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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4-03 17:44:56

양 웬리 암살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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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웬리 암살사건
ヤン・ウェンリー暗殺事件
날짜
우주력 800년, 신 제국력 2년 5월 31일 ~ 6월 1일
장소
이제르론 회랑
교전 당사자 엘 파실 독립정부 지구교
지휘관 프란체스크 롬스키
양 웬리
발터 폰 쇤코프
라이너 블룸하르트
카스퍼 린츠
율리안 민츠
드 빌리에[1]
앤드류 포크
병력 엘 파실 혁명군
전함 율리시스
순항함 레다 II호
기타 함정 5척
로젠리터 연대
지구교도
무장상선 1척
구축함 2척
피해 규모 양 웬리 사망
독립정부 수뇌부 사망
레다 II호 포기
암살대 전원 사망
결과
엘 파실 독립정부 해산
엘 파실 혁명군, 이제르론 공화정부 수립을 선포
제2차 라그나뢰크 작전 종료

1. 개요2. 배경
2.1. 포크의 탈출2.2. 황제의 제안, 마술사의 선택
3. 음모
3.1. 급보3.2. 반전3.3. 비극3.4. 돌아오지 못한 마술사
4. 신정부 수립
4.1. 엘 파실 독립정부의 소멸4.2. 8월의 신정부
5. 제국군의 반응6. 수사7. 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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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라그나뢰크 작전의 에피소드
회랑 전투 양 웬리 암살사건 (종결)

1. 개요


은하영웅전설의 사건. 이 사건으로 은하영웅전설의 동맹측 주인공 양 웬리가 사망한다. 워낙 충격적인 사건인지라 이 사건을 다룬 은하영웅전설 OVA 82화는 일반적인 경우에 내보내는 엔딩 부분이 없고, 81화 말미에 나오는 차회예고 영상에는 음악조차 깔리지 않는다.

2. 배경

2.1. 포크의 탈출

우주력 799년, 지구교단은 황제 암살을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도리어 제국군의 공격으로 지구의 총본부가 무너져내렸다. 지구교 총대주교는 탈출하지 않고 총본산과 함께 자폭했지만 총서기대리 드 빌리에 대주교는 본부를 탈출한 뒤 지하에 숨어서 지구교단을 재정비했다.

지구교가 우주를 정복하기 위해서는 제국과 민주공화주의 진영 간의 화평이 성립되어서는 안 되었고, 두 세력이 끝까지 싸워야 했다. 드 빌리에는 양 웬리의 구상을 거의 정확하게 통찰했고, 두 세력의 화평이 성립하는 것을 방해하기 위해 제국군으로 위장하여 양 웬리를 암살할 음모를 꾸몄다. 그리고 그 음모를 성공시키기 위한 미끼로 제국령 침공작전 패배 이후 정신병원에 갇혀 세상에 잊혀진 앤드류 포크 준장을 선택했다.

우주력 800년 4월 중순 하이네센 도심으로부터 200km 정도 떨어진 휘티어 구릉에 위치한 대규모 정신병동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사망자 및 실종자가 10명 정도 나왔다. 생존자와 발견한 유체의 숫자에 오차가 있어 정확한 숫자는 확인하지 못했으며, 동맹 공무원들은 제국군에게 질책받을까 두려워하여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포크의 실종을 본의 아니게 감춰버렸다. 덕분에 특별병동 809호실에 입원해 있던 포크의 실종은 알려지지 않았고 포크는 사망 또는 행방불명자로 위장하여 하이네센을 탈출했다.

포크를 탈출시킨 드 빌리에는 교단의 총력을 기울여 음모를 준비하고, 특히 제국군 중추에 기밀이 새어나가지 못하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그리고 달콤한 말로 포크가 가진 양 웬리에 대한 증오와 부풀어오른 공명심을 자극했다. 포크는 본래 양 웬리가 아니라 자신이야말로 역사를 움직이는 주역에 어울린다는 야망이 있었기 때문에 회유하는 건 매우 쉬운 일이었다. 포크는 '민주주의의 배신자' 양 웬리를 처단하여 자신의 '정당한 지위'를 회복하기 위해, 양 웬리 암살 음모에 가담했고 지구교는 그를 위해 무장상선 1척을 빌려주었다.

하지만 지구교는 무능한데다가 이교도인 포크 따위에게 양 웬리를 죽이는 역할을 주지 않았다. 처음부터 포크는 미끼에 불과했으며, 양 웬리를 말살할 명예는 교단의 충실한 신도에게 배정되어 있었다. 음모를 설계한 드 빌리에는 무능한 포크가 양 웬리를 죽일 자로 역사에 이름이 남게 되었으니 이것이야말로 공덕이라고 자찬했다.

2.2. 황제의 제안, 마술사의 선택

은하제국군엘 파실 혁명군 사이에서 벌어진 회랑 전투는 혁명군의 저항에 제국군이 막대한 피해를 입고, 황제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이 병환으로 쓰러러지자 소강기를 맞이하였다. 제국군은 이제르론 회랑에서 철수했고, 꿈속에서 화평을 권하는 지크프리트 키르히아이스의 환영을 본 라인하르트는 재공세 대신 양 웬리에게 평화 회담을 제의하였다.

혁명군은 제국군의 공세에 맞서 이제르론 회랑을 지켜냈지만 그 과정에서 막대한 물자와 인명을 소모하였을 뿐만 아니라 함대운용을 담당하는 에드윈 피셔 중장이 전사하여 제국군이 재공세에 나서면 꼼짝없이 이제르론 요새로 후퇴해야 하는 위기에 놓여 있었다. 그런데 황제가 재공세 대신 회담을 제의하자 이제르론 요새로 복귀한 양 웬리를 비롯한 혁명군 간부들은 황제의 회담 제의를 놓고 회의를 개최했다. 회의라곤 하지만, 혁명군의 전략은 황제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것이었으므로 제의를 수락한다는 결정은 일찌감치 내려져 있었다.

