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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8-09 21:51:54

다트리마 선스트라이더

1. 개요2. 행적
2.1. 고대의 전쟁 이전2.2. 전쟁 발발2.3. 전후2.4. 쿠엘탈라스 건국
3. 평가4. 기타

1. 개요

쿠엘탈라스의 역대 국왕
<rowcolor=#aa0040> 명가의 이주 쿠엘탈라스 왕국 쿠엘탈라스의 몰락 블러드 엘프의 부흥
다트리마 선스트라이더 미상 아나스테리안 선스트라이더 캘타스 선스트라이더
(비공식; 태양왕)
로르테마르 테론
(섭정)
파일:external/hydra-media.cursecdn.com/Dath%27Remar.jpg 파일:external/vignette4.wikia.nocookie.net/Vaanel_Dath%27Remar.png
오른쪽 그림은 디비언트아트에서 설정집에 묘사된 내용을 근거로 재구성한 3D 모델이다(출처).
<colcolor=#373a3c,#212121><colbgcolor=#fccf66> 영명 Dath'Remar Sunstrider
종족 하이 엘프 (원래는 나이트 엘프 명가)
성별 남성
직업 마법사
진영 나이트 엘프 제국 → 칼도레이 저항군 → 쿠엘탈라스
직위 명가 상층부의 일원 → 명가 이주민 지도자 → 쿠엘탈라스의 초대 왕중왕[1]
가족 관계 아나스테리안 선스트라이더(증손자), 캘타스 선스트라이더(현손자), 리안드라 선스트라이더(후손)
워크래프트 시리즈등장인물. 쿠엘탈라스의 초대 국왕이자 국부로 워크래프트 역사상 가장 뛰어난 명군 중 한 명이다. 설정상의 인물로 인게임에는 구현되지 않아 인기가 떨어진다. 하지만 스토리만 봐도 자손들의 파란만장한 인생 역정과 비교하면 너무나도 영예로운 삶을 누린 인물이다. 물론 그렇게 순탄한 삶을 살지는 않았고 오히려 더 험한 위기를 겪었지만, 본인의 능력과 정치 감각으로 모두 극복하고 영예로운 평가를 얻어낸 것이다.

2. 행적

2.1. 고대의 전쟁 이전

나이트 엘프의 귀족 계급인 명가의 일원으로 그의 성인 선스트라이더(Sunstrider)는 다르나시안으로 낮에 걷는 자를 의미하는 고대의 성에서 따온 것이다. 나이트 엘프가 기본적으로 달의 여신 엘룬을 숭배하는 야행성 종족이라는 것을 고려했을 때, 태양을 상징하는 그의 성씨는 모순이라는 얘기가 항상 나돌았다. 이를 상징하듯 태어날 때부터 금빛 무늬를 띠는 황갈색 머리카락을 지니고 있었다.

전설에 따르면 다트리마가 어린 시절에 태양처럼 불타는 비전 검으로 적들을 도륙하던 꿈을 꾸었고 이 얘기를 비전대장장이인 루미나리안이 전해 듣고 검을 만들어 바쳤는데, 이 검이 바로 쿠엘탈라스 왕실의 상징이자 군단에서 최초로 구현된 유물 무기 펠로멜로른이다.[2] 이 일화는 훗날 다트리마가 고대의 전쟁에서 활약하게 될 것을 암시하는데, 이 내용만 봐도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비록 연대기에서는 제외된 설정이지만 워크래프트 RPG의 선스트라이더의 활, 고대 엘프 갑옷인 루미넬리아[3]도 다트리마를 상징하는 무기이기도 하다.

특별한 이름과 외모뿐만 아니라 권세와 부, 능력을 모두 갖췄지만, 다트리마 역시 다른 명가들과 마찬가지로 첫 번째 영원의 샘의 무한하고 강력한 마력에 매료되었다. 한편으로 본인도 명가 내에서 손에 꼽을만큼 강력한 마법사이자 학자, 전사[4]였으며, 조상 대대로 왕가를 섬겨온 중신이었기에 자비우스, 여군주 바쉬와 더불어 아즈샤라 여왕의 측근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5] 그러다 보니 같은 명가라고 할지라도 다트리마는 우두머리 격인 위치에 있었던 고위 관료이자 대귀족으로 비전 마법을 구사하는 명가의 일원이었기에 당연히 드루이디즘을 받아들인 말퓨리온과는 대립하였다.

아즈샤라 여왕과 명가들은 샘의 마력을 연구하고 사용하는 일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샘의 마력을 무분별하게 사용한 결과, 샘 주위에 격렬한 마법 폭풍이 발생했고 하필 이 폭풍이 강력한 어둠의 티탄 살게라스의 이목을 끌었다. 살게라스는 재빨리 명가들을 굴복시킨 후, 자신이 나이트 엘프들의 세계에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아제로스를 다시 천국으로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했다.

2.2. 전쟁 발발

살게라스에 낚인 명가들은 점점 더 많은 수의 불타는 군단을 왕궁 안으로 소환했다. 결국 악마의 소굴이 된 왕궁에서 불타는 군단의 병사들이 뛰쳐나와 나이트 엘프를 학살하고 수도인 진아즈샤리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오직 명가들과 그들의 가택만이 공격을 받지 않았으나 대다수의 나이트 엘프는 황급히 방어에 나섰으며 이로써 고대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그 와중에도 명가들은 여전히 살게라스가 아제로스에 도달할 수 있도록 그들이 열었던 뒤틀린 황천으로 통하는 차원의 문을 넓히고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자비우스 등 일부 명가가 흉측한 악마의 모습으로 변모한 것처럼 다트리마도 이런 제안을 받았으나, 당연히 거부했고 점점 불타는 군단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명가들을 불쾌하게 여기게 되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다트리마는 군단과 여왕을 따르기는 했지만 이전처럼 진심어린 충성을 다한 것이 아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안 그래도 군단의 폭압적인 행동에 불만은 품고 있었지만 다트리마 혼자만의 힘으로는 군단과 그 추종자들을 물리칠 수 없었다. 게다가 비슷한 시기에 명가의 일원인 군주 파론디스가 모반 미수 사건으로 숙청되었기 때문에, 반란에 대한 대한 감시가 완화되거나 다른 명가들이 이탈할 시기를 노려야만 했다.

그런 와중에도 불타는 군단에 붙은 명가들은 샘에 대한 다른 연구를 모두 포기하고 식음을 전폐하면서 잠도 안 자고 뼈만 앙상하게 남을 정도까지 집중했다. 그럼에도 살게라스의 부관들은 명가들의 느린 진행 속도를 못마땅해했고, 맡은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마법사들을 그 자리에서 처형하곤 했다. 결국 이것이 아즈샤라 몰락의 실질적 도화선이 되었다. 많은 명가들은 그제서야 불타는 군단을 위해 일하기로 한 것이 어리석은 결정이었음을 깨닫고 살게라스의 손아귀에서 도망쳤다. 악마의 군주는 거창한 공약만을 남긴 채 명가에게 고통스럽고 보람 없는 일을 떠넘겼으며 세계 재건이 아니라 세계 파괴를 위해 야망을 꿈꾸고 있다는 사실이 점점 분명해져 갔다.

그러던 중, 대여사제 티란데 위스퍼윈드가 불타는 군단에게 사로잡혀 왕궁으로 끌려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다트리마는 엘룬의 자매회의 지도자가 악마의 포로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경악했다. 감옥의 위치를 알아내어 티란데를 몰래 찾아간 후, 티란데와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 뜻이 통하자 다트리마는 여왕의 광기에 대한 혐오감[6]을 내비치면서 남들 몰래 반역을 꾀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티란데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하였다.

