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2. 본편
2.1. 황궁에 들어온 초반대 (1 ~ 3화)2.2. 소비에슈의 정부가 되다 (4 ~ 10화)2.3. 신년제 (11 ~ 19화)2.4. 로테슈 자작과의 재회 (21 ~ 28화)2.5. 타락의 시작 (29 ~ 36화)2.6. 임신 확정 후 나비에의 이혼까지(37 ~ 83화)2.7. 동대제국의 황후가 되기 전까지(84 ~ 105화)2.8. 동대제국 황후가 된 이후(106 ~ 146화)2.9. 아이의 출산 (150 ~ 178화)2.10. 친자 검사와 몰락의 시작 (179화~ 195화)2.11. 재판, 그리고 폐위 (196화 ~ 199화)2.12. 최후 (200화)2.13. 최후, 그 이후 (201화 ~ 262화)
3. 외전4. 같이 보기1. 개요
2. 본편
2.1. 황궁에 들어온 초반대 (1 ~ 3화)
덫에 걸린 채로 우연히 사냥을 나간 소비에슈 트로비 빅트 황제에게 발견되어 궁에 들어오게 된다.라스타를 궁으로 데리고 온 소비에슈는 나비에 황후의 시녀들로 하여금 라스타를 씻기게 했다.[1] 나비에의 시녀들의 언급으로는 라스타가 죄수인지 노예인지 모르겠지만, 다리에 덫이 걸려 있었다고 한다. 라스타의 미모가 상당했고, 씻기기 전부터 짐작했지만 씻기고 보니 정말 아름다웠다고. 나비에의 시녀들은 라스타의 미모가 투아니아 공작부인과 버금갈 정도로 아름다웠다고 평했다. 언급된 바에 의하면, 라스타를 다 씻긴 후로 체형이 비슷한 시녀의 옷을 입혀서 나갔는데 소비에슈는 라스타를 보자마자 감탄하더니 지극정성으로 대했다고 한다.
다음 날이 되자마자 라스타에 대한 소문이 커져간다. 나비에의 시녀들의 언급에 의하면 라스타는 도망 노예가 맞았다고 한다. 사실 도망 노예라면 돌려보내야 하는데도, 소비에슈는 오히려 가엾다고 말하고서 라스타를 돌볼 하녀를 구하라고 지시했다고.
며칠 후 사람들은 소비에슈가 라스타를 궁에 데려와서 대한 태도에 대해 라스타에 대한 총애가 높다고 수근거리게 된다.
이후 본궁 정원에서 산책하다가 휠체어에 탄 채 하녀들의 부축을 받던 도중 나비에와 마주치게 되면서 나비에와 직접적인 첫 대면을 하게 된다. 나비에를 보자마자 휠체어에서 일어서서 인사하지만 당황한 나비에는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받아주고서 돌아서지만, 나비에를 "저기요"라고 부른다.
동대제국의 황후를 "저기요"라고 부른 자신의 무례한 태도에 나비에는 당연히 황당해하며 뒤를 돌아본다. 그냥 가자는 하녀의 만류에도 휠체어를 이끌어 나비에에게 가까이 다가와 '라스타입니다'라고 인사한다. 재차 황당해한 나비에는 돌아서지만, 나비에의 드레스 치맛자락을 붙잡는다. 당연히 라스타의 매우 무례한 태도에 매우 기겁한 나비에의 시녀들은 자신의 손을 때리고서 자신의 무례를 질책하지만, 손을 치우고서 더듬거다가 "(나비에를) 불러야 하는데, 뭐라 불러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매우 어이없는 말을 내뱉는다. 이런 자신의 태도에 나비에와 그녀의 시녀들은 재차 기가 막혀하고, 나비에는 미심쩍어하며 자신을 바라본다. 로라는 "동대제국의 황후 폐하이시니, 행동에 조심하라"고 말해 무례를 지적하지만,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머뭇거리다가 "황후 폐하이신 건 안다"고 대답한다. 당연히 나비에는 그런 자신의 행실에 눈쌀을 찌푸리지만 "라스타입니다."라고 대답하며 재차 자신의 이름을 말한다. 이에 나비에가 '날 모르냐'고 직접 물어보자, 도리어 "날 모르시냐?"고 되묻는다. 나비에가 모른다고 대꾸하자 난감하며 하녀들에게 '어쩌지?'라고 소곤거리다가 "난 이번에 폐하의 은혜를 입어서 동쪽 궁궐에서 지내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제야 나비에는 자신이 소비에슈가 데려온 도망 노예임을 바로 알아채고, 이에 겁에 질린다. 하지만, 자신의 하녀들 중 한 명은 나비에에게 무례를 용서해달라며 라스타는 노예가 아니라고 황급히 변명한다. 나비에는 고개를 끄덕이고서 누군지 이제야 알겠다고 대꾸하고, 활짝 웃고서 다행이라며, 실은 언제 인사를 드리러 가야 할 지 계속 궁금했다고 말한다. 그러고는 폐하께 여쭈어봤는데, 자꾸 신경 쓸 필요는 없다고 하셨지만, 앞으로 계속 뵈어야 하는데 인사는 해야 한다고 대답한다. 이 말에 나비에는 여전히 황당해하지만, "내가 황후 폐하를 뭐라고 불러야 하냐?"는 매우 무례한 말까지 지껄인다. 당연히 매우 기가 막혀한 나비에는 "황후 폐하"라고 부르라고 질책하지만, 되려 당황해한다. 나비에는 그거면 된다며 말을 끊고서 다시 돌아서지만, 재차 휠체어를 움직여 나비에에게 다가가간다. 나비에의 기분이 상했음을 눈치챈 시녀들은 휠체어를 밀고는 자신의 무례를 질책한다. 가장 화가 난 로라는 라스타더러 "더럽다"고 말하는데 하필 이를 소비에슈가 지나가다가 듣는다.
소비에슈는 "사람에게 더럽다니, 그게 무슨 말이냐"고 로라를 꾸짖는다. 로라를 비롯한 시녀들은 소비에슈에게 인사를 하지만, 소비에슈는 시녀들의 인사를 무시함과 동시에 로라를 쏘아보자마자 나비에에게로 시선을 던지다가 이내 자신에게 시선을 던진다. 소비에슈가 탄식하자 갑자기 울음을 터트린다. 자신의 반응에 소비에슈는 울지 말라고 자신을 달래주지만 계속 운다. 소비에슈가 자신을 재차 달래주자 울음을 멈추지 않는다. 결국 소비에슈는 품에서 금사가 수놓인 손수건을 꺼내 자신에게 건낸다. 손수건을 받아들지만 계속해서 운다. 이에 소비에슈는 한숨을 쉬고서 자신의 얼굴을 닦아주면서 '손이 많이 간다'고 말하며, 다정히 대한다.
본인이 어느 정도 진정되자 소비에슈는 로라에게 자신을 '더럽다'고 말한 죄로 3일 간 감금하고 딱딱한 빵과 물만 주는 벌을 내린다.
당연히 당사자인 로라와 나비에의 시녀들은 매우 경악하고, 나비에 역시 소비에슈에게 '과한 처사'라고 항의하지만, 소비에슈는 오히려 나비에의 항의를 대놓고 무시하는 것도 모자라, 아예 로라에 대한 벌을 5일로 늘려버리기까지 한다.[2] 그런 소비에슈의 태도에 그를 '위대한 영웅' 보듯이 바라본다. 결국 이 사건으로 인해 소비에슈와 나비에의 사이가 나빠지게 된다.[3][4]
이후 언급된 바에 의하면 소비에슈가 라스타가 보는 앞에서 로라를 벌 준 사건이 퍼진 후, 사람들 사이에서 "황제가 황후의 시녀에게 벌을 내린 건, 대놓고 예비 정부에 대한 총애를 드러낸 것이다", "황후와 예비 정부 사이의 첫번째 비공식적 경쟁에서 예비 정부가 1승을 거둔 것이다"라는 소문이 돌았다고 한다.[5]
시녀 사건 이후 소비에슈가 시종을 부르자 대신 나타난다. 황당한 소비에슈는 언제부터 시종 일을 하게 된 거냐고 추궁하고 '계속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으려니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이 말에 소비에슈는 그래서 시종 일을 하겠다는 거냐고 헛웃음을 짓고는[6] 혼자 걸어다니지도 못한다고 말하면서도, 이내 그런 자신을 특이하게 여기고 시종을 불러 간식으로 호박파이와 포도주를 가져오게 한다.
소비에슈가 간식으로 호박파이를 주자 손뼉을 치며 크게 기뻐한다. 이를 신기해한 소비에슈가 고작 음식 가지고 그렇게 좋아하냐고 묻자, 호박파이 한 입조차 평생 먹어보지 못한 사람이 많다고 지적하면서도 좋아한다. 자신의 반응을 신기하게 여긴 소비에슈가 "황후는 값비싼 보석을 줘도 반응이 없는데 너는 사소한 것에도 이렇게 기뻐하니 신기하다"며 나비에와 비교하자, 나비에는 보석을 받아도 안 좋아하는 거냐고 묻는다. 이에 소비에슈가 "황후는 원래 감정 기복이 크지 않아서 무슨 감정이든 작게 표현한다"[7]는 개소리를 지껄이자, 이에 "황후는 곱게 자라셔서 험한 세상을 모르시고, 어떤 보석을 받아도 당연하게 여기시는 거라 그런다"고 대답한다.
이 말에 소비에슈가 흥미를 가지자, "황후께서 잘못 됐다는 게 아니지만, 많이 가진 사람들은 그렇지 않냐. 당장 폐하만 하더라도 커다란 보석을 선물받아도 무감동할 거다."라고 말한다. 이에 소비에슈는 수긍하고서 "내 사냥감은 생각보다 영리하다"고 칭찬한다. 맨날 사냥감이라고 말한다고 투덜대지만 소비에슈는 "내 덫에 걸렸으니 내 사냥감이다"라고 말한다.
잠시 머뭇거리다가 소비에슈가 자신을 정부로 삼아줄 거라고 했는데 나비에는 모르는 것 같다고 칭얼거린다. 소비에슈는 가볍게 웃으면서 급하지 않으니 천천히 하자고 말하며, 아직 다리도 다 낫지 않았다고 달랜다. 급한 건 아니지만 전에 나비에를 만났을 땐 난감했다며, 나비에에게 자신을 뭐라고 소개해야 할지도 좀 그런데 앞으로 계속 그런 일이 있을 것 같다고 칭얼거린다.
2.2. 소비에슈의 정부가 되다 (4 ~ 10화)
시간이 지나 결국 소비에슈의 정부가 되는 것이 확정된다.정부 계약에 대해 소비에슈의 비서인 랑트 남작에게 교육을 받게 된다. 랑트 남작은 재상이 정부 계약 서류를 펼치면 먼저 소비에슈가 사인할 것이고, 그 밑의 칸에 자신도 사인하면 된다고 정부 계약에 대해 설명하자, 곤란한 태도를 보인다. 이에 의아한 랑트 남작이 쳐다보자 울상을 지으며 무슨 말인지는 알겠지만, 자신은 사인이 없다고 칭얼거린다. 사인이야 만들면 된다는 말에 재차 곤란해하는 태도를 보인다. 그제야 라스타가 아예 글을 모르며, 노예라는 사실을 깨달은 랑트 남작은 글을 모를 수도 있다고 위로한다. 랑트 남작은 이름의 철자를 모르니, '라스타'란 발음이 나는 이름 몇 개를 적을 것이고, 이름을 외우면 된다고 설명한다.
랑트 남작이 이름 몇 개를 언급해주는 것에 금세 외우고, 이런 자신의 태도에 랑트 남작이 자신의 습득 속도에 감탄해 칭찬하자, 웃는다. 성대한 연회를 벌이고 귀족들을 초대할 것인데 자신도 원하는 사람들을 초대할 수 있다는 설명에 좋아한다. 이어서 랑트 남작은 파티 내내 놀다가 재상이 와서 정부 계약 서류를 펼치면 그 위에 사인하면 된다고 설명하고 서류에 대해 묻는다. 재상이 잘 보관할 거라는 말에 재차 좋아한다.
그러자 랑트 남작은 이건 의무는 아니지만 황후가 정부들에게 정부 계약 선물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고 알려주며, 황궁의 주인은 황후이고, 주인의 입장에서 함께 살아갈 정부에게 선물을 보내는 것인데 이 경우 황제 뿐만이 아니라 황후에게도 인정과 존중을 받는 셈이며, 정부가 여럿이면 그 중에 황후의 선물을 받은 정부를 높게 쳐준다는 말을 한다. 이 때문에 자신도 나비에로부터 선물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헛된 꿈을 꾼다.
정부 계약식 때 있을 연회의 규모에 대해 궁금하며 소비에슈를 찾아가 정부 계약식 연회를 얼마나 크게 할지, 친구들을 초대할지를 물어보러오지만, 사실을 듣고서 랑트 남작 말로는 큰 연회를 열 거라고 했다고 실망한다. 소비에슈는 말했듯 곧 신년제라서 급히 할 필요가 없는데 최대한 빨리 계약식을 하고 싶다고 한 건 자신이라고 지적하지만, 어리둥절한 채로 소비에슈를 쳐다본다.[8]
그제야 자신의 상식 수준을 너무 높게 생각하고 있었단 걸 알아차린 소비에슈는[9] 자신의 실수라고 사과하며 연회에 참석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고 준비해야 할 게 많은데다 시간적으로도 부담스러워서, 커다란 연회를 여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그제야 자신이 계약식을 치르는 날과 비슷한 날짜에 신년제 연회가 잡혀있음을 알아챈다. 곧 신년제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나, 콧대 높은 귀족들이 자신에게 몰려드는 모습을 기대했기에 소비에슈의 말에 불만을 품는다. 그러면서도 서운해하면 소비에슈가 자신을 귀찮아할 거라고 여겨 서운한 내색을 표하지 못하고 입을 다문다.
정부 계약식 날까지도 나비에가 축하 선물을 보내주기를 기대하지만 당연하게도 나비에는 선물을 보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성대한 연회는 아니라지만, 그래도 작게 연회를 차려주거나 직접 찾아와줄 줄 알았다며, 그것도 아니라면 미안하다면서 사과와 함께 선물을 보내줄 줄 알았다고 불만을 품는다. 황궁의 대소사는 전부 황후의 소관이라는 랑트 남작의 말을 상기하고서 재차 불만을 품는다.
이후 열린 계약식에서 재상이 내민 정부 계약 서류에 사인해 정식으로 소비에슈의 정부가 된다. 정부 계약이 끝나자마자 재상은 바쁘다며 가버리고, 자신이 상상했던 축하나, 주위의 박수, 황홀한 기분도 안 나는데, 소비에슈마저 '일이 덜 끝났으니 나중에 보자'며 입을 맞추고서 가버린다. 이에 대해 여전히 불만을 품는다. 그대로 방에 돌아와 울적하게 있던 중, 하녀들이 다가와 무슨 일이냐고 묻자 "(황궁의 연회를 주관하는) 황후 폐하가 나를 싫어하는 게 틀림없다. 안 그러면 연회와 선물까지 생략할 리가 없다. 선물을 안 보내더라도 얼굴은 비춰주셔야 하지 않냐?"고 억울해한다.[10] 하녀들은 자신을 위로하지만 여전히 섭섭해한다.
한편 소비에슈 역시 자신을 찾아왔다가 자신이 우울함을 알게 되고 "내 사냥감은 오늘처럼 뜻깊은 날에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한다. 이에 뜻깊은 날이면 뭐 하냐며, 아무에게도 축하받지 못했다고 재차 우울해한다. 자신의 반응에 의아한 소비에슈는 재상도 축하 인사를 보냈고, 하녀들도 축하 인사를 올렸다고 지적한다. 내심 콧대 높은 귀족들의 축하 인사를 바랬기에, "난 황후 폐하에게 미움 받은 게 틀림없다"고 불만을 표출한다. 소비에슈는 나비에가 자신을 미워해서 연회도 선물도 준비하지 않은 게 아니고, 자기가 여건이 안 되니 하지 말자고 했다고 해명하지만, 고개는 끄덕여도 끝까지 소비에슈의 말을 믿지 않는 태도로 군다.
결국 소비에슈는 나비에의 이름을 도용하여 라스타에게 선물을 보내고, 선물에 대한 감사 인사와 정부가 된 기념이라는 명목으로 나비에를 찾아온다.[11] 나비에의 방에 들어오자마자 밝게 웃으면서 자신의 이름을 말한다. 나비에는 무표정으로 지난번과는 달리 정식으로 정부가 되었으니 축하한다며 형식적인 축하 인사를 건네고, 나비에가 자신을 축하해주었다는 사실에 기뻐한다.대놓고 무슨 일로 온 거냐고 묻는 나비에에게 대뜸 "이제 나와 황후 폐하는 같은 남편을 두었으니 자매 사이다.[12] 언니라고 불러도 되냐?"라는 헛소리를 지껄인다.
당연히 매우 기가 막힌 나비에는 거부하지만, 오히려 거부당할 줄 몰랐다는 듯 눈을 깜빡이고는 나비에를 쳐다보며, 울면서 "내가 싫어서 그러시는 거냐?"는 개소리를 지껄인다. 이에 나비에는 자신이 싫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하고는 일부러 웃으면서 "네가 황제의 정부가 된 것이지, 내 자매가 된 것우 아니다"라고 팩폭을 날리지만, 더욱 울려고 한다. 이런 자신의 태도에 불쾌해진 나비에는 미소를 지우고서 축객령을 내린다.
랑트 남작이 자신을 찾아오자 나비에를 찾아간 일을 털어놓으며, 그녀가 자신은 황제의 정부이지, 자매가 아니니 '언니'라 부르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원래 이런 거냐며, 아니면 자신이 미움을 산 거냐"[13]고 하소연한다. 이에 깜짝 놀란 랑트 남작이 나비에를 찾아갔냐고 묻자, 나비에가 자신에게 선물을 보냈으니 인사하러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였다고 설명한다. 이 말에 랑트 남작은 끙 하는 소리를 내고서 이마를 짚자,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신이 잘못한 거냐고 묻는다. 랑트 남작은 말을 흐리다가 자신과 나비에의 입장이 정반대라고 설명해줒지만, 그러나 "같은 남편을 모시는 사이다"라는 어처구니없는 개소리를 내뱉는다. 이 말에 랑트 남작은 매우 경악했으나 곧 납득하곤, 자신이 나비에를 보러 간다고 할 때 말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냐고 질문한다. 자신의 전속 하녀인 체리니와 키스에를 언급하지만, 랑트 남작은 그들은 누구냐고 묻자 자신의 하녀들이고, 소비에슈가 붙여주었다고 설명한다. 하녀는 말고 시녀는 없냐는 질문에 시녀는 없다고 대답한다.
이 일로 라스타에게 황궁 예절을 가르쳐 줄 시녀가 없음을 깨달은 랑트 남작은 이 사실을 소비에슈에게 전한다. 소비에슈는 나비에를 불러 "라스타의 시녀를 직접 구하라"고 명령하고, 나비에는 어쩔 수 없이 티파티를 열어 라스타의 시녀가 되어 줄 귀족들을 수소문했으나, 도망 노예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 라스타의 시녀가 되고 싶어하는 이들은 없었다.
이후 나비에가 티파티를 열었다는 사실을 전속 하녀인 체리니로부터 듣게 된다. 체리니는 씩씩거리면서 말이 티파티지, 얼마나 성대한지 모른다고 분노를 표출하며 몇 시간 전부터 수도 내의 모든 귀부인들이 전부 다 서궁으로 모여들고 있고, 초대장은 전 날 돌렸다는 사실을 전한다. 자신을 티파티에 초대했냐고 물었지만, 체리니는 재차 씩씩거리면서 "물론 라스타 님은 귀족 출신이 아니긴 하지만 이젠 명실상부한 황제 폐하의 사람인데 정말 너무하시다"라며 분노를 표출한다. 체리니의 말에 어쩐지 오늘 하루 종일 황궁이 떠들썩했다고 시무룩해한다.
티파티와 일반 파티의 차이[14]를 모르는 체리니는 나비에가 연 티파티에 대해 '황후 폐하께서는 이번에 너무하셨다. 곧 신년제란 이유로 라스타 님을 위한 파티는 모두 생략하시더니,[15] 막상 이번에는 라스타 님만 쏙 뺀 파티를 열었다'며 불만을 표출한다. 자신 역시, "나 미움받고 있나보다"라며 섭섭함을 표출한다.
체리니는 "황제 폐하께서 라스타 님을 사랑하시니, 황후 폐하가 질투하는 것"[16][스포일러]이라는 망언을 지껄인다. 키스에로부터 자신도 예쁘게 차려입고 서궁에 가보는 게 어떻냐는 제안을 듣는다. 자신은 초대받지 않았다고 우울해하지만 황궁에 나비에만 사는 게 아니며, 이젠 자신도 황궁이 집이라는 말에 잠시 생각해보지만, 이내 고개를 저으며 가봤자 눈칫밥만 먹을 거라고 거부한다.[18]
이 사건 이후 소비에슈가 시종들과 비서들에게 두 명을 추천하라고 지시하면서, 피르누 백작은 딸 헬렌을, 랑트 남작은 먼 친척 뻘 소녀를 라스타의 시녀로 보내게 된다.
며칠 후 하녀들과 함께 멋대로 황후의 영역인 서궁에 들어가,[19][20] 서궁 내 비밀 정원에서[21] 하녀들과 함께 나비에가 아끼는 둥지 의자며 손수건을 멋대로 사용하는 것도 모자라, 함께 귀족들의 뒷담화를 하지만 이 모습을 나비에에게 들키게 된다.
나비에가 자신에게 다가서서야 그녀를 목격하고, 놀라서 '언니'라고 부르자마자 '황후 폐하'라고 호칭을 고친다. 나비에가 둥지 의자로 시선을 돌리자 일어서지만 나비에는 자신의 뒤에서 손수건을 발견하자마자 자신이 손수건을 멋대로 사용했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매우 기가 막혀한다. 시선을 느껴 "고물이 아니다.[22] 그냥 평범한 물건이다"라고 황급히 변명한다. 당연히 나비에는 '의자도 내 물건이라서 고물이 아니라는 건 안다'고 질책하지만 쭈벗거리면서 나비에의 눈치를 살피다가 오히려 풀죽은 목소리로 "왜 그렇게 무서운 표정이시냐"고 말한다. 할 말을 잃은 나비에는 치밀어오르는 분노에 말을 하지 않는다. 그녀의 반응에 의아해하지만, 나비에는 억지로 화를 누르고서 라스타가 깔고 앉은 손수건도 자신의 것이라고 질책한다.
그제서야 아차 싶은 얼굴로 뒤를 돌아보지만, 하녀들은 서로 눈치를 보면서 고개를 숙인다. 자신은 몰랐고, 그냥 의자 근처에 떨어져 있었다고 급히 변명하지만 나비에는 모르고 한 일이니 되었다고 대답한다. 나비에는 "되도록 서궁에 오지 말라"고 경고하며 "서로 얼굴을 마주해봐야 좋은 사이가 아니다"라고 질책한다. 울먹이면서 "난 황후 폐하와 친해지고 싶다"고 우기고, 하녀들은 자신을 가엾어 죽겠다는 듯 쳐다본다. 나비에는 자신에게 다가와 웃으면서 일부러 조언처럼 "네 다음 대 정부가 오면, 그 때 그 정부와 친해지라"라고 말하면서도 비웃는다. 놀라서 무슨 뜻이냐고 되묻지만, 나비에는 소비에슈가 자신 다음으로 데려올 정부라고 말하며 재차 비웃는다. 도리어 상처받은 얼굴로 나비에를 쳐다보다가 건성으로 인사하고서 뛰어간다.
