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단종진(單從陣, Line of battle)해군 함대의 전술로 함선들이 종(從)으로 죽 늘어선 진형이다. 함선들이 늘어선 방향은 종방향이지만, 해군 함선들의 주포를 비롯한 화력 투사 방향은 현측에 집중되므로, 진형 명칭의 종(從)방향과는 달리 전투 방향은 횡(橫)방향이 된다. 언제부터 사용되었는 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대략 1502년에서 1652년 사이로 추정되며 1675년 무렵에는 널리 사용되기에 이르렀다. 이 진형에서 전열에 설 수 있을 만큼 튼튼한 군함을 전열함(Ship of the line of battle, ship of the line)이라고 불렀으며, 이는 전함(Battleship)의 어원이 되기도 했다.
2. 장점
전열에 선 군함들이 아군함에 오사를 할 걱정 없이 현측에 장착된 화포를 전부 활용할 수 있다. 최대 횡진이 최대 화력을 보장한다는 리델 하트의 말과 같이 함상 포격전이 벌어질 때 가용 함포 전력을 최대한 전개할 수 있기 때문에 포격전을 벌일 때 최상의 진형으로 불리운다. 이런 이유로 함포가 군함의 주 전력으로 자리잡은 이후로는 전 세계 해군의 표준 전법처럼 되었으며, 그 때문에 적이 먼저 단종진을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면 도전하지 않고 그대로 내빼는 양상이었다. 진형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은 적 함대를 T자로 가로지르면서 포격을 하는 것[1]인데, 이 경우 아군 함대는 현측에 장착된 화포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으나 적은 대부분의 화력이 봉쇄되기 때문이다. 다만 단종진을 이룬 적은 금방 학익진으로 전열을 변경할 수 있으므로 T자로 교차하기 직전까지는 교차사격을 전부 맞아야한다는 불리한 점이 있다. 해류나 바람방향이 이로울 때나 시도할 수 있는 전법.3. 단점
전열이 얇아지기 때문에 적이 아군 화력을 받아내며 닥돌해 올 경우 자칫 진형이 붕괴될 수 있다. 적이 가까이 붙기 전에 화력으로 뭉개버리지 못한다면 거꾸로 아군이 위험해지는 양날의 검인 셈이다. 특히 바다를 지배하던 18~19세기 영국 해군은 단종진을 펼치는 적 해군을 상대로 2열, 3열씩 병행 돌격해 전열을 조각낸 다음 각개격파하는 식으로 이기는 경우도 많았는데, 특히 호레이쇼 넬슨이 이런 데 능했다.[2] 또 명령 전달 체계의 한계로 아군의 전열 일부가 집중적으로 얻어맞고 있는데 다른 전열의 함정들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거나 적절한 명령이 떨어지지 않아 효과적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것도 있었다. [3] 제한된 숫자의 신호 깃발로 지시를 전달하는데 자세하고도 신속·정확하게 할 수도 없을 뿐더러 깃발 자체를 보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밖에 적 함대를 발견하고 단종진을 형성하려다 선제공격을 당해 혼란에 빠져서 패한 사례도 여럿 있는데, 당시 함대의 진형이 박스형이었던 까닭에 배치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단종진을 빠르게 형성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함대원형진이 제시되기도 하였다.4. 실전
이순신 제독이 구사하던 학익진도 단종진의 일종으로 보고 있는데, 학익진에서 단종진이 유래했다는 주장도 있지만 유럽의 베네치아 공화국 함대에서도 학익진과 유사한 진형을 구사한 전례가 있다.쓰시마 해전에서 도고 헤이하치로가 지휘하는 일본 함대는 러시아의 지노비 로제스트벤스키 제독이 지휘하는 러시아의 발트 함대를 상대로 단종진을 형성하여 궤멸적인 타격을 입힌다.
유틀란트 해전에서 존 젤리코 제독이 지휘하는 영국 대함대는 데이비드 비티 제독이
타사파롱가 해전에서 미 해군은 일본군 보급 선단을 저지하려고 미리 단종진을 형성하고 있었는데, 중순양함이 함포사격을 늦게 하는 바람에 어뢰에 얻어맞아서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6] 이는 단종진을 친 쪽이 무조건 유리하지는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지만, 포격전이 아니라 산소 어뢰에 당한 것이므로 포격전이 아닌 경우라면 모를까 포격전을 벌이기 좋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함대 간 포격전에서 단종진이 활용된 마지막 사례는 태평양 전쟁 당시 접근하는 일본 해군 함대를 포착하고 미 해군 함대가 미리 단종진을 형성한 후, 압도적인 함포 위력으로 발라버린 수리가오 해협 해전이다. 레이테 만 해전 당시 올렌돌프 제독이 지휘하던 함대가 수리가오 해협 해전에서 휘하 전함 6척으로 단종진을 형성한 후 니시무라 함대를 구축함 한 척만 남겨놓고 전멸시켰다.
거함거포주의가 주류 사상이었던 제2차 세계 대전 이전까지는 전투 시에 자주 볼 수 있었지만, 항공모함이 주력으로 등장하면서 함포전을 펼칠 때를 제외하면 구경하기 어려워졌으며 함대의 주 위협이 잠수함 및 항공공격으로 변화됨에 따라 점차 함대원형진으로 전환되었다.
현대 해군에서는 항공모함이 함대의 주력을 이루고 있는 관계로 포격전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으며 잠수함과 미사일의 위협에도 대처해야 하는지라 함대원형진이 더 널리 사용된다.
[1] 이를 Crossing the T 혹은 Capping the T라고 부른다.[2] 이런 전법을 사용할 수 있었던 건 당시 대포의 유효 사정거리가 짧아서 격침되기 전에 적진에 난입할 수 있었으며, 대포가 폭발 무기가 아니라 쇳덩어리를 나무 선체에 박아넣는 수준에 불과했기에 함선을 직접적으로 파괴하는 게 아니라 적의 승무원을 살상하고 구조물을 파괴하는 정도였기 때문이다. 가장 결정적인건 넬슨의 적인 프랑스, 스페인이 지극히도 무능했다. 당시 동급함과의 교전시 영국의 승률은 90%를 찍었다고(...) 넬슨의 최후도 무능한 프랑스 함대를 도륙하다 가뭄의 콩나듯 유능한 프랑스 전열함 르두터블에게 얻어터져 전사했다.[3] 이래서 대함대엔 제독이 셋 이상 편제되는게 보통이였다[4] 농담이 아니라 10:5로 히페 제독에게 우세한 상태에서 신호 미스로 전함 4척이 포함된 제5 전함 전대를 떨어뜨리고 교전에 돌입한데다가(6:5)) 독일 순양 전함을 한 척도 잡지 못하면서 순양 전함 2척이 탄약고 폭발로 격침당했다. 게다가 히퍼 제독의 1/3수준의 한심한 명중률은 덤.그리고 5 전함 전대를 버리고 도망 친것도 덤.[5] 그리고 젤리코는 독일 함대를 궤멸시키지 못했다고 욕을 바가지로 퍼먹었다(...).[6] 실제 일본 함대는 구축함 위주로만 편성되어 있었는데, 고작 1척만 격침됐다. 반면 미 해군은 중순양함 1척 격침, 3척 대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