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유재명의 연기경력을 서술한 문서2. 초기 이력
부산광역시 용호동에서 태어나고 자란 용호초, 용호중, 양정고 출신이다. 어머니가 장사를 하시는 동안, 그 앞의 노동회관에서 하루 종일 영화를 보고 어머니와 함께 집에 들어가곤 하면서 막연히 연기자로서의 꿈을 갖게 되었는데 어머니도 담임 교사도 연극영화과로의 진학을 반대했고, 어머니께서 아들이 학교 선생님이 되는 것을 소망하셨기에 부산대 생명공학과 92학번으로 입학한다.3월에 동아리 모집을 할 때 대학극장 앞을 지나가는 길이었는데 마침 연극 리허설 중이었고,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와 맨 뒷좌석에 앉아 관극하는 유재명에게서 뭔가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터져 나왔다. 그렇게 부산대 극예술연구회의 일원으로 대학 생활 내내 대학극장에서 살게 된다. 후일 톡투유2가 舊 부산대 대학극장, 現 10. 16 기념관에서 녹화를 진행할 때 게스트로 출연하여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3. 연극 경력
왼쪽부터 유재명 • 배진만 • 이정비 • 유경석 • 최웅. 2010년 2월, 69학번부터 09학번까지 총집결한 부산대 극예술연구회 동문 합동 공연 '미시시피씨의 결혼' 연습 사진이다. |
1997년 극단 ‘열린무대’에 입단, 연극 ‘서툰 사람들’로 데뷔했다.
극단 ‘열린무대’의 전용 극장인 ‘열린소극장’을 폐관 위기에서 구해내고자 당시 젊은 연극인들이 결성한 ‘열린소극장 예술공동체(열린 공동체)’ 활동을 했고 2004년 극단 ‘배우, 관객, 그리고 공간(배관공)’을 창단한다. 이듬해 독일 극작가 뒤렌마트의 ‘멸망과 새로운 생명’을 국내 초연하며 인근 대학 연영과 학생들을 섭외했는데, 경성대 연영과 출신인 태인호가 그중 한 명이다.
오랜 시간 유재명과 작업해온 태인호는 2008년 경 서울로 활동 무대를 옮기고, 15년 동안 연출 겸 극작가 겸 배우로서 150편의 작품을 하며 모든 걸 쏟아붓고 나니 번아웃 증후군이 왔던 유재명도 2010년 즈음 서울로 향한다. 두 사람은 2011년 겨울, 대학로 '녹색태양'의 무대에서 재회했고, 같은 소속사에서 자리잡게 된다.
후일 유재명이 응답하라 1988 시리즈의 출연이 결정되었을 때, 유재명 본인보다도 기뻐하고 정말 좋아해준 사람이 태인호였고, 이후에도 두 사람은 우애가 넘치는 필모를 함께 쌓아간다. 태인호는 유재명의 결혼식에 사회를 담당하기도 했다.
2018년 2월, 유재명은 부산 연극계에 금의환향했고 건강상의 이유로 연극계를 떠나 있던 구현철 연출자도 복귀하여 7년 만에 다시 뭉친 ‘열린 공동체’는 2001년 초연했던 연극 ‘트라우마’를 무대에 올린다. '트라우마'는 전 회차 매진의 성과를 거두었고, 유재명 자신에게도 연기와 작품을 대하는 자세를 새로이 가다듬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4. 영화계 진출
30대 초반에 영화 연출의 꿈을 품고 서울에 갔다가 다시 부산으로 돌아왔던 경험이 있었음에도, 유재명은 구체적인 영화 출연을 계획하지 않고 있었다.다만 영화의 도시 부산답게 부산에서는 영화 로케이션이 많았고, 그럴 때마다 현지 배우들을 캐스팅할 때 유재명은 스크린에 등장하곤 했다. 수익을 남기기 어려운 구조의 연극계에 비하면 영화 출연료는 괜찮은 수입이 되어서 후배들 밥 사주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부산에서 출연한 2009년 영화 바람이 유재명에게 훗날 터닝 포인트가 된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신원호 PD가 바람에서 인상적으로 본 배우들이 대거 응답하라 시리즈에 캐스팅되는데, 그 중 한 명이 유재명이다. 바람의 이성한 감독이 유재명을 너무 좋아해서 연기를 전부 일임했고, 심지어 출연 장면을 더 보고 싶다며 과외 선생님 역할까지 유재명에게 주었다.
