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앙드레 말로의 소설
La Condition Humaine
김붕구 교수 번역판.
앙드레 말로가 1933년에 출간한 소설. 스파이물이기도 하지만, 철학소설이기도 하다. 굉장히 어려운 내용으로 1927년, 장제스가 일으킨 4.12 상하이 쿠데타가 배경이다. 내용은 테러리스트 겸 혁명가 겸 암살자인 주인공의 이야기. 달리는 열차의 엔진(석탄)에 넣어서 사람을 태워죽이는 무서운 장면도 나온다. 자살용 청산가리를 쓰면 편하게 죽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동료에게 넘겨주고 자신은 고통스럽게 죽는 길을 선택하는 사람도 나온다.
2. 한나 아렌트의 저서
유태계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1958년 쓴 저서. 인간의 조건을 정치 행위적인 측면에서 탐구한 책이다. (관련 서평) (관련 논문)이 책에서 한나 아렌트는 인간의 삶(혹은 태도)을 관조적 삶(vita contemplativa)과 활동적 삶(vita activa)으로 나눈다. 관조적 삶과 활동적 삶의 개념은 아렌트가 직접 창안한 것이 아니고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시대부터 내려온 개념을 차용한 것이다. 아렌트는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의를 ‘행위’라는 관점에서 다시 고려하였다. 관조적 삶의 예는 철학자들이 사색하고 고민하는 삶을 말한다. 활동적 삶의 예는 일반인들이 하는 생계 활동, 사교 활동, 정치적 행동 같은 것이다.
아렌트는 다시 활동적 삶을 노동(labor), 작업(work), 행위(action)라는 개념으로 나눠 설명한다.
여기서 아렌트가 말한 노동은 최소한의 생계 유지를 위한 활동을 말한다. 먹을 것을 찾고 돈을 버는 행동을 말하는 것이다. 인간은 생물학적인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숨을 쉬고 물을 마시고 음식을 먹고 배설을 해야 한다. 또한 비바람을 피할 옷과 집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렌트는 인간의 조건은 단순히 굶주림을 면할 정도로 먹고 사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고 보았다. 아렌트는 이를 작업 개념으로 설명한다. 아렌트가 말하는 작업 개념의 대표적인 사례는 장인들의 제작 활동이나 예술 활동 등이다. 장인이나 공학자나 예술가의 작업은 생명유지(노동)와 직결되지 않는다. 우리가 보는 영화나 게임의 가상 세계를 생각해보자. 이는 현실 세계와 다른 세계이며, 사실 기본적인 생명 유지 작업과는 별 상관이 없다. 이런 작업은 인공적인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다. 아렌트를 이를 현실세계와 다른 또 다른 세계를 만든다고 묘사했다. 아렌트는 인간은 자연물을 변형시켜 쉽게 마모되지 않는 인공물을 제작한다고 말했다. 또한 작업 행위를 통해 만들어진 세계는 객관적이고 물화된 사물세계이며, 사용 가치를 지닌 유용한 세계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행위는 집단적, 사회적, 정치적 행위 등을 말한다. 행위는 나 이외의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하고 의사소통하면서 이루어지는 '관계'에 대한 문제이다. 아렌트는 고대 그리스 폴리스(polis)를 노동, 작업, 행위를 구분하는 예로 들었다. 그리스에서 노동은 ‘사적 영역’에 국한된 활동이었다. 그리스의 자유시민은 자신이 해야 할 노동을 노예에게 대신하도록 만들었다. 이렇게 하여 그리스 시민들은 생물학적 종속성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 대신 이들은 남는 시간에 아고라에서 폴리스 내 정치적 현안을 논의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 이들 그리스 시민들은 ‘공적 영역’에서 ‘행위의 자유’를 펼칠 권리가 있었고, 이는 동시에 의무이기도 했다. 이런 아고라에서 그리스 시민들은 자신의 ‘차이’와 ‘개성’과 ‘탁월성’을 드러내려 노력했다. 고대 그리스에서 웅변술이 발전한 것은 이 때문이었다. 아렌트는 그리스 시민들이 생계활동에서 벗어나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이야기가 역사에 남으면서 개별 생명의 무상성을 극복하고자 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요즘 논의되는 밈 개념에 비춰보면, 그리스 시민들은 자신의 유기체 신체 유지시키고 생물학적 유전자를 전하는 행위보다, 밈을 전달하는 행위를 더 강조했다고 할 수 있다. 아렌트는 이를 통해 바로 ‘정치적 동물’로서의 인간이 탄생했다고 말한다.
