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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인디게이트(Indy[1]-Gate)는 2005년 인디애나폴리스 모터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포뮬러 1 미국 그랑프리에서 있었던 사건을 뜻한다.크래쉬 게이트와 함께 2000년대 들어 생긴 F1의 큰 흑역사로 꼽힌다. 2000년대에 미국이 F1에서 발을 뺀 이유 중 하나로 작용했지만, 2010년대 초반 오스틴에 신설한 서킷 오브 디 아메리카스로 다시 돌아왔다.
2. 배경
2.1. 부활한 미국 그랑프리와 서킷
자세한 내용은 인디애나폴리스 모터 스피드웨이 문서 참고하십시오.2.2. 문제의 원인
당시 포뮬러 1의 타이어 규정은 대략 이렇다.각 팀은 해당 시즌에 공급받을 타이어 제조사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타이어의 교체는 1) 타이어에 펑처가 나거나, 2) 타이어에 펑처가 나기 직전까지 마모 상태가 위험할 때만 허용된다.[2] 그 외에는 타이어 교체를 할 수 없다.
이러한 규정은 미하엘 슈마허의 독주를 막기 위해 FIA가 만들어낸 규정 중 하나로, 당시 F1 타이어[3]의 내구성은 노답이라 심하게는 4~5스탑까지 일어난 2013년에는 이때를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 규정은 2005시즌 도중 키미 라이코넨이 뉘르부르크링에서 플랫 스팟으로 인해 서스펜션이 파손돼서 리타이어하게 되자 플랫 스팟이 생기면 타이어를 교체해도 페널티를 받지 않게 바뀌었다.타이어의 교체는 1) 타이어에 펑처가 나거나, 2) 타이어에 펑처가 나기 직전까지 마모 상태가 위험할 때만 허용된다.[2] 그 외에는 타이어 교체를 할 수 없다.
이에 따라 타이어 제조사는 미쉐린, 브리지스톤이 경쟁에 참여했고 각 팀은 두 타이어 제조사 중 한 곳을 선택해서 경기에 참가했는데, 총 10개의 팀 중 르노[4], 맥라렌, 토요타, 윌리엄스, BAR 혼다[5], 레드불, 자우버는 미쉐린을 선택했고, 나머지 세 팀인 페라리, 조던[6], 미나르디[7]는 브리지스톤을 선택했다. 7:3이라는 극명한 수치로 나뉜 상황은 마치 미쉐린이 브리지스톤보다 우위를 가진 것처럼 보였고, 실제로 대회가 진행되면서 컨스트럭터 포인트도 미쉐린의 타이어를 선택한 팀들이 더 좋았다.[8] 하지만 2005 미국 그랑프리에서 미쉐린의 타이어를 사용하던 팀들은 큰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3. 전개
2005 미국 그랑프리에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각 팀들은 퀄리파잉에 참여하고 있었는데, 금요일 연습 주행에서 랄프 슈마허[9]가 뱅크 구간에서 타이어에 펑처가 생기면서 큰 사고를 당한다. 다행히 슈마허는 부상을 당하지는 않았고[10], 이때까지 '운이 좀 안 좋았나 보다'라고 생각하려는 찰나 미쉐린 측에서 펑처가 생긴 원인을 분석할 수 없었으며 본사의 트랙에서 재현하지도 못했다는 발표를 해버린다. 즉 타이어가 왜 터졌는지 정확한 원인을 규명할 수 없으나, 대략적인 추측은 사고가 난 구간은 오벌트랙 구간이고 따라서 뱅크가 있는 고속 코너 구간에서 타이어가 견디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 것이다.이에 따라 미쉐린의 타이어와 미쉐린의 타이어를 쓰는 팀들, 그리고 조던과 미나르디는 여러 가지 대안을 버니 에클레스톤과 협의하지만, 결과적으로는
1. 트랙의 레이아웃을 변경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2. 만약 고속으로 그 코너를 도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일정한 속도 이하로 주행하라.[12]
결과적으로 미쉐린 측은 안전을, FIA 측은 규정을 중시한 것이다. 모든 랩에서 피트레인을 달리게 한다던가 하는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나왔지만 양측의 입장이 너무나 완고했기에 결과적으로 모두 기각되었다.2. 만약 고속으로 그 코너를 도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일정한 속도 이하로 주행하라.[12]
아무튼 미쉐린은 오벌 구간에서는 타이어의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기에 레이스에 참여하지 말 것을 권한다고 발표했다. 미쉐린 타이어를 쓰는 팀들은 이에 따라 레이스를 보이콧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에 대해 FIA는 경기에 불참하면 미쉐린 타이어를 쓰는 7개 팀뿐만 아니라 미쉐린에게도 상당한 처벌이 있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양 측의 험악한 분위기 속의 조마조마한 상황에서 어쨌든 레이스는 다가왔다.