한편 제국에서는 페잔에 있던 군무상서 파울 폰 오베르슈타인 원수가 의견을 개진했다. 양 웬리를 끌어들이기 위해 제국의 중신 한 명을 사절 겸 인질로 이제르론 요새에 파견한다는 계획이었는데, 방심한 양이 제국군으로 오면 그를 사살하는 모략이었다. 물론 이렇게 되면 이제르론 요새를 방문한 중신은 그 즉시 분노한 혁명군에게 사망할테니, 이를 침공의 명분으로 삼아 양 웬리 없는 양 함대를 공격하면 우주는 황금사자기 아래 통일된다는 것. 오베르슈타인은 이제르론으로 갈 중신이 없으면 자신이 그 역할을 맡겠다고 했으나, 황제는 거부했다. 그리고 이 의견은 황제와 미터마이어, 로이엔탈, 힐데가르트 외에는 아는 사람이 없었다.

양 웬리의 출발 준비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으나, 출발하기 전 베른하르트 폰 슈나이더가 문제를 제기했다. 카이저 개인은 긍지높은 인물로 충분히 믿을 수 있지만, 황제의 부하들이 황제에 대한 충성 또는 전사한 장병의 복수를 명분으로 양 웬리를 모살할 지 모른다고 지적한 것이다. 그러자 율리안 민츠가 먼저 자신이 양 제독의 대리로 황제와 회견한 뒤, 세부 내용을 듣고 양 본인이 직접 황제와 협상하면 되지 않겠냐고 제안했지만 양은 대등한 위치에서 회담을 청한 황제에게 무례를 범해 감정이 상한다면 회담이 파토날 수 있다고 거부했다. 그리하여 양 본인이 직접 황제를 찾아가게 되었다.

그 다음으로 양 웬리는 라인하르트와의 회담을 위해 필요한 수행원들을 선정했는데, 잘 생겼다고 소문난 황제를 좀 보려고 너도나도 지원했다. 하지만 그린힐 소령은 독감에 걸려서 제외, 카젤느 중장은 전력 재정비를 위해 제외, 메르카츠 중장은 아무래도 라인하르트를 '폐하'라고 부를 수 없을 테니 제외, 아텐보로 중장은 양이 자리를 비운 동안 함대를 책임져야 하므로 제외, 쇤코프 중장은 요새 방어 사령관이라 제외, 포플랭 중령은 공중전 기회가 없어서 제외, 율리안은 카젤느의 일을 돕기 위해서 제외,[2] 무라이 중장은 양이 없는 동안 남은 인원 감시(...)를 위해 제외되었다.[3]

결국 양과 함께 가는 인원은 부참모장 파트리체프 소장, 로젠리터 간부 블룸하르트 중령, 그리고 뷰코크 원수의 부관이었던 수울 중령으로 결정되었다.[4]

그렇게 양 웬리는 우주력 800년 5월 25일 12시 정각, 순양함 레다 II호를 타고 이제르론 요새를 떠났다.

3. 음모

3.1. 급보

양 웬리 일행이 요새를 출발하고 3일 뒤, 엘 파실 혁명군의 민간 협력자이자 페잔과 구동맹령을 뛰어다니며 정보 수집과 군자금 조달에 매진하던 보리스 코네프가 급히 요새로 귀환하면서 통신을 연결했다. 보리스 코네프는 양 웬리의 생사를 물었고 요새 사령부에서는 무슨 농담을 하냐며 비웃었지만 코네프는 벌컥 화를 내며 제국령 침공작전의 패배를 이끈 장본인이자 전 자유행성동맹군 준장 앤드류 포크가 정신병원을 탈출하여 양 웬리를 암살하러 오고 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다.

뜻밖의 소식을 듣자 더스티 아텐보로는 4년 전 암릿처에서 2천만 장병을 죽인 주제에 아직도 모자라나며 죽이려면 자기를 죽이라고 격분했다. 반면 발터 폰 쇤코프는 포크는 절대로 경쟁자를 능가할 수 없으니 경쟁자를 죽이는 생각을 겨우 떠올린 모양이라고 씁슬하게 말했다. 쇤코프는 제국군을 자극할 우려가 있으니 소수 병력만 파견하여 양 웬리를 이제르론으로 끌고 와야 한다고 결론내렸고 바로 인선에 들어갔다. 발터 폰 쇤코프, 카스퍼 린츠로젠리터 연대, 루이 마솅고, 율리안 민츠가 동행자로 선발되었고 알렉스 카젤느는 요새에 퍼진 혼란을 수습하는 역을 맡았는데 카젤느는 선뜻 양의 위기를 몸져누운 프레데리카 그린힐에게 양의 위기를 알릴 용기를 내지 못했다.

요새의 혼란을 뒤로하고 율리시스를 비롯한 전함 6척으로 구성된 소함대가 긴급출동하여 레다 II호의 행적을 따라나섰다. 율리안 일행은 필사적으로 레다 II호와 통신을 연결하려고 노력했지만 회랑 곳곳에서 발생한 전자 폭풍과 누군가 발신한 방해전파 때문에 며칠 동안 레다 II호와 교신할 수 없었다. 율리안은 제국군에게 양의 위기를 알려 제국군이 양 웬리를 지키도록 하는 방안도 생각해보았지만 파울 폰 오베르슈타인 같은 자들이 위기를 이용해 양 제독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양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다고 우려하여 실행하지는 않았다. 율리안의 의심대로 오베르슈타인은 회랑 전투 종료 이후 회담장에 나온 양 웬리를 모살하자고 카이저에게 건의한 적도 있었지만 적어도 이 순간에는 음모와 무관한 결백한 사람이었다.