비슷한 시기에 다트리마는 비밀리에 불타는 군단을 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다른 명가들에게 조용히 전갈을 보냈다. 즉 말퓨리온-티란데와 손을 잡음으로서 아즈샤라 여왕과 불타는 군단(+이들과 결탁한 명가)의 뒤통수를 치기로 결정한 것이다. 물론 이 모반 계획은 성공하면 엄청난 대박이지만 실패하면 자신의 목숨도 내놓아야 할 큰 도박이었다. 안 그래도 파론디스 숙청 사건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으므로 감시가 완화될 리는 만무했다.

다행스럽게도 수도를 탈출한 명가들은 군단의 폭압적인 태도에 반감을 품은 이들이 많았다. 대귀족이자 여왕의 최측근인 다트리마가 모반을 결심하자 명가들은 다트리마를 맹주로 하여 군대를 조직하고, 불타는 군단에 빌붙어서 세상이 망하든 말든 폭정을 일삼는 여왕과 그 하수인들을 몰아낸다는 대의명분을 확립했다. 마침내 다트리마는 자신의 정치력을 발휘해 여왕에 맞설 군대를 모으는데 성공했고, 이 때의 선택은 훗날 그에게 크나큰 선물을 안겨주었다.[7]

다트리마는 마지막으로 티란데를 찾아갔다. 그리고 자신을 따르는 명가들과 함께 수도를 떠나 거병할 것이며 이 계획을 칼도레이 저항군 측에 전해준다면 티란데를 탈출시키고 자신들도 곧장 저항군에 가담할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티란데는 명가들도 그간의 과오에 대한 반성을 할 자격이 있다고 여겨 이 계획에 동의하였다. 그러나 탈출하는 과정에서 티란데는 악마들의 기습을 받아 반란을 일으킨 명가들과 예상치 못하게 헤어지게 되었다. 다트리마와 다른 명가들은 왕궁에서 탈출하는 와중에 불타는 군단, 아즈샤라의 명가들과 교전을 벌였고 비록 피해를 입긴 했으나 천신만고 끝에 나머지 칼도레이 저항군에 합류했다.

다트리마의 군대가 합류 이후에도 전쟁은 지속되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영원의 샘의 폭발로 세계의 분리가 일어나면서 고대의 전쟁은 막을 내렸다. 이 사건으로 불타는 군단은 아제로스 세계에서 잠시 발을 떼게 되었고, 여왕과 명가들은 바닷 속으로 가라앉아 나가로 변모하게 된다. 그 외에 불타는 군단이나 저항군 어느 쪽에도 합류하지 않은 수라마르의 명가는 아만툴의 눈을 이용해 밤샘을 만들어 독립하고 나이트본으로 변모한다.

2.3. 전후

전쟁이 끝난 후, 나이트 엘프 사회의 권력 구조는 완전히 개편되었다. 여왕의 폭정이 종식되면서 왕정은 붕괴했고 말퓨리온-티란데를 공동 수반으로 하는 신정부가 수립되어, 이들과 함께 최전선에서 싸운 전쟁 영웅들이 신정부에 합류하여 새로운 나이트 엘프 수뇌부가 탄생했다. 다트리마는 여왕의 권위에 큰 타격을 입혔을 뿐만 아니라 군단과 결탁하여 악행을 일삼은 유력한 정적들을 숙청하는데 성공했고, 다른 저항군 지도자들과 마찬가지로 신생 나이트 엘프 수뇌부의 일원이 되었다.

위험한 도박을 건 것에 비하면 별다른 손해 없이 기반을 고스란히 유지했고, 비록 이전보다는 약해졌다지만 여전히 나이트 엘프 사회의 한 축을 차지하는 명가들을 대부분 장악했다. 군주제는 완전히 폐지되고 귀족제는 기능을 멈춘 것이나 다름없었지만, 다트리마는 결정적인 순간에 노선을 잘 갈아탄 덕분에 명분은 물론 실리도 확실히 얻어내 한 가문의 당주에서 명가를 대표하는 최고수장에 올랐다. 누가 뭐래도 그는 나이트 엘프 수뇌부 내에서 말퓨리온을 직접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정치적, 군사적 실력을 가진 가장 강력한 정적이었다.

그러나 전쟁의 여파로 명가들과 남은 나이트 엘프들의 관계가 경직되기 시작했다. 비전 마법을 남발한 결과, 불타는 군단의 침공을 야기하고 세계가 분리된 초유의 대사건을 일으킨 원흉이 바로 명가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다트리마와 나머지 명가 일원들은 개의치 않고 이전처럼 마법 수련을 멈추지 않았다. 칼림도어 대륙의 대부분을 석권하던 나이트 엘프 제국 시절의 명가는 대토지와 사병을 보유한 부재지주 겸 중앙의 고위 관료인 소수의 권문세가, 그리고 비교적 다수를 차지하는 중하급 명가들이 지방 토호 겸 중앙 권문세가들의 가신 격인 존재로서 지역 사회를 관리 감독하며 지배권을 행사하는, 양층적 형태를 띄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명가들은 정치적 지위와 경제력을 바탕으로 온갖 특혜를 누렸고 오랜 세월 동안 비전 마법을 연구하면서 이를 자신들의 권력 기반으로 철저하게 이용해 왔으며, 비전 마법이란 명가에게 주어진 일종의 특권으로 다른 계층의 나이트 엘프들은 이를 누릴 수 있는 권리도 없고, 이해할 능력도 부족하다는 선민사상에 빠져 있었다. 당연하지만 명가 입장에서는 천한 것들이 함부로 자신들의 특권에 개입하는 것을 달갑지 않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기반이 전쟁을 거치면서 송두리째 날아가 버린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나이트 엘프 사회의 새로운 지배자가 된 말퓨리온-티란데는 그 동안 명가와 대립각을 세워왔고, 정치적-경제적으로 기반이 약화된 명가는 다트리마의 영도 하에서 점차 회복해 나갔지만 이전의 기반을 상실했던 탓에 멋대로 행동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들은 봉건적인 왕정의 비호 하에 온갖 특권을 누리면서 백성들을 착취했던 압제자들이었으므로 민중과는 완전히 유리되어 있었다. 이렇듯 같은 나이트 엘프여도 명가와 민중들의 괴리는 심각했고 그 갈등은 언제든지 폭발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이 와중에 일리단이 첫 번째 영원의 샘에서 훔쳐낸 물로 새로운 영원의 샘을 만들어서 영웅으로 추앙받으려고 했으나, 어째서인지 명가들은 일리단을 애써 외면했고[8] 결국 일리단은 마이에브의 감시 하에 1만년 동안이나 고대 지하감옥에 갇혀 있게 되었다.

