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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lbgcolor=#dddddd,#222>언어별 명칭 | |
| 영어 | ink stick |
| 한국어 | 먹 |
| 한자 | 墨 |
| 중국어 | [ruby(墨, ruby=mò)] |
| 일본어 | [ruby(墨, ruby=すみ)] |
| 베트남어 | [ruby(墨, ruby=mực)] |
1. 개요
동아시아에서 전통적으로 사용되어 온 검은색의 고형 잉크. 먹 자체를 종이에 문대서 쓰는 것이 아니라 벼루에 물을 붓고, 먹을 벼루에 갈아서 먹물을 만든 뒤 이 먹물을 붓에 스며들게 해서 사용한다. 과거에는 단순 필기에도 먹을 갈아만든 먹물을 사용했으나, 현재는 주로 서예나 수묵화 등의 예술 분야에서 쓰이고 있으며 종이, 붓, 벼루와 함께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릴 때의 4가지 친구라 하여 문방사우(文房四友)로 불린다.'먹'이라는 말 자체가 '墨'의 상고한어 *mˁək[1]이 변한 것이다. 워낙 오래 전에 들어온 독음이라 한자음이라는 느낌조차 없어졌다. '묵'은 나중에 중고한어를 받아들이면서 붙은 한자음이다. 역시나 우리말스러운(?) '붓(<붇)'도 마찬가지로 '筆(필)'의 상고한어 *p.[r]ut[2]에서 비롯했다. '필'이라는 음가는 중고한어에서 나온 것.[3] 한자가 필기구와 함께 도입되었음을 시사하는 사례들이다.
네이버 지식백과의 먹
2. 제작 및 사용방법
| 전통 먹가마를 이용하여 송연먹을 제작하는 영상 |
식물을 태운 뒤 나오는 그을음을 아교풀로 반죽해 막대의 형태로 만든 뒤 실온에 말려서 굳힌다. 사용 할 때에는 벼루에 물을 담은 뒤 먹을 갈아 먹물로 만들어 사용한다. 소나무를 태워 나오는 송연(松煙)과, 기름을 태워서 만드는 유연(油煙)이 있고, 현대에는 광물성 그을음, 카본을 원료로 아교가 아닌 젤라틴과 배합해 만들기도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먹을 양연(洋煙)먹이라 부른다. 양연먹은 주로 비용절감을 위해 만들어진 먹이고, 주로 연습용으로 쓰이며, 전통방식으로 만들어진 송연먹과 유연먹에 비해 색이 아주 짙다.[4]
3. 내용
본디 먹이라는 물건은 한나라 이후부터 이 소나무로 만든 송연묵뿐이었다고 하는데, 중국의 경우 송나라 시대 장우(張遇)라는 사람이 식물성 기름을 태워서 유연묵(油煙墨)을 만드는 법을 만든 이후 점차 밀려났다고 한다. 이 문서에서 설명하는 먹은 대부분 송연을 재료로 사용한 송연묵(松煙墨)에 대한 설명이다.고대에는 종이, 붓과 함께 문자 기록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으며, 동아시아에 바탕을 둔 문명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한 발명품 중 하나이다. 따라서 그만큼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데, 상나라 시대에 처음 생겨나[5] 삼국시대에 한반도에 전파되었다. 서양에서는 먹과 같은 고체 잉크 대신 액체 형태의 잉크가 일반적으로 사용되었다.
신라에서 당나라 및 일본으로 수출하는 주요 품목이었으며, 일본 정창원에는 정창원 신라 먹이 지금도 남아있다. 중국에서는 신라 묵공 해초(奚超)가 당나라에 정착하자 일개 먹 제조 기술자인 그에게 당의 국성인 이씨를 하사할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았다고 한다. 지금도 무구정광대다라니경, 신라백지묵서대방광불화엄경 등 먹 글씨가 13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또렷하게 남았다. 고려시대에도 주요 수출품 중 하나였으며, 해주 부용먹과 공암먹[6]이 당시의 최상등품으로 평가받았다. 검은색이 진하지만 광택이 없어 소동파는 '숯을 가는 것 같다.'고 혹평하기도 하였다. 물론 이 양반은 고려에 악감정이 있기로 유명한 양반이라 악평했을 수도 있지만... 하지만 중국 먹과 적절하게 섞으면 광택이 있으면서도 색이 진한 좋은 먹이 되어 애용되었다. 그 중에서도 단연 으뜸은 해주먹이지만 기술의 맥이 끊겼고[7] 이후에는 공암먹을 최상품으로 쳐줬다.
