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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1-11 21:38:36

짜치다



1. 개요2. 용례

1. 개요

'쪼들리다'의 영남 방언형으로 알려진 단어(①). 현재는 부정적인 의미로 '상황이나 수준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다', 또는 '맥이 빠지다'라는 뜻으로 쓰이고(②), 인터넷 속어로서는 오히려 이 의미가 널리 쓰인다. 이전에 쓰이던 ('흥', '분위기', '산통' 등의 단어와 자주 어울리는 '깬다' 어형일 때) '깨다'를 밀어내고 있는 단어라고 볼 수 있다.[1] 그 밖에 특히 출판·광고·디자인업계 등에서는 '자잘한 일이 많다', 또는 '자잘한 일이 많아 답답한 기분으로 바쁘게 일하다' 등의 또 다른 뜻으로 쓰인 사례(③)도 확인된다(1, 2). 그러나 후술하듯 ①·②·③ 서로 같은 어원을 갖는 단어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한편 이 모두가 '짜친다'의 어형으로도 쓰이기 때문에 선어말어미 '-ㄴ-'이 결합하는 점에서 미루어 품사동사로 생각할 수 있으나, ②의 경우 일반적인 동사라면 '짜친다'가 들어가야 할 자리에 '짜치다'고 쓰이는 사례가 있어[2] 품사가 확실하지 않다.

의미는 미상이나 2001년 광고업계에서 '짜치게' 고민한다고 언급된 사례가 있고(#), 2004년의 네이버 지식iN 질의응답에 ②와 정확히 같은 뜻으로 쓰인 예가 있다(#). 또한 아마도 오픈사전 형태로 등록되어 있었을 단어에 대해 2005년도에 ②를 말하는 것으로 보이는 '모자란다'는 뜻이 따로 있다는 이견을 제기하는 글이 달린 것으로 보아(#) 적어도 그 이전부터 ②의 뜻으로 쓰인 단어로, 2010년대 이후 처음 출현한 신조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일부 증언에서는 2020년대 화자의 조부모 세대에게서까지 들었다는 경우가 확인되기까지 한다.

다만 2010년대 후반 이전에는 그 사용 빈도가 굉장히 낮았던 말로, 2020년대까지도 표준어 화자는 물론 영남 방언 화자에게도 익숙하지 않다는 반응이 드물지 않다. 2010년대 후반부터 사용 빈도가 늘어난 여초 커뮤니티에서의 용례가 비교적 빠르고 2020년대에 들어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남초 커뮤니티의 용례보다는 대체로 앞서는 편이나 여초 커뮤니티에서의 초기 용례 또한 명확한 계기가 된 사례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때문에 인터넷 방송을 통해 유행했다거나 더 거슬러 올라가 방송·영상업계의 은어였다는 말이 있으나 모두 명확한 어원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②의 경우는 뜻과 발음이 모두 유사한 일본어 '챠치(ちゃち)', '챳치이(ちゃっちい)'와의 연관성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한다. 아래 사례에서 언급하듯 '다찌마와리', '쌈마이', '입봉', '가이다마' 등의 일본어발 용어가 유독 많이 남아 있던 방송·영화업계에서 ②의 용례가 두드러졌다는 점에서 무시할 수만은 없는 요소. 또한 ①의 경우 아래 현실 발화에서 모두 '짜친다'라는 동사만이 가능한 어형으로 쓰이는 반면, ②의 경우 동사라면 '짜친다'가 들어가는 자리에 '짜치다'가 들어간 사례가 확인되는데 이는 ①에서 ②가 기원했다면 쓰이지 않던 용법이 생겨났다가 인터넷에서 유행한 이후에는 사라졌다는 Ad Hoc스러운 가정이 필수적이므로 의아한 변화이다. 반면 두 일본어 단어는 명사이기 때문에 평어형으로는 뒤에 조동사 '다(だ)'가 붙어 쓰여 '챠치다/챳치이다(ちゃちだ/ちゃっちいだ)' 형이 되므로, 이 어법이 그대로 수입되었다면 현재는 잘 쓰이지 않는 ('짜친다' 자리에) '짜치다'가 쓰이는 용법의 기원 또한 자연스럽게 설명된다.

다만 한국어에서도 어두의 '작다', '자잘하다' 등의 단어는 특히 영남 방언에서 'ㅈ'이 'ㅉ'으로 강세가 강해지는 경향이 있으며, '인색하다'의 속어 표현으로 '짜다'가 원용되기도 하고, 영남 방언에서는 아예 '짜다라', '짜달시리'라는 단어와 묶여 언급되는 등 한국어에서도 드문 어감만은 아니다(다만 '짜다라', '짜달시리'와 묶어 파악한 기사의 경우는 '짜치다'를 ①의 뜻으로 파악했다). 어두에 '짜'가 쓰이는 용례는 아니나 물품의 질이나 구성 성분과 관련된 용어로 '퇴짜', '방짜'의 사례도 있고,[3] '-치다' 형으로 끝나는 단어는 손에 꼽기 힘들 정도로 많은 한국인에게 익숙한 조합이기도 하다.

