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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잔 점령 작전 Fezzan Occupied · フェザーン占領 | ||
날짜 | ||
우주력 798년, 제국력 489년 표준력 12월 13일~ 12월 30일 16시 50분 | ||
장소 | ||
페잔 자치령 페잔 회랑 페잔 성계 제2행성 페잔 | ||
교전 당사자 | 은하제국 골덴바움 왕조 | 페잔 자치령 |
지휘관 |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볼프강 미터마이어 나이트하르트 뮐러 칼 에두아르트 바이어라인 | 아드리안 루빈스키 |
병력 | 은하제국군 미터마이어 함대 함정 약 2만 척, 장병 200만 명 뮐러 함대 함정 불명, 장병 불명 라인하르트 함대 함정 불명, 장병 불명 | 페잔 경비함대 불명(원작) 아르테미스의 목걸이 라프 문,(후지사키 류 코믹스), |
피해 규모 | 없음 | 없음(원작) 아르테미스의 목걸이 라프 문 완파,(후지사키 류 코믹스), |
결과 | ||
페잔 자치령 붕괴, 임시 민정 체제로 전환 |
[clearfix]
제1차 라그나뢰크 작전의 에피소드 | ||||
제9차 이제르론 공방전 | → | 페잔 점령 작전 | → | 율리안 민츠의 페잔 탈출 |
1. 개요
- 등장 작품
- 은하영웅전설 4권 <책모편> 9장
- 은하영웅전설 OVA 44화
- 후지사키 류 코믹스 은하영웅전설 167~169화, 171화
- 은하영웅전설 Die Neue These 48화
- 시기 : 우주력 798년, 제국력 489년 표준력 12월 13일~ 12월 30일 16시 50분
은하영웅전설의 사건. 은하제국군이 제1차 라그나뢰크 작전의 일환으로, 이제르론 요새의 전략적 가치를 0으로 만들기 위해 페잔 자치령을 점령하고 궁극적으로 페잔 회랑을 제국령으로 편입하기 위해 실행한 작전이다.
2. 배경
2.1. 라그나뢰크 작전
우주력 798년, 페잔 자치령은 무너지는 동맹을 버리고 제국에 붙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제국재상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과 결탁하여 황제 납치 사건을 일으켰다. 아무것도 모르는 자유행성동맹은 황제의 망명은 물론 망명정권까지 정식으로 인정했고, 이 사태를 인정할 리 없는 라인하르트는 문벌귀족 잔당과 결탁한 자유행성동맹을 응징한다는 명분으로 전쟁을 선포한다.그런데 페잔의 속셈과 달리 라인하르트는 이 기회에 동맹은 물론 페잔까지 제압할 구상을 하고 있었다. 라인하르트는 오래 전부터 막대한 인명 손실을 볼 수밖에 없는 이제르론 요새를 돌파하지 않고 페잔 회랑을 통해 동맹을 제압할 작전을 구상하고 있었다. 라인하르트는 니콜라스 볼텍 판무관과 교섭하면서 페잔이 진심으로 자신의 패권 확립을 도와주고 싶다면 페잔 회랑 자유항행권을 제국에 제공하라고 압박했고, 만약 그렇지 않다면 동맹과 협력해서 페잔을 짖밟겠다고 협박했다. 교섭에 실패한 볼텍은 신예 루퍼트 케셀링크에 밀려 실각할까 두려워 루빈스키를 배신하고 제국에 붙어버렸다.
볼텍이 포섭되면서 계획은 일사천리로 흘러갔다. 차기 란데스헤르를 대가로 제국군에 협력한 볼텍은 가짜정보를 페잔 자치정부에 제공해 침공 계획을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했으며, 제국군은 제1차 라그나뢰크 작전을 수립하여 비밀리에 페잔 침공을 준비했다. 제국군은 연막 작전으로 오스카 폰 로이엔탈 상급대장이 지휘하는 이제르론 방면군의 정보를 당당히 공표하여 우주의 관심을 이제르론 회랑으로 돌렸다.
2.2. 양 웬리의 경고
양 웬리는 오래 전부터 라인하르트가 대대적으로 동맹을 침공한다면 이제르론 회랑을 우회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었으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페잔 시민들의 민간저항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페잔인들의 총파업과 방해활동으로 페잔의 사회, 경제 운용 시스템을 무력화하고, 페잔 회랑에 민간 상선을 대거 배치하여 항로를 폐쇄하고 제국군의 진격을 물리적으로 막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 해도 제국군의 진격을 완벽히 저지할 수 있는 건 아니었고, 설령 성공한다 해도 페잔 민간인을 고기방패로 삼는 것이니 전장에서 살육을 벌이는 것과 비교할 수 없는 큰 죄를 짓는다고 양은 보았다.그러나 설령 페잔인들이 제국에 저항한다 해도 이미 제국군이 페잔에 진주했다면 저항의 효과는 떨어진다. 그래서 양은 페잔 국내에 페잔 자치정부가 라인하르트와 결탁하여 페잔의 국토와 시민, 자유를 팔아치우려고 하니, 현 정권을 타도하고 중립의 국시를 엄중히 지키는 새 정권을 수립해야 한다는 소문을 퍼트려서 페잔인들의 독립정신을 자극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잘 먹힌다면 제국군은 페잔인의 저항에 직면하여 페잔 주둔 계획에 차질을 빚고, 만약 강행한다면 페잔인들이 실력으로 저지할 터이니 설령 제국군이 페잔을 점령하는 데 성공해도 동맹은 시간을 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페잔 내부의 반제국파를 아군으로 삼는 일거양득을 노릴 수 있게 된다.