근래에는 공장에서 따로 먹물을 화학적으로 생산해 판매하며, 주로 초등학교나 중학교 앞 문구점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먹을 갈아 먹물을 만드는 것이 귀차니즘을 발동시키기 때문에, 원조(?)격인 먹보다 인기가 많다. 물론 서예를 배우는 사람들은 사도 그 자체로 보기 때문에[8] 일정 수준 이상 되면 모두 하나같이 먹을 가느라 본의 아니게 팔 운동을 하게 된다.
시판 먹물(먹즙)과, 먹을 갈아서 나온 먹물은 완전히 다르다. 시판 먹물은 공업용 카본블랙과 희석한 본드를 섞어 만든다. 먹의 기초성분인 아교를 대체하기 위해서인데, 아교는 액체상태로 2일 이상 상온에 노출되면 썩어서 엄청난 악취를 풍기기에 제조와 유통에서의 편리함과 저렴한 가격을 위해 희석 본드를 넣어 만든다. 저렴한 가격과 편리함이 장점이지만, 화학성분으로 만들어진 먹즙을 쓰면 적당한 농도를 맞추어도, 성분이 거칠기 때문에 글씨를 쓸때 붓이 나가는 느낌이 뻑뻑해지며, 쓰는 속도도 느려지기 때문에 시판 먹물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서예 선생들이 있다.
서예가 인격수양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실제로 해보면 이 하염없이 먹 가는 시간이 도 닦는 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워낙 먹을 가는 데 시간이 걸리고 귀찮다보니 먹을 직접 갈아 쓰는 사람들을 위해 아예 먹 가는 기계도 판매된다. 가격은 판매처마다 차이는 있으나 대략 20~40만 원 전후로 다소 비싸기는 하지만 귀차니즘 해소를 위해 구입해서 사용하는 서예인들도 의외로 그럭저럭 있다는 모양.[9]
캘리그래피는 일정한 규칙에 따라 글씨를 쓰는 전통 서예에 비해 속도감 있는 글씨나 강약이 뚜렷한 글씨 등 변화폭이 큰 글씨를 쓰는 일이 많다보니 먹물 소모도 많아서 먹을 갈아 쓰기보다는 시판 먹물을 많이 사용하는 편이다. 처음부터 양을 적게 잡으면 여러 번 새로 갈아야 하고, 물 양을 많이 잡으면 오래오래... 한 시간 이상 먹만 갈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먹을 벼루에 충분히 갈지 않은 상태로 화선지에 글씨를 쓰면 먹선 테두리에 물이 번져 나와 곧바로 알 수 있다. 문방구에서 파는 싸구려 먹물도 비슷한 현상이 생기는데 미묘하게 다른지라 숙련된 서예 선생은 먹 상태만 봐도 학생이 먹을 대충 갈았는지, 몰래 구입 먹물을 타서 썼는지 따위를 한눈에 알아채기도 했다. 뭐 서예 학원이 사실상 사라지다시피 한 지금은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긴 하지만. 다만, 간혹 물이 아주 조금 번질 정도로만 간 먹물을 좋아하는 경우도 있다.[10]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기계식 화선지에 쓸 때보다 전통 한지에 쓸 때 예쁘게 번진다고.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동양화를 그릴 때는 이 농도를 조절하기 위해 아주 진하게 간 먹물과 물그릇을 몇 개 구비해 놓고 필요에 따라 물을 섞어 가면서 사용한다.
또한 사도고 자시고 그냥 시판 먹물에서 나는 약품 냄새가 싫어서 꺼리는 사람도 있는데, 취미생활로서의 서예에서는 꽤나 중요한 문제이기는 하다.[11] 어느 취미나 그렇듯 서예 또한 어느 정도 필력이 쌓이게 된다면 문방사우를 이것저것 모으는 재미로 빠지는 사람도 많기 마련이고, 먹은 나무의 태워 만든 탄소 입자, 기름의 그을음으로 만드는 것이 일류다 보니 고급품으로 가면 향이 가지각색이기 때문. 꼭 고급품이 아니더라도 초등학교 미술 시간에 사갈 법한 싸구려 먹이 아닌 다음에야, 실제로 먹을 갈아낸 먹물과 시판 먹물은 향 차이가 굉장히 많이 난다. 먹는 것은 아니지만 잼과도 비슷하다.
