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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0-16 13:20:08

트로이: 왕국의 몰락

파일:Troy-Fall-of-a-City.jpg

1. 개요2. 주요 인물
2.1. 트로이 왕가2.2. 그리스 진영
3. 에피소드 목록4. 평가5. 논란

1. 개요

BBC넷플릭스가 공동 제작한 드라마. 방영 시작일은 2018년 2월 17일.

원제는 Troy : Fall of a city 이고 한국 넷플릭스에서는 '트로이 : 왕국의 몰락'이라는 제목으로 번역했다.

내용은 호메로스일리아스를 바탕으로 한다. 올림포스의 여신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가 양치기로 지내던 트로이 왕자 파리스에게 제일 아름다운 여신을 선택하도록 하고, 파리스가 아프로디테에게 황금 사과를 바치자 나머지 두 여신이 앙심을 품는다.

이후 파리스는 스파르타 공주 헤르미오네[1]와의 혼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스파르타로 파견되나, 그는 정작 헤르미오네의 어머니이자 스파르타 왕비였던 헬레네에게 반한다. 헬레네는 자유를 갈구하나 왕비라는 자리에 속박되어 슬퍼하는 여인이었으며, 파리스는 왕자라는 위치에 갇혀있는 자신과 헬레네를 겹쳐보고 사랑하는 여인을 자유롭게 해주려는 의도에서 그녀를 데리고 트로이로 도망친다. 이를 알아차린 스파르타 왕 메넬라오스는 그리스 연합군을 소집하여 납치된(?) 아내 헬레네를 되찾으려 하고, 이런 저런 이유[2]로 헬레네를 내칠 수 없던 트로이는 결국 연합군에 맞선다.

이에 파리스를 미워하던 헤라와 아테나가 그리스 연합군 편에, 아프로디테가 트로이 편에 가세하며 트로이 전쟁의 불씨가 타오르기 시작한다.

2. 주요 인물

2.1. 트로이 왕가

2.2. 그리스 진영

3. 에피소드 목록

화수 제목 각본 감독 방영일
1화 검은 피 (Black Blood) 데이비드 파르 오웬 헤리스 2018.2.18
2화 조건 (Conditions) 2018.2.24
3화 포위 작전 (Siege) 낸시 헤리스 2018.3.03
4화 전리품 (Spoils of War) 미카 왓킨스 마크 브로젤 2018.3.10
5화 사냥 (Hunted) 데이비드 파르 2018.3.17
6화 해변가 전투 (Battle on the Beach) 조 바톤 2018.3.24
7화 12일 (Twelve Days) 데이비드 파르 존 스트리크랜드 2018.3.31
8화 제물 (Offering) 2018.4.07

4. 평가

평론가들의 평은 10점 만점에 5~6점, B- 정도이며, 시청자들의 평은 좀 더 낮다.

전개 자체가 번갯불에 콩 구워먹는 수준으로 빠르게 진행된다. 1화에서 황금사과 던져준 지 20분 만에 파리스와 헬레네가 트로이로 도주하고 아가멤논이 아르테미스에게 딸을 바치는데, 1시즌 후반부엔 전쟁이 끝났고 트로이 성 앞에 목마가 서있다. 그럼에도 세부적인 전개는 루즈하고 전쟁씬은 별로 없기에 박진감이 부족하다. 트로이 전쟁의 지지부진함을 고증

드라마에 들어가는 베드씬이나 잔혹한 모습들은 이야기 전개에 별 영향을 못 끼치는 군더더기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미 시청자들은 수년 전부터 스파르타쿠스ROME, 왕좌의 게임 등의 사극으로 단련이 된 상태라, 어지간한 선정성으로는 화제에 오르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연합군과 트로이 양쪽 세력의 상황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내어 맛깔나는 정치극을 만들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또한 파리스와 헬레네의 자기 중심적인 성향과 무능함은 원전의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오히려 일리아스의 두 사람보다 드라마 속의 둘이 더 이기적으로 묘사되는 부분도 적지 않다. 어린 아이에 불과한 이피게네이아가 번제물이 되어 부모인 아가멤논과 클리타임네스트라가 절규하는 동안 파리스와 헬레네는 바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는 채로 침대에서 뒹굴고 있는 식의 묘사가 시즌 내내 이어진다.

엄연히 청동기 시대의 이야기를 그리면서 등장인물들은 지나치게 현대 유럽인처럼 사고하게 만들었단 것도 불호 요인으로 꼽힌다. 명예와 혈통에 죽고 사는 기원전 사람들임에도 다들 놀랍도록 개인주의와 합리주의가 강하다.