4. 결과
4.1. 레이스 당일
당시의 심각한 상황을 잘 설명해주는 사진으로, 결국 브릭야드[13]의 그리드 위에는 페라리, 조던, 미나르디를 빼고는 올라오지 않았다. |
메디컬 카가 정지하자 신호등이 켜지면서 레이스는 시작되었고,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뒤늦게 알아차린 관중들은 일제히 야유를 보냈다. 미국 관중들의 야유는 끊이지 않았고 쓰레기나 응원용 깃발을 서킷에 던지는 일도 일어났다. 브리지스톤 타이어로 레이스에 참가한 팀 중 하나인 미나르디의 팀 보스 폴 스토다트는 생중계 중임에도 불구하고 쌍욕을 퍼부으며 FIA와 맥스 모즐리를 시원하게 까기도 했다. 흐지부지 완주한 세 팀의 6명은 사이좋게 포인트를 분배받았지만, 상황이 상황이였던지라 1, 2위를 차지한 미하엘 슈마허와 루벤스 바리첼로, 심지어는 페라리 크루들마저 포디움에서도 마냥 좋아할 수 없었고 트로피를 수여받은 후 샴페인 세리머니도 하지 않고 내려가 버렸다.
이 와중에 3위를 차지한 티아구 몬테이로[15]는 이런 절망적인 상황과 어울리지 않게 열정적으로 세리머니를 하고 내려갔다.[16] 레이스 후 인터뷰에서 밝힌 바로는 상황이 좋지 않고 이게 맞나 싶었지만 어차피 F1 레이서로서 한 번 올라가기도 어려운 포디움에 정식으로 올라온 김에 세리머니를 했다고.
종합하자면 이 레이스는 포뮬러 1의 경기, 아니 인디애나폴리스 모터 스피드웨이의 최악의 경기라고 볼 수 있었다.
4.2. 레이스 이후
팀들에게 빅엿을 당한 FIA는 이에 대한 보복으로 7개 팀과 미쉐린을 징계 청문회에 세우기로 했다. 몇몇 관계자는 7개 팀들이 출장 금지를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팀들도 가만히 있지 않고 자신들은 규정도 중요하지만 드라이버를 포함한 팀원 모두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철칙을 내세웠고, 심지어 르노는 이에 대한 징계를 받는다면 아예 F1을 그만두겠다는 폭탄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드라이버들 중에서도 FIA를 믿을 수 없다고 발언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으며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하였다. 이런 날개를 등에 업은 미쉐린도 FIA를 안전도 모르고 융통성 없는 돈만 밝히는 집단이라 몰아붙이며 반발할 정도로 상황은 험악해져만 갔다.당시 가장 권위 있는 F1 관련 사이트 중 하나였던 ITV F1에서 있었던 온라인 설문을 진행했는데, 무려 52.32%가 이 사태의 책임이 FIA에게 있다고 비판했다. 7개 팀이 잘못했다는 의견은 겨우 2.66%에 불과했을 정도. 대다수의 F1 팬들은 FIA가 자신들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또 다시 안전불감증이 도졌다고 비판했고[17], 무엇보다 스포츠를 정치적으로 가지고 놀고 있다고 의견을 표출했다. 맥스 모즐리는 이때 100세까지 장수할 수 있을 정도로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적으로 욕이란 욕을 먹었다. 당시 FIA의 F1에 대한 정치적 성향의 결정은 도를 넘어있었고, 이 때문에 몇몇 집단은 이 파벌 싸움에서 밀리는 형국이었다.
