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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2-18 12:58:13

예(Nine Sols)


羿 / Yi
[1]
<nopad> 파일:Character_Yi.png
<colbgcolor=#099><colcolor=#ffff99> 성별 남성
종족 태양인(太陽人, Solarian)
출신 봉래 행성 - 하나라
나이 500살 이상
직위 방사, 前 천도 의회 10왕
가족 관계 부모님, 여동생 항아
성우 차오쯔위(교자육, 喬資淯)[2]
테마곡 Yi's Theme: 우리 모두를 위한 길(The Path for Us All)

1. 개요2. 상세3. 작중 행적
3.1. 프롤로그
3.1.1. 축전 우물 Outro3.1.2. 농산 구역 Outro3.1.3. 창고 구역 Outro
3.2. 연단 공장
3.2.1. 연단 공장 Outro3.2.2. 연산실 Outro3.2.3. 장경 석굴 Outro3.2.4. 천인 구역 Outro
3.3. 천도 연구 센터
3.3.1. Intro
4. 대인 관계
4.1. 주요 NPC들4.2. 가족들4.3. 아홉 태양 (전 천도 의회 10왕)
5.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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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신비한 방사.
Nine Sols의 주인공이자 플레이어블 캐릭터.

이름의 유래는 중국신화에서 10개의 태양중 9개를 적궁백시로 떨어트린 영웅 예(羿).

2. 상세

본래 이차원 우주에 존재하는 '봉래'라는 행성에 거주하던 '태양인'이라 불리는 고양이 모습을 한 수인 종족의 인물으로, 봉래를 통치하는 천도 의회에 속한 과학자로서 봉래에 창궐해 태양인들을 멸망으로 이끌게 된 '천화(天禍)'라는 전염성 바이러스를 피하기 위한 우주 거주구급 비행성 '신곤륜'을 발명해 내 태양인들의 존속을 도모했다. 이와 별개로 신체 단련을 위해 전투 방술과 첩부식 주술을 익혀둔 덕분에 전투력도 나름 갖췄다.

하지만 아홉 태양이라 불리는 신곤륜의 지도자들에게 토사구팽 당해 절벽에서 추락사했다가 고목의 힘으로 겨우 목숨을 건진 후, 아홉 태양을 향해 복수심을 품고서[3] 그들을 절멸하고 아홉 태양에 의해 변질된 신곤륜을 바로잡으려 한다.

도교 사상을 따르며 내세를 믿고 숭배하는 태양인들과 달리, 오히려 도교로 인해 세상이 발전하지 않고 도태되었다고 여기며 과학만이 세상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믿는 무신론자 성향이 짙다. 그런만큼 이전에는 자신의 능력과 지식에 자부심을 크게 갖고 있었고, 과학 분야에 관해서만큼은 열정이 넘치는 성격이었으나, 배신자로 낙인찍혀 토사구팽 당한 후에는 상당히 냉소적인 성격으로 변해버렸다. 그런 만큼 적들에게는 인정사정 없이 공격을 퍼부으며, 태양들이 아무리 비꼬아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거꾸로 상대방의 신경을 긁으며 응수할 정도.[4]

물론 마냥 냉소적인 인물은 아니라서 자신을 살려주면서 처음 만난 헌헌을 여러모로 동생처럼 잘 챙겨주고 있으며[5], 자신의 편에게는 자비를 베풀기도 하고, 곤경에 처한 사람을 그냥 두고 보지 않는 선량한 면도 있다. 그 내면에는 고향에 놓고 온 여동생 '항아'와 자신의 과오로 희생된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죄책감이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3. 작중 행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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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프롤로그

모종의 사유로 스승에게 대항했으나, 도리어 처절하게 패배한 끝에[고어묘사주의] 절벽에 겨우 매달려 버티는 지경에 이르렀고, 이내 스승의 조롱을 들으며 끝내 추락사하지만 그 시체는 어디선가 뻗어나온 고목부상 뿌리에 이끌려 절벽 속에 봉인된다. 그로부터 500년이 지나 고목의 힘으로 완전히 회복된 어느 날, 어디선가 들려오는 피리 소리를 듣고 무의식 중에 피리를 불어 꽃을 피우던 여동생 항아의 모습을 보면서 오랜 잠에서 깨어난 예가 마주한 것은 숲 속에서 피리를 불던 원인 소년 헌헌(軒軒)이었다.

그렇게 예가 지하 동굴 부근에 위치한 헌헌의 비밀 기지에서 은거하는 한편, 부모님을 잃고 고아가 된 헌헌의 형이 되어주며 함께 산지도 2년이 흘렀다.[7] 또 혼자서 생선을 구워먹은 거냐며 오늘 저녁 식사는 맛있는 걸로 준비했으니 기대하라는 헌헌의 말에 예는 큰 기대를 하지 않으면서 헌헌을 따라간다. 이날 헌헌은 마을에 곧 있을 수확제에 필요한 불상화를 준비해야 했으나 도통 보이질 않아 예가 지내고 있는 금지 구역 안의 숲까지 수색하고 있었는데, 이내 예는 헌헌이 찾던 불상화가 절벽 너머에 피어있는 걸 발견하지만, 어디선가 멧돼지 한 마리가 나타나 불상화를 물어가 버린다. 헌헌이 아쉬워 하면서도 멧돼지에게 필요했을테니 내일 다시 찾아야겠다며 체념하자, 예는 헌헌을 위해 단숨에 절벽을 올라 멧돼지를 처리하고서 불상화를 건네준다. 어차피 시들 꽃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의아해하는 예였으나, 헌헌은 잠시나마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면 상관없다며 엄청 고마워한다.

어쨌든 목적도 달성했겠다, 헌헌은 서둘러 금지구역을 떠나 집이 있는 마을 '도화촌'으로 돌아가기로 하고, 예도 묵묵히 헌헌의 뒤를 따른다. 물론 헌헌을 비롯한 원인들과 엄연히 종족이 다른 만큼 예는 도화촌에 들어갈 때면 항상 검은 천을 두른 갓으로 얼굴을 가리고 다녀야 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도화촌에서는 "먼 옛날 인류의 선조들은 춥고 척박한 환경 속에서 고생하다가 '10개의 태양'이라 불리는 신령들에 의해 구원받았고, 착하게 산 사람들은 신선들에 선택받아 99개의 산봉오리 너머 천계로 인도되어 신령들과 함께 살 수 있다"는 전설을 따라 예의 종족인 태양인들을 신령으로 섬기는 신앙이 있었기에 괜히 귀찮은 일에 휘말리기 싫었기 때문. 처음엔 계속 얼굴을 가리고 다녀서 수상한 인물로 여겨졌던 예는 쥐떼를 쫒아내는 등 마을의 여러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해준 결과 지금은 마을 사람들에게 행운의 상징으로 큰 신뢰를 얻은 상태였다. 유일하게 마을에 퍼져 있는 오랜 전설과 신앙을 미신 취급하며 지금의 세상에 의문을 품고 있는 원인 남성 신농(神農)에게는 얼굴을 가렸어도 남들과 다른 외모가 눈에 띄었는지 "우리를 키워서 잡아먹으려는 요괴들과 한 통속이 아니냐"고 잔뜩 의심 받던 것만 제외한다면.

어느덧 도화촌에서는 2년마다 돌아오는 수확제가 열리고, 헌헌도 축제 날 10명의 신령들에게 올리는 제사에 제물로 선정되어 이별을 앞둔 상황. 한참 축제가 벌어지던 밤, 예는 오랫동안 준비해온 계획을 시작하자는 AI 비서 아바쿠스의 연락을 받다가 또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추궁해오는 신농을 무시한 후, 비천옥좌 제단에서 의식이 이뤄지는 현장을 지켜본다. 하지만 10명의 신령들에게 간택받은 사람을 천계로 보내준다는 비천옥좌의 실상은 제물의 머리를 꺾어 신체과 분리해 죽이는 살인 기계였고, 헌헌 역시 아무 것도 모른 채로 제물로 바쳐져 죽기 직전의 상황이었으나, 2년 간 함께 지내며 헌헌에게 정을 갖고 있었던 예는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는 위험을 감수하고 몸을 날려 헌헌을 구출, 비천옥좌를 폭파시킨다.

혼비백산한 주민들과 예를 '신령'님이라 부르며 공포에 떠는 촌장 무녀와 장로들을 무시한 채,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어리둥절해있던 헌헌에게 예는 작별을 고한 후, 비천옥좌를 조작해 시체 운반 단상을 승강기 삼아 지하로 내려간다. 그렇게 이 작은 도화촌을 목장 삼아 원인들을 사육하던 자신의 동족 '태양인'들의 성소인 거주구급 비행성 신곤륜 내부로 잠입한 예는 본격적으로 자신을 버리고 태양인들과 원인들을 속인 아홉 태양을 절멸하고서 신곤륜을 바로잡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 원인 처리장 ~ 사계각 활성화 #===
비천옥좌의 지하는 원인들의 머리를 회수하고 남은 시체를 수거해 가공하는 원인 처리장으로 이어져 있었고, 예는 시설을 지키고 있던 위병들을 처리하며 신곤륜 내부로 들어간다. 하지만 역시 비천옥좌에서 벌인 소란이 빌미가 되었는지 신곤륜 내부에서는 예를 침입자로 간주하여 경보를 울리는 상황. 이로 인해 여예로부터 예정에 없었던 돌발 행동으로 인해 일이 커졌다는 한소리를 들어야 했지만, 예는 이건 스스로 결정한 행동이니 네 할 일을 하라는 말로 여예의 말을 자른 후, 원인 처리장의 탈출로를 계속 탐색한다.

이내 원인 처리장을 지키던 수장 적호도교 - 백장을 무찌르고 고목 부상이 자라나는 풍경이 그대로 보이는 신곤륜 중앙 대전에 진입한 예. 여예는 예가 시설의 설계를 잘 해둔 덕에 500년 동안 고목 부상이 환경에 잘 적응하여 많이 성장했다며 예의 공로를 칭찬하지만, 예는 이제와서 이 모든 게 다 무슨 소용이냐며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어쨌든 여예의 인도로 신곤륜 출항 축복 기원문이 적힌 이담의 석상과 방사복을 입은 자신의 석상이 세워진 문 너머 자신의 원래 본거지가 될 예정이었던 은신처로 들어간 예는 AI실에서 여예의 본체라 할 수 있는 아바쿠스 기기를 발견하지만, 자신이 없는 사이 아바쿠스에는 암호화 장치가 걸려 있었기에 AI실 깊은 곳의 창사 비행기 제어실에서 자신의 창사 비행기 '나비'의 충전을 마친 후, 나비를 이용해 아바쿠스의 암호를 풀어내고서 드디어 여예와 제대로 마주한다. 예의 축출 이후 아바쿠스도 파괴될 처지였으나, 천만다행으로 메인 통제 AI로서의 필요성 때문에 언더클럭 조치만 취해진 채로 500년 동안 방치된 것이었고, 예는 자신 때문에 여예도 피해를 본 것에 대해 미안해한다.

이어 여예는 예에게 신곤륜의 조종 권한을 탈취하고 법전을 고치기 위해서는 천도 의회의 9왕 <아홉 태양>이 가진 9개의 옥새를 전부 탈취해야 한다는 계획을 상기시켜 준다. 하지만 예가 도화촌에서 벌인 소란으로 인해 신곤륜의 각 담당 구역에서 휴면 중이던 아홉 태양이 침입자의 신호를 간주하고 휴면에서 깨어나 대응을 준비하기 시작했다며 여예는 앞으로 예가 마주할 시련을 걱정하는데, 예는 어차피 계획을 진행하다 보면 일이 커지리란 걸 알지 않았냐며 자신을 방해하는 자는 가차없이 베어 버릴 뿐이라고 결의를 다진다. 이에 여예도 자신의 능력이 닿는 한에서 예를 지원해 주기로 맹세하고, 일단 예가 무사히 들어온 만큼 은신처 전체에 감지 기능을 피할 방호막을 전개함으로서 거점 및 휴식 공간인 사계각(四季閣)을 마련해 준다. 하지만 예는 한시가 바쁜 상황에 쉴 여유는 없다며 바로 아홉 태양의 격파에 나서려는데... 도화촌에 놓고 온 줄 알았던 헌헌이 사계각에 찾아와 있었다.

예는 헌헌을 향해 어떻게 여기까지 들어온 거냐며 당황하지만, 헌헌은 태연히 "비천옥좌의 폭파 이후 아래에 뚫린 구멍을 본 신농이 진실을 알아내겠다며 들어가려고 해서 따라 들어왔다"고 경위를 말해준다. 당연히 앞으로 닥칠 위험한 상황을 아는 예는 헌헌을 돌려보내려 했지만, 헌헌이 "형이 무슨 일을 하려는지 모르겠지만 모든 일은 마음 먹기에 달렸다고 하지 않았냐, 시키는 건 뭐든 할 테니 함께 있게 해달라"고 고집을 부린지라 할 수 없이 사계각에 머물게 한다. 헌헌은 도화촌에서는 보지 못했던 사계각의 여러가지 물건들을 보고 신기해하며, 예의 종족이 '태양인'이라 불리는 수인 종족이란 사실을 파악하는데, 사실 예 입장에서는 어차피 말해줘봤자 이해 못할 것이라 여겨서 자세한 설명을 피하려고 했던 것이었지만, 헌헌은 자신에게 이런 것들을 말해주지 않고 숨긴 것에 불평하면서도 이제 얼추 전말을 파악했으니 전부 다 알려줄 것을 요청한다. 이에 예는 당장은 힘들더라도 천천히 알려주겠다며, 헌헌과 손가락 걸고 약속을 한다.

어쨌든 그렇게 헌헌을 두고 나서려던 예였으나, 출발 직전 여예가 사계각 활성화 과정에서 '사계각 중앙에 있는 고목 노드에 이상 신호가 나오고 있는데, 제 능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전한다. 예는 그냥 놔두면 괜찮아질 거라며 일단 놔두라고 지시하려 했으나, 역시나 헌헌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섣불리 건드릴 위험이 있었기에 할 수 없이 고목 노드를 손보려고 하는데, 갑자기 고목 뿌리에 둘러 싸여 아공간으로 끌려 들어간다. 이내 예는 아공간 안에서 익숙한 얼굴의 한 노인을 만나는데, 자신을 익숙한 듯이 부르는 노인과 달리 예는 당연히 그와 초면이었기에 어리둥절 해하다가, 곧 그의 정체가 혼원기에 곤륜섬에서 방사단을 설립하여 봉래 9국의 통일을 이뤄냈으나 태초기 10년 만에 돌연 무위선언을 하고 은둔했다던 전설적인 방사 이담(李聃)이라는 사실에 놀란다. 평소 느끼지 못했을 뿐 대도에서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었으며, 지금 있는 곳은 '무극의 땅'이라는 세상의 법칙이 존재하고 모든 의식과 시공의 경계선이라는 이담의 설명에 예는 자신이 환각을 보고 있는 것이며 믿을 수 없다는 말을 내뱉고 싶은 걸 꾹 참고 무슨 말을 하는지 아무 것도 모르겠다며 혼란스러워 하지만, 이담은 "도에 대해 물었을 때 대답할 수 있는 자는 정작 본인도 도에 대해 모르는 법"이라며 회피할 뿐이었다. 그래도 대화를 나누면서 이곳은 고목 부상을 비롯한 여러 신비한 현상에 대해 오랜 세월을 연구해 온 이담조차 모르는 곳이지만 나가고 싶다고 마음만 먹으면 나갈 수 있다는 힌트를 얻은 예였는데, 이담은 이 곳의 도의 순환이 중단되는 걸 그냥 둘 수 없다며 이전에 자신을 도와준 것처럼 부탁을 들어달라며 방사만이 사용할 수 있는 부상 호각[8]을 하나 건네주고는 다음에 또 만나자며 예를 돌려보낸다.

한편 사계각을 더 둘러보니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와 유용한 보조 장비들을 만들 수 있는 3D 프린터 외에도 파손된 채 방치되어 있던 가정용 산해 9000 기기 1개가 있었다. 100금을 들여 기기를 수리한 예는 산해 9000을 가동시키고 지역 정보를 알아보려 했으나, 정작 가동된 산해 9000은 언어 모듈이 처음부터 손상되어 있었는지 단어 구성과 문장 조합이 어색한데다 몸체에는 어린아이가 그린 듯한 낙서도 있었기에 예는 괜히 수리했나 싶어 의아해한다. 하지만 이내 산해 9000 쪽에서 '각 구역의 산해 9000들에게 내장된 맵 데이터 칩을 가져다 주면 그걸 해킹해서 구역 곳곳에 숨겨진 물자 위치 정보와 내역을 알려주겠다'고 제안하자 예는 반신반의하며 일단 승낙한다.

===# 축전 우물 #===
일단 첫 옥새를 탈환하자며 남동쪽 구역의 축전 우물을 추천해주는 여예. 공교롭게도 축전 우물의 관리자는 '충성'의 왕이자 예의 절친한 친구였던 과복(夸伏)으로, 500년 전 여예를 살려준 은인이기도 했다. 하지만 장인들을 많이 배출하기로 유명한 영나라 출신으로서 유능한 엔지니어링 장인이기도 한 만큼 과복만은 잘 설득해서 우리의 전력으로 만들자는 여예의 제안에 예는 가능하다면 그렇게 하기로 하고 축전 우물로 들어가는 중앙 운송 통로로 진입한다.

과연 통로로 내려가는 승강기에서부터 방범 시스템과 지뢰들이 예를 겨눠왔고, 이어 위병들도 예를 잡기 위해 몰려들기 시작한다. 이들에 차분히 대응하며 겨우 아래층까지 도달한 예였으나, 시설 내부는 침입자를 막기 위해 열선 함정이 군데군데 깔려 있었고 점프력을 믿기에는 공간 사이도 넓어서 힘들어 보였다. 그나마 상하좌우로 이동하는 발판 몇 개와 매달릴 수 있는 벽이 있었기에 일단 예는 이를 최대한 이용해서 샛길을 통해 아래로 들어가며 길을 찾아보는데, 이때 이상 반응을 보이는 고목 노드를 발견하고 건드렸다가 고목 뿌리에 감싸이면서 무극의 땅으로 진입하게 된다. 어안이 벙벙해져 나갈 길을 찾아보려던 예는 그곳에서 가면을 쓴 한 방사가 기술을 고안하는 듯 중얼거리던 혼잣말을 엿들음으로서 요령을 파악, 중간 검붉은 공격을 공중 패링하면서 회피하거나 그로기를 넣을 수 있고 초록색 에너지볼을 차서 도약할 수 있게 해주는 '태극 차기' 기술을 배우고서 다시 현실로 빠져나왔고, 덕분에 시설 곳곳에 보인 에너지볼을 이용해 수월하게 길을 찾아 나가며, 마침내 축전 우물로 들어가는 승강기에 탈 수 있었다.

축전 우물은 신곤륜의 동력 생산 및 저장을 담당하는 지역으로서 현재는 대부분의 시설이 휴면 상태이기에 최대치의 40% 수준에서 동력을 유지한 채 나머지는 봉래로 복귀할 항성간 워프용으로 모두 비축해두는 중이었고, 그 에너지를 전부 저장하는 영롱보탑도 저전력 모드 상태에 사용하지 않는 연락망도 전부 중단되어 있었다. 일단 시설의 동쪽 구역에 도달한 예는 발전기를 해킹해 전력을 시설에 공급하여 가동시켜 보는데, 이내 휴면에서 깨어나 침입자를 확인한 과복이 좋게 말할 때 여기서 나가라고 경고를 해온다. 이에 예는 자신의 신원을 밝히며 통로를 열어달라고 요청하지만, 오래 전 예가 죽은 줄로 알고 있었던 과복은 침입자가 변장해 친구를 사칭한다고 여기며 이를 믿지 않는다. 할 수 없이 예는 시설 내에 깔린 위병들을 물리치고 장애물을 건너며 자신의 존재를 어필해야 했지만, 수색 중 알 수 없는 이유로 자아를 깨우친 이레로 서생 노릇을 하던 특이한 고대 병기 행상인 치우(蚩尤)와 조우하면서 전투와 수색에 도움이 될 만한 여러 물건을 사는 것으로 정비를 갖출 수 있었다.

그 후 과복의 본거지인 영롱보탑이 있는 중앙 구역으로 향하는 승강기를 타고 이동하던 예는 수많은 동력 기둥이 펼쳐져 있는 구간을 지나는 중, 여동생 항아가 전해온 근황 메세지를 들으며 어린 시절 항아와 함께 소풍을 나와 건곤 바둑을 두면서 태초기 이후로 폐허가 된 채 남겨진 동력 기둥 유적을 구경했던 날의 추억을 회상한다. 그 사이 승강기는 축전 우물의 중앙 구역에 도착하고, 예는 축전 구역을 안내하는 산해 9000으로부터 정보를 캐내본다. 텐션이 너무 높고 상당히 시끄러운 축전 우물의 산해 9000은 구역 상황 보고부터 시작하는데, 어째선지 현재 상황에서는 섬 전체의 전력망 중 여러 곳의 발전 장치가 고장나 전력 공급 문제가 생겼으며, 수리를 위해 와야 할 황혼 파수꾼 운송팀조차 오지 않고 있었다는 상황에 예는 의문을 느낀다. 이어 현재 과복이 축전 우물의 중앙 구역인 영롱보탑에 은거 중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지만, 구역 입구의 와상도 그렇고 대체 과복이 뭘 어떻게 입력해 놓은 건지 과복을 '훤칠하고 잘생긴 근육미남'이라고 칭송해댄 것은 덤.

어쨌든 산해 9000을 집요하게 추궁한 끝에[9] 과복이 있는 영롱보탑으로 가기 위해서는 지하의 예비 전력 제어실로 가서 전 구역의 전력을 전부 올리고 빛의 다리를 내려야 한다는 정보를 얻은 예는 제어실로 내려가 해킹으로 영롱보탑의 전원을 올려 마침내 다리를 내리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여전히 예를 못 알아보고서 침입자로 여기며 경계하던 과복은 최후의 통첩이라며 위병대를 보내 예를 처리하려 들고, 겨우 위병대를 물리치고서 빛의 다리를 통해 영롱보탑으로 들어간 예였지만...

입구에 들어서자 마자 예 앞에 나타난 것은 영롱보탑의 입구를 지키는 문지기인 '용수장 영초'였다. 원인의 신체와 로봇 의체가 결합되어 켄타우로스 같은 모습을 갖춘 사이보그인 영초는 거대한 체구의 상반신으로 창을 마구 휘두르거나 찔러대고, 사족보행이 가능한 하반신의 빠른 기동성으로 예를 뒤쫒았으며, 설령 동력이 약해져도 뒤로 빠져 다시 동력을 충전해 돌아오는 전법을 구사했다. 다행히 태극 차기를 쓰면 잠시 그로기에 빠지는 점을 간파한 예는 그동안 익혀둔 기술들을 동원해 2페이즈에 걸쳐 영초를 쓰러트리는데 성공하고, 마침내 영롱보탑의 중앙제어실에 은둔하던 과복과 조우한다.

그러나 500년 전에 예가 정말로 죽은 줄로 알고 있었던 과복은 친우의 생환을 두 눈으로 확인하자 마자 진심으로 반가워하며 천지신명과 고목 부상에 감사기도를 올릴 정도로 기뻐하는데, 여전히 과복이 의회와 한 패라고 생각했던 예는 그의 목을 향해 손톱을 세워 들이밀며 진위여부를 떠보려고 한다. 하지만 과복은 500년 전에 예와 의회 사이에 있었던 일에 대해 전혀 몰랐던 데다 그저 뭔가 오해가 생겼기에 의회에서 예를 좋게 설득해 데려오려는 줄로만 알았고, 감시 기록으로 예의 사망을 본 날부터 의회에 환멸을 느껴 이후로 어떠한 개입도 하지 않았으며, 영혼 중추 성지에서 500년의 휴면에 빠진 동안 당시 의회를 막지 못했던 죄책감에 끊임없이 자책했다며 눈물로 호소한다. 물론 이제 와서 사과해봤자 과복은 예가 자신에게 크게 실망했을 테고 용서받을 자격 없다는 건 본인도 자각하고 있으니 예의 원혼이 복수를 위해 찾아온 거라면 기꺼이 벌을 달게 받겠다며 덤덤히 처분을 받아들이려고 하는데, 과복의 호소로 진심을 확인한 예는 그를 용서하고, 오히려 자신이야말로 봉래를 떠나기 전 했던 "평화로운 천하를 이룩하고 금의환향하자"는 약속을 못 지킬 상황을 만들어 놓은 것을 사과함으로서 화해를 이룬다. 이어 예는 과복에게도 천도 의회의 아홉 태양들이 가진 옥새를 전부 탈환하여 신곤륜의 상황을 바로잡겠다는 계획을 알리는데, 예가 의회를 배신하려 한다는 사실을 눈치챈 과복은 정말 관계 개선의 여지가 없는 거냐며 기겁했지만, 이미 500년 전 좋게 대화로 풀어보려던 예의 의사를 무시하고 무력을 행사한 이상 의회의 진상은 불보듯 뻔한 일. 그럼에도 과복은 계란으로 바위치는 만큼 엄청 힘든 일이 될 거라며 망설였지만, 시체를 대신 거둬줄 거냐는 예의 눈빛에 참 지독한 놈이라고 한탄하면서도 "어차피 진상을 안 이상, 발 뻗고 자기도 글렀고 의회에 벌을 받아 죽나 잡혀서 죽나 매한가지"라며 계획에 동참하기로 결심, 바로 짐을 싸서 예의 거처인 사계각으로 피신한다.

덕분에 과복을 포섭한 예는 과복의 영추에 저장되어 있던 충성을 상징하는 '정(丁)'의 옥새를 취하고 사계각으로 돌아왔을 때, 먼저 사계각에 들어와 머무르던 헌헌을 보자마자 기겁하면서 "의회를 배신하게 하고 이사까지 시켜놓고선 이젠 태양인에게 사육되는 가축인 원인과 한 지붕 아래서 살아야 하는 거냐"고 온갖 엄살을 부리는 과복의 반응을 마주해야 했지만, "원인은 위험한 생물도 아니고 헌헌은 다른 원인들과 달라서 의회에 걸리면 좋을 것 하나 없다"라는 말로 대충 달랜 후, 과복이 항아를 통해 건너 건너 받아 놓았던 가문의 가보 '창궁'을 손에 넣으면서 재료 조달을 조건으로 과복을 통한 장비 보수를 약속 받는다. 이후 과복의 포섭을 기뻐하는 여예의 반응에 예는 여예가 자신과 과복을 화해시키고자 일부러 동선을 짜주었단 사실을 눈치채고 황당해 했지만, 자신이 없는 동안 과복이 겨우 지켜낸 여예를 통해 심리적 위안을 받아왔다는 사실을 알고 넘기기로 하며, 과복에게 관심을 보이면서 친해지고 싶어하는 헌헌에게 자신의 오랜 친구라고 소개하고 '저 녀석이 지금은 저렇게 낯가리고 있지만, 본성은 좋은 녀석이라 며칠 계속 귀찮게 하면 받아줄 것'이라는 팁을 전수해준다.

3.1.1. 축전 우물 Outro

구역을 돌던 중 예는 태양인들의 문방사우 세트를 발견하고 헌헌에게 선물해준다. 안그래도 취미로 무협 소설을 연재하던 헌헌이 숯으로 죽간에 힘들게 글 쓰는 모습이 영 안쓰러워 해본 선물이었는데, 헌헌은 부드러운 붓과 매끈한 질감의 종이에 감탄하면서 굉장히 기뻐했고, 예에게 붓으로 정자 서체를 쓰는 법을 배우자마자 금세 적응해서 글쓰기 연습에 돌입한다.

이후에도 익숙한 누군가의 이름이 적힌 다기능 공구를 발견한 예였으나, 아직 어린아이인 헌헌에게는 위험할 것 같아 이걸 줘야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헌헌이 여태까지 같이 살며 형이 본 가구들 전부 자신이 만든 것이니 자신 있다고 졸라대는 통에 할 수 없이 '전기 연결 및 가열 기능은 절대 건들지 말고 뭉툭한 날만 쓰라'는 조건을 걸고 헌헌에게 건네준다. 헌헌이 공구를 이것저것 만져보며 공구에 내장된 여러 기능에 신기해하자, 예는 이 공구는 엔지니어가 설비를 위해 쓰는 공구로 자신의 모성 봉래에 속한 영나라에서 만들어진 것이라 굉장히 성능이 좋다는 설명과 그 다기능 공구의 주인인 자신의 친구에 대해 조금 이야기를 해준다. "원래 내 친구의 고국인 영나라는 봉래에서 옛날부터 장인 대국으로 유명한 곳이었으나, 혼원기 이후 과학 기술의 발달로 장인 기술이 외면을 받으면서 점차 몰락해갔고, 내 친구는 그런 나라의 상황에 마음 고생을 해왔다"는 예의 이야기에 헌헌은 도화촌에서는 오히려 기술자들이 굉장히 인기 있는 직업이고 그들이 만들어준 도구들은 자신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 굉장히 유용하게 쓰였다며 믿을 수 없어한다. 그러자 예는 "그 친구는 날붙이가 있는 도구가 일상생활이 아니라 사람을 죽이는 데 쓰인다면 자신이 많은 사람을 죽이는 물건을 만든 것이나 다름없지 않냐며 비참해했다"는 이야기를 덧붙여 주는데, 오히려 헌헌이 "물론 날붙이 있는 도구에 다친 적은 있었지만 그런 이유로 두려워서 그런 도구를 아예 쓰지 않는다면, 그걸 만든 사람을 얕보는 꼴이니 실례가 되지 않겠냐"는 의견을 제시하자, 예는 친구가 그 말을 들었더라면 굉장히 기뻐했을 거라고 흐뭇해한다.

