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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0-25 00:18:21

에스니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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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 민족(ethnic)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 내셔널리즘인 에스닉 내셔널리즘의 사례가 많지만 미국 내셔널리즘, 프랑스 내셔널리즘, 싱가포르 내셔널리즘, 대한민국 내셔널리즘, 중화민국 내셔널리즘 같은 국적자/시민권자(citizen)를 중심으로 한 시민 내셔널리즘의 사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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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번역3. 상세4. 관점5. 같이 보기

1. 개요

Ethnicity

에스니시티는 에스닉 그룹(ethnic group)이라고도 부르며 ‘다른 집단(group)들과 구별되는 인지적으로 공유된 사람들(people)’을 지칭하는데 주로 공통 혈연[1], 출신 지역, 조상, 언어, 전통 등의 요소가 요구된다. 즉, 민족 정체성을 의미하며 그리스어 ethnos에 어원을 두고 있으며 프랑스어로는 ethnie라고 한다. 해당 문서에서는 ethnie와 ethnicity가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는데 둘 다 같은 말이다.

2. 번역

흔히 ethnicity를 민족, 종족 등으로 번역하지만 nation이 단순히 국가, 국민, 민족 중 딱 하나로 번역하기 힘들듯이 ethnicity를 단순히 '민족'이나 '종족'으로만 번역하는 것은 의미 파악에 혼란을 유발할 수 있다. 일단 한국어의 '민족'은 '에스니시티'(종족 정체성을 가진 집단 = ethnicity)의 뜻을 가질 때도 있지만 '네이션'(국가, 국민 정체성을 가진 집단 = nation)의 뜻을 가질 때도 있다. ‘종족’이라는 용어도 다의적이다.

따라서 다소 생소한 표현이지만 ethnic group을 '인족(人族)'으로 번역한 경우도 있다.#

중국대만에서는 ethnicity나 ethnic group을 족군(族群)이라고 표현한다.[2] 이 용어는 근대 서구에서 일본을 거쳐 수입된 Volk라는 용어와 달리 근대 이전 중국에서 쓰던 표현이다.##

아자 가트가 쓴 "민족(Nations)"의 한국어판에서는 ethnicity가 '종족'으로, people이 '인족'으로 번역되었다.#

여하튼 이러한 번역상의 어려움 때문에 본 문서에서는 민족, 종족 등의 다의적인 표현을 지양하고 최대한 ‘에스니시티’라는 원어 표현을 그대로 쓴다.[3]

대개 해당 표현이 쓰일 때는 민족 정체성으로 번역된다.

3. 상세

<National Identity>, <The Ethnic Origins of Nations>의 저자 앤서니 D. 스미스에 의하면 네이션을 형성하는 데에는 '무언가'가 있다고 보았고 이 무언가를 나타내는 개념이 고대 그리스어인 ethnos, 프랑스어로 ethnie라고 하였다.[4] 이는 네이션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표현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즉, 어느 네이션에 있어 네이션 자신들의 정체성을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는 개념이다.

에스니(ethnie)가 발현되어 네이션이 형성되는 것이지만 에스니가 있어도 그것이 무조건 네이션으로 발전하지는 않는다.[5] 무언가 계기가 있어야 하며 에스니는 네이션이 탄생한 이후 역사적 근거로서 사후에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네이션이 생겨났기 때문에 에스니가 발견되는 것이라 볼 수 있다.[6]

즉, 네이션은 에스니시티의 상위 개념이며 에스니시티는 네이션이 형성되는 계기이다. 에스니시티를 네이션과 헷갈리는 경우도 있는데 에스니시티는 정체성을 의미한다. 에스니시티를 연구한다는 것은 각국 민족의 정체성이 언제 형성되었는지를 찾는 과정을 의미한다. 즉, 프랑스인이 언제 형성되었는가, 독일인은 언제 형성되었는가, 한민족은 언제 형성되었는가를 연구하는 것이다.

소수민족이라는 개념은 에스니시티가 형성된 상태이다. 그러나 아직 네이션으로는 발전하지 못한 상태거나 주류 민족에 흡수되고 있는 상태다.

여담으로 한민족이라는 개념이 생긴 시기는[7] 이르면 남북국시대이며 한민족이라는 개념이 완성된 순간은 조선 시대로 본다. 이는 이들이 단군이라는 하나의 시조를 섬기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으며 동시에 삼국의 국가들도 서로를 동족으로 어느 정도 인식한 것에 대한 영향도 있다. 물론 신라삼국통일을 이루었어도 이미 오랫동안 고구려인, 백제인, 신라인으로 각각 형성된 에스니를 완전히 뭉개는 건 신라가 망할 때까지의 과제였으며, 특히나 발해의 존재로 인해 민족의 완전한 통합을 하지 못했다. 후삼국시대에 궁예의 태봉(고려)과 견훤후백제가 형성된 것도 이 융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데에 있다. 고려 시대부터 오랫동안 통일 왕조가 진행되었고 몽골의 침입을 막아내면서, 그리고 조선 시대에 이르러 단군을 시조로 삼고 삼한일통을 내세우면서 비로소 '조선인'이라는 개념이 생겼으며 기존의 고구려인, 백제인, 신라인이라는 개념은 희박해졌다.

개화기 이후에는 에스닉 내셔널리즘(ethnic nationalism)의 등장과 경술국치라는 초유의 사태 덕분에 모두가 하나로 뭉쳐 독립을 부르짖으면서 비로소 현대적인 느낌의 '한민족'이라는 개념이 등장했으며 군사독재 시절 단일민족 교육을 강조하면서 한민족은 문화적으로 단일민족으로 완성되었다.

