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FPS 게임 둠 시리즈의 배경 중 하나이자 적들인 악마들의 거주지이자 본영, 그리고 시리즈 공통 플레이어들이 최종적으로 상대해야 할 곳이기도 하다.[1]2. 설명
일반적으로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전형적인 서양화에서 묘사된 지옥이다. 곳곳에 피와 용암이 강과 폭포처럼 끊임없이 흐르고 있고, 땅은 메마르고 갈라져 있으며, 끊임없이 고통받고 있는 영혼들의 비명과 통곡 소리, 거대한 알 수 없는 촉수들이 꿈틀대며 뼈와 살점이 뒤틀린 공간과 이들로 만들어진 끔찍하고 기괴한 건축물과 도구, 가구들이 만연하다. 동양적 표현으로는 불타는 황천.다만 보통 종교적 세계관에서 지옥은 죄지은 자들의 영혼이 가서 생전에 지은 죗값만큼의 고통을 통해 죄로 인해 부정해진 영혼을 정화하는 사후세계의 일종인 만큼, 작품마다 세부 설정은 다르지만 초기 둠 시리즈는 앞선 형태의 지옥을 따르고 있던 반면[2] 리부트를 기점으로 사실상 지옥의 형태를 한 이세계라고 보는 것이 옳게 되었다. 보다 쉽게 표현한다면 지옥보다는 마계라는 표현이 더 알맞다고 보면 된다. 다른 작에 빗대어서 본다면 워크래프트 시리즈의 아르거스와 같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을 영원히 고문시키고 죽은 사람들의 영혼들을 써먹는 등 죗값만 뺀다면 어느정도 여전히 공통점들이 많으며, 이는 결국 아무래도 초기 둠 시리즈의 설정과 지옥 자체가 가지는 의미를 무시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반적인 지옥에서 상상할 수 없는 둠 시리즈 지옥만의 특징이 있는데 바로 환경과 그 거주민인 악마를 가리지 않고 기계화가 아주 잘 됐다는 것이다. 게다가 기계공학의 기술력도 인류의 기술력을 훨씬 앞선다. 심지어 각종 초자연적 능력도 마음껏 쓸 수 있는 악마들을 보면, 거주민인 악마들한텐 인간계보다 더 살기 좋은 곳이 아닐까 싶다. 딱히 공정이라든지 하는 것은 드러난 적이 없지만 둠의 스파이더 마스터마인드나 사이버데몬, 둠 2: 헬 온 어스의 레버넌트와 맨큐버스, 둠 3의 핑키데몬과 확장팩의 브루이저, 후술할 둠(2016)의 지옥을 보면 확실히 인류보다 진일보한 과학기술력을 가졌는데, 어쩌면 공정 같은 것도 필요 없는 수준의 고도의 기술력으로 발달한 곳일 수도 있다. 이를 반증하듯이 파이널 둠의 TNT: Evilution에선 차원관문을 통한 악마 군세 침공이 지구방위군이 텔레포트 앞에서 만반의 준비를 하고 기다리고 있는 탓에 성과가 시원찮자 미끼로 악마들을 계속해서 차원문으로 보내고 그 사이 대체 어디서 끌고 온 건지도 모를 자신들의 전투함선을 이끌고 차원관문에 포진해있는 지구 방위군을 쓸어버리는 것이 시작 플롯이다.
둠 시리즈를 통틀어 지옥은 인간들에게 유해하고 위험하며 부정한 것들로 넘쳐나는 곳이다. 지옥을 탐사하러 갔던 UAC 탐사대원들이 다녀오고 나서 불이나 유황에 PTSD 증상을 보이고 공격적으로 변하는 묘사를 보면 정신에 큰 영향을 끼치는 모양이며, 더 나아가 신체에도 영향을 끼친다. 이는 둠 3에서 묘사되는데, 지옥에서는 헤라클레스 증후군이란 증세가 나타나 피로를 전혀 못 느끼는 상태가 된다고 한다. 게임에서는 지구력이 무한이 되는 것으로 구현됐다. 둠(2016)에선 라자루스 파동(Lazarus wave)이라는, 지옥에서 뿜어져나오는 파동이 인간을 좀비와 같은 망령이나 강력한 악마로 변이시키고, 지옥 에너지에 노출되면 심각한 불치병에 걸려 몸이 치명적으로 망가지기도 하는 모양이다. 게다가 둠(2016)에서 나오는 지옥의 유물인 파워 업 아이템들은 하나같이 인간이 쓰면 치명적인 부작용을 가졌다. 강렬한 공격성과 괴력을 낼 수 있지만 끝내 힘에 도취되어 미쳐버리거나, 피하 조직에 플라즈마 막을 덮어 사용자를 무적 상태로 만들지만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고, 전하운으로 이뤄진 강력한 외골격을 입어 엄청난 기동성을 얻지만 이를 견뎌내지 못해 사용자의 심장이 과부하되어 터지거나, 복용 시 추가 체력과 지구력을 얻어 긴 생명력을 갖지만 수명이 현저히 저하되거나, 주머니 칼로 사람의 목을 순식간에 따도록 충격량을 4배 강화하는 유물이라던가, 기타 등등... 주인공인 둠 슬레이어이니 망정이지 보통 인간은 오남용의 위험성 때문에 손도 대선 안 될 흉악하고 위험한 물건이 즐비하다. 이는 클래식 시리즈나 전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악마 문서에서 설명했듯이, 지옥이라는 공간의 형질 자체가 전이성이 있는 듯하다. 둠 2, 둠 이터널에선 악마들이 침공한 지구가 지옥과 같이 변한다거나, 둠 3에서도 함선 안에 지옥을 담아 지구를 보낸다는 언급이나 지옥문이 열린 주변 환경이 완벽히 지옥과 같은 모습으로 변한 것으로 드러난다. 특히 둠 이터널에서 침공 지역을 지옥화하는 침식용 기구가 따로 나오는데, 허공을 떠다니며 용암과 연옥 불을 사방에 붓고 다닌다. 그 밖에 주요 거점에서 지옥과 현세를 잇는 차원문이 열리는 등, 악마들은 기회가 되면 능동적으로 해당 지역의 생태를 바꾸려고 하는 것 같다.
