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플라톤의 대화편을 정리한 문서.2. 특징
[navertv(15479494)] |
강성훈 교수의 《티마이오스》 및 기타 대화편 강연[1] |
플라톤은 주로 저서를 희곡처럼 대화형식으로 남겼는데, 당시는 지금처럼 철학 논문을 쓰는 법이 정립된 시기도 아니었으며, 스승인 소크라테스의 영향도 큰지라, 플라톤의 모든 저술은 등장인물이 나와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논의가 전개되는 형식을 따르고 있다.
제목은 주로 중심이 되는 등장인물의 이름인 경우가 많고 가끔 주제를 담고 있는 것도 있다. 간혹 'XX에 대하여'라는 식으로 부제가 붙어있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후세 사람들이 붙인 것으로 추정된다.
고대 기록에 플라톤의 저서로 언급되었던 것 중에 현대까지 전해지지 않는 것은 단 하나도 없다. 즉, 플라톤의 저서 전부가 현대까지 온전히 전해졌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몇몇 저서들은 플라톤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 의해 쓰여진 위서로 판명되기도 했고, 아직도 위서인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있는 대화편들도 있다.
플라톤의 대화편들을 읽다 보면 17a이나 92c처럼 숫자와 알파벳 조합으로 된 기호들이 표기된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스테파누스 쪽수Stephanus pagination'를 표기한 것이다. 16세기 프랑스 출신 출판업자인 앙리 에스티엔느[2]가 창안한 쪽수 표기법으로, 만들어진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플라톤의 저서들을 세 권의 전집으로 만들고 각 쪽의 반은 그리스어로 서술된 대화편을, 나머지 반은 이를 라틴어로 번역한 내용을 실었다. 그리고 10행마다 A, B, C, D, E의 5개의 알파벳을 부여해 행을 구분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전집의 ‘쪽수+행’을 번역본에 삽입한 것이다. 예를 들어, 17a는 《소크라테스의 변론》의 첫 부분(전집 1권), 《필레보스》의 특정 부분(전집 2권), 《티마이오스》의 첫 부분(전집 3권)을 의미한다. 전세계의 플라톤 번역본들은 이 쪽수 표기법을 따르고 있어 대화편들의 특정 부분을 언급할 때 유용하게 사용된다.
여기서 대화편들을 그리스어와 영어로 읽어 볼 수 있다. 스테파누스 쪽수로도 검색 가능하다.
3. 목록
현대에는 각 대화편들의 문체와 내용을 분석해 저술 시기를 초, 중, 후기 세 가지로 나눈다. 어떤 대화편들이 어떤 시기에 속하는지에 대해서는 학계에서 약간의 이견은 있지만 대체로 합의가 이루어져 있고, 이 항목에서의 구분도 그에 따랐다.[박]은 박종현 번역이 나온 대화편, [정]은 정암학당 번역이 나온 대화편이다. 그 밖에도 천병희 교수가 플라톤 대화편을 완역했다.
3.1. 초기 대화편
흔히 소크라테스적 대화편이라고도 부르며 플라톤 자신의 사상보단 소크라테스와 그의 사상을 묘사하는 데에 집중한 작품들로 추정되나 반론도 있다. 중-후기만의 형이상학적 어려움은 없으나, 대개 주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당혹스런 난관(아포리아)에 빠지며 대화가 끝난다. 독자 스스로의 생각을 유도하는 의도[5]로 쓰였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소 히피아스
- 대 히피아스: 현대에는 위서로 간주된다.
3.2. 중기 대화편
그 유명한 플라톤의 이데아론과 철인정치론이 등장하면서 플라톤의 사상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하는 시기의 저작들이다.- 파이돈[박][정]: 소크라테스의 사형 집행 날을 배경으로 한다. 의연하게 죽음을 맞는 소크라테스의 모습이 인상적이며, 소크라테스가 세계 4대 성인 중 하나로 추앙받는 데에 기여한 대화편이라고 할 수 있다. 내용적으로는 소크라테스의 영향에서 벗어난 플라톤의 독자적인 철학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대화편이다. 또한 저승의 존재를 증명할 때, 헤라클레이토스의 주장에서 보이는 것과 같은 방법을 차용한 것이 보인다.
- 국가[박]: 가장 유명한 대화편. 《법률》 다음으로 분량이 많으며, 10권으로 되어 있다. 다른 대화편들의 10배 분량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원래 제목은 'politeia'로, '국가'보다는 '정치 체제'가 맞는 번역이다. 이 대화편에서 묘사되는 이상 국가의 모습은 현대의 관점으로는 전체주의 국가에 가깝다고 할 수 있지만 . 한편으로 그 유명한 '동굴의 비유'가 나오기도 하고, 남녀평등사상을 보여주기도 한다.[31] 자세한 내용은 항목 참조.