그날 오후, 업무를 마친 소비에슈가 찾아오자 울음을 터트린다. 놀란 소비에슈가 달래자, "폐하께서는 내게 질리면 다른 여자를 또 정부로 데려올 것이시냐?"고 울먹인다. 이에 소비에슈가 누가 그딴 소리를 한 거냐고 묻자, 엉엉 울면서 "황후가요!"라고 외친다. 나비에의 이름이 거론된 것에 소비에슈는 그럴 리가 없다는 듯 미간을 찡그리다가 나비에가 갑자기 그런 말을 왜 했는지, 나비에와는 또 어디에서 만난 것인지를 추궁한다. 서궁 정원의 외진 곳에 버려진 의자가 있었고 어차피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것이라 자신은 의자에서 놀고 있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이 말에 소비에슈는 자신이 "서궁에 가지 말라"는 조언 겸 충고을 무시하고 서궁에 갔다는 사실을 바로 눈치챈다.
엉엉 울면서 이번에는 나비에가 없을 때를 골라 갔고, 건물 근처도 아니라 외진 정원이였다며 변명한다. 한숨을 내쉰 소비에슈는 소맷자락으로 자신의 눈가를 닦아주면서 안 쓰는 의자에 앉아 있었고 나비에를 피해 갔다는 자신의 말을 상기시켜주자마자 왜 그랬냐고 묻는다. "모르겠다. 어찌 아셨는지 그곳에 갑자기 와서는 날 무섭게 봤다. 난 황후 폐하께 친해지고 싶다고 말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소비에슈가 그랬더니 나비에는 "황제는 네게 질리면 또 정부를 데려올 거다."라고 자신을 모욕했냐고 맞장구쳐준다. "꼭 그렇게 말한 건 아니지만, 그런 뉘앙스였다"고 주장하고서 "폐하께서는 나 말고 다른 여자도 사랑하실거냐? 날 두고 바람을 피우실거냐?"[23]고 칭얼거린다. 소비에슈는 그럴리가 없지 않냐고 달래지만, 커다란 눈으로 소비에슈를 바라보면서 "폐하는 바람피우는 남자가 아니신거냐?"고 재차 칭얼거린다. 소비에슈가 자신을 꼭 끌어안고서 거듭 절대 아니라고 말하자, 그제야 진정한다.
이 일로 소비에슈는 밤중에 멋대로 나비에의 방에 쳐들어가 나비에와 대판 싸운다.
다음 날 소비에슈가 나비에와 대판 싸웠다는 소식을 체리니와 키스에로부터 전해 듣는다. 소비에슈의 행동에 "폐하가 멋있다"라고 중얼거리며 감격한다. 키스에는 그 뿐만 아니라 소비에슈가 "라스타가 도망 노예 출신이란 헛소문을 꺼내는 사람들은 전부 엄벌을 내릴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고 전해준다. 체리니와 키스에는 몽롱한 표정으로 폐하께서 라스타 님을 정말 사랑하신다며, 꼭 동화 속의 연인 같다는 말을 하며 황홀해하자, 그래서 자신은 요즘 너무 행복하다며, 하루하루가 꿈을 꾸는 기분이라며 본인도 황홀해한다.
그네 사건으로부터 얼마 후, 소비에슈로부터 금은보석으로 장식된 그네 의자를 선물받게 된다. 하인이 소비에슈가 자신에게 보내는 선물이라며, 서궁에 갈 필요도 없이 여기에 앉으라고 전하라고 했다고 하자 울음까지 터뜨리며 감동한다.
본궁 주위를 산책하던 중 나비에와 하인리가 산책하는 모습을 목격하고는 바로 둘에게 달려간다. 나비에가 고개를 끄덕이자 산책 중이였냐고 질문하며, 자신도 산책 중이였다고 말한다. 이에 나비에가 수긍하자 손가락으로 자신이 온 길을 가리키고 활짝 웃으며 옆에 있는 하인리를 향해 인사한다. 하인리는 가볍게 웃으면서 자신의 말투를 따라하며 인사한다. 웃으면서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말하면서도 나비에에게 누구시냐고 묻는다. 하인리는 나서서 본인을 소개한다.
하인리가 서왕국의 왕자라는 사실에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고서 깜짝 놀란 표정을 짓는다. 흥분해하며 자신은 왕자님은 처음 봤다고 외친다. 하인리가 그렇냐고 말하자, "정말 왕자님처럼 생기셨고, 동화책에서 튀어나온 분 같다"고 대답한다. 하인리는 과찬이라고 칭찬한다. 얼굴이 붉어진 채 웃으면서 산책하고 있었냐고다. 나비에에게 황궁 안내를 부탁했다는 하인리에게 황궁은 참 멋진 장소라며, 구경할 곳도 많다고 말한다. 하인리는 그건 이제부터 알아봐야 하지만 지금까지는 멋있었다고 대답한다.
하인리에게 자신이 황궁을 안내해주겠다며, 최근 들어서 자신은 궁 전부를 탐험하고 다녀서 모르는 게 없다고 말하며 작업을 건다. 슬쩍 나비에를 보며, 나비에는 바쁠테니 자신이 해주겠다고 재차 작업을 건다. 그러나 하인리는 나비에가 아주 좋은 안내자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대답하며 단칼에 거절한다. 이에 나비에를 포함한 세 명이서 같이 산책을 하면 즐거울 거라고 대답하고는, 얼른 하인리의 옆에 가서 웃는다. 그러나 이를 보다 못한 하인리는 "셋은 너무 많다"고 칼같이 끊어버린다. 이에 놀라지만 산책 잘 하라는 말을 듣게 된다.
2.3. 신년제 (11 ~ 19화)
며칠 후, 신년제에 참석하게 된다.[24] 드레스를 들며 입모양으로 '이거 어려워요'라고 말하거나, 나비에를 보고서 '언니'라고 부르자마자 나비에가 흠칫하자 놀란 표정을 짓고서 입을 두드려 미안하다는 듯 귀엽게 웃는다.하지만 황제가 정부를 신년제에 참석시켰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하고, 이에 겁을 먹는다. 소비에슈는 자신을 챙기기 위해 입장 후 계단 끝까지만 나비에를 의무적으로 에스코트하자마자 의무가 끝났다는 듯 뒤도 돌아보지 않고 쏜살같이 자신에게 오고, 소비에슈를 반긴다.
라스타는 소비에슈가 처음으로 받아들인 정부이기에 외국 귀빈들은 온갖 선물을 싸들고 자신을 찾아온다. 어떤 외국인은 "황후 폐하와 삼각관계인데 괜찮냐"고 묻다 "황제 폐하와 황후 폐하 모두 나를 사랑해준다"고 대답한다. 나비에에게 이 사실을 알려준 귀부인의 언급에 의하면 이로 인해 외국인들이 동대제국 귀족들에게 '레이디 라스타가 정부가 되자 나비에 황후는 환영의 의미로 온갖 귀한 선물을 보내주었다'는 소문을 퍼트렸다고 한다.
잠시 후, 소비에슈와 첫 춤을 추게 되자 미안하단 표정으로 나비에를 쳐다본다. 투아니아 공작부인을 바라본 후 소비에슈와 춤을 춘다.
소비에슈와의 춤이 끝나고 하인리에게 춤을 신청하지만 하인리는 "난 의외로 병약한 미남이라 체력이 약해서 두 번은 춤을 추지 못한다"고 돌려 말해 거부한다. 한 번 쉬고 나서 체력을 회복하고 나면 어떠냐고 재차 춤을 신청하지만, 하인리는 나비에를 보고서 그때는 다시 추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대놓고 거부한다.
두 차례나 하인리에게 거부당한 것에 거절당할 줄 몰랐던 듯 민망한 얼굴로 나비에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만, 나비에와 눈이 마주치차 바로 소비에슈에게 "난 같이 춤을 출 사람이 없다"고 칭얼댄다. 소비에슈는 한 번만 쉬고 있으라고 달래고서 "두 번 연달아 같은 상대와 춤을 출 수 없다"는 규칙을 알려준다.
구석으로 가 있다가 소비에슈와 나비에가 춤을 추기 시작하자 갑자기 울음을 터뜨려서, 외국 귀빈들이 다 보는 앞에서 소비에슈가 나비에를 버리도록 유도한다!!![25][26]
다음 날 랑트 남작이 나비에의 시녀였던 베르디 자작부인을 데려와 자신의 시녀라고 소개시켜준다. 마침 릴테앙 대공이 자신에게 바친 푸른 비단[27]으로 드레스를 입고서 베르디 자작부인을 동반한다.
자신의 살롱에 참석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하인리 왕자가 편지 상대를 찾는다'는 소문을 듣게 된다. 자신의 옆에 있던 릴테앙 대공은 혹시 그 로맨틱한 편지 상대가 자신이 아니냐고 질문한다. 자신은 아니라고 대답하지만 릴테앙 대공은 "라스타 양의 사랑스러운 말솜씨라면 편지만으로도 하인리 왕자를 사로잡는데 충분할 것 같다"고 아부한다. 고개를 젓고서 귀족들에게 계속 그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재촉한다. 귀족들이 떠들어대는 것을 들으면서 귀족들은 모두 근엄한 이야기만 할 줄 알았는데 노예들이나 귀족들이나 떠들어대는 내용은 이런 비슷비슷한 자극적인 가십거리라며 재미있어한다. 하지만 자신의 옆에 있는 베르디 자작부인이 한 마디도 하지 않자, 울상을 지으면서 혹시 나비에 황후에게 돌아가고 싶어서 그러는 거 아니냐며 트집을 잡는다.
하인리 왕자에 대한 이야기를 떠들던 귀족들과 릴테앙 대공이 모두 돌아간 후 베르디 자작부인에게 대놓고 혹시 나비에 황후에게 돌아가고 싶은 거라면 자신에게 말해도 괜찮다며 재차 트집을 잡는다. 이 말에 베르디 자작부인은 정말로 그런 게 아니라고 말하자, 랑트 남작이 베르디 자작부인은 나비에가 황후에 오른 이래 늘 곁을 지킨 시녀이자 굳이 돈에 허덕이는 시녀들 중에 고른 이유가 나비에의 시녀 출신이 자신의 시녀로 이동하면 그 자체로도 자신의 평가가 올라가게 된다고 말했음을 상기하면서도, 자신도 아직 그녀가 낯설은데다 돈 때문에 온 것이니 체리니나 키스에처럼 완전히 신뢰하기에는 못 미더운 구석이 있다며 그녀를 불신한다.
자신이 불신하고 있음을 눈치챈 베르디 자작부인은 정말로 나비에에게 돌아가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라고 변명하지만, 그렇게 보였다고 딱 잘라 말한다. 한참을 머뭇거리던 베르디 자작부인은 하인리 왕자가 찾는 익명의 편지 상대가 나비에라는 사실을 불어버린다!
당연하게도 뜻밖의 사실에 놀라고, 자신의 옆에서 부채질을 해주던 체리니도 놀라 정말이냐고 묻지만, 베르디 자작부인은 맞다고 대답하고는, 하지만 나비에라면 아마 하인리 왕자라고 해도 나서지 않을 것이고, 그녀는 자존심이 강하다고 대답한다. 체리니는 낄낄 웃으면서 "황후와 하인리 왕자가 서로를 모르는 상태에서 편지를 주고 받는 건 확실하냐"고 묻는다. 베르디 자작부인은 지금에서야 지금에서야 나비에도 사실을 알았겠지만, 당시에는 편지 상대가 하인리 왕자라는 걸 몰랐을 것이라는 사실까지 불어버린다.
한참을 생각하다가 베르디 자작부인에게 그러면 나비에와 하인리가 주고 받던 편지 내용에 대해 조금 알 거라고 말하며, 슬쩍 떠본다. 이에 베르디 자작부인이 수긍하자 그럼 편지 상대를 체리니인 것처럼 꾸밀 수 있지 않겠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인다. 당연히 놀란 베르디 자작부인은 하인리 왕자를 속이자는 거냐며 기겁하지만, 웃으면서 체리니의 치맛자락을 잡고는 옆에 앉힌 후 "속이자는 게 아니라 그냥 "장난"을 좀 치자는 것 뿐"이라고 말한다.[28]
당연히 베르디 자작부인은 머뭇거리지만, "나비에는 절대로 자신이 편지 상대라고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베르디 자작부인의 말을 상기시킨다. 베르디 자작부인은 왕족을 속이는 일이라며 재차 기겁하지만, 편지 내용은 알고 있냐고 묻는다. 베르디 자작부인은 가장 최근 내용은 모른다고 대답하면서도, 혹시라도 하인리 왕자가 그 일에 관해 물을 수도 있다고 여전히 기겁하지만, 묻지 않을 수도 있다고 대꾸한다. 베르디 자작부인이 대답을 여전히 머뭇거리자 어떻게 편지를 주고 받았는지, 중간에 다른 사람에게로 넘겼는지를 추궁한다. 그래도 베르디 자작부인이 대답을 계속해서 머뭇거리자, "아닌 게 들키면 그냥 '장난'쳤다 말하면 된다"고 말함과 동시에 일이 잘 되면 체리니도 하인리 왕자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고 꼬드긴다.
이후 베르디 자작부인으로부터 나비에와 하인리 왕자가 주고 받은 편지 내용에 대해 대강 들은 후, 체리니에게 "하인리 왕자에게 가서 왕자의 편지 상대가 하녀 자신이라고 하라"고 거짓말을 시킨다.
며칠 후 하인리 왕자의 편지 상대가 하녀였다는 소문이 퍼지자, 하인리는 자신의 하녀 체리니를 동반해 무도회에 참석하고, 멀리서 투아니아 공작부인을 쳐다본다. 하지만 자신이 체리니에게 시킨 거짓말은 금방 들통나고, 하인리는 체리니를 꾸짖는다.
이 광경을 멀리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가 하인리가 하녀 체리니의 주인이 자신이 찾던 편지 상대인 거냐고 유도하자 '편지를 주고 받을 땐 그저 장난스러운 분 같았는데 의외로 예리하다'고 말하며 하인리에게 다가온다. 하인리가 마치 자신이 찾던 편지 친구 같다고 말한다며 대놓고 유도하자, 하인리 왕자의 편지 상대는 자신이라고 대놓고 거짓말을 한다. 하인리가 왜 직접 나서지 않고 하녀를 대신 보냈냐고 질문하자 뻔뻔하게 "우리는 친구 사이지만, 난 폐하의 여자라서 폐하께서 염려하실까봐 그랬다, 그간의 우정을 생각해서라도 기분이 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거짓말한다.[29]
자신의 거짓말을 이미 알고 있는 하인리는 재밌어하는 얼굴로 웃음을 터트리고는 전혀 기분 상하지 않았다며, 이번에도 가짜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고 말하며 자신의 거짓말에 속아주는 척 맞장구를 쳐준다. 생각은 끝난 거냐며, 확인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확인해도 좋다며, 자신 있다고 태연하게 말하는 건 덤. 하인리는 설마 이런 일로 거짓말하진 않겠다고 말하며 재차 자신의 거짓말에 속아주는 척 맞장구를 치고, 이 말에 수긍한다. 하인리는 이번에는 정말이길 바란다며, 두 번째 거짓말이면 더욱 화가 날 것 같다고 말해 가련한 척을 한다. 곧, 하인리는 싸늘한 표정으로 하녀 체리니를 쳐다보며 감히 자신을 사칭한 사람이니 벌은 알아서 내릴 거라는 말을 하고, 뻔뻔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다음 날 귀빈들과 식사하기 위해 동궁 내 식당에 들어온 나비에와 마주치게 되고, 나비에를 보자마자 신년제 첫 날처럼 또 '언니'라고 부르고서 호칭을 '황후 폐하'로 바꾼 후 웃는다. 나비에가 웃음을 터트리자 시선을 주지만, 소비에슈가 자신과 하인리를 번갈아 살펴보자, 볼이 빨개진 채로 소비에슈와 하인리를 번갈아 살펴본다.
하인리는 그 자리에서 자신의 거짓말을 사람들 앞에서 밝혀내고는, 공개적으로 따진다. 하지만 이를 따지는 과정에서 자신을 감싸는 소비에슈와 말다툼이 벌어진다. 두 사람의 말다툼을 지켜보다가 마치 연극 속 가련한 주인공처럼 울면서 되려 "너무하시다"며 하인리에게 책임을 전가한다. 그런 자신의 태도에 하인리는 어이없다는 듯 "하녀와 짜고서 날 속이려 한 당신이 내게 너무하다고 하는 거냐?"라고 자신을 질책하지만, "난 편지 내용에 대해 제대로 말했는데, 자꾸 왕자님께서 거짓말이라 우기고 있으시다"라고 우기는 것도 모자라 가련한 주인공처럼 울면서 "내가 왕자님께서 원하는 '신분 높고 교양 있는 여자'가 아니니까 일부러 선을 긋는 것이다"라고 우긴다. "내게 보내주시던 우정은 다 거짓이였던 거냐?"라고 주장하며 하인리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건 덤.
자신의 연기에 소비에슈는 이를 갈며 하인리를 노려보면서, 그런 거냐고 우기며 하인리의 탓으로 몰아간다. 당연히 이를 어이없어 한 하인리는 웃다가 한숨을 쉬고서 고개를 저으며, "미치겠다"고 중얼거리고, 이에 "폐하의 눈치가 보이니까 날 거짓말쟁이로 몰아간다"고 여전히 하인리에게 책임을 전가한다. 자신의 뻔뻔하기 짝이 없는 태도에 기가 막혀한 하인리는 "내가 본 모든 사람을 통틀어 가장 뻔뻔한 사람이다"라고 팩폭을 날리지만, 아예 "우리의 우정을 생각해서라도, 내게 상처가 될 말을 하지 말아달라"는 억지까지 부린다.
이 광경을 보고 있던 나비에는 '가만히 있고 싶었지만 오해가 생긴 듯 하니 바로잡아야 할 것 같다'고 말하고는 "하인리 왕자의 편지 상대는 라스타가 아니다"라며 하인리를 편 들어준다. 나비에가 하인리를 편 들어주자 배신당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나 소비에슈는 나비에가 나설 필요가 없다고 우기고는 ''황후가 라스타를 싫어한다고 해서 괜히 하인리 왕자의 편을 들 필요는 없다"는 트집을 잡으며 나비에를 타박한다. 나비에가 사실을 말했을 뿐이라고 대꾸하자마자, 하인리는 "폐하의 사실과 진실은 모두 레이디 라스타의 입에서 나오는 말 뿐이라 황후 폐하께서 답답해하시겠다"며 빈정거린다.
결국 열받은 소비에슈는 하인리에게 장식용 예검을 빼들어 "내 여자의 명예를 더럽혔다"며 결투를 신청한다, 하인리는 "내가 여기서 폐하를 죽여도 무사히 나갈 수 있다면, 그 결투 받아들이겠다"고 대꾸하고서, 소비에슈와 결투를 벌이려 한다!!!
두 사람은 결투 직전까지 가지만, 나비에가 중재함으로서[30] 식사는 어중간하게 끝내진다.
식사가 끝난 후 나비에를 뒤따라온다. 나비에가 귀빈들의 배웅을 끝내자마자 시림 왕제에게 배웅을 해 '함께 귀빈들을 배웅하는 황제의 두 아내' 같은 모양새를 해 나비에를 우습게 만든다.[31] 당연히 나비에는 자신의 태도에 어이없어하며 고개를 돌려 쳐다보지만, 되려 상냥하게 "왜요? 언니?"라고 말한다. 나비에가 다른 귀빈들을 배웅하려하자 또 끼어들어 인사를 따라하는 것도 모자라, 아예 애교스럽게 웃으며 배웅을 같이 한다. 카프멘 대공만 남게 되자 한 술 더 떠서 나비에의 말투와 행동을 흉내내기까지 하는 건 덤.[32]
결국 나비에는 원래는 신년제가 끝나고 물어볼 생각이였지만 이렇게 되었으니 지금 물어보겠다며 왜 자신이 선물을 보냈다는 거짓말을 했냐고 추궁하지만, 그럼에도 도리어 그걸 물어볼 줄 몰랐다는 듯 눈썹을 치켜올리고서 되묻고서 "난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라고 떼를 쓰자마자 "황후 폐하께서 내가 정부가 된 기념으로 선물을 보내준 건 사실이지 않냐?"라고 억지를 부린다. 당연히 어이없어한 나비에는 "무슨 오해를 했는지 모르지만 난 그런 적이 없다"고 딱 잘라 말하지만, "혹시 편지 상대가 나라고 해서 화가 난 것이시냐"고 재차 억지를 부리고서 아예 두 손을 모은 후 울상을 지으며, "베르디 자작부인이 황후 폐하는 절대 나서지 않을테고, 오히려 이 일로 곤욕스러워할 것이라고 했기 때문에 그래서 나선 거다. 난 그저 장난을 치려고 한 것 뿐이다."라고 주장하는 것도 모자라 "오히려 난 황후 폐하를 도와드린 것"이라고 또 억지를 부린다. 여전히 어이가 없어하는 나비에는 헛웃음을 짓지만, 아예 울먹이기 시작하며 "그래서 황후 폐하가 하인리 왕자의 편지 상대란 걸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다. 황후 폐하도, 하인리 왕자의 편지 상대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아하셨지 않냐? 나는 황후 폐하를 도와드린 건데 왜 늘 제게 무섭게 구시냐?"라고 억지를 부린다.
도중 소비에슈와 하인리가 오자 바로 울음을 터트린다. 이를 목격한 소비에슈는 왜 그러느냐고 달래고서 나비에에게 트집을 잡는다. 나비에와 말싸움을 벌이던 소비에슈는 자신이 나비에의 이름을 도용했음을 밝히고, 그 피해자인 나비에의 코 앞에서 "날 위해 그렇게 해주시다니 감동했다"는 헛소리를 지껄인다.
하인리의 편지 상대를 사칭했다가 들통나 창피를 당해 우울해하지만 소비에슈가 자신의 머리를 쓸어주며 "하인리 왕자는 원래 바람둥이인데다 잔인하기 짝이 없는 사람으로 유명하니 함부로 믿지 말라.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으니 앞으로 실수하지 않으면 된다."라고 달래자 "나만의 실수는 아니잖냐?"고 주장한다. 소비에슈는 "하인리 왕자가 작정하고 발뺌을 한 것"이라고 말하며, 자신의 주장에 맞장구친다.-
기분이 풀려 소비에슈의 어깨에 머리를 대고서 "그래도 폐하께서 날 지켜주셔서 감사하다"라고 말한다. 이에 소비에슈는 "나도 네가 기분이 풀려서 다행이다"라고 화답한다. 웃으면서 쿠션을 귀엽게 두드리며 내일은 특별 연회이니 얼른 기분을 풀어버리고, 사람들과 놀아야겠다고 말한다. 서즈 공주와 친해지고 싶다는 헛된 꿈을 꾸는 건 덤.