《바람》은 충무로에서도 널리 회자되었을 뿐 아니라 유재명이 부산에 위치한 한전, 동양생명에 입사한 신입사원들에게 연기 강의를 할 때도 다들 《바람》 선생님이냐며 알아보았다고 한다. 당시에 그 역할들은 씬 스틸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는데 각각 1분 정도 되는 짧은 분량안에 정말로 현실에 존재할거 같은 수더분한 선생님의 이미지를 너무나 잘 표현했기 때문. 영화상에서는 일명 감정이 안실려서 체벌당해도 기분 안나쁜 선생님이라는 표현이었는데 당시 90년대~2000년대 초반 중고등학교에 꼭 한명씩 있는 스타일의 선생님이었다. 정작 이런 교사들은 체벌을 해도 학생이 즐겁게 받아주었으며 수업자체도 재미있어 큰삼촌같은 이미지가 강한 부류였다. 당시 있을법한 교사들을 얼마나 잘 표현했던지 오죽하면 실제 교사를 데려다 찍은거 아니냐는 말도 나올 정도.
이듬해 부산을 떠나 홀로 서울에 정착한 유재명은 수많은 오디션을 거치고 충무로 영화계에서 작은 배역들을 이어가고, 독립영화와 단편영화에서도 꾸준히 필모를 쌓아간다.
5. TV드라마 경력
2010년 KBS 드라마 스페셜 - 마지막 후뢰시맨의 의사 역으로 드라마에 입문한 유재명은 특수사건 전담반 TEN 2에서 심부름센터 장으로 출연하며 꾸준히 씬 스틸러로 활약하게 된다. 강경윤 기자가 진행한 첫 단독 인터뷰가 나온 것도 이 무렵.2013년 굿 닥터에서 비록 단역이지만, '묻지마 살인범' 역할로 나와 엄청난 이펙트를 안기고 장렬히 하차했다.
2013년 푸른거탑 리턴즈에서 단역으로 간간히 모습을 비추었다.
그렇게 지상파와 종편과 충무로를 오가며 매해 작품에 출연했지만 원했던 기회를 잡기 힘들었고, 다시 부산으로 돌아가야겠다고 결심했을 2015년, 신원호 PD가 응답하라 1988로 그를 불렀고, 이후 유재명의 연기 인생은 씬 스틸러에서 극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미친존재감을 과시하며,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다.
6. 대표작
6.1. 응답하라 1988 (2015)
응답하라 1988 의 동룡이와 동룡이 아빠. |
가히 국민적인 인기를 얻은 드라마이자 유재명의 이름을 세상에 널리 알린 작품이다. 동룡이 아빠 학주 선생님 배역의 오디션 장면을 촬영한 영상을 보면 유재명이 대본 한 줄을 읽고 간단히 연기를 선보이자 스탭들이 신들린 연기력에 모두 감탄하면서 빵 터지고, 한 줄 더 읽자 마자 신원호 PD가 깜짝 놀라면서 더 이상 들어볼 필요도 없다면서 "하시죠?" 라면서 사인하자고 한다. 간단한 대본 리딩만 했는데도 그야말로 학주 선생님 그 자체같다면서 호평을 했다.