4. 관점

내셔널리즘 자체가 위로부터 만들어진 산물이라는 주장도 있다.[8] 어찌 보면 내셔널리즘의 역할은 중세에 종교가 했던 역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종교가 같은 신과 믿음을 통해 동질감을 형성했다면, 내셔널리즘은 같은 민족(네이션)이라는 믿음을 통해서 동질감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네이션이라는 것은 모호한 개념이며, 진짜로 같은 핏줄이라는 의미보단 같은 문화, 같은 언어를 공유한다는 일종의 추상적 개념이다. 과학적으로 따져봤을 때 혈통적으로는 이미 세계 어느 곳에서도 순수한 단일 네이션은 존재하지 않는다. 라틴족(로망스어군)으로 구분되는 프랑스는 노르만, 바이킹, 프랑크, 라틴족이 오랫동안 섞여서 형성된 국가이며 슬라브족으로 구분 되는 러시아는 몽골의 지배를 받았으며 몽골족의 나라까지 세워진 땅이다. 이것이 네이션이 실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의 근거이다. 따라서 르네상스 이후로 종교를 탈피하기 시작하면서 지배층이 사람들을 모을 구실로 네이션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는 주장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닐 수 있다.

때문에 어니스트 겔너는 내셔널리즘을 산업화의 산물로 본다.

이러한 위로부터 만들어진 내셔널리즘을 주장하던 사람 중 한 명인 베네딕트 앤더슨은 자신의 저서 <Imagined Communities>에서 국민이란 마음 속에 이미지로 그려지는 상상의 정치적 공동체라고 보았다. 네이션은 이미지일 뿐 실체적인 근거가 없다는 뜻이다. 이러한 입장을 도구주의로 본다.[9] 이와 반대되는 견해가 앤서니 스미스의 견해이며 이를 원초주의라고 본다. 즉 앞서 얘기했듯이, 네이션이라는 개념이 엘리트들에 의해 형성된 것일지라도 근본적으로 네이션을 형성하는데 있어 역사적인 근거(=ethnie)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에스니시티의 개념을 주장한 앤서니 스미스의 주장을 다시 살펴보면 네이션은 에스니를 통해서 형성되며 만일 이 에스니가 없다면 네이션은 누군가가 억지로 만들어낼 수 없다고 해석해 볼 수 있다.[10] 에스니, 즉 정체성이 형성되는 원인이 없다면 네이션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프랑스에서 존재하는 노르망디 지방의 노르만족을 분리시킬 수는 있어도 한국에서 새로운 네이션을 창조해낼 수 없다. 고대 시대에는 예, 맥, 한(韓)족이 있다곤 하지만 너무 먼 얘기다.

정리해 보면 에스니는 정체성을 의미하며 네이션이 형성되는 원인이 되는 지점이라 볼 수 있다. 네이션은 에스니가 발현된 이후 연구를 통해 그 네이션의 에스니가 어디서 형성됐는지를 알아낼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스니가 없다면 네이션은 형성되지 않는다. 이것이 앤서니 스미스의 논의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스미스는 네이션에는 에스니라는 '역사적인 근거'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네이션들이 당연히 인류가 처음 발생했을 때부터 유지되진 않았겠지만 그러한 믿음을 서로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에스니는 ‘오랜 시간 문화와 언어를 공유한 집단 혹은 그런 정체성’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볼 수 있으며, 이러한 관점에서도 에스니와 네이션은 실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5. 같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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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술하듯 혈연이라는 요소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선이 많고 에스니시티라는 것의 실존 여부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최근에는 혈연보다는 같은 집단이라는 정체성을 강조하는 관점이 많다.[2] 에스니시티가 공통 혈연, 출신 지역, 조상, 언어, 전통 등의 요소를 기반으로 하는 집단이라는 면에서 ‘족군’이라는 용어가 사실 가장 직관적인 번역어라고 할 수 있다.[3] 후술할 소수민족, 중화민족, 일본민족, 야마토 민족, 한민족, 단일민족 등 이미 정립된 표현은 부득이하게 그대로 쓴다.[4] 사토 마사루, 『흐름을 꿰뚫는 세계사 독해』, 신정원 역 (역사의 아침, 2016), p110[5] 예를 들어 유대인은 워낙 오랜 기간 다른 곳으로 이주하면서 자신들의 종교를 버리고 민족성 자체가 붕괴되었지만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을 통해 자신의 조상이 유대인임을 깨닫고 정체성을 독일인에서 유대인으로 바꾼 경우가 많았다. 만약 히틀러가 아니었다면 기존의 유대교조차 안 믿고 자신의 조상이 유대인이었는지 조차 관심이 없었던 사람이 자신을 유대인이라고 생각했을까? 이 과정에서 결국 유대인들의 나라인 이스라엘이 건국되었다.[6] 사토 마사루, 『흐름을 꿰뚫는 세계사 독해』, 신정원 역 (역사의 아침, 2016), p115~116[7] 즉, 다시 말해 '한민족이라는 네이션의 에스니가 형성된 시기는'[8] 베네딕트 앤더슨이 그러한 학자이다.[9] 유발 하라리가 자본주의는 종교와 같아서 돈과 기업이라는 허구를 만들어서 모두가 그것이 실재한다고 믿게 만든다고 말했듯이, 분명 대한민국에서 대대로 거주하던 사람들은 자신들을 한(韓)민족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 넓은 땅에 핏줄이 안 섞일래야 안 섞일 수가 없는 중국인들조차 자신들을 한(漢)족이라 부르고 있다. 반대로 전쟁이라는 비극을 겪는 우크라이나도 현대 역사를 보듯이 그 내부에서도 본인들을 우크라이나인이다, 러시아인이다 나누고 있다. 이처럼 내셔널리즘 자체가 허구라는 것이 기존의 주장이다.[10] 즉, 다른 학자들은 민족이라는 개념을 기득권에서 아무렇게나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