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힐

"본래 저희는 황제의 명을 받아 적을 토벌하러 왔는데, 지금은 오히려 좁은 성에 물러나 지키고 있으니, 적에게 죽지 않더라도 법에 따라 처벌받을 것입니다. 진군과 후퇴 중 어디에서도 살 길이 없는데, 왕공(王公)과 여러 장수들이 태연히 아무 계책도 세우지 않으니, 어찌 은혜에 보답하고 책무를 다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 만약 출전한다면 말의 기운이 부족하여 보병으로 기병을 상대하게 되니, 결국 승리할 방법이 없을 것이다. 마땅히 수도에서 구원군으로 기병을 보내주기를 기다렸다가, 보병이 안에서 진을 치고 싸우고, 기병이 밖에서 적을 습격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이른 바 만전지계(萬全之計)라 하는 것이다."

"지금 흉포한 적이 밖에서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는데, 우리 병력은 지치고 힘이 빠졌으며, 병사들은 기아로 고통스러워하고 있습니다. 한 번 결전을 치르지 않으면 죽음은 조만간 닥칠 것이니, 무슨 구원군을 기다릴 수 있겠습니까! 죽을 바에야 싸우다 죽는 것이 마땅하지, 어찌 앉아서 포위를 당하며 죽음을 기다릴 수 있겠습니까?"

"지금 병사들에게 말이 없다고는 하나, 장수들이 타고 있는 말만으로도 200기의 기병은 충분히 마련할 수 있습니다. 제가 용감한 병사들을 모집하여 출전하겠습니다. 비록 적을 완전히 격파하지는 못하더라도 그들의 기세를 꺾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혁련창은 성급하고 계략이 없으며, 늘 호전적인 성격임을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만약 복병을 배치하여 기습적으로 공격한다면, 혁련창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