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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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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나방
蠶 | Silk moth
파일:누에 애벌레.jpg
파일:누에나방.jpg
학명 Bombyx mori
Linnaeus, 1758
<colbgcolor=#fc6> 분류
동물계(Animalia)
절지동물문(Arthropoda)
곤충강(Insecta)
나비목(Lepidoptera)
누에나방과(Bombycidae)
누에나방속(Bombyx)
누에나방(B. mori)

1. 개요2. 특징
2.1. 알2.2. 유충
3. 누에의 쓰임새4. 대중매체5. 관련 설화

[clearfix]

1. 개요

나비목 누에나방과 누에나방속에 속하는 곤충.

유충누에, 한자로 잠(蠶)이라고 하며, 이것을 기르는 양잠() 행위를 순우리말누에치기라고 한다. '누워있는 벌레'라는 뜻의 '누웨'에서 유래했다.

꿀벌과 더불어, 편리를 위해서 인간이 오래 전부터 사육한 대표적인 가축 곤충으로, 1만~5천 년 전 중국에서 견직물을 얻을 목적으로 기르기 시작하였다. 너무 오랜시간 동안 완벽하게 사람들의 손에 의존하고 길들여진 가축화가 진행되었기 때문에, 돌보아주는 사람이 없으면 아예 생존이 불가능한 수준이다.[1]

2. 특징

에티오피아구(Ethiopian Region)에서부터 동양구(Oriental Region)에 걸쳐 많은 누에나방과 곤충들이 분포하는데, 대개 종들에게 날개가시[2]가 있지만 누에나방한테는 없다. 더듬이는 암/수 모두 양빗살 모양인데, 그 중 수컷의 더듬이는 매우 뛰어나서 암컷의 페로몬 분자가 5개 이상만 붙어도 반응할 정도로 매우 민감하다. 작은 턱수염은 없고 아랫입술수염은 아주 작다.[3] 이는 입이 하루살이처럼 퇴화했기 때문. 멧누에나방류 등 누에나방과의 야생종들도 원래 입이 없으므로, 입 없는 것은 양식인지 야생인지의 차이와는 관련 없다.

날개를 편 길이는 44~51 mm로 몸 크기에 비해 상당히 작다. 그래서 제대로 날지 못하는데, 그나마 하체가 날씬해서 단거리라도 날 수 있는 수컷과 달리 암컷은 날개에 비해 하체가 비대해서 날기는커녕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 한다. 이는 사람에게 오랜 세월 품종개량된 결과로, 날지 못해야 양잠하기에 편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암컷이 자기가 뚫고 나온 고치에다가 산란하는 경우도 많다. 짝짓기 이후 산란하고 나서 일주일 정도까지 산다.

털이 굉장히 복슬복슬하고 하얗고 얼굴은 매미나방과 비슷하다. 아닌 사람도 많지만 대체로 사람에게 호감인 외형인데, 외형이 심하게 혐오스러우면 양잠에 차질이 있기에 오랜 세월 사람에게 선택과 감별을 받아서 그런 듯하다. 같은 과, 같은 속의 가까운 사촌인 멧누에나방 종류는 대체로 외형이 매우 달라서 사람에게 비호감일 법하다.

뉴런의 수는 약 10만 개로 체급이 비슷한 장수말벌과 유사한 수준이다.

사촌지간이라고 할 수 있는 곤충으로는 같은 누에나방과에 속하는 멧누에나방이 있고[4] 현재의 하얀 누에나방이 가축화되기 전에는 멧누에나방과 생태가 비슷했으리라 추측하는 학자들도 있다. 「기능성 양잠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이런 재래·야생 근연종도 적용대상으로 한다.[5]

누에나방무리는 산출량은 다르지만 전부 고치에서 실을 뽑고, 번데기와 애벌레는 식용할 수 있다.

2.1.

암컷 누에나방은 알을 한 번에 약 2천 개를 낳는데 알은 납작하고 측면에 난공(호흡용 알 구멍)이 있다. 누에 알은 종이나 그물 같은 데에 붙여서 농장에 보급하는데, 알인데 불구하고 누에'씨'라고 부른다. 한자로도 잠란이 아니라 잠종(蠶種)이다.

