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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9-25 16:59:46

극연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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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상세

1. 개요

눈물을 마시는 새의 등장인물.

아라짓 왕국의 제21대 왕으로 여왕이다. 도로왕이라는 이명이 있다.

2. 상세

오라비인 왕자가 있었지만 계승을 거부했기 때문에 어린 나이의 그녀가 왕위에 오르게 된다. 아라짓 왕국의 계보에서도 가장 어린 나이에 즉위한 왕이다. 그 후 극연왕의 오라비는 왕족이자 아라짓 전사로 남은 듯.

아라짓의 역사에서 최장 기간(78년)을 통치한 인물이다. 또한 가장 많은 업적을 남긴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극연왕의 업적은 통치 전반기와 후반기에 따라 그 성격이 완전히 다른데, 재위 초기에는 아라짓 전사들과 함께 북진하는 나가의 공세를 쳐부수는 전쟁에 몰두하였다. 그 결과 나가의 세력은 위축되었고 그들의 영역 또한 한계선 남쪽으로 밀려났으며, 작중 서술에 따르면 나가들이 극연왕으로부터 당한 피해를 복구하고 재공세에 나서는 데 백오십 년이 걸렸다고 한다. 전쟁을 지휘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가진 인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뿌리 깊은 증오에 사로잡힌 극연왕은 나가를 상대로 한 전쟁에 열성적이었으나, 오라비가 그녀의 잔혹한 성정을 비난하며 떠나버리자 그녀는 뭔가 깨달은 게 있었는지 정복 활동을 그만두고 온 세상에 도로를 건설하기 시작한다. 잃어버린 오라비가 언제라도 자신을 찾아올 수 있게 하기 위해 시작한 도로 건설은 재위 후반기까지 계속되어 극연왕을 가장 유명하게 만든 업적이 되었다. '어떤 극도 서로 이을 수 있다'는 주장으로 유명하며, '극연왕(極連王)'이라는 칭호는 그렇게 얻어낸 것이다.[1] 그러나 그녀의 오라비는 끝끝내 돌아오지 않았고, 극연왕의 치세 이후 왕국 아라짓은 천천히 몰락하게 된다.[2]

극연왕의 명령으로 건설된 도로들 중 '4대 경이'라 불릴 정도로 엄청난 것들이 있는데, 작중에서 밝혀진 것은 둘 뿐이다판사이의 육형제 탑에 남긴 기록에서 그녀가 느낀 감정을 되새길 수 있다. 이 기록은 베미온 굴도하가 어릴 적 탑에 몰래 들어가 읽은 바가 있다.
……그러나 전투와 전투의 사이에서, 승리와 승리의 갈피에서, 나는 그를 잃고 말았다.

나는 육친의 마음보다 적의 마음을 더 알고 싶어했고, 친우에게 줄 것보다 적에게 줄 것을 고민했다. 내 주위의 사람들이 내 행동에 대해 보여주는 반응보다 적들이 내 공격에 대해 보여줄 반응이 더 궁금했다. 사람들이 나를 가리켜 위대한 전사라 말할 때, 그들은 내가 적을 더 사랑한다고 말한 것이다. 사람들이 나에게 구원자라는 찬란한 이름을 선물할 때, 나는 복수심에 찬 약자들의 노예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래서 나는 그를 상실했다. 나 또한 약자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나는 더 이상 약자로 남지 않겠다. 내가 가진 순간들에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는 강자가 되리라. 나는 잃지 않아야 했던 것을 찾을 것이다. 내 잃어버린 극을 되찾을 것이다. 이 넓은 세상 어디에 그가 있을지 알 수 없으니 나는 세상의 모든 곳을 잇겠다. 그가 나에게 돌아올 수 있도록. 내가 그를 찾아 달려갈 수 있도록. 이 곳, 판사이의 탑, 왕의 방에 남겨두는 이 말은 내 과거에 대한 유언장이다. 이것은 어리석음 때문에 오라비를 잃어야 했던 누이동생의 마지막 말이다."