5월 31일 23시 50분, 양 웬리는 정부 대표들과 함께 식사를 한 뒤 부하들과 함께 3차원 체스를 즐겼다. '불패의 마술사' 답지 않게 3차원 체스 실력은 바닥을 기는 양이었지만 이번에는 라이너 블룸하르트를 상대로 2번이나 승리를 거두었다. 블룸하르트는 아무리 나라도 이렇게 못할 줄은 몰랐다고 투덜대고, 기분이 좋아진 양은 그걸 보면서 손수 끓인 홍차를 마셨다. 양은 부하들의 경례를 받으며 샤워를 한 뒤 개인실로 들어갔고, 남은 장교들은 롬스키 주석의 비서관에게 양 제독이 자고 있다고 알려준 뒤 자기들끼리 포커를 쳤다.

6월 1일 0시 25분, 양 웬리는 샤워를 마치고 개인실 침대에 누웠다. 본래 저혈압 기미가 있는 데다가 최근에는 불면증까지 앓고 있는 양은 준비해둔 수면유도제를 먹고 괴기소설을 읽었다.

6월 1일 0시 45분, 취침에 들어가려던 양이 블룸하르트 중령의 호출을 받고 다시 깼다. 블룸하르트는 앤드류 포크가 정신병원을 탈출한 뒤 무장상선을 강탈하여 양 제독을 암살하려 하고, 제국군이 양을 마중하기 위해 구축함 2척을 파견했다고 알려주었다. 레다 II호 함장 르이시코프 소령은 경계 태세를 취했다.

6월 1일 1시 20분, 통신대로 무장상선 1척이 모습을 드러냈고 2분 뒤 발포했다. 레다 II호가 응전하려 하자 무장상선 뒤에서 제국군 구축함 2척이 나타나 단숨에 무장상선을 격침시켰다. 곧 제국군으로부터 황제에게 모시고 가기 전에 직접 만나 인사를 전달하고 싶다는 통신이 연결되었고 양 웬리는 사절단 대표 롬스키의 판단을 따르겠다고 답했다. 그리고 엘 파실 독립정부 수반 프란체스크 롬스키는 제국군의 친절에 답할 겸, 예의를 갖춰 구축함과의 접현을 허가하였다.

죽은 포크에 대해 블룸하르트는 "음습하고 거만하고 기분나쁜 자식"이라고 비판했지만 파트리체프는 "수재였지만 현실이 그에게 다가와 주지 않았다.", "방정식이나 공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면 척척 해결하겠지만 매뉴얼 없는 세계에는 살아갈 수 없었다"고 다소 동정하는 평가를 내렸다. 한편 양은 뒷맛이 좋은 화제는 아니라 딱히 포크에 대한 평가를 하지 않았으며, 사회에서 배제당한 포크가 어떻게 군함과 동지를 모아 이런 일을 벌일 수 있었는지 의문을 품었지만 수면유도제 때문에 졸려서 더 이상 생각하기를 그만두었다.

제국군 구축함은 그대로 레다 II호에 접근하여 접현 작업을 했다. 순 수울 소령은 굳이 접현까지 할 필요가 있냐고 의문을 제기했지만 양은 롬스키 주석이 결정한 일이라고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6월 1일 1시 50분, 접현 작업이 완료되었다. 독립정부 각료들은 외교교섭의 우선권을 주장하여 양 제독을 비롯한 군인들은 호출이 있을 때까지 숙소에서 대기하라고 지시했다. 양도 이런 사소한 일로 롬스키의 측근들과 싸우기 싫었고 매우 졸렸기에 숙소로 들어갔다.

3.2. 반전

롬스키 주석은 미소로 제국군을 맞이했지만 제국군의 낌새가 이상했다. 이들은 양 제독이 위기를 감지하고 숨었다고 생각해서 갑자기 총을 뽑아 겨누며 양 웬리의 위치를 물었다. 롬스키 주석이 침착하게 무엇을 원하던 총을 내려놓으라고 지적하자 제국군은 총을 발포하여 롬스키 주석을 첫 희생자로 삼아 학살극의 막을 올렸다.[5]

롬스키 의장의 시체가 뒤로 넘어가자 그때까지도 당황하여 머뭇거리던 독립정부 인사들은 황급히 도주하기 시작했다. 접현구역을 통해 제국군 병사들이 레다 II호 내부로 마구 쏟아져들어오기 시작했고 정부 인사들을 향해 총격을 퍼부었지만 한 발도 맞지 않았다.

6월 1일 1시 55분, 순 수울과 라이너 블룸하르트는 공황에 빠진 독립정부 각료들을 보고 이변을 알아차렸다. 그들은 총을 꺼내고 장교 클럽 입구에 바리케이트를 쌓으려 할 때 제국군이 몰려왔다. 순 수울은 즉시 사격하여 롬스키를 죽인 제국군 장교의 인중을 꿰뚫어 사살했다.

제국군의 사격 실력은 양 제독 일행보다 떨어졌지만 많은 숫자를 토대로 막강한 화력을 쏟아붇고 있었다. 양 제독의 부하들은 위험을 깨닫고 부하들의 말에 따라 자세를 낮추고 있는 양 웬리에게 당장 도망치라고 외쳤다. 그때 침입자들이 다시 침입했지만 블룸하르트는 놀라운 사격 실력으로 단숨에 세 명을 사살한 뒤 다시 도망치라고 외쳤다.