크기는 작은 모래 알갱이 정도이며 색은 짙은 회색에 가깝다. 알의 모양을 가까이에서 살펴보면 인간의 적혈구와 같이 동그랗고 중심부가 움푹 들어간 형태다.

2.2. 유충


누에. 영어로는 비단을 만드는 벌레: 실크웜(Silkworm)이다.

알에서 나온 유충이 바로 누에다. 뒷쪽에 다리가 네 쌍, 앞쪽에 세 쌍으로 총 일곱 쌍의 다리가 있다. 누에는 가늘고 길게 생겼고 짧은 2차 자모가 있다. 8번째 배마디에 후면을 향한 뿔 모양의 돌기가 나 있다.[6] 알에서 깬 까만 개미누에를 거쳐 잠을 자가면서 하얗고 길쭉한 누에로 자라난다. (다만 천잠, 작잠은 색갈이 녹색이거나 갈색일 수 있고, 털이 나 있기도 하다.)

처음 태어나면 크기가 작아 언제 이게 다 크나 싶지만 고치가 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불과 30일이다. 성장 정도에 따라 1~5령으로 나누는데 5령까지 크면 처음 알에서 나왔을 때보다 몸무게가 1만 배 가까이 늘어난다. 크기는 약 7천 배. 성장속도가 빠르다 보니 같은 5령이라도 크기 차이가 크게 나는 경우도 있다. 누에가 일생 동안 먹는 뽕잎 중 70%를 5령 시기에 먹는다. 고치가 되기 전까지 몸을 키우기 위해 30일간 뽕잎을 잔뜩 먹고 싸기를 반복한다.

주식은 뽕잎으로, 기후나 환경 등의 이유로 뽕나무를 제대로 키울 수 없는 지역에선 수백~수천 년간 대체재가 될 만한 먹이감을 찾아 헤멨지만 찾지 못했을 정도로 편식이 심하다. 뽕잎을 먹지 못하면 다른 먹이를 먹는 게 아니라 아사해버릴 정도로 자기가먹는 먹이 이외에는 거들떠보질 않는다. 요즘은 사육기술이 발달해 인공먹이로도 충분히 기를 수 있고, 인공먹이에 가공을 해서 다양한 색의 실을 뿜게 만드는 묘기를 보이기도 하지만 현대기술 덕에 가능해진 것이고, 아직도 대다수 사육장에서는 뽕잎을 먹이로 사용한다.

누에는 오랜 기간 동안 뽕잎을 주식으로 삼았던 만큼 뽕잎을 소화시키는 능력 또한 아주 뛰어나다. 뽕잎에는 단백질이나 아미노산, 각종 미네랄과 비타민도 많이 들었는데, 뽕잎의 상태로는 흡수할 수 없는 영양소들을 누에를 먹음으로써 간접적으로 얻을 수 있다. 누에는 사람뿐만 아니라 다양한 동물들의 먹이로도 널리 사랑받는다.

성충이 되는 누에나방은 번식을 위해 내버려두는 것이므로 대부분 암컷이다.

자연학습용으로 누에를 기르는 관찰 키트를 팔기도 하는데 성의 없이 키워도 의외로 잘 죽지 않는다. 그러나 살충제나 제초제 등의 약제에는 극히 취약해서,[7] 여름철에 집안에서 누에를 키울 때에는 모기약이나 모기향을 일절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잘 죽지 않는다는 건 어디까지나 사육장 내 환경적인 의미이다. 담배, 매연, 모기향 등 외부에서 들어오는 유독성 기체에는 정말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해당사항이 하나라도 있다면 사육이 쉽지 않다.

뽕잎을 먹이면 사각사각 갉아먹는 소리가 들리며 그 모습이 매우 귀엽다. 정성을 들여도 변태 후 나방 단계까지 가기는 힘든데, 관찰 키트용 수조는 너무 좁고 습도 유지가 안 돼서 그렇다. 고치를 만들기 전의 유충은 살짝 투명해지며, 누런 빛을 띤다. 그리고 번데기에서 성충이 나올 때 고치를 녹이고 나오는데[8] 그 녹은 부분은 나중에 검게 변한다.[9] 고치 안의 번데기는 충격에 약하므로 고치를 던지면 번데기가 죽는다. 던지지 말자.