3. 시리즈별 묘사
3.1. 클래식 시리즈
둠에선 포보스 침공 시작과 함께 악마들이 화성의 또 다른 위성 데이모스를 통째로 지옥으로 가져다 놓는 바람에 데이모스의 배경은 지옥이며, 지옥 표면에 내려오는 에피소드 3에선 배경에 데이모스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앞서 설명되었듯 지옥 속에 놓여진 데이모스는 레벨을 클리어하며 심층부로 나아갈 때마다 지옥에서나 볼 법한 건축물과 시체 장식들이 즐비하고 최종적으론 악마들의 전초기지를 만나볼 수 있다.데이모스의 악마들의 전초기지의 바벨탑은 둠가이가 도착하면서 지어지기 시작하고 둠가이가 도착할 쯤에 완공되는데 악마들의 비범한 능력을 보여주는 예이기도 하다.
둠 2에선 둠가이가 아이콘 오브 신에게 승리를 거두면서 지옥의 표면이 박살나고 멸망했다. 하지만 외전성향의 파이널 둠과 둠 64에서도 지옥은 계속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악마들의 기술력이 뛰어나다 한들 차원을 재건했을 리는 없고, 표면이 깨진 지옥은 그저 지옥의 일부분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족으로 몇몇 지옥 텍스쳐중 살갖과 관련된 부분은 실제 직원의 사진에서 피부부분만 오려내어 새로 그려낸 것들도 있다. 또한 어떤 텍스쳐는 직원중 하나가 가벼운 찰과상을 입은 일이 있었는데 이 상처를 스캔해서 써서 넣으면 재밌을 것 같다는 이유로 즉흥적으로 넣은 것도 있으며, 뱀가죽 지갑을 스캔한 것도 있다.
이외에도 파란색과 빨간색이 뒤섞인 암석인지 뭔지 모를 지옥물질 벽 텍스쳐가 있는데, 카코데몬을 연상케 하는 기묘한 색감때문에 영어권 둠 유저들 사이에서는 텍스쳐 파일명을 따서 속칭 Fireblu라 불린다. 이는 고전 FPS 인플루언서인 civvie11의 둠 요약 실황 등에서 알려졌다.
프롭들도 난도질당한 시체들같은게 주류지만, 위와 같은 기묘한 느낌의 장식들도 많다. 위의 예시는 Evil eye라 불리는 프롭으로 (인게임 데이터에서는 CEYE****계통 파일명이다) 바닥에 촛대가 놓여져있고 기묘한 지옥 문양에 사람의 눈같은게 움직이는데 호루스의 눈이나 섭리의 눈을 홀로그램으로 한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3]
3.2. 둠 3
본편과 확장팩에선 지옥이라곤 하지만 전편처럼 본격적으로 속을 헤집고 다니는 것이 아닌, 어디까지나 지옥의 일부 지역에 불과할 정도인 말콤 비트루거의 영지에 끌려간다. 허나 일부 지역이라지만 역시나 넓고 광활하며 주로 석제와 함께 고딕 호러에서나 볼 법한 이미지의 건축 양식들을 자랑하는 등, 다른 시리즈의 지옥들과 비교해도 끔찍하기론 손색없다.언급되었듯 비트루거의 영지들만을 오가고 비트루거 역시 악마들의 침공을 돕는 대신 영혼을 팔아 자신도 대악마급 악마로 거듭나는 계약을 맺은 것을 보면 더 끔찍하고 강력한 악마들과 그들의 영지들이 지옥에 있을 것이며 그에 걸맞게 지옥과 악마들은 거의 무한할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발굴지에서 오디오 로그를 얻은 후 PDA를 열면 다른 모든 악마를 낳았다고 하는 악마에 대한 언급이 있다.
3.3. 둠(2016)
지옥에 관하여 알려진 정보는 대부분 범차원 탐사(pandimensional expeditions) 시 수집한 실증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삼는다. 이 데이터를 연구한 결과 어느 강대한 선진 문명이 일찍이 존재했다는 사실이 강력하게 제시되었다. 발견된 모든 증거가 이 문명의 건축물들이 세워졌다는 걸 암시하고, 여기서 더 연구를 이어간 결과 이를 지탱하는 사회 질서가 계급으로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건축물들의 궤멸적인 상태와 진품 유물을 발굴하는데 겪는 어려움 때문에 어떤 경유로 이와 같은 잿더미만 남게 됐는지, 특히 누가 이랬는지 알기 어렵다. 현재 그 공간에 살고 있는 악마들이 이 옛 문명의 후손인지, 아니면 이 문명을 파괴한 책임이 있는 자들인지 어떤지는 알 수 없다. 이를 더욱 알 수 없게 하는 자료가 있는데, 악마들의 명예 또는 악마 숭배를 위해 건축된 거대한 조각상들의 존재에 관한 자세한 기록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때 이러한 조각상을 만들 수 있었던 문명화된 사회 질서의 한 부분도 현재는 사라진 지 오래인 것으로 보인다. <둠 아트북> 로어의 지옥 항목
리부트 시리즈의 지옥은 악마들 스스로 그림자 왕국(Shadow realm), 또는 암흑 왕국(Dark realm)이라 칭한다. 단테의 신곡을 따라가듯 9계층 지옥(Nine Circles)으로 나뉘며, 치천사의 존재와 밤의 감시단의 문명으로 미뤄볼 때 대척점인 천국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본편과 멀티플레이 DLC의 맵들로 미뤄보면 지옥의 생태는 매우 다양하다. 멀티플레이 맵들을 제외하고 지옥의 지역은 공식적으로 그림자 평원(Umbral Plain), 반영 평원(Penumbral Plain), 대초원(Great Steppe), 황야, 혈아성(Blood Keep)이 있는 본편 챕터 6 카딩거 성소, 챕터 10 타이탄의 영지, 챕터 11 네크로폴리스, 챕터 13 아전트 드'누르(Argent D'nur)가 확인됐다.학살자의 경전(Slayer's Testament)에서 언급한 바와 몰락한 문명인 밤의 감시단의 영토-아전트 드'누르가 지옥으로 편입된 걸 보면, 지옥은 다른 차원을 침략하고 이를 병합하여 세를 넓히는 제국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지옥은 고유 역법으로 제1시대에서 제4시대까지 제국으로 이어져왔으며, 본편 시점은 제4시대이거나 그 이후로 보인다.[4]
문명 수준은 앞서 나온 추측을 그대로 반영하듯, 그야말로 과학과 마법 분야에서 정점을 찍은 초고대문명 그 자체다.
