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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4-09 19:02:40

소설 동의보감


이은성허준 일대기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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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줄거리
2.1. 상권
2.1.1. 산음으로2.1.2. 유의태 밑에서 7년2.1.3. 유의태의 과거2.1.4. 창녕 성대감2.1.5. 파문된 허준
2.2. 중권
2.2.1. 안점산 산적사, 김민세의 과거2.2.2. 허준의 1차 취재 응시2.2.3. 유의태에게 돌아온 허준2.2.4. 만석이의 난과 유의태의 죽음2.2.5. 혜민서에서
2.3. 하권
2.3.1. 김병조의 난2.3.2. 허준의 중국행2.3.3. 역병을 퇴치한 허준2.3.4. 임진왜란의 발발
3. 등장인물
3.1. 허준 일가
3.1.1. 허준3.1.2. 허준의 가족들
3.2. 유의태 병사 및 집안 사람들
3.2.1. 유의태3.2.2. 유도지
3.3. 김민세(삼적대사)
3.3.1. 안광익3.3.2. 궁녀 정씨/부인 정씨 자매3.3.3. 임오근
3.4. 내의원
3.4.1. 양예수3.4.2. 이명원3.4.3. 이공기3.4.4. 미사3.4.5. 정작3.4.6. 김응택3.4.7. 송학규
3.5. 왕실
3.5.1. 선조3.5.2. 공빈 김씨3.5.3. 공빈 김씨 소생 왕자들3.5.4. 인빈 김씨3.5.5. 인빈 김씨 소생의 왕자들
3.6. 기타
3.6.1. 구일서3.6.2. 내의원 과거시험 치러가던 의원들3.6.3. 버드네 마을 사람들

1. 개요

이은성이 집필한 허준의 일대기를 그린 소설.

이은성이 묘사한 허준의 스승 유의태는 1965년 노정우 박사가 <인물한국사>에 발표한 논문 <허준>에서 허준의 스승 유의태를 읽고 지어낸 이름이다. 2000년 2월 1일 노정우는 유이태의 후손 유철호에게 진주에 거주하는 한의학자 허민으로부터 전화 통화하면서 들은 산청의 전설적인 명의 유이태를 진주 근처의 대성 진주 유(柳), 의로울 의(義), 클태(泰), 유의태(柳義泰)로 이름을 지어내어 허준의 스승으로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노정우는 자신의 논문 오류를 알고 '거창 유씨에 미안하다.'라고 유철호에게 밝혔다. 따라서, 이것을 알고 소설 동의보감을 읽어야 한다. 허준은 산청에 온 적도 없고 산청과는 아무런 인연이 없으며, 허준의 조모 친정은 산청군 신안면이 아니고, 경기도 시흥시 서면(현재 광명시청 근처이다)에 있었다.

이은성은 1975~76년에 방영된 MBC 드라마 집념에서 허준의 생애와 동의보감의 집필 과정을 그렸다. 이어 이를 영화화한 1977년 영화 집념의 각본도 집필했다. 이를 바탕으로 1984년부터 부산일보에서 발행하는 '일요건강'에 '소설 동의보감'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이은성은 허준이 의원이 되고 동의보감을 편찬한 뒤 죽음에 이르기까지 생애를 춘(春)ㆍ하(夏)ㆍ추(秋)ㆍ동(冬) 4권으로 완간하고자 했으나, 1988년 추권까지만 쓴 상태에서 서울 올림픽 특집극을 집필하다 과로로 인한 심장마비[1]으로 갑작스럽게 숨을 거두었다. 사실 추권의 분량이 춘과 하에 비해서 짧은 걸 알 수 있는데, 추권도 온전한 완성이라곤 할 수 없다.[2] 남은 유고는 1990년 창작과 비평사에서 발매됐다.

한국어 문장이 펼칠 수 있는 표현력을 극한까지 끌어내는 한국 대하소설의 명작 중 하나로, 특히 여러 상황을 절묘하게 한 문장 안에 모두 표현함으로써 종합적인 묘사를 하는 작가의 솜씨는 놀라움 그 자체이다. 허준이 창녕 성대감 댁에 불려가 정경부인의 중풍을 고치는 그 순간을 묘사한 부분을 감상해보자.
성대감이 열어젖힌 그 방안에는 반신불수에서 가까스로 자리에 일어나 부축받은 채 매듭이나 맺다 풀었다 하던 노마님께서 허준이 야차(夜叉) 같은 모습으로 "일어서시오."를 연호하고 있는 그 앞에서 엉거주춤 일어나 있었다. 부축하려는 딸을 허준이 고함쳐 내치자 이윽고 노마님은 허준의 유도를 따라 막 걸음마를 배우는 아기처럼 두 다리를 후들거리며 대청 마루로 나서고 있었다.

"손 내리지 마시오. 무릎을 드시오. 더 더 무릎을 드시오. 고개를 드시오."

허준의 고함과 자기 눈을 의심하는 그 경악에 찬 가족들의 눈길 속에서 반신불수였던 마님이 허준을 따라 육간대청을 한바퀴 돌며 마구 눈물을 쏟고 있었다. 감격한 아들과 딸이 어머니를 외쳐댔고 성대감이 "허의원, 허의원!" 하고 체모도 잊은 채 허준을 쓸어안았다.
이은성, 소설 동의보감 상권, 창작과비평사 (1990), pp. 298-299.
읽다보면 극중 인물들의 갈등과 대립에 손에 땀을 쥔다는 것이 어떤지를 알게 해준다. 또한 당시 시점에서 방대한 자료 조사를 토대로 조선시대의 문화, 궁중 예법 등을 상세히 묘사하였으며, 이는 후대의 다른 작품에서 꽤나 많이 인용되었다.[3]

발간 당시에는 한의학 붐을 일으킬 정도로 화제가 되었고 후에도 스테디셀러를 언급할 때 자주 거론되는 책이다. 특히 현재까지 나온 허준에 대한 역사적 인식창작물은 대체로 이 소설 동의보감으로 형성된 이미지가 매우 크다.

허준이 충청도 진천의 버드내라는 마을에서 환자들을 돌보다가 과거 시험을 놓치게 되는 부분은 7차 교육과정 중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에도 실렸던 바 있다.[4] 다만 교과서 삽화들이 다 그렇듯이 작중 묘사를 충실히 옮기진 않았는데, 패랭이에 무슨 몸종처럼 입고 있어서 의원으로 보이지도 않았다는 허준이 두루마기에 큰 갓을 쓰고 있는 것처럼 묘사된다.

2.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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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서가 설명하는 작품이나 인물 등에 대한 줄거리, 결말, 반전 요소 등을 직·간접적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2.1. 상권

2.1.1. 산음으로

용천 군수 허륜의 얼자 허준은 군수의 자식이라는 위광에 힘입어 사대부의 복식을 하고 용천에서 거들먹거리고 있으나 신분의 한계 때문에 입신양명은 언감생심이고 동헌의 이방조차 할 수 없는 자신의 현실에 좌절하여 용천의 왈패들과 어울리며 술에 취하고 주색잡기에 여념없는 퇴폐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정적들의 공격으로 귀양을 간 전 종친부 부령 겸 시약청 조제 이정찬의 딸 이다희와 우연찮게 만나게 된다. 이정찬이 시약청의 조제로 입직하던 날 명종의 승하로 정적들의 모함으로 귀양을 가게 된 아버지를 따라 유배지까지 따라갔던 다희는 아버지의 병세가 악화되자 적소를 이탈하여 과거 아버지를 고쳐준 적이 있는 의원 유의태를 찾아 용천까지 오게 된 것이다. 하지만 유의태는 원래 영남 산음 사람으로 중국산 약재를 구하기 위해 잠시 의주에 들렀을 뿐, 진작에 의주를 떠난지 오래라 다희는 다시 아버지를 모시고 적소로 돌아가다가 아버지의 병세가 악화되어 용천에 발이 묶이게 된 것이다.

한편 아버지로부터 양민으로 살 수 있는 방법을 알아주겠다는 말을 듣게 된 허준은, 우연찮게 알게 만난 미녀 다희에게 관심을 보이고 수하인 양태를 데리고 다희가 숨어있는 도공촌에 들르게 된다. 양태는 천한 신분의 분풀이를 하기 위해 다희 부녀를 취조하고 다희를 겁탈하라고 종용하지만 다희에게 진심으로 반했던 허준은 거부하고 발길을 돌리려 한다. 이때 다희의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쓰러지면서 다희는 허준에게 도움을 청하였고 양태가 급히 의원을 데려와 치료하려 하지만 이미 숨을 거둔 후였다.

허준은 장례를 도와주고, 허륜으로부터 다희의 옛 정혼자가 다희 부녀를 찾아다니고 있다는 말을 듣고 다희와 함께 다희의 옛 집을 보기위해 한양으로 가기로 한다. 한양으로 떠나기 전 아버지로부터 산음 현감에게 보내는 서찰과 정착할 집을 살 거액의 돈을 받고 배를 타고 한양으로 떠나게 된다. 하지만 길잡이로 따라나선 장번사령이 돈을 모두 가지고 달아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장번사령을 잡기 위해 길을 나선 허준과 다희 앞에 다희의 옛 정혼자인 김상기가 나타난다.

이때는 다희와 허준이 혼인하기 전 이었는데 반색하며 나타난 김상기는 다희에게 아버지의 신원이 회복된다고 알려준다. 이 말을 들은 허준은 다희가 자신을 떠날 것이라고 여겨 속으로 절망하는데 잠시 기뻐한 다희는 김상기에게 알려줘서 고마 당신들이 파혼을 고한 후 아버지는 죽어갔고 자신도 죽었다며 자신에게는 이제 평생을 함께하자고 약속한 정인이 있다고한 알려준 후 허준과 함께 산음으로 떠난다. 허준은 다희가 신원이 회복됨에도 천민 신분인 자신을 선택한 것을 듣고는 다희와 혼인한 뒤 아내를 실망시키지 않겠노라 속으로 다짐한다.

산음으로 내려간 허준은 기대를 품고 산음 관아를 찾아가지만 허륜의 친구라는 정 현감은 이미 노모를 모시기 위해 몇달 전에 사직했다는 말을 듣고 좌절한다. 하지만 험상궂게 생겼으되 마음씨가 좋은 산음 공방 구일서의 도움으로 그의 집에 방을 얻어 산음에 정착하게 된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배탈로 쓰러진 어머니를 치료하기 위해 허준은 유의태의 의원을 방문한다. 거기서 귀신같이 환자가 앞으로 살지 죽을지, 고칠 수 있다면 병이 어떠며 치료법이 어떤지를 살펴내는 유의태를 보고[5] 허준은 저도 모르게 배멀미로 배가 꼬인 것 뿐이니 뜨거운 물로 발이나 씻으면 그만이라는 유의태에게[6] 배를 탄 적이 없다고 하지만 유의태는 그런 허준을 보고 냉소를 지을 뿐이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온 후 구일서에게 유의태 밑에서 의술을 배우고 싶다고 한다.

하지만 유의태의 의원에 찾아간 허준에게 들어온지 오래된 자칭제자 장쇠, 영달, 꺽새 등은 감히 자신들에게 도전하는 것이라면서 먹물 티가 나는 허준을 무차별 구타한다. 이에 허준은 용천에서 배운 택견으로 이들을 제압하지만 뒤에서 병부잡이 임오근이 장작개비로 머리를 후려쳐 기절한다. 하지만 유도지가 허준의 무술을 보고는 호기심을 느껴 의원에 들어오는 걸 허락하고 허준은 의술에 입문하게 된다.

2.1.2. 유의태 밑에서 7년

허준은 약초꾼으로 첫 산행에 나서지만 도라지 몇뿌리 외에 아무런 소득이 없었고 그를 망신시키려는 꺽새의 음모로 가짜 약초만 가득 가지고 하산하게 되어 유도지 앞에서 망신을 하게 된다. 하지만 갑자기 나타난 유의태는 변명하려는 고참 제자들에게 네놈들 수법은 이미 알고 있다고 묵살한 후 허준이 캐온 도라지의 상태를 칭찬하면서 그를 약재 창고의 책임자로 임명한다.

분개한 제자들이 항의하자 유의태는 의원은 33가지 물을 알아야 하는데 너희들이 아는 물은 몇가지나 되느냐고 간만에 제자들에게 물의 가짓수를 가르쳐주면서 의술 강의를 하게 되고 허준은 그 모습에 감동받아 의술에 대한 심지를 굳히게 된다. 그리고 아들 도지에게 8의론을 가르쳐주면서 유도지를 큰 의원으로 거듭나게 하려는 유의태의 따스함 모습을 엿보고 "저마다 의원이노라 행세할지라도 이 세상이 진실로 기다리고 바라는 의원은 오로지 한 부류 심의 뿐"이라는 그의 철학에 감동을 받게 된다.

약재창고를 꿰어 찬 허준을 왕따시키는 제자들의 성난 눈깔 속에서 허준은 계속 의술에 정진하고, 유의태 친구라는 괴승 삼적대사 김민세를 만나게 된다. 유도지는 아버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과거 시험을 치러 갔다가 낙방 후 술 취한 폐인으로 전락한다. 허준은 이 소동 와중에 유도지의 방에서 걸레질을 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병부를 베끼다가 유의태에게 들킨다. 유의태는 허준이 자신의 방을 몰래 드나드는 것이 아니냐고 매섭게 추궁하지만 허준이 유도지의 방을 청소하다가 줏은 것이라고 변명하자 의심을 거둔다.

허준은 자신의 뛰어난 필체 덕분에 부산포나 임오근을 몰아내고 자신이 병사 마루로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지만 유의태는 허준의 글솜씨를 오만방자한 붓재주라고 비웃으면서 서툰 언문이라도 약이름 또박또박 쓰면 그게 약방문이라고 야멸차게 대꾸한 후 "증과 험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인걸 모르고 입으로 외고 머리로 기억만하여 의원양 들어? 가증한 것들."이라고 면박 주고 나가버린다. 하지만 유도지가 허준의 글솜씨를 눈여겨보게 되면서 이후 허준과 유도지가 친구가 되는 부수적인 효과를 낳는다.[7][8]

이 무렵 구일서가 세도가 댁 무덤을 파헤친 백정 변돌석이라는게 밝혀지면서[9] 나로도로 달아나게 되고, 허준은 그의 도주를 도우면서 인체 해부를 갈망했던 부술의 달인인 안광익에 대한 얘기를 듣게 된다. 구일서가 떠난 후 6년 동안 허준은 허겸, 허숙영 남매를 슬하에 두고 유의태 밑에서 지낸다.

허준네 어머니는 떡장수를, 아내는 삯바늘질을 하면서 힘겹게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었고 병사에도 변화가 있어 장쇠[10], 부산포[11]가 떠나고 상화와 병문, 병덕 형제가 새로 들어온다. 임오근과 도지의 서로 간에 알력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역시나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허준은 둘 사이에 끼어 난감한 처지인데 가장 역할을 못해 자괴감에 빠진다. 그러던 중 떠났던 부산포가 허준에게 아들 낳게 해주는 사업[12]을 같이 하자고 찾아오면서 허준은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부산포의 말에 크게 고민하지만, 그 날 밤 겨드랑이에서 악취가 나는 액취를 부끄러워한 처녀가 목을 맨 것을 부모가 발견해서 들춰업고 찾아오면서 큰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허준은 처녀를 살려냄은 물론이고 액취를 고치는 단방문도 가르쳐주었는데, 이것이 소문이 나면서 환자들이 허준의 집을 드나들게 된다.

이에 유의태의 부인 오씨가 허준이 자신의 집을 배반했다면서 번 돈을 모두 내놓고 쫓아내라고 난동을 부리지만 유의태는 허준의 처방전을 보더니 그간 노심초사한 흔적이 보인다며 오히려 칭찬해준다.

오씨는 그 뒤에도 돈을 내놓으라고 발광했지만 다른 제자들이 허준의 집을 방문하고 환자들에게도 물어본 바 허준이 일체의 사례를 받지 않았다는 답변을 해서 허준이 무고함이 밝혀진다. 무안함에 얼굴이 붉어진 오씨가 스승의 허락도 구하지않고 의술을 했다고 지적하자 유의태는 냉소를 지으며 방으로 들어가버리고 도지도 오씨가 창피했던지 외면한채로 병사로 들어가버리자 아무말도 못하고 씩씩거리며 자기 방으로 들어가는데 허준은 유의태의 반응을 보고 자기 의술이 인정받았다는 것을 기뻐한다.

이날 유의태의 집에 유의태의 친구 안광익과 그의 연인이자 삼적대사 김민세의 처제 궁녀 정씨가 찾아오면서 허준은 문제의 안광익과 드디어 대면하게 되며, 안광익이 양예수의 처방을 임의로 바꾸었다가 고문을 당해 절름발이가 되었으며, 신성군의 등창을 멋대로 째서 치료했다가[13] 대역부도의 죄를 쓰고 투옥되었으나 신성군의 등창이 완치되면서 풀려났으되, 안광익을 믿고 신성군을 내어준 궁녀 정씨는 미친 자의 칼에 임의로 왕자를 내어준 죄를 추궁받아 음독자살을 기도하였으나 안광익이 살려내어 그녀를 업고 궁궐담을 넘어 내의원을 박차고 나왔다는 과거사를 알게된다. 안광익과 술잔을 기울이면서 유의태는 유도지가 제법 재주가 있지만 의원으로의 그릇이 부족하다면서 한탄하는 모습을 보며 충격을 받는다. 안광익은 게딱지같은 내의원 별것도 없는데 괜히 먹물 먹고 한양말 쓰면서 잘난척하는 유도지를 타일러서 백성이나 돌보게 하라면서 유도지가 유의태와 양예수가 원수지간인 걸 아느냐고 묻는다. 그 과정에서 안광익의 입으로부터 유의태가 과거 어의 양예수와 구침지희의 대결을 펼쳤다는 것을 듣게 된다.[14]

2.1.3. 유의태의 과거

20년 전, 명종 시절, 31세의 젊은 의원 유의태는 취재를 치르러 한양까지 상경하였으나, 너무나도 자신이 잘 아는 시험문제에 완벽한 답을 써냈음에도 낙방하고 벼슬의 벼자도 모르고 살아온 아버지가 자식이 관복 입고 임금님 모시게 되었다면서 "네가 되겠느냐, 네가 되겠느냐"라고 무려 수십리길을 배웅나왔던 것을 떠올리며 분을 참지 못하고 자신의 시험지가 분실된 것이 틀림없다고 시관인 김민세에게 따진다. 그러자 내의원에선 실수따윈 없으며, 시험지가 접수되었는지 확인해달라는 유의태의 부탁도 거절하였다. 이에 분노한 유의태가 어의 양예수가 취재를 주무른다는 더러운 소문이 사실이냐고 따져 물었고,[15] 양예수가 직접 나타나 유의태와 마주한다.

양예수는 어디 감히 촌구석 의원이 내의원 문전에서 행패냐고 꾸짖고, 어중이떠중이 불평불만을 다 들어줄만큼 내의원이 한가하지 않다고 유의태의 이의제기를 일축한다.
양예수: 네 정도 재주는 삼태기로 건질 만큼 많더니라.
유의태: 내가 묻고 있는 건 나으리의 재주도 그 삼태기로 건질 만큼 많은 재주에 속하는지 알고 싶소.

이에 유의태는 양예수에게 구침지희로 자웅을 겨루자고 제안한다.[16] 유의태는 만약 자신이 지면 눈알 하나를 파주겠다고 하였고, 양예수가 지면 유의태의 버선코에 이마를 조아리고 이름을 세번 외친 후 술 한상 차려내기로 하였다. 대결을 위해 어느 기방까지 간 양예수는 술안주도 안되는 네놈 눈깔 어디쓰느냐 라고 짐짓 큰소리를 치면서 대결 시작하지만 일곱번째 호침을 닭에게 찔러넣는 순간부터 양예수는 식은땀을 흘리며 긴장하면서 유의태에게 스승이 누구냐고 캐묻기 시작한다. 양예수가 찌르지 못하자 유의태가 설마 닭이 불쌍해서 못찌르겠다는 헛소리 할거냐면서 찌르라고 마구 재촉한다.[17] 여덟번째 장침에 이르로 양예수는 아예 찌를 곳을 찾지 못하고 허둥대고 유의태는 어디를 찔러야 하는지 가르쳐주면서 양예수를 조롱한다.

아홉개의 침이 다 들어가자 유의태의 닭은 건강하게 구구거리면서 마당을 돌아다녔지만 양예수의 닭은 몇번 푸득거리더니 곧 죽고 말았다. 이에 내의원 의원들이 유의태에게 이놈은 의원이 아니라 닭백정이라고 적반하반 막말을 하면서 달아나려 했지만, 유의태는 약속을 이행하라고 양예수를 막아선다. 양예수는 짐짓 태연한 척 백번도 해줄 수 있다고 유의태는 조선 제일의 명의라고 한번 외치고 가려 하지만, 유의태가 서슬 퍼러게 두번 더 외쳐서 세번을 채우라고 요구하자 한번 더 외치고는 결국 견디지 못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그런 양예수의 뒤에 대고 유의태가 약속대로 술상도 내오라고 비웃고, 내의원 관원들이 약속대로 술 한상을 차려주라고 돈을 내긴 하는데 동시에 유의태를 개잡듯 두들겨팬다. 하지만 유의태는 맞으면서도 승리감에 가가대소하였고 양예수는 그 웃음소리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술까지 끊고 만다. 이후 유의태는 고향에 내려가 한양으론 발길도 하지 않고 심의의 길을 걷게 된다. 대신에 친구들의 폭행을 말렸던 김민세가 밤에 찾아와 친구가 된다.[18] 문제의 닭은 안광익이 몇년있다 찾아갔을때도 건강하게 잘 지냈다고 한다.

유의태와 양예수의 침술대결 구침지희는 산청군 생초면 월곡리 유이태 후손인 거창유씨 가문에 전해오는 이야기이다.

2.1.4. 창녕 성대감

구침지희 얘기에 한창 빠져 있던 허준에게 갑자기 아들 허겸이 달려와 아내 다희가 동네 우진사에게 도둑으로 몰려 잡혀가 고문을 당하고 있다는 얘기를 전한다. 격노한 허준은 우진사 댁으로 달려가서 영문을 데라고 하지만 우진사의 하인들은 우진사의 권세를 등에 업고 허준을 개처럼 다루면서 마당으로 끌고 간다. 자초지종이 무엇인고 하니, 우진사 마누라의 저고리 비단 한감이 없어졌는데, 평소에 한양 시절에 아껴둔 옷감을 팔던 다희가 삯바느질하러 와서 훔쳤단 누명을 쓴 것이었다. 이에 허준이 자신이 병자들을 돌봐주고 받은 것이라서 둘러대고 자신이 허륜의 얼자임을 숨기고 산청까지 온 사실은 숨겼으나, 양반에게 눈빛이 무엄하다고 역시 매질을 당한다. 마침내 허준 부부와 같이 매질당하던 진짜 범인인 늙은 여종이 사실 자신이 흠쳤다고 자백해서 고문은 끝났으나 피투성이가 되어 쫓겨나는 허준 부부에게 우진사 내외는 보상은커녕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었다. 분명히 허준이 누명을 쓴 것임에도 산청 사람들은 허준을 도둑놈으로 음해하면서 허준 내외를 노골적으로 따돌렸고, 그 소문이 병사로 퍼지자 꺽새, 영달도 좋다고 찧고 까불면서 주접을 떤다.

한편 양반집 출신이었던 다희의 강권으로 허겸은 다희를 예뻐하던 박초시댁 노마님의 배려로 박씨 집안 서당에 다니게 되었으나 양반댁 도련님들은 가난한 떡장수네 아들 허겸을 따돌리다못해 구타, 착취를 일삼아 순식간에 쫓겨나고 만다. 가뜩이나 타향 출신에 가난한 허준네 집안을 경원시하던 산청 사람들은 시모를 떡장수로 내보내면서까지 아들을 글공부시키는 허준네를 더욱 따돌리게 되었고, 미인인 다희의 미모를 질시한 여자들이 다희가 기생 출신이라는 음해를 하여 불량배들이 음담패설을 퍼부으며 덤벼드는 지경에 이른다. 허준은 이에 분노하지만 과거 허륜 밑에서 과거에도 응시할 수 없는 주제에 글공부만 많이 했던 자신의 비참한 과거를 떠올리며 굳이 다시 겸이를 중인네 서당에 보내려는 다희에게 "정녕 천자문까지라고 누가 장담하리! 만일 잘못 서당에 보냈다가 천자문 뗀 후 동몽선습도 읽으려 하고 명심보감도 떼려 하고 논어, 시경도 읽고자 하면 그건 자식을 죽이는 길이오."라고 크게 화를 내고 "자식에 대해 욕심내지 마오. 기대도 말고 ... 우리 상것들에겐 금지된 일인즉."이라고 일축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 신분의 벽을 느낀 허겸은 허준이 써준 천자문을 불태워버리고 자꾸 병사로 아버지를 찾으러 온다. 허준은 괜히 공짜밥먹는 재미를 들여주지 않기 위해서 허겸을 애써 모른체 하지만 허겸은 자꾸 아버지에게 달라붙으면서 그간 할머니랑 자다가 아버지랑 자겠다고 자꾸 졸라대고 막막한 신분의 벽에 허준은 처자식과 노모만 없었다면 그냥 변돌석을 따라가 나로도에서 낚시나 하면서 살수 있었을 것이라고 좌절하는 지경에 이른다.

