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여왕(스코틀랜드)/생애

1. 개요2. 생애

2.1. 출생과 즉위2.2. 그리니치 조약과 거친 구혼2.3. 프랑스 왕국에서의 초년기2.4. 프랑스 왕비2.5. 스코틀랜드의 상황2.6. 스코틀랜드로의 귀환2.7. 존 녹스와의 갈등2.8. 타협 정책2.9. 메리의 결혼 대상 물색2.10. 단리 경과의 결혼 강행2.11. 단리 경과의 불화와 다비드 리치오 암살 사건2.12. 단리 경 암살 사건2.13. 보스웰 백작과의 결혼과 폐위2.14. 탈옥과 복위 시도2.15. 조사 위원회와 보석함 편지2.16. 노퍽 공작과의 결혼 계획과 잉글랜드 북부 반란2.17. 연이은 음모

2.17.1. 리돌피 음모2.17.2. 스록모턴 음모2.17.3. 패리 음모

2.18. 18년간의 유폐 생활2.19. 배빙턴 음모와 최후

3. 사후4. 관련 문서

1. 개요

스코틀랜드 왕국의 여왕 메리 여왕의 생애를 나열한 문서이다.

2. 생애

2.1. 출생과 즉위

1542년 12월 8일, 스코틀랜드 왕국 린리스고 궁전에서 스코틀랜드 국왕 제임스 5세와 마리 드 기즈 왕비의 외동딸로 출생했다. 그녀는 친할머니 마거릿 튜더를 통해 잉글랜드 국왕 헨리 7세의 증손녀였으며, 마거릿 튜더가 헨리 8세의 언니였기 때문에 헨리 8세의 조카딸이었다. 제임스 5세는 이전에 마리 드 기즈와의 사이에서 두 아들 로스시 공작 제임스와 올버니 공작 로버트를 낳았지만, 둘 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망했기에, 메리가 유일한 왕위 후계자였다.

메리가 태어났을 당시, 제임스 5세는 헨리 8세가 이끄는 잉글랜드와 전쟁을 치렀다. 그는 로크마벤에서 열병에 걸려 몸져누우면서, 제5대 맥스웰 경 로버트 맥스웰에게 군대를 맡겨 전쟁을 이끌게 했다. 그러나 솔웨이 모스 전투에서 아군이 잉글랜드군의 기습 공격을 받아 참패했다는 소식을 접하자, 낙담한 채 포클랜드 궁전으로 이동했고, 그곳에서 중병에 걸려 임종이 임박했다.[1] 스코틀랜드 종교 개혁가 존 녹스의 《스코틀랜드 종교개혁사》에 따르면, 제임스 5세는 마리 드 기즈가 12월 8일에 아들이 아니라 딸 메리를 낳았다는 소식을 접하자 깊은 절망에 빠져 이렇게 한탄했다고 한다.

"우리 왕조는 여아(女兒)[2]에서 시작되어 여아로 인해 끝나는구나."[3]
("It cam wi' a lass, and it will gang wi' a lass."[4])

그해 12월 14일, 제임스 5세는 향년 30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이리하여 메리는 생후 6일 만에 스코틀랜드 여왕이 되었다. 메리는 태어난 직후 린리스고 궁전 인근의 성 미카엘 교회에서 세례받았다. 그녀가 허약하다는 소문이 퍼졌지만, 스코틀랜드 주재 잉글랜드 대사 랄프 새들러는 1543년 3월 린리스고 궁전에서 유모인 진 싱클레어가 아기를 풀어주는 모습을 보고 본국에 이렇게 보고했다.

"제가 본 그 나이대의 아이 중에서 가장 건강하고 튼튼한 아이입니다."

이후 반포된 제임스 5세의 유언장에서, 메리 다음의 왕위 계승권자인 제2대 아란 백작 제임스 해밀턴, 세인트앤드루스 대주교이자 스코틀랜드 추기경 데이비드 비튼, 제4대 헌틀리 백작 조지 고든, 모레이 백작 제임스 스튜어트, 그리고 아치볼드 캠벨이 섭정 의회의 위원으로 지명되었으며, 비튼 추기경은 왕국의 총독이자 메리 여왕의 보호자로 지명되었다. 이후 아란 백작이 호국경을 맡았고, 데이비드 비튼은 스코틀랜드 재상을 맡았다.

스코틀랜드 의회는 프랑스 여성인 마리 드 기즈가 여왕의 어머니라는 이유로 국정을 주도하는 걸 달갑지 않게 여겼기에, 마리 왕대비가 아닌 아란 백작을 섭정으로 지명했다. 이후 마리는 1543년 7월 어린 딸과 함께 스털링 성으로 이주해서 잠자코 지냈다.

2.2. 그리니치 조약과 거친 구혼

1543년 7월 1일,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대표단은 그리니치에서 평화 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르면, 양국은 헨리 8세와 메리 여왕 생전, 그리고 두 사람이 사망한 후 1년간 평화를 유지하며, 메리 여왕은 헨리 8세의 아들 에드워드 6세와 결혼하며, 두 사람의 자녀가 두 나라를 통치할 권리를 누리게 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스코틀랜드와 프랑스 간의 '올드 동맹'을 깨서 스코틀랜드가 프랑스와 힘을 합쳐 잉글랜드를 위협하는 일을 방지하고, 장차 스코틀랜드를 잉글랜드에 통합하려는 헨리 8세의 의중이 담겨 있었다.

유아 여왕을 대신해 스코틀랜드 섭정을 맡은 제2대 아란 백작 제임스 해밀턴의 지도 아래, 스코틀랜드 의회는 그리니치 조약을 조건부로 수락했다. 그러나 프랑스와의 동맹을 중요하게 여기고, 헨리 8세의 잉글랜드 국교회 강요 정책에 반감을 품고 가톨릭 신앙을 고수하고자 하는 스코틀랜드 내 내부 파벌의 반발이 강했기에, 에드워드 6세와 메리 여왕의 결혼은 쉽사리 성립되지 않았다. 20년 후, 잉글랜드 외교관 랄프 새들러는 당시 스코틀랜드 서기관 아담 오터번이 자신에게 했던 말을 엘리자베스 1세에게 보고했다.

우리 국민은 이 결혼을 원하지 않습니다. 설령 총독과 몇몇 귀족들이 그렇게 결정했다고 하더라도, 그들 중 진정으로 그것을 원하는 사람은 거의 없거나 전혀 없다는 것을 저는 압니다. 그리고 우리 평민들은 그것을 전혀 좋아하지 않습니다. 제가 이 질문을 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만약 당신 나라의 아들이 소녀이고, 우리나라의 딸이 소년이라면, 당신은 이 문제를 지금처럼 진지하게 추진하실 겁니까? (중략) 저는 우리 국민이 잉글랜드 사람이 스코틀랜드 왕이 되는 것을 절대 허용하지 않을 거라고 장담합니다. 그렇게 되면 왕국의 모든 귀족이 함께 뭉칠 것이고, 심지어 평민들, 그리고 거리의 돌멩이들까지도 일어나 그것에 맞서 반란을 일으킬 것입니다.

1543년 7월, 친프랑스 성향의 스코틀랜드 추기경 데이비드 비튼은 린리스고에서 여러 스코틀랜드 귀족 및 지주들과 함께 '비밀 결속(Secret Bond)'을 맺었다. 이 문서에 서명한 이들은 메리 여왕과 헨리 8세의 아들 간의 결혼에 끝까지 저항하며, 스코틀랜드를 그릇된 길로 인도하는 섭정의 전횡에 맞서겠다고 맹세했다. 이후 그들이 군대를 일으켜 아란 백작에 도전하자, 아란 백작은 7월 25일 에든버러와 린리스고 사이의 들판에서 반란을 일으킨 귀족들과 만난 뒤 악수와 우호적인 포옹을 통해 화해했다. 그 후 그들은 커클리스턴에서 우호 협정을 체결했고, 아란 백작은 친잉글랜드 정책과 종교 개혁을 포기하고 메리 여왕과 에드워드 왕자의 결혼을 무효로 처리하기로 했다.

1543년 9월 9일, 메리 여왕이 스털링성에서 공식적으로 스코틀랜드 여왕으로서 대관식을 치렀다. 그녀는 자기 키에 맞게 특별히 맞춤 제작된 왕실 예복을 입었지만, 그 외에는 원래 예복과 거의 동일했다. 대관식 석 달 후인 12월 15일, 스코틀랜드 의회는 그리니치 조약을 거부하기로 결의했다. 이에 헨리 8세는 일방적으로 조약을 파기한 것을 응징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스코틀랜드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 전쟁은 후대에 거친 구혼으로 일컬어졌다.

1544년 5월, 하트퍼드 백작 에드워드 시모어가 이끄는 잉글랜드 보병 12,000명, 기병 4,000명이 수송선 200척을 타고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 인근 리스 항에 상륙했다. 그들은 에든버러를 공격해 방화와 파괴를 자행했고, 메리는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스털링 성으로 피신했다. 잉글랜드군이 물러난 후, 1544년 5월 29일 스털링 성에서 열린 스코틀랜드 의회는 잉글랜드군의 침략을 막아내지 못한 아란 백작의 섭정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고, 마리 드 기즈를 섭정으로 받들기로 했다. 그녀는 스털링 성에서 자신의 휘장이 새겨진 동전을 주조했다. 하지만 그해 11월 재차 열린 의회에서 아란 백작 지지 세력의 강한 반발에 직면하자, 아란 백작이 섭정을 다시 맡는 걸 받아들여야 했다.

이후 잉글랜드군은 스코틀랜드를 굴복시키기 위해 여러 차례 습격전을 감행해 약탈과 파괴를 자행했지만, 스코틀랜드인들은 1545년 2월 27일 앤크럼 무어 전투에서 습격대를 궤멸시키는 등 끈질기게 저항했다. 여기에 프랑스 국왕 프랑수아 1세가 스코틀랜드가 잉글랜드에 계속 항전할 수 있게 해주기 위해 원군을 보내주자, 잉글랜드군은 더 이상의 공세를 중단했다. 1546년 6월 6일, 잉글랜드와 프랑스는 아드레 조약을 체결해 1542년에서 1546년까지 이어진 이탈리아 전쟁을 종식하기로 했다. 이때 스코틀랜드 역시 잉글랜드와 18개월간 휴전하기로 합의했다.

1547년 1월 27일, 헨리 8세가 사망했다. 그는 죽기 전에 아들 에드워드와 메리 여왕 사이의 결혼을 어떻게든 추진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 후 왕위에 오른 에드워드 6세를 대신해 나라를 이끌 호국경으로 발탁된 서머셋 공작 에드워드 시모어는 선왕의 유지를 달성함으로써 정치적 입지를 확고히 다지기로 마음먹고, 대규모 원정군을 구축했다. 1547년 9월 10일, 서머셋 공작은 핑키 전투에서 16,800명의 병력으로 스코틀랜드군 23,000~36,000명을 상대로 대승을 거뒀다. 이후 에든버러 인근으로 진군해 스코틀랜드 정부를 압박했지만, 스코틀랜드 정부가 타협을 거부하고 에든버러에서 끝까지 농성하기로 하자, 에든버러 성을 공략할 중포를 가져오지 않았기에 일주일 만에 철수하기로 했다. 그 대신 스코틀랜드의 여러 요새에 수비대를 배치했고, 로우랜드와 국경 지대의 상당 부분을 접수했다.

이렇듯 잉글랜드군의 공세가 갈수록 매서워지자, 마리 드 기즈는 딸을 멘티스 호수 중앙에 있는 세 개의 섬 중 가장 큰 섬인 인치마홈에 있는 인치마홈 수도원에 숨겼다가 1548년 2월 덤버턴 성으로 보냈다. 그러면서 프랑스에 구원을 요청했다. 프랑스 국왕 앙리 2세는 이제 3살된 자기 아들 도팽 프랑수아와 메리 여왕을 결혼시켜서 프랑스와 스코틀랜드를 통합한다면, 대대적인 프랑스군을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 스코틀랜드의 섭정인 아란 백작 제임스 해밀턴도 프랑스 공작령을 약속받고 이 결혼에 동의했다. 1548년 6월, 프랑스군이 리스에 도착한 뒤 7월부터 9월 19일까지 스코틀랜드군과 연합해 해딩턴 공방전을 치렀다. 프랑스-스코틀랜드 연합군은 무력으로 공략에 실패했지만, 잉글랜드군이 해딩턴을 더 이상 지키는 건 불가능하다고 여기고 자진 철수한 덕분에 해딩턴을 접수할 수 있었다.

2.3. 프랑스 왕국에서의 초년기

프랑수아 클루에 작, 13세의 메리 스튜어트.

1548년 7월 7일, 해딩턴 마을 인근의 수도원에서 열린 스코틀랜드 의회는 메리 여왕과 도팽 프랑수아의 결혼 조약에 동의하면서, 당시 다섯 살이었던 메리를 프랑스로 보내기로 했다. 니콜라 드 빌가뇽이 지휘하는 프랑스 함대는 1548년 8월 7일 덤버턴에서 메리와 함께 출항하여 일주일 또는 그 이상의 시일이 소요된 후에 브르타뉴의 로스코프 또는 생폴드레옹에 상륙했다. 메리는 사생아 이복형제 2명과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고귀한 가문인 비튼, 세튼, 플래밍, 리빙스턴 가문의 여식들로 구성된 또래 소녀들인 "4명의 메리"를 포함한 궁정과 동행했으며, 메리 플레밍의 어머니이자 제임스 5세의 이복자매인 자넷 플레밍이 가정교사로 임명되었다. 1551년 플래밍 부인이 프랑스를 떠난 뒤, 프랑스 가정교사 프랑수아즈 드 파로이가 뒤이어 메리 여왕의 가정 교사를 맡았다.

당대 기록에 따르면, 메리는 어린 시절 무척 활기차고 아름다우며 총명했다. 그녀는 미래의 남편이 될 도팽 프랑수아와 마치 오랫동안 친구였던 것처럼 금세 친해졌다. 여기에 앙리 2세의 맏딸인 엘리자베트 공주와도 떼려야 뗄 수 없는 친구 사이가 되었다. 로렌 추기경 샤를 드 로렌은 메리 여왕의 어머니 마리 드 기즈에게 서신을 보내 앙리 2세가 메리와 대화를 나눌 때마다 25세의 원숙한 여인과 대화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며 메리와 얘기 나누기를 즐긴다고 전했다.

메리는 스코틀랜드어, 라틴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그리고 아마도 그리스어를 익혔다. 그녀는 처음엔 프랑스어를 배우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몇 년이 지나면서 향상되었고, 나중엔 프랑스어를 모국어로 평생 여겼다. 그녀가 특히 좋아하는 과목은 지리였다고 하며, 그녀를 가르치는 선생들은 메리가 지식을 빨리 흡수하고 매우 똑똑하다며 그녀를 가르치는 데 보람을 느꼈다. 또한 그녀는 2가지 악기를 배웠고, 승마, 매사냥, 바느질도 익혔다. 그녀는 이 기간에 자기 성씨인 스튜어트의 영어식 철자 'Stewart'를 프랑스어 철자인 'Stuart'로 변경했다.

메리는 여가 시간에 4명의 시녀 메리, 그리고 엘리자베트 공주와 함께 야외 활동을 즐겼다. 그들은 성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바느질, 자수, 프랑스 잼 만들기를 즐겼다. 또한 그녀는 춤추는 걸 무척 좋아했는데, 목격자들은 그녀의 춤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다고 밝혔다. 또한 도팽 프랑수아와 카드, 체스, 백개먼을 두는 것도 즐겼다. 그녀는 웬만한 동물을 좋아했지만, 가장 좋아하는 건 개, 특히 테리어와 코커 스파니엘이었다. 그녀는 개들을 정원이나 침실에서 자유롭게 뛰어놀게 했다. 두 번째로 좋아하는 동물은 조랑말이었다. 15살 때, 그녀는 어머니에게 프랑수아의 형제들에게 선물하고 싶다며 스코틀랜드의 대표적인 조랑말인 해크니 몇 마리를 보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2.4. 프랑스 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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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8년경 프랑수아 2세와 메리 여왕의 미니어처.

