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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튀르크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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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역사3. 특징4. 비판
4.1. 그리스인, 아르메니아인과의 충돌4.2. 러시아 내 튀르크계 민족 탄압의 명분 제공4.3. 환빠스러운 억지주장
5. 비슷한 사상

1. 개요

19~20세기 유행한 실지회복주의(Irredentism)의 일종으로 튀르크족의 통합을 추구한 범국민주의 이념이다. 같은 시대에 유행한 그리스의 메갈리 이데아와 닮은 점이 많다. 칼리프 전제정인 오스만 제국과 로마노프 왕가 전제정인 러시아 제국에 흩어져 사는 튀르크인들을 규합해 통합민족국가를 건설하려는 움직임으로 출발하였으며 그 대상이 되는 민족은 볼가 타타르, 크림 타타르, 카자흐, 투르크멘, 우즈벡, 키르기즈, 아제르바이잔인이다. 튀르크족의 스펙트럼은 너무 넓고 생김새로는 민족을 따질 수 없을 만큼 그 차이가 크기 때문에 이들을 단결시키는 주된 요소는 언어(튀르크어족)였다.

우랄어족, 몽골어족, 퉁구스어족, 한국어족, 일본어족 같이 튀르크어족과 관계 없는 민족에 대해 억지로 동족 의식과 단결의식을 심고자 했던 범투란주의와는 구별되지만 이 또한 같은 시대에 유행하여 범튀르크주의와 함께 존재하였다.

2. 역사

튀르키예/외교 문서 참조.

19세기 보편국가를 지향한 오스만 제국을 뒤흔든 이념으로, 아나톨리아 바깥에서는 1917년 2월 혁명으로 짜르정이 붕괴한 러시아의 무슬림 일부에서 유행하였다. 이들은 궁극적으로 아나톨리아 반도, 흑해, 카스피해는 물론 카잔에 이르는 서북아시아 지역에 많은 수의 투르크 제족이 단결하기를 희망하였으나 그 구심점이 없고 자신들 사이에서도 공통점이 너무 옅어 세력화하지 못하였다. 그리하여 아나톨리아 바깥의 범튀르크 제족은 제1차 세계대전이후 재편되어 조각조각난 서아시아의 국경과 새롭게 발흥한 공산주의 물결, 키릴 문자를 위시한 러시아화(Russification) 교육 제도 등 다양한 외부 요인의 영향을 받으며 범튀르크주의의 유행이 저문다.

한편 19세기 오스만 제국에서 발흥한 튀르크주의는 자신들이 도대체 누구인가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과정이었다. 1820~1880년대는 오스만 제국의 위세가 점차 저무는 기간으로, 제국은 주로 러시아에게 영토를 상실하였다. 아나톨리아의 튀르크인들은 자신들 사이에서는 서로 너무 다른 외모와 난잡한 문자 체계[1] 등으로 제대로 단결하지 못한 데 반해, 오스만의 영토를 침식한 러시아는 실지의 유민들을 간편하게 구분지어 탄압하였다. 이러한 시대상 속에서 튀르크인들은 국가와 민족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구하고자 하는 사상 확립의 동기부여를 받는다.

이에 관해 다양한 분파의 폭넓은 이념들이 뜨고 졌는데, 최종적인 승자는 아나톨리아 반도라도 똑바로 건사해야 한다는 현실 인식에 기반하고 몽상주의적인 확장 이념을 경계한 케말 파샤였다. 범슬라브주의를 때려잡은 블라디미르 레닌과 남캅카스에서 충돌한 아타튀르크는 그것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신생 소비에트 러시아와의 평화우호조약 및 국경획정 과정에서 많은 선물을 받고, 자신들 스스로도 많은 것을 포기하며 범튀르크주의를 배척하게 된다. 1920년대 독립전쟁을 승리로 이끈 아타튀르크는 튀르크주의 운동의 범주를 아나톨리아 반도에 살고 자신이 제정한 라틴 문자 기반의 튀르키예 문자(Türkçe alfabesi) 사용자로 좁힌 뒤 국외의 튀르크 제족에 대한 구체적 관심을 단절함으로써 오늘날의 민족국가 튀르키예를 건설하고 그 기반을 다졌다.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가 주창한 가장 좁은 의미의 튀르키예 민족주의는 험난했던 20세기를 버텨낼 수 있었던 사상적 기반을 제공하였으나 탈냉전기에 접어들며 튀르크 민족의 큰형님 국가인 튀르키예가 다른 튀르크 제족의 국가들의 구심점이 되고 영향력을 행사하여야 한다는 견해가 점차 힘을 얻는다. 여기에 직접적인 호의를 보이는 이웃나라로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이 있다.

