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열국지(列國志)는 중국의 역사소설이자 연의 소설이다. 정식 명칭은 동주열국지(東周列國志)라 한다.2. 상세
삼국지연의가 삼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역사 소설이듯, 열국지는 춘추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연의 소설이다. 삼국지연의가 그렇듯 여러 허구가 뒤섞여 있지만 정사에 기반한 내용도 많다.삼국지에 나오는 인물이 많다지만, 열국지를 무시할 수 없는 것이, 800년에 걸친 수많은 국가들의 얽히고설킨 역사를 소재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중과 포숙, 제환공, 안영, 오자서, 손무, 공자, 소진, 장의, 굴원, 맹상군, 신릉군, 여불위, 진시황 등등 수많은 사람이 등장하고, 관포지교, 결초보은, 와신상담 등 수많은 고사성어와 그에 얽힌 에피소드들도 볼 수 있고, 춘추전국시대의 대략적인 역사적 흐름도 볼 수 있다. 중간중간에 주요 장면을 평론한 한시(漢詩)도 곁들여져 있다.[1]
다른 소설과 비슷하게, 이미 원나라 시대에 평화(平話 야담)로 떠돌고 있었다. 명나라 가정제 즈음에, 여소어(余劭魚)가 평화를 바탕으로 8권 226칙 28만 자 열국지전(列國志傳)을 냈다. 명나라 말기에 풍몽룡(馮夢龍)이 역사에 맞춰서 108회 70만 자 신열국지(新列國志)로 고쳐 냈고, 청나라 건륭제 즈음에 채원방(蔡元放)이 다시 수정을 가해 동주열국지로 고쳐 냈다. 참조한 판본은 전국책, 춘추좌씨전, 사기, 국어 등의 서적을 참조해 소설화(연의) 했다.
서주 말, 천자의 권력이 약해지고 오랑캐가 침략하여 나라가 기울자 수도를 낙양으로 옮겨 동주시대가 열린다. 그후 전국의 군웅들이 패권을 다투는 춘추전국시대를 거쳐 진시황이 천하를 통일하기까지, 약 800년간 벌어진 이야기를 다루는 소설이다.
한국에서 대중에게 가장 친숙한 판본은 고우영의 6권짜리 만화 고우영 열국지이다. 그 밖에 김구용 역 동주열국지와 유재주판 평설 열국지가 많은 애독자를 거느리고 있다. 전자는 동주열국지를 번역해서 내놓은 것이고, 후자는 역자가 다른 이야기를 덧붙이고 자기 나름의 평을 더해서 내놓은 것이다. 2015년에는 문헌 고증을 완역한 김영문의 판본도 나왔다.
열국지 저자들이 여자가 끔찍하게 죽는 장면을 꺼리는 경향이 있어서인지 애강, 여희 등 역사상으로 처형된 여자들을 자살하는 걸로 최후를 뒤바꾸어 놓았다. 열국지가 본시 주요인물들의 최후 장면을 상세하게 묘사하고 살해장면을 잔인하게 묘사하는 경향이 짙다는 걸 볼 때 유독 여자의 최후만 잔인한 정도를 약화시킨 면모가 강하다. 이는 유재주의 평설 열국지도 원본 열국지의 내용 그대로 전개했다.
한국에서는 워낙 삼국지가 압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은 듣보잡 신세. 더군다나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장장 800년이란 기나긴 세월을 이야기로 풀어나가는 지라 지명이든 인명이든 사건이든 엄청나게 많이 나오는 군상극이다. 회마다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이 어김없이 나오고 한 10회가 넘어가면 인물이 죄다 교체돼버린다. 이것도 열국지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겐 상당히 고역인 부분으로, 삼국지연의만 해도 100년짜리 이야기라 2세대 주인공이라 할 제갈량이 죽고 나서도 50년을 더 끌어가야 하는데 열국지는 이걸 800년의 스케일에 맞추어 훨씬 더 빠르게, 자주 겪어야 하는 것.
삼국지에 나오는 것들을 포함한 여러 고사 및 사자성어들, 그리고 중국에 있었던 여러 나라들의 이름이 이 책에서 다루는 시기/내용들에 기원을 두고 있다. 따라서 중국역사판타지를 만끽하기 위해서는 읽어두는 게 필수.
