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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4-10 18:52:14

게임 불감증

1. 개요2. 용어의 유래3. 증세4. 배경5. 원인
5.1. 너무 많은(적은) 게임5.2. 자연적 원인5.3. 난이도 조절에 실패5.4. 주변 인물들과 생기는 문제5.5. 게임 외적 원인5.6. 기타 원인
6. 해결법7. 관련 기사8. 관련 문서

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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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게임을 시작해도 중반을 넘어가기 전에 흥미를 잃어서 도중에 그만두거나 봉인해버리는 일이 반복되는 것을 말한다.

2. 용어의 유래

홍성보 기자가 게임라인 1998년 9월호에 발기부전패러디한 〈게임불능 - 고개 숙인 손가락〉이라는 제목의 기획 기사를 올린 것에서 시작했다. 아주 적절한 비유와 심도있는 분석이 많은 게이머들의 심금을 울리는 바람에 일회성 코너에서 등장하였지만 사장되지 않고 그 뒤로 국내의 비디오 게임 팬들에게 많이 퍼져 오늘날에 이르렀다.

3. 증세

게임 자체에 집중하는 일도 사라진다. 어떤 게임이든지 흥미가 곧잘 사라지고 어떤 게임을 하든지 다 그저 그렇게 느껴지거나 재미를 느끼지 못하기에 증상을 보인다면 백이면 백 누구나 다 "게임은 하고 싶은데 할 게임이 없다." 혹은 "막상 하려고 맘먹고 컴퓨터 앞에 앉아도 플레이 의욕이 사그라든다." 같은 생각이 든다.

막장제조 게임에 빠진 사람들이 게임 중독이라면, 게임 불감증은 막장제조 게임을 해탈하여 내성이 생겼거나, 일반 게임에 질려서 내성이 생긴 사례다. 일반적으로 막장제조 게임은 엔딩이 없거나 무한패턴이고 장기간 파고들 요소가 무궁무진하여 중독 요소가 강하다. 그래도 콘텐츠엔 한계가 있어 장기간 계속 하면 질릴 수 있고, 또 그만큼 복잡하고 진입 장벽이 높아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심하게 갈린다.

반면 엔딩이 있고 직관적인 게임은 오래 붙들고 할 게임이 아니고 비슷한 게임들의 비슷한 엔딩을 여러 번 보고 나면 내성이 생겨서 점차 물리게 된다. 현재 수준의 게임으로는 더 이상 자극이 되지 않아 흥미를 크게 못 느끼므로 금방 질려서 오래 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또한 게임 불감증은 미연시에서 로그라이크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찾아온다.

내성이 생겼다는 것은, 생물체가 자극에 대한 반응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최소한도의 자극의 세기를 나타내는 수치인 '역치'가 올라갔다는 것이다. 살충제에 내성이 생기면 1회에 더 많은 양을 사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듯이 기존 게임과 차별화된 색다른 자극을 줄 수 있는 요소를 추가해야만 해보고 싶다는 반응이 나타난다. 물론 약물에 내성이 생겼다면 1회에 더 많은 양을 투여해야 반응이 오지, 내성이 생긴 양만큼'만' 계속 넣으면 효과가 없는 것처럼, 내성이 생긴 게임을 장기간 해봐야 의미가 없다. 물론 재미 없어서 안 했던 게임을 자주 해봤더니 숨겨진 재미를 느껴 빠져드는 사례도 있긴 하지만, 이것은 그 '재미'를 느낀 부분은 내성이 없던 것인데 미처 발견하지 못해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콘솔 게임의 경우, 회의감을 느끼고 현자타임을 맞아 그동안 모아왔던 콘솔 기기와 타이틀을 같이 매각하는 등의 극단적인 증상을 보인다. 다른 기기를 구매하는 건 별개인데다, 그렇게 컬렉션을 정리하고 새 출발을 마음먹어도 어차피 며칠 뒤면 반드시 후회가 찾아오게 되는 증후군이다. 한마디로 욕구와 흥미 사이의 괴리감에서 발생하는 정신적 해이다. 글로 써놔서 보면 웃기는 것 뿐이지 이 병의 무서움은 게이머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임 ESD가 많이 보급되고 ESD에 대한 인식도 많이 늘어난 요즘에 와서는, PC 게이머들의 거듭된 논의 끝에 게임을 구매(혹은 불법으로)구해서 중반을 넘기지 않은 채 그만두고 다른 게임을 구매하여 플레이하지만, 그 또한 클리어하지 않고 다른 게임을 구매하는 악순환을 거듭하며 클리어하지 않은 게임을 쌓아가는 증상이라는 새로운 정의도 추가 할 수 있게 되었다.스팀이 게임모으는 게임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 이 정의에 따르면 게임불감증은 특히 시간과 게임이 모두 남아도는 사람에게 몹시 잘 걸린다. 흔치는 않지만 반대로 일상에 너무나 지치고 피곤해져서 게임을 하고 싶은 마음은 항상 있지만 막상 집에 오면 게임을 할 힘도 의욕도 다 잃는 사람도 있다. 그런 상태에서는 억지로 게임을 시작해도 별다른 흥을 느끼지 못한다.

단순히 게임을 그만두는 것과 게임불감증의 차이점은, 수집해왔던 것들을 팔아치우거나 쓰레기통에 버리고 훌훌 털어버리고 끝이라면, 그냥 단순히 게임이란 취미에 싫증나서 발을 뺀 것이다. 이런저런 취미를 즐기다가 좋은 경험이었다고 손절하고 다른 취미로 갈아타는 사례는 흔하다. 하지만 게임 불감증은 일부를 처분했다가 갑자기 후회해서 차마 버리진 못하면서도 흥미를 못 느껴서 마치 계륵인 상황이기 때문에 고민거리가 된다. 게임에 대한 흥미는 있는데 흥미를 느낄 게임이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도 게임에 대한 최소한의 흥미가 남아있다면 아직 미련이 남아있는 것이지만, 심한 경우는 게임이 족쇄처럼 느껴지며 이젠 손절하고 벗어나고 싶다, 해방되고 싶다는 괴로움을 느끼면서도 마치 전 애인에 대한 '집착'처럼 얽매여 새로운 취미를 만들지 못하기도 한다.

위 내용에서 볼수 있지만 번아웃 증후군에 가깝다. 번아웃 증후군의 기본 골좌는 스트레스>성취감인데 게임 불감증과 같은 증세라 볼 수 있는 것.[1]

'식욕없는 식사'와 같은 증세를 보이는데 썩어도 준치라고, 아무리 질렸더라도 아예 손절하기보다는, 과거에 비해 흥미가 많이 떨어졌어도 조금씩은 하지만, 그래도 예전처럼 열정적인 감정은 많이 식은 채로 안 하면 왠지 허전하여 '습관적'으로 하는 모습을 보인다. 과거 뜨겁게 불타오르며 밤을 새워가며 하던 때에 비해선 의욕과 감흥이 확실히 많이 식은 채로 무의미하게 습관적으로 하곤 한다. 이것은 사실 '영화 마니아'나 '소설 마니아'들에게도 다 해당되는 사안이다. 결국 게임도 하나의 취미인지라 많이 하다보면 점차 흥미가 떨어지고 질리는 것은 필연에 가깝다. 컬트적인 인기를 모았던 기묘한 이야기도 처음에는 파격적인 소재와 충격적인 반전 등으로 화제였으나, 점차 내성이 생겨 어지간한 반전으로는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하고 차츰 소재 고갈이 되며 거품이 빠졌듯이, 게임도 기존 장르란 틀에서 대개 비슷비슷한 소재와 구성, 스토리 구조를 가지고 있다보니 점차 물리는 것이다.

번아웃 증후군처럼 원래 완전 쥐어짜듯 모든 걸 내던져 하다보면, 성취 후에는 물려버려 엄두가 나지 않기도 한다. 90년대 오락실 게임처럼 직관적으로 한두판 해보면 쉽게 할 수 있어 접근성이 좋은 고전게임과는 달리, 현대의 게임은 정말 엄청나게 복잡하여 많은 시간과 관심을 할애하지 않으면 제대로 즐길 수 없다. 따라서 아무리 백수라도 이전 게임에 번아웃했던 경험이 있다면, 왠지 새로운 게임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고, 습관적으로 한두판 해보지만 과거처럼 번아웃할 엄두가 나지 않아 왠지 꺼려지고 흥미도 떨어져 도중에 포기하는 일이 많다. 하물며 직장이나 애인 등 새로운 관심사가 생겨난다면, 그냥 스마트폰으로 오락실 고전게임이나 간단한 캐쥬얼 게임 한두 판 하는 수준으로 게임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기도 한다.

