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한자: 政策영어: policy
프랑스어: politique
독일어: Politik
정부 또는 각종 공/사부문 단체가 그들의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행동 방침을 뜻한다.
2. 설명
일반적으로 정책이라 하면 정부정책만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정책학자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 그런데 민간부문에서도 간혹 정책이라는 단어가 쓰이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자면 "고객님 저희 환불 정책은요......" 같은 경우. 사실 영어의 policy는 이런 민간 정책도 포괄할 수 있는 단어이다. 일단 여기서는 정부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목적을 띠고 결정하는 방침으로만 설명하기로 한다.일반적인 민간부문의 정책과는 달리, 정부가 정하는 정책은 몇 가지 특징을 갖는다. 첫째, 우리의 세금이 들어간다.(…) 정부정책이
정책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가치" 를 평가하고 여러 가치들을 서로 견주게 되는데, 이러다 보니 객관성도 떨어지고[1] 실증적 측면의 보완이 필요하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여전히 가치의 영역에서는 정확한 측정이 불가능하고, 그러다 보니 정책담당자들은 이런 불명확한 가치의 영역을 마음 내키는 대로 뻥튀기 수치를 넣어서 해당 정책을 성공으로 포장하려는 유인을 느끼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2]
정책이라는 개념 자체가 본질적으로 그 영역이 모호하고, 따라서 행정학, 정치학 양쪽에서 모두 다룰 수 있으며 이를 분석하는 데에는 심지어 통계학까지 동원된다. 자세한 내용은 정책학 문서로. 더불어 5급 공개경쟁채용시험을 준비할 때에도 정책의 개념과 종류, 흐름에 대하여 대략적으로 접할 기회를 갖게 된다.
국민방송(한국정책방송)에서 대한민국의 정부정책에 대해 안내하고 있다.
2.1. 정책 과정
기존에는 정책 과정을 굉장히 단선적이고 선형적으로 이해했다. 이 관점에서는 정책 과정은 크게 3단계로 나누면 땡이었다. 쉽게 말해서 "Plan, Do, See" 즉 짜고, 하고, 보고 순서로 일하기만 하면 성공적인 정책이라는 것.[3] 게다가 그 정책의 집행도 위에서 까라면 까를 외치면 밑에서는 테크노크라트가 그대로 받아서 한 치 틀림없이 적용하는 수준이었다.그러나 현대에 이르러서는 기존의 단선적 정책흐름에 변화가 생겼다. "Feedback" 즉 환류라는 개념이 새로 도입되면서, 정책의 결과를 보고 그 정책이 성공했는지 아니면 시망인지(…) 가려내어, 이것을 다시 새롭게 적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싹튼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것은 정책의 변동 가능성과 정책의 종결이라는 두 개념의 발견으로 이어졌고, 과거의 선형 모델은 이제 정책 사이클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되었다. 게다가 과거에는
그렇다면 이쯤에서, "도대체 그 사이클은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는가?" 에 대한 의문을 가져볼 수도 있을 터.