본편에서 태양계를 거머쥐고 활동하는 다국적기업 UAC는 화성 탐사 도중 '아전트 균열(Argent Fracture)', 즉 지옥으로 통하는 차원 균열을 발견했는데, 여기서 흘러나오는 지옥 에너지(Hell Energy)를 가공하여 만든 아전트 에너지(Argent Energy)는 원자로를 12개월 가동하여 만드는 에너지를 몇 초만에 만드는 엄청난 효율을 낸다! 그래서 그 당시 자원고갈에 시달리던 인류의 UAC가 지옥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아전트 에너지를 확보하여 끝없이 연구할 지경이었고, 그리하여 나온 결과가 바로 무한동력이다. 그야말로 인류의 영원한 난제를 풀고 꿈을 이룬 것이다. 덕분에 본편 시점에서 세계 에너지 유통망(Global Energy Distribution Matrix)으로 지구는 물론이요, 태양계 곳곳에 진출한 식민지를 오직 이 에너지 하나로 먹여 살린다. 그리고 이 에너지를 비롯하여 지옥의 온갖 유물-오파츠를 역설계한 덕에 물리학의 상식을 뒤집어 인류 또한 오버 테크놀로지를 이룩하는데 성공했으니, 아무리 위험하다 할지라도 UAC에게 지옥은 절대 버릴 수 없는 노다지이다.
더욱이 정보에 따르면 지옥 고위 악마들의 지혜는 기술적 특이점을 넘어선 강인공지능보다 월등하며, 지옥 문명은 인류 최고의 지성이 모인 UAC의 직원들조차 악마 숭배자가 될 정도로 수준 높다. 애초에 둠 슬레이어가 입고 다니는 프레이터 전투복도 아주 오래 전 악마 대장장이가 만들어서 준 물건이라고 하는데, 디자인과 성능을 보면 이게 정말 고대 유물인지 의심되는 수준. 그 밖에도 새뮤얼 헤이든 박사의 방에 놓여진 조각상이나 엔딩 크레딧에서 볼 수 있는 동료인, 밤의 감시단이 입은 갑옷 또한 첨단 기술로 만들어진 걸 보면, 지옥과 그 지옥에 맞선 감시단의 문명은 이미 인류보다 한참 전에 고등한 과학기술을 일궈 발전했던 모양이다.
둠 3 오리지널에서 악마들은 처음 차원문이 열린 곳이 지옥과 화성의 차원 연결을 유지하는 유일한 매개체[5]였기에 일대를 그냥 지옥 그 자체로 만들어버렸던 것과 유사하게, 리부트에선 악마들이 시체들을 쌓아 의식을 치러 현세와 지옥 사이를 잇는 발전소인 고어 네스트를 만들어 차원을 연결해 현세로 지옥 에너지를 들여온다.[6] 당연히 차원이 연결되는 매개체인 만큼 악마들이 중요시하며 고어 네스트가 공격받으면 악마들이 고어 네스트를 지키기 위해 공간이동해온다. 주요 거점엔 한층 발전한 형태인 슈퍼 고어 네스트를 만들어[7] 지옥 에너지를 더 많이 공급하기도 한다.
계속해서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아득한 과거, 지옥의 악마들은 군단을 동원해 둠 슬레이어의 고향인 아전트 드'누르를 여러 번 침략했으나 강력한 영적 존재 엘리멘탈 레이스를 모시는 밤의 감시단의 수비를 뚫어내지 못했다. 그러나 한 악마 사제 디아그 그라브는 아들을 잃은 한 기사에게 접근해서 간사한 책략을 써서 드'누르를 점령하고 아전트 드'누르의 신성불가침적 존재인 엘리멘탈 레이스조차 침식했다. 밤의 감시단은 악마들의 대규모 침공을 몇번이나 격퇴한 강력한 집단으로 묘사되니 악마들도 제법 피해를 보았겠지만 그 과정에서 아이콘 오브 신, 즉 그들의 신이나 마찬가지인 죄악의 상징마저 탄생했기에 악마들 입장에서는 엄청난 대승을 거둔 것이다. 그러나 얼마 후, 어떤 남자가 지옥에 홀연히 나타나서 고향 아전트 드'누르의 복수를 위해 마왕들을 복수라는 명목으로 처단하기 시작했으니, 그가 바로 둠 슬레이어였다. 끝없는 분노와 증오로 무장한 이 남자는 눈에 보이는 모든 악마들을 철저히 말살하기 시작했고, 이내 그를 따르기 시작한 밤의 감시단의 생존자들도 복수를 위해 지옥을 공격하기 시작하면서 지옥에 말 그대로 지옥문이 열리게 되었다.
둠 슬레이어와 밤의 감시단은 악마들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쉬지 않고 복수를 벌였고, 악마들은 당하고 당하다 못해 둠 슬레이어에게 온갖 공포스러운 별명까지 붙이며 두려움에 빠졌다. 둠 슬레이어와 밤의 감시단은 악마들 외에는 넘어다니지 못했다는 지옥의 아홉 계층 경계선을 몇번이고 넘어다니며 두려워하는 악마들을 잡아 죽여댔다. 이 맹위를 본 치천사는 둠 슬레이어에게 축복을 내려 악마를 찢어죽일 괴력과 속력을 얻게 되었다. 당연히 악마들은 둠 슬레이어와 밤의 감시단을 격멸하기 위해 셀수도 없이 많은 악마들을 모아 군단을 꾸려 전투를 행했으나, 복수자들에게 몰살당하는 결과만을 가져올 정도로 연전연패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악마 세력의 한 배교자 대장장이가 둠 슬레이어를 숭배하게 되었는지, 그에게 프레이터 전투복을 제작해 바치고 어디선가 크루시블까지 그의 손에 들어가면서 악마들의 몰살에 가속이 붙었다.[8]
그렇게 온갖 고위 악마들도 학살당하고 지옥의 주민들이 어둠 속에 숨어서 공포에 떨 무렵, 이를 보다못한 타이탄이란 최강의 대악마가 일어나 둠 슬레이어와 치열하게 맞섰으나, 그조차도 패해서 지옥의 운명은 경각에 달하고만다. 그러나 이때, 궁지에 몰렸던 혈신전(Blood Temples)의 악마 사제들이 꾀를 내어 가까스로 둠 슬레이어를 함정에 빠뜨리고, 학살을 계속하던 둠 슬레이어는 속아서 봉인당하고 만다. 이때서야 지옥은 비로소 한숨 돌리고 수장을 잃어버린 밤의 감시단을 마침내 멸망시킨 뒤, 아주 오랜 세월에 설쳐 재건에 들어간다. 그러나 선술했듯 지옥은 평소 같았으면 절대로 내어줄 수도 없고, 잃어서도 안 되는 수많은 것들을 둠 슬레이어와 밤의 감시단 때문에 내어주고 잃어버렸을 것이다. 실제로 둠(2016)에서 나오는 지옥의 지역들은 그곳이 지옥인 까닭도 있겠지만 딱 봐도 정말 황폐하다. 작중 둠 슬레이어가 돌아다니는 장소의 묘사나 UAC의 기록을 보면 아직 재건 중이거나, 혹은 중요한 구역을 제외하면 재건을 포기하고 냅둔 듯 보인다.[9]
주요구역 중 하나인 카딩거 성소만 해도, 많은 악마영웅들이 묻혀있다고 하는데, 작중 드러난 둠 슬레이어 설정을 보면 그들 대다수는 자기들을 찢어죽인 학살자와 한 장소에 묻힌 셈이다. 게다가 그 와중에도 자신들이 침식시킨 엘리멘탈 레이스는 어떻게든 다시 빼앗기거나 하지 않고 꾸역꾸역 지켜내서 다시 화성을 공격하는 원천으로 써먹은 걸 보면 악마들도 독하다.