3. 특징

아제르바이잔, 투르크메니스탄, 시리아와 이라크의 투르크멘오구즈계 튀르크 민족에 대해 동포 의식이 강하며, 튀르키예에서는 이라크와 시리아의 투르크멘계 지역을 합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튀르키예에서는 중앙아시아의 구 소련 투르크계 국가들이 터키어 식의 로마자를 채택하기를 바라기도 한다.[2]

4. 비판

4.1. 그리스인, 아르메니아인과의 충돌

범튀르크 국가들 중 튀르키예아제르바이잔에 해당되는 비판이다. 이 두 나라는 20세기 초까지 민족주의 개념에 혼란을 겪으며 정체성 정립이 세계적으로도 늦은 편에 속했다. 이들은 정체성 확립 과정에서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국토와 민족을 일치시키기 위한 역사공정과 국민교육을 실시하였다. 이 과정에서 해당 영토에 고대 유적을 남기고 현대에 독립국가를 이뤄 그 정체성을 계승하고 있는 그리스, 아르메니아와 험악한 관계를 맺게 된다.

오늘날 그리스는 펠로폰네소스로부터 트라키아까지의 영토를 점유하고 에게해의 섬들을 모두 가진 민족국가로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 있지만, 민족주의가 세계적 격동을 불러온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메갈리 이데아 프로파간다에서 볼 수 있듯 그리스인들은 소아시아와 흑해의 해안 전지역에 걸쳐 번성해 있던 민족이었다. 튀르키예는 민족국가 건설 과정에서 이들을 추방하고 탄압하였으며 최종적으로는 그리스와의 인구 교환을 통해 분리주의의 잠재적 불씨를 완전히 끄고, 전통적 지명의 상당수를 튀르크식 지명으로 개칭한다.

그리스와의 갈등 중 국제적 문제가 되는 대표적인 요소로 고대 유적에 대한 관리 문제가 있다. 튀르키예는 얼핏 문화유산에 관심이 많은 것처럼 보이려 하지만 실상 돈벌이가 되지 않는 유적은 도굴, 지진, 침수, 수몰, 붕괴 등 모든 위해요소를 그냥 방치한다. 특히 관광객이 닿지 않는 내륙 그리스 유적들은 값진 것들만 긁어 모아 정부 수장고에 던져넣고, 석조건축은 동네 주민들이 빨래판이나 주춧돌로 다 가져다 써서 빈 터만 남는 수준으로 훼손된 곳이 수두룩하다. 그런 한편 현대에 명맥이 끊긴 히타이트 등 초고대문명의 유적지들에 대하여는 상대적으로 관대하게 외국인들의 연구를 허락하고 이를 보존하고자 하는 제스처를 취하는 등 그 태도에도 이중적인 면이 있다.

보스턴 대학교의 고대사 교수 클라이브 포스(Clive Foss)[3]가 저술한 <튀르키예인의 아르메니아 역사에 대한 견해: 사라진 국가>에 따르면 튀르키예 정부는 아르메니아 문명에 대해서도 그리스에 행한 것과 똑같은 행보를 보였다. 오늘날 동부 아나톨리아에서 또렷한 아르메니아식 마을 이름을 찾기는 쉽지 않은데, 튀르키예 정부가 100년에 걸친 튀르크화를 집행하면서 전부 튀르키예어 기반의 새로운 이름을 붙였기 때문이다.