양 웬리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친서를 작성하여 페잔 주재무관으로 부임하게 된 율리안 민츠 소위를 통해 우주함대 사령장관 알렉산드르 뷰코크 제독에게 전달하였다. 두 사람도 양 웬리의 구상에 동의했고 자신의 자리에서 제국군의 페잔 점령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노력은 결실을 보지 못했다. 동맹이나 페잔이나 제국의 연막 작전에 넘어가 이제르론 회랑에만 관심이 쏠려있었던 것이다. 동맹 정부는 반 년 전 사문회에서 양 웬리를 들들볶던 사실은 까먹고 양 웬리가 잘 막아주겠지라며 안심했고 페잔 시민들은 또 전쟁이냐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알렉산드르 뷰코크 제독은 국방조정회의에서 제국군이 페잔을 침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대부분 참석자들은 제국에 붙어 페잔이 얻는 이득이 없다고 뷰코크의 주장을 묵살했다. 뷰코크는 페잔이 투자한 자본의 안전이 보장된다면 동맹이 무너져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고 재반론했으며 아니면 페잔이 동맹정부에 투자한 사실이라도 있나고 추격타를 가했지만 국방위원장 월터 아일랜즈는 뷰코크를 제재했다. 동맹 국방조정회의는 뷰코크의 주장을 묵살한 뒤 이제르론 요새에 경계강화 명령을 내리고 요청이 들어오는 대로 군수물자를 수송할 수 있도록 준비를 갖추기로 결정했다.
페잔 주재무관으로 부임한 율리안 민츠는 호텔 바타비아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은근슬쩍 페잔 자치정부가 페잔의 자치권을 팔아넘기려고 한다고 사람들을 선동하려고 했다. 그러나 같이 있던 루퍼트 케셀링크는 페잔의 형식적인 독립은 최고의 가치는 아니지만, 그에 가까운 것이라고 율리안의 주장을 반박했고 수석주재무관 비올라 대령이 달려와 율리안에게 호통을 치면서 율리안의 시도는 수포로 돌아갔다. 케셀링크는 아드리안 루빈스키에게 율리안의 주장에 공감한 자들과 정치적 의도와 엮이면 꽤나 골치아플 수도 있다고 경고했지만 루빈스키는 어차피 때가 늦어 손쓸 수 있는 시간이 없다고 딱히 걱정하지 않았다.
3. 전개
3.1. 페잔으로 향하다
우주력 798년 11월, 오스카 폰 로이엔탈 상급대장을 총사령관으로 한 이제르론 회랑 방면군이 이제르론 요새를 공격했다. 제국군은 1달에 걸쳐 요새를 공격했으나 이제르론과 양 웬리 함대는 건재했다. 12월 9일, 로이엔탈 상급대장은 함대를 요새 전면에서 후퇴시킨 뒤 라인하르트에 증원군 파견을 요청했다. 보고를 받은 라인하르트는 로이엔탈이 고전하는 것에 유감을 표하면서 단숨에 이제르론을 공략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그리고 수도 주변 성역에서 대기하고 있던 볼프강 미터마이어 상급대장과 나이트하르트 뮐러 대장을 비롯한 세 명의 대장에게 출격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또 병력이 필요하다면 라인하르트 자신이 직접 출정하겠다는 말을 덧붙였다.예정대로 미터마이어 함대는 수도 오딘을 떠나 이제르론 회랑으로 진군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함대가 진격함에 따라 서서히 이제르론이 아닌 다른 곳으로 진군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장병들이 항법 부문 담당자를 중심으로 늘기 시작했다. 장병들은 함대가 이제르론의 반대 방향, 페잔 회랑으로 향하고 있다고 의문을 품기 시작했고 함대 사령부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가 12월 13일 미터마이어 상급대장이 직접 모습을 드러내어 진실을 전 함대에 통고했다.
『우리가 향할 곳은 이제르론 회랑이 아니라 페잔 회랑이다.』
'질풍 볼프'의 목소리를 들은 200만 병사는 그 뜻을 이해했을 때 똑같이 목소리를 죽인 채 스크린을 응시했다. 경악의 파도가 가시자 흥분의 거품이 각지에서 솟아났다 터지면서 낮고 뜨거운 술렁임이 일기 시작했다. 이를 압도하듯, 미터마이어는 말을 이었다.
『우리의 최종 목표는 물론 페잔을 점령하는 데서 그치지 않을 것이다. 페잔을 후방기지로 삼아 회랑을 통과하여 자유행성동맹을 참칭하는 반도들을 제압하고 몇 세기에 걸친 인류사회의 분열항쟁에 종지부를 찍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번 출병 목적이다. 우리는 그저 싸워 정복하기 위해 이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역사의 페이지를 넘기기 위해 있는 것이다.』
한 호흡을 두고 그는 다시 말했다.
『물론 목적을 달성하는 것은 쉽지 않다. 동맹령은 광대하며, 그들 진영에는 아직도 수많은 병력과 뛰어난 장수들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페잔 회랑을 제압하여 압도적인 우위를 점할 것이다. 경들의 선전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4권 <책모편>, 김완, 이타카(2011), p.297~298
'질풍 볼프'의 목소리를 들은 200만 병사는 그 뜻을 이해했을 때 똑같이 목소리를 죽인 채 스크린을 응시했다. 경악의 파도가 가시자 흥분의 거품이 각지에서 솟아났다 터지면서 낮고 뜨거운 술렁임이 일기 시작했다. 이를 압도하듯, 미터마이어는 말을 이었다.