5. 논란

인종 블라인드 캐스팅에 대한 시청자들의 거부감이 컸다. 특히 아킬레우스를 비롯해 주요 그리스인 장수(파트로클로스, 디오스쿠로이 등)들 일부와, 그리스 신들의 왕 제우스가 흑인으로 캐스팅 되었다는 점에 반발이 거셌다.[3] 하필이면 뮈르미돈과 디오스쿠로이와 같이 "문외한"은 그리스인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이들만이 유독 전부 흑인으로 바뀐 부분에서는 "흑인은 체육을 잘한다" 같은 인종차별적 스테레오가 적용된 것이 아닌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특히 시청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된 포인트는 기원전 아나톨리아에 살지 않았던 아프리카계 민족이 어째서 그리스/트로이 영웅 역을 맡느냐는 부분이다. 거기에 애초 에티오피아 맹장인 멤논은 서사에서 빼버리고 저지른 일이다.

제작팀이 아킬레우스가 흑인이었다고 주장하기 위해서 아프리카계 배우를 아킬레우스 역에 캐스팅한 건 아니고, 이 작품 자체가 BBC 셰익스피어 드라마들처럼 고증에 신경 안 쓴다는 것을 전제하고 기획된 것이다. 이 드라마에선 아킬레우스 하나만 흑인이 아니라 아이네이아스, 네스토르, 안틸로코스, 제우스 신, 아르테미스 여신[4], 아테나 여신, 트로이 시민 일부와 그리스 사병들도 흑인이다. 화면에 오래 머물지 않는 조역 중엔 동북아시아계 외모를 지닌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죄다 예고편만 보고 욕하는 통에 리뷰를 보면 아킬레우스 욕밖에 없다 일반 병사들도 비백인 인종이 잡다하게 뒤섞여있음이 눈에 띈다. 프티아의 뮈르미돈 병사들은 프티아 왕자인 아킬레우스처럼 전원 흑인이다. 트로이 시민들은 현대 런던 시민처럼 다인종이고, 현실에선 백인이 대부분이었을 노예 집단도 대항해시대 이후 유럽을 배경으로 한 사극마냥 대체로 흑인이나 히스패닉 같은 비백인으로 캐스팅되었다. 애초 전쟁의 원인을 제공한 그리스 여신들마저도 인종이 제각각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실제 아프리카계 맹장이었던 멤논은 존재가 생략됐다.

인어공주 실사 영화퀸 클레오파트라의 영향으로 흑인화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진 현 시점에서는 그리스인들 및 튀르키예인[5]에 대한 문화적 폭력이라는 비판도 가능하다. 그리스인들과 튀르키예인들의 입장에서는 자기 조상들을 미국인들과 영국인들이 멋대로 흑인화시킨 셈이니 말이다.

본작의 흑인화를 옹호하는 어떤 글에서는 화이트워싱은 인종차별이지만 흑인화는 인종차별이 아니라는 식의 논리가 나오기도 했는데, 이는 인종을 단순히 흑인과 백인으로만 바라본 오류다. 애초에 영미권의 주류 백인인 앵글로색슨족은 강자로서 인종차별의 가해자였던 경우가 매우 많았지만, 영미권의 비주류 백인인 그리스인들과 튀르키예인들은 영미권 내에서 흑인 못지않은 인종차별의 피해자였던 경우가 많았고 현재도 그러한 인종차별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본작에서 고대 에게 문명 사람 역할을 흑인 배우들이 맡은 것은 고대 에게 문명 사람들의 피를 이어받은 그리스인들 및 튀르키예인들에 대한 문화적 폭력이자 인종차별이라는 비판의 여지가 있다.

뿐만 아니라 기원전에 존재했을 리가 없는 마구와 무기, 의상, 인테리어 소품[6]이 나오고, 등장인물 대사에 '아드레날린'이니 '인치' 따위의 시대를 초월한 단어가 등장한다.

헬레네에게 인도의 왕이 비단을 보냈다는 설정도 튀어나오는데, 일단 그리스와 스파르타 주변 국가에 사는 왕/왕자들만이 스파르타 공주 헬레네에게 청혼할 이유가 있다는 사소한 문제는 둘째치더라도(....) 기원전 1200년대에 '인도'라고 불린 곳은 없었다. 하라파 문명 멸절 이후 등장하여 베다 문명을 번성시킨 고대 왕국들이 북인도에 좀 있었을 뿐이다. 이들과 스파르타는 서로 존재조차 알지 못했고, 비단은 아직 중국과 그 주위 국가에서만 쓰는 물건이었다. 기원전 1300~1200년대의 그리스인들에게 세계란 아나톨리아 근방과 아프리카 대륙의 북쪽 일부가 전부였다. 고대 그리스·아나톨리아인들이 본격적으로 인도와 교류하기 시작한 것은 헬레니즘 제국 이후의 일이었다. 차라리 인도의 왕이 비단을 보냈다는 설정이 아니라 이집트의 파라오가 파피루스를 보냈다는 설정이 나오는 게 나았을 것이다. 결론을 내리자면, 이 작품은 처음부터 엄정한 의미의 역사극으로 만들어진 물건이 아니고 트로이 전쟁 이야기를 현대식으로 재현한 무언가에 지나지 않는다.

