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헥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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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일대기3. 《일리아스》에서
3.1. 아이아스와의 결투3.2. 파트로클로스와의 결투3.3. 아킬레우스와의 결투
4. 후대 작품에서
4.1. 《아이네이스4.2. 《신곡 지옥편4.3. 《트로일러스와 크레시다》
5. 평가6. 여담7. 관련 문서8. 둘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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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파일:external/upload.wikimedia.org/Hektors_Abschied_von_Andromache_%28Tischbein%29.jpg
헥토르와 그의 가족들[1]
파일:파리스를 꾸짖는 헥토르.jpg
파리스를 꾸짖는 헥토르

헥토르( Ἕκτωρ)는 호메로스서사시일리아스》의 양대 주인공 중 하나이다. 일리아스를 시작하는 첫 구절이 "여신들이여 노래하소서, 아킬레우스의 분노를!"이며, 마무리를 짓는 마지막 구절은 "그들은 그렇게 헥토르의 장례를 치렀다"이다. 즉, 이 거대한 서사시의 내용을 한마디로 말하면 아킬레우스의 분노와 헥토르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인 것이다.

트로이왕세자프리아모스 왕과 헤카베 왕비의 장남. 아내는 안드로마케. 아들은 안드로마케에게서 얻은 스카만드리오스(아스티아낙스).[2]

트로이의 총사령관이자 기둥이며 이상적인 영웅으로 묘사된다. 이명번쩍이는 투구의 헥토르, 또는 사람 잡는 헥토르.[3] 그리스 측에서는 멸칭이지만 경의를 담아 '미친개'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름의 뜻은 방어자, 수호자. 일리아스에서는 아킬레우스의 호적수로 서술됐으며, 아가멤논은 메넬라오스가 싸우려하자 아킬레우스조차 싸우기를 꺼린 자라고 하며 뜯어말렸다.

프리아모스 왕은 많은 자식들 중에서 헥토르를 가장 사랑했으며 "헥토르보다 뛰어난 아들을 둔 아버지는 없다."라고 말하며 굉장히 자랑스러워했다. 또한 형제들과 누이들로부터는 막대한 존경과 사랑을 받아왔다.

그리스(아카이오이) 측 주인공인 아킬레우스와는 서로가 최대의 숙적인 동시에 정반대되는 인물이며, 그러면서 본질적으로는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 복잡한 관계로 표현된다. 아킬레우스는 격정과 자신의 명예를 위해 싸우고 헥토르는 사명감과 자신의 의무에 의해 전장에 나서지만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운명[4]을 짐작하고 있으면서도 최후까지 투쟁을 선택함으로써 당당하게 운명을 맞는다는 점에서는 매우 유사하다. 여기에 아킬레우스가 전투에 나서기 거부한 것을 "전쟁에서 공훈을 세우면 죽는다"라는 운명을 두려워 한 것으로 해석한다면, 아킬레우스와 헥토르 둘 다 죽음을 두려워하나 결국엔 투쟁을 선택하는 인물이 된다.

그리스군은 디오메데스, 大아이아스, 小아이아스, 오디세우스 등등 쟁쟁한 용자들이 많은 데 비해[5] 트로이 측은 헥토르 하나밖에 없다는 인상이 강해서 남들이 나눠서 해야 될 일도 혼자 전부 하는 불쌍한 신세다. 물론 혼자서 그 역할을 전부 감당하면서 10년이 되도록 전쟁을 끌어온 희대의 먼치킨. 트로이에서도 쟁쟁한 장수로는 헥토르 외에는 데미갓사르페돈이나 글라우코스,아이네이아스[6] 등도 있긴 하다. 일리아스 기준으로도 완전히 헥토르가 혼자 다 하는 수준까지는 아니고 다른 트로이 장수들이 무용을 뽐내는 대목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일리아스 내에서 아카이아 연합군은 오로지 헥토르만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이며, 헥토르 혼자 트로이를 지키다시피 했다는 서술이 들어가는 걸 생각할 때[7] 헥토르의 비중이 독보적이라는 건 호메로스 공인이라고 봐야 한다.

헥토르가 죽인 아카이오이 병사들은 무려 31,000명으로 그야말로 트로이 역사상 최고의 대영웅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으론 이런 압도적인 무력과 지휘력을 지닌 헥토르이기에 그가 사망한다면 트로이는 무너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리아스 내에서는 아카이아군이 트로이군보다 더 수가 많다고 나온다. 거의 10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이런 상황에서 10년 동안 열세의 병력을 이끌고 침략자들과 맞서 싸운 장수라면 명장이라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His complexion was fair, his hair curly. His eyes would blink attractively. His movements were swift. His face, with its beard, was noble. He was handsome, fierce, and high-spirited, merciful to the citizens, and deserving of love.
(그의 피부는 아름다웠으며, 머리카락은 곱슬거렸다. 눈을 깜박이는 것도 매혹적이었다. 몸놀림이 날쌨고 수염이 있는 그의 얼굴은 품위 있었다. 그는 잘생겼으며, 날카로웠고, 기운이 넘쳤고, 시민들에게 자애로웠다. 그는 사랑받아 마땅하다.)
- 다레스 프리기누스 (Δάρης / Dares of Phrygia)의 《트로이 멸망사》
미인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 트로이 왕조의 왕족답게 헥토르 역시 뛰어난 외모의 소유자로 묘사된다. 호메로스는 아킬레우스가 헥토르를 죽이고 무구를 벗기자 많은 아카이오이 병사들이 그의 체격과 당당한 모습에 감탄했고, 전차에 끌릴 때 그토록 곱던 그의 머리가 먼지투성이가 된다고 서술했다. 호메로스의 작품에 등장하는 헤파이스토스의 신관이자 《트로이 멸망사》를 저술했다고 알려진 다레스 프리기누스는 헥토르의 외모를 찬양하는 기록을 남겼다.