『우리의 최종 목표는 물론 페잔을 점령하는 데서 그치지 않을 것이다. 페잔을 후방기지로 삼아 회랑을 통과하여 자유행성동맹을 참칭하는 반도들을 제압하고 몇 세기에 걸친 인류사회의 분열항쟁에 종지부를 찍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번 출병 목적이다. 우리는 그저 싸워 정복하기 위해 이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역사의 페이지를 넘기기 위해 있는 것이다.』
한 호흡을 두고 그는 다시 말했다.
『물론 목적을 달성하는 것은 쉽지 않다. 동맹령은 광대하며, 그들 진영에는 아직도 수많은 병력과 뛰어난 장수들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페잔 회랑을 제압하여 압도적인 우위를 점할 것이다. 경들의 선전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4권 <책모편>, 김완, 이타카(2011), p.297~298
이 연설로 인해 미터마이어 함대는 사기가 충천하는 가운데 이날부터 공개적으로 페잔을 침로로 잡았다.
페잔으로 진군하던 제국군 함대는 제이시 선장이 지휘하는 화물선 대박호(을지판은 '졸부'호)[1]와 만났다. 대박호는 6년 만에 귀중환 화물을 가득 싣고 페잔으로 돌아가던 중이었는데, 큰 이익을 얻게 될 승무원들은 행복한 미래를 상상하며 운항은 컴퓨터에 맡기고 자기들은 카드나 체스, 술을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눈앞에 막대한 군함들이 나타나자 대박호의 오퍼레이터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3분 후 오퍼레이터가 동료들에게 제국 함대의 등장을 알렸고, 승무원들은 혼란에 빠져 자기들끼리 떠들다가 평소에 말이 없던 항주사가 "저놈들은 페잔 회랑으로 침공할 속셈인 거야."라고 결론을 내자 모두 충격에 빠졌다. 한 승무원은 지금이라도 빨리 페잔 본국에 연락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열 척이 넘는 제국군 구축함과 쾌속초계정이 대박호로 접근하여 정선 명령을 내리자 동요할 수 밖에 없었다. 어느 승무원은 아직 구축함 사거리 밖이니 도망치자고 주장했지만 항주사는 어차피 곧 따라잡힐 거고, 지금 도망친다 해도 어차피 페잔 본성에서 제국군과 다시 마주칠테니 지금은 비위를 맞추는 게 최선이라고 반박했다.
그리하여 항주사의 의견에 따라 대박호는 제국군에 항복했다. 제국군은 대박호의 안전을 보장하는 대신 운항의 자유를 박탈해버렸다. 대박호는 제국군에 에워싸인 채로, 만약 도주를 꾀한다면 격침당할 것이라는 공포와 '질풍 볼프'의 행군속도를 따라잡는 고행을 견디며 페잔으로 귀환하게 되었다.
대박호가 나포되고 한나절 뒤, 페잔 화물선 변덕호가 제국군에 포착되었다. 제국군은 이번에도 정선 명령을 내렸지만 변덕호는 이를 무시하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네 차례나 내려진 정선 명령이 모두 무시되자 제국군은 즉시 광선을 발사하여 변덕호를 격침했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던 대박호의 승무원들은 자신들의 선택이 옳았음을 깨달았지만 변덕호가 무사히 도망치기를 기원하는 마음도 있었기에 말없이 어깨를 늘어뜨렸다. 이후 12월 24일까지 미터마이어 함대는 60척의 페잔 상선을 마주쳤으며 그 중 절반을 격침한 끝에 페잔의 위성궤도에 도달했다.
3.2. 페잔 점령
위성궤도를 장악한 미터마이어 함대는 칼 에두아르트 바이어라인 대장을 필두로 대기권 강하를 시도했다. 뒤늦게 제국군의 접근을 알아차린 페잔 관제당국은 법규 위반으로 처벌하겠다며 관제에 따르라고 경고했지만 제국군은 깔끔하게 무시했다. 제국군의 침공에 관제당국은 순식간에 공황에 빠져버렸다. 이 때 OVA에서는 관제탑 직원이 절규하는데,[2] 페잔 시민들이 스스로를 정보의 귀재라고 부르면서도 실제로는 무사안일했음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원작에서는 관제당국 직원이 헤드폰을 내던지면서 "왜 이런 일이 생길 때까지 아무 것도 모르고, 못했단 말이냐?" 라고 애통해했다.[3]한편, 밤을 맞은 페잔의 나머지 반구 쪽에서도 제국군 침공을 목격했다. 검은 하늘 위에 무수히 많은 광점들이 나타나 하늘을 날아다니는 모습은 페잔 시민들을 공황에 빠트리기 충분했다. 지상에 착륙한 제국군은 즉시 페잔 중앙우주항을 점령했고, 우주항 빌딩 내에 임시사령부를 설치했다. 제국 판무관 사무소에서 제국군의 주둔에 불만을 품은 폭도들이 사무소를 공격할 수 있으니 호위부대를 파견해달라고 요청하자 미터마이어는 첫 명령으로 1개 대대를 판무관 사무소에 파견했다.