1558년 4월 24일, 메리 여왕은 자신보다 한 살 어린 도팽 프랑수아와 정식으로 결혼했다. 결혼식은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열렸다. 그녀는 수많은 다이아몬드와 다른 보석으로 장식된 흰색 웨딩드레스를 입었다. 결혼식 축하 행사는 며칠 동안 지속되었다. 노트르담에서 예식이 끝난 후, 축하 행사는 먼저 루브르궁에서 열렸고, 그다음에는 오텔 데 투르네에서 열렸다. 결혼식을 치른 후, 그녀는 어머니 마리 드 기즈에게 결혼이 확정된 것에 대한 소감을 아래와 같이 밝혔다.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제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성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1558년 11월, 잉글랜드 여왕 메리 1세가 유일하게 살아남은 형제자매인 엘리자베스 1세에게 왕위를 물려줬다. 1543년 잉글랜드 의회에서 통과된 제3차 왕위 계승법에 따라 엘리자베스는 언니의 상속인으로 인정되었고, 헨리 8세의 유언장은 스튜어트 가문이 잉글랜드 왕위를 계승하는 것을 배제했다. 그러나 많은 가톨릭 신자들은 엘리자베스의 어머니 앤 불린과 헨리 8세의 결혼은 교황청의 승인을 받지 않았으므로 엘리자베스를 사생아라고 여겼고, 할머니 마거릿 튜더를 통해 헨리 7세의 합법적인 후손인 메리가 잉글랜드의 여왕이 되어야 한다고 여겼다. 프랑스 국왕 앙리 2세는 장남과 며느리를 잉글랜드의 왕이자 여왕으로 선포했으며, 잉글랜드 왕실 문장을 프랑수아와 메리의 문장과 함께 분할 배치했다. 이후 메리 여왕은 평생 잉글랜드 왕위를 놓고 엘리자베스 1세와 치열한 정쟁을 치르게 된다.

1559년, 시아버지 앙리 2세가 마상창시합 도중 사고를 당한 뒤 며칠 후 사망하자 메리의 남편인 프랑수아 2세가 즉위했다. 이로써 메리는 프랑스의 왕비가 되었다. 그러나 당시 15살이었던 프랑수아 2세는 허약했고 프랑스 국정은 메리의 외가이며 이미 프랑스 정계와 군계에서 막강한 권세를 누리고 있던 기즈 가문의 손에 넘어갔다. 1560년 여름 메리가 임신했다는 소문이 돌았고 이에 메리도 6주 동안 임신했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해 9월 메리의 임신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다. 그래도 메리의 친척들은 17살인 메리와 그녀보다 한 살 어린 프랑수아 2세는 아직 젊으니 아이를 가질 시간이 충분하다며 가볍게 넘어갔다.

<순백색 애도복을 입은 메리 여왕>. 프랑수아 클루에 작, 1560년.

그러나 두 부부는 아기를 가질 시간이 없었다. 그해 11월 어느 날, 젊은 왕 프랑수아 2세가 사냥에서 돌아온 뒤 현기증과 귀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난다고 호소했다. 그는 다음 일요일에 교회에 갔다가 그곳에서 기절했다. 그 후 머리에 극심한 통증과 고통스러운 발작을 겪었고, 몇 시간 동안 말하거나 움직일 수 없었다. 메리는 남편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고 간호했지만, 프랑수아 2세는 1560년 12월 5일에 겨우 16살의 나이로 사망했다. 메리는 남편이자 절친한 친구 같은 사이였던 그의 죽음에 몹시 애통해했다. 그녀는 자발적으로 모든 보석을 포기했고, 왕궁을 떠나 사적인 방으로 들어가 40일간 남편의 죽음을 애도했다. 처음 15일 동안에는 삼촌과 가까운 친구들을 제외하고 모든 방문객을 거절했고 재혼 제안을 여러 차례 받았지만 모두 거절했다.

2.5. 스코틀랜드의 상황

메리 여왕이 프랑수아 2세와 결혼 생활을 누리고 있을 무렵, 그녀의 조국인 스코틀랜드의 상황은 지극히 혼란스러웠다. 당시 메리를 대신하여 스코틀랜드를 이끌던 어머니 마리 드 기즈는 온건한 태도를 시종일관 견지했다. 친정 집안인 기즈 가문이 독실한 가톨릭 신도로서 개신교 신자들을 탄압하는 데 앞장섰던 것과는 달리, 그녀는 왕국에 분란이 생길 것을 우려해 개신교도들과 가능한 한 척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또한 그녀는 1553년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메리 1세가 잉글랜드 여왕이 된 뒤 개신교 신자들이 탄압을 피해 해외로 망명하는 상황을 이용하기로 마음먹고, 자국으로 망명한 개신교도들을 포용했다.

마리 드 기즈는 친프랑스 성향 인사, 가톨릭 신자 등 기존의 지지 세력 외에도 도시 주민, 친잉글랜드 성향이지만 온건파인 인사들, 개신교도에게도 다양한 특권을 부여하고 연금을 분배했다. 제4대 아가일 백작 아치볼드 캠벨, 론 경 아치볼드 캠벨, 제4대 모튼 백작 제임스 더글러스 등이 그녀의 양해를 받고 개신교로 개종했으며, 개신교 설교자들은 포교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개신교 유화 정책은 프랑스의 지배력이 스코틀랜드 내에서 점점 강화되면서 위축되었다. 프랑스군은 스코틀랜드 요새에 주둔했고, 프랑스 고문들은 왕실 행정의 요직을 차지했다. 이들은 마리에게 개신교도들을 너무 온건하게 대하지 말라고 압박했다. 여기에 스코틀랜드의 재정 체계는 끊임없이 증가하는 국가 기관의 요구를 충족할 수 없었고, 세금을 부과하려는 시도는 사회 각계각층의 강력한 저항을 불러일으켰으며, 잉글랜드와의 전쟁을 대비하기 위한 신병 모집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마리는 프랑스의 보조금과 물질적 지원에 점점 더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그 대가로 프랑스에 상당한 양보를 해야 했다. 이에 세간에서는 이러다가 스코틀랜드가 프랑스에 흡수당하고 개신교가 억압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확산했다.

1558년 메리 여왕과 도팽 프랑수아의 결혼이 발표되자, 이에 동요한 스코틀랜드 내 개신교도들은 해외로 망명한 스코틀랜드 종교 개혁가들과 주기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기회를 노렸다. 여기에 1558년 말 잉글랜드 여왕으로 등극한 엘리자베스 1세는 자신을 헨리 8세의 사생아로 간주하며 잉글랜드 왕위 계승권을 주장한 메리 여왕에 대응하기 위해 스코틀랜드 내 개신교도들을 부추겨서 분란을 일으키도록 유도했고, 이에 따라 왕국의 분위기는 갈수록 험악해졌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마리 왕대비는 1559년 3월 스코틀랜드 교회 공의회를 소집하여 가톨릭과 개신교 신자 모두 받아들일 만한 교회 제도를 도입하도록 했다. 아란 백작 제임스 해밀턴이 주도한 <교리문답>이 스코틀랜드 교회 예배에 도입되었는데, 이 제도는 루터교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지만 교황의 권위를 인정했다. 그러나 가톨릭 진영과 개신교 진영 모두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가톨릭과 개신교의 타협을 끌어내려는 마리 왕대비의 시도는 무산되었다.

1559년 초, 열렬한 개신교 설교자이자 가톨릭교회를 스코틀랜드에서 타도하길 강하게 희망했고, 여자가 나라를 통치하는 것을 확고하게 반대했던 존 녹스가 스코틀랜드에 도착했다. 그의 공격적인 설교에 자극받은 개신교도들은 5월 11일 퍼스에서 반란을 일으켰다. 반란군은 가톨릭 성지를 파괴하고 수도원과 대수도원을 약탈했다. 뒤이어 제4대 아가일 백작 아치볼드 캠벨을 비롯한 여러 개신교 귀족이 가세하면서 반란군 규모가 급격히 늘어났다. 개신교 군대는 남쪽으로 진군해 에든버러를 접수했고, 스코틀랜드 중부 상당수가 반란군 편을 들었다. 마리 드 기즈는 던바 성로 후퇴한 뒤 프랑스 지원군 2,000명과 합세해 반격을 가했고, 개신교 반란군은 에든버러에서 축출될 위기에 몰렸다. 이에 반란군 지도자인 아가일 백작, 제5대 글렌케언 공작 알렉산더 커닝햄, 초대 모레이 백작 제임스 스튜어트는 마리 드 기즈 측 협상자로 나선 아란 백작 제임스 해밀턴과 제4대 헌틀리 백작 조지 고든과 접견해 리스에서 협상한 끝에 7월 24일 리스 휴전 협정을 맺었다. 협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영주들은 마리 드 기즈 왕대비의 뜻에 따라 에든버러를 떠난다.
2. 영주들은 조폐국에서 압수한 주화를 로버트 리처드슨에게 반환하고, 홀리루드 궁전을 '관리인'(제임스 발푸어)에게 넘기고, 루스벤 경과 피타로의 존 위샤트를 인질로 남겨둔다.
3. 의회는 종교 문제를 제외하고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스코틀랜드의 여왕 메리, 프랑스 국왕 프랑수아 2세, 섭정 왕대비 마리 드 기즈, 그리고 법률에 모든 복종을 바친다.
4. 의회는 성직자나 그들의 재산, 그리고 임명을 침해하지 않는다.
5. 군주는 교회나 수도원에 대해 어떠한 무력도 행사하지 않는다.
6. 에든버러는 자체 종교 형태를 선택하고 사용해야 하며, 주민들은 1월 10일까지 양심에 따라 믿을 종교를 선택한다.
7. 섭정 왕대비는 개신교 설교자들과 그들의 소유물을 해쳐서는 안 된다. 각자는 자신의 양심에 따라 사생활을 유지해야 한다.

리스 협정 체결 후 반란 귀족들은 에든버러에서 스털링으로 물러났지만, 다수의 프랑스군이 마리 드 기즈를 지원하기 위해 도착하자, 이것이 에든버러에 군대를 주둔시키는 것을 금지한 리스 협정 조항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리스 협정의 프랑스어 사본에는 이 특정 항목이 없었다. 마리는 자신이 휴전을 위반하지 않았으며, 반란 귀족들이 없는 조항을 지어낸 거라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아란 백작 제임스 해밀턴은 처음에는 개신교 반란군과 스코틀랜드 정부 사이의 중재자 역할을 맡았지만, 곧 개신교 진영으로 기울였다.

개신교 영주들은 아란 백작의 장남인 제임스 해밀턴과 잉글랜드 여왕 엘리자베스 1세를 결혼시키고, 잉글랜드의 지원을 확실히 받아내려 했다. 이 결합은 해밀턴 가문이 스코틀랜드 왕위를 차지할 가능성을 크게 높여줄 것이기에, 아란 백작의 관심을 끌었다. 1559년 9월 19일, 아란 백작은 개신교로 개종하겠다고 선언했다. 그 후 친잉글랜드 성향 귀족들은 마리 드 기즈가 프랑스군을 불러들임으로써 리스 조약을 위반했다고 간주하고, 1559년 10월 초 의회를 소집한 뒤 아란 백작을 섭정으로 내세웠다. 그 후 반란 귀족들로부터 프랑스군을 스코틀랜드에서 몰아내는 걸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은 엘리자베스 1세는 제4대 노퍽 공작 토머스 하워드를 원정대 사령관으로 세우고 스코틀랜드에 원정군을 파견하기로 했다.

1560년 2월 27일, 제4대 노퍽 공작 토머스 하워드와 스코틀랜드 반군 귀족 간의 협약이 스코틀랜드-잉글랜드 국경 요충지인 베릭에서 체결되었다. 조약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엘리자베스 1세는 프랑스가 스코틀랜드를 정복할 의도가 있다고 간주하고, 스코틀랜드 귀족들을 보호해 주겠다고 약속한다.
2. 엘리자베스 1세는 최대한 빨리 군대를 파견해 스코틀랜드 귀족들을 돕는다.
3. 잉글랜드군이 점령한 요새는 스코틀랜드군에 의해 파괴되거나 아란 백작 제임스 해밀턴에게 넘긴다.
4. 스코틀랜드인들은 잉글랜드군을 돕는다.
5. 잉글랜드의 모든 적은 곧 스코틀랜드의 적이다.
6. 메리 여왕의 결혼으로 인한 프랑스와 스코틀랜드의 연합은 인정되지 않는다.
7. 스코틀랜드는 프랑스가 잉글랜드를 침공할 때 잉글랜드를 돕는다.
8. 제5대 아가일 백작 아치볼드 캠벨은 잉글랜드가 아일랜드 북부를 통치하는 데 도움을 준다.
9. 스코틀랜드인은 조약의 완수를 보장하기 위해 잉글랜드 정부에 인질을 보낸다.
10. 인질이 보내진 후 노퍽 공작과 아란 백작의 서명하에 조약이 확정되며, 메리 여왕은 조약의 이행을 보증할 때까지 통치를 행사하지 못한다.

이렇게 베릭 조약이 체결된 후, 제13대 윌튼의 그레이 남작 윌리엄 그레이가 이끄는 잉글랜드군 6,000명이 베릭에서 출진하여 4월 초 스코틀랜드에 이르렀다. 스코틀랜드에 주둔한 프랑스군 2,300명과 스코틀랜드 내 카톨릭 인사들은 이에 대응해 리스로 후퇴해 그곳에서 농성했고, 마리 드 기즈는 에든버러 성에 틀어박혀 버텼다. 그 후 잉글랜드군과 개신교 반란군은 리스에서 프랑스군을 포위했으며, 마리는 에든버러 시가지를 접수한 반란군에게 고립되었다. 하지만 마리는 이런 상황에서도 꿋꿋이 항전을 이어갔고, 잉글랜드군은 리스 공방전을 치렀지만, 강력한 방어력을 갖춘 리스 요새를 끝내 공략하지 못하고 막대한 손실을 보았다. 하지만 프랑스군 역시 보급이 끊겨서 기아에 시달렸고, 프랑스 왕국은 위그노 전쟁에 휘말리면서 스코틀랜드에 원군을 보내줄 여력이 없었다.

그러던 1560년 6월 11일, 마리 드 기즈 왕대비가 병사했다. 이 소식을 접한 리스의 프랑스군은 전의를 상실했다. 이후 잉글랜드군과 프랑스군 간의 협상이 이어진 끝에, 7월 7일 잉글랜드 여왕 엘리자베스 1세와 프랑스의 왕비이자 스코틀랜드 여왕 메리, 프랑스 국왕 프랑수아 2세의 이름으로 에든버러 조약이 체결되면서 전쟁이 종식되었다. 에든버러 조약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프랑스와 잉글랜드는 모든 육·해군 병력을 스코틀랜드에서 철수한다.
2. 메리 여왕과 프랑수아 2세는 문장에 잉글랜드와 아일랜드의 문장과 기호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3. 메리 여왕과 프랑수아 2세는 스코틀랜드 귀족과 국민이 제시한 요구사항을 이행한다.

그 후 프랑스와 잉글랜드 군대가 스코틀랜드에서 철수했고, 프랑스인들이 조국으로 대거 돌아갔다. 이리하여 265년간 이어지던 스코틀랜드와 프랑스의 '올드 동맹'이 사실상 해체되었고, 스코틀랜드 의회는 개신교 진흥을 국가 정책으로 삼을 것임을 표명했다.

2.6. 스코틀랜드로의 귀환

프랑수아 2세의 사후 그의 10살된 동생 샤를 9세가 차기 프랑스 국왕이 되었고 프랑수아 2세와 샤를 9세의 모후이자 메리 여왕의 시어머니인 카트린 드 메디시스가 섭정을 맡게 되었다. 후대의 전승에 따르면 카트린은 초기엔 똑똑하고 예쁜 맏며느리를 매우 총애해서 자신이 시집올 때 예물로 가져왔던 당대에 가장 비싼 진주를 선물로 주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메리는 벼락출세한 메디치 가문 출신인 카트린을 시종일관 무시했으며 급기야 여러 사람 앞에서 카트린을

"피렌체 출신의 장사꾼"[5]

이라고 지칭해 카트린의 눈 밖에 났고 결국 프랑수아 2세가 죽은 뒤 카트린의 성화에 못 이겨 스코틀랜드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당대 기록에는 메리가 정말로 그런 발언을 했고 카트린이 이 때문에 메리를 미워했다는 걸 암시하는 내용은 없다. 카트린은 남편 앙리 2세가 메리를 자기 자식들과 함께 교육받고 궁궐에서 함께 살게 하는 것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그녀에게 갖가지 보석을 선물로 주며 특별히 총애하는 모습을 보였고 장남 프랑수아 2세의 죽음에 진심으로 애통해하는 며느리를 위로하기도 했다.

