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bgcolor=#3f5735><colcolor=#c4c0a0> B사감과 러브레터 B舍監과 loveletter | |
장르 | 단편소설 |
작가 | 현진건 |
발매처 | 조선문단 |
발매일 | 1925. 02. ([age(1925-02-01)]주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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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이 작품은 한 인간의 극대화되고 과장된 이율배반적인 심리를 인간주의 입장에서 따스한 눈길로 다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바로 이 작품이 희극적인 성격을 지녔다기보다는 생의 본질적인 비극성을 해학적으로 극명하게 드러내준다는 증거이기도 한다. 그리하여 작가는 소외된 인간을 보편적 근거에서 한층 분리시킨 듯 하지만 실상은 오히려 동일한 인간 영역으로 끌어당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1925년 2월 『조선문단(朝鮮文壇)』에 발표된 현진건의 단편소설. 내면 심리의 변화와 외부적인 행동 방식을 완벽하게 대조시켜 구현하는 방식으로, 인물의 성격 묘사에서 극적인 방법의 효과를 최대한 살리고 있다. 아울러 이 작품에서는 풍자적이고 유머러스한 문체가 사용됨으로 인해 이러한 극적 효과가 배가되고 있으며, 추리소설과 같은 진행법으로 전개되어 독자를 유인해간다.
자유연애가 확산되고 있던 일제강점기 조선의 상황을 반영한 작품이다.
2. 등장인물
- B사감
이 이야기의 중심인물. 기숙학교인 C여학교의 교원 겸 기숙사 사감으로, 학교에서는 공포의 화신으로 유명하다. 일단 독실한 개신교 신자이지만 성격이 상당히 악독한 데다 엄격한 딱장대로 학교 내 사건사고를 몰고 다니다시피 하며, 러브레터 건으로 상당히 예민하게 구는 등 학교에서는 문제 교원으로 인식되는 중이다.
- 여학생들
3인 1조로 활동하는 기숙사생들. 이 중 리더는 3학년인 3번 여학생이다.
3. 줄거리
기숙사제 여자고등보통학교인 C여학교[1]에서 교원 겸 기숙사내 사감으로 근무하고 있는 40에 가까운 30대 후반의 못생긴 노처녀이자 독신주의자, 찰진 야소꾼[2] B여사는 학교 내에서는 무서운 딱장대[3]로 아주 유명한 여선생이다. 이 학교 내 학생들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유명한 그녀는 남학생들에게서 날아오는 러브레터를 끔찍하게 싫어한다. 우연히 러브레터가 오는 날이면 러브레터의 수신자인 학생을 불러놓고 잔소리를 하는데, 2시간이 넘는 것은 기본일 정도로 호되게 문초를 일삼기도 한다. 문초 이후 학생을 내보내고 한바탕 기도를 일삼는 터라…
심지어 가족조차도 남자라면 면회를 오지 못하게 하는, 아니 더 나아가 가족 전체까지 면회금지 조치를 하는 바람에 "뭐 저런 사람이 다 있어?"라고 학교 안팎으로 원성이 드높았다.[4]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밤중에 기숙사에서 남녀 연인들의 염장을 지르는 소리를 듣게 된다. "이제 그만해요, 키스가 너무 길잖아요. 행여 남이 보면 어떡해요." 목소리가 나자 이를 이상하게 생각한 3명의 여학생이[5] 무슨 소리인가 싶어서 구경하러 가 보았다. 그런데 그 소리는 사감실에서 나는 거였다. 그랬더니 B사감이 혼자서 학생들에게 압수한 러브레터를 들고 남녀 목소리를 번갈아 내가면서 고백받는 장면을 연출하는 원맨쇼 상황극을 벌이고 있었다는, 남들이 보기에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웃지 못할 상황을 목격하게 된다.
이 행동들을 보고 기가 질려 버린 첫째 학생은 "황당하다"라고 말하고, 둘째 학생은 경악하며 "미친 게 틀림없다"라고 말하며, 셋째 학생은 "B사감이 불쌍하다"면서 손으로 고인 눈물을 씻는 장면에서 이야기가 딱 끝나 버린다.
4. 전문
소설 전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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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원작에서 B사감에 대한 묘사
사십에 가까운 노처녀[6]인 그는 주근깨투성이 얼굴이 처녀다운 맛이란 약에 쓰려도 찾을 수 없을 뿐인가, 시들고 거칠고 마르고 누렇게 뜬 품이 곰팡 슬은 굴비를 생각나게 한다. 여러 겹 주름이 잡힌 훌렁 벗겨진 이마라든지, 숱이 적어서 법대로 쪽찌거나 틀어 올리지를 못하고 엉성하게 그냥 빗어넘긴 머리꼬리가 뒤통수에 염소 똥만 하게 붙은 것이라든지, 벌써 늙어가는 자취를 감출 길이 없었다. 뾰족한 입을 앙다물고 돋보기 너머로 쌀쌀한 눈이 노릴 때엔 기숙생들이 오싹하고 몸서리를 치리만큼 그는 엄격하고 매서웠다.
