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풍종호의 무협소설 『광혼록(狂魂錄)』에서 금선고(金仙蠱)와 혈령교(血靈蛟)[1]라는 고독을 이용해 천하 지배를 꿈꾸는 세력이 혈선교(血仙敎)이다. 금선고는 지렁이보다 크면서 뱀보다 작은 1자(尺)[2] 가량의 금빛을 띄는 벌레이며, 혈고(血蠱)는 꼭 쌀알과 비슷한 생김새와 크기를 가졌다.2. 작중 행적
50여 년 전 처음으로 그 모습을 드러냈을 때는 금선고는 물론 혈고의 해독제가 없어서 매우 치열하고 끔찍한 싸움이 벌어졌다. 혈고에 감염된 자는 몸이 강철 같아지면서 제정신을 잃어 일종의 강시처럼 변해 해독하기는커녕 쉽게 죽일 수도 없었다. 어떻게든 힘들게 죽여도 시체에서 나온 혈고에 다른 희생자가 생기는 일이 다반사일 정도로 전염성도 있어 많은 사상자가 난다. 그래서 나온 유일한 대응책이 다른 신체보다는 약한 멱을 따서 죽인 뒤에 불에 태워버리는 방법이었다.그나마 혈고는 까다롭기는 해도 이러한 대응책이 있었으나, 금선고는 혈고보다 능력은 더욱 좋게 강화하면서도 제정신을 유지하는 게 가능하여 혈선교의 수뇌부가 자신들의 뇌에 심는다. 그러므로 금선고를 가진 자는 더더욱 죽이기가 어려워 상대하기가 매우 곤란하였기에 전황은 혈선교에 유리하였다. 그러다 맹룡회(猛龍會)를 이끌던 초대회주 맹룡대협(猛龍大俠)이 알려지지 않은 제이의 시술법으로 금선고를 자신의 뇌에 심고부터는 상황이 역전된다. 오로지 그가 가진 금선고만이 다른 금선고에 감응하지 않으면서 탐지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맹룡대협은 혈선교의 수뇌부를 잡아서 자신의 금선고로 그들의 금선고를 먹어치울 수 있었고, 대응할 방법을 마련하지 못했던 혈선교는 끝내 무림에서 물러난다.
30여 년 전에도 혈선교는 다시금 발호하려 시도했다가 금선고를 모두 잃은 상황에서 혈고만으로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해 또 맹룡회에 막힌다. 그렇게 20여 년이 더 지나 이제 무림에서 활동하는 젊은이들은 혈선교에 대한 이름도 알지 못하는 시절에 드디어 금선고를 시술받고 잠들어 있던 금권자(金權子)가 40여 년 만에 깨어난다. 그는 맹룡대협이 면면히 이어질 혈선교에 대항할 여러 유산을 남겼음을 잘 알아 이전처럼 힘으로 정면 상대하는 것이 아닌 맹룡회에 내분을 획책하여 힘을 줄이는 암계(暗計)를 실행한다. 안으로는 야응(夜鷹) 구원산, 사군(蛇君), 무불야차(無不夜叉) 방동백 등 사파(邪派)의 고수들을 끌어들이는 한편, 겉으로는 독주하고 있는 맹룡회를 견제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혈선교를 영웅회(英雄會)란 이름으로 가장한다.
특히나 비취검객(飛鷲劍客) 능사엄의 제자에게 영웅들을 앞서서 인도한다는 위무제(魏武帝)의 의천검(倚天劍)을 주어서 영웅회에 많은 정도(正道)의 무인과 방파를 끌어들이게 한다. 이를 통해 혈선교에 대해서는 모른 채 맹룡회에 불만을 품고 있던 많은 고수를 끌어들여 연판장까지 만들어낸다. 그 과정에서 영웅회에 가입하지 않아 앞으로 혈선교의 행보에 방해될 문파들은 조만간 열릴 대영웅대회(大英雄大會)에 참가하도록 회유하거나 비무를 통해 강제로 참가하게 한다. 대영웅대회에 혈고를 살포하여 한꺼번에 해칠 계획의 사전 포석이었다.[3]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자 혈선교는 천하를 차지하기 위한 자금 확보를 위해 소주(蘇州)의 막대한 부(富)를 가지고 있는 조가장을 무너뜨리려 한다. 처음 청홍루(靑鴻樓)에 손을 뻗치는 것처럼 보여 맹룡회의 시선을 돌리고는 조대인에게 원한[4]을 가진 진가장을 회유하여 조가장의 상권을 흡수할 준비를 한다. 그렇기에 먼저 조가장의 핵심인 양노대를 죽이려고 한다. 처음에는 구원산을 통해 적련철장(赤鍊鐵掌)을 건네준 귀견방주(鬼犬幫主) 사마잔에게 장강수로맹(長江水路盟)의 주인인 수상군자룡(水上君子龍) 도장옥의 조카 도무기를 죽이게 시킨다. 차도살인(借刀殺人), 수로맹의 칼을 빌려 양노대를 비롯한 조수인 일행을 처리할 흉계(凶計)였다. 이 방법이 실패하자 양노대에게 원한이 있는 형우경에게 청성파(靑城派)의 폭우검(暴雨劍) 구예를 붙여줘 제거하게 한다. 그런데 이 습격마저 성공하지 못하면서 이어지는 모든 계획이 어긋나기 시작한다.
