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미접촉부족(未接觸部族, uncontacted people)이란 외부 문명과의 접촉이 거의 없는 부족을 가리키는 말이다.세계화가 많이 진행된 21세기에는 대부분의 민족 집단들이 외부와 지속적으로 교류하는 관계로 미접촉부족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아직도 아마조니아 열대우림 같은 곳에서 원주민 부족의 마을이 새로이 발견되어 화제를 모으기도 한다.
'비문명 부족'이라고 지칭할 때도 있으나 이 말은 미접촉부족을 문명화되지 못한 야만인으로 보는 편견이 반영되어 있어서 인류학계에서는 쓰이지 않는 표현이다.
2. 특징
미접촉부족이거나 극히 최근에서야 외부 문물을 접하게 된 부족들은 외부와 고립되어 살았다는 점 때문에 문명의 이기를 접하지 못한 이들이 많다. 그래서 어쩌다가 발견한 현대 문물에 대해 오해를 하는 일이 잦다. 물론 별 문제 없이 외부 문물을 입수했다면 외부인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기도 한다. 화물 신앙 역시 현대 문물에 대해 무지하긴 하지만 큰 무리가 없이 받아들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외부인에게 자신들의 생활권이나 재산권을 침해당하거나 외부인과 물리적인 충돌을 빚곤 한다.
오랫동안 고립되었다는 점 때문에 이들은 외부에서 오는 병원체에 치명적이기도 하다. 깊게 생각할 것도 없이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유럽에서 전파된 천연두 같은 전염병에 대거 희생된 것을 생각해 보면 된다.[1] 이는 자칫 해당 부족의 전통적인 부족 사회를 붕괴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지리적인 요인과 더불어서 미접촉부족과의 접촉을 시도하는 데 애로사항으로 작용한다.
고립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존재를 알고 있느냐면 이미 문명과 접촉한 원주민들이 존재를 알려준다거나, 아니면 비행기나 헬리콥터를 띄워서 알게 된다고 한다.
3. 역사
15세기 이후 대항해시대가 개막하기 전까지는 대부분의 인류 집단들이 상호 간의 지속적인 교류를 하지 못했다. 13세기에 몽골 제국의 대칸인 몽케 칸의 즉위를 축하하고자 교황청의 특사가 몽골 제국의 수도인 상도까지 방문하거나 그보다 더 이전에 서방의 종교인 네스토리우스파 기독교가 경교라는 이름으로 중국과 중앙아시아에 전래된 사례 내지는 오다 노부나가를 알현하던 예수회 선교사들이 흑인 노예 한 명[2]을 헌상한 일이 있기는 했지만 현대에 비하면 제한적인 수준의 접촉에 불과했다. 하지만 교통 수단의 발달로 인해 세계 각국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되면서 각 나라와 민족들이 긴밀하게 교류를 하게 되었다. 따라서 오늘날에 남은 미접촉부족들은 정글이나 산악 지방, 외진 섬 같은 현대 기술로도 접근이 쉽지 않은 곳에 살아서 외부와의 교류가 뜸한 경우가 대부분이다.오랜 옛날부터 온갖 국가와 문명이 난립해왔던 유럽이나 동북아시아는 서기 1세기 이후로 미접촉부족이 없다.[3] 종종 인터넷 상에서 진시황의 폭정과 만리장성의 고된 노동 등을 피해 고대 한족의 후손들이 발견되었다는 주장이 화제가 되기는 하지만[4] 주류 인류학계에서는 일고의 논할 가치도 없는 헛소리로 치부한다.
만주나 연해주 같은 동아시아 북부 지방의 아이누족이나 퉁구스계 민족 등도 문화가 많이 달랐다 뿐이지, 접촉 및 교류는 오래전부터 꾸준히 있어 왔다. 가령 퉁구스계 민족들 중 하나인 읍루가 부여의 종속국이었다는 기록이 정사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 등장하며 아이누족도 이미 일본 역사의 극초창기부터 조몬인이나 에조 등의 이름으로 알려지면서 현대 일본인의 절대다수를 이루는 민족인 야마토 민족의 직계조상인 야요이인과 오랫동안 공존하면서 살았다.[5]
면적이 가장 좁고, 상호 교역이 활발했던 유럽에는 처음부터 미접촉부족이 없었다고 봐야 할 정도다. 핀란드와 노르웨이 북부에 사는 민족인 사미인이 19세기 경까지 기독교 대신 토속 신앙을 믿으면서 미접촉부족에 가깝게 살긴 했지만 18세기에 스웨덴의 생물학자인 카를 폰 린네가 사미인들의 마을을 방문하고 그들의 문화와 언어에 대한 기록을 남겼거나 덴마크의 동화작가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동화 눈의 여왕에서 사미인이 등장하는 등 분명히 외부와 지속적인 교류를 했다.
