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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0-25 16:56:06

성즉군왕 패즉역적

역사는 승자의 기록에서 넘어옴
고사성어
이룰 임금 임금 패할 거스릴 도둑
이룰 임금 패할 도적
성공하면 군왕이 되고 패배하면 역적으로 몰린다.
1. 개요2. 원인3. 혁명과 명분4. 주의점5. 어록 및 대사6. 관련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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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찬탈이나 역성혁명에 성공하면 권력을 얻어 지배자가 되므로 반역이었던 것도 혁명으로 포장되고, 실패하면 역적이 되기 때문에 들고 일어난 이유야 어쨌든 반란으로 매도된다는 표현이다. 즉, 역적이 대범죄자인 것은 단지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결과론적인 주장 중 하나이다.

4자로 줄이면 성왕패구(成王敗寇)다. 중국에서 주로 쓰이는 성자위왕 패자위구(成者爲王 敗者爲寇)라는 고사성어의 약자로 여기서는 (역적 적) 대신 (도적 구)가 쓰였다. 뜻은 좀 더 넓지만 "결과는 좋았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도 유사한 의미이다.

2. 원인

이는 내란 행위의 특성에 기인한다.
전근대 통치 체계의 정통성이란 군주혈통 외에는 근거가 없었다. 즉, 그 당시 왕이 왕인 것은 그저 고귀한 혈통을 타고 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혈통이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것으로 개인이 결코 바꿀 수 없다. 때문에 이 질서 속에서 왕과 그의 자녀[1]는대대손손 왕이고, 피지배자는 계속 피지배자일 수밖에 없다. 그것이 부조리하다는 것은 다들 공감하고 있었기에[2] 자격을 갖춘다면 충분히 왕이 될 수 있다는 논리도 생겨났다.[3] 즉, 지도자가 정해진 방식이 애초에 불공평했으므로 누가 힘으로 바꾸려고 하는 것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것이 '성즉군왕'의 기반이다.

한편 '패즉역적' 역시 당연하다.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국가 기득권 층으로서는 반역이 성공하면 자기들의 목숨은 끝난 것이나 다름 없으므로[4] 법적/역사적 질서의 지배자로서 반역 행위를 대범죄로 규정하기 마련이다.[5]

그리고 결정적으로 법적 질서의 주체는 국가이므로 이를 결정하는 것은 국가 권력을 차지한 승자뿐이다. 때문에 내란 행위는 성공/실패에 따라 처우는 매우 극명하게 갈리게 되었다. 승리하면 이해받을 수 있는 혁명이지만 패배하면 기존 질서의 법에 의해서 대범죄자로 처벌받게 되는 것이다.

3. 혁명과 명분

위의 논리는 순전히 지도층의 논리이기는 하지만, 피지배층 역시 반역을 대범죄로 규정하는 데에 어느 정도는 납득한다. 허구한 날 반역이 일어나면 사회가 매우 혼란스러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피지배층은 앞서 언급한 "왕이 될 자격"으로 명분을 더한다. 사회를 바꿔보려는 좋은 뜻이 있다면 괜찮지만, 괜한 밥그릇 투쟁으로 사회를 혼란스럽게 하지 말라는 것이다.[6] 앞선 단락과 합쳐보면 "명분 없이 틀을 뒤엎지 말라"라는 뜻으로 정리할 수 있게 된다. 맹자는 이와 관련하여 역성혁명에는 천명이 필요하다고 설명하였다.

이 부분이 빠지면 정말로 결과론적으로 "이기면 그만이다"가 되고, 이 문구의 많은 용례도 보통 그러하다. 실제로 지배권을 쟁탈하려는 입장에서 보자면 명분보다는 정권 쟁탈의 성패가 중요하므로 일단 저질러 놓고 명분은 나중에 갖다 붙일 때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다만 정권 획득 후 안정적인 지배를 위해선 명분이 필요하고, 그들로서도 당장 정권을 빼앗을 땐 '힘 센 사람이 지배자가 되는 게 당연하다'라고 생각했을 수 있어도 이를 정권 쟁탈 후에도 공공연히 표방했다간 또 다른 강자가 자기 목을 노릴 테니[7] 명분을 확보하는 과정을 거친다.

4. 주의점

이런 말을 사용함에 있어서 주의해야 할 점은, 기본적으로 승자는 미화되고 패자는 깎아내려지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반대로 패자라고 해서 무조건 내려치기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승자여도 당대에는 추앙될지언정, 후대에 비판받거나 패자여도 나중에 참작받은 이들이 존재한다. [8]

또한 민주주의 사회가 되면서 민주주의적 절차와 정통성이 새로이 생겨나면서 위의 상황도 많이 변하게 되었다. 과거 혈통적 지배는 애초부터 불공평한 것이었고 이를 바꿀 수 있는 방법도 유혈사태 외에는 없었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 기존 지도자는 민주적 절차에 따라 정통성을 얻은 것이고 불만이 있는 사람도 민주적 절차 속에서 정권교체를 시도해볼 여지가 생겼다.

