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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3-12 03:06:42

현대문명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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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의의3. 내용
3.1. 1권3.2. 2권3.3. 3권3.4. 4권3.5. 5권
4. 문제점5. 여담

1. 개요

1990년 4월 8일부터 2002년 12월 26일자까지 13년간 주간조선에서 연재된 이원복의 시사 교양만화와 그 단행본.

냉전이 끝나던 1989년, 소련에 허가를 받고 여행을 한 이원복이 1990년 2월 동구권을 탐방하면서 여행기를 쓴 것이 시초로, 그 해 4월 8일자부터 연재되었다. 1회 ‘너무 많은 것=없는 것, 정보’ 편을 시작으로 마지막회 ‘고정관념 파괴는 21세기의 무기'(2002년 12월 26일) 편까지 총 627회가 연재되었다.

조선일보사 출판국(현 조선뉴스프레스)이 당시 연재분들을 모아서 5권의 단행본으로 나왔는데 일부 연재 분량은 수록되지 않았으며 2000년 3월까지의 연재분만 단행본에 들어있다. 이후의 연재분은 일부만 뒤에서 언급하는 125회분 엄선본에 들어있을 뿐이다. 일부 데이터는 2002년 연재본 일부가 주간조선에 남아있다. 단행본은 기본적으로 주간조선 연재분 그대로 싣되 연재 당시와 단행본 출간시의 시점이 상이한 부분을 일부 수정했고, 연재 당시 손글씨로 썼던 건 식자로 교체했다. 4권부터는 투고일자도 기재했다.

2006년에 양지사에서 2000년대 에피소드들을 삽입한 뒤 식자 폰트까지 바꿔 재간행되었고, 2011년 사랑의학교에서도 다시 한 번 나왔다. 세월이 흘러 조선일보사판이든 양지사판이든 전부 절판 상태이나, 2010년대 이후 두 판본은 국립중앙도서관 홈페이지에서 디지털 파일로 업로드되어 협약 공공/대학도서관에서 열람 가능하다. 또한 사랑의학교 출간판은 전자책으로도 나왔다.

2. 의의

이원복의 작품 리스트에서 유독 걸작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한 작품이다. 원출처 자체에 오류가 있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작가의 주장보다는 담담하게 팩트와 사회 현상을 전달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오류논쟁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스스로도 "내가 그린 작품들 중에서 ‘현대문명진단’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이고 열성을 쏟아부어 왔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에 아이러니하게도 이원복 본인은 현대문명진단을 만들면서 점점 더 주장/내용 전달이 일방적으로 변하면서 오늘날의 지경에 이르렀다.

1990년대 초부터 2002년까지 세계에서 이슈가 되었던 일들에 대한 소개와 그에 대한 지은이의 생각을 담고 있으며 1, 2권에는 서양 철학 고전에 대한 소개도 있다.[1] 리스트도 후덜덜하다. 비트겐슈타인'논리-철학 논고'[2], 에리히 프롬'소유냐 삶이냐', 칼 포퍼'열린 사회와 그 적(敵)들', 루스 베네딕트'국화와 칼', 하비 콕스[3]'세속도시', 레비스트로스'슬픈 열대' 등. 2000년대 이후 강경 보수 성향을 보인 이원복의 성향을 생각해보면 절대 포함되기 힘든 리스트들(예컨대 '세속도시' 같은 저작)이 들어 있다(...). 이원복이 유학기때부터 1980년대까지는 사민주의 정권이 집권한 서독 물을 먹은 인물인지라 당대 기준으로는 진보적인 성향이 강했던 인물이었지만, 198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反 DJ성향을 가지게 되었고, 그 상태에서 조선일보와 같이 일하면서 보수화된것이다. 즉, 1980년대에는 민주당계 정당의 텃밭이었다가 3당 합당을 기점으로 보수화가 진행된 동남부 PK와 강남의 정치성향과 비슷한것이다.

90년대 해외 이슈를 정리한 정도의 별 것 아닌 책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당시 사회의 변화를 엿볼 수 있는 사료라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완결 이후 [age(2002-12-26)]년이 지난 시점에서 보자면 당시의 국내외 사회 이슈, 이에 대한 대중 혹은 유명인들의 여론, 또 이 두가지를 엮어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이원복 본인의 관점 셋 모두가 흥미로운 편. 예를 들어 시종일관 진지하게 논의되는 Y2K 문제[4]라든가 급속도로 발전하는 컴퓨터 기술에 따른 여러가지 이슈는 당시 사람들이 과학, 기술의 발전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참고할만한 좋은 자료가 된다. 그 외에도 펩시 해리어 전투기 사건, 워크맨 소송, 베네통의 문제광고, 디즈니의 흑역사, 프로작피임약 문제 등 20세기 말기의 다양한 사회상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특히 이 시기는 독일 통일 이후의 혼란기와도 겹치는데, 작가의 독일 유학 경험으로 인한 지대한 관심 덕분에 이 부분은 수차례에 걸쳐 자세하게 다뤄진다. 이를 통해 남북통일이 나아가야 할 방향도 제시하고 있는 것은 덤.

