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모에 미러 (일반/어두운 화면)
최근 수정 시각 : 2024-10-26 12:34:58

모노노케 히메/줄거리

파일:모노노케 히메 로고.png
등장인물 아시타카 · · 에보시 고젠 · 모로 · 옷코토누시 · 시시가미/데이다라봇치 · 재앙신 · 나고
줄거리 · 아시타카 전기 · 주제가


1. 개요2. 프롤로그3. 재앙신4. 사슴신의 숲5. 제철소(타타라 마을)6. 데다라신(데이다라봇치)7. 모로와 옷코토누시8. 산과 아시타카9. 사슴신의 제거10. 숲과 인간과 함께

1. 개요

모노노케 히메의 줄거리를 다룬 문서. 소제목은 대원 애니메이션 아트북의 목차를 토대로 작성하였다. 대사와 대본은 원판 직역과 더빙판을 기준으로 작성하였다
이 문서에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문서가 설명하는 작품이나 인물 등에 대한 줄거리, 결말, 반전 요소 등을 직·간접적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2. 프롤로그

파일:모노노케 히메 인트로.jpg
むかし、この国は深い森におおわれ、 そこには太古からの神々がすんでいた。
먼 옛날, 이 나라는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그곳에는 태고적의 신들이 살고 있었다.
この国の東のはてに、エミシという一族の、かくれすむ村があった。大和朝廷との、あらぞいにやぶれ、一族が歴史の舞台からすがたをけして、すでに五百年あまり。物語は、この村からはじまる。
이 나라의 동쪽 끝자락에는 에미시라고 하는 부족이 숨어 사는 마을이 있었습니다. 에미시 부족이 야마토 조정과의 싸움에서 지고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진 지 어언 500여 년. 이야기는 이 마을에서 시작됩니다.
그림책 추가 내레이션
때는 무로마치 막부 시대. 첫 장면은 고요한 숲의 새벽의 전경을 보여주고 위와 같은 나레이션이 뜬다. 그리고 숲 언저리에서 나무가 쓰러지더니 몸이 뱀 같은 검은 촉수로 뒤덮인 동물이 지나가고 주변의 식물이 썩어 간다.[1]

파일:모노노케 히메 타이틀.jpg
もののけ姫
모노노케 히메

3. 재앙신

장소는 동쪽 끝에 있는 일본 에미시 부족의 마을이다. 이 부족의 차기 족장인 청년 아시타카가 영양 야쿠르와 함께 오후 햇살이 쏟아지는 숲속을 달리고 있다. 대무녀 히이님의 명령에 따라 마을 사람들을 모으고 있었던 것.

아시타카는 마을로 가던 카야와 소녀들을 만나 무녀의 진언을 전한 후 소녀들에게서 문지기 할아범이 숲이 이상하다는 얘기를 했다는 말을 듣고 문지기 할아범이 있는 망대로 향한다. 망대의 중간에 올라서서 숲을 바라보자 뭔가가 오고 있음을 느낀 아시타카가 망대 꼭대기로 올라가서 숲에서 오고 있는 것이 뭐냐고 묻자, 문지기 할아범은 "나도 잘 모르겠네. 일단 사람은 아닌 걸로 보여."라고 말하는데 돌담 너머로 이상한 물체가 접근해오고 있었다. 아시타카는 활을 겨누고 경계태세를 취한다.

파일:모노노케 히메.나고.재앙신-3.png
문지기 할아범: 재앙신이다!
아시타카: 재앙신이요?
잠시 뒤, 돌담 틈으로 작은 촉수들이 솟구치고 나무가 썩더니 돌담을 부수고 온 몸이 뱀처럼 생긴 검은 촉수로 뒤덮인 시뻘건 눈의 재앙신이 나타난다. 숲 그림자를 벗어나자마자 촉수가 솟구치더니 상처입은 멧돼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멧돼지는 다시 촉수더미에 덮여 재앙신이 된 뒤 망대를 무너뜨리고 마을로 돌진한다.[2] 아시타카는 할아범을 데리고 탈출한다. 마을로 돌진하려는 재앙신을 저지하러 가는 아시타카에게 문지기 할아범은 재앙신을 죽이면 저주를 받을 거라고 걱정하며 소리치지만, 아시타카는 아랑곳않고 활에 시위를 끼우고 야쿠르를 불러 재앙신을 쫓는다.
아시타카: 진정해! 마음을 가라앉혀! 보아하니 이름있는 산의 주인인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난폭하게 구는 거지?

아시타카는 숲 속을 질주하는 재앙신을 말려보지만 재앙신은 듣지 않는다. 숲을 빠져나오자 재앙신은 마을로 향하던 카야와 소녀들을 목격하고 곧바로 돌진하기 시작한다. 무수한 다리들로 엄청난 속도로 질주하는 재앙신을 막아서며 설득을 계속하는 아시타카. 이때 소녀들 중 하나가 넘어지면서 카야가 대담하게 칼을 빼들고 전투 태세를 취하자, 아시타카는 소녀들을 구하기 위해 재앙신의 눈에 화살을 쏴서 멈춘다. 재앙신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촉수 덩어리로 변하더니 곧바로 다량의 촉수를 분출해 아시타카의 팔을 붙잡는다. 아시타카는 재빨리 촉수를 뜯어내고서 재앙신의 쏟아져내리는 촉수 속에서 본모습을 드러낸 멧돼지를 향해 화살을 한번 더 쏜다. 화살이 멧돼지의 미간을 명중하자 촉수들[3]이 멈추고 아시타카의 팔에 있는 촉수들도 녹아내리면서 아시타카에게 고통을 안겨준다. 그리고 멧돼지는 쓰러진다.

아시타카는 카야에게 부축받고 상처의 고통을 억누르기 위해 흙으로 팔을 묻는다. 마침 마을 주민 중 한 사람이 대무녀 히이님을 업어 모시고 달려오고, 히이님은 카야에게 정수가 담긴 호리병을 건네주어 아시타카의 상처에 뿌리게 한 뒤 멧돼지 앞에 서서 다음과 같은 제문을 외운다.
어디서 오셨는지는 모르지만 분노한 신이시여. 이렇게 머리 조아려 용서를 비옵니다. 이 땅에 무덤을 만들어 그대의 영혼을 모시겠사오니, 부디 원한을 잊어버리고 편히 쉬소서.
그러나 멧돼지는
汚らわしい人間どもめ 我が苦しみと憎しみを知るがいい...
더러운 인간들이여... 너희가 어찌 내 고통과 원한을 알겠느냐...
라는 유언을 남기고 살이 녹아내리며 뼈만 남긴 채 완전히 사망한다.

그날 밤 히이님은 사당에서 점괘의 결과를 알려준다.[4]
히이님: 예삿일이 아니로구나. 그 멧돼지는 머나먼 서쪽 나라에서 왔어. 상처로 인해 정신과 육체가 썩어들었지. 고통을 이기지 못해 달리는 사이에 원한이 뭉쳐 재앙신이 됐구나. 아시타카여.
아시타카: 네.
히이님: 사람에게 오른팔을 보여 주거라.
그러자 아시타카는 붕대를 풀고 사람들에게 검은 반점이 새겨진 오른 팔을 보여준다. 대무녀 히이님는 이제 운명을 따를 때가 된 것 같다고 입을 연다. 아시타카도 재앙신에게 활을 쏠 때부터 결심했다고 수긍한다. 그러자 히이님은 그 상처는 뼛속까지 파고들어 아시타카를 죽일거라며 경고한다.

아시타카를 구할 방법이 정녕 없냐는 문지기 할아범과, 아시타카는 마을과 여자들을 지킨 대가로 죽어야 하냐는 원로들의 걱정과 아우성에 히이님은 멧돼지 몸에 박혀 있던 검은 납덩이를 보여주며 말한다.
히이님: 운명은 누구도 바꿀 수 없는 법. 허나 운명을 기다리느냐, 운명에 맞서느냐는 택할 수 있지. 봐라. 이게 그 멧돼지 몸에 박혀 있던 거다. 아마 뼈가 부서지고, 창자가 뒤틀리는 끔찍한 고통을 받았을 게다. 아니면 그렇게 한을 품고 재앙신이 될 리가 없지. 서쪽에 불길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게 틀림없다. 거기로 가거라. 거기서 너의 진실한 눈으로 모든 걸 볼 수 있다면, 어쩌면 너한테 내린 처참한 저주가 풀릴지도 모르지.

아시타카는 이를 듣고 자신이 생각하고 정든 부족을 떠나기로 한다. 원로들은 모두 침통한 표정을 짓는데, 그도 그럴 것이 에미시들은 모두가 전란으로 그 세가 매우 약해진 상태인데다 차기 족장으로 예정된 아시타카마저 마을을 떠나면 앞으로 마을을 이끌어 갈 인재가 더욱이 줄어들기 때문.
(원판)
원로: 야마토와의 전쟁에 진 후로 이 곳에 터를 잡은 지 500년의 시간이 흘렀다. 지금은 야마토의 수장의 이빨도 무뎌지고 무사들도 독기가 빠졌지만,[5] 우리 일족은 이미 오래 전부터 쇠약해져 있었어.[6] 이런 상황에 부족장이 될 저 젊은이가 서쪽으로 가는 것은 운명일지도 모르지.
(더빙판)
원로: 야마토와의 전쟁에서 지고 이 땅에 들어와 숨어산지 어언 500년. 바야흐로 왕의 힘도 약해지고, 영주들도 하룻강아지에 불과하다더군. 허나 우리 부족도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어 버렸다. 하필 이런 때에 부족의 지도자가 될 사람이 서쪽 나라로 떠나야 하다니. 이것도 운명일지 모르지.

원로들의 걱정에도 아시타카는 담담히 상투를 자르고 사당을 나선다. 이때 히이님은 쓸쓸한 얼굴로 "계율에 따라 배웅하지 않으마. 부디 몸조심하거라."라고 말하며 아시타카에게 작별인사를 한다.

아시타카가 심야에 도롱이를 두르고 야쿠르를 탄 채 길을 나서는데 아시타카의 약혼녀인 카야가 그를 따라나온다. 배웅은 금지되어 있다며[7] 그녀를 말리는 그에게 카야는 흑요석 옥단검 목걸이를 전해준다. 그녀는 눈물을 머금고 아시타카를 생각하겠다고 말한다. 아시타카도 카야를 잊지 않겠다는 말을 하고 서쪽으로 떠난다.

4. 사슴신의 숲

부족을 떠난 아시타카와 야쿠르는 서쪽으로 향한다. 작은 마을에 다다르니 무사들이 마을 사람들을 위협하며 약탈을 벌이고 있었다.[8] 무사들이 아시타카를 보고 두목이라 생각하여 화살을 난사하는데, 침착하게 이를 피하던 아시타카는 여인을 습격하는 무사 한 명을 발견하고 활을 꺼내든다. 하지만 활 시위에 화살을 장전한 순간 갑자기 팔이 촉수가 올라오려는 듯 핏줄이 부풀어 올라 꿈틀대고, 갑작스러운 고통에 못 이기고 그대로 화살을 쏜 순간, 화살은 무시무시하게 빠른 속도로 날아가 무사의 검 손잡이에 꽂혀 나무에 박힌다. 어찌나 빠른 속도로 날아갔는지 무사의 두 팔도 검을 쥔 채로 뜯겨 나갔다. 아시타카의 팔이 멋대로 움직이는 이유를 생각할 틈도 없이 논 너머로 무사 두 명이 추격해오자 아시타카는 자기 방어를 위해 다시금 화살을 쏘고 이번에도 화살은 무사 중 한 명의 목을 날려버렸다. 이에 다른 무사는 화살 하나로 사람 목을 잘라버리는 아시타카를 멀리서 보고 목이 날아간 동료를 번갈아 보며 오니라 부르며 두려워한다.[9] 겨우 숲속으로 도망친 아시타카가 개울가에서 반점을 식히고 보니 반점이 점점 짙어지고 있었다.