위에 언급했듯이 엄연히 역사 '소설'이지만, 삼국지연의의 내용 중 일부를 실제 정사로 오해하는 것처럼 열국지의 내용 중에서도 정사로 잘못 알려진 예가 일부 있다. 가령 예양이 베어낸 조양자의 옷에 선혈이 묻었고 이를 보고 놀란 조양자가 얼마 못 가 죽었다는 내용이 그 예.
기강지복, 승룡, 결초보은, 와신상담, 낭중지추 등 고사성어의 원전이다.
3. 줄거리
주선왕이 포사가 나라를 망친다는 점괘를 듣고는 포사를 죽이려고 했으나 실패하고, 그 아들인 주유왕이 포사를 차지해 서주(西周)를 망쳤다. 그리고 그 아내인 신후[2]의 딸과 태자를 친정으로 돌려보내자 신후는 거기에 앙심을 품고 견융족에게 주나라를 치라고 했다. 그리하여 주유왕과 정환공이 죽는다. 그러나 신후는 그 일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태자를 보내 주나라의 왕이 되게 하니 그가 바로 주평왕이다. 그는 진문후(晉文侯)[3] 등의 도움을 받아 낙양으로 동천한다. 동주 시대 혹은 춘추시대라 불리는 시대가 시작 되었다. 분류를 하면 이때는 열국지의 프롤로그라 할 수 있다.그리고 세월이 흘러 주평왕이 죽고 그 아들 주환왕 대에 정장공(鄭莊公)이 경사 신분을 이용해 세력을 떨쳤고, 그 일로 주환왕과 싸워 주환왕을 이겨 주왕실의 권위는 떨어졌다.
춘추오패가 등장하여, 먼저 제환공이 관중(管仲)을 등용해 주왕실을 받들며, 세력을 떨쳤다. 그 뒤 송양공이 뒤를 이어 패자가 될 뜻을 품었으나 초성왕(楚成王)과 싸워 패하는 바람에 실패한다. 그 뒤를 이은 것은 여희의 사주를 받은 진헌공과 같이 죽을 뻔한 동생 진혜공에게 죽을 뻔해 19년 동안 중국 각지를 떠돈 진문공(晉文公)[4]이 초성왕을 물리치고 패자가 되었다. 그 뒤를 이어 초장왕(楚莊王)이 중원에 세력을 떨치고, 진영공을 시해한 하징서가 다스리는 진(陳)나라를 멸하고, 진나라를 되세워 패자가 되었다. 진문공의 증손인 진도공(晉悼公)이 다시 패권을 잡았으나 그가 죽고 오나라의 왕 합려가 손무와 오자서의 도움을 받아 초나라를 쳐서 패권을 잡았다. 그러나 초나라와 진(晉)나라를 위협한 오나라의 패권도 오래가지 못해 부차 대에 월나라 왕 구천에게 망해 패권을 월나라에게 넘겨주었다.[5] 그 틈새를 노려 제경공은 패권을 잡으려고 했다. 그리고 진나라는 기울고 기운 끝에 6경이 실권을 장악했고, 그들이 서로 다투어 지씨, 위씨, 한씨, 조씨 4개 가문만 남는다. 지백이 위씨, 한씨, 조씨에게 삥뜯으려 했는데, 유일하게 조씨만 거절해 조씨와 항전을 벌였다. 그러나 조씨가 위씨와 한씨를 설득해 지씨를 멸망시키고, 진나라를 3개로 나누어 가졌다. 그리하여 위나라, 한나라, 조나라가 세워졌고, 그리하여 전국시대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제나라는 강씨가 아닌 전씨가 차지했다.
초기에는 위나라의 위문후가 나라를 잘 이끌어 중산을 일시 멸망시키는 등 전성기를 구가했으나 양혜왕 대에 제위왕, 제선왕이 이끄는 제나라에게 패해[6] 기세가 꺾였다. 한편 진효공이 등용한 상앙의 개혁으로 진나라가 강대해져서 그것을 견제하기 위해 소진의 합종책으로 대응했으나 진나라의 상국 장의는 연횡책으로 대응했다. 그리고 이 당시에 전국사군자인 제나라의 맹상군, 위나라의 신릉군, 조나라의 평원군, 초나라의 춘신군이 활약했다. 조나라도 조무령왕 대에 호복기사를 도입해 강력해졌다. 그리고 그 강력함과 조혜문왕 대에 염파, 인상여, 조사의 도움을 받아 조나라는 전성기를 누렸으나, 조효성왕 대에 장평대전에서 패해 몰락하게 된다. 연나라는 제선왕의 아들 제민왕에게 나라가 쑥대밭이 되어 연소왕은 그 복수를 하기 위해 악의를 등용해 제나라를 멸망시킬 뻔한다. 그리고 그 일들로 인해 대세는 진나라 쪽으로 기울어 진시황 대에 6국이 차례로 멸망했다. 그리고 진시황은 그 일을 계기로 왕보다 높은 군주의 호칭인 황제를 칭하게 되고 이야기는 거기서 끝난다.
