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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9-28 21:50:15

지옥훈련

1. 의미와 성립요소2. 지옥훈련과 대한민국
2.1. 군사적 문화2.2. 스포츠 과학에 대한 몰이해2.3. 체육대학 입시생들은?
3. 문제점4. 실제 사례
4.1. 야구4.2. 축구
5. 각종 매체에서 등장하는 지옥훈련

1. 의미와 성립요소

아주 괴롭거나 힘든 훈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명사네이버 사전에도 실려 있으며, KBO 리그가 출범한 1982년부터 프로야구 선수들이 극한기에 훈련하는 모습들이 생겨났으며 결국 1983년에 공식적으로 만들어진 단어인데다 자주 사용되므로 사전에 실린 것이 그렇게 이상하진 않다. 최초 출전은 이현세의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

아래는 만화속의 한 장면. 과연 원조답게 훈련체벌강도는 장난이 아니다.야구랑 관련없지 않아?

다만 지옥훈련은 일본의 거인의 별이나 내일의 죠같은 여러 스포츠 만화에서 지옥훈련이 등장한다거나 북한에서 선수가 패할때 막노동을 시킨다는 일화, 중국에서 체육 유망주를 출세를 위해 과도하게 혹사한다는 뉴스에서 보면 알수있듯이 한국만의 전유물은 아니며. 무리수가 작렬하고 부작용도 심하지만 그만큼 머리를 안쓰면서 효율을 빨리 올릴수있는 훈련법이기 때문이다. 사실 공포의 외인구단이 유명한 만화라 지옥훈련이 유명해졌다고는 하지만 실상 그 이전에도 지옥훈련은 학원체육계에서 만연한 현상이었다. 애초에 학교든 군대든 직장이든간에 체벌이라는것이 일상적이던 시대였다보니 당연한 일이었기도 했다. 사실 이 당시에 사회생활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드물었던 머리끈 긴 사람이 지도하는거라해도 훈련 방식이 큰 차이가 났던건 아니었다.

파일:attachment/지옥훈련/sssc.jpg

만화에서 '지옥훈련'에 관련된 내용을 잠시 소개하자면, '부상이나 차별등으로 잉여가 된 선수들을 모아서 무인도로 간다. 그 다음에 채찍으로 치면서 강제로 무시무시하게 처절한 훈련을 시킨다. 돌아왔을 때 그 선수들은 모두 엄청난 실력을 갖추게 되어서 전승(말 그대로 한번도 안 패한다)을 거두면서 프로야구계에 일대 파란을 불러 일으킨다.'라는 것이다. 이 짧은 요약에 지옥훈련의 기본 개념이 거의 들어있다. 이현세는 이 개념을 제시한 것만으로도 시대를 읽었다고 할 수 있다.

주의할 점은, 자신이 솔선해서 혼자 하는 강도높은 훈련은 지옥훈련이라고 부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건 그냥 '맹훈련'이다. 하지만 맹훈련도 죄다 지옥훈련이라고 부르는 등 범위가 확장 되었다.

협의의 지옥훈련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대략 다음과 같은 요소가 필요하다.

1) 외부로부터 고립된 지역
2) 절대적인 권위를 가지는 코치
3) 무시무시한 강도의 훈련
4) 체벌을 포함한 총체적 비인권

세상과 절연한 곳(무인도, 깊은 산 속 등)[1]에서 감독, 코치 위치의 누군가가 채찍이나 몽둥이로 때리면서(스스로 채찍을 때릴 수는 없으니까) 인간이라고 할 수 없는 강도의 훈련(절벽을 기어오른다든지, 엄동설한에 얼음물에 들어가서 버티기)을 거친다. 물론 중도에 자기의사로 포기할 수 없으며, 큰 부상이나 죽음마저 불사해야하는데, 만약 부상을 입거나 죽게되기라도한다면 그건 그냥 약해빠져서 낙오된 자라고 오히려 폄하당하고 욕 먹게 된다. 이 과정을 거치면 어째서인지 엄청난 실력자가 되며 그러면 그 다음부터는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게 된다.

