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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Zyklon B[1]깡통에 적혀 있는 Giftgas는 독일어로 독가스라는 뜻이다.[2] |
독가스로 이용된 적이 있는 1920년대 초 독일에서 쓰던 살충제의 상표명. 성분 조성은 사이안화 수소(청산가스), 안정제, 경고용으로 집어넣은 에틸 2-브로모아세타이트, 그리고 가스 흡수제인 규조토다. 깡통을 열면 규조토 과립이 들어 있었고 이 과립에 사이안화수소가 스며 있었기 때문에 그냥 사용하고자 하는 곳에 과립을 쭉 끼얹어 주고 기다리기만 하면 되었다. 일반적으로 깡통 하나에 약 1kg의 약물이 액화 상태로 있었다.
홀로코스트에 이용된 것으로 유명하다. 치클론 B가 투여되면 즉사하지 않았으며[3] 유대인을 비롯한 희생자들은 15분 가량의 고통과 아우성 속에서 참혹하게 희생됐는데 그 참상이 벽면의 손톱 자국들에서 잘 나타난다. 이는 나치의 대표적인 잔혹 행위 중 하나로 잘 알려져 있으며 홀로코스트가 이전까지의 인류 역사상 전무했던 산업적인 절차로 이루어진 학살로 규정되는 데 일조했다.
2. 개발
독일 과학자들(발터 헤어트, 브루노 테슈, 게르하르트 페터스, 프리츠 하버)의 공동 개발품으로, 개발될 때는 마굿간 같은 곳의 살충제 및 구서제(驅鼠劑, 쥐 잡는 약)로 사용되었지만 그 살인적인 독성은 나치에게 영어식으로 GIFTGAS였고 이걸 이용해 학살을 벌였다.공동 개발자 중 한 명인 하버는 다름아닌 유대인이었다. 자기가 만든 가스로 자기 민족이 학살당하게 된 셈. 물론 저걸 만들 때 하버는 자신의 동족들이 자기가 만든 독가스로 학살당할 거라고는 꿈에서도 생각하지 못했으며 문서에도 서술되어 있듯이 자신이 유대인이라는 자각이 없었다. 당시 많은 유대인들은 유대인으로서 정체성을 가지지 않았다. 그러나 미처 망명을 떠나지 못한 하버의 가까운 친척들조차 치클론 B에 의해 학살당했다.
3. 홀로코스트
나치의 주요 절멸수용소는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절멸수용소, 트레블링카 절멸수용소, 헤움노 절멸수용소, 베우제츠 절멸수용소, 마이다네크 강제수용소, 소비보르 절멸수용소 여섯 군데였고 좀 더 규모가 작은 트로스테네츠 수용소도 있었는데 이 중에서 치클론 B는 아우슈비츠, 마이다네크 수용소에서만 사용되었다. 아우슈비츠와 버금갈 정도로 악명 높았던 트레블링카 수용소(희생자 70~90만 명), 베우제츠(희생자 60만 명), 헤움노, 소비보르 수용소에선 트럭이나 고물 전차 등에서 떼어온 엔진을 공회전시켜서 나오는 부산물인 일산화탄소로 학살을 시행했고 절멸수용소에서 사망한 약 320만 명 가운데 120만 명 정도가 치클론 B로 희생됐으며 나머지는 대부분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일부는 대규모 총살로 희생되었다. 일산화탄소를 사용하는 절멸수용소는 치클론 B보다도 죽는 속도가 느려서 30분은 기다려야 전원이 사망했다고 한다.
치클론 B를 사용하는 학살은 1941년에 처음 아우슈비츠에서 '테스트'가 되었다. 진작부터 쓰이던 총살이나 1920년대에 이미 다른 나라에서 쓰이고 있던 일산화탄소 가스 처형 등의 수단에 비하면 꽤나 늦은 편. 그때까지 치클론 B는 강제수용소에서도 사람 죽이는 것과는 거리가 먼 막사 해충 제거에 쓰이는 살충제였다.
석유난을 겪었던 나치 독일에서 학살용 독가스로 치클론 B가 많이 쓰이지 않았던 이유는 후술하듯 치클론 B가 비싸기도 했고 결정적으로 당시 유통 기간이 겨우 3개월 이내라서 독일군의 수송 능력 문제로 쓰지도 못하고 폐기되는 가스 깡통이 많았기 때문이다. 아우슈비츠에서 유독 많이 치클론 B가 많이 쓰였던 이유는 수용소 바로 옆 공장에서 치클론 B가 유대인 강제노동으로 생산되고 있어서 자급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나치는 시장에서 쓰는 상품과는 다르게 약물이 독극물임을 알려주는 경고제를 빼 버렸다.[4] 이것은 당시 독일법 상으로도 금지되는 일이었지만 처형자들이 '가스 냄새'를 맡고 난동을 벌이지 못하게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제거하고 납품하라고 주문했다. 제작사에서는 어디에 쓰려고 그러는지 뻔히 알면서도 항의는 "특허 문제가 걸릴 수 있다"고 딱 한 번 했다고 한다.[5]
치클론 B를 이용한 처형은 1941년 소련군 포로를 대상으로 처음 시행되었으며 이후에는 유대인을 처형하는 데 주로 이용하고 소련군은 가스도 아깝다고 대부분은 그냥 굶겨 죽여 버렸다. 나름 비싼 물건이라 가스 아낀다고 규정보다 덜 넣기도 했는데 그것 때문에 즉사하지 않고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유대인이 산 채로 화장터로 실려가 불태워지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존더코만도로 살아남은 유대인 수용자의 회고에 따르면 시체더미 한가운데서 어린 아기 하나가 살아남아 혼자 울고 있는 기적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고 하는데 놀라운 마음에 친위대 장교에게 달려가 보고했더니 그 장교가 서슴없이 권총을 꺼내 아기를 바로 쏴 죽여 버렸다고 한다.
