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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의 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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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등장인물3. 탐구
3.1. 황당함3.2. 1파운드의 살은 얼마인가?3.3. 경제적 논의3.4. 법률적 논의3.5. 외교적 논의3.6. 샤일록과 반유대주의3.7. 나치 독일에서
4. 대중매체에서


The Merchant of Venice

1. 개요

영국의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5막 희극. 1596년에 쓰여진 것으로 추정되며, 1600년에 초판되었다. 이탈리아의 작가 지오반니 피오렌티노에 의해 14세기 후반에 쓰여진 Il Pecorone이란 단편집에서 취재한 것이다.[1]

여기서 말하는 '베니스'는 이탈리아 도시 베네치아의 영어식 이름이다. 그러니 원어를 고려하면 '베네치아의 상인' 이 맞겠지만 셰익스피어가 영국인이어서 'Venezia' 가 아니라 영어 표기인 'Venice' 라고 써서 이 문서에서는 ‘베니스의 상인’으로 통일한다.

==# 줄거리 #==
베니스의 상인 안토니오는 친구 바사니오로부터 벨몬트에 사는 부유한 아가씨 포샤에게 구혼하기 위해 3000 두카트 만큼의 여비를 마련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그리하여 해상무역을 위해 내보내둔 자신의 상선들이 싣고 올 자산을 담보로 베니스에서 3000 두카트를 빌려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인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에게 돈을 빌린다. 샤일록은 안토니오로부터 이자를 받지 않는 대신, 돈을 기한 내로 갚을 수 없을 경우 안토니오의 살들 중 심장에 가까운 살 1파운드를 제공한다는 증서를 써 준다.[2]

포샤는 구혼자들[3]에게 금·은·납의 세가지 상자를 내놓고 자신의 초상화가 들어 있는 것을 선택하게 하였다. 다른 구혼자들은 모두 실패했지만 바사니오는 납으로 된 상자를 골라 잡아 구혼에 성공한다. 이때 포샤는 바사니오에게 결혼반지를 주면서 절대 빼지도 누군가에게 주지도 말 것이며, 반지를 잃으면 이혼하겠다는 줄로 알겠다는 경고를 건다. 그리고 이때 포샤의 시녀 '네리사'를 맘에 두고 있던 바사니오의 친구 '그라시아노'도 네리사에게 청혼하여 두 커플은 합동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그런데 그 사이 안토니오는 오기로 예정되었던 상선들이 전부 침몰하면서 기한 내로 대금을 갚지 못하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샤일록이 부려먹던 종 랜슬롯이 바사니오의 집으로 이직한 데다 딸 제시카가 재산을 챙겨 바사니오의 친구 로렌조와 야반도주해 결혼을 앞두게 된지라, 딸에게 유산 상속은커녕 저주까지 퍼부을 정도로 정신적으로 몰려 있는 상태였다. 그리하여 집요하게 안토니오의 살 1파운드를(=안토니오를 죽이기를) 원했고, 이 때문에 안토니오는 샤일록과의 계약대로 생명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그리하여 안토니오, 바사니오, 샤일록을 놓고 재판이 벌어지게 된다. 재판관 발타자르는 샤일록에게 자비를 베풀어 돈으로 빚을 받아가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한다. 바사니오도 안토니오가 빌린 돈의 세 배, 그리고 샤일록이 원한다면 그것보다 더 많이 주겠다고 한다. 하지만 샤일록은 계약이 정당했음을 주장하며 그 어떤 양의 돈을 줘도 법을 엄격하게 적용해 끝까지 살로 빚을 갚을 것을 요구한다. 결국 재판관은 그 주장을 받아들여 샤일록이 안토니오의 살을 가져가도 된다는 판결을 내린다. 그러자 샤일록이 칼을 들고 안토니오에게 다가가면서 복수를 하려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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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서가 설명하는 작품이나 인물 등에 대한 줄거리, 결말, 반전 요소 등을 직·간접적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재판관은 계약서에 오로지 '살'만 적혀있을 뿐 '피'는 명시되어있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하여 "살을 가져가되 피를 내서는 안 되며, 피를 한 방울이라도 흘리면 샤일록의 모든 재산은 국법에 따라 몰수하고 사형에 처한다"고 선언한다. 샤일록은 어떻게 피를 내지 않고 살만 도려내는 게 가능하냐고 황당해하지만 재판관은 오히려 "당신이 원하던 대로 엄격하게 법을 적용한 것이다" 라는 식으로 대답하고 덧붙였고, 게다가 "털끝만큼이라도 1파운드에서 차이가 나서는 안 된다"는 불가능한 조건을 하나 더 붙여서 샤일록은 궁지에 몰린다.

결국 샤일록은 안토니오를 죽이는 것을 포기하고 대금을 돈으로 받아가겠다고 하면서 물러나려 한다. 그러나 재판관은 이미 샤일록이 살을 가져가야 한다고 판결이 났다는 것을 상기시켜 샤일록에게 얼른 안토니오의 살을 도려내라고 부추긴다. 분통이 터진 샤일록은 그냥 법정을 나가버리려고 하지만, 재판관은 "계략으로 시민의 생명을 위협한 이방인은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법률을 적용해 샤일록을 더욱 궁지에 몰아넣는다.

결국 샤일록은 완전히 패소하여 재산의 절반은 국가에 몰수당하고 나머지 절반은 안토니오에게 피해 보상으로 넘겨주게 되었으며 여차하면 공작이 사형까지도 선고할 수 있는 상황에 몰렸다. 이에 공작은 사형까지 선고하지는 않을 테니 진심으로 반성하면 재산몰수형도 일부 경감해주겠다고 한다. 하지만 샤일록은 수많은 재산을 잃게 생겼는데 그깟 목숨이 남아서 무슨 소용이냐며 차라리 죽여달라고 한다. 안토니오는 공작에게 재산몰수형을 철회하도록 간청하고, 자신이 피해 보상으로 받을 샤일록의 재산 절반도 야반도주했던 샤일록의 딸 제시카가 애인 로렌조와 결혼하는 데 쓸 자금으로 주겠으니 대신 샤일록이 기독교로 개종하고 죽은 뒤 전 재산을 제시카와 로렌조에게 상속할 것을 약속하게 한다. 샤일록은 안토니오가 조건을 전부 받아들이겠다고 맹세한 후 먼저 재판장을 나온다.