그러던 어느날 유의태가 갑자기 허준을 불러 창녕 성대감 댁에 가서 중풍 든 마님을 치료하라고 지시한다. 반드시 유의태를 데려오라는 분부를 받은 성대감의 아들이 대체 이자가 누군데 데리고 가라는 것이냐면서 항의하자 유의태는 믿어볼만한 아이라면서 지금 당장은 병사에 위급한 환자가 많아 갈 수 없으 먼저 허준이 치료를 하고 있으면 자신이 4,5일 후에 따라가겠다고 한다. 허준은 유의태를 위해 준비된 가마를 타고 창녕으로 가게 되었으며, 허준 일가는 물론 병사 전체가 허준이가 큰갓 쓴 양반들이 가져온 가마타고 성대감네에 가게 되었다고 발칵 뒤집힌다. 특히 임오근이 질투에 차서 허준이만 아니었으면 자기가 가는 것이었다면서 어쩔 줄 몰라했고,[19] 오씨가 상화를 불러서 허준이 단순히 심부른 간 것인지 아니면 진짜로 성대감댁 마님을 치료한 것인지 당장 실토하라고 추궁한다. 이에 유도지가 심부름이면 상화가 갔지 언제 허준이 갔냐면서 아버지가 자신보다 허준이를 더 믿는 모양이라고 역시 질투심에 씹어뱉는다. 분을 참지 못한 오씨는 유의태에게 찾아가서 드잡이를 하는데 대화가 가관이다.
오씨: 허준인지 그 아이가 당신에게 무어요?
유의태: 무어라니?
오씨: 그 놈을 창녕 모모한 댁으로 떠나보낸 걸 다 알고 있소.
유의태: 그게 무슨 감출 일이던가, 알고 맡고 하게.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려 들지 말고 건너가오.
오씨: 쓸데없는 일? 자식의 장래에 얽힌 일인데 쓸데없는 일이란 말이오?
유의태:...
오씨: 왜 말 못하시오. 자식도 의원 아니오. 자식이 의원이람 아비란 사람이 의당 일부러 잘 낫는 병자를 골라주어 그 집 젊은 의원 병 잘 고친다는 소문이 나도록 해줘야 옳고 여기저기 대가집일랑 일부러라도 기횔 만들어 내 자식을 보내어 안면을 넓혀주고 이름이 드러나도록 해줘야 옳지.
유의태: 부인 말이 일리가 있네.
오씨: (패악을 부리며) 지금 와서 일리가 있다니 무슨 일이오. 나도 다 들었소. 지금 허준이가 간 집이 창녕에서는 모모한 대감댁이라는 걸 내가 모르는 줄 아오.
유의태...?
오씨: 그런 아까운 데를 자식을 젖혀놓고 다른 것들을 보낸 사유를 말하란 말이오.
유의태: 돌아가시오.
오씨: 대답해요.
유의태: 중풍의 혈행을 다스리는 건 침이오. 그리고 그 침을 잡는 법은 도지의 분야가 아니고.
오씨: 어째요?
유의태: 또 대가집 대가집 하나 그 대가집이란 일이 성공이 됐을 때는 사례가 후한 법이나 반면 실패했을 땐 그 추궁도 매운 법이외다.
오씨: (반색하며) 아니 그럼?
유의태: 그럼 이라니?
오씨: 옳지 그럼, 허준이 그놈을 이 기회에 아예 죄를 씌워 내쫓을 셈으로?
유의태: 죄를 씌운다는 건 또 무슨 소린가?
오씨: 그놈은 애초부터 우리 집을 배반했던 놈 아니오.
유의태: (실소) 죽도록 좋은 일만 골라서 해도 못다 하도록 사람의 일생이 짧은데 어찌 뻗어나는 싹을 짓밟는 악행을 하리.

한편 창녕에 다다른 허준은 도열한 성대감댁 권속들의 마중을 받으면서 으리으리하기 그지없는 성대감의 아흔아홉칸 저택으로 들어서게 된다. 저택에 들어가니 하인들 뿐만 아니라 문중의 갖은 선비들까지 들어와서 기다리고 있는데, 성대감이 위엄있지만 부드럽게 허준을 환영하면서 듣던 것보다 젊다고 한다. 성대감의 아들이 허준이 유의태가 아니라 유의태의 제자라고 소개하자 성대감은 격노하여 창녕엔 의원이 없어서 산음까지 사람을 보낸줄 아냐면서 제 어미의 병인데 어찌 이리 무심하냐고 아들을 꾸짖고, 당장 다시 사람을 보내서 유의태를 잡아오라고 지시한다. 서릿발같은 분위기에 집안 어르신들조차도 어찌할 바를 모르고 눈치만 살피는데, 사랑방으로 들어가려는 성대감에게 허준이 안받아준다면 할 수 없지만 자신 또한 의원이라고 항변한다. 허준을 안내한 늙은 선비가 허준에게 어느 안전이라고 언성을 높이냐고 꾸짖지만 허준은 병은 의원이 고치지 높은 벼슬의 위세로 고치는 것이 아니라고 맞받아치고 선비들이 일제히 허준에게 삿대질을 해대며 호통친다.

그러자 허준에게 관심을 보인 성대감은 네 재주가 스승보다 낫다는 말이냐고 비웃고, 허준이 자신 또한 의원이지 유의태를 욕보이는 말은 하지 않았다면서 돌아가려 하자 성대감이 허준에게 서라고 명령한다. 허준을 안내해온 백발 선비가 어서 허리를 굽히지 못하겠냐고 호통치자 허준은 자신도 모르게 병을 고치러 왔지 굴신하러 온 것이 아니라고 반항하고 말고 선비들조차 경악한다. 자기도 모르게 반항한 허준 스스로도 자신이 미쳤나 싶어 고개를 숙이고 성대감의 처분을 기다리지만, 성대감은 병자를 보여주라고 지시한다. 성대감의 직접 설명을 받으며 중풍에 걸린 마님의 진맥을 무려 반식경이나 살핀 허준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닌 경우 인기척을 없애고, 배개를 반의 반으로 낮추며, 환자의 눈을 피로하게 하는 지나치게 밝은 불빛을 줄이고, 환자가 제일 수치스러워하는 것은 대소변을 받는 일인데 요강을 즉시 비워 공기를 환기하고, 환자에게 수치심을 주지 않게 조치한다.

다음날 허준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물어본 성대감은 허준이 직접 물을 떠와서 약을 달인다는 말에 유의태 이름은 들었어도 유의태 제자 이름은 들은 적이 없으니 만약 조금이라도 일이 서툰 것같다면 즉시 유의태를 데려오기 위해서 허준이 어떻게 약을 조제하는지 보러 찾아간다. 허준이 인사함에도 받아주지도 않고 안방에 들어간 성대감은 어머니를 돌보던 딸에게 오빠들 시키고 이제 가서 잠 좀 자라고 하는데, 딸이 허준도 잠을 못잤다고 두둔하자, 정성으로 낫는 병이면 진작에 나았고, 의원이 병을 치료하기 전엔 의원 대접할 필요가 없다고 묵살하는데, 허준이 들어와 성대감에게 환자가 이제 겨우 잠들었으니 환자의 잠을 방해하지 말고 나가라고 지시한다. 일개 의원이 지시하는 상황에 어이없는 건 둘째치고 성대감은 약처방이 유의태가 내려준 것인지부터 묻지만, 허준은 유의태가 환자를 보지 못해서 처방을 할 수 없으니 자신이 지었다고 대답한다. 이에 성대감은 온갖 의원들이 와서 자신이 치료할 자신이 있다고 독한 약을 마구 먹여 환자를 괴롭히는 것을 봤다면서 치료할 자신이 있는지를 추궁한다. 허준은 솔직하게 자신 없다고 하고 배운 의술과 정성으로 애쓰는 소임을 다할 뿐, 다짐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성대감에게 당장 나가라고 마주 호통을 치고, 성대감은 무명의 의원의 패기에 신선함을 느끼면서 안방에서 나간다.

허준의 패기와 정성에 성대감 댁의 허준에 대한 대접도 날이 갈수록 좋아져 처음에 행랑채에서 머물면서 식사는 청지기방에서 개다리소반에 반찬 두어개 정도 받았으나, 이틀 후에 큰아들의 작은 사랑으로 숙소가 바뀌었으며, 며느리들의 지휘 아래에 종 둘이 통영산 소반 위에 가득 음식을 올리고 거기에 번상에 부가 반찬까지 올리는 등 귀빈으로 대접을 받게 된다. 한약으로 마님의 기력이 회복되자 허준은 목욕재계를 하고 침을 놓기 시작한다. 허준은 성대감에 젖가슴 사이에 상완이란 혈자리를 반드시 짚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성대감은 이를 수락한다. 이어 배꼽 아래 한치 음교에 침을 놓아야 한다고 허준이 설명하자 성대감도 안색이 창백해졌고 죽은 듯 누워있던 마님이 차라리 못나아도 침을 맞지 않겠다고 눈물을 흘리며 외친다. 허준은 숱한 부인들이 죽을 병에 들어도 부끄러운 곳을 보이지 않아 목숨을 잃는다면서 아직 세상에 여자 의원이 없으니 참고 견뎌야 한다고 외친다. 결국 성대감은 아들들을 물리고 손수 아내의 하반신을 노출시켜 침을 맞게 한다. 침 시술이 끝난 후 성대감이 허준과 겸상을 차려놓고 저녁을 먹자고 하지만 녹초가 된 허준은 세수를 하자마자 기절해서 잠들고 만다.

한편 8일째 되던 날 약속했던 유의태 대신에 임오근이 오는데, 임오근은 청지기에게 마님의 환후가 한결 가벼워졌단 말에 경악하고, 성대감이 유의태가 오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도 그러려니 하는 모습에 또 경악한다. 그리고 성대감 식구들이 허준을 마치 일가인양 다정하게 극진히 모시는 것을 보고 거의 절망을 느낀다. 그리고 열흘째 되던 날 새벽, 허준은 중풍이 들어 수년 운신도 하지 못했던 마님을 마침네 걷게 만드는데 성공한다. 집안은 그야말로 감동의 울음바다가 되고 창녕 사람들은 허준을 약사여래처럼 우러러보게 된다.

2.1.5. 파문된 허준

노마님을 낫게 한 허준은 성씨 집안에서 거의 아들과 같은 성대한 대접을 받고 연일 축하연에 초대되며 많은 선물을 받게 된다. 허준은 드디어 자신의 지금까지의 고생이 유의태의 수제자로 인정받음으로 보상받았다고 자부하게 되고, 이제 임오근의 자리인 병부잡이도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데, 성대감과 노마님이 대가로 새 집을 지어주겠다고까지 제안했지만 허준은 이를 겸손하게 사양하며 대가는 모두 유의태에게 보내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던 중 허준이 무심결에 자신의 소원은 유의태 밑에서 10년 공부를 채운 후 취재에 응시하여 내의원 의원이 되는 것이라고 밝히는데, 성대감이 자신의 친구 우의정 노수신이 내의원 도제조로 있는데 허준과 같은 인재는 마땅히 천거해주겠다고 추천서를 써주겠다고 제안한다. 허준은 기쁨에 넘쳐 성대감에게 감사하고, 임오근은 옆에서 충격을 받아 부들부들 떨더니 자신에게도 추천서를 써달라고 빌지만 성대감은 임오근의 의술을 아직 본 일이 없으므로 써줄 수 없다고 거절한다.

이후 솟을대문까지 나와 배웅하는 성대감 식구들과 작별한 허준과 임오근은 성대감 식구들이 준 막대한 양의 선물을 들고 산청으로 돌아가게 된다. 나루터에서 뱃사공을 기다리는 와중에 임오근은 갑자기 통곡하면서 자기가 유의태 밑에서 십수년간 머슴질만 하고 살았는데 자신을 살릴 수 있는 것은 유의태도 아니고 허준 뿐이라면서 제발 성대감에게 자신을 위한 추천서도 하나만 더 써달라고 부탁한다. 짧은 기간이지만 성대감의 인성을 파악한 허준은 아무리 자신의 부탁이라도 성대감이 자신이 직접 본 적이 없는 자를 위해 추천서를 써줄리 없다고 거절하자 임오근은 사납게 돌변하여 너 혼자 꿀물을 빨려 드냐고 비난하고 원래 그 자리는 자신의 것이었다고 억지를 부린다. 그러자 허준은 그렇다면 당신에게도 곧 기회가 있을 것이니 그때 치료하고 추천서를 받으라고 합리적으로 일축하는데 흥분한 임오근은 너 혼자 잘되는 꼴을 보느니 추천서를 찢어발기겠다고 패악을 부리다가 급기야 돌뿌리를 집어들고 허준을 뒤에서 공격한다. 때마침 도착한 뱃사공이 임오근이 도적인 줄 알고 노로 두들겨패서 제압하지만 분노에 찬 임오근은 곧바로 허준에게 인사도 없이 먼저 유의태네 병사로 달려간다.

어쨌거나 승자인 허준은 나중에 임오근과 화해할 결심을 하고 먼저 집으로 달려가 그간 있었던 일을 자랑한다. 그런데 뜻밖에도 아내 다희는 남의 권세를 빌어 내의원 의원이 되려 하냐고 허준을 힐난하기 시작한다. 처음엔 웃어 넘기려던 허준은 다희가 끈질기게 허준은 설득하려 하자 격노하여 주먹질까지 하려 드는데, 어머니 손씨도 와서 다희를 편들며 허준을 꾸짖는다. 하지만 허준은 "어머님이 무어라 하시건 이 일만은 어머님 말씀대론 못 하오리다. 알면 아는 대로 모르면 모르는 대로 당당히 시험을 쳐서 붙으면 그야 통쾌는 하오리다. 하나 대여섯 사람 뽑는데 나라 안에서 몰려드는 의원이 자그만치 천 명도 넘을 때가 많소이다. 한데 고집대로 살잔 말이오! 난 못해요. 다시 말하오만 이 서찰은 내가 꾸민 것도 아니요 자청한 것도 아니요 성대감이 자진하여 꾸며준 게요. 상대가 누군지 아오. 시임 우의정에 현재 내의원 도제조란 말이외다. 어림도 없는 소리. 차라리 내 목숨을 나눠줄지언정 이건 못 버려!"라고 소리를 지르며 집을 뛰쳐나가버린다.

할짓이 없던 허준은 그냥 병사에나 가는데 영달과 꺽새 등은 허준의 인사에도 노골적으로 적대감만 드러냈고, 유의태의 명으로 허준을 불러오려던 상화만 허준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그런데 유도지[20], 임오근을 거느린 유의태는 허준의 인사에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며 추천서를 빼앗아 불태워버린다. 유의태는 "네가 내게서 배운 재주로 기량을 키우려 않고 벼슬 높은 자의 서찰 따위로 네 앞날을 열려고 마음먹은 순간에 너는 이미 나를 배신한 것, 너와 나의 인연은 끝났더니라. 나가거라!"라고 허준을 즉시 파문하고, 임오근, 영달, 꺽새는 좋다고 달려들어 허준을 내치는 것에 끝내지 않고 아예 린치를 가한다. 급기야 유의태의 마누라 오씨가 날뛰면서 영달과 꺽새를 보내서 허준의 집을 습격해서 허준이 성대감댁에서 받아온 답례품들도 자기집에서 배운 것으로 얻은 것이니 다 자기것이라고 패악을 부리면서 모조리 약탈해가고 허준의 자식들은 설빔할 옷감도 뺏겨 울부짖는다. 설상가상으로 성대감이 허준을 경남의 여러 양반가에 추천했으나 허준을 찾아온 양반가 사람들에게 영달과 꺽새가 허준은 이미 한양으로 떠났다고 거짓말까지 한다.

이후 2달간 칩거하던 허준은 유의태에게 사죄하자는 어머니와 아내를 무시하고 자신도 이제 유의태에게 미련이 없음을 선언한다. 심지어 어차피 자신의 의술이 완성된 것도 아닌데 유의태에게서 배운 의술로 먹고 살 생각도 없다면서 나로도로 가서 변돌석과 함께 어부를 하면서 살겠다고 한다. 성대감에게 가서 다시 추천서를 받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랬다간 유의태에게 비웃음당할 것을 생각하니 그건 또 자존심이 상해서 그만두고 나로도로 가는 배가 있는 여수로 가던 중 백운산에 이르렀을 때 허준은 두냥이 넘는 커다란 산삼을 발견한다. 팔자를 고쳤단 생각에 흥분한 허준은 이목을 피하기 위해 지리산으로 달리다가 집근처 독녀성의 폐허에 이르지만 다섯명의 약초꾼에게 포위된다. 약초를 저고리에 싸고 주위를 살피며 내려오는 그 모습이 수상하여 감시하고 있던 약초꾼들은 허준을 때려눕히고 산삼을 빼앗아간다.

기절한 허준을 삼적대사와 안광익이 구출하여 허준의 집까지 데려다놓는데[21], 두 사람은 명색이 설인데도 빈곤하기 그지 없는 허준네 집을 보고 한탄한다. 겸이를 보고 너희 집은 조상 중 죽은 사람도 없냐면서 혀를 차던 안광익은 유의태 부인 오씨의 탐욕을 꿰뚫어보며 이제 곧 그집 안방에서도 썩는 내가 날 것이라고 저주한다. 이때 깨어난 허준이 울부짖으면서 자신을 공격해서 산삼을 빼앗은 약초꾼 얼굴을 다 봤으니 절대 그 산삼을 소문 없이는 못 팔 것이라면서 잡아서 산삼을 되찾겠다고 날뛰기 시작한다. 손씨와 다희가 울면서 그까짓 산삼 잊어버리고 그냥 유의태를 찾아가서 잘못을 빌자고 하지만 이성을 잃은 허준은 유의태고 개나발이고 알바 아니고 부처가 우리에게 해준 것이 뭐가 있냐고 독설을 퍼붓는다.
허준: 말씀 잘 하셨습니다. 그래서요? 어머니가 그토록 위하는 부처가 오늘날까지 어머님을 위해 해준 게 .무엇입니까. 말끝마다 부처님 부처님 ...
손씨: 우리 식구 무탈하게 이만치나 사는 것도 모두 부처님의 자비니라.
허준: 암요. 제가 천하게 태어난 것도 부처님의 자비지요.
허준: 무어라고?
다희: 여보 ...
허준: 흥, 낯선 고장에 가면 천한 놈도 기를 펴고 살 새 세상이 기다리고 있겠거니 ...
손씨: 오냐, 그래 하고픈 말 마저 해보아라. 나도 이번 식구들에게 인사도 없이 집을 나서버린 너를 보고 돌아오면 꼭 할 얘기가 있다고 기다렸다.
허준: 백번 해봤자올시다. 나는 종살이 끝에 용천 현감 허사또의 첩실이 된 천첩 소생이고!
다희: 당신 왜 ... 대체 이 ... 럽니 ... 까 ... 항차 그까짓 산삼이 무엇입니까?
허준: 그래서 아버질 아버지라 부를 수도 없구 곤두박질 여우짓을 열번 스무번 해봤자 겨우 시골 관아의 아전이 되는 것쯤이 고작올시다! 그 아전이라도 될까요? 백성들 토색질하구 약한 놈 등이나 쳐먹는 아전이라도! (...) 의원이고 개나발이고 그 따위 꿈 버렸습니다. 발버둥질쳐 봤자올시다. 제 소망이 고작 의원이었으니까 ... 더 ... 이 ... 상 미련두어 이 세상 쳐다볼 생각 없다, 그 말올시다. 무슨 일 있어도 산삼을 찾아 배 한 척 마련하여 넓은 바다에 나가 그물이나 치구 ...
손씨: 난 싫다.
허준: 싫어도 난 정했습니다. 함께 살기 싫으면 아무도 따라오라 사정하지 않겠으니 그리 아소서.
손씨: 그래 그토록 의원이 싫다 하면 의원은 마다 하자. 하나 아전도 ... 아전 나름 어려운 현민들 도와주며 정직하고 근실하게 사는 아전이 되리란 결심을 왜 못할꼬.
허준: 정직하고 근실한 게 통하는 세상인 줄 아십니까. 내 자리 차지하자고 있는 말 없는 말로 괴롭힌 놈들이 저 유의태의 집에만도 우글우글합니다. 흥 먹느냐 먹히느냐가 이 세상사올시다. 고기잡이 왜 못합니까. 항차 부친 따위가 무엇입니까 사람만 안 해치고 남의 것 도둑질만 않으면 세상천지 거리낄 게 무엇이냐, 그 말올시다!

온 집안이 눈물바다가 됐을때 갑자기 삼적대사가 끼어들어 "암 도둑질은 말아야지. 하지만 내가 알기로는 너야말로 도둑놈이니라!"라고 허준을 꾸짖는다. 이미 눈이 돌아간 허준은 흥분해서 삼적에게도 땡추중놈이라고 욕설을 퍼붓고 덤벼드는데[22] 김민세는 "꼭 남의 집 담을 넘어야 도둑이더냐? 유의태의 밥을 먹으며 약초를 식별하는 수업을 쌓지 않았다면 그 산삼인지 뭔지가 그토록 값나가는 것인 줄 네놈이 어찌 알았을까 보냐고 말하고 있는 게다! 그럼에도 유의태에 대해 고마워하는 말은커녕 저 혼자 팔자 고칠 궁리에 바빴으니 그건 도둑이 아니고 무엇이냐!"라고 꾸짖고 안광익은 제 어미 눈에서 피눈물도 예사로 뽑는 살모사같은 자와 할말 없이 가자고 빈정댄다. 허준이 흥분해서 덤벼들자 갑자기 김민세가 허준에게 면천시켜주랴? 하고 묻는데, 허준은 중도 여덟가지 천한 신분 중 하나인데 면천 너나 하라고 야유한다. 하지만 식구들의 아우성을 통해 허준의 사정을 눈치 챈 김민세는 보아하니 도주 중인 사노비 출신인듯 한데 그 신분이 탄로나면 지금 귀여워하는 마누라, 자식들 모두 노비가 되어 양반가 성노예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하더니 2가지 면천하는 길이 있다고 가르쳐준다. 하나는 고자가 되어 내시가 된 후에 임금 어명 출납을 담당하고 수라상을 감독하는 종2품 상선에 이르면 천민 중에서 유일하게 대감 소리 들을 수 있게 되는데 이미 처자식을 둔 허준은 실격이라고 잘라서 말한 후 내의원에 들어가 어의가 되면 정3품 영감 소리 들어서 확실히 면천할 수 있다고 얘기해주고 총총 떠난다.

허준은 차라리 하늘의 별을 따라고 하지 그러냐고 처음엔 욕을 하다가 갑자기 태도가 돌변하여 울부짖으면서 제발 얘기 좀 하자고 이미 쪽배를 타고 떠나가는 그들을 쫓아가며 면천하는 길이면 무엇이든지 하겠다고 절규한다.