2. 지옥훈련과 대한민국

이 단어가 단지 만화의 유행어로 그치지 않고 생명력을 부여받은 이유는 몇 가지를 들 수 있을 것이다.

2.1. 군사적 문화

가장 처음 들 수 있는 것은 분단 현실과 오랜 군사정권 시대를 거치면서 대한민국 사회에 만연한 군사 문화. 군대의 유격 훈련/혹한기 훈련은 지옥훈련의 모든 것을 갖춘 본보기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군대를 다녀온 대한민국 남성들이 지옥훈련이라는 단어에 격하게 공감하고, 그들은 지옥훈련이 가지고 오는 결과물에 대해서 현실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었다. 또, 공포의 외인구단이 나왔을 때가 군사정권이었던 것을 감안해보자. 공포의 외인구단의 마지막 페이지가 군인정신을 찬양하며 끝나는 걸 상기해보자. 군부 독재로 "인권과 자유를 억압해가면서 그 대신 경제발전을 이끌어낸다"라고 하는 만들어진 시대정신과 외인구단의 지옥훈련은 일맥상통하다. 1980년대까지 국민 전체가 일종의 지옥훈련 중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지옥훈련에 대해 과거 군사 문화의 유산이라며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밀덕들은 심지어 유격, 혹한기보다 훨씬 혹독한 특수부대들의 훈련에 대해서 경외심을 가지면서 동경의 대상으로 삼기도 한다.

2.2. 스포츠 과학에 대한 몰이해

스포츠 과학의 발달로 피지컬트레이닝 이론이 놀랍도록 발달한 현재에는 지옥훈련따윈 도움될 것이 전혀 없다는 것이 정설이지만 저때는 저게 정설이었다. 투수 어깨만 해도 지금은 정밀한 조율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소모품으로 인식하지만 당시에는 어깨는 그냥 무조건 던지면 던질 수록 강해지고 단련된다고 믿기도 할 정도였고 심지어 프로 감독이나 코치도 만화에서나 통할 이론을 정말로 믿고 실행하던 때였다. 2010년대에도 지옥훈련을 신봉하는 감독은 공포의 외인구단을 현실 한국 프로야구에 구현화한 김성근 정도가 있지만, 성적은 처참했다.

2.3. 체육대학 입시생들은?

입시생들의 여건에 맞춰 여름방학에 하는 하계시즌,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고 하는 동계시즌으로 총 두 번, 말 그대로 지옥훈련을 한다. 보통 하계시즌은 학원을 불문하고 체력과 근력 위주의 루틴을 하게된다.[2] 평상시에는 프로 운동선수들도 아니고 고등학생을 다루는 만큼 난이도 조절이 있지만, 하계 시즌은 그런 거 없다. 그렇게 이 악물고 하계를 버텨냈다면 가을은 수시, 정시 준비로 바빠지는 수험생 라이프에 맞춰, 유지시키는 선만큼만 운동을 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면? 그때부터가 진짜다. 미술대학 입시생, 음악대학 입시생과 함께 친구들이 술 마시고 놀 때 학원에서 실기연습에 매진하면 된다.

3. 문제점

아이러니하게도, 문제점투성이다. 워낙 지옥훈련이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라는 게 한 두 가지로 정리할 수준이 아니지만, 중요한 점만 뽑아보면 다음과 같다.

1. 자율(自律)이 아닌 타율(他律) - 이 훈련속에는 자율이 없다. 자기 자신을 컨트롤하면서 스스로 할 생각이 없다. 누군가가 채찍을 때리지 않으면 실력을 쌓을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훈련받은 자들은 다음에 오는 후배들한테도 똑같이 훈련시킬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이런 방식밖에 모르는 경우가 많으므로.