혈선교에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조수인이 사사건건(事事件件) 방해가 되어 백수검(白鬚劍) 양진청에게 살인청부를 한다. 또한, 아예 양노대뿐만 아니라 다른 일행까지 모조리 죽이기 위한 살수들을 본격적으로 동원하는데, 제대로 접근도 하기 전에 조수인 일행을 뒤따르고 있는 비호도(飛虎刀) 육풍목, 경천객(驚天客) 무호성 등에게 사전에 모두 박살이 난다. 이에 혈선교에서는 결단을 내려 맹룡회의 본부인 다보장(多寶莊)과 조가장 자체를 동시에 지우려고 양쪽으로 전력을 파견해 기습한다. 하지만 조대인만 죽여서 오히려 조수인과 양노대, 굉뢰귀견수(宏雷鬼見愁) 석일도의 분노만 산 꼴이 되었으며, 그들이 복수를 위하여 다보장을 구원하러 오면서 맹룡회에 타격을 주려는 계획도 실패로 돌아간다.
혈선교는 미리 잠복해놓은 혈고를 풀어 대영웅대회에 모인 수많은 무인을 감염시키려 한다. 시발점 역할의 옥척금강(玉尺金剛) 대루진에, 만일을 대비해 독곡(毒谷)의 파문제자 수대부(壽帶簿)가 잠복한 혈고를 터뜨릴 수 있도록 철저하게 안배까지 한다. 그러나 그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던 혈적신군(血笛神君) 주운랑이 혈고의 해독 방법을 알아내 나타났고, 수대부는 곡무릉의 독강(毒罡)에 황천(黃泉)으로 가면서 역시나 혈선교의 비장의 계책은 물거품이 된다.
공을 들인 비책의 실패에도 여전히 혈선교에서는 천하제패를 포기하지 않고 최후의 한 수를 노린다. 수밀계(樹密界)에 머무르고 있던 고수들이 다 빠져나가 조수인, 주수문, 이림만 남았음을 개방(丐幇)에 심어둔 첩자를 통해 알게 되어 다시 살수들을 파견한다. 간단히 사로잡거나 죽일 수 있으리라 여긴 것이지만, 정신 나간 조수인이 무적절기로 주수문을 안전하게 지켰으며, 별 볼 일 없던 서생인 이림은 보는 사람도 없겠다 감추고 있는 산중비천호(山中飛天虎)의 면모를 드러내 살수들을 처리한다. 이 마지막 노림수마저 통하지 않자 어쩔 수 없이 혈선교의 수괴인 금권자는 내심 자신의 금선고를 믿어 최종 결전을 치르기로 한다. 이것은 금선고에 대한 해결책이 나온 것을 모르고 내린 잘못된 판단이었다. 결국, 그는 수라신군(修羅神君) 공손이의 풍뢰격허(風雷擊虛)에 최후를 맞는다.
3. 구성원
- 금권자(金權子)
- {{{#!folding 적광전주(赤光殿主) 매등방 ☜
- {{{#!folding 야응(夜鷹) 구원산 ☜
- {{{#!folding 사군(蛇君) ☜
- {{{#!folding 무불야차(無不夜叉) 방동백 ☜
- {{{#!folding 소호(素狐) 황가동, 금사(琴蛇) 요평성 ☜
[1] 혈고의 정식 명칭이다.[2] 촌(치, 寸) = 3.03cm, 자(척, 尺) = 30.3cm, 장(丈) = 303cm.[3] 비취검객의 제자는 혈선교에서도 제법 비중이 있는 자였다. 즉, 폭우검 구예처럼 사실을 모르면서 이용당했다기보다는 제대로 된 혈선교의 하수인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만 2부에서는 전혀 그가 등장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풍작가가 본래의 글을 잃어버려 이러한 일종의 어색한 부분이 생긴 것 같다.[4] 진가장의 주인은 조대인 때문에 조수인의 어머니와 결혼하지 못했다 여겨 원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