미터마이어는 간부들을 소집에 점령 목표를 재확인했다. 페잔 자치정부 청사, 동맹 판무관 사무소, 페잔 항로국, 공공방송 센터, 중앙통신국, 우주항 6개, 물자유통제어 센터, 치안경찰본부, 지상교통제어 센터, 수소동력 센터가 제압 목표가 되었는데 하나같이 페잔에 없어서는 안될 정치기관과 사회 인프라였다. 특히 정부청사, 동맹 판무관 사무소, 항로국은 반드시 점령할 목표가 되었는데, 그 이유는 이 곳에 동맹령 항로가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항로도를 확보한다면 제국군은 동맹령 내에서도 헤메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제압 목표를 재확인한 뒤, 미터마이어는 민간인 살해, 여성에 대한 폭행, 약탈행위를 엄금하며 위반자는 즉결재판 후 사형에 처해질 거라고 선언했다. 명을 받은 제국군은 가장 먼저 페잔 항로국을 제압하고 항로국 컴퓨터를 압수했다. 뒤이어 정부청사도 몰려온 제국군에게 제압당했지만 루빈스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글래저 대령이 지휘하는 육전부대가 장병 600명에 기동장갑차 120대를 이끌고 동맹 판무관 사무소로 출동했다. 페잔 시민들은 거리를 활보하는 제국군에게 분노와 공포를 느끼면서 몸을 숨겨야 했다. 사무소에 도착하자 글래저는 건물을 포위하도록 명령했는데, 그 순간 건물 내에서 하전입자 라이플이 발포되어 바닥 일부가 파손되었다. 제국군은 즉각 2연장 대구경 열선총의 위력을 낮추어 응사했고 더 이상의 발포는 없었다. 그리고 판무관 사무소 내로 진입했으나 이미 직원들은 컴퓨터 데이터를 파기하고 도주한 뒤였다. 그들에게 발사한 하전입자 라이플은 누군가가 제국군이 오기 전에 하전입자 라이플에 타임스위치를 달아 2층 창문에 설치한 것이었다.
3.3. 케셀링크의 죽음
제국군이 페잔 상공에 나타나 중앙우주항을 점령할 때쯤, 루빈스키는 자신이 보유한 수많은 사저 중 로코코 양식으로 꾸민 호화로운 저택에서 보좌관 루퍼트 케셀링크와 함께 있으면서 느긋하게 와인을 즐기고 있었다. 루빈스키는 패배를 목도하면서도 조금도 초조하지 않고 느긋한 자세를 취하며 여유를 과시했다.맞은편 소파에 앉아 있는 루퍼트 케셀링크는 배신한 니콜라스 볼텍이 제국군을 뒷배삼아 루빈스키의 지위를 빼앗으러 올 거라며 냉소하더니 당신의 시대는 끝났으니 이제 꺼지라고 중얼거렸다. 하지만 루빈스키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너도 라인하르트처럼 내가 볼텍보다 조종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고 중얼거렸다.
루퍼트 케셀링크의 최후 |
루빈스키가 자꾸 루퍼트의 이름을 부르자 루퍼트는 분노하여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말라고 분노했다. 루빈스키가 "나는 네 애비다. 이름 정도는 불러도 되지 않겠느냐?"라고 묻자 루퍼트는 "아버지? 아버지라고? 그래, 아버지라는 건......" 이라고 외치며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방아쇠를 당기려고 했다.
그 순간 벽거울이 깨지더니 광선 세 줄기가 루퍼트의 몸을 관통했다. 알고보니 루퍼트가 벽거울이라고 생각했던 건 매직미러였고, 그 너머에는 루빈스키의 호위관들이 하전입자 라이플을 들고 비상사태를 대비해 잠복해있었다. 그제서야 루퍼트는 자신이 아버지 손바닥 안에서 놀아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만 상단의 이미지는 DNT판의 장면인데 해당 판에선 매직미러가 아닌 옵티컬 카모플라주라는 위장복을 입은 루빈스키의 경호원이 옆에 있다가 케셀링크를 죽인다.
쓰러진 루퍼트에게 루빈스키는 침통한 표정으로 루퍼트가 같은 편이라고 생각했던 도미니크 생피에르가 루빈스키와 내통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조금 더 패기와 욕심이 적었다면 언젠가 권력을 물려줄 수도 있었지만 너는 시기를 기다리는 법은 몰랐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루퍼트는 죽어가면서 처음부터 당신의 모든 것을 빼앗기로 결심했다며 당신에게는 아무것도 남겨주지 않겠다고 중얼거린 뒤 사망했다.
루퍼트가 죽자 호위관들은 루빈스키에게 향후 계획을 물었다. 아들을 잃은 루빈스키는 잠시나마 호위관을 째려봤지만 곧바로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구국군사회의 쿠데타가 터질 때 사태가 끝날 때까지 안전한 곳에서 숨어 지낸 욥 트뤼니히트 의장을 본받겠다고 말했다. 그 말대로 루빈스키와 호위관, 도미니크 등은 페잔 자치정부가 비밀리에 건설한 지하 대피소로 피신했다. 이후 제국군 별동대가 루빈스키를 찾아 사저를 급습했지만 그곳에는 죽은 루퍼트와 깨진 거울만이 남아 있었다.