그러나 양은 어디로 도망쳐야 하는지 몰라서 그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그러자 파트리체프가 나서 양 웬리를 뒷문 쪽으로 끌고 가 밖으로 내보낸 뒤 뒷문을 닫고 몸으로 막았다. 제국군은 파트리체프의 몸에 총격을 퍼부었지만 파트리체프는 6군데에 총상을 입었음에도 여전히 문을 막은 채로 "그만들 두게, 아프지 않은가"라고 암살자들을 타일렀다. 그러나 암살자들은 2초 뒤 재사격하여 파트리체프를 사살했다. 그러나 파트리체프의 시신이 문을 막은 모양새가 되어서 암살자들이 치우는 데 고생 좀 했다.

그때 블룸하르트와 수울이 다시 암살자들을 상대로 사격을 퍼부었다. 그러자 암살자들은 순 수울을 집중 공격했고, 수울은 왼쪽 쇄골에 관통상을 입은 채로 쓰러지다가 벽에 머리를 부딪쳐 기절했다. 암살자들은 동료 다섯을 죽인 수울에 복수하고 싶어했지만 임무를 생각하여 수울을 내버려둔채 양 제독 추격에 열중했다.

6월 1일 2시 4분, 레다 II호는 제국군에게 거의 점령당했다. 그때 "통신이 방해받은 공역 근처에 양 제독이 있다"고 통찰한 율리안에 의해 레다 II호를 찾은 전함 율리시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뒤늦게 율리시스를 발견한 제국군 구축함 1척이 방향을 돌렸지만 이미 구축함을 조준하고 있던 율리시스는 즉각 발포하여 구축함을 격침했다. 그러나 레다 II호에 접현한 1척은 격침할 수 없었기에 율리시스는 방침을 바꿔 레다 II호에 접현, 산화제로 외벽을 녹여 강제로 통로를 만들었다.

이때까지도 숫자 자체는 제국군이 많았고 제국군은 난입하는 혁명군에게 무수한 총화를 퍼부었다. 그러나 상대는 1개 연대가 1개 사단에 맞먹는 전투력을 가졌다고 평가받는 '로젠리터'. 총격전과 백병전에 돌입한 제국군들은 쇤코프의 지휘를 받는 로젠리터에게 쓸려나갔다. 쇤코프가 쓰러진 제국군 병사에게 양 제독의 위치를 물으니 그 병사는 "이젠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고 대답했고 분노한 쇤코프는 군화로 걷어쳐 앞니를 박살냈다. 쇤코프는 율리안에게 루이 마솅고와 병사 대여섯 명을 붙여주고 나중에 따라갈 테니 먼저 양 제독을 찾으라고 지시했고, 율리안은 양 제독을 찾기 위해 레다 II호 선내를 헤메기 시작했다.

3.3. 비극

블룸하르트, 수울, 파트리체프의 희생으로 양 웬리는 일단 그 자리를 벗어나는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본래 활동적인 생활과는 거리가 먼 성격에 레다 II호의 구조에도 어둡고 무엇보다 몸을 피한다고 한들 갈 곳이 없었던 탓에 양 웬리는 정처없이 레다 II호 선내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율리안은 양 웬리를 찾기 위해 사력을 다했지만, 제국군들은 결코 도망치려고 하지 않았기에 적을 만날 때마다 무조건 싸워야 해서 뒤따르는 병사 두 명을 잃었고 시간도 지체되었다.

2시 30분, 율리안이 양 웬리가 있던 위치에 근접했다. 직선거리로는 불과 40m에 불과했지만 그 안에는 레다 II호의 구획으로 가득차 있어 양 웬리와 율리안은 서로 가까이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율리안은 애타게 양 웬리의 이름을 부르며 그의 위치를 찾았다.

2시 40분, 불행하게도 양 웬리는 율리안보다 먼저 제국군 병사에게 발견되었다. 제국군 병사는 양 웬리의 이름을 외치면서 블래스터로 양 웬리의 다리를 쏘았고 자신이 양 웬리를 죽였다며 매우 기뻐하더니 총도 내버리고 도주하였다. 양 웬리는 급히 스카프를 다리에 감아 지혈을 실행했지만 다리의 동맥신경다발이 관통당해 출혈이 멎지 않았다. 양은 한 손을 벽에 대고 계속 통로를 걸었으나, 결국 과다출혈로 주저앉았다. 이미 그의 바지는 피로 검붉게 변해버렸고 바닥에는 피웅덩이가 퍼지고 있었다. 양은 등을 벽에 기대고 앉아 몰려오는 피로를 느끼며 생애 마지막 동작으로 두 눈을 감았다.
"미안, 프레데리카. 미안, 율리안. 미안, 여러분......"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8권 <난리편>, 김완, 이타카(2011), p.189.

결국, 마술사, 돌아오지 못하고.......


파일:attachment/yang_dead.png
우주력 800년 6월 1일 2시 55분. 양 웬리의 시간은 서른세 살로 정지했다.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8권 <난리편>, 김완, 이타카(2011), p.189.

향년 33세. 너무나도 젊은 나이에 그는 그렇게 뜨겁게 불타올랐고, 그렇게 사그라들었다.

3.4. 돌아오지 못한 마술사

양 웬리 사후 10분이 지난 새벽 3시 05분, 함선을 수색하던 율리안 민츠 중위와 루이 마솅고 소위는 사망한 양 웬리의 시신을 발견하였다. 양부의 시신을 보고 이성을 놓은 율리안은 오열 후 등 뒤에서 걸어오던 제국군을 탄소 크리스탈 토마호크로 마구 쓸어버리다가[6] 마솅고의 말에 간신히 진정하고 양아버지의 시신을 수습했다.

새벽 3시 10분, 함선 내부의 제국군을 소탕하며 함선을 수색하던 쇤코프 중장과 로젠리터 부대가 장교 클럽에서 중상을 입고 쓰러진 수울 중령과 블룸하르트 중령 그리고 파트리체프 소장의 시신을 발견하였다. 수울 중령은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도 다행히 부상이 심하지는 않아서 사망하지 않아 급히 후송되어 목숨을 건졌으나 블룸하르트 중령은 수울과 달리 부상이 예상외로 너무 심각했고 흐려져가는 의식 속에서도 양 웬리 제독이 무사하냐고 물었고 쇤코프 중장은 중령을 최대한 안정시켜주었으나 결국 3시 20분경 죽게 되면서 존경하는 상관의 뒤를 따랐다.