과복 합류 후 예가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왔을 때, 헌헌은 2층 왼쪽 발코니에서 과복과 뭔가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예를 위해 편히 쉬기 좋은 의자를 설계해서 만들고 있었다. 물론 과복은 원래 제 것인 다기능 공구가 혐오하는 원인 손에 들려있던 데다 헌헌이 공구를 막 다루는 것에 질겁해서 다시 가져가려던 걸 헌헌이 예를 위한 의자를 만들려는 걸 보고 마음씨는 갸륵하게 여긴 건지 아니면 장인으로서의 완벽주의 성향이 발동되어서인지 만드는 걸 도와준 모양이었고, 예는 자신이 없는 새 조금이나마 가까워진 둘의 모습에 흐뭇해한다. 다만 예는 의자는 딱히 필요 없었던데다 의자에 별다른 특수한 기능은 없고 정교하게 잘 만들어졌을 뿐이라는 둘의 말에 무심한 반응을 보였지만, 헌헌이 이 의자에서 쉬면 마음이 편안해질 거라며 적극 권유하고 과복도 생활 속의 휴식도 중요하다고 조언해줬기에 내키지는 않아도 써주기로 한다. 그 와중에 헌헌이 책장을 비롯해 날아서 변신하는 침대와 스스로 요리하는 냄비, 버튼 하나로 목욕이 가능한 장치 등 만들고 싶은 것을 또 계획하자, 예는 영나라 장인은 뭐든 만들 수 있으니 문제없다며 부추기고, 당연히 과복은 내가 언제 도와준다고 말했냐며 황당해하더니 빨리 내 공구를 돌려 달라고 괜히 성질을 부린다.

===# 농산 구역 #===
두 번째 옥새를 탈환하기 위해 북동쪽의 농산 구역을 추천해주는 여예. 농산 구역의 관리자는 황무지 지대인 우민국 출신으로서 가뭄과 추위 등으로 고생했던 힘든 어린 시절을 극복하고 노력 끝에 훌륭한 생물학자로 성장, 처음으로 역공에게 발탁됨으로서 천도 의회의 주요 간부진인 10왕 중 '평등'의 왕으로 등극했으나, 역공의 애제자로서 더 총애를 받은 예를 질투해 왔던 구망(句芒)이었다. 500년 전에는 그래도 사저(師姐)라고 숙일 수밖에 없었던 예였지만 지금은 거리낄 게 없는 이상 구망을 처치하기 위해 바로 농산 구역으로 향한다.

농산 구역의 입구는 요지 유적의 나룻터 건너편에 위치했기에 응룡 보트를 타고 건너편까지 건너가야 했다. 요지 유적은 장경 석굴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었던 만큼 입구 주변에 고대 곤륜의 건물 양식을 짐작케 하는 전망대와 유적 두 세 군데를 볼 수 있었는데, 이때 예는 요지 유적의 일승루에서 신원 불명의 점술가와 조우한다. 현 시점에서 평범한 태양인들은 전부 휴면 중이기에 예는 그를 향해 신상을 물으며 경계하지만, 점술가는 말을 빙빙 돌리면서 대답을 회피하고는 어차피 이 곳에서는 폭력 사태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점괘에 나온 만큼 걱정하지 않는다며 웃어넘긴다. 그리고는 지금 서 있는 일승루에 대해 '과거에는 고대 곤륜 일족이 태양을 향해 제사를 올리던 신전이었으나 시간이 지나 신앙이 쇠퇴하며 단순한 유적으로 전락한 곳'이라고 소개하면서 당시 사람들은 이 곳에서 울려퍼지는 종소리에 맞춰 신나는 축제를 벌였었다는 이야기를 자신이 직접 겪은 것마냥 생생하게 들려주더니, 그 시절 울려퍼졌던 종소리가 그립다며 당시 쓰인듯한 제사 음악의 악보를 표기한 듯한 고대 악보 하나를 건네주고 헤어진다.

어쨌든 일승루를 지나 응룡 보트를 타고 유적을 지난 끝에 농산 구역의 입구가 보이는 나룻터에 도달한 예. 달이 보이는 근처 전망대에서 잠시 숨을 돌리던 예는 항아가 전해온 두 번째 근황 메세지를 들으며, 어린 시절 호천구가 보이는 전망대에서 항아와 유성우가 떨어지는 밤하늘을 관측했던 날의 추억을 회상해본다. 당시 항아는 고목 부상을 비롯한 자연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서 별의 빛을 먹고 자라는 고목 부상의 생태와 사람의 영혼이 별로 화한 듯하다는 이야기를 했었지만, 정작 예는 항아의 이야기에 대해 항아가 친구 없이 외로웠던 나머지 지어낸 비과학적 망상이라고 무시했었다. 이때문에 항아는 예의 눈치가 보여 애써 무시해보려 했지만 지금은 그런 자연의 생명들이 자신 곁에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기에 괜찮으니 너무 걱정 말라는 말로 메시지를 마무리한다.

괜히 씁쓸해진 예는 애써 생각을 정리한 후 본격적으로 장경 석굴 아래 층에 위치한 농산 구역의 수색에 나서려 했으나... 초입부터 바로 구망이 함정으로 파 놓은 승강기에 갇히고 만다. 구망은 이런 간단한 함정에 빠진 예를 비웃으면서도 '총애란 총애는 다 받아 놓고 스승을 배신한 놈'이라고 욕한 후 삼청령을 울려 강시 병사 두 개체를 소환한다. 예는 오래 전 절나라에서 사용되던 병기였으나 반인륜적 문제 때문에 사장되었다는 강시 병사를 구망이 원인들을 개조해서 써먹고 있는 광경을 보고 경악하나, 구망은 좋은 방법이 있으면 써먹어야 하지 않겠냐며 비웃고는 강시 병사들을 시켜 예를 죽이려 한다. 하지만 강시 병사들이 구망의 명령을 잘못 알아듣고 승강기를 부숴 떨어뜨리는 삽질을 해준(?) 덕에 지하로 추락한다.

다행히 큰 상처 없이 빠져나온 예는 응룡 수로부터 시작해 구망이 식량으로 쓸 재배물들을 키우는 양식장과 물과 산소를 생산해 신곤륜 곳곳으로 보내는 물 & 산소 생성지 등 농산 구역의 곳곳을 수색하며 상황을 파악해본다. 부끄럼을 타면서도 툴툴대며 알려줄 건 다 알려주는 농산 구역의 산해 9000에게서 구역의 상황을 보고받은 결과, 역시 축전 우물과 마찬가지로 농산 구역 역시 오랫동안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아 몇몇 시설은 곧 파손될 정도로 한계점에 임박한 상태였던데다, 구망이 오로지 효율성만을 추구하여 만들어낸 유전자 개조 식물들이 양식장을 벗어날 정도로 무성하게 생장해 있었고, 수도에서는 온갖 거름과 물의 비율을 적절히 섞어 식물의 생장을 촉진시키나 그만큼 인체에 유독한 황수가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었으며, 잘못 건드리면 폭발 피해를 주는 폭발성 알과 난생 생물이 분포한 상황. 이때 예는 근처에 있던 두 번째 이상 고목 노드를 통해 또다시 들어간 무극의 땅에서 다시 만난 가면 쓴 방사의 조언을 토대로 기운을 집중해 강공격을 가하며 적에게 큰 대미지를 입히거나 약화된 벽과 장애물을 단번에 부수고 적이 두른 보호막을 파괴하는 '건곤검(차지 공격)' 기술을 배우고 현실로 돌아온다. 덕분에 예는 새로 배운 기술로 쉽게 함정을 돌파하고 적들을 처리하면서, 수도 제어기를 해킹해 황수의 유입을 중단하여 길을 여는 것으로 수색을 이어나간다. 역시나 농산 구역을 돌아다니던 치우에게서 여러 물건을 사면서 정비도 갖춘 것은 덤.

그렇게 수색을 이어나가던 예는 응룡 수로에서 자신을 뒤따라 도화촌을 탈출했다던 신농을 발견한다. 그런데 어째선지 신농은 얼굴이 벌개진 채 쓰러져서는 식은 땀을 흘리고 가쁜 숨을 내쉬며 계속 발작을 일으키는 상태였는데, 이내 그는 예를 알아보고는 느닷없이 독극물이 필요하니 있다면 제발 하나만 달라고 부탁한다. 마침 (필드를 돌면서 or 치우에게서 구매해 획득해둔) 독극물이 있었기에 이를 건네주자 신농은 독극물을 먹고 진정하며 기운을 차리는데, 알고보니 신농은 주기적으로 독극물을 먹어야 통제할 수 있는 고질병을 앓고 있어서 제때 독극물을 섭취하지 못하면 발작이 일어나는 대신 체내에서 독을 해독할 수 있는 특이 체질을 갖고 있었다. 평소 예에 대해 자신을 비롯한 사람들과 다른 종족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백발 요괴'라고 적대하던 신농이었지만, 별 이유 없이 순수한 선의로 목숨을 살려준 예를 다시 본 그는 "나는 아무 이유 없이 남에게 신세를 지지 않고 빚을 지면 마음이 불편해 반드시 받은 만큼 갚아줘야 성미가 풀린다"며 보답으로 예에게 직접 담근 특제 약주를 대접한다.[10] 이후 신농이 요괴에 대한 조사 차원에서 사계각에 머물겠다고 선언하자, 허락도 안 했는데 누구 맘대로 머물려는 거냐며 헌헌과 함께 도화촌으로 돌려 보내려던 예였지만, 신농이 먼저 여러 종류의 독극물을 2개씩 건네줄 때마다 약주를 제공하겠다며 거래를 제안해왔고, 실제로 그의 약주를 마시고 나니 확실히 체력이 오른 듯한 느낌도 있었기에 할 수 없이 예는 신농의 사계각 입주를 허가하며 조력자로 들인다.

그렇게 신농을 보낸 후 계속 활로를 뚫어 최심부로 들어간 끝에 마침내 구망의 본거지로 향하는 응룡 보트를 찾아낸 예는 응룡 보트를 타고 목적지를 향해 가는 동안, 축전 우물부터 농산 구역까지 신곤륜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 대해 조사를 맡겨 놓았던 여예의 보고를 받는다. 물론 그 와중에 헌헌이 어느새 아바쿠스를 통해서 구망의 얼굴을 봐두고서는 통화에 끼어들어 "저 새 누나와는 무슨 사이냐", "저 새 누나랑 형이 대결하면 누가 더 세냐"는 둥의 순수한 질문을 마구 던져댄지라, 보고는 나중에 들어보기로 하고 헌헌의 말에 적당히 맞장구를 쳐주다보니 예는 어느새 구망의 처소인 홍농당에 도달한다. 꽃 구경이라도 하느라 이리 늦게 온 거냐며 예를 비꼬던 구망은 "다른 자들은 흘려 넘겼지만 나는 처음부터 사상이 불온한 네가 배신할 줄 알았다"고 예를 힐난한다. 예는 이를 무시하고 구망을 향해 "거짓 위에 세워진 평화가 무슨 의미가 있냐"고 일갈하지만, 구망은 자신이 즐겨먹는 천산에서 재배한 안구 연근은 천 년간 치밀한 유전자 조합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비화를 들어 "야생 종자도 강력한 유전자에 도태되어 멸종될 뻔한 것을 사람이 개입해 과학의 힘으로 되살린 건데 이렇듯 약자는 자유와 개인 의지를 소거한 채 강자의 말에 따라야 하며 이를 위해 온실은 불가피하다. 설령 거짓이 드러나도 아무런 힘도 없는 약자들이 뭘 할 수 있겠냐"는 엘리트주의로 점철된 선민사상을 설파한다. 물론 예는 구망을 향해 네가 무슨 권리로 그걸 정하는 거냐며 그냥 권력을 휘두르는 걸 즐기는 것 아니냐고 비판하지만, 구망은 "난 약자들을 지배한 것이 아니라 유능한 자로서 질서를 만들고 보호해준 것 뿐, 그 줄을 바로 잡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고 반박한다. 하지만 예는 그런 구망에게 "쓸데없이 치밀하게 계획 세우는 데에만 집착해서 너무 피곤하게 살지 말고 자신을 좀 놓아주라"고 일침하는데, 구망은 오히려 예로 인해 자신의 모든 계획이 일그러졌다고 분통을 터뜨리면서 예의 존재로 인해 자신이 역공의 애제자로 선택받지 못한 일에 대한 열등감을 드러낸다. 이내 구망은 가장 원시적인 방법으로 우열을 가려보자며 삼청령을 울려 강시 병사들을 깨우고는, 이번에야말로 예를 확실히 죽이라고 지시한다.

날카로운 손톱으로 할퀴거나 비수를 날리는 작은 체구의 강시 시궁과 육중한 손으로 내리치는 공격을 가하는 큰 체구의 강시 시학의 맹공을 차분히 대응하며 물리치던 예는 강시 병사가 한 개체라도 행동 불능이 될 때마다 구망이 강시를 다시 되살리기 위해 삼청령을 울리러 내려오는 걸 눈치채고 틈을 노려 삼청령과 함께 구망의 의족을 파괴하는 것으로 그녀를 제압한다. 다리를 잃고 추락하며 쓰러진 구망은 "내가 세워 놓은 계획대로라면 선생님이 해독제를 찾아 태양인들을 구원하는 대로 내 농법으로 1천년 안에 봉래를 다시 살기 좋게 만들 수 있는데 왜 우리에게 반목하는 거냐, 너야말로 지금 상황을 바꿀 수 있냐"고 따지며 분통을 터뜨리지만, 오히려 스스로에게 되물어보라는 예의 일침만 듣는다. 패배를 시인한 구망은 차라리 빨리 죽이라며 체념하지만, 예는 '약자는 자유와 개인 의지를 소거한 채 강자의 말에 따라야 한다'는 구망의 말을 그대로 돌려주며 스스로 실천해보라는 말로 강시들의 뇌파 제어기를 구망에게 채워 폐인으로 만든다.

그렇게 두 번째 승리를 쟁취하며 평등을 상징하는 '을(乙)'의 옥새를 가지고 돌아온 예였지만, "그래도 예전에 동료였는데 너무 심한 처사는 아니었냐"며 과복이 찜찜해하자 구망이 갖고 있던 문제의 선민사상을 들어 구망에게 행한 처우에 대해 정당성을 주장하려 했지만, 전말을 잘 모르는 헌헌에게 승리를 자랑하러 갔다가 "사실 승패 여부는 상관없이 서로 경쟁할 때는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대결 후 누나와 잘 화해했길 바란다"는 정곡을 찌르는 헌헌의 말에 할 말을 잃고 만다. 그 사이 나름 구역을 탐색하고 사계각에 들어온 신농이 여기는 나름 괜찮은 곳인 줄 알았는데 별 볼일 없다고 불평하자, 예는 사계각은 일상 생활에 있어 부족함 없이 설계되었고 필요한 건 다 갖췄다고 항변하지만, 이내 신농의 불만이 그저 사계각의 갖가지 것들을 먹어서 확인하는 원시적인 방법으로 조사해 보려다가 실패한 것, 신경 쓰이게 뽈뽈거리면서 자꾸 싸돌아다니는 헌헌과 환영마냥 불쑥 나타나선 사계각의 위치가 발각될 만한 행동은 하지 말라며 시어머니처럼 잔소리해대는 여예로 인한 것임을 깨닫고 불만이면 마을로 돌아가라는 말로 입을 다물게 만든다. 당연히 신농은 미신에만 의존하는 바보같은 마을보단 여기가 훨씬 낫다며 참고 지내기로 한다. 이렇게 입주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준 예는 아바쿠스에게 아까 제대로 못 들었던 신곤륜의 상태에 대한 보고를 마저 들어본다. 조사 결과, 비단 축전 우물과 양식장 뿐만 아니라 신곤륜의 전체 시설이 전부 황폐화 되어 있었으며, 원래대로라면 예가 잠들어 있던 500년 동안 태양인들은 전부 휴면에 들었다고 해도 자동 유지보수 시스템이 계속 가동되어 있었어야 할 터였으나, 현 시점에서는 신곤륜 내 전체 시설이 정지해 있고 위병들만이 신곤륜을 떠돌며 구역을 지키고 있었단 사실에 점점 찜찜한 느낌을 받는다.

3.1.2. 농산 구역 Outro

일단 예는 요지 유적의 일승루에서 만난 점술가에게 받은 고대 악보를 헌헌에게 주며 이 악보의 기호를 읽을 줄 알면 고대의 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데 가능하겠냐고 물어본다. 다만 워낙 오래된 고대의 악보라 글과 악보를 읽을 줄 아는 헌헌도 해당 악보는 읽을 줄 몰랐기에 여예에게 한 번 분석을 맡겨보기로 한다. 여예의 분석 결과, 해당 악보는 정말 점술가 말대로 고대 제사 의식에서 쓰인 악보였으며 시간을 조금만 준다면 현대식으로 악보를 해석해 보여주겠다는 여예의 말에 예는 봉래에서 가져온 태양인용 피리를 찾아서 헌헌에게 주고 음악을 재현할 수 있게끔 연습시켜 달라고 부탁해 놓는다. 물론 말은 그렇게 해놓고 예는 헌헌이 잠깐 관심 갖다가 말 거라 생각 해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헌헌은 진지하게 연습에 임했는지 연주회를 선보이겠다며 예를 불러와 앉혔고, 오히려 잘 부르려고 신경쓰기 보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연주해야 자연스럽게 잘 된다는 특이한 음악이라는 감상을 말하고서 멋지게 연주를 해낸다. 이에 넋이 잠시 나갈 정도로 감탄한 예였으나, 이때 여예가 헌헌의 실력이 항아와 비견될 정도라고 말을 꺼내자, 즉각 여예를 입단속시킨다. 이내 당장 사용하지 않을 때는 보관을 잘 하라고 당부한 예는 나중에 꺼내서 연주해도 되냐는 헌헌의 물음에 이제 네 거니까 네가 내킬때마다 쓰면 된다고 말해준 후, 여예가 해석해서 보여준 봉래 고대 가요의 음대로 일승루의 종을 쳐보자, 약병과 많은 금을 얻을 수 있었다. 그 사이 완전히 연주에 재미가 들린 헌헌은 자신이 없어도 과복 앞에서 피리 연주를 하던 중이었는데, 과복은 원숭이가 음악을 이해할 수 있단 사실에 불공평한 세상이라고 한탄하면서도 헌헌의 재능을 인정해준다. 하지만 과복이 또 눈치없이 항아 이야기를 꺼내며 의회 연구소 학생 시절에 있었던 일화를 헌헌에게 들려주자, 바로 과복의 입을 침묵시켜 버리고 이야기를 덮어 버린다.

이외에도 예는 응룡 수로에서 얻은 한 이름없는 씨앗을 발견하지만, 헌헌이 예전에 환절기 때 채소를 키워보려다가 실패했던 전적이 있었기에 주저한다. 무엇보다 더 걱정되는 점은 효율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라면 유전자 변형도 서슴치 않고 마구 해대는 구망의 구역에서 나온 씨앗이라 어떤 모습으로 자라고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이걸 줘도 괜찮을지 걱정이 먼저 들었지만, 이미 헌헌이 가져가서 사계각 오른쪽 마당의 정원에 심은지라 할 수 없이 목숨을 위협할 상황이 오면 아바쿠스에게 도움을 청하라는 당부를 해두고 지켜보기로 한다. 물론 헌헌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씨앗을 심은 곳에 물을 주며 정성껏 가꾸는데... 우려대로 심고 나서 자란 싹이 며칠만에 보통 나무 수준으로 큰지라 예와 신농 둘 다 경악했고, 저게 다 자라면 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니 그전에 베어서 땔감으로 쓰는 게 좋지 않겠냐는 의견을 내놨다가 헌헌의 반대에 막혔다. 그 와중에 헌헌이 좀 더 자라면 무녀가 말한 천궁에 진짜 가볼 수도 있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하자, 그런 이야기는 단순히 동화일 뿐이라고 팩트를 말해주지만 신농마저 정말 천궁에 갈 수 있다면 거기 자라는 선도(仙桃)를 따오겠다고 큰소리를 치는지라 한숨만 쉬었다.

또 예는 구망의 식량 창고 부근에서 버블티맛 즉석식량 하나를 발견하면서 헌헌에게 간식으로 선물한다. 마을에서 먹던 음식들과 다른 비상 식량을 처음 보고 신기해하는 헌헌과 서로의 음식 취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뜨거운 물을 넣고 불려 먹는 비상 식량의 조리법을 제대로 알려주지만, 헌헌은 당장 뜨거운 물도 없고 찬 물로 하면 별로 맛은 없는데다 이제 이 곳에 하나밖에 안 남은 유일한 맛이라는 말에 일단 키핑해두고 나중에 먹기로 한다. 이후 이 즉석식량은 안 그래도 버블티를 미치도록 좋아해서 신곤륜 탑승 이후로 못 먹은 것에 한이 맺여있던 과복이 눈독을 들이자, 헌헌이 과복에게 준다.

마지막으로 예는 농산 구역의 출구에서 발견한 건곤 바둑판 한 개를 선물한다. 헌헌이 보기에는 고기굽는 석판처럼 보였지만, 예는 제대로 정정해주고 바둑두는 룰을 알려주면서 헌헌과 대련을 해준다. 이때 헌헌이 형에게 이런 큰 집이 있는 줄 몰랐다고 말하자, 예는 이 신곤륜은 집이 아니라고 정정하고는, 그동안 숨겨놨던 자신의 고향 행성 봉래에 대해 어렵게 이야기를 꺼낸다.

===# 창고 구역 #===
세 번째 옥새를 탈취하러 가는 루트로 여예는 서쪽에 위치한 연산실 너머의 연단 공장과 창고 구역을 추천해준다. 다만 현재 연단 공장의 시설 내부에는 주기적으로 열파가 뿜어져 나와 오래 머물 수 있는 상황이 못 되는데다 당장 파훼할 방법이 없었기에, 일단 연단 공장의 지하 통로를 통해서 갈 수 있는 창고 구역부터 둘러보기로 한다. 그렇게 창고 구역으로 향하기 위해 뭔가 을씨년스런 묘지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연산실을 지나칠 때, 어째선지 같은 곳을 빙빙 돌다가 갑자기 매달려 죽은 듯한 사람들의 실루엣과 이내 귀신마냥 기괴한 얼굴을 한 여성의 섬뜩한 환각이 나타나는 해프닝을 겪기도 하고, 연단 공장에서는 주기적으로 몰아치는 열파를 피해 보호막을 치거나 건물 안으로 재빨리 숨으며 창고 구역으로 향하던 예는 연단 공장에서 치우와 또 다시 조우한다. 이때 치우는 "저 너머에 있는 창고 구역에 오랫동안 못 본 형이 있는데 예전에는 이 곳을 넘나들 수 있던 다리가 있었으나 지금은 철거된지라 하염없이 보고만 있었다. 혹시 예 군께서 여건이 되신다면 건너갈 수 있게 다리를 내려주고 형의 안부도 살펴 달라"는 부탁을 해오고, 예는 시간날 때 해주겠다고 승낙한다.

마침내 연단 공장의 지하 통로를 통해 창고 구역을 목전에 둔 예. 창고 구역으로 향하는 지하 통로는 500년의 세월이 흐른 동안 벽과 천장에 뾰족한 가시들이 수북하게 솟아나 있어 쉽게 진입할 수 없었지만, 근처에 있던 세 번째 이상 고목 노드를 통해 들어간 무극의 땅에서 예는 공중에서 한 번 더 달려 적의 공격으로부터 몸을 피하거나 모자란 거리를 보충해 필드나 발판에 올라설 수 있게 해주는 '능공섬'(공중 대시) 기술을 배운 덕에 이동이 좀 더 원활해진다. 덕분에 금세 신곤륜 내 태양인들을 위한 온갖 물품과 봉래의 유물들로 가득 찬 컨테이너가 즐비하게 널린 창고 구역에 진입한 예는 우선 꺼져있던 시설의 전원을 해킹하여 시설을 재가동시키고 수색을 시작하려는데, 이때 대형 CCTV의 모니터 화면이 켜지며 창고 구역의 관리자인 '전승'의 왕 엄로(奄老)의 얼굴이 나타난다.

자칭 현자로서 예의를 중시하는 엄로는 예를 향해 "역공에게 배신당한 그대의 사정은 이해하지만, 시간은 거꾸로 흐르지도 않고 진실을 끝까지 파헤치려다간 모두가 다치는 법. 이미 벌어지고 끝난 일에는 말과 충고가 필요없듯이 과거의 잘못도 묻지 말아야 한다"라며 역공을 용서하라고 회유하지만, 당연히 예는 코웃음을 치며 "추악한 살인자나 다름없는 당신들의 민낯을 내가 다 아는데 어딜 먼저 용서를 운운하냐"고 반박하면서 늙어서 제정신이 아니신 듯하니 권한이나 내놓으라고 대꾸한다. 덕분에 엄로는 어딜 어른의 말에 버릇없이 사사건건 말대꾸나 하고 들어먹지를 않냐며 화를 내지만 이내 말을 안 들을 줄 알았다며 "대장부가 한 번 굽힌다고 부끄러운 일도 아니니 생존해야 하는 다른 태양인들을 생각해 복수심을 거두고 다시 돌아오라"고 충고한다.

물론 이런다고 포기할 예가 아니었기에, 감시 카메라로 지켜보는 엄로의 시선은 아랑곳 않고 창고 구역의 수색을 시작한다. 굉장히 겁이 많고 소심한 창고 구역의 산해 9000으로부터 창고 구역은 시설이 좀 노후화되어 누전된 곳이 많기에 도보 이동은 위험하다는 사실과, 현재 엄로가 500년 간의 오랜 휴면으로 확산 속도를 늦췄을 뿐 천화 바이러스 감염 말기로 인해 곧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라는 정보를 얻어낸 예는 도로의 많은 부분이 붉게 누전된데다 침입자를 지져버릴 레이저와 검품용 프레스 기계가 즐비한 창고 구역을 벽을 타고 컨테이너 박스에 매달리며 이동, 나비를 이용해 시설을 해킹하여 레이저를 피하거나 프레스기를 멈추게 하는 식으로 외장을 계속 수색해 나갔고, 겸사겸사 창고 외장과 연단 공장의 홀로 이어지는 길을 발견하면서 다리를 내려 약속대로 치우의 이동을 도와준다. 한편 엄로도 예한테 반박당한 것에 분이 안 풀렸는지 쪼잔하게 이를 곱씹다가 예가 방 한 곳을 수색할 때 천장을 내려 앉히는 함정을 발동하는 동시에 위병들을 보내 예를 죽이려고 했으나, 예는 함정이 완전히 내려오기 직전에 위병들을 전부 처리하고서 유유히 방을 빠져 나갔고, 이내 창고에 있던 철퇴 기병 한 기를 해킹해서 탑승해 폐컨테이너 박스와 위병들을 전부 쓸어버리고는 컨테이너 박스 안에 숨어서 창고의 내장으로 진입한다.

컨테이너 박스에 숨어 이동하는 동안, 예는 항아가 전해온 세 번째 근황 메세지를 들으며 어린 시절 도교에 심취해 과학을 혐오하던 부모님 몰래 장독 안에 숨어서 공부하다가 따라 들어온 항아에게 자신의 과학으로 봉래를 발전시키겠다는 야심과 부모님께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를 드러냈던 때의 추억을 회상한다. 직후 컨테이너 내부 검품 시스템에 걸려 컨테이너를 나와야 했지만 그래도 창고 내장에 무사히 도착한 예는 더 심층에 자리한 천창지고로 이동할 수 있는 승강기를 가동시킬 전력기 두 개를 충전하고서 엄로를 계속 쫓는다. 그 사이 무언가 조작하던 중에 순식간에 찾아온 예를 보고 놀란 엄로는 예를 진정시킬 심산인지 아니면 뭔가 시간을 끌려는 수작인지 자신의 아버지가 목숨을 바치면서 까지 지키려 한 유물을 계기로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해주며 "진정한 전승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후세대가 어른들을 존중해야 한다"는 투로 설교를 늘어놓다가 급히 자리를 떠버린다. 직후 엄로가 조종하던 기기 주변으로 벽이 쳐지며 밀실이 생성되더니, 보관로에 보관되어 있던 치우와 비슷하게 생긴 고대 병기 형천(刑天)이 도끼를 휘두르며 예를 위협해온다. 가뜩이나 좁은 밀실 안에서 형천은 도끼를 연거푸 내리치며 연속으로 전격 파동을 내보내고, 어느 정도 대미지를 입으면 회복까지 시도하며 예를 몰아붙이지만, 예는 차분히 대응하며 계속 대미지를 입힌 끝에 형천의 머리를 파괴하는 것으로 겨우 정지시키고 밀실을 탈출할 수 있었다.

밀실을 빠져나와 한숨 돌리고 주변을 살펴보며 상황을 정리하려던 예는 이전에 요지 유적의 일승루에서 만났으며 이번에는 근처에 서있던 점술가와 한 번 더 조우한다. 평범한 태양인은 이 곳까지 들어올 수 없는데 어떻게 들어온 거냐며 예는 다시금 그를 경계하지만, 점술가는 이번에도 아랑곳 않고서 봉래에서 가져온 많은 유물들이 보관된 천창지고에 대한 감상을 늘어놓고는 자신은 이 천창지고가 이제 작동을 멈출 것이라 마지막으로 보러 온 것뿐이라는 입장을 밝힌다. 다만 점술가는 이런 문화재들의 보존에 대해 과거 절나라의 마지막 왕으로서 폭군으로 알려진 '절통'이 이담이 이끄는 방사단의 맹공으로 인해 절나라가 멸망하면서 자결하기 전 남긴 시구 '결별첩'에 대한 이야기를 예시로 들면서 "지금에 이르러 결별첩은 정말 절통이 쓴 것이 맞는지 진위여부가 불명확하다는 추측만 남은 문화재지만, 나는 그런 골동품들이 후세대에 길이길이 전해질 필요가 없고 '밤하늘의 유성처럼 순식간에 사라지는 찬란함으로 인해 가치가 부여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아무리 포기하고 싶지 않다고 해도 왜 영원한 아름다움에 집착하며, 종말이 코앞인 상황에서도 그런 놓고 싶지 않은 것들이 의미가 있을까?"라는 회의적인 평을 남긴다. 이에 예는 너무 비관적인 평이라고 딴죽을 걸지만, 점술가는 자신의 점술을 확신하는 만큼 앞으로 벌어질 일을 보고 내린 평가라며 "얼마 안 있어 천창지고의 아름다운 물건들과 추억들은 곧 죽을 예정인 엄로와 함께 묻힐 것"이라는 말로 엄로의 말로를 예지해주고, 기밀 누설을 경계하는 예에게 "어차피 벌어질 일인만큼 자신은 관여할 자격도 계획도 없으니 당신이 직접 확인해보라"는 말을 끝으로 자리를 뜬다.