재판이 끝난 후, 바사니오는 안토니오를 구해준 재판관에게 감사의 표시를 표하고 싶다며 간청하는데, 이에 재판관은 바사니오와 그라시아노가 끼고 있던 결혼반지를 요구한다. 당연히 바사니오는 주저했지만, 주지 않겠다면 재판 결과를 번복하겠다는 강수 때문에 결국 반지를 빼주고 만다. 당연히 집에 돌아온 바사니오에게 포샤는 반지를 잃어버린 책임을 물어 질타하고 이혼할 것을 요구하지만, 안토니오는 자신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니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라며 끝까지 친구들을 변호한다.

이에 포샤는 마음을 풀고 다시는 잃어버리지 말아달라며, 바사니오가 분명 재판관에게 넘겨줬던 결혼반지를 다시 그에게 건네준다. 사실 포샤가 안토니오를 구하기 위해 원래 재판을 맡은 공작에게 간청하여 네리사는 서기로, 자신은 재판관으로 변장하고 재판을 담당했던 것이다.[4][5]

모든 사정을 알게 된 바사니오와 안토니오는 벙쪄있다가 상황을 파악하고서 곧 호탕하게 웃는다. 이렇게 오해가 풀린 후 모든 일이 끝나면서 부부의 사랑과 친구 간의 우정은 더욱 굳건해지고, 곧 안토니오의 상선들이 침몰했다는 이야기도 상선들이 늦긴 했지만 온전히 도착해서 헛소문으로 밝혀지자 다 같이 신나는 마음으로 축제를 벌이며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린다.

2. 등장인물

3. 탐구

3.1. 황당함

사실 이런저런 황당하고 우연적인 사건이 많이 일어나는데, 이 작품은 기본적으로 희극이다. 웃으려고 보는 작품이므로 황당하고 우연적인 사건들은 '코미디'로 받아들이면 되겠다.

3.2. 1파운드의 살은 얼마인가?

1파운드는 그램으로 환산하면 약 450g. 스팸 작은 캔이 200g이니, 스팸 작은 캔 두개하고 1/4가량 되는 양이다.(스팸 고기와 사람 살의 밀도가 비슷하다고 가정한다면) 어쨌든 심장 근처의 살을 이만큼 내놓으라는 것은 사실상 목숨을 내놓으라는 뜻이다. 참고로 안토니오가 빌린 3천 두카트 (베니스 1 두카트는 순금 3.5 그램 상당, 순금 한돈이 3.75 그램이다. 즉 2800 돈 이다.)는 순금 10.5 kg 가치 상당으로 g당 9만원으로 계산하면 9억원에 달하는 거액이다. 순금 10 kg 를 고기 500 그램과 바꾸겠다고 했으니 엄청나게 안토니오에게 후한 조건이다.

중세 피렌체의 물가로는 시민들의 1년 생활비가 집세 제외 15-20 두카트 정도다. 유럽 최고 부자로 유명했던 메디치가의 총 재산이 20만 두카트니 그 1/60 수준의 거액이다. 이정도 거액 돈을 무담보로 신용으로 빌려 줄 정도면 목숨을 걸 각오를 하는 게 이상한 게 아니다.

3.3. 경제적 논의

베네치아 빠인 시오노 나나미는 저서 《바다의 도시 이야기》에서 리스크 분산의 개념도 모르는 안토니오는 베네치아 상인의 자격도 없다고 마구 비난했다.[6] 현대판 탈무드를 쓴 유대인 랍비 마빈 토카이어는 이 책을 보고 "말도 안 돼. 유태인이라면 등골을 휘어버릴 정도로 돈으로 빼먹지. 그깟 살조각을 받아서 뭐하게?" 라면서 이 책을 비웃었다.

사실 현실의 사채업자들도 실제로 이런 식이다. 선단을 담보로 잡을 정도의 금액이라면 푼돈이 아니고 어마어마한 고액이다. 그런데 그 돈을 못갚으면 보통 응당 그 돈의 액수에 해당되는 뭔가를 저당잡고 말지, 누가 먹거나 팔 수도 없는 살 한덩이를 얻으려 하겠는가? 비슷한 경우로 신체포기각서를 이용하여 장기매매 같은 무시무시한 짓도 저지르는데, 장기는 최소한 수요라도 있지 살 조각은 정말 쓸 데가 없다.

물론 샤일록이 안토니오 때문에 곤란[7]을 겪었으니, 돈을 좀 손해보더라도 이 기회에 '법을 이용해' 안토니오를 죽여버리려고 그런 황당한 제안을 했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8]

그리고 결정적으로 샤일록은 이미 살 1파운드를 받는 대신 빚의 몇배나 되는 돈을 주겠다는 제안도 거절했다. 돈이 목적이었다면 차라리 뻐기다가 몇배의 돈을 받고 끝내자는 말에 못이기는 척 받아들이는 것이 합리적인데 왜 그 제안을 거절했을까?

3.4. 법률적 논의

민법상의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에 관련해서 많이 언급되는 작품이다. 애초에 살 1파운드를 제공하는 계약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이기 때문에 무효라는 것. 신체포기각서가 무효인 것도 이와 같은 논리이다.

11년 9월 모의평가 법과사회 과목에서 베니스의 상인 줄거리를 각색한 보기가 출제되었다. 선지 가운데 하나로 '샤일록은 선박에 대하여 유치권을 설정한 바 없습니다.'로 출제했는데 오답률이 매우 높았다. 유치권이 아니라 질권을 설정한 것. 엄밀히 말하자면 등기된 선박은 질권을 설정할 수 없다. 배수량 20톤 이상의 선박은 토지건물과 마찬가지로 등기를 통해서 권리가 변동되기 때문에 질권이 아니라 저당권을 설정해야 한다.[9] 그러나 이건 법대에서 물권법시간에나 배우는 내용이고 고등학교 수준에서는 그런 것까지는 안 다룬다. 어쨌건 유치권을 설정한 바 없다는 말은 옳은 보기이다.[10]