2. 비효율 - 제일 큰 문제. 한마디로 지옥훈련은 겉으로면 그럴 듯하지 실제로는 아무런 효용성이 없다. 그래도 체력훈련을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역시 과학적인 방법에 의하지 않으면 오히려 독이 될 뿐이다. 딱 정확한 강도로 훈련하는 것이 가장 효율이 좋은 방법이고 스탯 자체를 올리려면 차라리 헬스장에 가서 역기를 들어올리는 편이 더 낫다.

3. 일시기에 집중된 고생 - 평소에 조금씩 잘할 생각이 없다. 고생을 한 시기에 몰아하고 그 후에는 놀겠다는 심산이다. 왜냐하면 각종 유혹에 너무 약해서 보통 생활로는 도저히 잘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은 훈련을 통과하면 그 순간부터 급속하게 타락한다(...) 자신이 일생에 해야할 고생은 이미 다 끝났다고 생각하면서.

4. 비윤리 - 1, 2번의 부산물같은 것이다. 그러나 당하면서도 한 마디도 못 한다. 지옥훈련의 핵심 개념이 "타율"이다.[3] 자신은 지옥훈련에 와 있으므로 채찍을 맞아도 당연하다고 여긴다. 문제는 이 과정을 거치면서 학교에서 배웠던 인권의식등의 좋은 말들을 설탕이 물에 녹듯이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지옥훈련 받은 사람들은 세상을 지옥으로 만드는 경향이 있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겠지만.

5. 사고협착 - 한 가지에만 집중하는 것을 장기간 반복하면서 세상 보는 눈이 좁아진다. 그리고 훈련을 통과하면 그 이후로는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모드. 한 마디로 머리가 나빠지는 것이다. 물론 예외도 있다. 그러나, 애초에 지옥훈련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시점에서 이미 상당히 나빠졌을수도 있다.

6. 위험성 - 지옥훈련은 극한까지 가보는 훈련이므로 몸에 무리가 가기 쉽다. 자칫하다 몸을 망가뜨리는 경우가 간혹 있으며, 만약 훈련 도중에 사상자(死傷者)라도 생기면 코치는 수갑차게 된다. 양쪽 모두에게 리스크가 걸려 있는 셈. 게다가 코치가 폭주할 경우엔 훈련이 아닌 단순한 린치가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또한, 코치는 신적인 권위를 부여받고 있으므로 만약 피훈련자에 여성이 있을 경우 다른 의미의 불상사도 발생하기 쉽다.

결론적으로 많은 한국인들이 아직도 "지옥훈련"이라는 단어에 로망을 느끼고 있지만, 정말로 강한 자는 스스로 하는 자이며, 평소에 하는 자이며, 즐거워서 하는 자이다. 덧붙여서 다른 사람을 배려해준다면 더 좋을 것이다.

