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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4-17 00:04:41

설정놀음

1. 작품은 안 만들고 설정(concept)만 짜는 행위를 비판하는 용어
1.1. 주의1.2. 위험성1.3. 설정놀음이 작품에 부정적인 이유1.4. 설정놀음에 빠지게 되는 이유1.5. 설정놀음에 파묻히는 것을 피하려면1.6. 설정놀음으로 유명한 것
2. 설정 파괴를 비판하는 용어
2.1. 대표적 설정 뒤집기 및 추가 사례
3. 작품의 팬들이 설정만 가지고 갑론을박하는 것4. 설정 자체를 즐기는 놀이 Conworlding

1. 작품은 안 만들고 설정(concept)만 짜는 행위를 비판하는 용어

설정놀음은 작품의 줄거리(플롯)를 구체화하지 않고 순간순간 떠오르는 단편적인 캐릭터, 유니버스설정만 정리하는 것이다.

1.1. 주의

설정놀음이란 문서만으로 설정을 금하는 것은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 또한 '작가는 설정놀음을 하는구나' 하는 통속적인 인식과 비판은 작가들의 창의성을, 독자의 흥미를 대거 깎아먹는다. 설정이란 건 '설정은 필요하다 아니다 도움 안 된다' 영역이 아니라 애당초 작가가 작가의 일을 장기적으로 하려면 가져야 할 기본적인 필수 재능이다. 설정은 작가들이 가져야 할 필수 요소이고, 설정이 없다면 애당초 보는 사람들에게 작품 전개와 긴장감과 인간적인 가치와 색다른 즐거움을 보여줄만한 가능성이 없다. '엄청난 녀석들이 서로 치고받고 싸운다'라면 그저 그렇겠지만 '엄청난 녀석들이 치고받고 싸우는데 한 녀석은 치명적 약점이(적은 몰라도 우리는 알고) 있다'라는 설정을 부여하면 후자가 더 재밌다. 설정 놀음이란 말은 성과가 부족했다 문제이며 지나치게 설정에만 의지한 작가들의 문제에 가깝다. 그 설정을 일시적으로 무너뜨리면 훨씬 재밌는 작품이 될 수도 있는데 말이다. 또한 모두가 알듯이 나무위키는 전문가들의 완벽한 사실이 아니며 개인의 주관이다.

1.2. 위험성

대개 다음과 같은 설정놀음은 위험하다.

위와 같은 설정을 짜는 것은 그 자체로 문제는 없으나, 작품활동에 매우 비효율적인 것은 자명하다. 움베르토 에코톨킨처럼 집필 전에 대단위의 설정을 짜서 명작을 완성하고야 마는 작가라면 상관이 없지만, 아직 책 한 질 내지도 않은 작가가 프롤로그도 쓰기 전에 배경 설정만 몇 달씩 구상한다면, 사실 힘겨운 창작의 고통에서 도피하여 설정을 구축하는 말초적인 즐거움만을 추구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이게 중증에 달하면 설정만 계속 짜면서 실질적인 창작활동은 아무것도 못 하게 되는 심각한 상태가 된다. 표현하고 싶은 것은 가득한데 이를 프롤로그에서부터 빌드업하는 능력이 떨어져 원고를 진행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막연한 구상만 수백 개를 해 놓는 작가 지망생이 엄청나게 많다. 단순히 취미라면 상관없는 얘기지만 작가를 지망한다면 반드시 지양해야 할 자세. 물론 이를 실행했거나 최소한 결심했다는 것만으로도 창작의 길에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할 수는 있다. 많은 양의 설정을 만들겠다고 결심한 것 자체가 작품에 진지하게 임하겠다는 다짐이기 때문이다. 즉, 설정놀음을 했더라도 그 열정을 플롯으로 돌리면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스티븐 킹 작가는 작가에게 있어 공책(notebook)은 매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즉, 당신이 설정을 중시하는 작가 지망생이라면 수시로 노트를 가지고 다니면서 생각나는 아이디어를 적어놓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아이디어를 계속해서 구축만 하는 것이 바로 설정놀음의 시작이다. 이 아이디어를 구상으로만 남기지 않고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1.3. 설정놀음이 작품에 부정적인 이유