다만 카트린이 프랑수아 2세의 사후 메리를 스코틀랜드로 빨리 돌려보내고 싶어 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메리를 미워해서라기보다는 그녀의 외가인 기즈 가문이 메리를 그녀의 시동생인 샤를 9세와 재혼시키고 자신을 또 다시 권력에서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걸 매우 경계했기 때문이다. 당시 카트린은 아들 샤를 9세의 섭정을 맡기 위해 앙투안 드 부르봉을 반역 혐의로 고발했다가 앙투안으로부터 충성 서약을 받아내고 취소하는 등, 교묘한 책략을 구사하고 있었는데 메리가 샤를 9세와 재혼하면 다시 한번 왕비의 외척이 된 기즈 가문이 발루아 왕조를 더욱 압박하여 자신의 섭정권을 따내는 게 곤란해질 것이 자명했다.

여기에 스코틀랜드 내 일부 개신교 영주들이 메리 여왕을 배제하고 샤텔로 공작 제임스 해밀턴의 장남인 제임스 해밀턴을 엘리자베스 1세와 결혼시킨 뒤 스코틀랜드 국왕으로 내세우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비록 엘리자베스 1세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쉽사리 허락하지 않았고, 윌리엄 메이틀랜드 등 스코틀랜드의 상당수 거물이 해밀턴 가문이 왕위를 쟁취해 지나치게 강해지는 걸 원하지 않으면서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메리가 이대로 프랑스에 계속 남아 있는다면 스코틀랜드가 잉글랜드의 손아귀에 영영 넘어갈 수도 있었다.

1561년 6월 10일, 스코틀랜드의 거물이자 메리 여왕의 이복오빠인 초대 모레이 백작 제임스 스튜어트는 윌리엄 메이틀랜드의 조언에 따라 메리에게 스코틀랜드로 조속히 돌아오라고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여기에 메이틀랜드는 여왕에게 조언과 지원을 약속하는 개인적인 서한을 보냈다. 메리는 유년기를 보낸 프랑스를 사랑했고 스코틀랜드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지만 카트린이 스코틀랜드로 얼른 돌아가라고 부추기자 결국 무거운 마음으로 스코틀랜드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일설에 따르면 메리는 칼레에서 배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프랑스 해안이 서서히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리며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안녕, 프랑스. 모든 게 끝났어. 안녕, 프랑스. 아마 다시는 네 해안을 볼 수 없을 거야."

이때 메리 여왕은 잉글랜드 동부 해안을 따라 스코틀랜드로 돌아가기로 하고, 엘리자베스 1세에게 통행권을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엘리자베스 1세는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개신교도 사이에 체결된 에든버러 조약을 비준하고 잉글랜드 왕위 계승권을 포기하면 통행권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메리 여왕은 이를 거부했고, 프랑스 갤리선을 타고 북해를 빙 돌아가다가 보스웰 백작 제임스 헵번이 이끄는 스코틀랜드 함대와 중도에서 합류한 뒤 리스 항구에 함께 상륙했다.

2.7. 존 녹스와의 갈등

1561년 8월 19일 리스 항에 도착한 메리 여왕은 닷새 후 에든버러에 입성해 미사를 거행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그녀는 스코틀랜드 내 가톨릭 추종자들로부터 "장차 스코틀랜드를 가톨릭 국가로 되돌려 줄 것이다."라는 기대를 받았고, 반대로 개신교 추종자들로부터 "프랑스를 등에 업어서 우리를 억압하려 들지도 모른다."라는 의심을 받았다. 특히 개신교 설교자 존 녹스는 메리가 스코틀랜드에 도착한 직후부터 사사건건 충돌했다.

메리 여왕은 안 그래도 지난날 어머니에 대한 반란을 정당화하기 위해 <여성이라는 괴물 같은 집단에 대항한 첫 번째 나팔 소리>를 집필한 존 녹스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었는데, 녹스가 자기를 번번이 비난하자 반감이 더 커졌다. 그녀가 스코틀랜드에 도착한 다음 주 일요일, 녹스는 세인트 자일스 설교단에서 메리 여왕이 미사드린 건 그녀가 종교 개혁의 취지를 훼손하려는 뜻을 품고 있기 때문이라고 연설했다. 이에 메리 여왕은 스코틀랜드에서 돌아온 지 2주 만에 녹스를 재판에 소환했다. 그녀는 녹스가 어머니에 대한 반란을 선동하고 자신의 권위에 반하는 책을 썼다고 고발했다.

녹스는 신하들이 자신의 통치를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라고 답하며, 사도 바울 역시 네로의 통치하에서 기꺼이 살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녹스는 메리 여왕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거라고 밝혔다. 이에 메리가 신민들이 통치자에게 저항할 권리가 있는지 묻자, 녹스는 군주가 합법적 권리를 넘어서는 행위를 벌인다면, 신민은 무력으로라도 저항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후 수많은 인사가 녹스를 지지하는 뜻을 표명하자, 메리 여왕은 어쩔 수 없이 심리를 취소하기로 했다.

1562년 12월 13일, 존 녹스가 특정 축일을 비난하는 설교를 하자, 메리 여왕은 그를 재차 소환했다. 메리 여왕은 녹스가 여왕에 대해 무례한 표현을 써서 자신의 평판이 나빠졌다고 비난했다. 녹스가 이에 대해 자신은 그럴 뜻이 없었다고 해명하자, 메리 여왕은 앞으로는 녹스를 비난하지 않겠으며, 자신에 대해 마음에 들지 않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면 직접 찾아와서 따지라고 답했다. 그러나 녹스는 앞으로도 설교를 통해 자신의 신념을 계속 표현하겠으며, 메리 여왕을 만나기를 기다리지 않겠다고 답했다.

1563년 부활절, 에어셔의 일부 사제들이 미사를 금지하는 법을 위반하고 미사를 집전했다. 개신교도들은 사제들을 체포해 스스로 법을 집행하려 했다. 이에 메리 여왕은 녹스를 세 번째로 소환했다. 녹스는 종교적 관용을 장려해달라고 요청하며 개신교도들의 행동을 옹호했으며, 여왕은 법을 준수할 의무가 있으며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메리 여왕은 사제들을 기소하는 걸 순순히 받아들였다. 훗날 녹스는 회고록에서 메리 여왕이 사제들을 처벌하는 걸 순순히 받아들인 것이 몹시 놀라웠다고 밝혔다.

1563년 6월 24일, 메리 여왕은 스페인 국왕 펠리페 2세의 아들인 돈 카를로스와 자신의 결혼 가능성에 대해 녹스가 강력하게 규탄했다는 소식을 접하자, 그를 홀리루드 궁전으로 부른 뒤 강하게 질책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당신이 내 결혼과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이오!"

녹스는 비록 자신이 귀족 출신은 아니지만 왕국에 대한 위험을 경고할 의무가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있다고 답했다. 메리 여왕이 이 말을 듣고 다시 울기 시작하자, 그는 재차 말했다.

"여왕이시여, 신 앞에서 말씀드리건대, 저는 신의 피조물 중 누구의 울음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제 아들들의 눈물도 참을 수 없고, 제 손으로 닦아주는데, 폐하의 눈물은 더더욱 기뻐할 수 없습니다."

1563년 여름, 메리 여왕이 여름 순방을 떠났을 때, 폭도들이 미사를 거행한 그녀의 예배당에 난입해 그곳에서 일하던 신부를 해치려 들었다. 이 폭동의 주동자인 에든버러 시민 2명이 1563년 10월 24일에 재판을 받았다. 녹스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귀족들에게 소집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다. 메리 여왕은 이 편지 중 하나를 접수하고 고문들에게 녹스가 자신에게 반역을 꾀하는 건지 물었다. 녹스가 이끄는 개신교 교회와 척지고 싶지도 않았지만, 여왕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었던 초대 모레이 백작 제임스 스튜어트와 윌리엄 메이틀랜드는 녹스에게 자신이 틀렸다는 걸 인정하고 조용히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청했다. 녹스는 단호히 거부하고 메리 여왕과 추밀원 앞에서 자신을 변명했다. 그는 교회의 목사로서 직무의 목적으로 불법이 아닌 합법적인 모임을 소집했다고 주장했다. 그가 퇴장한 뒤, 의원들은 그를 반역죄로 기소하지 않기로 결의했고, 메리 여왕은 별수 없이 수용했다.

2.8. 타협 정책

이렇듯 강경한 개신교 설교자인 존 녹스와 빈번하게 갈등을 벌이는 와중에도, 메리 여왕은 개신교 세력이 우위를 점한 스코틀랜드의 현실에서 눈을 돌리지 않았다. 그녀는 이복형제이자 개신교 영주들의 우두머리인 모레이 백작을 수석 고문으로 유지했다. 1561년 9월 6일에 임명된 16명으로 구성된 그녀의 추밀원은 이미 국가 직책을 맡았던 사람들을 유지했고, 마리 드 기즈를 상대로 맞섰던 개신교 영주 연합 지도자들인 제5대 아가일 백작 아치볼드 캠벨, 글렌케언 백작 알렉산더 커닝햄, 모레이 백작이 주도했다. 추밀원 의원 중 가톨릭 신자는 제4대 아솔 백작 존 스튜어트, 제7대 에롤 백작 조지 헤이, 제2대 몬트로즈 백작 윌리엄 그레이엄, 그리고 대법관이었던 제4대 헌틀리 백작 조지 고든 등 4명뿐이었다.

1562년, 메리 여왕이 집권한 후에도 개신교 영주들이 권력을 장악한 것에 불만을 품은 제4대 헌틀리 백작 조지 고든은 스코틀랜드 각지를 순방 중이던 메리 여왕이 인버네스 성에 입성하는 걸 거부했다. 이에 스코틀랜드 정부는 헌틀리 백작에게 소환령을 내렸지만 거부당하자, 반역자로 규탄하고, 모레이 백작이 이끄는 왕실군이 출진해 1562년 10월 벤코리 인근 코리치 언덕에서 헌틀리 백작의 군대를 격파했다. 헌틀리 백작은 패배 후 생포되자마자 뇌졸중으로 사망했다. 1563년 5월, 헌틀리 백작의 영지는 의회에 의해 몰수되었다. 이때 국무장관인 윌리엄 메이틀랜드는 메리 여왕에게 조지 고든의 아들들을 모두 처형해 화근의 싹을 없애야 한다고 조언했지만, 메리 여왕은 이를 거부하고 조지 고든의 아들들인 아담과 조지를 사면했다. 1563년 12월 제3대 루스벤 경 패트릭 루스벤이 추밀원에 새로 합류했는데, 이 인물 역시 개신교 신자였다.

현대 역사가 제니 워멀드는 이를 주목할 만한 일로 여기고, 메리 여왕이 가톨릭과 프랑스의 이익에 동조하는 의회를 임명하지 못한 것은 스코틀랜드 내부 문제보다는 잉글랜드 왕좌에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녀는 개신교 영주들을 제압하기엔 군사력이 부족한 현실을 인정하고, 그보다는 그들의 협조를 받아내어 스코틀랜드 통치를 이끌기로 했다. 그러면서도 개신교로 개종하고 미사드리지 말라는 요구는 거절하고 자기 궁정에서 미사드리는 걸 의회로부터 인정받았으며, 가톨릭에 대한 억압 정책을 추진하려는 의회를 제지함으로써, 스코틀랜드 내 가톨릭 신자들의 마음도 얻으려고 노력했다.

메리 여왕은 엘리자베스 1세가 차지한 잉글랜드 왕위를 차지하거나 최소한 계승권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뒀다. 다만 무력을 사용하기보다는 협상과 타협을 통해 엘리자베스와 합의하고 싶어 했다. 그녀는 자신의 미니어처 초상화를 엘리자베스에게 보냈고, 엘리자베스가 수두에 걸렸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위로의 말과 빠른 쾌유를 기원하는 편지를 보냈다. 또한 그녀는 서신에서 엘리자베스를 종종 "자매"라는 애칭으로 불렀으며, 엘리자베스를 에든버러로 초대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엘리자베스가 함정을 의심하고 초대를 거절하면서, 갈등은 지속되었다.

메리 여왕은 윌리엄 메이틀랜드를 잉글랜드 궁정에 대사로 보내 자신을 잉글랜드 왕위의 추정 상속인으로 지명해달라고 요청했다. 나중에 메리가 외삼촌인 제2대 기즈 공작 프랑수아 드 로렌에게 보낸 서신에서, 메이틀랜드가 자신에게 엘리자베스가 이렇게 답했다고 전했다고 설명했다.

"내 신념에 따르면, 메리보다 더 나은 사람을 알지 못하며, 그녀보다 더 나은 사람을 원하지 않소."

1561년 12월, 메리와 엘리자베스는 잉글랜드에서 회동하기로 계획했다.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차일피일 미루다가 1562년 8월이나 9월에 요크에서 회동하기로 했다. 그러나 1562년 7월, 엘리자베스는 헨리 시드니 경을 에든버러로 보내 프랑스에서 벌어진 위그노 전쟁을 이유로 회동을 취소했다.

이렇듯 엘리자베스 1세가 협상할 여지를 두면서도 메리 여왕을 왕위 후계자로 지명하기를 꺼린 이유는, 국내 불만 세력이 이를 빌미 삼아 자기를 폐위하고 메리를 왕위에 올리려 들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1562년 또는 1563년, 제프리 폴 경의 네 아들들인 아서, 토머스, 에드먼드, 제프리 형제가 엘리자베스 1세를 축출하고 메리를 잉글랜드 왕위에 올리기 위해 프랑스와 스페인의 잉글랜드 침공을 유도하려다가 발각당해서 런던 탑에 투옥되고 1570년에 아서, 토머스, 에드먼드가 나란히 옥사하는 일이 벌어졌다. 메리를 왕위 계승자로 지명하지 않았는데도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 실제로 지명하면 아예 여왕을 교체하려는 반란이 연이어 발발할 가능성이 높았으므로, 엘리자베스로서는 극도로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2.9. 메리의 결혼 대상 물색

1563년 초, 메리 여왕의 궁정에서 활동하던 프랑스 시인 피에르 드 보코셀 드 샤스텔라르가 메리 여왕을 짝사랑한 나머지 홀리루드 궁전에 있던 그녀의 침대 아래에 숨었다. 그는 곧 메리 여왕의 시녀들에게 발각되었지만, 메리 여왕은 너그럽게 용서해 주기로 했다. 그러나 그는 어리석게도 1563년 2월 14일 번티스랜드의 로센드 성에 있는 메리 여왕의 침대 밑에 또다시 숨었다가 발각되었다. 잉글랜드 외교관 토머스 랜돌프가 잉글랜드 재상 윌리엄 세실에게 보낸 서신에 따르면, 메리 여왕이 침실에서 옷을 벗으려던 순간에 샤스텔라르가 발각되자, 메리는 분노와 두려움에 휩싸였다. 도움을 요청하는 그녀의 외침을 듣고 모레이 백작이 방으로 달려들자, 그녀는 "악당에게 단검을 꽂아!"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모레이 백작은 샤스텔라르는 이미 구속되었기 때문에 굳이 현장에서 죽일 필요가 없다며 거절했다. 그 후 샤스텔라르는 1563년 2월 22일 세인트앤드루스에서 사형 선고를 받고 다음 날 아침에 참수되었다.