2.2. 중권

2.2.1. 안점산 산적사, 김민세의 과거

가족들의 극진한 간호로 완쾌한 허준은 유의태를 찾아가 김민세의 소재를 묻는데, 유의태는 영달과 꺽새로부터 한양으로 떠났다던 허준이 나타났음에도 추호의 관심도 연민도 없이, 다만 모르는 사람은 아니라는 투로 싸늘하게 함양 북쪽 30리 지점에 있는 안점산 삼적사에 가면 삼적대사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툭 던지고 떠난다. 이에 안전삼으로 찾아간 허준은 폐허에 가까운 안점산을 보고 의아해하는데, 웬 북소리를 듣고 가까스로 삼적사를 찾아낸다. 삼적사에 가보니 법고를 두들기는 매서운 눈빛의 소년이 있는데 허준의 눈인사를 받고도 아는체도 없었으나 허준은 안광익의 아내 궁녀 정씨를 보고 제대로 찾아왔음을 알고 안도한다. 하지만 허준은 김민세와 너와집 법당에서 불공을 드리는 20명 가량의 신도들이 다름아닌 문둥병 환자들이라는 것을 알고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른다. 김민세는 허준에게 자신을 도와 1년간 문둥이들을 돌봐준다면 확실히 면천하는 길을 알려주겠다고 제안하는데, 안광익이 끼어들어 자신은 문둥병을 낫게 하는 것은 인골류라는 풍문을 믿는다면서 어차피 살아서 해악만 끼치는 버러지들이 많은데 그런 놈들 잡아다가 환자를 살리는 것도 좋지 않겠냐고 독설을 퍼부으면서 만약 자신을 따라 인체해부학을 연구해보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허준은 김민세가 분명 가족 중 누가 문둥병에 걸렸거나 자기 자신도 문둥병 환자라서 자신을 끌어들이려는 속임수라 여기고 달아나 그냥 성대감의 추천장을 다시 받아서 내의원 안에서 의술을 더 공부하기로 결심한다. 그런데 궁녀 정씨가 나타나 눈물을 흘리며 제발 김민세를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이에 허준은 자신은 처자식이 있어 이런데 있을 수 없다고 뿌리치는데, 김민세는 허준에게 '의지일생 묘법존심' 8자가 적힌 서찰을 남긴 상태였다. '의원으로 나아가는 길은 따로 묘법이 없고 온갖 비방은 마음속에 있다.'라는 모호한 내용의 서찰에 혹시 면천의 구체적 비법이라도 있지 않을까 했던 허준은 더욱 실망하는데, 떠나기 전 김민세가 대체 왜 이러는지가 궁금하여 궁녀 정씨에게 김민세가 대체 왜 문둥이들에게 이렇게 지극정성인지를 캐묻는다. 이에 궁녀 정씨는 문둥병 환자 중에 아들이 있다고 대답하고 허준은 역시 그럴 줄 알았다면서 떠나려고 하는데, 정씨는 사실 그 아들은 친아들이 아니라 원수의 아들이며 바로 저기 법고를 두들기는 소년임을 가르쳐주고, 김민세의 과거에 대해서 알려준다.

사연인즉, 원래 김민세는 22세에 내의원에 1등으로 등원하여 어의 양예수의 후계자로 자라난 내의원의 촉망받는 거물이었으며 양예수의 배려로 서른이 넘어 궁녀 정씨의 언니에게 장가를 들어 정씨의 형부가 되었다. 김민세 부부는 아들 하나를 낳고 길상이라 이름 붙여 매우 행복하게 살고 있었는데, 길상이가 7살이 되던 해 김민세의 장인 장모의 회갑을 맞아 친정에서 잔치가 열리게 된다. 회갑연이 끝난 후 정씨 일가가 집으로 돌아가던 중 장마에 불어난 한강물을 건너지 못하고 주막에서 하룻밤을 묵었는데 다음날 길상이가 사라진 것이었다. 이에 시탕 대령 때문에 회갑연에 오지 못했던 김민세까지 퇴궐하여 온 식구가 길상이를 찾아 나섰는데, 문둥이들이 나타났다는 소문이 돌고 식구들의 불안은 더욱 커지게 된다. 결국 김민세 혼자 소문을 좇아 과천까지 가서 길상이의 행방을 수소문하는데 서낭당에서 치성을 드리던 고부가 뜻밖에도 웬 노부부가 아이를 산으로 끌고가는걸 봤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반쯤 미쳐버린 김민세는 산속의 움막집을 찾아내어 자기가 직접 갖바치를 찾아가서 맞춰준 길상이의 신을 발견한다. 집안으로 쳐들어가니 문둥이 부부와 두 딸이 길상이를 잡아 끓인 국을 나눠먹고 있었다. 정신줄을 놓은 김민세는 쇠스랑을 집어 저항도 하지 않는 네식구를 모조리 찍어죽였고 국솥을 받치던 질화로가 쇠스랑에 맞아 박살나면서 집에 불까지 나게 된다. 김민세는 그대로 자수할 생각으로 내려가는데, 자신의 아들의 옷을 입은 누군가를 발견하고 흥분하여 붙들지만 알고보니 아까 죽인 문둥이 가족의 아들이었다. 겁에 질린 소년은 길상이의 옷을 벗어던지면서 자신은 사람을 잡아먹지 않고 뱀과 가물치만 먹는다고 변명하며 이옷은 아버지가 줘서 입었을 뿐이라고 한다. 김민세는 이 소년을 반드시 낫게 할 결심을 하고 앙예수를 찾아가 가족들에게 그간의 사정을 말하는데 아내는 그 사실을 알고 미쳐서 우물에 던져 목숨을 끊는다. 아내를 장사지낸 후 입궐한 김민세로부터 그간의 사정을 들은 양예수는 그까짓 흉악범 죽인건 죄도 아니니 진정하고 궐에 남으라고 설득하지만 김민세는 "그들의 피도 우리 피처럼 붉었습니다. 소인의 눈으로 똑똑히 보았습니다. 그들은 문둥이라는 병자였을 뿐올시다."라면서 하직의 인사를 올리고 내의원을 떠난다. 이후 김민세는 두류산에 이르러 서산대사를 만나 정식으로 출가를 하고 중이 된다.

이 사연을 알게 된 허준은 전율하면서 결코 양부의 자애에 훈도된 아이의 눈이라기보단 오히려 살부지수인 걸 잊지 못하는 눈이라고 불안해한다. 이에 정씨는 안광익도 그 점을 경고했으나 김민세가 듣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허준은 김민세를 다시 보긴 하였으나 문둥이가 되어 가족들에게 돌아갈 순 없다고 결심하고 성대감을 다시 만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2.2.2. 허준의 1차 취재 응시

헌데 기껏 창녕에 도착해보니 성대감댁 하인 만석이로부터 성대감이 이미 예조판서에 제수되어 동지사로 중국에 갔고 정경부인도 한양에 있다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성대감의 귀국이 언제 될지는 기약할 수 없으며, 정경부인의 중풍도 한차례 재발했었는데, 허준을 부르려 했으나 영달과 꺽새의 거짓말 때문에 길이 엇갈려 유의태가 직접 와서 치료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날 눈길 때문에 주막에 머물게 된 허준은 밀양에서 3대째 의원을 하는 부인병 전문 의원 박갑서란 사람을 만나서 얘길 나누게 되는데, 3대째 의원을 한다면서도 무슨 내의원 연줄에 집착하고, 딱히 학식도 없어보이는 그를 보고 실망하면서도 동시에 자신감을 얻게 된다.

집으로 돌아온 허준은 식구들에게 그간 있었던 일과 김민세의 사연에 대해서 얘기해준 후 내의원 취재에 응시하겠다는 다짐을 밝힌다. 특히 상화의 도움으로 유의태 집에 있는 의서들을 빌려서 공부할 수 있었는데 상화는 임오근이 명실상부하고 유의태의 수제자로 등극하였으며 배우려는 의지가 엄청나다는 소식을 전해준다. 이후 2달간 허준은 칩거하면서 미친듯이 의서 공부에 열중하고, 3월초에 임오근과 유도지가 한양에 취재를 보러 간다는 소식을 전해듣자 열흘 안에 한양에 갈 계획을 세우고 3월 하순에야 출발하게 된다. 6일을 부지런히 걸어 충청도 태령산 인근 주막에 이르렀을때 허준은 뜻밖에도 진작에 출발했던 상화를 만나게 된다. 알고보니 유도지와 임오근이는 단양팔경까지 느긋하게 유람한 것이다. 허준은 유도지와 임오근을 찾아가 인사하지만 책을 보고 있던 유도지는 가볍게 눈인사만 하고 무시하고 임오근이는 아예 싸늘하게 노려보기만 한다. 급기야 무슨 종자로 오해받아 허준은 다른 의원들에게 공부하는데 방해된다고 쫓겨나고 만다.

그런데 그날밤 웬 농사꾼 부부가 달려와 아버지가 아프다고 제발 의원들을 깨워달라고 눈물로 사정하기 시작한다. 유도지는 부부가 설명하는 증세를 듣더니 간이 나쁜 모양이라고 처방을 써줄테니 날이 밝는대로 약을 해먹이라고 한다. 하지만 부부는 자기들이 돈도 없고 동네의원조차도 집안 잔치 때문에 자리를 비워서 약을 구할 수가 없으니 제발 잠시 집에 가서 치료를 해달라고 간곡히 부탁한다. 하지만 의원들은 성을 내면서 부부를 내쫓고 부부는 통곡하는데, 이때 허준이 나타나서 자신이 도와주겠다고 그들을 따라나선다. 허준을 보면서 공명심 때문에 헛짓한다고 비웃던 의원들은 임오근으로부터 저게 허준이란 말을 듣고 흥분해서 그 성대감댁 정경부인 마님 중풍도 낫우었다는 허준이의 의술 구경하자고 주막집 일군인 떠꺼머리를 다그쳐서 우르르 따라나선다.

결국 의원 중에 단양사람 우공보와 봉화사람 정상구가 허준을 따라잡아 같이 충청도 진천현 버드네 마을에 있는 농사꾼 부부의 집에 도달하게 된다. 농부의 아버지인 병자는 돈도 없는데 어딜 의원을 데려왔냐고 욕설을 퍼부으면서 자신은 살만큼 살았다고 하지만, 허준이 의원의 소임은 돈이 아니라 병을 고치는 것에 있다고 부드럽게 달래자 눈물을 흘리며 살려달라고 간청한다. 허나 이 환자는 알고보니 중증 위암 환자였고 허준은 그가 몇달밖에 더 살지 못할 것을 알았으나 내색하지 않고 급한대로 통증을 덜 수 있는 치료를 해준다. 이에 감격한 농사꾼 부부는 이웃들에게 쌀밥과 닭을 빌려 닭개장으로 성대한 아침을 차려서 대접하는데, 소문을 듣고 온 동네 주민들이 몰려와서 허준에게 병을 치료해달라고 빌기 시작한다. 결국 허준은 잠시 남아서 이들을 돌봐주기로 한다. 정상구는 자신은 발걸음도 느리고 평생 벌려서 치는 취재인데 객기를 부려도 유분수라고 제일 먼저 떠나고 우공보는 잠시 남아 허준을 돕는다.

허나 한참 치료했음에도 소문이 퍼져서 환자는 끊임없이 몰려들고 우공보가 이러다간 취재를 못볼 것이라고 허준을 설득하지만 흥분한 주민들의 욕설 속에 쫓겨나고 만다. 이후 촌로의 지휘 아래에 마을 사람들의 도움 속에서 허준은 체계적으로 환자를 돌보고 감복한 마을 주민들도 최대한 성심성의껏 허준을 대접한다. 결국 허준은 하루종일 환자들을 돌보고 다음날 새벽까지 진료를 하다가 떠꺼머리의 안내로 출발하게 된다. 그런데 알고보니 떠꺼머리가 처음에 나서서 허준에게 정상구와 우공보를 안내한 것은 자신의 노모도 중병에 들었기 때문이었고 지금까지 허준을 자신의 집에 데려올 기회를 노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떠거머리는 눈물을 쏟으며 제발 자신의 어머니를 살려달라고 빌더니 급기야 식칼을 들고 위협하기 시작한다.
떠꺼머리: 그냥 가면 죽일 터! 울 엄닐 안 살리고 가면 너 죽고 나 죽는 거여!
허준: 그 칼 놔! 그리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잠시 내 말 듣게. 자네야말로 첨부터 내 사정을 지켜본 사람 아닌가. 용서하게.
떠꺼머리: 당신 사정 따윈 난 몰라. 당신이 울 엄니 병을 낫을 수 있는 사람이란 것만 지켜보고 있었던겨!
허준: 네가 핍박을 하건 말건 난 떠나야 해.
떠꺼머리: 뭐 어째!
허준: 사람 살려달라며 칼을 휘둘러? 내가 그깐 칼이 무서워서 사정하는 줄 아나. 찔러보아! 칼 아니라 더한 것으로 핍박해도 날 못 막아!

허준의 기세에 압도된 떠꺼머리가 망설이는 틈에 허준이 길을 떠나려 하지만 떠꺼머리가 진짜로 찌르려고 덤비자 허준은 태껸 실력으로 떠꺼머리를 제압한다. 하지만 이 소란을 듣고 나온 떠꺼머리의 노모가 피를 토하고 쓰러지자 허준은 결국 취재길을 포기하고 노모를 돌보기 시작한다. 허준은 자신의 손가락을 물어뜯어 피를 먹이는 민간요법까지 동원하여 노모를 극진히 보살피고 떠꺼머리는 눈물을 흘리며 고마워하더니 말을 구해주겠다고 한다. 이에 허준이 반색하는데 약간 모자란 떠꺼머리는 말을 구해오겠다고 훔쳐오려 했고 포졸들에게 체포되서 끌려온다. 허준은 말을 훔쳐오라고 교사한 범인이 되어 육모방망이를 두들겨맞으며 같이 하옥된다.

허준은 모든 것을 포기하려는데, 떠꺼머리의 노모가 주막으로 달려가 사정을 알린 통에 온 버드네 사람들이 진천현청으로 달려나와 허준의 무죄를 탄원하여 허준은 가까스로 제때에 석방된다. 30대초 반의 매우 젊은 나이인 진천현감은 허준에게 감사를 표하며 그를 극진히 대접하고 말과 신분증을 내줄터이니 잠시라도 쉬다 가라고 청한다. 허준은 묘하게 낯이 익은 현감을 보면서 의아해하는데 알고보니 아내 다희의 옛 정혼자인 김상기였으나 김상기는 허준을 알아보지 못한다. 허준은 김상기가 호인임을 새삼 느끼며 이런 김상기가 아닌 자신을 택한 아내를 실망시키면 안된다고 다짐하면서 쉬지 않고 바로 말을 타고 한양으로 달려간다. 용천 살 적에 승마를 배운 허준은 단숨에 남한산성까지 이르렀으나, 200리를 달려온 말이 넘어지면서 허준은 낙마하고, 5일간 한숨도 자지 못했던 허준은 그대로 기절하여 곯아떨어지고 만다.

다음날 한낮에야 깨어난 허준은 자신이 취재를 놓쳣음을 깨닫고 절규하면서 동대문을 통과하여 마방에 말을 맡기고 저녁에 이르러서야 가까스로 내의원에 이르러 이제라도 취재를 보게 해달라고 하소연하지만 미친사람 취급을 받고 쫓겨난다. 이번 취재에 응시한 928명의 의원 중에 총 7명이 합격했으며 도지는 그 중 6위를 기록한다. 승리를 만끽한 도지는 패한 허준을 뱃놀이에 초대하였으나, 정작 초대해놓고 대범하게 진심으로 축하해주러 온 그를 배에도 태워주지 않는 식으로 졸렬한 굴욕을 준다. 허준은 곧 정신을 가다듬고 김상기에게 빌린 말도 돌려주고 버드네에 아직 환자들이 있으니 그들을 돌봐야겠다고 진천으로 돌아갈 결심을 한다.

2.2.3. 유의태에게 돌아온 허준

한편 산청에선 과연 허준이 합격할지 도지가 합격할지를 두고 관아에서부터 주민들에게 이르기까지 병림픽이 벌어지고 있었는데, 한달이 지나도록 소식도 없자 둘다 떨어진 모양이라고 다들 지쳐 나가떨어질 즈음에 도지가 내의원 관복을 해입고 금의환향하면서 난리가 난다. 온 산청이 잔치 분위기에 휩싸이고 그 냉정한 유의태조차도 감격에 휩싸여 아들을 얼싸안고 기뻐한다. 하지만 아들의 소식을 듣지 못한 허준의 식구들은 눈물을 흘리는데.... 며칠 후 안광익과 김민세가 나타나 충청도 진천현 버드네에서 허준이란 의인이 환자들을 구원하느라 자신의 취재 기회도 포기했다는 소식을 전하자 유의태는 충격에 빠져 유도지, 임오근, 상화를 모조리 잡아오라고 지시한다. 이때 충격에 빠진 유의태의 시선을 통해 유씨 집안의 과거사도 밝혀진다.

유의태의 할아버지 유술이는 원래 찢어지게 가난한 유씨 집안의 아들로 태어났는데, 땡중 운초가 유술이는 명이 짧으니 10년간 자신 밑에서 불공을 쌓아야 70수를 할 수 있다는 핑계로 그를 머슴으로 부려먹게 된다. 그렇게 운초 밑에서 9년간 소처럼 일하다보니 유술이는 신체굴강한 장정이 되었는데 어릴 때야 뭣도 모르고 운초가 내 말 안들으면 급살맞아 죽는다고 협박하는걸 곧이 곧대로 믿고 죽도록 일했지만 나이를 먹고 보니 운초란 놈이 허구한날 불공 드리러 온 유부녀들과 놀아나는 땡추중놈이 아닌가? 이에 유술이는 운초를 잡아다가 9년간 부려먹은 새경을 내놓으라고 협박했고 운초는 하는 수 없이 유술이에게 새경 대신에 안마술을 가르쳐주면서 유술이는 의술에 입문하게 된다. 하지만 전문적 맛사지샵이 있는 21세기도 아니고 외간남자에게 마사지를 해달라고 할 여자가 있을리 만무했음으로 유술이는 기껏해야 노인 몇명의 팔다리나 주물러주는 것이 고작이었다. 늘그막에 한계를 느끼고 유술이는 침술을 익히려 했지만 문식이 없어서 실패로 돌아간다.

유술이의 아들 유흥삼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역시 의술에 종사하게 되는데, 역시 글은 못 익히고 대신에 고약을 만들어 팔게 된다. 유술이, 유흥삼 부자 모두 의서 읽을 능력도 없으니 그냥 좋다는 것은 죄다 솥에 넣고 끓여대는 식의 무식한 방식의 제작방법이었으나, 유흥삼은 고지식하게 산삼과 오사까지도 죄다 고약에 넣어버렸고 이에 유가고약은 바르는 것이 아니라 먹어도 되는 명약으로 소문이 나서 유씨 집안은 부유해질 수 있었다. 허나 유흥삼의 아들 유의태는 유가고약이 자신의 병을 치료하지 못하는 사실에 엉터리라는 것을 깨닫고 제대로 의술에 정진하게 된다. 유의태는 스스로 비인부전이라 하여 돈이나 명예를 추구하지 않는 것을 자랑으로 여겼으나 4대 유도지가 내의원에 붙었단 사실에 자신도 부화뇌동되어 좋아라한 것에 참담한 심정을 느낀다.

유의태의 호령에 유도지와 그 아내, 아내 오씨가 몰려오고 영달, 꺽새도 상화를 끌고 오는 등 집안은 난장판이 된다. 유의태는 허준이의 행적에 대해서 밝히란 요구에 그건 왜 알려 하냐고 당당하게 맞서는데, 도지는 대답 대신에 아버지를 비웃으면서 "이미 다 들은 눈친데 굳이 내 입에서 듣자는 건 무슨 심술이오니까."라고 빈정댄다. 격노한 유의태는 아들에게 벼루를 집어던지고 "천하에 못난 놈. 못나고 못난 놈. 그걸 모르고 그걸 부끄러운 줄 모르고 장구 치고 북울리며 나는 등제를 했음네!"라고 부들부들 떤다. 이에 임오근이 버드네에 따라갔다가는 유도지도 낙방했다고 괜히 편들었다가 그 자리에서 사실상 파문당한다. 유의태는 "의원은 영달하는 길이 아니니라, 의원은 돈 버는 길이 아니니라. 영달을 꿈꾼다면 중국말 열심히 배워 역관이라도 될 것이요, 돈 버는 게 소원이거든 장사꾼으로 풀릴 일 ... 의원은 병자를 보살피는 게 소임이다. 그것이 첫번째 소임이요 둘째도 세째도 의원의 소임은 그것뿐! 한데 한쪽에선 가던 길도 멈추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 병자를 보살피는데 유의태의 아들이, 바로 내 자식이 병자는 뒷전이요 오로지 한양 갈 길만 재촉해? 그것이 아비의 훈도에 대한 네 대답이었더냐 그 말이다! 그래서 따낸 첩지! 그게 그토록 자랑스럽더냐? 울고 불고 소리쳐 부르는 병자들을 못본 체 외면한 의원이 첩지만 따냈대서 대단한 의원이란 말이냐!"라고 꾸짖는다.

아들을 꾸짖으며 허준이를 추켜세우는 남편을 보고 이성을 잃은 오씨가 패악을 부리며 "무엇이 어째요? 대체 그 뜨내기놈이 영감한테 항차 무엇이기에 말끝마다 그깟놈에게 빗대어 자식을 비방한단 말이오! 그놈이 당신의 살붙이요 피붙이요!"라고 덤벼드는데, 유도지는 그러는 당신은 첩지를 따냈냐는 식으로 아버지를 비웃으며 자신은 그것으로 족한다고 대꾸한다. 그리고 더 이상 아버지 슬하에서 살지 않을테니 숨겨놓은 비방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오씨도 "암, 그건 네가 가져가야 하고 말고. 허준 허준 그 허준한테 간까지 빼줄 사람인데 네가 그걸 미리 차지해야 해."라고 옆에서 부추긴다. 하지만 유의태는 자신은 비방 따위 감춘 적이 없으니 꼬우면 자신의 머리를 떼어가라면서 "스스로 노력하지 않는 자가 어찌 비방을 얻을 수 있단 말이냐? 스스로 체험하지 않고서야 무엇이 비방이 될지 어찌 미리 알더란 말이냐! 세상의 어떤 병도 고치려는 욕심이 없는 자가! 세상 누구의 병이라도 고치겠다는 맹세가 없는 자가 어찌 어디에 누구에게 쓴 비방을 알 수가 있단 말이냐!"라고 일갈한다. 유의태는 마지막 희망을 걸고 첩지를 그저 명예로 간직하고 산청에 남아서 큰 의원이 되기 위해 정진할 것을 아들에게 부탁하지만 유도지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온 식구를 거느려 산청을 떠나 한양으로 가버린다.

한편 산청에서 허준은 그야말로 영웅으로 떠오르게 되며, 그간 허준 식구를 경원시하던 산청 사람들은 허준네 식구들을 자기네 식구처럼 잘 대해주게 된다. 허준 식구들도 허준이 당당한 의원이 된 것에 모두 기뻐한다. 유도지가 숭례문을 통과하던 순간에 허준은 털북숭이가 되어 귀가한다. 산청 사람들은 은근히 유의태 VS 허준의 병림픽을 기대하면서 허준에게 몰려가 치료를 받으려 하지만 허준은 다음 취재 준비에 열중하면서 유의태가 산음에 있는 한 병자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하지만 유의태의 수제자 자리에서 쫓겨나 술이나 퍼마시던 임오근이가 마지막 희망을 걸고 이제 자신은 내의원의 꿈은 버렸으니 고향 김해로 가서 아이들의 병이나 돌보면서 살고 싶은데, 유가고약의 비방과 의원으로의 지침을 내려줄 것을 간청했으나 유의태가 "문도의 정리는 내가 끊은 게 아니고 네가 끊은 것이다. 네가 14년 동안 내 밑에 있는 것을 주장하나 그 14년 동만 난 결코 매달리는 병자들을 뿌리치란 말을 한 적이 없은즉 또 네 위인 됨을 속속들이 안 지금 어찌 전래의 제약법을 일러주어 윗대의 이름을 더럽힐까 보냐."라고 매몰차게 거절하자 아예 촛대로 그를 찔러죽이려다가 실패한 사건이 터졌단 말을 듣고 유의태를 찾아가게 된다. 상화, 영달, 꺽새 등이 들이닥쳐 임오근을 끌어낸 덕분에 유의태는 죽지 않았으나 팔에 촛대를 맞아 침을 놓지 못하게 되었으며, 임오근은 "너도 사람이냐? 네가 사람이면 어찌 이토록 박대할 수 있느냐!"라고 울부짖다가 문갑 속의 돈을 훔쳐서 도주한다.

