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Bore evacuator / Fume extractor. |
전차의 전차포 사격 후 포신 내부에 떠돌던 배연 가스(포연)가 실내에 들어오지 않도록 외부로 배출시켜주는 장치로, '제연기'라고도 한다. 흔히 포신 중간 부분이나 끝 부분에 뭔가 감아놓은 두껍고 뭉툭하게 튀어나온 부분이 배연기다.[1] 전차 이외에도 밀폐된 승무원 전투실을 갖춘 자주포나 보병전투차 등에도 장착되고, 자주포나 장갑차는 포구제퇴기와 함께 장착되는 경우가 많다.
2. 특징
구조도와 작동 과정 |
배연기가 없는 화포에서 발포하면, 우선 약실에서 추진 장약의 연소에 의한 대량의 고온고압 화약 연소 가스(포연)가 발생하며, 이 가스가 포구방향을 향해 포탄을 빠르게 밀어낸다. 그렇게 포탄이 포구에서 나간 후 대부분의 포연은 밖으로 뿜어져 나가지만, 사격 후 포신 내의 가스가 빨려나간다면 포 내부는 기압이 낮아지다가 일부 포연만 잔여하면서 진공에 가까워진다. 이러면 되려 포구에서 외부의 대기와 포연 일부를 도로 빨아들이면서 포미 방향으로 향하는 기류가 생긴다. 전장식 포 뿐만 아니라 후미장전식 포도 폐쇄기가 있기 때문에 뚫린 구멍이 포구 뿐인 구조 상 발사 후 포신 내에 포연이 어느 정도 잔여할 수밖에 없다.
이때 후미장전식 포에서는 포미의 약실 폐쇄기를 개방하면 기류에 의해 빠져나가려던 포연과 포신 내부에 남아있던 포연이 차량 안으로 역류하면서 전차 승무원들의 시야에 방해가 되고 승무원들이 유독한 포연에 질식할 위험이 발생한다. 당장 일반 권총이나 소총같은 개인화기의 사격만 해도 화약 연기 때문에 눈이 따가울 정도인데, 세계 대전기 전차 사진들을 보면 각종 포탄이나 보병의 수류탄, 파편들이 들어갈 위험이 있는데도 포탑의 해치들을 열어둔 사진들이 많다고 할 정도로 전차 승무원들 입장에서는 죽을 맛이다. 사방이 개방된 견인포나 지붕이 열려있는 개방형 포탑/전투실이라면 환기가 쉬워서 덜 한 편이라 별 문제가 없지만 밀폐된 포탑/전투실은 그 특성상 환기가 어려웠고, 차체나 포탑 상부에 달아놓은 벤틸레이터(환풍구)가 있는 차량들도 있지만 그것이 제 역할을 못해 전투 도중 해치를 열어두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이유로 역류하는 포연 가스를 줄이기 위해 배연기가 개발되었다.
배연기는 기체 압력의 차이를 이용해 잔여 포연을 포구 방향으로 몰아내준다. 배연기는 포신을 덮고 있는 밀폐 구조의 외부 재킷 같은 것으로, 배연기가 덮고 있는 포신 부분에는 구멍 여러개가 뚫려 있다. 포를 발사하면 아직 포탄이 포구를 빠져나가지 않은 동안 포연(화약 연소 가스)이 이 구멍들을 통해 들어가 배연기 안에서 맴돌면서 압력을 쌓는다. 그리고 탄이 빠져나간 직후 포신 내의 압력이 낮아지기 시작하면 배연기 내의 포연도 포구로 빠져나가기 시작하면서 역류를 막는다. 하지만 배연기는 포신과의 연결이 구멍 몇 개인 고로 포신 내부보다 압력이 빠지는 것이 한 박자 느리다. 그리고 배연기에 나 있는 구멍의 방향이 비스듬하게 나 있거나, 구멍이 포신 앞뒤로 나 있는 등 배연기 내부의 연소 가스는 포구를 향해 빠져나가도록 유인되는 구조다. 이 결과, 배연기 내부에 쌓인 고기압 포연은 저기압 상태가 된 포신 내의 포연보다 한 박자 느리게 배출되며, 또한 포구를 향해 빠져나가는 흐름을 만들어낸다. 이 흐름으로 포연기보다 뒤쪽 포신 내부에 잔여해 있던 포연도 흐름의 압력에 이끌려 포구로 빨려나간다. 그리고 적절한 타이밍에 약실 폐쇄기를 개방하면 약실 쪽에서 유입된 공기도 이 흐름에 동조해서 잔여 포연을 약실 방향이 아닌 포구 방향으로 밀어낸다.