다만, 그러한 사람들도 오래 보존할 목적으로 붓을 잡았다면 시판 먹물을 어느 정도 섞어서 사용하라고 권하는 경우도 있다.[12] 먹으로 적은 글씨는 잘만 관리하면 문자 그대로 천 년을 넘게 보존되지만,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는 먹물 자체가 썩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종이가 잘 마르면 큰 문제는 없겠으나 장마철에는 먹으로 쓴 글씨에서 썩은 냄새가 난다. 당연히 상한 먹물에서는 묵향이 아니라 굉장한 악취가 난다. 옛날부터 액체 형태로 보관하고 사용하던 서양식 잉크와 달리, 먹물을 미리 만들어서 병에 보관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끔 서예 학원에서 학생들이 꼼수를 부린다고 남는 먹물을 페트병 같은 데 담아서 보관하는 경우가 있는데, 하루 이틀 정도는 괜찮지만 그 이상 된 먹물은 상해서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먹의 먹물은 오징어나 문어가 내뿜는 먹물과는 다른데, 오징어나 문어의 먹물은 멜라닌이라 식용은 가능하지만 붓글씨를 쓸 수 없다. 정확히는 쓸 수는 있지만 1년 정도 시간이 지나면 글씨가 바래버린다. 그래서 지키지 못할 약속을 '오징어 먹물로 적은 것 같다' 하여 오적어묵계(烏賊魚墨契)라고 부르며, 과거 탐관오리들이 이러한 성질을 악용해 장부를 날조할 때 오징어 먹물을 이용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시키면 한다! 약간 위험한 방송에서도 이 실험을 해본 적이 있는데, 쓰는 느낌은 부드럽지만 양이 적고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고 하였다. 오징어 먹물 빛이 적당히 바래면 세피아 톤이 되는데 '세피아'란 명칭부터가 오징어 먹물을 이용하여 만든 안료로 오징어를 뜻하는 고전 그리스어인 σηπα(세파)에서 유래하였다.
먹의 먹물과는 다르지만 먹물버섯이 늙으면 녹아내리면서 그 이름처럼 먹물이 나오는데 그 먹물을 가지고도 글씨를 쓸 수 있어서 옛날에는 먹물 대용으로 쓰기도 했다고 한다.
전쟁터에선 벼루에 물을 담아 먹을 갈아 먹물을 내는 작업이 번거로웠으므로 미리 갈아 만든 먹물을 썼다고 한다.
'주묵(朱墨)'이라고 해서 붉은색[13]의 먹도 존재하는데, 유황과 수은의 합성물인 주사를 주재료로 사용한다. 주로 사경이나 부적, 틀린 글씨의 첨삭, 전각을 할 때 인장을 새길 면에 밑그림을 그리거나 수정을 하는 등의 용도로 쓰인다. 또한 그림을 그릴 때는 다양한 색의 채색먹도 사용되며 한국화에서 봉채라고 한다. 금니묵(金泥墨)이라는 것도 있는데, 이름 그대로 먹을 갈면 금색 먹물이 나온다. 일반 서화용보다는 주로 사경이나 탱화용으로 사용된다. 또한 최고급 먹은 송진을 태워 만든다.
전통 종이와 더불어 동양 고문서의 긴 수명을 보장해 준 녀석으로, 먹에 함유된 타르 성분 때문에 미생물에 의한 오염이나 훼손이 방지된다고 한다. 사실 모든 잉크 중에서 가장 보존성이 좋다. 원리상 탄소 가루가 종이 섬유 사이에 끼어 들어가는 염료이기 때문이다. 대신 이 때문에 피부나 옷 같은 데 튀면 아무리 빨아도 색이 연해질지언정 완전히 지우기는 힘들어서 서예 학원에서는 막 시작하는 초보자들에게 앞치마와 팔토시를 구비하게 한다. 학교 미술시간에도 마찬가지.