찰진 사투리 연기부터 완벽하게 체화된 80년도 학주 선생님같은 자연스러운 생활연기까지, 유재명이 연기한 동룡이 아빠 배역은 "제자들을 쥐 잡듯해도 마음 한쪽은 자식처럼 봐준 그 시대 선생님 겸 아버지를 우리에게 되돌려줬다." 라면서 호평을 받았으머 처음으로 길을 가다가 사람들이 배우 유재명을 알아보고 사인을 받은 작품이라고 한다. 그리고, 첫 예능 출연도 하는 등 응팔 덕분에 비로소 명배우로서 정착하게 된다.
6.2. 하루 (2017)
응팔에서의 성공 이후, 영화와 TV를 종횡무진하며 감칠맛 나는 생활연기를 정말 맛깔스럽게 소화하면서도 독립영화에서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맞닿은 작품’에 출연하던 유재명의, 상업영화 첫 주연급 출연작은 후자에 속해 있는 《하루》가 된다.코믹한 생활 연기로 널리 알려졌던 것과 달리, 부산 연극계에서 '부드러움과 날카로움을 모두 가진, 카리스마 있는 배우'로 유명했던 유재명은 시나리오의 속도감과 몰입감에 매료되어 《하루》의 출연을 결정했고, 이는 또 한 번의 터닝포인트가 되어준다. 스릴러 장르에 긴장감을 부여하며 스토리를 주도하는 작품의 히든 카드 역할로서 액션 씬에서의 강렬한 모습과, 감정 연기에서의 호소력 있는 모습은, 그동안 친숙한 캐릭터 위주로 이름을 알려왔던 필모의 균형을 잡게 되었다.
특히 《하루》의 제작진들이 "《하루》에서 맡은 캐릭터의 존재감도 그렇고 영화계에서 잘 될, 정말 괜찮은 배우"라며 비밀의 숲 제작진들에게 유재명을 적극 추천하면서, 유재명 본인에게도 많은 시청자들에게도 인생 작품인 《비밀의 숲》에 출연하게 된다. 이러한 추천이 있었던 것을 나중에 알게 된 유재명은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
한국 베트남 합작 드라마 《오늘도 청춘》에 함께 출연하며 친분이 남달랐던 배우 신혜선과 유재명은 《하루》에서 택시 기사와 승객으로 출연했는데, 두 사람 모두 《비밀의 숲》 메인 캐스트로 출연하였으니 정말 의미 있는 작품. 비숲 촬영은 전부 마치고, 방영 직전에 《하루》 언론 시사회에서 만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인생 캐릭터가 될 것 같다"고 응원했다고 한다. 유재명과 신혜선은 2016년 여름을 《하루》 촬영장에서, 2017년 1월부터 4월까지 《비밀의 숲》 촬영장에서까지 함께하였고, 그 사이에 정관장 광고도 함께 촬영했다.
《비밀의 숲》 더 비기닝 中. 비숲러들에게 두고두고 회자되는 명장면이기도 하다. |
또한 유재명은 《하루》의 홍보를 위해 언론시사회, 무대인사, TV 연예 정보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는데 이는 그가 처음으로 경험하는 일들이었고, 방송 카메라 앞에서 긴장되면서도 주연급 작품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며 관객들과 소통하는 소중한 경험을 간직하게 된다.
《하루》 촬영 시기에 방영된 tvN 드라마 굿 와이프 후반부에 출연하는데, 촬영 사흘 전에 출연 제의를 받았음에도 신체장애가 있는 변호사 연기를 육체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완벽하게 표현, 같은 법정 씬에서 판사로 출연한 최병모와 함께 전도연과 유지태가 뽑은 최고의 씬 스틸러로 선정되었다. 특히 전도연은 실제로 해당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과 연기한 걸로 생각[1] 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최병모는 《비밀의 숲》에서 유재명과 극중 40년 지기 친구로 함께 출연한다.
6.3. 비밀의 숲 (2017)
그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멋지지 않은 적이 없었던 대한민국 서부지검 차장검사 이창준이었다.
