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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4-06 22:52:47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2차 암살미수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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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웬 킴 호아 광장 사건

1. 개요2. 전개
2.1. 암살미수범 체포2.2. 베스터란트를 기억하라!2.3. 사태의 끝2.4. 이후: 카이저의 트라우마
3. OVA에서 추가/변경/삭제된 묘사들4. 여담5. 관련 문서

1. 개요


은하영웅전설의 사건.

문서명은 2차지만 하지만 사실 4차다. 큄멜 사건지구교도에게 암살당할 뻔했고, 자유행성동맹을 막 정복해 하이네센에 도착했을 때 비텐펠트가 라인하르트를 암살하려던 공화주의자를 잡은 적이 있었다. 암살자한테는 통탄스러운 일이지만, 이 사건은 로엔그람 왕조의 기틀을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

2. 전개

2.1. 암살미수범 체포

우주력 800년, 신 제국력 2년 8월 29일,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은 마지막 공식 일정으로 페잔에 건설된 전몰자 묘지 완공식에 참석했다. 수행원은 국무상서 프란츠 폰 마린도르프, 군무상서 파울 폰 오베르슈타인 원수, 제도방위사령관 겸 헌병총감인 울리히 케슬러 상급대장, 페잔 방면군 사령관 코르넬리우스 루츠 대장, 총본영 참모총감 힐데가르트 폰 마린도르프 중장, 황제 수석부관 아르투르 폰 슈트라이트 중장, 황제 차석부관 테오도르 폰 뤼케 소령, 어의 2명과 시종 에밀 폰 젤레까지 합쳐 모두 스물네 명이었다.

볼프강 미터마이어, 나이트하르트 뮐러, 프리츠 요제프 비텐펠트, 아우구스트 자무엘 바렌, 에른스트 폰 아이제나흐 등 군 최고 간부 5명은, 페잔 회랑 양쪽 끝자락에 새 수도 페잔을 방위하는 군사거점 건설계획을 추진하기 위해 2주간의 예정으로 출장 중이었다. 따라서 황제를 따른 간부들은 페잔에 남은 제국군 수뇌부 전원이라고 해도 무방했기 때문에 친위대 간부들은 더더욱 경비에 만전을 기울였다.

완공식에 참석한 라인하르트는 식이 끝나자 몇몇 전몰자 유족의 인사를 받은 뒤 도열한 병사 3만 명 옆을 지나갔다. 병사들은 경애하는 황제가 지나가자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지크 카이저! 지크 라이히!"라고 외쳤고 친위대장 귄터 키슬링 준장은 최근 열병을 앓고 있던 라인하르트가 모처럼 건강한 모습을 보이자 크게 안심했다.

그런데 친위대 부장 위르겐스 대령이 군복을 몸에 걸치고 거동이 수상한 30대 중반의 사나이[1]를 발견하여 귄터 키슬링에게 넌지시 재빨리 보고했다. 보고를 받은 키슬링은 신속하게 그 사나이를 체포했다. 황제만 노려보던 암살미수범은 암살을 시도하려는 움직임조차 못하고 체포되었으며, 세라믹으로 만든 청산가스 스프레이니코틴 독을 묻힌 대나무 을 압수당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은 여기서부터 시작이었다.

2.2. 베스터란트를 기억하라!