이후 마을 장터에서 소동이 벌어졌다. 아시타카가 쌀을 사기 위해 사금을 내는데 사금인 줄 몰랐던 주인장이 돈이 없으면 쌀을 내놓으라고 화를 냈다. 난처한 상황에 놓인 아시타카를 구원한 사람은 식당에서 밥을 먹던 지코 스님. 지코는 아시타카가 가진 사금을 보고 "이것은 사금이란 매우 희귀한 것인데 아주 작은 덩어리 한 개가 쌀 1가마니, 아니 3가마니 분의 가치가 있어요."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쌀값은 자기가 대신 낼 테니 그 사금을 달라며 환전상을 찾는다. 그러자 주인장은 그 사금은 자기 꺼라며 지코 스님과 투닥거린다. 그 사이 아시타카는 장터를 나서고, 계속 길을 떠나려는 아시타카를 지코 스님이 따라오면서 "아까 시골 무사들에게 쫓기고 있었는데 젊은이 덕에 살았다"며 감사인사를 건넨다. 다만 지코는 여행자 신분인 아시타카가 마을 한복판에서 사금을 꺼낸 일로 몇몇 마을 사람들이 사금을 노리고서 미행하고 있다는 걸 알려주면서 먹고 살기 힘들어서 세상이 야박해졌다고 한탄하고, 어쨌든 일단은 살고 봐야했기에 둘은 곧바로 마을을 떠난다.

그 날 밤, 폐허가 된 마을 근처에서 지코는 냄비에 된장을 풀고 쌀죽을 만들어 저녁을 대접하며, 아시타카의 출신인 에미시의 얘기를 한다.
지코: 오호, 멧돼지가 재앙신이 됐다?
아시타카: 멧돼지 발자국을 따라 왔는데. 마을로 내려온 순간 갑자기 사라졌어요.
지코: 그거야 당연하지. 저길 보시게. 지난번에 왔을 땐 작긴 하지만 여기에도 마을이 있었지. 홍순지 산사탠지는 모르지마는, 아무튼 많은 사람들이 죽었을 게야. (가방 속에서 된장을 꺼내 한숟가락 퍼서 섞으며) 전쟁통에 죽고, 병들어 죽고, 굶어죽고, 가슴에 한을 품고 구천을 헤매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세상에 태어난 것 자체가 재앙이라니까. 후, 후, 후. (쌀죽을 맛을 보며) 음... 괜찮군.
아시타카: 괜히 마을로 내려온 것 같아요. 두 사람이나 죽였으니.[10]
지코: 허나 자네 덕분에 난 살았잖나. 그릇을 주시게. 일단 배를 채워야지. 사람은 어차피 죽어. 빠르냐, 늦느냐 뿐이지. 오, 멋진 그릇이군. 젊은이를 보니, 옛날 책에서 본 고대 부족이 생각나는군. 동쪽 끝에는 붉은 사슴을 타고, 돌화살을 사용하는 에미시라는 용맹한 부족이 있다고 하던데. (지코가 쌀죽을 먹는다.) 중요한 건 죽음에 먹히지 않는 거야. 우리 사부님께서 입버릇처럼 그러셨지. 자, 자네 쌀이니 많이 드시게.
아시타카는 지코에게 납덩이를 보여준다.
아시타카: 스님, 혹시 이런 걸 보신 적이 없으신가요?
지코: (계속해서 실실 웃던 표정이던 지코의 표정이 진지해진다. 납덩이를 젓가락으로 집어들며) 뭔가?
아시타카: 재앙신의 몸에 박혀 있던 거예요. 결국 그것 때문에 거대한 멧돼지가 죽어 버렸죠.
(지코가 아시타카에게 납덩이를 돌려주고 다시 죽을 먹는다.)
지코: 여기서 서쪽으로 한참을 가다 보면, 깊고 깊은 산 속에 인간이 가까이 갈 수 없는 숲이 있다네. 사슴신의 숲이지.
아시타카: 사슴신의 숲이요?
지코: 거기에 사는 짐승들이 모두 태곳적의 모습을 하고 있다더군.
납덩이를 젓가락으로 집어든 지코의 눈빛이 침착해지고, 지코는 시시가미(사슴신)의 숲의 이야기를 해준다.
새벽이 되자, 아시타카는 지코에게 인사를 하고 길을 떠난다. 이에 지코는 "역시 가는군."이라고 말하며 잠이 든다.

비슷한 시각. 새벽 무렵의 비가 내려 강물이 범람해진 산기슭에서 에보시 고젠과 호위인 곤자, 소몰이꾼 남성들이 외부에서 가득 사온 쌀과 생필품을 싣고 민둥산 비탈을 조심스레 오르고 있었다. 그 때 들개 두마리와 이상한 탈과 털가죽을 두른 사람이 그들을 습격한다. 이시비야 부대가 이들을 몰아내고 곤자는 기뻐한다. 그러나 에보시는 방심하지 않았다.
에보시: 저건 새끼들이야.... 어미는 어딨지?

경계를 늦추지 않는 소몰이꾼들. 그 때, 아름다운 은빛 털에 꼬리 두개 달린 암컷 들개 모로가 나타나 소몰이꾼들을 공격한다. 모로는 소몰이꾼 몇몇을 떨어뜨리는 데 성공하지만 목덜미에 에보시의 총을 맞고 만다. 그리고 이어서 곤자의 화염방사를 맞고 절벽으로 떨어진다.

곤자는 해치웠다며 기뻐하지만, 여전히 긴장을 늦추지 않는 에보시는 "놈은 불사신이야. 저 정도로 죽지 않아." 라고 말하며 남은 소몰이꾼들을 이끌고 서둘러 산을 오른다.

날이 밝았다. 아시타카는 숲을 가로질러 가던 중 폭포에서 소와 생필품들이 떠내려가는 것을 목격하고 그 중 아직 숨이 붙은 부상자 두명을 발견하고 구출한다. 그러나 이때, 야쿠르가 낌새를 느낀다. 아시타카가 통나무에서 숨어 지켜보는데 쓰러진 모로가 있었다. 모로의 주위로 들개 두 마리와 탈을 쓴 소녀가 온다. 소녀는 모로의 총상에 피를 빠는데 모로가 으르렁거리며 아시타카를 바라보며 경계를 표하자, 소녀도 그를 눈치챈다. 그리고 피를 닦고 아시타카를 노려본다. 이에 아시타카는 일어서서 모습을 드러내며 "내 이름은 아시타카. 머나먼 동쪽 끝에서 왔다. 그대들이 사슴신의 숲에 산다는 태곳적 신들인가?"라고 묻는다. 소녀와 들개들, 모로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바라만본다. 마침내 소녀는 아시타카에게 "꺼져!"라고 말하며 모로와 들개들과 함께 자리를 뜬다. 그리고 들개는 소 한마리를 물고 간다. 그런데 비명소리가 들리고 보아하니 부상자 중 한명인 고로쿠가 겁에 질려 있었다. 알고보니 그의 앞에 코다마가 있었던 것.
고로쿠: 이놈들이 사슴신을 불러요.
아시타카: 사슴신? 커다란 들개 말인가요?
고로쿠: 아니요. 무지무지 크고 무시무시한 괴물들의 두목이에요!
아시타카는 고로쿠와 다른 부상자를 달랜 뒤 침착하고 온화한 얼굴로 숲을 나가려는데 길을 안내해달라고 부탁하자 코다마들이 그들에게 안내하듯이 줄줄이 몰려든다. 잠시 뒤 아시타카가 목격한 것은 고목이 우거진 호수 전경이었다. 이들은 호수 근처에서 머물기로 한다. 환자가 마실 물을 긷던 중 아시타카가 아주 이상한 걸 발견한다. 들개들과 소녀의 발자국[11]에 이어 나비들이 모인 곳에 발가락이 세개 달린 이상한 발자국이 있었다.[12] 근처에 누군가가 있었던 것.
파일:사슴신 그림자.png
아시타카가 먼 곳을 바라보니 주변은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었고 사슴들 무리가 지나가고 있었다. 그들 중 한 마리의 그림자가 아시타카를 바라보았다. 머리엔 난 뿔이 나무 꼭대기처럼 생긴 예사롭지 않은 사슴이었다. 그러다가 아시타카의 오른팔이 꿈틀대자 아시타카는 호숫물에 팔을 담그고 이를 억누르려 했다. 사슴은 자리를 뜨고 황금빛 기운도 사라졌다. 환자에게 물을 먹이면서 고로쿠에게 혹시 뭔가 보지 않았냐고 묻지만, 고로쿠는 보지 못했는지 의아해한다. 다시 그 자리를 바라보니 사슴은 없었다. 아시타카 일행이 다시 길을 떠나는데 갑자기 이번에는 몸이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고로쿠도 팔이 완화되는 듯했으나 무리하게 움직인 탓인지 갑자기 또다시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5. 제철소(타타라 마을)

아시타카와 고로쿠, 부상자는 사슴신의 숲을 가로질러 타타라 마을에 도착한다. 사철을 녹여서 철을 만드는 제철소 타타라 마을은 성처럼 생겼다. 고로쿠가 나타나자, 그 소식을 듣고 곤자, 토키를 비롯한 사람들이 모여온다. 토키가 팔을 다친 남편 고로쿠와 이를 보고 기막혀하는 곤자에게 부상자를 방관했다고 갈구다가 아시타카의 외모에 반하여 말을 건다. 이때 지도자 에보시가 나타난다. 에보시는 고로쿠에게 사과하고 아시타카를 맞이한다.

그날 밤 아시타카는 부상자들을 구해온 은인으로 추앙받으며 환영을 받고, 마을 사람들과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문 앞에서 아시타카의 외모에 반한 여자들이 모여든다. 마을 사람들과 소몰이꾼 대장은 에보시가 산의 옛주인인 나고신을 쓰러뜨린 이야기를 들려준다.

파일:모노노케 히메.나고.본모습-2.png
소몰이꾼 대장의 말에 따르면 나고신은 한 때 타타라 마을 내 산의 주인이었으나, 인간들이 사철을 캐기 위해[13] 나무를 베자 이를 막기 위해 인간들을 공격하였다. 그러나 에보시의 이시비야 부대에게 당해 상처를 입고 도망치고 모습을 감추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에미시를 습격한 재앙신의 진짜 정체는 신령인 나고였다. 아시타카는 나고의 분노를 생각하며 팔을 억누른다.

저녁을 먹고 아시타카는 에보시와 대면한다.
에보시 : 아시타카랬지? 많이 기다렸나? 좋은 철이군. 여기 내일 보낼 물건이 있어서 말이야. 잠시 쉬지. 사람들에게 그렇게 말해. 자네를 의심하는 자가 많더군. 무사들이 보낸 첩자라고 말이야. 이 마을을 노리는 자들이 제법 많거든. 여행하는 이유를 알려 주겠나?
(아시타카가 반점을 드러내고 납덩이를 보여준다.)
아시타카: 이거, 기억나시겠죠?
(곤자와 에보시가 놀란다.)
아시타카: 거대한 멧돼지 신의 뼈를 부수고, 몸을 썩게 만들어 재앙신으로 만든 거에요. 이 상처는 그 멧돼지 신의 숨통을 끊을 때 생긴 거죠. 죽음의 저주예요.
에보시: 어디서 왔지? 많이 보던 사슴인데.
아시타카: 동쪽과 북쪽 사이에요. 더는 말할 수 없어요.
곤자: 이 녀석이 죽으려고 환장했나! 솔직히 말해라!
에보시: 그것의 비밀을 알아서 뭘 하려고 그러나?
아시타카: 진실한 눈으로 확인하겠어요. 반드시.
에보시: 진실한 눈이라? 하하하하하하! 알겠다. 내 비밀을 보여 주지. 따라와라.