하지만 명가들의 내부 단속에도 불구하고 끝내 비전 마법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되자, 다트리마는 말퓨리온 일파를 겁쟁이라고 비판하며 비전 마법의 힘으로 이전처럼 나이트 엘프가 대제국을 세울 수 있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명가들이 저항군에 가담한 대의명분은 여왕의 폭정과 군단의 침략을 종식시키고 비전 마법의 순수한 힘을 탐구하면서 나이트 엘프의 제국을 번영시키는 것이었다. 따라서 전쟁에서 자신들이 세운 군공이 있으니, 여왕과 결탁했던 과거에 대해서 면죄부도 받고 새로운 시대의 주역이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는 꿈에 부풀었는데 이걸 송두리째 날려버리는 것이었으므로 나이트 엘프 수뇌부의 조치에 반발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명가들은 비전 마법의 폭풍을 일으켜 나이트 엘프들을 위협하는 무력시위를 하면서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다행히도 나이트 엘프 수뇌부에서는 이런 깽판에도 교만한 명가들을 처형하기보다는 추방하기로 결정했다. 일단 고대의 전쟁으로 벌어진 피해가 워낙 컸기 때문에 당장 전후 복구와 민생 안정이 시급했고, 다트리마 영도 하의 명가는 한 때는 여왕의 충복들이었지만 지금은 저항군의 일원으로 불타는 군단에 맞서 싸운 전우들이었다.[9]

생존한 명가들은 비록 비전 마법에 대한 집착은 버리지 못했으나, 세계의 분리 같은 최악의 흑역사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최소한의 선에서 비전 마법을 탐구했다. 실제로 고대의 전쟁 이후, 추방되기 전까지 명가들은 꾸준히 비전 마법을 연구해 왔음에도 2천 년 넘게 별다른 사고 없이 조용히 지냈으며 동포들과 어떤 마찰도 빚지 않았다. 바꿔 말하면 언제 충돌해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반대 노선을 걷던 두 세력이 2천 년 넘게 충돌을 피해서 휴식기를 갖고 복구 사업에만 몰두했을 정도로 고대의 전쟁의 피해가 상상 이상의 막장이었단 얘기가 된다.[10]

그러나 무엇보다도 다트리마가 가장 위협적이었다. 그는 일찍부터 아즈샤라의 궁정에서 수 많은 정적들을 상대하며 명가 최상층부의 위치를 놓치지 않았던 노련한 대정치가였고, 거병을 통해서 강력한 리더십과 실력을 입증했을 뿐만 아니라 전공까지 세우며 전쟁 영웅으로 명성이 더욱 높아졌다. 게다가 전후에는 대다수의 명가들의 정치, 재정, 군사적 기반을 온전히 자신의 토대로 흡수함으로서 언제든 독립을 선언하거나 반기를 들 수 있는 대세력가로 성장했다.[11]

비전 마법을 혐오하는 수뇌부에서 유일한 명가 지도자인 다트리마가 총대를 매고 있는 이상, 명가들은 바보가 아니고서야 다트리마의 실각이 자신들의 운명과 직결된다라는 위기의식을 느꼈음이 분명하다. 결국 명가들이 마법을 연구하면서 자기통제와 전후 복구 사업에만 전념하면 할 수록 그들의 대표자인 다트리마의 정치적 입지도 안정되므로 어떻게든 명가들이 자신들의 지위를 보장받기 위해 오히려 다트리마에게 더욱 강력한 권력을 몰아주게 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게 된다. 이런 추론에 기반하면 다트리마는 전후의 모든 정세를 예상하고 정적인 드루이드들과의 마찰을 피하면서, 자신의 지위를 위협할 만한 강력한 명가 지도자의 등장을 차단하면서 확고하게 자신의 권력 기반을 강화한 것이다.[12]

이상의 정황으로 보면 다트리마는 대이동 시기에 잔류하는 이들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의 명가들을 아우르는 지배권을 확립했다. 물론 명가를 구성하는 가문들 뿐만 아니라 전통적으로 이들의 지배 하에 있던 백성들까지 포함하면, 언제든 나이트 엘프 수뇌부에 독립을 선언하거나 반기를 들어도 충분히 싸워 볼 만한 기반을 갖춘 것이나 다름 없었다. 이 정도면 아즈샤라와 근왕 명가들이 사라진 당시에는 제 2의 아즈샤라라고 봐도 과언이 아닌 거대 군벌이었으므로 이런 정치거물을 함부로 숙청했다간 신변의 위협을 느낀 명가 전체의 반란이 일어나 다시 내전으로 확대될 위험이 매우 컸다.

다만 상술한 대로 제국 시절에 비하면 명가들의 기반이 상당히 약화되었기 때문에, 다트리마 세력이 아무리 강력하고 튼튼하더라도 한계가 뚜렷하다. 더욱이 다트리마 세력은 명가 내에서는 주류이지만 나이트 엘프 사회 전체로 본다면 비주류였는데, 기층 민중들을 기반으로 한 말퓨리온-티란데는 사실상 나이트 엘프 전체를 대통합한 최고 권력자였던 반면 다트리마는 대부분의 중하급 명가들+일부 상층 명가들과 명가 지배 하의 평민들을 기반으로 세력을 형성했다. 비록 군사적 실력만큼은 백중세일지는 몰라도 민심의 동향이나 세력규모부터가 말퓨리온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열세였던만큼 일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하더라도 장기전으로 가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거기다 명가들은 저항군에 가담하는 전제조건으로 티란데의 목숨을 구했으므로 어쨌든 고대의 전쟁 승리에 기여한 우방이자 말퓨리온-티란데 체제 성립의 1등 공신이었다. 나이트 엘프 수뇌부는 안 그래도 비전 마법과 명가에 적대적인 입장이긴 했으나 기껏 통합된 나이트 엘프 사회가 또 다시 분열하는 것을 막고, 언제 또 다시 불타는 군단이 침공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재앙을 부르는 비전 마법을 억제할 필요가 있었다. 이는 명가에 대한 견제 뿐만 아니라 연이은 전쟁으로 피폐해진 민심을 수습하고 민생 안정과 더불어 새로운 정권의 정치적 안정과 정통성을 확보하려는 목적이었다.

이 점은 명가도 마찬가지였는데 비록 자신들의 존재 이유나 다름없는 비전 마법을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지만, 섣불리 전쟁을 벌이면 자신들이 반란에 가담한 대의명분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는데다 자칫하면 또 다시 명가 내에서도 내분이 일어날 우려가 있었다. 명가들은 어느정도 목소리를 낼 수 있을만큼 힘을 회복하는데는 성공했지만, 대부분이 과거의 기반을 잃고 다트리마 같은 대정치가의 영향력에 의존하여 겨우 버티고 있거나, 소수나마 기반은 있으나 정치적 영향력이 아예 없는 부류들로 나뉘어 있었다. 거기다 명가와 직접적 이해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민중들은 명가를 불신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지지세력을 확보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고립무원이나 마찬가지였다.

결론은 이렇다. 나이트 엘프 수뇌부나 명가나 무리하게 전쟁을 벌이게 되면 새로운 권력자들의 영도 하에서 2천 년을 넘게 가까스로 안정시켜 온 기반마저 완전히 상실할 위험이 있었다. 이는 양대 세력의 지도자가 된 말퓨리온-티란데와 다트리마 주도의 헤게모니를 정면으로 위협할 수 있는 것이었으므로, 당연하지만 그들이 전후에 차지한 권력의 정통성과 합법성을 선전하게 위해서라도 전쟁은 반드시 피해야만 했다. 수뇌부 입장에서는 비록 정적이기는 해도 신정권의 창업공신인 다트리마 세력의 공적이 워낙 뚜렷했기 때문에 이들을 함부로 내치는 것이 불가능했고, 다트리마 세력은 자신들이 비주류에 소수 세력이라는 약점을 갖고 있었지만 수뇌부가 자신들의 처우를 놓고 딜레마를 겪는 상황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므로 굳이 입지를 좁힐 여지를 만들 필요가 없었다.