실로 오랜만에 허준을 만난 유의태는 어떠한 약점도 드러내지 않고 가타부타 말도 없이 할일 없거들랑 병자들을 돌보라고 지시하는데, 지시하면서도 "네가 미더워서가 아니다. 달리 사람이 없기로 시키는 것이다."라고 꼭 정나미 떨어지게 말을 한다. 어찌되었건 간에 허준은 다시 유의태의 병사에 돌아가 환자들을 돌보게 된다. 근데 임오근이 병부를 훔쳐간 것이 확인되면서 유의태는 허준에게 병부를 새로 쓰라고 하는데 허준이 자신없다고 하자 유의태는 누가 만병통치약 써오라고 했냐면서 니가 뭐라도 되는 줄 아냐고 허준을 또 꼽을 주고 허준은 정나미가 더 떨어져서 이를 간다. 이후 허준이 써서 내놓은 병부를 보고도 가타부타 말도 없다가 허준이 문제라도 있냐고 묻자 "병이 비록 독한 것이라도 세상 병든 이들이 다 죽지 아니하는 것은 목숨의 자생력과 자구력이 반인 때문이고 그 중에 또 어느만치는 간병하는 이의 정성으로 버티곤 하니 굳이 누구의 공인 양 자처할 것 없다."라고 니가 잘난 덕분이 아니라는 식으로 말을 한다.[23] 하지만 그러면서도 동시에 허준에게 병사일을 맡기고 안점산으로 유람을 떠나는 등 허준에 대한 신뢰를 보인다. 싸늘하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유의태가 아니라 신사적이고 부드러운 허준이 병사를 맡은 것이 순식간에 소문이 나면서 병사에는 엄청난 환자들이 몰려들게 된다.

2.2.4. 만석이의 난과 유의태의 죽음

그러던 어느날 본명이 만석이인 버드네 마을의 떠꺼머리가 노모를 업고 나타나서 허준에게 당신 때문에 내 어머니의 눈이 멀었노라고 패악을 부리기 시작한다. 자초지종을 알아보니 김상기 현감이 만석이를 석방하면서 노모를 봉양하려는 정성이 갸륵하다고 돈도 줬는데, 이에 띨띨한 만석이가 뭣도 모르고 독한 부자탕을 해다가 어머니에게 마구 먹인 것이다. 여기에 꿀이 비싸서 꿀은 빼고 먹여서 독성은 더 독해졌고, 여기에 진천현의 의원은 부자탕의 독성은 경고해주지 않고 돈만 준다고 마구 부자탕을 팔아치우면서 만석이 노모의 눈이 멀고 만 것이다. 즉 만석이가 가난하여 부자탕을 더 해먹일 수 없을것이라 여겨 경고를 하지 않은 허준의 과실이 없는 것은 아니나 근본적으론 천지 모르고 설쳐댄 만석이에게 원인이 있었으나 멍청한 만석이는 그런것은 앞뒤 가리지 않고 매일 같이 술을 퍼먹고 난동부리면서 허준이 때문에 자기 노모가 눈이 멀었다고 패악을 쳐댄다. 여기에 산음 사람들이 좋다고 공명심에 눈이 먼 허준이가 약을 독하게 써서 환자를 죽인다고 마구 음해를 하면서 날뛰기 시작하고 급기야 병사를 포위하고 유의태 데려오너라고 시위하고 육갑을 떨기 시작한다.

한편 유의태는 위암으로 죽어가고 있었고 김민세는 그 사실을 진단하고 전율하며 안광익에게 수술을 맡기던가 가장 좋은 비파가 나는 제주도까지 가서라도 치료를 해보자고 하지만 유의태는 완강히 거절한다. 이때 산음에서 상화가 유의태를 부르러 오면서 유의태는 다시 산음으로 돌아온다. 유의태는 만석이 노모를 진찰하면서 그간 허준의 치료로 부자의 독기는 다 뽑았으나 조금만 늦었어도 다시 눈을 뜨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치료를 지휘한다. 산음 사람들은 여기에 대고 유의태가 허준이를 끝장내려고 수를 쓴다고 천박한 소문을 지어내며 찧고 까부는데, 실상은 유의태가 허준에게 자신의 손으로 만석이 노모의 눈을 뜨게 하여 명예를 회복시키려는 배려였다. 이를 위해 유의태는 일부러 침과 뜸을 동시에 놓지 않는데 동시에 놓으라는 지시를 하여 허준을 당황시킨 다음에 허준이 단독으로 침으로만 독을 풀게 한다. 결국 허준의 결단으로 만석이 노모는 다시 눈을 뜨게 되고, 산음 사람들은 다시 태세전환하여 허준을 우러러보게 된다. 그간 허준을 그리 못살게 굴던 영달과 꺽새는 허준이 그들을 황초잡이와 쟁반잡이로 승진시키자 허준과 눈도 못마주치면서 그를 아예 상전으로 모시게 된다.

허준은 이 모든 것이 유의태의 배려 덕분이라는 것을 눈치채고 감사하며 그를 스승으로 계속 모시기를 다짐하는데, 안광익이 유의태가 위암이라는 것을 진단하는 것을 목격하고 만다. 유의태는 자신이 위암이라는 것을 진작에 알고 있었으나 1년간 목숨을 바쳐 위암의 진행을 연구하고 있었고 안광익과 김민세가 화를 냄에도 이미 죽음을 받아들이고 술상까지 차린다. 그날 술자리에서 유의태는 허준에게 자신이 상주 없는 송장으로 인체해부를 할 수 있다는 말을 꺼내고 장차 기별을 하겠다고 한다. 이후 상화를 통해 밀양 천황산 시례빙곡으로 오라는 전갈을 받은 허준, 김민세, 안광익은 설마 유의태가 진짜로 죽어가는 환자를 시례빙곡에 데려다놓고 죽기를 냉혹하게 기다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상상을 하며 그곳에 가보는데, 다름아닌 스스로 목숨을 끊은 유의태의 시신이 있었다. 유의태는 다음과 같은 유서를 남긴다.
허준은 보아라. 내 죽음을 누구보다 서러워할 사람이 너임을 알고 유의태는 허준에게 이 글을 쓰노라!
나는 내게 닥쳐오는 죽음을 보았고 기꺼이 그 죽음을 맞이하려 했을뿐 ... 그건 모든 생명의 예정된 길이라 어찌 서러운 일만이리.
57년 전에 태어난 갓난아이가 바로 이 유의태의 모습이요 57년이 지난 오늘 죽어가는 자가 또한 이 늙고 병든 유의태라는 생사윤회의 법칙을 깨닫는다면 스스로 겪어야 할 죽음은 곧 태어나던 때 이미 결정된 모든 인간들의 운명이 아니리.
운다 하여 어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운명일 것이리요. 그 운명이라는 것.
소리없이 서서히 어김없이 닥치는 그 죽음의 발소리를 들으며 나는 생각하고 또 생각했더니라.
60평생을 살다 가는 나 같은 자에게야 더 이상 무슨 여한이 있을까마는 강보에 싸인 어린아이로부터 이 세상에 유용한 젊은이, 평생 타인을 위해 덕을 쌓은 귀한 인물, 평생 호강을 모르고 고생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측은한 인생까지 마구 죽음에 이르게 하는 만병의 정체를 캐고 밝혀서 남을 해치고 악업을 일삼는 자가 아니거든 그들로 하여금 천수가 다하는 날까지 무병하게 오래오래 생명을 지켜줄 방법은 없을까 하고.
이는 의원이 된 자의 본분이요 열 번 고쳐 태어나도 다시 의원이 되고자 하는 자에게는 너무도 간절한 소망이 아니리. 하나 나 또한 내 몸속에 불치의 병을 지니게 되었으니 병과 죽음의 정체를 캐낼 여력이 이미 없다. 이에 내 생전의 소망을 너에게 의탁하여 나의 문도 허준이가 세상의 어떤 병고도 마침내 구원할 만병통치의 의원이 되기를 빌며 병든 몸이나마 너 허준에게 주노라.
이에 너 허준은 명심하라. 염천 속에서 내 몸이 썩기 전에 지금 곧 내 몸을 가르고 살을 찢어 사람의 오장과 육부의 생김새와 그 기능을 똑똑히 보고 확인하고 사람의 몸속에 퍼진 삼백예순다섯 마디의 뼈가 얽히는 이치와 머리와 손끝과 발끝까지 퍼진 열두 경락과 요소를 살피어 그로써 네 정진의 계기로 삼기를 바라노라.

허준은 차마 스승을 해부할 수 없다고 절규하지만 이 희생을 헛되이할 수 없다는 안광익과 김민세의 강권에 유의태를 해부한다. 허준은 천지신명에게 만약 자신이 스승의 은혜를 배반하거들랑 벌해달라고 맹세하면서 눈물을 흘린다. 집에 돌아온 허준은 가족들에게 유의태의 죽음에 대해 고하고, 김민세를 따라 전국 팔도를 떠돌면서 병자들을 치료하고 각 지방의 처방과 특산약재에 대해 공부한다. 그렇게 9개월을 전국을 떠돌며 공부하던 허준은 함경도 경원에서 내의원 취재의 소식을 접하고 그길로 한양으로 내려와 취재에 응시, 수석으로 합격하게 된다.

2.2.5. 혜민서에서

수석도 그냥 수석이 아니고 구급방과 부인대전까지 모조리 외워서 합격하여 단숨에 종8품 봉사에 제수된 허준은 순식간에 질시의 대상이 된다. 심의겸과 김효원 사이의 다툼이 동서붕당으로 비화되는 선조 8년, 허준은 내의원에서 궁중용어를 배우기에 여념이 없었는데, 취재에 합격한 8명의 합격자 중 3명은 궁중용어를 끝내 못 배워 쫓겨났으나 허준은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다. 임해군 처소에서 일하던 유도지와 마주쳤지만 아버지가 죽었단 소식에도 냉정할 뿐이었다. 허준을 반겨주는 것은 3년 선배 이명원과 1년 선배 이공기 두 사람 뿐으로 세 의원은 곧 절친한 친구가 된다. 모든 의원들은 자기가 혜민서로 좌천되지 않을까 벌벌 떨고 있는데, 유도지가 갑자기 또 찾아와 둘이서 같이 양예수를 찾아가서 도게자를 하자고 제안한다. 유도지는 그간 양예수와 유의태 사이의 구침지희 일화를 취재에서 떨어진 유의태의 허풍 정도로 우습게 알았는데, 합격하고 나서 양예수에게 유의태가 자기 아버지라고 고했을때 양예수가 자기를 쏘아보는 눈빛에 진짜인걸 알았다면서[24] 양예수에게 뇌물을 바치고 유의태의 과오를 사죄하자고 한다. 그리고 유의태가 죽어서도 자기 앞길을 막는다고 저주하자 허준은 크게 실망한다. 허준은 혜민서에서도 배울 것이 있을 것이라고 거절하고, 유도지는 허준을 비웃으며 떠난다.

한편 양예수는 선조의 가장 큰 총애를 받는 공빈 김씨의 체증을 완쾌시켜 내시들에게도 아부를 받는 등 매우 기분이 좋은 상태였다. 하지만 양예수는 유의태에게 당한 그 수모로 인하여 술도 끊은 상태였고, 유도지가 나타났을 때 굉장히 긴장했으나 유도지의 실력이 그냥저냥이고 기백도 야심도 없는 졸장부라는 사실에 드디어 자기가 복수에 성공했다고 기뻐하며 유의태를 조롱하기 위해 유도지를 임해군 처소에 보냈다. 그런데 허준을 보게 된 양예수는 유의태가 아들 대신에 허준을 키웠다고 신음하였고, 하필이면 자기 전공 분야인 침술의 대가인 점에도 불편해한다. 당시 내의원 내부는 양예수의 독재로 개판이었는데, 양예수의 새 후계자 김응택도 허준을 찍어내기 위해 전전긍긍했다. 사실 허준이 제일 먼저 답안지를 제출하여 모두의 시선을 받지 않았다면 양예수와 김응택이 짜고 허준의 답안지도 유의태의 것처럼 없애버렸겠지만 지나치게 시선을 받은 허준의 답안지가 유의 정작의 손에 들어가면서 정작이 그 답안지를 사방에 광고하여 없앨 수 없게 되었다. 정작은 양예수에게 찍힌 하급 의원들의 지지를 받았고, 이에 김응택은 허준은 유의태의 문도니 따르면 뒈진다고 내의원 의원들을 협박한다.

한편 내의원 도제조는 촉망받는 이공기와 허준을 주요 처소에 배치하고자 하나 양예수가 먼저 손을 써서 대전 출입이 취재 성적에 좌우되는 것은 나쁜 구습이라는 궤변과 함께 이공기와 허준을 혜민서로 좌천시킨다. 그리고 어차피 비루한 실력의 유도지는 조롱 겸 자신이 공정하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인빈 김씨의 처소에 보낸다. 혜민서로 출근한 허준과 이공기는 혜민서가 심각하게 부패한 것을 확인하게 된다. 접수처에서 뇌물을 받고 순번을 바꿔주고 반항하는 환자들에겐 약이 없다고 내쫓는 관행에 분노한 이공기는 고참 의원들을 두들겨패서 내쫓은 다음에 접수처를 직접 장악하여 부정부패를 일소한다. 정신없이 환자를 보다가 그 광경을 본 허준은 말 없이 이공기를 공격하려는 고참 의원들을 가로막으며 이공기와 한편임을 선언하고, 허준은 이공기의 환자들까지 맡아서 혜민서를 개혁한다.

2.3. 하권

2.3.1. 김병조의 난

혜민서는 찾아오는 환자들의 10분의 1도 다 볼 수 없을 정도로 협소하였고, 양예수가 충원하기로 한 의원들을 보내주지 않음으로 졸렬하게 괴롭히고 있어 허준은 퇴청 후에 자기 집에서 환자들을 따로 돌봐주곤 했는데, 이 소문을 들은 이명원은 자살행위라고 엄중히 경고하면서 사적 의료행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에 허준은 자신이 돈을 벌기 위해 그러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 의원도 없는 동네에서 백성들을 상대로 무료 봉사를 하는 것이라고 허락을 받기 위해 정작과 양예수를 찾아가보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그럴 틈도 주지 않고 양예수가 허준이 뇌물을 받아먹고 영업행위를 한다고 음해하여 체포한다. 당시 한약재 중에서 당귀는 단순히 약재로 쓰이는 것이 아니라 여성들의 화장품으로도 쓰였는데, 허준이 치료해준 환자 중 한명이 허준의 아내 다희에게 당귀를 선물로 준 것을 양예수가 허준이가 혜민서에서 당귀를 횡령한 것으로 몰아세운 것이다. 이후 당귀의 원산지가 혜민서에서 쓰이는 당귀의 원산지와 다르다는 것이 감별되어 이 혐의는 벗었으나 내의원 위세를 업고 사사로이 의원을 했다는 혐의에는 내의원 중문에서 정청 사이를 1000번 왕복하는 벌을 받게 된다. 100보가 안되는 짧은 거리지만 이게 보통 형벌이 아닌지라 대개 100번도 힘들어하고, 죽어라 해도 500번도 못채우고 실려나가게 되는데, 거의 죄도 짓지 않은 허준에게 1000번 왕복을 시킨 것은 말도 안되는 가혹한 처분이었다. 결국 허준은 766번을 왕복하고 쓰러진다. 쓰러진 허준을 이공기와 이명원이 허준의 집으로 데려가 치료해주고 정작은 자신의 형의 친구였던 혜민서 제조 정종영을 찾아가 설득하려 하지만 정종영은 양예수는 왕실의 신임이 두텁고 사고도 친 적 없으니 웬만한건 덮어주는 것이 방침이며 정작이 정순붕의 아들이니 문제가 커지면 정작이 위험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완쾌된 허준은 표독한 양예수의 명령에 따라 남은 어필 외우기 200여회를 다 채우는데 유도지가 양예수에게 숙청된 전 혜민서 의원 황오복의 후임으로 명나라로 가는 사신 별견의원으로 따라가게 된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황오복은 원래 혜민서에서 몇년을 근무하던 인물로 양예수에게 찍혀서 혜민서에서 나가질 못했으나 양예수에게 하소연하고 난리를 쳐서 가까스로 허준과 이공기에게 자리를 내주고 대전으로 들어가게 됐으나 양예수가 집요하게 그를 고생스러운 별견의원으로 삼아 보복하자 양예수를 찾아가 쌍욕을 퍼붓고 내의원 자리를 때려치운 것이다. 그 정도로 양예수의 독재는 철저했다.

그런데 공빈 김씨의 동생인 19살난 김병조가 구안와사에 걸려 궁으로 실려오는 일이 발생한다. 선조는 양예수에게 왕자들의 외숙이니 각별히 살펴달라고 분부하고 양예수는 또 한번 공을 세울 기회라고 기뻐한다. 안하무인의 김병조는 어의에게도 "이놈 저놈 만나는 자마다 침을 찌르고 약을 퍼먹이니 낫울 수 없는 의원이거든 그 침통 끄르기 전에 돌아가오!"라고 행패를 부린다. 양예수는 5일이면 충분히 치료할 수 있겠지만 극적인 효과를 높이기 위해 1주일 안에 치료하겠다고 선언하고[25] 며칠만에 김병조를 치료해내는데 성공하는 듯 했지만 선조와 공빈 앞에서 김병조의 얼굴이 다시 흉하게 일그러지고 만다. 궐 안에서 이런 소동이 벌어지고 있는 동안 허준은 나흘만에 다른 구안와사 환자를 치료하는데 성공한다. 그것도 빈속에 침을 찔러야 하니 금식을 하라고 했음에도 환자가 몰래 군것질한 것 때문에 하루 치료를 걸렀음에도 나흘만 걸린 것이었다. 정작이 허준의 공을 궁 곳곳에 전하는 와중에 양예수는 좀 더 극적으로 김병조를 치료하겠답시고 풍이 장에 침투하면 죽을 수도 있다고 괜히 겁을 주다가 공빈이 김병조가 죽는 것이냐고 눈물을 흘리게 만든다. 결국 정작의 공작으로 도제조 우의정 노수신이 양예수를 찍어내고 허준에게 김병조를 치료하게 한다.

그런데 허준은 김병조를 진맥하더니 구안와사는 별 문제도 아니고 위암이 핵심이라고 진단해낸다. 사실 양예수도 김병조가 위암이 있는 것은 간파했으나 괜히 고칠 수도 없는걸 고치겠다고 나설 것도 없고 나은 것이 바로 보이는 구안와사만 치료할 생각이었으나 허준이 고지식하게 위암이 있다고 나서자 화가 나서 허준을 마구 몰아세운다. 그러나 공빈이 의원을 핍박하지 말라고 중재하면서 양예수도 어쩌지 못하고 물러나야 했다. 하지만 의외의 복병은 김병조로 명문세가의 아들로 자기 맘대로 하면서 자라난 김병조는 허준을 아랫것처럼 부리려 드는데 특히 아부할 줄 모르는 허준을 매우 미워하게 된다. 김병조는 허준이 위암 치료를 위해 올린 탕약이 쓰다고 사죄하라고 패악을 부리더니 탕약을 엎질러버리고, 허준이 다시 탕약을 지어오자 육중한 바둑판을 집어던져 허준의 발등을 찢어발기는 중상을 입힌다. 김병조는 그러고도 정신 못차리고 의원이 이 자밖에 없냐고 바꾸라고 패악을 치다가 공빈으로부터 서릿발같은 꾸짖음을 듣고 얌전해진다.

하지만 김병조가 하도 공빈 앞에서 돌팔이가 자기를 못살게 군다고 패악을 치고 난동을 부리자 공빈도 흔들려 과연 며칠 안에 치료할 수 있겠느냐고 묻게 되는데, 허준은 사흘 안에 치료해겠다고 호언장담한다. 허준은 반하사심탕 복용을 비롯해서 내의원 의원들도 이해하지 못하는 각종 처방을 이어나가고[26] 뜸과 침을 동시에 시행하기도 한다. 김병조가 뜨겁다고 눈깔을 뒤집고 난동을 부리자 선조까지 직접 나타나 내시들을 보내 허준의 치료를 돕지만 김병조는 더욱 독기를 품고 허준에게 보복할 결의를 가다듬는다. 약조한 사흘이 지났는데도 김병조가 낫기는커녕 혈변을 싸기 시작하자 오히려 생병을 만들었다고 공빈은 눈물을 흘리며 분해하고 도제조 노수신과 제조 정종영도 아연실색하며, 혈변을 싸는 것은 암이 삭아서 병이 낫는 증좌라는 허준의 해명을 무시한다. 공빈은 허준을 조지라고 명령하고 신이 난 양예수는 이번 기회에 내의원의 반대파들을 모조리 숙청하기 위해서 허준의 오른손을 자르는 형벌을 시행하려고 한다. 정작, 이공기, 이명원이 달려와 형벌을 2,3일이라도 늦춰달라고 간곡히 부탁하지만 양예수는 들은 척도 하지 않으나 실수로 자신도 김병조가 위암이었다고 진단했음을 인정하고 만다. 이를 빌미로 정작이 어떻게든 공빈의 용서, 적어도 처벌의 유예를 받아내려고 하는데, 양예수는 설령 위암이 맞다고 해도 그걸 낫우겠다고 덤벼든 것이 허준의 교만함의 증거이며 시골의원의 방술로 설쳐대어 내의원을 욕보였으니 용서할 수 없다고 발악한다. 김응택도 좋다고 허준의 손목을 자르겠다고 덤비는데 용감한 이공기가 달려들어 허준의 손목을 걷어차서 허준의 손목을 구한다. 노한 양예수는 이공기도 유의태 추종자라고 손목을 자르라고 명령하고 이공기는 유의태는 본적도 없는 사람이지만 허준은 믿으니 기꺼이 벌을 받겠다고 같이 무릎 꿇는다. 여기에 이명원도 허준을 도와 약재를 공급하였다고 처벌을 자청한다. 양예수가 분해서 더욱 길길이 날뛰며 유의태를 모욕하자 허준은 반드시 김병조가 낫는다고 장담하고 스승을 모욕하는 것만은 정정해달라고 부탁한다. 이에 양예수가 네가 위가 어떻게 생겼는지만 알았어도 반위를 낫우겠다고 설쳐대진 않았을 것이라며 내가 너를 이렇게 우습게 보진 않았을 것이라고 마구 비웃자 허준은 유의태의 위를 해부하면서 얻은 위의 기능과 생김새에 대한 지식을 거침없이 늘어놓아 내의원 전체를 아연실색하게 만든다.
허준: 어의의 심기를 흐려 드렸음을 사죄하옵고.
양예수: 사죄는 이미 늦었더니라!
허준: 이제 와 내 손목이 잘림을 구해달라 하는 것이 아니옵고.
양예수: 내려쳐라!
허준: 그러나 소인에게 대한 처분은 감수할 것이오나 제 스승님의 의술을 촌구석 방술 정도로 매도하는 것은 정정해주소서.
양예수: 어째?
허준: 반위는 낫습니다.
양예수: 그래서 낫우었다는 말이냐?
허준: 소인은 스승님의 처방을 굳게 믿습니다.
양예수: 어찌 공빈마마뿐이리. 전하께서도 관심하시는 병자이기, 나 또한 내 눈알에 공이가 박히도록 네가 사용한 처방을 뜯어보고 기다리고 기다렸더니라. 그러나 네 스승이 가르쳤다는 그 처방은 도대체 믿을 구석이 없던 처방이었느니라. 또 나를 원망도 말 것이 너는 네 스승에게 배운 대로 다했다 강변하고 네 죄를 모면하려 하나 네가 장담한 시간은 분명히 다 지나간 터이요 그렇다면 그 따위 방술을 믿는 자를 그대로 응징 않고 두었다가는 장차 네 그 솜씨에 더 많은 희생자가 생겨날 것이요 또 네가 내의원 출신이었음이 인구에 회자되면 그 또한 내의원의 명예가 실추되는 길이니 앞으로의 억울한 희생자를 막고자 네 그 죄 많은 손목을 자를 뿐. 할 말 더 없으렷다.
허준: 있사옵니다. 소인은 세상 누가 무어라 해도 제 시술을 믿습니다.
양예수: 반위를 고쳐? 사람의 위의 모양을 똑똑히 본 적도 없는 자가 반위를 고쳐? 어 ... 리 ... 석 ... 은 ... 놈.
허준: 어의께선 너무 장담치 마소서. 이 세상 의원치고 반위의 모습을 소인처럼 똑똑히 본 사람은 없을 것이오니.
양예수: 반위의 모습을 보았다? 언제? 어디에서? 반위는커녕 네가 위의 참 모습이나 안다면 반위를 고친다 대들진 못했을 터이다.
허준: 스승님을 더 이상 욕되게 하고 싶지 아니하니 손목 자르시오.
양예수: 여부가 있느냐. 이미 네 거짓말은 다 드러났은즉, 네 스승이 어떻다 저떻다 해도 그 유의태란 자의 허세도 다 까발겨진 것이다! 핫핫핫. 네가 영리하여 의서의 내용을 남보다 더 기억하여 비록 취재를 보는 과장에서의 성적이 뛰어났을지 모르되 네가 유의태의 수하라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네 얄팍한 재주를 이미 꿰뚫어보고 있었더니라, 훗훗훗.
허준:... 위의 모습은 ... 사람의 위는 목구멍으로부터 한 자 여섯 치를 내려가면 심창골과 배꼽 중간에 각 네 치에 뻗쳐 위치했으며 ... 위의 길이는 한 자 여섯 치며 꾸불꾸불한 것을 모두 펼치면 두 자 여섯 치이며 크기는 한 자 다섯 치요 지름이 다섯 치로서 물과 곡식 서 말 닷 되를 받을 수 있고 늘 차 있는 음식물이 두 말이요. 저장된 물이 한 말 닷 되올시다. 또 이 위는 물과 음식 서 말 닷 되가 차면 배가 부른 형상이 되며 무병한 사람이 하루 한 번 대변하면 쏟아지는 양이 두 되 반이요 때문에 일체를 먹지 않고 마시지 않고 배설하면 두이레 만에 서 말 닷 되 저장된 것들이 모두 쏟아져 가두어 둔 물과 음식이 동이나 죽는다, 이것이 소인이 아는 위의 모습올시다.