가령 군주제 국가에서 왕이 아닌 자는 왕이 되려는 마음을 품기만 해도 역심이라면서 매우 죄악시되었지만[9] 민주사회에서는 (가능성은 별개로) 지도자를 꿈꾸는 것 자체는 아무 문제도 없으며 오히려 권장되는 일이다. 물론 민주주의 제도란 것도 기득권에 어느 정도 유리하게 판이 짜여진 기울어진 운동장인 경우가 많긴 하지만, 새로운 지배권을 노리는 이로서도 폭력 사태는 피하는 것이 유리한 만큼[10] 일단은 체제 내에서 지배권을 얻을 수 있는 수단을 강구하는 것이 맞다.

또한 역사는 계속 변천하는 것이고 특히나 오늘날에는 다방면에서의 역사 해석을 강조하고 있으므로 승자든 패자이든 끊임없이 재평가받을 수 있다. 일례로 박정희가 일으킨 5.16 군사정변은 군사 정권 당시에는 '5.16 군사혁명'으로 불렸지만, 민주화 이후 쿠데타나 군사반란으로 재평가되어 '5.16 쿠데타'라고도 불린다.[11]

5. 어록 및 대사

Treason doth never prosper, What's the reason? For if it prosper, none dare call it treason.
반역은 절대 성공하지 못한다. 성공하면 아무도 감히 그것을 반역이라 부르지 못할 테니까.
존 해링턴
Wir werden als die größten Staatsmänner aller Zeiten in die Geschichte eingehen oder als ihre größten Verbrecher.
우리는 역대 가장 위대한 정치인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아니면 역사상 가장 악랄한 범죄자로.
파울 요제프 괴벨스[13]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
Il fine giustifica i mezzi. (이탈리아어 원문)
The end justifies the means. (영어)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저서 《군주론》 中
τῷ κρατίστῳ
가장 강한 자에게
알렉산드로스 대왕, 왕위를 누구에게 물려줄 거냐는 물음을 받고 남긴 유언
勝てば官軍、負ければ賊軍
이기면 관군, 지면 적군
일본 속담
The successful revolutionary is a statesman, the unsuccessful one a criminal
혁명에 성공하면 정치가가 되고, 실패하면 범죄자가 된다
에리히 프롬
거 이왕이면 혁명이라는 멋진 단어를 쓰십시오!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아닙니까!
전두광[14], 영화 《서울의 봄》 中
정점에 선 자가 선악을 뒤엎는다! 지금 이 장소야말로 중립! 정의는 이긴다고? 그야 당연하지. 승자만이, 정의다!
돈키호테 도플라밍고, 만화 《원피스》 中
지용아. 동서고금을 통틀어 모든 사회에서 가장 무겁게 처벌한 범죄가 뭘까? 살인? 방화? 강간? 아니야. 반역죄야. 기존 권력의 시스템에 도전한 자. 그리고 거기에 성공하지 못한 자. 지용아, 넌 강력범이 아니야. 반역자다. 시스템에, 법에 도전한 거야. 네 행동이 아무리 심정적으로 옳다고 해도, 시스템에 폭력으로 도전하는 것에 대해선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그건, 주먹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란 말이다.
조헌, 드라마 《비질란테》 中
군인에게 있어서 성공과 실패의 차이는 적에게 적응하는 능력입니다. 제가 다뤄왔던 사람들은 당신들이 정한 규칙 따위에는 신경 안 씁니다. 그들은 오르지 결과에만 집착합니다. 저의 일은 어떠한 대가를 감수하고라도 그들이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입니다. 저는 단순히 적응을 했을 뿐입니다. 제가 법 위에 있을 수 있는지에 대한 당신의 질문에 대답하자면요. 아닙니다. 저는 당신들이 대변한다는 사람들로부터 기꺼히 심판받을 자신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제가 짊어져야 할 대가에 대해서 정하도록 할 것입니다. 그러니 오만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 계시지 말아주세요. 그리고 제가 내린 결정에 대해서 후회할 것을 기대하지 마세요. 저는 그러지 않습니다.
잭 바우어, 드라마 《24 시즌 7》 中
당신은 법을 수호하겠다고 서약을 했어. 그 선을 넘어버리는 건 항상 아주 작은 한걸음으로 시작하지. 하지만 일단 선을 넘으면, 어느샌가 그걸 정당화하려고 틀린 방향으로 온힘을 다해 달리게 돼. 법은 나보다 훨씬 머리가 좋은 사람들이 만든 거야. 그리고 나도 그 버스에 탄 열다섯 명의 인질들의 목숨보다 법이 더 중요해야 할거란 건 알고 있어. 나도 머리로는 알고 있다고. 하지만 마음으로는 받아들일 수가 없지. 결국 당신한테 해 줄수 있는 충고는 이게 다야. 평생 안고 살아갈 수 있는 선택을 하라는거.
잭 바우어, 드라마 《24 시즌 7》 中