원작에서 B사감은 40을 앞둔 30대 후반으로 주근깨 투성이 얼굴에 잔주름이 있고 이마도 거진 주름이 잡혔으며 머리카락도 숱이 적은 데다 쪽질 수 없어 거진 추녀에 가깝게 묘사되며 시력도 나빠서 돋보기 안경을 쓰고 다니는데 딱장대 성격으로 인해 학교 기숙사에서는 공포의 대상으로 군림 중이다.
6. 기타
- 윤승운이 그린 단편 만화에선 원작과 똑같이 처리했는데 왠지 B사감을 지켜보던 세 여학생에 대해 '신선놀음에 도끼 썩는지도 모른다더니…'라는 비판적 시각의 나레이션을 추가했다. 다른 학습만화에서는 세 여학생 중 하나의 남자친구가 연애 도중 걸린 것을 무마하기 위해 거짓으로 사감에게 고백을 하고 나중에는 러브레터까지 써 준 것으로 결말이 나서 나름대로 해피엔딩? 하지만 이 만화에서는 B사감이 한 학생을 너무 몰아세워서 모욕을 느낀 학생이 자퇴하고 기차에 몸을 던져서 결백을 증명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 다른 학습만화에서는 3명 중 눈물을 흘린 여학생이 주인공으로 나와 B사감에게 러브레터를 들킨 친구 상황을 몰래 보러 가다 반전에 웃음을 터뜨리고 전술한 것처럼 집안일이라고 거짓말치고 남친과 데이트간 친구를 감싸기 위해 배탈났다고 꾀병부리고 그런 애들과 티격태격하는 B사감의 모습을 코믹하게 그려냈다. 이후 앞의 만화처럼 남친이 여친을 지키기 위해 거짓 고백을 하고 원작처럼 B사감이 사랑에 빠져 러브레터를 읽는 걸 보자 주인공이 몰래 러브레터를 써주고 기뻐하는 B사감을 보며 웃는 걸로 과거회상을 마치는 해피엔딩이 된다.
- 박수정(방울마마) 작가의 로맨스 소설 <봉 사감과 러브레터>는 이 소설을 오마주한 것으로 보이는데 작중에서 여주인공 봉선화가 학생들의 연애를 금지해서 별명이 B사감이고 초반에 그녀가 엄마의 잔소리를 피한답시고 학생들에게서 압수한 러브레터가 자기 앞으로 온 것처럼 읽었기 때문이다. 다만 봉선화는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 학생들이 나쁜 길로 빠질까봐 걱정하는 마음에서 그런 것이다.
- 군대에서 소초경계를 서 본 적이 있거나 경비, 숙직 일을 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야밤중 혹은 새벽중에 티비가 없이는 심심해서 견디기가 어렵다. 그래서 그냥 B사감도 아마 심심해서 놀고 있었던 것일 수도 있다. 더구나 소설이 발표된 1925년은 TV도 라디오도 별로 없던 시절이었으며 한국에서 라디오 방송이 시작된 것은 이 소설 발표 2년 후인 1927년이다. 물론 저렇게 노는 행동이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이겠지만.
- 시간이 흘러 다음 카페 익명게시판 개편 사건이 일어나면서 이 소설이 재조명되었다.
[1] 정신여학교(Chung-Shin)가 배경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정신여학교는 현 정신여자중학교와 정신여자고등학교의 전신이다.[2] 조선 말에서 1960~70년대 노인까지 사용했던 예수쟁이를 욕하듯이 부르던 명칭이다. 다른 말론 야소쟁이.[3] 상냥함이 없고 성격이 무척 독하기로 유명한 사람을 부르는 말.[4] 농담이 아니라 아버지의 입장에서는 감히 교사 따위가 딸을 만나지 못하게 막는다면 몽둥이 들고 "니는 애미애비도 없냐? 교장 나오라고 해!"라면서 두들겨 패버릴 일이다.[5] 이중 가장 나이 많은 18세의 3번째 학생이 주도했다.[6] 이 작품이 쓰인 1920년대의 사회상을 생각해 보면 40대 언저리면 남자든 여자든 노처녀, 노총각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나이다. 당시 조혼 풍습이 사라지기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20살 언저리에 결혼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40대면 자녀를 장가, 시집보내고 손주를 보는것이 일반적이었다.[7] "오! 태훈 씨! 그러면 작히 좋을까요." 간드러진 여자의 목소리다. "경숙 씨가 좋으시다면 내가 얼마나 기쁘겠습니까. 아아, 오직 경숙 씨에게 바친 나의 타는 듯한 가슴을 인제야 아셨습니까!" 정열에 뜬 사내의 목청이 분명하였다. 한동안 침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