양예수조차 하얗게 질려서 부들부들 떠는데 그 순간 상궁과 내시들이 몰려와서 김병조의 병이 완치되었다고 형벌을 중지하라고 알린다. 사연인즉 김병조가 속았다고 발광을 하면서 침을 뽑아 던지고 술상을 차려내라고 행패를 부리는데 어느덧 얼굴이 정상으로 돌아간 것이었다. 이에 놀라 내시들과 선조와 공빈이 모두 와서 살펴보자 얼굴이 정상으로 돌아왔음은 물론이고 허준이 위암의 증거로 지목한 어혈뭉치도 모두 없어진 상태였다. 이에 급히 선조가 형벌을 중지하라고 지시한 것. 순식간에 내의원은 양예수에게서 허준의 편으로 돌아서서 모두 허준을 연호하며 환호하고 병신으로 전락한 양예수와 김응택은 비척거리며 물러난다. 도약사령은 대놓고 김응택이 보는 앞에서 허준의 손목을 자를 뻔한 작두를 걷어차기까지 한다. 허준, 정작, 이명원, 이공기 등은 모두 선조에게 불려가서 칭찬을 받고 공빈과 김병조에게도 모두 감사를 받는다. 하지만 허준의 손목 대신 자신의 손목을 잘라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던 의녀 미사는 소동 속에 잊혀져서 쓸쓸해한다.

2.3.2. 허준의 중국행

어쨌거나 이번 사태의 결과로 양예수는 허준같은 인재를 혜민서에 박아놓은 책임을 물어 그간 직무가 너무 많았다는 핑계로 혜민서 관리를 비롯한 많은 권한을 정작에게 빼앗기게 되고 이명원와 허준은 바로 내의원 내국 근무를 하게 됐으며 이공기는 정작의 보좌관이 된다. 양예수는 내의원 안에 고립된 신세가 되고 김응택은 혜민서로 좌천된다. 허준은 선조와 공빈의 총애를 모두 받게 되었음은 물론 2품을 바로 승진하여 종7품 직장이 되었다. 양예수는 그동안 유의태란 놈은 들은 적도 없다고 잡아떼고 있었으나 허준을 괜히 도발하다가 유의태랑 아는 사이라는 것만 실토하고 말았고, 내의원 전체에 허준이보다 못한 놈이라고 소문이 쫙 퍼져 그야말로 개망신을 당하게 된다. 양예수는 어떻게든 기사회생하기 위해서 선조가 중병에 빠지면 자기가 살려낼 기회만을 오매불망 기다리지만 20대의 창창한 선조는 전혀 아프지 않아 양예수를 실망시킨다. 그리고 양예수의 부하 김응태도 그간 좋은 기회는 죄다 양예수가 독점한 것을 원망하는 등 양예수 파벌 전체가 흔들리게 된다.

그러다가 황오복의 후임으로 별견의원에 다녀온 유도지가 허준을 찾아와 허준이 양예수가 유의태의 의술을 매도함에도 당당히 맞섰다는 소식을 들었다면서 자신이 의원으로서도 사람으로서도 자라나지 못했다고 눈물을 흘리며 참회한다.[27] 한편 유도지는 중국에 다녀온 기념으로 중국 비단 한감과 함께 중원의인전이라 하여 중국의 유명한 의사들의 약전을 선물로 준다. 이를 보고 감동을 받은 허준은 언젠가 중국을 다녀오기로 결심하고, 그동안 소설 내내 떡밥으로 나왔던 본초강목도 한번 읽어보고 그 저자 이시진도 만나고 싶다는 열의를 불태우게 된다. 허준은 정작에게 부탁하여 그의 격려를 받으며 중국행을 결정받고, 이공기, 이명원 등과 열렬한 토론을 하며 언젠가 조선에서도 이시진같은 이가 조선판 본초강목을 써내지 않을까하는 아쉬움을 가진다. 이후 양예수는 어느 정도 포기했는지 허준의 중국행을 허락하는 한편 이공기가 중국행을 자처하자 특별히 가마꾼으로 배속하여 그도 같이 보내준다.

북경에 도착한 허준은 명나라 예부관원들에게 공빈에게 받은 비싼 수달피까지 선물로 주면서 이시진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하지만 중국인들 중에서 아는 이가 없었다. 40일간의 북경 체류 중 28일이 소득 없이 지나가자 허준과 이공기는 서장관 이동형에게 부탁하게 되는데 이동형은 서책 밀수는 중죄라고 매섭게 경고하더니, 이들이 조선의 민초들을 돕기 위해 나서는 것임을 알고 도와주기로 한다. 그리고 행여나 본초강목을 구한다면 논어, 당시같은 한족들이 자랑으로 삼는 책과 책장을 바꾸어 개조하면 짐검사에서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팁도 준다. 이후 이동형은 이시진에 대해 알고 있는 중국 관원 왕오란 자를 데려와 이시진은 원래 호북성 기주사람으로 벼슬까지 버리고 아버지, 아들 3대와 함께 전 중국을 유랑하면서 연구를 하고 있으며 아무도 그들의 귀경을 예상할 수 없다는 소식을 전해준다. 결국 허준은 조선의 의약을 위해서는 조선사람이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동형, 이공기와 함께 김민세, 안광익, 유의태, 이시진 3대를 위한 술잔을 든다.

헌데 고생 끝에 귀국하고나니 뜻밖에도 공빈 김씨가 산병과 심하통로 위독하다는 소식을 전해듣게 된다. 이미 초산도 아닌 공빈이 위독하다는 소식에 놀란 허준은 공빈이 오랫동안 허준을 찾아왔다는 소식에 급히 진숙궁으로 달려가지만, 이미 진숙궁에 도착했을때 공빈이 죽어 상궁들이 곡하고 있었다. 허나 산통과 심하통이 겹친들 산모가 죽을 정도의 중병이 아닌지라 허준은 매우 의아해하는데, 그 처방전을 보니 더욱 이상한 것이, 천골과 음양곽이었다. 이는 보양제와 최음제로 심하통 치료제가 아니었고, 허준은 공빈이 임신 중에 설마 선조의 사랑을 빼앗길까봐 두려워 무리하게 최음제를 복용하다가 사망한 것임을 짐작한다.

2.3.3. 역병을 퇴치한 허준

공빈이 죽은 후 인빈이 공빈의 자리를 차지하면서 광해군, 임해군 형제는 찬밥 신세로 전락한다. 생모가 죽던 시점까지만 해도 죽음이 뭔지도 몰랐던 철부지 아기들은 어느덧 장성하여 아버지의 사랑이 의안군, 신성군에게로 다 가있다는 것을 알고 몹시나 쓸쓸해나는데 특히 자신이 왕위에 오를 수 있으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임해군이 노골적으로 인빈에게 적의감을 드러낸다. 한편 광해군은 궐안에서 어울릴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남자들인 내의원 의원들과 자주 어울렸고, 특히 공빈이 총애하던 허준을 자주 찾아왔다. 그리고 허준의 자녀인 허겸과 허숙영을 만나게 해달라고 조르기도 하고 양주의 어머니 산소에 데려달라고 조르기도 했지만 허준이 왕가의 법도를 들어 설명하면 눈물을 흘리면서도 이를 받아들이는 의젓함이 있었다. 임해군도 허준을 아껴 허준을 아예 자신의 처소에 배치하달라고 요청하기도 하고 허준이라도 없으면 자신과 광해군 두 형제가 고독한 궁에서 너무 외롭다고 하소연하더니 "공부 많이 하라지만 그 공부한들 아마 우리가 쓰진 못할 게다. 난 알지. 세상 돌아가는 일 ..."라고 위험한 말까지 한다.

그러던 중 선조 21년 2월, 의안군이 갑자기 병에 걸리게 된다. 허준은 급히 저경궁에 가서 의안군을 진찰하는데 허준은 이것이 황열병이 아닌가 의심하지만 황달 증세는 없어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여긴다. 인빈은 답답해하면서 허준에게 증상을 묻지만 허준은 말을 아끼면서 다만 의안군 치료를 위해 불려온 이명원은 탕약의 달인이라는 것만 아뢴다. 양예수에게 허준이 자신의 진단을 고하려 하는데 양예수는 전에 없이 긴장한 모습으로 의주 지역에 이미 역병이 퍼지고 있으니 남응명과 함께 가서 상황을 살펴보라고 지시한다. 파주까지 가서 주부 남응명과 합류하니 남응명은 이미 곡산에서 처가 8식구 중 6명이 죽었다면서 그만큼 역병이 무서운 병이라고 한다. 남응명은 의안군의 증상을 듣더니 여역같진 않다고 조금 안심하지만 황주로 가니 이미 그곳까지 여역이 퍼진 상태였다. 각지의 환자들의 증상에 대한 자료를 수집한 결과 두 사람은 의안군도 역병이 맞다고 확신하고 의안군이 이미 죽었다는 소식까지 전해듣게 된다. 이명원과 남응명에겐 즉시 한양에 돌아오란 지시가 내려졌고 허준은 평안도 지역을 돌아보란 지시가 내려진다.

서북 일대는 초토화되어 사방에 시체가 넘쳐나고 있었고, 어떻게든 살아나기 위한 온갖 황당한 민간요법이 횡행하고 있었는데, 허준이 수행해야 할 평안도 구황경차관은 다름아닌 서장관으로 만난 이동형이었다. 이동형은 구성에 허준의 숙소를 마련하고 역병에서 살아남았단 백성들을 조사해보지만, 살아남았단 방법이 무슨 성황당에 빌어서 나았단 주장 아니면 애초에 여역에 걸린 환자들이 아니었다. 답을 내놓지 못하는 허준에게 선천군수가 화를 내면서 "지금 당장 이 시각에도 백성들은 약을 달라, 살려달라 울부짖고 버둥버둥 죽어자빠지는데 한양에서 달려온 의원이란 자의 말이 고작 이제 실마리를 찾기 위할 묵상이라? 병사는 평화로운 날에도 군사를 조련하여 불의의 전란에 대비하는 것이요 의가는 무병할 재도 고난에 대처할 줄 알아야 진실로 의원이라 하겠거늘, 오는 자 가는 자가 모두 속수무책이라니 국록을 먹는 자가 창피도 모르는가!"라고 꾸짖고, 곽산군수도 쏘아보는데, 허준으로서는 가서 더 조사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어서 침묵한다. 이후 선천군수와 곽산군수 모두 찾아와 허준에게 백성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고 답답하여 화를 냈다고 사과한다.

허준은 환자들의 공통적 증상을 추려내고, 그 증상들을 낫게 하는데 특효약인 고삼, 치자, 매실 등을 나누어 먹여봤는데 그중에서 매실이 특효약임을 알게 된다. 허준은 아주까리로도 불리는 피마자로 병자들을 관장한 후 매실즙을 먹였는데, 먹인 사람마다 효험을 보았단 기쁜 소식을 이동형에게 보고한다. 한편 이공기와 이명원 역시 한양에서 매실이 특효약임을 알아낸 상태였다. 이들의 노력으로 여역은 금방 퇴치되었고 다들 허준이 크게 승진할 것이라 믿어의심치 않았다. 1차로 선조는 양예수를 종2품 가의대부, 이공기를 종2품 가선대부, 남응명을 정3품 통정대부에 제수하였고 내의원은 이들이 당상관에 임명되었다고 환호한다. 허나 2차 명단이 발표되기도 전에 대신들이 천출들에게 벼슬을 남발할 수 없다고 반발하면서 결국 양예수에게 가의대부, 안덕수, 이인상, 김윤헌에게 정3품 당상관 통정대부를 제수하고, 이공기 한 사람에게 상징적으로 정3품 당하관 통훈대부를 제수하기로 결정한다. 대신 허준, 이명원, 남응명에게는 호랑이 가죽을 한필 하사한다.

2.3.4. 임진왜란의 발발

한편 허준은 내의원 의원이 되서도 계속 환자들을 무료로 치료하여 주변의 인망을 사고 있었고, 사람들은 허준에게 내려진 호피를 보겠다고 구름같이 몰려든다. 다음해 허준은 신성군의 두창을 치료해냈고 선조는 허준을 직장에서 주부로 또 2품계 승진시켰는데 신성군을 치료한 공도 공이거니와, 정여립의 난 직후의 살벌한 상황이라서 이번엔 누구도 반항하지 못하고 이를 받아들인다.[28] 양예수도 이제 늙고 지쳤는지 허준을 신성군 담당으로 추천해주는 등 그를 차기 어의로 내세울 생각을 보인다.

그런데 1592년, 임진왜란이 발발하면서 순식간에 방어선이 무너지고 탄금대 전투에서도 신립이 패배하면서 한양이 위기에 처한다.

3. 등장인물

3.1. 허준 일가

3.1.1. 허준

주인공. 소설적 허구가 반영되어 실제 허준의 삶과는 다르다는걸 감안하고 봐야한다.

용천 군수 허륜의 얼자로 한량같은 삶을 살았으나[29] 훗날 아내가 되는 이다희, 그리고 의술 스승이 되는 유의태와의 만남으로 점점 변화하게 된다.

유의태 밑에서 7년동안 의술을 공부했고 면천을 위해 어의가 되고자 일단 내의원 과거시험을 목표로 잡게 된다.

그러나 최초의 내의원 과거시험을 보러 갈 때 '버드네' 라는 마을에 엮여서 여러모로 고초를 겪는다.[30] 발단은 버드네란 마을 어귀에 들리게 되었을때 그에게 통사정한 농부 부부의 호소를 허준이 듣고 넘어가준 것이었다. 농부 부부만 고쳐주려고 가려고 했지만 허준이 농부 부부를 고쳐준게 소문나자 마을 사람들이 너나할거 없이 허준 앞으로 와서 자기들도 봐달라고 아우성을 치며 발길을 붙잡은 것. 허준은 이들을 보느라 한양까지 가야하는데 써야할 며칠을 낭비하게 된다.[31][32]

겨우 버드네를 떠나 한양 가려고 했더니 길잡이 해준다는 청년이 사기를 쳐서[33] 또 그의 노모를 돌봐주느라 시간을 많이 지체하다가 청년이 그에게 말을 구해다준다고 절도죄를 저질러[34] 졸지에 함께 감옥에 가게 된다.

그러나 그 고을 현감[35]이 나중에 허준의 사정과 버드네 사람들의 호소를 듣고 허준을 풀어준 다음 말까지 줘서 겨우 한양으로의 길을 갈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그의 출발이 너무 늦었던 탓인지 시험장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과거시험을 놓치게 된다. 허준은 그 길로 고향에 돌아오게 되지만, 한때 그를 내쳤던 스승 유의태가 그의 소식[36]을 들은 후 마음을 바꿔서 그를 다시 제자로 받아준다.[37][38]

유의태 밑에서 허준은 버드네 시절처럼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친절하고 실력 좋은 의술을 선보이는 의원으로 유명해진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이 버드네에서 마지막으로 봐주게 된 청년네 노모가 청년의 실수로 실명하게 되고[39] 그 청년이 자기 노모 고치라고 악을 쓰며 허준에게 따지러오는 사태가 발생한다. 허준은 유의태의 지도 하에 눈먼 노모를 치료하는 과정을 거치고[40] 사람들에게 유명해진다.[41]

나중에 허준은 스승 유의태가 반위()로 죽어가다가[42] 자살하자,[43][44] 그의 유지를 받들어 유의태의 시신을 해부했다.[45]

유의태 사후 허준은 다시 한 번 내의원 과거시험에 도전하고 수석으로 합격한다. 그러나 당시 내의원의 실세인 어의는 과거 스승과 의술실력 경쟁을 했다가 진 양예수였다. 양예수 일파의 견제를 받아 그는 수석 합격자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혜택을 전혀 보지 못하고 혜민서란 곳에 발령된다.[46][47] 그러나 허준은 혜민서 발령에도 오히려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일을 열심히 한다.[48][49]

허준은 혜민서에서 일하다가[50] 구안와사 증세를 가진 환자를 치료하게 된다. 환자가 치료기간 도중 허준의 지시를 잘 따르지 않고 군것질을 해 하루가 좀 더 걸려서 낫긴 했으나 보통 닷새 안에 치료될 증세를 나흘만에 치료한 것. 마침 어의 양예수는 공빈 김씨의 남동생 김병조의 구안와사를 치료하던 중이었는데, 양예수의 세력을 꺾고 허준을 대항마로 삼으려는 정작 덕분에[51] 허준이 양예수 뒤를 이어 김병조의 치료를 맡게 된다. 이후 허준은 김병조의 패악질에 고생하고,[52] 중간에 김병조가 구안와사 외에도 암 초기라는 사실까지 알게 되어[53] 암도 치료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게 된다.

허준은 치료과정에서 김병조의 패악질에 시달려 발을 다치기도 하고[54], 김병조를 꾸짖고 자기 편을 들어주던 공빈이[55] 김병조에게 흔들려 도로 압박당할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 그러나 치료과정에서 선조가 나서서 다시 허준을 도와 김병조의 패악질을 막아준다. 그러나 정한 기한 내에 김병조의 병의 차도가 보이질 않아 위기에 처한다.[56] 허준은 자신의 실패를 이용하려는 양예수 일파에게 김병조 치료 실패의 책임으로 손목이 잘려나가 의원 일을 영원히 못할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다.

허준이 위험해지자 그를 위해 몸을 날려 허준을 도와준 내의원 친구와 그를 따르는 의녀 미사 등 주변인이 어찌어찌 짧게나마 시간을 벌어준다. 그 와중에 김병조의 상태가 확실하게 나아지고,[57] 허준은 결국 풀려난다.[58] 허준이 김병조의 병들을 낫게 한 것으로 인해 그는 내의원 직급도 상승하고 주변 사람들의 신임을 얻으며 유명해졌다.

허준은 한때 사이가 서먹해진 유도지와 다시 재회하게 된다. 유도지는 중국 사신을 따라갔다가[59] 중국의 의술서를 가져와서 허준에게 건네준다. 허준은 중국의 의술서를 보고 학구열이 동해서 중국에 방문하고 싶어하고, 정작의 도움으로 기어이 중국에 가게 된다. 허준은 자신이 가지게 된 의술서의 저자 이시진을 만나고 싶어했지만 끝내 만나지는 못한다.[60] 그러나 허준은 그의 소식을 들은 뒤 자기도 조선 전체의 약초들을 찾아 정리하는 등 조선의 의술서를 만들어볼 꿈을 가진다.

3.1.2. 허준의 가족들

3.2. 유의태 병사 및 집안 사람들

3.2.1. 유의태


허준의 스승으로 묘사된 유의태(1652-1715년 2월 27일)는 숙종 어의를 지냈으며, 홍역 치료의 태두로서 조선인 최초로 홍역 치료서 <마진편>을 저술하였고, 질병 예방을 주창하였으며, 일생동안 5도(정도, 효도, 시도, 의도, 수도)를 실천하였고,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귀천, 친소, 민간과 빈부를 차별하지 않고 백성을 위하는 위민 정신, 백성을 사랑하는 애민정신을 펼치면서 죽었던 사람을 살린다는 신의, 환자가 의원을 따르게 하여 병을 치료하는 심의로 불려진 산청의 전설적인 명의 유이태 이름에서 파생된 이름이다.

허준의 의술 스승.[62] 그의 신념은 모든 병을 고치는 의사와 모든 환자를 차별없이 치료하는 것이다. 허준의 스승답게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으며,[63] 내의원 양예수와 의술을 겨뤄 이긴 적이 있다. 그러나 양예수 일파에게 찍혀서 내의원이 될 실력을 지녔음에도 과거에 낙방하게 된다.[64]

매우 깐깐하고 철두철미한 성품을 지녔다. 병자를 긍휼히 여기는 헌신이야말로 의원의 첫째 자질임을 강조하며,[65] 고위 양반과 엮인 허준이나 개인의 영달을 쫓아 가난한 민중들을 돌보지 않고 취재를 보러 떠나버린 자기 친아들과 수제자와는 의절하기도 했다. 허준의 경우 허준이 과거시험까지 포기하고 가난한 민중들을 무료로 돌봐준 것을 알고 마음을 돌려 그를 다시 보게 된다. 그러나 아들과 수제자인 임오근의 경우 자기들의 태도를 반성하지 않고 그의 비방만 원하는 모습을 보이자 아무것도 주지 않고 의절해버린다.

그의 태도에 실망한 부인과도 사이가 틀어지고[66] 수제자인 임오근마저 유의태의 슬하를 떠날 것을 결심, 그간의 정을 고려해 유가고약의 비법이라도 가르쳐 줄 것을 청했으나 유의태가 그마저 들어주지 않자 유의태에게 상해를 입히고 금품까지 갈취해 떠난다. 이후 유의태는 아들과 의절하게 된 원인이 허준임을 개의치 않고 허준의 의술을 시험해보기까지 하며 그를 자기 제자로 도로 받아주고, 허준이 치료해줬다가 사후처리가 잘못되어 맹인이 된 환자를 허준이 다시 치료하는데도 도움을 주며, 나중엔 말기암 환자가 돼서 죽어가게 되자 자살하여 허준에게 갓 사망한 시체를 해부할 기회까지 준다.

소설에선 풍체가 큰 김민세, 안광익, 허준[67]과 달리 왜소한 신체로 묘사된다.

3.2.2. 유도지

유의태의 친아들. 허준과 동문수학한 사이이며 교제를 맺기도 했다. 중권에서 그는 내의원 과거시험에 붙어 합격하지만, 금의환향하고 돌아왔다가 아버지 유의태에게 오히려 박대당한다. 그가 유의태와 달리 속물적인 마음가짐으로 내의원이 되어 개인의 영달이나 챙기려 한 것을 유의태가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기 때문. 반대로 그의 어머니 오씨는 그에게 기대를 많이 걸고 그를 아낀다.

이후 유도지는 아버지에게 정말로 실망해 유의태와 의절하고, 내의원에서 왕자를 맡아돌보는 요직을 담당하게 된다.[68] 나중에 그와 동문수학 사이의 허준이 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지만 한동안 서로 접점 없이 지냈다. 그러다가 내의원 내부의 인사이동 시기가 다가오자 유도지는 허준과 손을 잡고자 한다.

이유인즉슨 허준과 유도지 모두 유의태의 관련자인데, 내의원 실권을 쥔 어의 양예수는 유의태와 의술을 겨루다가 패배한 이후 유의태에게 악감정을 품었기에 자기와 허준 모두 유의태 관련자라는 이유로 양예수에게 찍혀 나쁜 자리(혜민서)로 떨어질걸 우려해서였다. 그래서 유도지는 급한 마음에 허준과 접선해 편먹기라도 하려고 했던것이다. 그러나 허준은 유도지와 입장이 비슷한 대다수 내의원들과 달리 양예수에게 찍혀 나쁜 자리로 떨어지는걸 그렇게 두려워하지 않았고 둘이서 편먹는건 무산된다. 그러나 유도지의 우려와 달리 양예수는 유도지를 혜민서에 떨구지 않고 다른 왕족을 돌보는 자리를 맡겼다.

부친인 유의태와 달리 의원으로서의 자질은 그다지 출중하지 못하다. 내의원 취재를 보러 떠나기 직전 유의태의 지기인 김민세가 던진 질문에 명쾌히 답하지 못해 '학습이 모자란다'라는 평을 듣는다. 유도지가 내의원에 임관한 이후, 어의 양예수는 유도지의 역량이 그 아버지이자 자신의 앙숙인 유의태에 턱없이 못 미친다는 점을 알고서 유의태에게 던지는 야유의 뜻[69]으로써 유도지를 궐내 요직에 배치하기도 했다.