설정은 건물의 토대와 같다는 표현을 흔히 한다. 즉 토대가 튼튼해야 이야기라는 건물을 제대로 올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정도는 적절해야 한다. 가령 가벼운 건물을 올리고자 한다면 불필요하게 튼튼한 토대를 올릴 필요가 없고, 추후에 확장될 여지 정도만 고려하여 필요한 정도만 하는 게 낫다. 아니면 토대가 좀 부실해도 어차피 간단히 사용하다 곧 철거하고 말 가건물 수준이라면 별 상관이 없다. 한편 정말로 튼튼한 빌딩을 짓기 위해서는 설계를 고려하고 하중이 분배되는 것을 고려하여 고르게 땅을 다져야 하며, 기둥도 필요한 곳에 적절히 세우고 무게를 분산시킬 것을 고려해야 한다.

이 경우 잘못된 설정놀음은 건물을 올릴 생각을 아예 하지 않거나, 추후에 건물이 어떻게 올라갈지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아무 곳에서 땅만 계속 다지면서 좋아하는 행위에 비견할 수 있다. 불필요한 낭비에 그치게 되는 것이다.

만약 작성하고자 하는 것이 소설이 아니라면 적절한 설정놀음은 부정적이지 않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TRPG미니어처 게임·보드 게임의 룰북이 있다. 애초에 상품 자체가 소비자에게 가상의 세계에서 자유롭고 다양한 이야기를 구상하고 모험을 할 수 있게 한 설정집이기 때문이다. 앞서 비유에서 말하자면 산 사람이 그 위에 건물을 맘대로 올려보라고 토대만 만들어놓은 땅을 판매하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당연히 재밌고 좋은 설정을 짜면 더 잘 팔리는 게 이 바닥이다. 워해머 40,000섀도우런 같은 것은 나무위키에 올라온 설정만 읽어도 엄청나게 재밌다![1] 하지만, 이러한 업계에 종사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면 설정놀음은 대부분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수많은 인기 작가들은 설정을 두루뭉술하게 만들거나 아예 무시한다. 대표적으로 죠죠의 기묘한 모험이 있다. 극 초반에 나온 설정도 뒤엎고 심지어는 알게 모르게 등장인물의 성별이 바뀌는 일도 있다. 독자에게 한 말을 지키지 않는 행위로 볼 수 있지만, 설정이 작품의 전부가 아님을 방증한다. 근육맨의 작가 유데타마고같은 경우 오히려 설정 뒤집기가 독자들에게 더 호평받기도 하며 아예 유데매직이라는 말까지 있다.

캐릭터가 즐겨 듣는 음악이 무엇인지, 작품 세계의 연도가 몇 년이고 인구수가 몇 명인지를 짜는 것은 전혀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잡다한 설정을 작품 내에 과다하게 나열하면 이야기의 흐름은 지루해진다. 독자들은 설정 나열을 보려고 작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설정들 위에서 연출되는 매력적인 이야기를 원하는 것이다.