- 알키비아데스 I[정]: 현대 학계에서 위서 여부를 놓고 논란이 있는 대화편이다. 2와 마찬가지로 고대에는 진서로 간주되었다가 근대 이후로 위서로 간주되었는데 2에 비해 그 근거가 빈약한지라 요즘엔 대체로 진서로 간주하는 편이지만, 그런 논쟁을 떠나서 다른 어떤 대화편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훌륭한 대화편으로 뽑힌다. '인간 본성에 대하여'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정암학당 역본의 번역자들이 후기에서 밝히기를 번역하면서 '플라톤이 아니고서야 이렇게 잘 쓸 수는 없지'라던가 '플라톤이 아니면 어떠랴. 이렇게 잘 썼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학계에서도 '진서이거나, 혹은 위서이되 플라톤에 해박한 무명의 저자가 쓴 특급 해설서' 정도로 취급하는듯. 소크라테스가 알키비아데스를 붙들고 하나부터 열까지 플라톤 사상 전반을 해설하는데, 이를 한날 한때의 대화 흐름이라는 설정 속에 훌륭히 압축 연결해놓았다. 대신 다른 대화편에 비해 새로운 부분이 거의 없고, 소크라테스 치고는 좀 달달달 별 여유, 넉살도 없이 이것저것 주입식으로 가르치려 드는 감이 있어 위작 의심이 들게 한다.
- 파이드로스[박][정]: '사랑'을 주요 주제로 하는 대화편이다. 플라톤 대화편 중에는 주제가 한 가지만이 아닌 것이 적지 않은데 후반에는 '문자 비판'도 주제로 나온다. '문자 비판'의 내용은 꽤 흥미로운데, 사람들이 지식을 익히기보다는 문자로 적어놓기 때문에 머리를 쓸 일이 적어져 기억력이 후퇴한다고 주장한다. 이 야기가 신문물에 비판적인 구세대의 꼰대질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의외로 맞는 말일 수도 있는게, 엄청난 길이를 자랑하는 고대의 '구전' 문학들은 전부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왔으며, 당시의 시인들에 의해 몇날 며칠에 걸쳐 사람들 앞에서 공연되기도 했던 것들이다. 일리아스, 오디세이아같은 것들을 전부 외우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이야기다.[37] 따라서 글의 사용으로 옛날만큼 기억력을 사용해야 할 일이 없어지면서 기억력 후퇴를 우려하는 것이 비합리한 것이 전혀 아니었다.
- 에우튀데모스[정]: 소피스트들의 궤변이 나오는데, 대화가 후반부에 가면 너는 개와 돼지의 형제고 아버지는 수퇘지고 하는 식으로 온갖 개드립과 패드립 대결이 펼쳐지며 엉망진창이 된다. 소피스트들을 풍자 혹은 비판하고자 하는 의도를 가진 대화편이다.
- 메넥세노스[정]: 페리클레스의 정부였던 아스파시아의 연설 내용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사실은 소크라테스(플라톤)의 연설임이 암시되는데, 이는 당대 아테네 사조를 우회적 비판하기 위한 의도였음이 엿보인다.
- 크라튈로스[정]: 크라튈로스는 소크라테스를 만나기 전까지 플라톤이 따르던 사람으로 보인다. 다만 동명이인이라는 의혹도 있다. 대체로 중기 대화편으로 간주되지만 후기 대화편으로 볼 수 있는 내용도 담겨 있어서 플라톤이 노년에 일부 내용을 수정한 것으로 추정된다. 언어철학의 기본적인 아이디어들을 담고 있는 대화편이다. 중기 중에서도 초기 대화편으로 추정되는 주요한 이유로 형상 이론이 다른 대화편에 비해 상당히 미비한 점, 책의 절반이 넘도록 소크라테스가 신들이나 여러 단어의 그리스어 어원을 추측하는 점 등 20세기 이전에는 그다지 중요하게 취급되지 않았으나 현재는 언어에 대한 플라톤의 통찰이 빛나는 대화편으로 여겨진다.
3.3. 후기 대화편
말년의 플라톤이 이데아에 대한 반박, 스파르타의 멸망 등을 겪으며 중기의 주장을 수정해나가고 형이상학적 세계관과 법치주의적 정치철학을 완성해나간 시기의 대화편이다.- 파르메니데스: 플라톤이 본인의 이데아론에 대해 스스로 의문을 제기하는 대화편이다. 중기에서 후기로 넘어가는 과도기적인 대화편으로 간주된다. 이데아론에 대한 플라톤 나름대로의 대답이 제기되는 대화편이며, 그 내용 또한 상당히 철학적이며 분량도 꽤 되는 대화편이다. 제목이자 대담자인 파르메니데스는 플라톤이 스스로를 부친살해범으로 표현할 정도로 플라톤에게 큰 영향을 끼친 철학자이다.
