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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0-31 20:12:57

육갑비축

구자인법에서 넘어옴
파일:attachment/구자인법/800px-Kuji-kiri01.png
오른쪽부터 순서대로 임(臨), 병(兵), 투(鬪), 자(者), 개(皆), 진(陣), 열(列)[1], 재(在), 전(前)

1. 개요2. 역사3. 매체에서의 사용

1. 개요

중국에서 발원하여 일본에서 변형된 도교 주술. 본래 이름은 육갑비축(六甲秘祝)이지만 일본에서는 구자진언(九字眞言), 구자호신법(九字護身法) 등으로 칭하며, 사악한 것을 물리쳐 결계 등을 청정하게 유지하려는 목적으로 사용한다.

2. 역사

4세기 초, 중국 위진남북조 시대 도교서적 포박자(抱朴子)[2]에 기록된 주술이 원형이다.

포박자에 따르면 본디 도사가 산에 올라가 수련할 때에 잡귀를 쫓고자 사용한다고 한다. 포박자에서는 육갑비축(六甲秘祝)[3]이라고 부르지만, 중국 자료에서는 흔히 구자진언(九字眞言), 일본 자료에서는 구자호신법(九字護身法), 줄여서 구자법(九字法)이라고 쓴다. 아주 드물게 구자인법(九字印法)이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중국어/일본어 인터넷에서도 용례가 거의 없는, 근거가 없는 명칭이다.[4]

본디 포박자에 기록된 바로는 수인 등이 없다. 포박자에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명산에 들어가려면, 오색 비단을 5촌 길이로 바위 위에 얹고 마음으로 구하는 바를 깊이 바라며 갑자(甲子)에 따라 길일을 고르라. 산에 들어간다면 육갑비축(六甲秘祝)을 알아야 하니, 그 주문은 "임병투자 개진열전행(臨兵鬪者/皆陣列前行)"으로 모두 9글자이다. 언제나 당연히 비밀스런 주문이며 피하지 못할 일이 없다. 도를 구함이 번거롭지 않다 함은 이런 것을 이른다.[5]

저 주문은 "병사로서 오신 투사들이여, 모두 진을 짜서 앞으로 가라." 하는 뜻이다. 마지막 행(行)자를 대오나 대열을 가리키는 항(行)으로도 읽을 수 있는데, 이렇게 읽는다면 "모두 진을 짜서 앞에 대열을 서라." 하는 뜻이 될 것이다. 까놓고 이야기하면 군가다.

원래 포박자신선이 되는 방법을 적었다. 갈홍은 책에서 신선이 되는 단약을 만들려면 명산에 들어가라고 하는데, 속세에서는 단약을 만들어봤자 부정타서 효험이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산에 들어가도 이런저런 요사한 것들이 괴롭힐 수 있으므로 육갑비축으로 쫓아내야 한다고 하였다.[6]

이 주술이 일본으로 넘어가 일본 불교, 수험도와 결합되면서 불교처럼 변형되었다. 가령 오색 비단을 바치며 길일을 고르는 부분은 사라지고, 주문 한 글자마다 수인을 맺는 것이 되었다, 주문이 모두 9자이므로 수인은 당연히 9개. 각 수인이 모두 밀교의 불보살을 가리킨다고 풀이하였다. 같은 주문을 사용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포박자에 기록된 바와 완전히 달라져버렸다.

일본에서 전해지는 포박자 주문은 서로 다른 두 가지 판본이 있다.

임병투자개진열전행(臨兵鬪子皆陣列前行)
임병투자개진열재전(臨兵鬪者皆陣列在前)

이 중 전자가 포박자에 기록된 그대로이다. 일본의 천태종에서는 전자를, 진언종에서는 후자를 사용하는데, 주문의 뜻 자체는 별 차이가 없으므로 혼란이 있었던 듯하다. 일본의 대중매체에서는 진언종의 육갑비축이 더 널리 알려져 있다. 각각 臨은 린(りん), 兵는 표-(ぴょう), 鬪는 토-(とう), 者는 샤(しゃ), 皆는 카이(かい), 陣은 진(じん), 列는 레츠(れつ), 在는 자이(ざい), 前는 젠(ぜん)이라고 읽는다.

구자 주문을 수인으로 맺을 때에 일본 불교에서는 보현삼매야인(普賢三昧耶印) → 대금강륜인(大金剛輪印) → 외사자인(外獅子印) → 내사자인(內獅子印) → 외박인(外縛印) → 내박인(內縛印) → 지권인(智拳印) → 일륜인(日輪印) → 은형보병인(隱形寶甁印)이라 풀이한다.

이로써 포박자에 기록된 중국의 도교 주술이 완벽하게 일본 불교의 주문으로 바뀌었다. 나중에는 수인을 맺기조차 복잡하다 하여 마치 바둑판처럼 가로 세로로 선을 9번 긋는 것으로 간략화되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이런 형태를 구자 베기(九字の切り)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손가락으로 허공에 선을 그리는 모습이 마치 칼로 베는 듯하다는 뜻이다. 이 구자베기를 그린 쿠지키리의 부적도 있는데, 아시야 도만이 이 부적을 썼다 하여 "도만"이라 부르기도 한다.

3. 매체에서의 사용

90년대 한국 판타지에서는 마법사들이 수인을 맺으며 마법을 쓰는 장면도 많았지만, 소리소문도 없이 사라졌다. 수인닌자들이 쓰는 기술로 정착한 탓에 보통 수인은 인술로 그려진다. 실제로 일본 닌자들의 인술서에 사기 고양 및 집중력 강화 목적으로 쓰기 위해 실제로 기록해놓고 쓰기도 했고, 마법사들은 수인 말고도 주문이나 마법진 같은 수단이 있는지라...


[1] 일부에서는 찢을 렬(裂)로 표기하기도 한다.[2] 위진남북조 시대에 동진(東晉)의 관료였다가 말년에 도사가 된 갈홍(葛洪)이 신선이 되는 방법 등을 적은 책이다. 포박자는 갈홍 자신의 호이기도 하다. 갈홍은 포박자 말고도 여러 가지 책을 지었다.[3] 祝자는 축과 주라는 두 가지 음이 있으므로, 육갑비축 대신 육갑비주라고 읽을 수도 있다. 다만 祝을 '주'라고 읽으면 '남을 저주한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므로, 여기서는 육갑비축이라 읽음이 맞을 것이다.[4] 구글에서 검색해봐도 중국어/일본어 웹페이지에서 九字印法이라고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九字の印의 오역으로 추정.[5] 도를 구하다 보면 이런저런 장애요소가 많지만, 그런 장애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 다 있다는 뜻이다.[6] 같은 이유로 갈홍은 수행자들에게 입산할 때 거울을 들고 가기를 추천하며, 육갑비축과 함께 우보법(禹步法)을 알아두라고 서술했다.[7] 투(鬪)[8] 전(前)[9] 재(在)[10] 손모양과 함께 주문을 외치는 장면도 덤[11] 그런데 자세히보면 레이븐은 본 문서 상단의 이미지와 같은 손모양으로 인을 맺는 반면 철권7의 쿠니미츠는 완전히 다른 손모양으로 인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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