그저 그들이 제일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짜면서 재미는 있겠지만, 작품 전체의 구조를 제대로 만드는 것에는 그다지 쓸모가 없다. 물론 스티븐 킹처럼 설정은커녕 플롯도 안 짜고 무작정 본능에 따라 써서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긴 한데... 당연히 이런 사람은 매우 드물다. 이런 게 되는 건 천성적으로 감각이 좋거나 아주 능숙해진 거다. 완성된 창작물을 만들려면 전체의 구조를 제대로 짜 맞춰야 하지, 재미있는 부분만 편식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소설뿐만 아니라 만화와 애니메이션에도 나타나곤 하지만, 작품이라는 것은 설정만 가지고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설정에만 집중하는 건 작품에 별 도움이 안 된다. 실제로 '자칭 지망생'들이 설정은 A4 수십 페이지 분량으로 만들어놓고 정작 본격적인 소설의 내용은 거의 진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 장르 작가, 특히 판타지 소설 작가들에게서 이런 경향이 만연하며, 영화 쪽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종종 드러난다. 예를 들어 D-WAR도 설정집만 보면 상당히 준수하다. 배경설정이 상당히 치밀하게 짜여 있지만, 실제 영화는 설정집의 내용과 아무 연관 없이 흘러가는 게 문제다. 영화를 보고 나서 설정집을 보면 도저히 같은 작품을 다루고 있다고 느낄 수가 없다. 많은 영화과가 스토리ㅁㅁ텔링 수업을 듣지 않고 졸업할 수 있는 과정이다 보니 유명 감독에 교수까지 하는 사람들도 설정놀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아마추어도 아닌, 나무위키에 문서가 있는 유명 프로 작가들 중에도 설정놀음에 집착해 완결을 제대로 내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이런 미숙함이 극에 달하면 나오는 것이, 작가로서 가장 지양해야 할 행동으로 손꼽히는 작중에서 설정을 직접 구구절절 설명하기이다. 한마디로 설정을 만들기만 하고 그것을 작품 속에 자연스레 녹아들게 하지 못한 셈. 물론 영상이나 게임 등 시간 관계상 어쩔 수 없는 일도 있지만, 그러한 제약이 없는 출판 시장에서 시작부터 설정을 줄줄 말하고 다니는 것은 문제가 있다. 만화 첫 장부터 주·조연들의 프로필을 나열하고 시작하는 것도 이쪽에 속한다.

방대한 설정을 굳이 구상하길 원한다면 차라리 별도의 설정집으로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다. J. R. R. 톨킨이나 J. K. 롤링의 경우 구상한 배경 설정은 방대하지만, 작품의 본편 내에는 작품 감상에 필요한 정도의 설정만 서술했다. 그리고 더 상세한 설정은 별도의 설정집으로 풀어냈다. 예를 들어 반지의 본편에서 요정어의 문법이나 가운데땅의 방대한 고대사를, 해리포터 본편에서 포터모어의 자잘한 설정을 일일이 설명해놓았다면 소설로서의 완성도는 떨어졌을 것이다. 소설의 문법과 설명문의 문법은 다르기에 이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1.4. 설정놀음에 빠지게 되는 이유

일단 설정을 짜다 보면 재미는 있다. 그리고 애초에 설정이라는 것 자체가 자체적인 이야기를 함유할 수밖에 없어서, 어느 정도는 글의 구성 및 구상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그러므로 작품을 만들려는 사람이 치밀한 설정을 짜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다. 작품의 내적 완결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이야기가 전개되는 공간이 세밀하게 구상되어 있을수록 작품의 진행이 안전할 뿐더러, 언급했듯이 잘 짜인 설정은 그 자체가 이야기를 진행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물론 따로 설정을 구상하지 않아도 나름대로 작품 얼개가 짜 맞춰지는 일도 있긴 하지만, 이런 작품들은 보통 해당 작품의 시공간적 배경을 현실에 의존하거나 이야기 구조 자체가 단순해서 시공간적 배경이 단편적으로 나타나도 상관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어떨 때는 필요하기도 하다. 위의 "플롯에 집중하라"는 설정 하나에만 빠지지 말고, 설정에서 플롯을 도출해내는 것보다 플롯에서 설정을 도출해내기가 비교적 쉽다는 말이지, "설정은 쓰레기야! 그러니 나는 플롯만을 쓰겠어!"라는 자세로 접근하게 되면 그 플롯조차 제대로 만들지 못한다.[2] 당장 소설의 세 가지 구성 요소인 '인물, 배경(설정), 사건(플롯)'을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야 완성도 있는 소설이라 할 수 있으며, 위에서 말한 내용은 '당장 플롯이 없으면 소설 자체가 성립이 안 되니, 그를 최우선으로 만들라'지, 절대 '설정은 불필요하다'가 아니다.

이런 설정놀음은 소위 말하는 '덕질'의 필수요소라는 측면도 있다. 팬들은 창작물 등을 덕질할 때 작가가 만들어놓은 배경 설정과 공식 설정들을 하나하나 해체하고 분석하면서 놀기도 한다. 후술된 듯이 일본 창작물에 특히 이런 설정놀음의 비중이 크다. 정확히 말하면 '차가운 미디어' 전반의 특성에 가깝다.