새벽 3시 30분, 로젠리터 연대는 레다 II호의 통제권을 거의 되찾았으나, 제국군은 마치 좀비를 연상케 하는 집념으로 끝까지 저항을 시도했다. 그러자 쇤코프 중장은 최대한 신속하게 이제르론으로 복귀해야한다는 판단 하에 퇴함명령을 내린다. 이에 따라 양 웬리 원수, 파트리체프 소장, 블룸하르트 중령의 시신과 레다 II호의 살아남은 승무원들, 붙잡힌 제국군 포로 셋을 포함한 혁명군은 전함 율리시스로 복귀하여 이제르론으로 철수하였다. 쇤코프 중장은 제국군들의 저항이 심해 어쩔 수는 없이 롬스키 의장을 포함한 독립정부 인사들의 시신 및 사망한 레다 II호의 승무원들의 시신은 부득이하게 버려두고 떠났다. 사정은 있었지만 훗날 이 일로 상당한 비판을 받게되었다.

함선의 제국군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지구교의 상징물이 발견되었고, 그를 통해 이번 사건의 진정한 배후가 누구인지 밝혀졌다. 충성을 바치던 양 웬리 원수에 부연대장 블룸하르트 중령까지 사망하자, 격분한 로젠리터 대원들은 지구교에 대한 증오를 표출했다. 그나마 연대장 카스퍼 린츠는 온건하게 붙잡힌 지구교도놈들이 자백할 리도 없으니 원하는대로 화려하게 순교시켜주겠다고 쇤코프에게 말했고, 연대원들은 아예 "산 채로 핵융합로에 처넣어버려!"라든지[7] "아니야, 1센티미터 단위로 썰어서 하수구에 흘려보내자!"등, 증오섞인 발언을 쏟아내었다. 그러나 연대원들은 무엇을 하던 요새로 돌아가는 것이 우선이라는 쇤코프 중장의 일갈에 한발 물러섰다.[8]

4. 신정부 수립

4.1. 엘 파실 독립정부의 소멸

6월 3일 11시 30분, 율리시스는 뒤따라온 아군함 5척과 함께 장례 대열을 짜고 이제르론으로 귀환했다. 극비리에 부고를 전해들은 카젤느, 메르카츠, 아텐보로가 죽은 양이 요새로 돌아오는 걸 지켜보았다. 그들 모두 표정이 석고상마냥 표정이 굳어 있었으며, 카젤느는 율리안이 인사하자 겨우 말을 꺼낼 수 있었다. 은밀히 부고를 전해들은 올리비에 포플랭은 "죽은 양 웬리 따위에겐 볼일 없어."라며 개인실에 틀어박혀 위스키를 들이켰다.

하지만 프레데리카 그린힐에게는 아직 부고를 전하지 못했다. 율리안은 오르탕스 밀베르 카젤느에게 부탁하려 했으나 오르탕스는 율리안이 전해야 한다고 온화하지만 단호한 태도로 거절했다. 결국 율리안이 부고를 전했고, 프레데리카는 자신이 상상한 양의 죽음을 떠올리며[9] 슬픔에 잠겼다.

양 웬리의 부고가 퍼지자 요새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힘없는 변경의 자치정부에 불과했던 엘 파실 독립정부이제르론 요새를 탈환할 수 있었던 것도, 수백만에 달하는 망명자들을 모을 수 있었던 것도, 전 우주를 정복한 은하제국과 맞서 싸울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양 웬리가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그 양이 세상을 떠났으니 앞날이 막막해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엘 파실 혁명군 간부들은 조직의 붕괴를 막기 위해 차기 정치지도자로 프레데리카 그린힐 소령을, 군사지도자로 율리안 민츠 중위를 옹립하려 했다. 율리안은 그동안 양 함대 사령관은 신성불가침한 자리로 여겼기 때문에 거절하려 했으나, 프레데리카가 정치지도자 역을 수락하고 율리안을 설득하자 받아들였다.

그러나 양 웬리의 공백은 너무나도 큰 것이기에 장병들은 여전히 혼란에 빠져 있었다. 이들은 양 웬리 없는 양 웬리 군은 유랑 사병집단에 불과하며,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언젠가 내부분열로 자멸하리라 예상했다. 특히 간부들이 옹립한 율리안 민츠는 그들이 보기에 풋내기에 불과했기에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러자 친우 피셔 중장의 사망 이후 파트리체프 소장에 양 웬리 원수마저 사망해 큰 상심에 빠진 무라이 중장이 이제르론 요새를 떠날 것을 자진하며 사태가 급반전되었다. 무라이 중장은 자신같은 간부가 떠나면 불평분자들이 자신을 명분으로 삼아 빠져나갈 것을 이유로 율리안 민츠의 허가를 구했고 민츠는 무라이 중장이 받은 상처와 남은 사람들을 위해 오명을 감수한 희생 정신에 깊은 감사를 표하며 이탈을 허가하였다.