인터넷이 매우 발달한 지금에 이르러서는 그다지 와닿지 않을 수 있는데, 1990년대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세계에서 외국의 다양한 화제를 접할만한 매체가 별로 없었다. 세계화인터넷이란 단어도 생소했을 정도. 인터넷이 서비스 되지 않던 시절부터[5]부터 매주 재미있는 이야기거리를 찾아오기 위해 여러 종류의 외국 잡지를 정기 구독하는 등, 작가가 상당히 공을 많이 들인 작품이기도 하다. 사상적 편향 논란이 있는 작가의 다른 작품과 다르게 담담하게 이슈만 나열하고 닫는 구조인지라 이런 논란으로부터도 자유로운 작품이다. 햇수로 만 13년 가까이 연재되었다는 것 역시 기념비적인 위치.

작품 연재 당시의 신기술, 신문화, 신계층 등에 대한 소개를 겸하고 있는 연재분도 많으며 이러한 요소들에 대해서는 분량 말미에 '앞으로 이렇게 될 수 있을 것이다' 하면서 작가의 말을 담기도 했다. 연재 이후 수십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보면 그 중에서 현실화된 것들이 상당수 있다. 대표적으로 90년대 초반 연재분에서 데이터 저장 기술의 발전에 대해 소개하다가 '이 작품도 언젠가 디스켓으로 나올지 몰라' 라고 이야기 한 것. 하지만 책에서 누차 이야기했듯이 기술의 발전은 엄청나서, 디스켓은 커녕 완결 기념으로 조선일보에서 책 내용을 CD로 배포했을 뿐만 아니라 아예 이후에는 전자책으로도 출시되어 있다.

3. 내용

전체적으로 저자 자신의 정치색이 덜한 편이지만 아무래도 본지의 성향에 맞게 반공적인 요소가 있는 에피소드가 일부 있는 편이다. 이를 테면 프랑스의 천주교 인구비율이 통계상으로는 80%를 넘나든다면서 사회당 정권이 10년 넘게 집권한다는게 신기하다, 모순적이다라는 투로 은근히 까는(?) 부분이 있다. 물론 당시 사회당이 공산당하고 연립정권을 구성해서 집권하고 있을때이기는 했지만 어쨌거나 사회당과 공산당 양쪽을 묘하게 디스하는 투의 말을 꺼냈다.

이탈리아 군대 폐지 관련 에피소드에서도 맨 앞부분에 화염병을 들고있는 학생을 총기를 들어 대응하고있는 신이 나오기도 했고, 네덜란드에선 노동불용률이 높다는 식으로 복지 정책의 폐해를 부각시킨다든가 영국의 서머힐 스쿨이 알고보니 엉망이었다고 까는 에피소드도 있다. 90년대 초반 동구권관련 에피소드들에서는 이보다 수위(?)가 높아져서 반공교육하는 분위기가 날 정도의 글도 매우 많은 편. 독일 통일 이후 설움에 시달리고 있는 동독 주민들을 다룬 에피소드에서는 동독 주민들을 은근히 자본주의에 적응하지 못하는 바보들로 묘사하기도 했다. 공산주의 유머를 여럿 소개하는 것은 덤.

다만 무턱대고 그쪽(?)까지는 아니고 동독의 상황을 다루면서 통일후에 후유증으로 동독주민들이 서독에 대한 반감으로 자국(?)제품을 널리쓴다거나 하는 에피소드도 있으며 청소년 임신 관련 에피소드들에서는 서구권에서 10대 임신율이 높아져가고 있는 추세인데 꼬장 꼬장한 어른들이 청소년들이 문란해져서가 아니라 성교육이 늦게 이루워진 탓이 크며 우리나라에서도 결코 예외가 아닐텐데 성교육을 일찍시켜 가정의 성수대교 붕괴사고를 일으키지 말자는 식의 멘트를 넣는다든지 아니면 (정확하게는 미국내의) 청소년 임신문제에 대해 답이 없다면서 미국을 까댄다던지 그 뒤에 나온 에피소드에서는 미국내의 성교육이 보수적인 인사들때문에 성교육에서 실전상황(?) 얘기는 잘 안나오고 오로지 'NO 섹스', 그러니까 혼전순결 방지위주로 되어있는 바람에 진보적 교육자들이 이를 한탄하고 있다는 식의 내용이 들어있기도 한다.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 연재분 중 일부는 김대중 까기로 마무리되는 경향을 보이고, 지금까지 나온 내용들 중 일부는 <먼나라 이웃나라> 등 타 작품에 재활용되기도 한다.

개정판의 경우에는 2000년대에도 통할만한 이야기만 남겨두었다. 그 당시의 이야기를 모두 보고 싶다면 구판을 구하거나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주간조선> 영인본을 열람하는 것도 좋다.

3.1. 1권

3.2. 2권

3.3. 3권

3.4. 4권

3.5. 5권

4. 문제점

세계사 산책이나 먼나라 이웃나라 같은 다른 이원복의 만화 작품들처럼 이 작품도 오류와 문제점들이 아예 없지는 않다.