게임 불감증의 증세는 게임 자체의 콘텐츠를 즐기는 사람들에게서 나타나기에 게임 중독자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면이 있다. 과거 오락실 게임에서는 '엔딩'이란게 존재하여, 아무리 불태웠던 게임도 결국 엔딩을 보게 되면 '번아웃 증후군'처럼 뒤도 안돌아보고 외면하기도 했다. 하지만 '온라인 게임' 시대가 되면서 본격적인 게임 중독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온라인 게임은 일종의 '가상의 커뮤니티'에 가깝다. 실제 인터넷 커뮤니티에 보면 하루종일 들여다보며 댓글 달고 글 쓰고 상주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또 이런 사람들은 그곳의 '터줏대감'처럼 네임드가 되고 추종자가 생기는데, 이 맛에 중독되면 수시로 들여다보게 되고 잠시라도 안보면 불안해진다. 그런데 온라인 게임은 한 술 더 떠서 아예 '가상의 캐릭터'로서 존재하여 네임드가 되면 영웅 수준의 용사로 추앙받으니 이 맛에 빠지면 "내가 게임을 하고 싶어서 그랬겠어? 게임 안에 사람들이 있잖아!"처럼 된다. 반면, 게임 컨텐츠 자체의 재미를 중시하는 사람들은 온라인 게임에서 제공하는 콘텐츠의 재미를 어느 정도 다 체험해봤다고 생각하면 흥미가 떨어져 그만두게 되고, 많은 게임을 접할수록 흥미가 더 빨리 떨어지게 된다.

게임불감증의 증세를 호소하는 사람들은 '게임 마니아'들이란 특징을 보인다. 일반 사람들은 게임에 흥미를 잃으면 아예 쳐다도 보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흥미로운 영화가 개봉되면 몇 번 보다가, 흥미를 잃으면 또 한동안 미련없이 외면해버리듯 말이다. 반면 '영화 마니아'들은 '요새 영화들 다 비슷비슷하다'고 한탄하면서도 새로운 영화가 개봉되면 빠짐없이 다 훑어본다. 개봉된 영화들이 내키진 않아도 또 안보면 궁금하고 허전하기 때문에 마치 '중독'처럼 한탄하면서도 본다. 본인이 게임이나 영화를 좋아하는 성향이라면 아무리 흥미를 잃어도 '재미없다'고 한탄하면서까지도 계속 습관적으로 집착하는 증세를 보인다. 지금은 흥미가 없지만 과거 나에게 큰 행복을 주었던 기억 때문에 관성의 법칙처럼 경로의존성을 보이는 것이다.

4. 배경

이런 게임 불감증은 플레이스테이션 1/세가 새턴 세대에 처음 그 증상이 나타났다. 그 원인은 소위 말하는 '고퀄리티 게임'이 늘어나고, 사서든 복사해서든 그걸 해본 플레이어들의 눈은 높아지는데, 정품보다 훨씬 싼 복제판 소프트웨어/CD가 범람해서 게임 구하기까지 쉬워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물론 이 시기의 국내 PC 게임계는 시장 같은 게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아노미 상태였다.

그 이전 시절에는 게임 자체를 쉽게 접할 수 없던 시절이었다. 메가드라이브 게임팩은 90년대 초기 주로 번들용으로 시판되었던 것들을 제외하고 삼섬 홈 게임기 로고를 달고부터는 대략 5~7만원 슈퍼패미콤 게임팩은 10만원, 네오지오 게임팩은 30만원 수준이었다. 이 가격은 당시 물가를 생각하면 살인적인 수준이었는데, 이 시절 4세대 콘솔과 5세대 콘솔 초기의 90년대 중후반 한국 물가는 짜장면이 3000원~4000원 선, 맥도날드 치즈버거의 가격이 1500원이던 시절이었다. 또한 지금도 30만원이면 절대 적은 금액이 아니다. 당시 아케이드와 콘솔 게임시장의 절대 주력 인구였던 연소자와 미성년자들이 구매하기엔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당시 물가를 고려하면 게임팩 사려고 아침 일찍 신문 배달한다는 말이 괜히 나왔던 게 아니며, 게임팩 자체가 명품이나 보물 수준으로 게임 하나하나가 상당히 희귀하고 값진 시절이었다. 한판 해보고 재미없다고 팽개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었다.

사실 게임팩 값이 어마무시하던 시절에도 금수저 아이들은 저런 기종의 팩을 쌓아두고 재미없다고 한탄하기도 했었는데, '배부른 투정'처럼 소수의 한탄에 불과하여 당시 콘솔의 절대다수가 패밀리로 대표되는 저가형 게임기인 패미컴이나 합본팩 게임기였음을 생각하면 말 그대로 극소수의 한탄이었다. 게임팩은 특성상 복제팩도 가격이 비쌌다. 하지만 게임팩이 복제가 쉬운 게임 CD로 바뀌면서 플레이스테이션/세가새턴 불법복제 CD가 테크노마트 등지에서 새 제품이 5천 원이었고, 게이머들 간의 중고거래는 훨씬 더 쌌기에 드디어 서민 게이머들도 '배부른 투정'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그 시절엔 플레이스테이션이 정발되기 전이라서 정식 게임 매장에서 대놓고 복제로 팔아 불법이라는 인식도 희박했기에 10만원에서 5천원으로 대폭 낮아진 가치만큼 게임의 희소성이 대폭 떨어졌다. 가격이 오를수록 더 갖고 싶어하는 ‘베블런 효과’를 떠올려 보자.

즉, 과거의 게임은 타는 듯한 갈증이 심한 사막의 오아시스였다면, 현대의 게임은 편의점의 생수나 맥주처럼 감흥이 떨어진 것이다. 오아시스는 왠지 생명수처럼 환상의 샘물처럼 여겨지고, 편의점의 생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생수가 오아시스보다 훨씬 더 좋은 스펙을 갖고 있다. 오아시스는 미생물 등의 오염 문제도 있어서 함부로 마시거나 식수로 삼기엔 좋지 않다. 마찬가지로 현대의 게임이 고전게임에 비해 그래픽이나 편의성, 밸런스 등 스펙만 보면 더 좋긴 하지만 아무래도 편의점의 생수처럼 흔하기에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감흥을 느끼기는 쉽지 않다. 헨젤과 그레텔은 굶어죽기 직전이라서 과자로 만든 집이 천국처럼 느껴졌지만, 폐기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편의점 알바생인 카이지는 카운터에서 꾸벅꾸벅 조는 등 지루한 일상에 따분해하고 별다른 감흥이 없다. 하지만 제애그룹 지하노역장에 감금된 뒤 첫 월급으로 전용화폐인 페리카를 받은 후 보상으로 닭꼬치와 캔맥주를 사먹으면서 악마적인 맛이라고 절규하며 눈물까지 흘린다. 새벽에 신문배달 알바뛰며 마련한 돈으로 게임팩을 사던 심정도 이와 비슷했을 것이다.

당시 게임팩을 손에 넣는 아이들은 피천득의 수필에서 은전 한 닢을 손에 넣는 거지의 심정과 유사한 면이 있다. 거지가 아무도 관심없는데 괜히 막 혼자 주변을 의식하고 두리번거리며 혹시라도 은전 한 닢을 빼앗기거나 잃을까봐 두려워하고, 그저 이게 갖고 싶었다며 눈물을 흘린다. 당시 오랫동안 모은 용돈이나 알바비로 게임매장에서 게임팩을 사서 가지고 오는 아이들에게는 게임팩이 은전 한 닢이었다. 당장 굶어죽기 직전인 거지에겐 은전 한 닢도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무척 소중하게 느껴지지만, 막상 거지가 로또라도 당첨되어 은전 한 닢이 널려있으면 지금까지 쌓여왔던 것 때문에 막 흥청망청 돈을 물 쓰듯이 쓰면서도 딱히 소중함을 못 느끼고 그러다가 문득 현자타임을 느낄 수도 있다. 게임 불감증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일이 휴식의 기쁨을 알게 해준다는 말처럼 불금은 직장인들의 특권이라고 말할 수 있다. 백수야 매일 집에서 빈둥대며 뒹굴다보니 금요일이든 주말이든 그냥 식욕없는 식사처럼 무료한 일상일 뿐인 것과 같은 이치이다.

과거 게임은 난이도가 무척 높았기에 설렁설렁해서는 깰 수가 없었고 완전연소해야만 클리어가 가능한 게임들이 많았다. 당시 게임제작자 인터뷰에 따르면, 게임 볼륨이 적다보니 게임 플레이 시간을 늘리기 위해 게임 난이도를 높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결국 당시 무지막지한 난이도의 게임을 클리어하기 위해 완전연소할 수밖에 없었고 그러다보니 더욱 기억에 남는 게임이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현대의 게임은 캐쥬얼하여 가볍게 즐길 수 있다보니 과거처럼 게임 엔딩을 보기 위해 열심히 불태우지 않아도 엔딩을 볼 수 있는 게임들이 많아졌다. 마치 친구와 당구장이나 호프집에 가서 가볍게 즐기는 정도는 별로 기억에 안 남지만, 외국으로 배낭여행을 가서 힘들게 고생하면서 불태우고 오면 기억에 크게 남는 것과 같다.

