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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5-11-23 23:45:31

프래깅

Fragging에서 넘어옴

1. 고의적인 아군 살해
1.1. 어원1.2. 사례
2. FPS 게임 및 인터넷 은어

1. 고의적인 아군 살해

Fragging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 내에서 벌어졌던, 전사 또는 사고를 가장한 고의적인 상관 살해 행위. 주로 수류탄을 통하여 이루어졌고, 세열수류탄의 약칭인 FRAG[1]를 그대로 따와 병영 내의 은어가 된 것이다.

후에는 집단괴롭힘, 폭언, 폭행내무부조리가 존재할 경우 동급자나 하급자도 대상이 되었고[2], 군대 내의 총기난사 사건 등 상관 뿐만 아니라 모든 아군을 대상으로 무기를 사용하는 살해 행위를 일컫는 말로 의미가 확장되었다. 내부총질과는 뉘앙스가 사뭇 다르다.

1.1. 어원

사고를 가장하는 살해로서 수류탄이 애용된 이유는 간단하다. 총기를 사용할 경우 살해할 아군을 포함하여 다른 아군들에게 적발되지 않기 위해서는 적과의 전투 도중 혼자만 뒤로 물러서서 총을 쏴야 한다. 다른 아군은 정면을 향해 응사하고 있는데 혼자만 뒤로 빠지려는 행위 자체가 적전도주로 오인받아 제지당할 위험이 있고, 설령 아군 살해가 성공해도 왜 총을 맞은 흔적이 적과 마주보는 정면이나 측면이 아니라 아군만 있어야 할 후면에 있는지 의문점을 남기게 된다. 물론 적군이 진지 또는 행군 대열의 후방에서 기습을 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적군이 후방에서 기습을 가해서 전사한다면 첫번째로 적군과 맞닥뜨리자마자 전사해야 한다. 둘째, 전열을 가다듬어 교전 중에 사망한다면 정면이나 측면에 총상이 있기 마련이다. 셋째, 적군의 후방 기습으로 사망자가 발생한다면 다른 아군들도 후면에 총상을 입어야한다. 적군의 후방 기습으로 교전이 발생했다면서 왜 후면에 총상을 입은 아군 사망자가 한 명인가?

이렇듯이 적군의 후방 침투설은 더욱 강한 의구심을 남기게 된다. 따라서 사후 전장정리 중에 발각되어 군사경찰의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탄환의 규격은 적군아군의 것을 매우 쉽고 확실하게 분간할 수 있고, 강선흔은 아예 총기 하나하나가 모두 다른데다, 검시를 통해 총상부의 입사각과 화약잔사(Gunshot Residue)[3]를 쉽게 관찰할 수 있다. 누가 무슨 총으로 어떤 방향과 거리에서 쐈는지 추정이 된다는 이야기다. 전장에서의 오인사격을 주장하더라도 누구를 죽이려고 마음먹은 이상 피해자가 생존하여 범행을 증언하지 못하도록 본능적으로 급소를 조준하여 일격에 사살해야 하는데, 왜 다른 부위도 아니고 급소를 조준했는 지 이것까지 해명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것도 치열한 전장에서. 즉, 총격을 이용한 아군 살해는 애초에 시도하기도 매우 어렵고, 시도하더라도 높은 확률로 적발된다.

하지만 수류탄은 단순히 안전핀을 뽑아서 살해 대상자의 위치에 투척하면 끝이다. 아주 특수한 목적용 수류탄이 아닌 이상 일반적인 보병용 세열수류탄은 베트남 전쟁 당시부터 현재까지 어느 나라의 것이든 외양부터 화력까지 큰 차이도 없고, 무엇보다 수류탄은 그 자체로 폭발하므로 대부분의 증거는 산산이 부서져 사라진다. 수류탄도 산산조각 나며, 피폭자 역시 폭사당한다.

사실상 남아있는 물증은 시신에 박혀있는 수류탄 파편의 형상이나 합금 조성비 정도로, 기종과 생산국 정도만 식별이 가능하다. 이마저도 수류탄을 어느 방향, 어느 정도의 거리에서 던졌는지도 알아내기 어렵다.