신기하게도 애벌레라면 기겁하는 사람들도 누에는 괜찮다고 할 만큼 혐오감을 잘 유발하지 않는다.[10] 구더기나 지렁이마냥 미친듯이 꾸물대지도 않는데다가 촉감은 비단처럼 매우 부드럽고, 대놓고 만져도 별다른 반응 없이 평소처럼 느릿느릿 움직이기 때문. 이는 나방이 돼서도 이어지는데, 나방은 털이 하얗고 복슬복슬하며[11] 똘망똘망한 눈 덕분에 귀엽게 생겼다. 잘 날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나방처럼 얼굴에 달려들지도 않고 손에 올려두면 얌전히 앉아있어서 나방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누에나방은 꺼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다만 배의 마디에는 털이 없는데, 그 모습이 마치 살이 튼 것 같아서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다.

양식 누에는 변태시도를 해도 번데기에서 끝나기 때문에 비극의 벌레로 묘사되기도 한다. 우화를 못해서가 아니라, 인간들이 바로 실을 뽑아내기 위해 가재에게 하듯 삶아버리고 그 시체는 사료로 쓰거나 간식으로 가공해서 먹어버리기 때문이다. 부화한 뒤의 고치로부터 실을 뽑을 수도 있지만, 그러면 나방이 나오는 과정에서 고치가 망가지고 실의 생산성이 떨어지게 되기에 누에 개체수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숫자를 제외하곤 모조리 번데기 단계에서 삶게 된다. 그래서 더 비극적이다. 다만 번데기 시기까진 잘 먹고 살면서 수명 절반 이상을 채우고 죽기 때문에, 태어나자마자 병아리 감별사의 손길 아래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보단 처지가 낫다. 누에뿐만 아니라 모든 가축이 인간의 필요에 의해 사육하는 거라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야생의 삶이 낭만적이고 행복하냐 하면 당연히 아니기도 하고...[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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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누에의 쓰임새

누에가 우화를 위해 고치를 짓고 나면 그걸 삶아서 실을 뽑는데 그것이 명주실(견사)이며, 그것을 짜서 만든 천이 비단이다. 요즘에는 아예 염색 유전자를 누에에게 심어 녹색 실, 빨간 실이 나오기도 한다.[13]

누에가 고치를 만드는데 단 1줄기의 실이 쓰이며, 길이만 1000m~1500m가량 된다고 한다. 이 실의 시작점은 고치 바깥에 있고 끝점은 고치 가장 안쪽에 있다. 따뜻한 물에 고치를 담가서 젓가락 따위로 젓다 보면 끝이 풀려서 걸리게 된다.

견사를 뽑고 남은 삶은 번데기는 흔히 식용으로 쓰이게 된다. 간식이 되지 않고 살아남은 누에나방의 번데기는 나방으로 우화시켜 누에 증식용으로 쓰인다.

대한민국에서 현재와 같은 형태로 번데기를 식용한 역사는 광복 이후부터이지만, 중국, 태국 등 전통적으로 양잠을 해온 국가에서는 볶거나 튀기는 방식으로 누에나방의 번데기를 식용한 역사가 있고 지금도 현지에서 그런 음식을 찾아볼 수 있다. 번데기를 식용하지 않는 국가에서는 가축 사료로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흔히 식용하는 것은 번데기이지만, 먹을 게 없는 개미누에 말고는 누에 유충 그 자체도 먹을 수 있고, 식품공전에는 식품으로 분류했다. 주로 누에가루나 환으로 가공해서 판다. 누에가루로 만든 정력식품 '누에그라'까지 시중에 있다.

누에는 흔히 동충하초의 숙주로도 쓰인다.

누에에 인위적으로 백강균이란 곰팡이(진균)를 감염시키면 하얗고 뻣뻣하게 되어 죽는데 이를 백강잠이라 하며, 한방에서 약재로 쓴다.