그러나 소비에슈는 자신이 특별 연회에서 사람들과 놀고 싶다고 하자 표정이 굳는다. 이를 의아해하며 왜 그러냐고 묻지만, 소비에슈는 라스타는 특별 연회에 참석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뜻밖의 사실에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얼굴로 놀라 자신은 왜 참석하지 못하는 거냐고 울먹인다. 특별 연회는 딱 스무 명만 참석 가능하다는 사실에 "스무 명이나 되는데 그 중 하나로 내가 들어갈 수는 없는 거냐"고 주장한다. 소비에슈가 자신과 나비에가 각각 10명씩 초대할 수 있는데 이미 손님들에게 다 초대장을 보냈다고 알려줌에도 '한 명만 더 추가하면 된다. 그건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문제다.'[33]라고 주장한다. 소비에슈는 융통성을 발휘하는 순간 특별 연회는 특별하지 않게 된다고 지적하며, 단호히 거부한다.
처음으로 소비에슈가 자신의 요구를 거부한 것에 충격을 받는다. 소비에슈는 미안한 마음에 "내가 말했듯 초대받은 사람만 갈 수 있는 자리인데, 넌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달래지만, "난 폐하의 여자이니 초대 받지 않아도 당연히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나도 초대받는 입장이였냐"[34]고 울먹인다. 소비에슈가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면서 그렇게 가고 싶었냐고 묻자 자신은 사람들에게 이미 특별 연회에 간다고 이야기했다고 털어놓는다. 소비에슈는 자신에게 이야기했어야 했다고 지적하지만, '당연한 건데 묻는 게 이상하다. 특별 연회의 초대 손님이 모여 식사하는 저녁식사에도 날 데려가주셔서 당연히 그런 줄 알았다.'라고 말한다. 소비에슈가 실수라고 사과하면서 어깨를 토닥여주자 그가 말을 바꿔주기를 기대하지만 소비에슈가 말을 바꾸지 않자, 아예 엉엉 울어대면서 끝까지 데려가준단 말은 안 해준다고 고집을 부린다. 소비에슈가 울지 말라고 달래주자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보셨지 않냐. 딱 그 손님 그대로 올 건데 내가 가지 않으면 하인리 왕자가 귀빈들에게 뭐라고 떠들겠냐. 하인리 왕자는 소문을 다 퍼트릴 거라며 벼르고 갔다.'라는 등 억지를 부리며, 눈물을 흘린다. 소비에슈는 함께 있을테니 걱정 말라며, 하인리 왕자가 이상한 말을 꺼내지 않게 하겠다고 달랜다. 그제서야 수긍하지만, 여전히 불만을 품는다. 소비에슈는 잠시 생각하다가 한숨을 내쉬고는 나비에에게 한 자리를 비워줄 수 있는지 물어보겠다며, 나비에가 초대한 귀빈들도 중요하지만, 그래도 국내 사람들이 많으니 국제 문제로 번질 염려는 없을 거라고 달랜다.
그날 바로 소비에슈와 같이 밤을 보낸 후 소비에슈의 부름을 받고 찾아온 나비에가 찾아오자 나비에가 쓴 티아라를 뚫어지게 쳐다보지만[35] 소비에슈가 자신을 특별연회에 초대하고 싶으니 나비에에게 투아니아 공작부인의 자리를 빼라고 요구한 것에 나비에가 딱 잘라 거부하면서 서로가 말다툼을 벌이자 겁을 먹는다.
결국 특별 연회에 참석하지 못하고 일반 파티에 참석하게 된다. 하인리 왕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을 것 같다고 불안해하며 연신 아치문을 힐끗거린다. 특별 연회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20명이고, 소비에슈가 같이 갔으니 괜찮다고 스스로 위로하면서도 하인리가 사람들에게 자신에 대해 이상한 말을 할 거라고 불안해한다. 이어서 "황후는 주도적으로 이상한 말을 퍼트리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하인리 왕자를 말려 줄 것 같지도 않다"고 불안해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말기를 반복하며 한숨을 내쉰다.
자신이 불안해하는 걸 알아챈 랑트 남작은 자신을 놀리면서 영 안색이 우울한데 괜찮냐고 묻는다. 솔직히 말하자면 괜찮지 않다고 실토하고, 이에 랑트 남작은 정말 솔직하다고 말한다. 해맑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랑트 남작은 소비에슈 다음으로 좋은 사람이고, 자신을 차별 없이 대했으며, 편지 사건 이후에는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한 발 앞서 소문[36]을 내주었으니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랑트 남작은 하인리 왕자가 아무리 제멋대로라 해도 여기는 동대제국이고, 황제인 소비에슈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며, 서왕국이 한참 성장세라 하나 아직 동대제국만큼의 힘을 갖추지 않았다고 달랜다. 이어서 랑트 남작은 라스타의 명예는 자신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켜드릴테니 파티를 즐기면 된다고 달래자 그제서야 기분이 좋아진다. 자신의 기분이 좋아져서야 신년제 내내 친해진 사람들, 자신과 친해지고 싶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다가오고 더욱 기분이 좋아져 배려해주는 건지, 신경쓰지 않는 건지는 몰라도 자신에게는 왜 특별 연회에 가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도 없다고 여겨 와인을 홀짝인다.
사람들은 자신의 미모에 대해 아부하며 투아니아 공작부인과 비교하기 시작하고, "사교계의 나비"인 투아니아 공작부인이 특별 연회에 참석해서 이 자리에 없어서라고 생각함과 동시에 오늘만큼은 자신이 "사교계의 나비"가 되었다고 기뻐한다. 황제의 정부가 되기 전에는 아름다움이 독이였고, 자신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는 알고 있었지만, 그걸 알기까지에는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고, 아름다움을 무기로 사용하는데 익숙해진 후에도 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했었으나 이 곳에선 달랐으며, 모두가 자신에게 찬사를 보냈고, 자신을 사랑해주는데다, 자신을 보호해주는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사람이였고, 자신을 위협할 사람도 없다고 황홀해한다.
그러나 한 귀족은 자신은 특별 연회에 갈 거라고 했는데 왜 여기 있냐고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에 그 자리에 있던 주위 사람들이 전부 조용해지자, 재빨리 머리를 굴려 자신이 괜찮다고 말했다고 둘러댄다. 질문을 던진 그 귀족이 신기해하자, "특별 연회는 외국의 주요 귀빈들이 참석하니까 내가 참석하는 것보다는 한 사람이라도 동대제국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참석하는 게 좋다 생각했다"[37]고 변명한다. 이 말에 귀족들은 자신을 선대 황제들의 정부들이 벌인 사치와 비교하며 칭찬하고, 쑥스럽다는 듯 웃으면서 고개를 내리깔고서 "내가 폐하를 도와드려야 한다"고 중얼거린다. 와인을 마시기 위해 손을 뻗자마자 수많은 귀족들은 각각 잔을 내밀고, 그 중 하나를 잡는다.
그 순간 림웰 영지에서 올라온 로테슈 자작을 목격하고 놀라서 잔을 떨어뜨리고 만다. 당황한 귀족들이 괜찮냐고 묻자, 로테슈 자작을 목격한 자리를 본다. 자작이 없는 것에 자신이 잘못 본 거라고 판단해버리고, 와인을 너무 마시긴 했다고 생각한다.
하인이 깨진 잔을 치우고 마른 천으로 닦으며, 그 자리를 청소하는 동안 자작을 본 곳을 연신 힐긋거린다. 그런 자신을 본 랑트 남작이 걱정스럽게 왜 그러냐고 묻자, 그의 옷자락을 잡고서 자신이 본 곳을 쳐다보지 못하게 하며 신년제 첫날 둘쨋날 안 오던 귀족이 마지막 날에 참석하기도 하냐고 묻는다. 사정이 있어서 바로 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에 기겁하며 목소리를 낮춰서 그러면 신년제에 시골 귀족들이나 영지가 아주 작은 귀족도 참석하는 거냐고 묻고서 신년제는 손님들을 골라서 받는 게 아니었냐고 추궁한다. 손님을 골라서 받긴 하지만 작은 영지의 귀족이라도 초대를 받으면 참석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서 몇 년간 참석하지 않은 사람도 초대장을 보내는 거냐고 따지지만 일정 기간동안 참석하지 못했다면 그 자체로도 초대장이 가며, 완전히 고립된 채로 둘 순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다시 밀려온 불안감에 입술을 떨고 있던 중, 그런 자신을 본 랑트 남작은 정말로 무슨 일이 있었냐고 질문한다. 잔을 건네며 자신은 그만 들어가봐야겠다고 말하며 취한 것 같다고 둘러대고는 사람들에게 손을 휘젓는다.전 주인인 로테슈 자작이 자신을 알아보면 위험하기에 자작이 자신을 알아보기 전에 먼저 도망치려 했으나, 자작은 "이런? 잘못 본 게 아니로군?"라고 말을 걸고, 이 말에 기겁하며 비틀거리고 만다. 랑트 남작은 자신을 '라스타 양'이라 부르며 부축하지만, 로테슈 자작은 랑트 남작이 자신을 부른 칭호를 듣자마자 "어디서 뭘 하고 있나 했더니, 신분 세탁이나 하고 있었냐. 도망 노예가 레이디 대우도 받으니 세상 참 좋아졌다."라고 비웃으며 자신을 조롱한다. 곧, 자작은 모두가 있는 자리에서 라스타가 자신이 부리다가 도망쳐버린 도망 노예임을 밝혀버리고,[38] 충격으로 실신한다.
2.4. 로테슈 자작과의 재회 (21 ~ 28화)
실신한 직후 몇 시간동안 소비에슈의 침대에 누워있다가 깨어난 후 방으로 돌아온다. 소비에슈가 자신이 도망 노예란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감싸줬다는 사실에 그는 처음부터 자신이 도망 노예란 걸 알고 있었지만 로테슈 자작에 의해 모두에게 공개된 후에도 자신을 감싸준 게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어서 달큰하게 사랑을 속삭이다가도 내키지 않을 때면 신분을 방패로 내세워 떠나가는 남자들이 많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높은 신분인 소비에슈만이 그러지 않았다고 감동한다.하지만 이런 감동도 잠시 다시 두려움을 느낀다. 지긋지긋하게 발목을 붙잡고 매달려오는 신분의 족쇄를 간신히 떨쳤고, 이제야 드디어 사람들이 자신을 "노예"가 아닌 "라스타"로 봐주기 시작했는데 로테슈 자작으로 인해 그 꿈 같던 시간들이 다 사그러질 판이라고 불안해한다. 소비에슈가 자신을 사랑하니 정부에서 내치진 않을 것이지만 자신의 한 마디 한 마디에 귀담아주고 웃어주던 사람들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를 두려워한다. 진실이 밝혀진 후 아직 사람들을 만나보지 못했는데 이전까지 자신에게 웃어주던 사람들이 갑자기 자신을 배척할까봐 우려하지만, 소비에슈가 직접 골라준 인형을 안으며 노예 출신이라고 해도 자신은 지금은 명실상부한 황제의 정부이니 이전과는 다를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그때 베르디 자작부인이 로테슈 자작이 찾아왔다고 전한다. 무의식적으로 로테슈 자작을 예전 호칭인 '영주님'이라고 칭한 것에 놀라 "베르디 자작부인이 속으로는 나를 비웃고 있을 거다. 아랫사람답게 적당히 자기 선에서 처리하지 않고 내게 전했다. 황후의 밑에 있었으면 자기 선에서 처리했을 것이므로 날 우습게 보는 거다."라고 피해망상을 한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소비에슈의 침대에 누워 아프다고 말할 걸 그랬다며,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방에 돌아온 게 실책이라고 스스로 불평하지만, 이내 "애초에 폐하가 로테슈 자작을 멀쩡하게 돌아다니게 한 것이 문제다"라고 소비에슈의 탓을 한다. 이어서 소비에슈는 로테슈 자작을 쫒아내거나, 죽여버리거나, 아니면 감옥에 가두지 않은 거냐고 불평한다. 아예 황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냐고 짜증을 내는 건 덤.
로테슈 자작에게 돌아가라고 말하라고 거듭 말하지만, 베르디 자작부인은 머뭇거린다. 그런 그녀의 반응을 보며 "역시 나를 무시하는 게 확실하다"고 생각해 호통치려 하지만, "들여보내주지 않으면 후회할 일이 생길 건데 괜찮겠냐?"는 로테슈 자작의 협박을 전해 듣는다. 그 남자가 그렇게 말했냐고 분노를 표출하며, 어디 그 뻔뻔한 낯짝 좀 봐야겠다고 말하며 자작이 자신의 방에 들어오는 걸 허락한다.
로테슈 자작은 자신이 황제의 정부가 된 것을 의례적으로 축하한다. 베르디 자작부인이 자신과 로테슈 자작을 번갈아 쳐다보자 그녀를 노려본다. 곧 베르디 자작부인은 나가고 로테슈 자작을 쏘아보지만, 로테슈 자작은 웃고서 멋대로 의자를 끌어다 앉은 후 마치 제 방에 온 마냥 주위를 둘러보며 "좋네. 아주 좋아."라고 말한다. 이를 불쾌해하며 "왜 여기에 온 거죠?"라고 나비에의 말투를 흉내내며 말한다. 그러나 로테슈 자작은 제법 귀부인 티가 난다고 자신을 놀린다. 이에, " 난 이제 당신이 함부로 부를 사람이 아니니 함부로 부르지 말라"며 대꾸한다.
하지만, 로테슈 자작은 "시한부로는 그럴 것"이라고 딱 잘라 말한다. 놀라서 무슨 뜻인지 되묻지만 로테슈 자작은 황제의 정부들 수명이 몇 년인지 모르냐고 빈정거린다. 뜻밖의 말에 놀라지만 로테슈 자작은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리며 목을 까닥거리다가 자신이 팔에 찬 호박 팔찌를 보고 그 팔찌 좀 줘보라고 요구한다. 손을 뒤로 감추지만 로테슈 자작은 잠시 미간을 찡그리다가 웃어대며 그렇게 적대적으로 굴지 말라고 말한다.
이어서 자작은 소비에슈가 "라스타는 내가 부리던 도망 노예였다"는 말을 정정하라고 명령했다고 알려주고서 이제 "사람 얼굴조차 못 알아보는 등신" 취급받게 생겼다고 말하면서도 "네 비밀이 밝혀질지 아닌지는 내 입에 달렸는데, 고맙다고 금이니 은이니 바쳐도 모자랄 판이다"라며 협박한다. 자작의 뻔뻔한 태도에 분노해 처음부터 그렇게 말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뻔뻔하다고 소리치고서 자신이 도망 노예란 걸 숨겨주는 것도 황제의 명령이여서 할 뿐이지 자신을 위해서 한 게 아니라고 일갈한다. 그러나 로테슈 자작은 히죽 웃으면서 "그래도 네가 버리고 간 아기 이야기는 비밀로 해주지 않았냐?"라고 말하며 자작가에서 낳은 자신의 아기로 라스타를 협박한다.
자작이 자신의 아기를 빌미로 협박하기까지 하자, 매우 분노해 "어디서 거짓말이야! 내 아기는 당신이 죽여버렸잖아!"라고 소리지른다. 당시, 자작이 "아기를 가져다 버려라."라고 말했던 게 아직도 생생한데, 이렇게 태연하게 아기 이야기를 하는 것에 견딜 수 없어하며 자작을 증오스러워하다가, 뒤늦게 베르디 자작부인이 혹시라도 들을까봐 입을 다문다.
그러나 로테슈 자작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되묻는다. 아기의 존재로 협박을 할 생각이겠지만 자신이 아니라고 부정하면 끝이라며, 있지도 않은 아기로 협박할 수 없다고 씩씩거리며 일어서지만, 로테슈 자작은 웃음을 터트리며 자신의 아기를 죽였다는 주장을 부정한다. 그 웃음소리에 흠칫하지만 그런 자신의 반응을 본 로테슈 자작은 돌연 표정을 싹 굳히고서 "천한 피를 나눠 받았지만 그래도 내 손자인데, 설마 내 손으로 죽였겠냐?"라고 조롱한다.
자신의 아기가 사실은 살아있다는 사실에 혼란에 빠져 "그럴 리가 없다. 분명 내 눈으로 아기 시체를 봤다"라고 중얼거리지만 자작은 못 믿겠으면 한 번 데려와주겠며, 재차 조롱한다. 이어서 로테슈 자작은 라스타를 도망 노예라 했던 자신이 이대로 도망치듯 사라지면 사람들은 "황제가 라스타의 약점을 감추려고 로테슈 자작을 쫓아냈다"고 생각할 거라고 여전히 조롱하고서 황궁 생활을 하려면 깨끗하게만 살 수도 없고 남 몰래 해야 할 일이 있을텐데 네 비밀을 모르는 이들에게 어떻게 맡기겠냐며 '손을 잡자'고 제안한다.
로테슈 자작의 이런 제안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 무슨 말이냐고 묻지만 자작은 "날 적대적으로 볼 게 아니라 다른 쪽으로 생각해봐라. 난 너에 대해 모든 걸 안다. 달리 말하면 완벽하게 네 눈과 귀가 되어줄 수 있다."라고 말하며 재차 '손을 잡자'고 제안한다. "당신 같은 측근은 필요없다"고 대꾸하며, 단호하게 거부하지만 자작은 "아무리 잘 치장하고 흉내내도 네가 하루아침에 갑자기 귀족 아가씨가 되는 건 아니다. 물론 먼 시간이 흐른 이후에는 과거를 훌훌 털어내고 거리감 없이 귀족들과 어울릴 수도 있게 되겠지만, 과연 그때가 되어도 네가 폐하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정부이겠냐?"라고 현실을 지적한다. 이에 "폐하께서는 나만 사랑하신다고 하셨다"고 말하며, 부정해보지만 로테슈 자작은 그럴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고 말하고서 알렌을 언급한다.
알렌이 자신을 버렸을 때[39]를 떠올려 두려워하던 찰나, 자신의 반응을 알아챈 로테슈 자작은 자신이 황제에게 사랑받으면 사랑받을수록 좋은 선례가 될 것이기에,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지만 가여운 처지에 있는 미인들이 자신을 보며 희망을 품고서 수렁에서 벗어나기 위해 황제를 잡고 싶을 것이라고 팩폭을 날린다. 자작의 말에 당황하지만 로테슈 자작은 탐욕스러운 귀족들, 외국의 거상들, 정치적 결탁을 원하는 이들도 황제가 정부를 들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으니 온갖 매력을 갖춘 여인들을 황제에게 보내려 할 것이고, 그들 중에는 신분과 학식까지 갖춘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고 재차 팩폭을 날리고서, 아예 "넌 황후가 아니니, 황제의 사랑을 잃어버리면 다시 노예로 돌아가는 거다"[40]라고 쐐기까지 박는다.
충격적인 현실에 그런 거라면 자작이 자신을 돕든 아니든 소용없잖냐고 말해보지만 로테슈 자작은 정부가 되는 것과 총애를 유지하는 건 자신의 능력이지만, 주위에 다른 정부가 오지 못하도록, 다른 정부가 오더라도 오래 가지 못하게 치워주는 건 자기가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고 속삭이고서 허리를 굽히고 목소리를 낮춰 '일단 날 끌어달라'고 요구하며, '나와 림웰 가문이 중앙으로 올 수 있게 도와준다면 라스타의 친정 부모 역할을 해주겠다'고 제안한다. 어차피 라스타의 아들은 자작 자신의 손자이니 라스타가 잘 되는 것이 라스타의 아들에게도 좋은 일이라고 유혹하는 건 덤.
로테슈 자작의 제안에 속으로 말은 그럴듯하게 들려도 "천한 노예는 며느리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하던 자작이 자신의 친정 부모 노릇을 해주겠다고 말하는 것에 기가 막혀한다. 동시에 그저 눌러붙어 있을 핑계일 뿐이고, 도와준다는 명분으로 자신에게 달라붙어 단물을 빨아먹을 속셈임을 간파한다. 그러나 로테슈 자작은 자신의 말을 안 믿는 모양이긴 하지만 일단 보면 한 눈에 알 거라고 말하며, 아기가 도장처럼 자신을 쏙 빼닮았다는 말을 한다. 이 말에 멈춰서고, 그런 자신을 본 로테슈 자작은 만족스럽다는 듯 일어서며 자기 제안을 잘 생각해보라는 제안과 함께 본인은 황제가 명령한 대로 "사람 하나 못 알아보는 멍청이" 흉내를 내고 있을 거라는 말을 한다.
자신이 도망 노예였음을 밝힌 로테슈 자작 덕분에 귀족들에게 무시와 조롱을 당해[41] 매우 우울해하며 산책하던 도중 하인리와 맥켄나를 목격한다. 하인리가 말없이 자신을 지나쳐버리려하자 그를 불러 가련한 척 '내게 할 말 없으시냐?'며 편지 상대 조작 사건을 하인리의 잘못으로 몰아간다. 그러나 하인리는 없다고 딱 잘라 말하고서 "레이디야말로 나한테 할 말 없습니까? 있을텐데?"라고 질책한다.
이에 눈물을 짜내며 "왕자님은 참으로 멋진 분이시다"라고 말한다. 당연히 하인리는 맥켄나와 덩달아 황당해한다. 곧 한 손으로 눈물을 닦아내고서 머쓱하다는 듯 웃으면서 자신이 갑자기 울어서 당황했냐고 말하자마자 다시 울면서 "내가 도망 노예 출신이라는 헛소문이 퍼지고 나서 사람들은 나를 무섭게 대한다. 예전에는 상냥했는데 웃으면서 날 조롱하는데 그래도 예전하고 똑같이 대해주시는 건 왕자님 뿐이다. 물론 우리가 좋은 사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게 막 감동이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하인리는 자신을 무시하고 가버린다.
황궁에 온 에르기 공작과 하루종일 붙어다녀서 친해지게 된다. 도중 에르기가 자신과 어울리는 걸 본 한 귀족이 '라스타가 도망 노예 출신이란 건 알고 같이 다니냐'고 에르기를 조롱하지만, 에르기는 그 귀족에게 주먹을 날려 자신의 편을 들어준다.
자신에게 잘해주고 도와준 에르기 공작을 초대해 케이크를 대접하고 감사를 표한다. 로테슈 자작이 하루만에 '사람을 잘못 보았다'고 본인의 발언을 수습하기는 했지만, 사람들이 쉬이 믿으려하지 않은 탓에 귀족들 사이에 고립되어갔고 이로 인해 자신을 찾아오던 귀족들의 발길도 끊어지고 매일 같이 들어오는 선물도 사라진데다, 귀족들은 자신을 만날 때마다 조롱하고 무시했지만 에르기 공작은 여타 다른 귀족들처럼 다정하게 대해주었고, 사실을 알고서 개의치 않는 것은 물론 오히려 자신을 조롱한 귀족에게 주먹을 날리기까지 했다는 것에 황홀해한다.
에르기는 무례한 자들에게 대응해줬을 뿐이라고 말한다. 자신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가 퍼져나갔고 그 일 때문에 내내 곤혹스러웠지만, 물론 그 소문은 거짓이라고 말한다. 에르기는 항상 이런 일이 생기냐고 질문한다. 대답을 머뭇거리지만, 에르기는 자신이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라며, 부끄러워해야 할 건 자신에게 무례하게 대한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에르기는 자신의 반응에 이런 일이 자주 있다는 걸 눈치채, 한 쪽 팔을 의자 손잡이에 기대며 "(본인을) 눈 앞에 두고 노예 노예라 한다" "설령 진짜 노예 출신이면 뭐 어떻단 거냐", "그 주둥이를 몇 대 더 뭉개놨어야 했다"는 등 욕을 퍼붓자 당황하며 말이 무섭다고 중얼거린다. 에르기는 원래 친구를 만나러 온 건데 자신을 먼저 만나서 다행이라며 자기가 그 자리에 없었다면 자신은 무뢰배에게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어서 '친구 녀석은 지금쯤 내가 안 온다고 난리가 났겠다'고 덧붙이지만, 이내 어색하게 눈가를 문지르며 "성질이 더럽다"고 말해 은근슬쩍 자기 친구를 뒷담한다.