그녀와의 대화 후 에보시는 그를 데리고 제철소를 지나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다.
그 안에서 그가 본 것은 나병환자들이 화승총을 만드는 모습이었다. 에보시는 나병환자들을 돌보는 동시에 화승총을 만드는 중요 직책을 맡기고 있었다. 명나라의 이시비야는 너무 무거워서 사용하기 힘들기에 새로운 화승총을 고안하여 만들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에보시는 이 화승총을 여자들에게 나누어 줄 예정이며, 이 화승총이면 괴물이나 무사들은 단번에 쓰러뜨릴수 있다고 말한다.
아시타카: 당신은 멧돼지 신의 숲을 빼앗고 재앙신으로 만든 것도 모자라, 그 화승총으로 새로운 원한과 저주를 만들어 내려는 건가요?!
에보시: 너한테는 미안하게 됐다. 그건 분명히 내가 쏜 총알이다. 멍청한 멧돼지. 저주할 거면 날 저주할 것이지.
납덩이는 에보시가 쏜 총알이었다. 에보시의 진실과 목적을 안 아시타카는 분노하여 항의하지만 그녀의 차가운 사과와 나고신을 조롱하는 모습에 나고의 원혼이 분노하여 아시타카의 팔을 멋대로 움직이게 만들어 검을 뽑아들려고 하자, 아시타카가 이를 막는다.

그 때, 모습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붕대에 둘러싸여 투병중이던 나병 환자 노인은 아시타카에게 본인도 저주를 받았다며 아시타카의 고통과 원한을 이해하지만 에보시는 자신들을 인간답게 대해준 유일한 분이라며 죽이지 말아달라 간청한다.

에보시는 새 화승총을 시험해보기 위해 산등성이 쪽으로 총을 쏜다. 그러자 민둥산에서 나무를 심던 성성이들이 포탄에 놀라 뿔뿔이 흩어진다.

에보시는 신들이 없어지면 숲에 빛이 들고 원령공주도 인간이 될거라 말한다. 아시타카가 의아해하자 에보시는 원령공주를 들개에게 영혼을 뺏긴 불쌍한 계집애로 자신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고 설명한다. 즉, 아시타카가 낮에 숲에서 만난 소녀가 원령공주였다.

아시타카는 에보시와의 대화를 통해 에보시가 자연과 신에 맞서는 한편, 나병환자들을 돌보며 보살피고, 팔려나온 여성들을 거두어 타타라 마을을 만든 지도자임을 알게 된다.

아시타카는 에보시와의 대화를 마치고 여인들이 모여 작업중인 제철소에 들어가 작업을 돕는다. 아시타카가 풀무질을 할 때 어찌나 힘을 주던지 널판이 힘차게 움직이고 여자들도 신나서 춤을 춘다. 먼 곳에서 원령공주와 들개가 마을을 습격할 준비를 한다. 만나야 할 사람이 있다며 떠나려는 아시타카는 들개와 원령공주의 기척을 느낀다.

원령공주는 마을 내부로 잠입하고, 지붕으로 올라선다. 원령공주가 뛰어들자 여자들이 이시비야를 쏴서 원령공주를 떨어뜨리고 다시 발포하자 탈이 부서지고 원령공주는 쓰러진다.

아시타카가 원령공주를 흔들어 깨우자, 원령공주는 아시타카에게 단검을 휘두르고[14] 에보시에게 달려가 에보시와 대결을 벌인다.
(원판)
에보시: 뭐하는 짓이냐, 아시타카?
아시타카: 이 소녀의 목숨은 제게 맡겨 주십시오.
에보시: 이 들개를 아내로 맞이하려는게냐?
아시타카: 그대의 내면에는 요괴가 있습니다. 이 소녀도 마찬가지고요.
(산이 아시타카의 팔을 물어뜯자 재앙신의 촉수들이 팔에서 솟아오른다.)
아시타카: 모두 보세요! 이것이 내 몸에 붙어있는 원한과 증오의 모습입니다! 육신을 썩게 만들고 죽음을 부르는 저주라고요! 더이상 증오에 휩싸이지 마십시오!
에보시: 고작 상처 하나 가지고 입을 놀리다니. 그 오른팔, 내가 잘라 주겠다!
(더빙판)
에보시: 아시타카, 무슨 짓이냐?
아시타카: 이 소녀의 목숨은 제게 맡겨 주세요.
에보시: 들개를 아내로 맞이할 셈이냐?
아시타카: 당신한테는 악귀가 있어요. 이 소녀도 마찬가지고요.
(산이 아시타카의 팔을 물어뜯자 재앙신의 촉수들이 팔에서 솟아오른다.)
아시타카: 똑똑히 보시오! 이게 내 몸에 달라붙어 있는 원한과 증오의 모습이오! 육체를 썩게 만들고 죽음을 부르는 저주입니다. 더이상 증오에 휩싸이지 마시오!
에보시: 그깟 상처 가지고 잘난 척하기는. 그 팔은 내가 잘라 주지!

증오를 불태우며 싸우는 두사람의 모습을 본 아시타카는 팔에 걸린 저주의 힘을 발현하며 나아간다. 곤자가 이를 보고 원령과 한패라며 장검을 겨누지만 그는 비켜달라며 장검을 구부러뜨린다. 그는 에보시와 원령공주의 싸움을 말리고 둘을 기절시킨 뒤 에보시를 마을 사람들에게 인계하고 원령공주를 어깨에 진 채 마을을 떠나려 한다.

그러나 들개에게 남편을 잃은 여성 키요가 화승총을 겨누지만 아시타카는 그대로 발걸음을 옮기고, 뒤에 있던 동료가 그만두라는 말에 놀라 화승총이 실수로 격발되어[15] 아시타카는 관통상을 입는다.

피를 계속 흘리면서 마을의 문까지 걸음을 옮긴 아시타카는 마을사람들의 만류를 "나는 내 발로 왔으니 갈 때도 내 발로 가겠다"라며 뿌리치고 열 명이 달라붙어야 겨우 열리는 마을의 나무문을 혼자 열고는 기다리고 있던 들개들과 떠난다.

6. 데다라신(데이다라봇치)

타타라 마을을 나온 아시타카는 원령공주를 야쿠르에 태우고 달려가다가 과다출혈로 쓰러진다. 들개 한 마리가 아시타카의 머리를 물자 원령공주 산이 아시타카는 자기 것이라며 제지한다.
(원판)
산: 네놈, 총에 맞았지? 죽을 거야? 왜 나를 가로막은 거야? 죽기 전에 대답해!
아시타카: 당신이 죽는 게 싫었으니까.
산: 죽는 건 두렵지 않아! 인간만 쫓아낼 수 있다면 죽어도 좋아!
아시타카: 알고 있었어. 처음 만났을 때부터.
산: 괜히 끼어들었다가 개죽음 당하는 건 너잖아! 목구멍을 찢어서 다시는 헛소리하지 못하게 해 주겠어!
아시타카: 살아라.
산: 아직도 그 소리야? 인간의 말은 듣지않아!
아시타카: 그대는 아름답다...
(더빙판)
산: 총에 맞았나 봐. 죽었나?[16] 왜 나를 가로막은 거야? 죽기 전에 대답해!
아시타카: 네가 죽는 게 싫었어.
산: 죽는 건 두렵지 않아! 인간만 쫓아낼 수 있다면 죽어도 좋아!
아시타카: 알고 있었어. 처음 만났을 때부터.
산: 괜히 끼어들었다가 개죽음 당하는 건 너잖아! 목구멍을 찢어서 다시는 헛소리하지 못하게 해 주겠어!
아시타카: 죽지 마.
산: 집어치워! 인간의 말은 안 들어!
아시타카: 넌 아름다워...

그리고 왜 자기를 막았냐며 추궁한다. 이에 아시타카는 네가 죽는 게 싫었다고 말한다. 산은 인간만 몰아낼 수 있다면 죽어도 상관 없다고 반박한다. 그리고 처음 만났을 때부터 알고 있었다는 말에 더욱 화를 내며 아시타카의 검을 그의 목에 겨눈다.

그런 산을 보고 아시타카는 "살아라, 그대는 아름답다."라고 말하고 눈을 감는다. 이에 산은 소스라치게 놀라 뒷걸음치고 들개 한마리가 "산, 왜 그래? 내가 물어뜯을까?"라고 묻는다.

그 때 멀리서 아시타카를 향해 나뭇가지가 날아왔다. 나뭇가지를 던진 것은 성성이였다. 숲의 현자라 불리우는 성성이들은 산과 들개들에게 아시타카를 넘기고 사라지라며 아우성을 친다. 인간을 몰아내기 위해 인간을 먹고 인간의 힘을 얻으려는 성성이들에게 인간을 먹어도 인간의 힘을 얻지 못하고 너희들의 피만 더러워질 뿐이라며 충고하는 산. 이어서 나무를 심어도 인간이 베어버렸다며 아우성치는 성성이들을 산이 사슴신이 있고 우리 일족도 싸울 거라고 달래지만, 이에 돌아온 것은 "사슴신은 싸우지 않는다. 숲은 죽었다. 들개 공주는 죽지 않는다. 인간이니까."라는 성성이의 비웃음뿐이었다. 자연의 편에 서도 본인의 태생은 자연과 대립 중인 '인간'이라는 것을 들먹이는 것에 산은 충격을 받고, 들개들은 분노하여 성성이들을 공격하자 성성이들이 도망친다. 산은 들개들을 말리고 아시타카는 자신이 처리할 테니 먼저 돌아가라고 말한다. 들개들이 야쿠르를 보며 먹어도 되냐고 묻자 산은 "먹으면 안돼. 자, 어서 가."라며 보낸다. 들개들을 보낸 산은 야쿠르를 향해 "이리 와. 화해하자. 네 주인을 옮길 건데 도와줄 거지?"라고 말했다. 야쿠르는 그제야 산에게 다가가고 산은 아시타카를 부축한다.

산은 아시타카와 야쿠르를 이끌고 커다란 연못이 있는 섬까지 가서 그를 눕히고, 그 머리맡에 나뭇가지를 잘라 꽂아둔다. 산은 야쿠르의 고삐를 풀어주고 "가고 싶은 데 가서 마음껏 살아."라고 말하며 자리를 뜬다. 그러나 야쿠르는 끝까지 주인을 지키기 위해 연못에 남는다. 산이 자리를 뜨자 코다마들이 나무 꼭대기로 모여들며 누군가를 맞이한다. 고요한 밤하늘을 등지고 별처럼 반짝이는 젤리처럼 푸르고 당초 문양이 새겨진 투명한 몸에, 등에 산호가 자란 사슴 머리를 한 인간 형상 데이다라봇치가 오고 있었다.