- 테아이테토스[정]: 인식론에 큰 영향을 끼친 대화편이며, 특히 여기서 제시되는 '앎' 개념은 현대 인식론에서도 약간의 수정만 거쳐서 인정되고 있다. 후기 대화편이지만 초기 대화편의 형식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 소피스테스[42][박][정]: 영어로 쓰면 소피스트. 줄거리 상으로 테아이테토스의 바로 다음날이 배경이다. 전반부는 소피스트의 본질을 찾아가며 소피스트의 본질을 찾고자 그들의 기능(ergon)을 이분하는 내용이 주로 나타난다. 후반부에서는 존재론에 관한 내용이 나타나는데, 어렵기로 악명이 높다. 한편 후반부의 논의에서 형상결합이론이 나타난다는 점에서 박종현 교수는 바로 아래의 《정치가》와 함께 플라톤 형상이론의 완성을 두 대화편으로 보기도 하였다. 현대 존재론의 거장인 하이데거가 그의 저서 존재와 시간에서 인용하는 바로 그 대화편이다. 대화의 주도자는 엘레아[45]에서 온 손님이며, 대담자는 지금까지 등장한 소크라테스가 아닌 테아이테토스이다. 그와 동명인 (젊은) 소크라테스도 존재하지만 주된 대화자는 위 둘이다.
- 정치가[박]: 줄거리 상으로 소피스테스의 다음날이 배경이다. 소피스테스에서 등장한 손님과 우리가 아는 소크라테스와 동명이인인 (젊은) 소크라테스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후반부 지도자의 모습을 그리며 날실과 씨실의 조합을 통해 정치가의 본질을 밝히려하는 부분은 플라톤의 정치철학적 관점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후반부에는 법치에 대한 논의도 나타나는데, 천병희 교수는 이에 대해 치자는 하부구조를 통해 백성들이 잘 살게끔 해야하며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법률을 어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플라톤의 정치철학을 알기 위해서는 《국가》와 《법률》과 마찬가지로 이 대화편을 함께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작 중에서 논의되고 있는 직업으로 소피스트, 정치가, 철학자가 언급되는 점에서 플라톤이 《소피스테스》-《정치가》-《철학자》 3부작을 기획했다고 주장하는 의견도 존재한다.
- 티마이오스[박][정]: 우주론을 다루는 대화편. 일종의 목적론적 우주관을 담고 있는데, (신)플라톤주의자들의 정전 역할을 하였고, 키케로가 라틴어 번역을 내기도 했으며, 이들에게 아우구스티누스 등 초기 기독교 철학자들이 강하게 영향받은 고로, 고대에서 중세까지 서양인들의 세계관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라파엘로 산치오의 유명한 그림 아테네 학당에서 플라톤이 들고 있는 책이 바로 이것이다. 대화편 내 설정상 《국가》에 후속한다. 한편 버트런드 러셀은 그의 저작 '서양철학사'에서 이 티마이오스를 별 씨잘데기 없는 책이라고 씹어댄 바 있다.[49] 그러나 이건 러셀이 플라톤까라서 그런거고, 양자역학의 아버지 하이젠베르크가 자서전 부분과 전체에서 티마이오스의 내용을 가지고 논한 부분을 무려 한 장 이상을 할애해 공들일 정도로 근현대에도 과학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준 작품이다. 하이젠베르크는 이 책에 대해 '어릴땐 말도 안된다 생각했는데 크고 나서 다시 읽으니 거장(플라톤)들의 실수가 터무니없는 오류가 아닌 아깝게 틀린 실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라고 했다.
- 크리티아스[박][정]: 극 상으로는 티마이오스와 이어진다. 작중 크리티아스는 예로부터 그 유명한 참주 크리티아스겠거니 여겨졌지만, 오늘날에는 그냥 동명이인[52]인 것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작중 중요한 주제가 카르미데스의 주제인 '절제'와 짝을 이루는 '오만'이라는 점에서 역시 전자를 의식시키는 면이 있다. 아틀란티스에 대해 언급하는 최초의 문헌인데, 플라톤은 이상 사회의 모습을 아틀란티스라는 가상의 대륙을 통해 보여주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대화편은 완성되지 못했고, 내용이 중간에 뜬금없이 뚝 끊겨버린다. 애초에 플라톤은 《티마이오스》-《크리티아스》-《헤르모크라테스》로 이어지는 3부작을 구상했으나 크리티아스는 미완성으로 남았고, 헤르모크라테스는 착수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노년의 플라톤이 엄청난 분량의 《법률》 저술에 집중하기 위해서 이 대화편의 저술을 포기했다고 보기도 한다.