결론을 말하자면 헥토르는 장수로서는 아킬레우스와 대등한 수준의 용맹함을 지녔고, 지휘관으로서는 그 쟁쟁한 장수들이 많은 그리스 연합군을 상대로 열세인 트로이군을 맡아서 전쟁을 패하지 않고 계속 이끈 명장이며, 개인적인 인품도 매우 훌륭해 모두의 존경을 받았고, 외모까지 출중하여 그야말로 화룡점정을 찍는 그 시대 최고의 엄친아라고 불릴 만한 사람이었다.

헥토르가 신의 피를 이어받지 않은 순수한 인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헥토르에 대한 평가는 더욱 높아진다. 트로이 전쟁 때 양측 장수들의 모습을 보면 헥토르보다 더 고결한 피를 이어받은 반인반신의 장수들도 헥토르보다 못한 모습을 보여줄 때가 많았다. 예를 들어 트로이 전쟁 당시 대표적인 반인반신이자 헥토르의 라이벌이었던 아킬레우스는 사실 무력적인 측면에서만 대단했지, 인성적인 부분에서는 많은 하자가 있는 인물이었다. 대표적으로 여인 한 명을 빼앗겼다고 분노하여 자기 편이 지든 말든 신경 끄고 장기간[8] 파업을 했던 부분이라든지[9], 헥토르를 죽인 뒤 그의 시체를 마차에 묶어 끌고 다니며 시신을 욕보이는 등, 인격적으로는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10] 같은 트로이에서도 반인반신인 아이네이아스도 뛰어난 장수로 묘사되기는 하지만, 헥토르에 비하면 확실히 활약하는 비중이 매우 적다. 차라리 아이네이아스는 트로이 전쟁 종전 후 로마를 세우는 부분에서 더 활약이 부각되는 인물이다. 마찬가지로 트로이의 반인반신 장수였던 사르페돈은 무려 최고신인 제우스의 피를 이어받았고 실제로 여러 활약을 했지만, 결국 그리스 네임드급 무장[11]도 아닌 파트로클로스와의 대결에서 패해 사망하는 기대이하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헥토르는 순수 인간으로서 그들보다 무력과 지휘력, 인품 등을 포함한 여러 가지 면에서 더 훌륭한 모습을 보여줬으니 정말로 대단한 부분이다.

실사화 배우 중에서는 영화 《트로이》에서 헥토르로 분한 에릭 바나가 유명하다.

2. 일대기

파일:SE-61c80f84-a68e-11eb-ae00-a57a96791ae7.jpg 파일:SE-1537ee7f-b4b1-11eb-ae00-f335714b24ab.jpg
첫 출전 트로이군을 이끄는 헥토르

그리스가 트로이에 침공하자 가장 먼저 트로이에 착지하여 진격하는 프로테실라오스를 죽이며 긴 전쟁을 시작한다.

가장 먼저 트로이 땅을 밟게되는 자는 죽게 된다는 예언이 있었고 병사들은 이를 알고 있었기에 아카이아 군의 함대가 트로이의 해변에 도착하자 병사들이 서로 배에서 내리지 않으려고 눈치를 보는 와중에 오디세우스, 프로테실라오스와 아킬레우스만은 앞장서서 배에서 내리려 했다. 이때 오디세우스는 꾀를 발휘해 자신의 방패를 바닥에 던져놓고 방패 위에 발을 올리는 방법으로 교묘하게 예언을 피해갔으며, 어머니 테티스의 만류로 아킬레우스는 내려가지 못하는 동안 프로테실라오스가 먼저 트로이 땅을 밟았다. 프로테실라오스가 트로이 땅을 밟고 나서야 아카이아 연합군이 배에서 내려 돌격했지만, 제일 앞장 서던 프로테실라오스는 반대편에서 돌격해오던 헥토르의 화살에 맞아 사망한다.

10년간, 트로이를 이끌며 용맹을 펼친 헥토르는 그리스 군사들에게 공포의 상징이 되었다. 하지만 항상 일이 잘 풀렸던 것은 아니었기에 아이아스의 돌에 맞아서 거의 죽을 뻔하다가 제우스의 명을 받은 아폴론에게 목숨을 건지기도 하고, 디오메데스와 1대1로 맞싸울 일이 있으면 뭔가 빈 마차가 끼어든다든가, 세 겹으로 둘러싼 투구 덕택에 목숨을 건지는 등 죽을 위기도 여러 번 겪는다. 그리스 함선 라인까지 공략해 쳐들어갔지만 후퇴한 적도 있었다.[12]

다만 일리아스에선 활약상과 무력이 들쭉날쭉한데, 大아이아스보다 확실히 밀리게 묘사될 때가 있는가 하면, 때로는 아킬레우스 외엔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어서 헤라아테나가 전전긍긍하는 자연재해로 묘사되기도 한다. 게다가 전투 도중 뒤에서 얼쩡거려서 사르페돈 같은 동맹군에게 빨리 나와서 안 싸우냐고 독박을 듣는 등 용기도 오락가락한다.

