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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 ABCD包囲網 |
1. 개요
ABCD Encirclement |
일본 제국은 자신이 연속적인 침략 전쟁을 일으키고 국제 연맹을 이탈하는 도발로 제재를 받는 것이 아니라, 서구 선발 제국주의 국가들이 식민지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일본을 포위하여 고립시키려 한다고 주장했다. 또 더 나아가 이를 백인 권력에 저항하는 아시아인이라는 인종적 구도로 묘사하여, 대동아공영권 구상과도 연관시켰다.
2. 상세
1929년 세계 대공황의 여파에서 일본은 금 해금 정책의 실패로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되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많은 식민지와 이권을 갖고 있던 서구 열강들은 블록경제를 형성하였지만, 독일과 일본, 이탈리아 같은 국가는 이러한 상황에 대처할 카드가 없었다.당시 상황을 보자면 일본령 영토이던 조선은 자원이 별로 없었고, 대만도 사탕수수가 고작이었다. 절대적인 식민지의 양 자체도 서구에 비해 너무나 적었다. 거기다 일본의 식민 통치는 자원만을 조달하는 것이 목표인 서구와는 성격 자체가 달랐는데,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현지인을 동화시켜 일본 국민으로 써먹는데 중점을 뒀다는 것이다. 내선일체나 내대융합(내지와 대만의 융합) 등을 내세우면서 본토로 못을 막으려 했던 것도 다 그 연장선상이었다. 이렇다 보니 일본에 있어 피지배민은 일본인으로 동화시킬 대상이었으며, 그렇기에 현지인의 제국에 대한 지지도 어느정도는 뒷받침 되어야만 했다. 식민지에 인프라를 깔고 근대화를 시키는 대가로 조선에선 쌀을, 대만에선 사탕수수를 공수해 오던, 일본 시장 내에 이들을 통합시키는 식의 통치였다.[1]
이것이 소위 '선발제국주의와 후발제국주의 간의 대립'을 2차 대전의 원인으로 보는 주류 학설인데, 이는 유럽사에서는 상당한 비판을 받고 있으나 일본의 경우에 있어서는 정확한 설명이다. 일본은 결국 군부의 폭주와 수상 암살로 정당정치가 붕괴하였으며, 조선을 식민지로 만든 이들은 중국 대륙을 사실상의 병참 기지로 만들어 국가 위기를 극복하고자 했다. 일본은 군부의 뜻에 따라 만주사변과 중일전쟁을 벌이며 국제연맹을 탈퇴, 철저한 고립 노선으로 회귀하였다.
그러나 중일전쟁이 당초 계획 이상으로 장기화되면서, 일본은 중국에 대한 연합국들의 원조 루트인 남방을 차단하는 동시에 대규모의 천연자원을 확보하려는 계획을 세우게 된다. 최소 1939년부터 일본은 미국, 영국, 네덜란드가 이권을 쥐고 있는 동남아시아로의 무력 진출을 준비하고 있었다. 1940년 나치 독일의 공격으로 프랑스 본토가 함락되자 일본은 비시 프랑스를 협박하여 베트남에 일본군을 주둔시키는 방식으로 인도차이나에 진출하기 시작하였다. 비슷한 시기에 네덜란드도 나치에 항복하였고 일본은 독일의 동맹임을 이용해 네덜란드령 동인도를 압박하여 동남아시아로 가는 물자의 90퍼센트를 독점하고자 하였다. 영국의 경우에는 한때 동맹이었으나 이제는 국민들 사이에 반일 감정이 횡행한 데다 일본이 추축 삼국 동맹에 들어가 있어 사실상 독일과 같은 적국이었고, 미국은 추축 삼국 동맹의 창 끝이 어디를 향하는지 알고 있기에 일본의 팽창을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2]
이러한 배경 속에서 시행된 1939년 6월 여론 조사에서, 미국 시민의 7할이 "어째서 가상 적국인 일본에 전략 물자를 수출하느냐?" 고 반대하는 의견을 보였다. 결국 일본에 대한 석유 금수 조치와 철강 수출 제한 조치가 타결되었으며, 1941년 7월 26일부로 미국법을 적용받는 지역 내의 모든 일본 자산이 동결되었다. 이로 인해 일본은 전쟁을 지속하는 데 필요한 물자 보급에 치명타를 입는다. 이미 전선이 예상보다 넓어진 데다 기간도 훨씬 길어졌기 때문에, 1941년 9월에 열린 어전회의에서 영국과 미국과의 교섭을 진행하자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고 1941년 11월에 미국에게 타협안을 제시했다. 미국은 첫 번째 제안에서 일부러 무리한 요구를 제시하는데, 중국 대륙 철수와 삼국 동맹 조약 폐기, 중국의 유일한 합법 정부인 충칭 국민정부 이외의 정권을 승인하지 말라는 것 등이었다. 하지만 잘못 번역된 문서를 보고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한 일본 정부는 협상을 포기하고 진주만 공습을 준비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