다만 법과 사회 과목에서 이 작품 이야기를 하는 것은 '오늘날 이러한 일이 일어난다면 어떻겠는가' 를 묻는 것으로 이해해야지, '4백 년 전의 일이든 5백 년 전이든 오늘날 법으로 재단해야 한다' 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하자.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인권 그딴 거 다 갖다 버리는 계약의 수립, 인민재판, 종교재판 등이 횡행하던 중세르네상스 시기이기 때문이다.[11] 샤일록은 반사회질서적 법률행위를 위반했다거나 하는 이유로 처벌받은 것이 아니라 외국인이 베니스인을 살해할 의도가 있었다는 작품 내 베니스의 법률에 따라 처벌받았고, 한편으로는 현대국가라면 오히려 보호받을 수 있었던 권리를 보호받지 못하였으며[12] 억지 논리의 희생양이 되었다.[13][14] 심지어 재판의 진행자는 진짜 판사도 아닌 데다 안토니오의 친구 '바사니오의 약혼녀'로서 안토니오의 편인 포샤.[15][16] 이건 완전 법정사기극이다. 진실이 밝혀질 시 샤일록은 최소한 제대로 된 판사에게 재판을 받지 못했다고 항의할 수는 있다. 물론 그게 받아들여질 지 또 제대로 된 판사가 온들 그 판사가 샤일록 사정을 알아줄 지 그건 미지수지만...[17]

3.5. 외교적 논의

바사니오를 비롯해 포셔에게 청혼하는 인물들과 그들의 대사를 살펴보면, 엘리자베스 1세 시대 잉글랜드의 외교 상황에 대해서도 일부 살펴볼 수 있다.

일단 첫 번째 구혼자로 금 상자를 선택하는 인물이 모로코의 왕인데, 당시 모로코의 왕 아흐마드 알 만수르(Ahmad al-Mansur)가 잉글랜드에 사절을 보내 우호관계를 수립하고 이윽고 동맹까지 맺었던 적이 있다. 이 아흐마드가 바로 문명 5에 나오는 모로코 지도자이지만, 극중에 나오는 왕이 그인지는 확인 불가.

덤으로 모로코 왕의 대사에서 오스만 제국이 언급되는데,
'그렇다면 상자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 주시오. 나의 운명을 시험헤 봅시다. 이 반월도(半月刀)에 걸고. 터키 왕 솔리만[18]을 세 번이나 물리쳤다는 그 페르시아 왕과 왕자를 살해한[19] 이 검에 걸고 맹세하지요. 나는 아무리 무섭게 노려보는 눈초리를 만나도 대적하리다. 나는 아무리 용맹한 상대를 만나더라도 도전하리다. 젖을 빠는 아기곰을 어미곰의 품에서 떼어 놓겠소. 먹이를 달라고 으르렁대는 사자라도 조롱하고 경멸하겠소. 당신을 내 아내로 맞이할 수 있다면 말이오.'

라는 내용으로 한마디로 마음에 든 여자에게 스스로를 과시하는 것. 당시 오스만 제국과 잉글랜드는 합스부르크라는 공공의 적을 두고 있었기에 우호관계를 수립하고 있었는데, 오스만의 경제가 이미 파산 지경이었던 데다 신성 로마 제국과 전쟁(1591~1606)을 벌이면서 관료들 사이에서 '이교도는 다 같은 이교도고, 다 못 믿을 놈 아닌가요?' 라는 의견이 점차 많아지고 있었던지라 합동작전을 수립하는 등의 단계에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두 번째 구혼자로 은 상자를 선택했던 인물은 아라곤의 왕인데, 아라곤이라는 데에서 더이상 설명이 필요한지.

그리고 세 번째 구혼자로 포셔와 결국 결혼하게 되는 바사니오의 고국인 베네치아만은 엘리자베스 시대 잉글랜드와 이렇다 할 접점이 없지만, 엘리자베스가 세상을 떠나는 1603년에 런던 주재 베네치아 대사가 그녀를 알현하고 쓴 보고서가 현전한다. 그 내용은 대략 '영어만 잘 하는 게 아니고 프랑스어, 플랑드르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같은 것도 잘 한다' 라는 것과, '젊었을 때는 미인이었을 것 같지만 쭈그렁 할머니가 된 지금도 가슴골이 패인 옷을 입고 있으니 민망하다(...)' 라는 것.

요컨대 극을 보는 관객들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하기 위해 무대의 배경도 일부러 잉글랜드가 아니라 베네치아로 잡고, 비교적 잘 알려져 있는 나라인 스페인과 함께 우방이기는 하지만 잘 알지는 못하는 낯선 나라인 모로코나 오스만도 언급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여담으로, 금 상자를 열고 떠나가는 모로코 왕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포셔가 한 말이 그야말로 인종차별. '피부색이 저런 사람은 모두 저렇게 선택했으면 좋겠다'[20]

3.6. 샤일록과 반유대주의

유대인은 눈이 없소? 유대인은 손도 없고, 오장육부도 육신도 없소? 감각도, 감정도, 격정도 없단 말이오? 기독교인들이 먹는 것과 똑같은 음식을 먹지 않고, 흉기에도 다치지 않으며, 같은 병에 걸리지도 않고 같은 방법으로 치료되지도 않으며, 똑같이 겨울에 추위를 느끼지 않고 여름에 더위를 느끼지 않는단 말이오? 우리 살점은 찔러도 피 흘리지 않소? 간질여도 웃지 않소? 독을 마셔도 죽지 않고, 부당한 일을 당해도 복수하지 말아야 하는 거요?
- 샤일록
로맨틱한 줄거리를 가지고 있으며, 감미로운 장면이 풍부한 희극이지만, 당시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증오심과 반유대 감정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극에서 샤일록은 단순한 악당이 아니라 오히려 비극적 인물로서 묘사되고 있는 점이 주목을 끈다.

어렸을 때 이 이야기를 처음 접했다면 당시에는 샤일록을 천인공노할 악당으로 보기 쉬우나 나이가 들어서 보면 제일 불쌍하게 보인다. 원작에서의 대접은 비참하기 그지없으며, 이 부분만 떼놓고 보면 희극이라 보기 어려울 정도다.