아렌트는 중세 기독교 사회와 근대 이후(대략 산업혁명 이후)를 지나면서 이런 태도를 가진 사람은 적어지게 되었다고 보았다. 오늘날 일용직 노동자들이나 회사원들은 직장이나 사회에서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노동을 한다. 오늘날은 돈을 벌지 않으면 내 생명을 지속시킬 수 없다. 아렌트는 오늘날 모든 직업은 생물학적 필요에 종속된 노동이 된다고 말하였다. 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통념과 반대되는 주장이다. 오늘날 우리는 현대로 올수록 문명은 진보하고 인간은 삶의 여유와 가치를 알게 되어 풍요롭게 살게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라는 것이다.[1] 심지어는 예술 ‘작업’조차도 이미 우리에게는 먹고 살기 위한 노동이 되었다. 대중예술은 비슷한 내용을 반복하게 되었고, 이는 복고나 표절 문제로 나타나게 되었다. 아렌트는 자유와 개성이 없는 행위는 행위가 아니라 노동이라고 말한다. 근대의 평등사회에서 인간은 나만의 이야기, 나만의 실천, 나만의 행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차이가 소멸된 표준화된 ‘행동’만을 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인간의 조건'에서 아렌트는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삶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삶의 가치를 찾으려 노력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역설한 것이다. 아렌트는 이런 삶의 가치는 결국 정치적 행위를 통해 이뤄질 수 있다고 보았다. 아렌트가 말하는 정치는 타인과 관계맺고 소통하는 것 일체를 말한다. 결국 상호관계를 얼마나 잘 이루느냐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인간에 조건'에 써놓은 것이다. 아렌트는 '인간의 조건'에서 구상하기 시작한 정치철학을 나치 전체주의 정권 하에서 아렌트 자신이 경험한 것과 연관시켜 발전시켜 나간다. '왜 사람들은 전체주의에 매몰되는가?'를 고민한 아렌트는 아돌프 아이히만 재판 과정을 지켜보고 나서 악의 평범성이란 개념을 생각하게 된다.
3. 고미가와 준페이(五味川純平) 소설
人間の條件주인공 카지가 만주의 직장인으로 징병 연기를 받던 중 중국인 노동자 강제노동 관련으로 높으신 분들에게 걸려서 징집, 이후 태평양 전쟁에 휘말려서 일본군내에서 온갖 고생을 겪고 종전 후 소련군에게 끌려가 만주에서 고생하다가 죽는다[2]는 내용의 대하소설. 일본에서는 전쟁을 다룬 최초의 반전소설로 평이 극과 극이었다.
주인공이 겪는 큰 틀은 작가 본인이 실제로 겪은 이야기인 자전적 소설에 속한다. 물론 마지막 부분에서 아내에게로 돌아가다 눈밭을 해매다 얼어죽는 건 사실이 아니다. 노벨상을 받은 헤르만 헤세의 자전적 소설 <수레바퀴 아래서>에서 결말부분에 자살한 것이 허구인 것과 같다.
일본인의 고생담을 소재로 했다고 일빠 소설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는데 본 소설의 주제는 말 그대로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가이다. 본 소설에서 주인공은 탈주를 시도했다고(실제로는 함정이었다) 처형당하는 노동자들을 구하기 위해 나서고, 종전 직전에는 사병들의 불만을 대변하여 부조리한 군대 조직에 대한 반항을 하기도 한다.[3]
1955년 출판되었고, 전쟁으로 피폐해져 있던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고, 1958년에 영화화된다. 영화가 워낙 인기라서 나중에 나온 번역본은 대부분 영화처럼 3부로 나뉘어서 나왔다(...)
한국에서는 일찍부터 번역되었고 최초
3.1. 3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1959-61년작. 영화사가 사활을 걸고 세 편의 연작으로 만들어서 3년여의 기간 동안 한 편씩 개봉했다. 전부 합하면 무려 9시간 짜리의 초장편 영화다.[5] 감독은 고바야시 마사키.(이 영화 이후로 이런 초특급 대작은 더이상 안 만들었다. 물론 훌륭한 영화는 계속 만들었지만...) 이 작품의 대박으로 이후 일본 대하 영화들은 9시간짜리 초장편짜리 영화들이 나왔고 북한의 대하 영화들도 이런 식으로 무수히 만들어졌다(...) 대보살고개와 요짐보,츠바키 산주로,란,카게무샤로 유명한 나카다이 타츠야 주연의 영화.