6. 관련 문서


[1] 주로 장남.[2] 기존 지배층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무마하고자 "왕은 지배할 만한 고귀한 혈통을 지니고 있다" 식의 사상을 발전시켰다. 왕권신수설이 대표적이다. 왕 외에도 각종 신분제도는 이처럼 혈통 자체가 지배권의 합당한 근거라는 식의 논리로 합리화되었다.[3] 한편 유럽에서는 어느 정도 인정받은 왕족이 왕위에 올라야 한다는 인식이 동아시아에 비해 더 강했다. 혈통상의 명분이 약하면 이웃나라에서 왕위 계승에 문제가 있다면서 왕위 계승 전쟁을 벌이는 일도 심심치 않게 일어났다. 때문에 해당 지역에 산 적도 없는 외국인을 데려와서 왕으로 추대하는 일도 종종 벌어졌다.[4] 유혈 정권교체에서 전대 지도자의 생존이란 전적으로 후대 권력자의 자비에 달려있다. 기존 권위를 무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선양이라는 평화적 권력 양도가 나타났지만, 문서에서도 보듯 이 역시 겉치레로 끝나고 전임자를 결국 죽일 때가 많았다. 본인의 정치에 대한 야심과는 무관하게 이전 권력자의 존재 그 자체만으로 과거 체제로 돌아가려는 움직임(복위 운동 등)의 중심이 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전 권력자 계층은 그냥 가만히 있는 정도로는 목숨을 부지하기 어렵고 권력에 관심이 전혀 없음을 확실히 보여주는 행동을 취해야 했다. 물론 그래도 명이 위태로운 것은 매한가지이지만 죽을 확률은 조금 낮출 수 있다.[5] 그러나 이 질서는 시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재평가의 여지가 생기게 된다. 때문에 정치범의 처리는 이후 뒤바뀔 여지를 주지 않도록 (뒤바뀌더라도 돌이킬 수 없도록) 바로 사형에 처해버리는 경우가 많다.[6] 만약 이들까지 "센 사람이 지배자가 되는 게 뭐가 문제냐"라는 입장이라면 명분 같은 것은 별 상관이 없어진다. 사회가 매우 혼란해지면 보통 사람들 중에서도 그렇게 생각하는 이들이 늘어나게 되고 너나 할 것 없이 지배자의 위치를 노리는 혼란상이 지속된다.[7] 가상의 세계를 다룬 작품에서 극단적으로 호전적인 세력은 아예 이를 공개적으로 추구하곤 한다. 스타크래프트 2 탈다림라크쉬르 같은 것이 그런 예이다.[8] 예를 들면 신대륙 항로 개척에 지대한 공헌을 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정작 아메리카 대륙에서 원주민들을 대상으로 무수한 학살과 착취를 일삼았고, 제 2차 세계대전의 연합국 역시 당대 제국주의 시절 추축국과 다를 바 없는 침략자이자 학살자였을 뿐이었다. 원래 역사는 승자의 악행은 축소 내지 은폐되고 패자의 악행은 과장되기 마련이며, 그 때문에 승자가 패자보다 선하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9] 위에서 보듯 왕의 혈통이 아닌 자가 왕이 될 수 있는 방법은 이전의 왕위를 불법으로 찬탈하는 방법뿐이었기 때문이다. 왕이 질서의 중심인 군주제에서 이를 금기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군주제 국가들은 왕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에 지나치게 민감한 감이 없지 않아 있어서, 국가에 따라서는 온갖 것을 역모로 몰아붙여 사실상 괘씸죄나 다름없을 때도 많았다. 그래서 과 대면하는 것 자체가 오늘날 대통령을 만나는 것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매우 긴장되는 일이었다. (야사 일화이기는 하나) 괜히 신숙주집현전에서 잠 좀 잤다가 세종이 옷을 덮어준 것을 알고 벌벌 떤 것이 아니다.[10] 사실 현대에는 국가가 첨단 군사 기술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폭력 대 폭력으로 가면 기존 권력을 쥐고 있는 세력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오늘날 사회 운동이 괜히 평화 시위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다. 괜히 폭력 사태를 일으켰다가 국가 측에서 무기를 꺼내들면 저항하는 쪽에선 사건이 어떻게 전개되든 엄청난 피가 흐르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에 답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심하면 내전으로 번질 수도 있다. 다만 국가 권력층도 인권 사상이 전세계에 널리 퍼진 오늘날에는 국내외로 보는 눈이 많기 때문에 무작정 무기를 들이댈 순 없고 평화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11] 가장 많이 쓰이는 '군사정변'은 쿠데타의 번역어로, 어감은 좀 더 부드러울 수 있지만 의미는 동일하다.[12] 다만, 나중에 영화 서울의 봄이 개봉한 후에 MBC와의 인터뷰에서 밝히길 해당 발언이 조금 와전되었다고 얘기하였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 문서 참조.[13] 이 말은 진짜로 들어맞았다. 물론 후자로.[14] 실제 역사의 전두환을 따온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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