이때 곰 가죽을 뒤집어 쓴 채 잠에서 깨어난 지코 스님이 데이다라봇치를 발견한다. 조정의 명령에 따라 사슴신을 퇴치하려 한 것.[17]

사슴신의 밤의 모습인 데이다라봇치가 낮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 숲에 난 구멍 속으로 몸을 숙이자 센 바람이 불어온다. 이에 코다마들이 휘날리고 바람은 섬 바닥까지 불어온다.
야쿠르는 여전히 아시타카를 지키고 있었다. 이윽고 야쿠르가 보는 앞에서 아시타카 쪽으로 낮에 아시타카가 보았던 사슴이 걸어온다. 그 사슴은 다른 사슴들과 다르게 줄무늬가 있는 미소짓는 듯한 인간의 얼굴에 꼬리가 길고 털이 덥수룩하며 새와 비슷한 발을 하고 머리에 난 뿔은 나무 꼭대기에 뻗친 나뭇가지의 모양을 하고 있는 사슴신이었다. 사슴신이 산이 머리맡에 꽂아둔 나뭇가지를 보더니 그 생명을 빨아들이자 나뭇가지는 시들어버린다.

7. 모로와 옷코토누시

숲에 낮이 밝아 오고 지코 일당은 가파른 절벽을 내려가 풀숲에 설치한 참호로 몸을 숨긴다. 그들이 목격한 것은 시끄럽게 울부짓는 제비들과 까마귀 무리 속의 한 무리의 멧돼지들로 모두 이름 있는 산신들이었다.
파일:모노노케 히메.옷코토누시.고화질.png
옷코토누시
(원판)
지코: 엄청난 숫자로구먼.
지바시리: 저것들은 이 숲에 사는 멧돼지가 아니에요. 전부 이름있는 산의 신들입니다. 앗! 친제이의 옷코토누시다!
지코: 친제이? 바다를 건너 왔단 말인가?
지바시리: 틀림없습니다, 저 네 개의 어금니. 일족을 전부 이끌고 온 모양입니다.
(옷코토누시가 지코 일당을 발견한다.)
지코: 이런, 들켰다! 후퇴다. 서둘러!
(더빙판)
지코: 완전 떼거지로 몰려있군.
지바시리: 여기 사는 놈들이 아니에요. 모두 이름 있는 산의 주인들이죠. 앗! 친제이의 옷코토누시닷!
지코: 친제이? 바다를 건너 왔단 말이야?
지바시리: 틀림없어요, 저 네 개의 송곳니. 일족을 모두 데려왔어요.
(옷코토누시가 지코 일당을 발견한다.)
지코: 헉, 들켰다! 어서 철수하자!


그리고 바위 꼭대기에 올라온 것은 그들의 우두머리인 네 개의 엄니를 지닌 흰 멧돼지 옷코토누시였다. 이 멧돼지 일족은 진제이(鎭西, 지금의 규슈)에서 바다를 건너 이곳으로 온 것이었다. 옷코토누시가 갑자기 아래를 보고 지코 일당을 발견한 뒤 울부짖자 다른 멧돼지들도 울부짖는다. 지코 일당은 개울을 건너 산을 내려온다.
파일:꿈 속의 사슴신.png
아시타카를 치료해주는 사슴신
아시타카는 황금빛 물방울이 떨어지는 어두운 물 속에 잠겨 있었고 총상에는 생명이 피처럼 흐르고 있었다. 이윽고 어제 낮에 봤던 사슴신의 모습이 아른거리더니 데이다라봇치처럼 투명하고 황금빛을 내는 사슴신이 아시타카에게 다가와[18] 입맞춤으로 피를 멎게 해준다.

이슬이 떨어지자 꿈에서 깬 아시타카는 눈을 뜬다. 아시타카는 사슴신의 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호숫가에 누워있었다. 아시타카의 총상은 사라졌지만 저주의 반점은 전보다 더 짙어져 있었다.
산이 말린 고기를 들고 아시타카 앞에 나타난다. 그리고 "야쿠르에게 고맙다고 말해. 널 지켜보고 있었어."라고 말한다.
아시타카가 어떻게 야쿠르의 이름을 아냐고 묻자 야쿠르가 고향의 숲과 너에 대해서 말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사슴신이 살려주셨으니 돕겠다고 말한다. 황금빛 사슴이 나오는 꿈을 꿨다고 말하는 아시타카에게 말린 고기를 먹인다.
그러나 아시타카가 몸이 약해진 탓에 고기를 씹지 못하자 산은 그것을 직접 씹어서 아시타카 입에 넣어준다. 아시타카는 사슴신에 대한 한탄 섞인 마음과 자신을 챙겨주는 산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눈물을 흘린다. 산은 머뭇거리지만 계속 아시타카에게 고기를 먹인다.

그때, 수풀 사이에서 모로와 들개신들이 나타난다. 모로는 무언가가 오고 있다는 직감으로 숲 저편을 바라본다. 직후 멧돼지 신들이 모로와 대면한다.
{{{#!folding 원판[ 펼치기 · 접기 ]
われらは人間を殺し森守るために来た。なぜここに人間がいる
멧돼지 신 대표: 우리는 인간을 죽이고 숲을 지키기 위해 왔다. 어째서 여기에 인간이 있는가?

私の娘だ。人間などどこにでもいる。自分の山に戻りそこで殺せばいい
모로: (이 아이는) 내 딸이다. 인간이라면 어디에나 있다. 각자의 산에 돌아가서 죽이면 되지 않는가.

シシ神の森を守るために殺すのだ。なぜ人間がここにいる
멧돼지 신 대표: 사슴신의 숲을 지키기 위해서 죽이는 것이다. 왜 인간이 여기 있느냐?

この人間の傷をシシ神さまがいやした。 だから殺さずにかえす。
산: 이 인간의 상처를 사슴신께서 고쳐 주었어. 그러니 죽이지 않고 돌려보낸다.

シシ神が人間を助けた? シシ神が人間を癒しただと? なぜ名護の守を助けなかったのだ。シシ神は森の守り神ではないのか
멧돼지 신 대표: 사슴신께서 인간을 도왔다고? 사슴신께서 인간을 치유하셨다고? 왜 나고 대장을 돕지 않으신 것인가. 사슴신은 숲을 지키는 신이 아닌가!

シシ神は命を与えもし、奪いもする。そんなことも忘れてしまったのか、猪ども
모로: 사슴신께서는 생명을 주시기도 하고 빼앗으시기도 하신다네. 너희 멧돼지들은 그것조차 잊어버린 건가.

ちがう。 山犬がシシ神をひとりじめしてるからだ。 ナゴを助けず裏切ったからだ!
멧돼지 신 대표: 아니다. 들개가 사슴신을 독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고를 돕지 않고 배신했기 때문이다!

きやつは死をおそれたのだ。 いまのわたしのように。私の体にも人間の毒つぶてが入っている。ナゴは逃げ、私は逃げずに自分の死を見つめている。
모로: 그 녀석은 죽음을 두려워했다. 지금의 나처럼 말이야. 내 몸에도 인간의 독덩어리가 박혀 있다. 나고는 도망쳤지만, 나는 도망치지 않고 죽음을 기다리고 있지.

モロ だからシシ神さまに…
산: 모로, 그러니까 어서 사슴신께...

サン! わたしはすでにじゅうぶんに生きた。 シシ神は傷をなおさず生命をすいとるだろう。
모로: 산! 나는 이미 충분히 살았다. 사슴신께서는 상처를 고치시지 않고 생명을 빨아들이실 게야.

そんなはずはない!母さんはシシ神さまを守ってきた
산: 그럴 리 없어! 엄마는 사슴신을 지켜 왔잖아.

だまされぬぞ! ナゴは美しく強い兄弟だ! 逃げるはずがない。山犬どもが喰ったんだ! 喰っちまったんだ!
멧돼지 신 대표: 우릴 속이지 마라! 나고는 아름답고 강한 형제다! 도망갔을 리 없어. 들개들이 잡아먹은 거다! 잡아먹은 거다!

黙れ。母さんを馬鹿にすると許さんぞ
산: 입 닥쳐. 엄마를 모욕하면 용서하지 않을 거야.

荒ぶる山の神々よ、聞いてくれ。名護の守に止めをさしたのは私だ 村を襲ったタタリ神を私はやむなく殺した。大きな猪神だった。これが証だ あるいはこの呪いをシシ神がといてくれぬかとこの地へ来た。だがシシ神は傷は癒しても痣は消してくれなかった。呪いがわが身を食い尽くすまで、苦しみ生きろと
아시타카: 사나운 산신들이여, 내 말을 들으시오. 나고 대장을 죽인 것은 나요. 마을을 습격한 재앙신을 어쩔 수 없이 죽여야 했소. 커다란 멧돼지 신이었지. 이것이 증거요. (아시타카가 저주로 인해 생긴 흉터를 보여주자 산이 놀라고 모로가 노려본다.) 어쩌면 이 저주를 사슴신이 풀어주지 않을까 하여 이곳에 왔소. 그러나 사슴신은 상처는 치료해 주었지만 저주는 없애주지 않았소. 저주가 내 몸을 집어삼킬 때까지 고통스럽게 살라고 말이오.}}}

{{{#!folding 더빙판[ 펼치기 · 접기 ]
멧돼지 신 대표: 우린 인간을 죽이고 숲을 지키기 위해 왔다. 왜 인간이 여기 있느냐?

모로: 내 딸이다. 인간들은 어디에도 있다. 네 산으로 돌아가 거기서 인간을 죽여라.

멧돼지 신 대표: 사슴신의 숲을 지키기 위해 죽이는 거다! 왜 인간이 여기 있느냐?

산: 사슴신이 이 인간을 치료해줬어. 그래서 살려주는 것 뿐이야.

멧돼지 신 대표: 사슴신이 인간을 치료해줬다고!? 사슴신이 인간을 살려줬단 말이냐? 그런데 왜 나고신은 살려주지 않았지? (멧돼지들이 아우성 치기 시작한다.) 사슴신은 숲의 수호신이 아니었나?

모로: 사슴신은 생명을 주기도 하지만 빼앗기도 하지. 어리석은 멧돼지들은 그런 사실조차 잊어버린게야.

멧돼지 신 대표: 천만에! 들개들이 사슴신을 독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고를 구하지 않고 배신했기 때문이다!

모로: 그 녀석은 죽음을 두려워했지. 지금의 나처럼 말이야. 내 몸에도 인간의 독이 묻은 총알이 박혀있다. 나고는 도망쳤지만 나는 도망치지 않고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산: 모로, 어서 사슴신한테...

모로: 괜찮다. 난 이미 살 만큼 살았으나까 사슴신은 상처를 놔두고 생명을 빨아들일 거야.

산: 그럴리가 없어! 엄마는 사슴신을 지켜왔잖아!

멧돼지 신 대표: 감히 누굴 속이려고! 나고는 누구보다 강하다! 도망갈 리가 없다! 들개들이 먹었을거다! 그리고 우리를 속이는 거다!

산: 닥쳐! 우리 엄마를 모욕하지 마!

아시타카: 흥분한 신들이여, 내 말을 들어줘. 나고신의 마지막 숨통을 끊은 건 나야. 우리 마을을 습격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죽여야 했어. 거대한 멧돼지 신이였지. 이게 증거야.(아시타카가 반점을 보여주자 산이 놀라고 모로가 노려본다.) 사슴신을 만나면 내 저주를 풀어줄 거라고 생각했고 여기에 왔어. 하지만, 사슴신은 상처만 치료하고, 흉터는 없애지 않았더군. 저주가 내 몸을 갉아먹을 때까지 고통에 휩싸여 살라고.}}}


잠시 후, 옷코토누시가 모습을 드러내자 모로는 "옷코토누시로구만. 이제 말이 좀 통하겠어."라며 반가워한다. 산은 옷코토누시가 아시타카를 잡아먹으려 하는 줄 알고 걱정하지만 옷코토누시는 산을 보고[19] "오호, 모로의 딸이로구나. 소문 많이 들었다. 비켜 주겠느냐? 먹지는 않으마."라고 안심시킨다.