끝내 FIA 산하 세계 모터스포츠 평의회(WMSC)는 일곱 팀들과 미쉐린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렸지만,
미쉐린은 오히려 타이어를 안정적으로 만들지 못한 것에 대해 7개 팀에게 사과했으며[18], 이에 대한 책임으로 모든 관중의 티켓값을 환불해 주었고 이 다음 시즌인 2006 미국 그랑프리 티켓 가운데 2만 장을 구매해서 배포하기로 했다. 덕분에 2005 미국 그랑프리의 티켓을 구매한 사람은 IMS 웹사이트, 매표소 또는 전화를 통해 환불을 받을 수 있었다.
FIA에 학을 뗀 미쉐린은 결국 2006년을 끝으로 타이어 공급 계약을 파기하며 F1에서 철수하였고[19], 2007년부터 2010년까지 F1의 타이어 공급 체제는 브리지스톤 독점 공급으로 바뀌었으며 이러한 독점 공급 체제는 2011년에 브리지스톤이 철수하고 피렐리로 바뀐 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1991년을 끝으로 F1 캘린더에서 사라졌다가 2000년에 다시 복귀했던 미국 그랑프리는 이 사건으로 인해 미국에서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었고, 결국 2007년을 끝으로 캘린더에서 사라졌다. 이후 미국 그랑프리는 2012년에야 텍사스 오스틴에 위치한 신설 서킷인 서킷 오브 디 아메리카스에서 부활해 명맥을 이어가고 있으며, 차를 좋아하는 미국답게 흥행에 성공했다. 덕분에 이후 2022년 마이애미에서도 그랑프리가 개최되어 성공적인 인기를 누렸고 현재인 2023년에는 라스베이거스까지 그랑프리를 개최하며 버니 에클레스톤의 미국 3그랑프리 개최 이야기가 현실이 되었다.
[1] 인디애나폴리스를 줄이면 y가 붙는다.[2] 이걸 확인하기 위해서는 피트인해서 크루들이 타이어를 열심히 살펴보다가 괜찮다 싶으면 내보내고 아니다 싶으면 교체하는 식이었다.[3] 브리지스톤과 미쉐린의 타이어가 사용되었다.[4] 오늘날의 알핀[5] 오늘날의 메르세데스[6] 현재의 애스턴 마틴[7] 오늘날의 RB[8] 브리지스톤을 선택한 페라리는 3위, 조던과 미나르디는 9위와 10위로 최하위를 차지했다.[9] 알다시피 F1의 전설 중 한 명인 미하엘 슈마허의 동생이다.[10] 정확히는 등 쪽의 통증을 호소했지만 메디컬 체크 결과 단순 타박상 정도로 결론이 났다.[11] 이는 훗날 인디 로드 레이아웃에 정식으로 반영되게 된다.[12] 이 대안은 당시 드라이버들과 각 팀의 감독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페라리마저도 매우 위험하다며 반대했다. 하루이틀 안에 제한 속도로 엔진을 제한하는 작업을 할 수도 없고, 무엇보다 당시 오벌 코너에서의 속도는 300km/h에 가까운 탓에 약간의 실수로도 가까운 거리에서 레이스 카들이 충돌하여 대형 사고까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13] 인디애나폴리스 모터 스피드웨이의 별칭. 서킷이 세워질 당시에는 지금처럼 아스팔트가 깔려져 있지 않은 말 그대로 돌바닥이었다.[14] F1 규정상 모든 레이스 카들이 그리드에 서지 않으면 레이스를 시작하지 않기 때문이다.[15] F1에서 은퇴한 현재는 TCR로 넘어가서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다.[16] 조던 크루원들도 그닥 표정은 좋지 않았다. 그나마 몬테이로가 세리머니를 해주자 같이 환호하긴 했다.[17] 아일톤 세나의 사망 사고 이후 1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18] 7개 팀들 역시 미쉐린 타이어를 잘 써오고 있었기에 악감정 없이 유야무야 넘어갔고 나머지 시즌 동안에도 미쉐린의 타이어를 끝까지 썼다. 특히 미쉐린과 궁합이 잘 맞았던 르노는 당시 F1을 독식하던 페라리를 누르고 페르난도 알론소를 당시 최연소 드라이버 챔피언으로 배출해냈고 2006년까지 컨스트럭터 챔피언도 차지하며 승승장구했다.[19] 원래는 2007년까지 경쟁 체제를 유지하기로 되어있었지만 이 때문에 2007부터 얼떨결에 갑자기 브리지스톤 독점 체제가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