- 필레보스[박][정]: '즐거움에 대하여'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플라톤 말년에 아카데미아에서 쾌락에 대한 논쟁이 있었는데, 플라톤 역시 이 논쟁에 참여했고, 그 결과물을 필레보스라고 여기는 의견이 있다.[55]
- 법률[56][박][정]: 플라톤 최후의 저서이며 대화편들 중 분량이 가장 많다. 소크라테스가 등장하지 않는 유일한 대화편이며, 대신 플라톤 자신이라고 볼 수 있는 익명의 아테네인이 등장한다. 플라톤은 이 대화편을 퇴고하지 못하고 죽었고 플라톤 사후에 한 제자가 출판했다. 즉, 다듬지 않은 초고 상태로 출간된 것이다.[59] 그래서인지 문장이 깔끔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또한, 플라톤의 작품들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감동이나 잔재미 같은 것은 찾아보기 어려워서 플라톤이 힘을 잃고 골골대던 시절의 증거라고 생각하는 학자들이 많다. 이런저런 이유들 때문에 한때는 위서로 간주되기도 하였지만, 현대 학계에서는 통상적으로 플라톤의 진본으로 여긴다. 다만 국가와는 내용상 다른 점들이 더러 있는데다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학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해서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학자들 간에 논란이 진행중이다. 전반적으로 과거 주장했던 철인정치의 한계를 인정하고 대안으로 민중이나 엘리트가 아닌 법에 의한 통치를 주장하는 내용.[60] 여담으로 이전의 대화편들에서 동성애 묘사가 상당히 많았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동성애를 금지해야 한다는 대목도 나온다.[61] 그런데 이건 동성애 혐오라기보다는 임신 목적이 아닌 성행위를 반대한 것에 가깝다. 동성애뿐만 아나라 부부간의 성행위라도 임신 목적이 아닌 성행위는 금지해야 하며, 이를 위해 여자들로 구성된 성행위 감시단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금 보면 영 황당한 주장인데, 이 문서의 정치철학 단락을 쭉 읽어보면 이 양반이 어떤 생각으로 이런 말을 했는지 대강이나마 알 수 있다.
3.4. 임시 분류
위서로 여겨지거나 아직 저자가 합의가 되지 않은 대화편들이다.- 에피스톨라이(편지들/서한집/서간집)[박][정]: 현대까지 전해지는 플라톤의 저술 중에는 대화편뿐만 아니라 열세 통의 편지들도 있다. 이 편지들은 플라톤의 생애에 대한 중요한 자료이고, 일부 편지들에는 플라톤이 자신의 철학에 대해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내용을 담겨 있기도 하다. 제7, 8 서한은 대개 진본으로 여긴다.
- 알키비아데스 II[정]: 《알키비아데스I》과 마찬가지로 고대에는 진서로 간주되었으며, 근대 이후부터 대체로 위서로 간주된다. 위서로 볼만한 근거가 《알키비아데스I》과는 달리 분명하기 때문에 위서가 거의 확실하지만, 《알키비아데스I》과 마찬가지로 플라톤 대화편의 하나로 들어갈 가치가 있다. '기도에 관하여'(peri proseuches)라는 부제가 붙어있으며, 알키비아데스와 플라톤이 기도에 관하여 이야기를 하는 내용이다. '신에게 기도를 드릴때는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라는 논의에서 시작하여,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알지 못한다면, 기도가 올바르지 않을 수 있다'라는[69] 주장으로 이어지고, "돈을 주세요", "나를 XX로 만들어주세요" 같은 기도를 드릴바에는, 신에 대한 신뢰를 전제한 단순한 기도가 오히려 더 좋다는 결론으로 나아간다. 소크라테스는 아테네 사람과 라케다이몬 사람의 기도를 비교하는데, 아테네 사람들은 온갖 휘황찬란한 퍼포먼스와 재력으로 제사를 지내고 온갖 소원을 아무렇게나 쏟아내는 반면, 라케다이몬 사람들은 소박하게 "좋은 것과 아름다운 것을 주세요"라고 기도하기에 신은 라케다이몬의 손을 들어준다며 말한다.[70]
- 테아게스
- 클레이토폰
- 히파르코스
- 에라스타이(연인들/사랑하는 사람들)[정]
- 호로이(용어 해설/정의들)
4. 진위 논란
플라톤의 대화편하면 항상 빠지지 않는 것이 진위 논란이다. 이는 플라톤의 대화편뿐만 아니라 고대 서양에서 저작된 작품들은 항상 이러한 논란을 거치는 것이 특징이다.이처럼 진위 논란이 발생할 수 있는 배경에는 고대의 문화적 상황이 있다. 우선 고대 그리스 당시에 상당한 정도로 위작 유통 시장이 존재했다는 기록이 다수 있다. 갈레노스에 의하면 저명인사가 저술한 서적뿐만 아니라 편지까지도 도서관들이 비싼 가격에 사들였다고 한다. 저명인사들의 저작들을 입수하려는 알렉산드리아나 페르가몬 등의 도서관이 위작 저술과 유통을 통해 돈을 벌어보겠다는 비양심적 지식인들의 주요 표적이 되었던 것이다.