순서대로 설명해 보기로 하자. 모두가 알듯이, 가시밭길 같은 세상사에는 문제가 수두룩하게 널려 있다. 즉, 개인이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목표를 현실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상태가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모든 문제가 다 똑같지는 않아서, 어떤 문제들은 똑같은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이 사회에 널려 있다. 이와 같은 문제는 특별히 사회 문제라고 한다. 그런데 이 사회 문제의 해결방법에 있어 의견충돌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논쟁적인 문제는 다시 사회 이슈라고 부른다. 그런데 그 중에 어떤 이슈들은 "이건 나랏님이 하실 일이야" 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하는데,[6] 실제로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서는 경우 비로소 정부 의제가 된다고 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거꾸로 국민들보다 정부가 더 앞서서 문제를 인지하거나, 또는 국민들은 현실에 만족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더 나은 미래에 목말라 있는 경우에도 정책이 나타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정책" 같은 경우도 현실치유적 정책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미래지향적 정책에 가깝다. 정부에 의해 동원(mobilize)되는 이러한 정책들은 국민들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정책홍보, 정책 캠페인 등이 요구된다. 과거에는 천편일률적인 고비용 저효율의 정책홍보가 많았지만,[7] 새롭게 UCC나 SNS 접촉, 넛지 같은 방법이 발견되면서 많은 개선의 가능성을 보이는 분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 사이클은 또 어디서 끝나는가? 여기서 관건이 되는 것은 그 정책이 얼마나 소기 의도한 결과를 가져왔느냐를 평가하는 효과성(effectiveness)이다. 민간 기업은 경제성(economics)과 효율성(efficiency)만 따져도 크게 걱정할 게 없다. 그러나 정부정책의 성패는 아무래도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보자. 전자발찌를 얼마나 값싸게 만들어내는지, 담당부서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일하고 있는지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전자발찌 정책의 관건은 무엇일까? 전자발찌라는 물건이 실제로 사회의 치안에 도움이 되어서 뭇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바로 이것이 만족되었는가를 보는 것이 효과성의 논리다. 그래서 목표를 달성했으면 정책이 종결되고 그렇지 못하면 왜 그런지를 따져서 다시 정책을 세우는 데 반영하게 되는 것이다.
3. 이야깃거리
이상의 이야기들은 정책학계 석학들의 다양한 이론들을 비전공자까지 이해할 수 있을 수준으로 설명한 것이다. 이제 이하에는 정책에 관련하여 잠시 생각해 볼 만한 여지가 있는, 알아두면 나쁘지 않을 몇몇 잡학들을 좀 거론해 보기로 하겠다.- 진흙탕 헤쳐나가기(Muddling through)
정치학자 윌다브스키(Wildavsky)는 정책이 변해 봐야 뭐 그렇게 급격하게 변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움직이는 것도 아니라고 하였다. 정책결정자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전년도의 정책집행 내역에 견주어서 변화를 줄 수 있는 만큼만 조금씩 바꾸어 갈 뿐이라는 것. 보수주의적 정책변동을 한 마디로 설명하는 이 "점증모형" 이론은 정부의 정책이 마치 "진흙탕을 힘겹게 힘겹게 헤쳐나가면서 전진하는 것 같다" 는 표현으로 압축되었다.[8] 언뜻 이상해 보여도 막상 따져보면너무 현실적이라쉽사리 반박할 수가 없다는 게 특징.(…) 그나마 나타나는 반박이란 것도 점증모형의 장점을 수용하면서 그 한계점을 일부 보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9]
- 정책을 세우지 않기로 결정하는 정책
이건 뭔 설득력 없는 설득이냐고 하겠지만, 실제로 정책을 세우지 않기로 결정하는 것도 정책을 세우는 활동의 한 종류이다.(…)[10] 단 여기서 주의할 점은, 아예 정부가 "그런 문제가 있었어?" 하고 모르고 넘어가는 것과, "이 문제는 개입하지 맙시다" 라고 결정하고 넘어가는 것은 천지 차이로 다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부동산 시장을 조정하기 위해 관련정책을 세워야 할지 고민중이라면, 경기변동의 추세와 부동산 수요공급 예측 등등의 데이터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걸 분석해 보니 딱히 무슨 정책이 없어도 단기적으로 해결 가능하겠다는 결론이 나왔다면? 괜히 개입했다가 시장이나 어지럽히지 않으면 다행. 따라서 정부는 부동산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정책으로 정책을 세우지 않겠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다만 현실은 시궁창이라, 이와 같은 활동은 정부 입장에서는 쉽사리 택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다. 국민들은 정부가 이런 사회 문제들을 세심히 체크하고 해결해주길 바라는데, 정작 정부는 "알아서 잘 해결될 거야" 라며 손가락만 빨고 지켜보고 있다면?(…) 당장 기자들이 들고 일어나서 직무유기 정부니 뭐니 하며 대대적으로 보도하게 될 게 자명하지 않은가. 실제로 (구체적으로 언급하긴 곤란하지만) 2000년대에 우리나라에서 이와 거의 유사한 사례가 있긴 있었다고.