결정적으로 침몰했다던 안토니오의 배는 멀쩡하게 돌아온다. 샤일록이 좀 지나치게 행동하기도 했지만 그의 입장에서 보면 다음과 같다.[21]
  1. 평소에 안토니오라는 작자는 나를 매우 싫어하는 정도를 넘어 혐오한다. 내가 그와 그의 주변인들에게 잘못한 것이 하나도 없는데 단지 내가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말이다![22]
  2. 그런데 그 작자가 나에게 돈을 빌리러 왔다. 정당한 이유도 없이 신나게 모욕할땐 언제고 필요하니깐 사정하는 모양새가 더욱 아니꼽다[23].
  3. 나는 이때다 싶어 그에게 담보를 걸라고 한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기한 내로 갚지 못했을 경우에만 유효한 계약이므로 분명 나는 그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었다. 갚지도 못하게 기한을 지극히 짧게 준 것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안토니오 본인이 호언장담한 기간에 맞춰주었으며 살인적인 이자를 붙인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리고 계약 불이행으로 생길 리스크에 대한 설명도 충실히 하는 등 법적으로 지킬 도리는 다 지켰다.
  4. 배가 침몰했댄다! 골탕 좀 먹어봐라! 너 고소. 재판이 시작된다. 그러나 이는 분명한 시민의 권리로서 신청한 소송이다. 억지로 연 것이 아니다.[24]
  5. 그런데 갑자기 한 판사가 나타나더니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계약의 허점을 짚어내어 판결이 역전되었다.[25] 그렇게 빌려준 돈을 눈 뜨고 떼인 것도 서러운데, 한술 더 떠서 내 재산의 반을 몰수당한다.[26] 더불어 가문 대대로 지켜 온 종교도 불합리한 이유로 바꾸란다. (재판에서 졌다고 종교를 바꾸라는 것도 법이 있었나?)
  6. 그리고 침몰했다던 배는 다시 멀쩡히 돌아와서 안토니오 녀석은 희희낙락(...). 물론 조금이라도 갚아줄 리는 없다.
  7. 금이야 옥이야 하던 내 딸은 아비가 이렇게 힘들 때 위로는 못 되어줄망정 그렇게 싫어하던 기독교도에게 넘어가 버린다...[27]

물론 위의 내용들은 말 그대로 샤일록의 입장에서 적혀진 내용들이기 때문에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수준의 내용들도 상당수 있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우선 안토니오와 샤일록의 갈등은 안토니오가 일방적으로 샤일록을 멸시한 게 아니고, 샤일록 또한 이자를 받지 않고 돈을 빌려주는 안토니오를 증오했기 때문에 이권 문제도 어느 정도 얽혀있는 문제였다. 또 개종은 강제로 요구한 게 아니라 안토니오가 샤일록을 선처해주는 대신 내건 조건이니 만약 종교가 중요하다면 재산 몰수 등의 처벌을 감내하고 선처를 거부한다면 그만이다.[28]

요약하자면 원수로부터 (유대인이기 때문에) 정당치 못한 모욕과 멸시를 받고 살았다는 참작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살 1파운드 얘기 자체가 샤일록을 곱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게 하는 요소로, 인종차별과 반유대주의에 대한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샤일록이 완전히 억울한 인물이라고는 볼 수 없는 부분이다. 포셔의 사기극을 제외하더라도 샤일록이 살해 의도가 있더란 것은 어차피 명백히 드러난 것이라 설사 샤일록이 사기극을 눈치채고 재심을 요구해도 새 판사도 살해 의도가 있었다는 것에 포셔보다는 자비로운 판결을 내려줄지언정 그에 못지않은 중형을 내릴 것이다.

특히 당시와 오늘날의 시선이 달라진 건 대부업에 관한 것이다. 오늘날의 시선에서도 대부업이 선한 직업으로 인식되는 건 아니지만, 대부업자가 자기 입장에서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행위 자체는 정당한 것으로 본다. 하지만 셰익스피어의 시대엔 전혀 그렇지 않았다. 흔히 중세 교회의 대부업 금지가 유명하지만, 대부업 금지는 고전기 헬라스 철학에서도 이미 나타나는 유서깊은 견해이다.[29]
이자를 붙여서 돈을 빌려주어서는 안 됩니다. 그런 돈을 빌린 사람은 이자도 원금도 일절 갚지 않아도 됩니다.
-플라톤, 『법률』 742c, 김남두 등(정암학당) 역주
저리(低利)로 이자 놀이를 하는 기술(obolostatikē)[30]은 가장 정당하게(eulogōtata) 미움을 받게 되는데, 그 획득(ktēsis)이 돈이 고안된 바로 그 목적으로부터가 아니라 돈 그 자체로부터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돈은 교환을 위해서 생겨난 것이지만, 이자(tokos)는 돈 자체의 양을 증대시키기 때문이다. 바로 거기서[31] 그것이 그 이름을 갖게 된 것이다. 왜냐하면 부모와 닮은 것은 정확하게는 자손이고, 이자는 돈으로부터 돈으로서[32] 생겨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화를 획득하는 모든 방식 중에서, 이것은 실제로 가장 자연에 어긋나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 1258b, 김재홍(정암학당) 역주
아리스토텔레스는 상업적 대부업을 금지했고, 플라톤은 빌린 돈의 원금까지 떼먹어도 된다고 가르쳤다. 중세인의 입장에서 보면, 성경, 그리스도교 교부, 유대교 랍비, 고전 헬라스 철학자들이 한 목소리로 대부업은 나쁘다고 가르치는 것이니, 당연히 대부업자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좋을리가 만무했다.

셰익스피어 시대에는 이런 가르침이 완화되었고, 이자를 받는 합법적 방법들은 있었으나, 채권자가 이득을 탐닉해선 안 된다(장 칼뱅, De Usuris, v.10)거나, 대부 기관의 이득이 아니라 유지를 위해서만 이자를 받을 수 있다(교황 레오 10세 1515년 칙서, Inter multiplices, 덴칭거 1442-1444)거나 하는 식의 제한이 붙어있었다. 즉 셰익스피어 시대의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애초에 샤일록이 대부업으로 이득에 탐닉한다는 것 그 자체가 이미 문제가 있는 것이고, 이것이 현대와의 차이점이다.[33]

대부분의 미국 학교에서 이 책에 대해 가르칠 때는 당대의 인종차별주의의 희생자인 샤일록 및 그 당시 유럽 상황에 주목한다. 미국 본토에 유대인들이 많이 살고있으며 이들이 경제와 정치 및 여러가지를 꽉 좌우하기에 그렇단 소리도 맞지만 그 이전에 미국이란 나라 자체가 인종차별로 온갖 험한 일들을 겪은 역사가 있는지라 이런 인종 문제에 민감해서 그런 것도 있다. 둘 다 정답이다.