역사적으로 가장 오랫동안 미접촉 상태에 있었던 거대 집단은 뉴기니 내륙 고원지대로 본다. 뉴기니 내륙 고원지대는 풍토병으로 인해 유럽인의 진입이 어려웠고, 이들은 해안가와 교류가 없었기에 한동안 무인 지대로 여겨져왔다. 유럽인들이 세상을 휩쓸고 다니던 20세기에야 발견되었으니 정말로 최근인 셈이다.[6]
4. 목록
- 동남아시아 열대우림: 말레이시아나 미얀마의 내륙 지대나 인도네시아 및 필리핀의 몇몇 도서 지역에는 아직도 외부와의 교류가 거의 없이 수렵채집민이나 화전민으로 생활하는 부족들이 꽤 있는 편이다. 가령 인도네시아의 수마트라 섬에 사는 말레이계 소수민족인 쿠부족은 섬의 정글 지대를 유랑하면서 화전 농사를 지어서 생계를 유지하며[7] 말레이시아의 네그리토계 민족들도 인구의 절대다수가 도시 노동자로 일하는 아에타족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정글 지대에서 수렵채집 생활로 생계를 잇고 있다.
-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내륙 지방: 서아프리카와 동아프리카의 해안 지대는 전근대 시대부터 중동 및 아시아[8], 유럽 등과 지속적인 교류를 했고 때문에 일찌감치 문명이 형성되어 말리 제국이나 에티오피아 제국 같은 대제국이 세워지기도 했으나 중앙아프리카와 같은 내륙으로 갈수록 드넓은 사막과 사바나, 정글 지대로 인해 외부인의 접근이 어려워서 19세기 경까지 석기 시대 수준의 기술 수준을 유지하던 부족도 있었을 정도다[9]. 현재는 코이산계 제민족들과 피그미계 소수민족들이 외부와의 제한된 교류 하에 전통적인 수렵채집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10].
- 아마조니아 열대우림: 아마존 강 유역을 포함하여 브라질의 아마조나스[11]와 베네수엘라 남부 지역 및 에콰도르 동부 지역의 드넓은 정글 지대에는 특유의 험악한 자연 환경 때문에 아직도 외부와의 접촉이 없거나 드문 부족들이 매우 많다. 대표적인 경우가 에콰도르의 와오라니족[12]과 베네수엘라의 야노마뫼족, 브라질의 조에족[13], 피라항족[14]이 있다. 아마존 강 하류의 투피족을 제외하면[15] 대부분이 20세기 중후반에서야 외부와의 접촉을 이루었고 그것 때문에 외부에서 유입되는 전염병에 매우 취약한 편이라고 한다.
- 안다만 니코바르 제도: 그 유명한 노스센티널섬이 있는 곳이다. 미접촉부족의 대표격으로 알려진 센티널족 외에도 오스트레일리아 인종계인 안다만인과 오스트로아시아어족 계통 민족인 니코바르인[16]들이 제도 곳곳에 흩어져서 수렵채집 생활을 하고 있다.
- 히말라야산맥, 카라코람 산맥, 힌두쿠시 산맥 일대: 이 산맥 주변에 티베트, 인도, 파키스탄, 중국 등 상당한 인구와 오랜 역사를 지닌 나라들이 몰려있어서 의아해 할 수도 있겠지만 의외로 21세기에도 외부와의 교류가 뜸한 부족들이 많다. 가령 아프가니스탄에는 19세기에 영국-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발발하면서 영국군과 처음 조우한 후 미국-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 인해 미군과 다시 조우하기 전까지 외부와의 교류가 전혀 없던 마을도 있었을 정도다[17]. 아프가니스탄의 와키인들은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했던 사실이나 미군이 탈레반을 폭격하고 전복시킨 사실조차도 몰랐다고 한다. # 인도의 라다크나 레 지방의 티베트계 부족들은 힌디어나 티베트어조차 구사하지 못하고 모어만 쓸 줄 아는 주민들이 많아서 학자들이 이들과 의사소통할 경우 대개 서너 단계의 통역을 거쳐야 한다고 한다. 덕분에 인도이란어파 계통 민족들의 공통 조상인 아리아인의 직계 후손인 누리스탄인, 파미르족, 칼라쉬인이나 시베리아 원주민들 중 하나인 예니세이어족 계통 민족들과 근연 관계라는 추정이 있는 부루쇼인[18] 등 언어학적으로나 인류학적으로 연구할 가치가 충분한 민족들이 아직도 당장의 소멸 위기 없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잘 유지하면서 살고 있다.
5. 기타
- 원주민인 것은 맞지만 미접촉부족인 것을 가장해 이를 관광상품으로 소득을 올리는 원주민들도 많다. 한국 예능 방송 정글의 법칙의 "절대 이분들을 놀라게 하면 안 돼"가 대표적인 사례다.
- 미접촉부족은 전원 정보적 약자에 들어간다.