- 샤워실의 바보 이야기
정부가 함부로 경제정책을 세워서는 안 되는 이유로 밀턴 프리드먼이 제시한 비유. 비유 자체는 이렇다. 바보가 샤워꼭지를 틀면 찬물이 확 쏟아져 나오는데, 그걸 못 참고 온도를 확 높이면 이번에는 뜨거운 물이 나온다. 그럼 또 이 바보는 샤워꼭지를 확 돌려 버리고, 결국 샤워는 샤워대로 못하고 내내 뜨거운 물과 찬물 사이에서 왔다갔다한다는 것.
프리드먼은 이 비유를 통해 정부의 시장개입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는데, 사실 이 사람 자체가 워낙에 대표적인 정부개입 반대론자이기도 하다. 어쨌든 이 비유를 현실에 대입하면 1) 정부는 시장 경기변동의 추이 속 고점과 저점을 판단하기 어렵고, 2) 설령 판단한다 해도 경제정책을 세우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시간이 소요되며, 3) 정책이 집행되어도 그 효과는 다시 시간차를 두고 나타나기에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기는커녕 역효과만 일으킬 수 있다는 얘기.
- 정책이 되지 못하고 사라지는 의제들
정치학자 바크라크(Bachrach)는, 어떤 이슈들은 그것이 의제로서 다루어지게 되기 전에 사전에 차단됨으로써[11] 아예 논의에서 배제당한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엘리트주의가 예전에는 엘리트만의 이익을 반영한 정책 결정을 하는 것에서 신엘리트주의로 전환되어 엘리트의 이익에 반하는 이슈가 정책화될 기회를 잃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보고 듣는 것이 전부가 아닐지도 모른다. 어찌 보면 의제설정(Agenda Setting)의 무서운 면.
- 매몰비용(sunk cost)의 문제
만일 국민적 지탄을 받는 어떤 문제있는 정책이 한창 집행중이라고 가정할 경우, 설령 그 정책이 중단되고 책임자가 대거 교체된다 해도 그 정책 자체는 취소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유는 바로 매몰비용의 문제. 누군들 그 정책을 취소하고 싶지 않겠냐만, 이미 쏟아부은 돈이 있어서 울며 겨자먹기로 어쩔 수 없이 그 정책을 마저 끝내놓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후임 정책결정자의 임기 내내 걸리적거리는 애물단지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만일 막상 정책집행을 마치고 종결했더니 그 결과가 킹왕짱 좋다면? 정국은 매우 높은 확률로 그 길로 혼돈의 카오스로 빠져들거나 내지는 회심의 대격변이 일어나게 된다.(…)
-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정책을 함부로 세우면 절대 안 되는 이유. 정책의 세계에서는 흔히 "자기 실현적 예언" 또는 자충적 예언이라고 불리는 현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자충적 예언들은 경제 문제에서 주로 나타난다. 예를 들자면, "올해는 쌀값이 오를 것이다" 라고 예상했더니, 그 예측이 없었더라면 오르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쌀값을 진짜로 올려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거꾸로 "자기소멸적 예언" 또는 자멸적 예언이라는 것도 있다. 이쪽의 예를 들자면 "이 고속도로의 이 구간은 추석에 막힐 것이다" 라고 예상했더니, 그 예측이 없었더라면 막혔을 구간이 오히려 뻥 뚫리게 될 수도 있다.
- 목표는 좋았는데 정책이 잘못되었다?
의미는 통하지만 엄밀하게 말하자면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정책목표는 좋았는데 정책수단이 잘못되었다" 로 말하는 게 옳다. 그러나 일상에서는 이렇게까지 초를 치는 경우는 드물고, 정책=정책수단 정도의 등식이 대충 성립하는 모양.
