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가의 세 사람 (1970) Le Cercle Rouge | |
장르 | |
감독 | |
제작사 | Comacico |
수입사 | 동아수출공사 |
개봉일 | 1970년 10월 20일 1971년 1월 20일 |
상영 시간 | 140분 |
대한민국 총 관객수 | 642명[기준] |
상영 등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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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Le Cercle Rouge
장피에르 멜빌의 1970년 영화. 원제는 <붉은 원>(Le Cercle Rouge, The Red Circle). 세 명의 전문가들이 우여곡절 끝에 모여 함께 철통같은 보안장치로 보호된 파리의 보석상을 터는 과정을 그려낸다. 프랑스 국내에서 430만명의 관객을 모으면서 멜빌의 최고 흥행작이 되었다.출처
장피에르 멜빌의 영화 중에서 안 그런 게 있겠나마는, 이 영화는 특히 이후의 범죄 영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후 나온 영화들에 묘사되는 사회와 유리된 고독한 프로의 삶, 규칙과 의리에 얽매인 범죄세계, 그리고 치밀하고 사실적인 범행 과정의 묘사 등등은 모두 이 작품에 빚을 지고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 줄거리
범죄자인 코리(알랭 들롱)는 마르세유의 감옥에서 모범수로 조기 출소한다. 출소 전날 밤, 간수 한 명이 그에게 찾아와 자기 친척한테 들었다며 파리에 있는 한 보석상의 보안 허점을 귀뜸해주고 강탈계획을 의뢰한다. 코리는 망설이다 제안을 받아들인다. 출소한 코리는 전에 함께 일했던 범죄조직의 큰손인 리코의 집을 찾아간다. 리코는 코리의 예전 여자와 함께 살고 있는데, 갑자기 나타난 코리를 보고 당황한다. 둘의 대화를 통해 코리가 감옥에 간 것이 리코의 배신 때문일지 모른다는 정황이 암시된다. 코리는 리코를 위협해서 몇 천 프랑의 돈과 권총 한 자루를 빼앗고 집을 떠난다. 이후 당구장에서 시간을 보내던 코리에게 리코의 부하 두 명이 찾아와 돈을 돌려내라고 협박하지만, 코리는 그 중 한 명을 죽이고 총을 빼앗은 뒤 그대로 자리를 뜬다. 코리는 빼앗은 돈으로 차를 사서 파리로 향한다.
같은 날, 마르세유에서 파리로 가는 기차편으로 호송되던 범죄 용의자 보젤(지안 마리아 볼론테)은 몰래 수갑을 풀고 달리는 기차에서 뛰어내려 탈주한다. 보젤을 호송하던 마테이 경감(앙드레 부르빌)은 즉시 헌병대를 동원해 지역을 봉쇄하고 보젤을 추적한다. 마침 봉쇄 지역을 지나던 코리는 탈주범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차의 트렁크를 잠그지 않은 채 식당에 주차하고 식사를 한다. 도주하던 보젤은 코리의 차 트렁크가 열린 걸 발견하고 그 안에 숨는다. 코리는 차를 인적이 없는 들판으로 몰고가서 보젤을 나오게 한 후, 자신 역시 당일 아침 출소한 전과자임을 알려준다. 보젤은 코리가 자신의 도주를 도우려는 걸 알고, 계속 트렁크에 숨어서 파리까지 동행하기로 한다. 코리의 차는 중간에 다시 리코의 부하들에게 따라잡히고, 이들은 코리를 차에서 내리게 한 후 죽이려한다. 이 때 트렁크에 숨어있던 보젤이 나타나 부하 둘을 모두 사살하고 코리를 구한다.
파리에 도착한 코리와 보젤은 보석상 강탈 계획을 세우면서 실력있는 저격수 한 명을 더 고용하기로 하고, 보젤의 추천으로 전직 경찰이면서 알콜중독자인 얀센(이브 몽땅)을 끌어들인다. 그 사이 보젤을 추적 중이던 마테이 경감은 보젤의 친구인 나이트클럽 주인 상띠(프랑수아 페리에)를 겁박해서 보젤의 행방을 알아내려 하지만 상띠는 협조를 거부한다.