무라이 중장의 이탈 소식이 알려지자 많은 사람들이 뒤를 따랐다. 그 직후 엘 파실 독립정부는 '우연하게도' 정부의 해산을 발표하였고 새롭게 지도자로 임명된 율리안 민츠를 호출하여 이 사실을 통보하였다. 독립정부 위원들은 자신들이 롬스키 의사의 독단적인 판단으로 탄생하였고 롬스키가 형성한 분위기에 이끌려 '승산도 없는 혁명'을 벌이게 되었다며 롬스키과 양 웬리가 모두 사망한 지금, 한낱 정치체제에 집착하는 것보다 대국적인 시각으로 인류의 평화와 통일에 공헌해야 할 시기라는 이유를 들며 자신들을 정당화했고 율리안 민츠를 향해 죽은 자의 이상을 고집하다 순교자가 되지 말라는 소리까지 내뱉었다. 이 한심스러운 꼴에 율리안 민츠는 롬스키 의사가 독재자도 아니고 반대의 자유가 없던 것도 아니라고 꼬집으며 나가는 것을 막을 일도 없으니 자신들이 했던 일을 부정할 필요는 없다는 일침을 놓았다.[10]

우주력 800년 6월 6일, 엘 파실 혁명군은 혁명군 사령관 대행 율리안 민츠의 이름으로 양 웬리의 죽음을 공표하고 장례 절차를 마쳤다. 동시에 엘 파실 독립정부는 해산을 선언, 10개월의 짧은 역사를 마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4.2. 8월의 신정부

독립정부가 해산한 이후, 양 함대 간부들이 모여 신정부 수립을 논의했다. 우선 조직명에 대해 올리비에 포플랭 중령이 '이제르론 코뮌'을 제안했지만 더스티 아텐보로혁명사상 코뮌이라고 이름을 붙인 혁명조직은 모조리 실패했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결국 카스퍼 린츠 대령이 제안한 '이제르론 공화정부'라는 밋밋한 이름이 신정부의 공식 명칭이 되었다. 그리고 세상 사람들은 똑같이 8월에 설립한 엘 파실 독립정부와 구분하기 위해 이제르론 공화정부를 '8월의 신정부' 또는 '8월 정부'라고 불렀다.

이름을 정한 신정부는 세 차례에 걸친 협의 끝에 정부조직을 편성하고, 국부 알레 하이네센양 웬리의 초상을 나란히 걸었다. 하지만 영웅숭배를 경계하여 초상을 거는 장소는 총회의장, 중앙위원회, 주석집무실, 혁명군 사령부로 제한하고 나머지 공공장소에서 초상을 거는 행위는 금지시켰다. 우여곡절 끝에 양 웬리 사후 69일이 지난 우주력 800년 8월 8일 혁명군 정치지도자이자 신정부의 주석을 맡게 된 프레데리카 G. 양의 명의로 이제르론 공화정부수립을 선포했다. 이제르론에 잔류한 인원은 총 94만 명, 은하제국 총 인구의 42,500분의 1이었다.

5. 제국군의 반응

우주력 800년 6월 6일. 19시 10분, 은하제국군은 이제르론 요새에서 전 우주를 상대로 발송되는 통신문을 수신하였다. 이 사실은 19시 25분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에게 전달되었다.

모든 제국군이 충격에 휩싸였지만 황제 라인하르트의 충격은 그 격을 달리했다. 황제는 "짐의 허락도 없이 세상을 떠났다는 말인가! 말도 안되는 소리다! 그를 쓰러트리는 건 짐이어야 했다!"며 크게 분개했지만, 곧 마음을 다잡고 양과 안면이 있던 나이트하르트 뮐러 상급대장을 대표로 한 조문단을 이제르론 요새로 파견하였다.

양 웬리의 죽음을 접한 제국군 간부들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누구는 양 웬리가 죽음을 가장하고 살아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고, 누구는 양 웬리가 죽음을 가장하고 숨어 있다고 확신했다. 거대한 적수를 잃은 제국군 간부들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으며, 특히 비텐펠트는 양이 승리를 얻고 도망쳤다 생각해 기함 쾨니히스티거 함교를 돌아다녔고 부하들은 사령관이 폭발하지 않게 주의를 기울였다.

양 웬리의 죽음도 죽음이지만 그 다음 사령관으로 오른 율리안 민츠에 제국군 간부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미터마이어 원수는 정보참모들에게 율리안이 누군지 물었지만 그들도 잘 몰랐고, 결국 데이터를 검색한 뒤에야 양 웬리의 피보호자였으며 18세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그걸 들은 미터마이어는 솔직하게 "그래? 그거 안됐군. 앞으로 고생이 많겠어."라고 동정했다. 제국군 내부에는 누가 후계자가 되던 양 웬리 이상의 일은 하지 못할 테니, 민주주의 마지막 보루도 내부에서 무너질 것이라고 전망하는 목소리가 퍼져갔다. 그러자 제국군 장병들은 상실감을 벗어던지고 환희에 빠졌다. 카이저 라인하르트를 떠나 고향을 떠난지 최소 1개월, 간다르바에 주둔했던 슈타인메츠 함대는 1년 넘게 가족의 얼굴을 보지 못한 장병들이 있었던 만큼 제국군 사이에는 향수병이 강해지고 있었다.

6월 7일, 카이저 라인하르트는 공식적으로 원정 중지를 발표했다. 뮐러가 조문간 사이 미터마이어는 함대의 대열을 정비하고 로이엔탈은 부상병 후송을 서둘렀다. 6월 12일 뮐러 상급대장은 올라우 소장, 라첼 대령 등을 대동하며 기함 파르치팔을 타고 이제르론 요새로 왔다. 뮐러는 정치 지도자 프레데리카와 군사지도자 율리안을 접견했으며, 죽은 양 웬리의 유체와도 대면했다. 뮐러는 돌아가기 전에 율리안에게 카이저께 평화나 승복을 청한다면 전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율리안은 만약 카이저가 죽는다면 당신들은 깃발을 바꿀 수 있겠냐고 완곡히 거절했다. 율리안은 뮐러에게 이탈자들에게 하이네센에 도착할 때까지 항로를 확보해 달라고 요청했고 뮐러는 수락했다. 뮐러가 복귀하자 제국군은 질서정연하게 철군했다.