1.5. 설정놀음에 파묻히는 것을 피하려면

디테일이 예술을 만든다.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을 꼽는다면 그건 상상력이다. 있지도 않은 것, 불필요한 것, 유치한 것, 괴상한 것, 별 의미 없는 것도 상상하기에 따라 완전히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 2차 창작은 그것을 표현한 사례이다.

머리 속으로 상상력을 사용해 시뮬레이션을 굴리며 그것을 표현하는 와중에 아직 미숙한 사람들이 내민 성장통이 설정놀음이다. 그러니 너무 비난하진 말자. 오히려 설정놀음이 전혀 없으면 작품이 경직되어 보는 사람들의 상상력을 제한하기도 한다.[4]

작가가 되자고 결심하고 상상하기보단 상상하다보니 작가가 되어 있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설정놀음을 마구 비난하며 의미 없다고 말하는 건 오히려 쿨병에 가깝다. 작가들은 엄청난 상상과 설정 끝에 작품을 내놓으므로 설정놀음을 아주 멀리하진 말자. 재밌다는 것은 일을 오래 하기 위한 중요 요소다.

이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위에서도 언급되었듯 '설정은 설정일 뿐이고 매우 작은 첫걸음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는 것이다. 관련 문서에 언급되어 있듯이 냉정히 말해 작가라는 것도 엄연히 재능노력이 필요한 직업인데, 설정만 거창하게 짜 놓고 '난 작가의 자질이 있나 보다'하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미술가음악가를 그렇게 쉽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는데 유독 글 쓰는 직업에 대해서는 누구나 조금만 노력하면 괜찮은 작품을 하나 뚝딱 만들 수 있을 줄 아는 사람이 많다. 이럴 수밖에 없는 구조는 대부분 사람이 문화 콘텐츠를 즐기며 살아가고 있고, 누구나 한 번쯤 머릿속에 자기만의 세계를 한두 개쯤 가지고 있어 대중적인 성공을 떠나서 누구든 자기만족성 글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기만족성 글은 특히나 본인이 좋아하는 것으로만 구성하여 그것에 재미를 느끼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초등학생도 쓸법한 대리만족형 먼치킨 작품들도 대중 상업에서 크게 유행하면서 더더욱 진입장벽이 낮아지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글쓰기라는 행위의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아 보이기 때문이겠지만, 그림 또한 낙서원숭이도 할 수 있다. 즉 주위에서 노래 좀 한다는 얘길 듣고 가수를 하는 이들, 요리 좀 먹을만하게 한다고 식당 차리는 이들이나 다를 바가 없다. 물론 이들 중에 성공한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들 또한 재능만으로는 안 된다는 한계를 빨리 깨닫고 수많은 노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프로가 된 것이다. 작가 또한 얼마나 빨리 설정놀음의 한계를 깨닫고 작품의 깊이에 몰두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질 것이다.

단념하지 않고 제대로 된 작품을 쓰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관련 공부가 우선이다. 굳이 글쓰기에 한정된 공부가 아닌,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보고 각종 인문학적 공부를 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또 굳이 글과 관련된 공부 외에 여러 배경지식[5]을 공부하는 것도 자기 작품 질을 높이는 데 매우 큰 도움이 된다.

설정놀음 이야기하는데 왜 이렇게 거창하게 가느냐면, 결국 설정놀음에만 파묻히느냐 더 나아가느냐의 여부야말로 지망생 수준이냐 프로의 자질이 있느냐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생각나는 걸 굳이 '설정'으로 정리하려고 하지 말고 '장면'으로 메모해두는 것도 도움된다. 다만 설정 더미가 완성된 작품이 아닌 것처럼, 멋진 장면 여러 개를 모아놓는다고 완성된 작품이 되는 것도 아니다. 이 방법으로는 단순한 설정 놀이꾼을 벗어날 수는 있어도, 역시 작가로서 완성될 수는 없다. 그냥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일 뿐. 오히려 이런 '간지나는 장면 나열하기'는 소위 '블록버스터 망작' 영화들이 빠지는 대표적인 함정이다.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라든가, 리얼이라든가, 마이클 베이라든가, 잭 스나이더 라든가...