오락실에서도 아이들이 오래 붙잡고 있으면 안 되니까 순환을 빠르게 하기 위해 딥 스위치 설정에서 난이도를 거의 최고로 올려놓기도 했다. 그래서 겉보기엔 아무리 아기자기해보이고 쉬워보이는 게임도 막상 해보면 어느새 금방 '게임 오버'가 뜨기 마련이었다. 별 생각없이 하면 순식간에 'GAME OVER'란 글자를 볼 수 있었으므로, 절대 대충 설렁설렁할 수 없었고 완전연소를 해야만 클리어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오기가 생기게 만드는 미친 난이도였기에 근성 플레이만이 엔딩을 볼 수 있었던 시절이었다. 난이도가 쉬우면 편안하게 할 수 있으나, 시시해서 별로 기억에도 남질 않는다.

UFC 챔피언 인터뷰에서는 패배를 통해 성장할 수 있다고 했다.(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과거 오락실에서는 엄청 게임오버 당해보며 왜 졌는지 분석하고 연구하며 다시 다양한 방법으로 도전하고 깨면서 점차 약점을 보완해가며 '성장'하는 재미가 있었다.(학습효과를 통한 발전) 드래곤볼에서 손오공이 악당을 일부러 살려줘서 더 강하게 만들어 도전하게 만드는 이유를 떠올려 보자. 독자들도 강력한 맞수의 등장에 흥미를 보인다. 록키 3의 시놉시스도 세계 챔피언으로 승승장구하던 록키에게 현타가 와서 매너리즘에 빠지다, 강력하고 거친 흑인 복서 클러버 랭에게 박살난 후 다시 '초심'을 되찾고 불태워 도전한다는 스토리다. 당시 오락실 게임들의 기본 난이도 설정이었던 '하드(HARD) 모드'에 익숙해진 오락실 키즈들에겐 대중성을 위해 난이도를 낮춘 게임들은 시시하게 느껴질 수 있었다. 록키도 위태로웠던 승부가 기억에 남고 싱거운 승부들은 기억에도 안남고 점점 재미가 없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치트키나 공략법을 매우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도 게임 불감증을 불러왔다. 쉽게 번 돈은 쉽게 쓴다는 말이 있다. 은전 한 닢의 거지가 은전 한 닢을 가지고 눈물에 흘렸던 것은 '눈물 젖은 빵'을 먹어봤기 때문이다. 게임 레벨 디자인도 원래 이렇게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도록 의도적으로 시행착오와 노가다가 동반되도록 설계한다.

예를들어 패미콤의 명작RPG 드래곤볼Z3 열전 인조인간의 베지터 미션에서는 초반에 보스 네이즈를 절대 단번에 못 깨게 했다. 바로 앞에 있어서 초반에 바로 도전이 가능하나, 쳐들어가면 베지터는 한 방만 맞아도 에너지가 쭉쭉 다는 반면, 보스에게 필살기를 먹여도 데미지가 미미해서 패배하고 만다. 그렇게 게임 오버 당하면 보스가 어렵다는 이미지가 각인되는데, 레벨 노가다 후 다시 도전하면 이번엔 반대로 각성한 베지터가 차원이 다른 전투력으로 압도적으로 보스를 가지고 놀거나 가까스로 이기면서 감동이 느껴진다.

과거 오락실에서는 치트키는커녕, 공략법도 모든 채 그냥 우직하게 부딪히면서 근성 하나로 엔딩을 봤으니 감흥이 남다를 수 밖에 없다. 반면 치트키나 공략법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에서는 막히면 귀차니즘 발동으로 그냥 바로 공략 찾아보거나 치트키를 쓰니 '불감증'이란 단어대로 깨봐야 별다른 감흥이 없는 것이다. 과거엔 게임 한개도 귀했기에 우직하게 파고들 여유가 있었으나, 게임이 넘쳐나는 현대엔 시간부족으로 게임 한개를 우직하게 파고들기도 힘들어서 대충 공략보며 빠르게 깨버리고, 그렇게 많은 게임을 접하다보니 점점 불감증이 생기는 것이다.

'도박의 법칙'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설채현 수의사는 세바시 강연에서 '도박의 법칙'에 대해 설명했다. 매번 따면 도박에 빠지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계속 잃다가 예상하지 않는 순간에 따게 되면 그 희열에 빠진다고 한다. 실패하다가 한번 딱 성공하는 순간에 힘들었던 것이 훨씬 더 보상이 되면서 거기에 빠져든다고 한다. 따라서 과거 오락실 아이들이 원코인으로 매번 지다가 조금씩 극복해가면서 희열을 느낄만 했다. 그래서 성인이 되어서도 절대 잊혀지지 않는 추억의 게임이 된다. 하지만 그 추억의 게임도 에뮬을 통해 코인 러시로 엔딩을 보면 절대 과거에 느꼈던 희열을 느낄 수 없으며 심지어 '내가 왜 옛날에 이걸 재밌게 했었지?'라는 생각이 들며 실망할 수도 있다.

90년대는 스트리트 파이터 2 시대였다. 당시 많은 서민 아이들이 패미콤 괴작인 마스터 파이터 2나 하며 아쉬움을 달래던 시절이었으니, 게임 불감증이고 나발이고 걸릴 수가 없었다. 슈퍼패미콤 버전은 비록 다운 이식이긴 해도 오락실과 얼추 비슷한 느낌으로 어느 정도는 욕구를 충족시켜주며 다소나마 위안이 됐으나, 오락실과 괴리감이 큰 패미콤 버전은 오히려 간절한 욕구를 부채질하여 오락실 버전에 대한 환상이 더 커졌다. 당시 '오락실 버전' 네오지오의 광고문구는 '아케이드의 흥분을 그대로 가정에!!'였으니 오락실 키즈들의 꿈이자 선망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당시 아이들은 장기간 게임에 대한 욕구를 억눌러오다가 게임 CD의 시대로 넘어가면서 불법 복제가 서민 CD로 불리며 정당화되었을 만큼, 서민 아이들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했기에 불감증이 생길 수 없었다. 욕구 충족 다음 단계가 불감증이니 말이다.



과거 어마무시한 게임팩 값에 차마 게임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며 '그림의 떡'처럼 손가락만 빨며 게임에 대한 욕구를 억눌러왔던 게이머들은 드디어 '서민CD'의 등장으로 리미터가 해제되자 '보상 심리'로 본인의 욕구보다 더 오버해서 하기 시작했다. '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샌다'고 미친 듯이 마구 게임을 접하다보니 슬슬 '배부른 투정' 현상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이것은 배 터지게 고기 먹은 사람 앞에 다시 고기 내미는 것에 비유하면 이해가 쉽다. 웬만한 고기는 성에도 안 차고 배가 꺼져도 당분간 고기는 별로 먹기 싫어진다. 근데 또 준 고기를 안 먹자니 그건 그것대로 좀 아쉽고... 근데 배는 부르고... '첫 술에 배부르랴'는 말처럼, 처음 한동안은 허겁지겁 이것저것 빠르게 먹어댈 수 있으나, 배가 불러질수록 먹는 속도가 느려지며 거부 반응이 생길 것이다.

또 다른 비유를 들면, 북한에서는 불고기가 배급으로 나오자 "아! 불고기~"라며 눈물로 감탄하지만, 한국에서는 노숙자들도 무료급식소에서 쌀밥에 고깃국 먹고 음식 남기고, 거지들도 불고기를 먹으면서 눈물은 흘리지 않는 것과 같다. 결국 음식이 풍족해진 시대엔 감흥이 떨어지는 것이 당연하듯, 게임이 풍족한 시대에 게임에 대한 감흥이 떨어지는 것은 필연적이다. 불고기 먹고 눈물 흘리는 것도 한두 번이지, 매번 먹을 때마다 눈물이 날 리 없다.