전후 비전 마법의 공인 여부는 언젠가 일어날 정쟁이기는 했지만, 내전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피해야 한다는 점에서 나이트 엘프 수뇌부와 명가들의 이해관계는 정확히 일치했다. 그러므로 수뇌부에서는 비록 명가들은 비전 마법을 남용해서 세계를 멸망시킬 뻔한 잘못이 있지만, 여왕의 폭정과 군단의 침공에 맞서 동포들을 위해 목숨 걸고 싸운 공적이 있다. 그리고 전쟁의 원흉이었던 비전 마법을 계속 연구해 온 건 다소 문제가 있지만, 2천년 넘게 조용히 지내왔고 전후 복구사업에 기여한 바가 있으니 이 점을 참작해서 차라리 그들을 추방하는 걸로 하자는 관대한 조치로 결론을 내리고 사태를 마무리 지으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13]

사태가 자신들에게 안 좋게 돌아가자 일부 명가는 나이트 엘프들이 비전 마법에 과잉 반응하여 자신들에게 취한 조치를 보고 분노했으나, 다트리마를 포함한 대다수는 추방이라는 결정에 대해 불만을 가지기는커녕 오히려 추방을 기대하고 있었다. 다트리마 세력은 자신들 멋대로 비전 마법을 사용해도 그 누구도 간섭하지 않을 자신들만의 신천지를 찾는 것을 간절히 염원했다. 이들은 추방에 앞서 일리단한테서 압수한, 첫 번째 영원의 샘의 힘이 든 병을 하나 훔칠 계획을 했고 이것은 훗날 쿠엘탈라스의 상징인 태양샘을 만드는 원천이 되었다.

적대적이었던 나이트 엘프와 명가의 사이를 유혈사태가 아닌 최대한 온건한 방향으로 끝냈고, 특별히 손해를 보지 않고서 독립에 성공했으니 다트리마의 협상능력이나 정치적 계산이 상당한 수준이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다트리마 본인은 어디까지나 나이트 엘프 제국 시절의 영광을 되찾고자 했던 복벽주의자이자 제국주의자였다. 대제국 운운한 것도 실상은 아즈샤라와 배신자 명가들이 제거되었으니, 명가의 실질적 지도자인 자신이 새로운 나이트 엘프 사회의 왕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당시 다트리마라면 나이트 엘프 사회에서 말퓨리온에 버금가는 최강의 권력자 중 한 명이었으므로 누구나 그럴 것이라고 예측할 만한 일이었다.

하지만 군주제의 폐지, 봉건 권력을 유지해왔던 정치-경제적 기반의 상실 등 귀족제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제반 요소들이 거의 다 해체되면서 대세가 명가 측에 너무 불리했다. 그리고 양 측 모두 전쟁을 벌일 만한 여건도 아니었고 전쟁을 벌인다 해도 명분이 결여된 싸움으로 내부 반대세력의 정치적 역공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나이트 엘프나 명가나 계속된 전쟁에 지친 염전 분위기, 각각의 지지 세력 결집과 통합이 우선시 되었기 때문에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해 어쩔 수 없이 추방을 가장한 독립을 상호 승인한 것이다.

그러나 명가 추방령은 오히려 토사구팽 내지는 대대적인 숙청을 예상하고 있던 다수의 명가들에게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은 물론 언젠가 권토중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새로운 희망을 심어주었다. 비록 다트리마는 최대의 정적인 말퓨리온과의 주도권 싸움에서 밀려났지만, 역으로 명가 추방령을 통해 권력 기반을 더욱 더 확고하게 다질 수 있게 되었다. 즉, 명가 사회에 대한 주도권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언제든 자신의 영도적 지위에 불만을 표시할 수 있는 잠재적인 반항 세력들을 배제하고, 절대적인 충성과 복종을 맹세할 세력을 포섭, 결집하는 기회로 삼은 것이다. 그리고 그 계산은 적중했다.

2.4. 쿠엘탈라스 건국

파일:Dath'Remar_Silvermoon.png
칼림도어 잔류를 선택한 몇몇 명가를 제외하면, 대다수의 명가들은 비전 마법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이상향을 찾아 떠날 것을 결심했다. 다트리마는 전과 마찬가지로 추방을 선택한 명가(+휘하의 예속민)들의 지도자로서 이들을 동부 왕국으로 인도했다. 5백여 년이 넘는 대이동 기간을 거치며 최초로 정착한 장소는 동부 왕국의 서부 지역에 펼쳐진 삼림지대, 티리스팔 숲이었다. 그러나 이 지역 정착은 상당히 단기간에 끝났다.[14]

명가들은 티리스팔 숲에 살고 있는 원시적인 원주민들을 몰아내고 그곳에 정착하자고 주장했으나, 다트리마는 이를 거부하고 다른 곳에 정착하려고 했다. 괜히 적을 만들어봐야 좋을 게 없다는 이유였다. 어찌 보면 이 부분도 다트리마의 선견지명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알 사람은 알겠지만 이 원시적인 원주민들은 바로 인간이다. 다트리마 본인은 전혀 의도한 것이 아니었고, 그저 사방에 적을 만들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지만 이 선택으로 인해 훗날 하이 엘프의 가장 큰 동맹이자, 그들의 구명줄인 인간과 척을 지지 않고 넘어간 것이었다.[15]

낯선 땅에서 굶주림과 추위로 죽어가고 있던 백성들[16]을 구하기 위해, 다트리마는 인간과 마찰을 빚지 않는 온건한 방법을 택했다. 당연하지만 명가들은 낯선 땅에서 그저 이방인에 지나지 않았고, 수적으로도 열세인데다 우호적인 동맹 세력이 전무했다. 그렇기 때문에 잘 알지 못하는 종족들을 괜히 적으로 돌렸다가는 장기적으로는 자신들의 목숨을 보전할 수 없는 위험이 있었다. 따라서 다트리마는 불필요한 피를 흘리는 것을 피하고 정찰병을 보내 자신들이 정착할만한 괜찮은 땅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티리스팔 숲 북동부에 비전 에너지의 정수가 모인 마력의 원천이 있으며, 근처에 넓은 평원이 펼쳐져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다트리마와 명가들은 정찰병의 보고를 받고, 즉시 그 지역으로 이동을 결정했다. 매서운 한파와 폭설이 몰아치는 산맥을 넘는 과정에서 식량과 물자가 점점 떨어지고 사망자가 속출하는 최악의 상황을 겪었지만 그 결과, 추방된 명가들은 티리스팔 숲의 북동쪽으로 이주하게 되었다. 그러나 북쪽 땅에는 이미 원주민인 숲트롤들이 오랫동안 터전을 잡고 있었다. 훗날의 실버문이 세워지는 이 땅은 오랫동안 아마니 제국의 성지가 있던 신성한 장소로 근처에서 강력한 비전 에너지의 정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과거 나이트 엘프 시절부터 오랫동안 트롤은 나이트 엘프의 변경을 교란해 온 이민족들로 골칫거리이자 숙적이었다. 나이트 엘프 제국이 확장되면서 이로 인해 아제로스 전통의 트롤 국가인 아마니 제국과 구루바시 제국은 각각 고대 칼림도어 대륙의 동북부, 동남부 지역으로 강역이 축소되었다. 선조들의 굴욕도 있거니와, 세계의 분리 이후 갑작스레 자신들의 땅에 나타난 엘프들을 보자 트롤들은 달갑지 않은 이방인들을 몰아낼 전투 태세를 갖췄고, 다트리마는 곧바로 트롤들과 전쟁을 벌였다. 당연하지만 병력은 트롤 측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그들의 수도인 줄아만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지역인만큼 병력 충원도 유리했다.

그러나 다트리마의 명가는 질적인 면에서 우세했다. 명가들은 전통적으로 나이트 엘프 사회의 지배 계급으로서 전문화된 사병 집단[17]을 보유했을 뿐만 아니라, 불타는 군단과의 실전경험을 갖추고 있던만큼 군사적 재능도 뛰어났으며, 무엇보다도 가장 강력한 무기인 비전 마법을 구사할 수 있었다. 이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꾸준히 연구하고 적용해 온 비전 마법은 이 당시나 트롤 전쟁 때나 숲트롤들이 가장 두려워 하는 기술이었다. 다트리마와 그의 군대는 비전 마법을 구사하여 압도적인 힘으로 트롤들의 군대를 격파하고 아마니 제국의 땅을 정복했다.