해외에서는 설치류, 파충류애완동물의 먹이로 누에가 이용되기도 하는데, 밀웜 등에 비해 대단히 단백질 비율이 높은 고영양식이다. 다만 아래에서 보듯이 공기 오염에 취약하고 신선한 뽕잎을 제공해야 하는 등 가정에서 살아있는 상태로 대량 사육하기는 까다롭기 때문에 국내에서 생물 누에가 사료 목적으로 대량 유통되는 경우는 드물다.

다만 유충이나 성충이나 온순한 편이고 몇 마리 정도를 키우는 것은 어렵지 않아서 애완곤충으로 기르기도 한다. 성충의 경우는 하얗고 복슬복슬한 모습이 무척이나 보들보들한 느낌을 주고, 애벌레의 경우에도 움직임이 역겹지 않으며 외형도 깔끔한 하얀색에 감촉도 부드럽다. 그러나 수명이 한 달 정도 밖에는 되지 않아 오래 사육할 수 없으므로[14], 대를 이어서 키우지 않고 한 애완동물에게만 정을 붙여 키우는 사람이라면 피하기를 추천한다.


일본에서 누에나방을 애완곤충으로 기르는 사람이 올린 영상이다. 이를 극대화한 만화가 바로 おかいこぐるみ(오카이코구루미)이다.

과거에는 누에를 치는 양잠업이 국가기간산업으로서 큰 역할을 했는데, 실제로도 조선시대에도 왕이 선농단에서 신농씨(神農氏)와 후직씨(后稷氏)를 모시는 제사를 지낸 후 백성들 앞에서 농사를 짓는 시범을 보일 때 왕비는 선잠단[15]에서 역시 잠신(蠶神) 서릉씨(西陵氏)에 올리는 제를 올린 후 백성들 앞에서 뽕을 따서 누에를 치는 시범을 보였던 기록이 있다.[16] 서울 송파구 잠실동, 서초구 잠원동 역시 과거 이 지역에서 양잠업이 크게 성행했던 것을 반영한 지명이다. 또 지금은 없어졌지만[17] 과거에는 서울대학교를 비롯한 여러 대학[18][19]에 누에의 실을 연구하는 잠사학과가 있었다.

누에 배설물에 포르피린이 있다. 또한 누에 유충의 배설물은 천연 녹색 식용색소로 쓰이며 이를 동엽록소라 부른다. 주로 녹차 아이스크림에 들어간다.[20] 과거에는 누에 똥을 햇볕에 말려 볶아서 베갯속, 한약재 등으로 사용했으며[21], 변비 치료용으로 부피형성완화제처럼 복용하기도 했다.

4. 대중매체

5. 관련 설화

누에는 동양에서 여러모로 중요한 곤충이어서 이런저런 설화가 상당히 많은데, 그중 몇 가지 설화를 소개한다.

누에와 관련된 동양 설화 중 한국 설화로는 방이 설화가 있다.[24]
어느 고을에 성품은 착하지만 가난한 '방이' 라는 사람이 살았는데 식량이 없어 굶어죽을 위기에 처하자 아우에게 곡식을 꾸러 갔다. 그렇지만 부자였어도 고약한 성품을 한 아우는 그런 형에게 삶아서 싹도 안 트는 곡식을 주는 심술을 부렸다.

방이는 그거라도 받아내서 그 씨앗을 땅에 심었는데, 씨앗을 심은 땅에서 거대한 누에가 나왔다.[25] 그러나 못된 아우는 형이 누에를 얻은 것마저도 질투해 형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 그 누에를 죽인다. 그러자 사방에서 온 누에들이 몰려와 큰 누에의 죽음을 슬퍼했다.

한편 밭에 심어진 씨앗 중 하나가 또 싹을 틔워 이삭을 맺었는데, 어딘가에서 새가 날아와 그 이삭을 물고 가버렸다. 새를 쫓던 방이는 숲 속에서 붉은 옷을 입은 아이들이 방망이를 들고 두드리는 광경을 보게 된다. 그런데 이 방망이는 원하는 걸 말하고 두드리면 무엇이든 내어주는 요술 방망이었다. 방이는 아이들 몰래 이 방망이를 훔쳐와 내로라하는 큰 부자가 되는 데 성공한다.