4. 실제 사례

4.1. 야구

4.2. 축구

5. 각종 매체에서 등장하는 지옥훈련



[1] 허영만은 그의 중기 걸작 <링의 골칫덩이들>에서 이것을 패러디했다. 주인공이 패배하고서 지옥훈련을 떠났는데, 막상 무인도에 도착하니 그 섬에는 여태까지 자기가 쓰러뜨린 라이벌들이 모두 모여 있다. 전부 지옥훈련하려고 하다가 우연히 같은 무인도에 모여버린 것이다.[2] 시간적 여유가 있는 여름방학 기간 동안 체력과 근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가을에 유지를 시켜야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후 실기 훈련에 모든 포커스를 맞출 수 있기 때문.[3] 당연하지만 지옥훈련을 한다고 타율(打率)이 올라간다는 뜻은 아니고 자율(自律)과 대비되는 뜻인 타율(他律)을 말한다.[4] 김일권전설의 타이거즈에서 술회하기로 해태 타이거즈에서 태평양으로 이적하면서 김성근 감독의 외야 펑고를 받으면서 똥물까지 게워냈다고 밝혔다. 얼마나 김성근의 훈련이 힘들고 미웠는지 펑고를 받을 때 "쳐라!이 XX야!"라고 소리를 지르면 김성근은 "알았다. XX야!"라고 맞받아치며 펑고를 쳤다.[5] 특히 SK 와이번스에서 우승 3회, 준우승 1회를 달성하면서 감독 커리어에는 최절정기에 올랐으나 이 여파로 그를 추종하는 세력들이 생겨났고 고강도 훈련을 고평가하는 풍조도 생겨났다.[6] 과거 OB 베어스쌍방울 레이더스에서 함께 뛰었던 박노준도 김성근과의 훈련을 회상하며 "서서 밥을 먹다가 훈련장에 여러번 불려갔다"는 이야기를 한 것을 보면 옛날부터 이런 방식을 고수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양 원더스 시절에는 야구와 거리를 두고 살던 이들의 군살을 빼게 해준다는 목적으로 진짜 삼각김밥 한두 개와 우동 한그릇만 주고 소위 말하는 지옥의 펑고를 받게 했다. 문제는 한화 감독 부임 후에도 이 방법을 똑같이 동원했다는 것이다. 김태균, 정근우, 김회성, 추승우, 하주석, 주현상, 강경학 등 야수들에게 마무리 훈련이나 스프링 캠프에서 손수 펑고를 쳤으며 만약 게임에서 실책을 저지른 선수에게는 경기 후에도 직접 펑고를 쳤다. 프로야구선수들을 꼴찌팀의 선수라는 이유로 독립 야구단 선수들처럼 다뤘다는 것은 김성근 스스로 논란을 키운 셈이라고 볼 수 있다.[7] 이때 친분을 맺은게 당시 제1공수특전여단이었던 전두환(...)[8] 실제로 그의 지도 방식에는 폭력이 빠지지 않았다. 그의 지도와 어긋나는 플레이를 한 선수들에게는 거친 욕설을 내지르며 가차없이 뺨을 때리거나 주먹을 휘두르기도 하고 '빠따'라는 멸칭 그대로 야구 방망이나 각목으로 선수를 구타한 적도 있다. 그것도 그라운드 위에서(...) 더구나 그가 프로팀 감독 생활을 불명예스럽게 마친 이유도 선수 구타 사건 때문이다.[9] 2022년 카타르 월드컵까지 역대 월드컵 4강 이상 성적을 낸 팀들 중 유럽과 남미 국가 소속이 아닌 팀은 1930년의 미국 축구 국가대표팀, 2002년의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2022년의 모로코 축구 국가대표팀 뿐이다.[10] 천국 훈련을 하기 위해 한달동안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호텔에 투숙하면서 호텔 헬스 클럽을 이용해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몸을 만들었고 휴식 시간에는 선수들이 다 누구보다도 편하게 쉬었다.[11] 이전에는 헝그리 베스트 파이브가 망했다는 식으로 말했지만 사실 상당히 선방한 만화였고 천국훈련의 내용도 작중 제대로 설명되어 있다. 사실 당시에는 대여용이 아닌 판매용으로 20권이나 출간한 만화 자체가 많지도 않았거니와 슬램덩크의 표절이라는 말도 있지만 비슷한 구석보다는 다른 부분이 훨씬 많다.(정확히는 슬램덩크 이후에 나온 농구만화라는 점에서 슬램덩크의 아류긴 했지만 표절은 결코 아니다.) 무엇보다 예나 지금이나 농구 자체의 인기는 한국이 일본보다 더 많고 슬램덩크는 고교 농구의 탈을 썼지만 사실상 NBA를 베낀데 비해 헝그리 베스트 파이브의 배경은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우리나라 대학 농구다. 다만 헝그리 베스트 파이브를 만화영화로 만든 극장판은 확실하게 망했다. 뭐 20권이나 되는 내용을 극장판 만화영화 한 편에 다 우겨넣으려고 했으니 성공했다면 그게 이상했을 일이다.[12] 하지만 애시당초 식사 등 처우가 하락한다든가 멋대로 귀가한다고 국대에 뽑지 않는 자체가 폭력이다. 두들겨 패지 않는다고 폭력이 아닌 건 아니기 때문. 그리고 무엇보다 글러먹었다는 게 문제. 자율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면 당연히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