반면, 그러한 비양심적 행위와 달리 당대 교육 현장에서 이루어졌던 관행도 위작 논란의 한 배경이 될 수 있다. 당시 학교에서 수사학을 배우는 학생들은 어떤 잘 알려진 인물이 쓸만한 내용의 글을 연습 삼아 써 보는 일이 비일비재했고, 그 중에는 교사들도 자신의 이야기를 어떤 위대한 인물의 이름에 실어 큰 고민없이 개진했고 공표하던 관행이 있었다. 이런 식의 악의 없는 위작들이 일정한 시간이 흐르고 우연히 남겨져 후대인들을 오해시킬 여지가 있었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진위 논란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는 또 다른 논란이 될 수 있다. 진위 논란의 대상인 한 대화편을 플라톤의 것인가 아닌가 하는 것은 그 함축과 파장이 매우 크다 할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진위 문제에 지나치게 매달리다가 플라톤의 대화편들이 담고 있는 가치 있는 내용들이 제대로 음미될 기회가 줄어든다면 그것 역시 바람직한 일은 아닐 것이다.
5. 한국어 번역본
플라톤의 대화편은 모두 한국어로 번역 발간되었다. 현재 원전 전집 번역본으로 천병희 역이 있으며, 정암학당이 원전 전집 번역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가까운 일본은 이미 20세기 초에 중역한 전집을 내고, 70년대에 고대 그리스 원전 번역 전집을 내었으며, 최근까지 복수의 번역 전집이 있어 서로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72]을 생각해본다면, 한국의 원전 번역과 주해 작업 등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할 수 있다.현재 시중 서점에 나와 있는 번역은 영어판, 일어판을 중역(重譯)한 것이 꽤 있다. 특히, 이러한 중역본 중에서 플라톤의 『국가』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각 중역본을 비교해보면 전달하고 있는 의미가 서로 다름을 느낄 수 있다. 따라서 이런 고전을 볼 때에는 원전의 글을 바로 번역한 책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렇게 고전 그리스어 원전을 직접 한글로 번역한 것으로는 서광사에서 나온 박종현의 역주본과 숲에서 나온 천병희 번역본 그리고 고중세 철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술 단체인 정암학당에서 발간한 것이 있다.
이 외에 조대호라던가 김태경이라던가, 정암학당에 속하지는 않지만 그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연구인들이 플라톤 대화편 몇 편을 번역해 놓았다.[73] 그러나 이런 몇몇 예외를 제외하면 대체적으로는 천병희, 박종현, 정암학당 세 가지 판본이 중역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믿을 만하다.
- 박종현(朴琮炫)[74]
후술할 천병희는 박종현 번역본에 대해 "박 교수의 번역은 아주 정확할 뿐 아니라, 그 속에 텍스트에 대한 외경을 품고 있다는 점에서 독특하다."라고[75] 말한 바 있다.# 더불어 박종현은 플라톤 원전을 꾸준히 번역해 온 것을 인정받아 2003년 인촌상 학술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다만, 번역자의 연세가 높은 편이라 젊은 층의 언어 감각과는 어느 정도 거리감이 있다.[76] 다만 그렇다고 박종현 대화편이 전문가에게나 알맞은 그런 번역인 것은 아니고, 주해의 질적 차원이 탁월해서 오히려 입문자에게 천병희 번역보다[77] 더 좋은 점도 있다. 본문 번역을 아무리 잘한다 하더라도 2000년이 넘는 시대 차이가 있는 텍스트를 입문자가 이해하려면 주해의 도움이 거의 필수에 가깝기 때문이다. 한국 철학계 내에서 오랜 기간 동안 교재로 사용되어 온 번역본이기도 하다. 노학자의 번역이라는 말에서 느껴지는 인상과는 정반대로, 은근히 통용되어 굳혀진 번역어보다는 대안적인 번역어를 미는 경향이 있는데, 가령 dikaiosynē를 '정의'가 아니라 '올바름'으로 번역했고, 소크라테스의 재판을 다룬 대화편의 제목을 '소크라테스의 변명'이 아니라 '소크라테스의 변론'으로 번역하였다. 그 외에도 일부 문맥에서 Basileía(굳어진 번역: 왕정)를 '왕도정체'(王道政體)로 번역하는 등 번역어 선택이 확실히 뛰어나다.[78] 역자가 일본어를 통해 서구의 학문을 접하는 일이 마뜩잖아 일본어를 의도적으로 배우지 않았다는데,[79] 아마도 그 영향이 있어보인다. 역자가 1934년생의 고령이라 전집 완역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이 들 순 있지만,[80] 어느새 전집 완역의 코앞까지 도달했다. 역자 스스로 말하길 "5년은[81] 걸리지 않겠나 싶다"고 한다.[82] 2023년에 기어이 카르미데스/크리티아스/서간집을 출간해냈다. 동시에 이듬해 에우티데모스/크라틸로스 출간을 예고했는데, 예정대로라면 2024년 시점엔 위서를 제외하고 2~3개[83]만이 남게 되는 셈이다.