아시타카는 "들개 공주... 내 걱정은 말아요. 나고신의 최후를 전해 주고 싶어요." 라고 말한 뒤 옷코토누시의 코에 손을 갖다댄다.[20] 모두가 숨을 죽이고 지켜본 가운데, 옷코토누시는 "젊은이여, 알려주어서 정말 고맙네. 안타까운 일이로구먼... 우리 일족에서 재앙신이 나오다니..."이라고 가슴 아파하고 멧돼지들도 이제야 깨달은 듯이 침울해한다. 그리고 아시타카가 이 저주를 없앨 수 있는 방법이 없냐고 묻자 옷코토누시는 "숲을 떠나도록 하게. 만약 다음에 다시 만나면 그때는 자넬 죽여야 할지도 모르겠구먼..."이라며 말끝을 흐린다.
파일:답답하군.png 파일:모로, 우리 일족을 봐라.png
인간과의 전면전을 두고 언쟁을 벌이는 모로와 옷코토누시
(원판)
乙事主よ、数だけでは、人間の石火矢には、勝てぬぞ。
모로: 옷코토누시여, 숫자만으로는 인간의 총을 이길 수 없다.
モロ、わしの一族を見ろ。みんな小さくバカになりつつある。このままではわしらはただの肉として人間に狩られるようになるだろう
옷코토누시: 모로, 내 일족을 봐라. 모두 작고 멍청해져가고 있다. 이대로는 우리는 그저 고깃덩어리가 되어 인간에게 사냥당하게 될 게다.
気にいらぬ。一度にけりをつけようなどと、人間どもの思う壺だ
모로: 시답잖은 소리. 단번에 결판을 내자는 것이 인간들의 속셈이다.
山犬の力を借りようとは思わぬ。たとえわが一族ことごとく滅ぶとも、人間に思い知らせてやる
옷코토누시: 들개의 힘을 빌릴 생각은 없다. 설령 우리 일족이 모조리 멸할지라도, 인간들에게 본때를 보여줄 것이다.
(더빙판)
모로: 옷코토누시, 아무리 수가 많아도 인간의 총을 당해낼 순 없어.
옷코토누시: 모로, 우리 일족을 봐라. 점점 더 작고 멍청해지지 않느냐. 이대로 있으면 우리는 고깃덩어리로 변한다. 인간의 사냥감으로 전락할 뿐이야.
모로: 답답하군, 끝장을 보려고 하는 그놈의 성질 좀 고칠 수는 없나?
옷코토누시: 들개들의 힘을 빌릴 생각은 없다. 우린 인간에게 본때를 보여 주겠다. 우리 일족이 모조리 쓰러진다 해도.

모로는 인간과의 전면전을 강행하려는 옷코토누시를 만류하지만 옷코토누시는 "모로, 내 일족을 봐라. 모두 작고 멍청해져가고 있다. 이대로는 우리는 그저 고깃덩어리가 되어 인간에게 사냥당하게 될 게다."라고 반박한다.[21] 모로는 "단번에 결판을 내자는 것이 인간들의 속셈이다"라고 경고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옷코토누시는, "들개의 힘을 빌릴 생각은 없다. 설령 우리 일족이 모조리 멸할지라도, 인간들에게 본때를 보여줄 것이다."라고 엄포한다. 옷코토누시의 말이 끝나자마자 멧돼지들은 물러간다. 이때 산이 호수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멀리서 사슴신이 보였다. 사슴신은 물을 마시다가 산 쪽으로 미소를 보이더니 물 위를 걸으며 사라진다.

8. 산과 아시타카

한편, 에보시는 아사노 병사들과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멀리서 이를 지켜본 지코는 부하들에게 매복하라고 전한 뒤, 에보시에게 접근하여 조정에서 빨리 사슴신을 제거하라고 독촉하고 있다고 말한다. 아사노가 철의 절반을 강탈하기 위해 무사들을 끌어들였다고 말하는 에보시에게 지코는 멧돼지신들이 모여 있고 시골무사랑 놀때가 아니라고 말한다.

아사노 국의 사자가 요구 사항을 알리지만 에보시를 중심으로 한 타타라 여성들은 총탄을 날리는 것으로 화답한다.
(더빙판)
지코: 이야~ 그 여자들 강심장이네! 웬만한 남자는 찍소리도 못하겠는걸. 이러다 여기가 여인 천하가 되는 게 아닌가 몰라.
에보시: 이런 종이 쪽지는 어디에다 쓰려고?
지코: 여기저기서 사람 끌어모을땐 효과가 있거든. 아무리 짐승이라도 신을 죽이는 거잖아.
여인1: 네, 에보시님?
에보시: 여기 뭐라고 쓰여 있는지 읽을 수 있나? 조정에서 온 거다.
여인1: 조정이요?
여인2: 그게 뭔데요?
에보시: 황실 말이다.
여인들: 황실이요?
지코: 하하하, 글을 모르면 말짱 꽝이지!
에보시: 됐어.
여인들: 네.
에보시: 우리가 여기서 계속 철을 만들면, 숲의 힘은 약해 질 수밖에 없어. 그럼 사람들의 희생도 줄어들거야.
지코: 돈도 시간도 충분히 쏟아부었어. 병사를 빌려준 건 사슴신 때문이라고. 뭐, 위에선 이렇게 말하더구만.
에보시: 설마 당신까지 사슴의 머리에 불로불사의 힘이 있다고 믿는 건 아니겠지?
지코: 나같은 녀석이 높으신 나리의 생각을 어찌 알겠어? 모르는 게 약이지.
에보시: 약속은 지키겠어. 더구나 모로 일족 대신 멧돼지 떼가 모였다면 오히려 처리하기 쉬울거야. 계곡에 숨어있는 수상한 녀석들이나 불러들이는게 좋을 걸?
지코: 야하하하하하~ 이거 들켰군! 아, 하지만 이거 궁금한 게 있는데, 혹시 얼마전에 소년이 오지 않았어? 붉은 사슴을 탄 묘한 소년인데.
에보시: 떠났어.

그날 저녁 지코의 부하들이 타타라 마을에 온다. 지바시리들과 시쇼렌은 타타라 마을로 와서 배를 채운다.

여성들은 에보시 앞에 모여든다.
총 쏘는 법을 배웠으니 자신들도 데려가 달라 아우성치는 여성들에게 "그렇기 때문에 너희를 이곳에 맡기는 거다. 원령보다 무서운건 우리 인간이다. 사슴신을 죽이면 모든 것이 드러날 것이다. 조정이 사슴신의 머리를 얻는다 해도 이곳을 가만두지 않을거다. 무사들 뿐만이 아니야. 병사들도 적이 될지도 모르지. 정신바짝차리도록."이라고 말한다. 곤자가 에보시는 자기가 지킬테니 걱정말라고 하자, 토키는 곤자에게 "믿을 수 있을려나? 당신이 여자라면 믿겠지."라고 비아냥거린다.

아시타카는 산의 집 동굴에서 오른팔의 반점으로 인한 괴로움에 눈을 뜬다. 산은 옆에서 자고 있었다. 동굴 밖으로 나와 숲 전경을 바라보는 아시타카에게 모로가 말을 건다.
{{{#!folding 원판[ 펼치기 · 접기 ]
모로: 괴로운가? 거기서 뛰어내리면 간단히 끝날 텐데 말이야. 체력이 회복되면 반점 또한 다시 날뛰겠지.
아시타카: 제가 오랫동안 잠들었나 봐요. 산이 절 돌봐준 기억도 있고.
모로: 자네가 신음소리를 내기라도 하면 곧바로 물어 죽일 수 있었는데. 아쉽군.
아시타카: 아름다운 숲이군요. 옷코토누시는 아직 움직이지 않나요?
모로: 동굴로 들어가게. 자네는 들리지 않겠지. 멧돼지들에게 짓밟히는 숲의 비명소리가. 나는 여기서 썩어가는 몸으로 숲의 비명을 들으며 그 여자의 목을 물어뜯는 날을 기다리겠네.
아시타카: 모로, 숲과 인간이 싸우지 않을 방법이 없을까요? 이젠 막을 수 없나요?
모로: 인간들이 모이고 있네. 그들이 불을 지르면 불길이 여기까지 번지겠지.
아시타카: 산은 어떻게 할 건가요? 산도 끌어들일 건가요?
모로: 과연 인간답게 멋대로 생각하는군. 산은 우리 일족의 딸이다. 숲과 함께 살아온 만큼, 숲이 죽으면 산도 죽을 것이야.
아시타카: 걔를 놓아주세요! 걔는 인간이에요!
모로: 닥쳐, 이 애송이! 자네가 그 아이의 불행을 잊게 해 줄 수 있는가?! 숲을 황폐화시킨 인간들이 내 이빨로부터 자신들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젖먹이 산을 내던졌네! 인간도 될 수 없고 들개도 될 수 없는, 불쌍하고 추하고 사랑스러운 나의 딸! 자네가 그런 산을 구할 수 있는가?!
아시타카: 모르겠어요. 그러나 함께 살아갈 수는 있어요!
모로: 와하하하하하! 어떻게 함께 살겠다는 거지? 산과 함께 인간들과 싸우려고?
아시타카: 아뇨! 그런 식으로는 증오만 더 커질 뿐이에요!
모로: 애송이, 지금 자네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네. 머지않아 반점으로 죽을 테니. 동이 트면 바로 떠나게.}}}

{{{#!folding 더빙판[ 펼치기 · 접기 ]
모로: 괴롭나? 거기서 뛰어내리면 고통도 끝나겠지. 몸이 회복되면 흉터는 더 난폭해질 거야.
아시타카: 내가 몇 날 며칠 동안 잠을 잤나 봐. 비몽사몽 같아. 쟤가 돌봐준 게 기억나.
모로: 한 번이라도 신음소리를 냈다면 목덜미를 물어뜯어 죽였을 텐데. 안타깝더군.
아시타카: 아름다운 숲이야. 멧돼지들은 아직 움직이지 않아?
모로: 동굴로 들어가라. 너에겐 들리지 않겠지. 멧돼지들한테 짓밟혀 황폐해지는 숲의 비명이. 나는 여기서 시들어가는 몸으로 숲의 비명에 귀를 기울이며 에보시를 기다리겠다. 그 여자를 지옥으로 보내버리는 순간을 꿈꾸며!
아시타카: 모로, 숲이랑 인간이 평화롭게 살아갈 순 없을까? 싸움을 멈출 순 없을까?
모로: 인간들이 모이고 있어. 놈들이 불을 지르면 여기까지 번질 거야.
아시타카: 산은 어쩔 셈이야? 그 애도 죽음의 길로 데려갈 거야?
모로: 역시 이기적인 인간답게 멋대로 생각하는군! 산은 우리 일족의 여자다. 숲이 살면 산도 살고, 숲이 죽으면 산도 죽는다.
아시타카: 산을 놓아 줘! 그 애는 인간이야!
모로: 어디서 입을 놀려! 네가 그 애의 불행을 없애 줄 수 있어?! 숲을 침범한 인간들이 젖먹이인 산을 내던졌다. 내 이빨을 피하기 위해! 인간도 될 수 없고 들개도 될 수 없는 불쌍한 산... 그 애는 이 모로의 딸이다! 그런 산을 구할 수 있느냐?!
아시타카: 모르겠어. 하지만 함께 살아갈 순 있어.
모로: 와하하하하! 어떻게 살겠다는 거지? 산과 함께 인간이랑 싸우기라도 할건가?
아시타카: 아니야! 그러면 서로 증오만 더 커질 뿐이야!
모로: 꼬마야, 지금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넌 머지않아 흉터로 인해 죽을 테니까. 날이 밝으면 바로 떠나거라.}}}

산의 부모는 모로와 마주쳤을 때 갓난아기인 산을 버리고 도망쳤었다. 인간을 혐오하면서도 산을 친자처럼 키운 모로 역시 이런 인간의 면모를 비판했다. 아시타카는 숲과 인간이 증오없이 함께 살수 없냐고 묻지만 이내 부정당한다. 언쟁 끝에 아시타카는 모로의 말에 수긍하고, 다시 잠자리에 든다.