하지만 한국에는 예전에 대부분은 이것을 '교훈용 동화'랍시고 샤일록을 더더욱 철저히 나쁜 녀석으로 각색하는 버전도 존재한다. 우선 안토니오와 샤일록을 생면부지의 인물로 만드는 것은 물론[34] 아예 시작부터 '샤일록 = 원래부터 이름난 개갞기'로 깔아놓고 시작하는 버전도 많다. 문제는 이런 버전들은 기이하게도 샤일록이 유대인이란 점은 꼭 짚고 넘어간다. 즉 주인공이 안토니오와 샤일록의 민족이 다르다는 점을 내세워서 샤일록의 악역성을 더 강화하려고 한 것 같으나, 자칫하면 특정 민족을 멸시하는 인종차별 풍습을 어린 아이들에게 당연하다는듯이 인식시켜 버릴수도 있다는 점에서 좋다고 볼 수 없다.

그래도 원본을 가지고 진지한 시점으로 접근한 작품도 아주 없진 않은데, 계명대학교 출판사에서 교양과목 교재로 낸 <베니스의 상인>은 샤일록에 더 주목한다. 대사마다 각주를 달아 샤일록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으며 반유대주의를 깐다. 2010년대 기준에 나오는 책에서는 샤일록의 입장을 옹호하는쪽으로 약간 수정이 됐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당시 유대인들은 영국에서 미움받아 추방되었기에 셰익스피어는 살면서 단 한 번도 유대인을 만난 적이 없고 샤일록은 당시 기독교권에서 떠돌던 반유대주의적 편견으로 집필된 인물이었다는 점이다.[35]

3.7. 나치 독일에서

유대인이 골탕을 먹는다는 내용상 반유대주의에 악용될 소지가 매우 강해서 나치는 이 연극을 좋아라하며 신나게 자주 공연하곤 했다. 그런데 나치는 이것조차 일부 내용을 수정질했다. 샤일록을 더더욱 사악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샤일록의 딸인 제시카를 '양녀'라는 설정으로 바꾸어 버린 것. 결말에서 로렌조와 결혼한다는 이유다.[36][37]

당시 샤일록 역은 유대인이 아닌 독일인이 맡았다. 홀로코스트 당시 샤일록을 맡은 독일인 연극 및 영화배우인 베르너 크라우스(Werner Krauss,1884~1959)는 악역 연기가 너무나도 명연기라 2차대전이 끝나고 나치 부역 혐의로 기소당하기도 했다. 참고로 크라우스는 바로 공포영화 첫 효시로 유명한 전설적인 영화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에서 칼리가리 박사를 연기한 배우이기도 하다. 다만 그가 기소당한데에는 샤일록뿐만 아니라 '유대인 쥐스' 같은 다른 나치 영화에 출연한 이력들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크라우스는 "그 배역으로 최선을 다한 게 죄란 말이냐? 유태인을 까는 연극이 문제라면, 이걸 쓴 셰익스피어부터 무덤을 파고 유골을 끌고가서 기소하고 처벌해 보시지?" 라면서 당당하게 맞섰다. 물론, 이런 당당함에 기소시킨 연합국 중의 하나인 영국에서 가장 당황한 반응을 보였다. 영국의 자랑거리이자 대문호로 유명한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모독하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같은 시기에 활동했던 버나드 쇼도 이 재판에 대해 "악독한 정권을 향한 어리석은 복수심이 낳은 촌극이다." 라며 비난을 하고 "원작대로 제대로 연기한 것을 호평해야지, 그걸 엉터리 복수심으로 얽매이는 것부터가 문제다. 그를 처벌한다면 정말로 셰익스피어 무덤도 파내고 그도 기소해야 하는 것이 맞다!" 라며 크라우스를 옹호해 주었다. 당연히 본고장 영국에서도 문학가들이나 연극계도 '크라우스가 무슨 잘못이냐' 라면서 옹호하고 "그를 처벌하는 건 말 그대로 셰익스피어도 반유태주의자이니, 나치 전범이라고 비난하고 처벌하자는 헛소리다! 그리고, 그런 이를 영국의 자랑이라는 우리들이 나치 전범을 옹호하고 자랑했다는 소리가 아니더냐?" 라고 소리높여 공감했다.

그 밖에도 미국과 유럽 등등 많은 나라 연극배우들, 심지어 유태인 연극배우나 제작자들까지도 변호를 해주면서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크라우스가 나치를 지지한 건 아니었다고. 그가 나치에 대하여 입다물긴 했지만 그건 살려면 어쩔 수 없었던 건데 그것까지 문제 삼긴 좀 그렇잖아? 배역이 원래 그런 배역이라 열심히 연기한 것뿐인데?" 라는 반응을 보였을 정도. 게다가 같은 연극에 나온 다른 배우들도 "아니, 그럼 우리들도 나치 연극에 나왔으니 처벌하겠네? 그저 명연기를 했다고 그를 비난해? 셰익스피어랑 우리도 처벌해봐라!" 하고 시위까지 벌였다.

크라우스는 결국 '나치에게 조금 동조했다'는 어거지 명목으로 가벼운 벌금형에 그치고 풀려났다. 그마저도 벌금은 여러 사람들이 모금해서 냈다고... 크라우스는 재판이 끝난 1948년 이후 한동안 배우 활동이 중단되었으나 1950년대 이후 다시 복귀하여 죽을 때까지 남은 평생 배우로 활동했고, 이에 전후 독일 연극계를 수호하는 데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고 수차례 독일 정부에 의해 상을 받기도 했으며 제대로 천수를 누리다가 세상을 떠났다. 출처는 1993년 4월 4일자 뉴욕 타임즈 예술부문 기사