이런 에르기의 모습에 그는 길거리의 술집에서 가끔 마주치는 용병처럼 거칠면서도 고상하고 귀족적인 느낌이라고 생각하며, 이런 근육질적이고 입이 야무진 귀족이 케이크를 야무지게 먹으니 아이러니해서 귀엽기도 하다며 호감을 느낀다. "설령 진짜 노예 출신이면 뭐 어떻단 거냐"라는 에르기 공작의 말에 완전히 호감을 느낀다. 에르기는 앞으로 그럴 일이 없겠다면 좋겠지만 그런 일은 또 벌어질 수 있고 무뢰배들이 갑자기 싹 사라질 리는 없을 거라고 말하자 이 말에 수긍한다.
에르기가 최대한 빨리 해결하는 게 좋을 거라고 말하자, 해결하려고 해도 방도가 없다며 소문을 이상하게 낸 게 로테슈 자작인데 자작이 아니라고 해명해도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고 시무룩해 한다. 에르기는 떠넘기라는 해결책을 냄과 동시에 그게 해명보다 빠르다고 말하자마자, 케이크를 한 입에 먹는다. 에르기에게서 "물고 뜯고 씹히는 '사교계의 뼈다귀' 역할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라"는 조언을 듣는다.
잠시 후 황궁 안에서 산책을 하다 나비에와 마주치게 된다. 나비에에게 인사를 하고서 방금 누가 있었냐고 묻지만, 나비에가 고개를 젓자 입을 다물고서 수풀을 한 번 쳐다본 후 잠시 후에 한숨을 내쉬고서 다시 나비에 쪽을 바라보다가 "투아니아 공작부인이 좀 헤픈 편이냐"는 말을 내뱉는다. 자신의 말에 황당해진 나비에는 미간을 찡그리며 무슨 뜻으로 그런 걸 말한 거냐고 질문한다. 나비에의 눈치를 보다가 화가 난 거냐는 헛소리를 지껄이지만, 나비에는 투아니아 공작부인은 좋은 사람이자, 좋은 친구라고 딱 잘라 말한다. 머뭇거리며 두 손을 모으고서 꼼지락거려대면서 "투아니아 공작부인 곁엔 남자들이 수북하고, 공작부인도 남자들과 어울려대는 걸 즐기는 눈치인데, 이미 결혼한 사람이 그런 행동을 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투아니아 공작부인의 행동을 트집잡는다.
더욱 말문이 막힌 나비에가 쳐다보자 황급히 두 손을 저으며 자신은 절대로 나쁜 뜻으로 물어본 건 아니라며, 정말로 잘 몰라서 물어본 거라고 변명한다. 나비에는 투아니아 공작부인은 남자 여자 가릴 것 없이 모두에게 인기가 좋다고 딱 잘라 말한다. 파티 때 보니까 투아니아 공작부인 주위에 늘 남자만 있었다고 대꾸하며, 나비에의 말을 믿지 않으려 한다. 나비에는 파티 때는 남자 여자가 짝을 맞추어 무도곡을 추는 일이 많으니 그렇게 보이는 것이라며, 투아니아 공작부인에게는 문제될 여지가 없으니 앞으론 그런 말도 하지 말라고 지적한다.
이후 에르기로부터 블루 보헤안의 문장이 새겨진 목걸이를 받고 소비에슈를 찾아가지만, 예복을 차려입은 그를 보고 감탄한다. 소비에슈가 미소를 짓자 다가와 예복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여기서 봐도 멋지고 저기서 봐도 멋지다. 폐하가 이렇게 멋지기까지 하면 너무 치사한 거 아니냐?"라고 말하며, 재차 감탄한다. 소비에슈가 말은 잘 한다고 칭찬하자 블루 보헤안의 문장이 새겨진 펜던트를 내민다. 소비에슈가 바로 블루 보헤안의 문장을 알아고자, "폐하는 천재시다"라고 말하며 여전히 감탄하지만, 기대와 달리 소비에슈가 질투하지 않자 머쓱해 한다. 목걸이를 주머니에 넣은 후 왜 갑자기 그런 옷을 입었는지 묻는다. 소비에슈는 일전 별궁에 갈 일이 있다고 말했던 걸 상기시켜주며 자신의 뺨에 입을 맞춰주고서 마차로 향한다.
배웅을 하러 와 수다를 떠들던 중 소비에슈가 나비에에게 주기 위하여 마차 안 쪽에 두었던 상자들을 발견한다. 소비에슈는 나비에에게 줄 선물이라고 말하며, 나비에의 생일로 별궁에 간다는 걸 알려준다. 그제서야 당황하며 누가 동행하냐고 묻는다. 소비에슈는 자신이나 나비에나 시종, 시녀, 기사들을 데려가며, 궁정인은 데려가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 말에 놀라고, 자신을 본 소비에슈는 미간을 찌푸리고서 괜찮냐고 묻는다. 자신은 오늘이 나비에의 생일인지도 몰랐다며, 다들 아무 얘기도 해주지 않았다고 시무룩해한다.
소비에슈는 나비에는 최대한 본인의 생일을 최대한 조용히 치르고 싶어하기에 따로 파티를 열지 않아서, 친하게 지낸 사람이나 친척들이 아니면 다른 사람들은 나비에의 생일을 알기 어렵다고 알려준다. 이에 베르디 자작부인이 이야기해줘도 됐었다며, 그녀라면 나비에의 생일을 알았을 것이라고 불만을 표출한다. 나비에의 생일을 늦게 안 게 불만이냐고 묻는 소비에슈에게 "이러니저러니 해도 가족이니, 나도 뭘 챙겨주었으면 좋겠다"고 칭얼거린다.
소비에슈는 나중에 얘기하자고 말하며 너무 늦게 출발하면 마부가 말을 몰기 어려워진다고 말하자마자 마차 문을 열고서 마차에 오르려하고, 손을 뻗어 옷자락을 붙잡으며 자신도 데려가주면 안 되는 거냐고 조르다가 "선물을 준비하지 못했는데 생일도 축하하지 않으면 황후가 섭섭해할 거다. 나도 가족인데 별궁에 따라가고 싶다."며 조르고서 분위기를 확실하게 띄울 수 있다며 술을 원샷하는 시늉을 보이는 건 덤.
이에 소비에슈는 그렇게까지 띄울 필요 없다고 말하며 웃는다. "나도 가족이니, 가족 파티에 가겠다"고 말하며 계속 조르지만, 소비에슈는 이번 생일은 나비에와 둘이서 지내기로 했다고 거절한다. 소비에슈가 거절하자 삐져서 대놓고 '마음에 안 든다'는 듯 팔짱을 끼고서 토라진다. 소비에슈는 삐졌냐고 묻고서 볼을 꼬집으며 그렇게 가고 싶은 거냐고 달랜다. "연인이 다른 여자와 단 둘이서 밤을 새고 온다는데 좋아할 여자는 없다"[42]고 재차 삐진다. 소비에슈가 며칠 전에 이야기를 했을 때는 가만히 있었다고 지적하자 혼자 가거나, 일 때문에 단체로 가는 줄 알았다고 하소연하며 여전히 삐진다.
소비에슈는 시계를 본 후 자신을 달래듯 어깨를 토닥거리며 나중에 둘이서만 놀러가자고 약속하고 자신의 생일인 거냐고 묻는다. 소비에슈가 수긍해주자 "난 여럿이서 놀아도 좋지만, 폐하랑 둘이서만 노는 것도 좋다"고 애교를 부린다. 소비에슈는 이를 들으며 수긍해주다가 마지막 말에 욕심쟁이라고 반응한다. 얼른 팔짱을 끼고서 "생일 파티는 사람들을 다 모아서 여럿이 하고, 나중에 따로 나랑 놀아달라"고 재차 애교부린다. 소비에슈는 자신의 말에 수긍해주고서 재차 입을 맞춘 후 마차에 올라타지만, 끝내 라스타의 동행을 거절하고 자신을 두고서 별궁으로 간다. "황후와 폐하는 정략결혼 관계이고 사랑이 없으니 괜찮을 것"이라고 스스로를 안심시킨다.
이후 동궁으로 돌아오지만, 로테슈 자작이 찾아오자 눈을 찌푸린다. 시간이 늦었다는 핑계를 대 로테슈 자작을 돌려보낸다.
그러나 다음 날, 로테슈 자작은 아침 일찍 자신을 찾아와 히죽 웃으며 "나와 한 배를 탈 생각을 해봤냐"고 묻는다. 어떻게 해서든 이대로 돌아갈 마음이 없는 그의 태도에 어이없어하며 커피잔을 쳐버리고 싶어하며 손가락을 꼼지락거린다. "요즘 귀족들이 다시 네게 들러붙으려하는 게 전부 다 내 덕이다"라는 자작의 주장에 전부 에르기 공작의 덕이라고 반박한다. 하지만 로테슈 자작은 "에르기 공작이 들러붙은 것도 내 덕이다"라고 주장하고는 대놓고 당당하게 돈부터 요구하고, 이 태도에 헛웃음을 짓는다. 돈을 요구할 거라고 어렴풋이 예상하긴 했지만, 설마 정말로 이른 아침부터 찾아와 돈부터 달라고 할 줄은 몰랐다며, "어떻게 정말 이런 인간이 다 있는 거냐?"고 생각한다. 이미 옛날부터 로테슈 자작을 싫어했지만, 지금의 그는 최악이라고 생각했고 예전의 그도 물론 싫긴 했지만, 당시 로테슈는 힘과 권력이 있는 사람이였고 자신은 가진 게 아무 것도 없었기에 싫은 감정을 두려움 아래에 묻고 외면할 수 있었지만, 황제의 정부가 되면서 그를 두려워하는 마음이 가시게 되었다며 두려움 아래에 흐려져 있던 싫은 감정을 드러내게 된다.
고함을 치고 싶은 충동을 누르고서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으면서, 도움도 안 되고 돈부터 달라는 거냐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로테슈 자작은 온갖 파티에 불청객으로 끼어들어 자신의 체면을 살려주었는데 도움이 안 된 거냐고 대답한다. 그 말에 어이없어하며 에르기 공작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효과가 없었다고 차갑게 말한 뒤 "에르기 공작은 내가 노예 출신인지 아닌지 신경도 안 쓰니 협박하지 말라"라고 덧붙인다. 그러나 로테슈 자작은 "아직도 그런 말을 믿다니 때가 덜 탔다"고 말한다.
더는 대꾸할 가치도 없다 여겨 종을 울리려고 한 찰나, 자작은 종을 옆으로 밀어내버린 후 입을 다무는 대가도 대가지만, 자기가 자신의 아이를 키워주고 있는데 적어도 양육비 정도는 줘야 한다고 요구하고서 아기를 한 명 키우는데 돈이 얼마나 많이 드는지 아냐고 물으면서도 당연히 자신의 아기이니 돈을 내야 하며, 지금은 자신의 아기를 키워주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안의 양육비를 요구한다.
양육비를 달라는 말에 분노하지만 아이가 자신의 아기가 아니란 걸 확인하기 전까지는 흥분을 가라앉혀야 한다고 다짐한 후 얼마냐고 묻는다. 숙박비와 식비를 요구하며, 현금이 없으면 보석으로 줘도 좋다고 말하는 자작에게 보석함에서 가장 작고 볼품없는 반지들을 꺼내 내민다. 로테슈 자작 따위에게 줄 생각을 하면 아깝지만, 아기에 대한 소문이 퍼져나가는 것보다는 낫다고 판단한다. 자작은 히죽 웃으며 반지를 살펴보고는 만족스러워하며 품 안에 넣고, 이를 보면서 더 큰 요구를 하거나 아기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림웰 영지로 가서 자신의 아기가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그러면서도 치맛자락을 움켜쥐며, "아기가 가짜란 것이 밝혀진다면, 자작이 무슨 말을 지껄이든 다 미친 취급해버리면 그만이다"라고 생각한다.
그 순간 자리에서 일어난 자작은 자신을 내려다보면서, 자신의 생각이 훤히 보인다는 듯 충고를 하나 해주겠다고 조롱조로 말하며, 나비에와 소비에슈가 둘이서만 별궁으로 간 일을 언급한다. "이참에 황후가 황제의 마음을 돌리려 들지도 모른다"고 조롱하는 건 덤. 무슨 소리냐고 묻지만 그건 자신이 잘 알지 않냐는 말을 듣는다. 로테슈 자작은 낄낄 웃으며 벽에 두었던 지팡이를 들어 윙크하면서 자신에겐 뒷배가 없음을 지적하며 "이대로 황제가 잠시 네게 갔던 마음을 접기라도 하면, 넌 곧 쫓겨날거다. 그러니 내 도움을 받는 일에 대해 잘 생각해봐라. 다음에는 좀 더 유한 태도를 기대하겠다."라고 말하고 간다. 로테슈 자작이 나가자마자 자작이 마시던 찻잔을 던져버린다.
로테슈 자작의 말에 불안해하던 중 몇 시간 후에 랑트 남작으로부터 소비에슈가 내일 못 올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듣는다. 오늘이 나비에의 생일이 아니었냐며, 바로 수도로 올라오는 게 아니었냐고 묻지만, 소비에슈가 아프기에 별궁에서 사람이 와 급히 궁의가 별궁으로 갔다는 소식을 듣는다. 소비에슈가 아프다는 사실에 바로 안색이 창백해지며 소비에슈를 걱정한다. 랑트 남작은 그리 큰 부상이 아니니 걱정 말라고 위로한다. 머뭇거리다가 랑트 남작에게 자신도 별궁에 가게 해달라고 부탁해보지만 "권한 밖이다"라는 말로 거절당한다. 별궁에서 자신을 원한다면 사람을 불러올 것이니 걱정 말라는 랑트 남작의 말에 초조해하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다음 날, 소비에슈가 열이 그리 쉽게 떨어지지 않아 길게는 일주일 정도 더 머무를 것이라는 소식을 듣게 된다. 로테슈 자작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다시금 불안해하지만, 자신이 정부로 들어오기 전에도 나비에는 소비에슈와 로맨틱한 관계가 아니었고, 내내 몇 년을 무덤덤하게 지냈다는데 갑자기 가까워질 리가 없다고 생각해 스스로를 위로한다.
그러던 중 에르기가 먼저 찾아와 자신의 기분을 묻는다. 괜찮다고 답해보지만 에르기는 소비에슈 폐하가 아파서냐고 묻는다.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레 나비에가 좀 가여운 마음이 든다"고 말한다. 이 말에 에르기는 무슨 소리냐며 되묻는다. 나비에는 소비에슈를 간호하려고 별궁에 계속 남아있는 것이니 올라와도 된다며, 그렇게 (간호를) 한다고 한들 소비에슈는 별궁에 있는 내내 자신만 생각할 거라[43] 이런 생각을 하니 좀 마음이 편하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에르기는 웃으면서 "너무 눈에 보이는 거짓말이다"라고 비웃는다. 진심이라고 대답해보지만 에르기는 남녀 관계 문제라면 본인도 상당히 빠삭하다며, 나름 귀여웠다고 놀린다.
나비에가 다시 소비에슈와 가까워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는 걸 눈치챈 에르기 공작은 자신이 나비에 황후를 유혹해보겠다고 제안하며, 나비에 황후가 자신을 사랑하게 된다면 갑자기 소비에슈 황제와 가까워질 일이 없을테니 그럼 라스타의 마음이 편해지지 않겠냐고 말한다. 이 말에 좋아하면서도 거절한다. '나 자신 있다'고 대답하는 에르기에게 "황후는 평생 좋은 것만 보고 살아와서 오히려 아주 평범한 남자에게 끌릴 것인데, 에르기 공작은 너무 잘난 사람이다"라고 주장하며, "황후에게 애인을 붙여준다면 좀 더 평범한 남자가 좋지 않겠냐?"고 제안한다.
나비에와 소비에슈가 별궁에서 돌아오자 마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기다리고 있다가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소비에슈를 반기며 환대하면서도, 나비에에게는 어색하게 인사한 후 이내 소비에슈와 딱 붙어 떨어지지 않으려 한다. 이후 낮에는 에르기와 붙어다니고 밤에는 소비에슈를 간호한다.
2.5. 타락의 시작 (29 ~ 36화)
며칠 후, 투아니아 공작부인의 티파티에 초대받지 않았지만 멋대로 초대 받은 에르기를 따라 참석하나, 엄연히 무례였기에 눈치를 산다.[44] 귀족들 사이에서 리벤 남작과 리벤 남작부인의 불화[45], 알레이시아가 언급되자, 궁금해하며 알레이시아에 대해 물어본다. 에르기가 오시스 3세가 그녀에게 빠르게 질리는 바람에 비참하게 쫒겨났다고 알려주자 표정이 굳지만, 이내 순진한 척 투아니아 공작부인의 정부가 다섯 명이라는 헛소문을 꺼내들어 파티 분위기를 망친다. 당연히 투아니아 공작부인은 분노하며 티파티를 끝내버린다.다음 날 투아니아 공작부인의 티파티 사건을 들은 투아니아 공작부인의 반대파들은 투아니아 공작부인을 험담해댄다.[46] 자신은 그냥 전해들은 말을 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투아니아 공작부인의 반대파들은 소문이야 계속 돌았지만, 괜히 말을 잘못 꺼냈다가 투아니아 공작부인의 지지파들에게 찍힐까봐 말을 못했던 것이라고 말하며, 투아니아 공작부인의 추종자들이 유독 별난다고 또 투아니아 공작부인의 험담을 한다.
투아니아 공작부인의 반대파들이 가고 난 후, 대화에 참여하는 대신 거리를 두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던 에르기 공작에게 다가가 자신이 한 것에 대해 어땠냐고 질문한다. 에르기가 자신을 칭찬해주자 몸을 꼬면서 이렇게 하면 되는 거냐고 묻는다. 시작이 좋다는 말에 이 정도로 사람들이 투아니아 공작부인에게서 돌아서겠냐고 질문하지만, 에르기는 당장 이 정도로는 그렇진 않을 거라며, "투아니 공작부인에게 불만이 있는지 없는지를 한 번 확인하고 휘저어준 것"이라고 알려준다.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하냐고 순진하게 묻지만, 에르기는 이제는 혼자서 할 수 있지 않냐고 딱 잘라 말한다. 에르기의 말에 "난 이런 건 잘 모른다"고 말해 애교를 부리면서 순진한 척 하지만, 에르기는 가까이 다가와 허리를 숙이고서 귓가에 대고 "귀엽기는 한데, 난 이런데 잘 안 속는다니까?"라고 속삭인다. 에르기의 말에 삐져서 밉다는 듯 흘겨보지만 에르기는 웃음을 터트리면서 허리를 펴며, 흉본 건 아니니 너무 기분 상하지 말라고 놀린다.
그때 에르기가 응접실 문을 열고 복도로 나가려는 걸 목격하고서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어디 가냐고 묻는다. 에르기를 따라가려고 덩달아 일어서지만 에르기는 돌아서서 고개를 저으며 잠깐 나갔다 온다고 말하고서 산책하러 가는 건 아니니 자신은 안 와도 된다고 대꾸한다. 재차 어디 가냐고 묻지만, 에르기는 잠깐 밖에 나간다고 얼버무린다.
잠시 후, 소비에슈에게 안마를 해주던 중 그가 딴 생각에 빠진 걸 알아차려 안마를 멈추고서 소비에슈에게 고개를 내민다. 그제야 놀란 소비에슈는 고개를 돌리고, 볼에 입을 맞춘 후 무슨 생각을 하기에 자신의 말을 하나도 안 듣냐고 뾰로통해한다. 소비에슈가 사과하자 어깨를 으쓱이고서 탁자 옆에 앉아 나랏일 때문에 그러는 말이라면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나랏일은 아니라는 것에 평소 소비에슈가 낮의 일과를 전부 이야기해주지 않기 때문에 기대하지 않는다.
에르기 공작과 친하냐고 물어보는 소비에슈에게 자신이 에르기 공작과 친한 건 맞다고 설명하면서도, 반문한다. 이에 소비에슈는 에르기 공작이 나비에와도 친한지 물어본다. 왜 그런 질문을 하는 거냐고 묻지만 소비에슈는 낮에 보니 두 사람이 다정하게 대화하고 있었다고 알려준다.
그러자 좀 전의 에르기의 제안을 떠올리며 그가 정말로 자신을 위해 나비에를 유혹하려 한다고 생각함과 동시에 자신을 위해 한 행동인데도 기분이 상한다. 이를 의아하게 여긴 소비에슈가 왜 그러냐며 되묻자 에르기는 자신의 친구라며, 나비에는 그와 친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 모습을 본 소비에슈가 웃으며 "넌 순하고 착하다. 내가 나비에를 오해할까봐 두둔해주는 거냐?"고 말하자, 뻔뻔하게 "티가 났냐?"고 말하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웃는다.
그러던 중 자신의 손에 선물했던 반지가 없는 것을 본 소비에슈는 요즘 안 끼고 다니는 것 같다고 말하고서, 그 반지에 박혀있던 빨간 보석은 '홍염의 별'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제서야 자신이 제일 싼 반지라고 생각해서 로테슈 자작에게 준 반지가 '홍염의 별'이였다는 걸 알아챔과 동시에 이름까지 붙어있는 걸 보면 비싼 반지인데 그런 비싸고 귀한 반지를 로테슈 자작에게 주었다고 매우 불쾌해한다. 소비에슈는 마음에 안 드냐고 물으면서도 부담스러울까봐 말하지 않았지만 착용하고 있으면 조금씩 흉터가 사라지는 마법이 걸려 있으니 마음에 안 들더라도 착용하고 다니라고 말한다. 마법까지 걸려있다는 사실에 앓는 소리를 내며 탁자에 이마를 박는다.
자신의 반응에 소비에슈는 어리둥절하며 자신을 쳐다보지만 "가엾은 하녀를 발견해서 그 하녀에게 주었는데, 그런 귀한 반지인 줄 몰랐다"고 거짓말을 한다. 잠시 놀란 소비에슈는 웃음을 터트리고, 라스타는 그런 효능의 반지는 또 없냐고 물어본다. 그러자 소비에슈는 있기는 하다고 알려준다. 자신이 그런 반지를 또 달라고 그러면 염치 없겠냐고 부탁해보지만, 소비에슈는 나중에 비슷한 걸 구한다면 다시 주겠다고 말한다. 아쉬운 눈길로 '지금 있는 건 못 주는 거냐'는 듯 쳐다보지만 소비에슈는 다른 반지는 나비에에게 있다고 말한다.