이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진 후, 메리 여왕이 조속히 재혼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해졌고, 메리 여왕도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녀의 삼촌인 로렌 추기경 샤를 드 로렌이 별다른 동의도 받지 않고 오스트리아 대공 카를 2세를 메리와 결혼시키기 위한 협상을 벌이자, 메리는 이에 분노해 강하게 반대했고, 협상은 좌초되었다. 1563년 가을, 메이틀랜드는 런던 주재 스페인 대사인 아퀼라 주교 알바로 데 라 쿠아드라와 만나서 스페인의 왕위 후계자인 돈 카를로스와 메리 여왕의 결혼 가능성에 대해 협상했다. 당시 펠리페 2세는 스코틀랜드의 종교 문제를 해결하고 스코틀랜드를 스페인의 영향력 아래 두기 위해 돈 카를로스와 메리 여왕의 결혼이 이뤄지는 걸 내심 기대했다. 그러나 그는 아들 돈 카를로스의 정신 상태가 너무도 불안정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스페인 대사에게 협상을 질질 끌고, 구속력 있는 약속을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모레이 백작과 메이틀랜드는 스페인과의 결혼 동맹을 스코틀랜드의 정치적 대안으로 여겼다. 메리 여왕은 가톨릭 국가인 스페인으로 이동하고, 개신교 국가인 스코틀랜드는 모레이 백작과 메이틀랜드의 통치를 받게 될 것이었다. 또한 모레이 백작과 메이틀랜드는 스페인과 결혼 협상을 한다면, 엘리자베스 1세는 이에 압박감을 느끼고 마침내 메리 여왕을 잉글랜드 왕위 계승자로 인정할 거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종교 개혁가 존 녹스는 스페인과의 정치적 동맹은 개신교의 입지를 위협할 것이라며 강력히 반대했다. 이후 스페인과의 협상은 지지부진하다가 결국 결렬되었다.

1564년, 엘리자베스 1세는 토머스 랜돌프를 에든버러로 보내 자신의 연인인 레스터 백작 로버트 더들리를 메리 여왕과 결혼시키고 싶다고 제안했다. 그녀는 이 결혼이 성사된다면 메리가 자기의 뒤를 이어 잉글랜드 여왕이 되는 걸 서면으로 확인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메리 여왕은 한때 이 제안에 솔깃했지만, 로버트 더들리가 엘리자베스 1세와 공공연한 연인 관계였던 데다 첫 번째 아내 에이미 롭사트가 1560년에 의문사한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결국 로버트 더들리를 택하지 않기로 했다. 이 외에도 스웨덴, 덴마크, 페라라, 나뮈르, 앙주 공작 등이 잠재적인 남편감으로 제안되었지만, 메리는 쉽사리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2.10. 단리 경과의 결혼 강행

그러던 1565년 초, 메리 여왕은 19세의 사촌이며 제4대 레녹스 백작 매튜 스튜어트의 아들인 단리 경 헨리 스튜어트에게 관심을 품었다. 단리 경의 어머니는 메리의 숙모인 마거릿 더글러스로, 그녀는 헨리 8세의 조카였다. 메리는 1561년 2월 프랑수아 2세의 죽음을 애도하던 중에 단리 경을 잠시 만난 적이 있었지만, 그 당시에는 남편을 잃은 것에 대한 슬픔이 극심했기에 큰 관심을 두지 못했다.

1565년 2월 3일, 엘리자베스 1세는 단리 경을 만나보고 싶다는 메리 여왕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단리 경은 곧장 런던을 떠났고 2월 12일에 에든버러에 도착했다. 2월 17일, 그는 파이프에 있는 웨미스 성에서 메리 여왕과 대면했다. 메리 여왕은 몇 년 사이에 훌쩍 성장해 훤칠한 키에 잘생긴 그의 모습에 깊은 호감을 품었다. 할힐의 제임스 멜빌은 "폐하께서 그를 좋게 여기셨고, 그는 그녀가 본 사람 중 가장 건강하고 균형 잡힌 장신 남성이라고 말씀하셨다."라고 밝혔다.

단리 경은 던킬드에서 아버지를 잠시 방문한 뒤 2월 24일 메리 여왕과 함께 홀리루드 궁전으로 향했다. 다음 날, 두 사람은 존 녹스의 설교를 듣고 밤에 갈리어드(Galliard: 16세기 유럽 전역에 유행한 무용과 음악의 한 형태.)를 췄다. 그 후 그는 메리 여왕과 계속 함께 했다. 1565년 5월 15일, 단리 경은 스털링 성에서 아르드마노크의 영주이자 로스 백작 작위를 받았으며, 기사에 선임되었다. 여기에 메리 여왕의 이복형제 중 한 명인 초대 오크니 백작 로버트 스튜어트, 카녹의 로버트 드러먼드, 둔 성의 제임스 스튜어트, 털리바딘의 윌리엄 머레이를 포함한 남성 15명도 기사 작위를 함께 받았다.

그 후 메리 여왕은 레딩턴의 윌리엄 메이틀랜드를 런던으로 보내 엘리자베스 1세에게 자신이 단리 경과 결혼할 계획이라고 전하게 했다. 이에 엘리자베스 1세는 니콜라스 스록모턴을 에든버러로 파견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궁정 신하인 로버트 더들리가 메리와 결혼해야 한다는 자기 뜻을 다시 전하게 했다. 그러나 메리 여왕은 이를 거부했고, 엘리자베스 1세는 단리 경을 스코틀랜드로 보낸 걸 후회하고 6월 18일에 단리 경과 그의 아버지에게 소환령을 내렸지만 두 사람 모두 불응했다.

단리 경과 메리 여왕.

1565년 7월 22일, 단리 경은 홀리루드 수도원에서 올버니 공작으로 선임되었고, 캐논게이트 교구에서 결혼 예식이 거행되었다. 1565년 7월 28일 에든버러 메르켓 크로스에서 스코틀랜드 킹(King)[6]과 여왕의 공동명의로 정부가 수립될 것이라는 선언이 반포되었다. 7월 29일, 메리 여왕의 홀리루드 사저에서 로마 가톨릭 의식에 따라 결혼식이 거행되었다. 다만 단리 경은 결혼식 후 메리와 함께 혼인성사에 참석하기를 거부했다. 잉글랜드 외교관 토머스 랜돌프는 단리 경이 미사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그 후에 세인트 자일스 대성당에서 예배에 참석했다고 보고했다. 존 녹스는 결혼식 후 단리 경은 매사냥하러 간 반면 메리는 미사에 참석했다고 기록했으며, 춤과 연회가 3~4일 지속되었다고 밝혔다. 두 부부는 사촌이었기 때문에 교황의 특별 허가가 필요했는데, 교황청은 초기엔 특별 허가를 내리기도 전에 결혼식을 거행한 걸 문제 삼았지만, 9월 25일에 특별 허가를 발표했다.

엘리자베스 1세는 이 상황에 격노했다. 그녀는 잉글랜드에서 태어나서 자랐으며, 자신의 궁정에서 궁정 예식에 참여하기도 했던 단리 경을 자신의 신하로 여겼고, 그렇기에 자신의 허락이 있어야만 결혼할 수 있다고 봤다. 또한 단리 경과 메리 모두 튜더 왕조의 초대 군주였던 헨리 7세의 후손으로서 잉글랜드 왕위 계승권을 주장할 수 있었고, 잉글랜드 가톨릭교도들은 개신교도인 엘리자베스보다 메리를 왕위 계승자로 여겼기 때문에, 이 결혼은 엘리자베스에게 심각한 위협이 되었다. 그녀는 외교관 존 탬워스를 보내 메리 여왕에게 자신의 불만을 전달했다. 메리가 적절한 답변을 제시하지 않자, 엘리자베스는 단리 경의 어머니인 마거릿 더글러스를 런던 탑에 투옥하라고 명령했다. 마거릿은 아들이 살해된 뒤에야 런던 탑에서 풀려났다.

한편, 메리 여왕이 단리 경과 결혼한 것은 스코틀랜드 개신교 영주들에게도 불만스러운 사안이었다. 그들은 메리 여왕이 개신교 신자와 결혼함으로써, 스코틀랜드에 막 뿌리 내린 개신교 위주의 질서가 확립되길 바랐다. 그러나 이제 가톨릭 신자인 두 부부가 결혼했으니,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도 가톨릭 신자일 게 자명했고, 그러면 스코틀랜드 개신교의 입지는 위축될 가능성이 컸다. 초대 모레이 백작이자 메리 여왕의 이복 오빠인 제임스 스튜어트는 "단리 경이 어리고 어리석다"라며 결혼을 반대했지만, 메리 여왕은 이를 듣지 않고 이복 오빠를 유폐했다.

이에 모레이 백작은 탈출한 뒤 추종자들을 규합한 뒤 잉글랜드의 지원을 받고 1565년 8월에 반란을 일으켰다.(체이스어바웃 레이드) 잉글랜드 정부는 반란군에 10,000 파운드의 거금을 지원했고, 모레이 백작은 메리가 병력을 이끌고 해밀턴에서 반란군을 추격하는 틈을 타 1,000명에서 1,200명 사이의 병사를 이끌고 8월 30일에 에든버러 시에 들어갔다. 그러나 에든버러 성 수비대가 성문을 열어주길 거부하고 대포를 쐈으며, 시민들도 여왕에게는 결혼 상대를 정할 권리가 엄연히 있는데 반란까지 일으키는 건 지나치다며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자, 모레이 백작은 덤프리스로 후퇴한 뒤 잉글랜드의 지원을 기다렸다.

한편, 메리 여왕은 8월 26일에 군대를 소집하기 위해 에든버러를 떠났다. 그녀는 안장에 "dagg"로 알려진 권총을 챙겼다. 그 후 모레이가 떠나간 에든버러로 귀환한 그녀는 전국에 소집령을 발동하고, 지난날 자신에게 반란을 일으켰다가 죽은 헌틀리 백작의 장남 조지 고든을 제5대 헌틀리 백작으로 선임해 스코틀랜드 북부에서 군대를 이끌고 자신에게 합류하게 했으며, 국외 망명 중이던 제4대 보스웰 백작 제임스 헵번도 불러들여 자신을 따르게 했다. 그 후 헌틀리 백작과 보스웰 백작의 지원에 힘입어 대규모 병력을 규합한 뒤 1565년 10월 덤프리스로 진군하자, 모레이 백작은 저항할 의지를 상실하고 잉글랜드의 국경 도시인 뉴캐슬로 망명했다. 그 후 메리 여왕은 가톨릭 신자인 로스 주교 존 레슬리, 에든버러 교주장 사이먼 프레스턴과 개신교 신자인 제5대 헌틀리 백작 조지 고든, 갤러웨이 주교 알렉산더 고든, 테레글스의 존 맥스웰, 제임스 발푸어를 추밀원에 합류시킴으로써 지지 세력을 크게 확대했다.

2.11. 단리 경과의 불화와 다비드 리치오 암살 사건

모레이 백작의 반란을 진압하면서 왕권을 확고히 다지고 단리 경과의 결혼을 기정사실로 만드는 데 성공했지만, 메리 여왕은 얼마 안 가서 단리 경과 불화를 벌이기 시작했다. 단리 경은 결혼 전에는 세련된 매너와 훤칠한 외모와 신장, 그리고 다정한 태도를 갖춘 모습을 보여 여왕의 마음을 얻었지만, 결혼 후에는 거만하고 폭력적인 경향을 거리낌 없이 드러냈으며, 선술집과 매음굴을 전전하며 사치를 일삼았다. 1565년 8월, 윌리엄 세실은 두 사람이 결혼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단리 경이 너무 무례해서 레녹스 백작이 스코틀랜드 궁정에서 쫓겨났다는 보고를 스코틀랜드 정보원으로부터 전달받았다,

1565년 8월 28일, 스코틀랜드 궁정에서 덴마크 국왕 프레데리크 2세에게 두 통의 외교 서한이 보내졌는데, 하나는 메리가 서명했고, 다른 하나는 단리 경이 서명했다. 이는 단리 경의 왕족 지위를 확인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을 것이다. 1566년 2월, 프랑스 국왕 샤를 9세는 우정의 표시로 랑부예의 영주 니콜라 당제를 대사로 파견하여 단리 경을 성 미카엘 기사단에 선임했다. 메리, 단리 경, 그리고 메리 여왕의 전속 비서인 다비드 리치오는 화려한 의상을 입은 다른 7명의 무용수와 함께 값비싼 가면극에 참여하여 단리 경의 서임을 축하했다. 홀리루드 하우스 예배당에서 열린 기사 서임 의식에서, 그의 의상은 검은 벨벳과 새틴으로 보호되었고, 금색 아글릿이 수놓아진 새틴으로 제작되었으며, 프랑스 전령관에게 특전으로 주어졌다. 그러나 니콜라 당제는 스코틀랜드 추밀원으로부터 성 미카엘 훈장에는 단리 경의 개인 문장만 사용하며, 배우자의 지위를 명시하지 않아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한편, 단리 경은 메리 여왕이 다비드 리치오와 무척 친밀하게 지내는 걸 보고 분노했다. 그는 본래 다비드 리치오와 무척 친했다. 스코틀랜드 개신교 설교자 조지 뷰캐넌에 따르면, 두 사람이 어찌나 친밀했는지 리치오가 단리 경의 방, 침대, 그리고 비밀스러운 모임에 자주 초대되었다고 한다. 또 다른 개신교 설교자 데이비드 캘더우드는 리치오가 단리 경의 총애를 너무 많이 받아 두 사람이 한 침대에 함께 누울 정도였다고 기록했다. 리치오는 단리 경이 메리 여왕과 결혼하는 걸 돕기도 했다. 그러나 리치오가 메리 여왕과 가까워지자, 그는 리치오를 친구가 아닌 원수로 여기기 시작했다.

스코틀랜드 주재 프랑스 대사 폴 드 푸아의 보고에 따르면, 단리 경은 한밤중에 홀리루드 하우스의 메리 여왕 침실 벽장에서 리치오가 셔츠 위에 모피 가운만 걸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조지 뷰캐넌에 따르면, 단리 경은 메리의 침실로 통하는 보조 문의 열쇠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 문이 잠겨 있거나 빗장으로 막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제3대 루스벤 경 패트릭 루스벤은 단리 경이 살해된 후 단리 경이 메리 여왕에게 이렇게 항의한 걸 들었다고 증언했다.

제 동료 다비드가 폐하와 친분을 쌓고 신뢰를 얻은 이후로, 폐하께서는 저를 존중하지 않으셨고, 평소처럼 저를 대하거나 즐겁게 해 주지 않으셨습니다. 저녁 식사 전에 매일 제 방에 와서 저와 시간을 보내셨는데, 오랫동안 그러지 않으셨습니다. 제가 폐하의 방에 왔을 때도 다비드가 세 번째 "동반자"가 되어 주지 않으셨다면, 폐하께서는 저에게 거의 동행하지 않으셨습니다. 저녁 식사 후에는 폐하께서 말씀하신 다비드와 자정 1~2시까지 카드 게임을 하시는 것이 습관이었습니다. 이것이 제가 오랫동안 당신에게서 받은 즐거움입니다.

1626년 에든버러에서 발행된 <국왕 제임스 6세의 역사와 삶>(The historie and life of King James the Sext)에 따르면, 메리 여왕의 또 다른 비서인 레딩턴의 윌리엄 메이틀랜드는 리치오의 권력이 커지는 것을 질투했고, 단리 경이 여왕과 리치오가 불륜 관계라고 의심하게 만들어 리치오에게 원한을 품도록 조장했다고 한다.

1566년 3월 9일 토요일 저녁, 리치오는 홀리루드하우스 궁전의 여왕 만찬 실에서 당시 임신 6개월이었던 메리 여왕, 아가일 백작부인 진 스튜어트, 크레이크의 로버트 비튼, 아서 어스킨과 함께 만찬회를 가졌다. 베드퍼드 백작 프랜시스와 토머스 랜돌프의 기록에 따르면, 만찬 실은 여전히 침실의 일부로 남아 있었으며, 약 12피트 정사각형의 캐비닛, 약간 낮은 휴식용 침대, 그리고 테이블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제3대 루스벤 경 패트릭 루스벤이 이끄는 개신교 귀족들이 궁전에 난입했고, 단리 경은 이들과 함께하면서 근위대가 침입자들을 저지하지 않도록 막아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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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오피 작, <리치오의 살인>, 1787년 작.