4. 대중매체에서



[1] 바사니오가 포셔에게 구혼하러 가기 위해 안토니오에게 돈을 빌리는 것, 포셔가 구혼자들을 시험하는 것, 바사니오가 시험에서 통과해 포셔와 결혼하는 것, 샤일록이 담보로 살 1파운드를 요구하는 것, 돈을 갚지 못한 안토니오가 위기에 처하는 것, 포셔가 재판관 분장을 하고 안토니오을 구하는 것, 분장한 채로 재판의 답례로서 바사니오에게 결혼반지를 요구하는 것, 분장을 풀고 사건의 전말을 모른척한 채 바사니오에게 결혼반지의 행적을 묻는 것, 후에 모든 진실이 풀리고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까지 사실상의 줄거리는 전부 여기서 가져온 것이다. 셰익스피어는 소설로 쓰여진 원작을 희곡 형식으로 재구성하고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바꿨다.[2] 안토니오와 샤일록은 예전부터 앙숙이었다. 안토니오는 친절한 상인이다 보니 샤일록은 항상 사람들로부터 안토니오와 비교당하며 구두쇠라고 욕을 먹었고, 안토니오도 샤일록이 피도 눈물도 없는 고리대금업자라며 싫어했다. 그런데 그 안토니오가 샤일록에게 돈을 빌리러 찾아오니, 샤일록은 이때다 싶어 안토니오를 합법적으로 죽일 생각을 한 것이다.[3] 모로코의 왕자, 아라곤의 왕자, 바사니오. 원문상으로는 둘 다 Prince of Morocco, Prince of Arragon이라고 되어 있다. 이슬람권인 모로코의 왕자는 술탄의 아들일 가능성이 있고, 아라곤 쪽은 셰익스피어 시기에는 영지 이름이 아니라 나라 이름(카스티야 왕국과의 동군연합)이었기에 영주보다는 아라곤 왕국의 왕자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아라곤 왕국은 Aragon이라고 쓰는데 여기 나오는 아라곤은 Arragon이라고 r이 하나 더 붙어 있어 실제 아라곤 왕국이 아니라 그곳에서 모티브를 따 온 지역의 영주나 대공이라는 설정일 가능성도 있다.[4] 이렇게 읽으면 이게 큰 반전이겠구나 싶을 수도 있는데, 대본에 포샤와 네리사가 변장을 하는 장면이 재판 이전에 이미 나온다.[5] 판본에 따라서는 원래는 포샤가 재판관으로 일하는 쌍둥이 오빠에게 부탁하려고 했는데 오빠가 업무 때문에 외국에 나가 있어 포샤 본인이 변장을 하고 법정에 갔다는 판본도 있다.[6] 틀린 말만도 아닌게 안토니오가 돈을 빌리면서 믿은 것은 자신이 보낸 무역선이었다. 지금에야 그 무역선이 침몰할 가능성은 꽤 낮다만은 이 때는 지금보다 더 작은 배라서 풍랑에 뒤집히거나 암초에 좌초되는 일이 많았고 지금보다 해적도 많아서 해적에게 털리는 등 위험요소가 많았다. 그런데 그 모든 위험요소를 몽땅 무시한 듯이 굴었으니 비판받아도 할 말이 없다.현대로 치면 영끌해놓고 난 성공할거라며 친구를 위해 보증서준 꼴이다.[7] 평소 안토니오가 샤일록 욕을 좀 했고 안토니오 때문에 가격도 높게 받지 못했다고 한다.[8] 만약 샤일록이 입은 손해가 그의 주장대로 오십만 더컷에 달한다면, 당장은 손해보더라도 사업에 방해되는 안토니오를 제거하는 게 더 득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작품상으로는 딸까지 도망가 약이 잔뜩 오른 샤일록이 자신을 경멸하고 모욕하는 안토니오를 이 참에 죽여버리려고 발악을 한 것. 처음 계약할 때는 협박이었을 수도 있겠으나, 재판 당시에는 어떻게든 그를 죽이려고 했다.[9] 다만 대상이 선박 그 자체가 아니라 선박에 실린 짐이었다면 질권이 맞다.[10] 애시당초 직접이든 간접이든 점유 자체를 하지 않으면 유치권은 행사할 수 없는데 배 자체가 침몰한 상황이므로 유치권은 행사할 수 없다. 또, 매매계약에서는 유치권을 행사할 수 없다.[11] 일례로 중세나 근세의 경우 전쟁이 터지면 적대국의 사신과 외교관을 죽이거나 감방에 처박는 것이 기본적이었는데, 근, 현대의 경우 선전포고를 한다 해서 외교관을 죽이는 일은 없다. 당장 제2차 세계 대전 때 진주만 공습을 당한 미국도 일본 제국의 외교관을 죽이지는 않았다. 현대에 아무리 적대국일지라도 외교관을 죽이는 것은 심각한 외교적 결례이며 야만적 행위이지만, 이러한 인식을 중세에 대어 판단할 수는 없는 것이다. 또 산업 혁명 시기에도 아동노동이나 극렬한 노동력 착취, 인신매매 등 민법상 반 사회적인 계약이 횡행했으며 미국에는 19세기까지 노예가 있었다.[12] 아무리 고리의 사채라도 법정 최대이자까지는 채무를 변제해야 한다.[13] 상식적으로 살은 '고기'인데 고기에는 핏물이 있는 것이 당연하다. 피를 더 가져가는 것이라면 몰라도 살에 자연적으로 포함된 피는 계약상 샤일록의 것이 맞다. 문제는 그렇게 해석해도 살과 피를 포함해서 1파운드라고 하면 사실상 심장부근의 살을 떼어 피를 1파운드 이내로 내게 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다른 쪽 살을 떼어 살과 피의 무게합을 1파운드로 만들면 살을 적게 떼면 1파운드가 되기도 전에 피가 멎을 것이고 많이 떼면 그만큼 피를 적게 가져가야하니 안토니오를 죽이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14] 라고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 또한 틀린 말이다. 살에 피가 포함되는지 여부는 결국 해석이고, 어찌되었든 간에 재판관이 살에 피가 포함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으면 그냥 안 되는 게 맞다고 봐야 한다. 조금만 생각해도 당연하겠지만 애시당초 계약을 하는데 사람의 살을 거는 건 이상하지 않고 거기에 피가 포함되는지 여부에만 딴지를 거는 게 더 이상한 것. 사실 애시당초 계약에 살을 거는 것 자체가 전대미문인 만큼 거기에 대한 해석도 결국은 재판관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15] 현대 법의 원칙상, 감정적이고 주관적인 재판을 피하기 위해 법관은 자신 또는 자신의 친족이 가해자 또는 피해자인 사건에서 '제척(除斥. 직무 집행에서 '밀어냄')'되어야 한다.