다음 날 로테슈 자작이 자신을 찾아오자마자 자신이 준 반지 어떻게 했냐며 '홍염의 별'의 행방에 대해 추궁한다. 로테슈 자작은 의자에 앉기도 전에 퍼부어진 질문에 어리둥절해 한다. 초조해하며 재차 반지 어떻게 했냐고 추궁하지만, 로테슈 자작은 태연하게 "팔아버렸다(...)"고 대꾸한다. 자작이 이미 홍염의 반지를 팔아버렸다는 사실에 분노한다. 하지만 로테슈 자작은 왜 그러냐며, 설마 자신에게 끼라고 준 건 아니지 않냐고 대꾸한다. 만약 자작이 아직 반지를 가지고 있다면 생색을 내며 다른 반지로 바꾸어 줄 생각이였는데, 자작이 '홍염의 별'을 팔아버렸다는 사실에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아 입으로 '후' 하고 바람을 내뱉는다.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에 드는 게 없다고 분노하고 있던 찰나 자작은 웃으면서 "생각보다 돈이 된다(...)"고 대꾸하며, 일부러 싸구려 반지를 챙겨준 줄 알았는데 의외로 기특한 일을 했다고 말한다. 자작의 반응에 혈압이 오르지만, 이미 반지는 자작의 손을 떠나버렸고, 소비에슈가 말한 대로 새로운 반지를 구할 때까지는 어쩔 수 없다고 판단한다. 속으로 10부터 1까지 세어서야 가까스로 진정해 손가락으로 탁자를 가리키며 앉아보라고 말한다. 자작은 도끼눈을 뜨며 건방지다고 대꾸하지만, 정작 라스타는 반지 사건 때문에 몹시 분노한 상태였기에 그의 무서운 표정을 보고도 전혀 겁이 나지 않는다.
"한 배를 타자"는 로테슈 자작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도, 자작과 한 배를 탄다면 이제부터 자작은 자신의 우위에 있지 않으니, 자신에게 건방지다는 등의 말을 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이에 로테슈 자작은 '어쭈' 하는 표정으로 자신을 쏘아보지만, 부채를 꺼내 빠르게 부치기 시작한다. 보석이 장식된 부채를 본 로테슈 자작은 금세 표정이 환해지고, 흠 하는 소리를 내며 탁자 앞으로 가 앉아 자신의 말대로라며, '우린 이제 동료나 마찬가지다'라고 말한다.
이에 경멸 가득한 시선을 보내지만, 로테슈 자작은 모른 척 이제 마음은 정했냐고 물으며, 인내심도 슬슬 바닥나고 있단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마음을 정하기 전에 보여주어야 할 게 있다고 말하고서 자작은 자신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말했지만, 정말로 자신에게 도움이 될지 아닐지는 모르는 것이니, 그 능력을 보여달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로테슈 자작은 생각해보지 않은 일인 듯 어처구니없어하며 무슨 소리냐며 되묻는다.
부채를 접어 한 손에 가져다대고서 로테슈 자작은 "한 배를 타지 않으면 네 아기에 대해 까발리겠다"고 말했지만, 자신이 자작과 한 배를 탔다가 자작이 일을 망치기라도 한다면 자신은 손을 잡든 잡지 않든 어차피 손해라고 지적함과 동시에, 최소한의 능력을 자신에게 보여달라고 요구한다. 이에 로테슈 자작은 어떤 능력을 보여달란 거냐고 묻는다. 그러자 라스타는 투아니아 공작부인을 음해하기 위해 그녀의 약점이나, 나쁜 소문을 알아오라고 요구한다.
며칠 후, 동궁에서 나비에와 마주치게 된다. 나비에가 자신을 지나치려하자 나비에를 부르고, 돌아선 나비에는 왜 그러냐고 묻는다. 주저하며 나비에를 바라보다가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고 우물거린다. 말문을 열어 "하인리 왕자는 나비에의 친구이니, 에르기 공작은 건드리지 않았으면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한다. 당연히 황당해진 나비에는 무슨 헛소리인지 모르겠다고 딱 잘라 말한다. 에르기 공작은 자신이 궁지에 몰려 있을 때, 다른 사람 말은 안 듣고 자신만을 믿어준 자신의 편이라며, 말 그대로이니 기분 나쁘게 듣지 말라고 말하고서 나비에에게 "굳이, 많은 친구를 가진 황후 폐하께서, 하나뿐인 내 유일한 친구를 가져갈 필요는 없다"는 내용의 청을 가장한 억지를 부린다.
당연히 어이없는 나비에는 도중에 말을 끊어버리고 왜 그런 이상한 걱정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염려 말라고 대꾸하고서, "에르기 공작은 내 친구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나비에의 말에 표정이 환해지지만, 나비에는 자신의 말대로라고 대꾸하고서, "너는 내 것을 탐하였지만, 나는 네 것을 탐하지 않아. 나는 남의 것을 뺏어야 할 정도로 궁핍하지 않으니까."라고 팩폭을 날린다. 이 말에 표정이 굳어진다.
잠시 후 로테슈 자작이 찾아오자 빨리 왔다고 말하면서도 차를 내오려는 베르디 자작부인을 내보낸다. 자신의 반응에 자작은 '내게는 차조차 내주지 않는 거냐'고 묻는다. 차를 안 주고 싶기도 하지만, 그것 때문에 내보낸 건 아니라고 대답한다. 로테슈 자작은 이유를 묻는다. "베르디 자작부인을 못 믿어서가 아니다"라는 말을 못 한다고 생각하다가 결국, 대답하지 않는다. 이를 '대답하기 싫어서 그런 것'이라고 판단한 자작이 의자에 앉자, 쓸만한 정보는 찾았냐고 묻는다. 로테슈 자작이 아주 괜찮은 정보를 찾았고 그리 쉬쉬하는 일이 아니여서, 알아내기 어렵지도 않았다고 알려주고서 가십지를 내밀며 읽어보라고 말한다.
로테슈 자작이 건넨 가십지를 펼쳐보지만, 글을 읽을 수 없기에 미간을 찌푸리다가 자작을 노려본다. 그제야 자신이 글을 모른다는 걸 알아챈 로테슈 자작은 가십지를 다시 가져가며 소비에슈가 글을 다 가르친 줄 알았다고 말하고서 머슥거리면서 웃다가 가십지에 실린 니안과 투아니아 공작, 마리안 경의 스캔들을 가리킨다. 자신은 투아니아 공작부인에 대해 알아보라고 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로테슈 자작은 거기 실린 니안이 지금의 투아니아 공작부인이라고 알려주며, 그녀는 날 때부터 투아니아 공작부인이였겠냐고 되묻는다. 투아니아 후작이 지금의 투아니아 공작이냐고 묻는다. 자작은 "투아니아 후작이라 불리는 사람은 마리안 경이고, 당시 투아니아 공작의 장남이였다"고 설명해주지만, 이를 알아듣지 못한다. 자작은 당시 투아니아 공작의 후계자는 마리안 경이였으며, 니안의 약혼자의 르네 경이 현 투아니아 공작이라고 설명해주지만 이 역시 알아듣지 못한다. 결국 로테슈 자작은 현재 기준으로 "현 투아니아 공작의 형 마리안 경이 당시 자기 동생의 약혼녀인 니안에게 반해버렸다"고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뜻밖의 사실에서 놀라서 정말이냐고 묻는다. 로테슈 자작에게서 가십지에 실릴 정도지만 당시엔 진짜였으며, 마리안 경이 니안을 쫒아다니다시피 했고 두 사람의 사이도 좋았으나, 결국 니안이 현 투아니아 공작인 르네 경과 결혼하자, 충격에 빠져 후계자 자리와 상속을 포기하고 신전에 들어갔다는 정보를 듣는다.
생각지도 못한 정보에 눈이 커다랗게 커져 마리안 경이 충격을 받았는데 왜 포기한 거냐고 묻는다. 로테슈 자작은 신전에 들어간 마리안 경은 들어간지 일주일만에 자살했고, 그로 인해 니안은 팜므파탈의 이미지를 얻어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고 설명한다. 떨떠름해하면서도 "화제거리이긴 하지만 이건 공작부인의 약점이 아니고, 공작부인이 죽인 거라면 모른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로테슈 자작은 투아니아 공작부인이 후에 칠 개월 만에 아들을 낳았는데 사람들은 마리안 경의 아이 같다고 떠들어댔으며, 당시 선대 투아니아 공작은 너무 화가 난 나머지 그 소문을 낸 가십지를 실은 기자와 회사까지 망하게 했다고 알려준다.
자신이 투아니아 공작부인의 약점을 얻었다며 좋아하고, 그와 동시에 이 소문을 다시 퍼트린다면 '사교계의 뼈다귀' 역할을 투아니아 공작부인에게 떠넘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반응에 낄낄 웃으며 마음에 드는 거냐고 묻는 로테슈 자작에게 보석함에서 보석 몇 개를 꺼내서 준다. 자작은 보석을 살펴보곤 만족했는지 진작 이러면 얼마나 좋냐고 말한다. 해줘야 할 일이 하나 더 있다며, 한 배를 탔으면 계속 일을 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귀찮아하는 로테슈 자작에게 보석을 하나 쥐어주며, 마리안 경이 신전에서 자살했다는 사실을 이용해서 신전 주위에 사람을 산 다음, '마리안 경이 죽기 전에, 무척 아름다운 귀부인이 몇 번 신전에 방문했다'는 소문을 퍼트리라고 요구한다.
자신이 투아니아 공작부인을 공격하려는 걸 눈치챈 자작은 그런 소문 가지고 되겠냐고 질문하고, 이에 "충분하다"고 대답한다. 투아니아 공작부인이 연 티파티 당시 그녀를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던 남자가 현 투아니아 공작임을 알아채고 다른 사람들이 믿는다해도 남편이 믿지 않는다면 의견이 갈릴 거라고 생각한다.
로테슈 자작이 방에서 나간 후 설레는 마음에 초조하게 방을 맴돌다가 '사교계의 뼈다귀' 역할을 이제 다른 사람에게 돌릴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하며 좋아한다. 투아니아 공작부인은 사교계의 유명인사이니 분명 사교계에서 그녀의 소문만을 떠들어댈거라 생각하면서도 그때 쯤이면 자신이 도망 노예란 소문도 사라질거라 생각하지만, 이내 아기도 해결해야 함을 떠올리며 초조해한다. 당사자인 로테슈 자작에게는 절대로 맡길 수 없으니 일을 알아봐줄 사람을 찾으면서도 사람을 잘못 맡겼다가는 더욱 곤란해질텐데 누구 믿고 맡길만한 사람이 없냐고 중얼거린다.
수중의 보석을 로테슈 자작의 입막음 비용으로 계속 써버리다보니, 보석함에 채워져 있던 보석들은 몇 개 남게 되지 않게 된다. 정부가 된 시간이 한 달이 좀 넘었으나, 귀족들과 소비에슈에게 받는 선물만 받았을 뿐 품위 유지비를 받지 못한 탓에 로테슈 자작에게 보석들을 뺏겨 보석함이 비게 된 것에 대해 매우 초조해한다. 그러면서도 소비에슈에게 새로운 보석을 달라고 청할 수는 없다고 생각함과 동시에 자신이 겪었던 귀족 연인들의 사례[47]를 떠올려 소비에슈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여긴다. 로테슈 자작이 데리고 있는 아기가 자신이 아기가 아니란 것만 밝혀내면 이렇게 끌려다닐 일이 없다며 초조해한다. 보석 상자의 뚜껑을 열려던 순간 누군가가 자신을 찾는 소리를 듣고 황급히 보석 상자를 원래의 위치에 넣고서 서랍을 닫는다.
자신을 찾아온 이가 소비에슈라는 것에 반기지만, 자신을 안아주던 소비에슈가 갑자기 밀어내자 당황한다. 평소보다 표정이 어두운 걸 보고 로테슈 자작이 무슨 말을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소비에슈는 '홍염의 별'을 하녀에게 주었다고 하지 않았냐고 묻는다. 화가 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웃고 있지도 않는 소비에슈의 표정을 보며 이미 하녀에게 준 걸로 끝난 일인데 갑자기 왜 반지에 대해 물어보는 거냐고 생각한다. 그가 뭔가를 알아냈을 것이라 여겨 의문을 품다가, 자작에게 반지를 준 걸 알아챘다고 생각하며 하녀에게서 반지를 되돌려받기 위해 질문하는 걸지도 모른다고 여긴다. 어느 쪽이든 좋지 않다고 판단해 뭔가를 알아채고 물어보는 거라면 거짓말을 밝힐 마지막 기회라는 걸 알아챈다. 하녀를 찾기 위해 물어보는 거라 해도 결국 거짓말은 들통나게 돼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무리해서 거짓말을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어느 정도 진실을 밝히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 보석 반지를 나누어준 게 하녀 뿐만이 아니라 로테슈 자작에게도 주었다는 걸 알려준다. 이 말에 소비에슈는 미간을 찡그리고, 어느 쪽이든 소비에슈는 이미 로테슈 자작이 반지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고 온 것이라 확신해 자신이 옳았다고 여긴다. 한숨을 쉬면서 두 손을 꼼지락거리며 자신의 눈엔 다 비슷비슷해 보였다며, 반지를 준 게 하녀인지 로테슈 자작인지 몰랐다고 해명한다. 왜 하녀에게 줬다고 말했냐고 묻는 소비에슈에게 "로테슈 자작이라고 하면 폐하가 언짢아하실까봐 그랬다"고 둘러댄다. 이에 소비에슈가 언짢다고 대답하자 얼른 끌어안으며 자신을 위해서 거짓말을 해준 게 고마워서 꼭 보답하고 싶었다고 대답한다. 하지만 소비에슈는 "널 위해서 거짓말한 게 아니니, 자작이 입을 놀린 걸 책임질 필요 없다"고 말하며, 고마워할 필요 없다는 대꾸한다.
도중 소비에슈는 이를 미심쩍어하며 "혹시 고마워서가 아니라 로테슈 자작에게 협박을 당해서 반지를 준 것이 아니냐"고 묻는다. 협박당할 일이 뭐가 있냐고 부정하며, 자신이 노예 신분인 건 이미 자작이 터트려버렸으니 정말 그런 건 아니라고 둘러댄다. 속으로 "협박당한 것이 맞다"는 걸 말할 수 있으면 좋을 거라고 생각하며 답답해하지만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고, "협박을 당했다"고 말한다면 소비에슈가 로테슈 자작을 꾸짖거나 벌해주겠지만 그렇게 한다면 로테슈 자작은 분명 아기 이야기를 해서 같이 자신을 끌어내릴거라 여겨, 결국 여전히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한다.
소비에슈는 자신이 그렇게 말한다면 믿어주겠다고 말하면서도 자신의 뺨을 어루만지며 "혹시 자작이 너를 협박하고 있는 거라면 절대로 물질적인 걸 주지 말고 내게 알리라"라고 지시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한다. 그러나 소비에슈는 이건 명령이라며, 당분간은 본인이 직접 확인하는 게 낫겠다고 말하고서 이후에 품위 유지비가 들어오면 재산관리는 랑트 남작에게 맡겨서 자신 혼자 재산 관리를 할 수 있게 될 때까지, 로테슈 자작이 자신에게서 떨어질 때까진 관리를 받도록 하라고 지시한다. 소비에슈가 감시를 한다면 로테슈 자작에게 돈이든, 보석이든 줄 수 없고, 그렇게 되면 로테슈 자작은 아기 이야기를 퍼트릴 거라고 생각하며 매우 아연실색한다.
이후 본궁에서 나비에와 만나 잠시만 시간을 내달라고 요청하며 주위를 살핀다. 나비에는 옆에 선 아르티나 경에게 눈짓하고, 아르티나 경이 자리를 비켜주자 안심한 듯 정부에게 주어지는 품위 유지비에 대해 물어본다. 3만 크랑이라는 것에 놀라하면서도 언제부터 받을 수 있냐고 묻는다. 나비에는 다음 달 초라고 말해주며 혹시 금전이 필요한 것이냐고 묻는다. 고개를 젓다가 우물거리며 자신에게 주는 돈이 혹시 다 기록으로 남는 거냐고 묻는다. 장부를 적어야 한다고 알려주는 나비에에게 소비에슈로부터 자신의 돈은 랑트 남작에게 맡길 거라고 들었긴 했지만, 그 돈 중에 일부만 자신에게 떼어주고 장부에 안 적어주는 게 가능하냐고 요구하며, 이중 장부 같은 것도 다 적는다고 말한다.
라스타가 비자금을 만들려 한다고 생각한 나비에는 먼저 소비에슈에게 허락을 구하는 게 우선인 것 같다고 거절하지만, 황궁 예산은 황후가 관리한다고 들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비에는 자신에 관한 건 소비에슈가 관리하니 이 일은 소비에슈에게 말하라며, 재차 거절한다.그대로 에르기를 찾아가 "황후는 너무 냉랭하다"고 불평한다. 혹시 싸웠냐고 묻는 에르기에게 "내 처지에 싸울 수나 있겠냐?"고 중얼거린다. 에르기는 (나비에가) 먼저 나서서 시비를 걸 성품은 아니라고 중얼거린다. 이 말을 듣고 나비에 황후와 잘 알고 있고 묻는다. 에르기가 "사람들 성격은 세세하게는 아니고, 대충은 잘 구분한다"고 대답하자, 나비에 황후는 시비를 걸지 않는 착한 성품이냐고 묻는다.
에르기는 나비에에 대해 착한 성품이라기보다는, 자신의 말대로 냉랭하고 고지식하다고 평가하며, 그녀는 철저하게 황후처럼 행동하고, 황후처럼 생각하고, 황후처럼 말하는데, 착해서 시비를 걸지 않기보단 철저히 남과 선을 긋고 있는 것 같았다고 알려준다. 놀라서 그걸 잠깐 보고 아는 거냐고 묻는다. 에르기는 잠깐은 아니고 티파티 때 계속 관찰해서 안 것이라고 알려주며, 정말 무슨 일이 있는 거냐고 추궁한다. 잠시 망설였으나, 그런 자신의 반응을 캐치한 에르기는 안 말하고 싶으면 안 말해도 된다고 말한다. 머뭇거리다가 "나를 가장 어려울 때 도와주었고, 나에 대한 소문으로 사람들이 수근거림에도 나를 보호해주었기에 가장 믿고 신뢰하는 사람"이라고 판단한다.
판단을 마치고 나비에에게 정부가 받는 품위유지비 중 일부를 장부에 안 적고 줄 수 있냐고 요청했다가 까였다고 털어놓는다. 이 말에 에르기가 웃음을 터트리자, 돈이 필요했다고 털어놓는다. 에르기는 가지고 싶은 게 있다면 소비에슈에게 말하라며, 그는 뭐든지 줄 거라고 말한다. 물건이 문제가 아니라고 대답한 후 "폐하는 품위 유지비가 나와도 랑트 남작에게 관리를 시킨다고 하셨는데, 그러면 내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라고 칭얼거린다. 에르기는 "꼭 필요한 거라면 내가 돈을 빌려주겠다"고 제안하고서 '나 돈 많다'고 건달 같은 태도를 보인다.
잠시 주저하지만, 에르기는 차용증도 쓸 것이고, 정확히 금액을 적을 것이라고 말한다. 돈을 지금 빌리더라도 나중에 갚을 때 랑트 남작에게 말해야 하는데 그럼 결국 똑같고, 오히려 굳이 돈을 빌려서 쓴 걸 알면 더 수상하게 여길 것이라고 지적한다. 에르기는 평생 랑트 남작에게 맡기진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며, 몇 년 지나면 직접 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머뭇거리지만, 이내 소비에슈가 내건 조건을[48] 떠올리고 수긍한다. 에르기는 차용증에 적어두면 된다며, "5년"은 돈을 돌려달라는 요구를 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결국 에르기의 제안을 수락한다. 에르기가 조건을 걸자 이자로 해석한다. 에르기는 웃음을 터트리며 친구 사이에 무슨 이자냐며, 시세에 맞춰서만 계산해주면 된다고 말하고, 안심해서 조건이 뭐냐고 묻는다. 왜 큰 돈이 필요한지 알려줄 수 있냐고 묻는 에르기에게 무슨 소리냐고 되묻지만 '사기당할 것 같으면 말리려고 한다'는 말을 듣는다. 다시 되묻지만 "황제에게 알리지 않고 돈을 쓰려 할 땐 좋은 이유가 아닌 것 같아서, 이상한데 투자나 사기를 하려면 말리려고 한다"라고 말한다.
에르기를 바라보며 모든 진실을 알고서도 자신을 도와줄 것이라는 기대를 품어 에르기가 '꼭', '지금 당장'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자 '자신의 상황을 알면서도 비웃고 손가락질하는 사람이 아닌 동정심을 가지고서 나서줄 수 있는 사람'으로 여긴다. 소비에슈는 자신이 도망 노예란 걸 알고도 받아주었지만 그는 사랑이고 에르기 공작은 우정이라고 생각한다. 이어서 사랑이 감싸줄 수 있는 것과 우정이 감싸줄 수 있는 것은 다르다며, 사랑은 비밀을 알면 실망하고 멀어질 수 있지만, 우정은 안타깝게 여기고 보듬어줄 수 있다고 생각해, 자신의 사정을 털어놓는다.
이후 나비에를 따라다닌다. 하지만, 대중 무도회가 다가옴에도 계속 나비에를 따라다니자 불쾌해진 나비에에 의해 불려오게 된다. 겁먹은 얼굴로 자신을 왜 불렀냐고 묻지만 '왜 날 따라다니냐'고 추궁당한다. 나비에는 "따라다닌 게 아닌란 말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요즘 들어 내내 시선이 마주친 거 너도 알지 않느냐."라고 말하자 얼굴이 빨개진다. 그런 자신을 본 하녀들은 겁먹은 얼굴로 마치 나비에가 무슨 행동을 하면 비명이라도 지를 듯이 나비에를 바라보고, 당연히 불쾌해진 나비에는 하녀들을 내보낸다.
머뭇거리다가 에르기 공작이 나비에 황후는 "전형적인 황후"의 모습이라고 말했다고 대답하고서 자신은 귀족 출신이 아니라 잘 모르는 게 많다고 설명한다. 랑트 남작이 알려준다고 하지만 설명으로만 들어서는 이해 안 가는 게 많아서 나비에를 보고 배우고 싶다고 하소연한다. 자신은 나비에를 닮고 싶지만, 나비에는 예법 같은 걸 가르쳐주지 않을 것이라, 멀리서라도 보면서 배우고 싶었다고 변명하는 건 덤. 나비에는 예법을 배우고 싶으면 소비에슈에게 말하거나, 베르디 자작부인에게 배우라고 일축한다.
베르디 자작부인의 이름이 나오자 미간을 찡그리다가 자신이 닮고 싶은 건 나비에라고 대답하며, 에르기 공작이 나비에 황후는 "완벽한 황후"의 모습이라고 말했다고 대답한다. 당연히 언짢은 나비에는 "날 따라 하란 의미는 아니겠지."라고 대꾸하지만, 귀찮게 안 해 드릴 테니까 그냥 못 본 척 해주시면 안 되냐며, 있는 듯 없는 듯 티도 안 내고 먼 발치에서 보기만 하겠다고 애원한다.
하지만, 나비에는 있는 티를 안 내고 봤다면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지만, 그러지 못하니 눈치챈 것이라고 반박한다. 머뭇거리면서 더 조심하겠다고 말하지만 왜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는지 모르겠다는 지적을 듣는다. 나비에는 "소비에슈가 사랑하는 네 모습은 나와 전혀 다른 지금의 네 모습일 것이고, 에르기 공작이 우정을 준 모습도 지금의 너다"라고 일갈하고서 그러니 자신을 따라할 필요는 없다고 일축하며, "보이지 않고 따라다닌다면 그것까진 막을 순 없을 것이지만, 눈에 보인다면 기사들을 시켜 멀리 보내라고 할테니, 따라다니지 말라"며, 자신이 나비에를 따라다니는 것에 대해 경고한다.
이후 언급된 바에 의하면 며칠 동안 정말로 나비에를 피해다녔다고 한다.