뭐니 뭐니 해도 소설이라면 언어로, 즉 문장으로 글을 써야 한다. 영화나 애니라면 영상으로 나타내야 하고 만화라면 그림으로 나타내야 한다는 점에서 마찬가지. 설정이든 장면이든 사건이든 재밌는 이야기를 생각해내기도 물론 어려운 일이지만 그것만이라면 많은 이들의 공상 속에서 흔히 떠오르는 일일 뿐이고, 그것을 매체로 표현해내야 정말 훌륭한지 아닌지가 결정이 난다. 대중적 장르에서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생각해내는 것만도 꽤 중요한 의미가 있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작품이 시작도 되지 못한다. 논설문에서 개요만 짜고 글을 쓰지 않는 것 이하의 의미일 뿐이다.

설정놀음이 작품에 긍정적으로 이바지하길 바란다면, 인물의 설정을 주요 대상으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부분 독자에게 먹힌다. 인물을 섬세하게 만들다 보면 이야기가 자연스레 흘러나오게 된다. 독자들도 작품을 볼 때 인물 위주로 보는 편이기 때문에 주요 인물 설정은 섬세할수록 좋다. 물론 '바로바로 생각나는대로' 인물의 성격이나 특징이나 과거를 설정해놓고 이야기를 전개하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추상적이고 진부할 가능성이 크다.

대신 인물의 '프로필'만 만들어놓고 이야기를 전개하는 건 현명한 접근법이 아니다. 내면적 특징이 부족한 인물은 인형에 가깝기 때문이다. 목표와 내적 동기, 강점과 약점, 성격을 설정하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 목표는 단순히 'X가 되는 것'이라고 설정하는 게 아니라 'X가 되어야만 하는 이유'까지도 설정해야 하며 약점은 극적인 전개에 굉장히 유용하고 필수적인 요소다. 주동 인물에게든 반동 인물에게든.

캐릭터가 기쁨, 화남, 슬픔, 즐거움, 두려움 등의 감정에 따라 어떠한 반응을 보일지 생각해보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정도만 해도 설정놀음으로만 만든 캐릭터는 너무 뻔한 행동만 하거나 바로 굳어버린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설정은 되도록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쪽이 좋다. 그것이 설정 속으로 독자를 끌어들이는 데 더 효과적인 방법이다. 설정을 짜는 본인부터가 작품에서 은근히 드러나는 설정을 캐는 데 열심인 설정덕후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좋아하는 술을 '셰이커로 흔들어서 섞은 보드카 마티니'로 설정했다면, 이를 드러내는 장치로는 '젓지 말고 흔들어서'라는 대사 한 줄이면 충분하다. 인물과 관련된 설정을 프로필의 형태로 대놓고 작품 내에 삽입하는 것은 (그러지 않으면 등장인물을 소개하기 힘든 게임 등의 매체가 아니고서야) 진중한 작품을 만드는 데 있어서 웬만해선 지양해야 할 행동이다. 프로필은 전형적인 설정놀음용 장치다.

물론 작품의 설정 단계에서 등장인물의 프로필을 설정하는 것은 필수적이지만, 그걸 작품 내에 직접 삽입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만약 작품 내 주인공 프로필에 '좋아하는 것: 보드카 마티니. 단 저어서 섞는 일반적인 방법이 아닌...' 하는 식으로 늘어놓는다면 이건 대놓고 '나는 깊이 있는 작품을 만들 생각이 없다'라고 선언하는 꼴이다. 어디까지나 작품의 전개 속에서 자연스럽게 '주인공은 이렇게 만든 칵테일을 좋아하는구나'라고 독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좋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마냥 설정을 감추라는 뜻은 아니고 독자가 궁금해할 점에는 답을 주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에서까지 대놓고 드러낼 것은 없다. 독자가 피곤해할 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작가에게 더는 풀어나갈 이야기가 남지 않게 된다. 이 방면에서 달인의 경지에 달한 사람 중 한 명이 그 유명한 토리야마 아키라다. 배경 속에 다종다양한 외모와 습성을 가진 '지구인'들을 제시함으로써 '보름달을 바라보면 거대 원숭이가 되는 설정'의 위화감을 희석했다가, '사실 주인공은 외계인이었다'라고 이야기를 확장한 것이 그 예다.