- 천병희[84]
번역본의 경우 주로 영어 및 독일어판을 많이 참고했으며, 자신의 40년 번역경력이 말해주듯, 독자들의 입장에서 읽기 쉽게 번역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주석도 장황하기 보다는 오히려 단문으로 이루어지거나 그리스어 원어를 로마자로 적어놓은 부분이 많다.[85] 꾸준히 플라톤 대화편을 번역해 온 결과 혼자서 아예 완역을 달성했다! 다만, 역자가 철학 전공자가 아니고 주해가 다른 번역본들에 비해 부족한데다 가독성에 힘쓰느라 주요 개념어를 풀어 써버린 경우도 있어서 플라톤을 제대로 공부하려는 경우에는 추천 순위에서 밀린다고 한다.[86]
- 정암학당[87]
번역본의 경우에는 애초 컨셉 자체가 전집 완역이기 때문에 출간이 처음 시작된 2007년 이래 꾸준히 원전 번역서가 출판되고 있다. [88] 정암학당의 번역 기조가 기존의 번역서들을 존중하는 가운데 현재의 동향에 최대한 맞추는 것이라, 번역 문체가 원전의 의미를 살리면서도 매우 쉽게 다가오는 것이 특징이다. 주해의 양도 풍부해서 역시 입문자에게도 친절하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전공자의 번역이며 풍부한 주석과 역자 해제를 갖췄다는 점에서 박종현 번역과 특성이 많이 겹친다.[89] 단점으로는 역자들이 여럿이라 하나의 '총서'치고는 번역과[90] 편집이[91] 역서마다 제각각인 면이 있다. 전집 중 알키비아데스, 메논, 향연 등 호평받는 번역서들이 상당수 있으며, 국내에 최초로 소개하는 대화편들이 많은 만큼 학계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전집에는 위서까지 전부 포함시킬 예정이라고 한다.
2014, 15년쯤 2017년 상반기까지 플라톤 전집 번역을 완성시키겠다고 큰소리를 떵떵 쳤으나 역시 많은 사람들이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던 것처럼 베이퍼웨어에 불과했다. 2018년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혼에 관하여》 역서를 내면서, 번역자의 상이함에서 기인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동 윤독 체계를 도입하며 번역 속도가 크게 늦어졌음을 밝혔다. 2020년 신년 인사에서 2020년에는 많은 번역서가 출간될 것이라 밝혔고, 실제로 엄청나게 많은 저서가 번역되었다.[92] 다만 플라톤의 책들 중 가장 많이 읽히는 <국가>는 번역되지 않고 있는데, 이 글에 따르면 4명이 공동 번역 중이지만 코로나로 인해 중단중이라고 한다. 번역 활동 외에도 정암학당은 대중들 상대로 라틴어나 그리스어 교육을 비롯해 여러 고전 강좌를 많이 진행하고 있으니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정암학당 홈페이지에 찾아보고 들러볼 만하다.
[1] 정암학당 연구원으로서 《에우튀프론》과 《프로타고라스》의 역자이자 서울대 철학과 교수로, 대화편 《티마이오스》와 플라톤 대화편 전반의 성격을 해설하고 있다.[2] 프랑스어명: Henri Estienne 라틴어명: Henricus Stephanus[박] [정] [5] 즉 칸트 말마따나 '철학'이 아닌 '철학함'을 가르치려는 의도[박] [정] [8] 소크라테스의 변명이라고도 한다. 플라톤과 동시대 철학자인 크세노폰이 쓴 회상이라는 작품도 같은 내용을 다룬다.[9] 이 작품은 대화체로 쓰인 다른 플라톤의 저작들과는 달리 주로 소크라테스의 연설로 이루어져 있다. 중간에 멜레토스의 고발에 항변하며 그와 심문식의 대화를 하는 장면이 있긴 하다.[박] [정] [박] [정] [박] [정] [박] [정] [박] [정] [박] [정] [박] [정] [24] 다만 중심 주제가 연설술인지 도덕과 행복인지는 논란이 있는데,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가 집필한 플라톤 대화편의 목록엔 '연설술에 관하여'라는 부제가 붙어 있으나 분량상 도덕과 행복을 논하는 부분이 연설술을 논하는 부분보다 더 길기 때문이다.[박] [박] [정] [박] [정] [박] [31] 참고로 고대 아테네인들은 여자를 그냥 집에 틀어박혀서 애 낳는 기계로 취급했고, 부부간의 사랑 같은 개념보다는 남자끼리의 동성애 관계나 남자와 창녀(단, 당시의 창녀는 일반적인 창녀 개념과 조금 다르다)간의 관계를 더 고귀하게 여겼다.[박] [정] [정] [박] [정] [37] 참작해야 할 부분이 있는데, 저 둘을 포함한 고대 그리스의 서사시 등등이 길긴 하지만 포인트가 의도적으로 삽입되어 있다. 잘라서 낭송하기 쉽고 외우기 좋도록 의도적으로 중간중간에 반복되는 구절이 들어가 있다. 물론 그렇다 해도 대단한 일이다.