Esquire Korea 2017년 9월호 기사
Esquire Korea 2017년 9월호 기사
빅 픽처의 설계자, 외로운 다크 히어로, 끊임없이 고뇌하는 연약한 개인. 극중 황시목 검사는 그를 '괴물'이라고 했고, 우리는 연기 '괴물' 유재명을 발견했다.
BAZAR 2017년 9월호 기사
BAZAR 2017년 9월호 기사
전무후무한 '창크나이트', 그래서 유재명이 더 기대된다
응팔이 유재명이라는 배우를 널리 알렸다면, 비밀의 숲은 유재명의 인생작이자 팬들의 대표 입덕작이다. 또한 《비밀의 숲》 종영 후에도 유재명이 연기한 이창준은 '한국 드라마의 역대급 캐릭터'로 회자되고 있다. 오죽하면 비밀의 숲은 '조승우와 배두나로 시작하여 유재명으로 끝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여전히 수많은 팬들을 사로잡으며 현재진행형으로 입덕시키는 중이다. 여담으로 수많은 시청자들이, 심지어 기자들마저도 동룡이 아빠와 이창준이 동일 배우가 연기한 것을 뒤늦게 알고 깜짝 놀라기도 했다.
검사로서 뛰어난 두뇌와 통솔력의 소유자이자, 선악의 경계에서 양쪽 모두를 자유자재로 아우르는 회색빛 카리스마, 가장 유력한 용의자이면서도 누구보다 진실을 밝혀내는 삶을 보여줬던 이창준. 유재명은 "한국 드라마는 《비밀의 숲》 이전과 이후로 나눠진다"는 극찬 속에서, 《비밀의 숲》의 진 주인공이라는 찬사와 함께 작품의 주제 의식에 근접한 일등 공신으로 이창준을 완성시킨다. 대본이 주는 힘과 현장 분위기에 탄력 받아서 유재명이 추가한 대사와 동작 디테일들은 이창준이라는 캐릭터의 인간적인 면모와, 윤세아가 연기한 이연재[2]와의 애틋하고도 아련한 사랑을 그려내며 놀랍도록 입체적이고 극적인 이창준의 인생을 펼쳐냈다.
작중 부부로 등장하는 윤세아와 함께[스포일러] |
뉴스에서 심심치 않게 보이는 TK 출신의 권력형 검사들처럼 영남 사투리 억양을 굳이 숨기려 하지 않는 리드미컬한 서울 말씨는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힘 있는 발성과 단단한 음색이 시청자들에게 매혹적이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유재명 선배는 정말 멋있다. 비주얼도 좋고 피지컬이 정말 좋아서 모델 같다. 수트도 너무 잘 어울리신다."는 신혜선의 말처럼 183cm의 훤칠한 키에 긴 팔
역대급으로 회자되는 비밀의 숲 6화 엔딩. 그야말로 압권이다. |
워낙 신드롬을 일으킨 캐릭터인 만큼 타 작품 인터뷰에서도 이창준에 대한 질문이 나오는데, 유재명에게 이창준이란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인물이며 스스로도 자신의 인생 캐릭터에 이창준, 자신이 연기한 가장 좋아하는 대사로 이창준의 "'선배님?' 듣기 참 좋네. 좀 천천히 오지..."를 꾸준히 언급하고 있다. 참고로 전반부 볼드 처리된 대사는 대본에 없고, 유재명이 현장에서 만들어낸 대사이다.