범튀르크주의는 특히나 영토 경합을 벌이는 아르메니아를 대상으로 적대적인 역사관을 취하고 있다. 이들은 동로마 제국과 이슬람 제국의 균형이 무너졌을 때 중간지대에 끼어 있던 아르메니아 귀족들이 타타르계 칸국들의 지배를 수용하였던 역사를 들어 아르메니아를 폄하하며, 19세기 예레반 광역권에 아르메니아인이 거의 살지 않았던 점을 들어 현대 아르메니아인이 전부 뿌리가 왜곡된 러시아 이민자[4]라고 놀린다. 이외에도 유사역사학에 가까운 흑색선전들로 아르메니아의 영역을 좁히고 깎아내리려는 많은 시도들이 있었다.

아르메니아 고대 유적 문제는 그리스의 그것들에 비해 더 심각한데, 동부 아나톨리아는 관광 수요가 거의 없고 대부분 군사구역으로 지정된 데다 국경의 미개발구역으로 남아 아주 적극적으로 방치되고 있다. 그리스계 유적들과 달리 이쪽은 그나마 표면적인 수준의 보존 의지조차도 없어서 옛 아르메니아의 교회 건물들이 동네 농부의 헛간이나 축사로 전용되고 그리스도교 계열 예술 장식들이 끌과 망치로 찍혀 부수어진 채로 모두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그나마 21세기에 들어 아르메니아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악다마르 섬의 10세기 유적들을 복원하고 기독교식 예배와 관광을 허용하는 등 조금의 진전은 있기는 하나, 이것도 사실 19세기 말 대학살 시기에 반파됐던 잔해를 짜기워 복원한 것이며 아르메니아 본토에서 너무 멀기 때문에 그나마 어렵사리 성사된 것이다. 이것만 가지고도 아르메니아에 굴종 외교를 했다며 반발여론이 거세게 불었으니 범튀르크주의의 아르메니아에 대한 적대감은 여전히 상당하다 할 수 있다.

4.2. 러시아 내 튀르크계 민족 탄압의 명분 제공

당시 튀르키예와 대립하던 러시아 제국에선 범튀르크주의를 러시아를 분열시키기 위한 위험한 사상으로 여겼고, 이는 이후 출범한 소련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1921년 제10차 볼셰비키 공산당 대회에서도 범튀르크주의를 일종의 부르주아 사상으로 간주하였다. 그래서 1930년대엔 타타르족과 다른 튀르크계 민족들을 억압하고 비난할 때 가장 많이 쓰인 래퍼토리가 범튀르크주의였다.

다만 현재는 소련의 해체로 다수의 튀르크계 민족은 러시아로부터 독립하여 독립국가를 이루게 되었으며 현재 러시아의 자치공화국은 체첸을 제외하면 독립운동이 사실상 없다.

4.3. 환빠스러운 억지주장

레하 오우즈 튀르크칸(Reha Oğuz Türkkan)[5]을 비롯한 범튀르크주의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이전에 존재한 아메리카 대륙의 문명들을 튀르크인들이 세운 것이라 주장한다.[6] 이는 범튀르크 세계관을 넓히기 위해 튀르크와 전혀 관계없는 민족들을 억지로 끌어들인 것이며, 튀르키예 정부는 튀르키예 제국주의를 위해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역사를 왜곡한단 비판을 들어야했다.

5. 비슷한 사상



[1] 이들은 그리스인과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섞였고 튀르크어는 아랍 문자와 그리스 문자로 병기될 수 있었다.[2] 현재 로마자를 채택한 구 소련 투르크계 국가는 아제르바이잔,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이다.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키릴 문자를 사용하지만 로마자로의 전환을 추진 중에 있다.[3] 튀르키예에서 고고학 연구 경험이 있으며, 고대 아르메니아 동전 전문가이기도 하다.[4] 전세계에서 아르메니아인이 가장 많이 사는 나라는 러시아이다.[5] 1920~2010, 튀르키예의 학자이자 언론인이다. 자신이 창간한 범튀르크주의 잡지 '보즈쿠르트(Bozkurt)'와 '괵 뵈뤼(Gök Börü)'에서 튀르키예인의 신체적 특징과 역사적인 업적들을 바탕으로 튀르키예인들이 다른 인종들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증명해보이려고 시도한 인종차별주의자이기도 하다.[6] 당연히 아메리카 원주민들 또한 튀르크인들이라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