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곡터널 栗谷터널 | Yulgok Tunnel | |
위치 | |
서울특별시 종로구 권농동, 와룡동, 훈정동 | |
개통 | |
2022년 7월 20일 | |
<rowcolor=#fff> 시공 | 관리 |
(주)북일종합건설 (주)이에스산업 (주)건도 | 서울시설공단 |
길이 / 폭 | |
길이 314m, 폭 30m(6차로) | |
도로 | |
율곡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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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서울특별시 종로구 와룡동 돈화문 앞 창덕궁교차로에서 종로구 원남동 원남동사거리까지의 율곡로 680m 구간 중 314m를 지하화하여 만든 터널이다.2. 역사
2.1. 종묘관통도로의 개설
율곡로 중 경복궁 동십자각과 창덕궁 돈화문을 잇는 구간은 이미 창덕궁이 완공된 1412년에 완성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돈화문 앞에서 원남동사거리로 넘어가는 구간은 조선시대 내내 존재하지 않았고, 동궐(창덕궁, 창경궁)과 종묘가 서로 담장을 맞대고 있었다.그러나 경술국치 이후인 1912년 11월 6일, 조선총독부가 '경성시구개수예정계획노선'을 발표하였는데, 돈화문에서 종묘를 관통하여 원남동으로 넘어가는 이른바 종묘관통도로가 계획에 포함되었다.
당초에는 돈화문 앞에서 곧장 원남동사거리 방향으로 꺾으며 종묘의 영녕전 뒷편 담장에 인접하는 직선 형태로 지어질 계획이었으나, 현실적으로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하여 1919년 6월 25일에는 당초의 계획을 조금 틀어 동궐과 종묘 사이의 담장을 허물고 그 자리에 도로를 내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이렇게 계획을 틀었다고는 해도, 마지막으로 순종황제의 반발이 거세었다. 순종은 "그 길을 내는 공사는 중지할 수 없겠느냐? 정 중지할 수 없겠거든 종묘의 외대문을 영녕전 앞으로 옮기고 정전 앞으로 길을 내든가, 그도 안 되면 종묘의 뒤로 길을 내되 차라리 창덕궁 땅을 범하더라도 종묘 뒷산을 범치는 아니하면 좋겠다." 라고 했다. 과거에는 조상의 봉분 뒷산이 허물어지는 것을 좋지 않게 보았는데, 하물며 종묘의 뒷산을 허물고 길을 낸다 함은 순종의 입장에서도 왕실의 정기가 끊어질까 내심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런 이유로 조선총독부는 순종의 살아생전에는 종묘관통도로의 공사를 엄두도 내지 못 하다가, 1926년 4월 26일에 순종이 붕어하고 겨우 한 달 뒤인 5월 말엽에 가서 도로계획에 대한 말이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아예 종묘를 이전하자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설왕설래가 오간 끝에 1931년에 계획이 확정되어 공사가 들어갔다.
종묘관통도로는 1932년 4월 22일에 길이 673m, 폭 22m(왕복 4차선)의 도로로서 완공되었고, 도로 위로는 창덕궁과 종묘를 연결하는 콘크리트 육교를 가설하였는데, 이름은 관덕교(觀德橋)라 하였다. 도로가 완성을 본 것은 계획이 처음 나온 지 거의 20년 만의 일이었다.
2.2. 율곡로 지하화 및 종묘 담장 복원
종묘 담장을 복원하고 동궐과 종묘를 다시 연결하는 것은 민족정기를 회복하는 일이라 하여 70년대부터 계획이 있었으나, 예산 문제로 인해 후순위로 밀렸다. 실질적으로도 이미 이 구간은 서울 시내의 주요 간선도로로 자리매김한 지가 꽤 오래 되었고, 돈화문과 원남동 사이의 교통량이 많아져 함부로 도로를 없앨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복원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오른 건 오세훈 시장 재임기간이던 2009년 무렵이었다.2009년, 서울시는 사업비 총 481억을 들여 율곡로를 6차선으로 확장함과 동시에 지하화하고, 상부로는 동궐과 종묘를 이으며 궁궐 담장을 복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사업은 2011년 5월부터 첫 삽을 뜨게 되었다. 그러나 도중에 오세훈 시장이 사퇴하고 박원순 시장이 당선된 이래 한참 동안은 공사가 지지부진했다. 본래는 2013년에 완공 예정이었으나 공사 도중 종묘의 담장 유구가 발견되어 조사를 하면서 공사 기한이 무기한 늘어났다.
삽을 뜬 지 8년이 지난 2019년 12월 30일에 가서야 6차선으로 확장되어 임시 개통되었고, 2022년 4월 22일에 비로소 터널이 완공되었다. 동궐과 종묘는 끊어진 지 90년 만에 다시 이어지게 되었다.
터널은 먼저 도로 위에 아치형 콘크리트를 가설하고, 그 위에 흙을 부어 녹지를 조성하는 방식으로 지어졌다. 터널 상부에는 새로 마련된 8,000㎡ 넓이의 공원에 담장과 더불어 동궐과 종묘를 잇던 북신문을 복원하며 궁궐담장길을 조성하였다. 담장은 터널 지하화 공사 도중 발견된 옛 종묘 담장의 석재를 20% 정도 사용하여 복원했다고 한다.
3. 상세
이 길은 북악산으로부터 갈라져 나온 산줄기가 종묘까지 이어지는 가운데를 뚫고 지나간다. 이 산등성이를 따라 창덕궁, 창경궁, 종묘가 담장을 맞대고 붙어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이 길이 뚫린 것은 일제가 지맥을 끊어 조선의 민족정기를 훼손하려고 했다는 음모론이 있는데, 정말 그런 의도로 이 길을 뚫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이와 비슷한 음모론으로 쇠말뚝 괴담이 있다.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이 길이 없었다면 광화문과 안국역 방면에서 대학로와 동대문으로 가는 차량들이 모두 종로를 경유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현재로서는 더 이상의 차선 확장이 불가능한 종로는 지금보다 더 심각한 정체가 빚어졌을 것이다. 이유야 어쨌건 간에 필연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는 도로였다는 것이다. 또한 창덕궁과 종묘로 인해 사실상 단절된 종로구의 시가지가 이 길을 통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이 길의 존재 이유 중 하나이다. 그렇기 때문에 복원 자체도 이 구간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도로 자체는 보존하면서 복원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이다.
이와 비슷하게 도로를 지하화할 때, 아예 지하에다 터널을 뚫어 신설하지 않고 기존 도로의 상부를 덮어 녹지화를 하는 곳이 여럿 있는데, 기존에 산길 중턱을 뚫어 단절되었던 녹지와 자연 생태계를 연결하기 위함이다. 아차산역에서 광나루역 사이 천호대로 260m 구간도 율곡로처럼 터널화하여 기존에 도로에 의해 남북으로 갈라진 아차산을 다시 이었다.
터널 상부의 궁궐담장길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