코리, 보젤, 얀센의 3인조는 계획대로 보석상을 터는데 성공하고 2천만 프랑 어치의 보석을 손에 넣는다. 하지만 이 때부터 일이 어그러지기 시작하는데, 돈을 뺏기고 부하들까지 죽은데 앙심을 품은 리코가 코리에게 범행을 사주했던 간수를 통해 강탈 계획을 알아내게 된다. 리코는 곧바로 코리와 연줄이 있는 장물아비를 협박해서 코리의 보석을 사들이지 못하게 한다. 코리가 보석을 처분할 길이 막히자, 보젤은 자신의 친구인 상띠를 통해 새로운 장물아비를 알아볼 것을 제안한다. 하지만 상띠는 친아들을 감옥에 집어넣겠다는 협박에 굴복해서 마테이 경감에게 이 사실을 밀고한다.
마테이 경감은 장물아비로 위장해서 코리에게 접근하고, 코리는 거래에 동의한다. 코리는 수배 중인 보젤을 따로 남겨두고 얀센과 함께 보석을 가지고 약속한 장소에 도착해서 마테이를 만난다. 이 때 코리를 걱정해서 몰래 뒤따라온 보젤이 자신을 호송했던 마테이를 알아보고, 마테이를 총으로 위협해서 잡아둔 체 코리를 도망시킨다. 하지만 결국 보젤과 얀센, 코리는 모두 추적하던 경찰에게 사살당하고 만다.
3.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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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스코어 92 / 100 | 점수 7.9 / 10 | 상세 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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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도 96% | 관객 점수 9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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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별점 - / 5.0 | 관람객 별점 4.1 / 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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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점 3.6 / 5.0 |
오우삼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로 꼽기도 했으며, 당연하게도 고독한 프로들의 세계를 그리는 마이클 만의 작품들이나 니콜라스 빈딩 레픈의 영화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그 외에도 존 윅에는 이 영화에 대한 오마주가 가득하다. 당장 1편에서 가장 화려한 총격전이 펼쳐지는 나이트클럽 이름이 Red Circle(붉은 원)이다.
제목인 붉은 원의 의미는 영화가 시작할 때 자막으로 부처의 일화를 통해 설명해주는데, 인연의 우연성과 필연성을 상징한다. 주제의식을 반영하듯, 다른 측면의 서사에서는 불친절하기 짝이 없음에도, 등장인물 사이의 인연들만은 플롯 상 불필요한 부분들까지 세세히 다루어진다. 예를 들어 3인조 중 저격수를 맡은 전직 경찰 얀센은 보젤을 추적 중인 마테이 경감과 경찰학교 동기로 친구 사이이며, 또한 얀센한테 20년 전 탄도학을 가르친 스승인 마르샹은 지금은 내사과의 책임자가 되어 보젤을 놓친 마테이를 압박하면서, 혹시 마테이가 탈주를 방조한 것이 아닌지 뒤를 캐는 인물로 나온다.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은 자기 직업에서는 프로지만, 인간적인 면에서는 결핍된 모습으로 그려진다. 집요하게 보겔을 추적하면서도, 집에서는 가족도 없이 고양이들과 대화하는 마테이 경감이라든지 말이다. 반대로 코리와 보젤은 다소 억지스럽게 만난 사이이면서도 당연하다는 듯 서로를 위해 목숨을 걸고 헌신하는 관계가 된다.
대부분의 서구 평론가들은 코리와 보젤의 관계를 동성애적인 애정과 헌신으로 해석한다. 하지만 정작 감독인 장피에르 멜빌은 이 두 명이 이성애자라는 점을 노골적으로 강조한다. 코리에게는 원래 아내 또는 여자친구가 있었고, 출소한 후에는 지나가는 젊은 여성에게 슬쩍 눈길을 주기도 한다. 보젤은 보석상에 침입하는 긴장된 순간에도 여자 조각상 밑을 지나가면서 행운을 빌듯 젖가슴을 손으로 애무한다. 애초에 둘 사이의 교감이 어떤 성격인지는 고사하고 둘이 왜 서로를 신뢰하는지 추측할 만한 장면은 하나도 나오지 않기 때문에, 이것을 애정으로 볼지 우정으로 볼지는 관객의 몫인 셈이다.
거의 흑백영화에 가까울만큼 낮은 채도로 일관된 이 영화에서 도드라지는 붉은 색은 인연을 강조하는 중요한 요소로 등장한다. 당구장 장면에서 코리는 당구채 끝에 원을 그리듯 붉은 초크를 문지른다. 당구대 위의 붉은 공 하나와 흰 공 두 개는 이후 만나게 될 세 사람의 인연을 상징한다. 코리는 나이트클럽에서 꽃을 나누어주는 바니걸한테 붉은 장미 한 송이를 건네받는데, 이 장미는 이후 위험한 거래를 위해 장물아비(로 위장한 마테이)를 만나러 떠난 코리를 걱정하는 보젤의 손에 들린 모습으로 다시 등장한다.