침입자들은 만찬장에 난입한 뒤 메리 여왕에게 리치오를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여왕은 단호히 거부했고, 리치오는 메리 뒤에 숨었다가 나중에 무릎을 꿇고 자비를 구하며 여왕의 옷을 움켜쥐었다. 훗날 메리 여왕은 침입자 중 한 명인 패트릭 벨레든이 임신한 자신의 배에 총을 겨눴고, 팔돈사이드의 앤드류 커가 자신을 찌르겠다고 위협했다고 주장했지만, 루스벤 경은 이를 강력히 부인했다. 그 후 짧지만 격렬한 몸싸움 후, 리치오는 강제로 끌려가서 침실을 지나 인접한 접견실 또는 외홀로 끌려가 침입자들에게 단검에 57번이나 찔려 살해당했다. 그의 시신은 근처의 주 계단으로 던져졌고, 보석과 고급 옷은 벗겨졌다. 여왕과 리치오의 비명이 궁전 밖에 울려 퍼지자, 에든버러 시민 수백 명이 여왕을 구하기 위해 즉각 무기를 들고 홀리루드로 달려들었다. 그러나 여왕은 공모자들에게 협박당했기에 창가로 가서 시민들에게 자기는 건재하니 이만 돌아가라고 권해야 했다. 잉글랜드 외교관 토머스 랜돌프의 보고에 따르면, 리치오의 살해는 단리 경이 메리 여왕에게 왕권을 포기하도록 강요하려는 시도의 일환이었다고 한다.

단리 경은 메리 여왕 앞에서 자신이 리치오 살해 음모와 관련이 없다며, 충격으로 정신이 없었던 메리 여왕을 보호해 주는 척했다. 이에 메리는 그 말을 믿는 것처럼 행동하면서, 단리 경과 단둘이서 만난 뒤 그들이 모두 위험에 처해 있으며, 암살을 주도한 자들에게 궁전의 포로로 있게 될 수 있다고 설득했다. 단리 경은 이에 동의했고, 경비병들이 느슨해진 틈을 타 살인이 벌어진 다음 날 자정에 궁궐에서 탈출하여 던바 성으로 피신했다. 그 후 여왕은 헌틀리 백작과 보스웰 백작의 지원에 힘입어 8천 병사를 소집한 후 에든버러로 진격했고, 암살을 주도한 자들은 도주했다. 3월 21일, 메리 여왕은 정황상 리치오 암살에 직접 가담하거나 방조했을 가능성이 있던 단리 경의 살인 혐의가 무죄라고 선언했으며, 리치오의 장례식을 정성껏 치러줬다. 3월 27일, 리치오를 살해한 뒤 잉글랜드로 도피한 제4대 모튼 백작 제임스 더글러스와 제3대 루스벤 경 패트릭 루스벤은 윌리엄 세실에게 서신을 보내 단리 경이 리치오에 대한 "왕실 간의 다툼"과 "치명적인 증오" 때문에 살인 음모를 꾸미고 자신들을 포섭했다고 주장했다.

2.12. 단리 경 암살 사건

1566년 6월 19일, 메리 여왕과 단리 경의 아들 제임스 왕자가 에든버러 성에서 태어났다. 야사에 따르면, 이때 메리 여왕은 출산한 아내와 갓 태어난 아들을 보기 위해 산실에 찾아온 단리 경에게 아들 제임스를 보여주며

"하느님이 우리에게 당신의 아들을 선물해 주셨다."

라고 선언했고, 곁에 있었던 다른 귀족들에게

"나는 최후의 심판대 앞에 선 심정으로 고백한다. 나는 결백하니 이 아이가 왕위 계승권자라는 사실의 증인이 되어 달라."

고 말하며 누가 봐도 리치오 살인에 대한 앙금이 남아있음을 피력했다고 한다. 이에 단리 경은 두려움을 느끼고 메리 여왕을 피해 다녔다고 한다. 하지만 공식 기록에는 메리가 이렇게 행동했다는 내용이 없으며, 두 사람은 1566년 8월 에트릭 숲에서 메켓 저수지까지 사냥 여행을 함께 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불화가 여전한 건 분명했다. 단리 경은 변덕스러운 행동을 일삼아서 그를 지지하던 많은 이들에게 외면당했고, 메리에게 자신에게 왕위 계승권(Crown Matrimonial: 남자 배우자가 여왕과 동등하게 왕위를 계승하여 통치할 수 있는 권리)이 있다는 걸 확정하라고 고집해 여왕의 반감을 샀다.

메리 여왕은 자신에게 몹시 불손하게 굴고 거만하고 폭력적인 성향이 다분하며 아끼던 신하 다비드 리치오를 살해하는 데 관여한 남편에게 강한 반감을 품었고 불행한 결혼 생활에 지친 나머지 신경쇠약에 시달렸다. 그러면서도 자신에게 깍듯이 대하는 신하인 제4대 보스웰 백작 제임스 헵번에게 호의를 베풀었다. 여왕의 싸늘한 태도에 단리 경은 불안감을 느꼈지만, 리치오 암살 사건 당시 공모자들을 배신하고 메리와 함께 그들을 잡으려 했던 전적 때문에 공모자들의 반감을 샀기에 주변의 도움을 받기도 힘들었다. 급기야 단리 경을 죽이려는 음모가 있다는 소문이 돌자, 그는 생명의 위협을 느껴 글래스고로 도피했지만, 그곳에서 매독에 걸려 아버지인 제4대 레녹스 백작 매튜 스튜어트의 집에서 몇 달간 간호받았다.

1566년 11월, 메리 여왕은 크레이그밀러에서 고위 고문들을 만나 단리 경과의 결혼을 무효로 처리하는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했다. 그러나 메리 여왕과 단리 경의 외동아들 제임스 왕자가 사생아가 될 위험이 있다는 경고를 받자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녀는 교황의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세인트앤드루스 대주교 존 해밀턴을 찾아가 상의했지만, 해밀턴 대주교는 단리 경의 행실이 매우 좋지 않은 건 인정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결혼 무효가 불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이에 메리 여왕은 결혼 무효를 추진하려는 계획을 포기했다.

이렇듯 남편에게 강한 불신을 품은 메리 여왕은 단리 경을 배제하고 국무장관 윌리엄 메이틀랜드와 보스웰 백작 제임스 헵번 등 자신에게 충성하는 귀족들의 도움을 받아 국정을 운영했다. 그해 10월, 보스웰 백작은 제드버러 국경 지역에 의회를 소집할 때 필요한 준비를 하기 위해 앞서 파견되었다. 이때 제드버러의 무법자 조크 앨리엇의 습격을 받아 그의 칼에 찔려 혼수상태에 빠졌지만, 나중에 의식을 되찾았다. 이 소식을 접한 메리 여왕은 화들짝 놀라 시종들과 함께 허미티지 성에서 요양하던 보스웰 백작을 찾아가 위로했고, 보스웰 백작은 2주 후 제드버러 의회에 참석해 직무를 수행했다. 메리 여왕은 자신을 정중하게 대하고 위기 상황 때마다 자신을 힘껏 돕는 등 충성심을 입증한 보스웰 백작에게 갈수록 강한 호감을 느꼈다. 그녀는 남편을 제쳐놓고 그가 제임스 왕자의 세례성사를 주관하도록 했고, 외국 사절들을 접견하도록 위임했다.

1567년 1월, 메리 여왕이 글래스고에서 요양 중이던 단리 경을 찾아가서 에든버러로 돌아가자고 설득했다. 그녀는 그가 건강을 회복하면 부부관계를 다시 맺을 수 있도록 그와 화해하고 싶다고 권했다. 자기 역시 메리와 화해하고 싶었던 단리 경은 이에 동의했고, 건강 상태 때문에 짧은 거리를 이동하여 에든버러 성벽 내 커크 오필드의 올드 프로보스트 하우스에 들렀다. 이 집은 메리 여왕의 저명한 고문인 제임스 벨푸어의 동생 로버트 벨푸어가 소유하고 있었고, 바로 옆에는 샤텔로 공작 제임스 해밀턴의 별장이 있었다.

1567년 2월 10일, 단리 경 암살 사건이 벌어졌다. 세간에서는 메리 여왕과 보스웰 백작이 서로 힘을 합쳐 단리 경을 살해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사건 한 주 후, 메리 여왕과 보스웰 백작을 규탄하는 플래카드가 에든버러 시내에 나돌았다. 이 플래카드에는 메리가 매춘부의 상징인 인어로 묘사되었으며, 그 아래에는 보스웰 백작의 토끼 문장이 그려졌고, 단검들이 문장 주변을 둘러싸는 모습을 그려서, 메리 여왕은 보스웰 백작과 불륜 관계를 맺었으며, 보스웰 백작이 단리 경을 암살했다는 암시를 담았다. 이 인어 플래카드의 제작자는 밝혀지지 않았고, 추밀원은 여왕의 명예를 훼손하는 플래카드의 유통을 금지하기로 했다.

메리 여왕은 각계 인사들로부터 사건을 제대로 조사해서 의문점을 깔끔하게 해소하라는 조언을 받았다. 특히 엘리자베스 1세와 단리 경의 아버지인 레녹스 백작 매튜 스튜어트는 보스웰 백작이 암살에 연루되었다는 소문의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라고 조언했다. 메리는 조사를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그러지 않았다. 그 후 4월 12일에 에든버러에서 보스웰 백작이 단리 경 암살에 연루되었는지를 논의하기 위해 추밀원 회의가 열렸다. 메이틀랜드는 매튜 스튜어트에게 에든버러로 출두하라는 지시를 내렸지만, 매튜 스튜어트가 이에 응하지 않자, 보스웰 백작이 암살을 기획했다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게 했다. 그러나 에든버러 시민들은 재판이 지나치게 졸속으로 치러졌다며 불신했다.

2.13. 보스웰 백작과의 결혼과 폐위

보스웰 백작은 단리 경 암살 사건과 자신이 관련이 없다는 선고를 받아내는 데 성공했지만, 단리 경 암살 사건으로 정국이 어수선하니, 여론이 가라앉을 때까지 정계에서 물러나라는 권고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이 권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이대로 물러나서 자기가 지금까지 이룬 모든 권세를 포기하느니 세력을 더욱 굳건히 다지기로 하고, 동맹을 얻기 위해 4월 19일 에인슬리 선술집에서 귀족들을 불러놓고 만찬회를 대접한 뒤, 만찬회가 끝날 무렵에 자신이 향후 단리 경 시해에 대한 비방으로부터 보호해 주고, "여왕이 신하 중 한 명과 결혼할 경우" 자신이 여왕과 결혼하도록 권고하는 증서에 서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귀족들은 술에 취한 채 서명했지만, 메이틀랜드는 서명을 회피하고 자리를 떠났다. 얼마 후, 보스웰 백작은 메리 여왕에게 귀족들의 서명을 받은 증서를 보이며 자신과 결혼하자고 제안했지만, 메리 여왕은 그가 진 고든과 결혼 중이며 대중의 시선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메리 여왕의 거절에 몸이 달아오른 보스웰 백작은 무리수를 두고 말았다. 1567년 4월 24일, 보스웰 백작은 스털링에서 아들 제임스와 시간을 보낸 뒤 에든버러로 귀환하던 메리 여왕 일행을 엘몬드 브리지에서 저지한 뒤 그녀를 던바 성으로 끌고 갔다. 그는 에든버러에서 불순한 무리가 봉기를 일으킬 거라는 첩보가 있었기 때문에 여왕을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야 한다는 핑계를 댔고, 메리 여왕은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다. 이후 던바 요새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일각에서는 메리 여왕이 보스웰 백작에게 강간당했다고 주장하지만, 메리 여왕 본인은 이를 주장하지 않았다. 다만 이후의 사건 전개를 보건대, 보스웰 백작은 서로의 안전을 위해 그녀가 자신과 결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득했고, 메리 여왕은 여기에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메리 여왕으로부터 동의를 받아낸 뒤, 보스웰 백작은 진 고든과의 이혼 준비에 착수했고, 보스웰 백작의 동맹이었던 제5대 헌틀리 백작 조지 고든도 이에 동조했다. 진 고든은 오빠의 강력한 설득 끝에 남편과의 이혼을 진행하기로 동의했다. 1567년 5월 3일, 보스웰 백작이 하녀이자 재봉사인 베시 크로포드와 간통했다는 이유로, 개신교 위원회 법원에서 두 사람의 이혼을 확정했다. 5월 6일 메리 여왕과 함께 에든버러로 돌아온 보스웰 백작은 5월 7일 가톨릭 법원에서 세인트앤드루스 대주교 존 해밀턴에 의해 진 고든과의 결혼이 무효라는 처분을 받았다. 결혼이 무효가 된 사유는 보스웰 백작과 진 고든이 4촌 혈연관계임에도 불구하고 결혼에 대한 특별 허가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었는데, 실제로는 존 해밀턴 본인이 1566년 2월 24일에 두 사람이 결혼하기 전에 특별 허가를 내렸다. 개신교 법원과 가톨릭 법원에서 각각 이혼과 결혼 무효 판결을 받아낸 것은 메리 여왕이 가톨릭 신자이고 보스웰 백작이 개신교 신자인데 기인했다.

1567년 5월 12일, 메리 여왕은 보스웰 백작을 오크니 공작이자 셰틀랜드 영주로 선임했다. 5월 15일, 메리 여왕과 보스웰 백작의 결혼식이 개신교 전례에 따라 거행되었다. 이리하여 보스웰 백작은 고대하던 국서의 지위에 올랐지만, 그 직후부터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수많은 스코틀랜드인들은 그를 여왕의 남편을 살해하고, 여왕을 납치한 뒤 결혼해 버린 천인공노할 인간으로 간주했고, 메리 여왕 역시 그와 야합하여 남편 살해를 공모한 후 얼마 안 가서 결혼해 버린 방탕한 여자로 낙인찍혔다.

그해 5월 말, 초대 모레이 백작 제임스 스튜어트와 단리 경의 아버지인 제4대 레녹스 백작 매튜 스튜어트를 중심으로 뭉친 반란군이 대규모 반란을 일으켰다. 6월 15일, 왕실군과 반란군이 에든버러 북쪽 카베리 힐에서 맞붙었고, 반란군이 승리를 거뒀다. 보스웰 백작은 가까스로 탈출했고, 메리 여왕은 생포된 뒤 에든버러로 끌려갔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많은 구경꾼은 그녀를 간통녀이자 살인자라고 비난했다. 일부 연대기에 따르면, 그녀는 처음에 크레이그밀러의 사이먼 프레스턴의 하숙집에 갇혔다고 한다. 다음 날 밤, 메리 여왕은 로클레번 성으로 이송되었고, 초대 모레이 백작 제임스 스튜어트의 이부형제인 윌리엄 더글러스가 간수를 맡았다.

메리 여왕은 로클레번 성에서 1567년 7월 20일과 23일 사이에 보스웰 백작와의 사이에서 임신한 쌍둥이를 유산했다. 7월 24일, 그녀는 귀족들의 압력에 못 이겨 1살 된 아들 제임스 6세에게 왕위를 넘겼고, 초대 모레이 백작 제임스 스튜어트는 새 국왕의 섭정이 되었다. 7월 29일, 스털링의 교회에서 제임스 6세의 대관식이 거행되었다. 이때 대관식에 참석한 존 녹스는 대관식 후 열린 예배에서 설교했다. 그는 이 설교에서 메리 여왕을 가리켜 남편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유부남과 결혼한 요부라고 강하게 비판했고 심지어 그녀의 처형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귀족들은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메리 여왕은 로클레번 성에 그대로 감금되었다.