어쨌든 시청자들이 공통적으로 비판하는 점은 플롯이 지루하고 캐릭터들이 매력이 없다는 점이다. 이 전쟁의 원인이자 드라마의 주역인 파리스는 존재감이 없고, 헬레네는 '자기 운명을 선택하고자 한 여성'이라는 캐릭터를 받았음에도 매력을 발산하지 못한다. 적당히 도덕적이면서 비겁한 합리주의자의 면모를 보여준 오디세우스가 그나마 건질만 했다는 평. 이외 아가멤논 등의 맹장들은 전부 몰개성하다.

제작비의 한계 탓인지 작품 전체가 볼품없다. 트로이 전쟁을 다루고 있음에도 전쟁씬이 정말 적은데,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될라 치면 화면이 성안에 있는 다른 주인공들을 비추러 가는 식의 연출이 반복된다. 세트와 소품의 수준도 질이 떨어지며, 14년 전의 작품인 〈트로이〉와 비교하면 더 초라해진다. 막대한 제작비로 제작된 〈트로이〉의 성벽과 목마는 정말 거대하고 웅장하게 만들었는데, 이에 비해 본작의 성벽과 목마는 좋게 봐줘도 마을 담장에 장난감 말 수준이다.

상술한 문제점들 탓에, 결국 미국과 영국의 역알못들[7]이 PC주의 하나만 믿고 대충 만든 게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만약 본작이 인어공주 실사 영화퀸 클레오파트라의 영향으로 흑인화 및 PC주의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매우 냉혹해진 2023년 이후에 방영되었다면 더더욱 심한 혹평을 받았을 것이다.


[1] 드라마 오리지널 설정이고 신화에선 둘이 아무 관계도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트로이 관련 전승에서 헤르미오네는 전쟁이 끝난 후 결혼하는데, 이로 미루어 보면 전쟁 전의 그녀는 나이가 많아봤자 10살이라 파리스와 결혼을 논할 수 있는 연배가 아니다. (드라마에서도 메넬라오스가 결혼보다는 약혼을 넌지시 암시하기는 한다) 드라마의 헤르미오네는 파리스가 자신에겐 관심이 없고 헬레네에게 애정을 품었다는 걸 일찍이 눈치채서 그를 냉대한다.[2] 프리아모스 국왕 부부는 처음에 헬레네를 돌려보내고자 했으나 트로이에 남고자 하는 파리스와 헬레네의 고집이 워낙 강했고, 메넬라오스 측이 아내 납치에 대한 배상으로 요구한 조건이 과도했다. 내용인즉슨 트로이가 쥔 해협 중계 무역의 통제권을 다 내놓으라는 것. 그리스 연합군은 이미 아가멤논이 딸 이피게네이아를 제물로 바치면서 전쟁 준비를 끝낸 뒤라 전쟁을 취소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3] 판타지라 인종이 상관없다는 반응도 있긴 했지만 이 사람도 본작에 대해 전체적으로 좋게 평가하진 않았다.(5/10점)[4] 백색증이 있는 아프리카계 배우로 추정된다.[5] 현대 튀르키예인들은 언어학적으로는 튀르크 제민족에 해당하지만 생물학적으로는 고대 아나톨리아인들의 후손이기도 하다. 게다가 오스만 제국 치하에서 그리스인들과 튀르키예인들이 지속적으로 혼혈된 역사 때문에 오늘날 그리스인들과 튀르키예 서부 주민들은 유전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 그러니 튀르키예인들의 입장에서도 본작에서 그리스 측의 여러 인물들과 트로이인 일부를 흑인 배우가 맡은 것은 좋게 보기 힘든 일이다.[6] 르네상스 이후에야 발명된 서랍장이 방에 있다.[7] 물론 본작 자체가 엄밀히 말하자면 실제 역사가 아닌 그리스 신화를 소재로 한 것이긴 하지만, 그리스 신화의 시대적 배경이 에게 문명이므로 그에 맞는 고증이 필요했던 건 사실이다. 본작은 한국으로 치면 단군 신화를 소재로 한 작품에 고조선이 아니라 이성계가 세운 조선을 연상시키는 요소가 많이 들어간 꼴이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