4. 홀로코스트 이후
이 유독물의 특허권을 소유하고 전쟁 중에 제조해 납품한 독일의 화학 카르텔인 이게파르벤은 전후 연합국에 의해 사라졌다. 당시 세계 시가총액 4위의 카르텔이었는데 카르텔이라는 데서 알 수 있듯 카르텔을 설립했던 주요 기업들은 전후에도 세계 굴지의 화학기업으로 운영되고 있다. 바스프[6], 아그파 게바트, 바이엘 주식회사[7], 훽스트[8] 등이 해당 기업이다.개발자 가운데 한 사람인 브루노 테슈는 자신의 이름을 딴 회사를 직접 만들고 생산하는 데 적극적으로 관여했는데 위 사진에서 (Tesch) &\ Stabenow라고 쓰여 있고 깃발 모양 무늬가 있는 게 바로 그것이다. 이 회사는 다른 이게파르벤 관련 기업들과 달리 아예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테슈는 슈츠슈타펠의 지원 멤버이기도 했으며 이 물질을 대량 학살로 쓰도록 한 기술자 카를 바인바허는 전후 영국군에게 체포되어 헤이그 육전 조약 제46조 위반 혐의로 기소되었고 군사 재판에서 브루노 테슈와 함께 사형 판결을 받고 교수형에 처해졌다.
그럼에도 홀로코스트 부정론자들은 아우슈비츠에서 이것을 쓰지 않았다고 끈질기게 우겼는데 1994년에 크라쿠프 법의학 연구소가 한 실험에서 실제로 이것을 썼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걸 만드는 데 관여했던 Degesch라는 회사는 다른 회사로 합병되었지만 브랜드로는 지금까지 남아 있다.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사실이지만 여전히 생산 중이다. Degesch의 후속 회사인 Detia-Degesch와 체코 회사인 Adezin이 생산하고 있는데 이름을 바꿔서 "Cyanosil" 또는 "Uragan D2"라는 이름으로 판매한다. 물론 용도는 원래 목적인 살충제 및 구서제다. 선박이나 대형 창고 등 일일이 관리하기 어려울 만큼 넓거나 복잡한 구조를 가진 장소에서 곤충이나 작은 동물을 빠르고 확실하게 조지는 데는 사이안화 수소만한 물건이 없는 데다 기계 장치와도 반응하지 않고 빨리 증발해 버려서 소독이 끝난 뒤 뒤처리도 용이하기 때문에 아직도 꾸준히 수요가 있는 제품이다. 당연하지만 현재 생산되는 제품은 전술한 경고제를 넣어서 판매한다.
5. 기타
"치클론 A"가 해당 물질보다 먼저 발명되었다. 독일 화학 회사 데구사 AG에서 만들어진 치클론 A는 물과 열에 반응해야 사이안화 수소를 뿜어냈기 때문에 사용하기 많이 번거로웠고 제1차 세계 대전 때 전쟁 무기로 쓰였기 때문에 제1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사용이 금지되었다.[1] Cyclon B나 Cyclone B로도 지칭하며 취클론 베라고 읽는다. IPA 기호로 쓰면
[tsykloːn ˈbeː]
[2] 선물 가스가 아니다. 단어에 대한 내용은 거짓짝 문서 참조. 중세 고지 독일어까지는 같은 어원을 가진 영어에서 선물의 의미로 쓰는 gift와 같은 뜻으로 쓰였지만 완곡어법으로 인해 영어와 완전히 다른 독이라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3] 독성이 약한 것은 아니다. 시안화물이 독극물로 악명이 높은 이유는 적은 치사량도 있지만 작용 속도가 다른 독들과 비교하면 빨라서 손을 쓸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당시 나치의 문서를 읽어 보면 치클론 B를 투입했을 때 가스 투입구 근처의 유대인들은 일찍 사망했지만 기체의 자연적 확산에만 의존했기 때문에 퍼지는 속도가 느려서 가스실에 들어간 전원을 죽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한다.[4] Warning agent. 경고제란 특유의 냄새나 최루 작용 등으로 무색무취한 독성 물질 혹은 위험 물질의 존재를 알리고 대피하거나 오용을 억제할 수 있도록 하는 물질이다. 본디 무색무취인 도시가스에 부패하는 냄새가 나는 메르캅탄을 집어넣거나 휘발유에 넣는 녹색 또는 황색의 착색제, 농약에 넣는 구토제 등이 바로 경고제다.[5] 다만 나치 특유의 폭압적 통치 행위를 생각해 본다면 제조사인 이게파르벤이 나치당에 항의해 봐야 별 소용도 없었을 것이다. 사실 이게파르벤 입장에서는 항의한다면 오히려 히틀러의 미움을 사 이게파르벤이 해체되거나 관련자들이 줄줄히 수용소에 끌려가는 자살 행위에 더 가까운 짓을 하는 것이니 그들로써도 별 방법이 없긴 했을 것이다. 특허 문제로 걸고 넘어져 항의를 하긴 했다는 것 자체가 그나마 이게파르벤으로써는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항의였을 가능성이 더 높다.[6] 라인 공업지대를 대표하는 화학 기업.[7] 아스피린, 바이엘 레버쿠젠으로 유명한 거기 맞다.[8] 현재는 인수합병을 거듭하여 사노피-아벤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