그나마도 적에게서 노획한 수류탄이라면 파편조차 적국의 것이라 애초부터 프래깅과 무관한 전사로 처리되거나, 정황상 프래깅이라는 것이 드러나도 범인 추적이 한없이 불가능해져 버린다. 앞서 서술했듯이 수류탄을 투척하여 터뜨리면 이것이 어느 방향에서, 어느 정도의 거리에서 던졌는지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설령 아군의 수류탄이라고 해도 오폭임을 주장하면 어쩔 도리가 없다. 또는 적군이 아군의 수류탄을 노획하여 던졌다고 하면 더욱 더 도리가 없다. 실제로도 오폭일 수 있으며, 치열한 전장에서 눈 먼 포탄에 맞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므로.

어찌저찌 정황적 증거로 특정인이 용의자로 지목되더라도, 범인이 수류탄을 투척하는 장면을 증인이 직접 목격한 것 또는 본인의 자수가 아닌 이상 수류탄이라는 무기의 특성상 범인을 밝혀낼 방법이 없기에 혐의를 입증하기 대단히 어려워진다.

한국에서는 "뒤총 맞는다"라는 표현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6.25 전쟁 당시부터 "간부가 헛짓거리 하다가는 뒤총 맞으니 조심해라" 식의 문장이 존재했다.

1.2. 사례

영어 단어 유래에서 보듯이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에서 많이 일어났다.

특히 전쟁 막바지에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미군의 베트남에서의 점진적 철수를 결정하면서 아직 철수하지 못하고 남아있던 군인들 사이들에서 심각한 군기 문란 사태가 발생했다. 프래깅은 전방보다는 후방 부대에서 많이 일어났는데, , 마약, 이성교제 등의 문제로 상관에게 심한 지적이나 징계를 받은 병사가 적당한 때를 기다리다가 마치 사고였던 것처럼 위장해서 상관을 보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프래깅에 대한 이야기가 널리 퍼지기 시작하자, 부하들을 지나치게 괴롭히거나, 무능한 지휘로 병사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등 간부로서의 자질이 부족한 경우, 상관에 대한 강력한 항의의 의미로 상관이 취침할 때에 막사 머리맡에 부하들이 수류탄 안전핀을 몰래 두고 가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즉, '다음엔 안전핀뿐만 아니라 수류탄을 두고 가겠다.'는 의미이다.

특히 인종 차별에 의한 프래깅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은 당시 전장에서도 이어졌는데, 이에 빡친 유색인종들이 상관을 살해하는 경우가 다수 있었다고 한다. '같은 목적을 위해서 목숨 걸고 싸우는 전장에서 인종 차별하면 그 새끼는 내가 죽이겠다.'식의 사고방식을 대부분의 유색인종 병사들이 갖고 있었다는 것은 베트남 전쟁 10부작 다큐 The Vietnam War에서 확인 가능하다.

미군베트남 전쟁에서 발생했던 수많은 프래깅들의 교훈을 얻어 1970년대 후반부터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병사, 부사관, 장교의 신분 보장 및 처우 개선에 신경을 쓰며 징병제를 폐지하는 등 강력한 개혁을 추진하게 되었다. 우리가 아는 지구방위군 미군의 이미지는 이런 온갖 사건사고를 거치고, 문민통제의 원칙 아래 정부입법부(국회), 언론, 국민여론 등 여러 외부 인사들의 피드백미군이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1990년대에 완성되어 갔다.[4]