3.4. 제국군 군정
페잔을 완전히 제압한 미터마이어는 뼛속까지 군인이라 경제에 조예가 깊지는 않았다. 그러나 일상생활 수준의 경제활동을 통제해봤자 무익하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기에 항로 폐쇄 및 여객선 운항 중지 외에 별다른 통제를 가하지 않았다. 덕분에 은행과 상점들은 평시와 마찬가지로 영업을 시작했다. 한편 미터마이어는 동시에 포고를 발령해 정당한 이유 없이 상품의 가격을 올리거나 판매를 거부하는 자들은 엄벌에 처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4]하지만 이때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났는데 3명의 제국군 병사가 한 여성을 폭행[5]하고 스타 사파이어로 된 결혼반지를 빼앗은 것이다. 이 사실이 드러나자 미터마이어는 병원에 입원해있던 피해 여성에게 직접 찾아가 사죄하고 반지를 돌려준 뒤, 가해자인 병사 3명 모두 약탈금지에 대한 명령 위반 혐의로 상테레제 광장에서 페잔 시민들도 볼 수 있도록 공개처형시킨다.[6] 잔혹한 조치처럼 여겨지기도 했지만 처형을 실행하지 않는다면 점령지 주민들은 군규에 대한 불신을 품을 것이며, 처형을 비밀리에 집행한다면 '사실 범인들을 몰래 도망시킨 거 아니냐'라는 의혹이 제기될 것이기 때문이다. 제국군 입장에서는 어느 쪽이든 시민들의 부정적인 감정을 누그러뜨리고, 그들의 저항을 유발할 위험성은 배제해야만 했다. 범인들인 해당 병사들의 소속부대 지휘관이 조심스럽게 관대한 조치를 부탁했지만, 미터마이어는 가차없이 "나는 두말하지 않는다고 했을 텐데, 경은 듣지 못했단 말인가?"라고 일갈한 뒤 그대로 처형을 진행시켰다. 미터마이어는 그 처형을 지켜본 뒤 뮐러를 마중나가러 우주항으로 떠났다.
12월 28일, 2진으로 나이트하르트 뮐러 대장이 100만이 넘는 장병들과 함께 페잔에 도착했다. 제국군은 아군의 도착에 환호했으나 페잔 시민들은 반감과 체념으로 제국군을 바라보았다. 뮐러는 자신보다 계급이 높은 미터마이어가 직접 마중나온 것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라인하르트에게 지크 카이저를 연호하는 제국군 | 자신을 연호하는 병사들에게 화답하는 라인하르트 |
12월 30일 16시 50분. 마침내 제국재상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공작이 페잔에 도착하였다. 미터마이어 상급대장과 뮐러 대장이 4만 명의 경비대를 대동하고 마중나왔으며, 그의 모습을 본 수많은 제국 장병들이 "지크 카이저!(황제 만세!)", "지크 라이히!(제국 만세!)"라고 외쳤다. 그 모습에 라인하르트는 성질도 급하다고 중얼거렸으나 그들을 말리기는 커녕 손을 흔들어 화답했고, 병사들은 더욱 열렬히 라인하르트를 찬양했다. 실제로 라인하르트가 황제가 된 건 이듬해지만, 이미 이 시점에서 라인하르트의 권위는 진짜 황제 카타린 케트헨 1세를 아득히 넘어서고 있었다.
라인하르트는 고급 호텔에 임시 원수부를 설치하고는 페잔인들이 보장받았던 시민권은 제국군 치하에서도 보장받을 것이며, 자신의 의도는 자치령과 제국 본토의 긴밀한 일체화에 있다고 선언했다. 물론 그 일체화는 페잔이 내정자치권을 잃고 제국의 일부로 전락하며, 이 모든 것은 장대한 우주 정복 프로젝트의 일부라는 사실은 결코 언급하지 않았다. 미터마이어는 루빈스키를 체포하지 못한 것, 동맹 판무관 헨슬로를 체포하지 못한 것, 동맹 판무관 사무소에서 동맹에 관한 정보를 얻지 못한 것을 사죄했으나 라인하르트는 "경이 하지 못했다면 누구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라며 관대하게 넘어갔다. 어차피 라인하르트에게 헨슬로는 관심 밖이었고, 페잔 항로국의 데이터를 확보했으니 판무관 사무소의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해도 큰 문제는 아니었다.
다만 루빈스키를 놓친 것은 넘어가지 못했는데, 힐다는 루빈스키가 일단 패배를 인정하고 잠적했으며, 언젠가 볼텍이 실패할 때 다시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라인하르트는 볼텍과 루빈스키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찜찜한 기분을 떨쳐내지 못했다. 간부들과 저녁식사를 마친 라인하르트는 친위대를 대동하고 항로국을 방문하여, 홀로 컴퓨터실에 들어가 동맹의 수많은 성역을 찾았다. 그리고 죽은 키르히아이스의 머리카락이 들어간 팬던트를 보고 동맹 정복의 마음을 다잡았다.[7]
한편 갑작스러운 제국군의 점령작전으로 수많은 페잔인들은 망연자실했다. 물론 위에 서술하듯이 오히려 페잔의 민간인을 상대로 폭행과 약탈을 벌인 제국군 병사들이 전원 사형을 선고받아 수많은 페잔 사람들 앞에서 공개총살 당하고, 그 모습이 생방송으로 나올 정도로 페잔인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는 가지 않았다. 이를 보던 일부 페잔인들은 그래도 제국군이 제대로 군기 잡혔다고 좋게 반응할 정도. 이를 볼 때 오래가지 않아 페잔에서도 순순히 제국의 지배를 수긍할 듯 보였지만, 술집 드라쿨에서 술마시던 페잔인들은 씁쓸함을 달래고 있었다. 어느 늙은 상인은 "내가 너무 오래 살았다. 페잔에서 제국군을 볼줄이야..."라고 자조적인 말을 하기도 했다. 그 와중에 칼레 윌록은 페잔은 잠시 멸망할지 몰라도 우리는 언젠가 자유시민의 성을 다시 세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율리안 민츠 소위는 자유행성동맹 페잔 주재 판무관 사무소에서 주재무관으로 근무하고 있다가, 갑작스런 제국의 침공으로 급히 컴퓨터의 정보를 지우고 탈출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페잔을 탈출하는 것은 물론 제국군 구축함 하나를 노획하는 공을 세웠다.