게임이 귀했던 과거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자료로, 1990년작 머털도사와 또매 43분 30초에 나오는 장면을 들 수 있다. 오락실에서 벽돌깨기를 하며 재밌다고 즐거워한다. 요괴가 또매에게 허름한 누덕산 제일봉을 최신식 건물로 리모델링 시켜주는데, 한층은 호화 목욕탕, 한층이 오락실이다. 자신만의 오락실을 갖게 된 또매가 만족해하는데, 당시 '오락실 키즈'들의 마음이 그리하였기에 '가정용 게임기'가 등장하였으며, 특히 오락실 기판을 그대로 옮긴 수준의 네오지오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게임이 희귀하던 그 시절엔 오락실이 지상락원처럼 느껴졌기에 지금도 아재들 중에는 당시 오락기통을 갖고 싶었던 간절한 욕구로 인해 거추장스러운 문방구 게임기를 사다 놓을 정도. 물론 굶어죽던 시절에 쌀밥에 고깃국이 지상락원의 잣대였지만, 음식물이 넘쳐나다 못해 유통기한 하루만 지나도 포장도 뜯지 않은 채 폐기되는 음식물 쓰레기가 문제인 현대에는 감흥이 떨어진 것처럼, 게임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오락실 게임 수백 개 굴리는 시대니, 또매와 같은 감흥을 보이진 않는다.

또매의 오락실에 '갤러그' 기판도 보이는데 현대의 아이들이 저 오락실에 가면 웬 박물관이냐고 실망할 수도 있다. 실제 이런 소재를 2000년경 MBC에서 방영된 외화 '애들이 줄었어요'의 에피소드에서 다뤘다. 1997년 미국의 여고생이 선생님을 짝사랑하여 타임머신을 타고 70년대로 돌아가서 사귀던 어느날, 선생님이 충격적인 게임이 나타났다고 호들갑을 떨며 놀라지 말라면서 그 게임의 이름을 말하는데, 바로 갤러그다.(...) 여주인공이 잔뜩 기대를 했다가 썩은 표정으로 바뀌는데, 당시엔 KOF 98은 물론 전설의 게임 GTA 3가 아직 등장하지도 않던 시기인데도, 이미 여주인공은 갤러그 따위엔 별다른 감흥이 없을 정도로 내성이 생긴 상태였다. 물론 4년 뒤인 2001년에 GTA 3가 등장하여 컬쳐쇼크를 안기고 게임의 패러다임을 바꿨으니 그 여고생에게 GTA 3를 보여주면 큰 충격을 받겠지만, 어느덧 오픈월드 게임에 내성이 생긴 2020년대 아이들에게는 GTA 3조차 별다른 자극을 줄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5. 원인

근본적 원인은 게임에 대한 흥미와 쾌감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흥미라는 정신적 패러다임은 어느 요소에 익숙해지거나 노출이 많아지면 줄어들게 되어 있고 쾌감 역시 반감된다. 새로운 것에 반응하고 즐거워 하는 호기심을 가진 동물이지만, 익숙해지면 편안함과 동시에 흥미는 반감되는 동물이 인간이다.

게임이 질리는 이유는 컨텐츠의 소모가 빠르기 때문이고, 광범위하게 본다면 컨텐츠의 획일화도 한 몫 한다. 고전게임부터 AAA게임까지 게임 산업은 태동기부터 매출이라는 강력한 주축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기에 많은 게임들이 공유하는 요소들이 많고, 이는 유사 컨텐츠의 소모와 획일화로 이어진다.

5.1. 너무 많은(적은) 게임

게임이 너무 많거나 적기 때문에 게임 불감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할 일 없는 백수나 시간이 널널한 대학생들이 걸리기 쉽다. 반대로 학업, 취업 준비, 직장 생활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은 게임이 많아도 할 시간이 나지 않기 때문에 한 두 개만 집중해서 하거나 아예 게임을 하지 않는다.

첫 번째 요소는 시장의 현상으로서, 게임이 늘어나면서 유사 컨텐츠들의 고갈을 촉진시킨 것이다.[2] 때문에 AAA 게임들에 심각한 불흥을 느끼는 유저들이 한 둘이 아니며, 아예 AAA 게임들은 쳐다도 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인디 게임들이 아직도 시장을 유지하고 흥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AAA 게임들에 비해 새로운 방식을 과감하게 도입하는 경우가 많고, 이를 이용하여 독특한 컨텐츠를 창출하는 게임들이 많이 나온다.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위해 이미 재미가 검증된 컨텐츠만 집어넣어 수많은 아류작들이 만들어지는 AAA게임과는 반대되는 양상을 띄기 때문이다.

두 번째 요소는 본인이 게임을 너무 많이 소지하고 있어 어떤 게임을 플레이해야 하는지 결정을 하기 어려운 경우이다. 이른 바 결정 장애에 기반되는 문제점으로, 고민만 하다가 결국, 다른 관심사로 빠져버려 게임을 아예 실행하지 않는 행동으로 결론난다. 게임은 많은데 할 게 없다라고 요약할 수 있다. 특히 DL 형식의 패키지 게임 시장이 정착됨에 따라 다수의 게임을 구매해놓고 결국 아무것도 안 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스팀에서 세일할 때마다 "어머! 저건! 사야해~"를 외치다 게임만 늘어가고 하기는 귀찮아 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시. 게임을 사놓고 나중에라도 즐기고 싶지만 작품이 멀티/협동 장르라면 이미 죽어버린 뒤인 경우가 허다해 막심한 후회만이 뒤따른다. 온라인 게임모바일 게임들도 이러한 원인의 동기가 되는데, 특히 이런 게임들은 대부분이 무료 게임이라 접근성이 더 쉬운 것도 한 몫하고 있다. 게임이 모두 비슷한 것이 일단 한 몫하고, 하루가 멀다고 광고를 도배하는 현대에서는 불감증을 느끼기 쉽다. 더불어 과도한 현금 결제 유도로 인해 게임 불감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세 번째 요소는 즐기는 게임이 너무 적은 경우이다. 위의 원인들과 반대로, 너무 한 두 가지 게임만 집중해서 즐겨 게임이 질리고 흥미가 없어지는 경우이다. 게임은 즐길 수록 컨텐츠 소모는 빨라지고 결국, 후반부로 가면 같은 플레이가 반복되고 이에 흥미를 잃게 되기 마련이다. 이 경우는 그래도 괜찮은 케이스로, 플레이 방식을 바꾸거나, 앞으로 발매될 게임을 미리 찍어두거나, 기존 발매작 중 평이 좋거나 본인이 마음에 든 게임을 사서 하면 쉽게 해결된다.

5.2. 자연적 원인

두 번째 원인으로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흥미를 잃게 되는 경우가 있다. 게임을 사랑하는 게이머 중 일부는 '난 평생 게임을 할 것이다'라며 호언장담 하지만 실제로는 흐지부지되며 다른 취미로 넘어가는 경우가 잦다. 사람의 흥미나 취미는 세월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바뀌는 것이 일반적이다. 오히려 흥미를 잃는 것을 넘어 싫어하게 되는 일도 종종 일어난다.

직업이나 가정 문제로 게임 할 시간이 줄어들고, 나이가 들어 신체의 노쇠화로 인해 체력이 감소하면 게임을 즐길 열정도 자연히 줄어든다. 게임은 생각보다 집중력이 많이 필요한 활동으로, 경쟁적 요소가 강한 게임일 수록 정신력도 필요하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극심한 취미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경쟁적 요소가 강한 게임이라면, 반사 신경이 중요한 경우가 많아지는데 신체의 전성기인 10대, 20대 초반을 넘으면 신체 능력이 저하되어 적응하기 어려워진다. 이러한 원인으로 인해 어렸을 적부터 게임을 즐겨온 게이머 중, 수 년간 플레이 해온 게임을 그만두거나, 수집한 게임들을 하루 아침에 처분하는 경우도 많이 발생한다.

대중화 되어가는 게임의 연관성도 있다. 마니악한 취미가 대중화가 되면 접근성이 높아지고, 충동적으로 한 번 해보고 쉽게 싫증내는 사람들도 늘어난다. 또한 처음에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도 대중화 된 게임을 지인들과 같이 즐기다 보면 게임을 좋아하는 체질이 아니더라도 게임을 취미로 삼다가 나중에 그만두는 경우도 있다.

취미라는 것은 결국, 시간이 지나다 보면 '권태기'가 찾아오는 경우가 생기기 마련이고, 이를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게임 불감증'이라 부르는 것이다. 이 때의 권태기를 잘 극복하거나 권태기를 겪지 않은 게이머들이 진정한 '게임 마니아'로 평가된다.

5.3. 난이도 조절에 실패

무작정 치트나 에디팅을 남발하는 것도 불감증의 원인이다. 이 경우 중간중간의 자연스러운 업그레이드에 따른 성취감이 없어지게 되는데다, 게임을 개발할 때 염두에 두었던 게임디자인이 완전히 흐트러지는지라 재미요소의 큰 부분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슈로대에서, 주인공이 1화부터 2회 이동하면서 축퇴포를 날려대는 네오그랑존을 몬다고 생각해보라. 또, 풋볼매니저에서 에디터로 돈을 만땅으로 채우고 모든 선수들의 능력치를 올려서 매 경기를 8-0, 7-0, 15-0 등으로 계속 이겨 트로피와 우승을 독차지하면 무슨 재미가 있을까? 결론은 에디터는 모든 게임을 질리게 만든다는 것.