[16] 원작에서도 이를 감안한 듯, 진짜 신분을 숨기고 가짜 법률가의 직함에 남자로 분장해서 재판을 진행하는 설정이다.[17] 다만 문제는 대체 '제대로 된 판사'의 정의가 이 시기에 잡혀있냐는 것이다. 물론 현대 국가 및 사회에서는 당연히 제대로 된 판사의 기준이 확실히 잡혀 있다. 국가에서 이미 이 기준을 제대로 세워놔서 그 기준을 통과한 사람만을 판사로 임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시기에 그런 시험이 있을 리 만무하므로 결국은 까놓고 말해 높으신 분이 1회성으로 임명했다고 해서 그게 불법이라고는 말하기 어렵다. 물론 다만 그렇다고 해서 포샤가 판사인 게 제대로냐고 물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법정 사기극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다. 물론 현대라면 당연히 법정 사기극이 맞지만 당시에는 아닐 가능성이 더 높다. 애시당초 그렇게 따지만 계약서에 살 1파운드를 거는 쪽이 훨씬 더 비상식적이기 때문. 현대에 사는 우리들이야 워낙 베니스의 상인에 대해 자주 접해왔으니 살 1파운드에 대해 무감각해졌을 수도 있지만 사실 이런 계약은 이 시기에도 말도 안 되는 짓이었고 당장 재판장조차 샤일록에게 돈으로 받고 계약을 취소하라는 말을 할 정도다. 굳이 포샤가 1회용 판사가 된 것도 따지고보면 국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선례가 되는 일을 막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다.[18] 오스만 제국의 황제 쉴레이만 1세.[19] 실제로 쉴레이만은 페르시아의 사파비 제국을 세 차례나 친히 공격했지만, 페르시아 측의 청야전술로 인해 큰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따라서 페르시아 쪽에서 보면 승리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당시 사파비 제국의 황제였던 타흐마스프 1세는 천수를 누렸다.[20] 인류의 역사에서 인종차별이 확실히 금기시된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피부색이 같아도 한명의 왕에게 다스려지거나, 옷 입고 운동하거나, 포도주를 희석해서 마시면 바르바로이였다.[45] 모로코 왕이 포셔의 마음에 안 들게 행동한 것도 사실이며, 이 대사는 제아무리 자국민이라고 해도 베네치아 시(市) 출신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차별할 정도였던 당시의 베네치아를 잘 묘사한 것이기도 하다. 이러니 머나먼 모로코의 왕 정도면 왕이니 그래도 다른 사람들보다는 낫겠지만 그래도 우월 의식이 어디 가겠는가(...)[21] 참고로 역사적으로 유대인들이 고리대금에 종사한 이유는, 유대인들이 박해를 받아 토지 소유가 금지되는 등의 이유로 농업 같은 생계에 종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22] 다만 샤일록은 직업 때문에 돈을 밝히긴 한다. 그러나 그 안토니오에게 돈을 빌려주며 하는 행태를 보면 그가 특별히 악인이라 보기는 어렵다. 즉 좋게 말하면 직업정신에 투철한거고 나쁘게 말하면 직업 때문에 돈에 환장한 노랭이 양반, 그렇다고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버는 것은 아니고... 물론 너무 돈을 밝히는 것이 문제가 될 순 있으나 그게 주로 다뤄지는 것도 아니고...[23] 실제로 제1장 제1막에서 돈을 빌려주네 마네 하는 이야기를 할 때의 장면을 보면 이러한 모습이 잘 드러나는데, 샤일록의 대사 가운데에는 '현관에서 들개를 걷어차듯 나한테 포악했던 당신이 "돈 빌려 주라" 라고 말하니 말씀입니다. 내가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요? 이렇게 말하는 게 어떻겠소? "나으리께서는 지난 수요일에 저에게 침을 뱉으셨고. 또 어느 때에는 저를 들개라고 부르셨는데, 그 답례로 저는 나으리께 거금을 융통해 드리겠나이다"' 라는 것도 있다. 아마 모욕은 물론이고 폭행도 당한 듯 하다.[24] 대본을 읽어 보면 스치듯이 한 말인데 안토니오가 받아들인 것도 있다.[25] 정확히는 계약의 허점이 아니라 억지트집에 가깝다. 핏기없는 살이 존재하는가? 저 살이라는 부분에서 이미 피는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정 안 되면 안 가져가면 된다. 계약에서는 피를 가져간다는 내용이 없는거지 흘리게하면 안 된다는 내용은 없었다. 즉, 피를 안토니오에게 다시 가져가라고하면 그만이다. 물론 이때도 당연히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돌려줘야 한다.' 다만 이 경우에도 누가 돌려주는지 명시되어있지 않아서 샤일록이 안토니오보고 "너님이 가져가셈" 하면 끝이다. 이렇게 해도 계약서의 내용과도 포셔의 판결과도 전혀 충돌하지 않는다.[26] 베니스인의 목숨을 노린 이방인은 그 재산을 몰수한다는 법 조항이 있기 때문인데, 안토니오도 동의한 계약이므로 좀 애매해진다. 물론 샤일록이 하필 담보로 살 1파운드를 내건걸 보면 그 자신은 그런 의도가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다른 살도 얼마든지 있는데 하필 심장 근처 살인 게 의도성이 다분해보인다.[27] 물론 딸이 애초부터 아버지를 좀 싫어하긴 했고 그 기독교인을 좋아하고 있었다. 타이밍 문제일 뿐 어차피 넘어가는 건 시간 문제였다.[28] 샤일록으로서는 분개할 상황이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이제 그는 죄인이다. 그 당시 반유대주의적인 사고로 보면 쫓겨날지도 모르고 어쩌면 재산을 뺏기는 것보다 더 큰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그런데 개종하면 비록 욕을 바가지로 쳐먹는 건 같을지라도 명목상 이제는 '같은 예수님을 섬기는 형제' 가 되므로 유대인이라고 대놓고는 무시당하지 않게 된다. 