3.5. 동맹령으로 향하다
페잔에 집결한 은하제국군은 제국력 490년 1월 1일을 페잔에서 맞았다. 제독들은 페잔에서 연회를 열어 새해가 왔음을 축하했다. 오전 2시 원정군의 선봉을 맡을 볼프강 미터마이어 상급대장과 그 부하들이 원정 준비 때문에 먼저 퇴실하고 2진을 맡을 나이트하르트 뮐러 대장과 그 부하들도 뒤따라 퇴실했다. 제국력 490년 1월 1일 오전 4시, 볼프강 미터마이어 함대는 우주항에서 이륙하여 동맹령으로 향했다. 제국군 선두에는 용장 칼 에두아르트 바이어라인 중장이 나서 동맹령 출구 방면을 정찰했는데, 동맹군은 JL77을 제외한 나머지 기지들에게 철수 명령을 내린 뒤라 아무도 없었다. 바이어라인의 보고를 받은 미터마이어는 제국력 490년 1월 8일, 처음으로 동맹령에 발을 내딛었다.1월 9일, 오스카 폰 로이엔탈 상급대장이 양 웬리 대장이 떠난 이제르론 요새를 점령했다. 라인하르트는 작전 성공을 보고하는 보고서를 읽으면서도 양 웬리가 살아있다는 사실에 크게 기뻐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다음 날 자신도 함대를 이끌고 동맹령으로 출발했다. 그와 함께 예비대로 편성되어 있던 프리츠 요제프 비텐펠트 대장과 아달베르트 폰 파렌하이트 대장이 페잔으로 왔다. 이들은 닷새 뒤에 출발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슈바르츠 란첸라이터와 함께 전 판무관 니콜라스 볼텍도 페잔으로 왔다. 페잔 시민들은 제대로 과업을 수행하지 못한 볼텍을 비난했지만, 라인하르트가 페잔을 떠나기 직전 볼텍을 '페잔 대리총독'에 임명하는 광경을 보고서야 볼텍이 자신들을 제국에 팔아넘겼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볼텍을 대리총독으로 라인하르트를 대신하여 페잔을 통치했으며, 페잔은 제국군 군정에서 민정체제로 전환되었다. 볼텍의 배신행위에 대다수 페잔인들은 불쾌해했지만 몇몇은 페잔인이 페잔의 수장이 되었으니 제국군 군정보다 낫다고 주장했으며, 누구는 한 발 더 나아가 전 인류사회를 통일할 대제국이 출현할 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지금, 형식적인 것에 불과했던 정치적인 지위에 연연하기 보다는 신체제 밑에서 페잔이 더 발전할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제국군이 하라는 대로 하는 볼텍의 모습은 '독립불기' 정신을 가진 페잔인으로서는 좋게 보기 어려웠다.
1월 30일, 페잔에 남겨둔 육전요원 절반을 제외한 전 제국군이 포레비트 성역에 집결했다. 무저항에 가깝게 각 성계를 통과한 제국군은 포레비트 성역에서 함정 15만 4600척, 장병 1660만 명을 집결시켰다. 동맹군은 이 이상 제국군의 침공을 허용했다가는 동맹에 속한 각 성계들이 분리독립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어서 모든 전력을 동원해 함대결전에 나섰다. 이후 역사는 제1차 란테마리오 성역 회전으로 이어진다.
4. 이후
자유행성동맹은 갑작스러운 페잔 멸망에 당황한 반응을 보였다. 동맹정부는 일단 보도규제를 걸어 정보를 은폐하고 언제 이를 풀지 의논하고 있었는데, 그들로부터 불과 1km 떨어진 곳에 페잔에서 돌아온 동맹 시민들이 페잔이 점령당했다고 떠들어대면서 보도규제는 실패로 돌아갔다. 동맹 시민들은 혼란에 빠져 정부에 대책을 요구했으나 국가원수 욥 트뤼니히트는 이 사태에 막중한 책임을 통감한다는 성명 하나만 내고 잠적해버렸다. 트뤼니히트의 말에 복종하던 각료들은 보스가 사라지자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이 때문에 동맹정부가 마비될 위기에 처했으나 각성한 국방위원장 월터 아일랜즈가 대신 정부를 이끌면서 최악의 사태는 면할 수 있었다.더더욱 충격을 받은 것은 은하제국 정통정부였다. 페잔 멸망으로 정통정부는 스폰서 중 하나를 잃었을 뿐만 아니라 제국군의 대침공으로 자신들의 목숨마저 위태로워진 것이다. 정통정부는 내각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지만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는 못했고, 결국 수상 렘샤이트 백작과 군무상서 메르카츠를 제외한 내각 각료들은 모두 도주해버리고 말았다.
제국은 전 페잔 판무관 니콜라스 볼텍을 대리총독으로 내세워 임시 민정을 시행했으나 오래가지는 않았다. 라인하르트는 페잔 같은 요지는 자신이 직접 통치할 뿐만 아니라, 아예 신 제국의 수도로 삼으려고 까지 했다. 그리고 이 구상은 성공적으로 시행되어 페잔은 2년 뒤 신 제국의 수도가 되어 내정자치권을 영구히 상실하였다. 이 사태에 페잔인들은 '문명인의 지혜가 야만인의 완력에 패했다'고 한탄했으나, 몇몇 페잔인들을 이 사태를 패자부활전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제국에 협력했다.
