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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0-30 05:01:54

볼질

1. 개요2. 해악성3. 볼질의 아이콘4. 볼질 관련 사건

1. 개요

Ball+ (-질)

마운드 위의 투수가 타자에게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고 볼만 던지다가 볼넷으로 주자를 내보내는 투구를 말한다.

2. 해악성

볼질 자체가 수비팀에 좋지 않은 행위지만 만루에서의 볼질은 정말로 아무런 좋은 의미가 없다. 어차피 만루에서는 볼넷을 내주든 안타를 내주든 상대팀 타자와의 승부에서 아웃카운트를 잡지 못하면 반드시 실점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똑같이 실점할 것이라면 볼질을 남발할 바에는 차라리 스트라이크를 던져 타자가 배트에 공을 맞추면 수비수들의 도움으로 아웃카운트를 잡는 걸 기대하는 편이 훨씬 낫다. 만루에서 볼넷을 내준다면 실점할 확률은 100%이지만, 타자가 공을 맞춘다고 무조건 실점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기 때문이다.

당연하겠지만 이런 상황에서 가장 속이 타는 것은 투수 본인이다. 안타를 얻어맞는 것보다 볼넷을 내보내는 것이 당장의 승부에서는 낫다고는 하지만,[1] 무엇보다 투수 본인이 피곤해진다. 3아웃을 잡아내지 못하는 한 수비는 절대로 끝나지 않으며, 스트라이크를 던지기 위해 더 많은 공을 던져야 하므로 소화할 수 있는 이닝도 줄어들게 된다. 한편 그래서 감독, 투수 코치나 팬들이 괜히 "볼질보다는 차라리 화끈하게 얻어터져도 좋으니 스트존에 공을 넣으라"[2]는 소리를 하는 게 아니다.

투수의 볼질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이유로 저렇게 스트라이크를 못 넣는 건가? 그냥 스트라이크존에 공을 꽂아넣는 것이 어려울 이유가 있나?'는 의문에 빠지게 되지만, 투수의 제구가 이상하게 아무 이유 없이 흔들리는 상황에서는 투수 본인도 본인이 던지는 공이 어느 코스로 들어갈지 전혀 예측이 되지 않는다. 즉, 왜 스트라이크가 안 들어가는지 자신도 알 길이 없다.

수비하는 동료 야수들 입장에서도 정말 진이 빠진다. 투수가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한다는 것은 투수의 제구 자체가 엉망이든지, 타자에게 안타를 맞을까봐 겁을 집어먹고 도망가는 투구로 일관하다 볼넷으로 주자를 내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자는 타구 자체가 날아오질 않으니 야수들이 투수를 도와주고 싶어도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에, 후자는 수비 위치에서 보기만 해도 답답한 투구 때문에 야수들의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고 집중도도 떨어진다. 이게 계속 이어지면 피안타로 한두 점 내주고 끝낼 수도 있는 이닝이 대량 실점으로 번져, 경기의 흐름을 완전히 빼앗기는 대재앙의 불씨가 되기도 한다. 1점이 절실한 경기 후반, 그것도 마무리 투수볼질을 시작한다면...

경기를 지켜보는 수비팀 팬들도 짜증이 나지 않을 수 없다. 시원한 안타나 홈런, 아니면 짜릿한 탈삼진이나 그림같은 호수비 등 역동적인 장면이 재미있지, 주구장창 볼을 던지다가 주자들만 쌓이고 야금야금이든 왕창이든 점수를 빼앗기는 형국이 과연 재미있을까? 이렇듯 정면승부를 못하고 볼질만 하다 만루에 직면하게 된다. 애초에 상대방이 엄청난 선구안으로 볼넷을 얻어내는 것과 볼질로 스트레이트 볼넷을 얻어내는 것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며 이렇게 얻어지는 스트레이트 볼넷은 상대팀에 개꿀인 셈이다.