3.4. 둠 이터널
밤의 감시단의 고향인 아전트 드 누르는 본래부터 자연의 야수들과 싸우며 투쟁을 멈추지 않고 발전해온 전사문명이었다.[10] 아득한 과거, 아전트 에너지의 존재를 알기도 이전 센티넬 세계에 메이커 종족이 찾아온다. 여러 문명에 영향력을 끼치던 메이커 종족은 센티넬 문명권에 자신들의 기술력을 제공하고, 센티넬 세계는 그 덕에 빠르게 발전하면서 그들을 신으로 모시게 된다.
그러나 어느 시기부터 지옥의 악마들이 차원을 넘어 센티넬 세계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메이커 기술력으로 발전해온 센티넬 전사들의 힘도 악마에게는 고전을 면치 못했고 경악한 메이커의 수장, 칸 메이커는 센티넬의 사제들을 시켜서 악마들을 해부하며 조사한 결과 온갖 분야에 초월적인 효능을 보이는 만능의 에너지원 지옥 에너지를 찾아내게 된다.
지옥 에너지는 일찍이 여러 우주를 돌아다니던 메이커 종족도 생각 못한 엄청난 자원이었다. 지옥 에너지의 생성에 대해서는 해석이 갈리는데, 첫번째는 첫번째는 지옥의 악마들에게 고통받는 영혼들이 지옥 에너지를 생산하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지옥이란 차원 자체가 에너지를 생산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매혹당한 칸 메이커는 사제들에게 악마들의 정수를 십일조로 바치라고 명령했고, 사제들은 칸 메이커의 명령을 충실히 따라 계속해서 지옥과 내통해 서로 죽고 죽이며 원료를 제공하고 정수를 수확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칸 메이커는 지옥의 그림자 군단 수장과 협정을 맺었고, 감시단과 지옥의 전쟁을 이용해 지옥의 영지 네크라볼에 거대한 영혼 가공 시설을 건설했다. 이 시설에서는 영혼들이 고통받으면서 생성되는 엄청난 양의 에너지 상당부분이 우르닥으로 전송되었고, 우르닥이 거래에서 치른 대가는 메이커와 연이 있는 모든 세계를 침략하게 해주는 것.
그런 와중에 우습게도 지옥 에너지는 아전트 에너지로 가공되었고, 메이커 종족은 이를 센티넬 세계에 전해주어 새로운 번영의 시대가 열리도록 도왔다. 센티넬의 역사에 나오는 "아전트 힘의 축복"이란 신이 내려준 축복이 아니라, 칸 메이커가 센티넬 문명을 더 편하고 길게 이용해먹기 위해서 내어준 미끼에 불과했던 것이다. 센티넬 세계는 아전트 에너지의 무궁무진한 힘에 홀리면서 아전트 세계가 되었고, 더욱 번성한 문명을 이룩하면서 지옥과의 전쟁도 나날이 심해진다. 밤의 감시단을 비롯한 전사들에게는 말 그대로 악순환의 연속이었고, 지옥에 군림하는 악마 군주들에게는 손해볼 것은 없는 시대였다. 오직 메이커 종족만이 이 비틀린 구조에서 완전한 승자로 보였다.
그렇게 길고긴 공방전이 벌어지던 중 감시자들은 헤베스란 도시 바깥에서 상처투성이 남자를 발견해 사제들과 칸 메이커의 앞에 데려온다. 그는 지옥에서 홀로 악마들과 끝없이 맞서다 우연히도 감시자들의 눈에 띄는 곳까지 흘러들어온 전사였다. 둠 슬레이어는 피폐한 상태에서도 악마를 찢고 죽여야 한다면서 맹목적인 증오를 보이고, 맨주먹으로 수십명을 때려눕히는 그에 어울리는 뛰어난 전사였다. 당시 악마와의 전쟁이 한창이던 밤의 감시단은 오랜 관습을 어기고 그를 밤의 감시자로 받아들여 전력을 보강하게 된다. 둠 슬레이어는 악마들을 찢고 죽이며 대활약을 펼쳤고, 칸 메이커의 심복인 치천사 사무르 메이커는 그에게 신성의 기계를 쓰도록 설득해 한층 더 강해지도록 만들었다. 둠 슬레이어는 타라스 나바드란 도시에서 지옥의 거대한 악마인 타이탄을 크루시블로 죽임으로써 감시단의 왕이자 영웅으로써 전설의 시작을 알렸고, 아전트 세계 역시 악마들과 아득히 긴 전쟁을 벌이기 시작한다. 코덱스에서는 이를 두고 "이 전투를 계기로 아전트 사회는 크게 변화했다"고 기록한다.
밤의 감시단은 전사세력들 중에서도 대악마 전선에서 뛰어난 활약을 하면서 대악마전의 전문가들로 이름을 떨치게 된다. 밤의 감시자 10명이 노포로 무장하고 악마들의 공세에 맞서 요새를 수비하는 등의 일도 코덱스에 기록되어 있었고 둠 슬레이어가 이끄는 밤의 감시단이 지옥까지 진입하며 원정을 다니고 있었음을 암시하는 구절도 있다.[11] 그러나 애당초 감시단의 중진인 사제들은 이미 지옥과 천국의 추종자들이었고 가장 애용하는 자원은 적이 생산했다. 둠 슬레이어와 밤의 감시단은 수많은 악마를 죽이고 지옥까지 파괴하고 있었지만 전쟁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결국 밤의 감시단은 지옥에서 저주받은 도시 네크라볼의 지옥 에너지 생산공장을 목도하고 만다. 자신들의 신인 엘리멘탈 레이스의 힘, 지옥의 공격으로 죽어나간 수많은 원혼들이 고통받으며 아전트 에너지를 생산하는 과정을 본 감시단은 충격에 빠졌고, 아전트 사회에 이를 알려 메이커들의 배신을 알리고 맞서고자 했다.