나중에서야 가난했던 형이 큰 부자가 된 것을 알게 된 아우는 방이를 찾아간다. 방이는 자기를 내쫓았던 아우에게 오히려 많은 보물을 나눠주며 자기가 부자가 된 사연을 설명해준다. 그러자 아우는 방이를 부자로 만들어준 방망이를 욕심내서, 형이 했던 것[26]을 똑같이 따라한다.

이윽고 아우가 심은 씨앗들 중에서도 하나가 싹을 틔워 이삭을 맺으니 또 새가 날아와 그 이삭을 물어갔다. 새를 따라가서 방망이를 얻을 속셈이었던 아우는 방망이를 훔친 사람을 찾던 아이들과 마주했고, 화난 아이들에게 잡힌 아우는 그들에게 코만 뽑힌 채로 돌아갔다고 한다.

누에의 성질과 관련된 전설이 경상북도 안동에 전한다.
조선 초에 명재상 맹사성이 안동부사(安東府事)로 부임했을 때 일이라고 한다.[27] 맹사성이 부임하고 보니 안동에 있던 김씨 집안이 토호로서 권력이 막강하여 맹사성마저 우습게 여길 정도였다고 한다. 맹사성이 이를 보고 이 집안의 기세를 꺾어야겠다고 작정했다.

그 집안이 목성산(木城山) 아래 사는데 집 주변으로 뽕밭을 일구어놓았다. 맹사성이 보니 목성산이 누에 형상인데 그 머리 부분에 뽕밭이 있으니 저 집안의 기세가 흥할 수밖에 없다 하여, 뽕나무를 모두 베고 옻나무를 심었으며, 물길마저 누에 머리 쪽으로 돌렸다고 한다. 누에를 키우는 데 습도가 중요한데 물길을 누에 머리 쪽으로 돌렸으니 좋지 않고, 게다가 뽕나무마저 옻나무로 바꿔놓았으므로 누에라면 꼼짝없이 죽을 형국으로 바꿔놓은 것이다. 이후 그 집안은 가세가 기울었다고 한다.

한편 중국에는 양잠(누에치기)의 여신 마두낭(馬頭娘)의 이야기수신기에 기록되었다.
옛날 어떤 남자[28]가 원정을 떠나며 집에 딸과 말 한 마리만 남겨두었다. 아버지가 돌아오길 기다리다 지친 딸은 말에게 네가 아버지를 데려와주면 내가 네 아내가 되어주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들은 말은 기뻐하며 크게 울고는 정말로 아버지를 찾아 집까지 데리고 왔다.

하지만 딸은 아무리 그래도 말이랑 결혼할 순 없어서 약속을 까맣게 잊지만, 약속을 기억하는 말은 계속 딸이 있는 곳만을 보면서 구애하는 듯한 행동을 보인다. 이에 의문을 품은 아버지가 딸에게 말이 왜 저러냐고 묻자 딸은 그제서야 예전에 자기가 말과 했던 약속을 말한다. 이에 화가 난 아버지는 짐승 주제에 자기 딸을 탐한다면서 말을 죽이고,[29] 가죽을 벗겨 말리기 위해 마당에다 펼쳐놓았다.

말가죽을 보던 딸은 "짐승인 네가 어찌 날 사모할 수 있냐, 이렇게 가죽까지 벗겨 죽어있는 것이 지금도 날 아내로 삼을 생각이냐." 하고 혼자 중얼거렸다. 그러자 말가죽이 딸을 덮쳐서 둘둘 싸매버리더니 회오리바람을 타고 멀리로 날아가버렸다. 놀란 사람들이 말가죽과 딸을 찾아냈을 때 그것은 뽕나무 가지에 걸려 커다란 누에고치로 변해 있었다.[30]

이후 사람들은 이 누에를 키워서 지금까지 양잠을 하게 되었는데, 그래서 뽕나무 상(桑)자가 곧 상례 상(喪)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 누에가 된 딸이 나중에 양잠을 담당하는 여신 마두낭이 되어 중국 삼황오제 중 한 명인 황제치우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나서 전승연회를 열 때 황제의 부인 중 한 명에게 비단옷을 지어주었다는 설화도 있다.