하지만 굳이 이를 설정 오류라 볼 것까지는 없는데, 신의 버프와 순간순간의 기백에 따라 기량이 오락가락하는 건 디오메데스 등 다른 인물들도 해당하는 사항이다. 그리고 이런 묘사야말로 일리아스의 생생한 전쟁 묘사를 보여주는 것이다. 실제 전쟁은 만화처럼 캐릭터의 스탯으로 승패가 확실한 게 아니다. 오히려 순간순간의 흐름과 판세, 기백, 소위 '촉'이[13] 승패를 가르며, 군인들의 사기도 오락가락한다. 스포츠를 생각하면 쉬운데, 객관적 기량이 아무리 우월해도 흐름을 잘못 타고 판세가 꼬이면 눈을 버리는 플레이가 나오고, 객관적 기량이 설령 열세라도 흐름을 타면 GOAT급 퍼포먼스가 나오는 법이다. 즉 (아킬레우스를 제외한) 아카이아군 에이스들과 헥토르 사이의 우열은, 마치 축구에서 브라질 국대아르헨티나 국대의 경기처럼, 객관적 기량 차이보다는 그냥 그 상황의 흐름이 결정하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14]

아무튼 기세를 탄 헥토르는 확실히 매우 강력하다. 아이네이아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트로이가 아끼고 자랑하는 최고의 영웅이요, 아카이아군에게는 공포의 상징이며, 이때는 아킬레우스 외엔 그 어떤 일리아스 영웅으로도 답이 안 나오는 트로이아의 기둥이다. 이런 용장이 (본질적으로 개인의 사적인 이해관계와 영예욕으로 얽힌 약탈자들인) 적군과 달리 조국애와 책임감을 가지곤 동분서주하니 아카이이군 입장에선 자연재해가 따로 없다.

3.일리아스》에서

3.1. 아이아스와의 결투

파일:SE-1537ee71-b4b1-11eb-ae00-c9d95606a9b8.jpg 파일:SE-1537ee7c-b4b1-11eb-ae00-11b55b641176.jpg
아이아스에 덤비는 헥토르 아이아스와 포옹하는 헥토르

아킬레우스에게 밀려서 그렇지 그리스군의 大 아이아스 또한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대립이 많았다.

파리스메넬라오스와의 결투에서 발려 죽을 위기에 처하고 아프로디테의 도움을 받아 도망쳤을 때, 자신이 대신 결투하겠다고 하자 아이아스가 나섰다. 헥토르의 투창은 아이아스의 방패를 뚫지 못한 것에 비해 아이아스의 투창은 방패를 뚫어 헥토르에게 약간의 상처를 입혔다. 이어서 커다란 바위를 던지고는 칼을 뽑아 돌진하려는 찰나, 결투가 하도 길어지다 보니 밤이 와 각 진영에서 그만하라고 말렸고 헥토르와 아이아스는 서로의 능력을 인정하며 선물을 교환했다.[15]

헥토르가 제우스의 계시를 받고 그리스군의 배까지 진격했을 때는 아이아스가 던진 바위를 가슴에 정통으로 맞고 거의 죽을 뻔했다.

헥토르가 쓰러져서 피를 토하고 있을 때, 그의 형제들이 그를 지켰다고 한다. 결국 제우스의 명령을 받은 아폴론이 헥토르를 치유했다. 다시 일어난 헥토르는 함선 위에서 방어 하고 있는 아이아스에게 돌진했지만, 승부를 낼 수 없었다. 결투가 길어지다가 아이아스는 창으로 반격을 했지만 헥토르가 칼로 창의 끝을 베어버렸기에,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16]

아이아스를 몰아내는 데 성공한 헥토르는 아카이아 연합군의 배를 불태우기 시작하는데, 10년의 트로이 전쟁 사상 처음으로 트로이군이 방벽을 넘어서 타격을 입힌 것이었다.

3.2. 파트로클로스와의 결투

파일:SE-e656db5b-b538-11eb-b0f4-b56c19b473bb.jpg 파일:SE-e656db5f-b538-11eb-b0f4-d5923aa6fe15.jpg
파트로클로스를 죽이는 헥토르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챙기는 헥토르

헥토르의 진격에 참다 못한 파트로클로스는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입고 자신이 아킬레우스의 행세를 하며 전쟁에 나섰는데 헥토르가 그를 죽여버리고 만다. 판본에 따라선 이때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얻고 감탄하여 잠시 물러나 그걸로 갈아입고 싸웠다고 한다.[17]

일리아스에서는 좀 애매하게 묘사됐는데 파트로클로스가 사르페돈을 죽이는 등 잘 싸우다가 신의 농간으로 분별력을 잃고 닥돌하는데 그것도 모자라 결정적인 순간에 디버프를 맞고 다른 트로이아 전사 에우포르보스[18]에게 당한 것을 마침 지나가던 헥토르가 그냥 막타만 친 정도로 묘사된다. 이 순간부터 헥토르의 죽음이 결정되었다고 묘사한다.

이때까지 전쟁에 참가하기를 거부했던 아킬레우스는 파트로클로스를 죽인 원수인 헥토르를 죽이기 위해 전쟁에 다시 참가한다.[19]

3.3. 아킬레우스와의 결투

파일:SE-ab8cba22-bdec-11eb-ae00-13e8568ffe92.jpg 파일:SE-ab8cba24-bdec-11eb-ae00-59073d67d4db.jpg
일기토를 신청하는 헥토르 아킬레우스와의 대치전

아킬레우스의 돌격에 밀린 트로이 군대는 성 안으로 쫓겨온다. 변장한 아폴론이 아킬레우스를 따돌릴 동안, 트로이 군대는 성벽 안으로 도망치지만 헥토르는 트로이의 기둥인 자신이 죽으면 트로이가 함락되고 아내 안드로마케와 아들 아스티아낙스가 어떻게 될 지를 알고 있었음에도 명예롭게 그리고 반쯤은 이쯤하고 군대를 물리자던 조언을 물리치고 공격을 계속하던 자신의 잘못된 선택으로 트로이군이 패배를 겪고 많은 전사자가 나온 것에 대한 죄책감에 성문 앞에서 아킬레우스를 기다렸다.