6.4. 라이프 (2018)
이렇게까지 사람이 달라 보일 수 있을까? 작품에 따라, 배역에 따라 전작의 모습이 전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게 다른 인물로 태어나는 배우 유재명
[人스타] 유재명 “좋은 작품에서 좋은 연기를 한 배우로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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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숲의 이수연 작가와 조승우, 유재명, 이규형 등 메인 캐스트들의 재결합이라는 사실만으로 행복한 기대를 낳은 라이프에서 유재명은 다시금 '이창준 검사장과 주경문 교수가 동일배우 연기였다고요?!!'라는 충격과 찬사를 한 몸에 받았다. 심지어 후술하는 영화 《나를 찾아줘》 촬영 시기와 주경문 교수로 살았던 시기가 겹쳤다는 것이 후에 알려지면서[4], 두 작품을 모두 감상한 사람들에게 전율과 경탄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TK 출신이라는 사실이 권력이자 입지인 이창준과 달리, 김해 출신으로 지방대 의대를 졸업한 것이 약점인 주경문은 마음 터놓은 지인들 앞이 아니면 사투리 억양조차 최대한 감추지만,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씨와 환자에 헌신적이고 실력 있는 흉부외과 센터장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항상 흐트러진 머리칼, 수술복도 갈아입지 못한 채 잠시 눈을 붙여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 덥수룩한 얼굴과 수수한 옷차림, 친근하고 다정다감한 말투, 겸허한 톤의 음색 등 주경문의 어디에서도 이창준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었다.
현실 흉부 외과의의 힘겨운 현실을 고스란히 재현하면서도 동료들을 대할 때, 환자들을 치료할 때, 불의에 맞설 때, 위로 향할 때 등 어느 순간에도 온화함과 배려심과 인간미를 잃지 않았던 주경문으로 유재명은 2018 아시아 태평양 스타 어워즈에서 생애 첫 연기상을 수상한다.[5]
6.4.1. 조승우와의 케미
비밀의 숲-명당-라이프 순서대로 촬영하면서 유재명은 조승우와 함께 세 작품을 연속으로 출연하게 되는데, "재명이 형과 나, 카메라 한 대, 딱 셋만 놓고 내버려두면 30분짜리 단편은 나올" 완벽한 호흡과 행복한 인연을 자랑하고 있다.유재명은 조승우의 팬이자 같은 무대 연기자 출신으로서 첫 만남부터 호흡이 너무나도 잘 맞는 형 같은 동생이고, 조승우는 유재명과 자신이 라바 캐릭터 같다고 한다. 빨갛고 짧은 애가 본인, 노랗고 긴 애는 재명이 형인데 둘이 꽁냥꽁냥하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조승우는 유재명과 서른 개 작품을 같이 하겠다고 공언했는데 팬들은 이제 27개 작품이 남아 있다며 즐겁게 기다리는 중이다. 유재명도 조승우와는 평생의 인연으로 먼 훗날 자신이 꽃보다 할배를 찍게 된다면, 조승우랑 함께 가고 싶다고 한다.
6.5. 영주 (2018), 윤희에게 (2019)
《영주》 보도자료 스틸 컷, 김상문 역할의 유재명 |
"일단 불러주시면 감사하고 좋은 일 아닌가. 배우로서 인정받는 거니까. 좋은 작품을 남길 수 있어서 감사하고 행복하다. 작품의 규모를 떠나서 모든 작품에는 미학이 있다. 그래서 잘 해내고 싶다." 《비밀의 숲》 이후 작품과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 유재명은 역할의 비중, 작품의 규모를 가리지 않고 출연 제의를 거절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유재명이 출연한 독립영화들은 그의 고향인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하여 주목을 받았고, 유재명 또한 언론시사회, 무대인사, GV에도 열심이고 심지어 출연자 명단에 없었는데도 당일에 깜짝 등장할 정도로 애정을 보였다.[6]
2018년 개봉한 김향기 주연작 《영주》의 차성덕 감독은 "이 영화가 '영주'라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영화다. 다른 두 인물은 중요한 역할이지만 보이지 않는다. 김상문과 문향숙의 스토리를 임팩트 있게 전달할 수 있는 힘 있는 배우가 필요했다. 그래서 제 마음 속 항상 1순위였던 유재명, 김호정 선배님들께 시나리오를 보여드렸고, 정말 행운으로 두 분 모두 흔쾌히 기꺼운 마음으로 함께 해줘 진행했다. 제가 미처 생각 못한 부분에 대해서도 조언과 가르침을 통해서 밀도를 다져갈 수 있었다"면서 고마움을 표했다.