현실에서 계급이나 직급 올라가는 게 낙이 되는 것처럼 레벨 업은 모든 게임에서 중요한 동기부여와 목표이자 쾌감과 만족의 요소이다. 그 지겨운 레벨 노가다를 하는 것도, 레벨업이 되면 그만큼의 '보상'을 받기 때문이다. 지겨운 레벨 노가다를 보상심리로 겨우겨우 버티면서 계속 레벨업 하여, 이전에 무서웠던 몬스터들을 압도적으로 박살낼 때의 쾌감은 겪어본 자만이 안다. 만약 처음부터 강력한 상태로 나온다면 의미없는 버튼 노가다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고전 에뮬레이터 게임 커뮤니티에 가보면, 치트키는 사용을 자제하라고 주의시킨다. 게임 불감증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코인 러시로 엔딩을 보고 나면, 거의 안 하게 된다. 그래서 해결책으로 원코인 제한, 약칭 1cc를 제시한다. 즉, 스스로에게 과거 오락실처럼 '딱 한판'만 허용함으로써, 본인의 실력향상을 토대로 재미를 느끼는 것이다. 첫 판도 못 깨던 본인의 실력이 두 판, 세 판 향상될수록 '성장하는 재미'를 느끼게 된다. 과거 오락실 시대에는 '고수'들의 플레이를 구경하기가 어려웠기에 막히던 부분에서 계속 막히며 극복하지 못하고 끝나기도 했다. 당시 오락실 고수들은 비기나 비법을 특급비밀처럼 감추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유튜브를 통해 고수의 플레이를 볼 수 있다. 일종의 '공략집'인 셈인데, 물론 처음부터 다 보면 재미없으니, 일단 본인의 실력으로 극복하도록 노력해보고, 안되면 고수의 플레이를 참고하여 '요령'이나 '꼼수' 등 공략법을 터득하여 조금씩 원코인으로 갈 수 있는 세상을 넓혀간다면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렇게 스스로 통제하지 않고, 그냥 코인러시나 치트키로 쓸어버리면 순간의 짜릿함은 있으나, 곧 안하게 된다.

물론 치트키가 상황에 따라서는 게임 불감증을 완화시켜주는 용도로 활용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한동안 뜨겁게 불태운 끝에 '원코인' 엔딩을 보면, 번아웃 증후군처럼 급격히 식어 외면해버릴 수도 있다. 이때 치트키는 게임의 수명을 연장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이전에 정말 어렵거나 짜증나던 부분을 그냥 막 쉽게 깨버리고, 이렇게 매트릭스처럼 좌지우지하는 절대자의 재미를 느껴볼 수 있다. 반면, 처음부터 치트키에 의존하는 습관은 정말 안좋은데, 경로의존성으로 인해 치트키로 시작했던 게임은 치트키가 당연하게 느껴지니 굳이 노력해서 극복하고 이런 것 자체를 귀찮게 여겨 치트키 의존도가 높아져 정상적 플레이를 하면 헛고생 같아서 꺼리게 되므로 점차 갈등없는 드라마처럼 시시해진다. 본인이 죽어도 보고, 짜증도 내보고, 이런 과정을 극복하며 죽을 뻔한 위기에서 드라마틱하게 역전을 하여 보스를 깬다든지 이런 희열이 게임의 재미인데, 그냥 처음부터 무적모드로 '양민학살'하듯 다 쓸어버리면 점차 의미없는 노가다처럼 느껴져 게임에 대한 흥미를 급격히 잃을 위험이 있다. 게임에서 '난이도 조절'이 왜 중요한지 떠올려 보자.

게임이 지나치게 어려워도 이런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크로스 엣지가 대표적인 예시다. 던파마영전을 예로 들면, 아직 할 컨텐츠가 많이 있어도, 중반부터 노가다를 너무 요구하다보니 지겨워져서 게임을 안 하게 된다. 신규 컨텐츠 생겼다는 광고를 듣고 복귀 유저가 되어도, 예전에 돌았던 똑같은 던전을 노가다 해야하는 건 다름이 없다.

실제 마계촌 같은 극악한 난이도의 게임을 처음부터 '원코인 엔딩'이란 목표로 잡으면, 그냥 초반에 짜증내고 때려치기 십상이다. 자신의 수준에 맞게 '원코인 첫판깨기' '원코인 둘째판'처럼 현실적인 목표로 정하면 되고, 어차피 과거 오락실에서 꼭 엔딩을 봐야만 재밌는 것은 아니기에 한두판만 원코인으로 달성해도 충분히 만족감을 얻을 수도 있다. 그리고 '달을 목표로 하면 산은 간다'는 말처럼, 원코인으로 3라운드 정도 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1라운드 보스 정도는 '훗, 이젠 너 정도 따위 식은 죽 먹기지'라는 자신감으로 여유를 부리며 가지고 놀면서 쉽게 깨는 수준으로 성장하니 원코인으로 갈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진다는 것은 성장하는 재미를 준다. 처음에는 고수의 공략법을 모방해서 어설프게 따라할지라도,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란 말처럼 점차 자신만의 공략 비법과 노하우, 필승패턴이 생기는 등 내 실력이 성장한다는 것이 눈으로 보이며 객관적으로 확인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달을 목표로 하면 산은 간다'지만, 여기서 달이란 목표가 본인이 느끼기에 '어느 정도 노력하면 달성가능한 수준'이 아니라 '터무니없는 목표'로 느껴지면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을 수 있으니, 목표 설정을 본인 수준에 맞춰 탄력적으로 잘 조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5.4. 주변 인물들과 생기는 문제

또한, 멀티플레이 게임중 팀플레이가 가능한 게임에서는 혼자하면 재미없고 같이해야만 재밌는 경우가 생긴다. 이 경우에는 같이하면 게임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지만, 게임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으면 게임을 하기가 싫어지고 재미가 감소되어서 자연스럽게 하지 않게 된다.

반대로, 팀합이나 공략, 상성을 무시하고 내가 하고싶은 대로만 하는 팀원들한테 지치거나. 이런 경우는 적의 취약점을 내가 노릴 수 없고 팀원이 노려줘야 하는데 안 되어서 올라가는 게 불가능하다 싶어서 좌절하는 케이스이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주변 인물들이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는 것 만으로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게임을 잠깐만 해도 부모님이 잔소리를 한다든지, 아니면 아예 게임을 전혀 못 하게 해서 게임을 오직 몰컴으로만 하는 경우 게임을 하는 것 자체가 잔소리 혹은 경계심 때문에 재미가 아닌 스트레스를 받는 행위가 되어버린다. 이러면 게임이 재미있어서 몰컴을 하거나 잔소리를 들어가면서까지 하려고 하다가도 이내 스트레스 때문에 긍정적 경험보다는 부정적 경험으로 남게 되고 게임을 할 마음이 점점 들지 않게 된다. 혹은 부모님에게 계정삭제를 당한다거나, 컴퓨터나 게임기가 부숴진다거나 하는 트라우마가 될만한 경험을 했다면 그 사건이 계속 기억에 남아 다시 게임을 할 마음이 들지 않게 될 수도 있다.

5.5. 게임 외적 원인

모든 취미가 마찬가지지만 게임과 무관한 일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다면 게임을 하는동안에도 온전히 게임에 집중하지 못하고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자연히 게임에서 얻는 재미도 줄어들게 된다. 가령 군 입대를 2주 남겨서 심란한 상황이라면, 입대하면 지금처럼 게임을 하기 어려울테니 최대한 해둬야 한다는 생각으로 하루종일 게임을 잡고는 있지만 정작 즐거움은 별로 느끼지 못하면서 게임 불감증에 걸리기 된다.

정신질환이 원인이 될 수도 있는데 우울장애의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가 '모든 일에 대한 흥미와 즐거움의 감소'이기에 우울증에 걸린다면 다른 모든 활동은 물론 게임에서도 제대로 재미를 느끼기 어렵다. 즉 외부 활동을 전혀 안하고 집에서 게임만 하던 자녀가 게임조차 안 하게 된다면 '드디어 게임 중독에서 벗어나 정신을 차리나 보다'하고 좋아할 일이 아니라 정신병이 더 심해진 위험한 상황일 수 있다.

드물게 외부적인 정치적 이유 때문에 걸리기도 한다. 예를 들자면 반일씹덕이었으나 어느새 반일감정이 너무 심해서 일본산 게임을 더이상 재밌게 즐길 수 없게 된다거나, 반중 정서를 가진 사람이 즐기던 게임에 차이나 머니가 묻으면서 게임에 대한 흥미가 식는다거나, 림버스 컴퍼니 원화가 트위터 남성혐오 논란, 러브앤프로듀서 성우 교체 논란 등 젠더 갈등 관련 이슈가 터지고 게임사가 자신의 성향에 반대되는 대응을 하는 경우 등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게임 불감증보다는 해당 게임에 대한 실망으로 그치고 다른 게임으로 갈아타는 경우가 많다.