한편, 보스웰 백작은 제5대 헌틀리 백작 조지 고든의 도움을 받아 반격하려 했지만, 헌틀리 백작이 등을 돌려버리면서 좌절되었다. 이후 모레이 백작에 의해 지명수배되자, 몇 주간 스피니에 숨어 있다가 배 4척을 타고 출항해 더 많은 배와 독일 선장들을 고용하기 위해 협상 중이던 언스트로 북상했다. 이때 윌리엄 커콜디가 이끄는 라이언 호가 그의 배 한 척을 맹렬히 추격했고, 두 배 모두 암초에 충돌하여 손상되었다. 그 후 보스웰 백작의 함대는 셰틀랜드 제도에서 재정비하며 그곳의 관리인 올라브 싱클레어의 물자 지원을 받은 뒤, 북해를 건너 노르웨이로 망명했다. 그러나 보스웰 백작은 그곳에서 덴마크-노르웨이 왕국의 국왕 프레데리크 2세에게 체포되어 드라그스홀름 성으로 보내진 후 10여 년간 옥고를 치르다가 1578년 4월 14일에 옥사했다.

2.14. 탈옥과 복위 시도

윌리엄 크레이그 셔레프 작, <로클레번 성에서 탈출한 메리 스튜어트>, 1805년.

메리 여왕은 이대로 로클레번 성에서 갇힌 채 인생을 끝낼 생각이 없었다. 잉글랜드 국경 요새 베릭의 원수 겸 부총독을 역임한 윌리엄 드루리가 잉글랜드 재상 윌리엄 세실에게 보낸 보고서에 따르면, 세탁부로 변장한 메리가 1568년 3월 25일 로클레번 성에서 탈출을 시도했지만 발각되었다고 한다. 메리는 이에 굴하지 않고 젊은 간수 윌리 더글러스를 포섭하는 데 성공한 뒤, 포로가 된 지 거의 1년 후인 1568년 5월 2일에 탈출했다. 그 후 클로드 해밀턴 경이 이끄는 기병 50명의 호위를 받으면서, 그녀는 스코틀랜드 서부의 아가일 일대를 돌며 추종자들을 규합했다.

메리 여왕이 폐위되었을 당시, 단지 메리 여왕의 권력을 박탈하고 명목상 여왕으로나마 남아있게 하길 희망했던 귀족들은 모레이 백작 등이 자기네 잇속을 챙기기 위해 유아 왕을 옹립했다고 여겨 불만을 품었고, 메리 여왕의 추종자들은 개신교 영주들이 가톨릭 여왕을 몰아낸 뒤 스코틀랜드에서 가톨릭을 박멸하려고 이번 반란을 일으켰다며 적개심을 드러냈다. 그러다가 메리가 극적으로 탈출한 뒤 지지를 호소하자, 제5대 아가일 백작 아치볼드 캠벨을 비롯한 여러 영주와 추종자들이 대거 집결하면서, 그녀는 며칠 만에 6,000명에 달하는 상당한 병력을 확보했다.

메리 여왕은 해밀턴에서 세인트앤드루스 대주교 존 해밀턴의 협력하에 자신의 퇴위와 제임스 6세의 대관식에 대한 동의는 강압에 따른 것이었으며, 모레이 백작이 의회에서 섭정으로 임명된 것 역시 반역이라는 내용의 선언문을 작성하고 반포했다. 그녀는 이 선언문에서 자신을 투옥하고 폐위시킨 "은혜를 모르고 감사할 줄 모르며 혐오스러운 폭군과 반역적인 반역자들"을 비난했으며, "어떤 군주도 그들의 살인 행위에 대해 용서하거나 용서할 수 없다"라고 밝혔고, 모레이 백작에게 속히 섭정직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5월 5일과 6일, 존 해밀턴 대주교는 메리 여왕의 추종자들에게 그녀의 이름으로 일련의 서한을 집필했다. 그녀는 서한을 승인했지만, 실제로 발송되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서한에는 모레이 백작을 "거짓말쟁이 사생아"이자 "짐승 같은 반역자"라고 칭하고 그의 다른 지지자들을 비난했다. 또한 그녀를 후원하기로 한 해밀턴 가문의 수장인 샤텔로 공작 제임스 해밀턴은 그녀의 "양부"로 지칭되었고, 그의 상속인들과 함께 메리 여왕이 외국에 떠나 있는 경우에 제임스 왕자의 섭정과 후견인으로 추대되었고, 메리 여왕과 제임스 왕자에 이은 스코틀랜드 왕위 계승자로 재추대되었다.

5월 8일, 8명의 백작, 9명의 주교, 18명의 영주, 12명의 수도원장, 100명의 남작이 그녀의 복위를 위해 헌신하겠다고 서약했으며, 스코틀랜드 외교관 로버트 멜빌은 메리에게 다이아몬드 반지와 4개 이상의 브로치를 가져왔다. 메리 여왕은 이 브로치들을 지지자들에게 나눠줬으며, 다이아몬드가 박힌 반지는 일전에 엘리자베스 1세가 도움을 약속하며 선물한 것이었다며 하인 존 비튼에게 엘리자베스에게 가져다주며 이전의 약속을 상기하라고 지시했다.

메리 여왕은 자기가 확보한 병사들이 비록 숫자는 많지만, 정부군에 비해 오합지졸이나 다름없다는 걸 잘 알았기에, 가능하면 전투를 피하고, 대신 자신을 지지하는 제5대 플레밍 경 존 플레밍이 아직 지키고 있는 덤버턴 성으로 이동한 후, 천혜의 요새인 그곳에서 버티면서 하이랜드에서 달려오기로 한 추종자들의 군대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녀는 적을 우회하여 러더글렌 성으로 진군한 뒤, 글래스고를 지나 넓은 길을 따라 랭사이드, 크록스턴, 페이즐리를 거쳐 클라이드 강을 건너 클라이드 강 어귀의 덤버턴 요새에 입성하는 걸 목표로 삼았다.

한편, 글래스고에서 메리 여왕이 탈출했다는 소식을 접한 모레이 백작은 경악했다. 그는 즉시 군대 소집령을 발동한 뒤, 하이랜드의 대영주인 제5대 헌틀리 백작 조지 고든이 2,600명에 달하는 병력을 이끌고 메리 여왕과 합류하기 위해 남하한다는 소식이 들어오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제4대 루스벤 경 윌리엄 루스벤에게 병력을 보내 테이 강변의 고개를 봉쇄하여 헌틀리 백작을 막게 했다. 또한 제5대 홈 경 알렉산더 홈에게 던바 성을 경비하라고 지시했고, 본인은 4,000 명가량의 병력을 제4대 모튼 백작 제임스 더글러스 등 개신교 영주들의 지원을 통해 확보했다. 수적으로는 메리 여왕이 이끄는 군대보다 열세했지만, 그는 시간을 질질 끌면 메리 여왕을 따르는 귀족들이 계속 늘어나서 감당할 수 없다고 여기고, 글래스고에서 버티면서 여왕이 그쪽으로 오는 걸 기다리기로 했다.

조지 고든은 남하하던 중 윌리엄 루스벤에게 저지되어 더 이상 진군할 수 없었다. 하지만 모레이 백작이 글래스고에 머물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메리 여왕의 군사령관 아치볼드 캠벨과 해밀턴 가문은 수적 우위를 살려 모레이 백작을 물리치기로 하고 글래스고로 진군했다. 메리 여왕은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아 글래스고를 우회해서 덤버턴 성으로 얼른 가자고 제안했지만, 아치볼드 캠벨과 해밀턴 가문은 모레이 백작을 충분히 물리칠 수 있다며 거절했다. 그 후 메리 여왕의 반란군은 모레이 백작을 유인하기 위해 글래스고에 접근했다가 우회하면서 빈틈을 보였다. 그러나 전쟁 경험이 많았던 모레이 백작은 이에 속지 않고 적이 행군하는 걸 내버려뒀다. 그러다가 적군이 방심한 채 행군하는 걸 지켜보던 그는 5월 13일 글래스고 남동쪽의 T자 모양의 마을인 랭사이드 마을 너머 버그뮤어 능선에 병력을 몰래 배치했다.

이후 벌어진 랭사이드 전투에서, 메리 여왕의 군대는 모레이 백작에게 참패했다. 메리 여왕은 군대가 무너지자, 호위대와 함께 말을 타고 덤버턴 성으로 도주하려 했지만, 적이 그곳으로 가는 길목을 차단하자 남쪽으로 방향을 돌려 던드레넌 수도원에 이르렀다. 그 후 1568년 5월 16일 밤에 동료 20명과 함께 솔웨이만을 건너 국경을 넘어 워킹턴으로 가서 컴벌랜드 지역의 의원이자 지주인 헨리 커웬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다음 날, 그녀는 코커머스로 이동하여 칼라일 성에서 볼턴의 제9대 스크로프 남작 헨리 스크로프의 대리인으로서 칼라일 성을 관리하던 리처드 로더를 찾아가서 망명 의사를 밝혔다. 로더는 5월 18일 메리를 칼라일로 호위했다.

2.15. 조사 위원회와 보석함 편지

메리 여왕은 엘리자베스 1세가 자신이 왕위를 되찾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기에 잉글랜드로 망명했지만, 이는 오판이었다. 엘리자베스 1세는 메리 여왕에게 반기를 든 영주들의 행위가 정당했는지, 메리 여왕이 단리 경의 암살에 유죄인지 아닌지를 조사하라는 명령을 내렸고, 1568년 7월 중순에 메리를 볼턴 성으로 옮겼다. 볼턴 성은 스코틀랜드 국경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만, 런던과도 가깝지 않은 절묘한 위치였기에 메리의 거주지로 선정되었다.

조사 위원회는 1568년 10월과 1569년 1월 사이에 요크와 웨스트민스터에서 차례로 개최되었다. 메리는 자신은 기름 부음받은 여왕이기에 어떤 법정도 자신을 재판할 권리가 없다며 재판을 인정하길 거부했다. 그러면서 요크에 열린 위원회에 직접 참석하는 건 거부했지만, 그 대신에 대표단을 보냈다. 한편, 모레이 백작은 사건을 조사하고 싶으니 위원회에 출석해 달라는 엘리자베스 1세의 통보를 받자, 윌리엄 메이틀랜드, 제4대 모튼 백작 제임스 더글러스 등과 함께 직접 요크로 향했다.

모레이 백작 등은 조사 위원회에서 엘리자베스 1세의 관리들에게 메리 1세와 보스웰 백작이 단리 경을 암살한 후 결혼하자고 약속한 것으로 여겨지는 보석함 편지를 보여줬으며, 뒤이어 보스웰 백작이 단리 경 암살 사건 이후 열린 추밀원 회의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직후에 에인슬리 선술집에서 귀족들을 모아놓고 메리 여왕과 자신이 결혼하는 걸 승인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증서 역시 제출했다. 1568년 11월 6일, 모레이 백작은 웨스트민스터에서 열린 제2차 회의에서 메리 여왕과 보스웰 백작의 범죄 행위 목록이 적힌 <헤이의 기사집>을 제출했고, 12월 7일에 보석함 편지를 다시 보여줬다. 그는 편지가 "길이가 1피트도 채 안 되는 작은 금박 상자"에 담겨 있었고, "R 왕관 아래에 로마 문자 F가 여러 군데 장식되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12월 8일, 모레이 백작은 위원들에게 프랑스어로 로마체 또는 이탤릭체로 쓰인 서류 7개를 보여줬는데, 그중에는 "오, 신들이 나를 가지고 계신다."(O Dieux ayez de moy)로 시작하는 소네트도 포함되었다. 모레이 백작은 이 서류들의 사본과 번역본도 마련되었으며, 이 서류들은 메리 여왕이 보스웰 백작에게 일찍부터 애정을 품었고, 그녀가 단리 경 암살 사건에 연루되었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1568년 4월 5일 세튼 궁에서 메리 여왕과 보스웰 백작이 작성한 혼인 계약서가 공개되었다. 다음 날, 모튼 백작은 보석함 발견에 관한 진술서에 서명한 뒤 위원회에 제출했다. 12월 10일, 오크니 주교인 애덤 보스웰, 던펌린의 훈장관 로버트 피트케언, 제6대 린제이 영주 패트릭 린제이는 보석함 편지가 메리 여왕의 필체로 쓰였음을 맹세하는 문서에 서명했고, 12월 12일 햄튼 코트에서 모레이 백작의 비서인 존 우드는 이 성명서를 관리인, 노퍽 공작 토머스 하워드, 제2대 베드퍼드 백작 프랜시스 러셀, 레스터 백작 로버트 더들리, 잉글랜드 재상 윌리엄 세실, 잉글랜드 외교관 랄프 새들러, 그리고 재무장관 월터 밀드메이 경에게 보여줬다. 1568년 12월 14일, 헴튼 코트에서 서신, 소네트, 혼인 계약서가 검토되었고, 이 문서들의 필적을 일전에 메리 여왕이 엘리자베스 1세에게 보낸 편지와 비교했다.

메리 여왕은 자신의 필체는 쉽게 위조할 만큼 쉽다며, 서신이 가짜라고 주장했고, 그녀의 지지자들도 보석함 편지들을 완전한 위조 또는 여왕의 하인인 메리 비튼이 쓴 편지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메리 여왕과 추종자들이 위원회에 참석하는 게 거부되었기 때문에, 그녀는 위원회 내에서 무죄를 호소할 수 없었다. 결국 위원들은 보석함 편지들을 진본으로 인정했지만, 메리 여왕을 재판에 회부하지 않으려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뜻에 따라 이 서신들이 메리 여왕이 단리 경의 살인을 증명하지는 못한다고 결론지었다. 이 서신들의 진위는 오늘날까지 학계에서 논쟁거리로 취급되며, 확실한 결론은 여전히 내려지지 않았다. 자세한 내용은 보석함 편지 항목 참조.

엘리자베스 1세는 정치적인 이유로 메리 여왕의 단리 경 암살 혐의에 대해 유죄나 무죄 중 어느 쪽도 판결 내리고 싶지 않았다. 만약 유죄 판결을 내리고 메리 여왕을 처벌한다면, 메리를 추종하는 가톨릭 세력과 프랑스와 스페인 왕국의 강력한 반발에 시달릴 게 자명했다. 그렇다고 무죄 판결을 내렸다간 메리 여왕을 축출하고 자신에게 협조적인 스코틀랜드 귀족들이 난처한 처지에 몰릴 테고, 메리 여왕은 무죄 판결에 힘을 얻어 복위를 또다시 꾀할 수도 있었다. 이에 그녀는 아무것도 입증되지 않았다고 결론을 내리고 위원회를 해산했다. 모레이 백작은 제임스 6세의 섭정으로서 계속 군림했고, 메리 여왕은 잉글랜드에 그대로 연금되었다. 엘리자베스 1세는 동료 군주를 정죄하거나 석방하지 않고도 스코틀랜드에 개신교 정부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영국의 역사 소설가 안토니아 프레이저(Antonia Fraser, 1932 ~)는 이에 대해 양측 모두 유죄 판결을 받지 못하고 끝나버린, 영국 법조계 역사상 가장 이상한 재판이라고 평가했다.

2.16. 노퍽 공작과의 결혼 계획과 잉글랜드 북부 반란

1569년 1월 26일, 메리는 튜트버리 성으로 옮겨졌고, 제6대 슈루즈버리 백작 조지 탈보트와 엘리자베스 캐번디시 부부의 관리를 받았다. 그해 5월 엘리자베스 1세는 스코틀랜드 당국에 개신교를 스코틀랜드의 국교로 삼고 메리 여왕에겐 그녀가 정치에 관여하지 않을 것임을 보장하는 대가로 여왕으로 복위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하며 이를 투표로 결정하라고 권고했다. 스코틀랜드 당국은 이에 따라 투표를 진행했는데, 그 결과 스코틀랜드 귀족 40명이 반대표를 던졌고 9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이리하여 메리 여왕은 복위하지 못했지만, 이에 반발한 스코틀랜드 귀족들이 제임스 6세를 옹립한 정부를 상대로 반기를 들면서 메리 여왕 내전이 발발해 1573년까지 이어졌다.