[정] [정] [정] [정] [42] 소피스테스가 아닌 소피스트 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박] [정] [45] 참고로 엘레아는 플라톤에게 영향을 끼친 형이상학의 대부 파르메니데스의 고향이기도 하다.[박] [박] [정] [49] 러셀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철학 저서들에 대해서도 근대과학과 맞지도 않는데 뭐하러 읽느냐고 씹은 바 있다.[박] [정] [52] 정확히는 참주 크리티아스(4세)의 할아버지인 크리티아스(3세). 격세대로 이름을 물려받는 게 고대 그리스의 흔한 전통이었다.[박] [정] [55] 지금은 사라진 아리스토텔레스의 대화편 《쾌락에 대하여》도 이 논쟁에 참여한 결과물인 것으로 보인다.[56] 정암학당 저서 출판을 보통 담당하는 아카넷이 아닌 나남에서 출간했다.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으며 한국연구재단 번역총서를 담당하는 나남에서 출판하게 된 것으로 차후 정암학당 전집에 포함될 예정이다.[박] [정] [59] 이 얘기에 대해서는 진위 논란이 있으나 어쨌든 대강 다듬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60] 물론 이러한 주장에 대해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박종현 교수의 《헬라스 사상의 심층》이란 책에서는 플라톤이 《국가》에서 지니던 생각을 《법률》에 와서 수정한 것이 아니라 《법률》이 《국가》에서 플라톤이 가지고 있던 주장의 연장선상에 존재한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물론 이는 해석의 문제이므로, 확실한 해석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61] 사실 플라톤 대화편에 나오는 동성애 묘사 상당수는 당시에 실제로 성행했던 소년애를 묘사했을 뿐에 가깝다. 법률 이전 플라톤의 동성애에 관한 관점은 논란이 분분한 주제.[박] [정] [박] [정] [66] 박종현 《법률》에 '미노스'와 '에피노미스' 번역이 부록으로 딸려 있다.[박] [정] [69] 예를들어 누군가를 살해하고 싶다며 그것을 이루어달라고 기도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70] 소크라테스 曰 예언자가 그(아테네 사람)를 불러 한 대답은 다름 아니라(신이 다른 대답을 허용하지 않은 게 분명하니까) 이런 것이었네. 예언자는 그에게 "암몬께서 아테네 사람들에게 말씀하십니다. '나 자신은 그리스 사람들의 갖가지 신전들보다 라케다이몬 사람들의 말조심을 더 바란다"고 말했다더군요.(149b)[정] [72] 일본을 비롯한 철학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는 국가에선, 원전 번역뿐 아니라 주해서 등도 학술적 경쟁을 펼치고 있음을 고려한다면, 한국의 철학 연구 영역과 깊이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볼 수도 있다.[73] 『정치가』 같은 것도 천병희 판밖에 없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철학 전공자가 번역한 것은 없나? 싶을 수 있겠지만 김태경이 『정치가』를 번역한 것이 있다.[74] 국내 학계에서 고대 그리스 철학의 대부로 평가받는 학자이다.##[75] 제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장난 아닌 플라톤 빠돌이가 되시며 수업하다가 이따금 스승을 배반했다며 스승의 마음을 모르는 의리 없는 놈이라고 아리스토텔레스를 까곤 했다고 한다. 번역서 말고 본인의 다른 저작들에서도 플라톤에 대해서는 존경심이 꽤 묻어나오는 편. 다만 이때문인지 철학 연구서 치고는 논리적인 맛이 부족하다는 평도 있다.[76] 실제로 현재 《플라톤의 네 대화편》이라는 번역본의 초판(《플라톤 대화편 선집》, 1967)을 보면, 오늘날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한자어가 너무 많이 나와서 한국어 번역본임에도 읽기가 어렵다(이전에 박종현 번역판이 일본어 중역판이라는 오술이 있었는데, 이 초판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다만 번역이 아니라 역자 해제나 박종현의 다른 저술의 문체는 젊은 층 입장에서도 딱히 난해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번역을 할 때 최대한 정확하게 옮기려는 의식이 가독성보다 우선시된 것 같다. 