한편 일본에서 누에와 관련된 설화로는 오오케츠히메노카미(大氣都比賣神) 혹은 우케모치노카미(保食神)라는 신과 관련된 것이 있다.
고사기에서 이자나기의 세 자식 중 하야스사노오노미코토(速須佑之男命)가 여신 오오케츠히메노카미(大氣都比賣神)에게 음식을 달라고 했다. 그러자 오오케츠히메는 코와 입, 그리고 엉덩이에서 여러 가지 맛있는 음식을 끄집어내어 여러 가지 요리를 만들어 바쳤다. 그런데 스사노오가 그 모습을 엿보고 음식을 더럽힌 후 자기에게 바치는 것으로 생각하여 즉시 그 오오케츠히메를 죽이고 말았다.

그런데 살해당한 신의 몸에서 머리에서 누에가 생기고 두 눈에서는 볍씨가 생기고 두 귀에서는 조가 생기고 코에서는 팔이 생기고 음부에서는 보리가 생기고 엉덩이에서는 콩(大豆)이 생겼다. 그러자 카미무스히노미오야노미코토(神塵集日細祖命)가 이것들을 모아 각기 그것들의 씨앗으로 삼았다.[31]

일본서기에선 아마테라스와 스사노오의 형제 혹은 자매인 달의 신 츠쿠요미노미코토(月読命)가 아마테라스의 명을 받고 곡물신 우케모치노카미(保食神)를 찾아갔다. 우케모치는 츠쿠요미에게 대접하기 위해 구토하여 백 개가 넘는 진수성찬을 대접하였다. 그러나 츠쿠요미는 우케모치를 더럽다고 천박하다 말하며 칼로 베어 죽였다. 그러자 우케모치노카미의 머리에서 소와 말, 이마에서 조, 눈씹 위에서 누에, 눈에서 ,[32] 배에서 벼, 음부에서 보리, 콩, 팥 등이 각각 생겼다고 한다.

아무튼 일본 신화에서 누에의 기원은 오오케츠히메노카미 혹은 우케모치노카미이며, 누에는 이들의 시체에서 생겨났다고 설명한다.