대략적인 내용은, 1부는 만주국에서 일본 기업의 사원으로 일하던 카지(주인공 이름)의 이야기다. 징병을 피하기 위해 군수업체에서 일하는데 중국인들을 노예처럼 부리는 일본군들과는 달리 그들을 인간적으로 대해주려고 한다. 그러나 결국 일본군에 의해 중국인들의 행동대장 격인 인물이 살해당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중국인들이 들고 일어난 덕분에 일본군도 위협을 느껴 카지를 죽이지는 못 한다. 작중에서 시종일관 헌병과 대립한다. 1958년에 촬영, 개봉했는데 홋카이도에서 촬영했고 특이한 것은 출연진이 대부분 일본 배우임에도 중국어를 썼다는 것이다. 엉망진창이지만.. 50년대 말과 60년대에 일본에서 좌익 운동이 활발했던 탓에 영화에도 그런 느낌이 잘 나타난다. 좌익 성향의 민간인이 우익 성향의 일본군과 기업에게 저항한단 느낌. 그러나 저항은 실패로 끝나고 카지는 일본군 사병이 된다.
2부의 주요 내용은 일본군이 소련과의 전쟁에서 처참하게 발리는 내용이다. 3부는 히키아게샤로 도주하는 내용이다. 일본군의 병영생활은 극도로 막장이다. 철저하게 일본 군국주의에 심취한 후임병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이 후임병은 3부에선 군국주의의 허망함을 깨닫고 카지와 같이 포로 생활을 하다가 숨을 거둔다. 공산주의자 동료 병사도 나오고 다양한 인간 군상이 나오나 전쟁에서 그냥 다 전사한다. 그러던 중에 일본이 패전하고 관동군 소속의 일본군은 개인자격으로 귀국하거나 아니면 소련의 포로가 되게 된다. 군국주의를 내걸며 군인들을 죽음으로 이끌던 지휘관들은 장교 출신이란 이유로 포로수용소에서 우대를 받고 끌려온 병들은 중노동으로 병사하게 된다. 카지는 포로관리인인 일본군 장교[6]를 죽이고 탈출하여 다른 일본인들과 합류하기도 하고 소련군을 살해하기도 한다. 그리고 북한이나 중국으로 도망가는 일본군 패잔병을 만나기도 한다.[7] 그리고 돌아가던 중에 카지는 쓰러지게 되고 영화는 끝난다.
동영상
도라 도라 도라에서 야마모토 이소로쿠로 나온 배우(야마무라 소)가 여기서는 헌병 부사관으로 나온다.
상당히 일본 영화의 전성기에 나온 작품이다. 1958년에 일본의 연간 영화 누적 총 관객수는 약 11억 명이었다.[8] 그러던 것이 1970년엔 2억 5천만 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물론 당시의 영화 관객수 급감은 텔레비전의 보급의 영향이 컸다. 일본에선 아키히토 왕세자의 결혼식이나 1964 도쿄 올림픽 등으로 인해 텔레비전이 보급되면서 관객수가 급감. 2004년엔 1억 7천만 명선까지 떨어졌다. 한국은 2000년대 후반에 1억 5천만 명선이었으나 2012년엔 1억 9천만명까지 올라갔다.한국 연간 관객수 표값 차이로 아직도 일본 영화 시장이 더 크긴 하지만..
3.1.1. 위 소설에서 영향을 받은 (표절?) 작품
- 현해탄은 알고 있다 - 한운사 작[9]
- 여명의 눈동자 - 김성종의 신문 연재 소설과 그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 주인공의 일본제국 관동군 학도병 시절 묘사가 좀 영향을 받았지만, 이쪽이 스케일이 훨씬 크고 내용도 길다.
이하 작품을은 표절이 맞지만, 저작권법이 발효되기 전이고, 국내에 무단 번역, 표절의 개념이 없을 때에 나온 것임을 생각하자.