사실 극연왕 이후로 아라짓이 몰락한 가장 큰 이유는 경각심의 부재다. 극연왕이 즉위 초기 스스로 '육친보다 적의 마음을 더 알고 싶어했다'라고 할 정도로 악랄하게 나가들을 토벌한 덕에 극연왕 후기에는 나가의 세력이 극도로 위축되어있었던 것으로 보인다.[4] 그러나 극연왕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독서왕은 극연왕이 애써 닦아놓은 길을 책 수집에 썼고 별다른 일도 하지 않은 채 제법 오래 살았다. 또한, 독서왕 다음으로 왕위에 오른 탐미왕은 기록이 말소된 것으로 보아 역시 제대로 된 치세는 이루지 못했다.[5] 그 다음으로 왕위에 오른 추풍왕 대에 이르러서 나가들이 쳐들어오기 시작했는데, 약 150년만에 아라짓 전사를 소환해야 했던 추풍왕에게는 바라기가 없었다. 그동안 꾸준히 아라짓 전사를 통제해왔다면 모를까,[6] 한 세기 반 만에 불려와 바라기도 없는 왕에게 충성을 바쳐야 한다는 것은 아라짓 전사의 명예와도 직결된 문제였을 것이다.

==# 진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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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잃어버린 오라비는 바로 케이건 드라카다. 서로 죽고 죽이는 현실에 염증을 느끼고 있던 차에 그는 바라기만 없으면 이러한 현실은 끝나게 될 것이라는 나가들의 유혹에 넘어가 바라기를 훔쳐내 도망쳤다. 바라기가 사라진 이후 아라짓 전사들은 충성의 대상을 잃고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그리고 극연왕은 도로왕이라는 이명을 얻을 정도로 수 많은 길을 건설했는데, 그 이유가 그 길을 통해서 자신의 오라비가 돌아오길 바랐다고. 하지만 치세 내내 기다렸음에도 불구하고 끝끝내 그를 다시 만나지 못하고 죽었다.

케이건이 극연왕에게 돌아가지 않은 것은 살육을 일삼던 누이를 혐오했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벌인 대참사에 대한 죄책감이 더 컸기 때문이다. 케이건이 생각하는 자신의 죄는 "바라기를 훔쳐 아라짓 전사들이 혼란한 틈을 타 나가들이 거세게 아라짓 왕국을 공격했고, 그 결과 바라기를 잃었던 아라짓 왕국이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눈물을 마시는 새 4권 후반부에 나온,
하텐그라쥬의 심장탑, 혹은 심장탑의 잔해 위에 우뚝 선 채, 케이건은 극연왕을 떠올렸다.
재위 전반기에는 나가들에게 맹공을 퍼부어 대확장 전쟁에서 나가들이 거둔 성과 대부분을 무효화시켰고, 후반기에는 그런 자신을 까맣게 잊은 채 북부의 모든 극을 잇는 것에 평생을 바쳤던 왕.
케이건은 그의 누이를 생각했다.
케이건이 떠난 이후 극연왕은 세상의 모든 극을 이으려 했다. 그녀는 시구리아트 유료도로당의 격언을 듣는 편이 좋았을 것이다. 길은 방랑자가 흘렸던 눈물을 기억할 수 있지만, 그러나 방랑자를 따라갈 수는 없다. 모든 길이 누이에게로 통했지만, 케이건은 누이에게 돌아가지 않았다.
그가 지은 죄가 너무도 가증스러웠기에.

이 부분과,
"(전략)……저는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확신 속에서 살육밖에 모르는 누이를 비난하고 그녀의 검을 훔쳐 그녀를 떠났습니다. 제 누이를 떠나는 길에서 제가 생각했던 것은 누이와의 아름다웠던 추억들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득의만만하여 생각했습니다. 이제 나가들과 우리 사이를 갈라놓는 저 저주받을 아라짓 전사들은 정체성의 수수께끼를 느껴야 할 것이다."
(중략)
"예. 그렇게 되었습니다. 아라짓 전사들의 혼란을 틈타 나가들의 반격이 아라짓을 거세게 강타했습니다. 바라기를 잃은 제 나라는 몰락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부분을 통해 알 수 있다.

아라짓 전사가 사라진 뒤 나가들이 다시 북진해왔고, 키탈저 사냥꾼들이 외로이 저항했지만[7] 결국 그들도 사라지고 말았다. 거기에다 권능왕의 경솔한 행동으로 북부에 왕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고, 북부는 마립간과 일부 제왕병자들만이 난립하는 어지러운 곳이 되었다.