한편, 메리 여왕은 노퍽 공작과의 결혼을 계획하기 시작했다. 지난날 보석함 편지를 들고 잉글랜드 당국과 접촉해 메리 여왕이 폐위될 수밖에 없었던 경위를 설명했던 윌리엄 메이틀랜드는 이제는 모레이 백작의 독주에 불만을 품고 메리 여왕 편으로 돌아서서 노퍽 공작과 메리 여왕의 결혼을 강력하게 권고했고, 메리의 수석 고문이자 대리인인 로스 주교 존 레슬리도 동의했다. 메리 여왕이 이를 수락하자, 메이틀랜드는 토머스 하워드와 비밀리에 만나서 보석함 편지는 메리에게 그리 불리한 증거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메리와 결혼하고 토머스의 딸인 마거릿과 제임스 6세를 결혼시키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토머스는 이 제안을 엘리자베스 1세의 즉위 후 잉글랜드를 괴롭혀 온 왕위 계승 문제를 해결할 방안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높일 기회라고 보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만 그는 엘리자베스 1세의 분노를 사고 싶지 않았기에 결혼을 섣불리 확정하지 않았다.

토머스와 메리는 서로 만나지 않고 편지로 소통했다. 메리는 스튜어트 왕조의 신조인 'Virescit vulnere virtus'(상처에서 용기는 강해진다)가 수놓아진 베개와 자신의 문장을 토머스에게 선물로 보냈다. 토머스는 이에 답례하고자 메리의 측근이었던 제5대 보이드 경 로버트 보이드를 통해 다이아몬드를 보냈다. 1569년 12월, 메리는 토머스에게 보낸 편지에서 "보이드 경에게서 다이아몬드를 받았습니다. 이 다이아몬드를 주인과 제게 다시 줄 때까지 목에 걸지 않고 간직하겠습니다."라고 썼다.

메리와 토머스의 결혼 계획이 비밀리에 진행되던 1569년 11월, 토머스의 처남이자 사촌인 제6대 웨스트모어랜드 백작 찰스 네빌과 제7대 노섬벌랜드 백작 토머스 퍼시가 잉글랜드 북부에서 반란을 일으켰다. 두 백작은 가톨릭 신앙을 회복하고 지지자를 모집하며, 스코틀랜드의 전 여왕 메리를 구출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잉글랜드 정부는 이에 대응해 메리 여왕을 코번트리로 급히 옮겼고, 엘리자베스 1세는 11월 26일 윈저 궁에서 반란 지도자들을 반역자로 엄숙하게 선포했다.

두 백작은 스페인과 프랑스로부터 군사 지원을 받기를 바랐다. 그러나 반란은 곧 엘리자베스 1세가 파견한 제3대 서식스 백작 토머스 래드클리프 등에게 진압당했고, 두 백작은 스코틀랜드로 도주했다. 토머스는 반란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지만, 엘리자베스 1세의 의심을 받고 체포되어 1570년 8월까지 런던 탑에 갇혔다. 그러다가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난 뒤 엘리자베스 1세에게 자신이 메리 여왕과 결혼할 계획이 있었다고 털어놓고 자비를 간청했다. 엘리자베스 1세는 메리 여왕과 결혼하려는 계획을 단호히 반대하면서도 그를 풀어주기로 했다. 그 후 엘리자베스 1세의 재상 윌리엄 세실, 수석 비서관 프랜시스 월싱엄은 메리 여왕의 집에 파견된 스파이들의 도움을 받아 메리 여왕을 주의 깊게 감시했다.

2.17. 연이은 음모

2.17.1. 리돌피 음모

1570년 초, 엘리자베스 1세는 프랑스 국왕 샤를 9세의 사절단에게 설득되어 메리를 스코틀랜드 왕위에 복위시키기로 했다. 다만 잉글랜드 왕위를 포기하겠다는 에든버러 조약을 비준하는 걸 전제조건으로 뒀고, 메리는 비준을 끝까지 거부했다. 엘리자베스는 윌리엄 세실을 시켜서 메리와 협상을 계속하게 하면서도, 자기와 직접 면담해 달라는 메리의 강력한 요청을 외면했다. 이후 일련의 음모가 연이어 발발하자, 엘리자베스 1세는 메리를 복위하려는 계획을 포기했다.

1570년 2월, 교황 비오 5세는 칙서 '레그난스 인 엑셀시스(Regnans in Excelsis)'를 반포하여 엘리자베스 1세를 파문하고 그녀를 "영국의 거짓 여왕이자 범죄의 하수인"이라고 칭하며 이단으로 선포했다. 그러면서 "엘리자베스 1세에게 맹세한" 신하들을 포함하여 모든 신하가 그녀에게 충성할 의무에서 해방되었다고 천명하며 엘리자베스의 명령에 복종하는 모든 사람을 파문했다. 이에 고무된 가톨릭 세력은 엘리자베스 1세를 타도하기 위한 음모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이후 이탈리아 은행가이자 교황청의 대리인이었던 로베르토 리돌피_{(Roberto Ridolfi)}의 주도로 메리를 잉글랜드의 여왕으로 옹립하려는 음모가 기획되었다.(리돌피 음모) 일찍이 메리 여왕과 결혼하려 했던 제4대 노퍽 공작 토머스 하워드는 리돌피를 중심으로 뭉친 가톨릭 세력과 손을 잡고, 스페인령 네덜란드에 주둔한 스페인군이 알바 공작 페르난도 알바레스 데톨레도의 지휘하에 잉글랜드에 상륙한 직후에 대규모 반란을 일으켜 호응하기로 계획했다. 스페인 국왕 펠리페 2세와 접촉해 스페인군이 잉글랜드에 상륙할 때 동지들과 함께 거병할 테니 이에 대한 보답으로 메리 여왕과의 결혼을 승인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1571년 3월, 엘리자베스 정부는 광범위한 첩보망을 통해 여왕을 노리는 음모가 진행되고 있다는 걸 밝혀냈다. 또한 엘리자베스 1세는 토스카나 대공 코시모 1세 데 메디치로부터 그녀를 향한 음모가 진행 중이라는 경고가 담긴 서한을 받았다. 1571년 4월 12일, 리돌피의 전령이었던 찰스 베일리는 도버에서 위법 서한을 소지한 혐의로 체포되었고 윌리엄 헐 등의 고문 전문가들에게 압박을 받은 끝에 자신이 소지한 서신의 암호를 털어놨다.

1571년 8월 29일, 토머스 하워드의 비서 윌리엄 바커와 로버트 히그포드는 슈루즈버리 직물상인 토머스 브라운에게 잉글랜드 북부의 노퍽 관리인 로렌스 베니스터에게 전달할 자루를 줬다. 두 사람은 이 자루에 은화가 들어있다고 주장했지만, 브라운은 자루의 무게가 지나치게 무거운 것에 의심을 품고 자루를 열어본 뒤 프랑스 대사가 보낸 600파운드의 금과 메리 여왕을 대신하여 스코틀랜드로 보내진 편지들을 발견했다. 브라운은 곧바로 윌리엄 세실에게 이 사실을 고변했고 히그포드와 바커는 체포되어 심문받았다. 편지들은 부분적으로 해독되었고 하워드 하우스에서 암호 키를 수색한 결과 문지방 아래에 숨겨진 메리 여왕의 서신이 발견되어 곧장 해독되었다. 토머스의 하인들도 체포되어 심문받았고, 고문과 협박을 받고 자백했다.

결국 토머스 하워드는 체포되어 런던 탑에 갇혔다. 그는 처음에는 혐의를 원천 부인했지만, 나중에는 메리와 스코틀랜드 지지자들에게 돈과 서신을 보낸 것과 리돌피 음모에 메리가 가담한 것을 어느 정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그들에게 이용당한 것일 뿐 엘리자베스 1세를 해칠 의도는 없었다고 호소했다. 이후 의회는 토머스에게 사형을 선고했고, 엘리자베스 1세는 그에 대한 사형 집행서에 서명했다가 취소하기를 오랫동안 반복하다가 메리 여왕까지 처형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의회의 강력한 압력에 직면하자, 노퍽 공작을 처형하되 함께 연루된 메리 여왕은 죽이지 않고 단지 억류하는 것으로 타협했다. 그리하여 노퍽 공작은 1572년 6월 2일에 처형되었지만, 메리 여왕은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1572년, 잉글랜드 의회는 메리 여왕의 왕위 계승권을 박탈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엘리자베스 1세는 이 법의 통과를 사주했지만, 돌연 마음을 바꿔서 이 법에 동의하기를 거부했다.

2.17.2. 스록모턴 음모

1570년대 후반, 교황 그레고리오 13세는 메리 여왕을 저지대 국가 총독이자 카를 5세의 사생아인 돈 후안 데 아우스트리아와 결혼시키는 계획을 승인했다. 돈 후안은 스페인령 네덜란드에서 함대에 탑승한 뒤 잉글랜드를 침공할 계획을 세웠지만 네덜란드 독립 전쟁이 갈수록 격화되었기에 계획을 실제로 단행하지 못했다.

1583년, 가톨릭 신자 프랜시스 스록모턴_{(Francis Throckmorton)}이 잉글랜드 주재 에스파냐 대사인 베르나르디노 데 멘도사_{(Bernardino de Mendoza)}와 내통하여 엘리자베스 1세를 폐위시키고 메리를 잉글랜드 여왕으로 옹립하려 들었다가 사전에 발각되는, 일명 스록모턴 음모가 발발했다. 멘도사는 외교적 면책권의 보호를 받았기에 1584년 1월 추방되는 선에서 그쳤고, 스록모턴은 고문을 받은 끝에 스페인 대사에게 잉글랜드 해안에 있는 적합한 피난처와 항구 목록을 제공했다고 자백한 후 5월 21일에 재판을 받고 7월 10일에 처형되었다.[7]

메리 여왕은 자신은 이 음모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부인했으며, 비서들이 암호화한 편지의 저자는 자신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2023년에 추가로 발견된 암호화된 편지들을 해독한 학자들은 메리가 이 음모에 연관된 게 분명하다고 본다. 그 중 한 편지에서, 메리는 랑스 대사 미셸 드 카스텔노에게 자기 손으로 편지를 쓰지 않은 것에 대해 스록모턴에게 사과해 달라고 요청했고, "큰 위험"의 가능성을 지적했다.

메리는 스태퍼드셔의 차틀리 홀에 엄격하게 감금되었고, 새롭고 더 엄격한 관리인인 아이머스 폴렛이 1585년 1월에 메리 감시 임무를 맡았다. 1584년, 윌리엄 세실과 프랜시스 월싱엄은 모든 서명자에게 왕위를 찬탈하거나 여왕을 암살하려는 사람을 처형하도록 의무화하는 연합 서약을 제정했다. 메리는 압력을 받고 여기에 서명했는데, 이는 1586년 배빙턴 음모에 연루된 그녀가 처형당하는 근거가 되었다.

2.17.3. 패리 음모

1584년경, 메리 여왕은 스코틀랜드에서 집권 중이던 아들 제임스 6세에게 사람을 보내 연합을 제안했다. 이에 따르면, 그녀는 잉글랜드에 남고, 교황의 파문 칙서를 철회해달라고 교황청에 요청하며, 잉글랜드 왕위에 대한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고 은퇴할 준비가 되었으며, 프랑스에 대항하는 공격 동맹에 참여하겠다고 제안했다. 여기에 스코틀랜드에 대해서는 일반 사면을 제안하고, 제임스가 엘리자베스에게 알리는 조건으로 결혼하는 것에 동의했으며, 아들이 개신교 신앙을 유지하는 것도 받아들였다. 그녀가 제시한 유일한 조건은 포로 생활 조건을 즉시 완화해 달라고 엘리자베스 1세에게 호소해 달라는 것이었다. 제임스 6세는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엘리자베스 1세에게 슬쩍 권해보기도 했지만, 메리가 왕위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는 척하면서 음모를 꾸밀 거라고 의심한 엘리자베스 1세가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히자, 결국 어머니를 저버리고 엘리자베스와 동맹 조약을 체결했다.

1585년, 본래 윌리엄 세실이 고용한 스파이였지만 나중에 가톨릭 세력에 가담한 윌리엄 패리가 엘리자베스 1세를 암살하려는 음모를 꾸몄다가 체포된 뒤 런던 탑에 갇힌 후 3월 2일에 처형되었다. 이때 런던 주재 프랑스 대사 미셸 드 카스텔노의 비서였던 클로드 드 쿠르셀이 패리에게 편지를 전달했다는 혐의가 제기되었으며, 메리 여왕의 비서이자 중개자로서 1569년부터 1572년 사이에 고용된 적이 있었고, 이후에도 메리와 비밀 서신을 주고받았던 토머스 모건도 패리와 연루되었다. 비록 모건이 패리와 공모했다는 걸 입증할 증거가 부족해서 사건은 흐지부지되었지만, 잉글랜드 당국은 그해 성탄절에 메리를 샤틀리에 있는 해자로 둘러싸인 저택으로 옮기고 더욱 철저히 감시하기로 했다.

2.18. 18년간의 유폐 생활

메리 여왕은 잉글랜드로 망명한 뒤 18년간 볼턴 성, 채츠워스 하우스, 셰필드, 벅스턴, 터트버리 성, 차틀리, 그리고 마지막으로 포더링헤이 등 여러 잉글랜드 성과 궁전에서 유폐 생활을 했다. 이곳들은 스코틀랜드와 런던에서 충분히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선택되었다. 메리를 따르는 시종은 적어도 16명이 넘었고, 30대의 카트가 필요할 정도로 다양한 소지품을 가질 수 있었다. 그녀의 방은 고급 태피스트리와 카펫으로 장식되어 있었고, 그녀의 국장 에는 프랑스어 구절인 En ma fin est mon commencement ("내 끝에 내 시작이 있다")가 수놓아져 있었다. 메리 여왕의 침대 시트는 매일 교체되었고, 그녀의 전속 요리사가 은접시에 담긴 32가지 요리 중에서 선택하여 식사를 준비했다. 그녀는 가끔 엄격한 감독하에 밖에 나갈 수 있었고, 7차례의 여름을 온천 마을인 벅스턴에서 보냈다.

초창기에는 안락한 생활을 누렸지만, 계속된 음모를 직접 꾸미거나 연루되면서 엘리자베스 1세의 불신을 샀고, 메리를 경계하는 잉글랜드 대신들도 엘리자베스 1세의 의심을 수시로 부추겼다. 결국 메리는 세월이 지날수록 점점 감시가 심해지게 되었고, 대우가 열악해지는 걸 감수해야만 했다. 하지만 비록 자유는 없었으나 메리는 잉글랜드 왕실에서 정기적으로 나오는 연금 덕분에 많은 시녀와 하인들을 거느렸고, 밸더킨[8] 아래에서 정찬을 즐길 수도 있었다. 감시병이 늘 따라다녔지만, 산책과 사냥 같은 제한된 야외 활동도 종종 허용되었다.

물론 메리는 야외활동은 자주 하지 못했고, 대부분의 날을 정교한 수를 놓거나, 시녀들과 소일하고 외국의 친구들에게 편지를 쓰거나 새와 개를 키우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이때부터 메리는 건강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는데, 옆구리에 간헐적인 통증이 일어난 것을 보면 신경성 질환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 의사를 불러 치료를 받았고 치료 목적으로 벅스턴 온천 여행이 몇 차례 허용되었지만, 상태가 호전되지는 않았다. 게다가 사형당하기 얼마 전에는 발이 심각하게 붓고 류머티즘 관절염을 앓는 등 운신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이 안 좋아져 운동을 거의 못했다. 실제로 사형당할 당시의 메리는 몸이 비대해져 있었던 데다가 탈모까지 심해져 거의 대머리 수준이라, 가발을 착용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메리는 자유를 얻으려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외부와 비밀리에 서신 왕래를 계속했으며, 간간이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 했던 아들 제임스에 대한 그리움과 제임스를 잉글랜드로 데려와 직접 기르고 싶은 소망을 내비치기도 했다. 또한 이런 어려운 시절을 프랑스에서 보낸 행복한 유년기를 회상하는 것으로 견뎌냈다고 한다.

2.19. 배빙턴 음모와 최후

1586년 8월 11일, 메리 스튜어트가 모반을 꾸민 편지가 발각되었다. 프랑스인 사제에게 넘어간 신학생 발라드와 스페인 군인에게 포섭된 앤서니 배빙턴이라는 자가 있었는데, 배빙턴은 한동안 메리의 첩자 노릇을 했다. 그러던 1586년 7월 14일, 배빙턴은 메리에게 아래의 편지를 보냈다.