며칠 후 대중 무도회 날, 나비에의 붉은 드레스를 따라입고 가면까지 똑같이 착용하고서 연회장에 참석한다. 이를 본 나비에가 황당해하자 그녀에게 다가와 서로의 드레스가 똑같은 것과 나비에가 자신보다 늦게 등장했다는 이유[49]로 "혹시 일부러 같은 걸 입으신 건 아니냐?"고 주장한다. 이에 나비에가 "날 닮고 싶다더니 모든 걸 흉내내겠다는 뜻이였냐?"고 일갈하자 도리어 황당하단 표정을 지으며 적반하장의 태도로 "그 이야기가 왜 나오시냐? 이번엔 황후 폐하께서 날 따라입은 것이다."라고 우기며 무례하게 나비에를 모욕한다.[50] 당연히 나비에는 황당해하며 "내가 왜?"라고 대꾸하고서 "이렇게 해봐야 둘 다 웃음거리가 될 텐데, 굳이 그럴 필요 없지. 앞으론 참고하는 게 좋겠구나. 너도."라고 일갈하면서 '나는 너와 달리 이 상황이 둘 다 손해라는 걸 안다'는 뜻을 내비치고 천천히 자신을 지나친다.
나비에의 충고에도 도리어 본인이 어이없단 표정을 지으며 '하' 하는 소리를 내뱉고선 울면서 평민들에게 달려가 그들에게 위로를 받는다. 곧 소비에슈가 오자 귀여운 척하면서 달려들어 나비에의 곁까지 따라가 소비에슈의 팔에 매달려 나비에를 쳐다본다. 나비에가 태연히 웃자 주춤하다가 고개를 홱 돌린다.
마침 이때 평민들 사이에서 둘 중 누가 드레스를 따라입었는지에 대해 온갖 말이 나오고 급기야 대놓고 둘을 비교하기까지 한다.[51] 자신의 옆에 있던 릴테앙 대공이 자신과 나비에가 똑같은 드레스를 입은 것에 대해 떠들며 "사실 라스타 양이 '먼저' 입고 온 후 황후 폐하께서 나타나신 것"이라고 주장하며 대놓고 자신의 주장에 맞장구치면서, 릴테앙 대공의 발언으로 인해 평민들의 여론이 자신의 쪽으로 기울게 된다.
이로 인해 자신을 따라온 사람들 사이에서 나비에에 대한 비난이 나오는 상황이 되던 찰나, 소비에슈는 "황후에게 붉은 드레스를 입고 와달라고 한 건 나"라고 말하며 나비에를 편 든다. 이어서 '상상 이상으로 아름답다. 부탁을 들어줘서 고맙다.'라고 나비에를 칭찬한다. 소비에슈가 나비에를 편 드는 모습에 표정이 어두워진다.[52]
이후 무대에서 혼자 뛰어다니며 춤을 추고 환호를 받은 뒤, 무대에서 내려오지만 소비에슈와 나비에가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서 둘이 나랏일을 의논한다고 생각해 자신에게는 절대로 의논하지 않는 나랏일을 나비에와는 의논한다고 여겨 불편해한다.[53] 그러고서는 에르기를 찾던 중, 로테슈 자작이 데리고 있는 아이가 자신의 아이가 맞는지 대해 알아봐라달라는 자신의 부탁을 듣고 이를 알아보기 위해 림웰로 내려가있다는 걸 상기한다. 그러던 중 혼자 앉아있는 투아니아 공작을 보고 회심의 미소를 짓고 다가간다.[54]
2.6. 임신 확정 후 나비에의 이혼까지(37 ~ 83화)
자신이 도망 노예라는 소문이 사교계에 퍼질대로 퍼지자, '사교계의 뼈다귀 역할을 타인에게 넘기라'는 에르기 공작의 조언을 따라 이를 덮기 위해 투아니아 공작부인을 음해한다. 로테슈 자작을 시켜 투아니아 공작부인의 과거사와 관련된 루머를 퍼뜨렸는데,[55] 투아니아 공작부인을 추종하는 랑드레 자작이 이를 조사하다 범인이 라스타임을 알아내면서[56] 이에 분노한 랑드레 자작에게 자신의 범죄에 대해 추궁을 당하지만, 당연히 자신이 한 것이 아니라며 시치미를 뗐다.그러다 분노한 랑드레 자작의 칼에 배를 찔리지만 다행히도 그동안 죽은 줄로만 알았던 자신의 첫째가 정말 살아 있는지 아닌지 알아내기 위해 림웰 영지에 다녀왔던 에르기에게 구조된다. 덕분에 목숨에는 지장이 없었으나 부상을 진찰하는 과정에서 라스타는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잠시 기절했다 깨어나고, 소비에슈에게서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첫 임신이라 무섭겠지만 고맙다고 말해주면서 끌어안아주는 소비에슈에게 이 안에 우리의 아기가 들어있다며 떨떠름해 한다. 자신의 배에 손을 올리고 그리 신기하냐고 묻는 소비에슈에게 아무 느낌도 없는데 너무 신기하다고 중얼거린다.
옆에 있던 궁의가 혹시 월경 주기가 불규칙하냐고 묻자 얼굴이 벌개져서 그래서 임신은 생각도 못했다고 대답한다. 궁의가 몸에 좋은 음식과 약을 처방해줄테니 당분간은 처방받은 약을 먹으라고 말해주고서 나가자마자 소비에슈는 무엇이든 원하는 게 있으면 말하라며 산모가 행복해야 태어날 아기도 행복하다고 말하자 울음을 터트린다. 놀라서 자신을 살펴보다 궁의를 부르겠다고 말하는 소비에슈에게 '너무 들어보고 싶은 말이였다'고 대답하곤 펑펑 울다가 곧 소비에슈에게 안겨 '폐하는 제 구원자시다', '폐하는 제가 얼마나 폐하를 사랑하는지 모를거다'라고 말하며 여전히 펑펑 운다.
그러나 자신의 임신으로 인해 들떴던 기분은 자신을 찾아온 에르기에게 먼저 자신을 구해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로테슈 자작이 데리고 있는 아이가 자신의 아들이 틀림 없다는 사실을 듣게 되면서 가라앉게 된다. 두 손으로 배를 감싸며 에르기에게 신전에 친자 검사를 의뢰해봤냐고 물으면서도 속으로 '사랑받지 못한 채 태어난 첫째가 사랑받으며 살아갈 둘째의 발목을 붙잡으려는 것 같아 두렵다'며 불안해한다.
검사를 의뢰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에르기에게 그러면 검사부터 하라고 요구하지만, 로테슈 자작이 데리고 있는 아기는 누가 봐도 자신의 아기이고, 아기가 자신과 똑같이 생겼다는 대답을 들으며 자신의 아기가 맞음을 확인사살당한다. 자작이 데리고 있는 아기 자신의 아기가 맞다는 사실에 얼굴이 새파래져 이대로 로테슈 자작에게 꽉 잡힌 채 입을 막는 대가로 돈을 뜯길 수밖에 없다며 두려워한다.
그런 자신의 반응을 보던 에르기가 별 거 아니라는 듯 웃으면서 '전에도 말했지만 필요한 돈은 내가 빌려줄 수 있다'고 말한다. 상한이 얼마까지냐고 물으면서도 이전에는 돈을 빌리는 일에 조심스러워야했지만 자신이 황제의 아기를 임신해 행복을 누리게 된 이상 상황이 달라졌다고 여기고 돈은 몇 년 후면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으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로테슈 자작이 자신의 행복의 울타리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고 생각해 에르기의 제안을 수락한다. 얼마든지 빌려주겠다는 말에 그러면 천 크랑도 가능하냐고 묻지만 만 크랑을 빌려주겠다는 대답을 듣는다.
본인 말처럼 주머니에서 차용증을 꺼내 본인의 이름과 사인을 한 뒤 만 크랑이라고 적고서, 5천 크랑짜리 전표 2장을 건내주는 에르기에게 고맙다고 대답하고 에르기가 내민 차용증에 서명해 전표를 챙긴다. 에르기의 호의에 속으로 적어도 이거라면 당분간은 로테슈 자작의 입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던 찰나 에르기에게서 '(자작에게) 계속 휩쓸려 다니면 피곤하니까, 적당히 떼어놓을 방법도 생각해보라'는 말을 듣는다. 에르기에게 좋은 방법이 있냐고 묻지만 '이 경우는 나도 잘 알 수 없다'는 말에 우울해한다. 건성으로 힘내라고 말하고 나가려던 에르기가 '자작이 데리고 있는 아기, 딸인지 아들인지는 안 궁금하냐?'고 물어보자 묘한 반응을 보인다.
이후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소비에슈를 찾아가지만 우연히 소비에슈가 나비에에게 "정부는 정부일 뿐이고, 황후는 너"라고 말한 걸 방 문 앞에서 듣게 되고, 매우 충격을 먹는다.[57]
충격받은 채 자신의 방에 돌아오지만 아무리 소비에슈가 자신을 총애한다 하더라도 결국은 정부라는 로테슈 자작의 말이 옳다고 여기고, '언제 변할지 모르는 한 사람의 마음에 의지한 이 자리는 너무나도 위태로웠다'고 불안해한다. 베르디 자작부인을 불러 역대 황제의 정부들 중 황제에게 평생 사랑을 받은 정부가 있냐고 물으면서도 속으로 평소에는 베르디 자작부인과 대화하는 것을 최대한 기피했을 것이지만 이런 일은 수족처럼 부리는 두 하녀들보단 베르디 자작부인 쪽이 더 잘 알 것이라 여긴다.
베르디 자작부인이 난처한 표정으로 눈동자를 굴리자 없다고 여기지만, 없진 않았지만 많진 않았다는 답을 듣는다. 황제의 총애가 없더라다도 황제와의 사이에 가진 아기가 있다면 황실과의 연은 끊어지지 않고, 아기가 자신에게 힘이 되어줄 거라고 위로를 하는 베르디 자작부인에게 자신은 사랑하고 책임질 아기를 원하지, 아기를 이용하고 싶은 생각 없다고 말한다. 베르디 자작부인이 자신에게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라고 말하려던 찰나 체리니에게서 로테슈 자작이 찾아왔다는 걸 듣게 된다.
로테슈 자작을 들이지만 불편해한다. 내쫓을 수도 없기에 경멸을 감추지 못한 채 차갑게 '이번에는 또 무슨 일로 온 거냐'고 묻는다. 슬슬 수도로 이사를 하겠다는 말에 로테슈 자작이 수도에 거주하기 위해 집을 찾아다닌다는 건 들은 바 있기에 각오는 하면서도 속으로 이를 간다. 로테슈 자작이 대놓고 집값이 필요하다고 요구하자 액수를 물으면서도 얼마 전 에르기에게 빌린 돈의 액수를 상기하고 만 크랑이면 엄청난 액수지만, 집값은 얼마인지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로테슈 자작은 50만 크랑을 요구하고, 이에 기겁하며 벌떡 일어난다. 로테슈 자작이 요구한 돈은 자신으로서는 상상도 해보지 못한 액수였기에 무슨 집이 그렇게 비싸냐고 따지지만 정원이 딸린 저택이라며 집값 40만 크랑과, 개축 비용 10만 크랑이라는 말을 듣는다. 듣는 것만큼으로도 손이 덜덜 떨리는 금액을 로테슈 자작이 손쉽게 말하고 있는 상황에 경악하며 혼자만 살면서 얼마나 큰 저택에서 살 거냐고 소리치지만 로테슈 자작은 히죽 웃으며 혼자만 사는 게 아니라 안도 데리고 살 거라며 안을 언급한다. 그 어린 아이를 데려오겠다는 거냐고 따지지만 로테슈 자작이 어린 아이를 혼자 시골에 버리고 오란 거냐며, 참 매정한 어머니라고 또 안을 빌미로 자신을 협박하자 어이없어하며 입을 벌린다. 이어서 로테슈 자작에게 '네 아들에게 쓰는 돈이 그렇게 아까운 거냐'는 말까지 듣게 된다.
결국 에르기를 찾아가 또 돈을 빌리게 된다. 돈을 빌려준 에르기에게 꼭 갚겠다며, 정말로 고맙다는 말을 하고서 방에서 나와 에르기로부터 걱정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배웅을 받는다.
자신이 내준 돈으로 저택을 산 로테슈 자작이 황후를 만났다며 나비에를 언급하자 미간을 찌푸린다. 안 그래도 싫었던 사람을 만나는데다, 로테슈 자작이 나비에를 언급하는 건 오직 자신과 나비에를 비교할 때뿐이기에 좋지 않은 징조라 여겨 불쾌해한다. 또 무슨 일로 왔냐고 차갑게 묻지만 로테슈 자작이 히죽 웃으면서 (나비에는)자신과는 보기에도 빛이 다르다고 말하자 무슨 뜻이냐고 묻는다. '그냥 눈빛만으로도 고귀한 티가 난다'는 말에 자신은 그렇지 않다는 거냐고 따지며 자신과 나비에를 비교하는 것에 불쾌해한다. 자신도 20년 쯤 궁정물을 먹으면 비슷해질지도 모른다고 답하던 로테슈 자작이 웃으면서 그 전에 쫒겨나지 않아야겠다는 말을 덧붙이자 노려본다.
그런 자신을 보고서도 로테슈 자작이 태연히 뭐 좀 먹을 거 없냐고 물어보자 볼일이나 말하고 가라고 딱 잘라 말한다. 그러나 로테슈 자작이 매정하다고 적반하장 격인 말을 하자 분노해 손을 꽉 쥔다. '같은 편이 되기로 했지만 그래도 늘 싫고, 어떻게 해서든 떼어놓기는 해야 한다'고 생각해 한숨을 쉰다. 이번엔 뭐 때문에 온 거냐고 다그치지만 급히 돈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는다. 예상치 못한 추가 비용에 어이없어하며 입을 벌리다가 얼마 전에 50만 크랑을 가져갔지 않냐고 따진다. 그건 저택값이라는 대답에 의아해하지만 아무래도 저택이 넓으니 고용인이 많이 필요하다는 말에 경악하며 꽉 쥔 손에 힘을 준다. 밉다 밉다 해도 어떻게 이렇게 미운 인간이 다 있냐며, 존재 자체만으로 끔찍할 정도라고 생각하면서 로테슈 자작을 혐오스럽다는 듯 노려본다.
그러나 로테슈 자작은 자신이 노려보는 걸 알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면서 식구도 많아졌으니 일손이 많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로테슈 자작을 쏘아보며 자작과 안 둘만 거주하는 거 아니냐고 묻지만 로테슈 자작이 둘이냐고 되묻자 다른 사람이 더 있냐고 따진다. 이에 로테슈 자작은 웃음을 터트리며 딸과 아들도 당연히 데려왔지, 설마 안만 데려왔겠냐고 대답하고, 알렌이 수도에 올라온다는 사실에 기겁한다.
당황한 채 입술을 떨며 로테슈 자작을 쳐다보면서 누구를 데려오냐고 묻지만 그런 자신을 보던 로테슈 자작에게서 '내 아들이 오래간만에 보고 싶기라도 한 거냐'는 말을 듣는다. 자신이 한때 사랑했던 남자였지만, 현재는 자신을 버린 연인이자 로테슈 자작이 데리고 있는 아이의 아버지에 불과한 알렌과 마주하게 될 현실에 참지 못하고 분노를 토해내며 약속이 다르다고 따진다.
과거를 비밀로 부치겠다면서 정작 과거와 관련된 인물들을 모조리 다 데려오고 있는 로테슈 자작의 행동에 의심을 품던 찰나 혀를 차던 로테슈 자작이 '내가 약속을 어겼냐'고 되묻는 동시에 언제 아기를 가두어 키우겠단 약속을 했냐고 지적하자 가두어 두란 말이 아니라고 대답하려 한다. 아기를 사교계에만 내보지만 않으면 된다는 말에 알렌이나 르베티가 저택 안에서만 살겠냐고 우려하는 동시에 자신에 대해 사교계에 대해 떠들고 다니면 어쩌냐고 따진다. 알렌, 르베티 남매는 황제의 정부가 자신인 줄도 모른다는 로테슈 자작의 대답에 그게 언제까지 갈 것 같냐고 따지지만 알게 되더라도 입단속을 시키면 된다는 답을 듣는다.
아무리 입단속을 하더라도 불안하다며 속으로 떨던 와중 자신을 본 로테슈 자작이 '뭘 그런 걱정을 하냐'는 투로 알렌은 자신의 아기의 아버지이니, 아기를 위해서라도 입을 다물 거라고 대답하자 놀라지만, 이내 속으로 이미 한 번 약속을 어긴 남자를 믿을 수 없다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않는다. 그런 자신을 본 로테슈 자작이 뒤늦게 어쩔 수 없었다며, 알렌이 생각보다 안을 잘 돌보고 있어서 따로 떨어뜨릴 수 없었다는 변명을 덧붙이자 의아해한다. 자신의 눈빛이 흔들린걸 본 로테슈 자작이 틈을 놓치지 않고서 '네 아기 한 번 만나보고 싶지 않냐'고 제안하자 놀라하면서도 단호하게 거부한다.
자작이 나간 후 방을 돌며 혼란스러워한다. 아기를 품고 있는 열 달 동안 아기를 진심으로 사랑했지만 출산의 고통이 끝나자마자 아기가 살해당했고, 그 아기의 시체를 안았던 트라우마에 몇 개월 간 실성했다가 결국 자작의 영지를 빠져나온 과거를 떠올리면서 그 아기가 살아있다는 사실에 당황해하는 동시에, '원수같은 알렌은 아기를 죽여서 날 미치게 하더니, 아기를 살리고 직접 키워서 날 미치게 하려고 한다'고 분해하다가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아기에게 휘둘려버릴 거라고 생각하며 지친다. 아기가 자신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 같고, 아기와 엮일 때마다 조금씩 깊숙한 곳으로 빠져가고 있다고 여기는 동시에 이런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 괴롭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생각한다. 결국 제자리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린다.
며칠 후 자신의 임신 축하 파티가 열리자, 연회장 중앙 쪽에 위치한 소파에 앉아 귀족들에게 축하 선물을 받는다. 귀족들에게 선물을 받던 와중 연회에 참석한 나비에가 자신에게 다가오자, 그녀를 보고서 벌떡 일어나 활짝 웃으면서 달려온다. 나비에에게 와줘서 너무 고맙고, 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안 와서 결국 안 오는 줄 알았다고 칭얼거린다.[58] 나비에에게서 축하 선물을 받고, 장식용 보검을 보고 놀랐다가 기뻐하며 정말 감사하다며, 예쁘다고 외친다. 이에 나비에가 마음에 드냐고 묻자 정말로 아름답다고 대답하고서 나비에가 준 장식용 보검을 살펴보곤 환하게 웃으면서 이렇게 예쁜 검이 있냐며 감탄한다.
선물을 준 나비에는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라고 빈말을 건내고서 돌아서고, 나비에의 선물을 소파에 두고서 배에 손을 올린 채 나비에에게 다가와 배를 문지르면서 이렇게 와주셔서 정말로 고맙다며 감동했다고 말하고서 '난 황후 폐하와 꼭 좋은 사이로 지내고 싶었다'고 말한다. 돌아가려 하는 나비에에게 괜찮다면 부탁을 하나 더 해도 되겠냐는 말을 꺼낸다. 몸을 돌린 나비에는 무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며 어떤 부탁을 하고 싶은 거냐고 묻고 두 손을 모은 채 눈을 커다랗게 뜨고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태어날 아이를 축복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부탁하고, 나비에는 그 부탁은 거절해야겠다고 딱 잘라 말한다. 나비에가 자신의 부탁을 거절하자, 그녀가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거절할 줄은 몰랐던 듯 눈을 동그랗게 뜬다. 하지만 나비에가 마음에 없는 축복을 받는 아기가 행복해지겠냐고 솔직하게 말하자, 얼굴이 빨개진다. 자신을 본 나비에는 그래도 원한다면 해주겠다고 덧붙이고, 나비에의 대답에 귀까지 빨개져 시선을 내리깔고 몹시 민망해한다.
이 상황을 못마땅해하던 소비에슈는 나비에와 말싸움을 벌이다 자신에게로 오고, 라스타는 두 손을 배 위에 올린 채 고통스러워하다가 먹먹한 시선으로 그를 올려다본다. 이를 보던 나비에는 자리를 피하는 대신 소비에슈와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오고, 소비에슈와 자신의 사이로 다가가, 축복을 아직도 원한다면, 해주겠다고 말한다. 활짝 웃고서 얼른 대답하고, 손으로 배를 쓸어내린다. 이에 나비에는 자신의 배를 가만히 내려보다가 "아가야. 내가 선물한 검처럼 살거라. 화려하고 아름답게."라고 말한다. 이에 기뻐하며 소비에슈를 올려다보며 '황후 폐하께서 우리 아기를 축복해주셨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나비에를 쳐다보던 소비에슈는 자신을 소파로 데려다준다.
소파에 등을 기댄 채 배를 끌어안고 뱃속의 아이에게 '저 콧대 높은 귀족들이 너를 보려고 여기 왔다', '나를 천한 노예라며 경멸하던 사람들이 네게 잘 보이려 금은보화를 바친다', '모두 다 네 아래에 있을 사람들이다'라고 속삭이며 우쭐댄다. 소비에슈의 정부로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때와는 미묘하게 기분이 다르다고 여긴다. 소비에슈를 뒤에 업고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것도 기분이 좋지만, 그것은 소비에슈의 권세를 빌린 위세이고, 그런 위세는 소비에슈의 마음에 따라 언제든지 바뀔 수 있었다고 여기는 동시에 그렇지만 자신이 품고 있는 아기는 누가 뭐라해도 황제의 첫 아기였고, 아기의 어머니는 자신이며, 누구의 마음이 변한다고 해도 변하지 않을 진실이라고 판단한다. 게다가 이런 상황에서 늘 자신을 투명인간처럼 대하던 황후까지 선물을 주고 축복을 해주었다며 황홀해한다.
나비에가 주고 간 보검을 만지작거리며 아기가 태어나 성장하면 허리춤에 검을 채워주고, 검술을 익히게 하고, 공부도 많이 시켜서 현명한 사람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한다. 속으로 사람들도 아기를 볼 때마다 감탄할 것이고, 아기가 허리에 찬 검을 보며, '아기는 황후에게 사랑받고 있다'고 여길 거라고 생각하는 동시에 실제로도 나비에는 아이를 보면 분명 사랑해줄 것이라 여기며, 나비에는 불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어떻게 해서든 로테슈 자작만 치워내야 한다며 우울해진다. 자신의 행복한 미래에 유일한 먹구름으로 드리운 것이 로테슈 자작과 그 가족이라고 여겨 불안해해하지만, 이내 그나마 눈치가 있는지 여기에는 안 온 모양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에, 먼발치에서 알렌을 목격하고 만다. 로테슈 자작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만큼, 아니 어떤 방면으로는 자작보다 더 피하고 싶은 얼굴이였기에 굳은 채 알렌을 응시한다.
뒤늦게 정신을 차리지만 알렌이 자신의 임신 축하 파티에 참석했다는 사실에 황당해한다. 로테슈 자작이 알렌을 수도로 불러왔단 말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어떻게 온 거냐고 불안해하다 결국 낯빛이 하얗게 질리고, 배를 두 손으로 감싸고서 알렌이 입이라도 잘못 뻥긋거릴까봐 불안해한다. 불안해하던 와중 에르기가 옆에서 부르자, 그제야 표정 관리를 하고서 에르기 쪽으로 고개를 돌리곤 웃으면서, 언제 왔냐고 묻는다. 대답 대신 자신이 쳐다보던 방향을 쳐다보던 에르기가 누굴 보고 있던 거냐고 묻자 놀라서 에르기의 소매를 잡는다.