제우스는 이 마지막 순간까지도 헥토르를 죽이는 것을 망설이고 있었고, 운명을 바꿔서라도 헥토르와 아킬레우스의 결투의 승자를 헥토르로 바꿀 마음까지 있었다. 하지만 운명의 세 여신인 모이라이가 결정한 운명을 맘대로 바꾸지 말라고 아테나가 극구 반대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헥토르의 운명에서 손을 놓는다.

프리아모스 왕과 헤카베 왕비는 헥토르에게 제발 성 안으로 돌아오라고 애걸하는데, 헥토르는 고뇌하면서도 마음을 바꾸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아킬레우스가 나타나자 두려움을 느끼고 도주하는데 이는 아폴론이 헥토르를 살리기 위해 공포심을 심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둘이 추격전을 벌이는 와중, 아테나가 헥토르의 동생, 데이포보스로 변해 나타난다. 이에 헥토르는 용기를 얻고 함께 맞서 싸우자고 한다.

싸우기 앞서, 헥토르는 아킬레우스에게 승자가 누구든 상대를 존중해 시신을 보내주자고 제안했지만, 아킬레우스는 이를 씹고 헥토르에게 창을 던졌다. 헥토르는 재빠르게 아킬레우스의 투창을 피하고 "내가 여기서 죽더라도 네가 내 등을 찌르는 일은 없다!"라고 외쳐 끝까지 도망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하지만 아테나는 빗나간 창을 헥토르 몰래, 아킬레우스에게 돌려주었다. 이번에는 헥토르가 창을 던지지만 그의 투창은 아킬레우스의 방패에 맞고 튕겨나갔다. 헥토르는 아킬레우스의 방패를 뚫지 못한 것을 분해하며, 데이포보스에게 다음 투창을 달라고 하나 아테나의 변신이었던 데이포보스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헥토르는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깨닫고 칼을 뽑았다. 칼을 든 헥토르와 창을 든 아킬레우스가 서로에게 돌진했고 아킬레우스는 파트로클로스를 죽이고 입은 그의 갑옷이 헥토르의 몸에 맞지 않아 목에 생긴 틈을 리치가 긴 창으로 꿰뚫어버린다. 창이 기도 옆을 비껴나간 탓에 치명상을 입은 상태로도 말은 할 수 있어서 자신의 시체만은 모욕하지 말라고 부탁했지만 아킬레우스는 헥토르를 모욕하며 거부한다. 이에 헥토르는 이렇게 대답하고 숨을 거둔다.[20]
파일:SE-35d4ab30-beb5-11eb-b0f4-27cdfa890c21.jpg 파일:SE-35d4ab29-beb5-11eb-b0f4-b5fb303993d5.jpg
목에 상처를 입고 죽어가는 헥토르 헥토르의 최후
그래, 나 이제 너를 알겠고, 무슨 일이 닥칠지 보이는구나.
너를 설득할 순 없는 일이었다. 네 횡격막에 도사린 기백은 진정 무쇠로
만들어졌으니까. 그러나 네 아무리 대단하기로서니, 파리스가, 그리고
포이보스 아폴론께서 스카이아이 문에서 너를 죽이게 될 바로 그날, 널 향해
신들이 품은 분노의 탓이 내가 되지 않도록, 이제 헤아려보아라.
일리아스 22.356-360, 이준석 역
아킬레우스는 이에 대해 이렇게 답한다.
죽어버려라! 내 죽음이라면, 제우스와 죽음을 모르는 다른 신들이
이루고자 원할 때, 언제라도 내 받아낼 테니까
일리아스 22.365-366, 이준석 역
아카이아 군인들은 그의 시체를 창으로 찔러가며 조롱했으며 이후 아킬레우스는 전차로 그의 시신을 끌고 다니는 만행을 저지른다. 헥토르의 부모 프리아모스 왕과 헤카베 왕비는 이 꼴을 보고 자신들의 머리를 뽑으며 통곡했고 트로이인들의 절규에 허겁지겁 성벽으로 올라간 안드로마케는 남편의 시체가 끌려다니는 것을 보고 기절한다. 하지만 아프로디테와 아폴론이 헥토르의 시체를 보호했기 때문에 전차에 끌려다니면서도 훼손되지 않았고 아킬레우스가 시체를 개에게 먹이로 주려 했지만 신들이 헥토르의 시체를 보호해서 개들은 헥토르의 시체에 다가가지 못했다. 일리아스 24권에서 아폴론이 아킬레우스를 비난하자 헤라는 헥토르는 인간에 불과하고 아킬레우스는 여신의 아들이라고 화를 낸다. 이에 제우스는 헥토르와 아킬레우스의 명예가 같을 수 없지만 헥토르는 일리오스에 사는 인간들 중 신들에게 가장 사랑받았고, 그가 자신에게 제물을 많이 바쳤다고 한다.

프리아모스 왕이 보물을 들고 자비를 빌며 그리스 진영을 방문하고 사전에 제우스의 명을 받은 아킬레우스가 자식을 죽인 원수에게 비는 왕의 불행한 모습[21]을 보고 분노를 풀고 시신을 돌려준다. 헥토르의 시신을 가지고 트로이로 귀환한 프리아모스 왕은 헥토르의 장례식을 치른다. 헬레네는 유일하게 자신에게 친절했고 모욕으로부터 지켜준 헥토르의 죽음을 모든 트로이인들과 함께 9일을 애도하였다.

일리아스 내에서도 헥토르가 죽으면 트로이가 무너진다는 식으로 묘사하며 헥토르의 장례식을 치르는 것으로 일리아스는 끝난다. 유명한 아킬레우스의 죽음이나 트로이의 목마 같은 것은 일리아스가 아닌 다른 이야기에서 전해지는 것이다. 서사시환 문서로.