산이 잠에서 깨 아시타카에게 온화한 얼굴을 하며 걸을 수 있냐며 묻자, 아시타카는 "고마워요. 그대와 사슴신 덕분이오."라고 말하며 잠이 든 산에게 털가죽 이불을 덮어준다.

다음날 아침, 아시타카가 일어나니 산은 먼저 자리를 뜨고 없었다. 자신의 무기를 챙기고 동글 밖을 나선 아시타카를 반긴 것은 야쿠르. 야쿠르도 그를 반기며 뛰어내리지만 몸이 굳었는지 제대로 착지하지 못하고 넘어진다. 그 때 먼 곳에서 들개가 나타나 그들을 숲으로 나가는 길까지 안내한다. 코다마가 보이지 않는 조용한 숲길을 지나며 아시타카는 "데려다줘서 고마워. 이걸[22] 산에게 전해다 줄수 있어?"라고 말한다. 이에 들개는 옥단검을 물고 사라진다.

한편 산은[23] 들개를 타고 모로를 만난다. 모로와 산, 들개는 인간들이[24] 연기를 피우고 나무를 베는 광경을 본다. 연기는 코를 마비시킬 정도로 지독했는데, 이는 멧돼지들을 흥분시켜 숲 밖으로 끌어내기 위한 수법이었다. 산은 "멧돼지들에게 알려야 해요." 라고 말하나 모로는 "옷코토누시는 멍청하지는 않아. 함정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정면으로 공격하고 싶은 거다. 그들의 마지막 자존심이지. 최후의 한마리가 남을 때까지 돌진할 거다."라고 말한다. 산은 모로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옷코토누시의 눈이 되어 주기로 한다. 모로는 "그렇게 하렴, 넌 그 젊은이와 함께 살 수 있을 텐데..."라고 말하지만 산은 "인간은 싫어요!"라고 답한다.
그때 아시타카가 준 옥단검을 물고 온 들개가 산에게 옥단검을 전해준다. 산은 옥단검을 목에 걸고 들개들과 전투에 나선다. 모로는 아들들에게 "난 사슴신에게 갈 테니 너희는 산을 따라가라."라고 말한다. 진흙탕에서 멧돼지들이 쿠마도리를 하고, 전투를 위해 돌진한다. 산이 들개를 타고 "모로 일가도 싸울게요. 옷코토누시 님은 어디 계신가요?"라고 멧돼지 신 대표에게 묻자, 멧돼지 신 대표는 산에게 위치를 알려주듯이 꽥꽥거린다.

한편 비안개를 지나 숲 밖으로 나온 아시타카는 저 먼 곳에서 일어나는 폭발 소리를 듣고 무언가가 벌어지고 있음을 느끼는 찰나 무사들의 추격을 받는다. 아사노 군대와 타타라 마을 여자들이 전투를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토키와 만나 모든 이야기를 들은 아시타카는 에보시의 행방을 묻고, 토키는 에보시가 남자들을 데리고 사슴신을 잡으러 갔다고 말한다. 이에 아시타카가 에보시를 불러오겠다고 말하자, 고로쿠가 그에게 화살통과 활을 던져준다. 이 때 토키가 안장과 도롱이는 어쨌냐며 그를 갈군다. 무사들의 추격을 겨우 따돌리고 아시타카와 야쿠르가 향한 곳은 연기가 가득한 언덕이었다. 그곳은 짐승을 태우는 냄새로 가득했다. 둘이 방심하는 이 때 화살이 날아와 야쿠르의 허벅지에 박힌다. 아시타카는 야쿠르의 허벅지에 박힌 화살을 빼고[25] 무사에게 쏜다. 무사들을 물리치고 나서 아시타카는 현장으로 향하나 야쿠르가 무리하게 따라와 하는 수 없이 그를 데리고 간다.

예상대로, 엄청난 피해가 나있었다. 옷코토누시의 휘하의 멧돼지들은 전멸하여 시체들이 사방팔방 나뒹굴고 있었고, 인간 병사들과 이시비야부대 시쇼렌도 많이 피해를 입었다. 한 깡마른 남자가 벌벌떨고 있는 모습을 보고 아시타카가 접근하는데, 이때 한 승려가 나타난다.
승려: 웬 놈이냐? 여긴 전쟁터다. 상관없는 자는 썩 꺼져라!
아시타카: 이 자들한테 신세 진 사람이오. 급히 전할 게 있소. 에보시는 어딨소?
승려: 에보시는 여기 없다. 할 말 있으면 내가 전하겠다.
아시타카: 직접 말하겠소. 에보시는 어디 있소?

뒤 이어 타타라 마을 남자들이 아시타카를 보고 달려온다. 아시타카가 상황을 말하자 마을 남자들은 분한 표정을 짓는다. 아시타카가 산의 행방을 묻자, 쭈그려 앉아 있던 깡마른 남자가 자신이 맨앞에서 봤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다음은 모르겠다며 울면서 떤다.
저놈들이 우리를 먹이로 내세워 멧돼지들을 유인했어요. 땅에선 지뢰가 터지고 하늘에선 폭탄이 터졌어요.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지코 일당과 에보시가 멧돼지를 마을 남자들에게 유인하여 공격하게 한 것이다. 이 때 산도 있었다. 멧돼지들이 돌진할 때 마다 땅 속 지뢰가 폭발하여 멧돼지들이 죽어나갔다. 멧돼지들은 절벽으로 올라가 병사들을 공격하고 죽였지만, 절벽에서 떨어뜨린 폭탄 때문에 멧돼지들도 쓰러졌다. 산은 위험을 무릅쓰고 계속 돌진하다가 자취를 감추었다. 그 때, 먼 곳에서 들개의 신음소리가 들린다. 들개 한 마리가 살아남은 것. 들개는 멧돼지 시체에 깔려 몸부림치고 있었다. 아시타카는 들개에게 달려가 산의 행방을 물으며 그를 구하려 한다. 이때 승려가 그를 괴물과 한패라고 비난하며 독침을 쏘자 마을 남자들이 이를 저지하고 아시타카를 돕는다.
이 때 들개 앞에 야쿠르가 나타나고 들개도 야쿠르를 맞아준다. 아시타카는 사람들에게 호수 근처에서 숨어있으라고 당부한 뒤 마지막 화살이 부러진 화살통을 맡기고 들개와 함께 에보시와 산을 찾으러 사슴신의 숲으로 향한다.

숲 속에서 에보시와 지코 일행은 사슴신의 연못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때 지바시리 한 명이 옷코토누시와 산이 사슴신의 연못으로 향하고 있다고 보고하자, 지코는 "위장 잘 해. 인기척이나면 사슴신은 나타나지 않을 거다."라고 지시한다.
에보시: 녀석들 얼굴에 바른 건 멧돼지 피인가?
지코: 몰이꾼 수법이지. 교활한 놈들이야.

치열한 전투에서 살아남아 피투성이가 된 옷코토누시와 산과 들개 역시 사슴신에게 도움을 받기 위해 사슴신의 연못으로 가고 있었다. 이때 산과 들개가 무언가 오고 있음을 느끼는데 갑자기 옷코토누시가 쓰러지고 산은 나뒹군다.[26] 이때 나무 위에서 나뭇가지들이 쏟아지고, 위를 올려다보니 성성이들이 들개와 산을 비난하고 있었다.
성성이1: 너희 때문이다.
성성이2: 너희 때문에 이 숲은 끝장이다.
산: 말도 안돼! 숲을 지키기 위해 싸운 자들에게 이렇게 대할 수가 있어?
성성이1: 너희가 파멸을 불렀다.
성성이2: 짐승도 인간도 아닌 걸 데려왔다.
산: 짐승도 인간도 아닌 것?

이 말을 남기고 성성이들이 도망치고 뒤이어 들쥐들과 너구리 꼬리가 달린 털뭉치처럼 생긴 동물이 숲 안쪽으로 도망친다. 그리고 산과 들개의 눈 앞에 나타난 것은... 전멸한 줄 알았던 멧돼지 전사들이었다.
(원판)
戦士たちが?
산: 전사들이?
ん?ん?戻ってきた! 戻ってきた! あぁ 黄泉の国から戦士たちが帰ってきた。続け! 戦士たち! シシ神の元へ行こう!
옷코토누시: (코를 킁킁거린다.)응? 응? 돌아왔다! 돌아왔다! 아아, 황천의 나라에서 전사들이 돌아왔다! (옷코토누시가 울부짖는다.) 날 따르라, 전사들이여! 시시가미 님께 가자!
(더빙판)
산: 멧돼지들이야.
옷코토누시: (코를 킁킁거린다.)돌아왔다! 돌아왔다! 오오, 내 용감한 전사들이 저승에서 왔어![27] (옷코토누시가 울부짖는다.) 전사들이여, 날 따르라! 사슴신 곁으로 가자!

피냄새를 맡고 죽은 전사들이 황천에서 돌아왔다고 생각한 옷코토누시는 기쁨의 포효를 지른 뒤 질주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멧돼지들은 다리가 없고 눈에 구멍이 뚫려 있었는데 사실 이들은 모두 멧돼지 전사들의 가죽을 뒤집어쓰고 피를 바른 지바시리와 승려들이었다. 산은 이들의 정체를 알아차리고 옷코토누시에게 저들이 우리를 사슴신에게 안내하게 하려는 속셈이라며 말려보지만 옷코토누시는 이렇게 말하며 질주한다.
옷코토누시: 사슴신이여, 나오소서! 당신이 진정한 숲의 수호신이라면 멧돼지 일족을 부활시키고 인간들을 멸망케 하소서!

산의 말조차 듣지 않고 달리는 옷코토누시를 보고 들개는 "포위당하겠어. 저놈은 끝났어. 버리고 도망치자!"[28]라고 말한다. 하지만 산은 버리고 가면 재앙신이 될 거라며 엄마인 모로에게 상황을 알려드리라고 말하며 들개를 보낸다. 이내 옷코토누시가 쓰러지고 산은 경계 태세를 취한다.
산: 죽고 싶으면 덤벼라! 이 숲에 너희의 정체를 말해주겠어!
그 때, 저 멀리서 들개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산은 아시타카가 왔음을 직감한다. 지바시리와 시쇼렌이 옷코토누시에게 접근하여 달라붙자 옷코토누시는 엄청난 피를 토해내며 고통스러운 괴성을 지른다. 산은 창을 휘두르며 이들을 몰아낸다.
옷코토누시: 뜨거워. 온몸이 불타는 것 같아.

