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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1-25 18:08:21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1. 개요2. 논리적 설명3. 과학적 설명4. 언어학적 설명5. 대중매체에서의 등장6. 기타

1. 개요

Which came first, the chicken or the egg
무엇이 먼저인가, 닭이냐 달걀이냐
달걀에 얽힌 유명한 말장난.

닭이 알을 낳고 알이 부화해서 닭이 태어나는 한살이의 순환이 나타나는데 이러한 순환에서 무엇을 먼저로 볼 수 있느냐 하는 논의이다.

2. 논리적 설명

사실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순환에서 '앞'이란 없다는 것이 정답이라고 할 수 있다.[1] '앞'이란 세상 모든 것에 정의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라 오로지 순환하지 않는 형태, 그것도 선형적인 형태에서만[2] 정의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애당초 '앞'을 정의할 수 없는 구조에서 '앞'이 뭔지를 찾으려고 해봤자 답을 찾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말하자면 서울 지하철 2호선의 맨 첫번째 역이 어디냐는 질문 자체가 성립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3] 후술할 진화든 뭐든 변하기 시작하면 그것은 우리가 아는 '닭'과 '달걀'의 순환이 아니다. 적어도 우리가 알고 있는 '닭'과 '달걀'의 개념 구조에서는 "닭이 달걀을 낳고 - 달걀에서 닭이 태어난다"의 순환이 무한히 계속되며, 거기서 무엇이 앞이고 시작인지를 따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논의가 근본적으로 '별 쓸데없는 논쟁'의 대표격으로 여겨지는 것은 이렇듯 애당초 답을 내는 게 불가능한 것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3. 과학적 설명

과학의 영역일 것 같은 이 문제도 서로 다른 해석과 근거들로 인해 아직까지 명확하게 결론 짓는데 어려움이 있다.

영국의 두 연구팀이 서로 다른 결론에 도출한 것을 소개하겠다. 2006년 달걀이 먼저라고 주장한 연구팀에 따르면, "닭의 조상이 낳은 알에서 유전자 변형(진화)이 일어나 최초의 달걀이 됐고 그 알이 부화한 것이 최초의 닭"이라고 소개했다. 노팅엄대 존 브룩필드 교수(유전자학), 킹스대 데이비드 파피뉴 교수(과학철학)의 견해다. 하지만 이 연구 결과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진화생물학적 관점으로 보면 ''과 '몇 세대 전에 닭 비스무리하게 있던 것'[4]구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만약 모든 생물들이 죽으면서 화석을 남겼다면 과연 우리는 과거의 생물들을 종별로 구분할 수 있을까? 게다가 자신과 부모의 생김새는 무척 유사하지만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생김새는 무척 다르다. 즉 직계 혈통 상의 '닭'과 '몇 세대 전에 닭 비스무리하게 있던 것'과의 세대 간 차이보다 '닭'과 같은 세대의 또 다른 '닭'의 개체 간 차이가 더 크다는 것이다. 이렇듯 닭의 조상과 닭의 경계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

2010년 영국 셰필드대워릭대 연구팀은 닭이 먼저라는 견해를 발견했다. 계란 형성과정에 '오보클레디딘-17(OC-17)'이라는 단백질 성분이 탄산칼슘을 방해석 결정체(calcite)로 바꿔 계란 껍데기를 만들어 주니, 최초의 계란은 유전자가 바뀐 암탉만이 낳을 수 있다는 논리다. 이 논리에 따르면 그 암탉은 계란에서 태어나지 않았으니 닭이 먼저가 된다. #

2019년에는 영국 노팅엄대 존 브룩필드 교수(유전자학)는 유전물질이 동물의 일생 동안 변하지않기 때문에 닭으로 진화한 최초의 새도 원래는 알속에서 배아의 형태로 존재했어야 한다는 점으로 닭보다 계란이 먼저라는 결론을 내렸다. #

2024년엔 스위스 제네바대 연구팀은 자신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연은 닭을 발명하기 훨씬 이전에 달걀을 만드는 유전적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논쟁의 답은 역시 달걀이 먼저일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 내렸다. #

4. 언어학적 설명

이 문제에 답하기 위해 일차적으로 해야 할 일은 각 단어의 정의이다. 바로 "달걀을 '닭이 낳은 알'로 정의하느냐, '닭이 되는 알'로 정의하느냐"이다. 앞에서 나왔듯이 달걀이 '닭이 낳은 알'이라면 닭이 달걀보다 우선하지만, '닭이 되는 알'이라면 달걀이 우선한다. 두 가지를 다 충족해야 달걀이라는 얘기도 있다.