4. 후대 작품에서

4.1.아이네이스

딸에게 신들과 인간들의 아버지는 미소 짓고
폭풍 치던 하늘을 고요히 가라앉히던 얼굴로
딸의 입술에 입 맞추며, 뒤미처 이렇게 말했다.
「걱정마라. 퀴테레,[22] 네 자손의 운명은 여전히
그대로니, 약속했던 도시와 라비늄의 성벽을
네가 보리라. 하늘 별자리에 용맹한 에네앗
네가 높이 세우리라. 내 뜻은 바뀌지 않았노라.
네 아이는 ―근심이 네 속을 끓이니 말해 주련다.
운명의 서책을 펼쳐 더 멀리까지 열어 보겠다.―
이탈랴에서 큰 전쟁을 치르고 거친 족속들을
제압하고 백성에게 도리와 도시를 세우리라.
루틸리의 정복으로 겨울 숙영이 세 번 지나면
셋째 여름이 라티움을 다스리는 그를 보리라.
또 율루스가 이제 아스칸으로 이름 불리는데
―율루스는 일리온이 건재할 적 이름이더라―
그는 달이 서른 번의 커다란 운행을 마치도록
왕권을 행사하리니, 터전을 라비늄에서 옮겨
알바롱가에 강력한 힘으로 강국을 세우리라.
여기서 이제 삼백 년을 채워 헥토르의 혈통이
통치한 맡에 이내 신을 모시는 왕녀 일리아가
마르스에게 잉태하여 쌍둥이를 출산하리라.
이어 키워 준 늑대의 누런 털가죽을 좋아하는
로물룻은 무리를 모아 마르스 성벽을 세우니
이들을 불러 로마인이라 제 이름을 붙이리라.」
베르길리우스, 《아이네이스》 1권 254-277행, 김남우 번역

트로이가 함락되던 밤, 사촌 아이네이아스의 꿈에 나타나서 트로이가 함락되었으니 서둘러서 도시에서 탈출하라고 경고한다. 덕분에 아이네이아스는 가족들과 함께 트로이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다만 헥토르의 여동생이자 아이네이아스의 아내인 크레우사는 탈출하지 못하고 사망했다.

4.2.신곡 지옥편

단테가 1308년부터 죽은 해인 1321년 사이에 쓴 서사시 《신곡》의 지옥편에서도 등장하는데, 이교도+기원전 인물이란 것 외에 아무 죄도 없고, 벌도 안받는 림보에 헥토르가 가족들과 함께 있는 반면 아킬레우스는 지옥의 하층에서 고통받고 있다. 게다가 헥토르는 림보에 있는 많은 영혼들 중에서도 가장 위대한 인물들이 있는 일곱 겹의 벽으로 둘러싸인 에서 사는 것으로 묘사된다.

4.3. 《트로일러스와 크레시다》

윌리엄 셰익스피어희곡 《트로일러스와 크레시다》에서는 일리아스와 다르게 최후가 묘사됐다.

아킬레우스와의 전투에서 오히려 아킬레우스의 검을 못 쓰게 만들고 잠시 쉬었다가 나중에 다시 싸우자고 말할 정도의 여유까지 보였다. 아킬레우스가 물러난 후, 헥토르는 화려한 갑옷 차림의 그리스 장수를 발견하고 그를 쫓아 쓰러뜨렸다.

한편, 아킬레우스는 헥토르를 기습하기 위해 부하들을 불러들이고 헥토르에게 향한다. 마침 헥토르는 노획한 갑옷을 입기 위해, 무장을 해제한 무방비 상태에다 혼자였다. 아킬레우스는 부하들과 함께 헥토르를 죽이고 자신이 헥토르를 쓰러뜨렸다고 외친다. 여기서는 헥토르의 방심과 아킬레우스의 비열함이 두드러져 나온다.

5. 평가

호메로스에게 아킬레우스와 헥토르는 비중이 약간 다르다. 아킬레우스는 이전의 서사시에 있던 모습 그대로 가져왔지만, 헥토르는 자기 손으로 다시 만들었다. 게다가 약간 덧칠을 했다. 어떤 의미에서 헥토르는 호메로스가 선택한 인물이다. 특히 모범적인 인간을 고를 때는 다른 누구도 아닌, 헥토르를 고른다. 알다시피 《일리아스》는 트로이아 전쟁에 대한 이야기이고, 트로이아 전쟁에서 이긴 쪽은 그리스인이었고 호메로스도 그리스인이다. 호메로스가 제아무리 공정하려고 해도, 그리스 민족주의를 통째로 버릴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호메로스는 제일 좋은 것을 적장에게 주었다.
- 앙드레 보나르의 《그리스인 이야기》
헥토르는 쓰러지고 일어서기를 거듭하는 사람이고, 무거운 절망과 한줄기 희망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는 사람이다. ... 헥토르 말고는 《일리아스》의 어느 누구도 자기 내면의 두려움을 이렇게 드러내놓고 말하지는 않는다. 그는 《일리아스》의 모든 인물들 중에 우리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다.

인간의 희망과 공포는 미래에 대한 무지 때문에 생겨난다. 그러나 그것이 헥토르의 가치를 깎아내리지는 않는다. 그는 희랍군의 대표 전사들보다 약하지만, 그 연약함을 이기려고 몇 번이라도 다시 일어서서 막아내고 공격하는 용기를 지닌 사람이고, 아킬레우스와 마찬가지로 자기 결정을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영웅이다.