그러나 아전트 사회의 많은 이들은 이미 지옥의 에너지에 매료되어 오히려 내부에서부터 분열이 초래되고 만다. 밤의 감시단은 복수와 해방, 정의를 외치는 노빅 왕 및 슬레이어 파벌과, 아전트 에너지가 주는 영생 등의 막강한 권능에 매료된 디아그 교단과 메이커 추종자 파벌로 나뉘었고 두 파벌 사이에 내전이 벌어진다.
그러나 말이 내전이지 감시단의 배신자들에 더해, 지옥과 메이커들까지 적으로 돌아섰기에 정통 감시단 입장에서는 수적으로 매우 불리한 상황이었다. 이 때 디아그 교단 사제들 중 아직 노빅 왕의 편에 서 있던 디아그 그라브는 노빅 왕에게 저들의 에너지 원천인 네크라볼을 공략할 것을 진언했고, 자신의 대에서 쇠락해가는 아전트 문명을 두고 볼 수 없던 노빅 왕은 그 조언을 받아들여 슬레이어와 감시단 대부분을 지옥으로 출격시킨다.
그러나 이는 디아그 그라브의 거짓말이었다. 그라브 역시 메이커의 수족이었으며 감시단이 포탈을 타고 출격한 감시단이 본 것은, 퇴로조차 사라지고 뿔뿔이 흩어진 아군과 사방을 포위한 악마의 대군세였다. 게다가 디아그 그라브의 속임수는 하나 더 준비되어 있었다. 감시단의 중진이던 발렌. 한 때 둠 슬레이어의 직속 상관이기도 했던 강력한 전사인 그는 악마와의 전쟁통에 아들을 잃고 고통스러운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게다가 지옥과의 전쟁에서 염화에 노출되어 고통받는 아들의 환영을 수도 없이 보면서 정신적으로 붕괴 직전이었다. 그라브는 발렌에게 접근해 엘리멘탈 레이스가 기거하는 왕의 무덤을 열어준다면 아들을 돌려주겠다고 유혹했고 발렌은 이에 넘어가고 만다.
왕의 무덤은 열려버렸고, 레이스는 해방되어 돌아다니다 지옥에 넘어간 것인지, 아니면 디아그 교단과 메이커가 모종의 조치를 취했는지는 불명하나 지옥에 납치되어 아전트 에너지의 생산과 지옥의 전쟁을 위해 힘을 추출당하는 신세로 전락한다. 그리고 이런 배신을 저질러 아전트 문명의 마지막 숨통마저 잘라버린 후 발렌이 본 것은 영혼만이 심장에 봉인되어, 기괴하게 부풀어오른 모습을 한 아들의 심장이었다. 발렌의 아들은 지옥의 신화적 존재인 타이탄 아이콘 오브 신을 부활시키고 통제하기 위한 소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발렌은 이에 절규하고 오열하며 지옥으로 스스로 건너갔고, 복수와 속죄를 위해 그곳에서 영원한 세월을 칩거하게 된다.
이제 노빅 왕과 아전트인들에게는 남은 것이 없었다. 엑술리티아에서 그들을 지켜줄 감시단은 한 군단밖에 없었고 그 외의 감시단은 전부 지옥에서 사력을 다하고 스러져갔다. 노빅 왕은 스스로의 어리석음을 한탄하며 사망한 후에도 엑술리티아의 옥좌에서 망령으로 남게 된다.
그러나 아전트 드'누르가 멸망했어도 둠 슬레이어와 밤의 감시단이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둠 슬레이어는 계속해서 악마들과 싸웠고 밤의 감시단도 그를 따랐다. 악마들은 둠 슬레이어와 그를 따르는 밤의 기사단을 지옥에 가뒀다고 생각했지만, 곧이어 둠 슬레이어는 사제들의 배신으로 지옥에 갇혀 아전트 드'누르의 멸망을 막을 수 없던 것을 되갚겠다는 듯이 그림자 평원의 악마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했다. 그렇게 악마들은 둠 슬레이어와 함께 지옥에 갇힌 채 방어에만 급급한 처지로 전락해 오랜 고난의 시기를 겪게 된다.[12]
악마들과 맞서면서 밤의 감시단 인원들도 쓰러져 나갔지만 끝내 둠 슬레이어를 막는 시도는 전부 실패하고 수많은 마장들과 악마 영웅들이 그의 손에 죽어나가면서 지옥이 초토화되기에 이른다.[13] 이 전쟁을 빙자한 일방적인 학살극은 카딩거 성소에서 둠 슬레이어가 지옥 사제들의 함정에 봉인당하면서 끝났고, 아전트 문명은 메이커의 비호 아래 들어간 이들이 거주할 곳을 제외하고는 지옥에 합병되어 지옥 에너지로 변화했다. 지옥이 초토화되는 꼴이었지만 엘리멘탈 레이스, 네크라볼 등은 지켜냈고 지옥은 재건해가며 메이커들의 협력 아래 다른 세상을 침공했다.
그로부터 긴 시간이 흘렀고, 메이커와 지옥의 문명 말살과 수확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마침내 지옥은 인류 문명을 침공했고 메이커 종족은 이를 도왔다. 인류는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버티지 못하고, 지옥과 천국이 합작한 인류의 수확은 수월히 진행되는 듯이 보였다. 그러나 부활한 둠 슬레이어에 의해 지옥 에너지 생산을 위한 도시 네크라볼이 파괴당하고 생산에 특별한 재료와 시설을 지키던 악마들이 몰살당하고, 지옥의 공격체계에 중요한 역할을 하던 사제들의 목이 떨어졌다.[14]
이 과정에서 천국과 지옥의 오랜 협력 관계는 깨지게 된다. 우르닥에서 아이콘 오브 신이 해방되며 메이커들을 타락시키는 한편, 우르닥의 위치를 숨겨주고 다른 종족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는 일종의 방벽 역할을 하던 봉인이 깨져버리자, 악마들이 곧 바로 우르닥으로 침공해 왔기 때문이다. 즉, 악마들은 처음부터 호시탐탐 천국을 공격할 기회를 노려왔던 것. 아무리 메이커들이라 할 지라도 악마들을 상대로 당해낼 수가 없으니, 결국 지옥의 악마들과 차원 이동과 대상의 수색을 돕던 메이커 종족은 악마들에게 공격받는 한편, 둠 슬레이어에게 칸 메이커가 살해당하면서 대혼란에 빠지게 된다.