갓 만든 먹은 묵처럼 말랑말랑하다. 건조를 해야만 비로소 단단한 먹으로 탄생한다.
승려의 승복도 염색(천연 방식)을 먹물로 하는데, 염색 과정에서 백반을 필수로 넣어야 하기 때문에 완전히 검은색이 되진 않고 회색이 된다.
유명인의 형제, 자매, 남매 또는 자녀를 비롯한 친인척이 범죄 등으로 대형사고를 쳤을 때 '얼굴에 먹칠을 하다'라는 관용어에서 '먹'이 바로 먹물을 말한다.
[1] 이하 백스터-사가르의 재구음에 따름.[2] 대괄호는 해당 음소의 존재 여부가 불확실함을 의미한다.[3] 그래서 다른 한국 한자음과는 달리 '붓'에는 본래의 '-t' 운미가 'ㄹ'로 바뀌지 않고 살아 있다. 표기 및 기저형이야 'ㅅ' 말음으로 바뀌었지만.[4] 전근대에도 광물성 그을음을 아주 사용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송나라는 세계에서 석탄을 가장 빨리 연료로 사용하기 시작한 문명 중 하나라 여기서 나오는 그을음을 먹에 활용하기도 했고, 아라비아 등지에서 지면으로 스며 나오는 석유 성분을 수입해다 그 그을음을 활용하기도 했다고 전한다.[5] 갑골 문자는 바로 안 새기고 털붓에 빨간 안료를 묻혀서 초고를 쓰고 나중에 새겼는데 털붓으로 빨간 안료를 묻힌 자취가 나왔다.[6] 여기서 공암은 지금의 서울시 강서구 일대를 말한다. 이곳에 공암바위가 있기 때문에 공암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이다.[7] 그 유명세 때문에 강제로 부여된 할당량을 이기지 못해 먹 장인이 스스로 자기 손을 절단했다는 야사가 전해진다.[8] 다만 개방적인 시각을 가진 일부 서예인들은 시판 먹물을 사용하는 것을 사도, 이단 취급하는 보수적인 풍토를 비판적으로 보기도 한다. 일반인들의 서예 진입장벽을 높일 수 있다는 점과 지나치게 전통 방식만을 고집하는 풍토가 서예에 대한 일반인들의 선입견(고리타분하다, 구시대의 유물이다 등)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9] 그렇다고 꼭 귀차니즘 때문만은 아니다. 노년층 서예인들은 먹을 갈다보면 나중에는 팔 통증이 생기기도 하기 때문에, 신체적 부담을 덜기 위함이라는 이유도 있다.[10] 글씨를 쓸 때 먹물이 끊기지 않기 때문이다. 간혹 먹물의 농도가 너무 진하다면 붓이 나가는 느낌이 무거워지면서 느려진다. 아주 조금 번질정도의 먹물은 붓의 느낌이 훨 가벼워지면서 서사속도가 빨라진다. 일반적으로는 그런식으로 먹물의 농도를 맞추는것이 정석이지만, 행서, 초서 처럼 끊기지 않은 속도감이 필요한 서체의 경우에는 먹물을 흐리게 쓴다.[11] 먹물 특유의 향을 묵향(墨香)이라고 한다. 기본적으로 나무를 태워 만든 그을음을 사용하니 특유의 나무향이 은은하게 나고, 추가로 비싼 먹은 아교의 꼬릿한 악취를 감추기 위한 용도로 먹이 굳기 전 반죽에 용뇌나 박하, 고급이나 명품 먹은 사향을 넣는데, 시판 먹물에서는 그런 향이 나지 않고 오히려 화학적 약품 냄새가 난다. 먹의 기초 성분인 아교를 대체하기 위해 시판 먹물은 공업용 카본과 본드를 섞어 만들기에 약품 냄새가 난다.[12] 화학 성분이 들어간 시판 먹물을 사용한 붓은 꼭 세척 후 보관해야 한다. 시판 먹물에는 아교성분을 대체하기 위해 희석한 본드를 넣었다. 그래서 시판 먹물만 사용한 뒤 붓을 씻지 않고 걸어두면 마르면서 완전히 굳어버린다. 붓이 이렇게 굳으면 풀기도 어렵고 붓의 수명도 짧아진다.[13] 실제 색은 밝은 주홍색에 더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