2019년 개봉한 김희애 주연작 《윤희에게》에서 유재명은 시나리오를 읽고 너무나도 출연하고 싶었던 나머지, 바쁜 일정을 조정하여 단 하루 만에 모든 출연 분량을 촬영하였다. 초반부의 "너네 엄마는 뭐랄까.. 사람을 좀 외롭게 하는 사람이야."는 작품을 대표하는 명대사로 알려졌고, 후반부 두 사람 장면에서 김희애는 리허설을 할 수도 있었지만 일부러 안 맞췄고, 유재명도 미리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고민했는데, 감정선이 극대화되는 씬으로 완성되었다.
6.6. 나를 찾아줘 (2019)
독립영화와 상업영화로 궤를 달리 하지만, 《윤희에게》와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나를 찾아줘》는 이영애의 14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유재명은 출연 계기를 묻는 객관식 질문에 답안에도 없던 ‘시나리오가 좋고 이영애 선배님과 꼭 함께 출연하고 싶어서’를 추가할 만큼, 오래 전부터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보며 동경해왔던, 유재명에겐 마치 환상의 영역처럼 느껴졌던 시대를 대표하는 선배 배우들과 연이어 동반 출연하는 영광을 누렸다.같은 경찰 제복을 입고 등장함에도 《윤희에게》의 박인호와 《나를 찾아줘》의 홍 경장은 전혀 다른 인물상을 보여줬고, 김희애도 이영애도 유재명에게 '씬이 잘 나왔다'라고 칭찬을 해주어서 유재명은 내심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나를 찾아줘》는 평론가들이 "'감정 소모'로 관람 등급을 매길 수 있다면 청불 이상의 등급이 필요하다"고 할 만큼 아동을 대상으로 한 유괴, 노동착취, 학대 등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작품이다. 유재명은 "홍 경장은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사회의 자화상이며, 남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하고 진실을 외면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대표한다. 약자들의 시선을 자기만의 질서로 정리해버리는 인물."이라며 관객이 극장에서 나올 때 우리가 그 동안 회피했던 진실에 대한, 사회에 대한 메시지를 가져갈 수 있기를 소망했다.
6.7. 비스트 (2019)
《비스트》 보도자료 스틸 컷, 한민태 역할의 유재명 |
흑과 백, 선과 악,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복합적인 캐릭터 연기의 장인 유재명의 첫 상업 영화 주연은 정의와 냉정함, 야망을 동시에 품고 있는 강력2팀장 한민태 경감이 된다.
한민태와 정반대되는 주인공 정한수 경감 역할의 이성민은 자신과 같은 영남 연극계 출신에 지금까지 작업해온 과정이 비슷하다고 생각해서 궁금해 하던 때에 《마약왕》 특별출연을 통해 처음 유재명과 만났고, 포승줄에 묶여 있는 장면에서도 '저 친구구나' 하면서 따로 인사를 할 만큼 애정을 보였다.
원작의 서사와 개연성, 동기(How, Why) 대신 인물의 정서와 감정만을 극대화시키며 Who is The Beast? 라는 질문을 던지는 대본에 대하여, 유재명은 "이율배반적인 모습들, 그런 씬들이 반복되고 끝도 없이 밀어붙이는데, 인간의 본성을 파헤치려는 미학을 (작품을) 읽을 때보다 (촬영) 하면서 찾아가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며 "이창준과 비교해보면, 이창준은 어떤 권력이라는 최정점에서 자기의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서 빅 픽처를 그리는 인물이다. 민태는 오직 현재, 지금의 자신을 계속 감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6.8. 자백 (2019)
비밀의 숲의 이창준은 외로웠고 라이프의 주경문은 고독했다면, 자백의 기춘호에게서는 유대감을 간직한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
《비밀의 숲》에서 이창준을 연기하고 채 1년도 되지 않아, 2018년에 크랭크인하는 영화들에 유재명은 주연으로 캐스팅된다. 촬영을 마친 영화들의 개봉을 앞둔 2019년 3월에 방영된 《자백》은 그의 첫 번째 미니시리즈 주연작으로서, 명실상부 주연의 반열에 오른 유재명의 입지를 견고히 한 작품으로 남게 된다.