어쨌든 다시 엄로를 쫓기 위해 천창지고를 수색하는 예. 엄로의 본거지인 연고당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천창지고를 거쳐야 했는데, 특이하게도 천창지고는 엄로가 가장 좋은 보물들만 엄선해서 보관해놓은 육행보고의 열쇠나 다름 없는 5개의 오행문을 넘나들어야 하는 미로처럼 구성되어 있었다. 마침 또 근처에 보인 거대 기병을 발견하고 탑승해서 이용해 보려던 예였으나, 이번 만큼은 그냥 넘어가지 않으려는 엄로의 추적탄에 의해 기병이 파괴되면서 불발된다. 안 그래도 예가 형천을 파괴한 일에 대해 고대병기는 혼원기 당시 절나라에서 추진했던 전쟁병기 프로젝트의 산물이지만 휴전으로 인한 프로젝트 중단으로 다시 만들 수도 없기에 어떻게 변상해야 하냐며 의회에서 알면 끝장이라고 길길이 날뛰던 엄로였지만 그래도 엄로는 마지막으로 용서받을 기회를 주겠다며 예를 회유하려고 한다.

하지만 예는 도리어 엄로가 창고에 유물들을 싣느라 쓸데없는 공간 낭비만 해서 더 구할 수 있었던 태양인들을 태우지도 못했다는 사실을 들이밀며 엄로를 비판한다. 이에 엄로는 "자신은 후대에게 전승해줄 가치있는 유물들을 목숨걸고 보존해낸 것"이라고 반박하면서 창고의 존재의의를 설파하지만, 예는 애초에 엄로가 천화 말기인 몸에도 신곤륜에 탑승할 자격을 얻을 수 있었던 건 유물 보존을 빌미로 고위층의 개인 재산들을 창고에 넣어준 대가로 얻어낸 것이었음을 모를 줄 알았냐며, "미래의 발전을 위해서는 케케묵은 과거의 악습도 내버릴 줄 알아야 한다"는 말로 엄로의 부정 행위를 직격으로 꼬집는 일침을 날린다. 덕분에 제대로 분노한 엄로는 예의 앞길을 함정들로 가로막는 것도 모자라 진짜로 예를 죽일 기세로 추적탄을 마구 쏴대고, 예는 아슬아슬하게 함정들을 파훼하면서 엄로가 추적탄을 조준하고 쏘는데 시간이 살짝 걸리는 점을 이용해 폐컨테이너들과 위병들을 박살내면서 오행문을 해킹해 여는 것으로 탈출해 겨우 연고당으로 향하는 길을 찾아낸다. 약이 오를 대로 잔뜩 오른 엄로는 어떻게든 창고를 지켜야 한다며 900년을 넘게 보관해뒀던 최종 신기인 개천조를 꺼내든다. 개천조는 사용자와 동기화해 강한 화력을 낼 수 있는 대신 사용자의 뇌에 강한 부하를 주는 부작용이 있었지만 엄로는 죽음도 각오하고 예를 맞이하며 일생의 마지막 인형뽑기를 준비한다.

그렇게 연고당에 진입했을 때 엄로가 조정을 전부 마쳐놓고 대기시켜 놓았던 개천조를 조우하며 졸지에 인형뽑기 기계 속의 고양이 인형 신세가 된 예. 개천조의 날카로운 집게팔은 멀쩡한 컨테이너 박스도 가볍게 부수는데다 한 번 점찍은 타깃은 놓치지 않고 추적해 집어 올려서 강력한 레이저포로 확인 사살까지 하며, 집게팔을 돌리며 돌진할 때는 첩부 공격도 잘 먹히지 않는 위험한 무기였다. 설상가상 시설 내 좌우로 전개되는 레이저들과 추적탄도 위험 요소. 하지만 반대로 개천조는 집게팔로 급습하거나 맨몸으로 돌진해 올 때는 패링에 취약했고, 추적탄 발사 시에는 양 옆으로 전개된 벽을 타고서 개천조에 추적탄을 직격시키면 그로기를 걸 수 있는 기회가 되었기에 예는 이를 이용해서 개천조를 무력화 하는데 성공, 이에 더해 해킹으로 개천조를 직접 조종해 레이저로 시설을 뚫어 탈출 + 레이저로 엄로가 있는 중앙제어실까지 뚫는 것으로 그에게 치명타를 입힌다. 결국 작다고 무시했던 고양이 인형의 유쾌한 반란에 엄로는 안 그래도 천화 말기로 약해진 몸 상태가 돌이킬 수 없이 악화되면서 죽고 싶지 않다고 발악할 힘도 없이 중얼거리다 그대로 천화하며 사망하고, 그의 시체에 핀 균화에서 커다란 도과를 얻은 예는 연고당에 자리한 엄로의 영추에서 전승을 상징하는 '갑(甲)'의 옥새를 취한다. 이후 예는 연고당을 나왔을 때, 형을 찾아 창고에 들어온 치우를 다시 만나면서 아까 싸웠던 형천이 그의 형 격인 기체라는 사실을 눈치채고, 형천이 공격하려 들길래 어쩔 수 없이 맞붙어서 머리를 깨부쉈다고 치우에게 사과하지만, 치우는 도리어 형의 무례를 대신 사과하면서도 우리 고대 병기들은 머리가 부서지는 정도로는 죽지 않는다며 웃어 넘겨준다.

어쨌든 엄로의 옥새와 엄로가 꽁꽁 숨겨놓았던 많은 보물들까지 획득해 사계각으로 돌아온 예는 창고에서 발견한 방사단의 병기 '파뢰탄'을 과복에게 맡기고, 과복은 과거 절나라의 1개 부대를 하나만으로 몰살한 위력을 자랑했던 파뢰탄의 작동 방식에서 착안, 파뢰탄을 가공해 전격 에너지볼로 다단히트 공격을 가하는 새로운 화살 '파뢰전'을 만들어 준다. 더불어 예에게서 엄로의 사망 소식을 전해들은 과복은 예전에 자신이 엄로와 잘 지냈던가 하며 기억을 되짚어보는데, 예가 "넌 확실히 예의 바르고 공손했기에 웃어른인 엄로와도 사이가 원만한 편이었던 걸로 기억한다"고 긍정하자, 이내 "사실 엄로가 그 귀중한 골동품 기기들을 유리관에 넣고 전시만 해둔 게 아깝기 그지 없었는데, 네 일이 마무리되면 엄로의 창고에 있는 그 골동품들을 싹 다 가져와서 분해하고 뜯어 구조를 알아내고 싶다"며 공돌이로서의 사심을 드러내는데, 예는 "생전에 엄로가 그 골동품들을 자기 목숨보다도 더 귀중하게 여겼던 거 기억 안 나냐, 어쩌면 그것들에 엄로의 원혼이 씌었을지도 모르는데 참 간도 크다, 그게 두렵지 않다면 시도해 보든가"라는 말로 안 그래도 귀신을 엄청 무서워하는 과복을 겁주는 것으로 단념시킨다.

이후 독자적으로 창고 구역을 수색하고 온 신농이 "보물 창고로 알려진 그 곳에 가보니 커다란 상자들이 잔뜩 날아다니고 있었고, 그 중 몇 가지를 뜯어봤는데 별 쓸모없는 쇳덩어리와 돌멩이 밖에 못 봤다"며 실망한 티를 팍팍 드러내자, 예는 "그것들은 전부 봉래에서 가져온 희소 자원들인데 네 눈에는 그게 쓰레기로 밖에 안 보이는 거냐"고 황당해 하면서도 "지금 와서는 다 소용없는 것들이긴 하고, 그 외에도 귀족들이 쌓아놓은 옷들 마냥 쓸모없는 것들도 많이 쌓여있다"고 디스하는 것으로 적당히 맞장구를 쳐주다가, 옷은 적어도 몸을 따뜻하게 해주지 않냐며 알았다면 상자들을 더 뜯어볼 걸 그랬다는 신농의 한탄을 들어주기도 한다. 다만 헌헌이 또 아바쿠스를 통해 엄로의 얼굴을 엿봤는지 엄로에 대해 연세가 어떻게 되냐고 묻자, 예는 엄로가 증조할아버지 급 연세는 될 거라고 답해주면서도 몰래 작전을 엿보지 말라고 혼을 내려했지만, 헌헌이 아랑곳 않고 "그 창고 안에 신검이나 전설의 주방도구 같은 보물도 많이 있었냐"는 둥의 기대에 가득 찬 질문을 쏟아놓았기에 체념하고 "희귀한 금속과 예비 자원들을 제외하면, 유일한 가치라고는 축적된 세월뿐인 낡고 오래된 것들 뿐이었다"고 적당히 답해준다. 하지만 의외로 헌헌이 도화촌에서 살던 시절 이웃집의 소녀가 목에 생선 가시가 걸려 어린 나이에 일찍 세상을 등졌던 일에 대해 회상하면서 "사람이든 물건이든 언제 그 운명이 다 할지 한 치 앞도 모르는데, 그런데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만큼 세월을 버텨냈다면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업적이 아닐까"라며 진지한 고찰을 하자, 예도 이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3.1.3. 창고 구역 Outro

연산실에서 지하 통로로 빠져나왔을 때, 예는 고대에 그려진 듯한 곤륜 신선도 한 장을 발견하고 헌헌에게 보여준다. 이를 벽에 걸어놓고 유심히 감상하던 헌헌은 신선도 속 그림이 꽤 인상 깊었는지, 예가 잠시 돌아왔을 때 책상 앞에 예를 세워 포즈를 취하게 하고서는 붓을 몇 차례 휘갈기고 색을 칠해서 예를 표현한 자신만의 신선도를 그려낸다. 결과물을 본 예와 여예는 어린아이 다운 헌헌의 솜씨에 뭐라 말을 못 잇고 적당히 입발린 칭찬을 해주는데, 헌헌은 이건 모델이 되어준 보답이라며 신선도를 선물한다.

한편 창고 구역은 엄로가 전통 보존을 위해 실어놓은 유물들 외에도 엄로의 손을 거쳐 개발된 여러 물건이 있었는데, 이 중 신곤륜의 영혼 중추 장치를 설계하면서 부산품으로 내놓아 상나라의 귀족들에게만 배포했던 가상 현실 기기를 발견하고 헌헌에게 선물한다. '용안백'으로도 불리는 이 장치는 착용하면 실감나는 VR 게임[11]을 할 수 있는 것 외에도 착용자가 원하는 현실을 가상으로 보여주는 기능이 탑재되어 있었고, 처음에는 현실과 다를 바가 뭐냐며 헷갈려 하던 헌헌은 이내 가상체험에 빠져든다.

창고 구역을 조사하던 중, 예는 그동안 창고 구역의 자료를 수집하던 여예로부터 엄로가 귀족들의 재산들을 엄선해서 보관해놓은 육행보고의 정보를 들은 바 있었다. "육행보고를 열려면 천창지고에 위치하여 열쇠의 역할도 겸하는 5개의 오행문을 열어야 하는데, 천창지고의 구조는 미로보다도 복잡하고 함정도 있으니 길을 잃지 않게 주의하라"는 여예의 당부를 머리에 새기고 엄로를 무찌른 후, 예는 천창지고를 다시 돌아보면서 오행문을 전부 여는 것으로 육행보고의 봉인을 해제해 보는데, 과연 육행보고 안에는 귀족들이 쌓아둔 많은 재산과 유용한 재료들, 옥석 등 여러 보물들이 가득 들어있었다. 이 중 옥벽의 형태를 한 오래된 음반을 발견하고 헌헌에게 가져다주니, 정말 예쁜 돌이라고 감탄하면서 어디다 쓰는 거냐고 헌헌이 호기심을 보이자, 예는 음반의 용도와 사용법에 대해 알려주고 여예를 시켜 음악을 재생해본다. 음반에 수록된 노래는 혼원기 2986년에 봉선이라는 가수가 부른 <천년의 순간>이었고, 이전에 몇 번이나 돌려볼 정도로 감명 받았던 고전 영화에서 주제곡으로 들었던 기억이 떠오른 예는 가사를 줄줄이 읊으면서 헌헌에게 이 노래는 혼원기 당시 일어난 천년사변을 배경으로 전쟁에 지친 민중들이 끊임없이 자유를 생각하고 상상하던 시절에 발매되었다고 설명해주면서, 그 당시에는 힘든 일도 많았지만 나름 아름다운 시절이기도 했기에 후세에 해당 시기를 배경으로 한 TV 드라마나 영화가 많이 만들어졌다고 알려준다. 다만 이 노래가 수록된 고전 영화에 대해 꽤 흥행한 영화로 알고 있었던 예의 기억과 달리, 여예가 "그 영화는 <병가소요록>이라는 제목의 영화로 당시 OST만 좋았지 흥행은 참패했었다"는 사실을 까발리면서, 제딴에는 위로라고 '진정한 취향은 유행에 맞출 필요는 없다'라고 말해버린 탓에 잠깐 뻘쭘해진 예였지만, 이내 '전통'을 강조하던 엄로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비록 병마에 대한 두려움과 삶에 대한 집착 때문에 판단력이 흐려져 마지막 가는 길은 썩 아름답지 못했던 엄로였지만, 정신이 온전하던 시절에는 선친의 뜻을 이어 옛 문화재 보호 활동에 앞장서던, 자부하던 대로 정말 '현자'였던 사람이었다. 또한 영추에서 열람한 엄로의 기억과 소망에서 보았듯, 엄로가 육행보고 깊은 곳에 보관해 놓았던 이 음반 외에도 연고당에 진열해 놓았던 모든 음반들은 천화가 해결되면 엄로가 봉래의 모든 태양인 시민들에게 공개할 예정이었던 유물들이었음을 눈치챈 예는 엄로가 지키고자 했던 전통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한편 사계각의 산해 9000은 예에게서 맵 데이터 칩을 받은 후부터 사계각 식구들의 시선을 피해 그간 모인 맵 데이터를 토대로 신곤륜 내에서 뭔가를 찾는 듯한 행동을 보이고 있었다. 이를 포착한 예가 뭐하냐고 묻자, 산해 9000은 별 행동 안했다며 단지 찾고 있는 것이 있지만 알 필요는 없다고 둘러댈 뿐이었기에, 예는 혹시라도 뒤에서 이상한 짓 하지 말라고 경고를 준다.

3.2. 연단 공장

====# vs 절전 1차전, 감옥 탈출 #====
그런데 창고 구역 공략 직후, 갑자기 누군가가 연락을 취해온다. 상대의 정체는 연단 공장의 관리자이자 천도 의회 10왕 중 '규율'의 왕, 봉래의 혼원기 시절 전쟁 국가로 유명했으나 지금은 완전히 몰락한 절나라 황실의 직계 혈통을 타고난 후손인 절전(截全)이었고, 그는 대담하게도 연단 공장의 홀에서 바로 담판을 짓자며 예를 도발한다. 도발에 응한 예는 여예와 과복에게 상의도 거치지 않고 독단으로 연단 공장의 홀에 입성하지만, 절전은 생각보다 훨씬 강했고 예를 몇 합만에 제압해 버린다.

어린 시절, 부모님 몰래 항아를 조수 삼아 곧 하나라에 과학 강연을 온다는 유명 과학자 역공에게 선보일 창사 비행기를 개발하던 때의 추억을 얼핏 회상하던 예가 깨어난 곳은 연단 공장의 지하 감옥이었고, 절전은 고문 장치에 포박된 예를 비웃으면서 꼬박 하루를 고문하며 역공을 불러오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고통을 참으면서도 절전을 도발하며 버티다가 기절한 예는 다음 날 절전으로부터 역공이 현재 소식불통이라 나머지 간부들이 모여서 회의할 수 없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고 오면서 내심 안도하지만, 이내 "95번 목장에 위병대를 대동하고 원인들을 살폈는데, 헌헌[12]과 신농이란 녀석들이 사라져 있더라"는 절전의 말에 동요한다. 결국 이로서 그 둘과 과복까지 자신이 데리고 있다는 사실을 그에게 들통난 예는 절전이 그들까지 해칠까봐 절박해진 마음에 절전이 나가자마자 바로 나비를 써서 고문 장치를 해킹해 빠져나온다. 하지만 하루종일 심각한 고문을 당한 탓에 달릴 수도 없고, 부적이나 활도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예는 감옥의 기계 간수들을 피해 힘겨운 탈옥을 시도한다.

감옥 곳곳에 배치된 항아리에 숨어 감시 카메라와 거대 간수의 추적을 따돌리고, 번견과 파수병들의 배후를 기습하여 죽인 예는 가까스로 감옥 최상층까지 올라가 고목 노드에서 단촐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그런데 감옥 최상층에는 꽤나 명망있는 귀족이었으나 풍씨 가문에 찍혀 죄수로 전락한 것도 모자라 연단에 쓰일 유전자 샘플을 뜯겨가며 고문받던 속죄자 강회가 있었고, 강회의 유전자 샘플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간수들이 예를 재차 공격해온다. 예는 간수들을 죽이고 강회 좌우에 있는 연단 주입기를 해킹하여 파괴하고 그의 입을 속박한 구속구를 풀어주는데, 이 때 강회가 마지막 힘을 짜내어 자신을 죽여서 해방시켜 달라고 애원한다. 예는 형틀 위에 있던 호작두 시스템을 해킹하여 호작두로 강회를 처형하는 것으로 안식을 주고, 그가 남긴 가문의 반지를 갈무리해준다. 그렇게 탈옥에는 성공했지만 공장 지하층은 위병들을 무장할 무기들을 생산하는 시설이었던 만큼 위병과 방위 시스템이 한가득이었는데, 다행히 근처에서 발견한 4번째 이상 고목 노드를 통해 들어간 무극의 땅에서 기운을 집중해 검붉은 공격들까지 패링할 수 있는 '무한 반격' 기술을 배운 덕에 예는 장애물을 뚫고 승강기에 올라 간신히 광산으로 내려가는 통로로 탈출하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절전에게 고문당한 내상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기에 예는 이내 정신을 잃고 쓰러지고 만다.

이후 정신을 차렸을 때, 예는 자신도 모르는 새 사계각에 귀환해 있었단 사실을 알아챌 틈도 없이 곁에서 내내 걱정하던 과복과 헌헌, 여예를 마주한다. 헌헌의 말로 보아 쓰러져 있던 걸 치우가 발견하여 데려다준 모양이었는데, 이내 예는 상의도 없이 절전을 상대하러 간 건에 대해 여예에게 잔뜩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더불어 과복도 절전과 전면전을 치르는 것에 대해 몸을 사리는 듯한 반응을 보였기에, 안 그래도 예민해져 있었던 예는 과복을 향해 "평소 그놈의 근육을 엄청 부러워 하더니 아예 섬기기 까지 하는 거였냐, 그딴 소리나 할 거면 그냥 연단 공장으로 꺼져 버려"라고 막말을 내뱉었다가 도리어 과복에게 "지금의 너는 정말 대의를 위해 행동하는 거냐, 아니면 그저 패배하고 배신당한 것에 분풀이를 하고 싶은 거냐"는 일침까지 들으며 다툴 기세였으나, 헌헌의 중재로 겨우 진정하고 몸이 회복되는 대로 절전에게 재도전하겠다며 열의를 불태운다.

이후 어느 정도 몸을 추스른 예는 자신을 구해준 치우에게 감사를 표하며, 형천의 수리를 위한 금을 벌기 위해 한동안 여기 머물며 거래하고 싶다는 치우의 입주를 허락하는 것으로 새로운 객식구를 들이게 된다. 느닷없이 어디선가 나타나 들어온 치우에 대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고대병기가 어떻게 자아를 가질 수 있던 건지 궁금해하는 과복에게 공감하는 한편, 걱정시키기 싫어서 말 안해주는 건 이해하지만 그래도 이번처럼 다치는 건 원치 않는다며 진행중인 일에 대해 묻는 헌헌에게 이번에도 적당히 얼버무리며 "이번 일은 실수였고 다시는 지지 않는다"고 달래주면서도 낯선 인물들을 잘만 받아들이는 헌헌의 대범함에 감탄하며, 용케 살아돌아왔다고 에둘러 걱정을 표현하던 신농이 만독불침에 이독제독이 가능한 자신의 몸처럼 몸에 뭔가 특별한 점이 있냐고 물어오자 과거 불의의 사고로 죽을 뻔했으나 심장부의 장치를 통해 고목과 공명하여 재생 및 부활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정도만 설명해준다.

하지만 어느 정도 몸을 추스르고 나가려 하니 여예가 사계각 중앙 고목노드에 또 이상 현상이 벌어졌다며 확인해봐야 할 것 같다는 소식을 전해왔기에, 예는 또 이담이 안에서 뭔 짓을 벌인 거냐고 한탄하면서, 고목 노드에서 뭔 일이 있었냐는 여예의 질문에 말하자면 길다고 대충 일축하고는 안전을 위해 확인해보기로 한다. 그렇게 사계각 중앙에 있는 고목 노드를 건드려 무극의 땅에서 이담과 다시 재회한 예였지만, 이담에게 현재의 품고 있는 분노를 즉각 간파당하자, 그쪽과 상관 없는 일이라고 쏘아붙이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그냥 상처를 많이 입어서 아픈 것 뿐이라고 적당히 둘러댄다. 이에 이담이 예와 같은 고수를 그 정도로 상처 입히려면 상대도 만만찮은 난적이었을 것이라며 감탄하자, 절전에게 패배한 치욕이 생각난 예는 '더 이상 그 쓰레기놈 이야기는 하기 싫다'며 짜증을 내지만 악의없이 물은 것도 아니라 말해주기 싫으면 안 해도 된다며 달래주는 이담의 반응에 중요한 일은 아니라며 적당히 넘긴다.

그러고 보니 일전 무극의 땅에 들어섰을 때 이담과 체격이 비슷한 이름 모를 방사가 '절통을 쓰러뜨리려면 어찌 해야 할까' 고민하면서 무한 반격을 수련하는 것을 본 예는 이상한 기시감을 느꼈지만, 일단 접어두고 이담이 왜 또 자신을 무극의 땅으로 부른 이유에 대해 물어보는데, 이담 역시 "이번 일 역시 내가 간섭하지 않은 순수한 도의 흐름이었지만, 내가 보기엔 우리의 관계는 물과 물고기처럼 상부상조가 필요한 뭔가가 있는 것 같다"며 웃을 뿐이었기에 예는 일단 이담과 자신이 서로 도와줘야 하는 관계라는 정도만 이해한다. 어쨌든 말 나온 김에 예는 요즘 부상 호각의 효과가 이전만큼 못한 것 같다며 수리를 요청하는데, 이담은 호각을 잠시 살펴보고는 전투 중에 내부 부품이 손상된 거라고 단박에 진단을 내린 후, 호각을 수리해 주면서 펌웨어를 교체해 사계각의 중심 노드에서 이전에 발견해서 등록해 놓은 노드로도 이동할 수 있는 '신유' 기능까지 추가해 준다. 유물처럼 보였던 부상 호각이 사실은 과학 도구였던 것도 모자라 현대 과학자들이 평생을 걸려도 만들 수 있단 보장이 없는 신유 기능을 손발이 근질거려서 만들었다는 이담의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궁금한 것이 많은 예였지만, 이담은 사실 근래에는 과학 연구에 큰 흥미는 없었지만 도법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며 부디 올바른 곳에 써달라고 당부한 후 "하지 않음으로서 안 되는 일이 없다면 바라는 것이 없어도 스스로 편안함을 얻을 수 있지 않겠냐"는 의미심장한 말을 끝으로 예를 돌려 보낸다.

====# 도화촌 side: 해결사 등장 #====
하지만 그 사이 우려했던 문제가 터지고 말았으니, 예가 감금된 사이에 기어이 절전이 도화촌, 아니 95번 목장에 위병대를 보내어 원인들을 전부 잡아가버린 상황이었다. 말로는 자신은 그들과 상관없다고 부정하면서도 주민들을 구하려 가려는 신농을 말리던 헌헌으로부터 상황을 전해들은 예는 단박에 절전이 저지른 만행임을 눈치채지만, 지금 원인들에게 개입했다가는 계획이 또 꼬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신농이 너같은 놈에게 기대도 안했다고 투덜대는 말에 도발당한 것도 있고 헌헌의 간절한 부탁에 마음이 약해진 예는 결국 못 이기는 척 도와주기로 하고, 신농에게서 과거 그의 은사였던 고대 광부 은공이 사용했던 광산 통과 영패를 받고서 연단 공장 지하의 고대 광산을 수색하며 길을 찾는다.

오래 전부터 태양인들이 원인들을 광부로 부리며 금을 채굴하던 곳이었으나 어느 시점에서 더 캐낼 금이 없어졌는지 광부들의 통행을 전면 금지하고 폐쇄되어 있던 고대 광산은 조그만 충격에도 천장에서 뾰족한 종유석을 우수수 떨어뜨릴 정도로 위험한 곳이었지만, 그래도 광부들의 원활한 통행을 위해 설치된 가드레일과 비상 전력기 등의 시설이 어느 정도 남아있던 덕에 길을 수색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이내 영패를 삽입하는 것으로 구역에 진입을 허가해주는 리더기를 발견하면서 지름길을 찾아낸 결과, 예는 지난 2년 동안 머물렀던 원인 목장의 금지 구역으로 진입할 수 있었는데, 과연 금지 구역부터 번견들이 날뛰고 마을은 위병대에 의해 초토화된 상태였다. 예는 목장에 분포된 위병대까지 전부 물리치고, 원인들에게 비천옥좌로 불렸으나 이제는 완전히 파괴된 목장 수확대 너머에서 위병대를 지휘하던 적호도교 - 엽관까지 물리치는 것으로 마을의 모든 적들을 처리한다. 엽관을 처치하자 그의 배후 절벽의 커다란 바위가 갈라지면서 문이 나타났고, 문 너머는 은하수 나루터로 향하는 길로 이어져 있었으며 도화촌 주민들이 전부 수감 시설에 갇혀 있었다.

예가 출입구를 해킹해 열어주면서 도화촌 주민들은 전부 해방되고, 도화촌의 무녀가 주민들을 대표해 예를 신령으로 부르면서 의지하려는 순간, 예가 미리 열어둔 건너편 문을 통해 신농이 들어오면서 호통을 친다. 신농은 주민들이 살 수 있었던 건 예가 헌헌을 봐서 도와주기로 했기에 운이 좋았던 것 뿐이라는 일침을 날리고,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지금 상황에서도 신령을 찾는 거냐며 이제 그만 현실을 직시하고 우리끼리 알아서 살 길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민들을 설득하려고 하지만, 끝까지 현실을 부정하며 신령에게 의지하려 드는 것도 모자라 자신을 계속 이상한 사람으로 모는 무녀의 태도에 질릴 대로 질려 더 이상 상관하지 않겠다고 화를 내며 돌아간다. 할 수 없이 예는 신농을 대신해 주민들에게 당장은 초토화된 도화촌으로 돌아가지 말고 안전한 이 곳에 머무르라는 지시를 주고, 무녀는 신령님의 뜻이라면 당연히 받들겠다며 순순히 이를 따른다. 다만 마냥 신농을 무시하고 미워하는 줄 알았던 무녀가 의외로 신농에 대해 "안 그래도 특이 체질 때문에 고생하는 녀석이 어디서 뭘 하고 지내는 거냐"는 투로 꽤나 걱정하는 기색을 보이자, 예는 "지금 신농은 내 거처에 머무르고 있으며 나도 그의 체질도 아는 만큼 신경써주고 있다"며 무녀를 달래주고, 이에 안심한 무녀는 갖고 있던 돈황 하나를 꺼내어 자신이 줬다는 사실은 말하지 말고 신농에게 전해 달라고 부탁한다. 그렇게 사계각으로 돌아온 예는 신농에게서 덕분에 주민들이 안전해졌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감사를 전하는 헌헌을 통해 "사실 신농도 겉으로는 맨날 투덜거리고 주민들을 신경 안 쓴다고 말해도, 속으로는 예에게 고마워 하고 있으며 여전히 주민들을 걱정하고 있다"는 신농의 본심을 듣자, 솔직하지 못한 놈이라고 생각하면서 신농에게 (무녀로부터 받은) 돈황을 쥐어 준다.

하지만 이후 예는 신농이 술에 취한 채 뭔가 이루지 못한 일에 한탄하는 모습을 보고 도화촌에 또 무슨 일이 벌어졌음을 눈치채면서 그 길로 도화촌 주민들이 은하수 나루터 부근에 구성해 놓은 피난촌에 다시 방문한다. 예상대로 피난촌에는 사건이 벌어진 상황이었는데, 상황인 즉, 목장의 파괴된 환경으로 인해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된 주민들이 사냥으로 식량난을 해결하던 중 한 아이가 어른들을 돕겠다고 같이 사냥에 나섰다가 금지된 동굴에서 황룡사에게 물려 맹독에 중독되는 바람에 목숨이 위독해진 것. 무녀는 예에게 아이의 병을 치료해 달라고 빌지만 원인의 병에 대해 알 리 없는 예는 어떻게 치료해줘야 할지 막막해하고 있었는데, 다시 나타난 신농이 해독제를 만들 수 있다며 예에게 황룡사의 독낭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한다. 이에 신농을 사계각으로 다시 보내고 예는 신농의 말대로 황룡사를 처치해 독낭을 가져다 주는데, 곧 신농이 해독제를 만드는 과정을 목도하자 그동안 신농이 해독제를 비롯하여 자신과 나눈 약주까지 전부 먹은 독을 몸 속에서 가공해 다시 뱉어내는 방식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당황을 넘어선 충격을 받는다... 어쨌든 해독제가 만들어진 만큼, 예는 신농의 공로가 컸다며 마을 사람들에게 그의 공로를 알려주려고 했지만, 오랫동안 독고다이를 고수했던 신농은 아직은 주민들에게 다가가기를 꺼리면서 "자신은 그저 외톨이일 뿐이니 영웅인 네가 공로를 챙겨가라"며 공로를 숨기려고 하고, 예는 이번 한 번만 해주겠다며 그의 뜻을 존중해준다.