그의 작품들을 보면 배경에는 세부적인 뒷설정이 거의 없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런데도 그 장대한 수십 년의 연재에서 이야기의 진행과 떡밥 회수가 매우 깔끔한 편이며 설정충돌도 거의 없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물론 토리야마의 천재성 덕도 있겠지만 사실 설정을 자세하게 짜긴 다 짜지만 그걸 굳이 작품에서 드러내려 하지 않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설정을 대하는 모범적인 작가의 자세라 할 수 있다.

1.6. 설정놀음으로 유명한 것

2. 설정 파괴를 비판하는 용어

전문 용어로 Retroactive continuity. 줄여서 Retcon, 레트콘이라고 하는데 단어 자체는 역으로(retroactive) 연속성(continuity)을 유지한다는 의미이다.

주로 중요한 구성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기존 설정이 방해될 때 재미를 설정유지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경우 많이 발생하게 되는데, 작품의 배경 설정 유지보다 작품의 재미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팬들은 이러한 결정에 별 불만을 품지 않지만 그렇지 않으면 강한 거부반응을 보이며 심지어는 팬덤을 그만두기까지 한다.

독자를 위한 재미가 아니라 단순히 작가가 원하는 전개를 하기 위해 설정변경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 경우는 최악의 평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가령 새로 들어온 작가가 기존 캐릭터가 마음에 안 든다거나, 자신의 사상을 반영해서 설정을 바꿔버리는 경우는 팬덤과 전쟁 수준의 싸움이 나기도 한다.

마블 코믹스DC 코믹스에서는 말인즉 신작이 나을 때 캐릭터를 변경 또는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과거의 설정과 충돌할 때 그 과거를 "(어떤 사건 또는 인물이) 이렇게 보였지만 사실은 이랬다."는 식으로 스리슬쩍 바꿈으로써 설정오류를 고치고 시간대 등에 연속성(개연성, 핍진성)을 부여하는 행위로도 쓰인다.

특정 시리즈/인물에 애착을 두고 빠삭하게 알고 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게 팬층인데, 기존의 설정을 바꾸거나 갈아엎는 행위라 거부반응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내용 진행 과정에 신선함을 부여하지만, 그 기존 설정이 배경 유지에 핵심적이었다면 기존 배경을 무너트릴 수도 있기에 창작물의 배경을 비교적 탄력적으로 설정하는 편이 좋다.

장르 이탈이 된 작품들은 거의 다 설정이 변경된 것이다. 나중에 설정을 변경하면서 어쩌다 보니 장르가 변경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

토가시 요시히로유유백서의 작중 '작가 사전'에서 설정을 '장기 연재를 할 경우 반드시 걸림돌이 된다'라고 설명했는데, 이는 후반부의 잦은 설정놀음으로 인한 세계 붕괴를 경계한다는 뜻이다.

당연하지만 이런 것은 설정덕후들의 치를 떨게 한다. 특히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 같은 작품은 팬 중에 설정덕후들의 비중이 높은데, 그러면서도 공식이 결정적일 때 설정을 무시하거나 뜯어고치는 건 다른 작품들과 똑같아서 그들의 뒤통수를 맛깔나게 후려갈기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예를 들어 코즈믹 에러 시리즈는 MG급 건프라가 나올 때마다 설정을 땜질하거나 외전의 설정을 차용해서 땜질하거나 어쨌든 다른 방법으로 땜질하기로 유명하다.

이보다 더한 사례로, Warhammer의 경우는 신판이 나올 때 진짜 배경 설정 일부분, 심하면 전체를 엎어버리는 설정놀음을 일삼는다. 규모로만 따지면 건담보다 충격이 더 세다.

다만 이미 설정 오류가 발생한 경우에 이를 메꾸기 위해 몇 가지 설정 변경을 하는 경우는 팬들 사이에서 그래도 쉽게 인정될 수 있다.