최종적으로 새로이 부활한 마신 아이콘 오브 신이 전신을 난자당한 끝에 봉인에 가깝게 떡실신당하고, UAC에서 지옥을 돕던 추종자들도 살아있지 않으니 지구 침공을 계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며 둠 슬레이어의 전쟁은 여전히 계속된다고 하니 이제는 과거의 악몽이 재현될 것이다. 확실한 건 더 이상 지옥 측에서 둠 슬레이어와 싸우기 위해서는 두번의 전쟁에서 대부분 침공지와 추종자들을 주로 잃은 것과는 반대로, 이제는 지옥을 직격할 슬레이어의 공포에서 본인들의 주요시설과 군주 악마들이 그 표적이 된다는 것이다.
후속작에서는 설정으로만 언급된 지옥의 현 통치자들인 '아크 데몬(Archdemons)' 6명과[15] 이들이 섬긴다는 '이름 없는 자(Nameless one)'가 남아있는 상황인데, 이들이 방어전으로 갈지 다시 재침공을 시도할지는 미지수. 일단 악마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질 것은 자명한데, 신화적 악마인 스파이더 마스터마인드가 죽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고대 타이탄인 죄악의 상징마저 슬레이어에게 박살났기 때문(...).
여담으로 이터널에서 추가된 설정에 따르면, 지옥은 그 자체로 살아있으며 의사를 지닌 생명체이다. 세계 자체가 다른 차원의 생명의 학살과 포식을 갈망하며, 공간·시간·차원 또한 여타 차원들과 비교해서 대단히 뒤틀려 있다. 지옥에 침공당한 지구 여기저기에서 목격할 수 있는 거대한 촉수 역시 지옥의 단말로 보인다. 윗 문단에서 언급된 아크 데몬은 총 6체가 존재하는데, 이들은 지옥에 존재하던 태고의 '검은 심장'에서 태어난 존재들이라고 한다. 그런데 DLC에서 밝혀진 지옥과 암흑 군주 다보스의 진정한 정체를 알고나면 이 태고의 '검은 심장'의 정체가 무엇인지 더더욱 의문이다.
3.4.1. 정체
둠 이터널의 DLC: The Ancient Gods에서 지옥의 기원이 밝혀진다.본디 지옥은 둠 세계관의 창조주 아버지가 우르닥 창조 이후 만든 제카드라는 세계였다. 이곳은 우르닥보다 더욱 발전된 차원이었으며, 주민들도 왕성한 지적 호기심을 타고난 존재이자 우유부단함을 모르는 생명체였다. 우르닥보다 우수한 세계를 만드는데 관심을 갖고 있었던 '아버지'는 이들에게 특별한 제어를 가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제카드를 관리하기 위해 최초의 신들 중 하나, 다보스를 창조해 주었다. 제카드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지식과 대담함을 살려 낙원에 가까운 완전한 사회를 만들었으며,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문명을 일구었다.
헌데 다보스는 제카드의 주민들을 너무나도 아낀 나머지 이들의 죽음을 두려워하게 되었고, 그들의 죽음을 막기 위해 불멸을 갈구하게 되었다. 다보스의 욕망에 부추김당한 제카드의 사람들 역시 불멸을 찾아나서기 시작했고,[16] 그들의 욕망은 점점 도를 넘기 시작한다. 여기에는 이러한 무절제한 야망이 결국 전 차원을 위협하고 나아가 자신에 대한 도전으로 이어질 것을 예견한 창조주 아버지는 제카드 차원을 다른 차원으로부터 봉인해버렸고,[17] 이에 다보스는 아버지가 자신을 배신했다는 분노에 사로잡혀 반기를 들지만 되려 아버지에게 생명의 정수를 뽑혀 처참하게 패배한다. 그 후 다보스는 악에 사로잡혀 대마왕-즉 암흑 군주로 군림했으며, 한 때 위대했던 제카드 주민들은 악마로 전락하고 제카드는 우리가 알던 둠 시리즈의 지옥이 되어버렸다. 우르닥의 메이커 종족보다 뛰어났던 문명과 지식도 상실되어, 극히 일부만이 그 잔재를 기억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리하여 악마들은 아무 이유 없이 모든 차원에서 파괴와 학살을 퍼뜨리는 존재가 되고 만 것이다.
아버지에게 제압당한 다보스는 육신을 잃고 그 정수만이 남아서 지옥의 잉모어 성소에 배치되었다. 잉모어 성소는 우르닥을 창조한 아버지의 휴식처이자 다음 창조를 계획하기 위해 마련된 장소로 루미나리움에 지지 않을만큼 의미있는 성지였다. 아버지는 자신의 첫 자식에 대한 속죄인지, 아니면 후회인지 다보스를 제압한 이후 본인 역시 육체를 포기하고 그 정수를 잉모어 성소에 함께 배치한다. 바로 그 아래에는 악마들이 탄생하는 지옥의 중심부 '피의 늪'이 있었지만, 초거대 타이탄 말리고그와 아버지가 취해놓은 것으로 추측되는 강대한 봉인의 보호 덕분에 악마들도 메이커도, 심지어 밤의 감시단 정예진 수백명도 이 생명의 구체를 취하지 못했다.
두 생명의 구체는 지옥의 잉모어 성소에 존재했지만 되살릴 수 있는 방법은 우르닥의 성지인 루미나리움, 아버지가 최초로 창조를 시작한 성역의 힘으로만 부활시킬 수 있었다. 루미나리움에는 아버지의 정신만이 존재하면서 세라핌들의 보좌를 받으며 메이커들에게 간혹 조언을 하는 일 외에는 우르닥의 운영에 관계하지 않았다. 루미나리움에 존재하는 치천사들, 사무르를 비롯한 이들은 아버지를 셀 수 없이 오랜 세월간 보좌해온 측근들이지만, 역시 아버지가 보기에는 불완전했기에 이들은 루미나리움에 당도하는 존재들이 일정한 조건을 갖추었다면 그에 해당하는 일을 무조건 수행하도록 명령받았다.
생명의 구체만 남은 암흑군주 다보스지만, 그는 여전히 지옥 전체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쳤고, 여섯명의 아크데몬들 역시 그에게 복종하는 피조물들이었다. 그의 정신은 아버지 못지않게 왕성한 활동을 계속하여 갖은 차원을 침공하고 메이커를 유혹하여 계약을 맺는 등 사악한 행보를 계속했다. 지옥의 잉모어 성소[18]에서 비실체화 상태의 그의 음성을 직접 들을 수 있다.