"금발 애송이!"
옥좌에 오르기 전에는 라인하르트가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들었던 욕설이었다. 물론 그 한마디는 로엔그람 왕조에서는 불경 대죄에 해당된다. 시해 미수라는 광대한 연못에 빗방울 하나가 더해진 것뿐이기는 했지만.
아직도 소리를 지르려 하는 입가에 키슬링이 날린 따귀가 번쩍였다. 경추가 부러진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가차 없는 일격에는 암살미수범도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불경한 놈. 네놈도 질서를 파괴하려는 지구교란 것들의 광신자인가?"
"지구교도는 무슨."
찢어진 입술에서 피와 증오를 흘리며 사내는 신음했다. 젊은 미모의 황제를 태워 죽일 것처럼 안광을 집중했다.
"베스터란트를 잊어버렸나! 겨우 3년 전의 그 참극을, 벌써 잊어버린 거냐?!"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9권 <회천편>, 김완, 이타카(2011), p.54~55
암살미수범은 베스터란트 학살사건 희생자의 유가족이었다. 라인하르트는 충격을 받고 그저 "베스터란트......?" 라고 작은 소리로 읆조렸을 뿐이다. 그 모습을 본 암살미수범은 활기를 되찾아
"네가 무슨 황제냐, 네가 무슨 명군이냐! 네놈의 권력은 유혈과 기만으로 세운 것이 아니더냐. 내 처자식은 베스터란트에서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과 네놈 때문에 산 채로 타 죽었단 말이다!"
키슬링이 손을 치켜들다가, 이번엔 공중에서 급정지했다. 결단 혹은 명령을 청하듯 황제를 바라보았으나, 금발 패왕은 격렬한 규탄 앞에 반쯤 넋이 나간 채 서 있을 뿐이었다.
"자, 나를 죽여라. 베스터란트에서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과 공모해 무고한 민중 200만 명을 죽였던 것처럼 나를 죽여! 네놈에게 해를 끼치지도 않았던 어린아이와 갓난아기를, 열핵병기의 업화에 산 채로 태워버렸듯이 나를 죽이라고!"
사내의 목숨을 건 노성에 라인하르트는 대답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오늘 아침에 열이 내린 빰은 색깔이 번져 나온 것처럼 창백하게 질렸다. 에밀은 황제의 장신을 지탱하듯 바짝 다가섰다.
"살아있는 놈들은 네놈의 화려함에 눈이 멀어 베스터란트 같은 곳은 잊어버렸겠지. 그러나 죽은 사람은 잊지 않을 거다. 자신들이 왜 불타 죽었는지, 영원히 기억할 거다!"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9권 <회천편>, 김완, 이타카(2011), p.55
라는 격한 항의를 쏟아냈다. 라인하르트는 항변할 생각조차 못하고 얼굴이 창백해졌고 몸을 떨고 있었다.

그러자 군무상서 파울 폰 오베르슈타인 원수가 암살자 앞에 나타나 얼어붙어버린 황제 대신 나서서 반론했다.
"카이저를 원망할 필요는 없다."
목소리 주인은 군무상서 파울 폰 오베르슈타인 원수였다. 그는 규탄의 폭풍에서 황제를 지키듯 암살자 앞을 가로막고 서 똑똑히 말했다.
"베스터란트 열핵병기 공격을 묵인하도록 카이저께 진언했던 것은 나였다. 경은 카이저가 아니라 나를 노렸어야 했지. 방해하는 이도 없었을 테니 쉽게 성취할 수 있었을 것을."
강직하다고 표현할 수 있는 최저한의 온도를 띤 목소리였다.
"네놈이!"
소리를 지르려다 사내는 입을 다물었다. 보이지 않는 빙벽 앞에서 분노와 증오가 나아갈 방향을 잃고 난기류로 변한 것 같았다.
"베스터란트 학살사건으로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인망은 완전히 추락했다. 인심은 그를 떠나고 문벌귀족연합군은 내부에서 와해했으며, 그 덕에 내란 종결을 적어도 3개월 앞당길 수 있었다."
얼어버린 공기에 더더욱 냉기를 더하는 듯한 군무상서의 말이었다. 유명한 의안은 오히려 담담한 안광으로 주위를 비추고 있었다.
"만약 내란이 3개월 더 이어졌다면 새로이 더해진 사망자 수는 1000만을 넘어섰을 것이다. 그 시점에서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으로 대표되는 귀족연합군 본성을 밝혀냈기 때문에 1000만 사망자는 가상의 숫자로 그쳤던 것이다."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9권 <회천편>, 김완, 이타카(2011), p.56~57

그러자 암살미수범은 다음과 같이 분노에 차 사실상 저주에 가까운 말을 퍼부어댔다.
"네놈들 권력자는 언제나 그렇지! 다수를 구하려고 어쩔 수 없이 소수를 희생한다고, 그렇게 자신들을 정당화하지! 하지만 네놈들 자신이, 네놈들 부모형제가 소수에 들어간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더냐!"
사내는 발을 구르며 구둣발로 지면을 짓밟았다.
"살인자 라인하르트! 금발 애송이! 네놈의 옥좌는 피바다에 떠 있다! 매 순간마다 그 사실을 떠올려라.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패배와 죽음으로 죄를 씻었지. 네놈은 살아있지만, 언젠가는 죄를 갚아야만 할 거다. 나보다도 팔이 긴 사람은 우주에 얼마든지 있다! 내게 죽는 편이 행복했으리라고, 머잖은 장래에 뼈저리게 깨달을 거다!"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9권 <회천편>, 김완, 이타카(2011), p.57
이렇게 되자 울리히 케슬러 상급대장이 나서 부하들에게 후에 직접 심문할 테니 헌병사령부로 연행하라고 지시하여 암살미수범의 규탄 연설을 끝냈다. 3개 분대에 달하는 병사들이 암살미수범을 둘러싸 연행했다.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라인하르트는 케슬러에게 암살미수범의 처벌을 물었고, 케슬러는 황제 시해는 미수여도 사형을 피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라인하르트가 그것은 골덴바움 왕조의 법이 아니냐고 반론하자 케슬러는 이에 관해서는 새 법이 정해지지 않아 옛 법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오베르슈타인이 나서 암살미수범의 명예를 구하고 싶다면 오히려 그를 처형해야 하니, 총살을 명하라고 진언했다. 라인하르트가 거부하자 오베르슈타인은 살려두려 해도 미수범이 거부할 게 뻔하고, 그러면 황실의 권위는 더 떨어진다고 다시 진언했다.