[1] 물론 반대로 미접촉부족들만 면역력을 가지고 있던 현지의 풍토병에 역으로 외부인이 화를 입는 경우도 좀 있다. 미국의 생물학자이자 문화인류학자인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저서인 총, 균, 쇠에 의하면 1930년대에 뉴기니 섬을 식민지배하던 서구 열강들이 내륙 지역까지 확실하게 지배하려고 사람을 보냈다가 이주민과 군인들이 현지의 전염병에 감염되어 죄다 몰살당하는 바람에 내륙 지대의 식민 지배를 포기한 사례가 있다고 한다.[2] 오늘날의 모잠비크 출신으로 추정된다.[3] 다만 부족 단위는 아니어도 가족 단위로 외지에서 고립되어 살다가 뒤늦게 발견된 경우는 좀 있다. 러시아 혁명 시기에 정교회 신앙을 지키고자 가족들과 함께 우랄 산맥 기슭의 오지로 숨어 살던 한 러시아인 농부가 소련의 니키타 흐루쇼프의 집권기에 그 지역을 정찰하던 소련군 장병들에게 발견되어 화제를 모은 바가 있었다. 오지에서의 열악한 생활 때문에 발견 당시에 농부의 가족들은 극심한 영양실조에 시달린 탓에 당국에 의해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회복 과정에서의 후유증과 더불어 갑작스런 도시 생활로 인한 심리적인 부담 때문에 가족의 큰딸이 사망했을 정도로 외부와 단절된 기간이 매우 길었다. 한국에서도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서 이 사례가 소개된 바 있다.[4] 자세한 설명은 예렌 문서 참조.[5] 고훈인이라고 하여 고훈 시대에 일본 열도에 들어온 유이민들도 있는데 주류 학계는 이들의 정체를 한반도에서 넘어온 고대 한국인으로 추정한다. 이들도 아이누족의 존재를 명백히 알았고 야마토 민족들과 마찬가지로 이들과의 문물 교류도 제법 했다.[6] 이 시기는 사진 등 기록 매체가 발달한 시기였기에 뉴기니는 접촉 초기의 사진이나 영상이 남아있는 드문 사례이다. 본 문서에서도 다루는 총, 균, 쇠에는 백인을 보고 겁에 질려하는 원주민의 사진이 실려있다.[7] 2000년대 초반에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이들의 생활상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방송한 바 있다.[8] 15세기에 정화가 이끄는 명나라 함대가 오늘날의 케냐의 말린티까지 도달한 바 있고, 인도나 중동의 상인들도 노예나 향신료, 금과 같은 현지의 특산물을 거래하러 이곳을 자주 방문했다.[9] 의외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의 금속 제련의 역사는 굉장히 오래되었는데 기원전 6세기에 반투계 목축민들이 현지에서 철광석을 채굴해서 제련한 게 시초다. 하지만 반투족들은 농사와 목축에 유리한 기후를 가진 지역으로만 이동했으므로 이들이 지나가지 않은 지역으로는 철기 제작 기술이 전파되지 못했다.[10] 영화 부시맨은 문명의 이기를 접하지 못한 코이산계 수렵채집민들의 사고방식을 다룬 영화다. 한 비행기 조종사가 먹고 흘린 콜라병을 코이산인들이 하늘이 내려준 특별한 선물로 생각하고 이를 여러 가지 방법으로 소중히 사용하다가 결국에는 이 병을 돌려주려고 보츠와나의 대도시로 향한다는 내용인데 이 영화 특유의 목가적인 분위기와 맞물려서 문명의 이기에 익숙해져 있던 현대인들의 삶을 되돌아보는 영화로서 큰 화제를 모았다.[11] 일반적으로 아마조니아라고 하면 여길 가리킨다.[12] 1950년대에 미국의 개신교 선교사들에 의해 존재가 처음 알려지면서 외부와의 접촉을 하게 됐다. 사족으로 절대 이분들을 놀라게 하면 안돼 짤방의 주인공들이다(...)[13] 투피과라니어족 계통의 민족으로, 파라과이의 주류 민족인 과라니족의 먼 친척뻘 되는 민족이다. 1982년에 처음으로 외부와 접촉했다. 한국에서는 다큐멘터리인 아마존의 눈물을 통해 유명해졌다.[14] 무라어족의 마지막 언어인 피라항어를 사용하는데 해당 언어의 언어학적 특이성으로 인해 학계의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다.[15] 투피족은 이미 16세기에 포르투갈인과 조우하면서 외부와의 교류를 시작했다.[16] 베트남인 및 캄보디아인과는 같은 조상을 둔 민족이다.[17] 이 마을 사람들에 대해 미군이 증언한 바에 의하면 마을 위를 날아가던 미군의 헬기를 보고 패닉에 빠져서 19세기 당시에 영국군으로부터 도입한 것으로 보이는 머스킷 총으로 대응사격을 하려고 했으며 마을에는 여러 전자 장비는 고사하고 라디오나 전구도 없었다고 한다.[18] 이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부루샤스키어라고 하는데 비교언어학적으로는 고립어나 예니세이어족, 우랄어족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