상대팀 타자들에게 있어서는 이보다 더 좋은 기회도 없다. 투구를 관찰하면서 타이밍을 가늠할 수 있기에 투수가 나중에 제구가 잡히더라도 투수를 공략하기도 훨씬 쉽고, 그 과정에서 볼카운트에서도 우위에 설 수 있기 때문에 수싸움에도 아주 유리해진다. 어차피 답답해지는 건 볼질을 남발하는 상대팀 투수 본인과 수비진, 그리고 덕아웃 뿐이니까. 다만 투수가 볼질하는 가운데 타자가 눈치없이 볼을 건드려서 뜬공으로 아웃될 경우 눈새라고 욕먹기 딱 좋다. 특히 양 팀의 투수가 모두 볼질을 하지만, 한쪽 팀 타자는 침착하게 볼넷을 골라가는데 비해, 상대 팀 타자는 치지 말라는 공을 쳐서 투수를 도와주다 못해 져버린다면 그 진팀의 데미지는 더욱 커진다. 대표적으로 2024년 4월 17일 롯데 vs LG 경기가 좋은 예시다. 엘꼴라시코 참조.

세이버메트릭스의 입장에서 볼질을 설명하자면, 인플레이 타구가 아웃이 되느냐 안되느냐 여부는 투수가 전적으로 책임질 수 없지만 볼넷투수의 전적인 책임이므로, 피출루율을 높이는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 판단한다. 홈런을 제외하고 삼진과 볼넷만 가지고 설명하자면 전적으로 투수의 성과인 삼진을 얻기 위한 대가가 볼넷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똑같은 삼진수를 기록했지만 한쪽만 볼넷이 많은 투수가 있다면 당연히 상대적으로 나쁜 투수이다. 투구수 측면의 통계 분석에서는 볼넷과 투구수의 연관관계가 상당히 높다. 반면 삼진은 많은 투구수와는 별 상관이 없으니 단순히 삼진 잘 잡는다고 투구수 늘어날 걱정은 하지 말자.[3]

2.1.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

만약 이게 심각해져서 선수가 정신적으로까지 문제가 될 정도의 수준을 블래스 신드롬이라고 말한다. 이 단계까지 올 경우 그냥 아무런 이유 없이 투수라면 스트라이크 존 안, 야수라면 동료에게 투구를 정확히 할 수 없기 때문에 야구 선수로서 멘탈붕괴 직전까지 몰린다. 여기에 걸린 많은 선수들이 대부분 회생불가능 판정을 당했다. 당장 이 증후군의 원조격 투수인 스티브 블래스도 결국 제구 난조로 인해 야구를 접었다.

메이저리그에서 이 정도 진단을 받았던 대표적인 선수 한 명을 꼽자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데뷔했던 좌완투수 릭 앤킬이 있다. 그는 카디널스에서 데뷔할 때 강속구를 가진 유망한 신인 투수였지만, 2000년 NLDS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경기때부터 갑자기 제구를 잃어버렸는데 극복을 위해 별짓을 다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결국 멘붕까지 이어지면서 투수를 완전히 접고 흘러흘러 타자로 전향하여 재기에 간신히 성공했다. 하지만 미첼 리포트에 약물 의혹 판정을 받고 말았다.

3. 볼질의 아이콘

4. 볼질 관련 사건



[1] 1루가 비어 있을 때 RISP 상황이면 1루를 채우고 홈 승부를 도모하거나 병살타를 유도하는 작전도 가능하고, 설령 밀어내기로 점수를 내주더라도 피안타로 여러 점을 내주는 것보다는 낫다.[2] 정말로 얻어터져도 괜찮다는 말은 당연히 아니고 네 공 편하게 던지라는 의미에 가깝다. 애초에 이런 말을 들을 투수는 가운데만 제외한 스트라이크존에 공을 넣을 줄 안다면 타자들이 쉽게 공략하지 못할 좋은 구위를 가진 투수일 확률이 매우 높다. 구위는 솜털에 제구마저 폭망이라 볼질까지 남발하는 총체적 난국인 투수라면 '맞아도 좋으니 스트라이크를 넣으라'는 말을 듣는 게 아니라 아예 마운드 위에 올라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다.[3] 몇 구를 던졌든 삼진을 잡아내면 아웃카운트가 올라간다. 이론적으로 9회까지 모든 아웃카운트를 삼구삼진으로만 잡는다고 가정하면 81구다. 하지만 볼넷은 투구수를 최소한 4개나 잡아먹고도 아웃카운트는 커녕 주자만 늘어나게 한다.[4] 2021년 9월 11일 경기. 이날은 2023 WBC와 함께 릭 앤키엘을 연상시킬 정도의 제구 난조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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