그러나 연대를 따라가 보자면 아라짓은 21대 왕 극연왕(아라짓력 434-512) 치세에 케이건이 사라지고도 24대 왕 추풍왕(아라짓력 583-611) 때까지는 150년간은 그럭저럭 잘 굴러갔고 아라짓의 마지막 왕인 권능왕은 701년 이후로 사라졌다. 케이건의 말만을 참고하자면 바라기가 사라지자마자 아라짓이 몰락한 것 같지만[8] 이는 역사와는 다르다. 케이건이 오래 살았기에 실제 역사와 기억 사이에 착오가 생겼을 수도, 누이에게 돌아간다는 것이 왕국에 돌아간다는 것의 은유적 표현이었을 수도 있지만, 설정구멍이라고 볼 수도 있는 부분.

그 외에도 케이건의 기억에 따르면 극연왕은 재위 초기에 나가와의 전쟁을 벌였다고 하지만 아라짓 왕의 칭호는 대관식의 마지막에 왕의 개성에서 따온 이름으로 정해지는데, 극연왕의 칭호는 잃어버린 그녀의 오라비를 찾기 위해서 모든 극과 극을 잇겠다는 이름에서 기인하고, 전투에 필요한 바라기는 이미 즉위 전에 케이건이 훔치고 떠난 상황이었으니 그녀가 벌인 나가와의 전쟁은 아직 왕으로 즉위하기 전인 왕세자로써의 시기였을 확률이 높다.[9]


[1] 사실 한자어는 서술어가 먼저 오고 목적어가 와야 하므로 '연극왕'이 돼야 할 것이다. 근데 그러면 演劇하고 헷갈리니. 그리고 고립어(위치어)인 한문도 문장 품사의 위치를 바꿔서 쓸 수 있는 문법이 있기는 있다. 한문 시간에 도치법 때문에 속을 썩여 본 독자가 많을 것이다.[2] 고구려의 장수왕을 연상케 만드는 인물이다. 굉장히 오래 통치했고 본인의 치세 동안은 국가가 역사 통틀어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도록 통치하였으나, 후계자가 문제가 되는 바람에 나라가 서서히 망하게 되었다.(극연왕은 독서왕, 장수왕은 문자명왕.)[3] 단순 소실 정도가 아니라, 레콘마저도 넘을 수 없을 정도로 깡그리 작살났다. 레콘이 수직으로도 수십미터씩 도약하는 미친 기동력을 가졌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런 위치에 산맥을 넘는 도로를 건설한 것만으로도 확실히 '경이'라고 부를 만 하다.[4] 굳이 아라짓 전사, 그것도 가장 용맹할 것을 요구받는 아라짓 전사에게 접촉해 아라짓 전사를 소집할 권한이 있는 검, 바라기를 빼돌리려 한 것을 보면 이 시기 나가들이 아라짓 전사를 얼마나 경계했는지 짚어볼 수 있다.[5] 고대에 기록말살형이 기록되지조차 말아야 할 수준의 극악무도한 자에게만 내려졌다는 것에서 탐미왕의 치세가 얼마나 개막장이었을지 짐작하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다.[6] 바라기가 없는 왕에게 아라짓 전사들이 얼마나 충성을 바쳤을지도 미지수지만.[7] 작중 시점에서 아라짓 왕국이 멸망한 것이 800여년 전이며, 그 이후로도 키탈저 사냥꾼과의 100년간의 투쟁이 이어졌다고 한다.[8] '그의 죄가 가증스러워 누이에게 돌아가지 않았다'는 케이건의 말은 누이가 아직 왕이었을 때 그가 죄를 저질렀다, 즉 왕국의 몰락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음을 암시한다.[9] 물론 왕명을 바꿀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언급된 부분이 없으니 케이건의 바라기 절도가 극연왕 초기고, 이후 왕이 잘못을 깨닫고 반성한 뒤 극연왕으로 왕명을 바꾸었을 가능성도 있다만 극연왕 6년 이전부터 4대 경이라고 불리는 거대공사 사업에 매진하던 중이었다는 것을 보면 즉위한지 1~5년 정도로 그녀의 치세에 비교하여 극히 짦은 기간동안 나가와의 전선을 이루고 150여년이 지나서야 복구 가능한 피해를 입혔다는 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