다행히 중독되었던 아이는 해독주를 마신 후 무탈하게 회복했고, 이에 깊은 감사를 표하는 무녀에게 예는 감사할 사람은 따로 있다며 신농을 언급한다. 그런데 이 말에 무녀가 바로 신농의 공로란 것을 눈치채자, 자신을 대하는 무녀의 태도가 달라진 걸 눈치챈 예는 즉각 무녀를 추궁한 끝에 그 역시 신농과 마찬가지로 마을의 진실을 깨달은 자였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하지만 무녀는 진실을 알았음에도 "탈출할 곳은 없고 주민들을 지배하는 태양인들의 힘은 워낙 막강해서 감히 대항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일찍이 깨달았기에 체념하고 마을 사람들에게 진실을 숨기면서 2년마다 제물을 선정해 바치는 식으로 목숨을 보전하는 것만이 최선이었다"고 고백하면서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해야 되냐고 예에게 묻지만, 예는 지금 당장은 스스로 살아남을 생각만 하라는 말로 그들을 달랠 수 밖에 없었다.

====# vs 절전 2차전 #====
얼추 도화촌의 일을 해결하며 충분히 단련을 거친 만큼, 예는 절치부심하고 다시 연단 공장으로 들어간다. 이제서야 제대로 돌아본 연단 공장은 지하의 무기 생산 시설만큼은 아니어도 더욱 강화된 위병들이 곳곳에 널려있고 방위 시스템도 예를 줄기차게 추적해온다. 또한 시설 내 주기적으로 휘몰아치는 열파 외에도 침입자를 제거하기 위한 레이저 및 화염방사 함정, 연단 실험의 실패작인지 잔해인지, 재료인지도 모를 살덩어리 같은 형태의 실험체들이 잔뜩 돌아다니고 있었다. 수색 끝에 홀에 자리한 조각상 2개체가 풀무를 달궈 열파를 생성하고 있었단 사실을 간파한 예는 바로 무한 반격으로 조각상들을 파괴해 열파 생성을 멈추고, 해킹을 통해 함정의 작동을 멈추거나 자신을 집요하게 쫓아와 방해하는 살덩어리들을 함정에 빠뜨리는 것으로 처리하면서 절전의 본거지인 승무당을 향해 올라간다.

그렇게 승무당까지 올라갔을 때, 마침 연단로에서 신체 강화를 마치고 나온 절전은 예를 마주하자, '네가 도망간 줄 알았다. 이번에야말로 진심으로 상대해주겠다.'고 도발하면서 홀로그램을 통해 갑주를갖춰 입고, 예와 2차전에 돌입한다. 이전부터 직접 신체에 단약을 주입하는 연단의 방식으로 무력을 단련해왔던 절전은 언월도와 창, 검을 휘두르고 추적 표창과 폭탄 등을 던져대며 무예를 뽐내지만, 예 또한 1차전에 비해 강해져 얕볼 수 없는 상대가 되어 있었기에 언월도에 화염을 둘러 내려치는 공격을 무한 반격으로 막아내고, 수리검과 폭탄을 회피하며 침착하게 절전과 합을 주고 받는다. 이에 위기를 느낀 절전은 가지고 있던 단약을 마시고 다시금 기력을 보충하여 예를 향해 달려들지만, 합을 주고 받으면서 빈틈을 간파한 예는 끝내 신곤륜 최강의 전사인 절전을 상대로 승리를 쟁취한다. 입고 있던 갑옷은 전부 파괴되고 단약을 토해내던 절전은 이대로 끝날 줄 알았냐며 찻주전자에 담긴 단약을 추가로 복용하고 상반신이 크게 비대해진 상태로 예를 다시 공격하려 하나, 이미 절전의 육체는 한계에 달해 더 이상의 연단을 버텨낼 수 없었다. 절전은 흉측하게 부풀어오른 육체를 유지하지 못하다가 그대로 폭사하며 균화를 남긴 채 천화하고, 예는 절전의 영추에 들어가 규율을 상징하는 '무(戊)'의 옥새를 취한다. 고문으로 망가진 몸을 겨우 추슬렀던 데다가, 난적이었던 절전을 상대로 한바탕 사투를 벌인 탓인지 싸움이 끝나고 예 또한 비틀거릴 정도로 지쳐 있었다. 하지만 숨 돌릴 틈도 없이, 여예가 사계각 방호막에 누군가가 접근하려는 듯한 신호가 잡혔다는 전보를 전해오면서 예는 다급히 사계각으로 복귀한다. 다행히도 시도만 있었을 뿐 별다른 문제는 없었기에 예는 안도하지만, 여예는 이상 신호의 출처가 연산실이라는 사실을 밝힌다.

사계각으로 돌아온 예는 절전에게서 획득한 추적 표창을 과복에게 맡겨 새로운 화살 '심영전'으로 가공한다. 과복은 절전이 연단의 부작용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평소 동경하던 절전의 강인한 육체가 약물과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느냐며 실망한 기색을 보인다. 예는 과복의 모국인 영나라와 절나라는 동맹관계가 아니었느냐고 묻자, 과복은 '영나라 장인들이 공을 들여 만든 무기들로 절나라가 정복과 학살을 저지른 죄업 때문에, 우리 영나라 사람들은 절나라와 동맹을 맺었던 시절을 부끄럽게 여긴다'고 반박한다. 또한 추적 표창을 가공하면서 잔혹한 전투광인 절전이 쓰던 무기를 쓰면 예도 비슷하게 전락할 것을 걱정하던 과복이었으나, 예는 '도구는 그냥 도구일 뿐이고, 내가 마음을 바로잡고 바른 길을 가면 절전처럼 되지 않는다'며 일축한다. 예의 무심하고 까칠한 성격을 오래 보아온 과복은 '너도 성격이 그리 좋지는 않다'고 말하려 했지만, 500년 전에 비하면 사람됨이 많이 부드러워진 것도 사실이었기에 일단은 예의 다짐을 믿어주기로 한다.

이후 예는 치우가 객식구로 입주한 김에 고대 병기인 그와 형천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었냐고 궁금증을 해소할 만한 질문들을 던져보는데, 치우는 "사실 저희 형제의 몸을 구성한 살점은 전부 고대종 짐승에서 짜깁기 해온 것이지만 만들어지는 데만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 만큼 그만큼의 성과가 나오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냐"고 웃는다. 또한 자신과 형천이 혼원기 시대에 만들어진 휴머노이드형 무기 중에서도 가장 치명적인 무기였다고 들었음을 알려주는데, 확신의 답이 아닌 '들었다'라고 답한 이유는 본인이 혼원기 당시에는 자아를 깨우치지 못한 상태였고 기억도 없었기에 다른 데이터를 참조해서 알아낸 것이라고. 그래도 자신은 그 당시 전쟁병기 개발 프로젝트가 실패해 결국 중단된 것이 다행이었다며, 만약 그들이 자신 같이 약한 서생을 전쟁에 내보내 싸우라고 강요한다면 차라리 아무 행동도 안 하고 죽었을 것이라고 말하는데, 당연히 형천과의 전투로 고대 병기의 스펙을 몸소 체험해봤던 예는 그 말에 대해 "네 입으로 자기 사인을 자랑스럽게 말하고 같은 공기를 마시는 입장에서 네가 나약하다고 당당히 이야기 하는 것에 도저히 공감 못 하겠다"고 황당해한다.

한편 예가 모르는 사이 연단 공장 깊은 곳까지 탐색하고 돌아온 신농은 풀무 조각상이 만들어내는 열파와 화염 함정, 그리고 연단로에서 연단을 마치고 나오는 위병들을 봤는지 '저기가 신화에 나오는 지옥이구나'라며 혀를 내두르고 있었는데, 여러 동물의 유전자를 조합해 위병으로 연단하는 과정을 알지 못해 죄인이 형벌을 받는다고 생각한 신농에게 예는 연단에 대해 알려주고, 신농은 '그런 기술력이 있다면 원인들도 강해질 수 있지 않을까'라며 관심을 보인다. 하지만 원인들과 어울리고 태양인들의 과오를 마주보던 예는 그런 데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게 좋다고 넌지시 조언한다.

헌헌은 예가 무예를 연마하는 이유를 물어보고, 예는 무예를 익히면 자신의 몸도 지킬 수 있고 여러 문제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어서 스승에게 배웠다고 답한다. 그러자 헌헌은 '과복은 같은 태양인인데 왜 무예를 익히지 않느냐'며 순박하게 물어보고, 예는 '과복이 입은 거칠지언정, 본래 성정이 유순하고 살생을 좋아하지 않아 개미 한 마리 자기 손으로 죽이지 못하고 무예도 익히지 않았다'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헌헌은 과복 같은 사람들도 세상에 필요하다며 과복의 성정을 존중해준다.

3.2.1. 연단 공장 Outro

연단 공장 공략 후, 예는 절전의 거처인 승무당에 전시되어 있던 절씨가문의 보검 하나를 들고 와 헌헌에게 준다. 이는 혹여나 자신의 부재시 절전이 협박했던 것처럼 사계각에도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서 몸을 지킬 호신용으로 준 것이었으나, 헌헌은 날이 예리한 것이 요리하기에 딱 좋겠다며 마냥 좋아할 뿐. 그런데 헌헌은 이내 손잡이에 각인되어 있던 이름을 보고서 혹시 다른 사람 것을 빼앗아 온 거냐고 놀라며 주인이 다시 찾으러 오면 어쩌냐고 찜찜해 하는데, 알고 보니 그 검은 절전의 조상이자 절나라의 마지막 황제인 절통의 검이었던 것. 이에 예는 "그 검의 원래 주인도 수많은 전쟁과 수탈을 통해 검을 손에 넣었었고,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라 상관없다"며 헌헌을 달래준 후,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검술을 익혀놓으라고 당부한다. 이후 예가 잠시 일을 보고 돌아왔을 때, 헌헌은 나름 여예의 도움으로 검술 시뮬레이션을 보고 허수아비로 연습을 거쳤다고 자신만만해 하면서 사계각 앞마당 정원 앞으로 예와 과복 앞에서 검을 뽑아들더니... 분재 한 그루를 칼질해서 예의 나비 모양으로 손질해낸다.[13] 예상 못한 결과물에 예는 이 검은 전투를 위해 준 거였다며 "만약 네가 위기에 처했을 때 이게 적들을 막아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고 황당해하지만, "거기까지는 생각 못해봤는데 그럼 내가 이걸 어떤 다른 용도로 쓸 수 있겠어. 이렇게 예쁘게 손질한 분재를 보면 적들도 마음을 풀고 감탄하지 않을까?"라는 헌헌의 대답에 할 말을 잃고, 원래 타고난 천성은 바꾸기 힘든 건데 우리가 뭘 어쩔 수 있겠냐는 과복의 위로 아닌 위로를 받는다.

할 수 없이 예는 도화촌 구명을 위해 고대 광산을 수색하던 중 발견한 부상패를 헌헌에게 걸어준다. 미신을 믿지 않는 예였지만, 그래도 광부들이 고목 부상에 깃든 특별한 힘을 믿고 만든 부적 목걸이였던 만큼 위안이나 되길 바라며 걸어준 것이었으나, 헌헌은 걸자마자 뭔가 따뜻한 힘이 느껴지는 것이 정말 신력이 있는 것이 아닐까 신기해했다. 물론 예는 기분 탓일 거라며 지레짐작하고 넘겼지만...

이외에 예는 연단 공장을 돌다가 한 단약제조 기계에서 뽑아낸 유전자 변형 비료 한 개를 헌헌에게 주는데, 헌헌은 안 그래도 씨앗을 심고 자란 싹(?)이 이후로 영 자랄 기미를 안 보였다며 예의 걱정을 뒤로 하고 싹에 공급한다. 과연 예가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왔을 때, 괴목은 사계각과 맞먹을 정도로 크게 자라나 있었고, 가지를 잘 타고 올라가면 2층까지 올라갈 수 있을 정도였다. 비료를 준 것만으로도 잘 자란 나무에 기뻐하면서도 저렇게 너무 높게 자라면 가지치기는 힘들겠다는 헌헌의 반응에 예는 이 나무의 씨앗이 구망의 모국인 우민국에서 온 것임을 눈치채고 우민국의 주민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높은 나무에 달린 얼마 없는 열매를 채집하고자 연단을 통해 새의 형태로 개조를 거친 덕에 저공비행이 가능하고 높은 나무에 오를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해준다. 이에 안 그래도 연단에 대해 궁금해하던 신농이 연단에 대해 질문하자, 예는 봉래에서의 연단은 '유전자 개조'와 같은 뜻이라며 우민국의 주민들과 같이 농산 구역의 작물들도 연단이 적용된 것이라는 사례를 말해주는데, 신농이 그럼 우리도 연단을 거치면 강해질 수 있는 거냐고 묻고 헌헌도 연단으로 형처럼 복슬복슬한 외모가 될 수 있는 거냐며 사심을 드러내자, 예는 이미 너희 원인들은 선조 때부터 500년에 걸쳐 연단이 되어있는 상태이니 그런 생각은 하지 말라며 말린다. 그 와중에 대부분 키가 큰 태양인들 중에서도 유난히 작은 예의 키에 대해 헌헌이 연단으로 고정시킨 거냐고 의도치 않게 뼈 때리는 질문을 하자, 자신의 키는 연단과 상관없다고 둘러대야 했다.

한편 치우는 사계각에 입주한 후로 헌헌이 사계각에 전시해 놓은 그림들에 상당히 깊은 감명을 받은 모양이었는지, 예에게 이렇게 멋진 그림을 그린 인물이 누구냐고 아낌없이 찬사하면서 이전에 예가 헌헌에게 받은 것을 계속 갖고 있던 신선도를 사고 싶다고 청한다. 예는 치우의 취향이 참 독특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이걸 주면 넌 뭘 주겠냐고 떠보는데, 치우가 갖고 있던 산력 1칸을 필요로 하는 옥석 한 개를 주겠다고 제안하자 승낙한다. 덕분에 치우는 예의 아량에 기뻐하며 거래를 성사하고, 이내 자신의 자리 뒤 벽에 신선도를 걸어둔다.

===# 연산실 #===
일전에 이상 신호의 출처가 연산실에서 잡혔다는 여예의 말을 떠올린 예는 창고 구역으로 가는 과정에서 지나쳤을 때의 이상 현상을 신경쓰면서 연산실로 향한다. 그런데 이전에 봤던 음산한 묘지같은 분위기였던 연산실은 이전과 달리 이번에는 불상화로 가득한 화환과 보라색 천으로 아름답게 장식된 장례식장으로 바뀌어 있었고, 예를 기다렸다는 듯 장막이 스스로 열리면서 장막 너머의 환한 빛이 드리운 곳으로 예를 인도한다.

입구를 통해 들어간 끝에 예가 마주한 것은 마치 신선들이 산다는 무릉도원을 연상케 하는 아름다운 공간이었는데,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 날아다니던 예의 나비가 온천 부근에 피어있던 연꽃에 갇혀버리고 만다. 마침 연산실의 관리자이자 '박애'의 왕 부접(婦蝶)이 온천에서 목욕을 하고 있었기에, 예는 지금 무슨 상황인지 빨리 설명하라며 부접을 닥달하지만 정작 부접이 자신이 누구이고 뭘 했는지 잘 기억하지도 못하는데다, 눈 앞에 있는 옛 동료 예도 못 알아보고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게 말을 거는 등의 정신 착란 증세를 보이면서 이 곳에서 편히 쉬라고 권유하는 통에 대화가 이어지질 않는다. 설상가상 자신을 들여보내 준 입구도 사라진 상태인지라 예는 일단 앞으로 계속 나아가면서 출구를 찾아보지만, 아무리 길을 찾아도 다시 온천으로 되돌아올 뿐이었고 그새 어디선가 나타난 사람들도 부접과 함께 예에게 이 곳에 머물자고 종용했기에, 예는 마지못해 온천에 몸을 맡기고 잠시 망중한을 즐기며 휴식을 취한다.

물론 마냥 휴식에 빠져들 상황은 아니라는 것을 계속 머리에 되새기며 예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출구를 찾는다. 그러던 중, 예는 곳곳에 보이던 눈알 비슷하게 생긴 수상한 분위기의 구체를 건드렸다가 이내 구체에서 나온 오오라가 비춰준 지점에서 어둡고 음산한 분위기에 기괴한 형상을 한 세계의 본모습 및 숨겨진 장애물과 함정, 발판 등이 보이는 걸 확인하면서 꺼림찍한 느낌을 받고 계속 이들을 건드리면서 수색을 이어나간다. 이것이 영향을 끼쳤는지 온천으로 되돌아 왔을 때 뒤에서 온천을 즐기며 들어오라고 권유하던 사람들도 하나 둘 씩 동공이 흔들리는 섬뜩한 표정으로 "너 때문이야", "왜 너만 멀쩡한 거야?", "죄값을 치러야지", "처음부터 너를 몰랐다면 좋았을텐데", "아직도 사람들을 속이며 업보를 쌓느냐"라는 둥의 의미심장한 발언을 하기 시작하며, 부접 역시 대화를 거듭할수록 점점 정신이 불안정해지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이 검은 기운을 이용해 공간을 6번 정도 둘러보며 부접의 기억을 읽은 예는 마침내 영혼세계 개발 과정에서 벌어진 비극을 눈치채는데, 주저앉은 채 떨고만 있던 부접은 이제서야 정신이 돌아온 듯했으나 전부 내 잘못이라고 중얼거리다가 급기야 예에게 자신을 벌해달라며 매달린다. 원치는 않지만 십여 대 정도 두 번에 걸쳐 그녀를 때리자 부접은 절규하다가 검은 나비무리와 함께 사라지는데, 그 순간 온천을 즐기던 사람들은 눈이 파인 채 피눈물을 흘리는 등 지옥과도 같은 영혼 세계의 본모습이 드러난다. 그리고 이제서야 연꽃에서 풀려난 나비를 따라간 끝에 마침내 찾아낸 출구로 들어가자 비극의 결말이 밝혀졌고, 모든 진실이 드러나자 죄책감에 눈물을 흘리며 울던 부접은 이내 옥새를 가져가려던 예를 발견하고는 섬뜩하게 웃으며 그를 향해 "넌 진짜가 아니야"라며 계속 부정하더니, 이내 꺼지라는 한 마디를 내뱉으며 예를 영추에서 추방해 버린다.

그렇게 예가 정신을 차리며 현실로 돌아왔을 때 그제서야 연산실의 진짜 모습이 공개되는데, 바로 부접의 영추를 중심으로 500년 동안 무수히 많은 원인들의 머리에서 적출한 뇌들이 가상 공간을 유지할 산력 공급 기관에 들어있는 섬뜩한 풍경이었다. 거기다 부접은 이미 죽어 누군가에 의해 뇌만 남은 상태로 영추에 이식된 채 영혼 세계를 유지하고 있었고, 예는 겨우 신호가 닿은 여예와의 통화로 상황 파악을 마친다. 하지만 옥새를 회수하기 위해서는 다시 부접의 영추에 접속해야 했고, 안 그래도 마지막으로 부접에게 할 말도 있었기에 예는 마음을 다잡고 다시 영추에 접속한다. 처음의 자애로운 선녀같은 모습과 달리, 음산한 마녀같은 모습으로 나타난 부접은 영혼 세계의 부작용을 알면서도 묵인한 죄책감을 예에게도 떠넘기며 원망하지만, 예는 그 당시 부접이 영혼 세계에 약간의 문제점이 있지만 금방 고칠 수 있다고 말했고, 자신이 봤을 때도 별 문제가 없어 보여서 진짜 문제가 없었다고 판단했던지라, 영혼 세계에 이런 심각한 문제가 있는 줄 몰랐고 말해줬다면 고치는 걸 도왔을 거라고 그녀를 달래면서, 그녀가 가진 죄책감의 무게를 알기에 감히 원망조차 못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미 감당할 수 없는 죄책감의 무게에 짓눌려 미쳐버린 부접은 애초에 이 모든 걸 계획해서 모두를 끌어들인 예 때문에 이 사단이 벌어진 것 아니냐며 예를 향해 원망을 쏟아내면서 "이제와서 사과해봤자 너무 늦었다. 날 죽이던가, 아니면 너도 여기 남아서 나와 속죄하라"는 일갈과 함께 광소를 터뜨리면서 장소를 무대처럼 바꾸고 싸움을 걸어 온다.[14]

가상 세계의 설계자이자 총책임자답게, 부접은 분신을 여럿 생성하여 몰아치듯이 예를 공격한다. 본체부터가 수리검과 불화살로 예를 추적하고, 클로의 손톱으로 예를 할퀴거나 검기를 날리며 맹공을 퍼붓는데, 막이 오를수록 2체의 분신이 6체로 늘어나 더욱 더 종잡을 수 없었다. 게다가 어느 것이 진실이고 어느 것이 거짓인지 가늠할 수 없는 환상 속에서, 홀연히 나타난 부접의 본체가 거대한 블랙홀을 던져대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 모든 환상은 죄책감에 미쳐버린 친우가 어떻게든 죄책감에서 벗어나려고 절규하며 몸부림치는 안타까운 현장이었기에, 이 불쌍한 친우를 구원하고자 예는 강인한 정신으로 환상을 걷어내고 3번에 걸친 힘겨운 전투 끝에 그녀를 제압한다. 마침내 겨우 마음을 추스르고 진정한 부접은 본래의 자애로운 성격으로 돌아와 자신의 죄를 직시하고 진심으로 뉘우치며 예에게 감사를 표한 후[15], 먼저 간 가족과 동료들과 함께 성불한다. 그리고 동시에 예 역시 과거에 벌어졌던 사고에 대해 기억해낸다.

그렇게 자신은 몰랐던 기억을 안고 박애를 상징하는 '신(辛)'의 옥새를 습득해 다시 현실로 돌아온 예는 영추 주변에 널부러져 있던 부접의 시체에서 도과를 갈무리하는 것으로 한번 더 친우를 추모한다. 그런데 아바쿠스가 갑자기 사계각 내 고목 노드가 또 이상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전보를 보내오면서 예는 바로 사계각으로 복귀하려 했지만, 이번에는 중심 고목노드의 이상이 원인이어서인지 복귀가 불가능했다. 할 수 없이 예는 길을 돌고 돌아 사계각으로 돌아와 노드의 이상을 살피는데, 천만다행으로 사계각의 고목 노드에 큰 이상은 없었고 예는 고목 노드를 통해 들어간 무극의 땅에서 '종운보(더블 점프)' 기술을 습득할 수 있었다. 이렇게 5번에 걸친 수련이 끝난 후 예는 다시금 이담과 조우하는데, 역시나 예가 예상했던 대로 이제껏 새로운 기술을 전수해 준 수련인의 정체는 바로 젊은 시절의 이담이었고, 예는 이담을 통해 그동안 자신이 무극의 땅을 통해 시공간의 경계를 넘어 방사단의 수장으로서의 이담을 만나 상부상조 해왔다는 걸 깨닫는다. 물론 예는 봉래9국 통일 이후, 태초기 10년 만에 과학 기술의 봉인 및 무위선언 발표로 과학을 의미 없게 만든 이담의 행적에 대해서는 약간의 원망을 섞어 디스를 가하지만, "무극의 땅에서 지내는 동안 과거에 행했던 모든 행적들을 돌아보면서 구도하는 한편, 참회도 해왔다"는 이담의 고백에 머쓱해져서 그래도 봉래에 평화를 가져다 줬던 이담의 업적은 인정하고, 태양인들에게 범상치 않은 위기가 닥쳐왔으니 다시 현세로 나와 도움을 달라고 이담에게 부탁을 청한다. 하지만 이담은 무극의 땅에서 오랜 시간 머무르느라 속세와의 인연이 멀어져 더 이상 현세로 갈 수 없었고, 예 역시 여기서 더 지체할 시간이 없이 다시 움직여야 했기에 여쭙고 싶은 것이 많았는데 묻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고, 이담은 인연이 있다면 또 흘러가듯 만날 수 있을 거라며 예를 배웅한다.

이후 사계각에 돌아온 예는 과복에게 부접의 최후를 알리고, 과복 역시 "어딘가 핀트 하나씩은 나가 있는 천도 의회 간부들 중에서 그나마 뜻이 잘 맞는 친구였던 부접이 속으로 그런 아픔을 감내하고 있는 줄 몰랐다"며 좀 더 일찍 그녀의 고통을 알았더라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 한다. 다만 과복은 부접이 예를 영혼 세계로 끌어들인 것에 대해 "자신의 삶을 망친 계획을 제의한 것에 대한 원망 때문이었나"란 추론을 제시하지만, 오히려 예는 이에 대해 "죄를 고백했을 때 이해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이해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영혼 세계로 부른 것이 아니었을까"라는 추측을 내놓고, 적어도 그녀가 이제 기나긴 악몽 속의 고통에서 벗어나 해방되었음에 위안을 빌어주기로 한다. 다만 이를 지켜보던 치우가 거진 100년 동안 태양인들의 행동학을 연구하고 관찰했으나 꿈꾸는 것만큼은 흉내낼 수 없었다고 토로하며 자신은 인공물로서 꿈을 꿔본 적이 없었으며 기절이나 자해로 이를 시도해봤음에도 전부 무용지물이었음을 알려주자, 예는 "왜 동경하는지 이해는 되지만, 너무 좋게 생각하지는 마라. 꿈을 꾼다고 반드시 좋은 꿈이 나오지는 않는다"고 알려준다.

하지만 그새 연산실을 둘러보고 온 신농이 연산실을 수두룩하게 감싸고 있던 생체 컴퓨터들을 보고는 이때까지 우리 동족들을 가지고 뭘 해왔는지 알았다며 떠보자 잠깐 흠칫한 예였으나, 결국 그 안에 든 것이 전부 동족들의 뇌라고는 상상도 못하고 두부를 숙성시키는 거냐며 한 번 맛보고 싶다는 투로 관심을 보이는 반응에 할 말을 잃고, 저것은 당신이 생각하는 만큼 맛도 좋지 않다는 정도로 적당히 둘러대야 했다. 더불어 500년 동안 고목에 싸여 봉인되면서 너무 오랫동안 잠에 빠져 있었기 때문인지 더 이상 꿈을 꾸지 못하게 된 자신과 달리 먼저 간 부모와 지금 곁에 있어주는 자신을 비롯한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했던 꿈에 즐거워하던 헌헌을 보며 착잡해진 예는 생각을 정리할 겸 헌헌에게 바둑 대련을 신청한다. 대련을 시작하면서 헌헌이 예에게서 걱정거리가 많은 듯 착잡한 마음 상태임을 단번에 알아보자, 예는 처음에는 얼버무리려다 결국 일이 점점 복잡하게 흘러가는 것 같다고 토로한다. 이내 예는 헌헌에게 '세상에 나쁜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냐'고 묻는데, 헌헌이 단박에 절전이 예를 잡아 가뒀던 일을 언급하며 절전은 나쁜 사람이 맞다고 이야기 하자, "그럼 나도 과거에 많은 사람들을 다치게 했는데 그렇다면 나는 절전과 별 다를 바 없는 사람이 아니냐"라며 갖고 있던 고민을 슬쩍 꺼낸다. 하지만 헌헌은 "진짜 나쁜 사람은 애초에 자신이 나쁜 사람이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는 말로 예를 위로하고, "가끔 마주하는 복잡한 일들에 대해 머리 싸매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생각하기 보다는 느낌대로 처리하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 해결해 나가다 보면 사실 그렇게 복잡한 일이 아닐 수도 있는데, 그저 그 일에 최선을 다하면 되지 않겠냐"는 조언을 해준다. 비록 이야기에 집중하느라 또 대국에서 져버린 헌헌이었지만, 예는 헌헌의 빠른 발전을 칭찬해주면서 갖고 있던 고민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다.

3.2.2. 연산실 Outro

예가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왔을 때 돌발 사고가 하나 터져 있었는데, 용안백으로 가상현실을 체험하던 헌헌이 안에서 대체 뭘 본건지 가상 현실에 5시진(10시간)이나 푹 빠져있던 상태였다. 그동안 각자 할 일을 하던 과복과 여예도 상황의 심각함을 인지하면서 이거 괜찮은 거 맞냐고 걱정하고 있었고, 예는 바로 용안백을 해킹해서 작동을 중지시킨 후 헌헌의 상태를 살피는데, 역시나 가상 현실에 너무 빠져 있었던 헌헌은 한동안 현실 파악을 못하고 벙쪄있었던데다 오랫동안 식음을 잊고 잠도 안 잔 탓에 눈에 핏발이 서서는 입술도 창백해졌을 정도로 건강이 나빠져 있었다. 다만 헌헌이 그렇게까지 가상 현실에 빠져있었던 이유가 먼저 세상을 떠난 부모를 다시 만나 평범한 일상을 누리고 있었기 때문이었음을 안 과복은 아직 이 어린 아이가 부모가 죽었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을 거라며 안타까워 했고, 예도 이에 자책하면서 장치를 치워두려고 한다. 하지만 헌헌이 아직 절반 밖에 못 깬 게임이 있는데 그것만 하게 해달라며 이제 조심해서 쓰겠다고 조르자, 할 수 없이 예는 아바쿠스가 지켜보는 가운데 "한 번 쓸때는 30분만, 사용 직후 10분간 주변을 걸어다니며 현실을 자각할 것"을 조건으로 내걸고 허락해준다. 헌헌은 그제야 용안백을 과사용한 피로가 몰려왔는지, 곤히 잠에 들고 만다.

잠에 든 헌헌을 뒤로 한 채, 예는 그동안 자신이 선물했던 물건들을 활용해 헌헌이 사계각에 채워놓은 많은 것들을 구경하며 정리하다가 이내 책장에서 헌헌이 자신을 만난 이후로 꾸준히 연재해온 무협 소설 <사돈영웅전>을 발견한다. 헌헌의 소설을 초반만 읽어봤을 뿐 별 관심을 보이진 않던 예는 헌헌이 붓으로 글씨를 바르게 쓰는 법을 배운 후로 연재 속도에 날개가 붙어 이전의 분량을 다시 정리해 놓은데다 벌써 120화에 달하는 분량을 써놓은 것에 감탄하는데, 이때 위층에서 이를 본 치우가 예를 부른다. 사계각에 지내는 동안 헌헌의 소설을 재밌게 읽었는지 세세한 설정부터 줄거리까지 달달 외우고 있었던 치우는 예가 들고 있는 헌헌의 소설 연재 분량을 먼저 감상할 기회를 달라 청하고, 딱히 별 생각 없었던 예는 치우에게 소설을 양보한다. 이에 치우는 매우 고마워하면서 보답으로 산력 3개를 필요로 하는 고급 옥석 하나를 준다.