곤혹스러워한 라인하르트는 동조할 사람을 찾는듯 케슬러를 쳐다보았지만, 케슬러도 오베르슈타인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는 처형까지는 아니더라도 암살미수범에게 명예롭게 자결할 권리를 줘야 한다고 진언했다. 그러나 라인하르트는 "더 이상 베스터란트 사건 때문에 한 사람이라도 죽여서는 안 된다"라고 거부하며 후에 조치를 내릴 테니 암살미수범을 죽여서는 안 된다고 엄명을 내렸다. 그리고 케슬러는 전용차로 돌아가는 라인하르트를 보면서 '어떻게 이럴 수가. 저 화려한 카이저께서, 어깨를 늘어뜨리고 계시지 않은가...'"라고 탄식하여 그가 받은 충격을 다시 확인시켜준다.

2.3. 사태의 끝

그날 밤, 라인하르트는 술을 마시며 괴로워한다. 잊어버렸던 베스터란트 학살사건 참극이 기억났고 그로 인해 지크프리트 키르히아이스를 죽게한 원인이 되기도 했던 잊고 싶은 과거가 떠올라서 견딜 수 없었다.

홀로 괴로워하던 라인하르트의 방에 힐다가 들어오자 어리석은 브라운슈바이크는 학살을 저질렀고 짐은 그걸 이용했다면서 그 미수범의 분노에 대해 뭐라고 말할 수 없다며 털어놓고 자책하며 괴로워했다. 그런 라인하르트를 힐다가 차분하게 위로한다. 힐다는 "분신과 같은 소중한 친구인 키르히아이스를 잃었으니 죄의 대가를 이미 치렀으며, 이를 발판 삼아 정치와 사회를 개혁했고 그 성과로 구원받은 이들도 분명히 존재한다"며 라인하르트를 달랬다. 라인하르트는 그 말에 동의했고 위로를 끝마친 힐다가 방을 나가려 하자 "오늘 밤은 도저히 혼자 있을 수 없을 것 같다"며 자신을 홀로 두지 말고 여기 있어달라고 애원한다. 평소의 강인하고 당당한 모습과 달리 불안해하는 라인하르트를 보며 힐다는 그 말을 받아들이고, 이렇게 하여 속도위반이 일어난다.

다음날 라인하르트는 뒤늦게 자신이 한 일을 깨닫고 급히 장미 꽃다발을 가지고[2] 마린도르프 저택으로 달려가 청혼하려고 했다. 음탕한 골덴바움 왕조의 황제들과 동류가 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프란츠 폰 마린도르프 백작은 그날 밤에 있었던 일과 주군의 소년과도 같은 모습을 통찰한 뒤 정중하게 라인하르트를 달랜 뒤 돌려보냈다. 돌아온 라인하르트는 전 우주를 다스리는 황제가 심약한 모습을 드러냈다는 생각에 부끄러움을 견딜 수 없어 집무실에 들어가도 일을 할 수 없었다. 특히 결혼도 하지 않고 라인하르트를 위해 몸을 던져 죽은 키르히아이스를 두고 결혼하는 건 용서할 수 없는 죄악이라는 생각이 들어 견딜 수 없었다.

그날 10시, 케슬러는 암살미수범이 감옥에서 자살했다고 보고했다. 라인하르트는 "강요한 것은 아니겠지?"라고 물었지만 케슬러는 부정했고, 그 말대로 케슬러가 죽인 건 아니었다. 그러나 황제가 설령 자비를 베풀어 암살미수범을 석방해도 이미 그에게는 자살 외에 다른 길은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암살미수범의 자살을 말리지도 않았다. 라인하르트도 이를 알아챘지만 그 일의 책임에는 결단을 미룬 자신에게도 있음을 알았기에 케슬러를 나무라지 않았다. 라인하르트가 비밀리에, 그러나 정중하게 암살미수범의 장례를 치룰 것을 명하면서 이 사건은 끝난다.