6월 20일, 로이엔탈 원수는 정식으로 노이에란트 총독에 임명되었으며 장병 520만 명이 구동맹령에 잔류했다. 카이저는 하이네센을 거치지 않고 동맹령을 횡단하여 7월 1일 페잔으로 돌아왔다. 7월 7일 고급 호텔 발트인더스에서 파렌하이트, 슈타인메츠, 질버베르히 세 공신의 국장이 치러졌다. 장례위원장은 오베르슈타인이 맡았으며, 미터마이어 원수 휘하 고급장교들이 참석했다. 한편 구 동맹령에 잔류한 로이엔탈 총독은 독립정부 이탈자들을 받아들이는 한편 양 웬리의 추모행사를 열고 그를 칭송하여 구 동맹 시민들이 양 웬리를 버린 자들을 비난할 것을 노렸다.

6. 수사

양 웬리가 죽은 뒤 제국군과 혁명군 모두 사태의 배후를 캐내기 위해 수사를 벌였다. 그러나 배후가 지구교라는 것까지만 밝혀졌을 뿐, 그 이상의 성과는 없었다.

양 웬리 암살에 동원되었던 제국군 구축함 2척은 모두 6월 초순에 발견되었다. 한 척은 율리시스에 의해 격침된 후 우주먼지가 되어 우주를 떠돌고 있었고, 나머지 한 척은 양 웬리 암살에 성공한 뒤 도주했지만 폴커 악셀 폰 부로 제독 휘하 순양함대에 포착되었다. 그들은 제국군의 정선 명령을 무시하고 발포하는 등 저항을 시도했지만 제국군의 집중사격을 맞고 격침되었다. 내부에 탑승한 지구교도는 전원 사망했으며, 따라서 양 웬리를 죽인 지구교도의 이름은 영원히 밝혀지지 않았다.[11] 제국군은 양 웬리를 죽인 자들이 제국군 병사로 위장한 것에 대해 조사를 착수했지만, 지구교와 연관이 있던 사관 및 부사관 10여명이 연이어 자살하면서 수사에 난항을 겪었다.

혁명군도 바그다슈 대령의 주도로 붙잡은 지구교도 세 명을 심문했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교단 중추와 멀리 떨어져 있는 말단 신도들이라서 기밀 같은 건 알고 있지도 않았다. 또한 그들은 모두 지구교에 신앙심이 깊어 종파의 적 양 웬리를 성스러운 의사에 따라 멸했다고 주장하면서 순교를 원했다. 지구교도의 처분을 두고 이제르론 간부들 사이에서 논의가 있었는데, 복수심에 불타 레다 II호에서 지구교도를 도륙한 율리안도 이들에게 사형 선고를 내리는 것을 주저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포로 중 두 명은 혀를 깨물었으며, 나머지 하나는 독방에 머리를 들이박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7. 여담

이 에피소드는 은하영웅전설의 한 축을 담당하던 주인공의 사망이었으므로 수많은 독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책을 집어던지는 사람은 물론 한동안 책을 기피하거나 더 이상 읽는 것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속출하였다. 삼국지연의를 읽다가 도원종언이나 추풍오장원 부분까지 읽은 뒤 더 이상 읽는 것을 포기하는 기분과 유사한 수준이다.

당연히 작가 다나카 요시키를 향한 수많은 항의 편지도 빗발쳤으나 정작 작가는 매우 바빴기 때문에 단 한 통도 읽지 않았다(...). 그리고 '몰살 다나카'라는 별명을 획득했다고.[12][13]

결과적으로 이 사건은 자세한 전말, 과정 및 경과에 대한 조사도 제대로 되지 못하여 지구교가 이 사건의 원흉이라는 사실 말고는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해 지구교도들의 위세와 작가와 지구교에 대한 독자들의 극대노만 남기고 끝났다. 하지만 이 대형사고를 친 지구교도들은 로엔그람 왕조 측이나 양 웬리 함대 및 이후 세워진 이제르론 공화정부 양측으로부터 당연히 경계를 더해서 독자들의 분노도 받아 천천히, 그리고 고통스럽게 무너져 내려간다.[14] 이후 이러한 대규모 테러 공작에 제대로 맛을 들였는지 우르바시 사건, 호랑가시나무관 습격사건 같은 테러 행위를 통해 자신들의 몰락을 막으려 하였지만 모두 공염불로 끝났고,[15] 마지막으로 벨제데 임시 황궁 습격사건을 통해 크게 한방을 날려려 했으나, 이 사건 자체가 오베르슈타인의 함정이었음으로 결국 남김없이 깔끔하게 작살난다.[16] 그 와중에 이제야 제대로 지구교 총수 노릇을 하려던 드 빌리에를 율리안 민츠가 양 웬리의 원수를 이유로 끔살한 것은 덤

다나카 요시키의 계획대로라면 양은 원래 더 일찍 죽을 예정이었다. 은영전을 1,2부로 나누어서 1부 중간에 양이 죽고 율리안이 새 주인공이 되는 게 원래 계획이었는데, 양이 죽이려 해도 안 죽어서(...)[17] 예정보다 양의 수명이 연장되어버렸고 2부 연재할 때는 양을 어떻게 죽일까만 생각했다고 한다. 양이 암살당한다는 것도 원래 계획이었고, 이는 앤드류 포크가 병원에 입원할 때부터 정해놓았다고 한다. 작가도 애 먹이는 마술사

양의 목소리를 맡았던 토미야마 케이OVA에서 양의 죽음을 연기한 후 1995년 9월 25일에 췌장암으로 사망하면서 팬들에게 슬픔과 충격을 안겨주었으며, 양의 한국판 성우인 백순철 성우 역시 2011년 아까운 나이로 타계하였다.[18]