그 후, 다트리마는 마법학자들과 함께 비전 에너지의 정수가 모인 지맥에 훔친 영원의 샘물을 부어 새로이 태양샘을 만들어냈다. 태양샘의 힘으로 그들의 새로운 터전은 영원한 봄이 지속되는 온화한 기후와 더불어 자연 전체가 비전 마력과 강력하게 결속되었다. 다트리마는 태양샘의 힘으로 자신들의 문명이 재건되었으며, 나이트 엘프 제국 시절의 영광을 회복하여 새로이 대제국을 건설할 것을 천명했다. 그리고 새로운 정복지에 쿠엘탈라스 왕국을 세우고 초대 왕으로 추대되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명가를 구성하는 일원에 불과했던 다트리마는 고대의 전쟁을 계기로 명성과 지도력을 드높이면서, 마침내 일국의 왕이 되는데 성공했다.

물론 숲트롤들은 압도적인 수적 우세임에도 소수에 불과한 엘프들에게 처참한 패배를 당한 것에 대한 분노와 영토 상실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오르고 있었다. 당연히 트롤들은 몇 차례에 걸쳐 대규모의 군대를 파견하여 엘프들을 공격했고, 다트리마는 자신들의 땅을 되찾으려는 아마니 제국의 군대에 맞서 항상 직접 군대를 이끌고 참전하여 그들을 물리치고 영토를 넓혔다. 그리고 뛰어난 마법학자들과 함께 연구를 거듭하고 이들을 곳곳에 파견하여 국경 지대에 걸쳐 반디노리엘(탈라시안: 문지기) 마법석을 세워 방어를 튼튼히 했다.

이 마법의 룬석은 숲트롤이 결코 침범할 수 없는 마법의 방어벽을 형성하여 트롤들의 침략을 방지했고, 다른 어느 종족들이라도 하이 엘프의 비전 마법 사용을 감지할 수 없으며, 마법벽 안에서 엘프 외에는 마법을 사용하는데 제약이 생기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이로서 쿠엘탈라스는 오직 하이 엘프들만이 자유롭게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그 결과, 트롤들은 훗날 트롤 전쟁이 발발하기 전까지 마법 장벽 밖을 오고가는 하이 엘프들을 기습하거나 노략질을 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꾸게 되었다. 이에 다트리마는 국경 지역에 순찰대를 배치하여 숲트롤들이 마법 장벽을 오고 가는 엘프들을 공격하는 것을 방어하며 재침에 대비하였다.[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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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트롤의 침략을 막아내고 영토를 점차 확장하면서 국경이 확정되자 다트리마는 비로소 내치에 힘써, 숲트롤의 성지에 세워진 수도 실버문에서 새 왕조의 기초를 닦았다. 하이 엘프의 문명은 새롭게 정착한 풍요로운 땅에서 자연 마법과 비전 마법이 조화를 이룬 화려하고 찬란한 꽃을 피웠다. 그리고 이 때부터 하이 엘프는 전통적인 엘룬 신앙, 즉 에 대한 숭배를 버리고 새로이 태양 숭배 신앙을 선택했다. 다트리마가 정복한 땅, 즉 쿠엘탈라스 강역은 오늘날의 영원노래 숲(태양샘 고원 포함)과 유령의 땅에 해당된다.

이 지역은 숲이 울창하지만 지형 기복이 그다지 크지 않은 넓은 평원 지대로, 남동쪽의 엘렌다르 호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각각 서남, 서북쪽으로 흘러 가면서 서남부에서는 쿠엘탈라스에서 가장 큰 강인 엘렌다르 강이 되고, 서북쪽에서는 실버문의 남쪽을 흐르는 잔잔한 속삭임 연못과 그 지류로 이어져서 하류에 해당하는 쿠엘탈라스 서부 지역에 걸쳐 비옥한 토양을 형성한 곳이다. 거기다 기후도 태양샘과 반디노리엘 마법석의 영향으로 영원한 봄이 지속되는 따뜻하고 포근한 날씨이다.

바꿔 말하면 숲에는 사냥감은 물론 가축화도 가능한 각종 동물이 많이 서식하면서 삼림자원을 얻기도 쉽고, 삼면이 바다라 해산물도 쉽게 구할 수 있고, 물길을 따라 형성된 비옥하고 넓은 토지와 삼림지대는 금방 대규모의 농경지로 개간이 가능하고, 따뜻한 날씨 덕분에 1년 내내 씨를 뿌리고 추수할 수 있는 굉장히 풍요로운 지역이다. 한 때는 아마니 제국의 영토로 아마니의 성지가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 지역은 트롤의 종교적인 의식을 치를 장소만 제외하면 거의 개발이 되지 않았던 신천지나 다름없는 땅으로 새로운 국가의 터전이 되기엔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여기에 평원 지대에 위치한 지리적인 특성상, 육상교통도 편리하고 엘렌다르 호를 통한 수상교통까지 이용할 수 있는 교통의 요충지였다.[19] 다트리마 시대부터 이 두 지역의 풍부한 생산력이 뒷받침 되었는지, 추방 시기에도 인구가 그렇게 많지 않았던 하이 엘프(+블러드 엘프)는 오랜 세월 동안 인구증가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3차 대전쟁 때 전체 인구의 90%가 살상당해 호드 전체에서도 매우 적은 인구임에도 국가가 완전히 몰락하지는 않았다.

심지어 이 시기의 숲트롤은 "동부 왕국 북부의 절반 이상의 판도를 장악하고 있던 아마니 제국 시절"이었다. 비록 아퀴르와의 전쟁, 나이트 엘프의 제국의 확장으로 점점 약해졌다고는 하나 세계의 분리로 나이트 엘프 제국은 몰락했으므로, 당시의 아마니 제국은 구루바시 제국과 더불어 아제로스 세계 최강대국으로 동부 왕국 북부에서 가장 강력한 통일국가였다.[20] 이런 강국을 상대로 다트리마는 뛰어난 군사적 역량을 발휘해 아마니 제국의 수도인 줄아만과 거리상으로 멀지 않은 평원 한복판(아마니의 성지)에 국가를 세우고 땅을 삥뜯은 것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땅을 되찾으려는 복수심에 불탄 숲트롤의 군대를 몇 번이나 직접 출정하여 압도적인 수적 열세를 극복하고 격파한 것이다.

태양샘은 비록 첫 번째 영원의 샘에 비하면 한참 약했지만 비전 마법을 구사하는데는 부족함이 없었으며, 정착 초기의 경제적인 문제(주로 기아)도 새로운 땅에 이주함에 따라 전부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비록 동포였던 나이트 엘프와 달리 세계수의 축복을 받지 못하는 낯선 땅에서 영생을 누리지 못하고 추운 기후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하이 엘프로 변하긴 했으나, 백성들은 먹고 살기 좋은 풍요로운 터전을 마련하고 연이은 승전으로 국가의 자존심과 정체성을 확립한 다트리마에 대해 절대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설정상 왕은 직접 통치하지는 않으나 법에 의거한 정치적 권위와 권력을 갖춘 정치체제를 구축한 듯 하다. 쿠엘탈라스에는 건국 초기부터 현실의 내각과 유사한, 실버문 의회(일명 7인 의회)라고 하는 실질적 통치기구의 존재가 보이는데 아즈샤라 시절을 거울삼아 초기부터 왕권을 법에 의거하여 통제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스컬지의 침공으로 멸망한 이후에 간신히 살아남은 쿠엘탈라스 수뇌부는 태양왕으로 칭제한 캘타스를 중심으로 섭정 로르테마르 테론, 순찰대 사령관 할두런 브라이트윙, 대마법학자 롬매스의 3두체제를 구성하고 있었다.