한편 치우는 혹시나 형천의 자아를 깨워주는 것이 잘 이뤄지지 않았을 때, 만약을 대비해두고 싶다며 암살자 타입의 고위급 위병에게서 얻을 수 있는 단혼도라는 무기를 하나 공수해줄 것을 부탁한다. 마침 신곤륜을 돌면서 천강영자: 산귀신을 해치워뒀기에 그걸 갖고 있었던 예는 바로 치우에게 이를 건네주는데, 치우는 이에 굉장히 고마워하면서 본인이 자아를 깨우치는데 이른 계기를 알려준다.

===# 장경 석굴 #===
옥새 5개를 얻은 시점에서 이제 남은 곳은 희가 담당하는 장경 석굴과 풍씨 남매가 담당하는 천인 구역, 역공이 담당하는 천도 연구 센터 뿐. 천도 연구 센터를 마지막 목표로 두고 예는 일단 초반에 농산 구역으로 가느라 지나쳤던 장경 석굴부터 제대로 둘러보기로 한다. 다만 장경 석굴을 담당하는 태양의 경우, 봉래에서 천도 의회가 막 결성되었을 때 간부직에 올랐다고는 하나 애초에 의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적도 없었던데다 워낙 철저히 정체를 숨겼다보니, 세간에는 어떻게 의회에 가입했는지부터 성별과 외형, 나이조차 제대로 알려진 바 없는 미스테리한 인물이란 점 외에는 정말 어떠한 정보도 없었기에 어떻게 그를 찾아야 할지 오리무중인 상황.

이때 예는 홍농당 위층 석굴로 들어가는 초입길에서 이전에 만난 점술가와 다시금 조우한다. 점술가는 석굴에 들어온 예의 목적을 꿰뚫어본 듯, 태초기 당시 도가 사상을 부정하던 많은 과학자들이 석굴에 있다는 이담의 유산을 찾으러 석굴에 침입했다가 도리어 석굴에 숨겨진 함정에 목숨을 잃었음을 알려주며 목표를 이루고 싶다면 주의하라고 조언해 준다. 안 그래도 이전에 그가 준 고대 악보를 해석해 음계대로 일승루의 종을 쳐보니 비밀의 방문이 열리며 그 안에 있던 보물 상자에서 많은 보상을 얻기도 했던지라 그를 향한 의문이 짙어진 예는 점술가에게 그걸 어떻게 다 알고 있는 건지 묻지만, 점술가는 대뜸 이담이 이 장경 석굴에서 방사단을 설립했었단 행적을 이야기하면서 대화의 방향을 돌리고서는 당시 방사단 덕분에 수많은 과학 기술이 꽃 피었으며, 방사단의 활약으로 봉래 9국이 통일될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해준다. 이에 예는 그로부터 10년 후 이담이 뜬금없는 무위선언으로 과학을 저버리고 도가 사상을 선포함으로서 잠적하는 바람에 과학 발전을 늦추지 않았냐며 비판의 의견을 내놓지만, 점술가는 그 당시 이담에게도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어서 그랬던 거라며 이담을 두둔한다.

하지만 이 발언에서 점술가가 굳이 자신을 언급한 것으로 점술가가 첫 만남 때부터 애초에 자신에 대해 다 알고도 일부러 떠본 것이었단 사실을 눈치챈 예는 다시금 점술가에게 이를 추궁하고, 점술가는 5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태양인들의 구세주로 유명한 예를 어찌 모르겠냐며 얼버무리려 했으나, 예는 봉래에 특별한 능력자가 있다는 소문을 들은 바가 있었다며 점술가의 그 괴이한 예지능력을 들어 점술가가 절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간파하고 고대 곤륜족의 후손이라도 되는 거냐고 떠본다. 이에 점술가가 이제서야 미신을 믿는 거냐고 묻자 예는 예지에도 모종의 작동원리가 있는 거 아니냐며 여전히 의심을 놓지 않는다. 그러자 점술가는 예가 허락해 준다면 한 번 예의 점을 봐주겠다고 제안하고, 예는 유용한 정보가 나올 수도 있을테니 속는 셈 치고 한 번 쳐보기로 하지만... 점괘를 본 순간 점술가는 예에게서 무언가를 본 듯 놀라더니, 이내 그걸 알아보고 알 수 없는 말만 중얼거리며 웃는다. 이에 예가 점괘의 결과를 묻자, 점술가는 "한 사람의 운명에서 엇갈림이 관찰된 것은 지난 수천 년 이레로 극히 드문 일이었다"는 말만 해주고, 이해하지 못하는 예에게 지금은 답을 해줄 수는 없지만 자신의 왕실로 온다면 모든 것을 말해주겠다는 말만 남기고서 자리를 벗어난다. 직후 해당 점술가에 대한 조사를 맡겨놨었던 여예로부터 연락이 오면서 예는 자신이 만난 점술가가 천도 의회 <아홉 태양>의 일원 중 '통찰'의 왕 희(姬)라는 추측에 확신을 얻는다.

지체할 시간 없이 일단 희를 찾는 예. 하지만 희가 경고한 대로 석굴의 내부는 복잡한 미로와 두더지 비슷한 드릴형 지뢰, 가시가 박힌 거대한 바위 등의 함정도 모자라 조각상으로 위장한 토기병들과 암살자 타입의 위병들보다도 더욱 강력한 자객형 위병들이 가득했다. 물론 이에 굴하지 않고 함정과 적들을 돌파하며 미로를 탐색하던 예는 석굴의 서쪽 지역에서 이담의 조각상을 발견하고 절을 올리다가, 또다시 고향에서 항아가 보내온 메세지를 확인하고 봉래에 있던 시절, 이담의 탄신일로서 봉래의 큰 명절인 '태평절'에 고향에서 겪었던 과거의 일을 회상한다. 역공을 따라 천도 의회에 입회한 후, 7년간의 과학 연구에 몰두한 끝에 마침내 의회의 간부진인 태양의 자리까지 오른 예는 모처럼 명절인만큼 집에 들러 현재 의회에서 추진 중인 영생로 계획에 대해 설명하며 동참할 것을 권했었다. 하지만 가문 대대로 도가 사상을, 그 중에서도 자연의 섭리를 따라 죽음을 받아들이고 대도로 돌아가야 한다는 귀도(歸到)파의 이념을 신봉하던 예의 부모는 요지부동이었고, 그렇다면 항아라도 신곤륜에 데리고 가게 해 달라는 예의 요청에 어머니는 나비 개발 당시 일어났던 사고를 언급하면서 '그때처럼 또 동생을 다치게 할 생각이냐'고 역정을 내며 들어가버렸으며, 아버지도 예를 향해 한숨을 쉬고는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고집이나 부리느냐'며 한탄하고선 어머니를 달래러 들어가 버린다. 뒤이어 앞뜰로 나온 항아는 예에게 '모처럼 집에 왔으니 밥이라도 먹고 가라'고 권하나, 예는 '부모가 미신을 신봉하면서 살 길을 마다하고 고집을 부리는데 밥이 넘어가겠냐'며 거절한다. 항아는 사상 문제 때문에 가족 간의 사이가 벌어지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나중에 집에 오면 남매 단 둘이라도 작년에 담가놓은 도화주를 함께 마시자고 권하는 것으로 회상을 마무리한다.

어쨌든 계속 석굴의 내부를 답파하다 보니, 예는 이담의 동료이자 방사단의 주축으로서 봉래의 천하통일을 도운 세 명의 대 간부 '삼천존'의 석상이 한데 모여 장식을 이루고 있는 거대한 석문을 발견할 수 있었다. 희가 '여러 학자들과 방사들이 이 석굴에 있다고 알려진 이담의 유산을 찾으려다 죽었다'고 귀뜸해준 것을 되짚어본 예는 이 석문이 이담이 남겼다고 전해지는 유산이 간직된 이담의 보물창고 입구임을 유추해낼 수 있었고, 문을 열기 위해서는 석문 주변의 삼천존의 석상을 해금해야 한다는 것도 추리할 수 있었다. 이에 석굴의 동쪽과 서쪽에 숨겨진 각 인물의 구역에서 함정과 장치들을 풀어가며 삼천존의 무덤을 발견한 예는 무덤 안에서 예를 시험하려는 듯 공격을 해오는 석상들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으로 석상들의 잠금장치를 해제할 수 있었으나, 어째선지 삼천존의 무덤에는 시체는 없고 무덤의 주인들을 소개하는 홀로그램만 자리해 있었다. 대신 삼천존의 결성을 다룬 벽화들을 순서대로 확인하면서 예는 그 당시 현장에도 희가 있었단 사실을 짐작해낸다.

그렇게 삼천존의 무덤을 전부 열고 다시 석문으로 돌아왔을 때, 이담의 보물창고를 지키는 파수꾼인 혼수 - 자행이 나타난다. 분신까지 소환해 농락하며 암습하는 자행을 겨우 격파하자, 마침내 이담의 보물창고로 들어가는 입구가 열리고, 예는 창고의 초입부에서 이담이 무위를 선언하며 방사단의 해체를 발표했던 때를 기록한 홀로그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내 초입부 너머 돌벽을 뚫고 창고 안에 진입했을 때 예가 마주한 것은 주인없는 무덤들의 본래 주인이었어야 할 삼천존의 백골 시신과 동굴 벽 틈에 넘실대던 고목의 뿌리들 뿐이었고, 그제서야 예는 보물창고라고 알려진 이곳이 이담의 무덤이었단 사실을 깨닫는다. 어쨌든 동굴 벽 틈의 고목 뿌리를 건드렸다가 고목 뿌리에 싸여 다시금 무극의 땅으로 들어선 예는 또다시 이담과 마주하나, 이담은 이제 완전한 해탈을 이루어 무극의 땅을 떠나 대도로 돌아가려 한다는 본인의 결심을 이야기 한다. 예는 이담의 결심에 대해 은근한 부러움을 나타내고, 그런 예를 본 이담은 예가 여전히 마음 속의 혼란이 사라지지 않았음을 눈치채고서 자신이 무위선언에 이르게 된 당시의 이야기를 우화로 비유해 풀어준다.

우화의 내용은 대지에서 활개를 치며 백성들을 괴롭히던 악귀들을 무찌르기 위해 한 마리의 용감한 개 요괴가 선계에 있다는 전설의 신검을 찾는 여정을 떠났는데, 이 과정에서 지혜로운 뱀 요괴, 강력한 호랑이 요괴, 매력적인 구미호를 동료로 삼은 덕에 힘을 합쳐 신검을 찾아 마귀들을 무찔러 세상에 평화를 선사했으나, 이후 각자의 능력들을 남용하다가 타락한 동료들이 새로운 마귀가 되자 옛 동료들을 전부 제 손으로 처단하고 후회 속에 살았다는 이야기였다. 즉 이담(개 요괴)과 삼천존을 중심으로 결성된 방사단(신검)은 혼원기의 난세를 끝내며 봉래 9국의 통일을 이뤄냈지만(마귀 처단), 정작 평화가 찾아온 후 윤태사(뱀 요괴)는 지식의 바다에 빠져 방향을 잃고 헤메다 이내 잘못된 쪽으로 과학 기술을 사용했고, 여암(호랑이 요괴)은 초심을 잃고 무력을 남용하며 백성들을 탄압했으며, 귀곡자(구미호)는 방사단의 대장으로서 많은 백성들에게 칭송받는 이담을 시기해 악의를 품고 있었다. 결국 지나치게 힘이 비대해진 방사단이 권력 추구 집단(동료들의 마귀화)으로 변질되는 것을 느낀 이담은 삼천존을 유인해 처리했지만(신검으로 마귀가 된 옛 동료들을 처단), 한때 뜻을 함께했으나 결국 의견이 갈리며 타락한 동료들의 목숨을 거둬야 했던(본인이 마왕이 된) 스스로를 자책하며 방사단의 해산 및 무위선언을 선포했다는 씁쓸한 전말이 있었던 것이다.

이야기를 마친 후 이담은 견요의 결정에 대해 옳은 일이었냐는 질문을 던지고, 이제까지 그와 비슷한 행보를 걸어온 예는 대의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거라고 답한다. 하지만 이담은 자신도 그 당시에는 예와 같은 생각이었으나 이 무극에 땅에서 오랜 시간 참회하면서 이것은 쉽게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고 답하고서는
정의란 무엇일까? 선과 악, 흑과 백, 빛과 어둠도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다르잖나. 어쩌면 대도 앞에서도 옳고 그름은 의미가 없고 중요하지 않은 걸지도 모르네.
(예: 본인을 견요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자네는 아니라고 할 수 있나? 우리는 칠흑같은 하늘에서 우주 전체를 밝혀줄 태양을 찾고 있지. 하지만 그 대가는 무엇이고 우리는 무엇이 될까?
라는 본 게임의 주제를 관통하는 질문을 남긴다. 이에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는 예에게 이담은 자네의 마음 속에 있다는 말을 남기고는 예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건네며 해탈한다. 여전히 의문이 가득한 예였지만 일단 삼천존의 시체들에서 도과 3개를 얻고, 무덤 깊숙한 곳에서 이담의 마지막 유산을 습득하니, 그 정체는 혼원기를 끝내고 봉래 9국의 평화를 이룩했으나 윤리에 어긋나는 지나치게 강력한 위력으로 인해 방사단의 오점으로 남은 최강최흉의 무기인 에너지탄이었다.

아무튼 이로서 희에 대한 진실도 얼추 알았겠다, 석굴을 수색하며 희의 본모습을 표현한 듯한 석상이 세워진 문을 발견한 예는 마침내 희의 왕실인 태고 석주실에 진입한다. 석주에 또다른 이야기를 쓰고 있던 희는 얼마나 중요한 이야기길래 이 상황에도 쓰고 있냐는 예에게 잠시만 시간을 달라고 요청하고서 석주에 글을 마저 채워넣는다. 잠시간의 적막 후, 예는 대체 무슨 이유로 뒤를 쫓아다닌 거냐고 희를 추궁하지만, 희는 "딱히 이유는 없고, 그저 오랜 시간을 살아온 자신은 가지지 못했지만 자신보다 짧은 세월을 살다 간 각 세기의 영웅들에게서 본 찬란한 빛을 당신에게서 봤기에 관심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밝히며, 마침내 아홉 태양의 일원이자 고대 곤륜 일족의 최후의 생존자로서의 본색을 드러낸다. 사실 젊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고대 곤륜족 시대에 태어난 이레로 무려 3세기를 불로장생 해온 희는 혼원기 시절에는 절나라의 국사부터 무려 방사단 친위대인 무방단의 부대장 직에도 있었기에 절나라의 멸망과 방사단의 해체 등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지켜봐 온 인물이었으나, 정작 본인은 직접 나서서 무언가 대단한 활약을 할 생각은 없었고, 방사단 입단이나 천도 의회 입회도 그저 시대의 흐름에 휘말린 와중에 대의명분을 품은 영웅을 만나 그들의 명분이나 사상에는 동조하지 않지만 그저 이끌림에 따라 중심 가까이서 그들의 흥망성쇠를 지켜보기 위해 택한 수단이었다. 그렇게 시대의 변화에 물 흐르듯 몸을 맡기며 살아가던 와중에 천화 바이러스의 창궐로 봉래의 많은 태양인들까지 죽어가자, 일단 이담의 흔적이 남아있는 곤륜섬이 신곤륜으로 개조되었기에 이를 끝까지 지켜야 한 것도 있지만 봉래에 남아 태양인의 멸망을 보고 싶지는 않았기에 신곤륜에 몸을 실었는데, 이후에도 거진 500년을 권태한 삶을 보내던 와중 태양인들의 존속을 위해 신곤륜을 띄우는 <영생로 계획>을 건의한 당사자였으나 사건의 진상과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후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고자 분투하는 예에게서 이담을 겹쳐보고 호기심이 생겨 정체를 숨기고 접근했던 것이다.

그의 속사정을 들은 예는 봉래에 있었을 때부터 희가 의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던 점과 친구의 유지를 받들어 석굴을 지키고 있다는 점 때문에 그와 싸우기를 꺼리며 그냥 옥새만 내어달라고 요청한다. 하지만 결국 희도 아홉 태양의 일원으로서 역공의 명령에 따라 예를 막아야 한다며 "내가 본 점괘에서 당신은 여기서 내게 죽는다. 마지막으로 함께 검무를 춰보자"는 말로 도발했기에, 예는 어쩔 수 없이 희와 전투를 치르게 된다. 과연 방사단의 친위대인 무방대의 前 부대장이었던만큼 희는 천구에서 자기장과 쉼없이 몰아치는 칼날, 블랙홀을 생성하며 예를 몰아붙이지만, 그 와중에도 예를 위한 배려인지 점괘를 선택하라며 돌리던 세 개의 패 중 하나에는 체력을 회복하거나, 창사를 충전해주는 항아리 하나를 내놓았다. 갈수록 점점 맹렬해지는 공격을 회피해가며 예는 마침내 희를 쓰러뜨리고는 점괘가 틀린 것 같다며 비웃지만... 희는 사실 예가 자기 손에 죽을 거라는 점괘를 봤다는 말은 거짓말이었고 애초에 승패에 대한 점괘를 친 적이 없다는 진실을 밝힌다. 이에 당황하며 자신을 왜 속였냐는 예의 질문에 희는 좋은 이야기에는 반전이 필요하지 않겠냐며 만약 결과를 알았다면 서로 최선을 다 했겠냐고 반문하고는, 예의 공격에서 오랜 친구를 회상할 수 있었음에 만족하며 급격히 노화하며 그토록 고대했던 죽음을 맞이한다. 이후 희의 영추에서 통찰을 상징하는 '계(癸)'의 옥새를 습득한 예는 그제서야 희가 석주실 안에 마련해 놓았던 시설들을 둘러보면서 이제껏 그가 언급한 오랜 친구가 바로 이담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16] 마지막으로 희의 모발을 갈무리 해준다.

이후 사계각으로 돌아온 예는 과복에게 희를 처치하고 그의 옥새를 탈환했다는 소식을 알리는데, 과복은 이전에 봉래에서 지내던 시절에 본 희는 애늙은이 같은 녀석이었다고 회상하면서, 언젠가 희에게 한 번 점괘를 봤다가 "훗날 타지에서 여생을 보내게 될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점괘를 들었던 이야기를 해준다. 그러면서 희가 관장하고 있는 도교 석굴에 대해 이담의 유산을 찾고자 내부를 조사하려던 많은 과학자들이 죽어나갔던 일로 석굴의 귀신이 들렸다느니 석굴에 깃든 저주를 받았다느니 온갖 소문이 붙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아무리 이담의 유산이 안에 있다고 한들 자신은 무서워서 못 들어갈 것 같다고 벌벌 떠는데, 그런 과복에게 예는 석굴을 탐사하고 이담의 무덤에서 발견한 에너지탄을 보여준다. 당연히 과복은 단 한 개만으로 절나라의 항복을 받아냄으로서 혼원기를 끝냈다던 그 에너지탄이 실재함에 적잖게 놀라면서도, 이런 살상 무기의 존재를 여태까지 몰랐다며 의아해하던 예에게 '도교를 숭상하고 과학을 배척하던 하나라에는 도가 사상을 설파한 이담의 방사단 시절 행적이 온전히 알려지지 않았으니 하나라 사람인 네가 모르는 게 당연했다'고 알려준다. 다만 에너지탄이 섬 하나도 말소시킬 만큼의 위험성을 가진 만큼, 과복은 자칫 잘못 건드렸다가 사계각을 날려버리는 건 원치 않는다며 에너지탄의 심층 연구를 위해 잠시 개조를 보류해 두었고, 예는 어쩌면 과거나 현재나 이담을 온전히 이해해준 사람들은 없었던 것 같다며 씁쓸해한다.

치우는 자신도 관상에 대해 한 두가지 정도 아는 것이 있다며 원한다면 한 번 봐주겠다고 예에게 제안한다. 덕분에 예는 도교 석굴에 갔다 와서 처음 접하는 게 또다른 점술가인 거냐며 한숨을 쉬면서도 들어는 보기로 하는데, 치우는 예의 관상을 보고는 이마가 넓고 콧대가 가는 것이 영 좋지 않은 징조라면서 "재산을 쌓아두면 당신에게 100배의 손해이므로 잦은 지출이 좋은 행운을 불러온다"고 말해준다. 그리고 자신에게 팔리면 세상에 하나뿐인 진귀한 수집품이 있다며 팔리면 다시는 못 볼 거라고 은근슬쩍 영업을 시전하는데, 예는 치우에게 관상 공부 좀 더 하라며 요점만 이해했다고 디스한다.

헌헌은 예에게 신을 믿냐고 물으면서 도화촌 시절에 무녀가 설파한 신령을 믿으면 좋은 점들에 대해 설파했던 일을 들려준다. 당연히 종교를 불신하는 예는 나한테 그런 것은 묻지 말라며 도리어 헌헌에게 "스스로를 믿냐"고 묻는다. 이에 헌헌이 "스스로에 대해 반신반의 하지만, 그래도 스스로를 믿었을 때 정말 원했던 바가 이뤄지면 기분이 좋아졌고, 세상의 모든 일에는 다 정답이 있는 건 아니잖냐"라는 꽤나 철학적인 대답을 내놓자, 예도 이 말은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도 마지막으로 희가 밝혔던 점괘가 정확했던 건지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며 헷갈려 한다. 신농도 헌헌이 마을 사람들에게 배워온 점치는 법을 알려줬다며, 너희 요괴들이 보기에도 종교에 맹목적으로 매달리는 우리 종족이 정말 바보같이 보였겠다고 한탄한다. 이에 예는 태양인들도 이따금 AI를 이용한 점괘를 재미로 보기에 원인들과 별반 다를 바 없다고 말해주는데, 그 말에 신농이 놀라면서 "너희 요괴들도 형태가 없는 미신을 믿는 거냐, 보통 종교는 스스로 잘났다고 생각하는 자가 자기 사상을 설파해 우매한 바보들을 속여 휘두르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던데 우리보다도 더 발전된 문명을 가졌을 정도로 지적인 너희는 그런 거에 휘둘리면 안되잖냐"고 의외라는 듯한 반응을 보이자, 예는 "예전에는 몰랐는데, 어쩌면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모든 문명에서 종교가 존재했던 이유를 이제는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고 자조한다.

3.2.3. 장경 석굴 Outro

예가 장경 석굴 수색에 나서기 전, 헌헌과 여예가 일전 걸어놓은 신선도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는데, 여예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신선도에 어떤 의적이 장경 석굴에 보물을 숨겨놓고 해당 위치를 시로 기록해 놓은 것이었다. 여예는 바로 신선도에 적힌 장보시를 분석, 기록해 예에게 넘겨주고 어떤 보물이 나올지 궁금하다며 설레어 하는 헌헌을 달랜 후, 예는 장보시에 적힌 대로 장경 석굴 입구 부근의 비밀 공간에 숨겨진 보물들을 획득할 수 있었다.

장경 석굴을 수색하던 중, 예는 봉래에서 도자기를 만드는 데 있어 귀한 재료로 유명한 귀방적토 한 주머니를 발견하고 헌헌에게 가져다 준다. 헌헌은 도자기를 직접 만들어본 적은 없지만 마을에서 주민들이 만드는 걸 건너건너 본 적이 있었기에 컵이나 그릇 정도는 만들 있겠다며 자신감을 보이지만, 예는 헌헌의 솜씨 정도면 작은 조각상 정도나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데 잠시 나갔다가 돌아왔을 때 헌헌은 과복이 만들어준 듯한 물레로 열심히 도자기를 빚고 있었는데, 그새 귀방적토를 본 과복이 쉽게 구하지도 못하는 좋은 재료가 생겼는데 좋은 도구를 써서 좋은 걸 만들어야 하지 않겠냐며 장인 정신이 발동해 헌헌에게 도자기용 물레를 만들어준 모양이었다. 과복은 도자기를 빚을 때는 손길 하나로도 모양이 달라지니 섬세하게 작업해야 한다고 조언해주고, 헌헌은 마침 생각해둔 아이디어가 있다며 완성품을 기대하라는 말만 해주고 도예에 착수한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사계각은 헌헌이 물레로 만들어본 자그마한 도기 장식품들로 가득차게 되었다. 바닥에 장식물들을 방치해둘 수는 없었기에 선반을 정리하면서 장식품을 전시할 자리를 만들던 헌헌은 마침 이를 보고 다가온 예에게 "솔직히 그동안 형이 일 때문에 바빠서 내가 여기 있는 걸 대충 넘길 심상으로 그 많은 물건들을 가져다준 줄 알았는데, 그래도 형이 이런 재미있는 것들을 많이 가져와서 많은 지식들을 가르쳐준 덕에 매일이 즐거웠고 세상에 이렇게나 많은 종류의 문화가 있었음을 처음 알았다"며 고마워하고, 예도 헌헌을 향해 네가 그렇게 태양인들의 생활에 관심이 많은 줄은 몰랐다고 대꾸하며 내심 흐뭇해한다. 하지만 헌헌이 봉래에는 이렇게 재미있는 것들이 많은데 왜 여기로 떠나온 거냐고 묻자, 예는 "봉래에 엄청 위험한 병균이 퍼지면서 수많은 태양인들이 병에 걸려 아프게 되었고, 그래서 봉래에서 더 살 수 없게 되어 어쩔 수 없이 이 곳으로 잠시 피신한 것"이라고 적당히 둘러댄다. 이에 헌헌이 그 병은 여기에서 치료할 수 있는 거냐고 묻자, 예는 꼭 그렇지만도 않다며 이제껏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헌헌의 소설처럼 태양인들은 그저 마지막 페이지까지 영원히 다다르고 싶지 않아해서 발버둥치는 것뿐이라고 자조하고는, 그래도 자신은 배드 엔딩을 맞이할 날이 두렵지 않다고 덤덤히 말한다. 하지만 헌헌이 이제까지 책을 쓰면서 결말이 존재하는 걸 그닥 원하지 않았기에 결말을 딱히 생각해본 적도 없다고 밝히자, 예는 그래도 우리 종족과 달리 너희 종족은 결말에 다다르려면 더 한참 걸릴 수 있을 거라며 은근한 부러움을 표한다.

얼마 후, 헌헌은 그동안 연습을 거친 끝에 직접 만든 도자기 하나를 과복에게 선물한다. 알고 보니 헌헌이 만들던 것은 과복의 고향인 영나라에서 전통 풍습으로 만들던 공예품인 오색병이었고, 헌헌은 과복의 모양을 본따 가장 잘 만든 도기에 직접 안료를 칠해 자기 나름 생각한 이야기까지 그려서 과복에게 선물한다. 이에 과복이 원인치고는 나름 잘 만들었다며 츤데레스러운 칭찬을 해주자 헌헌은 연습을 더 한다면 더 잘 해낼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이고, 그새 일을 보고 귀가했다가 이 상황을 본 예도 "난 이 방면에 아예 재능이 없어서, 이렇게까지 멋지게 만든 네가 나보다 훨씬 재능이 있다"고 헌헌을 칭찬해준다. 물론 말은 그렇게 했어도 이전에 친구인 예한테도 선물을 받아본 적이 드물었던 과복은 헌헌이 선물해준 오색병에서 눈을 떼지 않았는데, 이내 오색병에서 헌헌이 예와 과복과 함께 사계각에서 사는 그림까지 그려놓은 걸 보고는 감동해서 눈물을 글썽일 정도로 헌헌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한다.[17]

===# 천인 구역 #===
이제 스승인 역공을 제외하면 남은 시왕은 단 두 명, 상나라 고위 귀족 출신인 풍씨 가문의 가주로서 천도 의회의 후원자라는 명분으로 태양이 된 복희와 여와 남매가 있을 법한 곳은 신곤륜에 탑승한 상류층 승객들이 거주하는 천인 구역이었다. 천인 구역으로 가는 길은 크게 두 갈래였는데, 하나는 장경 석굴 서측에 설치된 탑승기를 타고 천인 구역 지하 통로로 바로 이동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요지 유적에서 일승루 꼭대기에 놓인 승강기를 타고 통천탑에 올라간 다음 낭떠러지와 누전된 밧줄들을 이리저리 피해가며 올라가는 것이었다. 지하 통로로 향하는 도중에 예는 통천탑 꼭대기에서 탑승 허가를 받지 못하고 밀항하려다가 길을 잃어서 고향의 부모에게 연락도 하지 못하고 사망한 동포의 천화한 시신을 발견하고, 천화가 너무나 치명적인 역병이었기에 정해진 99,999명의 승객 말고도 절박해진 사람들이 저 밀항객처럼 밀항을 시도하거나 위병들에게 애원하다 거절당해 죽었으리라는 생각에 닿으며 또 한 번 씁쓸해졌다.

그런데 막상 도착한 천인 구역은 지하 통로부터 뭔가 수상했는데, 승객들이 음용하거나 생활용수로 써야 할 물을 정수하는 정수탑에서는 어째선지 불길한 분홍빛을 띄어서는 농산 구역의 황수 만큼이나 닿으면 신체에 해로울 정도로 심하게 오염된 물만 내보내고 있었다. 게다가 이 오염수들은 천인 구역의 생활 센터로 가는 승강기까지 막고 있었기에, 예는 수도 시스템을 해킹한 후 창사 발판으로 올라가려 했으나 지하 통로를 지키는 파수꾼인 망치 기병-천수가 공격을 개시한다. 천수는 망치가 달린 육중한 팔로 상대를 내려치거나 가시 지뢰를 여러 개 매설하는 등 위협적인 공격을 가해 왔지만, 마침 지하 통로를 수색하던 도중 해킹을 통해 천수 옆에 있던 격납고를 열어 놓았던 예는 재빨리 가시 지뢰를 피해 거대 기병에 탑승하여 천수의 망치 공격에 똑같이 전격 둔기를 내리쳐 응수해 줄 수 있었다. 그렇게 천수를 격파한 후 승강기를 타고 천인 구역의 리빙 센터 입구로 들어가려는 예에게 여예는 '이 곳은 고위 귀족들이 거처하는 곳이라 호위가 많을 터이니 주의하라'고 조언하지만...