[1] 이는 말이나 판다도 마찬가지다.[2] 앞날개와 뒷날개를 연결해 마치 한 날개처럼 움직일 수 있도록 해주는 생체부위로, 꿀벌과 말벌에도 있다.[3] 곤충분류학(361 페이지) 참고.[4] 산누에나방과는 다르다. 산누에나방은 나비목에 속할 뿐 누에나방이나 멧누에나방과는 과 단계에서부터 이미 다른 종류다.[5] 같은 법 시행령 제2조(기능성 양잠 산물) 「기능성 양잠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호 가목 및 나목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산물"이란 대량 사육이 가능하게 순화된 천잠(天蠶: 참나무멧누에), 작잠(柞蠶: 섭누에), 상잠(桑蠶: 멧누에) 및 피마잠(蓖麻蠶: 아주까리누에)과 그 고치를 말한다. 그런데 국어사전에는 작잠이 멧누에나방이라고 설명되었다.[6] 원색 한국나방도감(287 페이지) 참고.[7] 이 덕분에 번데기 등 누에 가공식품, 뽕나무 잎이나 열매(오디)로 만든 식품은 농약 오염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농약이 원래 벌레 잡는 독약이므로 당연히 농약이 아주 조금이라도 있으면 누에는 죽어버린다.[8] 단백질 성분인 고치의 실을 녹이는 염기성 소화액을 입에서 내어 구멍을 뚫고 나온다.[9] 양잠업을 할 땐 구멍난 고치는 실 손실이 많아져 상품성이 떨어지므로 우화하여 뚫고 나오기 전에 증기, 끓는 물로 번데기를 죽인다. 생 번데기가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10] 오랜 기간 사람한테 길러져서 사람에게 그나마 호감을 얻을법한 형질이 골라져서 살아남는 경향이 있을 법하다.[11] 실제로 만져보면 굉장히 부드럽다.[12] 알/번데기 상태나 부화/우화하자마자 다른 육식곤충에게 습격당해 잡아먹히는 건 비일비재한 일이다. 포유류도 새끼가 어미의 음부에서 '나오는 도중에' 모자가 쌍으로 잡아먹히는 일이 일어난다. 다큐에선 최대한 편집할 뿐. 오히려 인간이기에 누에의 죽음에서 가련함과 덧없음을 느끼는 것.[13] 한 술 더 떠 2000년대 초반, 국내에서 무독성 식용색소를 넣은 사료를 누에에게 먹이는 방식까지 등장했다. 스펀지에서 소개한 적이 있다. 핑크색 누에가 아주 인상적이다.[14] 그마저도 성충 상태에선 2주를 넘기지 못하고 죽는다.[15] 1908년에 일제의 압력으로 잠신의 신위를 사직과 합친 이후 빈 터로 남았다가, 광복 이후 1963년에 사적 제63호로 지정하여 정비했다. 위치는 서울시 성북구 성북동 성북로 17, 성북초등학교 바로 옆이다.[16] 친잠은 중국이나 일본 등 동양권에서 두루 찾아볼 수 있었다. 일본 황실에서는 오늘날도 황실 여성들이 친잠을 하여 그 비단으로 기모노를 지어 입기도 한다.[17] 정확히 말하면 다른 이름으로 바뀌어 개편된 것이다.[18] 서울시립대, 서울과기대, 경북대, 동아대, 영남대 등에 잠사학과가 있었다.[19] 서울대학교 잠사학과의 경우에는 1989학년도부터 천연섬유학과로 바뀌었다가 현재는 바이오시스템소재학부 바이오소재공학전공으로 개편되었으며, 여기 출신 유명인으로 가수 겸 배우 김창완, 운동권 출신 정치인 권영길 등이 있다.[20] 사실 녹차는 그냥 우리면 노란색이다.[21] 현대에도 중국산 누에똥 베갯속을 찾아볼 수 있다.[22] 실키 자체가 누에 나방의 영어인 실크에서 따온 것이다.[23] 다만 누에고치를 모티브로 한 이 둘은 진화하면 각각 호랑나비독나방이 된다.[24] 해당 설화는 그 유명한 흥부전의 원전이라 알려졌다. (흥부전의 또다른 원전일 수도 있는 흥보만보록이 발견되긴 했지만 흥보만보록은 아마도 고려시대에 나온 듯하다. 그런데 방이 설화는 그보다 더 전인 삼국시대 이야기이다. 흥보만보록이 덕수 장씨 부흥기에 신화적 성격을 더한 글이라고 추측됨을 보면, 흥보만보록을 제작한 사람들이 먼저 나온 방이 설화를 참고했을 수도 있다.) 형제들 중 복을 받는 건 착한 쪽(방이, 흥부)이고 처지가 나빠진 건 나쁜 쪽(방이의 동생, 놀부)라는 스토리 구성까지 매우 유사하다.[25] 혹은 다 삶아서 못 쓰게 된 씨앗과 삶아버린 고치들만 아우가 방이에게 줬는데, 이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한 고치에서 거대한 누에가 나왔다는 버전도 있다.[26] 삶은 씨앗을 땅에 심었던 것.[27] 단, 맹사성은 실제로는 안동부사가 된 적이 없다.[28] 장수, 혹은 무사라는 말이 있다.[29] 딸이 보는 앞에서 죽였다는 버전도 있고, 몰래 죽였다는 버전도 있다.[30] 혹은 말머리가 달린 거대한 벌레가 되어 실을 자아내다 고치가 되었다고 서술하는 버전도 있고, 단순히 다음날 뜰 앞 뽕나무 위 말가죽이 내려앉은 자리에 수많은 흰 벌레가 뽕나무를 갉아먹고 있었는데, 그 벌레가 누에라고만 서술하는 버전도 있다.[31] 이런 식으로 신이 자신의 육체 자체를 근원으로 하여 각종 식량이나 곡식을 창조해서 인간들에게 내려준다는 신화는 농경사회라면 어디에나 있다.[32] 볏과의 잡곡 '피'를 말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