2.1. 대표적 설정 뒤집기 및 추가 사례

원래는 루니샤라는 아이를 매개로 한 주인공 복사에 가까운 이들(엠포 참조)이 니토 캐릭터들로 나왔었으나, 설정이 변경되면서 루니샤 기반과는 별도로 다른 일반인들을 납치해 원본을 살해 후 복제해서 만든 니토(ex. 안나, 마흐리안)가 혼재되었다는 식으로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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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초기 스토리보다는 설정변경 이후의 스토리가 훨씬 호평받는지라 이러한 설정 변경에 대한 불만은 거의 없는 편이다.

3. 작품의 팬들이 설정만 가지고 갑론을박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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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설정 자체를 즐기는 놀이 Conworlding

실질적인 창작활동이 아니라 설정놀음 그 자체가 목적인 경우. 그 설정을 기반으로 하는 소설 등의 실질적인 작품은 없거나 극히 적다. 일반적으로 인공언어를 포함한다. Conworlding 이외에도 Worldbuilding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며, 영어 위키백과에서는 Worldbuilding을 문서명으로 사용하고 있다.


[1] 특히 제일 몰입하기 쉽고 간지나는 설정이 많은 스페이스 마린 팩션은 다른 외계인 팩션 전체를 합친 것보다도 판매량이 많다고. 인류제국이 절대 망하지 않는 이유 반대로 영 비중이 적은 드루카리는 판매량이 낮았다.[2] 물론 판타지나 SF 등, 현대를 배경으로 하지 않는 소설들에 한한 이야기다.[3] 덕분에 톨킨의 배경 설정은 현재 지구의 잊힌 과거를 다루는 하나의 거의 완성된 신화의 형태를 취한다.[4] 예를 들어 '이 영웅은 전신에 강철을 두르고 있다' 보다는 '이 영웅은 전신에 강철을 두르고 있는데 일부 부분은 구리로 떼웠다' 식의 설정 놀음이 더 보는 사람들의 흥미를 자극하고 작품 전개에도 좋다.[5] 과학 지식, 음악 지식 등 소설만 읽어서 알 수 없는 자신이 쓰려는 작품의 배경지식 예를 들면 일하는 세포와 같이 배경지식이 매우 잘 잡혀있는 작품들을 참고해보면 좋다.[6] 특히 2020년대 이후 급부상했다.[7] 특히 라노벨과 순정만화에서 이 경향이 심한 편이다.[8] A라는 설정의 진실 B, B 사건의 진실 C, C는 사실 D, D는 사실… 하는 식으로 무한 인셉션이 가능한 구조로 변모했고, 실제로 그런 식으로 연명하는 것이 주 콘텐츠였다.[9] 특히 Xrd 이후 메인 악역들인 아리엘스이노. 그나마 아리엘스는 죗값이라도 치르는 중이지만 이노는 그런 것도 없이 등장인물들의 동정을 받았다. 그 남자는 세탁 이미지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첫 등장 때부터 꾸준히 떡밥을 뿌리긴 했다.[10] 우치하 이타치와 휴우가 히나타 그리고 우치하 오비토랑 우즈마키 나루토.[11] 아예 매드너라는 사람에 대한 언급 자체가 거의 안 된다.[12] 공권력이 백성을 탄압하고 주인공이 악행을 저지르는 장면 등. 주인공의 심리 변화를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장면들이었다.[13] 코덱스에 따라 삭제되고 추가되는 유닛들도 다수 있다. 대표적으로 둠 오브 말란타이. 5판에서 잠시 등장했다가 6판에서 바로 삭제 되었는데, 이처럼 유저들에게 인상 깊은 캐릭터들도 새로운 코덱스가 정발될 때마다 사망, 실종처리 되어서 삭제되거나 아예 흔적도 없던 것처럼 지워버리는 경우가 다수 있다. 한국 워해머 커뮤니티에서 설정 논란이 생길 때마다 최신판 코덱스를 먼저 확인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14] 다만 이건 설정 변경이라고 보기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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