5. 여담

기본적으로 청소년을 타깃으로 그린 작품인 먼나라 이웃나라와는 다르게 성인들이 주로 보는 잡지에 연재된 작품이다보니 성적인 주제를 소재로 다룬 경우가 많다. 물론 무작정 자극적인 외설 노출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며, 젠더 이슈나 성에 관한 말초적인 소재가 많이 나오는 식이다. 보편적인 성 관념에 대한 충돌, 임신과 낙태, 섹스와 부부관계, 여성의 순결, 직장 내 성희롱, 청소년 성 범죄, 심지어 당대 한국 사회에서 많은 경우에 변태들이나 하는 짓으로 치부된 동성애나[10] 당시로서는 생소했던 동성결혼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오기 때문에, 당대에는 매우 파격적인 작품이었고, 2020년대 기준으로도 제법 센세이션한 작품이다.. 콘돔이나 피임약 같은 소재는 너무 흔하게 나올 정도.

같은 이유로 여체의 누드도 자주 등장한다. 작가 본인의 그림체가 데포르메가 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여성의 맨가슴이 그냥 나오는건 기본. 책 표지 중에는 노출이 심한 복장을 한 근육질의 여성이 예쁘장한 남성에 대해 힘을 과시하는 그림도 있다. 4권의 표지 또한 흑백이긴 했지만, 루치아노 베네통(사실은 마리떼 프랑스와 저버)의 문제광고인 '최후의 만찬'을 패러디한 외설사진을 그대로 싣기도 했다. 먼나라 이웃나라만 보고 이원복을 그냥 아동 학습만화가라고 생각해 찾아본 아이들에게 큰 트라우마를 생기게 했다.

국한문혼용체가 1990년대까지도 언론계에서 흔히 쓰였기 때문에, 한자도 많이 등장한다. 일러스트나 특정 단어를 소개하거나 회차 제목에 한자를 많이 넣는 식. 한자로 드립을 치는 경우도 있는데 프랑스 파리 곳곳이 영화, 드라마 등 각종 미디어 촬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파리는 불타고 있는가?'를 패러디하여 불을 미국 달러의 '불()'로 바꿔놨다.

완결을 기념하여 주간조선에서 600여편의 전 시리즈를 한장의 CD에 담아 부록으로 제공한 적이 있었다. 가격은 당시 물가를 감안하더라도 꽤 싼 편인 3000원. 다만 인터페이스가 굉장히 불편하게 설계되어 있고, 화질이 선명하지 않아서 생각만큼 좋은 품질은 아니다.

시리즈를 보고 싶다면 구판이 서울특별시교육청정독도서관에 소장되어 있고, 대여도 가능하다. 구판이므로 위에서 말한 고전 만해(漫解) 시리즈도 권말에 수록되어 있다.


[1] 이는 주간조선이 아닌 월간중앙에서 연재했던 내용이다.[2] 논리 철학론이라는 제목으로도 번역된다.[3] 미국개신교 목사로, 하워드 진이나 놈 촘스키 이전에 미국 내 진보주의 진영을 대표하는 인물로 손꼽혔던 사람이다. 이 사람의 신학 이론이 바로 해방신학인데, 종파를 넘어서 남아메리카좌파 성향 인사들에게 크나큰 영향을 끼친 바가 있다.[4] 이원복의 현대문명진단이 한국에서제일 먼저 Y2K 문제라는 이슈를 소개했음.[5] 이미 1980년대부터 한국에 인터넷이라는게 있었긴 했지만 관련 전문가와 연구원들이나 썼던 수준이고, 일반인들에게 인터넷 서비스가 제공되기 시작된건 1994년의 일이다. 또한 인터넷이 제공되었다고는 해도 아직 콘텐츠가 부족했을때라서 PC통신 서비스 업체에서 인터넷을 서비스해주는 개념에 가까웠다.[6] 당시 이집트에서 벨리댄서의 복장과 춤이 너무 야하다는 이유로 벌금형을 때린 사건이다.[7] 한국어 부제는 '自律에 맡긴 自由방임, 그 時代는 지났는가?'.[8] 이튼 칼리지를 비롯한 퍼블릭 스쿨. 연간 6만 파운드 내외의 어마무시한 학비와 전통을 자랑하는 기숙학교 들이다. 교양과목으로 승마, 요트 등이 있을정도. 간단히 말해 영국판 민사고.[9] 단 스페인은 우파 프랑코 독재정권의 장기집권으로 인해 우파계에 대한 국민들의 피로감과 반감이 누적되고, 프랑코 사후 입헌군주제로 왕정이 복고되면서 프랑코 정권 시기에 탄압받았던 사민주의나 사회주의 사상을 지향하는 좌파계 정당들이 민심을 얻게 된 측면도 있다.[10] 물론 이 당시에도 동성애와 트랜스젠더라는 주제는 대중매체에서 종종 다루기는 했지만, 하리수홍석천이라는 아이콘이 등장하기 이전인지라 이런 특이한 사람도 있다더라라는 정도로 다룬 수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