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과학, 특히 자연과학을 의미하는 하드 사이언스(Hard Science)를 주요 소재 및 주제로 삼은 SF 소설의 하위 장르를 가리킨다. 알기 쉽게 말해서 이공계 SF라고 할 수도 있지만, 평론가에 따라서는 1950년대의 황금시대에 확립된 SF의 주제 의식과 과학관을 짙게 빈영한 하드코어(hardcore) SF의 약자로 보기도 한다.[1]소재상으로는 과학기술이나 아직 완전히 규명되지 않은 자연 현상들을 즐겨 다루며, 현존하는 과학 지식의 연장선상에서 과학적인 정합성과 논리를 중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자연과학이나 과학철학의 사고실험을 소설의 형태로 풀어낸 작품들도 많다. 프레드 호일 경이나 칼 세이건처럼 저명한 과학자 출신의 작가들이 많은 데다가 과학 이론이나 개념 자체가 종종 소설의 뼈대를 이루기 때문에 과학도만 쓸 수 있는 그야말로 어렵고 딱딱한 SF소설이라는 주장도 있다.[2] 그러나 작가에 따라서는 소설적 재미를 위해 논리의 비약을 불사하거나 모험이나 액션 등의 오락적 내러티브를 전면에 내세우는 경우도 드물지 않으므로, 일반적으로는 주제에서부터 과학 관련 요소들이 반영될 정도로 과학적 개연성이 우선시되는 과학소설의 하위 장르라고 정의하는 편이 적절하다.
일상적 현실에 밀착한 소프트 SF가 주류를 이루는 2020년대의 한국 SF 문단에서 협의의 하드 SF로 분류할 수 있는 작품은 거의 찾아볼 수 없지만, 20세기 중반부터 이미 SF 문단이 확립된 일본이나 영어권 SF 계에서 하드 SF는 소수파이면서도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가진다.
2. 하드 스페이스 오페라
스페이스 오페라가 다시 인기를 끌기 시작한 1990년대 이후의 영어권 SF에서는 하드 SF적인 요소를 도입한 스페이스 오페라 작품들을 편의상 하드 스페이스 오페라로 분류하기도 한다.[3] 대표적인 하드 스페이스 오페라 작가로는 앨러스테어 레널즈와 피터 F. 해밀턴이 있고, 영상화된 것으로는 익스팬스 시리즈가 있다.3. 대표적인 하드 SF 장편 (* 표시는 절판)
- 할 클레멘트 - 《중력의 임무》(1954), 《온도의 임무》(1971)
- 프레드 호일[4] - 《October the First is Too Late》(1966)
- 폴 앤더슨 - 《타우 제로》(1970)*
- 래리 니븐 - 《링월드》(1970 - ) 시리즈
- 아이작 아시모프 - 《신들 자신》(1972)
- 래리 니븐 & 제리 퍼넬 - 《The Mote In God's Eye》(1974)
- 제임스 P. 호건 - 《별의 계승자》(1977) 시리즈
- 그레고리 벤포드 - 《Galactic Center》 시리즈 (1977 - ), 《타임스케이프》(1980)*
- 아서 C. 클라크 -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 《라마와의 랑데부》(1973), 《낙원의 샘》(1979)
- 로버트 L. 포워드 - 《용의 알》(1980)
- 찰스 셰필드 - 《The McAndrew Chronicles》(1983)
- 칼 세이건 - 《콘택트》(1985)
- 그레그 베어 - 《블러드 뮤직》(1985)*
- 폴 J. 맥컬리 - 《Four Hundred Billion Stars》(1988) 시리즈
- 그렉 이건 - 《쿼런틴》(1992), 《내가 행복한 이유》(한국어판 오리지널 작품집, 2022)
- 버너 빈지 - 《심연 위의 불길》(1992), 《Rainbows End》(2006)
- 앨러스테어 레널즈 - 《Revelation Space》(2000) 시리즈
- 테드 창 - 《당신 인생의 이야기》(2002), 《숨》(2019)
- 피터 F. 해밀턴 - 《Pandora's Star》(2004) 시리즈
- 피터 와츠 - 《블라인드 사이트》(2006)
- 앤디 위어 - 《마션》(2011), 《프로젝트 헤일메리》(2021)
[1] 이런 맥락에서 하드 SF를 '정통' SF로 받아들이는 시각은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종종 볼 수 있지만, 현대 SF 평단에서는 하드 SF를 SF계 내부의 공시적인 경향이 하위 장르로 정착한 예로 간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2] 영어 형용사 hard에는 '어렵다(difficult)라는 뜻도 있으므로 당연한 연상이라고 할 수 있다.[3] 참고로 잡지에 게재되는 《에반게리온 ANIMA》나 《건담 MSV》 등의 '설정을 위한 설정이론' 같은 경우 아무리 복잡하고 정교해도 하드 SF적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SF의 하위 장르 중 하나인 로봇 격투물이긴 하지만, 애당초 과학적 개연성을 염두에 두고 시작한 게 아니고, 이후에 인기를 끌면서 멋을 내거나 그럴듯하게 보이기 위해서 비현실적인 이론이나 공식을 가져다 붙인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건담 세계관의 기초가 되는 미노프스키 입자만 생각해봐도 현실적인 과학 이론과는 동떨어진 판타지적인 설정에 가깝다.[4] 정상우주론을 주장했던 그 물리학자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