5.6. 기타 원인

자유도가 높을수록, 샌드박스 형식에 가까울수록 불감증에 걸리기 쉽다. 스카이림, 심즈가 그 예시다. 모드가 재밌어 보이길래 깔았으나, 막상 게임 플레이 해보면 몇 번 안 해보고 지우기도 한다. 새로 나온 모드 찾아보거나 관련 영상 찾아보는 게 게임 자체보다 더 호기심을 유발한다.

의외로 위키 등에서 올라오는 공략 내용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무슨 게임 하나 시작했다면 우선 위키부터 들어와서 공략을 찾고, 공략을 읽다가 알아두면 좋다는 내용이 너무 방대해서 질려버려서 시작을 안 하거나, 정작 필요한 내용을 다 알아낸 후에는 스토리까지 스포당해서 재미가 없다며 때려치는 경우도 많다. 혹은 게임만 검색하려 접속했다가 그만 게임할 시간마저 위키에서 날려버리는 경우도 아주 많이 일어난다.

장르 고집 때문에 생기기도 한다. 모든 장르의 게임을 폭넓게 하는 게이머가 아닌 이상, 보통 자신이 가장 선호하는 장르에 속해 있는 게임들을 중점적으로 플레이하게 된다. 다시 말해, 국산 MMORPG를 재미있게 한 유저는 새로운 국산 MMORPG를 찾고, 시뮬레이션 게임만 하는 사람들은 비슷한 종류의 게임들을 중심으로 계속 플레이하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장르는 꺼리게 된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그 장르 내에서 할 만한 게임들은 없어지는데 기존에 하던 게임들을 다시 플레이하면 이미 받았던 자극만 계속 받게 되니 지루해지는 건 당연하다.

의외로 막장제조 게임에서 불감증이 발생하기도 쉽다. 막장제조 게임들의 대부분[3]은 플레이 타임이 오래 걸리거나 다음 턴을 하게끔 유도하는 중독성 있는 턴제 게임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플레이를 하다가, 어느 순간 빌드나 플레이가 꼬인다던가 하는 경우가 발생하면 이걸 수습하기가 굉장히 막막해진다. 이걸 수습하거나 다시 플레이할 바에는 그냥 오늘은 게임을 그만 하는게 낫겠다 싶어지기 쉽고, 그대로 게임을 종료하면 한동안은 아무리 막장제조 게임이라도 손이 안 가게 된다. 또는 플레이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더라도 어느 순간 반복플레이에 회의감을 느끼는 순간 타임머신으로 느껴지던 게임은 비슷비슷한 플레이를 반복하는 일처럼 느껴지게 되고 마찬가지로 게임 불감증을 유발한다.

명작 게임을 하다보면 발생하기도 한다. A라고 불리는 게임이 굉장히 독창적이거나, 높은 완성도로 높은 평가를 받게 된다면 이 후 아류작이든, 동 장르의 작품이든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A라는 게임에 비교하게 된다. 문제는 이후 탄생한 게임들이 A라는 게임을 뛰어넘는다는 보장이 없으며, 오히려 이 보다 떨어지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 이 때문에 사람들의 기대치는 높으나 이를 만족시키는 게임이 나오질 못하는데 A라는 게임을 다시 하기에는 너무 많이 즐겨서 물린 상황이 되버린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A를 뛰어넘는 성취감을 느끼지 못해 게임 하는 것 자체에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것이다.[4]

위의 연장선상으로 전작을 정말 재밌게 즐긴 사람일수록 후속작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것도 문제. 특히 멀티플레이게임의 경우 이런 경우가 굉장히 많이 발생하는데 기존 멀티플레이 게임은 장기간 업데이트나 사후관리로 완성된 경험인데 이걸 새로 개발된 게임에 그 이상의 수준을 요구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물론 그 이상을 해낼 수 있다면 최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훨씬 많으며 일단 유저가 돈을 주고 샀든, F2P건 개발사 입장에선 욕을 안먹을려면 미친듯이 갈려나갈수 밖에 없다. AAA급 멀티게임일수록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5]
이런 유저들의 엄격한 잣대를 맞추기 위해 개발자를 더 쥐어짜게 되고 번아웃 상태가 된 개발자들이 게임 개발업계를 아예 떠나버리는, 게임업계의 악순환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최근에는 약간의 문제정도는 용인해주는 분위기다.

또다른 원인으로는 단순히 게임을 단기간에, 너무 장시간 하기 때문(...). 위의 컨텐츠 소모와 일맥상통하지만 장기간 노출된 자극에 성취감이 무뎌진다. 반대로 인간은 나쁜 일은 장기간 기억하지만 좋은 일은 길게 기억하지 않기 때문에# 즐거웠던 기억(성취감)은 오래 안가는 반면 그걸 얻기까지 걸린 과정(스트레스)는 오래간다. 이렇게 누적된 스트레스는 게임을 하는 행위 자체를 고통스럽게 느끼게 하고 게임의 부정적인 면만 바라보게 된다. 요컨데 적당히 하라고.

6. 해결법

벗으로 삼을 수 있는 책은 그 숫자가 적고, 내용 또한 좋아야 한다
ㅡ 스페인 격언

해결법은 딱히 없지만, 당분간 컴퓨터/게임기를 끄고 다른 흥미거리[6]를 찾아 놀다가 끌리는 게임 타이틀을 차분하게 조금씩 플레이하는 방법이 잘 통한다는 게 중론이다.[7] 물론 아주 부유해서 그렇게 쌓아둔 게임이 많다면 소프트웨어 정리 → 하고 싶은 게임 하나를 정석대로 공략 → 언인스톨 및 휴식 → 다음 게임 플레이'의 코스를 반복하면 된다. 때때로 고전게임이나 시리어스 게임, 쓰레기 게임을 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위 방법의 연장선으로 이야기하자면 스스로 게임을 하는 시간을 통제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부정적으로 들릴수 있지만 사실 이만큼 확실한 방법은 없다. 오락 행위를 스스로에 대한 보상행위로써 성취감을 높일수 있다.

멀티형, 특히 PVP게임을 즐기는 유저라면 결과에 집착하지 말자. 특히나 국내 게임문화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인데 승패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되려 게임에 대한 흥미를 떨어트리기 쉽다. 패배의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 찾기보단 외부적 요인에서 찾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특히나 게임에 부정적으로 변하기 쉽다.하스스톤이 운빨망겜 시절에 흥한 이유는 게임 탓해봐야 의미가 없었거든

만약, 자신이 시리즈 순서대로 발매되어 있는 게임의 가장 최신작으로 입문했다가 그 게임이 질린다면, 그 시리즈의 맨 처음 작품부터 순서대로 해보는 것도 좋다.[8] 시리즈 최신작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느낌을 즐길 수 있고, 게임이 점점 발전해나가는 과정이 한 눈에 보여 흥미를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역사가 오래 된 시리즈물의 맨 첫 작품은 현재는 구하기 힘들거나 호환이 안 되는 것들이 많으므로 그건 감안해야 한다.[9] 사실 가급적이면 넘버링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게임의 경우, 멀티/협동 플레이 장르는 반드시 피하는 것이 좋다. 비싼 돈 내고 시리즈를 완성해봤자 최신작에만 사람이 몰리거나 최악의 경우 유저 분산으로 시리즈 자체가 사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분산투자 또한 답이 될 수 있다. 즉, 특정게임이나 특정장르에만 몰두하면 물릴 수 있으므로, 가급적 다양한 게임이나 장르에도 익숙해지는 것이다. 실제 과거 오락실에서 대전격투 장르가 유행일 때 비슷비슷한 게임들만 줄창 하다보면 좀 지치기에 그럴 땐 구석 한 귀퉁이에 있는 버블보블을 하며 힐링을 하곤 했다. 버블보블과 스노우 브라더스는 시대를 초월하여 2020년에도 에뮬이 아닌 정식으로 한국회사가 스마트폰 앱게임으로 서비스하고 있을 정도로 고전 명작게임이다. 마치 맥도날드에서 빅맥만 줄창 먹는다면 빅맥이 물렸을 때 맥도날드를 안가게 되지만, 다른 버거들도 서브로 길들여 놓는다면, 빅맥이 질렸을 땐 다른 버거를 먹으면서 지속적으로 맥도날드를 갈 수 있게 되는 것과 같다. 또 그렇게 한동안 다른 버거를 먹다보면 다시 빅맥이 먹고싶어지는 것처럼, 게임도 특정게임이 물렸을 땐 다른 게임에 한동안 몰두하면, 어느 순간 이전 게임이 다시하고픈 욕구가 들 수 있다. 수능도 마찬가지로 하루종일 똑같은 책만 읽으면 뻗어버린다. 정신이. 한계 이론의 고센의 제2법칙 참조.