정작 들어선 천인 구역의 리빙 센터는 태양인들의 존재나 흔적은 커녕 고요한 적막만이 가득 차 있었다. 이상한 느낌에 바로 수색을 시작하려던 예를 맞이한 건 주민 없는 구역을 지키는 무사 타입의 위병들 뿐이었고, 예는 일단 위병들을 처리하면서 천인 구역의 승강기에 하나하나 전력을 주입하고 구역을 탐색해 나간다. 이내 예는 손님 없는 한 술집 안에서 능글거리는 말투가 특징인 천인 구역의 산해 9000을 발견하고 구역의 상황에 대해 물어보는데, 산해 9000에게서 들은 상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원래 영생로 계획의 진행대로라면 천인 구역에서 지낼 주민들은 일상 생활을 영위하면서도 천화 감염 진행을 늦추기 위해 정기적으로 득도관 내 영추에서 휴면하면서 신체 및 정신건강 관리를 받아야 했을텐데, 현 시점에서는 비정상적으로 깨어난 주민들이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면서 시스템마저 이들을 생명체로 구분하지 않을 정도로 구역 내부가 무법지대가 된 상태였고, 애초에 이런 준비 과정부터 천인 구역의 관리자인 복희가 계획을 총괄해 주민들을 책임져야 했을 터였으나, 현재는 부관리자인 여와만이 10년마다 1번씩 귀빈들만을 위한 연회를 열어줄 뿐 평민들의 관리는 황혼 파수꾼 후방 지원대에만 맡기고 아예 신경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를 염두에 두고 구역 탐색을 재개해보니, 안으로 더 깊숙이 들어 갈수록 구역 내 시설 곳곳에는 분홍색의 괴육으로 둘러싸인 하얀 가시들이 자라난 걸 확인할 수 있었으나, 이상하게도 이 가시들은 길을 뚫기 위해 파괴해도 금세 다시 자라났다. 뒤이어 천인 구역의 산해 9000이 말한 수면의 부작용으로 폭주해 폭동을 부리는 주민들로 추정되는 태양인 주민들이 나타났는데, 충격적이게도 이들은 전부 보라빛의 외눈의 얼굴과 몸 곳곳에 분홍색 수포가 붙은 채로 가시를 뿜어대는 괴상한 모습으로 흉측하게 변이되어 있었고 좀비마냥 자아의식은 없이 살육의 본능만 남은 듯 했다. 하필 이 변이체들은 무력화시킨 듯 했다가도 얼마 안 가 다시 되살아났기에 사실상 죽이는 것조차 불가능. 할 수 없이 예는 변이체들을 제압해 잠시 행동불능이 된 틈을 타 몸을 피할 곳을 찾다가 겨우 상류층 귀족들의 리빙 센터 안으로 피신하는 데 성공하지만, 안에 진입하는 순간 출입문이 잠기고 만다.

기왕 들어간 김에 시설 안을 둘러보던 예는 이내 아홉 태양 중 '공정'의 왕이자 풍씨 가문의 가주인 복희가 처소에 있던 것을 목격하고 혹여 전투를 치를 수도 있겠다 싶어 경계 태세를 갖춘다. 그런데 어째선지 복희는 처소에 들어온 예를 보고 별 반응을 보이기는 커녕, 자신과 여동생이 함께 연기했던 봉래 국극을 녹화한 홀로그램 영상을 감상하는 데만 몰두할 뿐이었다. 일단 예는 복희의 눈치를 보면서 조심조심 복희의 영추에 접근해 바로 접속하지만, 다른 태양들의 영추의 끝에서 그들의 진정한 소망을 볼 수 있었던 것과 달리 복희의 영추는 끝까지 기억을 열람했는데도 소망에 금이 가 있고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그래도 별다른 방해 없이 공정을 상징하는 '병(丙)'의 옥새를 손쉽게 얻은 것에 만족하며 영추의 접속을 끊고 나온 예였지만, 이내 복희의 쌍둥이 누이동생인 '이타'의 왕 여와에게서 착신을 받는다. 500년 간 못 본 사이 옥새 도둑질이나 하고 있는 거냐며 비웃는 여와에게 예는 놀지만 말고 아비규환인 천인 구역을 제대로 살펴보라고 일갈하지만, 여와는 '500년 동안 휴면에서 깨어나 이상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은 빈번했고, 그들은 황혼 파수꾼들이나 위병들이 알아서 해결해줄 것.'이라며 자신의 담당 구역에 대한 책임감을 전혀 보이지 않았고, 안 그래도 형편없는 시설과 요리도 불만인데 귀빈들을 위해 10년마다 개최해온 연회를 좀더 빨리 열게 되었다며 예를 힐난할 뿐, '원망할 거면 네 스승 역공이나 원망하지, 가만히 있는 우리는 건들지 말고 갖고 갈 거나 빨리 가지고 꺼지라'라는 말을 끝으로 통화를 끊어버린다. 그 사이 복희도 여와가 있을 연회장으로 갔는지 처소가 비었고 출입문이 다시 열린 것을 확인한 예는 다시금 변이체들을 피해 리빙 센터 좌측에 위치한 태양인들이 휴면에 들어가는 득도관으로 향한다.

때마침 도착한 통신에는 천화에 걸려 건강이 심하게 악화된 항아가 '너무 아프니 잠깐이라도 와 주면 안 되겠느냐'며 애원하는 메시지가 들어 있었다. 희의 영추에서 본 기억을 되짚고 천인 구역을 가득 메운 변이체들을 보며 스승인 역공의 만행을 어렴풋이 알게 된 예는 천화로 부모를 떠나보내던 때의 추억을 떠올리며 상념에 젖는다. 결국 예의 부모는 도교를 굳게 믿으며 아들의 계획에 따르는 것을 거부했고, 끝내 천화에 걸려 사망했다. 부모의 임종을 지키고 여묘살이를 하던 항아에게 예는 멀리 있어서 제때 찾아오지 못했다고 사과하지만, 항아는 괜찮다고 한다. '두 분은 살아서도 함께였고 돌아가실 때도 한 날에 가셨으니 외로우시진 않으실 것'이라고 쓸쓸히 말하면서도, 항아는 '어쩌면 이것이 섭리일 지도 모르겠다. 봉래에서 받은 것은 봉래에게 돌려줘야 하는 게 아니느냐. 나 또한 부모님처럼 다가오는 죽음을 겸허히 받아들일 테니, 오빠도 내가 죽는다고 해서 너무 슬퍼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며 달관한 모습을 보이나, 부모가 살 수 있는 길을 포기하고 고집을 부리다 죽었다고 여긴 예는 홀로 남은 동생까지 부모처럼 고집을 부리는 것 같다는 마음에 화를 내며 항아의 말을 자른다. 항아에게 부모처럼 헛되게 죽게는 놔두지 않겠다는 엄포를 놓았던 기억을 마지막으로, 예는 생각을 정리하고 현실로 돌아오지만...

이내 예의 눈 앞에 펼쳐진 득도관의 전경은 연옥과 다름없을 정도로 가히 충격적이었다. 구역의 시설들은 난동이 벌어진 듯 피투성이로 파괴되어 폐허나 다름없는 상태였고, 시설 안에는 리빙 센터에서 본 변이체들과 괴육, 가시들이 득실득실했으며, 이런 환경 속에서 휴면에 들어간 태양인 주민들의 데이터도 제대로 조회조차 불가능한 상황. 일단 예는 변이체가 없는 안전 지대에서 상황을 정리해 보려는데, 도중에 과복에게서 급한 착신이 온다. 여예와 함께 변이체 세포를 연구하던 과복은 지금 천인 구역에 창궐한 변이체들은 전부 거기 거주하던 태양인 동포들이 변이된 결과물이라는 충격적인 소식을 전하면서, 신곤륜 내에서 제일 안전 구역일 천인 구역이 이 지경까지 몰락한 데에 풍씨 남매의 무책임한 처사가 있지 않겠느냐는 추측을 제시한다. 하지만 예는 갓 휴면에서 깨어난데다가 이제껏 노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 있는 여와는 아무 것도 모르는 눈치였다며 "다른 배후가 있을지도 모르니 아직 속단할 수는 없다"고 답해주고서 과복과 여예에게 계속 조사를 맡기고, 사방에서 몰려오는 변이체들과 위병들을 제압하며 득도관 내부를 수색한다.

그러던 중, 어디선가 요란한 연회 음악 소리가 들려오면서, 예는 음악이 흘러 나오는 방향을 따라간 끝에 득도관 중앙에서 혼인식을 올리는 듯한 자세로 마주보는 풍씨 남매의 석상이 양옆에 세워진 거대하고 화려한 문을 발견한다. 정황상 이 곳이 여와가 귀빈들을 불러 놓고 연회를 베푸는 귀인전임을 직감한 예는 문을 열고 통로를 지나 연회장 내부로 들어가 보는데, 이내 눈에 총기를 잃은 채로 술과 약물, 그리고 쾌락에 절은 채 주지육림을 즐기는 귀빈들을 보고 눈살을 찌푸린다. 이윽고 여와가 복희를 대동하고 나타나 귀빈들만 들어올 수 있는 연회장에 어딜 멋대로 들어오냐고 힐난하자, 예는 남매를 향해 모래더미에 머리 박은 타조마냥 현실 도피하면서 뭐하고 지냈던 거냐고 따지지만, 오히려 여와는 '애초에 네가 주창한 영생로 계획은 처음부터 빈틈투성이라, 우리 귀족들은 다 포기하고 쾌락에 빠지는 길을 택했다'고 빈정대며 '그래도 우리는 태양인들의 두번째 고향인 이 곳에서 이렇게 지내는 게 훨씬 더 좋다'며 말을 들을 생각조차 없어보였다. 더이상 말이 안 통한다고 판단한 예는 너희가 어떻게 타락하든 나와는 상관 없고 신경도 쓰지 않을테니 옥새를 달라고 여와에게 요구하고, 여와도 '우리 역시 방해만 안 받는다면 상관없으니, 너도 이거나 먹고 떨어져라'는 마음으로 옥새를 내주려고 하지만, 곁에 앉아있던 복희가 뭐라 웅얼거리는 것을 듣고는, 갑자기 "우리 생각이 깊은 오라버니가 '너는 이전부터 귀족들을 적대해왔기에, 네가 옥새를 가져가도록 그냥 놔두면 우리 귀족들의 권세도 불리해지고 신곤륜도 위험해질 것이다'라고 말하니 옥새는 줄 수 없다"며 말을 바꿔버린다. 그리고는 예를 향해 "오랜만에 오라버니가 주연을 맡고 자신이 음악을 연주하는 무극을 선보일 테니 영광으로 알라"며 둘 중 한 쪽이 죽어야만 끝날 즉석 공연을 개최한다.

그렇게 공연의 주연으로서 두르고 있던 망토를 벗고 상체를 드러낸 복희의 모습은 심상치 않았다. 이전 봉래에서 살던 시절에는 훤칠한 키와 체구, 미모를 겸비했던 그였으나, 현재는 상반신이 전부 근육으로 단련되었다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비대해진 탓에 평상복으로 입고 있던 조끼는 누더기 수준으로 너덜너덜하게 찢어져 있고, 양 손에는 부종이 가득 끼었을 뿐더러 특히나 오른쪽 팔은 어깨부터 크게 부풀어 고름으로 가득찬 부종과 비정상적으로 길어진 오른손톱으로 인해 더더욱 기괴해진 상태였다. 거기다 왼팔로는 국극 배우 시절 연주하던 금을 몽둥이 삼아 내려치고, 부풀어오른 오른팔로 지면을 크게 할퀴거나 불이 붙은 칼날로 변형하여 땅으로 내려치는 공격은 복희가 아무리 배우로서 연기를 익혔다더라도 곱게 자란 귀족 가문 도련님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침착하게 복희의 공격을 막아내며 공격을 이어나간 끝에 복희를 제압한 예였으나, 수세에 몰린 오라비를 보고 놀란 여와는 손에 든 호로사를 불어 복희를 다시 깨우고, 복희가 예를 공격하는 타이밍에 맞춰 호로사로 에너지탄을 쏘거나 암살자들이 주로 쓰는 칼날 2개를 날리거나, 거대한 뱀 환영들을 소환하는 식으로 오라비를 보조하며 예를 방해한다. 하지만 이들의 주력기가 상대를 몰아붙이는 연계 공격임을 간파한 예는 1차전처럼 침착하게 여와의 방해를 뚫고 마침내 복희를 쓰러뜨린다.

복희를 쓰러뜨리자 오른팔이 떨어져 나가는 동시에 복희의 가면이 깨지는데, 복희는 변이 이전에 이미 신체의 부패가 심하게 진행되어 살아있다고 보기도 어려운 상태였다. 여와는 호로사를 불어 다시 복희를 깨워보려고 했으나, 복희가 일어나지 않자 호로사를 떨어뜨릴 정도로 놀라더니, "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오라버니가 깨어나지 않는 거냐"고 절규하며 복희에게 다가가려다 손을 헛디뎌 방석 드론에서 추락해 예 앞에 나자빠진다. 그러나 "어렵게 오라버니의 얼굴에 분장을 해줬던 건데 다 망가졌다"는 여와의 황당한 말에 예는 '지금 복희의 몸은 부패한 시체나 다름없는데, 신곤륜에 들어오기 전에 이미 죽어 있었던 것 아니냐'며 경악하지만, 여와는 '피리를 계속 연주하면서 약을 주사해야만 오라버니가 살아날 수 있다'고 대꾸하며 여전히 현실을 부정한다. 어릴 적 귀족들의 전통에 따라 한 전족 때문에 혼자 힘으로 제대로 걷지도 못하던 여와는 힘겹게 기어 복희에게 다가가 "신곤륜에는 죽음이 없으니 저런 말은 듣지 말라. 빨리 나아서 함께 연극을 보자"며 복희를 끌어안지만, 이내 생체 활동이 정지된 복희의 몸이 버티지 못하고 부종과 변이 가시를 뿜어내면서 여와 역시 튀어 나온 천화 변이 가시에 찔려 죽는 허무한 최후를 맞이한다.

귀인전의 끝자락 여와의 방에서 발견한 천화 혈청과 여와의 영추 속 기억을 통해, 예는 복희가 어떻게 그런 몰골이 되었는지 예상할 수 있었다. 비록 어머니에게 국극 배우 활동을 들켜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철없이 놀기만 하냐'며 꾸지람을 듣기도 했으나, 복희는 귀천을 상관하지 않고 동포들의 어려움을 잊지 않는, 모범적인 귀족이었다. 천화로 죽어가는 동포들을 보고 안타까워하는 여와에게 '저것은 네 잘못도, 동포들의 잘못도 아니다'라고 격려하면서도 내심 자신도 마음이 복잡하던 복희는 어머니 사후 풍씨 가문의 가주가 되자마자 천 년 동안 모아온 가문의 재산을 아낌없이 풀어 천도 의회가 진행하던 천화 해결책 연구와 구휼 활동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영생로 계획이 진행되며 신곤륜의 출항을 앞둔 상황에 복희 본인도 천화에 걸려 앓아눕게 되었고, 그동안 동포들을 비롯해 자신을 진심으로 아껴준 오라비를 한 남자로서 사랑했으나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죽어가는 걸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여와는 '마침 신약 개발에 성공했는데 전례를 깨고 대가 없이 먼저 쓸 수 있게 해주겠다'는 역공의 제안에 넘어가 천화 혈청을 복희에게 주사한 것이었다.

이렇게 이타를 상징하는 '경(庚)'의 옥새까지 취하고 사계각으로 돌아온 예가 진상을 전하자, 과복은 천인 구역이 지옥 같다던 말이 사실이었냐고 경악하며 '철없는 귀족 남매에게 중책을 맡기는 게 아니었다'고 빈정대지만, 예는 이 일의 배후에는 풍씨 남매보다 더 큰 힘을 가진 자의 흉계가 있을 것이라고 짐작하면서 여예에게 혈청의 분석을 맡긴다. 이윽고 혈청의 분석을 마친 여예는 과복과 예에게 분석 결과를 브리핑하는데, 역시나 혈청은 천화를 치료하는 용도가 아닌 천화 감염자에게 내재된 천화 바이러스를 오히려 변이시켜 감염자를 변이체로 만드는 약이었다. 거기다 변이 되었어도 천화의 전염성은 여전히 남아있었기에 정황상 천인 구역의 주민들은 구역을 함부로 돌아다니던 복희의 영향으로 전염된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변이체로 전락해버린 것임을 짐작할 수 있었고, 이 사태의 배후에 있는 자는 천화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역공이란 것도 확실해졌다. 다행히도 여예는 변이체들의 재생 유전자 배열을 알아내어 핵을 찾아내면 변이체들을 영구적으로 파괴할 수 있다는 희소식을 전하지만, 문제는 변이체 세포가 다양한 유전자의 결합으로 이루어졌기에 초기 유전자 세포를 쉽게 추적할 수 없는 상황. 그나마 세포의 제공자가 일반 태양인과 달리 쉽게 노화되지 않는 몸이라는 단서가 하나 있었기에 과복은 연단의 재료로 절찬리에 쓰여 왔던 강회와 고목과의 공명으로 성장이 멈춘 예의 사례를 들어 제시해 보지만, 안타깝게도 둘 다 변이체 세포와 자못 달랐다고 한다.

이때 예는 희의 영추에서 역공이 희를 모체로 무언가 실험하던 때의 광경을 본 것을 떠올리고, 어쩌면 실마리가 될 수 있겠다며 장경 석굴에서 갈무리한 희의 모발을 제시하면서 여예에게 분석을 지시한다. 고대 곤륜족 중에서도 돌연변이 인자를 가지고 태어난 희는 그 돌연변이 인자 덕분에 혼원기부터 태초기에 이르는 수 천년을 넘게 불로장생했고, 신곤륜에서도 천화의 병마에 시달리지 않고 500년의 태시기에도 정정히 살아있었던 것이다. 예의 예상대로 변이체의 초기 세포는 희에게서 비롯된 것이 맞았고, 덕분에 여예는 희의 모발에서 찾아낸 초기 세포 자료를 바탕으로 천화 변이체의 핵에 침입하여 아무리 죽여도 다시 되살아나는 변이체를 완전 사멸할 수 있는 장치를 설계해 준다. 작동 원리도 간단해서 어디서든 재료를 구해 만들 수 있지만 제조 과정이 매우 복잡하다는 단점이 있었는데, 물론 이 정도는 과복에게 누워서 떡먹기였기에 과복은 금세 여예의 설계대로 만들어낸 장치 '변이체 파괴왕'을 예의 주술 시스템에 부착해준다. 이 백신 제작에는 헌헌도 거들었는데, 둘이 티격태격하면서도 손발이 잘 맞는 모습을 보자 예는 내심 흡족해한다. 다만 '작명이 너무 투박하다'며 소소한 불평을 하던 예였으나, 성능은 확실히 '파괴왕'이라는 이름에 걸맞았으니, 지금껏 죽어도 되살아나는 변이체들이 변이체 파괴왕으로 업데이트한 첩부로 기폭하자 눈 깜짝할 사이 소멸했다. 이제 변이체들을 첩부로 없애는 것이 가능해지자, 변이체 덩굴로 가득차 미처 진입하지 못했던 구역도 너끈히 진입할 수 있게 된 예는 다시 천인 구역을 돌면서 길을 닦아낸다. 과연 변이체들을 없애자, 이들이 신곤륜에 탑승한 태양인들이었다는 증거가 나오기 시작했다. 의술을 공부하여 고향에서 천화에 시달리는 부모를 돕고자 했던 소년, 의연하게 구독자들을 다독이며 재회를 기약하는 인플루언서, 일생 동안 운이 없었던 청년 등등 승객들의 명패가 종종 발굴되곤 했는데, 이를 보며 예는 자신의 과오와 스승의 만행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다시금 귀인전으로 들어서자, 제대로 눈도 못 감은 여와의 시신과 완전히 부종으로 뒤덮혀 흉측한 몰골이 된 복희의 시신에는 어느덧 가시 꽃이 자란 채였다. 변이체 파괴왕이 깃든 첩부로 기폭을 하니 복희의 시신은 머리만 남고, 여와의 시신은 그런 복희의 머리를 안은 채로 천화해 균화를 피운다. 살아서나 죽어서나 서로를 의지했던 쌍둥이답게, 이들의 도과는 큰 도과 두 개가 엉켜 있는 쌍생 도과였다. 예는 이들의 도과를 갈무리하며 천인 구역을 나서다가 득도관 근처에 떨어져 있던 천체 통행증을 하나 입수한다. 이 통행증을 입수함으로써, 예는 드디어 극비구역이라 접근 제한이 있었던 천도 연구 센터까지 승강기로 직접 타통할 수 있게 되었다.

사계각으로 돌아오니, 헌헌은 지금껏 자기 또래의 태양인 아이들을 본 적이 없다며, 만약 태양인 아이들을 만난다면 친구가 될 수 있을지 상상하고 있었다. 전혀 다른 종족이었던 자신과 과복, 치우에게 먼저 손을 내밀며 친해진 헌헌의 친화력을 높이 사는 예는 '너는 착하고 붙임성 있는 아이이니, 분명 그들과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말해주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같은 생명인 원인들을 착취하고 영생을 추구했던 태양인들의 말로를 알기에, 예는 침통한 감정을 홀로 삭힐 수밖에 없었다.

신농 또한 예처럼 천인 구역으로 잠입하여 태양인 귀족들의 사치를 보며 혀를 내둘렀던 차였다. 저들이 원래 저렇게 더럽게 노느냐는 신농의 질문에, 그래도 생전의 복희처럼 모범적인 귀족들도 있었음을 알게 된 예는 '원래 다들 저러지는 않았으나, 불치병에 걸려 종말을 앞둔 운명으로 인해 희망을 잃고 자포자기 한 것'이라는 이유를 알려준다.

3.2.4. 천인 구역 Outro

천인 구역으로 올라가는 통천탑 안에서 예는 유전자 변형 비료를 하나 더 발견하고 헌헌에게 건네준다. 역시나 마당의 괴목이 더 자랄 수 있겠다며 잔뜩 기대하던 헌헌이었지만, 예는 물극필반의 도리를 들어 뭐든 지나친 것은 좋지 않다고 주의를 주면서도 솔직히 괴목이 얼마나 더 자랄 수 있을지 궁금하긴 했기에 "만약 문제가 생기면 내가 처리할테니 네가 원하는 대로 하라"고 당부한다. 그리고 잠깐 출타했다 다시 사계각으로 돌아오니, 그 며칠 사이 나무는 더욱 크고 굵어져 사계각 옥상까지 가지를 드리우고 있었고 신농과 예는 얼이 빠진다. 다 자란 괴목을 구경하며 "신농은 사실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높은 곳을 무서워한다"는 헌헌의 말에 예도 "처음에 저 나무가 하늘 끝까지 자라서 선계에 닿을 수 있다면 선도를 따오겠다고 허세떨지 않았냐"며 놀리자, 신농은 그저 높은 곳에 있으면 현기증이 나고 어지러운 것뿐이라고 변명하면서 일전 예가 언급했던 연단으로 날개를 얻어 날아다닐 수 있게 된다면 진작 극복해냈을 거라고 항변한다. 하지만 헌헌은 그동안 예가 말해준 물극필반의 도리에 대해 깊게 생각해봤다며, "사람들은 욕심 때문에 스스로가 가진 본질을 외면하고 자기 자신이나 다른 것들을 최고로 만들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그런 최고의 결과들을 퍼뜨리고 싶어한다. 하지만 이야기를 쓸 때 재미있는 요소들을 막 집어 넣다가는 도리어 이야기가 망가지고 재미가 없어지는 것처럼 나무를 키우는 것도 마찬가지였고, '뭐든지 때때로 많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란 속뜻을 비로소 이해했다"며, 이제는 이제는 비료를 주지 않고 그냥 나무가 제 스스로 자랄 수 있도록 두기로 한다.[18] 그런 헌헌의 모습에서 누이 항아를 떠올린 예는 '식물을 키우고 돌보는 것은 나보다 내 누이가 더 뛰어났다'고 헌헌에게 항아에 대해 알려준다. 그렇다면 왜 형은 배우지 않았느냐고 되묻는 헌헌에게 자세한 가정사를 밝히기는 어려웠던 예는 '네 말대로 왜 안 배웠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고 얼버무리며 회한의 감정을 드러내고, 헌헌은 지금이라도 배우고 싶다면 배우면 된다고 다독인다.

천인 구역의 생활관을 누비던 중 예는 봉래 귀족들이 주로 찾는 고급 주점의 레시피를 발견하고, 평소 이런저런 요리에 관심이 많은 헌헌에게 이 레시피가 적격이라는 생각으로 선물한다. 역시나 헌헌이 레시피에 관심을 보이며 내용을 읽어보자, 예는 이 레시피에는 고급 주점에서 귀족들을 위한 고급 전통요리의 조리방법이 수록되어 있다고 설명해주면서, "귀족들의 전통 요리는 음식의 맛 외에도 음식의 전체적인 색채와 플레이팅 등의 외형까지 중시한다"는 문화도 덧붙인다. 이에 헌헌은 아무리 그래도 무를 용으로 조각한다니 너무 과장된 것 아니냐며 난색을 표하면서도 예에게도 고향에 있을 때 이렇게 화려하게 먹었냐고 물어보지만, 정작 예도 귀족들의 화려한 성찬에는 별 관심이 없었기에 먹어본 적도 없고 먹는 방법도 몰랐다. 오히려 도교를 숭상하는 가정에서 나고 자라 검소한 생활이 몸에 배어있었던 예는 술에 어울리는 안주나 간단한 집밥을 선호했고 평생 먹어본 것들 중에서 가장 맛있게 먹었던 음식이 하룻밤 지나 식힌 밥으로 만든 봉황란볶음밥이었기에, 헌헌은 기억 속 추억의 그 맛을 망치고 싶지 않으니 굳이 시도하지 않아도 된다는 예의 말을 무시하고 연습을 해서라도 맛있게 만들어주겠다며 열의를 불태운다.

이후 여러 바쁜 일을 처리하고 사계각으로 돌아왔을 때, 헌헌이 일전 예가 준 레시피를 참고해 만든 요리들로 진수성찬을 차리고 있었다. 한시가 바쁜데다 긴장을 놓을 수 없는 바깥의 상황 때문에 식사에서 빠지려던 예였으나, 밥 먹는데 그렇게 시간도 많이 안 든다며 같이 먹자는 헌헌의 권유에 못 이기는 척 밥상 앞에 앉아 모처럼 식도락을 즐기고, 과복도 원인이 이 정도까지 재현해낼 줄은 몰랐다고 감탄하면서 봉래식 성찬을 즐긴다. 자신의 요리를 좋아해주는 둘의 반응에 헌헌은 기뻐하면서 나중에 예의 일이 끝나면 어디든 좋으니 다같이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이야기하고, 예는 함께 있을 수 있다면 뭐든 좋다고 흐뭇해한다. 그런데 과복이 중간에 끼어들어 미완성된 음식이 있던데 뭐냐고 묻자, 헌헌은 미완성된 음식에 대해 재료가 없어서 못 만들었음을 밝힌다. 하필 그 음식은 원인의 심장을 요리한 것이었기에 과복과 예는 그 음식은 안 만드는 것이 좋다고 넌지시 알려주면서 동족들의 과오를 남몰래 부끄러워 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치우는 일전 예가 가져다 준 단혼도로 훈련을 하던 중에 단혼도를 박살내 버렸다며, 염치없지만 이번에는 법사 타입의 고위급 위병이 다루는 풍화환이라는 무기를 가져다 줄 것을 부탁한다. 다만 그동안 신곤륜 곳곳을 돌아다니며 형천을 수리할 금을 모으던 치우가 얼마 전부터 그 금들을 비롯한 각종 부품들을 헌헌에게 다 넘겨주는 등의 행보를 보인 것에 의아해진 예는 이전에 창고 구역에서 천강법사를 무찌르고 얻은 풍화환을 넘겨주며 슬쩍 의도를 떠보는데, 치우의 대답은 이전과 사뭇 달라보였다. 이전에는 남을 해치는 행위에 대해 그건 스스로 하지 않기로 선택한 것뿐이었다고 웃어넘기던 치우는 그렇다고 그런 행위를 자신이 아예 하지 못하는 건 아니라고 말하면서, 이제까지 형천의 자아를 일깨워주고자 노력해왔지만 더이상 가망이 보이지 않았고, 자아가 없는 삶은 죽느니만 못하다며 형천을 제 손으로 처치해 안식을 주어야겠다는 결단에 이른 것이다.

또다른 한편, 사계각의 산해 9000은 예 덕분에 맵 데이터가 어느 정도 모였는지 또다시 사계각 식구들 몰래 이번에는 승객 명단에서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이를 포착한 예가 찾던 것은 찾아냈냐고 묻자, 산해 9000은 이번에도 예와는 무관하니 알 필요는 없다고 둘러대려고 했지만, 명단을 자세히 못 봤고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것 뿐이라는 예의 말에 고심하더니 "친구를 찾고 있다"는 본 목적을 밝힌다. 다만 비슷한 모델을 찾는 건가 싶었던 예의 예상과 달리 산해 9000이 찾는 친구는 태양인이었고, 예는 그렇다면 태양인들은 전부 천인 구역의 득도관에서 휴면 중일테니 그 쪽을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하지만, 정작 산해 9000은 득도관에 친구가 없었단 사실을 알려준다. 휴면이 지속되지 않은 태양인들은 거의 죽었을 것이 분명했기에 예는 만약 친구가 득도관에 없다면 시체 더미에서 찾는 것이 더 빠를지도 모르겠다며 유감스러워 하지만, 산해 9000은 곧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며 괜찮다고 말한다.