암흑군주 다보스는 지옥의 악마들이 지구나 우르닥 등의 이차원에서도 왕성한 활동력을 유지할 수 있는 근원이라고 한다. 생명체의 절망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지옥차원의 이질적인 능력과 차원 흡수 능력 등도 다보스의 신적 능력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측된다. 이에 둠 슬레이어는 암흑 군주 다보스를 부활시킨 다음 찢고 죽여서 지옥을 이번에야말로 멸망시킬 계획이다. 다만 암흑 군주를 죽인다고 지옥과 악마들이 곧 바로 멸망하는 것은 아니며, 작중에선 암흑 군주를 죽이면 지옥 밖의 악마들은 모두 죽는다고 언급된다. 즉, 암흑 군주를 죽인다면 지옥의 우두머리를 제거함과 동에 지옥 밖의 악마들도 모조리 제거해버릴 수 있으니 지옥과 악마들에게만 집중 할 수 있게 된다. 이러나 저러나 둠 슬레이어의 목적인 지옥의 멸망을 위한 핵심이자 지름길인 셈.
DLC의 두 번째 챕터인 '피의 늪'에서 제카드 문명의 잔재를 확인할 수 있다. 센티널 인들과 비슷한 중세풍 석조건물을 많이 세웠는데, 건물의 크기 등으로 추측하건대 악마가 되기 전의 제카드인들은 의외로 지구인과 비슷한 체구였던 것으로 보인다.
둠 이터널의 DLC에선 마침내 제카드의 중심지였던 임모라 요새에서 둠 슬레이어의 호출에 재집결한 센티널 군단과 암흑군주의 부름을 받은 지옥의 악마들의 최종전투가 벌어진다. 격전의 와중에 요새 내부로 침투한 둠 슬레이어는 마침내 암흑군주를 쳐죽이는데 성공하고 그와 동시에 지옥에 있던 악마를 제외한 모든 악마들이 소멸함으로서 지옥의 기나긴 정복과 학살의 역사는 종지부를 찍게 된다.
- [ 진실 ▼ ]
- 아버지가 다보스를 창조한게 아니라 다보스가 아버지를 창조한 것이였다.
본디 둠 세계관의 진짜 조물주는 아버지가 아니라 다보스였다. 다보스는 가장 먼저 제카드를 창조하였고 그 안에 살아가는 여러 생명체들 또한 창조하였다. 그러나 이들은 다보스와는 달리 불사의 존재가 아니었고, 다보스는 이에 제카드의 생명들에게 자신과 같은 불사를 안겨주기 위해 아버지를 창조하여 불사의 비밀을 풀 방도를 연구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아버지는 자신의 연구를 보조하고자 우르닥과 메이커 종족을 창조하였다. 작중 메이커 종족이 자신들의 영생을 위해 여러 악행들을 저지른 까닭은 애초부터 자신들의 창조주였던 아버지에 의해 영생을 갈구하도록 만들어진 탓이였기 때문이였다. 그러나 아버지와 이내 반기를 들어 다보스를 봉인하였고, 이내 자신이 창조주임을 선언하여 다보스의 직위마저 찬탈해버렸다. 자신의 창조물에게 배신당한 다보스의 분노에 의해 제카드와 그 안의 생명들은 다보스의 분노의 영향을 받아 뒤틀려져서 지금의 지옥과 악마들로 전락한 것이였다.
지옥과 다보스의 진정한 정체가 밝혀지자 지옥에 존재한 태고의 '검은 심장'이 무엇인지, 아크 데몬들이 섬긴다는 '이름 없는 자'가 누구인지 더더욱 의문이다. 아크 데몬 6명이 지옥의 검은 심장에서 태어났다는데 사실 다보스야말로 우주의 진정한 조물주였으며 둠 슬레이어가 다보스를 죽일 때까지 이름 없는 자는 끝내 등장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다보스는 DLC 2에서 스스로 자신의 힘과 이름을 메이커들의 아버지에게 빼앗겼다고 한다. 다보스가 본래 자신의 이름을 강탈 당했기에 이름 없는 자라 불려지는 것이라면 이 '이름 없는 자'라는 명칭에도 부합하며, 때문에 외국 둠 위키 등에서는 nameless one과 다보스를 동일 인물로 서술하고 있다. 지옥의 검은 심장 역시 다보스를 지칭하는 명칭일 수 있다. 지옥의 모든 것은 다보스가 창조했으며, 아크 데몬들 역시 다보스의 피조물이기 때문.[19]
둠 슬레이어가 암흑 군주를 완전히 죽여버렸고 지옥 바깥의 악마들이 몰살당하기는 했으나 지옥에는 아직도 아크데몬 '여섯의 질서'가 남아있는 것을 보니 후속작 떡밥인 듯하다. 이 여섯의 질서는 자기들의 군주가 친히 둠 슬레이어를 상대하다가 죽을 때까지 둠 슬레이어 앞에 나타나지 않았는데 아마 다른 곳에서 나이트 센티넬과 싸우며 지옥을 방어하고 있었을지도? 지옥의 진정한 군주 암흑 군주가 완전히 죽어버렸으니 이제 이 6명의 아크데몬들이 지옥의 군주 자리를 물려받았을 것인데 악마들의 최악의 천적 둠 슬레이어마저 깊은 잠에 빠졌으니 포기를 모르는 악마들이라면 여섯의 질서 아크데몬들의 통치 하에 절치부심하며 다시 힘을 키우며 권토중래를 노릴 것이다. 아직 둠 시리즈 자체에서 스토리가 더 뽑혀 나올 것이라고 발언된 이상, 다시 한 번 자신들의 감옥에서 나와 세상에 복수하려 들 것이다.
3.4.2. 지역
- 카딩거 성소
과거 둠 슬레이어가 봉인되었던 성소. 언급에 따르면 둠 슬레이어는 지옥을 닥치는대로 파괴하다가 악마들이 미끼로 보인 신전에서 당했다고 한다. 둠 슬레이어 봉인 이전에도 악마들에게 의미가 있던 장소로, 이름 높은 영웅들을 모시는 무덤이나 신전이 잔뜩 있었던 곳이라 한다.
- 그림자 평원
지옥의 지역 중 하나로, 페인 엘리멘탈이 이 지역에서 탄생하는 모양. 둠 슬레이어가 이곳에서 악마들을 상대로 대학살을 벌였다고 한다.