어려운 게임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사실 게임이 갈수록 더 많은 제작비를 들이고 있고 그 제작비를 회수하기 위해 더 넓은 유저층을 타겟으로 하는 게 사실이다. 그 결과로 비주얼은 화려해졌지만 난이도 자체는 더 많은 사람들이 접근해야하므로 제작비가 적을 때보다 더 낮아졌다. 일반 유저에겐 화려한 비주얼과 스케일 때문에 좋아 보일지 몰라도 하드코어 게이머에게는 도전심을 불러일으키지는 요소가 줄어든다고 할 수 있다.

혼자 게임하는 게 지겨울 때엔 친구, 가족, 지인 등 마음 맞는 사람들과 보드 게임, 당구, 볼링 등 오프라인 게임을 하거나 PC방에서 같이 온라인 게임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온라인 게임의 경우 누군가와 오프라인 게임을 하다 보면 온라인 게임에 대한 지겨움에 의외로 효과가 좋다.

MMORPG의 경우 플레이해도 아무 즐거움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면 이미 폐인 상태를 넘어섰거나 게임 자체가 막장으로 치달아 있다고 봐도 된다. 굳이 MMORPG가 아니더라도 운영에서 병크가 터지는 등 게임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문제가 발생했다면 사정은 마찬가지.

그리고 좋은 방법 중 또 하나는 에디터를 만들어서 모드질을 하는거다. 멀티 플레이 게임보다는 싱글 플레이의 경우가 모드질의 범위가 넓은데 경우에 따라서는 아예 새로운 게임이 되는 경지에 이를 수 있다. 모드질이 많은 게임으로는 폴아웃 시리즈, 하프라이프, 엘더 스크롤 등이 있으며 이중 특히 하프라이프의 경우 수많은 폐인들의 힘으로 카운터 스트라이크, 시벌리, 기타 등등의 수많은 스팀게임을 만들어 내었다. 특히 스타크래프트 처럼 처음부터 에디터를 제공하는 게임이나 마인크래프트 같은 샌드박스 게임이 이런 면에 매우 강하다. 모드 유통사이트의 경우 넥서스모드가 유명하다.

치트키는 게임 불감증을 초래하는 원인 중 하나이지만, 잘만 쓰면 게임 불감증을 완화시키고 게임의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는 양날의 검이다. 물론 처음부터 치트키를 사용하면 게임 불감증을 쉽게 유발한다. 하지만 완전연소한 게임의 엔딩을 본 후 현타가 와서 소원해질 무렵 치트키는 수명을 연장시킨다. 이미 깼던 게임을 그냥 바로 다시 하는 것은 동기부여와 동력이 떨어지지만, 치트키를 활용해서 다시 해보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즉, 이전에는 간신히 어렵게 깼던 보스를 치트키를 이용해서 한방에 깨버리거나, 좀 돌아보고 싶었던 맵을 몬스터들 때문에 제대로 못봐서 아쉬웠던 곳을 몬스터들 없애버리는 치트키를 이용해 편히 둘러본다든지, 엄청 비싸서 사지 못하거나 아껴썼던 명품 아이템을 치트키를 써서 꿈의 무한자금으로 마구 질러 펑펑 써제끼고, 가지 못했던 장소를 치트키나 해킹 등으로 가본다든지, 이렇게 하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실제 유튜브에서는 GTA라든지, 이미 정상적으로 플레이해 엔딩을 본 게임을, 각종 해킹이나 치트로 색다르게 도전하는 미션(?)으로 지속적으로 흥미를 유발하며 클릭을 유도한다. 그냥 단순 플레이 영상이라면 이제 질려 안볼 게이머들도, 색다르게 개조시킨 게임은 흥미를 느껴 클릭하는 것인데 아예 번외게임처럼 콘텐츠화시킨 것이다.

실제로 멍석 깔아주면 안한다는 속담처럼, 원래 사람은 하지 말라면 더 하고픈 심리가 있다. 게임에서도 막상 갈 수 있도록 해놓은 미션보다는 왠지 갈 수 없는 곳에 흥미와 환상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Grand Theft Auto III에서는 고스트 타운과 막힌 두 터널이 그러했다. 만약 터널이 그냥 플레이블 장소였다면 그냥 관심없었을 곳이, 왠지 투명한 배리어로 막혀 있는데, 맵상에서는 이 터널 뒤로도 땅이 더 있는 곳으로 보여 게이머들의 흥미를 자극했다. 그리하여 기어이 이 터널을 개방하는 모드까지 나왔을 정도였는데, 원래 제작자의 입장에서는 리버티 시티가 바다 한 가운데에 고립된 섬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그냥 이 터널을 통해 육지로 갈 수 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한 장치였을 뿐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미 엔딩을 다 본 게이머들은 어떻게든 터널을 가보고 싶어 기어이 모드로 뚫었는데, 데모영상을 제작하기 위한 스튜디오 같은 개념의 숨겨진 고스트 타운으로 연결이 된다.

분명한 것은, 일단 정상적으로 플레이를 해봤기 때문에 고급 아이템을 맘껏 사보고 싶다든지, 저 터널을 한번 가보고 싶었다는 욕구가 싹 튼 것이고, 후에 각종 치트를 통해 욕구를 충족시키며 또다른 쾌감과 재미를 느낀 것이란 사실이다. 하지만 만약 처음부터 치트를 사용했다면 처음부터 무한자금이나 무한아이템이 당연하게 느껴지고, 터널도 그냥 원래 갈 수 있는 곳처럼 느껴서 마치 다른 플레이블 장소를 가는 것처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을 것이다. 실제 '도루묵'이란 말의 어원도, 임진왜란때 피난가던 왕이 묵을 너무 맛있게 먹어 이름을 바꿨다가 전쟁이 끝나고 호화 궁중음식에 길들여진 왕이 묵을 다시 먹었더니 이전 맛이 나지 않아 형편없다고 칭하며 "도로 묵이라고 하여라!"라고 하여 발음상 '도루묵'이 되었다고 한다. 즉, 처음부터 치트키를 사용하면 '식욕없는 식사'처럼 감흥이 없으나, 일단 정상적으로 엔딩을 본 후 치트키로 다시 하면 '식욕있는 식사'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치트나 해킹을 사용하면 게임이라는 매트릭스 안의 절대자가 되는 의미이기에 처음부터 세계관의 초월자이면 당연하게 느껴져 재미가 없으나, 일단 처음엔 그 한계내에서 열심히 해서 깬 후, 절대자로 변신하여 감히 못사던 명품 아이템을 왕창 지르는 등 세계관을 내 맘대로 조작하며 가지고 놀면 또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물론 이역시 익숙해져 길들여지면 식상해질 수 있으나, 여하튼 그 전까진 또 한동안 흥미를 가지고 재밌게 즐길 수 있다. 어찌보면, 게임을 진득하게 하지 못하고 피상적으로 한두판 해보고 시시하다며 휙 버리는 것보단, 선택과 집중이라고 GTA 마니아들처럼 일단 정상적으로 엔딩을 본 후, 그 후엔 각종 모드나 치트 등을 활용해서 GTA란 게임 하나를 뽕을 뽑듯이 무한으로 즐긴다면 더 오래 즐길 수도 있다. 실제 게임 불감증이 대두되기 이전 시절에는 팩값이 비싸서 게임 한번 사면 게임 하나를 사골 국물 우려내듯 쪽쪽 빨며 즐기던 시절이기에, 본전 생각에 게임 하나를 완전 마스터할 정도로 즐겼기에 게임에 애착이 생기고 기억에 남은 것이다.

사실 게임불감증이고 뭐고 게임도 취미인 만큼, 질리는 게 당연하다. 취미가 게임이 아니어도 등산이거나 요리이거나 독서래도, 매일 그걸 몇 시간씩 하고 있으면 언젠가는 반드시 질리는 시기가 온다. 그러니, 너무 게임에만 집착하지 말고 다른 활동도 해봐야 한다. 특히, 나이를 먹으면 자기도 모르게 성향이나 관심사가 조금씩 달라진다. 마음은 이미 떠났는데 억지로 하던 게임에 집착하려 하면 스트레스만 더 받는다.

영어를 배워서 한글화가 안 된 게임을 해보는 방법도 있다. 좀 어렵기는 하지만 느긋한 페이스의 영어권 게임을 하면서 영어를 배워보는 것도 좋다. 물론 스압이 있을 정도의 대화창만 가득한 게임은 조금 무리가 있고 영어 난이도가 쉬운 게임부터 해보자. 같은 맥락에서 일본어도 마찬가지.