그 후에는 얼마나 오래 왕위에 있었는지, 언제 죽었는지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으나, 나라의 모든 것이 완성되고 안정기에 접어들었을 때에 왕위에서 물러났다고 기록되어 있는 점으로 보면 의외로 왕위에 올랐던 시기는 상당히 짧았던 것으로 보인다.[21] 그러나 아제로스 역사상 최장수 왕조 중 하나인 선스트라이더 왕조의 시조로서 국가의 기반을 확립하고 풍요로운 새 터전에서 안정된 왕권을 구축하여 하이 엘프-블러드 엘프한테는 역사적으로도 크게 존경을 받는 훌륭한 왕이 되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연대기를 비롯한 설정집에서는 이상의 내용들이 두루뭉술하게 묘사되어 있어서 정확하게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내용만을 살펴봐도 정치, 경제, 군사 등 모든 면에서 뭐 하나 빠지는 부분 없이 특유의 안목과 판단력으로 다 잘 해낸 매우 유능한 군주이다. 태생부터 비범했던 것이 단순한 떡밥이 아니라 추후에 큰 일을 해낼 거란 복선이었던 셈이다.

다트리마 이래로 쿠엘탈라스는 그의 아들, 손자가 세습하여 통치하였는데, 4대 왕인 증손자 아나스테리안 선스트라이더를 끝으로 왕위는 공석이 되었으며 현손 캘타스 선스트라이더는 실제로 즉위하지 않고 태양왕이란 호칭으로 칭제[22]를 하다가 사망했으므로 "공식적인 직계 왕통"은 끊어졌다.[23]

영원노래 숲 서쪽에 위치한 선스트라이더 섬에는 다트리마를 기념하는 제단 겸 추모비에 해당하는 다트리마의 성소가 있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어서 창업군주에게 바치는 기념물치고는 다소 허전한 편이지만 선스트라이더 왕실뿐만 아니라 국가의 정통성의 기원이 다트리마에서 시작된 점을 알려주는 귀중한 유적이므로 정치적-문화적인 상징성 하나만큼은 굉장히 높다.

3. 평가

여러모로 현실 역사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전형적이고 모범적인 창업군주의 인간상을 갖고 있다. 도중에 고난을 겪지만 자신을 따르는 무리를 이끌고 안정된 영토를 구축했으며 본인의 비범한 능력과 업적 덕분에 후대에까지 존경과 숭배의 대상으로 추앙되는 점이 현실의 건국 신화에서 보이는 구조를 비슷하게 따라가고 있다. 그 외에도 군주로서의 비교가 아닌 영국 국교회의 탄압으로 인해 종교의 자유를 찾아 미국으로 건너간 청교도의 행보와도 많이 비슷하다. 영국의 탄압과 나이트 엘프의 비전 마법 배척은 분위기가 다르긴 하지만 일단 다트리마의 이주 목적이 비전 마법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비슷하게 모반을 획책했다가 조언자 반드로스의 밀고로 실패한 군주 파론디스와는 여러모로 대조된다. 모반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아즈스나의 주민들은 물론이고 파론디스 본인도 때 아닌 날벼락을 맞아 제대로 된 죽음을 맞지도 못하고 저주에 걸려 1만년 동안이나 유령이 되어 배회했다. 이 때문에 파론디스는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주민들과 부하들한테 비난을 받으며 고통스럽게 지내야만 했다.

그에 비하면 다트리마는 불타는 군단에 일단은 충성하는 행동을 보이다가 그들이 마각을 드러내자 그제서야 조용히 움직였고, 다행히도 다트리마가 모반을 계획하던 때에는 군단에 적대적인 명가 동지들이 매우 많아 쉽게 군대를 모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저항군의 수장 중 한 명인 티란데와 접촉하여 아즈샤라에 대한 모반 계획을 사전에 타진하면서 협력관계를 형성했을 뿐만 아니라, 티란데의 목숨을 구하고 저항군의 일원으로 가담하여 함께 싸움으로서 대의명분은 물론 세력과 입지를 넓히는 실리까지 동시에 취하는데 성공했다.

고대의 전쟁 시절부터 불필요한 적을 만들지 않았는데, 나이트 엘프 수뇌부와 비전 마법의 허용 유무로 적대관계임을 뻔히 알면서도 명가들이 전쟁에서 희생을 치르면서 새로운 체제 성립에 기여한 점을 역이용해, 그들이 명가를 함부로 숙청할 수 없는 상황으로 만들어 독립을 얻어냈다. 그리고 동부 왕국으로 이주한 이후에도 비록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당시 막 문명을 일궈가던 원시 인간을 몰아내고 정착하자는 의견들을 일축하고, 북쪽으로 이주함으로서 전혀 마찰을 빚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후손들에게 장기적인 동맹 세력이 될 인간과 척을 지지 않는 외교적 성과를 일궈내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자손들은 종묘사직마저 절단낼 최악의 위기를 불러오면서 선조의 이름에 제대로 먹칠을 했다. 증손자 아나스테리안은 트롤 전쟁 시대부터 거듭되는 박쥐행보와 간보기 때문에 인간 연합 내의 신뢰를 잃었다. 특히 2차 전쟁 때는 인간 연합이 한참 싸우고 있는 와중에 손 놓고 있다가 필요할 때만, 그것도 자국이 침략당하자 그제서야 도움을 요청하는 계산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리고 전쟁이 끝난 후에는 오크 수용소를 운영할 자금 분담 문제에서 조금이라도 손해를 덜 보려고 인간 연합을 아예 탈퇴해 버리는 치명적인 외교 실책을 범했다.

사실 경제적으로는 비교적 풍요롭다고는 하나 인간들의 국가보다는 협소하고 인구도 적은 하이 엘프 입장에서는 국가를 보전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자구책이었다. 그러나 다른 국가들도 전쟁의 참화로 전후 복구가 시급한 상황에서 공동으로 부담을 감수해야 했는데, 아나스테리안의 탈퇴가 연합 내 다른 종족들한테는 줏대 없는 행위로 보였고 갈등을 봉합해도 모자를 마당에 오히려 갈등을 키워버린 것이다. 그 결과, 3차 전쟁 때는 인간 연합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한 상황에서 스컬지의 공세를 막기 위해 분투했지만 끝내는 고립무원으로 싸우다 죽었다.[24]

현손 캘타스는 부왕이 완전히 작살내버린 대외관계를 어떻게든 회복하려고 했으나, 안 그래도 평판이 바닥까지 추락한데다 엘프에 대한 감정이 매우 좋지 않은 인종차별주의자 오스마르 가리토스에게 찍혀서 죽을 뻔했다. 간신히 탈출해서 일리단과 손을 잡은 이후에는 어떻게든 백성들을 구제하려 했으나, 캘타스는 점점 강한 힘만을 추구하며 백성을 목적 달성을 위한 소모품으로만 취급하는 암군으로 타락해 갔고, 결국에는 일리단보다 더 강한 힘을 주겠다는 킬제덴의 꾐에 타락하여 백성들을 팔아넘기고 마지막에는 자기 목숨마저 재촉했다.