[1] 사건의 배후 조종자이다.[2] 겉으로는 이렇지만 양이 율리안을 두고 온 진짜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이 선택에 혁명군 장병들은 의외라고 여겼고, 율리안은 나는 파트리체프 소장보다 도움이 되지 않느냐고 서운해했지만 양이 달래서 기분을 풀었다.[3] 잘 알겠지만 아텐보로와 포플랭을 두고 한 이야기이다.[4] 여담으로 포플랭과 쇤코프는 '파트리체프는 등빨용, 블룸하르트는 호위용, 수울은 뷰코크 원수 대리'라며 비웃었다. 추가로 회담장으로 향하는 도중 양 웬리는 이 셋을 상대로 3차원 체스에서 훌륭한 승리를 거두었는데 보통 체스를 뒀다하면 지는 편이라 인선 기준이 자기가 체스에서 이길만한 사람이 아니냐는 의혹도 있었다(...).[5] 친절한 태도로 제국군을 맞은 롬스키 주석의 태도는 훗날 비판을 사기도 했는데, 비판론자들은 『개에게 예의 바르게 절도를 설명해봤자 통할 리 없다. 주석은 말 대신 의자라도 내던졌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허나 군인도 아닌 롬스키 입장으로서는 의자라도 던지려는 의지보다는 어떻게든 말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더 선택하기 쉬웠을 것이다. 거기에 결정적으로 지구교 관련 정보는 양 웬리 함대도 일 끝나고 나서야 알아차렸던지라 롬스키는 상대가 제국군이 아니라 지구교라는 걸 몰랐다. 그렇다보니 대놓고 상대가 무례하게 나오더라도 '조금 기분 나쁘긴 하지만 일단 평화 협상 상대인데 말로 하면 잘 되겠지.'라는 생각을 했어도 이상하지 않다. 거기에 당시 상황은 양 웬리 함대가 기적적인 분투 끝에 간신히 평화 협정을 따낸 것에 올라탄 참인지라 상대를 제국군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이상, 엘 파실 독립 정부가 강하게 나설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6] 어찌나 분노했던지 이미 죽어서 시체가 되었는데도 토마호크로 마구 찍어대고 있었다(...)[7] 참고로 이는 제2차 가이에스부르크 요새 공방전 막바지에 실현된 바 있다(...) 그 때 피해자는 귀족 지휘관이고 가해자는 평민 병사들로 평소에 억압받을대로 억압받은 분노가 일순간에 폭발하며 벌어진 일인데 그 분노에 맞먹을 정도로 로젠리터의 눈이 뒤집힌 것이다.[8] "이제르론에도 핵융합로는 있다. 더 큰 놈으로."[9] 전쟁이 끝나고 한참 후의 미래에 은퇴 후 가정을 꾸리고 조용히 연금생활을 누리다가 손녀의 목소리를 들으며 잠을 자듯 숨을 거두는 것이다.[10] 자신의 평판 등을 이유로 이탈하지 않고 남아 조직을 뒤흔드는 자들은 어디에서나 암적 존재와 같다. 무라이 중장은 자신의 명성이 손상될 것을 감수하고 이런 암적 존재들을 '청소'해준 것이다.[11] OVA에서는 양을 암살한 지구교도가 나오지만, 나중에 동료들 데리고 다시 나타났다가 양의 죽음에 분노한 율리안 민츠가 휘두른 토마호크에 얼굴이 두동강나서 끔살당한다.[12] 사실 다나카 요시키는 이전에도 인기 캐릭터를 죽였다가 편지를 받은 적이 있다. 바로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1차 암살미수사건 에서 키르히아이스를 죽인 후인데 이 때 너무나도 갑작스레 키르히아이스가 죽은 나머지 저대로 놔두면 또 무슨 짓을 저지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진 독자들에게 누구누구는 죽이지 말라는 편지들을 받았지만 정작 본인은 그걸 보고 역시 인기 캐릭터는 사랑받을 때 죽이는게 매력적이라는걸 깨달았다고.(...) 그리고 우려대로 양도 죽였다. 본인 말로는 좀 더 오래 살려둔거라고는 하지만...[13] 웃기게도 일찍 죽을 것 같은 비텐펠트나 그 외 일부 엑스트라 단역은 의외로 끝까지 살아남았거나 살아서 퇴장했다. 비텐펠트만 해도 최소 회랑의 전투에서 죽을 것 같더니만 끝까지 살아서 원수가 되었다. 그리고 장수했다.[14] 물론 이제르론 공화정부측은 영역이 이제르론 요새에 한정된 만큼 직접적으로 어쩔 수 없었지만 대신에 제국이 알아서 처리해주었고 특히 벨제데 임시 황궁 습격사건에서 아예 율리안에 의해서 가짜 총대주교와 드 빌리에까지 살해당해 지구교 자체의 명맥이 끊어지는 것으로 보복당한다.[15] 물론 호랑가시나무관 습격사건은 성공 직전까지 가긴 했다.[16] 물론 지구교도들이 목표인 황제 뿐만이 아니라 아예 로엔그람 왕조 일원 전원을 죽이려고 했을 순 있다. 실제로도 오베르슈타인은 총에 맞아 죽은게 아니라 폭탄을 맞고 죽었는데 보통 지구교도들이 총기류를 사용해 사살하는 방식을 취했던걸 감안하면 폭탄으로 아예 황제 일가 전체를 폭살시키려고 했을 것이다.[17] 다나카 요시키가 미치하라 카츠미와의 대담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양을 죽일 때 30장을 써도 죽지 않아서 결국 세 페이지 안에 죽이겠다고 결심하며 처음부터 다시 썼다고 한다.이쯤되면 걍 살려주지, 어차피 여생을 연금수령자로 살려는 니트군인이잖아[18] 공교롭게도 백순철 성우의 은퇴연도는 토미야마가 타계한 1995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