4. 열국지에 나오는 허구
열국지는 삼국지연의에 비하면 허구가 많은 편은 아니나 허구가 없지는 않다. 제 환공(齊桓公)이 죽을 때까지 수행한 안씨 궁녀 이야기나, 풍환(馮驩)이 맹상군(孟嘗君)이 죽은 뒤 신릉군(信陵君)에게 의탁한 이야기 등은 허구이다.5. 중국어 판본의 역사
춘추전국시대 역사가 민간에도 퍼져 민간에게 삼국시대보다는 인기가 한수 아래지만, 그래도 자못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 증거로 남송, 원나라 대에 열국지의 삼국지평화 격인 서주춘추평화[7]와 진병육국평화[8] 등이 만들어져서 시중에 유통되었다.명나라 가정제 대의 여소어가 열국지전을 펴내고, 만력제 대에 풍몽룡이 신열국지를 펴낸다. 풍몽룡은 여소어의 열국지전을 108회로 편집하였다. 그리고 그 판본은 청나라 때까지 전해졌다.
청나라 건륭제 시기에 채원방이라는 선비가 당시 시중에 널리 풀린 풍몽룡의 열국지를 좀 더 다듬어 동주열국지로 제목을 바꾸고 이것이 널리 퍼지게 된다.[9]
6. 한국어 번역본
이미 1964년에 어문각에서 세로 쓰기판으로 나온 '구용 열국지'가 있다. 그후 80년대 중판이 나오다가, 1990년 민음사에서 가로 쓰기판으로 새로 '동주 열국지' 10권이 나온다. 요즘 보이는 솔에서 나온 12권짜리 21세기(...)판은 민음사판을 증보한 것. 물론 번역자는 모두 동일한 김구용이다. 부록으로 나와있는 연표 정리가 매우 쓸모있다. 한학 전공자 김구용은 시인이기도 했기 때문에 시 번역이 찰지다.유재주가 김영사에서 2001년에 열국지 원본을 토대로 나름대로 재구성한 판본을 만들었다. 도서관마다 있는 것을 보면 자못 널리 퍼진 판본으로 보여진다.
이수광이 대산출판사에서 2008년 유재주같은 방식으로 열국지 원본을 토대로 재구성했다고 한다. 다만 유재주본과의 차별점을 논하자면, 첫번째 권에서 신화시대와 상나라, 주나라 초기 시대를 다룬다는 점이다.
2015년 6월에 글항아리에서 각종 문헌을 참조해 기존 번역본의 오류를 바로잡고, 원본에 가깝게 번역한 새로운 번역본(사전 포함 총 6권)을 출판했다. 역자는 김영문.
2016년 10월에 올재에서 신역 열국지 출간을 공지하였다. 역자는 신동준 도합 5권. 2019년 인간사랑에서 풍몽룡의 동주열국지 (전 5권) 이란 이름으로 재출간 되었다. 특이점은 각권을 작가 나름대로 시기를 구분하여 서술했다는 점이다. [10]
[1] 한시의 작자 중에 '염옹(髥翁)', '염선(髥仙)'이 있는데 뜻은 수염 난 노인, 수염 난 신선이지만, 다름 아닌 풍몽룡을 가리킨다.[2] 신(申)나라 후작으로 강성(姜姓) 제후다.[3] 작중에서는 진문후가 아니라 진후 희구로 등장한다.[4] 위에 언급된 진문후와는 다른 사람이다. 진문후는 진문공의 큰 고조할아버지다.[5] 물론 그 월나라 또한 오래가지 못한다.[6] 죽서기년에 따르면 제위왕 때의 일이라 하나 열국지는 사기를 참조하며는 제선왕 대의 일도 된다.[7] 아마 춘추시대를 다룬 것으로 추정된다.[8] 이쪽은 전국시대를 다룬 것으로 추정된다.[9] 청대의 모종강본이 삼국지의 주력판본이 된 것과 같은 이치다.[10] 1권 제환시대, 2권 진문시대, 3권 진초시대, 4권 오월시대, 5권 전국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