바로 그 때, 옷코토누시가 위와 같은 말을 하며 몸에서 붉은 촉수가 자라나기 시작한다. 산은 옷코토누시에게 재앙신이 되지말라고 외치며 촉수를 털어내지만, 지바시리가 던진 돌에 기절한다. 한편 아시타카는 들개의 응답을 듣고 산이 위험에 빠졌다는 것을 알아채고 들개와 함께 절벽을 뛰어내려 달려간다. 결국 완전히 재앙신이 된 옷코토누시는 울부짖으며 어디론가 향한다. 지바시리들은 떨어지는 촉수 때문에 자리를 피하다가 옷코토누시가 이동하자 따라 움직인다. 깨어난 산은 촉수에 엉긴 채 발버둥치지만 산에 몸에도 촉수가 자라나[29] 재앙신이 되어 그와 융합하여 그의 몸속에 삼켜진다.
산: 싫어! 재앙신이 되고 싶지 않아! 옷코토누시님!

산은 옷코토누시를 불러보지만 완전히 이성을 잃은 옷코토누시는 그저 울부짖으며 전진할 뿐이었다.

한편 들개와 같이 산이 있는 곳으로 가던 아시타카는 에보시와 지코 일행을 발견한다. 아시타카는 타타라 마을의 상황을 알리며 돌아가라고 하지만 에보시는 비웃으며 뜻을 꺾지 않는다. 지코는 "저녀석 누구 편이람?"이라고 비아냥거린다. 돌아가자는 곤자의 말에 에보시는 여자들에게 자신의 몸을 지키라고 말해뒀다고 말한다.

9. 사슴신의 제거

밤이 되어서야 사슴신의 연못에 도착한 아시타카. 그가 발견한 것은 물 속에 몸 절반이 잠긴채 쓰러져 있는 모로였다. 아시타카는 쓰러진 모로에게 죽은 거냐고 물은 뒤 산을 부른다. 아시타카가 산의 이름을 부르자 멀리서 산이 대답한다. 그의 앞에 나타난 것은 재앙신이 된 옷코토누시와 멧돼지 가죽을 쓴 지바시리와 승려들. 승려는 어서 꺼지라고 독침으로 위협하지만, 아시타카는 여기서 싸우면 사슴신은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한 뒤, 옷코토누시의 앞으로 향한다.
옷코토누시는 산의 행방을 묻는 아시타카에게 포효하고 아시타카는 옷코토누시의 얼굴 속에서 허우적대는 산의 다리를 발견하고 옷코토누시를 향해 달려간다. 촉수를 찢으며 파헤치다가 자신이 준 옥단검 목걸이를 발견하고 산임을 알아챈 아시타카는 산을 구하려하지만 몸부림치는 옷코토누시 때문에 튕겨나가서 그대로 호수로 빠진다.

파일:모노노케 히메.옷코토누시.재앙신-2.png
(원판)
やれやれ、あの女のために残しておいた最後の力なのに。
이런, 이런, 그 여자에게 쓰기 위해 남겨둔 마지막 힘이었는데...
(더빙판)
이런, 이런, 그 여자에게 써야 할 마지막 힘을 이런 엉뚱한 데 써야 하다니...

그 때 모로가 깨어난다. 그녀는 에보시가 나타나면 덮치기 위해 죽은 척 한 것이지만 아시타카가 그녀에게 떨어지자 계획을 바꾸기로 한 것이다. 시쇼렌과의 싸움에서 퇴각하여 모로의 곁을 지키는 아들들에게 모로는 "너희는 끼어들지 마라. 저주는 받을 게 못돼."라 아들들을 제지하고 자신을 향해 촉수를 튀기며 울부짖는 옷코토누시에게 "이젠 말할 줄 모르는군."[30]이라 말하며 옷코토누시를 직접 상대하기로 한다. 옷코토누시가 돌진해서 모로를 들이받자, 모로는 "내 딸을 돌려줘." 라고 말하며 옷코토누시를 물어뜯는다.
한편 에보시와 지코 일당은 섬에 나타난 사슴신을 목격하고 총을 겨눈다. 사슴신을 본 옷코토누시가 놀라자 촉수가 녹아내린다.
(원판)
아시타카, 자네가 산을 구할 수 있겠나?
(더빙판)
아시타카, 네가 산을 구할 수 있느냐?
모로가 "아시타카, 산을 구할 수 있겠나?"라고 말하자 아시타카는 정신을 차리고 호수 위로 헤엄쳐오른다. 그 때 그의 눈 앞에 사슴신이 나타나고, 에보시가 그에게 총을 쏜다. 사슴신은 목을 맞으나 죽지 않았고 목이 고무줄처럼 튕겨나감과 동시에 얼굴이 양 옆으로 납작해진 채 앞다리가 물속으로 가라앉는다. 아시타카가 에보시를 말리자 사슴신은 얼굴을 들고 다시 옷코토누시 쪽으로 걸어간다. 이에 아시타카는 "에보시, 당신의 적은 다른 곳에 있잖아요!"라고 일갈한다. 지코는 분명 총을 쐈는데도 소용없다고 놀라고, 에보시도 목을 노려야한다고 말한다.

사슴신이 가까이오자 옷코토누시는 뒷걸음치고 모로는 녹아내린 촉수 범벅이 된 채 옷코토누시에서 떨어져나온 산을 물고 있다가 아시타카에게 가져다준다. 그리고 아시타카는 산을 끌어안고 촉수를 씻어내기 위해 호숫물에 뛰어든다. 사슴신은 옷코토누시의 코에 입을 갖다대고 생명을 거두어간다. 옷코토누시는 천천히 눈을 감으며 쓰러지고, 모로 역시 쓰러진다.[31] 지코는 숲 위에 뜬 달을 보더니 뭔가가 벌어질 것 같은 예감을 느낀다. 사슴신이 달을 향해 목을 늘리고 몸이 투명해지고 있었다. 데이다라봇치로 변하려는 것이었다.
(더빙판)
지코: 안 돼! 사슴신이 변한다.
에보시: 다들 똑똑히 보거라! 신을 죽이는 게 어떤 건지! 사슴신은 죽음도 지배할 수 있다! 나는 사슴신을 지배하겠다.

아시타카가 물 밖으로 나오자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데이다라봇치로 변해 가는 사슴신의 모습이었다. 아까 목을 늘인 탓에 다리가 길어지고 나무꼭대기에 뻗친 나뭇가지처럼 생긴 뿔이 데이다라봇치의 돌기들로 변해있었고, 얼굴은 인간의 얼굴에서 전형적인 누런 사슴의 얼굴이 되어 있었다. 에보시가 총을 겨누는 순간, 아시타카가 검을 던져 이를 저지한다. 검은 총에 꽂히고 에보시는 그럼에도 사슴신에게 총을 겨눈다. 이때 사슴신이 에보시 쪽으로 굽어보더니 자신을 노리는 것을 알고 이를 막기 위해 나무로 된 총의 개머리판에 새싹이 자라게한다.
에보시: 이놈의 괴물!
그럼에도 에보시가 총을 쏘자 결국, 사슴신은 목을 잃고 만다.[32] 이에 기뻐하는 지코 일당과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광분한 산.

그러나 머리를 잃고 오그라든 사슴신의 몸속에서 데이다라봇치의 검은 덩어리가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폭발하여 사방으로 흩어진다.[33] 액체를 맞은 인간들은 모두 목숨을 잃고 나무는 시들며 코다마들이 낙엽처럼 쏟아진다. 데이다라봇치는 죽지 않고 덩어리들이 산산조각난 채로 다시 모여 몸뚱이를 재구성하기 시작한다.
에보시가 서둘러 사슴신의 머리를 주워[34] 지코에게 던져주자, 죽은 줄 알았던 모로가 눈을 뜨고 머리만[35] 달려들어 에보시의 오른팔을 물어뜯은 뒤 데이다라봇치의 몸 속으로 뛰어들며 흡수된다. 이때 에보시는 곤자의 부축을 받으며 "모로 녀석, 머리만 움직이다니."라고 말했다.[36] 이 틈에 지코 일당은 사슴신의 머리를 나무통에 넣고 도주한다. 아시타카는 에보시와 곤자에게 섬으로 도망치자고 하지만, 곤자는 자신은 헤엄칠 줄 모른다고 한다. 그러자 아시타카는 물 속에서 걸어가면 된다고 말하며, 셋은 섬으로 도망친다.[37] 들개들과 함께 먼저 섬으로 도망쳐온 산은 옥단검을 들고 에보시를 찢어죽이겠다며 자신에게 넘기라고 말한다. 그러나 아시타카는 모로가 복수해서 벌을 받았다며 윗옷을 벗어 에보시의 잘린 팔에 동매여준다. 저주는 이미 그의 상체를 뒤덮었다. 에보시가 동정하지 말라고 하자, 아시타카는 "사람들에게 데려오겠다고 약속했다."고 답한다. 머리를 제외한 몸체를 완전히 구성한 데이다라봇치는 일어서서 머리를 찾아나선다.
(원판)
아시타카: 머리를 찾고 있어. 여긴 위험해. 산, 도와줘요.
산: 싫어! 당신은 인간 편이야! 그 여자를 데리고 꺼져 버려!
아시타카: 산...
산: 꺼지라고! 인간은 싫어!
아시타카: 난 인간이고 당신도 인간이에요.
산: 닥쳐! 난 들개야!
아시타카: 산.
산: 저리 가!
아시타카: 미안하오. 어떻게든 막으려 했건만.
산: 끝이야. 숲은 죽었어.
아시타카: 아직 끝이 아니에요. 우린 살아 있으니까. 날 도와줘요.
(더빙판)
아시타카: 머리를 찾고 있어. 여기도 위험해. 산! 우리를 도와 줘!
산: 싫어! 너도 인간들 편이야! 그 여자를 데리고 당장 사라져!
아시타카: 산...
산: 오지 마! 인간은 질색이야!
아시타카: 난 인간이야. 너도 인간이고.
산: 닥쳐! 난 들개야!
아시타카: 산.
산: 오지 마!
아시타카: 미안해. 어떻게든 막으려고 했어.
산: 이제 끝이야. 끝났어. 숲은 죽었어.
아시타카: 끝나지 않았어. 이렇게 우린 살아 있으니까. 우린 할 수 있어.

에보시를 돕는 아시타카에게 배신감을 느낀 산은 아시타카에게 화를 내며 옥단검을 찌르지만 아시타카는 산을 안아주며 사죄한다. 그리고 숲은 죽었다며 절망하는 산에게 아직 우리가 살아있으니 끝나지 않았다고 독려한다.
한편 데이다라봇치는 몸통을 하늘을 향해 좌우로 넓게 뻗친다. 그리고 그 속에서 무수한 팔들을 만들어 숲을 뒤진다. 팔들은 숲의 생명을 빨아들이고 낙엽들이 쏟아진다. 데이다라봇치를 피해 도망치는 지코 일당. 지코가 넘어지고 나무통이 달그락거린다. 머리가 몸을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지코 일당 쪽으로 쏟아진 데이다라봇치의 액체가 몰리면서 데이다라봇치는 숲을 초토화시키며 머리를 찾아나선다.

10. 숲과 인간과 함께

새벽이 되자, 아사노와 타타라마을, 양쪽 진영에서 날이 밝길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그 때, 산 너머로 검은 액체[38]와 함께 데이다라봇치가 우우웅 소리를 내며 나타난다. 겁에 질린 아사노의 군사들은 도망치기 시작하고 마을 여자들도 혼란스러워한다. 이때 아시타카와 산이 들개들을 타고 온다. 아시타카는 사슴신이 머리를 찾고 있고 액체에 닿으면 모두 죽는다는 말을 한 뒤 여자들에게 피하라고 말한다. 그러자 토키는 마을사람들을 이끌고 타타라 마을 밖에 있는 호수로 도망치기 시작한다. 액체가 타타라마을을 뒤덮고, 용광로 지붕이 불탄다. 이 광경을 본 고로쿠는 절망에 빠지고, 토키는 그를 다그친다. 아시타카와 산은 나무통을 들고 있는 지코 일당을 발견한다.

