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상지

범엽은 마땅히 광주(廣州)로 전출시켜야 합니다. 만약 범엽이 내부에서 모반을 일으킨다면 어쩔 수 없이 범엽을 주벌할 수 밖에 없습니다. 여러 차례 대신들을 주살한다면 교화를 해칠 것입니다.

처음 유담 등을 주벌한 뒤에 바야흐로 후진들의 지위를 높이려고 했소. 범엽의 행적이 아직 드러나지 않았는데 미리 범엽을 쫓아낸다면, 만방이 장차 경들은 재능 있는 인물을 용납하지 않고 짐이 참언을 믿었다고 생각할 것이오. 다만 이를 안다고 해서 큰 변고로 이어지는 것을 근심하는 것은 아니오.

소인은 항상 스스로 등을 드러내는데 이 정도의 공사는 백성들을 힘들게 하는 데 충분하지 않소.

만승천자는 의당 자중해야 하고 존위를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이것이 천자가 귀감으로 삼아야 하는데 어째서 신의 글을 빌어서 알리게 하십니까? 폐하께서 근래에 순시를 나서시며 자주 밤을 새시는데, 조정의 대신들이 반대하니 정말로 편안할 수 없습니다. 길을 깨끗이 정리한 뒤 행동하고 제왕이 규칙을 세우는 것은 고금이 경계하는 바로 편안할 때도 위태로움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만약 급암이나 신비를 만났다면 틀림없이 군주의 안색에 개의치 않고 직언을 올렸을 것이지만, 단지 신들은 쉬지 않고 꾸준히 힘을 다하며 매양 순종하고 간언을 올리지 않고 있었습니다. 삼가 바라건대, 조금이라도 신의 정성을 받아들이고 자신을 성찰하셔서 저로 인해 진언을 저버리지 마시고 사해의 기대를 달래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