라고 표현.
공진회도 어쳑운이가 업거니와 참가뎡박람회야말로 날이 갈사록 쥬야로 관람쟈가 엇지 만흔지 각 관을 자셰히 보고져 하엿스나 하도 엄쳥나서 잘보지 못하고 도라왓셔요
매일신보 1915년 9월 29일
매일신보 1915년 9월 29일
그런대 기계(機械) 이야기가 낫스니 이왕이면 독자(讀者)에게 재미잇는 질문(質問)을 하나 하자!
녯날 우리 조선(朝鮮)에도 주화기계(鑄貨機械)가 잇섯더라고 한다
여러분이 긔말히는 일을 당(當)할 때마다 그 기계(機械)의 일홈이 나온다 그러면 그 일홈이 무엇인가?
자ㅡ아모도 알아내는 이가 업스면 내가 대답할 박게 업다
그 일홈은 달은 것이 아니요 어처군이라고 한다
돈 만태(萬態)의 이 세상에서 주화기계(鑄貨機械)가 업고 보면 그 얼마나 긔가 막히는 일이겟는가?
조선일보 1928년 12월 8일
녯날 우리 조선(朝鮮)에도 주화기계(鑄貨機械)가 잇섯더라고 한다
여러분이 긔말히는 일을 당(當)할 때마다 그 기계(機械)의 일홈이 나온다 그러면 그 일홈이 무엇인가?
자ㅡ아모도 알아내는 이가 업스면 내가 대답할 박게 업다
그 일홈은 달은 것이 아니요 어처군이라고 한다
돈 만태(萬態)의 이 세상에서 주화기계(鑄貨機械)가 업고 보면 그 얼마나 긔가 막히는 일이겟는가?
조선일보 1928년 12월 8일
- 1938년 《조선어사전》: '키가 매우 큰 사람의 별칭'
- 1957년 《큰사전》: '상상 밖에 엄청나게 큰 물건이나 사람'
3. 맷돌의 손잡이?
어처구니라는 말이 원래 맷돌의 손잡이를 일컫는 말이라는 설이 있다. 즉, 흔히 난감한 상황에서 쓰는 관용 표현 '어처구니가 없다.'라는 말은, 맷돌의 손잡이가 없어 문제가 생겼을 때 사용하는 말이라는 것이다.
내가 살던 곳에서는 이걸 맷돌이라고 불렀어. 알겠냐? 그리고 이 손잡이는 어처구니라고 해.
어느 날 농부가 두부를 해 먹으려고 콩을 한 말 사 가지고 온 거야. 그런데 광에서 맷돌을 꺼냈더니 아뿔싸! 어처구니가 없는 거야.
생각해 봐, 30리나 떨어져 있는 시장을, 두부를 먹겠다는 일념으로 갔다 왔는데 맷돌에 어처구니가 없는 거지.
지금이 딱 그래. 어처구니가 없는 거야. 이 어처구니가 없는 놈들아!
- 정구 <신승>, 13권, 2005년 북박스 출간
어느 날 농부가 두부를 해 먹으려고 콩을 한 말 사 가지고 온 거야. 그런데 광에서 맷돌을 꺼냈더니 아뿔싸! 어처구니가 없는 거야.
생각해 봐, 30리나 떨어져 있는 시장을, 두부를 먹겠다는 일념으로 갔다 왔는데 맷돌에 어처구니가 없는 거지.
지금이 딱 그래. 어처구니가 없는 거야. 이 어처구니가 없는 놈들아!
- 정구 <신승>, 13권, 2005년 북박스 출간
4. 궁궐의 잡상?
경복궁 경회루의 잡상 |
이 설은 숭례문을 복원하는 시점에서 널리 퍼지게 되었다.
하지만 이 설도 맷돌의 손잡이 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잡상과 어처구니는 서로 다른 단어이므로 맞지 않다. 한편 <어처구니 이야기>라는 어린이용 동화책에서는 어처구니의 유래가 잡상과 관련 있다는 잘못된 내용이 나왔다. #
5. 어이와의 연관성
보통 사람들은 어이와 어처구니는 뜻이 같아 사실 본래의 뜻도 같다고 생각하거나 단순히 축약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문헌을 살펴보면 '어이'와 '어처구니'는 그 본뜻이 완전히 다름을 알 수 있다.'어처구니'의 본래 뜻은 상단에 써져 있듯이 '상상 밖의 엄청나게 큰 사람이나 사물'이다. 그러나 '어이'는 '방법'이라는 의미인 '어흐'에서 유래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아직 추측에 불과하나 유래로 짐작되는 '어흐'가 최초로 발견된 곳인 순천김씨묘출토간찰에 “보낼 길히 업거든 어떤 어흐로 보내리”라 적혀 있었기 때문. 문맥을 파악해 보면 '어흐'는 방법, 수단 등의 표현으로써 쓰인 것으로 보이며 이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변형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예전에는 '어이'보단 '어히'가 훨씬 많이 쓰였고 '어이'는 19세기부터 발견되었다. 고로 '어처구니'와 '어이'는 같은 뜻을 가진 표준어라 볼 수는 있어도 준말이나 같은 단어라고 보기 힘들다.
가끔 '얼탱이 없다'라는 말도 있는데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 학생들 사이에 단어 초성에 '탱이'를 붙이는 식의 은어가 유행할 때 같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말로 담탱이가 있다.
6. 기타
개그맨 김기열이 주축이 된 3인조 개그 팀 이름이 "어처구니"였다. 위 문단의 사전적 의미 그대로 어처구니없는 상황개그를 주로 하던 팀이었는데, 개그사냥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개그콘서트의 레귤러가 된다.마마무의 노래 1cm의 자존심에선 맷돌 손잡이가 빠졌다는 가사가 나온다. 한 귀에 알아듣기 힘든 가사라는 걸 의식했는지 이후 어이가 없네라는 가사가 따라붙는다.
베테랑(영화)에서 조태오가 '어처구니없다'의 유래를 맷돌로 설명했다.
[1] '엄청', '왕창', '왕청' 등과 어원이 같지 않을까라는 추측은 해 볼 수 있으나(엄청- + -구니(<군(軍) + -이)?) 기록이 없어서 정확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참고로 '왕청'은 <한불자전(1880)>에 '왕청스럽다', '왕쳥되다'라는 말이 확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