에르기가 알렌 쪽을 쳐다보는 대신 소매 위에 올라온 상처투성이인 자신의 손을 보자, 그냥 좀 생각 중이였다고 둘러대고서 손을 내린다. 이에 에르기는 다시 자신이 쳐다보던 방향을 쳐다보고, 알렌이 자리를 비킨 것을 확인하고서는 안심한다. 알렌이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로테슈 자작의 말마따나 당장 진실을 터트릴 생각은 없는 듯 했다고 재차 안심한다. 자신을 보던 에르기는 안 좋은 생각이였냐고 다시 묻고서, 자신이 앉은 소파에 자연스럽게 한 팔을 걸친 채 기대고, 사람들이 그런 에르기를 쳐다보자, 에르기는 아예 멋들어지게 자세를 잡는다. 에르기의 허세 가득한 모습에 약간 기분이 풀려 웃음을 터트린다.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지만, 표정이 나빠보였다는 대답을 듣는다.
이윽고 옆에 놓아두었던 나비에가 준 보검을 살짝 들어올린다. 에르기는 자연스레 자신의 옆 자리에 앉고서, 선물받은 거냐고 묻자 나비에가 자신의 아기에게 준 선물이라고 알려준다. 알렌을 보고 놀란 마음을 감추기 위해 더욱 해사하게 웃는다. 에르기가 보검을 자세히 봐도 되냐고 묻자 흔쾌히 허락한다. 에르기는 검집에서 검을 반쯤 꺼내 살펴보고, 검집과 손잡이, 검날을 살펴본 후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굉장히 훌륭한 보검이라고 말한다. 뿌듯한 기분을 느끼고 웃지만 에르기의 표정이 어딘가 미묘해보인다는 걸 알아챈다. 떨떠름해하며 에르기에게 검에 이상한 점이 있냐고 묻지만 에르기는 혹시 나비에가 이걸 주면서 뭐 별다른 말은 없었냐고 묻는다. 나비에가 해준 축복을 말해주자 에르기의 입가에 떠오른 미소가 더욱 또렷해지고, 영문을 몰라 쳐다본다.
어딘가를 힐긋 쳐다보던 에르기는 검 자체는 무척 값비싸지만 장식용이라고 설명하며, 검으로서의 실용성은 없고, 전쟁은커녕 전투에서는 쓸 수 없다고 알려주고서 나비에를 쳐다본다. 에르기가 나비에가 선물한 장식용 보검과, 보검에 담긴 그녀가 해준 축복의 뜻[59][60]을 알고 당황한다.
에르기는 이것도 축복이라며 달래주지만,[61] 애써 침착한 척 하나 속으로 말 속에 품은 뜻도 불쾌하지만, 그런 속내를 모른 채 사람들 앞에서 이 선물을 받으며 좋아했단 게 부끄럽다고 여기는 동시에 귀족들은 머리가 좋으니 그 뜻을 다 이해했을 것이고, 속내를 이해하지 못한 건 자신 뿐이며, 상대가 비꼬며 내민 선물을 기뻐하며 받았으니 얼마나 우스웠겠냐고 불쾌해한다. 분노하며 황후가 자신을 모욕한 것이라고 주장하고서, 입술을 다물다가, 이내 눈물을 흘린다. 이를 보고 있던 소비에슈가 자신에게 다가가 왜 그러냐며, 무슨 일이라고 묻고서는 '혹시 그 쪽이 (라스타를) 울린 거냐'는 표정으로 에르기를 차갑게 쳐다본다. 에르기는 대답 대신 우아하게 인사하고서 자리를 피하고, 소비에슈는 에르기의 인사를 무시한 채 좋은 날에 왜 우는 거냐고 자신을 달래지만, 쉽게 울음을 그치지 못한다.
소비에슈는 어깨를 두드리곤 주위에 있던 귀족들을 쳐다보며 눈빛으로 무슨 일인지 설명하라고 지시한다. 귀족들은 소비에슈에게 라스타와 에르기 공작과 나눈 대화를 보고하고, 다시 들어도 서글픈 이야기라며 어깨를 떤다. 이를 보던 소비에슈는 한숨을 쉬면서 에르기 공작은 입이 가볍다고 중얼거린다. 라스타는 이에 '에르기 공작은 내가 바보가 되지 않도록 도와준 것'이라고 대답하지만 소비에슈는 울지 말라며, 주인공이 울보가 돼서야 쓰겠냐고 대답하며 재차 자신을 달랜다.
소비에슈가 자신을 달래줌에도 너무 슬프다고 대답하곤 '폐하는 황후가 무슨 뜻으로 한 말씀인지 아셨는데도, 내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며 서러워한다. 소비에슈가 자신을 토닥여주지만 대답을 하지 않자, 다 알면서도 이야기하지 않은 게 확실하다고 여기는 동시에 다시 한 번 에르기가 소비에슈보다 더욱 믿을만한 사람이라고 확신하고, 자신의 아기에 대해 소비에슈가 아닌 에르기에게 털어놓은 건 정말로 잘한 선택이였다고 생각한다. 도중 입술을 오물거리고 속눈썹을 떨고, 그런 자신을 바라보던 소비에슈가 한숨을 쉬곤 '넌 정말로 마음이 약하다'고 말하자 배를 두 손으로 감싸고 고개를 숙인다. 이내 아주 작은 목소리로 "황후께선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나와 아기를 무시했다., 이렇게 거침없는 분이시니 황자녀를 나중에 괴롭힐 것이다."[62]고 웅얼거려 나비에를 모함하는 동시에 본인의 아이를 황자녀로 호칭한다.[63] 이 발언을 지껄이면서도 속으로 소비에슈가 '절대로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는 위로나, '내가 우리의 아이들을 지켜주겠다'는 약속을 해주기를 바라는 동시에 '황후가 말을 좀 심하게 했다'고 자신을 편 들어주기를 원했으나, 사람들은 물론 소비에슈조차 자신의 발언에 놀란다.
자리에서 일어난 소비에슈가 일어서라고 말하곤 들어가자고 제안하지만, 참을 수 있고 피하지 않고 싶다며 이겨낼 수 있다고 고집을 부린다. 고집을 부리는 자신의 모습에 난처해하던[64] 소비에슈는 단호하게 따라오란 눈짓을 한 뒤 먼저 들어간다. 소비에슈가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서가 아님을, 이 장소에선 말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하려 함을 눈치채고 소비에슈를 따라간다.
이후 방으로 돌아간 소비에슈는 자신의 아기는 황자녀가 될 수 없다고 알려준다.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뜨고서 그게 무슨 소리냐며, 어째서냐고 묻지만 소비에슈는 정부 소생에게는 황자/황녀의 직위를 주지 않는다고 알려준다. 어리둥절한 얼굴로 황제의 아이들은 모두 황자/황녀가 되는 게 아니냐고 묻지만 소비에슈는 황자녀가 되는 건 황후 소생이라고 알려준다. 자신의 아기가 황족이 되지 못한다는 진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럼 자신의 아이들은 뭐라고 부르는 거냐고 묻는다.
난처해하던 소비에슈는 자신의 아기들은 고위 귀족이 되지만 황자녀에 준하는 대우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자신의 아기가 황족이 되지 못한다는 진실에 억울해하며 이건 이상하다고 억지를 부리다 "내 아기도 황후의 아기도, 모두 황제의 핏줄이다. 나비에가 황후가 된 건 황제가 결혼했기 때문이지 황제가 아닌데 왜 황후의 소생들만 황자녀가 되는 거냐"며 자신의 아기는 왜 황족이 되지 못하냐고 억울해 한다. 소비에슈가 그게 법이라고 설명함에도 "그건 엉터리 법이니 바꾸면 된다. 폐하가 법이시고, 폐하는 모든 걸 할 수 있는 분이다"라고 억지를 부린다.
결국 소비에슈는 그 법이 제정되게 된 원인과 역사를 장장 두 시간동안 설명해주지만 '태어나지도 않았고, 태어나지 않을지도 모르는 아기 때문에 우리 아기가 신분을 빼앗긴다니, 난 절대로 이해할 수 없고 말이 안 된다'고 떼를 쓴다. 자신의 떼쓰기에도 소비에슈는 대신전에서 명문화된 법이라서 아무리 황제라도 혼자서는 바꿀 수 없고, 앞으로 어디 가서 자기 아이가 황자녀라는 말을 하지 말라고 딱 잘라 말한다. 충격을 받아 자신이 임신한 아이도 황제의 아기라고 주장하지만 소비에슈는 사랑하고 아껴주고 막대한 부와 권력을 줄 것이라며 황자녀 소리를 듣지는 못해도 황제의 아기란 걸 다들 알 것이고, 아기가 가지지 못한 건 법적인 지위와 계승권 뿐이니, 실망할 필요도 없고 아쉬워할 필요도 없다고 달랜다.
여전히 억울해하며 입술을 다물고서 대답하지 않은 채 고개를 돌려버리지만, 소비에슈는 자신을 보고서 한숨을 쉰다. 이때 소비에슈는 "만약 나비에가 불임이여서 아기를 가지지 못한다면, 그땐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라는 말을 내뱉는다. 이를 솔깃해진 라스타는 어떻게냐고 묻는다. 이에 소비에슈는 '아마 네 아기를 황후가 입양하게 되면 네 아이는 황자. 황녀가 될 것이다'고 주장하면서 나비에가 불임이라고 자신에게 불어버린다.
직후 소비에슈는 연회를 오래 비울 수 없는 입장이 있기에, 자신을 두고서 침실에서 나가버린다.
소비에슈가 나간 후 구석진 자리에 틀어박혀 다리를 끌어안고 무릎에 이마를 기댄다. 똑같은 황제의 자식인데, 자신의 아이는 황자녀가 아니라는 것에 이건 너무 부당하다며, 자신이 황후가 아니라서 그런거라 여겨 울음을 터트린다. 그런 자신을 보고 하녀 샌드리가 덩달아 울면서 너무 울지 마시라고 달래자 자꾸 눈물이 나온다며 속상해하다가 소맷자락으로 눈물을 닦는다. "나는 평민 출신이라, 폐하의 사랑을 받는 지금의 위치만으로도 좋지만, 내 아이는 날 때부터 폐하의 아이인데, 황제의 아이로 대우받지 못하면 아기가 얼마나 속상하겠냐", "황후가 아기를 낳아도 동생일건데, 자기 동생은 황자녀 대우를 받는데 자기는 그 아래에서 살려면 얼마나 서글프고 자존심이 상하겠냐"고 서러워한다.[65] 샌드리는 성인이 된지 몇 년이 지났는데도, 황후 폐하는 황제 폐하와의 사이에서 아기를 가지지 못했다고 위로한다. 이에 솔깃해해 자신은 바로 아기를 가졌다고 말하고, 샌드리는 "황제 폐하는 아무 문제가 없단게 증명이 되었으니 황후 폐하가 불임이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고, 결국 황제 폐하의 말씀처럼 라스타님의 아기님이 황후 폐하에게 입양되실 것"이라고 위로한다. 샌드리의 말에 나비에가 불임이라는 소비에슈의 말을 철석같이 믿게 된다.
그리고 다음 날, 동궁 변두리에 난 산책로에서 나비에와 코샤르, 파르앙 후작이 산책하는 걸 목격한다. 놀라지만, 곧 다부진 표정을 한채 그들에게 다가간다. 나비에에게 '황후 폐하가 제게 검을 주신게 나쁜 의미라고 들었다'고 주장하며 나비에의 잘못으로 몰아간다. 나비에는 "욕심이 없는 사람에게 나쁜 의미는 아니다"라고 받아치자, 아니라고 우기며 욕심이 있든, 없든 그건 아주 나쁜 뜻이라며, 사람들 앞예서 자신을 조롱한 것이고 주장하며 나비에의 탓을 한다. 잠시 숨을 깊에 들이쉬고서 두 손을 가슴에 올리고, 처량한 투로 '난 황후 폐하의 모욕을 참기로 했다. 황후 폐하께서 계속 날 비웃고 괄시하고 무시한다해도 난 참아내기로 했다'고 말하며 가련한 척한다. 당연히 황당해한 나비에는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 무시라니. 넌 스스로를 아주 높이 평가하고 있는 모양이구나."라고 일갈하지만, "난 폐하께서 사랑하는 여자인데, 내가 스스로를 높이 평가하지 않는다는 건 폐하의 안목에 대한 무례다"라고 우긴다. 이에 대해 나비에는 "네 가치는 폐하의 사랑을 받을 때만 존재한단 것이냐?"라고 일갈한다.[66] 슬픈 표정으로 나비에에게 뭐라고 말해도 자신이 참겠다며, 태어날 아기를 위해서라도 싸우고 싶지 않다고 말한 뒤, 바로 "황후 폐하께서는 불임일 가능성이 크니, 내가 낳은 아이의 양어머니가 되어주실 것"이라고 소비에슈와 똑같은 소리를 늘어놓는다!!![67][68]
당연히 나비에는 어이없어하다 못해 매우 기가 막혀하고, 코샤르는 매우 노발대발해 지금 뭐라고 말했냐고 소리치며 인상이 험악해진채 다가온다. 코샤르가 다가오자 겁을 집어먹지만, 이 와중에 나비에의 탓을 한다. 당연히 코샤르는 더욱 다가오고 혼자 뒤로 넘어지고 만다. 나비에와 파르앙 후작이 각각 코샤르의 옷자락과 팔을 집으며 코샤르를 말리는 사이, 배를 움켜쥐고서 복통을 호소한다. 자신의 비명에도 코샤르는 어디서 꾀병을 부리냐며 분노를 표출하고, 파르앙 후작이 재차 코샤르를 붙잡으며 그를 말리는 사이 배가 아프다고 비명을 지른다.
자신이 질러대는 비명에 찾아온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지만, 코샤르는 호위병들에게 끌려가면서도 "한 번만 더 나비에더러 불임이니, 네 아이를 나비에가 길러야 한다느니 막말해봐라. 혓바닥을 뽑아버릴거다."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이에 눈동자가 흔들린다. 궁정인들에게 부축을 받으면서도 나비에를 쳐다보지만, 자신과 눈이 마주친 나비에는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은 채 코샤르가 있는 곳으로 가고, 자신의 방으로 옮겨진다.
이 소식을 들은 소비에슈와 궁의가 찾아오고, 궁의에게 진찰을 받는다. 소비에슈가 궁의에게 자신의 상태를 묻자마자 눈물을 글썽이며 아기의 상태부터 묻는다. 자신의 태도에 소비에슈는 이 와중에 아기가 문제냐고 혀를 차고, 자신에겐 아이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보단 자신이 중요하다는 소비에슈의 말에 흥분해 반박하려하지만 흥분하지 말라는 말을 듣는다. 소비에슈는 물수건으로 자신의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아주면서 궁의에게 대답을 재촉하고, 궁의는 자신은 반드시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보고한다. 이에 소비에슈는 궁의에게 자신이 다친거냐고 따지지만 궁의는 임신 초기엔 아주 조심하고 주의해야 하는데, 자신은 원래도 몸이 튼튼한 편은 아니라, 잘못하면 유산할 수도 있으니 앞으로 이런 일은 없어야 한다고 당부한다.
궁의가 나가자마자 소비에슈는 화를 내며 소파를 걷어차고, 이에 눈가가 촉촉해진채 이불을 꽉 쥔다.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한 소비에슈는 가까스로 진정해 코샤르 앞에선 말을 조심하라며 성정이 불같고 쉽게 흥분한다고 알려주는 동시에, 코샤르에게 접근 금지령을 내려두겠지만, 눈이 돌면 어떻게 행동할지 모른다고 충고한다. 소비에슈의 말에 놀라 말을 조심하라는 거냐고 되묻지만 소비에슈가 '사람들에게 듣자하니 너도 황후에게 불임이라는 등 불쾌한 말을 했다'고 추궁하자, 코샤르가 소리지르며 했던 말을 떠올리고 바로 잡아때고서 고개를 젓는다.
하지만 소비에슈는 자신의 말을 믿는 얼굴이 아니었고, 재차 코샤르가 사람들 앞에서 자신에게 외쳐대던 말을 떠올리고 진짜 아니라고 중얼거린다. 속으로 '그때 말을 바로잡았어야했는데 당시에는 배가 너무 아파 해명하지 못했고, 그 탓에 사람들이 코샤르의 말을 바로 믿어버린게 분명하다'고 믿으며 억울해한다. 여전히 억울해하지만 아니라고 변명하는대신 "황후가 먼저 내가 무가치한 인간이라고 말했다"고 반박하지만, 소비에슈는 '황후는 과할 정도로 자기 이미지 관리에 투철한 사람인데, 설마 그러겠냐'고 나비에를 두둔한다. 소비에슈의 반응에 얼굴이 벌게진채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 소비에슈의 태도에 속상해하는 동시에 '이대로 가다간 꼼짝없이 나는 황후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퍼붓다가 혼자 넘어진 것처럼 되어버릴 것 같다'고 불안해한다. '내가 넘어진 건 맞지만, 그렇게 무서운 사람이 위협적으로 다가오면 놀라서 넘어질수밖에 없다'고 자기합리화를 하는 건 덤. 억울해하며 입술을 깨물지만 다시 복통을 느끼게 된다. 몇 시간 전의 고통과, 도움을 청할 때 자신을 보던 나비에의 싸늘한 시선을 떠올리고 복통을 호소한다. 소비에슈는 그런 자신을 달래주지만 여전히 입술을 다문채 섭섭해한다. 자신은 "혼낸 다음 얼려주면 화를 푸는 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동시에 이대로 소비에슈에게 나쁜 여자라는 오해를 사버리면 어떻게 되는 거냐고 초조해한다. '황제의 정부'는 확고한 지위가 아니기에 소비에슈의 미움을 사면 쫒겨나거나 방치될지도 모르며, 쫒겨나게 되면 선대 황제들의 정부들처럼 될 거라고 불안해한다. 황궁에서 쫒겨나게 되면 몇 푼의 돈만 쥐여주고 자신도 아기와 함께 쫒겨나게 될거라고 생각하다가, 어쩌면 아기는 빼앗기고 자신은 쫒겨나게 될지도 모르는데다, 코샤르나 랑드레 자작, 로테슈 자작이 자신을 노리고 있다가 해코치하려 들지도 모른다고 매우 불안해한다.
치솟는 불안감에 자신은 이미 버림받은 적도, 아기를 빼앗긴 적도, 죽을 뻔한 적도 있기에 두 번이나 같은 상처를 받고 싶진 않다고 여기고 이대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내 '황후는 위엄은 있어도 냉혈한이고, 코샤르는 폭력적이고 무례하며, 귀족들은 내가 귀엽다는 듯 굴지만 은연중에 무시하고 돌아서고, 폐하를 사랑하지만 믿고 의지할 수는 없다'며 오직 자신만이 아기를 지킬 수 있다고 판단한다. 판단을 끝내자마자 자신은 나비에에게 불임이라 하지 않았다며, 설령 오해를 샀다고 해도 황제의 아기를 가지고 있는데 함부로 떠밀어버리면 안 된다고 거짓말을 하는 동시에 코샤르가 자신을 떠밀었다며, 세게 민 건 아니지만 분명 밀었다고 코샤르를 모함한다. 결국 자신의 말을 믿은 소비에슈의 명령에 의해 코샤르는 황궁 출입 금지령을 당한다.
그러나 이에 분노한 코샤르가 파르앙 후작과 작당해 자신의 식사에 몰래 낙태약을 넣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아이의 생명에도 위협을 받게 된다. 다행히 소비에슈가 미리 궁의를 불러 진찰하게 하면서 발각되고, 소비에슈는 사건을 수사하자마자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코샤르와 파르앙 후작이 사건의 진범임을 알아낸다.[69]
사건이 진정된 후 잠들어있던 도중 자신을 찾아온 소비에슈가 침대 가까이에 다가가 자신을 내려다보고서, 볼에서 머리카락을 떼준 뒤 자신의 배를 가민히 바라보다가 배에 귀를 대자 잠에서 깨어나 소비에슈를 부른다. 이에 소비에슈가 달래자, 애교를 부린다. 소비에슈가 자신의 배에서 귀를 떼자, 쑥스러워하며 아무 소리도 안 들릴거라며, 아직 태동도 없다고 웃는다. 이에 소비에슈가 몸은 괜찮냐며, 아프진 않냐고 묻자, 며칠 간 심장이 욱신거리고 배가 아프고 허리도 아렸던 게 임신 때문이라 생각했는데 낙태약을 먹어서였다며, 아직도 배가 좀 아픈걸 보니 아주 독한 약이였던 게 분명하다고 하소연한다. 소비에슈는 잠시 멈칫하지만 이내 안쓰럽다는 표정으로 배를 쓸어주면서 빨리 나아야 한다며, 이젠 그런 일은 없을테니 안심하라고 다독여주자, 범인은 잡혔냐고 묻는다. 소비에슈는 잡아야 한다고 둘러대면서도 이 일로 주방장과 하녀들을 내보냈고, 새로 온 사람들은 아주 조심할 거라고 다독여준다. 그런 소비에슈를 보다가 쳐다보며 '누가 나와 아기를 죽이려했는지 알 것 같다'고 애원한다. 소비에슈가 누구라고 생각하냐고 묻자 누구인지는 말 안 할 거라며, 궁지에 몰려서 그랬을 거라고 대놓고 나비에가 배후라고 의심한다. 이에 소비에슈가 맞장구쳐주자 말 안 할 거라며, 확실한 건 아니라고 말하고서 '범인이 어떤 사람이였든, 우리 아기는 꼭 지켜주셔야 한다'고 부탁한다.
낙태약 소동이 지나간 후, 위로 차원에서 소비에슈가 열어준 파티에 참석한다. 이 파티에는 나비에가 참석하지 않았고, 덕분에 파티의 주인공이 되어 귀족들의 아부를 듣는다. 행복에 만끽하려던 순간 로라의 절친 알리슈테의 소개로 로테슈 자작의 딸 르베티 림웰과 재회하면서 공포에 질린다.