물론 이 결정이 늘 스토아 현자들같이 초연하고 이성적인 것은 아니다. 호메로스의 영웅들이 내리는 결정의 위력은 무엇보다도 '아니오'에서 드러나는데, 헥토르는 6권에서 어머니 헤카베, 제수 헬레네, 아내 안드로마케의 권유를 차례로 물리치고 전장으로 돌아간다. 여기서 우리는 헥토르가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가족과 시민에게 그가 어떤 존재인지 알게 된다. 그는 아들이요 남편이자 아버지이며 형이고, 모든 트로이아 사람들의 안위를 제 두 어깨에 짊어지고 싸우는 자이다. 그는 자기 영예를 위해서만 싸우는 희랍군들과는 다른 인물이며, 그중에서도 처절할 정도로 홀로 된 아킬레우스와는 너무나 다른 인물이다.
호메로스, 《일리아스》, 이준석 번역, 아카넷, 2023, pp.824-825

무력, 전술, 정치, 그리고 인품 등 모든 것이 훌륭했던 영웅. 비록 겁을 먹기도 하고, 아킬레우스와 大아이아스 같은 아카이아군 최강자들보다는 무력이 떨어지고, 도망을 치기도 하는 굴욕도 보여주지만, 그런 두려움과 나약함을 이겨내고 10년 동안 아카이아군을 막아낸 인간적인 영웅이다. 어떤 면에서 본다면, 빛나는 영예와 신화적 격정이 가득한 고대 신화의 영웅이라기보다는, 조국을 지키기 위해 두려움을 이겨내는 군인에 가깝다고도 할 수 있다. 후대에 헥토르가 기사처럼 여겨진 것도 이런 면 때문일 것이다. 말하자면 신화적 영웅들에 맞선 인간 기사라고 할 수 있겠다.

프리아모스헤카베에게는 최고의 아들, 안드로마케에게는 최고의 남편,[23] 아스티아낙스에게는 최고의 아버지, 그리고 트로이의 모든 이들에게 있어서 수호자이자 최고의 장군이었다.[24] 동생이 스파르타의 왕비를 납치해오고 이로 인해 전쟁이 일어났음에도 트로이 성 내에서 눈칫밥을 먹는 헬레네에게 거의 유일하게 친절하게 대해줬다. 빠른 시일 내로 그녀를 원래 가족들의 곁으로 보내고자 노력했기에 헬레네 역시 그를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고 그가 죽었을 때는 슬피 울었다. 이런 면에서 보자면, 하나하나가 일당백의 용사들이지만 결국 자기 영예를 추구하는 약탈꾼 무리에 불과한 아카이아 영웅들과는 너무나 다른 인물이다.

10배가 넘는 규모를 가진 아카이아군을 상대로 전쟁을 거의 혼자서 열세의 병력을 이끌고 10년을 맞서 싸운 거에서 헥토르의 전략적, 전술적 가치를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성문 앞에서 아킬레우스를 홀로 기다렸던 선택은 무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헥토르는 명예를 위해 남은 거지만 트로이란 나라에게 있어서는 둘도 없는 인재였기 때문이다. 아폴론은 헥토르를 살리기 위해 공포심을 심어넣지만 이미 헥토르를 살리기는 늦었고 아테나의 도움을 받아 아킬레우스는 10년간 아카이아군을 괴롭혀왔던 헥토르를 죽인다.

헥토르가 사망했을 때 프리아모스 왕은 다른 아들들을 욕하면서 너희들을 다 죽여서 헥토르가 돌아온다면 기꺼이 그럴 것이라고 할 정도로 분노했다. 잠시 실성한 상태이긴 했지만 프리아모스는 모든 아들들을 합쳐도 헥토르 하나만을 못한다고 평가한 것. 실제로 헥토르의 죽음은 트로이의 뿌리가 흔들린 것, 즉 멸망과 마찬가지라고 묘사됐고 그의 죽음 이후에 아마존의 여왕 펜테실레이아에오스의 아들 멤논이 지원군으로 오지만 헥토르의 공백을 채우기에는 부족했다. 그나마 파리스가 아킬레우스를 암습하여 공백을 어느 정도 메우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역부족임에는 변함이 없었다. 아킬레우스 또한 헥토르 사후 전투에서 그리스 병사들을 독려하며 헥토르 없는 트로이군은 별 것 아니라는 말을 하기도 했는데, 본인이 일기토에서 승리했음에도 무력은 차치하고서라도 지휘관으로서의 능력 등으로 인해 생전 굉장히 까다로웠던 적이라고 인정한 셈이다. 아가멤논 또한 헥토르와 맞상대하려는 메넬라오스에게 그 아킬레우스도 어쩌지 못한 사내라며 목숨이 아깝지 않냐고 만류하기도 했다.

호메로스의 서술로 공인된 트로이 전쟁 최강의 전사 중 하나지만, 은근히 구르는 모습도 많다. 당당하게 먼저 결투를 신청했지만, 아이아스와 결투에서도 밀리는 모습도 보여주고 디오메데스의 투창을 투구에 맞고 후퇴했던 적도 있는 등 아카이아의 장군들을 상대로 고생을 많이 했다. 또한 승리에 도취해서 부관 폴리다마스의 조언을 듣지 않았다가 부대가 격파당하는 실책을 저지르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런 점들이 현대에 와서는 더 헥토르가 인간답게 평가받는 요소들이기도 하다.

인품은 훌륭하지만, 그렇다고 착하기만 한 호구는 아니었다. 그리스 신화 영웅 특유의 자부심도 높았고 무엇보다도 파트로클로스처럼 가족과 트로이의 시민들에게 직접적으로 위협을 가한 적에게는 가차 없어서 그를 죽이고 시체 쟁탈전을 하기도 했다.[25] 하지만 동생 트로일로스가 형이 적군들에게 너무 자비를 베푼다고 불평했던 것이나 살려달라고 비는 적군에게 마무리를 가하지 않았다는 네스토르의 언급을 보면 당시 기준의 그리스 신화 영웅치고는 너무 무른 건 맞는다.