- 코브라 효과: 인센티브 정책도 나쁠 수 있는 이유
영국령 인도에서 있었던 실제 사례로, 문제해결을 위해 도입된 인센티브 정책이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키는 경우의 교과서적인 사례로서 호르스트 지베르트(H.Siebert)라는 경제학자에 의해 거론되었다. 상황은 이렇다. 인도에서는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코브라가 들끓고 있었지만, 관공서의 힘만으로는 그 많은 뱀들을 잡는다는 것이 불가능했다. 정부는 주민들이 코브라를 잡아 그 사체를 보여주면 포상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과연 수많은 주민들이 너도나도 코브라 사체를 주렁주렁 매달고 관공서에 찾아왔으며 어마어마한 포상금을 타 갔지만... 알고보니 이 주민들은 코브라를 사육하면서 돈만 받아 챙기고 있었다. 이에 정부가 포상금 정책을 전면 폐지하자, 이 주민들은 자기들이 기르던 그 많은 코브라들을 인근에다 그냥 방사해 버렸다!(…) 결과적으로 코브라 개체 수는 포상금 정책을 시행하기 이전보다 더욱 폭증하게 되었다고 한다. #
4. 정책/사례
해당 문서로.5. 여담
정책실명제를 실시해서 후세에 객관적으로 평가받자고 언급한 법조인이 있다. #대한민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좋은 머리를 가진 사람들이 선진국의 사례를 짧은 기간 맹렬히 공부한 다음 전임자가 남긴 파일을 첨삭하여 새 정책을 내놓는다. 옛말 그대로 ‘해 아래 새것이 없지만’ 모든 정책은 일단 한번 완전한 탈색을 거친 후 새 옷을 입고 새 이름으로 등장한다. 이만저만한 낭비가 아닐 수 없다.
- 박상준 객원논설위원 #
우리나라의 상당수 정책들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라기보다는 기존의 정책들을 조금씩 다듬고 고치면서 마치 새것인 것처럼 홍보하는 식이다. 어떤 사업을 하는 데 총 몇 조의 예산을 편성했다느니 하는 얘기도 대부분 그런 식이어서, 예컨대 성폭력 방지를 위해 10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면, 그 중의 몇 억 정도는 기존에 이미 진행하던 야간 길거리 치안활동, 성평등 교육 프로그램, 전자발찌 무선통신 기능 R&D, 길거리 CCTV 설치비 같은 것들이라고 봐도 된다.[12] 물론 납세자 입장에서는 나랏돈 지출이 10억만큼 '늘어나는' 것이 아니므로 부담은 덜하겠지만, 그만큼 새로운 무언가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비단 여성안전 정책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 정책들도 마찬가지다. 그린뉴딜 같은 최신의 환경정책조차 이명박 정부 시절의 저탄소 녹색성장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 박상준 객원논설위원 #
가치는 정책의 기조와 우선순위를 정하는 상위의 기준이지만, 현실의 정책은 가치 지향과 정책적 합리성 간에 균형을 요구한다.
- 김기식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장 #
- 김기식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장 #
우리나라는 흔히 사회적 문제에 대해 논의할 때 이념이나 사상, 가치관의 차원으로 환원시키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정책에서 나온다.[13]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각종 N개년 계획, 각년도 주요업무계획 등을 통해서 시행되는 대부분의 정책들은 이념이나 사상의 관점에서 보면 사실상 이념적 잡탕에 가깝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각 정책들이 담당하는 분야나 추구하는 목표, 추진을 위한 전략들을 보기 좋게 묶어놓은 것을 관행적으로 비전체계도라고 하는데, '자유' 나 '평등' 과 같은 이념의 언어들은 비전체계도 맨 꼭대기에 위치해 있다. 여기서 이념의 역할은 정책적 비전을 "자유롭고 평등한 살기 좋은 사회" 같은 식으로 싸잡아 뭉뚱그려 주는 것, 그리고 각 분야마다 이 비전을 실현하는 데 가장 적절한 전략을 설정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래서 일자리 창출 시책으로는 '대기업 규제 완화' 전략을 택하면서도 그와 동시에 복지 시책으로는 '생활밀착형 복지서비스 전면 확대' 전략을 택하기도 하는 것.[14] 이념의 관점에서는 마치 박쥐 내지 흑묘백묘론처럼 보이지만, 정책의 관점에서는 매우 흔한 사고방식이다.