이브 몽땅이 연기한 저격수 얀센은 3인조 중 비중은 적지만 배우의 무게감 만큼이나 작품의 주제와 관련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는 국제 사격대회에서 우승할만큼 뛰어난 실력을 가진 경찰이었지만, 경찰 조직에 실망해서 일을 그만 두고 지금은 알콜중독 때문에 일상적으로 환각을 볼 만큼 망가진 인간이다. 하지만 범죄 계획에 가담하면서 술을 끊고 사격훈련을 하며 프로의 감을 되찾는다. 얀센은 이러한 변화에 대해 코리에게 감사를 표하고 배당금조차 사양한다. 서사가 별로 할애되지 않아서 간과되기 쉽지만, 사실 이 인물은 마테이 경감의 안티테제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인간은 유죄다"라는 마르샹의 합리화에 굴복해서 마테이는 경찰이면서도 범죄자와 다를 바 없는 비열한 수단까지 불사하지만, 얀센은 돈까지 마다하고 동료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버린다. 이 둘의 대비는 장피에르 멜빌이 늘 천착하던 실존과 도덕의 문제에 대한 질문과 맥이 닿아있다.
범죄 스릴러로서도 장피에르 멜빌 특유의 절제된 대사와 미니멀리즘이 경지에 이른 작품으로 평가되는데, 특히 대사나 음악도 없이 30여분 동안 이어지는 보석상 강도 장면이 유명하다. 복잡한 보안장치들을 프로들의 팀워크로 깨트리는 테크노 스릴러 하이스트의 한 전형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4. 여담
- 영화 도입부에서 자막으로 나오는 부처 이야기는 사실 감독 본인이 지어낸 것이다. 애초에 불경도 아니고 힌두 성자인 라마 크리슈나가 했던 말이라면서 석가모니의 일화가 나오는 것도 어색하고, 게다가 자막 옆에 보이는 도자기 상은 부처가 아니라 칠복신 중 하나인 포대화상이다.
- 보젤 역은 원래 장폴 벨몽도를 염두에 두고 씌여졌지만, 제작 과정에서 이탈리아 자본을 유치하면서 이탈리아 배우인 지안 마리아 볼론테가 캐스팅 되었다. 그런데 볼론테는 감독인 멜빌과 촬영 내내 사이가 좋지 않다가 결국은 며칠 간 촬영장에 안 나타나는 지경이 되는 바람에, 알랭 들롱이 가서 달래어 촬영에 복귀시켰다고 한다. 혹자는 멜빌의 완벽주의가 마찰의 원인이었다고 하는데, 완벽주의로 치면 결코 꿀리지 않는 세르조 레오네와도 탈없이 두 작품이나 같이 한 볼론테이고 보면 이 말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그냥 멜빌이란 사람이 싫었던 것일지도.
- 제목이 <암흑가의 세 사람>이 된 것은, 똑같이 알랭 들롱이 주연한 <암흑가의 두 사람>(Deux Hommes Dans La Ville, 1974)이라는 영화가 인기를 끌면서 그 속편인 것처럼 홍보했기 때문이다. 이쪽은 은행강도를 저지른 알랭 들롱이 출소하고 새 삶을 살려고 하다가 사고로 아내는 죽고 다른 누명까지 써서, 결국 자신을 무고한 형사를 죽이고 사형대에 선다는 내용의 영화로, 알랭 들롱과 장 가방이 출연했다. 이 영화가 기요틴을 없애는데 기여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 원래는 10년전에 만들려고 했지만, 똑같이 보석상 털이를 소재로 한 줄스 다신의 <리피피>(1955)가 나오는 바람에 멜빌은 1970년이 돼서야 이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 원래 <리피피>의 감독으로 먼저 섭외된 건 멜빌이었지만, 멜빌의 동의 하에 줄스 다신에게 메가폰이 넘어갔다. 사실 대사와 음악 없이 30분에 걸쳐 범행 과정을 치밀하게 묘사한 것은 이쪽이 먼저이고, 원조답게 영화 역사에서도 범죄영화의 걸작으로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심지어 <리피피>의 수법을 따라한 모방범죄가 속출해서 몇몇 국가에서 상영 금지가 되기도 했다. 자기 영화에서도 동일하게 30분(정확히는 27분)을 범행에 할애한 것은 멜빌 나름의 오마주일지도.
- 2011년에 두기봉이 리메이크한다고 했지만 결국 엎어졌다.
[기준] 2021.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