2.4. 이후: 카이저의 트라우마

라인하르트는 암살미수범의 규탄을 듣는 내내 파랗게 질린 채 단 한마디도 반론하지 못했고, 그날 밤에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홀로 술을 퍼댔다. 이를 보면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베스터란트 핵폭격을 방관하기로 한 결정이 그 자신에게도 상당히 부끄럽고 마음 아픈 트라우마가 되었던 모양이다. 게다가 그의 반신이나 다름없던 친구 키르히아이스그 참사가 원인이 된 사건에 휘말려 사망했고, 누나에게서도 은하계 통일 전까지 사실상 의절을 당했으니 말이다.

그 후로도 라인하르트는 한참 동안 실의에 빠져 약간은 얼빠진 것 같은 모습을 보일 정도였으니, 베스터란트 학살사건은 키르히아이스의 죽음과 더불어 라인하르트를 일생 동안 괴롭힌 양대 트라우마라고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위의 암살 미수 사건 때문에 라인하르트와 힐데가르트 사이에 속도위반이 일어나고, 그 덕분에 후계자 알렉산더 지크프리트 폰 로엔그람이 태어나 왕조의 수명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되었으니 로엔그람 왕조에 여러 가지로 중요한 사건이라고 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암살자 오열

한편 부하 장군들에게는 한동안 꽤 골치 아픈 시기였는데, 힐데가르트와 선을 넘은 다음날 바로 청혼하러 갔다가 답을 못 듣고 물러나야 했던 라인하르트 황제는 당황한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이런 저런 취미 활동을 했다. 독서, 승마체스같이 개인 취미 까지는 그래도 별 문제가 없었지만 여성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시 낭독이나 음악회 등 각종 예술 공연에 눈을 돌렸는데 문제는 애꿏은 부하들을 줄줄이 불러다가 동행시켰다는 것. 만일 이 당시 카이저 곁에 에르네스트 메크링거 상급대장이 있었다면 시, 음악, 그림 등을 비롯한 다방면의 예술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인정받은 예술가 제독 답게 기꺼이 이를 따라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은 물론이요 자신이 알고있는 관련 지식을 성심껏 카이저에게 알려주는 것으로 훈훈하게 끝났겠지만, 그는 당시 수도가 아닌 제국령에 파견되어 임무를 수행하는 중이었다. 물론 부하 장군들이 무슨 우가우가거리는 원시인 수준의 근육뇌들은 아니었고 고위장성으로서의 기본적인 인문학적 교양이야 함양하고 있다지만, 그래도 뼛속까지 무인이던 부하들로선 괴로운 시간일 수 밖에 없었다.

당시 라인하르트는 멧돼지 프리츠 요제프 비텐펠트 상급대장을 고전 발레 공연에 끌고 가는 최대의 인선 미스를 범했고,[3] 그걸 농담거리로 화제에 올린 코르넬리우스 루츠 상급대장은 시 낭독회에 출석하라는 어명을 받고서 경악하고는 머리를 쥐어뜯었으며 아우구스트 자무엘 바렌 상급대장은 자기 차례가 오기 전에 에르네스트 메크링거와 임무를 교대할 수 없을지 진지하게 고민했고, 나이트하르트 뮐러 상급대장은 아예 들어봤자 알지도 못할 전위 음악회에 끌려가느니 차라리 전쟁이나 내란이 터지는 편이 낫다는 망언을 내뱉었다.[4] 유일하게 볼프강 미터마이어 원수는 우주함대 군무를 핑계를 대고 부관을 대신 보내는 것으로 빠질 수 있었다. 이때 모두가 메크링거의 빈자리를 뼈저리게 실감했다고 할 정도였다.

3. OVA에서 추가/변경/삭제된 묘사들

4. 여담

5. 관련 문서



[1] 라인하르트를 보는 눈빛이 무척 증오에 찬 눈빛이었고 나이가 제법 많음에도 졸병이라는 점도 이상했다. 나중에 위르겐스는 이걸 가리켜 남들은 모두 폐하를 보고 있었지만 나는 폐하 주변만 보고 있었다고 회상했다.[2] 볼프강 미터마이어 원수가 에반젤린 미터마이어에게 청혼할 때 큰 꽃다발을 들고갔기 때문이다.[3] 비텐펠트 본인은 최대한 정신을 다잡고 공연을 전부 관람하고 박수도 쳤으나 끝난 뒤에는 하품을 터트렸다(...).[4] 훗날 뮐러는 자신의 발언을 참담한 심정으로 되돌아봐야 했다고 한다.[5] 문고판 삽화에서는 발레리나들이 비텐펠트의 머리 주변을 돌며 발레를 하고 있고, 비텐펠트는 멘붕 상태인 코믹한 삽화가 실려 있다. 이 삽화에서 미터마이어에게 통신 화면으로 이런 자리에 나가라고 명령받은 뮐러는 뒷모습으로 식은땀을 흘리면서 경악하는 등, 역시 코믹한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