유도지는 유의태와 사이가 매우 나빠진 채로 의절했으며, 내의원에 임용된 허준과도 이전의 떨떠름한 관계를 유지하며 애써 거리를 둔다. 유의태의 작고 소식을 허준으로부터 전해듣고도 일부러 부친의 무덤조차 찾지 않았다. 그러나 사신 행차를 따라 파견 의원으로서 명나라에 다녀온 후로는 허준과의 사이가 급격히 누그러진다. 허준이 김병조의 구안와사 및 반위를 치료할 때 양예수와의 극한갈등 속에서 한사코 유의태의 가르침을 옹호한 것을 알고는 감명을 받은 것이다.[70]

이후 유도지는 허준을 찾아와 아버지와 의절했던 과거에 대해 애통한 감정을 토로한다. 이미 보직이 높아진 허준에게도 예우를 갖춰 대하며 사신 행차길에서 입수한 귀중품들을 선물하는 등 이전의 앙금은 해소된 모습을 보인다. 이 선물들 중 서적인 <중원의인전>은 중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의학사와 의원들에 대해 기록한 것으로 허준의 각별한 관심을 끌었으며, 허준이 온갖 병의 치료법에 대해 체계적인 기록으로 남겨둘 필요가 있겠다는 발상을 하는 단초가 된다.

유도지는 작가 이은성의 부고로 완결되지 못한 극후반의 전개에서도 계속 등장할 예정이었다. 미완결 분량을 요약한 내용에 따르면 어의가 된 허준은 유도지를 보좌의관으로 지명해 측근으로 두는데, 이는 은사인 유의태를 기리는 인사임용이었다. 그러나 유도지는 정유재란이 발발하자 몸을 사린 나머지 신하로서의 체통도 사명도 버리고 도망가버린다.(...) 국난 중에 신하가 몽진 행렬을 이탈하는 행위는 삭탈관직이나 그 이상의 처벌을 받아도 이상할 것 없는 중죄이나 어떻게든 정상참작 내지는 복권이 될 예정이었던 듯하다. 선조가 승하한 이후 허준이 귀양길을 떠나자 유도지 또한 동행하여 동의보감의 편찬에 한몫 거들게 되기 때문.

3.3. 김민세(삼적대사)

유의태의 지인으로 안광익과 함께 3인방이 절친한 친구이다. 유의태의 다른 지인이기도 한 안광익과 결혼한 궁녀 정씨의 언니와 결혼한 사이(매부)이기도 하다.

현재 그는 걸승 차림을 하고 문둥병 환자들을 돌보며 문둥병 치료에 힘을 쏟고 있다. 원래 스님이 아니라 내의원 의관 출신이라 출가 후에도 육식을 거리낌 없이 하여 봉은사 주지인 휴정이 그의 악식을 타박하기도 했다. 그래서 술을 곡차, 고기를 떡이라 부르면서 먹고있다. 몸집은 안광익 처럼 큼직한편으로 곰처럼 큰 몸에 손은 기형처럼 작다고 묘사되어있다.

과거의 그는 내의원 소속으로 젊은 나이에도 그 실력 덕에 양예수의 눈에 들어 편애를 받고,[71] 어의 자리를 거머쥘 가능성이 있는 뛰어난 의원이었다. 하지만 그가 궁녀 정씨의 언니와 결혼하고 난 뒤 3년만에 어렵게 본 아들이 실종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그의 인생이 달라지게 된다.

김민세의 아들이 자취를 감춘 후, 김민세는 다른 사람들에게서 아들의 실종이 문둥병 환자들과 관련이 있다는 말을 듣게 된다.[72] 김민세는 아들의 흔적을 찾다가 아들의 신발이 있는 어떤 문둥병 환자 가족의 집까지 오게 된다. 김민세는 그 가족이 자기 아들을 죽였다고 생각했는지, 그들의 집에 있는 쇠스랑으로 문둥병 환자 가족 넷[73]을 모두 죽여버린다. 이후 그 집을 나온 김민세는 자기 아들의 옷을 걸치고 있는 문둥병 환자 소년을 발견한다.

김민세와 마주친 소년은 자기는 사람을 해치지 않고 물고기와 뱀만 잡아먹는다고 항변하고, 걸친 옷[74]은 아버지가 줬다고 말한다.[75] 마침 그들이 있던 강가엔 비가 오고 있었기에 김민세는 문둥병 소년을 데리고 길을 건넌 후 그 소년을 숨겨둔다. 그리고 그는 아들의 신발만 들고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그간 있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이에 김민세의 아내는 충격을 받고 아들의 신발을 빼앗아들어 그 길로 우물에 뛰어들어 자살하게 된다.[76]

김민세는 (추측이지만) 자기 아들의 원수의 아들이자 자기를 원수로 두게 된 문둥병 소년을 양자로 거두게 된다.[77] 그는 이후 양예수의 밑에서 물러나 문둥병을 고치기 위해 떠도는 인생을 살게 된다. 일단 좀 위험한 관계의 우려가 있는 양자도 길상이라 불리게 되어 김민세와 동행하게 된다.

김민세는 허준과 만난 후 허준에게 면천할 방법으로 내의원이 되는 길을 알려주고, 허준은 이 말에 따라 내의원 과거시험을 보러가게 된다. 허준도 그의 태도에 감명받은듯하나, 김민세와 같은 길을 걷는걸 바로 택하지는 않았다.[78]

3.3.1. 안광익

유의태, 김민세와 함께 절친한 친구이자 뛰어난 의원이다. 잠깐 언급되지만 고향은 강원도 정선.

작중에서 이 3인방의 의술은 비할데가 없으나 어린시절부터 사람의 신체에 심취하여 더 많은 사람을 구하기 위해 살아있는 인체의 내부를 보고싶어 한다. 부술에 매우 능하며 당시 사상적 한계로 금기시된 칼을 이용한 수술에도 능하고 살이 터지거나 부러진것을 꿰매어 잇는것도 용한 인물, 호랑이도 침 하나로 잡을 만큼 뛰어나 유의태도 인정할 정도지만 유의태의 구침지희 일화를 듣자 침술은 자신보다 유의태가 더 낫다고 스스로 평가한다. 또한 관상에 능하다고 표현되어 있다.

종잡을 수 없는 괴인 기믹이 강하다. 엄격함이 강조되는 유의태, 덕성이 강조되는 김민세와 달리 이 사람은 현실주의와 의술을 닦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마키아밸리즘을 보여주며 시신 해부를 망설이는 허준에게 네가 그리 숭배하는 유의태라고 환자 죽인 적 없을 것 같냐고 비웃기까지 한다.

기골이 크고 장대하며, 광대뼈가 불거져나오고, 왕방울 같은 큰 눈에 이글거리는 눈빛, 메기 같은 큰입에 털복숭이여서 산적 같은 얼굴이지만 특이하게 치아는 쥐 이빨처럼 하얗고 작으며 가지런하다고 한다. 김민세와 동서관계로 김민세의 아내는 궁녀 정씨의 언니고, 안광익의 아내는 궁녀 정씨다.

첫 등장은 궁녀 정씨와 걸인 행상으로 유의태 집에 의탁하는것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언급 상으로는 백정 마을로 스스로 들어가 치료를 해주며, 대가로 남의 무덤을 파해쳐서 해부하는걸 의뢰하는 등 구일서와 인연이 있는것으로 나온다.

원래 내의원 의원이었는데 사사건건 양예수 및 양예수의 졸개들의 처방에 시비를 걸었고, 양예수가 처방한 약을 자기 멋대로 몰래 바꾼게 들통나서 하옥돼서 다리 하나가 그때 박살난다. 이후 갓 태어난 신성군의 등에 종기가 나서 엎드리지조차 못하고 앓고 있자 옥체에 칼을 댈 수 없다고 고약만 처방하는 내의원들의 모습에 칼을 들고 왕자의 방으로 찾아가 종기를 째서 고름을 짜내서 단박에 왕자를 치료해냈다. 이 때문에 왕자에게 칼을 들이댔다고 대역부도의 죄를 쓰고 의금부에 투옥되지만 왕자의 등창이 씻은듯이 치료되면서 즉각 석방된다. 하지만 왕자의 유모 궁녀 정씨는 미친자의 칼에 임의로 왕자를 내준 죄를 추궁받고 약을 먹고 자결을 시도한다.[79] 이에 안광익은 정씨를 치료해낸 다음에 떠나는데 그전부터 정씨와는 서로 내심 사랑하는 사이였던지 안광익이 떠나자 궁녀 정씨가 대궐담을 넘어 안광익을 찾아 오면서 함께 야인으로 살게 된다.

인체를 해부하고 싶은 것이 소원인데 유의태의 시신을 해부할 수 있는데도 유의태의 시신은 허준이의 몫이라며 해부를 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파문된 허준에게 자신의 제자가 되어 부술을 배울 생각이 있냐고 제안한 적이 있으며, 이후 유의태가 죽자 9개월간 허준과 함께 전국을 일주하며 김민세와 함께 그를 가르치고 취재에 응시하러 한양으로 가는 허준과 작별했다고 간단히 언급되는 것이 마지막 등장이다. 원작에선 말년의 허준과 함께 질병 구제를 같이 하는 설정이었다고 한다.

3.3.2. 궁녀 정씨/부인 정씨 자매

김민세의 아내(언니)와 안광익의 아내(여동생)으로 안광익의 아내는 원래 궁녀였다.

김민세의 아내 부인 정씨는 아들이 참혹하게 죽은 사실을 알게 되자 아들의 신발을 가슴에 품고 우물로 몸을 던저 자살한다.

안광익의 아내 궁녀 정씨가 출궁하게 된것은 왕자 신성군의 몸에 종기가 생겼을때 일어났던 일이다. 당시 신성군을 담당하던 궁녀 정씨는 안광익이 칼을 대는 시술을 하는걸 방조하였고 안광익은 왕자가 완치되어 죄를 물지 않게 되었으나 궁녀 정씨는 이를 방조한 죄로 하옥되었다. 이에 약을 먹고 자결을 시도하나 안광익이 치료해주고, 또한 정씨를 업고 궁궐 담을 넘어 탈출하게 된다.

궁녀 정씨가 안광익의 치료를 눈감아 준것은 안광익이 정씨 자매의 부모를 치료해준적이 있어서 그 의술을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광익을 따라 유의태 집까지 도망온 궁녀 정씨는 이후 잠시 유의태 집에 의탁했다가 김민세가 보살피는 문둥병 환자가 모인 마을로 들어가 안광익과 김민세를 도와서 문둥병 환자를 치료하는데 전념하며 이 와중에 안광익과 결혼하게 된다.

궁녀 출신이지만 의술에 대해 약간 아는것이 있는것으로 묘사되며, 눈매가 곱고 하얀 피부의 기품있는 모습과 몸가짐을 하고있다고 묘사된다.

3.3.3. 임오근

유의태 문하의 제자 중 최고참으로서[80] 병사에서는 황초잡이[81]를 보직으로 맡고 있다.

허준이 의술을 익히고자 유의태의 수하를 방문했을 때, 텃세를 부리는 장쇠 등과 주먹다짐을 벌이자 장쇠에게 합세해 장작개비로 허준을 후려쳐 기절시키며 등장한다. 첫 등장부터 작중에서 퇴장할 때까지 허준과는 여러모로 악연을 맺는 인물이다.[82] 자기중심적인 인성 탓에 유의태의 의원을 찾는 병자들에게도 좋은 인상은 주지 못하고 있는데, '유의태의 수제자라고 모가지 뻣뻣이 하고 돌아다니던 눈알이 당나귀 멩쿠로 노오란 놈'이라는 욕이나 다름없는 뒷담화를 병자로부터 듣기도 한다.

의술은 대단치 않으나 유의태의 제자들 중에서는 가장 나은 학식을 갖추고 있다. 꺽새, 영달, 장쇠 등이 보여주듯 유의태의 제자들 상당수는 글조차 깨우치지 못한 문맹이다. 그러나 유의태의 제자 중 부산포와 임오근만큼은 읽고 쓰는 데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묘사된다.[83] 그리고 임오근은 부산포의 속된 인간성으로 보아 자신의 경쟁자가 될 수 없다고 판단, 내심 자신만이 유의태의 후계자 자격을 갖췄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이러한 자부심은 결국 임오근과 허준의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 원인이 된다.

등장 초기에는 장쇠와 영달 등과 합세해 끈질기게 허준에게 텃세를 부리지만, 시간이 지나자 주막에서 시간이나 때우는 다른 일꾼들과는 달리 발품을 팔아 약초에 대한 지식을 익히는 허준의 열정을 인정한다. 이후 과거의 악연을 털고 허준과 가까워지며, 유의태의 부인 오씨에게 허준이 약초 공부에 쏟는 노력과 정성을 언질해주기도 한다.

유의태 밑에서 여러 해를 머물렀음에도 정작 가진 의술은 보잘것없다. 8년을 보고 배운 짬밥 덕에 약재의 품질 감별 정도를 그럭저럭 해낼 뿐, 정작 병자를 진맥하고 치료하는 요령엔 문외한이나 다름없으며 의학적 지식 또한 책에서 본 짤막한 내용을 겨우 읊는 경지를 넘지 못하고 있다.[84] 유의태의 부재를 틈타 만만해 보이는 치질 환자를 직접 진료하겠다고 나서다 유도지에게 '알지도 못하면서 왜 나서나'라는 면박을 당하기도 한다. 이에 지지 않고 유도지에게 맞서지만 유의태가 돌연 나타나 침술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말문이 막힌 모습을 보인다.

시간이 지나 임오근은 허준에게 라이벌 의식을 느끼게 된다. 유의태의 제자임에도 병자들을 사사로이 진료했다는 의혹을 받은 허준이 질문에 막힘없이 답변하며 결국 유의태로부터 인정받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로써 임오근은 허준보다 8년을 유의태 문하에서 더 배웠다는 자부심이 무너진 것은 물론, 내심 눈독을 들였던 유의태의 후계자 자리마저 허준에게 뺏길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게 되었다.

이후 유의태가 창녕 성대감의 부인을 진료할 사람으로 다름아닌 허준을 지목한 일은 임오근의 질투에 기름을 붓는다.[85] 허준만 없었다면 임오근 자신이 성대감 댁에 파견되었을 거라는 망상은 덤.[86] 결국 임오근은 유의태가 자신을 제쳐놓고 허준을 수제자로 삼았다는 확신이 들 경우 유의태의 문하를 떠나기로 결심한다. 아울러 수틀리면 유의태의 보호를 받는 안광익의 수상쩍은 행적을 관가에 고발해 유의태까지 파멸시키겠다는 흑심을 품는다.

며칠 뒤 유의태의 지시로 경과 확인을 위해 성대감의 집을 방문한 임오근은 허탈감에 빠진다. 내심 허준의 치료가 실패하길 바랬던 임오근의 기대와는 달리, 허준이 성대감 일가의 극찬 속에서 성대감 부인의 풍병을 고쳐낸 것이다. 성대감은 고마움의 표시로 내의원 입격에 도움이 될 천거의 글, 소개장을 허준에게 써 준다. 그리고 허준처럼 내의원 입격에 뜻을 두고 있던 임오근은 이 광경을 지켜보며 멘붕에 빠진다. 그는 자신 몫의 소개장까지 받아줄 것을 허준에게 빌다시피 요청하나 허준은 애초에 될 일이 아니라고 여겨 거절한다. 임오근은 격노한 나머지 허준의 뒷통수를 돌로 내려찍으며 피 터지는 난투극을 벌인다. 이 다툼 이후로 허준과 임오근의 관계는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틀어지고 만다.

앙심을 품은 임오근은 그 길로 유의태에게 돌아가 허준이 받은 소개장의 정체를 고자질한다. 결국 유의태는 세도가의 권력을 빌어 의원이 되려는 자는 내 문하에 있을 자격이 없다며 허준을 파문하고 만다. 허준이 파문된 이후로는 유의태를 음해하려던 계획을 접고 계속 유의태 휘하에서 잡일을 맡는다.[87] 수제자의 차림새를 하고 있다는 작중 묘사가 있는 것으로 보아 허준이 파문된 시점에서 유의태의 수제자로 공인받은 듯하다. 그런 와중에도 허준에 대한 앙심을 잊지 않아서 허준을 찾아오는 병자들을 거짓말로 헛걸음치게 만들기도 한다.[88]

그러나 임오근의 리즈시절은 길지 않았다. 유도지가 내의원 취재에 입격하는 과정에서 애원하는 병자를 뿌리치고 간 것이 탄로나자 유의태가 격노한 것이다. 유의태는 아들과 의절한 것은 물론, 유도지와 동행했던 임오근 또한 그 자리에서 파문한다.[89] 게다가 영달과 꺽새 등 다른 제자들이 이 일로 임오근을 위로하긴커녕 오히려 임오근의 수제자 자리를 뺏을 기회가 왔다고 여겼다.

결국 임오근은 막다른 곳에 몰렸음을 알고 마지막으로 유의태의 방을 찾는다. 그 자리에서 임오근은 고향으로 돌아가 생계라도 이어갈 수 있게 의원으로서의 지침과 유가고약의 제조법을 알려달라 요청한다.[90] 그러나 일찍이 허준에게 그랬듯 한번 눈밖에 난 자에게 매몰찬 유의태는 임오근의 통사정을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분노한 임오근은 촛대가 박힌 송곳으로 유의태에게 상해를 입히고, 문갑 속의 돈을 훔친 뒤 병사 안의 병부[91]까지 탈취해 달아난다.[92] 소설 속 임오근의 등장은 여기까지이며 이후의 행보는 나와있지 않다.[93]

허준과 상화 정도를 제외하면 유의태의 제자들은 사실 모두가 '의원으로서 삼가야 할 품행'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인물들이며, 임오근 또한 예외는 아니다. 임오근이 그나마 다른 제자들에 비해 나은 점은 영달이나 꺽새 등의 다른 제자들처럼 진료를 미끼로 병자의 돈을 뜯어내는 수작을 벌이지는 않는다는 것 정도이다.[94] 주워들은 얕은 지식으로 섣불리 의원 행세부터 하려는 공명심, 의원의 체신을 세운답시고 병자에게 친절한 제스쳐는 가급적 하지 않는 뻣뻣함 등은 작중 등장인물들에게조차 비판받는 임오근의 흠결이다.

3.4. 내의원

3.4.1. 양예수

명종과 선조어의.

그는 내의원의 최고봉이자 실세로 실력은 어의답게 뛰어나지만 의원으로써의 마음가짐보단 권력욕과 명예욕이 더 강한 인물이다. 그의 목표라 함은 3대째 왕을 모시는 어의가 되는 것.

양예수는 이임보[95]의 조선판이라 할만큼 내의원 내에서 철저하게 정치질을 했다.[96] 우선 공빈 김씨를 비롯해서 선조의 총애를 받는 왕실 식구들의 가벼운 병환은 늘 자신이 도맡아 처리함으로 내시들까지 그에게 아부하게 만들었으며, 중병이 나타나면 요행수로 조금 호전시키고 나몰라라 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견제되지 않을법한 실력자들이나 실력자가 아니어서 견제의 이유가 없는 내의원들은 잘해주지만 유의태처럼 자기 눈에 찍히거나 견제대상이 된 이에겐 가차없다. 허준도 양예수의 정치질에 피해를 봤다.[97] 양예수의 이런 행보를 관리 정작은 맘에 들어하지 않아 훗날 허준을 대항마로 세울 계획을 꾸린다.

양예수는 원래 자기 후계자였던 김민세의 자리를 위해 유의태를 견제하여 내의원이 되지 못하게 술수를 부린 적이 있었으며, 이에 분노한 유의태와 의술 실력을 겨뤘다가 패배하는 바람에[98] 유의태와 그의 직계 제자 허준에 대한 강한 악감정을 갖고 있다. 김민세가 문둥병 환자 가족에게 자기 아들을 잃은 후 나환자들을 고치기 위해 양예수 밑을 영영 떠나버려서 다른 후계자를 기르는 중이라 결과적으로는 상관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지만, 양예수는 아직도 그에 대한 증오를 품고 있어 유의태의 아들 유도지가 실력이 없음을 알고도 조롱의 의미로 왕족을 돌보는 자리로 배정시켜주고, 허준에겐 혜민서라는 비인기 부서로 발령보내는 등 술수를 부렸다.

이후 선조의 총애를 받는 공빈 김씨의 남동생 김병조가 구안와사 건으로 내의원의 진료를 받게 되자 본인이 그를 담당해 자기의 명예를 드높일 꿍꿍이를 품는다. 양예수는 물론 다른 의원들에게도 구안와사는 보통 닷새 안에 낫는 쉬운 병이었지만 양예수는 구안와사를 고치기 어려운 병인 것마냥 가식을 떨고, 이 와중에 김병조가 구안와사 외에 반위(암)을 앓고 있다는 것도 진단했으나 이걸 숨긴다.[99] 그러나 본인이 구안와사를 어려운 병인것마냥 말한게 동생을 걱정하던 공빈을 자극해, 공빈이 안절부절하다 결국 허준을 끌어들이게 됨으로써[100] 자승자박 꼴이 난다.

결국 김병조의 치료는 양예수에서 허준에게로 넘어가버린다. 그러나 허준이 김병조를 약조한 기한 내에 고치지 못한 것 같자 양예수는 이때다 하고 허준의 손을 잘라내 영원히 의원 일을 못하게 만들려 한다. 하지만 김병조가 완치되었다는 사실이 먼저 닿아 허준은 구사일생, 양예수는 어의에서 전의감으로 물러나게 된다. 사실상 3대 왕의 어의를 맡겠다는 그의 꿈은 이 시점에서 물거품이 된 것이다. 추가로 양예수가 자리이동을 하게 되어 그의 내의원 내부에서의 실권이 줄어들어 이전처럼 대놓고 정치질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외에 그의 측근들도 숙청되어 혜민서로 쫓겨나고 측근들은 양예수에게 왜 진작에 쉬운 병은 자기가 다 독점해서 이 꼴이 되게 만들었냐고 원망한다.

이후 성격을 조금 고쳐 허준을 주요 자리에 천거하는 등 그와 무난하게 지내지만 임진왜란이 터진 후에는 내의원 서고를 가지고 피난해야 한다는 허준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고 매몰차게 대한다.

참고로 실제 역사에서 양예수의 동생 양지수(楊智壽)도 의원으로 형제가 모두 의원이었으나 조선왕조실록에 양지수는 한번만 언급될 정도로 기록이 부족하여 소설에선 한번도 나오진 않는다. 양지수는 임진왜란 도중 일본군에게 포로로 잡혔으나 왜군을 꾸짖으며 강물에 투신자살하였다.

3.4.2. 이명원

허준보다 햇수로 3년 선배로 부자연한 감정을 떠나 동료로서의 우정을 보인다.

3.4.3. 이공기

3.4.4. 미사

허준이 내의원이 된 지 얼마 안 되어서 만난 의녀. 버드네 마을과 같은 지역 출신이기에 허준의 소문을 듣고 그에게 큰 존경심을 품게 되었다.[101] 허준의 내의원 시절 초기부터 임진왜란 피난 시절까지 온갖 고생을 같이 하면서 허준을 충실히 따른다.

3.4.5. 정작

소윤의 거물 정순붕의 아들으로 실존인물이다.

소윤 몰락 후에 의원의 길을 걷는다. 즉 양반 출신 의원, '유의'이다. 양예수의 독재에 맞서 내의원을 개혁을 꿈꾸면서 허준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준다.

3.4.6. 김응택

양예수의 핵심 졸개. 판관 벼슬을 하고 있으며 허준이가 침술에 능하다는 사실에 대놓고 시기를 하며 정작의 내의원 개혁운동을 대놓고 훼방놓고 다닌다. 이후 양예수가 허준이의 손목을 자르라고 지시하자 누구보다도 좋다고 나서서 자르려고 덤벼들지만 김병조가 완치된 것이 알려지면서 몰락하고 혜민서로 좌천된다.

3.4.7. 송학규

양예수의 또 다른 졸개인데 주로 상권에 나와서 소설 동의보감엔 안나오는 걸로 오해받기도 한다. 다만 유의태도 송학규는 대체 누구냐?라고 묻고 안광익이 나보다도 후배라고 하는 대사가 있는걸 봐서는 양예수 졸개 중에서도 쪼렙으로 보인다. 의안군의 등창 치료를 맡았으나 칼 대기가 무서워 덜 곪았으니 차일피일 미루어 의안군의 목숨이 위태로워지자 안광익이 의안군을 빼돌려 수술해버리지만 이 일로 안광익이 대역부도 죄를 뒤집어쓰고 의금부에 투옥된다.