그나마 아나스테리안은 국왕으로서 책임을 느끼고 죽는 순간까지 백성들을 위해서 싸우다 장렬한 최후를 맞았지만, 캘타스는 잘 나가다가 이상한 길로 빠져서 고조부가 그토록 혐오했던 불타는 군단과 결탁해 온갖 깽판을 치고 다니다가 죽었으니 다트리마 입장에서는 얼굴에 제대로 먹칠을 한 셈이 되었다. 심지어 후손들조차도 멸족되었거나 혹은 생사가 불투명한 상황이라서 선스트라이더 왕조 자체가 완전히 무너질 위기에 처했고, 한술 더 떠서 격전의 아제로스에서는 국가 자체의 존망이 위태로울 정도로 상황이 악화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어둠땅 시점에서 얼라이언스 & 호드가 휴전상태에 들어가면서 쿠엘탈라스는 친호드이면서도 반얼라까지는 아닌, 친호드적 중립외교를 달성하게 되는데, 그의 자손인 아나스테리안이 조진 외교를 섭정이 회복시켜놨다.

4. 기타

와우피디아 다트리마
와우위키 다트리마
와우피디아 쿠엘탈라스
와우위키 쿠엘탈라스


[1] First High King of Quel'thalas.[2] 펠로멜로른을 습득한 후 아즈스나의 바스러진 궁전 뒤쪽에 있는 '태더란 블러드워처'의 뒤쪽에서 망원경을 보고 있는 엘프 NPC인 '검사관 안도렌 돈라이즈'에게 말을 걸면 펠로멜로른을 보고 싶다고 하는데, 이를 수락하면 펠로멜로른을 보고 창업 군주인 다트리마의 무용담을 언급하더니 만지기만 해도 뜨거운데 이걸 어떻게 갖고있냐며 감탄하는 반응을 한 후, 펠로멜로른의 유물력을 올려준다.[3] 프로필에서 다트리마가 입고 있는 갑옷으로 추정된다.[4] 스스로 펠로멜로른을 들고 최전선에서 악마들과 아즈샤라에 빌붙은 명가들을 상대로 무용을 떨쳤다. 사실 귀족 계급의 일원인 이상, 어린 시절부터 최고의 환경에서 성장하며 그에 걸맞게 문무 양면에 걸친 엘리트 교육을 받아왔을 것이라는 점은 쉽게 추측할 수 있다.[5] 티란데와의 대화에서 20여 세대에 걸쳐 왕가를 섬겨 왔다고 말한 적이 있다. 즉 선스트라이더 가문은 어둠 트롤이 나이트 엘프로 진화한 당시부터 있었던 굉장히 오래된 가문이지만 가문의 연원에 비하면 인지도가 그다지 높지는 않았는지, 여왕의 측근이자 고위 관직자였음에도 그의 성씨를 민중들이 희한하게 여겼다는 대목이 나온다.[6] 경비병들을 물러나게 한 뒤, 이야기를 나누던 차에 티란데에게 "여왕...그 여자는 미쳤소."라며 불타는 군단의 하수인이 된 여왕과 다른 명가들을 통렬히 비판했다. 애초부터 다트리마가 원했던 것은 영원의 샘을 탐구하고 그 힘을 사용하는 것이었지, 불타는 군단의 악마들이 아제로스 세계를 침공하게 도와주는 것은 아니었다. 다트리마의 모반은 개인적인 야심도 작용했지만, 세계야 망하든 말든 불타는 군단이 침공하도록 도와주는 여왕 세력에 대한 혐오감에서 시작된 것이다. 결국 여왕 충성파의 거두 중 하나였던 다트리마와 그 지지자들의 이탈, 그리고 그 이전에 있었던 파론디스의 모반 미수에 대한 숙청 사건으로 명가는 완전히 분열되었다.[7] 최측근 중 한 명인 다트리마가 모반을 꾀하는 것조차 통제하지 못할 정도로 아즈샤라의 정국 운영능력이 형편없었다고 볼 수 있지만 그래도 다트리마 정도 되는 인물이라야 반란을 일으킬 수 있었다고 보는 게 맞다. 아즈샤라가 아무리 막장이 되었다고 해도 주변의 강력한 근왕 세력과 불타는 군단까지 뒷배경으로 둔 이상 군사적 능력은 굉장히 강대했다. 물론 대다수의 명가들이 이런 상황에 반발하여 대거 이탈했고 다트리마가 자신을 맹주로 대규모의 명가 연합군을 조직했지만, 문제는 제아무리 강력한 군대라도 당시로선 아즈샤라의 군대를 단독으로 상대하긴 어려웠다는 점이다. 명가 내부에서도 여왕의 폭정에 반대한다는 공동의 목표가 있었지만 아무런 비전 없이 무작정 거병하는 것도 어렵거니와, 설령 거병했다고 하더라도 누가 승리할 지 모르는 상황에서 혹시라도 아즈샤라가 승리한다면 반란에 가담한 이들이 파론디스처럼 역적으로 내몰려 숙청당할 위험성도 높았다. 그러므로 명가들 각각의 이해관계를 효율적으로 조정하여 한 곳으로 뭉칠 수 있을만큼 실력을 지니고 있으며, 명망도 높은 다트리마가 반란의 주역으로는 적임자였던 셈이다.[8] 이 때, 명가들은 일리단이 저지른 일이 자신들과는 아무 관계 없다고 선을 그었으나 이와는 별개로 행동 자체는 용기가 있다면서 비전 마법을 합법화 할 것을 지지했다.[9] 셴드랄라로 이주한 명가들이 나이트 엘프 사회에 복귀를 탄원했을 때, 말퓨리온이 보인 반응을 보면 저항군에 가담한 쪽은 다트리마와 동맹한 명가들이고 나머지 명가는 수라마르처럼 독립하거나 아예 방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다트리마가 나이트 엘프 수뇌부에서 유일한 명가 출신으로 전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유리한 위치를 차지했던데 반해, 이들은 전쟁을 방관했다는 점 때문에 정치적으로 다트리마보다 한참 불리한 위치에 있었다. 그러므로 다트리마가 명가의 대표자로서 권력을 행사하는데 불만은 품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명가의 세력구도가 친 다트리마 계열이 압도적인 우위에 있었으므로 어쩔 수 없이 다트리마의 주도권을 인정했을 것으로 추정된다.[10] 거기다 참전 용사임에도 명가들은 고대의 전쟁 원인제공자들로서 민중의 불신을 사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신정부의 주요 경계 대상으로 감시를 받았음이 분명함에도 2천 년 동안 단 한 번도 사고를 안 치고 연구에만 몰두한 점을 보면, 철저하게 내부 단속을 하며 혹시모를 자신들에 대한 정치적 공세를 막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했을 것이다.[11] 모반에 가담하여 살아남은 대다수의 중-하급 명가들은 다트리마가 완전히 몰락할 뻔했던 자신들을 구원해 준 은인이나 다름없었으므로, 당연히 그의 직접지배를 받는 세력으로 복속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들보다는 강력한 중상급 명가들도 대세를 따라 다트리마가 명가의 수장임을 인정하여 그의 영도 하에 결집해 아예 자신들의 모든 기반을 갖다 바치고 주종관계를 맺거나 혹은 마지못해 따르는 척 했을 것이다. 이들이 다트리마에 복속된 것도 전쟁의 원인제공자라는 비난을 피하고 강력한 지도자의 통제 하에 자신들의 안정적 기반을 보장받고자 하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것이었지만, 다트리마는 역으로 이런 약점을 파고들어 명가의 지도자로서 명가 사회 전체의 질서를 위협하거나 파괴할지도 모르는 자들을 제압하거나 숙청하여 사실상의 1인 지배체제를 세운 것이다.[12] 혈투의 전장의 지도자인 토르텔드린 정도가 그나마 명가 내에서 다트리마의 독재를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었지만, 상술한 것처럼 전쟁 내내 방관하고 있다가 나중에야 나이트 엘프 사회에 합류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는 어떤 영향력도 없었다. 