단어 형성의 방향을 기준으로 삼으면 순서를 정할 수 있는 언어들이 있다. 한국어 역시 그런 예로, 어휘적으로 보자면 '닭'이라는 개념은 '닭의 알' 개념과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성립하지만 '달걀'은 '닭+알'이 변한 형식으로, '닭'이란 형식이 있기 전에는 형성될 수 없다.[5] 즉, 적어도 '닭'과 '달걀'이라는 한국어 어휘를 형성한 이들은 '달걀이란 닭이 낳은 알', 즉 닭을 먼저 상정했다고 할 수 있다. 만약 '닭'과 '달걀'의 이름을 붙였을 때 "닭이란 알이 커서 되는 존재"라고 생각했다면 단어 형식 역시 '달걀'이 'A'의 형식이고 '닭'이 'A+B'의 형식이었을 것이다.[6] 부차적으로 표준국어대사전의 정의도 어휘 '닭', '달걀'과 비슷하게 달걀은 '닭이 낳은 알'로 정의되어 있고, 닭의 정의에는 '달걀'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즉 닭이 먼저 정의되는 셈이다. 한편 영어의 Egg나 일본어의 타마고(卵)는 단어 형태적으로 '닭의 알'이 전제되지 않기 때문에 닭이 없는 상태에서도 이들 단어를 상정할 수 있다.

혹은 표기를 기준으로 각 언어의 문자 순서로 정렬할 수 있다. 가나다순에서는 달걀, 계란 모두 닭보다 앞에 오고, 영어 로마자 순에서는 닭(Chicken)이 달걀(Egg)보다 앞에 온다.

한국인의 문장 사용 예를 기준으로 하면 '닭'이 먼저인 것이 확인된다. 여러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 결과를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닭이 먼저냐, 달걀(혹은 알)이 먼저냐"라는 문장을 사용하고,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라는 문장은 상대적으로 적다. 이는 인지적으로 '닭'이 먼저 연상되기 때문일 수도 있고, 아니면 '닭'이라는 단어가 '달걀'보다 더 짧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7] 참고로 영어로도 the Chicken or the Egg라고 '닭'을 먼저 언급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 경우에는 egg가 음절이 짧지만 뒤에 온다.

5. 대중매체에서의 등장

6. 기타



[1] 때문에 원형의 형상은 "선후관계를 가리지 않음"을 전제하곤 한다. 사발통문 역시 '맨 앞'의 주동자를 파악하지 못하게 둥글게 이름을 적은 것이고, 원탁 역시 상위자를 알기 어려운 비교적 평등한 자리라는 이미지가 있다.[2] 그래서 '사람의 뒷 부분' 같은 개념조차도 물리적이라기보단 사회적으로 정의된다. 인체는 완전히 선형적이지 않으므로 어디를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앞뒤가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체 구조상 분명 엉덩이가 더 뒤에 있지만 "누가 뒤를 쳤다"라고 했을 때 엉덩이를 쳤다고 떠올리는 사람은 드물며 영어의 back은 주로 을 의미한다. "뒤가 구리다"처럼 엉덩이를 뒤로 묘사하는 표현도 없지는 않으나 '뒤=(물리적으로 제일 뒤인) 엉덩이'로 100% 대응되지는 않는다.[3] 역 번호라는 별도의 개념을 끌어오면 시청역이 201로 제일 앞이다.[4] 닭은 현생 공룡의 일종이다.[5] 이는 덧셈 식으로 형식이 추가되는 파생의 방향이 일반적이고, 새로운 의미가 생겼을 때 형식이 삭감되는 일은 드물다는 전제에 기반한다. 대다수 형식 삭감형(준말 등)은 의미가 동일한 상태에서 일어난다.[6] 한국어에서 그렇게 형성된 어휘는 콩나물이 있다. 자라난 생명체는 '콩나물'이고 '콩'은 콩나물이 번식하기 위한 씨앗이지만 한국어에서는 씨앗 쪽을 '콩'이라고 하고 그것이 자란 것을 '콩나물'이라고 한다. 다만 모든 콩이 콩나물인 것(정확히는 한국에서 '콩나물'의 형태로 소비하는 식물)은 아니기 때문에 역으로 콩나물이 되는 콩 쪽을 '콩나물 콩'이라고 부르기도 한다.[7] 예컨대 2음절 단어가 먼저 온 '철수와 바둑이'는 자연스럽게 읽히지만, 3음절 단어가 먼저 온 '바둑이와 철수'는 어색한 감이 있다.[8]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불사조는 죽을 때가 되면 불타오른 후 남은 재 속에서 다시 태어나기 때문이다.[9] 설정상 래번클로 기숙사로 들어가려면 이러한 수수께끼에 답을 해야만 한다. 덕분에 어려운 수수께끼가 나오기라도 하면 래번클로 학생들이 단체로 기숙사 문 밖에서 꼼짝 못하는 불상사가 일어난다고 한다.[10]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누구든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된다.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이다.[정답] 처음에는 점성술사가 "왜 닭이 먼저냐?"고 이유를 물었으나, 노빈손은 대놓고 대답을 거부했다. 답답해하는 점성술사가 계속 이유를 묻자 노빈손이 "맨 처음에 '쉬운 질문 100개에 대답할래? 어려운 질문 하나에 대답할래?"라는 선택지를 줬을 때, 나는 "어려운 질문 하나에 대답한다"고 했다. 그리고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라는 질문 하나에 "닭이 먼저다"라고 대답을 한번 했다. "왜 닭이 먼저냐?"라는 질문은 최초 약속했던 '질문 하나'를 넘어선 '두번째 질문'이니, 여기에는 대답할 의무가 없다."라고 대답한다. 요약하자면 "질문 하나에 대답 하나"라는 논지. 작가가 밝힌 바로는 사실 이 이야기는 천일야화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