5.1. 고대 로마

고대 로마 시대에는 그야말로 최고의 위상을 가진 영웅이었다. 이는 로마인들이 트로이의 후예라고 칭하는 이유도 있는데, 로마 건국 서사시인 아이네이스에서 아이네이아스는 헥토르와 6촌 친척지간이다. 또 헥토르의 여동생 크레우사와 결혼하였는데 낳은 자식[26]율리우스 씨족의 조상으로 전해지는 것으로 봐도 로마에서 헥토르의 위상을 알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로마인들이 이상으로 삼은 영웅은 가문과 시민 공동체에 헌신하는 영웅이자, 규율과 기강이 잘 잡힌 군인이었으니, 헥토르가 개인의 무력만 뛰어나지 맨날 지 기분대로 깽판치는 아킬레우스보다 더 매력적이었을 수밖에 없다.

5.2. 중세 기사도 문화

중세 시대에는 다른 쟁쟁한 그리스 영웅들을 제치고 아홉 위인 중 하나로 칭송을 받았다. 참고로 나머지 여덟은 알렉산드로스 대왕, 율리우스 카이사르, 다윗, 여호수아, 유다 마카베오, 아서왕, 카롤루스 대제, 고드프루아 드 부용. 하나같이 인류 역사와 신화에 길이 남을 위인들이다.

욕심, 분노, 우정 등 사적인 감정에 휩쓸려 행동하는 아킬레우스에 비해[27] 헥토르는 국가, 가족과 명예, 규범을 위해 싸우는 훌륭한 무인으로 그려지기 때문에 이를 높이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중세 유럽 서사시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히는 롤랑의 노래에선 '인류 최초의 기사(First knight) 헥터'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그리스 신화에서는 살해당한 걸로 나오는 아스티아낙스는 살아남아 프랑크 왕조의 선조가 되었다고 나온다. 리메이크작인 광란의 오를란도에서는 로제로와 브라다만테[28]를 비롯한 프랑크 왕조의 주요 인물들이 헥토르의 후손으로 나오고 그의 무구가 내분을 일으킬 정도로 가치 있게 나오기도 한다. 롤랑의 무기인 뒤랑달도 헥토르의 것으로 묘사된다. 중세에서 얼마나 헥토르가 높게 평가받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는 로마 제국의 시대를 영광으로 여기던 중세의 인식에서도 비롯된다. 독일, 프랑스, 심지어 영국까지도 자신들이 트로이의 후손이라는 슬로건을 걸면서 어떻게든 로마와 엮으려 했기 때문. 심지어 이러한 인식은 제국주의 시대에까지 이어져서 로마와 엮이지 못하면 황제라는 칭호도 쓸 수 없다는 인식이 있었을 정도이다.