3.5. 왕실

3.5.1. 선조

당시 조선의 왕. 후궁 중 공빈 김씨를 매우 총애해 공빈의 동생 김병조에게도 어의를 붙여주는 특혜를 배풀었다. 그러나 공빈 김씨가 죽고 나자 다른 후궁의 슬하에서 본 어린 왕자들에게 더 관심을 주는 모습이 나온다.

임진왜란이 시작되고 왜군이 수도까지 점점 다가오자 원래 역사에서처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궁을 버린 후 피난간다.[102]

3.5.2. 공빈 김씨

허준이 내의원이 되었을 적에 선조에게 가장 총애받던 후궁. 그녀는 선조와의 사이에서 가장 먼저 아들을 둘(임해군, 광해군)이나 본 후궁이었고 선조의 총애를 등에 업어, 왕족도 아닌 자기 남동생 김병조에게 내의원 어의를 붙여줄 정도의 영향력이 있었다.

그녀는 성격이 크게 모난 사람은 아니나 동생 걱정이 과하고 동생 일에 공사구분을 흐리게 한다는게 문제였다. 그녀가 가진 '총애받는 후궁' 의 권세는 그녀의 동생 김병조가 내의원인 허준에게 선을 넘는 패악질을 부르는데 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103] 그녀 자신은 김병조보다는 공사구분을 하는 편이기에 김병조가 허준에게 부상까지 입히자 이 건으로 김병조를 꾸짖고 허준을 보호해줌으로써 허준의 우군이 된다.[104][105]

이후 셋째아이(딸)를 출산하다가 난산 과정을 겪고 사망한다. 확실한건 태아가 출산될 때 머리가 아닌 다른 신체부위부터 나왔다는 것이지만,[106] 어째서인지 그녀의 자세한 사망 원인은 왕실 내에서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에둘러졌다.[107] 실제로 그녀가 난산을 겪고 사망한 이유는 그녀가 춘약(...)을 복용한 것이 몸을 악화시켰고 출산 때까지도 악영향을 준 것이었다. 공빈 김씨가 스스로 몸을 악화시켰다가 죽게 된 것은 왕의 총애를 잃지 않기 위한 그녀 나름의 발버둥의 결과였다.[108]

그녀의 사후 선조의 관심과 총애는 그녀가 낳은 아들들(임해군, 광해군)에서 다른 후궁들과 그녀들이 더 늦게 낳은 왕자들에게로 옮겨간다.

3.5.3. 공빈 김씨 소생 왕자들

3.5.4. 인빈 김씨

공빈 김씨 살아 생전엔 서열 2위, 공빈 사후엔 서열 1위의 후궁. 첫 언급은 상권이지만 본격적 등장은 당연히 허준이 내의원에 들어간 3권부터이다. 공빈이 사망한 후 정신옹주, 정혜옹주, 신성군, 정원군을 잇달아 생산하면서 선조의 사랑을 독차지하여 임해군의 미움을 산다.

직접 등장한 것은 의안군이 황열병에 걸렸을 때이며, 빼어난 미모와 자애로운 모성이 돋보이는 심성이 맑아보이는 여자로 좋게 묘사된다. 허준에게 의안군의 병세에 대해 물으나 허준도 아직 모르는 상태라서 확답하지 못해 답답해한다.

3.5.5. 인빈 김씨 소생의 왕자들

3.6. 기타

3.6.1. 구일서

본명은 변돌석이 라는 백정으로 안광익이 아버지를 치료해주고 대신 사람의 신체를 해부하게 해달라는 부탁을 들어주고자 도굴을 하다가 아버지도 죽고 도망자 신세가 된다

구일서라는 가명으로 산천땅에서 자리를 잡아 허준을 도와준다. 그러나 결국 본명이 탄로나 다시 쫒기는 신세가 되며, 거제도로 도주한다. 훗날 정여립의 반란에 적극 호응하여 민란을 일으킨다고 한다.

3.6.2. 내의원 과거시험 치러가던 의원들

허준이 첫 내의원 과거(의과)시험을 치러가는 길에 만난 의원들. 처음엔 허준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허준의 소문은 일단 알고 있어서, 허준의 정체가 드러나자 바로 시선을 쏟는다. 자신들이 모여있던 곳에 가난한 농부 부부가 들이닥쳐서 자기 가족 좀 치료해달라 사정하자 허준을 제외한 대다수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그나마 허준의 명성을 믿고 따라나서서 농부 부부네 아버지를 치료하는 것을 도와준 것이 정상구와 우공보로, 이 두 사람[109]이 나오는 부분은 국어 교과서에서도 나온다.

3.6.3. 버드네 마을 사람들

허준이 내의원 과거시험을 치르러 한양으로 가는 길에 만나게 된 '버드네' 라는 마을의 빈민들.[114] '무지렁이' 란 수식어가 나올 만큼 배운 것 없고 가난에 찌들고 아프지만 그렇기에 평소 제대로 의원의 신세를 지지 못해 진료가 매우 고픈 이들이다. 자기들의 사정이 우선인 탓에 이기적이고 적반하장적인 면모도 보이지만,[115][116] 본성이 나쁜 사람들은 아니며 오히려 순박하고 나름 은혜와 양심을 아는 면모도 보여준다.[117]

나중에 허준을 존경해 따르는 의녀 '미사'가 스스로 버드네 사람들과 같은 지역 출신이라고 밝힌다. 미사가 허준을 존경하게 된 데에도 버드네에서 허준이 무상진료를 해준 일과 관련이 있다.