저와 열 명의 신사, 그리고 백 명의 추종자들이 폐하의 적들로부터 폐하를 구출하는 임무를 맡겠습니다. 파문으로 인해 복종할 의무가 없는 반역자를 처형하기 위해, 저의 개인적인 친구인 여섯 명의 귀족 신사들이 파견될 것입니다. 그들은 가톨릭의 대의와 폐하께 봉사하는 데 쏟는 열정으로 그 비극적인 처형을 감행할 것입니다.

사흘 후, 메리는 배빙턴에게 장문의 답장을 보냈다.

나는 오래전에 외국의 가톨릭 군주들에게 그들이 스페인 국왕에 대해 저지른 일을 보여 주었소. 그리고 지금 이곳에 남아 있는 가톨릭 신자들은 온갖 박해와 잔혹함에 노출되어 있으며, 그 숫자와 세력, 수단, 그리고 권력이 날로 줄어들고 있소. 따라서 이에 대한 해결책이 신속하게 마련되지 않는다면, 나는 그들이 영원히 다시 일어서서 어떤 지원도 받을 수 없게 될 것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소. 나는 이 문제에 대해 특별한 이해관계는 없지만, 우리의 주요 친구들에게 다음과 같은 확신을 주시기를 간청하오. 나는 이 문제에 내 삶과 내가 가진 모든 것, 그리고 이 세상에서 앞으로 기대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항상 기꺼이 바칠 것이오.
(중략)
이러한 구실은 모든 협회나 일반적인 고려 사항들 사이에서 설립되고 확립될 수 있으며, 종교에서 토지, 생명, 재산과 같은 분야에서 청교도들의 억압과 시도에 대항하여 오직 여러분의 보존과 방어를 위해서만 행해지며, 여왕에 대해 직접적으로 글을 쓰거나 반대 의사를 밝히지 않고 오히려 여왕과 그녀의 합법적 상속인들을 부양할 의지가 있음을 보여주며, 나를 지명하지 않는 것이오.

그 후 메리는 엘리자베스 1세의 살해가 자신의 자유와 잉글랜드에 대한 가톨릭의 지배로 이어질 수 있다면 이를 지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으며, 그 편지와 베르나르디노 데 멘도사 대사에게 보낸 다른 편지에서 스페인의 잉글랜드 침략을 지지했다. 이 서신은 도중에 프랜시스 월싱엄에게 고용된 암호 및 언어 전문가인 토머스 펠립스에게 가로채어 곧바로 해독된 뒤, 프랜시스 월싱엄에게 전달되었다. 프랜시스 월싱엄은 펠립스에게 원본을 따로 보관하고 사본을 만들게 하고, 사본에 아래와 같은 내용을 덧붙이게 했다.

나는 이 임무를 완수할 6명의 신사의 이름과 자질을 알게 되어 기쁠 것이오. 그렇게 되면 당사자들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그 임무에 필요한 추가적인 조언을 드릴 수 있을 것이오. 그리고 나는 그러한 모든 주요 인물의 이름을 알고 싶소. (중략) 그리고 때때로 특히 당신이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 그리고 같은 목적을 위해 이미 누구와 함께 있었는지, 그리고 각 사람이 이 임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도 알고 싶소.

위대한 음모가 시작되길. 메리.
서명.

하지만 메리가 보낸 답신이 위조되었다는 주장이 많이 제기되었는데, 아직도 저 편지가 위조인지 아닌지는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학자들의 일반적인 의견은, 메리가 직접 쓴 편지이기는 하나 엘리자베스 1세의 심복들이 메리를 제거하기 위해 판 일종의 함정에 낚여서 썼다는 것이다. 아무튼 메리가 보낸 서신에 낚인 조직원들이 함께 공모한 이들의 명단을 작성한 답장을 보냈다가 덜미를 잡혀버렸다. 총 6명의 연루된 조직원들이 붙잡혔고, 이들은 엘리자베스 1세를 암살한 후 메리를 여왕으로 추대하려고 했던 계획을 자백했다. 이후 배빙턴과 그와 공모한 13명은 교수척장분지형으로 처형당했다.

그 후 메리는 스태퍼드셔의 틱솔 홀로 끌려간 뒤, 뒤이어 포더링헤이 성으로 옮겨졌다. 1586년 10월, 그녀는 윌리엄 세실, 제6대 슈루즈버리 백작 조지 탈보트, 프랜시스 월싱엄을 포함한 36명의 귀족으로 구성된 법정에서 여왕의 안전을 위한 법에 따라 반역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메리는 전문 변호인의 변호를 받을 권리를 인정받지 못했지만, 스스로 변호를 맡아서 혐의를 원천 부인했다. 그녀는 재판관들에게 "양심을 살피고 전 세계의 무대가 잉글랜드 왕국보다 넓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증거를 검토할 기회를 거부당했고, 서류가 압수당했으며, 법률 조언을 받을 수 없고, 외국의 기름부음받은 여왕으로서 영국 신민이었던 적이 없으므로, 반역죄로 유죄 판결을 받을 수 없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재판 결과는 이미 예정되었다. 10월 25일, 귀족 36인 중 찬성 35명, 반대 1명으로, 메리는 유죄를 선고받았다. 반대표를 던진 유일한 위원은 제11대 주슈 남작 에드워드 라 주슈였다. 그 후 엘리자베스 1세는 의회로부터 사형을 집행하라는 강한 압력을 받았지만, 처형을 명령하기를 주저했다. 왜냐하면 메리를 처형할 경우, 비록 폐위되었다곤 하나 자신의 혈육을 처형한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게 되고, 그렇다고 처형하지 않자니 몇 번이나 그랬듯 국내 가톨릭 세력의 구심점으로서 끝없이 반란의 불씨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메리 여왕의 아들 제임스 6세가 가톨릭 세력과 동맹을 맺고 잉글랜드를 침략할 수도 있었다.

엘리자베스 1세는 메리 여왕의 마지막 감시인이었던 아이머스 폴렛에게 메리의 "수명을 단축"할 은밀한 방법을 고안해 줄 수 있겠느냐고 제안했다. 그러나 폴렛은 단호히 거부했다.

"제 양심에 큰 상처를 남기거나 불쌍한 후손들에게 큰 오점을 남길 수는 없습니다."

1587년 2월 1일, 엘리자베스 1세는 사형 영장에 서명해 추밀원 의원인 윌리엄 데이비슨에게 맡겼다. 다만 이 영장을 당장 내주지는 말라는 명령을 덧붙였다. 그러나 2월 3일, 엘리자베스 몰래 윌리엄 세실이 소집한 잉글랜드 추밀원 의원 10명은 즉시 사형을 집행하기로 결의했다. 2월 7일 저녁, 메리는 포더링헤이에서 다음 날 아침 처형될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메리는 처형을 순순히 받아들이며 조건을 걸었는데, 첫 번째로 자신을 프랑스 땅에 묻어줄 것, 두 번째로 그동안 자신의 뒷바라지를 해준 시종들과 시녀들에게 자신의 유산과 연금을 줄 것, 세 번째로 처형은 공개된 장소에서 할 것 등을 내걸었다. 그 후 메리는 생애 마지막 시간 동안 기도하고, 가족들에게 유언장을 작성해 가족들에게 재산을 분배하고, 프랑스 왕에게 보내는 서신을 작성했다.

파일:Maria_Stuarda_si_avvia_al_patibolo.jpg

스키피오네 반누텔리 작, <단두대로 향하는 메리 스튜어트>, 1861년.

1587년 2월 8일, 메리는 사형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대강당에 세워진 단두대는 검은 천으로 덮여 있었다. 단두대까지는 두세 계단이 있었고, 단두대에는 그녀가 무릎을 꿇을 수 있는 쿠션과 처형을 목격하기 위해 그곳에 있던 슈루즈버리 백작과 켄트 백작, 그리고 메리를 위한 의자 3개가 놓여 있었다. 사형 집행인과 그의 조수는 사형 집행 관례에 따라 메리 앞에 무릎을 꿇고 그녀를 죽이게 된 것에 용서를 구했다. 이에 메리가 답했다.

"온 마음을 다해 용서합니다. 이제 당신이 내 모든 고통을 끝내주기를 바랍니다."

메리의 하인인 제인 케네디와 엘리자베스 컬, 그리고 사형 집행인들은 메리가 겉옷을 벗도록 도왔다. 그러자 벨벳 페티코트와 가톨릭교회의 순교를 상징하는 전례색인 진홍색 소매가 드러났다.[9] 즉, 옷차림을 통해 자신은 결백하며 가톨릭 순교자임을 선언한 것이었다. 또한 검은색 새틴 몸통과 검은색 장식이 있었다. 케네디는 그녀에게 금으로 수놓은 흰색 베일을 씌워 눈을 가린 후, 머리를 올려놓은 블록 앞 쿠션에 무릎을 꿇고 팔을 뻗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아래의 말을 남겼다.

In manus tuas, Domine, commendo spiritum meum
주님, 내 영혼을 당신 손에 맡깁니다.[10]

메리는 편하게 죽지 못했다. 첫 번째 일격은 목을 비껴가 머리 뒤쪽을 강타했다. 이때 메리는 고통스럽게 신음했다고 한다. 두 번째 일격은 목을 잘랐지만, 작은 힘줄만 남았고, 세 번째 일격에 힘줄이 완전히 잘렸다. 그 후 처형집행인이 메리의 잘린 머리를 집어 들고,

"신이시여. 여왕(메리)을 구하소서."

라고 말했지만 가발 쪽을 잡는 바람에, 메리의 잘린 머리가 굴러떨어져서 공개 처형을 지켜보던 수백 명의 사람들이 놀랐다고 한다. 목이 완전히 잘린 뒤에도 입술은 15분 동안이나 계속 움직였다고 한다. 메리의 드레스 속에 있었던 작은 애완견은 메리가 사망하자 그 속에서 나와 메리의 핏물 위에 누워 애통해했고, 거기서 끌려 나온 뒤에도 계속 먹이를 거부하더니 이내 죽었다고 한다.

3. 사후

메리 여왕이 처형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엘리자베스 1세는 격분했다. 그녀는 윌리엄 데이비슨이 처형 영장을 내주지 말라는 자신의 지시를 어겼고, 추밀원이 허락 없이 행동했다고 비난했다. 데이비슨은 체포되어 런던 탑에 갇혔고, 횡령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옥고를 치르다가 19개월 후 윌리엄 세실과 프랜시스 월싱엄의 중재로 석방되었다. 엘리자베스는 이렇듯 사전에 우유부단하고 의도적으로 모호한 지시를 내림으로써, 자신이 처형하라는 명령을 확실히 내리지 않았는데 신하들이 억지를 부려서 죽여버렸다는 그럴듯한 부인 가능성[11]을 만들어냈다.

메리는 처형되기 전에 프랑스에 묻히기를 원했지만, 엘리자베스는 거부했다. 메리의 유해는 방부 처리된 뒤 1587년 7월 말 피터버러 대성당에서 개신교 예배로 장례를 치른 뒤 그곳에 안장되었다. 방부 처리 과정에서 제거된 그녀의 내장은 포더링헤이 성내에 비밀리에 묻혔다. 그녀의 시신은 1612년 아들 제임스 1세에 의해 발굴되어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의 엘리자베스 1세의 무덤 맞은편에 다시 매장되었다.

스페인의 펠리페 2세는 메리가 죽자, 겉으로는 가톨릭 계승자의 죽음에 분노를 표했으나 속으로는 환호성을 질렀다. 친프랑스적인 메리의 죽음으로 엘리자베스 1세의 사후 메리가 잉글랜드의 메리 2세로 즉위해 잉글랜드-프랑스-스코틀랜드 동맹이 탄생하는 최악의 사태를 막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프랑스에서는 메리를 추모하는 행사를 거행하고 그녀의 처형은 지나친 일이었다고 비판하는 성명을 반포했지만, 스페인에 맞서 잉글랜드와 공동 대응해야 했기에, 그 이상으로 잉글랜드에 따지지 않았다.

메리의 존재는 스페인이 잉글랜드 침공을 망설이던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는데 뼈 빠지게 전쟁해서 설령 이기고 엘리자베스 1세를 폐위한다 한들[12] 메리가 뒤이어 즉위할 테고, 결국 프랑스만 좋은 일이 될 소지가 다분했기 때문이다. 메리가 참수당하자, 스페인은 잉글랜드는 침공을 망설일 마지막 이유가 사라졌다. 결국 1년 뒤에 스페인은 메리의 처형을 침략의 명분 중 하나로 삼아 잉글랜드를 침공했다. 결과는 칼레 해전 참조

한편, 메리의 아들 제임스 6세는 어머니의 처형에 대해 "터무니없고 이상한 절차"라고 비판했지만, 그 이상으로 따지지 않았다. 1588년 무적함대가 잉글랜드를 침공하려 하자 엘리자베스 1세에게 "당신의 친아들이자 당신 나라의 동포"로서 지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엘리자베스 1세는 이에 대한 보답으로 제임스 6세에게 매년 보조금을 보내 스코틀랜드 정세를 안정시키는 걸 도와줬다. 제임스 6세는 수년간 총 58,500파운드의 스털링을 엘리자베스 1세로부터 받아냈다. 1603년 엘리자베스 1세가 승하하면서 잉글랜드 내의 튜더 혈통이 단절되었고, 이에 튜더 왕조의 유일한 후손이자 스코틀랜드 왕으로 있었던 메리의 아들 제임스 6세가 제임스 1세로서 잉글랜드 왕위를 계승하여 스튜어트 왕조를 열었다. 메리 스튜어트가 헨리 7세의 유일하게 남은 후손이었기 때문에 제임스 1세의 즉위가 가능했다. 그 후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는 동일인을 국왕으로 모시게 되면서 동군연합을 이루게 되었다.

4. 관련 문서

[1] 제임스 5세는 죽기 10년 전부터 여러 차례 질병을 앓았고, 1540년에는 마리 드 기즈 왕비에게 지금까지 겪어본 적 없는 심한 고통을 겪었지만 겨우 회복했다는 서신을 보내기도 했다. 학자들은 그가 콜레라나 이질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2] 스코틀랜드 독립전쟁의 영웅인 로버트 1세 브루스의 왕녀였던 마조리 브루스가 월터 스튜어트와 결혼하면서,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로버트 2세가 스코틀랜드의 왕위를 이으며 스튜어트 왕조가 창건되었다.[3] 메리 여왕이 나중에 제임스 1세를 낳으면서 이 예상은 당장 이뤄지지 않았지만, 거의 150년 뒤 앤 여왕이 스튜어트 왕조 최후의 군주가 되면서 이뤄졌다.[4] 제임스 5세는 스코트어로 말했다. 해당 문장의 영역이 "It began with a girl and it will end with a girl."[5] 카트린 드 메디시스는 메디치 가문이 막대한 결혼 지참금을 지급할 경제력이 있다는 점, 교황과 연줄이 있다는 점, 프랑스 왕실이 이탈리아 르네상스 문화를 선호했다는 점 때문에 강대국이었던 프랑스의 왕족과 결혼할 수 있었다.[6] 단리 경은 격이 높은 국서의 칭호인 'King consort'를 받았다. 격이 낮은 국서의 칭호는 'Prince consort'이다.[7] 이때 처형된 스록모턴의 인척들은 엘리자베스 1세의 사후 제임스 1세 때 다시 한번 잉글랜드를 가톨릭 국가로 만들기 위해 제임스 1세의 암살을 도모했는데 이게 바로 화약 음모 사건이다.[8] 군주의 위엄을 나타내는 천개 모양의 상징물.[9] 가톨릭 계열 미션스쿨 중에는 붉은색 교복을 입는 학교도 있는데, 이 역시 순교자의 피를 상징한다. 또한 추기경이 입는 빨간 수단도 순교자의 피를 상징하는 것이다. 순교 성인의 축일에는, 사제가 붉은색 제의를 입고 미사나 시간 전례(성무일도) 등의 전례를 집전한다.[10]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숨을 거두기 직전에 남긴 말이었다.[11] Plausible deniability: 권위자가 조직 계층 구성원이 저지른 행위에 대한 책임을 부인할 수 있는 능력.[12] 엘리자베스 1세는 이미 교황에게 파문당한 뒤이므로 스페인이 승리한다면 폐위할 명분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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