6. 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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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투구를 쓰고 있는 우측의 남성이 헥토르이고 옆이 헥토르의 아내 안드로마케, 아이는 헥토르의 외아들인 아스티아낙스다. 아버지 헥토르가 전투를 마치고 잠시 돌아와서 아들을 안아주려 했을 때를 그린 작품으로, 아이가 아버지의 모습을 낯설어하는 에피소드에서 따왔다.[2] 아스티아낙스는 일리아스 시점에서 겨우 걸음마하는 아기이며, 결국 아킬레우스의 아들 네오프톨레모스의 손에 죽는다.[3] 이 부분이 원문에선 '남자를 죽이는'으로 나와 있으나 정황상 '사람 잡는'의 뜻이 맞는다. 전자는 펜테실레이아와 헷갈릴 수 있기 때문.[4] 아킬레우스는 자신이 이 전쟁에서 공을 세울 경우 살아서 돌아오지 못한다는 것. 헥토르의 경우 자신의 죽음뿐 아니라 조국의 멸망과 가족들의 비극까지.[5] 여기에는 그리스군이 여러 도시국가의 연합군 성격이 있었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6] 그러나 일리아스에서는 분명 뛰어나고 비중도 있는데도 어째 활약하는 장면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비중도 활약도 애매한 녀석[7] 헥토르의 아들 스카만드리오스의 별명인 아스티아낙스는 '도시의 왕'이란 뜻인데, 이런 별명이 붙은 이유가 (물론 프리아모스 왕의 맏손자기도 하지만) 헥토르 혼자서 트로이를 지탱하고 있기에 그에 대한 사람들의 경의가 담긴 별명이라고 한다.[8] 이라고는 하지만 3일밖에 되지 않는다.[9] 다만 이는 아킬레우스 본인이 전쟁에 참여할 의무가 없는데도 같은 편에 서서 싸워 줬는데 그에 맞는 대우를 해주지 않은 아가멤논의 잘못도 크다. 애초에 처음부터 아가멤논의 노예가 된 크리세이스부터가 아킬레우스가 아가멤논에게 선물한 여자였다. 그런데도 아가멤논은 크리세이스를 해방시켜야 하자 아킬레우스에게 브리세이스를 빼앗았다.[10] 그나마 아킬레우스는 아들의 시체를 돌려줄 것을 눈물로 읍소하는 프라이모스 왕을 보고 헥토르의 시체를 돌려주는 등 인간적인 면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 아들인 네오프톨레모스는 대단히 잔악한 인간이었다. 아킬레우스는 그래도 예의라도 갖추는 사람이라면 그 아들은 미친 사이코패스.[11] 아킬레우스, (대)아이아스, 디오메데스, 메넬라오스 등[12] 물론 이는 제우스가 테티스 여신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서 헥토르에게 신급 버프를 준 원인이 크다. 헥토르를 노리는 화살이 활대에 갑자기 툭 끊어져 버리는데 신의 개입이 아니면 말이 안 된다.[13] 이것이 고대인에게는 신의 버프로 보였을 것이다.[14] 다만 일리아스의 묘사로는 결정적인 순간에 신들이 한쪽의 움직임을 가볍게 해주고 용기를 불어넣거나 다른쪽에 두려움을 불어넣는 등 명확히 신들의 개입으로 전투력이 왔다갔다한다. 이런 식으로 신들이 과도하게 개입하자 제우스가 진노하는 묘사도 있을 정도.[15] 아이러니하게도 이 칼은 후에 아이아스가 자살하는 데 쓰인다. 참고로 판본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이때 아이아스가 헥토르에게 준 건 자신의 혁대였는데, 이 역시 아이러니하게도 아킬레우스가 헥토르를 마차에 매달고 끌고갈 때 밧줄 대신 쓰였다는 이야기가 있다.[16] 이 2차 결투는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는 1차 결투와 합쳐져서 나온다.[17] 이때 그답지 않게 파트로클로스의 시신을 가져다가 들짐승들에게 던져주려고 했다는데, 이게 결과적으로 아킬레우스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되었다. 사실상 이게 헥토르가 일생에서 유일하게 저지른 실수이다. 아무리 헥토르가 엄친아급으로 완벽해 보였어도 그도 불완전한 인간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18] 판토오스의 아들이자 헥토르의 절친 겸 부관 폴리다마스의 형제. 파트로클로스를 공격해 헥토르가 그를 죽이는 걸 돕지만 곧 메넬라오스에게 살해당한다.[19] 헥토르가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가져간 판본에서는 테티스가 헤파이스토스에게 간청해 새로운 갑옷을 얻어주었다고 나온다.[20] 이 부분에서 헥토르가 파트로클로스의 시신을 모욕하려고 시도했던 것(파트로클로스의 죽음을 눈치챈 대 아이아스와 메넬라오스의 분투로 인해 시신 모욕을 하지 못했고 시도로만 끝났다.)을 이유로 이를 말도 안되는 요구라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으나, 애당초 파트로클로스부터가 뤼키아(트로이아의 동맹)의 에이스 사르페돈과 헥토르의 이복동생 케브리오네스를 죽이고 시체를 모독한 인물이다.(다만 사르페돈의 경우에는 제우스의 아들이라는 것 때문인지 시체가 모독당했다는 쪽 전승보다는 아버지인 제우스가 미리 수를 써서 최소한 시체는 모독당하지 않았다는 전승이 많다.) 시체모독은 어느 진영이 윤리적으로 100% 잘못했다기보단 증오의 연쇄 같은 것으로 봐야한다. 그리고 이러한 증오의 연쇄 속에 최후의 순간에 승자에게 자비를 구걸하는 건 인간적으로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무엇보다도 일리아스에서 아킬레우스의 위대함은 이러한 증오의 연쇄 속에서 일망의 자비심을 보인 데 있다. 그래서 일리아스는 "아킬레우스의 노여움"으로 시작해서 "아킬레우스의 자비와 헥토르의 장례"로 끝나는 것이다.[21] 왜냐하면 운명대로 아들인 자신을 먼저 보낼 아버지 펠레우스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22] 베누스(아프로디테)를 말한다.[23] 카드모스, 페르세우스, 아드메토스, 오르페우스와 함께 그리스 신화 내에서 아내 한 명만 일편단심 바라봐 온 깨끗한 애처가이자 순정남으로 손꼽힌다.[24] 아이러니하게도, 그리스 신화에서 몇 안되는 일편단심 애처가에 가정에 충실했음에도 불구하고 헤라의 후원과 도움을 받지 못했다. 이는 본인의 아내 안드로마케도 마찬가지. 둘 다 트로이 왕족이라 방관한 듯.[25] 거듭 말하듯이 이 시체 쟁탈전 부분이 헥토르의 유일한 결점을 보여주는 부분이다.[26] 둘째 부인과 낳은 자식이 로물루스레무스의 조상이 된다.[27] 일리아스를 보면 가관이다. 하루종일 빡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든가 군사들 한복판에서 큰소리로 엉엉 울기도 한다. 물론 고대 그리스인의 윤리관은 우리와 다르기 때문에 섣불리 잘잘못을 판단하는 건 옳지 않다. 이성을 강조하던 고전기 그리스와 달리 그 이전 시대에는 감정을 솔직하게 표출하는 것이 일반적인 영웅의 모습이었다.[28] 작가의 스폰서의 선조라는 설정으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29] 단적으로 에우리피데스의 비극에선 트로이인들은 모조리 야만인, 즉 비그리스인으로 얘기된다. 비극《안드로마케》에서도 헤르미오네가 안드로마케를 야만인이라고 비난한다.[30] "사랑하는 헥토르여, 퀴프리스가 그대를 비틀거리게 할 때면, 나는 그대를 위하여 그대의 첩들을 참고 견뎠으며, 그대의 서자들에게 가끔 젖가슴을 내밀곤 했지요. 조금도 그대를 불편하게 하지 않으려고 말예요. 그처럼 부덕으로 나는 남편의 마음을 사로잡았지요."[31] 아리스베는 프리아모스와 헤어진 후 히르타코스와 재혼해 아시오스를 낳았다.[32]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는 트로이 전쟁의 10년째일 시기에 아예 갓난아기로 그려진다.[33] 다만 디오메데스 엄연히 고증 오류로 트로이 전쟁 당시 젊은 청년이라는 언급이 있었음으로 그가 오디세우스보다도 늙어 보이는 중년으로 묘사된 것은 큰 오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