====# 도화촌 Side: 성화봉송 #====
한편 황룡사에 중독된 아이를 수제 해독제로 살려낸 일이 예와 무녀를 통해 어느 샌가 도화촌 주민들 사이에 퍼졌는지, 주민들이 보약과 해독제가 필요하다고 부탁해 오면서 신농은 내키지는 않았음에도 꼬박꼬박 약을 만들어 들려 보내줬는데, 주민들이 감사의 표시로 생활에 여러 도움을 주면서 뜻하지 않은 품앗이를 주고 받게 되자, 그동안 겪어보지 못했던 사람들의 친절과 베품이 영 익숙하지 않다며 착잡한 심정을 드러낸다. 예는 주민들과 친해지니 좋은 점이 더 많아지는데 뭐가 문제냐고 되묻지만, 신농은 과거 마을의 수상한 점을 알리려 했음에도 주민들에게 미친 사람 취급 받았으며 끝내 금지 구역의 깊은 곳에 난 길로 진실을 찾으러 간 것을 끝으로 실종된 것도 억울한데 이후 나타난 무녀에게 신령을 믿지 않아 벌을 받은 것으로 매도당한 것도 모자라 무신론자의 반면교사로 찍혀버린 양모 은공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그녀가 이제와서 주민들과 친해진 자신을 보면 뭐라 할지 모르겠다고 한탄한다. 이에 예가 설마 은공이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가능성을 믿고 사계각에 머무르는 거냐고 떠보자, 신농은 처음에는 그 일말의 가능성에 매달렸지만 지금은 확신이 안 선다고 자조하면서도, 적어도 은공이 알려준 것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안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며, 자신은 남들에게 의지하지 않아도 될만큼 강해지고 싶다는 욕망을 내비친다. 하지만 예는 신농에게 "당신은 언제든 혼자 떠나 자유롭게 살 수 있겠지만, 그 길의 끝이 얼마나 외로울지는 상상할 수 없을 거다. 그러니 잘 생각하라"며 진심을 담아 충고한다.

하지만 예가 자리를 잠시 비웠다 돌아왔을 때, 헌헌이 밖에서 신농을 못 봤냐며 "아까 도화촌 주민들 몇명이 와서 신농과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데 신농은 나보고 따라오지 말라며 주민들을 따라 급하게 피난촌으로 향했다"는 말로 도화촌에 변고가 벌어진 듯한 사정을 전해온다. 신농과 마을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 아니냐는 헌헌의 걱정에 예는 "마을 사람들이랑 술 마시러 갔을 것이고 가서 데려오겠다"는 말로 헌헌을 달래고 피난촌으로 가보는데, 알고 보니 갑자기 피난촌에 위병대가 쳐들어오는 바람에 마을 사람들이 신농에게 도움을 청했으나, 한 차례 위병대를 몰아내는 과정에서 그만 무녀가 아이들을 지키려다 칼에 두 세 차례 베여 큰 중상을 입었고 신농 역시 필사적으로 싸웠음에도 왼손까지 잃는 큰 부상을 당한 상황이었다. 위병대는 병력 보충 후 다시 쳐들어올 것이 분명했기에, 주민들을 지키고자 목숨 걸고 처절하게 싸운 신농에게 예는 나머지 적들은 자신이 처리해 주겠다며 안심시키고, 신농은 제발 그 괴물들로부터 주민들을 지켜달라고 진심으로 부탁한다.

다행히 예가 쳐들어온 위병대를 전부 물리쳐준 덕에 도화촌은 다시 안전을 보장받고 신농도 제대로 부상도 치료하지만, 촌장이자 지도자였던 무녀는 노환에 얻은 중상으로 인해 생명이 다해가고 있었다. 무녀는 예에게 이 마을이 그대로 남아있는 이상 당신에게 주식 제공을 해드릴 수 있다며 같이 있어 달라고 빌지만, 신농은 이미 일이 다 벌어진 마당에 떠올린 게 고작 그런 생각 뿐이냐고 일갈, 여태껏 무녀가 마을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택한 일들에 대해 이해는 하면서도 계속 이렇게 살 수는 없다며, "우리도 더 이상 아무 것도 모르는 바보가 아니다, 비록 바깥에 온갖 두려운 것들이 가득할지라도 그만큼 무한한 기회들이 있지 않겠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당신은 모른다. 모두가 앞으로 닥칠 일들에 대해 두려워 하고 있고 나도 마찬가지지만, 용기를 내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며 현실을 직시하고 나아가겠다는 포부를 내세운다.

이런 그의 의지를 본 무녀가 혼자 다니는 걸 좋아한 것 아니었냐고 정곡을 찌르자, 신농은 "난 그저 다른 사람들처럼 현실에 쉽게 안주하다가 냐악해져서 은공만도 못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을 뿐, 사실 나도 사람들이 필요했다"는 진심을 토로한다. 그러자 무녀는 "눈 깜짝할 새 네가 이렇게 잘 큰 걸 보니 내가 사람을 잘 골랐다."라는 말로 안심을 표하더니, 신농에게 "사람들을 이끌고 더 먼 곳으로 나아가라, 선조들의 뜻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네가 본 모든 것들을 의심하고 경계해라, 너라면 해낼 거라 믿는다"고 안심하며 신농에게 지도자 지위를 위임하고 눈을 감는다. 그제야 신농은 스승 은공이 마음이 꺾인 채 정체를 숨기고 돌아와 진실에서 눈을 돌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예 역시 고대 광산을 통해 지하 동굴로 진입하던 중 입구에서 봤던 비석에 '진실을 보지 말고 그냥 현실에 안주하라'고 당부하는 비문이 적혀있던 걸 보고 은공이 세상을 누비다가 잔인한 진실을 깨닫고 도화촌 사람들에게 남겼으리란 사실을 눈치챈 바 있었다. 젊은 날에는 지금의 신농처럼 진취적이고 때론 무모하기까지 했던 그녀였으나, 도화촌이 결국은 태양인들에 의해 만들어진 사육장에 불과했으며 바깥으로 나간다고 해서 해방되는 게 아니라 더 큰 우리로 옮기는 것뿐이라는 것을 알아버린 은공은 언젠가 신농도 자신처럼 마음이 꺾이지는 않을까 걱정하여 제발 현실에 안주하길 바랐으나, 신농은 듣지 않았다. 하지만 은공의 생각보다 신농은 훨씬 강인했고, 예를 비롯한 동료들까지 함께 하였으니 마지막 순간에는 마음을 놓고 제자에게 진취적인 자세를 물려줄 수 있었다. 오랫동안 진실도 모르고서 망상이 심하다며 자신을 무시했던 주민들에게 억하심정을 갖고 있었기에 "자유의 몸이 되면 마을을 나가 혼자 자유롭게 살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던 신농이었지만 결국 그의 본심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고 싶었던 외톨이였을 뿐이고 예와의 교류를 계기로 크게 성장한 셈이다.

자신이 이제는 지도자로서 책임을 지어야 한다는 것을 직감한 신농은 결심을 굳힌 듯 자리에서 일어나 남은 한 손으로 창을 바로 쥔다. 하루 아침에 지도자를 잃고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 도화촌 사람들은 마을의 차기 지도자가 된 신농에게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물어오고, 신농은 '그 동안 방랑하면서 세상이 얼마나 넓고 큰지 알았다. 나도 어찌 해야 할지 당장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보고 들은 것들을 너희도 몸소 체험했으면 좋겠다'며 이웃들을 다독인다. 작별을 직감한 예는 '네가 이 사람들의 우두머리가 될 줄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라며 섭섭한 감정을 밝히고, 신농은 "앞날이 막막한 상황에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지켜야 할 사람들이 생긴 만큼 모두에게 내가 보고 들은 것들을 전부 알려주며 너나 신령에게 의존하지 않아도 될만큼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겠다"는 포부를 전하며 피난촌에서 도화촌 주민들과 함께하기로 한다. 예는 '네가 빚은 술의 맛을 몰랐어야 했다'며 아쉽지만 작별인사를 건네고, 신농도 그 동안 예를 백발 요괴라고 경계했던 걸 사과하면서 더 이상 같이 술은 못 마시게 된 것은 아쉽지만 좋은 친구였다고 예를 인정하며 그의 행보에 행운을 빌어준다.

다만 작별하기 직전, 예를 잠시 불러세운 신농은 "위병대가 들이닥치기 전에 헌헌이 부적이라고 내게 부상패를 걸어줬었는데, 이 부상패가 칼날을 세 번이나 막아주었다"고 밝히며, 신을 믿지 않고 의심하던 자신도 이 정도면 신이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받아들인 후 망가진 부상패를 다시 돌려준다. 사계각으로 돌아온 예는 헌헌에게 부상패를 돌려주고, 진짜 신이 있는 건가 들뜬 헌헌과 대화를 나누다가 부상패 안에 들어 있는 금패가 공격을 막아준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19]

3.3. 천도 연구 센터

3.3.1. Intro

어느 덧 사계각에도 겨울이 찾아오고, 계절이 지나는 동안 사계각의 몇몇 동료들이 갈 길을 찾아 떠나기도 했지만, 사계각은 헌헌이 마련해 놓은 살림살이와 취미로 작업한 많은 것들로 차 있었다. 어린 시절 동화책처럼 읽었던 주술 코딩 학습서를 선물했더니, 처음엔 어려운 글에 난감해 했으나 예가 실망하는 걸 보고 싶지는 않았는지 머리를 부여 잡으면서도 금세 주술 코딩을 배워서 고치기 힘든 오류를 남기기는 했어도 사계각의 낮과 밤을 바꿀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해 놓았고, 이내 과복에게 3D 프린터기의 분해와 재조립을 배우는 과정에서 적은 금액으로 제작해 분해하면 많은 금을 주는 도면을 등록해 놓기도 했으며, 그간 치우가 분해해 갖고 있던 각 구역의 산해 9000들의 잔해로 그동안 배운 기술을 총동원해 야매 점술기계까지 만들어낼 정도로 많이 발전해 있었다. 그런 헌헌을 기특해 하던 예였지만 이제 앞으로는 기회가 없을지도 모르겠다며 마지막으로 헌헌에게 바둑 대국을 제안한다.

대국을 하던 도중 예는 "현재 진행되는 일에 대해서 내가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점점 깊게 파고들어 보니 전혀 그렇지 못한 상황이었으며, 이제는 고향 별에 있을 사람들이 그립기도 하다"는 자조와 후회섞인 한탄을 한다. 그러면서 예는 헌헌과 '진정 가치 있는 삶은 무엇인가'에 대해 논하는데, 2년 간 함께 살면서 사소한 일로도 서로 다투기도 했지만 그것도 모두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면서, 인생이란 결국 희로애락의 모든 순간을 소중히 여기는 것 아닐까 고찰하는 헌헌을 보고 예는 대견해 한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던 도중 마침내 헌헌이 바둑에서 예를 이기면서 크게 기뻐하고, 예도 '이제는 다른 상대를 알아봐도 되겠다'라며 헌헌의 승리를 축하해 주지만, 헌헌은 승패에 상관없이 그저 형과 이렇게 바둑두는 것만으로도 즐겁다고 말해준다.
====# 드러나는 진상 #====
전에 입수한 통행증을 통해 승강기를 타고 천도 연구 센터 상층까지 도착한 예. 천도 연구 센터는 이 모든 사달의 발단인 만큼, 천인 구역 이상으로 아수라장이었다. 변이체들이 널려 있는 것은 물론이고 곳곳에 변이체 덩굴들이 즐비하여 연구 센터 하층과 상층을 연결하는 승강기까지 막고 있었을 뿐더러, 상위 위병인 무사들이 침입자 사이로 암습하여 맹렬한 검격을 펼쳤다. 하지만 신곤륜을 누비며 수행을 쌓고 강해진데다, 변이체 파괴왕까지 갖춘 예에게는 더 이상 이들이 위협이 되지 않았다. 변이체 파괴왕으로 변이체 가시 덩굴을 제거하자, 리프트가 낙하하여 뚫린 구멍을 통해 연구 센터 지하로 가는 샛길이 열린다.

샛길의 승강기를 타고 마침내 연구 센터의 지하로 잠입한 예는 스승 역공이 남긴 연구 일지 홀로그램을 통해, 역공이 무슨 의도로 만행을 저질러 왔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태초기 중반부터 역공은 풍씨 가문의 후원을 받아가며 영생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천화 바이러스가 창궐하였다. 역공은 어떻게든 천화 바이러스의 해독약을 찾고자 연구에 몰두했으나, 감염 경로를 파악할 새도 없이 바이러스는 태양인 사회에 빠르게 확산되었고 시국은 점차 혼란에 휩싸인다. 그러나 역공은 이를 기회 삼아 원래 비밀 단체로 시작했던 천도 연구 센터의 존재를 천화 바이러스의 해독제를 찾아내겠다는 목표를 내세워 드러냄으로서 사람들의 환심을 사고, 곧 상류층 귀족들의 후원을 받아 연구 센터를 의회로 발전시켜 봉래의 중앙 집권을 도모하는 한편, 봉래 9국을 돌며 자신의 과학이론을 설파해 이에 매료된 각 나라의 최고 기술자들을 모아 바이러스 해독제 연구에 박차를 가한다. 그러던 중, 강연 차 들른 하나라를 돌아보다가 창사 비행기를 개발하던 중 폭발 사고를 당했으나 고목과 융합해 겨우 살아남은 예를 만나게 되었고, 역공은 예에게 고목을 안정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장치를 이식하여 치료하는 것으로 살린 후, 자신이 세웠던 이론처럼 고목과 태양인이 안정적으로 결합된 예를 보면서 이것이 태양인이 가야할 길이라 생각하며 의회 가입을 제안해 제자로 들인다.

그렇게 예를 의회에 들여 7년 동안 스승으로서 물심양면으로 지원한 끝에 간부급인 태양으로까지 올린 역공은 이후 예가 천화 바이러스의 해결을 위해 <영생로 계획>을 제안하자, 이를 수용하고 간부들에게 각자의 영역에서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할 것을 지시하면서 자신은 천화 정밀 조사 및 해독제 개발에 열을 올렸지만 전부 수포로 돌아갔다. 하필 천화 바이러스에 영향을 받는 유전자는 고목 부상과 관련된 유전자였기 때문에 고목 부상의 힘에 의해 지성을 얻고 진화한 태양인들에게는 치명적이었고, 역공은 궁여지책으로 인공 배아 상태에서 고목 관련 유전자를 배제한 후 배양한 적도 있었으나, 이렇게 유전자 조작된 태양인들은 천화에 걸리지 않는 것을 대가로 지능과 언어능력이 퇴화한 채로 평균 수명까지 살지도 못하고 단명하는 한낱 축생으로 돌아가버려 골머리를 앓았기에 일단 역공은 영생로 계획에 집중하기로 한다.

그러다가 신곤륜의 완공 및 출항 준비가 한창일 때, 고대 곤륜 일족으로서 무병불로장생하며 오랜 세기를 살아온 희의 특이 체질에 대해 알게 된 역공은 희의 세포를 통해 천화 바이러스의 해독제를 만드는 실험을 예를 비롯한 태양들 몰래 진행한다. 다만 이렇게 만들어진 해독제도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몰라 아무에게나 맘대로 접종할 수도 없었는데, 때마침 의회의 후원자인 풍씨 가문의 가주이자 태양 중 한 명인 복희가 천화에 감염되어 중태에 빠지는 사태가 벌어지자, 역공은 오빠 걱정에 제대로 생각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던 여와에게 접근해 "전례를 깨고 가장 먼저 치료약을 쓸 수 있게 해주겠다"고 약속함으로서 후원을 유지하고 실험을 계속 진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출항 직전, 예에게 자신이 천화 바이러스를 퍼뜨린 흑막이란 사실을 들키면서 예가 영생로 계획을 즉각 중단하고 태양인들에게 사실을 알리려 하자, 역공은 미리 손을 써 의회에서 예를 고립된 처지로 만든 후, 사제간 정 때문에 쉽게 공격을 하지 못한 예를 잔인하게 처리하고서 원인 농장의 절벽에서 떨어뜨린 후, 예가 고안해 놓은 AI 자동화 시스템을 축소하고서 일부 천화 바이러스 감염자를 선정해 직속 휘하부대 황혼 파수꾼으로 삼아 인력으로 대체한 후, 계획대로 신곤륜을 출항시키며 태시기의 막을 올린다.

그렇게 500년에 걸쳐 영생로 계획이 진행되는 동안, 역공은 희의 유전자를 토대로 만든 혈청을 복희에게 임상 시험을 겸해 먼저 주사하고서 경과를 관찰한다. 하지만 효과가 있는 줄 알았던 혈청은 오히려 갈수록 복희를 흉측하게 변이시키고 스스로 제대로 생각할 수도 없어 여와의 연주에만 반응하도록 만들었기에 역공은 결과를 토대로 혈청을 개선하면서 황혼 파수꾼들에게 주사해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혈청을 맞은 황혼 파수꾼들은 그나마 여와의 연주에 반응해 고분고분하게 행동했던 복희에 비하면 아예 자아조차 잃은 변이체가 되어버리는 결과를 맞이했다. 설상가상 치료되지 않는 복희의 상태에 자포자기한 여와가 현실을 외면하고 연회를 즐기기로 선택하면서 10년마다 복희를 데리고 천인 구역을 돌아다닌 탓에 복희를 중심으로 천인 구역에 거주하던 태양인들 전부가 변이 바이러스에 전염되어 변이체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역공은 희의 유전자로 인해 변이된 바이러스가 감염자를 변이시키는 과정에서 고목 부상 유전자를 흡수해 변이체들이 자연적으로 죽는 것을 방지하고, 변이체들이 집단 의식과 협력을 보이기도 하는 걸 보면서 이 모든 일의 시발점이었던 영생 계획을 떠올리고 관점을 달리보게 된다. 이내 역공은 자신의 과오로 인해 창궐한 천화 바이러스가 태양인들을 멸종시킬 재앙이 아니라 우주에서 내린 시험이자 태양인들에게 준 선물이라는 핀트가 심각하게 엇나간 결론을 내리고, 최종적으로 고목 부상에 천화 변이 바이러스를 주입해 감염시키고 앞으로 미래에 태어날 태양인들을 모두 변이체화 시킴으로써 태양인들이 영원히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극단적인 계획을 실행하기로 결심하게 된다.
====# 대 위기, 그리고 깨달음과 각성 #====
모든 진실을 알고 역공의 영추에 진입함으로서 500년만에 스승과 재회한 예였지만, 역공은 그동안 예가 태양들을 전부 죽이고 옥새를 탈환하도록 놔둔 행적에 대해 자신의 안배였다고 조롱하고는, 영추의 본 주인은 침입자를 저지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예를 가볍게 제압하고서 예가 그동안 모은 옥새들을 전부 탈취한다. 그리고 태양인을 낳아줄 고목 부상에 천화 변이 바이러스를 주입함으로서 앞으로 태어날 태양인들이 전부 영생을 살게 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밝히며 예를 영추의 가장 밑바닥인 악몽의 영역으로 떨어뜨리고 영추에서 벗어난다.[20]

파일:영추속 예.png
영추의 밑바닥에서 사랑하는 가족들을 버리면서까지 고심해서 고안한 자신의 영생로 계획이 스승에 의해 완전히 변질되고 악용됨으로서 남은 태양인들마저 멸망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에 절망한 예. 그런 그의 앞에 항아가 나타난다.
항아: 오라버니.
예: 항아? 너야?
항아: 그동안 많은 생각을 했어.
예: 무슨 뜻이야?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거야?
항아: 미안, 오라버니랑 함께 갈 수 없을 것 같아.
(이 다음 뒤에 예의 기억이 떠오른다)
: 뭐...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항아: 난... 오라버니와 가지 않을 거야. 남아 있을래.
: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야? 왜 갑자기 이런 바보 같은 소리를 하는 건데?
항아: 나 지금 진심이야.
: 여기에 계속 있으면 죽게 될 거야! 알아?
항아: 알고 있어. 하지만 봉래가 아닌 곳에서 생명을 끝낸다는 게 상상할 수 없어.
: 신곤륜에 가면 바이러스를 끝낼 방법이 있을 거야. 그럼 더 이상 천화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
항아: 하지만 사람은 언젠가 죽어. 나는 대도에서 나의 여정을 마치고 싶어.
다시 나타난 항아는 대뜸 예에게 봉래에 남겠다는 얘기를 하고, 시점은 봉래에서 신곤륜이 출항을 앞둔 때의 날로 돌아가, 무슨 바보같은 소리를 하냐는 예에게 항아는 봉래에서 죽음을 받아들이고 대도로 돌아가고 싶다는 도교 사상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말은 도교 사상을 등한시하던 예에게는 터무니 없는 소리나 다름없었다.
: 또 그런다. 입만 열면 바보 같은 소리만 하지. 왜 이렇게 살기 싫어하는 거야?
항아: 나도 살고 싶어! 오라버니랑 같이 살고 싶다고! 하지만 오라버니, 난 도망가고 싶지 않아. 삶과 죽음은 삶에서 떼어낼 수 없는 일부분이야. 우리는 열심히 살아야 하며, 죽음도 떳떳하게 맞이해야 해.. 그 때 고목이 오라버니의 생명 연장을 위해...
: 그 때 나를 구한 사람은 사부님이야! 그동안... 내가 열심히 연구에 몰두한 이유가 뭔데, 왜 너까지 이해를 못 해주는 거야? 어떻게 이렇게 날 배신할 수 있어? 난 좋은 것만 너에게 줬어!
항아: 그건 오라버니가 주고 싶었던 거지, 내가 달라고 한 게 아니야! 말 끝마다 나를 위해서라고 하는데, 그동안... 오라버니는 자신이 더 중요했던 거잖아!
: ...
항아는 열심히 사는 것처럼 죽음도 떳떳해야만 한다며, 예의 최고 역린인 나비 개발 실험 도중 벌어진 폭발 사고로 죽었던 예가 고목의 힘을 빌어 생명이 연장된 일을 언급, 진작 죽었어야 할 예가 고목의 힘을 빌어 떳떳하지 못하게 살고 있다는, 예가 그렇게 눈을 돌리고자 했던 진실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과거의 예는 자신을 살린 은인은 스승인 역공이라며 그 말을 끝까지 부정하고 항아를 향해 "널 위해 좋은 것만 해줬는데 왜 날 이해해주지 못하는 거냐"고 따지지만, 이번에는 항아도 언성을 높이며 '그건 자신이 원하지도 않았는데 오라버니가 일방적으로 주었던 것'뿐이라며, 과학이라는 맹신에 빠져 항아의 말을 들어주지도 않는 예의 진짜 의표를 제대로 찌른다.[21] 예도 예상치 못한 반응에 말문이 막힌다.
: 내가 너를 위해 한 모든 것이 나 혼자만의 생각이었다니. 알겠어. 너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내가 일찍 알았어야 하는데.
항아: ...미안해. 난... 그런 뜻이 아니야.
: 괜찮아. 네 뜻은 잘 알았어. 그럼 나도 출발 전에 마지막으로 널 데리러 올 거야. 그러니깐 잘 생각해. 정말 가고 싶지 않다면... 너 같은 여동생은 없다고 칠게.
항아: 뭐라고?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난 오라버니밖에 없는데...
: 너랑 귀도자들처럼 봉래에서 썩어가는 걸 받아들이느니 차라리 너를 잊어버릴래.
항아: 왜...
: 괜찮아. 너의 잘못이 아니야. 나의 잘못도 아니고.
(항아, 뒤돌아서 몇 걸음 가다가 다시 멈춘다.)
항아: 맞아, 우리의 잘못이 아니야.
(예의 기억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항아: 그냥 다른 선택을 한 것뿐이야.
왜 다시 돌아오지 않은 거야?
(예, 항아를 돌아본다.)
예: 난..
항아: 왜 날 버린 거야?
예: 난.. 아니야...
항아: 결국 우리 모두 잘못하지 않았어.
항아의 예상 못한 냉랭한 반응에 항아마저도 자신을 버렸다 여기고 절망한 예는 급기야 '정말 따라가지 않겠다면 널 없다고 치겠다'는, 사실상 의절에 가까운 발언을 내뱉고 만다. 경악하여 되묻는 항아에게 예는 너의 잘못도 아니고 나의 잘못도 아니라며 선을 긋는다. 그러자 항아는 상심한 듯 예에게서 멀어져 가는 듯 하더니... 예를 돌아보고는 우리의 잘못이 아니라, 다른 선택을 했을 뿐이라고 이야기하고는, 왜 돌아오지 않았냐며, 왜 자신을 버렸냐며 예에게 되묻는다.[22] 예는 놀라 항아를 돌아보지만, 자신이 선택한 결과이기에 말을 잇지 못한다. 그런 예를 보며, 항아는 '결국 우리 모두 잘못하지 않았다'란 말과 함께 사라진다.[23]

파일:1719065198.png
그리고 항아가 사라진 자리 뒤로, 태양이 뜨면서 그 동안 싸웠던 태양들이 모습을 드러낸다.[24]
우리는 태양이다.
불멸을 위해 다른 종을 압도한다.
밝음을 유지하기 위해 과거의 빛을 잠식한다.

우리는 생존자다.
제 아무리 뜨거운 불도 희망을 만들지는 못한다.
서로를 껴안는다고 해도 서로에게 상처만 될 뿐이다.

우리는 순도자다.
헛수고일지라도 한 번 또 한 번 하늘에 색채를 뿌려 모든 사물을 탐색할 것이다.
하지만 태양은 언젠가 지며, 우리는 이미 석양이 되었다.

어두워지기 전, 옳고 그름은 중요하지 않다.
(해가 태양들의 등 뒤로 넘어가며 뒷 모습같던 형상이 순간 예를 바라보는 모습으로 바뀐다.)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누구도 잘못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냥 태양일 뿐이다.
태양들 또한, 자신들은 잘못하지 않았으며, 그저 태양이기에, 그들 자신도 언젠가 도에 따라 회귀해야 함을 알기에, 항아처럼 그들의 신념에 따라 도를 행하고 사라져갔음을 예에게 다시금 상기시켜주며, 예가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결단을 내릴 수 있게 그들의 입을 빌어 이야기한다.
형, 여기 있을 줄 알았어.
오늘 저녁밥이 기대되지 않아?
태양이 사라진 후, 모든 것이 어둠에 잠기고, 이어서 적막을 깨는 헌헌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 목소리와 함께, 공간은 심하게 요동치면서, 예는 영추에서 빠져나온다.

직후 헌헌으로부터 사계각에 적들이 쳐들어왔다는 소식을 듣고 고목 노드를 통해 돌아가려 하지만 통하지 않는다. 설상가상 역공이 그동안 실험관에 방치해둔 변이체들이 기어이 실험관을 깨고 탈출해 연구 센터를 점거한데다 역공이 풀어놓은 위병대도 가득했지만, 예는 그동안 익혀놓은 기술들을 총동원해 연구 센터에 가득 찬 변이체들을 무찌르며 사계각으로 돌아가기 위한 탈출을 시작한다.

천화 연구 센터를 탈출해 천도 연구 센터 층으로 겨우 올라왔을 때, 예는 소천이라는 어느 황혼 파수꾼 여성이 '지금까지는 천도 의회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지만, 최고 간부 역공이 하는 일이 영 더러워서 동포들에게 알려야겠다'고 다짐하는 홀로그램을 발견하게 된다. 사계각의 산해 9000이 살펴보던 탑승자 명단 속에서 얼핏 봤던 한 소녀와 용모가 비슷했기에, 예는 소천이 산해 9000이 찾던 '친구'이며 성장해 황혼 파수꾼이 되었음을 짐작해내나, 이내 그녀가 천인 구역 내 거주구와 득도관에도 없는 사람이었고 오히려 천화 보균자로서 황혼 파수꾼으로 일해왔다면 말로가 좋지는 못했으리라는 것을 직감하는데, 어느 새 사계각을 나온 산해 9000이 건너편에서 어느 실험관에 다가가 안에 있는 실험체를 깨우려는 모습을 목격한다. 예상했던 대로 산해 9000이 찾는 친구 '소천'이 실험체가 되었음을 직감한 예는 "설령 저 실험관 안에 든 것이 네 친구라도 역공에 의해 실험체가 된 이상 그녀는 더 이상 네가 아는 친구가 아니다. 나라면 손을 대지 않겠다"는 말로 산해 9000을 말리지만, 산해 9000은 '생사에 관련없이 소천은 소천이다. 부디 날 막지 말아달라'며 기어이 실험관을 열어 버린다. 그로 인해 실험관 속에 있던 소천은 그대로 실험관을 박살내며 깨어나지만, 안타깝게도 역공의 실험으로 이미 변이체가 되어버린 상태였기에 친구 산해 9000을 알아보지 못하고 부숴버렸으며, 뒤이어 함께 있던 예를 향해 달려든다. 할 수 없이 예는 달려드는 소천을 첩부로 기폭하는 것으로 안식을 주고, 500년 전부터 그녀가 여태껏 보관해왔던 산해 9000과 어린 시절에 다정하게 찍은 사진을 갈무리 해준다.

가까스로 연구소 상층까지 올라왔을 때, 예는 어느 밀실 앞에서 치우가 반토막 난 데다가 온 몸이 난자당한 참혹한 몰골로 죽어가는 걸 목격한다. 그간 예에게서 받은 금으로 형인 형천을 개조하여 자신과 같은 평화적인 자아가 깃들기를 바랐던 치우였으나, 뜻대로 되지 않자 형천을 파괴하여 기능을 완전히 멈추게 하는 것이 형을 구원하는 길이라며 노선을 바꾸었던 차였다. 그래서 치우는 때때로 예를 통해 형천을 파괴할 수 있을 만한 최고위 위병들의 강력한 무기를 구하곤 했는데, 그런 무기들마저도 형천을 완전히 파괴하는 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아무래도 소생이 너무 스스로의 힘을 과신한 것 같다'며 자책하는 치우에게, 예는 '너는 병기가 아닌 서생이니까 이 정도까지 한 것도 애 많이 쓴 것이다'라고 격려하고, 지금의 부상을 치료할 수 있는지 물어보았지만 치우는 '그것은 신곤륜 전체에 있는 금을 끌어다 써도 무리일 것 같다'며 죽음을 받아들인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형천을 자기 대신 파괴해 달라고 부탁하며 숨을 거둔다. 그렇게 밀실에 들어가서 발견한 형천은 머리 없는 몸으로 도끼를 마구잡이로 휘둘러대고 있었다. 게다가 형천이 도끼를 휘두르면 천장에서 변이체 농포들이 우수수 떨어지는 데다가, 시험관에 갇혀 있던 변이체 두 마리까지 협공을 걸어대어 1차전 이상으로 성가셨다. 하지만 예는 이번에도 형천을 싸움 끝에 파괴하여 형천과 치우 형제 모두에게 안식을 줄 수 있었다.