전혀 익숙하지 않은 장르를 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액션 블록버스터 게임에 질렸다면 인디 어드벤쳐나 2D 도트풍의 고전스러운 게임을 해보는것도 새로운 흥미를 줄수 있다.

아니면 게임을 다르게 즐겨보도록 하자. 자신에게 회복 금지, 탈 것 금지, 레벨 업 금지 등 꿈의 플레이 이상하게도 재미있어 지는 경우가 있다. 대전 게임에서 춤추기, 적군과 친구맺기, 자신의 기지 부수기, 약한 공격만 해서 도발하기, 못 하는 척하다 후반에 캐리하기, 이상한 코스튬 입기 같은 트롤링을 하는 것도 의외로 흥겨워서 멘탈을 추스리기 좋다.

'세상의 모든 굼벵이들에게'란 미루기 극복 서적에서는 게임불감증과 비슷한 사례가 있다. 수십년 동안 열심히 모아놓은 내셔널지오그래픽 잡지들을 차마 버리진 못하고 계속 가지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그 잡지들을 소장하고 있는 것에 만족감을 느낀다면 굳이 억지로 버릴 필요는 없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정리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차마 수십년간 모아놓은 서적인데 추억을 버리는 것 같기도 하고, 한번 마음먹고 일부를 버렸다가 갑자기 후회하기도 해서 두려움에 버리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는 쇳뿔도 단김에 빼듯 단숨에 발을 빼기가 어렵다면, 단계적으로 발을 빼라고 주문한다. 즉, 충동적으로 버리지 말고, 마치 윈도우의 '휴지통'처럼 임시로 보관했다가 특정 기간 동안 찾지 않으면 미련없이 버리라는 것이다. 혹시 그 이후에 갑자기 생각나면 어쩌지 불안해서 버리지 못하기도 하나, 설사 그런 일이 생기면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하자'는 자세로 그때 그것만 찾자는 자세로 과감히 버리라고 조언한다. 그런데 막상 버리고 나서 다시 찾는 경우는 많지도 않은데, 왜냐하면 애초 너무 많아 뭘 가지고 있었는지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추억이라 아깝다면, 정말 최소한만 남겨두고 버리라고 충고한다.

게임 불감증이 권태기처럼 일시적일 수도, 진짜 마음이 떠서 흥미를 잃어 떠나려는 신호일 수도 있다. 따라서 오랫동안 모아놓은 수집품들을 충동적으로 처분하기보다는, 급할 게 없다면 시간을 두고 천천히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 단순히 일시적이라면야 화끈한 신작이 출시되면 게임불감증이 치유될 수 있으나, 일정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더이상 감흥이 없다면 그땐 미련없이 손절을 시도해볼 수도 있다. 물론, 한꺼번에 다 처분했다가 후회할 수도 있으니 단계적으로 조금씩 버려가면서 적응해가며 발을 빼는 것이 좋다. 물론 본인의 '인생 게임' 같은 것들은 추억으로 남겨둘 수도 있다.

머털도사와 또매에서 또매가 댕기머리 자르는 것이 아깝다며 망설이자 "아까운 것일수록 버리는 지혜가 필요하느니라"란 대사가 나온다. 새롭게 버린 공간만큼 새로운 것으로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신경정신학자들은 비워야 채워지므로 망각은 필수라고 하는데, 미루기 극복 전문강사의 조언으로 과거를 정리하는데 성공했던 사람들은 이제 비로소 낡은 과거에서 해방된 것 같다며 만족을 표했다. 그간 계속 미뤘던 이유는 자꾸 한꺼번에 무리하게 다 버려야한다는 생각에 부담스럽다보니 막연히 나중에 정리하자며 기약없이 미루게되고, 그러다보니 계속 버리진 못하면서 스트레스와 압박감만 심해지는 상황에 놓였던 건데, 그래서 데드라인을 정하라고 강조한다. 즉, 구체적으로 날짜를 정해 조금씩이라도 단계적으로 정리를 시작하란 것이다. 그러다보니 아예 '버리는 재미'에 푹 빠진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버려서 새롭게 생긴 공간만큼, 이제 새롭게 다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 우물 안 개구리 심리처럼 자신이 푹 빠져있는 취미가 세상의 전부처럼 느껴져 그동안 모아놓은 수집품을 부모님이 내다버리면 멘탈붕괴되어 당장은 모든 걸 다 잃은 듯 절망스럽게 느껴질 수 있으나, 또 없으면 없는 대로 그럭저럭 적응된다. 실제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살지'란 속담은 '꼭 필요한 것, 요긴한 것이 없으면 안 될 것 같지만 없으면 없는 대로 그럭저럭 살아 나갈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이라고 국어사전에 나와 있다. 마치 애인을 잃었을 때 멘붕에 빠져 모든 걸 다 잃은 듯한 절망감에 괴로워하지만, 대부분은 코로나 마스크에 적응하듯 그럭저럭 적응되는 것과 비슷하다.('위대한 체념' 칼럼) 그러다 새로운 애인이 생기면 또 거기에 푹 빠져서 이전 애인은 까먹을 수 있듯, 게임이란 취미를 버리고 다른 취미로 갈아타서 푹 빠지거나, 혹은 게임이라도 새로운 게임에 푹 빠지면 과거의 게임은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하지 못 하는 것처럼 잊어버릴 수도 있다. 게임 불감증도 게임 자체에 질려서 마음이 뜬 건지, 아니면 게임은 좋아하는데 단순히 아직 불태울 만한 신작이 안 나와서 일시적인 소강 상태인지 본인이 잘 판단한 후 대처해야 한다. 새로운 취미에 빠졌다가 질리면 조강지처를 그리워하듯 다시 게임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7.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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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관련 문서



[1] 최근 IT업계에서 발생하는 번아웃은 강도높은 노동환경 대비 낮은 성취때문이지만 꼭 이런 환경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낮은 강도에서 일하는 환경이라 할지라도 성취감이 현저히 떨어져서 탈진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2] 예시로 앤섬 출시 전 많은 이들이 뛰어난 그래픽과 차별성이 느껴지는 세계관과 게임성에 주목했지만, 출시 후 상당 수의 유저가 DestinyApex Legends를 비교하며 이미 유사한 컨텐츠에 대해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나의 게임이 독특한 컨텐츠로 성공을 거두고 나면 많은 아류작이 나오고 유저들은 점차 흥미를 잃게 된다.[3] 대표적으로 문명 시리즈, 풋볼 매니저.[4] 19년도 말에 출시한 데스 스트랜딩이 이 케이스에 해당되어 호불호가 극심하게 갈렸다. 데스 스트랜딩은 성취감을 얻기까지 요구하는 시간이 길다보니 이 긴 시간을 견뎌내지 못한 사람은 게임을 이어서 진행할 생각이 없어지는 것. 반대로 이를 견뎌낸 사람은 그 이상의 성취감을 얻을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일반 게이머 뿐만 아니라 전문 리뷰어들조차 견디지 힘들 정도로 길었던게 문제.[5] 반대로 후속이나 아류작들이 더 성공한 장르는 소울라이크가 있다. 다크소울 1은 완성도면에서는 소울라이크에서도 가장 뛰어나다 평가받지만 그 대가로 워낙 하드코어하기로 악명높았던지라 일반 유저의 접근성이 결코 좋은 편은 아니였으며 원판 자체도 불합리한 요소나, 밸런스적인 문제가 있던 편이였다. 그런데 아류이나 후속작은 일반 유저들이 더 접근하기 쉽게 개선하면서 오리지널에 비해 소울라이크로써의 완성도가 떨어진다고해도 일반 유저들은 충분히 만족하며, 매니아 계층에게는 좀 더 세련된 형태로 후속작이 제공된 만큼 전체적인 유저들의 만족도가 높다.[6] 누가 보아도 좋아보이는 독서, 운동 또한 이 때 하는 것이 좋다. 집 안이나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의 책이나 운동기구를 써보거나, 자신의 체중이나 의자, 문을 두고 운동하는 방법을 찾아보면 수없이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거기에 운동으로 체력을 기르면 장기적으론 오히려 게임을 더 오래 즐길 체력도 생긴다.[7] 위에서도 설명했지만 게임 불감증은 번아웃 증후군과 비슷한 문제다. 그러니 게임 행위 자체도 어느 정도 쉬어주면서 할 필요가 있다는 것.[8] Grand Theft Auto VGTA 시리즈에 입문했다면 GTA 1부터 차례대로 즐긴다거나, 문명 6문명 시리즈에 입문했다면 문명 1부터 즐기는 등.[9] 보편적인 ESD인 스팀에도 시리즈물 중 전작들이 등록안된 경우가 허다해서 게임을 사기 전에는 꼭 알아보고 사야 한다. 넘버링 타이틀의 경우 중간에 빠져있는 게 하나라도 있으면 찝찝한 것이 사람 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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