《자백》은 권력과 방산비리의 추한 민낯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면서 《비밀의 숲》보다 범죄 묘사가 잔혹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밝혀내는 변호사 사무실의 도벤져스[7] 4인과 은서경찰서 강력팀원들의 케미가 굉장히 돈독하여 서로에게, 그리고 시청자들에게도 위안이 되어주었다. 특히 유재명이 연기한 기춘호 반장은 10년 전 사건 당사자들인 도벤져스 4인 중에서 유일하게 '피해자 가족이 아닌' 역할로서, 동료들의 아픔을 보듬으며 의지가 되어주는 인물인 동시에 경찰의 사명 의식을 철두철미하게 지켜내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방영 전 인터뷰에서 유재명은 "수많은 인물과 그들로부터 파생된 여러 사건들이 정교하게 맞물려 있는 장르물이지만 심플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있다. 많은 작품 사이에서 《자백》 특유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자신한다. 진실되고 간결한 미학으로 찾아 뵙겠다."고 밝힌 것처럼 《자백》은 변호사는 형사를 무시하고 형사는 변호사를 귀찮게 여기는 클리셰를 과감히 던져버렸다. 그 대신 서로의 직업 영역에 존중으로 대하고 의견 대립은 있어도 결코 상대를 향한 비난으로 이어지지 않으며, 그렇게 불필요한 감정 소모 없이 《자백》은 일사부재리 원칙과 재심 청구권이라는 한국 법제 하에 10년 전 살인사건들에 얽히고설킨 진실을 하나씩 풀어나가는 장르적 완성도를 극대화시켰다.
특히 《자백》은 tvN이 방영 전부터 《시그널》, 《비밀의 숲》을 잇는 웰메이드 장르물이 될 것이라며 자신을 보였는데, 이를 입증하여 종영에 이르기까지 제2의 '비밀의 숲'이 아닌 제1의 '자백'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여기에 《비밀의 숲》에선 이창준 검사로, 《자백》에선 기춘호 형사로 활약한 유재명의 공로는 '모든 장르, 모든 배역에서 빛을 발하는 배우'라는 찬사로 보답받는다.
극중 19년의 나이 차이[8]를 초월하는 도춘 커플의 케미. 아버지뻘인 기춘호가 격렬한 몸싸움부터 달리는 추격전까지 모두 전담한 덕분에 |
자기보다 한참 어리고 경력도 짧고 한때 법정에서 대립하기도 했던 최도현 변호사에게서 '마치 장기미제 사건을 포기하지 않는 형사와도 같은' 동지애를 느끼며, 저 끝에 있을 은폐된 진실을 향해 법정에서/범죄 현장에서 분투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TVING이 선정한 2019년 상반기 베스트커플 후보에 '도춘 커플'이 선정될 만큼 사랑 받았다. 묵직한 주제 의식으로 당대 현실이 깊숙이 반영된 강력 사건들을 다루면서, 극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유머러스한 장면들에서도 도춘 커플의 케미는 빛을 발했다.