유대인은 어디까지나 유대교를 믿어야 인정된다. 즉 샤일록이 베니스를 떠날 생각이 있지 않는 이상은 차라리 개종이 더 안전하다. 별 악행도 안 했는데도 경멸당했는데 이젠 (판결로는) 정말로 악행을 저질렀음이 드러났으니 그 뒤의 후폭풍은 알 만하다.[29] 유럽지역 쪽 이야기다. 중국과 한반도에서는 돈을 빌리면 이자가 붙는 게 당연했다. 환곡 제도는 무려 나라에서 베푸는 구휼미인데도 이자를 더해 갚아야 했다.[30] (번역자 주석) 흔히는 영어권에서 'usury'(고리대금업)로 번역한다. 당시 대부에 대한 이자율은 고리(高利)로부터 평균적 이자율, 저리 등이 있었다고 하는데, '고리대금업'은 정의롭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당연히 비난받아 마땅한 것이다. 뉴먼은 'the trade of a petty usurer'로 주석하고 있다. 여기서 아리스토텔레스가 고리뿐만 아니라 저리도 다 같이 비판하는 입장에 서 있다고 보아야 한다.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부끄러운 취득욕'(aischrokerdeia)을 언급하면서, 그 가운데 하나로 "적은 돈을 높은 이자로 빌려주는"(tokistai kata mikron epi pollō) 고리대금업자를 언급하고 있다(1121b34). 어쨌거나 아리스토텔레스는 '돈'으로 '돈'을 버는 것, 요즘식으로 말하자면 '금융업'을 무겁게 비판하는 입장에 서 있다. 나아가 오늘날에 유행하는 금융자본주의뿐만 아니라 기본적으로 이윤 추구를 극대화하는 '신자유주의'에도 적대적인 입장을 취한다고 볼 수 있다.[31] (번역자 주석) 이자를 뜻하는 'tokos'는 사람이나 동물의 자손, 새끼를 의미한다. 플라톤 『국가』 507a 참조.[32] (번역자 주석) 요컨대 그 관계가 '부모-자식 관계'와 같다는 것이다.[33] 현대와 차이점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현대에서도 마찬가지로 최대 이자에 제한이 걸려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어쨌든 간에 과도한 이자는 이 시절이든 현재든 규제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 애시당초 과도한 이자 소득은 건전한 자본주의에 해를 끼친다는 점은 그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34] 따라서 샤일록은 생면부지의 안토니오에게 이런 과격한 조건을 쉽게 제시할 수 있을 정도로 성격이 개차반인 것으로 묘사될 수 있다.[35] 원작을 보면 샤일록이 고약한 면이 있다는 것이 명확하긴 하다. 아무리 사람이 싫어도 죽이려고 하고, 돈을 몇 배를 준다고 해도 무조건 죽여야된다는 게 정상인의 반응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유대인에 대한 편견에도 불구하고 샤일록에 대해 동정적인 시각 역시 존재한다. 위에 샤일록이 안토니오를 용서하라는 사람들의 말에 분개하며 자신이 당한 차별을 늘어놓으며 "유대인은 눈이 없는가? 유대인은 손이 없는가?"로 이어지는 알 파치노의 낭독이 대표적이다. 즉, 셰익스피어 본인은 유대인에 대한 편견이 은연 중에 있으면서도 "이런 식으로 편견을 갖고 대하는건 너무하다"는 시각을 갖고 있었던 것. 물론 이것이 희극이란 점에서 샤일록이 철저히 망하는 것이 "해피엔딩"이므로 차별의 문제점을 진지하게 고발하는 작품이거나 한 건 전혀 아니다.[36] 왜 그런 수정을 했을까 싶겠지만 뉘른베르크 법으로 인해 이런 수정은 나치 독일 하에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수정을 안 하면 '유대인의' 딸이 로렌조와 결혼한다는, (나치 독일 입장에서는) 뉘른베르크 법에 따르면 말도 안 되는 결말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나치 독일 입장에서는 제시카를 수양딸로 설정하여 진짜 유대인이 아니기에 로렌조와 결혼한 것이 말이 되는 것으로 만드는 것이 최선이었을 것이다.[37] 참고로 뉘른베르크 법은 유대인 여부를 혈통으로 간주하는 나치의 관점이 담긴 법이다. 원래 전통적으로 유대인과 유럽인은 어느 종교를 믿느냐의 여부를 따르지 혈통에 따라 구분하지 않는다. 그런데 당시 나치는 인종주의우생학을 맹신해서, 유대인 판별을 혈통에 입각해서 실행한 것. 이 탓에 유대인 수용소에서 죽어간 피해자 대부분은 자기 조상 중에 유대인 한 명이 있는 줄도 몰랐던 독일인+기독교도들이다.(전통적인 독일 유대인들은 이미 나치 집권 초창기에 대부분 독일을 떠난 뒤였다.)[38] 그러나 탈무드에서는 유대인과 그리스도교인으로 두 사람을 구분짓지 않으며, 실제 유대인은 매우 실리적인 사람들이기 때문에 쓸모도 없는 살점을 달라고 하지는 않는다고 언급하고 있다.[39] 이때 또 실수로라도 안토니오에게 상처를 내서 피를 내는 일이 없도록 손톱도 깨끗히 깎는다.[40] 피고인인 벡스터 자작이 처음부터 떼먹을 작정으로 고아원의 기부금 300파운드를 대출한 뒤 불이행했다. 이에 윌리엄은 본인이 고아원의 부채를 갚는 대신, 사실상 600파운드를 벡스터에게 빌려준다.[41] 이를 위해 벡스터가 항상 자주 고기를 먹으러 다니는 레스토랑의 웨이터를 증인으로 불러와, 피고 본인은 물론이고 손님들이 단 한 번도 피의 무게를 빼고 시킨 적은 없다고 증언시켰다. 레스토랑의 고기는 도축할 때 이미 모두 빼고 다는건 넘어가자.[42] 참고로 실제로 18세기 영국에 '데이비드 개릭'이라는 명배우가 있긴 했으나, 이 단편의 배경 시대는 19세기라서 시대는 좀 안 맞는다.[43] 근데 막판에 모리안한테 또 뒤통수 맞는다[44] "다 같이 행복한"은 의지 +20 행운 +20이고, "혼자서도 잘 노는"은 최대 스태미나 +10 방어 +5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