이념이 '어디로 가야 하는가' 의 추상적인 문제라면 정책은 '그럼 그 방향으로 어떻게 갈 것인가' 의 실질적인 문제에 가깝다. 주어진 정책을 놓고 이념에 입각해서 그 정책이 소기의 가치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실현하고 있는지 평가하는 것 정도는 가능하지만, 정책이 없는데 이념에만 매달리면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논쟁하는 것은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는다.[15] 그 사회적 문제의 통계적 수치를 몇 %까지 어떤 방법으로 변화시킨다는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없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 반대파에 대해 종종 "정책적 대안이 없다" 고 받아치는 것 역시, 정책의 문제를 이념의 문제로 끌고 가지 말라는 것이고, 이를 다시 말하면 "당신들이 추구하는 이념적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더 좋은 정책적 아이디어를 내놓으라" 는 의미가 된다. 물론 무상급식 전면확대 논란처럼 정치화를 피하기 어려운 정책들도 분명 있지만, 우리나라의 많은 정책들은 정책의 논리로 검토되기 이전에 이념의 논리로 검토되곤 한다.
정책을 세울 때에는 반드시 그 정책에 대한 소극적 저항 또한 예상해야 한다. 특히 노동 관련 정책에서 그런 사례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인력회사나 하도급 업체들이 최저임금이 오를 때마다 직원들의 휴게시간을 늘리는 것, 비정규직 계약을 할 때 회사가 구태여 11개월 근로계약을 요구하는 것 등은 전부 특정한 노동 정책에 저항하거나 최소한 회피하기 위함이다. 정책이 추구하는 가치를 도외시하고, 정책이 기준으로 삼는 숫자만 교묘하게 만족시키는 것이다.[16] 이것은 정책이 속한 '제도' 라는 영역이 우리 사회가 굴러가는 방식인 '시스템' 이라는 영역과는 다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처벌 일변도의 정책이 어째서 인센티브에 기초한 정책보다 비효과적인지도 시사하는 지점이다.
우리나라 지자체들에서는 어떤 새 정책을 만들고 홍보할 때 유독 유치한(…) 방식으로 영어를 뒤섞어 놓는 경우가 종종 있다. 민간 홍보팀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지만, 지자체 정책을 홍보하는 길거리 현수막을 보다보면 "지원금받Go! 꿈도키우Go!", "The 행복한 세상", "청년의 꿈을 Job아라" 같은 요상한 광고 카피들이 드물지 않다. 그나마 이게 참신하기라도 하면 모르겠으나, 90년대 시절부터 마르고 닳도록 쓰던 엉터리 카피에서 벗어나질 못한다는 게 문제. 이렇다 보니 오히려 현대적 감각을 갖추고 홍보에 임하는 고양시나 충주시 같은 사례들이 더더욱 주목받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러다 누가 영 엉뚱한 걸로 트집을 잡아 민원을 넣기라도 하면 전적으로 그 담당자 책임이 되기 때문에 기존에 썼던 카피를 재활용하는 경우도 많다.