- 탈출 - 80년대 초 대본소 만화로 나온 김민의 연작 만화. 주인공이 재일 동포 학도병 "오하라" 로 성격과 이름이 바뀌었고 미성년자에게 맞지 않는 성적인 표현이 조금 걸려졌을 뿐, 일본군 설정 대부분은 인간의 조건에서 가져 온 내용이다.(불나비김민카페 http://cafe.naver.com/boolnabi.cafe)
- 대지여 말해다오 - 1962년 한국영화. 감독 김수용, 가지역에 김석훈, 미치코역은 엄앵란. 네이버 영화 소개에 '일제 말기, 학병으로 소집된 임규삼은 일본 관동군에 복무하게 된다. 군국주의 일군의 위계질서는 가혹하리 만큼 철저했다. 더구나 고참병들의 혹독하고 비인도적인 억압은 대단했다. 그러나 임규삼은 굴하지 아니하고 정당한 일에는 끝까지 항거한다. 그와 같은 임규삼의 인간의지를 묘사한 군사물.'라고 되어 있다. 시기적으로 보면 일본의 원작 영화와 매우 관계 높은 것 같은데, 줄거리와 주제가 동일한 것으로 보아 번안 영화로 볼 수 있다.[10]
수용소 생활 내용은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를 연상시키는데, 두 소설 모두 작가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것이며 고미가와 준페이의 소설이 먼저 나왔기에 관련이 없다. 세계작으로도 솔제니친의 작품이 훨씬 이름이 높다. 노벨문학상 시상작이니까.
4. 한승태의 르포 혹은 문학 작품
부제는 '꽃게잡이 배에서 돼지 농장까지 대한민국 워킹푸어 잔혹사'#
작가 한승태가 2007년부터 전국 각지를 떠돌며 일한 경험을 기록한 작품이다. 조지 오웰의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을 모티브로 썼는데 작가가 실제로 꽃게잡이 배, 주유소과 편의점, 돼지농장, 비닐하우스, 자동차 정비 공장을 돌며 일한 경험에 약간의 픽션을 가미해 적었다.
5. 르네 마그리트의 미술 작품
La Condition Humaine (The Human Condition)[11]
인간의 조건, 1933년, 캔버스에 유화
르네 마그리트가 그린 유화 2점의 제목으로, 하나는 1933년, 다른 하나는 1935년에 그려졌다. 초현실주의의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로 캔버스가 그 뒤의 풍경을 담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6. KBS의 예능 프로그램 리얼체험 프로젝트 인간의 조건
해당 항목 참조.[1] 물론 이는 고대 그리스에서도 일부 계층만이 누릴 수 있던 사치다. 아렌트의 이런 구분 자체가 다분히 귀족적인 사고일 수도 있다.[2] 소설의 대부분은 직접적인 묘사나 정황상 서술을 굉장히 자세히 하는데 이 부분만은 암시로 끝낸다.[3] 오구마 에이지의 <일본 양심의 탄생>에서 이등병 생활하다가 카지 처럼 시베리아로 끌려간 화자가 이책을 읽고 나서 감동적이긴 한데 군대 조직에 반항 한 것은 허구라는 평을 남겼다. 실제로 반항하면 반죽임 당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이유로.[4] 저작권법이 없을 때이니 해적판이라는 말이 성립되지 않는다.[5] 9시간 짜리 영화라기 보다는 6권으로 된 소설의 구성을 따라가는 6편 짜리 시리즈 물로 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길긴 길다. TV 보급율이 낮던 시절이라 이런 연작 영화도 간간히 시도 되었다.[6] 지독한 군국주의자였다가 회심한 카지의 후임병을 살해한다.[7] 사회주의자로 끌려온 일본인으로 보인다. 카지는 그에게 한국어와 중국어로 동무의 뜻을 알려준다.[8] 출처[9] 한운사 본인은 학병 출신으로 본인의 체험담을 바탕으로 한 픽션이다. 학병 출신들의 픽션은 체험담 + 자신이 못한 탈출을 소재로 하는 것이 많은데, 이 작품의 주인공 '아로운' 역시 일본에서 탈출한다.[10] 당시는 관련 법도 저작권 개념도 없을 때이며, 외국 작품을 현지화하거나 그대로 따서 쓰는 것을 부끄러운 일이나 범죄로 생각하기는 커녕 선진국의 작품을 국내에 소개하거나 전파한다는 문화 전달자라는 생각을 가졌다.[11] 1번 문단과 제목이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