이들의 행적을 요약하자면 여러모로 허준에게 곤경도 주고 기회도 준 사람들. 허준은 이 사람들 돌보다가 과거시험도 놓치고 말 절도범이란 누명도 썼지만 이들을 위해 개인의 영달을 버리고 헌신한 끝에 유의태의 눈에 다시 들었다. 그리고 허준의 처방전과 환자 사후처리 문제로 인해 버드네 출신의 자기 환자가 맹인이 되는 사고가 벌어졌지만 그 환자를 완벽하게 고쳐냄으로써 다시 한 번 명의로써의 입지를 다지고 평가를 회복한다.
[1] 혹은 고혈압[2] 작가의 말 대신 실린 편집자의 말에서는 심장이 터졌다(!)는 표현을 썼다.[3] 예를 들어 만화 초반부에 나오는 궁중 용어와 문화는 소설 동의보감의 표현을 상당수 차용한 것이다. 두 작품의 해당 부분을 비교해보면 바로 알수 있다(...) 인터넷에 널리 알려진 '왕이 중전이나 후궁과 동침할 때 옆 칸에 나이든 상궁들이 들어가 앉아 감시한다.'는 이야기도 이 소설에서 묘사된 내용을 옮긴 것이다.[4]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허준에서는 22회에서 다뤄졌다.[5] 밤골사는 진돌석이란 사람에겐 간이 상해서 황달이 왔으니 곧 죽는데 장가 안갔으면 일찍 죽어도 된다고 돌려보내고, 다음 사람은 고환이 부실해서 걸핏하면 넘어지는데, 남들보다 훨씬 작은 고환이니 결혼할 생각 하지 말라고 엄포를 놓는다. 그리고 초반에 허준에게 유의태가 어디 사냐고 고압적으로 캐묻던 양반 일행에겐 아예 걸어다니는 송장 취급을 하면서 객사하기 싫으면 어서 빨리 집에 가서 후손들에게 남길 말이나 남기라고 한다. 다음 환자는 변비인데 인절미만 먹으면 낫는다면서 진맥한 적도 없으니 진맥료도 필요없으니 나가라고 쫓아낸다.[6] 이때 유의태가 유난히 허준에게 관심을 보이면서 허준의 이름을 묻는다.[7] 유도지는 허준의 글솜씨를 보고 처음에는 석공이 쓸줄도 모르는 글을 새기는 것처럼 흉내내는 정도로 생각했으나, 허준이 자신도 어려워서 손놓은 어려운 의서를 몰래 가져다 읽는 걸 보고 그의 학식이 높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정식으로 교제를 청하게 된다.[8] 여기에 유도지가 취재 응시 썰을 풀면서, 허준을 가리키면서 첫번째 시험이 약재 서른 댓가지를 불러주는대로 한자로 써야 하는 것이니 이 사람 정도는 글을 배워야 한다고 하여 허준이 여기에 자신감을 얻는다.[9] 구일서(변돌석)가 무덤을 파헤치려고 한 것은 자신의 아버지가 소를 잡다가 받쳐서 죽을 뻔한 것을 안광익이 구해줘서 그가 인체해부를 갈망하는 것을 알고 그에게 해부용 시신을 구해주기 위해 무덤을 파헤치다가 들통났었는데 원작에서는 구일서가 스스로 나선 것이지 안광익이 요구한 것은 아니다.[10] 산삼 세뿌리, 오사 한마리를 잡아서 바로 약방을 떠났다.[11] 약초꾼으로 더이상 풀릴 길이 없자 유의태에게 욕을 하고 자신의 애인 병사 하녀 유월이를 데리고 떠났는데 이후 거창에서 유의태 문하에서 쌓은 약초지식으로 약재상을 차려 부자가 되었다는 소문이 돈다.[12] 중국 의서 득효방에 나온 '전녀위남법'으로 돈벌자고 하지만 의서에 나온 것일뿐 실제로 되지않는 사기에 가깝다.[13] 드라마상 재미를 위해 유의태는 침술, 김민세는 탕약, 안광익은 부술의 대가로 각각의 전공분야가 다른 것으로 나오는데, 돌 지난 핏덩이에게 수술을 했다는 말에 유의태는 드물게 탄식같은 탄성을 내지른다.[14] 1999년 허준에서는 구침지희를 이야기해주는건 유도지다.[15] 나중에 밝혀지지만 양예수는 유의태의 침술이 뛰어난 것에 자신의 위치를 위협하는 것 + 자신이 후계자로 점찍은 김민세의 자리도 위헙해지는 것을 경계하여 유의태를 떨어뜨린 것이 맞았다.[16] 안광익은 양예수가 아니라 31세의 젊은 유의태가 먼저 제안했다는 말에 유의태가 자기보다 몇년은 빨랐다고 탄식한다.[17] 이때 기생 한명이 끼어들어 저래서야 닭이 아니라 고슴도치 꼴이 아니냐면서 미물이라지 어찌 불쌍하지 않냐고 농담한다.[18] 안광익의 언급을 보면 나중에 소문이 발전하여 유의태가 침묵하는 양예수의 입을 부젓가락으로 지졌다는 둥 비수로 억지로 열었다는 둥 하는 수준이 되었다고 한다.[19] 임오근은 급기야 영달과 함께 소주를 퍼마시면서 만약 유의태가 자신이 아니라 허준을 수제자로 삼으면 반드시 안광익의 존재를 고변하여 유의태 집안을 파멸시키겠다고 이를 간다. 한편 영달은 허준이가 지 잘난 맛에 마구 침 쑤시다가 다리 부러져서 올 것이라고 낄낄댄다. 사실 임오근도 허준이 중풍 고칠 리가 없다고 믿으면서 유의태가 하필 허준 보냈다는 사실에 분노한다.[20] 그간의 우정은 온데간데 없이 반말로 허준을 윽박지른다.[21] 이때 명나라 의원 이시진이 본초강목을 쓰고 있다는 얘기를 하면서 의원을 사람대접하는 중국에서나 가능하지 조선에선 어림 없다고 안광익이 비웃으며 조선은 의원놈들은 돈이나 밝히고 게으르고 민중이란 것들도 우매해서 아플땐 살려달라고 빌면서도 나으면 피고름 짜서 돈 번다고 침 뱉는 것들이라고 싸잡아서 욕한다.[22] 원래 허준은 불심 깊은 어머니 손씨를 배려해서 평소에 불교를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손씨 앞에선 불교 욕을 자제하는 편이었다.[23] 허준은 사실 병부를 임오근이 훔친 게 아니라 유의태 스스로 숨겨 자신을 시험한게 아닐까? 하고 의심하는데 명확하게 답은 나오지 않는다.[24] 허준이 자신의 스승이 유의태라고 했을 때는 그저 잠시 멈칫한 정도였다.[25] 여기서 양예수의 정치력이 돋보이는데 정작도 5일이면 충분하다고 진단했으나 양예수는 아예 열흘로 부르려다가 그랬다간 의술을 공부한 고관대작들로부터 구안와사 그거 중한 병도 아닌데 열흘이나 써서 성총을 흐트린다고 시비를 걸릴 것을 우려하여 적당히 1주일로 잡은 것이다.[26] 다만 반하사심탕 처방에 있어서는 양예수도 김병조에게서 나는 구취는 반하사심탕을 장복해 다스려야 한다고 진단한 바가 있다. 입밖에 내진 않고 있다가 허준이 반하사심탕을 처방했단 말에 헛짓이라고 비웃기만 해서 그렇지. 어쨌거나 이때 양예수도 허준의 실력을 보고 처음에는 기대를 품고 수제자로 삼고 싶은 생각이 없진 않았음을 고백한다. 허나 유의태의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되자 그 기대가 죄다 증오로 바뀌게 된다.[27] 앞서서 1차 취재 낙방 때도 한번 고생을 한 유도지가 확 정신차리는 모습이 나오는데 중국 가서 고생하고 오더니 또 이렇게 정신을 차린다.[28] 상권의 언급에는 구일서가 정여립의 난에 적극 참여한다고 되어 있는데 작가가 까먹었는지 아님 다룰 생각까진 없었는지 이때 다뤄지지 않았다.[29] 이때 허준이 왈패들과 어울려 살아본 적이 있어서인지, 중권에서 보기보다 전투력이 제법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30] 이 부분이 교과서에 실린 내용이다.[31] 여기까지는 허준 본인이 버드네 마을 사람들의 빈곤하고 아픈 사정을 두고볼 수 없어서 자기 시간을 희생한 것이긴 했다.[32] 이 버드네에서의 사건 때문인지 중권에서 허준의 지인이 '웬수 같은 버드네' 란 말을 한 번 했다.[33] 이 청년은 허준이 계속 다른 사람들을 고쳐주고 떠날 때를 노려서 한양 가는 지름길을 알려주겠다고 허준을 속이고 자기네 집에 가서 병걸린 노모를 봐주게 유도한 것이었다. 청년 입장에서야 자기 사정이 급해서 그랬다지만 허준 입장에선 뜬금없이 당한 민폐 그 자체. 물론 이때쯤 허준도 정말 시간이 없어서 크게 화를 내고 길을 뜨려고 한다. 그러나 청년은 자기 입장만 호소하며 막무가내로 허준을 붙들고 늘어진다. 그러다가 청년은 허준을 붙잡기 위해 기어이 허준 상대로 칼질까지 시전하려든다. 이 칼도 마을에서 도둑질한거다 허준은 이 때 보따리로 청년의 칼을 막고, 왕년의 몸싸움 실력을 선보여 청년을 무장해제시킨다.[34] 청년이 허준에게 노모를 고친 대가로 말을 주겠다고 했다. 허준은 그가 정말로 말을 가진 줄 알고 기뻐했지만 가난한 청년에게 그런게 있을리가 없었다. 청년은 허준을 위해 남의 말을 훔치려다가 걸려버렸다. 고을 관리들은 청년을 잡은 후 허준이 청년에게 말을 절도해오라고 시킨 줄 알고 허준까지 함께 도둑 취급을 했다.[35] 하필 허준의 아내 이다희의 정혼자 김상기였다.[36] 버드네에서 무료로 의료봉사를 해주느라 과거까지 못 보게 된 것.[37] 그냥은 아니고 환자들의 비방을 모두 허준 스스로 작성하게 하고 유의태에게 인정받는 시험을 치렀다.[38] 유의태는 이 과정에서 허준을 받아준 반면 자기 아들과 수제자를 내쳤다. 허준과 달리 그의 아들(유도지)과 수제자는 개인의 이익과 명예를 위해 내의원 과거시험에 합격하는 것만 생각하고 어려운 백성들을 내쳤기 때문이었다.[39] 청년이 허준의 처방전 중 초기 처방전만 꾸준히 계속 노모에게 복용하게 만들어서 과다복용한 약의 독성으로 시력을 잃은 것이었다. 허준이 청년의 노모의 상태를 낫게 하기 위해 만든 처방전 중에 부자가 있었다. 부자는 급한 상태의 환자의 상태를 완화시키는데 효력이 있으나, 독성이 강한 약이어서 장기적으로 쓸 때는 에 희석해서 써야 했는데 허준이 당시 급하게 처방을 쓴 것과 청년이 일자무식이어서 부자의 위험성을 전혀 모르던 것, 허준의 처방대로 약을 준 동네 의원은 돈만 받느라 부자의 위험성을 경고하지 않은것, 마지막으로 고을 현감이 청년에게 약 지으라고 돈을 많이 준 것이 합쳐져서 대환장 사태를 만들었다.[40] 치료 마지막 단계에서는 유의태의 지시 없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노모를 치료했다. 물론 이것도 유의태가 허준을 한 사람의 의원으로 독립시키려는 의도였다.[41] 이때 사람들은 환자의 위중함보다는 허준 VS 유의태로 의술실력 서열놀음(...)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는 묘사가 나온다.[42] 상태가 말기암이어서 치료방도가 없다고 나온다.[43] 신체에 대한 유교적 인식 탓에 해부를 꺼리는 그 당시 의료계의 풍조 때문에, 이런 식으로라도 갓 사망한 시신을 탐구할 기회를 제자에게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유의태는 얼음골이라는 은밀한 곳에서 자살한다.[44] 얼음골은 이름대로 한여름에도 얼음이 끼어서 녹지 않는 장소인데, 은밀함을 추구하기 위해서도 있겠지만 여름에 시신이 부패하지 않도록 시간을 벌 목적도 있었다[45] 처음에는 하지 않으려고 했으나 유의태의 친구 둘이 설득하여 의지를 잡고 스승을 해부하고 해부된 인간의 신체를 똑똑히 눈에 새기게 된다. 하권에서 임진왜란 관련 서술을 보면 이 때 허준이 스승을 해부하지 않았더라도 시체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게 되었겠지만.[46] 혜민서는 한양에서 일반 백성들을 치료해주는 내의원 부서이다. 혜민서는 다수의 백성들을 상대하는 의료소인만큼 사람들이 엄청 몰려들어서 업무강도는 매우 높으나 취급이 박한 곳이다. 내의원들은 여기 발령되지 않으려고 다들 발을 동동 구른다. 대다수의 내의원들은 어려운 과거까지 보고 궁에 입성한만큼 왕실 인원들만 전담하는 편하고 명예로운 직급만 원하기 때문.[47] 허준의 선배 내의원이 된 유도지도 허준처럼 유의태와 접점이 있었기에 (허준은 유의태의 제자, 유도지는 유의태의 친아들. 그리고 양예수는 유의태에게 의술로 패배한 이후 그에 대한 악감정이 매우 강하다) 양예수에게 찍혀 혜민서로 발령날까봐 전전긍긍하다 허준과 편먹고 이 사태를 피하려고까지했다. 정작 양예수는 유의태에 대한 조롱으로 유도지의 자리를 늘 좋은 곳으로만 배정해줬다.[48] 그가 개인의 영달이나 안위에 신경쓰지 않고 가난한 민중을 진심으로 돌보고자 하는 마음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그는 내의원 권력구도 따위에도 관심이 없고 거기에 더해 유의태 관련자라는 이유로 양예수에게 찍혀서 친한 사람들이 내의원 내에서도 얼마 없었다.[49] 한편 양예수 중심의 권력구도로 돌아가는 내의원 체제를 고치려는 관리 '정작' 이 그를 양예수의 대항마로 눈여겨보게 된다.[50] 그가 혜민서에서 일하던 시절 그는 일이 끝난 다음에도 자기 집으로 몰려든 백성들을 무료로 진료해주었다. 그러나 혜민서 의원은 엄연히 공직이기에 혜민서 일 외에 추가로 의원을 더 꾸려선 안 되었다. 허준이 비록 무료로 의료봉사를 한 것이지만 규정에 걸릴 위험이 있는 짓을 무단으로, 그것도 장기적으로 한 것도 사실. 나중에 양예수 일파에게 이 사실이 걸려서 허준이 위기에 처할 뻔 하기도 한다.[51] 정작은 양예수의 의중에 따라 양예수 파벌이거나 양예수에게 위협이 안 될법한 사람들만 좋은 자리를 얻고 허준처럼 실력이 있어도 양예수에게 사적인 악감정을 사거나 위협이 된답시고 견제당하는 내의원 실태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양예수의 기세를 꺾고 내의원 체제 개혁을 노렸다. 마침 양예수와 같은 시기 같은 증세를 지닌 환자를 허준이 진료하자 딱 양예수와 허준을 비교감으로 삼아 허준이 잘 되기를 노린 것.[52] 김병조는 왕족은 아니나 선조의 총애를 받는 공빈 김씨의 남동생이었다. 공빈은 가족이라고 김병조를 아꼈고 권력과 위세를 이용해 김병조가 어의에게까지 진료받을 수 있게 해줬다. 김병조는 안 그래도 성격이 좋지 않았는데 누나 덕을 보게 되자 내의원들 상대로도 패악질을 부릴 정도로 거들먹거렸다. 게다가 자기 기준으로는 빨리 낫지 않는데 자꾸 침 박고 약 먹고 하는지라 짜증이 누적된 것도 있었다.[53] 허준 말고 양예수도 김병조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았다. 양예수는 김병조를 이용해 자기의 명예를 드높이고 어의 자리를 확고히 할 생각밖에 없어서 그 당시 불치병이던 암에 대한 사실은 숨겼다. 그리고 웬만한 의원들도 닷새 안에 고치는 쉬운 병인 구안와사 쪽만 밝히고 고치려고 한 것.[54] 그냥 다친 정도가 아니라 무거운 바둑판을 집어던져서 그걸로 발등을 찧었다(...) 뼈가 드러날 정도의 상처였다고 언급된다[55] 공빈은 김병조와 허준이 있는 곳으로 오다가 김병조가 허준을 패악질로 괴롭히는걸 다 들었다. 그리고 공빈은 김병조가 허준에게 바둑판을 던져 발을 다치게 하는 것도 모두 봤다. 김병조가 아무리 총애받는 후궁의 동생이라도 이런건 선을 넘은 짓이었다. 그래서 공빈도 보다못해 김병조를 꾸짖고 허준더러 김병조에게 가거든 자기에게 미리 연통을 넣으라고까지 했다. 이유는 허준이 다음에도 혼자가면 또 김병조의 패악질에 시달릴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56] 사흘 내로 암과 구안와사 모두 고치겠다고 했는데 사흘 되는 시점의 유시까지도 차도가 안 보였다.[57] 구안와사 증세와 암의 특징인 멍울 모두 없어졌다.[58] 한편 양예수는 허준을 치워버리는데도 실패했고, 본인 역시 김병조가 암환자임을 알았지만 이를 부러 밝히지 않았다는 것까지 제 입으로 실토하는 바람에 자승자박한 꼴이 되었다. 그는 두 차례 왕을 모신 어의였고 3대째 왕의 어의도 맡는 것이 꿈이었다. 하지만 이 사단으로 인해 본인의 실책이 드러나고 전의감 쪽으로 직책이동을 당한다. 양예수 일파였던 그의 후계자뻘 의원은 내의원 대다수가 가기 싫어하는 혜민서 쪽으로 좌천되게 된다.[59] 외국 사신이 오면 사신의 상태를 보기 위해 왕실에서 내의원 의원을 붙인다. 이 직책은 말도 없이 일행들을 따라다녀야하는 고된 직책이기에 내의원들 사이에선 혜민서처럼 별로 인기 없는 직책이다.[60] 이시진은 강직한 의원이자 관리였지만 어느 시점에서 권력을 내려놓고 가족과 함께 전국을 해매며 약초 찾고 책 쓰느라 대외적 소식은 끊긴 상태라고 한다. 즉 허준이 접선할 수 있는 사람들 중 이시진의 행방을 정확히 알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61] 양반가[62] 정작 모델이 된 인물인 유이태는 허준보다 150년은 더 후대의 인물이다.[63] 유의태는 당시 불치병 취급받던 반위(암)를 앓는 환자를 고쳐낸 적도 있었다.[64] 그가 양예수를 실력으로 앞질러버린 것도 있고, 당시 양예수가 밀어주던 후계뻘인 내의원 김민세의 길을 닦고자 양예수가 경쟁자의 위험이 있는 유의태를 내친 것도 있다. 여하튼 내의원 내부의 권력과 관련된 정치질로 인해 내의원 자리를 얻지 못한 것.[65] 단 여기에는 설정충돌로 보일 수 있는 점도 있다. 유의태는 작중 초반 치료될 가망이 없어보이는 환자가 방문하자 진료를 거부하고 '송장이 걸어들어왔다'라는 퉁명스러운 일갈로 환자를 돌려보내기도 하며, 불치병(간경화 내지 간암으로 추정)에 걸린 환자에게는 '자네는 결혼하지 않았으니 일찍 죽어도 여한은 없다'라며 직설적으로 시한부 선고를 내리기도 한다. 이는 자신이 강조하는 '병자에 대한 배려'와는 거리가 있는 행동으로 보일 수 있다. 다만 유의태가 '살릴 수 있는 병자는 최선을 다해 구제하되, 가망 없는 병자에게는 다가올 죽음을 순순히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 또한 의원의 역할'이라는 가치관에 역점을 뒀다면 이러한 행동이 부자연스러운 것은 아니다. 유의태가 죽음을 담담히 달관하는 생사관을 가졌다는 사실은 허준을 위해 자진을 택한 그의 최후 행보를 통해 입증되기도 한다.[66] 부인 오씨는 아들 유도지와 비슷하게 속세의 이득과 명예를 추구하는 성격이며 아들을 아꼈다. 그런데 가문의 명예를 드높인 아들을 갖다가 남편이 그저 자기랑 안 맞는다고 내쳐버리니 화가 난 것.[67] 힘이 장사로 묘사된 안광익이 똥집이 무겁다고 투덜될 정도다[68] 유도지는 몰랐으나, 양예수가 유도지에게 요직을 쥐어준건 유의태를 조롱하기 위한 의도였다. 양예수가 보기에 유도지는 그렇게 특출난 의술을 지닌 자는 아니라고 한다.[69] '유의태 네가 출중한 의원이라 뻐겼지만 결국 네 아들을 이 정도 수준으로밖에 키워내지 못했다' 정도의 의미였다고 한다. 어의 자리에 집착한 양예수는 김민세 정도를 예외로 뒀을 뿐, 차기 어의가 될만한 경쟁자를 견제하고 도태시키는 정치질을 임기 내내 서슴지 않았다. 즉 유도지는 궐내 요직에 배치해봤자 전혀 위협이 되지 못할 평범한 재능이라는 조롱을 양예수로부터 받은 셈이다.[70] 유도지는 유의태의 아들임에도 유의태의 의술을 은근히 경시하고 있었다. 전국의 모든 의원들이 몰려드는 내의원 취재에 입격한 자신과는 달리, 유의태는 비록 명망은 높지만 산골 의원으로서 은인자중하고 있었을 따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허준이 유의태의 가르침대로 불치병인 반위를 치료하자 유도지는 비로소 유의태의 의술이 어의 양예수에 필적하거나 그 이상임을 깨닫게 된다. 뒤늦게나마 부친 유의태에게 못난 아들로서는 참회를, 부족한 의원으로서는 존경심을 느낀 것.[71] 이 과정에서 내쳐진게 유의태.[72] 마침 문둥병 환자들이 병을 낫게 하려고 사람의 장기를 먹으려고 한다는 속설도 있었다. 물론 속설대로 한다고 병이 나을 리는 없고 오히려 문둥병 환자들의 인상만 흉흉하게 할 뿐이다.[73] 부부와 두 딸.[74] 김민세의 아들 길상이의 옷.[75] 나중에 양예수가 김민세가 이 소년을 거뒀다는 이야기를 듣자 '네 자식을 잡아먹은 문둥이의 아들' 이라고 부른다. 소년이 직접 김민세의 아들을 해친건 아닐지 모르나 이전의 정황으로 봤을 때 (문둥병자 가족의 집에 김민세의 아들의 신발이 발견되었고, 김민세의 아들과는 접점이 거의 없을 문둥병 소년이 김민세네 아들의 옷을 걸친 채 김민세에게 다급히 나는 사람을 해하지 않았다고 변명하고, 자기 아버지가 그 옷을 줬다고 하는 점, 사라진 김민세의 아들은 문둥병자네 집에 남은 신발 한 짝과 문둥병자 가족의 아들의 옷으로만 그 흔적이 남았을 뿐 본인이 산 채로 등장하지 않은 점 등) 김민세의 아들은 소년의 가족이자 김민세가 죽였던 그 문둥병 가족들에게 죽임당했다는게 확실해보인다. 그리고 문둥병자 부부가 자기 아들에게 김민세네 아들의 옷을 시체로부터 빼앗아 입혀줬던 걸로 보인다.[76] 이 이야기는 조선시대부터 존재한 한센병 환자의 어린아이 간 빼먹기라는 괴담을 반영한 이야기이다. 무려 조선왕조실록에 이 괴담을 현실로 만든 사례가 실렸을 정도이다. 이외에도 태국에서도 1950년대에 한센병 환자가 자기 병의 치료를 목적으로 어린아이를 죽여 잡아먹은 사례가 실제로 존재했다.[77] 김민세의 지인들이 김민세가 거둔 양자의 눈에 살기가 어렸다는 말을 했다. 김민세는 소년에게 원한감을 가지지 않은 반면 소년은 김민세에게 분명히 원한을 가지고 있으며 뒷치기할 우려가 있음을 나타내는 부분이다. 김민세도 안광익을 비롯한 주변 지인들에게 그의 양자에 대한 경고를 들었지만 양자에게 그의 가족을 죽였던 사건으로 인해 보복당해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넘겼다.[78] 이유는 역시 문둥병과 관련이 있었다.[79] 정씨가 안광익에게 왕자의 치료를 맡긴 이유는 정씨의 부모님이 안광익의 치료를 받아 씻은듯이 나은 적이 있기 때문.[80] 허준이 막 유의태 문하에 들어간 시점에서 임오근은 유의태의 제자가 된 지 8년째를 맞이했다. 유의태의 제자 중 임오근 다음가는 연배는 7년차에 접어든 부산포이다.[81] 황초는 조선시대에 보편적으로 쓰인 촛대 중 하나로서 원통형의 밀랍으로 만들어져 누런 빛을 띤다. 황밀초라고도 불린다. 즉 '황초잡이'는 불 밝힌 황초를 받쳐들고, 의원이 주야에 관계없이 환자의 환부 등을 잘 들여다볼 수 있도록 보조하는 역할인 것. 작중에서는 유의태의 진료행위를 가까이서 보고 배울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기에 뭇 제자들이 선망하는 보직으로 묘사된다.[82] 1999년 MBC 드라마 '허준' 등을 통해 코믹한 호감형으로 변모한 임오근의 캐릭터는 원작 소설에서의 임오근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드라마 버젼의 임오근은 다소 약삭빠른 면모는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유들유들하고 친근하며 소탈한 캐릭터이다. 반면 여기서 소개하는 원작 소설의 임오근은 의원의 위신만을 앞세워 늘 병자들에게 무뚝뚝한 자세로 일관하고, 경쟁자로 여긴 허준에 대한 적개심을 노골적으로 표출해 폭력까지 휘두르는가 하면, 결국 유의태의 문하를 떠나면서 스승인 유의태에게도 절도와 폭력을 가하는 인성 나쁜 소인배이다.[83] 그나마도 부산포의 경우 글을 쓸 때 온갖 종류의 서체를 함부로 뒤섞어 쓰며 소위 '체계없이 배운 티'를 마구 낸다.(...) 결국 유의태의 제자들 중에서 허준을 제외한다면 학식을 제대로 갖췄다 할 수 있는 인물은 임오근 하나인 것.[84] 이는 임오근을 포함한 제자들이 체계적인 의술 교육을 받지 못하는 까닭이 크다. 유의태는 제자들에게 '알아서 배워라'란 마인드로 각종 잡일이나 맡길 뿐 그 외에 따로 시간을 내어 의술을 가르치지 않는다. 그나마 임오근 및 부산포와 같은 고참 제자들은 주요 보직을 맡아 유의태의 진료행위를 지근거리에서 보고 들을 기회가 있으니 비교적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꺽새나 허준처럼 짬이 부족한 제자들은 약초나 캐고 물이나 긷는 막노동을 도맡으며 기약없는 세월을 보내는 형편이다. 후일 임오근을 수제자로 인정한 유의태가 유도지의 내의원 취재 공부에 임오근이 합석하는 것을 허용하자 임오근은 적극적으로 학습에 임한다. 적어도 다른 제자들처럼 '게을러서' 의술 역량을 키우지 못한 케이스는 아니라는 것.[85] 이 대목에서 임오근은 가마에 앉아 길을 떠날 허준의 모습을 상상하며 '이렇게 되는 것이야말로 내 평생의 소원'이라고 곱씹는다. 그가 허영심에 쩔어 의원을 지망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대목. 가마에 실려 지체높은 자의 병을 진료하러 가는 허준의 부담감과 책임감이 얼마나 막중할지는 안중에 없다.[86] 이 부분에서 굳이 허준의 경쟁상대를 꼽으라면 유도지라면 몰라도 임오근은 아니었다. 이미 유의태의 부재시에 병자의 진료까지 유도지가 도맡는 마당에, 임상 경험조차 변변히 쌓지 못한 의원 코스튬 플레이어(...) 임오근을 왜 유도지를 제쳐놓고 파견하겠는가? 더군다나 창녕 성대감은 제법 권력이 있는 인물이라 임오근 같은 얼치기를 함부로 보낸다면 감당 못할만큼 뒷일이 커질 수 있었다.[87] 경쟁자인 허준이 없어진 이상 수제자 자리는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으니 유의태를 해코지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또한 이 시점에서 유의태는 창녕 성대감 댁에 2차 진료를 갈 때 임오근을 동행시키고, 유도지의 취재 시험공부에 임오근이 참석하는 것을 허용할 정도로 임오근에게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황초잡이 등 허드렛일이나 시켰던 초반 전개와 비교하면 아무리 수제자로 인정했다 해도 임오근에 대한 대우가 너무나 달라진 것이다. 유의태가 소개장 건으로 허준을 모함하는 임오근의 의도를 '진정한 의원의 길을 걷고자 하는 자의 직언'(...)으로 오인한 나머지 이런 파격적인 대우를 해줬을 개연성이 있기는 하다.[88] 허준이 이미 산음땅을 떠났다는 거짓말을 늘어놓았다.[89] 임오근은 격노한 유의태 앞에서 '서방님이 그 병자들을 따라갔더라면 낙방이 확실했을 것'이라며 유도지의 역성을 들었다. 가만히 있어도 책임을 피하지 못할 마당에 오히려 매를 번 것.[90] 임오근은 이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유의태를 죽이겠다는 각오를 했다.[91] 내원한 병자의 신상명세 및 병의 호전상황과 처방내역 등이 적혀 있는 기록지. 임오근은 술에 취할 때 유의태의 병부들만 확보하면 의원 노릇을 할 수 있다는 근자감을 자주 보여주었다. 유의태와의 관계가 막장까지 다다르자 결국 실행에 옮긴 것이다.[92] 다만 그가 유의태에게 이와 같은 짓을 한 것은 나름대로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다. 임오근은 무려 14년 동안 의술을 배워 자립하겠다는 일념만으로 유의태 밑에서 아무런 금전적 댓가 없이 황초잡이 등의 잡무를 도맡았다. 그러한 14년간의 헌신에도 불구하고 병자를 외면한 유도지를 방관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유의태에게 파문 통보를 받은 것이며, 최소한 먹고 살 수는 있게 도와달라는 마지막 부탁조차 무시당한 것이다. 물론 유의태가 한때나마 임오근을 수제자로 여겨 직접 의술에 대한 가르침을 주고 취재에 응시하도록 도운 정황은 있다. 그러나 겨우 그것이 14년간의 무급노동에 대한 만족스러운 보상이 될 수 있겠는가?[93] 이 임오근이란 캐릭터에게는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 임오근이 한때 계획했던, 안광익의 수상쩍은 행적을 고발해 유의태를 음해하겠다는 음모가 결국 맥거핀이 되었다는 것이다. 작가 이은성의 작고로 미완성된 최후반부 내용에 따르면 안광익은 동의보감을 완결한 노년의 허준과 동행해 의약 연구에 전념하기로 되어 있다. 이런 점으로 보아 안광익의 신상에 변고가 생겼다고는 볼 수 없으니 결과적으로 임오근이 안광익과 궁녀를 고발하지 않았거나, 고발했더라도 신통한 결과를 얻지 못한 것이다. 유의태와 마치 불구대천의 원수와도 같이 결별한 임오근의 행보치고는 그 뒷얘기가 빈약한 감이 있다. 물론 유의태가 이 시점으로부터 오래잖아 별세하기 때문에, 안광익을 고발해 유의태를 해코지한다는 임오근의 계획이 '때를 놓쳐서' 유야무야되었을 개연성은 있다. 혹은 임오근 자신도 유의태의 슬하를 뛰쳐나올 때 절도와 폭행을 범했기 때문에, 뒤가 캥겨 공권력을 이용해 볼 생각을 차마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94] 병자를 오만하게 내려다보곤 하는 임오근의 품성을 고려한다면 사실 그런 면마저도 '잡스러운 인간들과 흥정하기는 싫어서'가 이유일 가능성이 크다. 초반에 허준이 병사를 돌아보며 병자들의 안부를 묻는 것을 임오근은 병자들에게 아첨하는 소인배스러운 행위로 경멸한다.(...)[95] 당나라 시대의 간신배로 정치질과 권모술수에 있어 철저하기로 유명했다.[96] 둘의 정치질의 방식이 비슷하다. 둘 다 자기에게 위협이 되지 않을 이들에게 주로 자리를 줘서 편먹기를 시전하고, 자기에게 위협이 될만한 이들은 자기들의 권력을 이용해 견제하는걸 반복하는 행보를 보였다. 차이점이라면 이임보의 경우 직접적인 거대 파벌을 만들지 않고 자기 편들과도 적당히 거리를 뒀지만, 양예수는 대놓고 자기를 위시하는 파벌을 내의원 안에 떡하니 만들어놨다.[97] 허준은 내의원 과거시험 수석 합격자이기 때문에 처음 자리를 배정받을때 좀 더 좋은 곳에 발령될 수 있었다. 하지만 양예수의 유의태 관련 악감정과 정치질로 인해 대다수 내의원들이 가기 싫어하는 혜민서 자리에 보내지게 되었다.[98] 유의태가 제안한 구침지희 대결(각자의 닭에게 침 9개를 찔러넣어, 닭이 죽는 측이 지는 대결) 에서 지는 바람에 "유의태는 조선 천하 최고의 명의다"라고 세 번이나 말하는 굴욕을 겪었다.[99] 반위(암)는 지금도 고치기 어렵고 옛날엔 고친다를 떠나 거의 불치병 취급이었다. 양예수처럼 실력이 뛰어난 의원도 고칠까말까 하는 위험부담이 큰 병이니 괜히 반위라는 사실을 알려 자기가 그 병을 진단한 책임까지 지는 위험부담을 지기는 싫었던 것.[100] 우연의 일치로, 양예수와 허준은 동시기에 구안와사 환자를 담당하게 되었다. 그리고 허준이 자기가 담당한 구안와사 환자를 나흘만에 치료한게 공빈의 귀에까지 들어간것. 사실 여기엔 허준을 양예수의 대항마로 삼으려던 정작이 어느 정도 손을 쓴 것도 있었다. 양예수도 이를 눈치채고 나중에 정작에게 뭐라고 하며 앙심을 품는다.[101] 처음에 그녀는 허준에게 존경심과 동경으로 시작해서 점점 존경심 외에 연심도 품게 되었다. 그러나 허준은 엄연히 아내가 있었기에 미사에게 그런 쪽으로 관심을 주진 않았다.[102] 그를 비롯한 왕실 사람들과 신하들이 피난간 후 비어버린 궁은 나중에 궁에서 일하던 하인들에 의해 불타고 약탈당한다.[103] 공빈 김씨의 동생 김병조는 원래 성격이 좋지 못한 자였으며 공빈의 권세를 등에 업어 더욱 교만한 자세로 행패를 부렸다.[104] 그러나 이후 김병조가 병 갖고 뭐라고 하자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 물론 허준이 김병조의 병을 고치는데 성공하자 다시 우군이 된다.[105] 그녀와 김병조의 아버지는 강직한 성품이어서, 왕족도 아닌 아들의 사적인 병으로 내의원까지 동원하는 자식들의 행태를 못마땅하게 보고 있다.[106] 이를 의학용어로 비정상위, 이상 태위라고 한다. 태아가 거꾸로 있거나(둔위, 역아) 태아가 가로로 누워있거나(횡위), 태아가 산모의 등뼈와 45도를 유지하게 되거나(사위) 등이 있다. 머리가 아래를 향해있어도 안면위, 이마위 등 정상위보다 비정상적인 태위도 있다. 출산의 때가 가까워질 때에도 태아의 위치가 비정상적이라면 제왕절개 수술을 해야한다. 지금이야 의료기술의 발달로 사전에 확인 가능하고 수술로 산모와 아기 모두 살릴 수 있지만, 옛날엔 출산 전까진 태아의 정확한 상태를 알 수 없었기에 이 건으로 난산-사망에 이르는 산모들이 꽤 되었다.[107] 허준같은 내의원들 대다수에게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108] 궁 내부의 여인들은 왕비부터 궁녀까지 모두가 왕을 둘러싼 경쟁구도를 취하기 때문이다. 공빈 김씨는 이런 상황에서 총애를 잃지 않고자 매력을 유지하려고 춘약을 복용했다. 하지만 이런 행위는 그녀의 몸을 망치고 끝내 죽음에까지 이르게 했다.[109] 사실 세 사람이 될 뻔했으나 한 사람(이름이 나오지 않는다)은 버드네가 너무 오지에 있어 시간이 걸리자 중간에 따라가길 포기하고 되돌아갔다.[110] 정상구는 자기에게 불이익이 미칠 것 같자 바로 자리를 떴지만, 우공보는 허준과 남아서 어느 정도의 시간적 불이익을 감수한걸 보면 정상구보다는 조금 더 이타적이라고 할 수는 있다.[111] 허준은 반대로 빈민들에 대한 이타심이 너무 강해서 우공보가 답답하게 볼 만큼 비현실적으로 환자들에게 헌신하는 면모를 드러낸다.[112] 우공보에게 먼저 가라고까지 한다. 막상 혼자서 버드네 사람들의 치료를 반복하다가 지치게 되자 우공보가 남아있으면 도움이 되었을거라 잠시 생각하기도 한다. 이제와서[113] 허준과 우공보의 태도가 다르긴 하나 결국 둘 다 갈길이 많이 남은 과거 응시생들이었다. 이들은 말도 없고 문자 그대로 걸어서 닷새 안에 제천에서 한양까지 가서 시험장에 자리잡고 시험을 처야했던 사람들이었다. 게다가 의과는 정기적으로 시험이 실시되지도 않아 지금 놓치면 언제 또 볼 수 있을지, 장장 10년을 기다려야 할지도 몰랐다(바로 다음해에 다시 치러진 건 순전한 요행). 하지만 그들에게로 모여 치료를 요청하는 버드네 빈민들은 평소 보기 힘든 의원이 자기들을 무상으로 진료해주자 당장 그들을 붙잡고 자기 병을 고치는게 우선이었기 때문에 그런건 알 바 아니라는 태도를 더 많이 보였고, 자기들을 잘 봐주는 허준을 자꾸 떠나게 만드려는 우공보를 일단 아니꼽게 본 것이다. 우공보 입장에선 그들의 태도가 배은망덕하기 그지없는 태도로 보였겠지만 말이다.[114] 이들 역시 국어 교과서의 소설 동의보감이 실린 부분에 나온다.[115] 허준이 급하다는 사정을 농부가 말해줘도 알 바 아니라는 식으로 매달린다던가, 허준과 함께 자신들을 도와준 우공보가 허준에게 당연히 가야할 길을 재촉하자 자기들에게서 허준을 데려갈까봐 걱정되어 외려 나쁜놈 취급하고 욕한다던가 하는 모습을 보인다. 허준에게 사기친 청년도 허준을 속였으면서 적반하장식으로 허준에게 칼빵까지 먹이려들었다.[116] 이기적인 모습이지만 비난할 수만은 없다. 누구나 남의 사정과 자기 또는 자기 피붙이의 목숨(글자 그대로 의미) 중에서 비교하면 후자가 제일 중요한 법이다. 작중에도 '본시 남의 골병이 내 고뿔만 못하다고 여기는 것이 병자의 심리올시다' 라는 말이 나온다.[117] 허준에게 먼저 도움받은 농부는 자기로 인해 허준이 곤경에 처하자 허준의 입장을 대신 항변해줬다. 마을 촌로도 허준이 자기들 때문에 희생을 치르고 있음을 알고 약속된 기간이 되면 허준을 보내주자고 마을 사람들에게 말했다. 마을 사람들도 허준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어서 없는 살림에 허준에게 씨암탉을 대접하려 하거나 밥상을 대접해주는 등 나름 은혜를 갚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허준에게 사기치고 그를 해하려 했던 청년도 허준이 노모를 치료해주다가 절도범으로 몰리자 노모와 함께 몸을 던져 허준 대신 관원들에게 매를 맞았다. 마지막으로 허준이 말 도둑이란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가자 버드네 사람들은 허준을 구하기 위해 기꺼이 관가로 가서 호소하여 그를 구명하는데 성공했다.[118] 농부 아내에겐 시아버지.[119] 허준은 그를 치료한 후 농부 부부가 비싼 약을 의원에게 처방받을 처지가 못 됨을 알아서 농부 부부에게 일상에서 구하기 쉬운 약재들을 구해 처방하는 방법을 알려준다.[120] 지역 의원들 입장에선 돈이 안 되기에 이런 환자들을 저가나 무상으로 진료해주지 않는다. 즉 이들이 진찰을 받으려면 거금이 있어야하는데 다들 빈민이어서 돈 쥐기는 하늘의 별따기. 게다가 이들은 무지해서 상태를 방치하거나 의도치않게 처신을 잘못해서 악화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가진 병이 악화되는것도 시간문제. 중증을 앓는 사람들이라면 허준같이 실력이 높으면서도 무상진료를 해주는 의원을 만난다는 우연이라도 얻지 않는한 그냥 죽을 수밖에 없다.[121] 허준은 그들의 이런 신세를 보고 내버려 둘 수 없다고 생각해 기꺼이 과거시험장까지 갈 시간을 허비하기로 한다.[122] 이 당시 허준은 과로사하지 않을지 의심될 정도로 마을 사람들을 진료하기 위해 엄청나게 과로했다. 며칠간 먹지도 자지도 않을 정도.[123] 버드네 사람들은 없는 살림에 허준을 위해 상도 차리고, 가난한 주머니 사정에도 불구하고 땡전 몇 푼을 모아 허준에게 노잣돈으로 쓰라고 주기까지 한다.[124] 하루의 5~6시간쯤. 반나절은 하루의 3시간쯤이다.[125] 버드네 마을의 집들 중 한 곳에서 훔친것이다.[126]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 허준이 관원들에게 맞을 것 같자 만석이 몸으로 허준을 감싸는 모습을 보이고 자기 잘못일 뿐이며 허준은 죄가 없다고 항변하며 빨리 한양에 보내주라고 울부짖는다.[127] 투구꽃에서 나오는 한약재. 독성이 강해 다룰 때 매우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약이다.[128] 허준은 만석이네 사정에 부자탕을 계속 복용시킬 순 없을거라 해서 1회성 처방으로 부자탕을 먹이게 한 것이었다. 그러나 만석이 말 절도 사건 이후 허준과 함께 풀려나면서 그를 동정한 고을 현감은 어머니 돌보라면서 제법 많은 돈을 쥐어주게 되었고, 약에 무지했던 만석은 초기 처방전만 가지고 (약이 잘 듣는거 같으니) 계속 부자탕만 먹였다. 원래 부자는 독하기 때문에 꿀을 써서 중화를 해야 했지만, 절기상 꿀을 구하기 어렵자 만석은 그냥 꿀을 빼고 부자탕을 뻔질나게 지어서 어머니에게 먹였고 동네 의원도 부자의 위험성을 경고하지 않고 계속 초기 처방전대로만 약을 처방해줬다. 요약하자면 만석의 노모는 아들에 의해 눈이 먼 것이었다.[129] 허준은 만석이 초기 처방 이후 사후처리를 잘못했음을 분명히 말했지만, 본인도 만석의 무지와 그들 가족의 사정을 깊이 고려하지 않은 것을 반성했다.[130] 작중에서 사람들이 비난할 거리가 생기면 흥미 위주로 물고 늘어지는 모습이 나온다.[131] 치료 중반까지는 유의태의 지시를 따르고, 유의태의 의도에 따라 (= 언제까지 남의 치료방식만 따라서는 안 된다는 것) 치료 마지막 단계에선 남의 지시 없이 스스로의 방법으로 그녀를 치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