6. 관련 문서
[1] 예를 들어, 오랜 가뭄으로 드넓은 논밭이 바싹 마르고, 정이품송 같은 귀중한 나무가 말라죽었다고 해 보자. 어느 것이 더 심각한 가치의 파괴일까?[2] 해당 정책의 시행으로 인한 국민의 편의와 주관적 만족감을 상급자나 국민에게 보고해야 할 경우에 특히 그렇다.[3] 정책설정, 정책집행, 정책평가 정도가 된다.[4] 역시 다시 용어를 바꾸자면 이것은 "고전적 하향식 접근법" 이라고 한다.[5] 진지한 용어를 빌리자면 "현대적 상향식 접근법" 또는 "적응적 접근법" 정도가 된다.[6] 경우에 따라서는 이것을 공중 의제라고 부르기도 한다.[7] 일례로 한때 미국에서는 기껏 마약 단속한다고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TV 공익광고를 제작했더니, 오히려 거꾸로 청소년들의 마약 복용이 소폭 늘었다고 한다.(…) 당황한 정부가 살펴보니, 그 광고를 본 청소년들이 생각하길, 마약을 복용하는 또래 청소년들의 수가 실제보다 많은 것처럼 오해했던 것이었다고.[8] 다만 그가 직접 만들어 낸 표현은 아니고, 서구의 관용적 표현에 가깝다.[9] 대표적으로 혼합탐사모형(Mixed-Scanning Model) 등. 사실 제로베이스 예산이나 일몰법 같은 정반대의 대안들도 있기는 하지만, 연속성의 측면에서 위험이 너무 커서 그렇게 선뜻 쓰이지는 못하고 있다.[10] 또 어려운 용어를 빌리자면, 이러한 활동을 비결정(non-decision)이라고 한다.[11] 어려운 용어로 말하자면 이런 차단활동을 게이트키핑(gatekeeping)이라고 한다.[12] 경우에 따라서는 여기에 '보육비 지원' 같은 영 뜬금없어 보이는 사업이 끼어들어가서 국회의원들에게 호통을 듣기도 한다. 물론 이걸 합리화할 수 있는 논리 정도야 만들면 그만이지만,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정책들에서 이런 식으로 온갖 논리적 비약을 거쳐 우격다짐으로 끼어들어가는 부풀리기식 사업들이 꽤 많다.[13] 일반적인 형태의 정책적 주장은 "모 기관에서 발표한 모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무엇이 ○○%에 달하고 있으며 이는 이러이러한 가치에 비추어 큰 사회적 문제가 된다. 이 수치를 5년 후에는 ○○%, 10년 후에는 ○○%까지 줄이려면, 다음과 같은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식으로 이어진다. 정책적 주장이 이념이나 사상, 가치관에 기초한 주장과 가장 크게 달라지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14] 물론 꼭 이렇게만 하라는 법은 없다. 흔히 볼 수는 없겠지만, 높으신 분들이 원한다면야 경제 분야에서는 경제민주화를 추구하면서 복지 분야에서는 사업들을 잔뜩 일몰(중단)시킬 수도 있다. 단지 현실적으로 복지사업은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드는 경우는 기대하기 어려울 뿐이다.[15] 일부 청년층 정치모임이 제도권에 편입되거나 대안세력으로 떠오르지 못하고 소멸되는 이유 역시 부분적으로는 여기에 있다. 제도권에 편입되고자 한다면 적어도 맨땅에서부터 제대로 된 비전체계도 하나쯤은 그려내어 보여줄 수 있어야 하는데, 모였다 하면 늘 독서 토론이니 명사 강연이니 실트 총공이니 하는 것만 반복하고 있으면 기성 정치권에게 정치 동아리 같다는 비웃음을 듣기 딱 좋다. 청년층의 정치권 편입이 미진한 데에는, 이처럼 청년층이 정책이라는 개념 자체에 생소하기 때문일 수 있다.[16] 코로나19 시국에서도 마찬가지로, 5인 이상 집합을 금지하는 방역 정책은 가급적 대면 모임을 최소화하여 전염을 막자는 취지인데, 이에 저항하는 사람들은 4명 단위로 식당 테이블만 따로 앉음으로써 정책의 실질적 취지를 좌절시킨다. 집합 금지라는 본래 취지는 무시한 채 '5인' 이라는 임의의 숫자만 맞춤으로써 방역 정책에 거짓으로 협조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