소극적으로 저항한 사례가 명가 추방령 때, 잔류를 선택한 정도였는데 이 이전까지 명가 내에 내전이 일어났다는 설정도 없거니와 만약 있었다고 하더라도 다트리마의 권력기반을 무너뜨려봐야 돌아오는건 명가와 나이트 엘프의 이해관계를 중재가능한 의사소통망의 차단, 그로 인한 명가의 정치적 고립 뿐이다. 다트리마가 나이트 엘프 수뇌부의 일원으로서 말퓨리온과 수뇌부의 감시에도 불구하고 2천년 이상 정치적으로 간섭받지 않는, 그럭저럭 괜찮은 관계를 유지했는데 전쟁에 참여하지도 않은 자가 갑자기 명가의 지도자를 자처하면서 특권을 돌려받으려는 시도를 하면 그 날로 곧장 내전 확정이다. 이걸 보면 다트리마가 전쟁 참여로 얻은 이익은 다른 명가들이 정치의 전면에 나서지 못하게 차단하면서 자신이 전권을 장악하여 사실상 사병으로 종속시켜 버리고, 나이트 엘프들이 전쟁 영웅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끔 수뇌부의 일원으로 사회에 기여하면서 비판의 소지를 없애, 자신의 뜻대로 정국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얻은 것이다.[13] 아이러니하게도 이 선택이 나중에 의외의 결과를 가져왔다. 훗날 다트리마의 현손 캘타스는 스컬지의 침공으로 나라를 잃고 피난하던 도중에 고조부에게 목숨을 빚졌던 티란데와 만나 은혜를 입었고, 직후 티란데가 실종되었을 때에는 고조부의 최대 정적이었던 말퓨리온과 협동전선을 펼쳐 티란데의 목숨을 구하는데 기여했다. 그리고 이 사건을 계기로 캘타스는 일리단 및 나가와 접촉하게 되면서, 백성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추구하며 일리단을 섬기다 킬제덴의 꾐에 낚여 타락하기까지 이르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게 된다.[14] 원래는 거주지가 어느 정도 마련되었지만 티리스팔 숲에서 다른 종족들이 감지하지 못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사악한 기운으로 인해 몇몇 엘프가 미쳐서 죽어가자 결국 동부 왕국의 북쪽으로 이동하여 새로운 땅을 찾기로 했다. 나중에 밝혀지지만 티리스팔 숲 지하에 크트락시의 일원인 타락자 자카이즈의 오염된 시체가 묻혀 있었다. 처음에 엘프들은 비전 마법과는 전혀 다른 흥미로운 에너지에 관심을 보였으나, 점점 이것이 자신들이 모르는 사악하고 파괴적인 에너지로서 여기에 노출된 동족들이 미쳐서 죽어가는 것을 보고 두려움에 휩싸였다고 하는데 제작진에서 해당 내용을 부정했기 때문에 정확히는 알 수 없다.[15] 이와 반대되는 상황이 아마니 트롤인데, 이들은 인간이 아직 아라소르 왕국을 건설하기 전에 꾸준히 인간을 공격하며 약탈을 일삼았다. 아마니 트롤만이 아닌 모든 트롤 부족들의 종말의 방아쇠가 바로 이것이다. 인간들은 트롤의 준동에 불안을 느꼈고 소라딘 휘하에서 막강한 잠재력을 응집시킨 통일국가로 성장했다. 이들이 하이 엘프와 트롤 사이의 전쟁에 가담한 근본적인 원인도 "쿠엘탈라스 다음엔 우리겠지?"였다. 그리고 이들에 의해 당시 동부 왕국 트롤 부족들의 모든 것을 결집한 아마니-잔달라 연합군은 함정에 걸려 최초의 인간 마법사들에 의해 한큐에 몰살당하고 몰락한다.[16]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연대기에서는 엘프 역사상 최초로 아사자가 나왔다고 했다.[17] 어디까지나 게임 내적인 맥락을 통한 추정이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유력한 귀족들이 우월한 재력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사병을 보유했던 시기가 그렇지 않았던 시기보다도 더 길다. 상술한 나이트 엘프 제국 시절의 명가에 대한 추론도 마찬가지로, 명가들은 대토지 보유자이자 관료로서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독자적인 무력을 보유했다는 점은 실제 역사와 비교했을 때 충분히 상정할 수 있다.[18] 이 시절의 순찰대는 어디까지나 쿠엘탈라스 정규 군대에 배속된 국경수비대의 개념으로, 오늘날 블러드 엘프들의 정규군으로서의 순찰대는 트롤 전쟁 시대에 창설되었다. 자세한 내용은 타스도라 문서 참조.[19] 그러나 이런 편리한 교통은 3차 대전쟁 시기에 쿠엘탈라스 전역이 스컬지의 침공을 받았을 때, 오히려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했다.[20] 이 시기에 인간의 문명은 약 3천여 년 후에나 등장할 아라소르 왕국과 같은 통일된 국가가 출현하지 않은, 원시적인 부족 연합체 단계나 초기적인 군장국가가 이제 막 발을 떼기 시작한 정도로 추정된다. 거기다 신생 국가인 쿠엘탈라스는 이미 왕정을 경험했었던 명가들을 중심으로 세워졌지만, 이제 막 국가체제를 수립해 나가던 단계에 불과했다.[21] 고대의 전쟁이 끝나고 7백년 후에 사티로스 전쟁이 일어났고, 그로부터 2천년 후인 -7300년부터 5백년 동안 명가의 추방이 이뤄졌다. 고대의 전쟁 이후에 다트리마는 명가의 수장으로 사실상 독립적인 세력이었으므로, 이 시기를 왕위에 포함한다면 2천 5백년 이상 왕위에 있던 셈이 된다. 다만 실제로 다트리마가 왕위에 올랐다고 하더라도 고대의 전쟁 이후, 귀족제와 군주제가 폐지된 나이트 엘프 사회에서 이를 용인할 세력이 있었을 리가 없으므로 연표 그대로 다른 종족에 비하면 긴 편이지만 짧은 기간(약 500년 이상) 동안 왕위에 있었다고 보는게 맞다.[22] 아버지 아나스테리안을 쿠엘탈라스의 공식적인 마지막 국왕으로 천명한 사람이 바로 캘타스인데, 정식으로 즉위하지 않았기 때문에 형식적으로나마 왕에 준하는 호칭을 선택한 것이다.[23] 방계의 후손인 리안드라 선스트라이더나 코믹스에서만 등장하는 인물로, 아나스테리안의 장남(캘타스의 동복형)으로 추정되는 날로라스도 있으나, 전자는 왕위계승권이 없는 "방계 왕족"이고 후자는 코믹스 외에는 설정이 전무하므로 다트리마 직계 계열의 또 다른 왕족이 등장하지 않는 이상, 이 부분은 쉽게 단정짓기가 어렵다. 밀리에서는 혈법사의 이름 중이 엘딘 선스트라이더라는 랜덤 이름이 보이는데, 인게임에는 전혀 구현되지 않았으므로 사실상 관계가 없다.[24] 이 때문에 아나스테리안에 대한 평가는 나라와 백성을 위해서 죽는 순간까지 헌신한 명군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역설적으로 이기적인 외교 때문에 지키려고 했던 나라를 잃고 자신과 백성들, 장기적으로는 아들의 목숨까지 앗아가 왕조의 사직을 절단내버린 암군이라는 의견이 대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