5. 후지사키 류 코믹스
페잔 자치령은 오랫동안 역사의 그림자에 암약하면서 온갖 음모를 꾸며왔다. 그러나 립슈타트 전역에서 문벌귀족을 숙청하고 최고권력자에 등극한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은 자꾸 설치는 페잔을 방관할 생각이 없었고, 오베르슈타인을 통해 페잔이 있는 제3의 주역을 탐색하고 황제 납치 사건이 일어나자 주범 니콜라스 볼텍을 체포한다. 고문을 받아 페잔 본성의 좌표를 자백할 위기에 놓인 볼텍은 자치정부가 머리에 심은 폭탄을 기폭시켜 오베르슈타인과 함께 죽으려고 하지만 이미 오베르슈타인과 페르너는 머리 속 폭탄에 대한 조사를 끝내두었고 폭발에 대비하여 함선에 사용하는 중화파장을 설치해두었기 때문에 조금도 다치지 않았다.페잔 회랑을 거쳐 동맹으로 망명한 귀족 잔당들이 은하제국 정통정부 수립을 공표하자 라인하르트는 즉시 자유행성동맹을 상대로 선전포고하고 제1차 라그나뢰크 작전 준비에 착수한다. 렌텐베르크 요새를 훈련장으로 삼아 이제르론 요새 공략작전을 훈련하고 항행불능공역과 가까운 곳에서 함대운용훈련을 실시하는 한편 제국민들에게 원정군의 진용을 공개했다. 제1진은 오스카 폰 로이엔탈 상급대장, 제2진은 볼프강 미터마이어 상급대장, 제3진은 나이트하르트 뮐러 대장, 제4진은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제국원수였다. 이 진용은 동맹에도 알려졌지만 동맹 시민과 정부는 양 웬리가 다 막아주리라고 생각한 채 평화에 빠졌다.
작전대로 로이엔탈 원수가 이끄는 함대 3만 6천 척은 이제르론 회랑으로 향해 이제르론 요새를 공격하지만, 나머지 함대는 이제르론이 아닌 엉뚱한 방향으로 워프했다. 라인하르트는 술렁이는 장병들에게 그동안 도시전설로만 여겨졌던 페잔과 페잔 회랑의 존재를 공표하고 우리는 페잔 회랑을 주파하여 페잔을 점령하고 동맹의 의표를 찌를 것이라고 선언한다. 그걸 들은 장병들은 "마인 카이저 라인하르트! 지크 라이히!"라고 외치며 사기가 하늘을 찌를 듯 치솟았다.
얼마 뒤 제국군은 청색거성에서 부는 항성풍과 성운으로 가려진 페잔 회랑의 출입구를 발견한다. 알레 하이네센이 개척한 이제르론 회랑보다 험난한 항로일 거라고 생각한 라인하르트는 선봉을 볼프강 미터마이어에게 맡긴다. 그러나 비좁은 회랑 내부에서 부는 항성풍과 블랙홀, 전자파 때문에 함렬이 흐트러지고 함정들이 충돌하며 통신 또한 두절된다. 부하들은 미터마이어에게 너무 무모하다고 진언하지만 미터마이어는 분명 험난한 길이지만 불가능하지는 않고, 우리는 조금씩이지만 확실히 전진하고 있다고 부하들을 다독인다. 그 말을 들은 부하들은 마음을 다잡고 마음 약한 소리를 내뱉어서 죄송하다고 사죄한다.
항성풍과 블랙홀, 전자파가 있던 곳을 통과하고 회랑 내부를 계속 항행하던 제국군은 2번째 장애물을 마주한다. 바로 페잔 자치령이 개발한 무인 방어시스템 아르테미스의 목걸이였다. 미터마이어는 무인 방어 시스템과 싸워봐야 무의미하니 일단 함대를 물린 뒤 지향성 제플 입자를 사용해보지만 지향성 제플 입자도 페잔에서 개발된 기술이었기 때문에 페잔은 파해법을 알고 있었다. 아르테미스의 목걸이에 접근하던 제플 입자는 도달하기도 전에 위성의 공격을 받아 모조리 폭발해버린다. 그러자 미터마이어는 분해하면서도 양 웬리가 하이네센 공방전에서 선보인 얼음덩어리 충돌 전술을 펼쳐 군사위성을 모조리 격파한다.[8]
10%의 손실을 입고 4개월에 걸쳐 전진한 미터마이어는 페잔 쪽에서 오던 민간선 하나를 나포한다. 이 배는 지구교도를 실어나르는 배였는데 제국군이 나포했을 때 이미 모든 데이터가 삭제되어 있었고 심문을 하고 싶어도 머릿 속의 폭탄 때문에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지구교도 중 한 명이 "라프 문은 결코 지나갈 수 없어"라고 말했고, 미터마이어는 '라프 문'을 페잔으로 가는 길을 막는 관문이라고 추측했다. 그리고 그 말대로 회랑을 틀어막은 '라프 문'이 미터마이어 함대 앞에 등장한다.
라프 문은 가운데에 구멍이 뚫린 거대한 원반처럼 생겼으며, 표면은 이제르론 요새처럼 유체금속으로 덮여 있고 2만 메가와트에 달하는 광선을 뿜어내는 부유포대 10만 문이 설치되어 있다. 회랑을 완전히 틀어막았기 때문에 우회는 불가능하고, 항행 주역은 함대 하나가 간신히 들어갈 정도로 좁다. 얼음덩어리를 충돌시키고 싶어도 회랑 구조가 복잡하여 속도를 올리기 위한 직선구간이 확보되지 않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그러자 미터마이어는 라인하르트의 허가를 얻어 뮐러 함대와 함께 라프 문을 공략하려고 한다. 한편 페잔 자치령도 제국군이 라프 문에 도달했다는 걸 파악했고 아드리안 루빈스키는 만일을 대비해 탈출 준비를 하라고 루퍼트 케셀링크에 지시한다. 그러나 루퍼트는 지구에서 온 데그스비 주교에게 루빈스키는 지구교를 몰아내고 뒤에서 은하계를 지배하려 한다고 주장하며 자신은 페잔 하나로 만족하니 손을 잡자고 제안한다.