아시타카는 사슴신의 머리를 돌려줄 거라며 죽이고 싶지 않다고 타이르지만 지코는 이에 발차기로 화답한다. 그의 부하 중 하나가 산에게 칼을 휘두르고 산도 발차기를 하며 싸운다. 지코와 아시타카가 격투를 벌이는 와중 데이다라봇치의 손이 지코의 부하들을 덮치려하자 부하들은 나무통을 놓치고 달아나고 지코는 나무통을 잡으려다 자기도 데굴데굴 굴러떨어지다 바위에 부딪친다. 최후의 발악으로 "태양이여 솟아라!"라고 외치는 지코에게 아시타카는 뚜껑을 열라고 다그친다. 지코는 끝까지 아집을 부리지만 인간은 대화가 안 통한다는 산의 말과 인간의 손으로 돌려주고 싶다는 아시타카의 말에 결국 뚜껑을 연다. 그러자 사슴신의 머리가 담긴 나무통에서 황금빛 액체가 쏟아진다. 산과 아시타카가 황금빛 액체에 담긴 사슴신의 머리를 들어올릴 때 액체가 두사람을 뒤덮어 재앙신의 반점을 키워간다.
사슴신이시여, 머리를 돌려드립니다. 부디 진정하소서!
아시타카는 이 말과 함께 사슴신의 머리를 데이다라봇치에게 보이고 데이다라봇치는 고개를 숙인다. 잘려나간 목에서 나온 액체가 아시타카, 산, 지코와 그의 부하를 덮치자 온몸이 황금빛으로 빛나고 등에서 돌기가 자라나면서 데이다라봇치는 머리를 되찾는다. 한편 호수에서 숨어있던 마을 여자들과 부상자들은 숲에서 도망쳐나온 남자들과 에보시와 재회한다. 머리를 되찾고 먼동을 바라보는 데이다라봇치. 그러나 바로 그 때, 동쪽 하늘에서 태양이 솟아오르고, 햇빛이 액체를 빨아들이던 발을 비추자 발이 부풀어오름과 동시에 데이다라봇치는 호수로 쓰러진다. 쓰러진 데이다라봇치는 몸이 부풀어오르면서 사라지고 엄청난 돌풍이 액체와 잡동사니들을 날려버린다. 잠시 후 파괴된 사슴신의 숲과 황무지가 녹색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사슴신이 죽으면서 폐허가 된 땅에 생명을 돌려준 것. 뿐만 아니라 인간 환자들도 완전히 회복된다.[39]
고로쿠: 놀랍다. 사슴신은 꽃을 피게 하는 신이었어.
야쿠르가 풀 숲에서 쓰러진 두 사람을 발견하고 깨운다. 깨어난 아시타카와 산은 사슴신이 푸른 빛으로 되돌려놓은 경치에 넋을 잃은채 바라본다.
산: 숲이 살아나도 이젠 사슴신의 숲이 아니야. 사슴신은 죽었어.
아시타카: 사슴신은 죽지 않아, 생명 그 자체거든, 삶과 죽음을 모두 갖고 있지. 내겐 삶을 주셨어.
사슴신은 죽었으니 더 이상 사슴신의 숲이 아니라며 슬픔에 잠긴 산에게 "사슴신은 죽지 않았어요. 자연과 함께 태어나 자연과 함께 죽는 존재니까요. 그 분은 지금의 형태만 잃었을 뿐 언제고 다시 나타날 거예요. 내겐 삶을 주셨어요."라며 위로한다. 아시타카는 자신의 손을 바라본다. 저주가 사라지고 연한 자국이 남아 있다.
(원판)
산: 난 아시타카 당신은 좋지만, 인간은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아.
아시타카: 그래도 괜찮아요. 산 당신은 숲에서, 난 타타라 마을에서 살 테니까요. 함께 살아가는 거요. 만나러 갈게요. 야쿠르와 함께.
(더방판)
산: 널 좋아해. 하지만 인간들은 용서할 수 없어.
아시타카: 그래도 좋아. 넌 숲에서 살아, 난 타타라 마을에서 살게. 함께 살아가자. 만나러 갈게. 야쿠르랑 같이.
산은 이 말에 마음이 놓인 듯 "난 아시타카 당신은 좋지만 인간은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아."라고 입을 열었고 아시타카는 "그래도 괜찮아요. 산 당신은 숲에서, 난 타타라 마을에서 살 테니까요. 함께 살아가는 거요. 만나러 갈게요. 야쿠르와 함께."라며 산과 작별한다. 산은 이 말에 미소를 지으며 들개를 타고 모로도, 사슴신도 없는 숲으로 돌아갔지만 그녀의 마음은 이미 아시타카에게 있다.

타타라마을의 폐허에 모인 사람들 앞에서 팔을 잃은 에보시는 쓸쓸히 웃으며 "체면이 말이 아니군. 그래도 난 들개들의 도움으로 살아남았다. 최소한 인사를 해야겠지? 누가 아시타카를 데려와라. 여기에 좋은 마을을 만들자. 다시 시작하는 거야."라고 사람들에게 말하였고 사람들은 그녀의 말에 만장일치로 찬성하며 터전을 다시 일구기 시작한다. 살아남은 지코는 "바보들은 못이기는 구먼."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폐허가 되어 쓰러진 나무 더미에 코다마 하나가 '따다닥… 따닥...' 하고 소리를 내며 모노노케 히메의 막을 내린다.

[1] 지나가면서 발굽이 드러나는데 이를 통해 정체를 짐작할 수 있다.[2] 도중 망대 아래에 있던 야쿠르의 앞으로 재앙신이 다가오자 아시타카가 도망가라고 소리치지만 야쿠르는 재앙신의 위압감에 겁에 질려 움직이지 못했다. 이에 아시타카가 화살로 옆의 망대 다리를 맞춰 야쿠르를 정신차리게 하여 도망칠 수 있도록 한다.[3] 자세히 보면 촉수 끝이 뱀 머리처럼 생긴데다가, 입이 있다.[4] 이것은 핀볼 게임을 닮았다.[5] 이 대사로 유추하면 모노노케 히메의 시대상 배경은 무로마치 막부의 권위가 추락하기 시작한 아시카가 요시카츠무로마치 시대의 끝인 아시카가 요시아키 재임 시절 사이로 보인다. "야마토와의 전쟁에 진 후로 이 곳에 터를 잡은 지 500년"이라는 대사로 역산하면 무로마치 시대에서 500년 전은 헤이안 시대 초기 야마토 조정이 정이대장군 사카노우에노 다무라마로(758~811)를 보내 혼슈 지역을 정벌하게 했던 때, 또는 조정에서 파견한 지방관(고쿠시)과 조정에 복속된 에미시 계통의 호족들 사이의 분쟁인 전9년의 역(1051~1062)이나 후3년의 역(1083~1087)이 벌어졌던 때와도 겹친다.[6] 에미시는 이미 가마쿠라 시대 시점에서 힘이 꺾일 대로 꺾인 상태였다.[7] 사실상 아시타카는 마을에서 추방된 것이나 다름없다. 아시타카 본인이 뭔가 잘못해서가 아니라 그에게 내려진 저주가 마을에 피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에 그를 내보내는 것이고, 그 시점에서 아시타카가 다시는 마을로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은 정해져 있는 수순이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한 번 떠난 자는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라는 에미시의 계율을 에미시가 야마토와의 전쟁에서 겪었던 참담한 역사의 경험과 관련되어 있다고 보고 있다.#[8] 자세히 보면 무사들에게 쫓기는 사람들 중 지코 스님이 있다.[9] 더빙판에서는 "귀신이 곡할 노릇이군."[10] 두 팔 잘린 병사는 살아있었지만 무로마치 막부에 두 팔이 잘려나간 사람은 비참한 신세로 살아가야 하니 죽은 거나 차이가 없었다. 아시타카는 선량한 인품의 불살주의자이기에 죽이지 않으려 했다.[11] 아시타카는 이곳을 그들의 영역이라 생각했다.[12] 풀 위와 물 밑바닥에 있었다.[13] 낮은 곳의 사철은 다 캐버렸다고 한다.[14] 이때 아시타카의 뺨에 흉터가 생겼다.[15] 이때까지도 아시타카의 얼굴을 보며 홍조를 띠고 있었으니 사실 쏠 생각은 없었을 수도 있다. 다만 격발장치를 잡은 상태에서 긴장한 채 손을 덜덜 떨다가 그만하라는 말에 놀라서 실수로 손에 힘을 주는 바람에 정말 실수로 쏴버린 것(...)이다.[16] 원판에서는 직접 물어보는 투로 더빙판에서는 의심하는 투로 물어본다.[17] 그런데 옆에 있던 지바시리는 사슴신을 보면 눈이 먼다는 이야기 때문에 벌벌 떨고 있었다.[18] 첫 등장신의 발을 그대로 썼고 배경만 검게 했다.[19] 정확히 백내장에 걸려서 냄새와 소리로 산을 알아본 것이다. 산도 옷코토누시의 눈이 심각한 상태를 보고 놀랐다.[20] 그런데 저주받은 오른손이 아닌 왼손을 갖다댔다. 위치가 위치인데다 아시타카는 사실상 몸을 돌릴수 없다보니 반대손을 대신 올린거고 먼 거리의 인간 냄새도 맡는 옷코토누시가 그정도 거리의 저주도 맡지 못할 가능성은 없다고 볼 수있다.[21] 시종일관 무표정을 유지했던 옷코토누시가 이 때 입꼬리가 올라간 채로 웃는 표정을 하고 있다. 사실 이는 통쾌한 웃음이 아니라 자기 일족의 사면초가스러운 처지에 대한 쓰라린 비웃음이다.[22] 카야가 준 옥단검[23] 창과 탈으로 무장했는데, 기존의 탈이 부서져서, 눈만 가리는 새로운 탈을 만들었다.[24] 그들 중에 에보시와 지코도 있었다.[25] 실제로 이는 과다출혈로 즉사할 수도 있는 매우 위험한 행위다.[26] 산과 들개는 피 냄새 때문에 알 수 없었다.[27] 원판에서는 신음소리는 더빙되지 않았다. 그리고 원판에서는 미친듯이 기뻐하는 어조로, 더빙판에서는 안심한 듯한 어조로 말한다.[28] 더빙판은 "녀석은 판단력을 잃었어! 버리고 도망치자!"[29] 엄니를 잡은 손에서 촉수가 자라나더니 얼굴과 머리카락에서 재앙신의 촉수가 자라난다.[30] 더빙판은 "이젠 말조차 잊어버렸군."[31] 사슴신에게 생명을 빼앗긴 것처럼 보이지만 옷코토누시와의 싸움으로 녹초가 되어 쓰러진 것이다.[32] 목에 총알이 박히면서 총알이 박힌 부분을 중심으로 목이 터졌다.[33] 감독은 핵폭발의 모습을 참고하였다고 한다.[34] 머리가 있던 자리는 아직 싱싱한 풀이 자라있었다.[35] 이 때 머리만 일으키고 몸통은 가죽처럼 납작해져 있었다.[36] 에보시가 머리만 남아도 덤비는 게 들개라고 말한게 복선이었다.[37] 이 시점에서 적이나 아군이 곤경에 처하면 도우려는 아시타카의 대인배적 면모를 알 수 있다.[38] 머리를 잃고 흘린 피와 같다.[39] 여자가 붕대를 풀고 새 살이 돋아난 자신의 손을 보고 놀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