6.9. 이태원 클라쓰 (2020)
2020년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 장대희 역으로 출연했다. 배우의 실제 나이와 큰 차이가 있는 장대희 회장 역을 맡아서 뛰어난 연기력으로 극찬과 큰 호평을 받았다. 유재명이 완성시킨 장대희는 흡인력이 있는 연기력과 강력한 카리스마의 메인 빌런 그 자체였다.원작 웹툰 내에서 짧은 머리가 각인되어 있어서 싱크로율을 위해 직접 머리를 짧게 잘랐고, 노인 분장에다 의상까지 직접 아이디어를 더하면서 일찌감치 장대희 캐릭터에 만전을 기했던 유재명은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넘기지 않고 완벽한 장대희 캐릭터 그 자체를 그려나갔다. 그렇기 때문에 유재명의 장대희 연기는 한 마디로 ‘어나더 클라쓰’였다. 혀를 내두르게 만드는 놀라운 카리스마와 극악무도함을 폭발적인 열연으로 그려내면 매 장면에서 신 스틸러를 보여주는 극강의 흡인력을 선사했다. 실질적인 진 주인공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자신의 인생을 모두 쏟아부은 회사인 '장가'를 위해서 아들을 버리는 순간에도 장대희는 흔들리지 않았고, 모두를 속였다. 극 중 인물은 물론이고 시청자까지 속인 역대급 내면 연기는 ‘역시 유재명’이라는 탄성을 자아냈다. 출연하는 작품마다 강렬한 캐릭터를 선보여 온 유재명은 이번 ‘이태원 클라쓰’를 통해서 그동안 쌓아온 연기 신화를 새로 썼고 사실상 유재명의 장대희가 있었기에 ‘이태원 클라쓰’의 대성공이 남달랐다는 평이다.
본인 스스로가 연기한 인생 캐릭터는 물론이고 악역의 판도마저 갈아엎어버린 유재명의 명연기에 감탄하고 종영 이후에도 호평이 쏟아지고 있는 중이다.
또한, 유재명의 피지컬은 '이태원 클라쓰 북유럽 드라마 설'의 한 축을 담당했다. 조이서 역의 김다미가 170cm, 오수아 역의 권나라가 173cm로 누구보다도 큰 키의 여성 배우들인데 박새로이 역할의 박서준이 185cm, 장대희 역의 유재명이 183cm, 장근원 역의 안보현이 187cm로 메인 캐스트 전원이 키태원 클라쓰의 반열에 올라 있다.
[1] 원작에서 해당 배역을 맡은 배우 마이클 J. 폭스가 실제로 파킨슨병 환자이다.[2] 두 배우의 첫 동반 촬영 씬에서, PD의 말을 빌리자면 윤세아의 눈에서는 하트가 발사되고, 유재명은 이제야 만났다며 쑥스러워하는 등 현장 분위기가 스윗했다. 이 자리에서 윤세아가 예전부터 유재명의 너무너무 팬이었음을 밝혔다. 종영 후에도 윤세아와 유재명이 SNS에서 댓글을 주고받은 내용이 비숲2 제작발표회에서 기사화될 정도로, 창준과 연재는 본체들부터가 진심이다.[스포일러] 참고로 이 꿀 떨어지는 사진은 작중 이창준의 불법 재산증여 뉴스 보도용으로 사용되었다(...)#[4] 유재명이 《나를 찾아줘》의 결말을 촬영하고 숙소에 돌아온 날 밤, 《라이프》 1화를 시청했다고 한다.[5] 이는 한국 드라마의 역대급 작품에 역대급 캐릭터로 극찬 받은 이창준 연기로 유재명이 받은 상은 없었다는 의미도 된다. 2018 백상예술대상에서 비밀의 숲이 주요 부문을 석권할 때 비숲러들이 마음껏 기뻐할 수만은 없었던 이유. 시즌2 방영을 앞두고 시즌1을 복습하다가 이창준에 대거 입덕한 사람들도 유재명의 이창준이 무관이라는 사실에 경악하고 있다.[6] 유재명이 비숲 이창준으로 신드롬을 일으키자 재상영한 작품도 있었다.[7] 사시 차석 출신 변호사, 상관과 부하의 신뢰를 한 몸에 받던 전직 강력팀장, 전직 신문 기자, 전직 심장외과의라는 막강한 라인업을 자랑한다.[8] 72년생 기춘호를 연기한 유재명은 73년생, 91년생 최도현을 연기한 이준호는 90년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