이러한 원리 덕분에 배연기는 약실 폐쇄기가 되도록 적절한 타이밍에 열리는 것이 권장되며, 고로 되도록 반자동이나 자동으로 약실이 개방되는 구조와 함께 사용하는 편이다. 현대의 전차포중 자동 장전 장치를 사용하지 않아 장전은 완전 수동인 것들도 발사 후 약실 폐쇄 개방이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이유 중 하나.
배연기의 상세 구조는 여러가지가 있으나, 압력 차이를 이용해 포연을 포구 방향으로 배출한다는 점은 대동소이하다. 다만 배연기가 있어도 포탄 발사시 발생하는 화약 연기의 양은 엄청 많기 때문에, 포연 배출 효과가 100%에 달하지 못해서 폐쇄기에서 탄피를 배출 한 후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많은 연기가 포탑 안으로 밀려오긴 한다. 그래도 없는것보다는 훨씬 낫고, 배연기만으로 전부 못 막는 포연을 빼기 위해 실내에 보조적인 환풍기가 존재하는 것이다.
배연기는 승무원의 안전도 지킬 수 있고, 유입되는 먼지 입자들도 빼서 포강 마모를 방지해 포신 수명 역시 늘려준다.#출처 그런 만큼 배연기의 디자인이 나쁘면 포연이 포탑 안으로 역류하는 일도 있고, 배연기가 총탄에 뚫리거나 해서 파손되어 포연 배출이 나빠지는 경우도 있다.종전 이후 미국의 M46 패튼 전차가 최초로 포신에 달린 배연기[2]가 적용되어 한결 나아졌고, 한국 전쟁 당시 공산군에 노획된 M46 패튼의 배연기를 소련에서 카피해 T-54A부터 달았다고 한다. 냉전기 전차들부터는 서방권이나 동구권 할 것 없이 대부분 포신에 배연기가 필수로 달린다. 하지만 포탑 안에 승무원이 탑승하지 않는 T-14 같은 무인포탑 전차 주포는 배연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르클레르 전차에 탑재된 GIAT CN120의 경우 압력 차이를 이용하는 배연기가 아니라, 압축공기로 포연을 강제 배출하는 장치를 갖추고 있다.
3. 사용병기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주력전차고 중전차고 가릴 것 없이 대다수의 전차에 장착되었다. 프로토타입 또는 파생형은 기재하지 않는다.3.1. 전차
3.1.1. 동구권
3.1.2. 서방권
3.2. 자주포
3.2.1. 동구권
- 소련/러시아
3.2.2. 서방권
- 독일
4. 관련 문서
[1] 포구 끝에서 좌우방향으로 튀어나왔거나 측면방향 구멍이 뚤린 볼록한 부분은 반동을 제어하는 포구제퇴기(머즐 브레이크)이며, 둘의 역할은 다르다. 더불어서 현대 주력전차들의 포신 둘레를 감고있는 파이프 형태의 부품도 배연기가 아닌 열소매/열 차폐관(Thermal Sleeve)이라는 부품이다. 열 차폐관은 햇빛에 의한 불균등한 가열과 전차포에서 포탄이 발사 될 때 생기는 열같은 요인이 일으키는 열팽창에 의한 변형을 억제하여 포신이 휘거나 뒤틀리는 것을 방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름철 열에 휘는 철의 특성과 중력이나 진동, 충격 때문에 포신이 뒤틀리는 것을 열 차폐관들만으로 방지할 수 없기 때문에 포구 쪽에 동적포구감지기를 달아 탄도를 보정해준다고 한다. 3세대 전차의 포구 부근을 보면 총의 가늠쇠처럼 먼가 작은 돌기물이 보이는데 그것이 포구감지기 관련 부품이 장착되는 위치이다.[2] 포미에 에어 컴프레서가 설치된 다른 형태의 배연기는 5호 전차 판터에도 있었다. 단순히 압축공기를 포신에 불어넣어 연기를 빼낸다.[3] 90mm M3A1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4] 국내에선 경전차였다.[5] 독일은 5호 전차에 탑제되는 7,5cm KwK 42부터 이후에 양산되는 모든 전차포에 포미의 컴프레서에서 압축공기를 뿜어내는 다른 형태의 배연기를 설치하였다. ‘배연기’로서의 기능은 독일이 세계 최초로 전차에 도입하였다.[6] 냉전 초중반 서방 표준 전차포로 자리잡은 로열 오드넌스 L7에도 사용했으며, 그 이전의 20파운더에도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