- 네크라볼
만악의 근원 아전트 에너지를 제조하는 공장. 인간 창고, 판별실, 고문실, 영혼 추출기 등 체계적인 시설이 갖춰져 있다.
- 피의 늪
지옥의 악마들 대다수가 탄생하는 장소. 네크라볼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인간들은 이 늪에 폐기되어 악마로 변이한다.
- 임모라
지옥의 핵심 지역. 정확히는 제카드의 수도로, 고대의 기술로 무장한 거대한 요새도시. 다보스의 아전트 에너지 공급과 악마 노예들의 희생 덕에 순혈 제카드인들은 여전히 영생에 가까운 삶을 누리고 있다. DLC2의 엔딩 이후 임모라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슬레이어와 밤의 감시단의 대대적인 공격으로 성벽이 무너지고, 둠 슬레이어에게 암흑군주가 사망하는 등 괴멸적인 타격을 입으며 패전했으니, 임모라도 멸망했을 확률이 높다.
3.5. 둠: 더 다크 에이지스
이 작품에서는 둠 슬레이어의 지옥 침공 시절을 묘사한다고 했으니, 아크 데몬들 포함 지옥의 남은 전력이 왜 이터널 시점엔 등장하지 않는지 묘사될 듯 하다.[1] 둠 3 오리지널의 지옥은 엄밀히 말하면 지옥이 아닌 지옥문이 열린 곳을 마지막으로 가지만, 지옥문이 열린 덕에 주변이 지옥과 별 다를 바 없이 변했기에 지옥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2] 둠 2: 헬 온 어스의 엔딩에서도 아이콘 오브 신이 죽고 지옥이 파괴되는 모습을 본 둠가이가 '지옥이 박살났으니 이제 나쁜 놈들이 죽으면 어디로 갈까'하는 생각을 하는 묘사가 나온다.[3] 일본의 유명 둠 팬아트 작가인 구라시키 난카가 외눈박이 미소녀로 모에화하기도 했다. #.[4] 그 기준은 불명이나, 코덱스 내용(Tablets, retrieved from the Great Steppe in the UAC Automated Survey of 2143, suggest that the Barons of Hell are the current Royal Guard of the unknown Dark Lord of the fourth age)을 참조하면 어쩌면 다보스 사후 암흑군주가 임명됨에 따라 구분하는 것일 수도 있다.[5] 둠 3 확장팩에서 비트루거가 함정을 파놓고 기다리고 있었던 점을 보면, 스스로 차원문을 열지 못할 뿐 부비트랩과 같은 방법으로 기회를 노릴만한 비책들을 이리저리 마련하는 것으로 보인다. 인류보다 훨씬 진보한 기술력을 가졌던 화성인들과 벌인 전쟁에서 화성을 차지하진 못 했을 뿐 화성인들을 멸망시켰던 전적이 입증하듯, 어쨌거나 한 번이라도 차원이 연결되면 논리를 벗어나는 예상치 못한 존재라도 있지 않는 한 자신들의 승리는 확실하기 때문.[6] 밤의 감시단과 벌인 전쟁에서 악마들이 감시단의 차원으로 직접 차원문을 열고 선공한 것을 생각하면 직접 차원문을 열 수 있었던 모양이지만, 둠 슬레이어가 봉인되기 전에 피해를 많이 입어 쇠퇴한 탓인지 리부트 시점에선 올리비아 피어스가 열어준 차원문으로 침공했고, 이후엔 열려있는 차원문과 고어 네스트에 의존한다.[7] 고어 네스트가 성장하는 것인지, 악마들이 만들 때 작정하고 더 큰 시체의 산에 강력한 의식을 치르는 것인지는 불명.[8] 전투복과 크루시블, 그리고 악마들의 연전연패 중 어느것이 먼저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둠 슬레이어가 악마들의 공세를 버티지 못할 약자였다면 배교자 대장장이가 굳이 정성스럽게 전투복을 제작해 바쳤을지는 의문.[9] 둠 슬레이어가 봉인되었던 카딩거 성소나, 크루시블과 엘리멘탈 레이스 등이 그렇다.[10] 일례로 둠 이터널의 보스인 둠 헌터는 본래부터 센티넬 문명권에 존재하던 야수인 아가돈 헌터가 그 원본이다. 게다가 아가돈 헌터는 이미 오랜 과거에 멸종한 상태인데 이는 센티넬 문명이 아가돈 헌터들을 퇴치하는 데 성공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본래부터 이런 괴수들과 치고받던 문명권이니 당연히 강할 수 밖에 없다.[11] 코덱스에 따르면 감시단이 전장에서 복귀할 때마다 아전트 사회는 격변했다고 한다. 물론 그 변화의 원천에 대해서는 잘 몰랐지만...[12] 악마들이 정복한 곳은 결국 지옥에 편입되니 다른 차원으로 도망가봐야 결국 지옥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다. 둠 슬레이어를 제압할 수 있었다면 별일 아니었겠지만, 알다시피 둠 슬레이어가 지나치게 강대한 존재가 되어버린 후였고 결과적으로 둠 슬레이어라는 대재앙을 자신들의 손으로 함께 가둬버린 꼴이 된 것.[13] 이 때부터 2016년 둠의 코덱스에 언급되는 둠 슬레이어의 여정과 일치한다.[14] 분명 악마들은 인간보다 훨씬 강하지만, 군주급 악마가 나오지 않고 그들 단독으로 점령작전을 수행하는 것은 무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칸 메이커도 지옥 사제들을 대체할 수단이라곤 지옥의 마신인 죄악의 상징을 쓰는 것뿐이었다.[15] 이 6명의 아크데몬들을 '여섯의 질서(Order of the Six)'라고 한다. 6명 중에서 이름이 밝혀진 것은 지옥의 지역 '디스(Dis)'의 통치자(Ruler) '에레보스(Erebus)' 하나뿐이다.[16] 제카드인 역시 불멸에 가까운 삶을 사는 메이커들을 몹시 질투했다.[17] 실제로 다보스의 힘이 어찌나 강력했던지 다른 차원을 구분하는 경계가 희미해졌다. 본래 다보스는 한 세계가 하나만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신이었는데, 여기에 다른 차원의 신들과 아버지의 부관들 상당수를 잡아먹는 바람에 더더욱 강해졌다.[18] 그의 구체를 가지고 가려는 둠 슬레이어에게 "준비가 다 되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도발하는 듯한 말을 건넨다.[19] 휴고 마틴의 인터뷰에서 지옥은 다보스의 확장된 정신세계에 가까운 공간이라는 언급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