비슷한 일례로 범선 시대 영국 해군에서도 수병의 처우는 그다지 좋지 못했고, 프레스 갱과 같이 극약처방을 쓸 정도였다. 뱃사람이라는 직업 자체가 예나 지금이나 근무 환경이 열악한데, 장교들이 수병들에게 박하게 대하기까지 한다면 함정 내 분위기는 최악으로 치닫는다. 이런 장교들의 대우에 불만을 가진 경우, 수병들이 야밤에 사관침실 바로 위 갑판에서 대포알을 굴려서 시위를 했다. 우리 지금 엄청나게 화났으니, 처우개선 해 주지 않으면 죽을 준비를 해라. 정도의 최후통첩형 메시지였다. 이런 식으로을 협박해도 말 안 들으면 선상 반란을 일으켜 장교들을 모두 죽이고 배를 빼앗아 해적이 되고는 했다. 금방이라도 선상 반란이 터질 것처럼 분위기가 흉흉한 배를 뱃사람 속어로 '대포알이 구르는 배'라고도 한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발발 후 러시아군에서 프래깅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주장이 보도되고 있으며 인력을 갈아넣어 희생시키는 고기분쇄 작전으로 병사들의 불만과 반발이 높은 상황이라고 주장하는데, 실제로 보고된 사례는 많지 않다.

유사한 단어로 팀킬, friendly fire 등이 있다. 다만 팀킬과 friendly fire는 고의성 여부와는 상관없이 쓰이는 단어이므로 프래깅보다는 넓은/상위 범위를 뜻한다. 즉, 다른 이유[5] 없이 사사로이 아군을 상해할 목적만으로 이루어져야 프래깅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고지전, 전쟁의 사상자들, 플래툰, [6], 풀 메탈 재킷[7], 하얀전쟁, 유령 등에 프래깅이 묘사되어 있다.

역사상 프래깅으로 인해 사망한 유명 인물로는 장비가 있다.

2. FPS 게임 및 인터넷 은어

FPS 게임에서 적을 죽이는 것도 프래깅(프래그)이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고전 FPS의 쇠퇴 이후로는 잘 사용하지 않고, 대신 킬(kill)이라는 간단한 표현이 더 사용된다.[8][9] 최초의 멀티플레이 가능 FPS인 둠의 데스매치에서 우주해병들이 서로를 죽인다는 의미로 킬 대신 프랙이란 용어를 쓴 데서 유래했다. 참고로 팀킬 옵션은 Friendly Fire(줄여서 FF)로 지칭한다.
[1] 지금도 세열수류탄을 뜻하는 영단어 Fragmentation Grenade를 줄여서 FRAG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2] 멀리 갈 필요 없이 530GP 사건이나, 임병장으로 잘 알려진 제22보병사단 총기난사 사건 등이 대표적인 케이스다.[3] 2미터 이내의 근거리에서 총에 맞으면 총구로 뿜어져 나오는 매연불완전연소화약으로 인해 총상 근처에 특징적인 흔적이 남는다. 이를 일명 스모킹 건이라고 한다.[4] 하지만 모병제로 전환되면서 다른 중대한 문제가 새로 생겼는데, 바로 병사들의 전반적인 질적 하락이다. 왜냐면 모병제가 되면서 가난하고 교육 수준이 낮은 화이트 트래시나 슬럼가 흑인, 히스패닉들이 미군으로 대거 입대하면서 그야말로 사회 하류층들이 사병으로 배치되는 것이다.[5] 장비의 오작동에 의한 오발 혹은 오폭 사고가 일어난다거나, 착오로 인해 오인 사격을 한다거나, 살아날 가능성이 없는 치명상을 입고 고통스러워하는 동료를 편안하게 보내준다든가, 후방 이송을 목적으로 한 자해를 돕는다거나 하는 등의 납득 가능한 의도가 없어야 한다.[6] 다만 프래깅 직전까지 가서 분위기만 내는 용도로 묘사될 뿐 실행되진 않는다.[7] 파일 이병을 향한 하트먼 상사의 계속된 갈굼과 병영 내 동료들의 집단구타 때문에 파일 이병이 하트먼 상사를 총으로 쏴버리고 본인도 자신을 총으로 쏴서 자살하고 만다.[8] "프래깅"의 원래 의미는 팀킬에 가깝지만, 둠, 퀘이크 등 고전 fps에서는 아군을 죽이는 게 아니라 그냥 킬을 따는 걸 "프랙"이라고 불렀다. 이렇게 된 이유는 후술한다.[9] 멋진 킬 장면만 모아서 만드는 영상을 프랙무비라고 부르며 현재도 사용되고 있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