미터마이어가 라프 문 공략을 위해 꺼내든 전략은 방패로 막고 창으로 찌르는 작전이었다. 먼저 라프 문과 똑같이 원통형 진을 짠 뮐러 함대가 방어파장을 최대로 가동하여 라프 문의 포격을 막아내고, 그 사이 뮐러 함대의 구멍 사이로 미터마이어 함대가 돌파한다. 라프 문이 미터마이어 함대를 공격하려고 포대를 미터마이어 함대로 돌리면 뮐러는 방어파장을 풀고 라프 문을 공격한다. 그러면 화력이 분산되어 미터마이어 함대를 향한 공격이 약해질 것이고, 미터마이어 함대는 라프 문 가운데에 난 구멍을 통과한 뒤 배면전개하여 뮐러와 함께 라프 문을 공격하여 함락시킨다는 작전이었다. 작전은 성공적으로 먹혀들어갔고 라프 문은 두 함대의 협공에 파괴된다.
제국군이 시시각각 다가오자 케셀링크는 도미니크 생피에르에게 탈출을 권하고, 그녀 휘하 병사 10명을 빌려 자치령 수도부로 쳐들어가 루빈스키를 죽이려고 했다. 그러나 넘어왔다고 생각한 도미니크와 데그스비 모두 루빈스키 편이었고 케셀링크는 병사들의 집중사격을 받아 죽는다. 케셀링크의 죽음을 확인한 루빈스키는 트뤼니히트의 선례를 본받아 어딘가로 숨어버린다. 제국군이 페잔에 당도하자 페잔인들은 자가용 우주선을 타고 페잔을 탈출, 제국군이 페잔을 완전제압했을 때는 빈민 2억 명만 남아 있었다. 미터마이어는 대민 범죄를 저지른 장병들을 즉결처형하는 등 군율을 엄격히 하여 주민들의 신임을 얻고, 페잔은 완전히 제국에 정복한다. 라인하르트는 페잔을 교두보로 삼아 동맹령 내부로 진격한다.
한편 어릴 적에 만난 보리스 코네프를 통해 페잔의 존재를 알고 있던 양 웬리는 율리안 민츠를 통해 알렉산드르 뷰코크에게 페잔 회랑의 위치를 찾아야 한다고 진언했고 뷰코크는 율리안에게 순양함 50척을 제공하고 율리안을 소령 대우로 분함대 사령관에 임명하는 특례를 주었다. 보리스 코네프가 양에게 알려준 좌표를 토대로 회랑을 찾아가던 율리안은 머지않아 회랑 내부에서 쇄도하는 민간선들의 행렬을 마주하게 된다. 율리안은 페잔의 민간선에 대화를 시도하지만 민간선들은 통신이 들어오자 그냥 도망쳐버렸다. 그때 보리스 코네프가 나타나 율리안에게 협력했고, 율리안은 코네프가 아는 길목에 숨어 회랑을 빠져나오는 미터마이어 함대를 목격한 뒤 철수했다.
6. 둘러보기
제1차 라그나뢰크 작전의 에피소드 | ||
제9차 이제르론 공방전 | 페잔 점령 작전 | 율리안 민츠의 페잔 탈출 |
제1차 란테마리오 성역 회전 | 수송선단 습격전 | 라이가르 성역 회전 |
타실리 성역 회전 | 버밀리온 성역 회전 | 바라트 화약 |
[1] 원서는'ぼろもうけ' 로 졸부보다는 대박에 가까운 의미.[2] 그 와중에 한 직원은 무척이나 담담해서 옆에 있던 동료가 "제발 당황하는 척이라도 하라고! 지금은 위급 상황이란 말이야!" 라고 다그친다.[3] OVA에서도 똑같이 연출된 뒤 관제당국 책임자로 보이는 사람이 제국 판무관 사무소 놈들은 도대체 뭐 한거나고 분통을 터뜨린다.[4] OVA에서는 율리안에게 옷을 사보라고 권유한 점원이 가격표를 바꾸다가 그 방송을 듣고 다시 원가로 바꾼다. DNT에서도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올려놨던 가격표를 다시 내린다.[5] 일본어에서 여자에 대한 폭행은 보통 강간을 상징하기 때문에, 원작과 애니에서 병사들이 강간과 약탈 모두 저질렀다고 예상할 수 있다.[6] 한편 OVA 44화에서는 이를 취재하러 나온 방송차량이 잠시 보여지는데 방송국 이름이 MBC다.[7] DNT에서는 항로도가 OVA와 같은 스크린이 아니라 직접 홀로그램으로 공간이 투사되는 방식이었기에 마치 라인하르트가 직접 우주를 걷는 듯한 묘사로 연출된다.[8] 얼음덩어리 충돌 전술이 양 웬리의 전술인것을 미터마이어가 언급한 것을 보면 구국군사회의와 양 웬리의 전투 적어도 하이네센 공방전에서 보인 양 웬리의 전술을 오베르슈타인이 보고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