사계각으로 가까스로 돌아오니, 역공은 예의 영추에서 예의 옥새까지 탈취하는 김에 시설을 전부 파괴하고 떠난 뒤였다. 다행히 과복과 헌헌은 여예가 창사 충전소 뒷켠의 밀실에 숨겨서 무사했지만, 충직한 AI 비서 여예마저 본체인 아바쿠스가 수리가 불가능할 정도로 역공에 의해 대파된 상태였다. 언어 모듈까지 크게 손상된 여예는 제대로 대화하는 것도 힘겨워하면서도 남은 전력을 끌어내 과복을 통해 필요한 데이터베이스를 전부 전해준 후, 예를 주인으로 모실 수 있어 영광이었다는 유언을 끝으로 완전히 정지하고 만다.

예로부터 그동안 역공이 갖고 있던 영생에 대한 야망과 저지르려는 계획에 대해 전부 듣고는 "역공이 옥새를 전부 탈취해 권한을 차지한 이상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고 태양인들의 운명도 다 끝났다"며 완전히 자포자기한 과복이었으나, 그럼에도 예는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며 묵묵히 결전을 준비한다. 보다 못한 과복은 "이 상황에 남은 생존자들이 있을 거라 믿는 거냐"고 따지지만 예는 "신곤륜에는 태양인들만 살고 있지 않잖냐"고 되물으며 자신의 뜻을 알리고, 이에 경악하며 정말 제대로 생각한 거냐는 과복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예는 마침내 그 대답을 내놓는다.

===# 진실 #===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뿌려지는 복선들로 유추할 수 있듯, 아홉 태양이 소속된 천도 의회 10왕은 이름대로 10명의 구성원이었으며, 예 역시 그들과 같은 '태양'이었다. 입고 있는 방사 전포에서 짐작할 수 있다시피 영추에 저장된 옥새는 기(己)자가 각인되어 있었을 것이며, 상징은 '혁신'.

어렸을 적부터 예는 이담이 설립한 방사단의 힘으로 문명의 발전을 이뤘던 봉래가 방사단 해체와 이담의 사망 이후, 도교 사상에 젖어 도태되어 가는 상황에 크게 불만을 품고 있었다. 그렇기에 예는 철저히 과학만이 세상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 믿었으며, 자신의 과학으로 그 꿈을 이루겠다는 포부를 갖고 부모님 몰래 공부에 전념하거나 발명품을 만들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과 같은 사상을 가진 유명한 과학자 역공이 하나라에 강연을 위해 방문 예정이라는 소식을 접하면서, 예는 역공의 창사 이론을 직접 실현시켜 휘하로 들어가 능력을 펼치겠단 목표로 여동생 항아를 조수 삼아 그간 쌓은 지식과 기술을 동원해 창사 비행기인 나비 발명에 열중한다. 하지만 나비의 완성을 앞두고 고목의 에너지를 주입하여 제어 테스트를 시도하던 중에 항아가 우려했던 고목의 폭주로 에러가 벌어지면서 폭발 사고가 발발, 예는 항아를 지켜냈으나 몸의 절반이 날아가 심장이 드러난 피투성이의 모습으로 사망하고 만다. 하지만 항아의 간절한 기도와 오열에 공명한 고목과 융합하면서 겨우 심장 재세동에 성공했고, 이후 소식을 듣고 찾아온 역공을 통해 심장에 안정 장치를 연결하는 것으로 새 삶을 얻는다.[25]

이후 예는 자신의 능력을 알아봐준 역공을 사부로 받들며 천도 의회로 들어가 과학 기술 증진에 힘쓰기 시작하고, 그 공적을 인정받아 천도 의회 10왕의 자리까지 오르게 된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봉래에 퍼지고 있던 천화 바이러스로 인해 수 많은 태양인들이 죽어나가며 이내 종족의 존망이 걸릴 정도로 사태의 심각성이 커지자, 예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자신이 고안한 <영생로 계획>을 간부들에게 발표하며 계획 추진에 앞장선다.
1. 곤륜섬을 기반으로 천화 바이러스의 발병이 진행되지 않은 행성민들을 수용하여 피난시킬 우주 거주구 '신곤륜'을 건설한다.
1. 탑승한 태양인들의 육체는 휴면시킨 후, 원활한 뇌 활성화를 위해 영혼은 가상 세계로 보내 안정시키는 것으로 보호한다. 다만 가상 세계를 유지하는 데는 봉래의 모든 AI를 끌어와도 모자랄 막대한 산력이 필요한데, 생체 컴퓨터를 이용하면 이 단점을 커버할 수 있으나 천화에 걸린 태양인 동포들로는 불가능할 뿐더러 인륜에 배반되는 행위이므로, 500광년 너머 이차원 우주에 존재하는 푸른 별에 사는 지적 생물체들을 포획해 사육하면서 그들의 뇌를 수확해 가상 세계를 유지할 산력원으로 이용한다.
1. 고목 부상에서 동력을 추출하면 푸른 별이 있는 우주로 항성간 워프가 가능하나, 바꿔 말하자면 푸른 별에서 다시 봉래로 돌아가기 위해 필요한 만큼의 동력이 모이기까지는 거진 500년이 필요하다. 그래도 가상 세계에서의 휴면과 병행하면 그 시기까지 충분한 생존은 가능할 것이며, 그 동안 우리는 바이러스의 백신을 찾아 병을 해결하고 봉래로 복귀한다.

그렇게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며 신곤륜은 출항을 앞두고 있었으나, 귀도파의 사상을 따라 과학에 기반한 연명을 극구 반대했던 부모님마저 얼마 못가 천화로 돌아가실 정도로 봉래의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었고, 예는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영생로 기획을 앞당겨야 한다는 생각에 조급해진다. 그러나 마지막 남은 가족으로서 가장 보호하고 싶었던 여동생 항아는 순리대로 죽음을 맞이하겠다며 봉래에 남으려고 했고, 그동안 동생에게 해줬던 모든 것이 전부 자기만족일 뿐이었다는 본심을 지적당하며 크게 상심한 예는 항아를 향해 "같이 가지 않겠다면 더 이상 동생으로 생각하지 않겠다"는, 의절에 가까운 폭언을 내뱉고 만다. 물론 이대로 자신이 떠나면 앞으로 500년은 봉래로 돌아갈 수 없고 그 사이 동생은 죽을 것이 분명한지라, 이대로 항아와 영원히 이별하고 싶지 않았던 예는 출발 전에 이 사실을 강조하며 마지막으로 한번 더 항아를 설득할 생각이었으나....

출항 직전, 스승으로서 믿었던 역공이 사실은 태양인들의 영생을 연구하다가 천화 바이러스를 퍼뜨려버린 원흉이었으며, 이 과정에서 자신을 포함한 간부들과 모든 태양인까지 전부 속이고 이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실상 역공 때문에 부모님이 죽은 것이나 다름없으며 곧 마지막 남은 소중한 여동생도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한 예는 역공을 향해 배신감과 분노를 표출하며 계획을 전면 중단하고 역공의 진상을 알리려고 했다. 하지만 그새 역공은 의회 간부들을 전부 자신 편으로 포섭하여 예를 고립시켜 놓은 상태였고 결국 예는 오프닝에 나온대로 역공에게 패배해 원인 농장 절벽에서 추락사, 끝내 신곤륜의 출항을 막지 못하고 500년 동안 고목에 봉인되어 회복한 끝에 헌헌에게 발견되어, 2년간의 은둔 후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이다.[26]

즉 지금까지의 예의 여정은 자신으로 인해 시작된데다 그 의도조차 완전히 뒤틀려 버린 상황을 바로잡기 위한 속죄와 자기반성의 여정이라고도 할 수 있었던 것.

===# 작별, 그리고 최후의 결전 #===
사실 예는 태양인들의 생존을 위해 고안했던 영생로 계획이 스승에 의해 완전히 변질되고 악용됨으로서 남은 태양인들마저 멸망당하게 된 것에 대한 죄책감 외에도, 헌헌과 신농과의 만남을 계기로 자신이 세운 이 계획으로 인해 애꿎은 원인들까지 터전을 잃고 납치되어 500년 동안 유전자 변형을 거친 끝에 태양인들에게 사육되고 죽어서도 이용당하게 만든 것도 모자라 점점 더 막장으로 치달아가는 사태에 휘말리게 만든 상황에 큰 책임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기에 원인들을 죽여서까지 영생을 갈구하다가 도리어 멸망을 앞두게 된 태양인과 달리, 원인들은 더 나은 삶을 살 자격이 있다며 원인들을 그들의 선조들의 고향인 푸른 별로 돌려보냄으로서 생존하도록 돕고싶다는 뜻을 밝히고, 과복은 예와 함께 프로젝트의 실행자로서 책임을 느낀데다 죽기 전에 착한 일은 하고 가자며 예의 뜻을 존중해준다. 다만 역공이 살아있는 한 전부 도로아미타불이 될 수 있었기에 그녀의 계획을 막을 확실한 무기가 필요했는데, 이에 과복은 예가 일전 장경 석굴 탐사 중에 이담의 무덤에서 가져온 에너지탄으로 새 화살을 개발 중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물론 원본인 에너지탄이 너무나도 막강한 위력을 가진 만큼 단발성으로만 쓸 수 있었지만, 예는 최후의 수단으로는 그 정도로도 충분하다며 "화살이 완성되는 대로 뒤따라 갈테니, 원인 난민촌이 있는 은하수 나루터로 가서 신농에게 상황을 이야기하고 원인들을 전부 피난용 우주선에 태워 놓아달라"고 과복에게 부탁한다.

하지만 뒤에서 과복과의 대화를 엿들은 헌헌은 누구 맘대로 결정하는 거냐며 여기 남아서 형과 같이 봉래로 가고 싶다고 고집을 부린다. 여기 있으면 위험하다며 헌헌을 설득하려던 예였지만 헌헌이 형만 있어준다면 상관없다며 고집을 꺾질 않자 2년 동안 같이 지낸 것만으로 나에 대해 뭘 아냐며 화를 내고 마는데, 그럼에도 헌헌은 "엄마 아빠가 떠난 이후로 형과 같이 지내는 동안 본 버릇과 습관, 여태껏 가르쳐준 많은 지식과 성정을 통해서 형이 좋은 사람이란 걸 다 아는데, 형마저 내 곁을 떠나 버리면 더 이상 내 곁에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다"며 호소한다. 이에 예는 자신은 그렇게 좋은 사람이 아니라며, 500년 전 불치병에 걸려 죽을 위기에 처한 태양인들을 살리겠답시고 가족까지 버려가면서 만든 신곤륜을 타고 원인의 선조들이 살던 푸른 별이 있는 우주로 넘어와 태양인들을 위한 가축으로서 납치했고, 헌헌의 부모를 비롯한 많은 원인들을 죽게 만든 장본인이란 실체를 고백한다. 그럼에도 헌헌이 "사실 형을 쫓아 사계각으로 가면서 내부 시설을 전부 봤기에 마을의 실체를 알았고, 이후에도 흘러가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우리 종족이 처해진 운명이 어떻게 된 건지 대강은 눈치챘지만, 그래도 지금의 형은 그 당시의 형이 아니니까 괜찮다. 그러니 가족으로서 같이 있고 싶다"는 뜻을 피력하자, 할 수 없이 예는 "푸른 별에 몸을 피해 있으면 모든 일을 마무리 짓고 데리러 갈 테니, 그럼 봉래로 같이 가서 수영을 비롯해 더 많은 걸 가르쳐 주겠다"는 하얀 거짓말이 담긴 약속으로 헌헌을 달래준다.

이후 예는 일전 도교 석굴을 수색하던 중 획득해서 과복에게 맡겼던 이담의 마지막 유산 '에너지탄'을 개조해 만든 핵폭발급 위력의 '에너지 화살' 한 발을 역공을 막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준비하고, 은하수 나루터에 피난촌을 꾸리고 지내던 신농에게 남은 원인들을 전부 결집시키게 한다. 신농은 생존의 마지막까지 요괴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단 사실이 불만스러운 듯 했지만 촌장으로서 사람들을 안전히 보호해야 하는 사명을 직시한 만큼 지시를 따랐고, 그렇게 예는 은하수 나루터의 피난 우주선에 원인들을 전부 태운 후 과복에게 원인들을 지구로 데려다줄 것을 부탁한다. 하지만 이번 만큼은 예의 목숨이 정말 위험해질 것을 직감한 헌헌이 다시금 제발 가지 말라고 예에게 매달리자, 예는 헌헌에게 일을 제대로 끝낸 후 꼭 돌아올테니 그때 돌려달라며 약속의 증표로 자신의 나비를 헌헌에게 맡기고, 다시금 "푸른 별에 도착하면 같이 바다를 보러 가자"고 약속한다.

그렇게 과복과 원인들이 피난선을 몰고 지구로 떠남으로서 홀로 신곤륜에 남은 예는 500광년의 세월을 걸쳐 항아로부터 온 마지막 메세지[27]와 유언을 확인한 후, 지금은 죽어 세상에 없을 여동생을 향해 "나도 정말 네가 보고 싶다"고 답해주며, 그동안 과학에 눈이 멀어 곁에서 담담히 응원해줬던 여동생을 홀대한 것도 모자라 마지막까지 모진 말을 내뱉으며 영원히 이별하게 된 날을 크게 후회한다. 이내 마음을 추스른 예는 마침내 자신의 손으로 과오를 바로 잡고자 스승 역공와의 최종 결전을 치르러, 고목 부상의 코어가 거의 활성화를 앞둔 상태의 신곤륜 중앙 통제실로 향한다. 통제실에서 고목 부상 코어의 활성화를 기다리던 역공은 예에게 일이 끝날 때까지 영추에서 편안히 자고 있지 왜 탈출해 돌아온 거냐고 묻지만, 예는 중요한 할 일이 있기에 자고 있을 새가 없었다고 받아치며 반드시 역공을 막을 것을 선언한다. 스승으로서 예에게 정을 많이 갖고 있었던 역공은 왜 제자가 스승의 숭고한 뜻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거냐고 한탄하는 듯했으나... 이내 "어느 스승이 아끼는 제자를 두 번씩이나 무참히 죽일 수 있겠느냐"며 계속 방해한다면 다시 제압하고 영추에 가둘 각오로 고목 가체에 비녀처럼 꽂아두고 있던 광검을 뽑아들어 예에게 겨눈다.

그렇게 치러지는 역공과의 최종 전투. 과연 예에게 과학 외에도 방술을 가르친 스승으로서 예보다 더욱 날랜 스피드로 점점 더 강한 검기와 불꽃을 날리고 첩부로 치명타를 맺는 강력한 기술을 선보이는 역공이었지만, 예 역시 침착하게 공격을 막아내면서 기회를 틈타 망설임없이 건곤검과 첩부로 맞선다. 500년 전에는 쉽게 제압했던 제자가 크게 성장해 자신에게 치명타를 먹이자 결국 무릎을 꿇나 싶던 역공은 이내 천도 의회의 모든 간부들조차 모르게 몸에 주입해 놓았던 변이 바이러스가 새어나오자 이를 정신력으로 제어하고 본연의 의지로 다시 3페이즈 전투를 벌인다. 변이체로서의 힘이 더해져 더욱 광범위한 공격을 날리는 역공에게 고전했지만, 치열한 공방 끝에 예는 마침내 스승을 꺾고 승리를 쟁취하는 청출어람의 결과를 보여준다.

===# 결말: 후예사일 #===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한 역공은 "모든 것이 사라질텐데 두렵지 않느냐"고 묻지만, 예는 덤덤히 "앞으로 닥칠 결말을 알기에 두렵지만, 그럼에도 실패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기에 괜찮다"고 답해준다. 하지만 그 사이 이미 고목 부상의 코어는 완전히 활성화가 끝나 있었고, 이를 확인한 역공이 최후의 발악으로 고목 부상의 코어 위에서 자살해 변이체를 터뜨림으로서 코어와 동화하자, 변이체에 반응한 고목은 순식간에 변이를 일으켜 신곤륜 곳곳에 뿌리를 깊게 드리우면서 폭주하기 시작한다.

이로서 태양인들의 완전한 멸종을 직감한 예는 마지막으로 과복에게 통신을 걸어 피난선이 피해를 입지 않을 정도로 신곤륜과 멀어진 덕에 원인들의 안전이 보장된 상황임을 확인한 후, 역공이 최후의 발악으로 고목 코어에 동화해 코어를 변이시켜 폭주하고 있으며 자신이 남아서 마무리를 지어야 함을 전한다. 당연히 이 사실을 들은 과복은 경악, 그럼 넌 어쩔 생각이냐며 예를 만류하지만, 예는 덤덤하게 과복에게는 "형편없는 친구 때문에 고생하게 해서 미안하다"는 사과와 원인들의 지구 적응을 비롯한 나머지 일들을 부탁하고, 과복은 의형제로서 당연한 거 아니겠냐며 반드시 부탁을 지키겠다고 약속한다. 이어 예는 헌헌에게 "돌아가겠다고 약속했는데 지키지 못하게 되어서 미안해, 앞으로는 내 도움 없이 모든 걸 해내고 배워야 하겠지만 넌 똑똑한 아이니까 내가 없어도 뭐든지 잘 해낼 수 있을거라 믿는다"는 당부를 전하는데, 또다시 예가 자신에게 거짓말을 했단 사실과 이번에는 목숨의 위험을 넘어 아예 희생함으로서 죽으려고 하는 걸 직감한 헌헌은 울면서 "나는 형이 없으면 아무 것도 못 하는데, 또 이렇게 혼자 남겨놓을 거면서 그날 나를 왜 구해준 거냐"고 예를 향해 원망을 토해낸다. 하지만 2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함께 지내며 항아를 겹쳐볼 정도로 헌헌을 진심으로 아꼈던 예는 "네가 먼저 날 구해줌으로서 과학에 눈이 멀어 주변을 보지 못했던 내게 인간성을 되찾게 해줬다"는 말로 자신을 갱생시켜준 것에 대한 감사를 표하고, 그럼에도 형이 보고 싶어지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헌헌에게 그토록 부정해왔던 도교의 구절과 항아가 들려준 이야기를 들어 "비록 내 육신은 사라질 지언정, 영혼은 네 곁에서 모든 순간마다 함께 할 거야"라는 유언이나 다름없는 마지막 작별인사를 남긴다.

진 엔딩 테마: 외로운 태양(The Lone Sol)
그리고 마침내 변이체와 완전히 동화하여 뒤틀려버린 고목 부상의 코어를 직시한 예는 창궁을 꺼내들고 최후의 수단으로 준비한 에너지 화살을 장전한다. 최후의 일격을 날리기 직전, 예는 사후 세계에서 자신을 기다릴 항아를 떠올리고 마침내 마음을 굳히며 변이된 고목 부상의 코어에 최후의 일격을 날려 고목 부상과 신곤륜을 통째로 파괴함으로서 태양인의 완전 멸종을 고하고 함께 최후를 맞이한다. 비록 살아서 돌아가겠다는 과복과 헌헌과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사망했지만, 사후 세계에서 그토록 보고 싶었던 여동생 항아와 재회했으며, 피난선에서 신곤륜의 멸망을 지켜보며 예의 희생을 직감하고 서럽게 통곡하던 헌헌이 지구에 다다른 후, 그의 마지막 유품인 나비를 따라간 곳 저편의 산 너머에서 빙하기의 끝을 알리듯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사람들과 예를 회상하는 것으로 그의 서사는 마무리된다.[28]

4. 대인 관계

4.1. 주요 NPC들

4.2. 가족들

4.3. 아홉 태양 (전 천도 의회 10왕)

5. 기타



[1] 태양어로는 '세'에 가깝게 발음된다.[2] 예의 개인 비서 여예와 중복. 성우 정보[3] 마을의 무녀가 아이들에게 열 명의 태양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공개된 실루엣과 설명에서 나온 건 아홉 명의 태양뿐이다. 사실 나머지 한 명은...[4] 다만 과복이 지금과 비교했을 때 예전에도 그리 좋은 성격은 아니었다고 디스한 걸 보면, 원래 성격 자체가 까칠했던 것으로 보인다.[5] 정식 출시 이후에는 헌헌에게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맵 곳곳을 탐험하며 획득 가능한 물품을 선물하는 이벤트로 둘의 교류가 점점 더 늘어서 정말 형제 같은 느낌도 든다.[고어묘사주의] 치명상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오른쪽 귀가 잘려 뇌가 드러난데다 추락한 후에는 내장이 다 튀어나왔을 정도였다.[7] 헌헌의 언급에 의하면 1년 동안은 부축을 받지 않는 이상은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고 한다.[8] 사용자와 부상 사이에 공명을 일으켜 사계각의 중심 고목 노드와 외부 고목 노드를 왕래할 수 있게 해준다.[9] 입을 열지 않으면 회로를 뜯겠다고 협박하는 선택지에는 실제로 목숨을 저당잡혀 협박당해보니 짜릿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나는 과복의 지인이라서 그 정도는 알려줘도 괜찮다는 반쯤 사실을 밝히는 선택지에는 과복님의 친구분을 모실 수 있어 영광이라며 혹시 만난다면 싸인 한 장 받아와 달라고 흥분한다.[10] 신농은 도화촌에서 예를 봤을 때 안색이 안 좋고 양쪽 미간이 거무스름한데다 걸음이 불안정한 게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걸 단박에 눈치챘다는데, 예는 자신의 건강 이상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이 상태를 치료할 수 있는 약은 없다며 사양하려 했으나, 마시기 겁나냐는 신농의 도발에 넘어가서 결국 잔을 주고 받은 끝에 진탕 취해버린다.[11] 사족으로 한국판에서는 번억이 제대로 된 편은 아니지만, 원판이나 영문판에서 헌헌이 본 해당 용안백에는 개발 회사의 전작이 저장되어 있었다 카더라.[12] 그 와중에 헌헌의 이름을 틀렸다. '한한'이라고...[13] 그조차도 예는 헌헌이 표현한 것이 짜부라진 벌레 모양인 줄 알았던 걸 과복이 정정해줘서 알았다.[14] 이때 부접의 뒤통수처럼 보이는 산과 부접의 손처럼 생긴 나무에 고치처럼 매달린 동료들의 영혼들이 살인자라고 매도하는 섬뜩한 배경이 비춰지는데, 페이즈를 넘길 수록 부접의 뒤통수가 갈라지면서 뇌에서 날개에 달린 눈을 이리저리 굴리는 모습의 나비가 튀어나오는 기괴한 연출이 나온다. BGM 역시 선율 자체는 아름답지만 노이즈가 끼거나 여성의 비명이 들리는 등 기괴한 BGM이다.[15] 선택지에 따라 대사가 약간 바뀌는데, "하지만 난 사실 널 구하러 온 게 아니야"라는 말에는 그래도 덕분에 속죄할 수 있었다며 후련한 듯한 말을, "이건 너만의 잘못이 아닌 모두의 잘못이야"라는 말에는 너한테 그런 말을 들을 줄 몰랐다며 예의 심경의 변화를 눈치챈 듯한 말을 한다.[16] 방사단 활동 당시 방사단의 단장인 이담에게 큰 감명을 받았는지, 방사단 해체 후에도 이담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곤륜섬의 유적들을 이제껏 계속 지켜왔으며, 작중 시점에서도 친구라고 말을 빙빙 돌리긴 해도 이담의 이야기를 계속 언급하고, 모든 산해 9000 시리즈의 프로토타입 격인 산해 1000도 이담과 희의 합작품으로서 희는 산해 1000에 이담과의 연구가 즐겁지만 언젠가는 그와의 인연도 종결된다는 사실이 아쉽다고 회상하는 기록을 남겨놓았다. 작중에서 절나라의 재부흥에 목매던 절전과 천화 바이러스를 퍼뜨려놓고 자신의 유전자를 이용해서 뒤틀린 영생을 꿈꾸려한 역공을 은연중에 디스하던 것과는 대비되는 부분.[17] 참고로 헌헌이 귀방적토를 선물한 후 헌헌이 과복에게 도기를 받아 도자기를 굽기 시작한 때부터 필드에 항아리 하나가 놓여있는 걸 볼 수 있는데, 이걸 공격해서 깨면 도전과제 "무슨 짓을 한 거야?!"를 달성할 수 있다.[18] 물론 신농은 "무엇이든 퇴화보다는 발전이 더 나은 결과를 내기도 하고 그런 것들이 아주 나쁜 것만은 아니다. 너도 평소 강하고 용감한 예를 동경하지 않았냐"고 헌헌에게 묻지만, 예는 너희가 상상한 만큼 자신은 강하고 용감하지도 않다며, 정말로 태양인들은 과욕으로 인해 멸종에 다다른 건지도 모르겠다고 자조한다.[19] 이 대화는 추가 대화로 신농이 떠나기 전에 헌헌에게 부상패를 주지 않으면 볼 수 없는 대화이다. 추가로, 낡은 부상패를 다시 헌헌에게 주면서 발견하는 금패도 획득할 수 없다.[20] 역공이 사라진 후, 자신이 역공 좋은 일만 시켜주었다는 분노에 예가 분노한 표정으로 땅을 주먹으로 내려치는 씬이 있는데, 캐릭터가 다른 태양인에 비해 짜리몽땅하게 생겨서인지 정말 어린아이가 삐진 듯 내려치는 무게감이 하나도 없는, 콩 하고 쥐어박는 느낌이라 많은 사람들이 귀엽다고(...) 평가한다.[21] 이 시점까지의 회상들을 보면 예가 항아를 여동생으로써 아꼈을 언정 그녀의 의지는 결코 존중해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녀가 고목과 대화할 수 있다고 해도 고목의 에너지에서 나오는 소리를 착각한다면서 헛소리 취급한 뒤 더이상 고목과 이야기하지 말라고 했으며, 나비 개발 실험 당시 항아가 고목이 괴로워하며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실험을 진행하다가 남매 둘 다 죽을 뻔 했다. 결국 이 실험 이후 예가 천도 의회의 일원이 되면서 예와 부모님 사이의 관계가 파탄나자 항아는 예를 내조해주고 부모님도 모시면서 가족끼리 서로 화해하길 바랬지만 예는 이 또한 무시했다. 항아가 정말 자애로운 성격의 소유자가 아니었다면 오래 전에 예와 의절 했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다.[22] 저 위의 세 문장만큼은 그 동안의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아니며, 차갑고 냉정하게 목소리가 싹 가라앉는다. 성우의 연기가 돋보이는 부분.[23] 도교 석굴에서 이담과 마지막 만남을 가지고 대화를 다시 곱씹어보면 이 대화의 의미가 크게 와닿는다. 항아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봉래에서 죽는 길을 택했고, 예 또한 자신의 신념에 따라 봉래를 떠나 어떻게든 살려는 길을 택했다. 이담은 이미 '선악은 바라보는 기준점에 따라 언제나 바뀌는 것이며, 대도 앞에서는 옳고 그름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결국 둘 모두 소신대로 선택했기에 서로를 원망해봐야 그 누구에게도 책임을 따질 수 없는 것이다. 그저 예 혼자서 그 소신이 뒤늦게 죄책감으로 흔들려서 망설이고 있었을 뿐이다.[24] 이 부분은 이담과의 대화를 다시 상기시켜주는 장면이기도 하지만, 도교 기본 사상의 핵심이 담겨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분석글[25] 예의 몸 중앙에 있는 원형 고리 모양의 장치로, 부활할 때도 심장을 중심으로 재생한다. 다만 안정화를 해놓았다고 해도 몸에 무리가 갈 때가 있어서 약잎대로 약두를 태워서 들이마시는 것으로 안정시키고 있다.[26] 아이러니한 것은 직접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잘 보면 예가 담당할 예정이었던 구역이 다름아닌 원인 처리장과 원인 목장인 것을 알 수 있다. 각 구역마다 구역을 담당하는 태양의 석상이 있는데, 잘 보면 예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태양에서 낙오되었다는 의미인건지 일부 석상이 철거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시스템이 전부 구축되어 있던 만큼 예정대로였으면 지구에 도착한 후 예가 원인 처리장 및 목장을 관리할 예정이었으나, 출항 전에 역공의 진상을 알고 막으려다 실패하여 고목에 의해 봉인된 후, 원인 포획 및 사육과 처리까지 구망과 절전이 주도해온 것으로 보인다.[27] 이 메세지는 진 엔딩 루트에서만 볼 수 있는 항아의 진짜 마지막 메세지이며, 이것까지 확인해야 캐릭터 데이터베이스의 마지막 문서가 전부 해금된다.[28] 공식 엔딩 M/V에선 이담과 무극의 땅에서 건곤 바둑을 두고 있는데, 사후 대도로 등선한 뒤 신선이 되어 이담과 바둑을 두고 있는 건지는 모를 일.[29] 헌헌을 구해준 직후 대화선택지가 '난 네 형이 아냐'와 '난 떠나니까 이제 혼자서도 잘 살아야 한다'는 식으로 하나같이 매정한 말밖에 없는데, 이는 정말로 헌헌을 싫어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앞으로 다시 만나지 못할 테니 정을 뗄 생각으로 일부러 차갑게 말하는 것에 가깝다.[30] 생각해보면 예는 몸이 절반이 날라가 심장이 보일 정도로 치명적 부상을 당해 즉사하고 항아는 예가 폭발 사고에서 보호해준 덕에 타박상 정도에서 그쳤는데, 부모님은 항아만 걱정했다. 안 그래도 가문 대대로 따라온 도교에 반박하며 과학에 심취해 있던 예는 부모의 관심에서 완전히 배제되었음을 짐작 가능한 안타까운 부분이다.[31] 여담이지만 한국어 번역에선 '너같은 동생은 없다 칠게'라는 칭찬식 말투가 됐다....[32] 혹은 자기 잘못이 아니라고 부정하는 선택지도 있는데, 이 때는 여와가 예에게 '진짜로 머리를 모래더미에 박은 타조가 누구인지 모르겠다'며 신랄하게 비꼰다.[33] 엄로는 회상씬에서도 나오듯 가문에 유전자 떄문에 선천적으로 키가 작은것이다.[34] 물론 천화만 아니었으면 이런 계획은 나오지도 않았을테니 진짜 원흉은 역공이지만...[35] 레이신은 스스로의 죄를 계속 회피해서 끝없이 반복되는 무간지옥을 배회했고 두펑위는 자기 자신의 아집으로 가정을 박살냈다. 그나마 레이신은 진엔딩 기준으로 자기 죄를 직시해서 무간지옥을 벗어났을지 모른다는 열린 결말을 얻었지만 두펑위는 끝까지 자신의 죄를 직시하지 않고 자기합리화로 도망쳐서 아끼던 딸을 죽게 만들고 스스로의 정신을 행복했던 시절로 가둬버리며 현실 도피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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