유학 경전도 즐겨 읽었다 하니 한자 성향도 반영된 듯. 21세기 들어 철학계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젊은 연령층의 학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이러한 텍스트들을 비판적으로 고찰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당시 난해한 한국어 번역본으로 인해 '고대 그리스 철학=난해'라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졌다는 주장도 있다. 다행히 1990년대 말부터 기존의 박종현 번역본들이 서광사에서 대대적으로 개정되면서 난해한 문투는 많이 개선되었고, 번역자 스스로도 시대적 흐름에 부응해 최대한 간결하게 쓰려고 노력은 하는 듯 싶다. 사실 제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본래 말이 많고 정열적인 성격이라 한다.[77] 범위를 더 넓히자면, 주해의 양이 적은 다른 번역들보다도.[78] 플라톤은 일부 문맥에서 Basileia라는 말을 '왕정이라면 응당 따라야 할 이상적인 상태'를 일컫는 데 사용한다. 따라서 이 경우엔 '왕정'보다는 '왕도정체'가 플라톤이 의도한 의미에 더 부합한다.[79] #[80] 2021년에 출판된 《소피스테스/정치가》의 머리말에 의하면, 역자 스스로도 이 점은 의식하고 있다: "물론 그때까진 일할 수 있는 천수를 누리기를, 마치 소원처럼, 바라는 마음이지만, 뉘라서 제 여생을 알까?"[81] 출간은 2021년에 되었지만 머리말은 2020년에 작성되었으니 아마도 이때를 기준으로 한 것 같다.[82] 앞에서 링크한 머리말 참고.[83] 테아이테토스, 파르메니데스, 알키비아데스I(위작 논쟁 있음)[84] 독문학자이자 고전어 전문 번역가. 본래 학부에서 독어독문학과를 전공하고 독일에 독일어를 전공하기 위해 유학을 갔으나, 현지에서 고전문학을 접하였다고 한다. 고전 그리스어뿐만 아니라 라틴어에도 정통하다. 교양 수준에서부터 학술 수준까지의 수요를 두루 충족시키는 번역 스타일로 정평이 나 있다. 참고로, 동백림 사건의 피해자이다. 하지만 독자들은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를 번역하는 것에 대한 원성이 높은데 예를 들자면 번역은 했으되 완역은 아닌 플루타르크 영웅전의 완역이나, 타키투스의 게르마니아는 번역되었지만 연대기도 읽고 싶은 욕심이 있기 때문이다. 철학은 정암학당에서 해 주고 있으니 다른 쪽을 맡아주었으면 하는 것. 하지만 본인의 입장은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 번역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듯.[85] 솔직히 고전 그리스어를 누가 알 것이며 또 알 만한 사람들이면 알파벳으로 써도 알 것이다. 대부분의 독자들에게는 책에 고전 그리스어가 쓰여 있으면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검은 것은 글자요 흰 것은 종이일 뿐이다.[86] 그렇지만 공부 목적이 아닌, 일반인이 교양 독서 목적으로 집어들었을 경우에는 가장 수월하고 부드럽게 읽힌다.[87] 30~40대의 비교적 젊은 신진 학자들로 구성된 학술 단체이다. 국내에서 학부를 졸업하고 그리스나 영국에서 고대 철학을 전공한 학자들이 많다. 여러 명의 인물들로 이루어진 구성체인 만큼 번역본 마다 문체가 다양하다. 고대 철학의 본 고장에서 익힌 감각과 최신 연구 성과가 반영된 번역서들이 많다.[88] 출판은 이제이북스에서 하다가 아카넷으로 변경되었다.# 그렇다고 정암학당에 속한 모든 학자가 이제이북스, 아카넷에서 고대철학 번역본을 출판하는 것은 아니니 혹시라도 주의 바람. 플라톤 외의 나머지 번역본은 여타의 출판사에서도 출판중이다.[89] 박종현판과 비교시 정암학당판은 학계 최전선의 논쟁적 주제들을 더 많이 소개하는 편이고, 주석 및 역자 해제가 양적으로 더 많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박종현판은 대화편 전체에 대한 일관되고 통합적인 설명을 읽기 좋다는 장점이 있다.[90] 예를들어 aretē는 《파이돈》에서는 '덕'으로 번역되었고, 《알키비아데스I》에서는 '훌륭함'으로, 《 메논》에서는 '탁월함'으로 번역되었다. 또한 소크라테스의 재판을 다룬 대화편은 정암학당에서 《소크라테스의 변명》이라는 제목으로 번역서를 냈지만 정암학당의 《크리톤》 역자 해제에서는 그 대화편을 변명이 아닌 변론이라 부른다. 참고로 《크리톤》의 역자인 이기백 교수는 박종현 교수의 제자이다.[91] 어떤 책은 주석이 모두 미주이고, 어떤 책은 각주와 미주가 섞여있다.[92] 조금 덧붙이긴 했지만 출판사를 바꾼 재판을 2020년에 낸 것에 불과한 것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