상기했듯 고려대학교 한국어대사전에서는 일단 ①의 뜻에 대해 영남 방언으로 언급하고 있으나, 해당 사전에서 프랑스어 '코르사주(corsage)'에서 유래한 '코르사지'라는 어형을 '꽃사지'라고 등재하는 등 어원 파악에 미흡한 사례가 있어 검증이 필요하다. 일찍부터 이 단어를 사용했다는 네티즌들이 유독 부산, 울산 등지에 집중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 중에는 ①의 뜻에 한정되던 단어의 용법이 크게 달라졌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어 ①과 ②·③이 별도로 발생한 동음이의 관계이거나 뜻이 분화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②의 용례같은 경우 현재 ‘짜게 식는다’ 라는 표현으로 대체되어 사용되기 시작했다.

2. 용례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전에도 드문드문 방송이나 언론 매체에 등장한 용어였으나, 이때는 공적 매체에서는 속어 또는 비표준어로서 쓰기 어려운 용어임이 명확히 인지되거나, 정황상 이를 짐작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또한 이 사례들이 특별히 대중에게 전파되어 유행을 탔다고 보기는 어려운 경우가 많다. 아래에서는 2020년 이전까지 언론에서 보도된 사례만을 정리하였다.

지역 연고와 용법의 연결 관계가 서로 칼로 자른 듯 나뉜다고 할 만큼 명확히 갈리는 것만은 아니나, 전반적으로 영남 지방, 특히 부산 중심의 영남권의 연령대가 높은 인물에게서 ①의 뜻으로 많이 쓰이고, 방송·영화·연극·음악계에서는 ②의 뜻으로 많이 쓰는 경향이 있으며 ②로 쓰이는 경우는 오히려 수도권 인사들의 발언에서 더 많이 보일 정도로 지역을 가리지 않는다. 한편 ②의 사례 가운데 ①의 뜻으로 안다면 나오기 힘든, 2012년 무렵 연극영화학과에서 쓰이는 말로 본 기사도 확인되나 2001년에도 대학생이 아닌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 쓰이는 용어임이 확인되므로 이때 대학생들 사이에서 출현한 것은 아니다.

①의 용법은 유독 부산 중심의 영남 지역에서 많이 보이는 것이 사실이므로 사투리이던 ①이 전파되어 특히 방송·영화·연극·음악계에서 의미가 확장되면서 ②가 분화했을 가능성도 있고, 동음이의 관계로 지역 사투리에서 유래한 ①과 방송·영화·연극·음악계에서 자체적으로 형성된 ②의 어의 가운데 '어떤 것이 부족하다'는 점이 겹침에 따라 두 단어의 뜻이 뒤섞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 한 쪽으로 볼 수 있을 만큼 그 과정이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다. ③의 경우는 분명히 그에 해당한다고 할 사례가 하나에 불과해 명확히 말하기는 힘드나 화자와 청자의 직급을 고려할 때 해당 시기에 처음 등장한 신조어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 다른 차원에서, 이처럼 은근히 매체에서 많이 언급되었다고는 하나 사투리 내지 속어로 여겨져 공식적인 언급이 꺼려지던 이 용어가 유독 2010년대 후반부터 유행을 타기 시작한 경위는 또 그것대로 명확하지 않다. 다만 본격적으로 단어가 유행하기 시작한 2010년대 후반부터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이 단어를 알게 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언급되는 사례는 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1] ②를 '짜증이 '의 줄임말로 해석하는 경우가 있으나 2024년에야 등장한 해석으로 이전의 용례를 찾기 힘들 뿐만 아니라, 당장 아래 '외국에 비해서 쪼금 짜친다 싶은 밴드도 있지만'이라고 쓰인 2004년의 용례에만 대입해 봐도 문맥을 이해할 수 없는 엉터리 해석이 나오는 등 설득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무엇보다 한국어에서 복수음절의 명사 첫 음절과 동사 첫 음절을 조합해 단어를 만드는 동사 어형은 유례를 찾기 힘들며, 역 두문자어로 만들어진 억지 해석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2] 예컨대 아래 2015년 허지웅발언이나 2018년 성동일발언의 경우, 동사라면 '짜친다'라고 쓰는 것이 문법적으로 맞다.[3] 물론 음운론적 측면에서 보면 이 '짜'는 '자()'에서 유래한 것으로 다른 글자의 뒤에서만 '짜'로 변형되므로 단독으로 출현하기는 어렵다. 이에 대해서도 현대의 줄임말의 경우 굉장히 불규칙하게 음운이 탈락하므로 특정 어형의 탈락형으로 볼 수는 있으나, 그럼 그 특정 어형이 뭐였는지에 대해서는 '짜치다'의 어원이 불명인 것과 정확히 마찬가지로 불명이다. 애초에 해당 단어가 남아 있었다면 '짜치다'의 어원이 밝혀졌을 테니까.[4] 다만 ①로 쓴 용례로 보더라도 넓은 뜻으로 활용된 사례로 ②에 짜맞춰 보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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