라스타가 당황하는 것을 본 주위에 있던 몇몇 귀족들은 수근거리고,[70] 그들을 보면서 사람들이 고의적으로 파티에 르베티를 데려다준 것임을 알아챈다.[71] 화를 내는 대신 웃으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인사하며 처음 보는 마냥 르베티를 대하지만 르베티는 알고 온 건 아니었던지 놀라했으나 자신의 인사에 가소롭다는 듯 웃는다. 르베티의 반응에 애써 웃었지만 르베티와 재회하게 됐다는 것에 긴장하고 있던 찰나 알렌은 연거푸 실례한다고 외치고서 집안일을 핑계로 르베티를 데려간다. 자신을 힐긋 보긴 했지만 인사는커녕 아는 척조차 하지 않아, 관심도 일면식도 없는 사람인듯 한 알렌의 태도에[72] 사람들은 흥이 깨진듯 흩어지고, 상황을 재밌게 지켜보던 이들도 다시 자신에게 다가와 상냥하게 말을 건다. 사람들의 달라진 태도에 더 이상 즐겁게 파티를 즐길수 없다며, 일부로 르베티를 데려왔으면서 악의 없는 척 구는 사람들이 꺼림칙하다고 불쾌해한다. 적당히 기회를 보다가 핑계를 대고 파티장을 빠져나온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근처에서 알렌을 마주하게 된다. 알렌은 자신을 보자마자 다가와 '아버지는 널 모른 척 하라고 하셨지만, 그래도 안에 대해 이야기해주어야 할 것 같아서 왔다'고 안에 대해 언급하고, 이에 불쾌해해 알렌의 입을 틀어막고서 반말로 '지금 날 협박하는 거냐'고 경고한다. 자신이 반말을 쓴 것에 당황한 알렌이 이내 슬픈 표정으로 자신의 손을 치우고서 그런게 아니고 정말이라고 말하자 '내가 황제의 정부라는 걸 알면서 그 이야기를 꺼냈는데, 그게 협박이 아니란거냐'고 받아친다. 그러나 알렌은 '네가 안을 위해서 저택을 마련해주었단 말을 들었다'며 눈치없이 자신이 저택을 마련해준 것을 언급하고, 더욱 불쾌해한다. 자신이 저택 구입 비용을 내준 건 로테슈 자작 뿐이고, 에르기도 돈을 빌려주기만 했을 뿐 어디에 사용되는지 모르기에 알렌에게 말을 한 사람이 로테슈 자작임을, 로테슈 자작이 르베티와 알렌에게는 협박으로 저택을 뜯어냈단 말은 안 했다는 걸 간파하고, 자식들에겐 자기가 협박범이란 말은 하고 싶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불쾌해하는 건 눈치채지도 못한 알렌은 아예 눈치없이 안은 건강하고, 자신을 닮아 예쁘다는 말을 꺼내고, 이에 싸늘한 반응으로 대한다. 그럼에도 알렌은 자신에게 얘기해줘야 할 것 같다며 눈치없는 태도를 보이고, 재차 차갑게 대한다. 하지만 알렌은 안이 죽은 줄 알고, 자신이 너무 힘들어했다고 계속 눈치없는 태도로 굴고, 이에 "힘들어하던 날 보면서도 무시하던 네가 할 말은 아니다"라고 대놓고 지적한다. 이에 알렌이 아예 '나도 무서웠다'고 변명하자, 맞받아친다. 그럼에도 알렌은 아예 자신을 버린 일에 대해 대놓고 "넌 잃을게 없지만 난 아니여서, 모든걸 다 버리고 널 선택하는 게 매우 무서웠다"고 자기 지위와 안위를 지키기 위해서였다고 변명하는 매우 뻔뻔한 태도로 나온다.
알렌의 매우 뻔뻔한 태도에 옛날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고 말을 끊어버리고서 알렌을 가증스러운듯 쳐다보지만, 이내 빙그레 웃으면서 "라스타도 지금은 잃을게 많거든. 네가 겪었단 감정이니 이해할 수 있지?"라고 대꾸해 알렌의 변명을 그대로 돌려준다. 이어 "너네 아버지가 나에 대해 아는 척하지 말라고 했으면 그대로 해라. 네 버르장머리 없는 동생도 처신 똑바로 하라고 해라."라고 딱 잘라 말함과 동시에 '날 아는 척 하지 말라'는 무언의 경고를 준다.
자신의 태도에 놀란 알렌이 경악해하는 걸 보고서 속으로 로테슈 자작이 두려우면서도 미운 존재라면, 알렌은 그저 밉고 미운 존재라고 생각하고서 알렌을 벌레 보듯 쏘아보고서 지나가버린다. 알렌을 지나가버리면서 한때 연인이자 도련님이기도 했던 알렌에게 거침없이 말하는 자신이 대견하다 여기면서도, 역전된 상황에 짜릿한 기분을 느끼지만, 안을 만나고 싶지 않다고 매몰차게 대한 점에는 신경을 쓰게 된다. 이런 일을 상담할 수 있는 건 에르기뿐이라 판단해 자신의 방으로 가려던 걸 돌려 에르기의 방으로 간다.
에르기의 방 문을 열고서 들어갔지만 이는 이미 에르기가 허락한 일이였기에 에르기에게 더욱 신뢰를 느낀다. 이때 파란 새의 다리에 묶여있던 편지를 읽고 있던 에르기는 '독한 놈'[73]이라고 중얼거리고, 에르기를 부른다. 에르기는 편지를 접고서 웃으면서 왔냐고 말하고, 다가가 안 좋은 소식이냐고 묻는다. 그건 아니라는 말에 무척 험한 말이였다고 대답한다. 에르기는 '친구가 미칠까봐 그렇다'고 말하고서, 이런 건 모른 척 넘어가달라고 요청한다. 에르기가 말한 친구에 대해 궁금해했으나, 에르기가 말하고 싶지 않단걸 눈치채고 입을 다문다.
결국 고민했던 알렌과 르베티에 대한 일을 털어놓기로 결정하고, 에르기에게 알렌은 자신을 비참하게 버린 남자고, 알렌의 동생인 르베티는 자신이 알렌과 연애하는 걸 싫어해서 늘 몰래 괴롭힌 못된 사람인데, 두 사람은 자신의 아이에 대해서 알고 있어서 어떻게 나올지가 걱정이라며 하소연한다. 이에 에르기가 별거 아니란 듯 '로테슈 자작이 알렌이란 놈에게 라스타를 아는 척 하지 말라 했단 건 로테슈 자작도 지금 상태에 머물고 싶단 뜻이고, (자작이)자식들 입단속은 알아서 시킬거다'라고 대답하자, 에르기가 자신의 생각과 똑같은 대답을 내놓은 것에 그제야 안심한다.
자신이 안심한 것에 에르기가 그걸 상담하러 온 거냐고 말하자, 혹시 누군가가 자신의 식사에 낙태약을 섞은 일은 아냐고 묻는다. 이에 에르기는 모르는 사람이 없고, 다행히 별 문제가 없단 것도 아는데 아니냐고 묻고, 맞다고 대답한다. 그 일이 있기 며칠 전에, 자신은 개인적으로 스스로 지키고 아기를 지킬거라고 다짐했는데, 그 결심을 하자마자 낙태약을 먹고 있었단 걸 알아차렸다고 하소연한다. 두려움에 두 손으로 배를 감싸고서 에르기에게 앞으로 이런 일이 있을까봐 겁이 난다고 하소연하며, 피할 방도가 없겠냐고 질문한다. 에르기는 직접 나서지 말고 소비에슈에게 부탁하라고 조언한다. 너무 수동적인데다 이미 하고 있는 방법이고, 이것도 방법이라 할 수 있다면 그렇다고 생각해 거절하고서 다른 방법을 묻는다. 에르기는 선공을 권함과 동시에, '공격받기 전에, 공격할 만한 사람들을 없애버려라'라고 조언한다.
에르기의 거침없는 발언에 당황해 눈을 휘둥그레 뜬다.낙폭한 발언이긴 하지만, 꽤 그럴듯한 조언이라고 여기고 수긍하지만, 이내 침울해해 '내 적은 나보다 신분도 높고, 권력도 높고, 재산도 많다'며 나비에를 지목한다. 에르기가 맞장구쳐주자, 고개를 끄덕이고서 그간 자신이 나비에에게 저지른 무례와 만행에 대해 "난 정말로 황후와 친해지려고 했을 뿐이였다. 황후는 많은 이의 칭송을 받는 분이니 내게도 그 분의 사랑과 배려가 올 줄 알았다"라고 주장한다.[74] 지금은 그럴 마음이 없냐는 질문에 편지 상대 사칭 사건, 대중 무도회 드레스 사건, 자신의 임신 축하 파티에서 나비에가 장식용 보검을 선물로 준 일, 코샤르와의 대면 당시 자신이 스스로 넘어진 안에 대해 "하인리 왕자 앞에서 날 거짓말쟁이로 만들었고, 내가 오해한 일을 모두 앞에서 말해서 날 우습게 만들었고, 드레스가 비슷하단 이유로 날 따라쟁이로 만들며 모욕했고, 사람들 앞에서 나쁜 의미의 보검을 선물하며 날 모욕하고, 황후의 오빠가 날 때릴 때도 가만히 보고 있었다"며 매우 어이없는 억지를 부리며, 전부 나비에 탓을 한다. 심지어 낙태약 사건에 대해서는 "자기가 불임이란 이유로 오빠를 시켜 내 아기를 공격했다. 내가 싫다고 해도 아기는 뭔 죄냐?"라고 일방적으로 나비에에게 책임을 돌리기까지 한다. 아예 한 술 더 떠서 지금은 나비에가 싫다며, 무섭다고 나비에의 험담을 하는 건 덤.
하소연을 마치고서 겁먹은 얼굴로 '황후는 날 공격하더라도 방어할 방법은 없고, 먼저 공격하는 걸 할 수 없다'고 말하지만 에르기는 손으로 자기 볼을 두드리면서 자신을 재미있다는 듯 바라보다가 한참만에 부드럽게 웃으면서 공격을 막을 방법은 딱 하나라며 "아가씨가 황후가 되면 된다"고 대답해 황후 자리에 오르라고 종용한다. 에르기는 '황후는 의외로 자주 바뀐다'고 유혹하고, 생각지도 못했던 제안에 속으로 '황후를 동경할 때도, 싫어할 때도, 두려워할 때도 상상조차 해보지 못한 일이였다'며 매우 당황한다.[75] 노예였던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고, 노예 신분인 자신더러 직접 황후 자리에 오르라는 제안에 아연실색해 손을 내저으며 그런 말은 하지도 말라고 주저한다. 그러나 에르기는 재차 황후 자리에 오르라고 꼬드기고, 이에 쉽게 진정하지 못하고 손을 떤다. 자신의 반응에 에르기는 하인을 시켜 도수가 낮은 술을 가져오라고 지시하고서 술을 건낸다.
술을 몇 잔 마시고서야 손을 떨지 않은채 진정해 정말이냐고 물어 그의 유혹에 넘어간 태도를 보이면서도, 자신의 출신이 가능할리가 없다고 지적한다. 에르기는 출신이야 바꾸면 된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고서 '알고 보니 라스타의 '친부모'는 귀족이였고, 라스타는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잃어버린 모모 귀족가의 영애였더라'라는 말을 하고는, '라스타의 부모는 잃어버린 딸을 찾아다니고 있었고, 라스타가 동대제국 황제의 정부가 되고 그 아름다움으로 소문이 자자해지자 혹시나 싶어서 딸을 찾아왔다'고 속삭이고, 동화 같다고 황홀해한다. 자신의 반응에 에르기는 '동화 같고, 그래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거다'라는 냉소적인 대답을 내놓자마자 눈을 반짝이면서 혹시 가족이 있냐고 물어보자, 아니라고 말한다. 이에 에르기는 잘 됐다는 듯 호쾌하게 웃으면서 그러면 상관없다며, 부모 노릇 해 줄 가난한 귀족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하고서 동대제국 귀족으로 하면 티가 날지도 모르니, 자국인 블루 보헤안 귀족을 주선해주겠다며 신분 세탁을 제안한다.[76]
에르기의 제안에 잠시 멍해있다가 자기 딸이 노예가 되도록 만든 범죄자 부모가 아니라 당당한 부모가 생긴다는 것과, 평생 족쇄처럼 여겨졌던 신분이 이렇게 쉽게 바꿔치기하기 쉬운 것임에 기뻐하지만, 이내 소비에슈가 먼저 이런 제안을 해주지 않았다는 것에 이왕 거짓말을 하는김에 처음부터 가짜 부모를 만들어주었더라면 좋았을 거라고 섭섭해한다. 아예 자신을 황후로 만들 생각은 없었던 것이라고 불만을 품는 건 덤.
자신의 반응에 에르기는 시선을 집중하도록 만들고, 미안하다고 대답한다. 자기 말대로 할 생각은 있냐는 질문에 수긍한다. 에르기가 쉽진 않지만 위험한 방법이고, 자신이 나비에에게서 스스로를 지킬 방법은 이것 뿐이라고 본다며 확답을 종용하자 수긍한다. 에르기는 손으로 입가를 가리고서, 웃으면서 대신 하나 약속해줘야 할게 있다고 말하자, 자신이 황후가 되면 보답하겠다고 말한다. 에르기는 누가 뭐라 해도 절대로 친자검사에 응하지 말 것과 그러면 양부모임이 들통난다고 당부하진, 웃으면서 당연하다고 대답한다.
에르기의 제안을 완전히 받아들이지만, 이내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면서 출신을 바꾼 후에는 어떻게 해야 하냐며, 단순히 귀족 출신으로 탈바꿈된다 해서 황후가 바뀌는 건 아니라고 질문한다. 에르기는 대답 대신 글을 못 읽는다고 하던데, 지금은 익혔냐고 질문한다.부끄러워해 이젠 간단한 책은 읽을 수 있고, 쓰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에르기는 계속 공부하고, 여러 가지 수업도 들어야 한다고 지적하자, 이에 불만을 품는다. 자신의 표정이 좋지 않은 것에 에르기가 공부하는 게 싫냐고 묻자, 공부는 그다지 공격적인 방법같지 않고 불만을 표한다. 에르기가 나비에 황후는 평판도 명성도 매우 좋다고 지적하자, '(나비에 황후의 평판이 좋은 건) 잘 포장되어있다'라고 주장한다. 에르기는 포장이든 사실이든 대놓고 공격했다간 오히려 역풍이 불기에, 우선 해야 할 일은 자신에 대한 평가를 나비에 황후만큼 올려서 싸울 수준으로는 올라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에르기의 조언에 숨어있는 뜻[77]을 눈치채고 불만을 품는다. 이내 인정하고서 '귀족들은 나를 무시하고 편견이 확실한데, 공부 좀 한다고 그 편견을 접겠냐'고 질문한다. 에르기는 안 접는다고 딱 잘라 말하고서 자신이 공략해야 할 건 평민들이라며, 평민들에게 '라스타는 평민들을 대표할 수 있다'고 생각하도록 만들라는 해결책을 제시함과 동시에 평의회 의원들의 절반은 평민이라는 것과, 사실상 평의회는 그냥 명예직에 가깝고 하는 일은 거의 없긴 하지만, 그래도 평민들 사이에서 이들이 갖는 의미는 제법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서 평의회 의원들이 자신을 지지하도록 만들라는 해결책을 제시해준다.
에르기는 나비에는 인망이 높지만 귀족적인 이미지가 강하고, 명문가의 영애로 태어나 어린 시절 황태자와 약혼하고 사교계에 데뷔하기도 전에 황태자비가 됐다고 알려준다. 그 말에 나비에의 어린 시절과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려하다, 나비에의 어린 시절은 상상조차 하기 어렵고, 그런 삶을 산다는 게 어떤 기분일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고 우울해하는 동시에 너무하다고 억울해한다. 아예 "도대체 황후와 나의 차이가 무엇이길래 황후는 왜 태어날 때부터 황태자비였고, 나는 왜 태어날 때부터 노예였냐"고 징징거리기까지 하는 건 덤. 나비에와 자신의 차이에 억울해하다가 표정이 좋지 못하게 변하고, 자신의 표정을 유심히 살펴보던 에르기는 아무리 나비에 황후가 잘해준다한들 평민들은 거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고, 그 틈을 파고들어서 '라스타는 '같은' 평민 출신이라 평민들을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다'는 이미지를 만들라는 조언을 해준다.
랑트 남작에게 궁정 생활에 도움이 되는 예법을 배우고 싶다고 부탁한다. 랑트 남작은 자신의 부탁을 소비에슈에게 전하는데 파티 에서 발생한 사건을 피르누 백작에게 보고받은 소비에슈는 최고의 선생을 라스타에게 붙이라고 지시해 교육을 받도록 허락해준다.[78][79]
로테슈 자작이 자신을 찾아오자 그를 벌레보듯이 쳐다보지만, 그로부터 나비에가 르베티를 만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뜻밖의 사실에 당황해하지만 로테슈 자작이 알리는 게 나을 거 같아서 왔다고 말하자, 곰곰히 생각하다가 나비에가 자신의 뒤를 캐고 있다고 확신한다.[80] 초조해하다가 '이렇게 남의 뒤나 캐고 다니는 사람이 황후냐'고 속으로 화를 내고서, "나는 그런줄도 모르고 황후를 쫓아다니며 언니라고 했다"며 나비에 탓을 한다. 화가 치밈에도 어쩔 도리가 없다고 생각해 르베티와 알렌 둘 다 입조심시키라고 당부하면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로테슈 자작을 단속시키는 것뿐이라고 판단한다. 로테슈 자작이 당연히 그럴거라고 대답하자, 자기도 놀라서 달려온 주제에 기고만장하게 웃으면서 대답한다며 기가 막혀한다. 로테슈 자작의 태도에 탁자건 의자건 엎어버리고 싶어하지만 이내 그랬다간 소비에슈가 소식을 전해받는데 그럴 순 없다고 우울해하다가, 속으로 "왜 다들 나만 괴롭히는 거냐. 나는 그저 조용하게 살고 싶을 뿐이다."라며 남 탓을 한다. 말할 거리가 없는데도 로테슈 자작이 미적지근거리며 나가지 않자, 안 나가냐고 쏘아붙인다. 하지만 로테슈 자작은 히죽 웃으면서 너무 흥분하지 말라고 대답하고서 의자에 앉아 태연하게 일은 너무 서두르면 안 되는 법이라고 대답하고, 또 뭘 원하는 거냐고 짜증스럽게 묻는다. 이에 로테슈 자작이 말귀가 빨라서 좋다고 말하자 '당신이 느리니 내가 빨라질수밖에 없다'고 받아친다.
어깨를 으쓱하던 로테슈 자작은 주위를 살피는 시늉을 하고, 덩달아 쳐다본다. 로테슈 자작은 달력을 달라고 요구하며 매년 봄은 데뷔당트 시즌이라고 언급하자, 그건 자신도 알고 있지만 로테슈가 왜 이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 없기에 반문한다. 로테슈 자작이 껄껄 웃으면서 르베티가 올해 데뷔당트를 치른다고 언급하고, 데뷔당트 비용을 달라고 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고 판단하고 기가 막혀서 전에 가져간 돈을 다 썻냐고 짜증을 낸다. 아기 선물로 받은 보석들이 많이 있었기에 이번에는 에르기에게 돈을 빌리거나 랑트 남작의 눈치를 보진 않아도 되지만 돈이 많건 적건 남에게 협박당해 주고 싶진 않기는 매한가지이고, 그 얄미운 르베티가 입을 드레스이기에 더욱 주기 싫어한다. 로테슈 자작은 돈을 달라는 게 아니라며, 콧대 높은 디자이너 중엔 명성 높은 고객이 아니면 안 받는 사람들이 많아서 자신을 직접 드레스를 한 번 맞춰주었으면 한다고 요구하고서, 추가로 물론 당연히 최고급 원단과 보석을 사용해야 하고, 돈은 아끼지 말란 추구 요구까지 대놓고 한다. 이에 '그게 내 돈이지, 네 돈이냐'고 기가 막혀함과 동시에 '언젠가 황후가 될 미래를 생각한다면 지금 죽여버리는 게 낫다'고 생각해 진심으로 로테슈 자작을 죽이고 싶어한다. 살벌한 눈빛으로 로테슈 자작을 쳐다보며 미리 손을 써두지 않으면 어떤 거머리로 몸을 불릴지 알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신을 내려다보던 로테슈 자작은 히죽 웃으면서 혹시나 하는 말인데 허튼 생각은 하지도 말라고 말하고서 '내가 황궁에 이 두 발로 들어오면서 아무 안전장치 하나 마련하지 않았겠냐'고 경고함과 동시에 '혹시라도 내가 죽거나 '어떤 행동'을 하지 못하게 된다면 대번에 나를 대신해 네 비밀을 퍼트릴 자들이 여기저기 있다'고 협박한다. 자신의 비밀을 아는 사람들이 도대체 몇 명이냐고 경악한다.
나비에를 만나러가는 르베티와 재회한다. 르베티에게 '황후 만났냐'고 퉁명스럽게 묻지만, 말이 좀 짧다는 지적을 듣는다.[81] 다시 '황후한테 무슨 말 했냐'고 퉁명스럽게 묻지만, 아직도 짧다는 지적을 듣는다. 나비에에게 무슨 말 했냐고 캐묻지만 르베티가 무슨 말 했으면 어쩌라는 거냐고 대꾸하자 이야기했냐며 재차 캐묻는다. 이에 르베티가 되묻자 차마 알렌과 안의 이야기는 하지 못하고 머뭇거린다. 자신의 반응에서 자신이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와, 황제의 정부가 된 후에도 여전히 과거에 사로잡혀있단 것을 알아챈 르베티는 뭘 걱정하는지 알 것 같은데 너무 염려하지 말라고 대꾸하고서, "넌 신경쓸 가치가 없는데, 뭐 하러 황후 폐하 앞에서 말하겠냐"고 놀리자, '내가 가치가 없단거냐'고 흥분한다. 르베티가 "네가 오빠와 사귄다고 해서 귀족이 되지않듯, 황제의 노리개가 됐다고 해서 황족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조롱하자 화가 나 르베티의 뺨을 내리친다. 황당해한 르베티가 자신에게 반격을 하려하자, 바로 배를 감싸고서 르베티를 흘겨본다.
자신이 황제의 아기를 임신 중임을 아는 르베티는 후폭풍을 우려해 반격하는 대신 '천한 게 폭력적이기까지 하다'고 씩씩거리고,[82] 르베티를 끔찍히 아끼는 로테슈 자작이 자신이 르베티에게 해를 가한 것을 알게 될 것에 겁을 먹는다. 서로를 흘겨보지만 르베티는 말없이 자신을 지나가고, 르베티는 자작에게 분명 뺨 맞은 이야기를 할 것이고, 자작은 또 찾아와서 돈을 뜯어내려 할 것이라고 두려워한다. 소비에슈에게 일러바칠 수도 없고, 얄미운 르베티에게 데뷔당트 드레스를 구해줘야 한다는 것에 억울해한다.
디자이너가 내민 스케치북을 들어 도안을 살펴보다가 한참 후 한숨을 쉰다. 자신의 반응에 이를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으로 생각한 디자이너가 안타까워하며 묻자, 마음에 안 든다며, 너무 예쁘다고 말한다. 자신의 말에 당황해한 디자이너가 좀 더 소박한 스타일을 원하냐고 묻자 고개를 젓는다. 디자이너가 어리둥절해하자 그를 내보내고, 베개에 이마를 파묻는다. '싫어하는 사람을 위해 데뷔당트를 골라주고 있고, 디자인이 예쁠수록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말을 어떻게 하냐며 시름에 잠긴다. 르베티에게는 손수건도 주고 싶지 않기에 지금의 상황에 불만을 표한다. 자신에게 다가와 옆에 앉은 베르디 자작부인이 고르기 싫으면 적당히 알아보겠냐고 묻자 거절한다.
그 순간 새로운 하녀 델리스[83]가 소란을 부리며 들어온다. 베르디 자작부인이 호들갑스럽게 떠들지 말라고 델리스를 꾸짖지만, 델리스로부터 나비에가 티파티를 연다는 소식을 듣는다. 놀라 베르디 자작부인을 쳐다보지만 날짜를 세보던 베르디 자작부인은 이때쯤이면 나비에는 수도에 사는 영애들을 모아 놓고 티파티를 연다는 소식을 알려준다. 나비에가 자신을 싫어한다는 건 안다고 생각해 기대하지 않은채 나비에는 자신을 초대하지 않을 거라고 불만을 표한다. 델리스가 지금 초대장을 돌린다고 하니까 염려하지 말라여, 자신에게도 올 거라고 위로하자 속으로 그럴리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날 싫어하긴 하지만 체면이란게 있고, 대놓고 무시한다면 쌀쌀맞게 보일테니 체면치례를 위해서도 초대장을 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초대장을 기다려보지만 자신에게는 초대장이 오지 않았다는 것에 분해한다.[84]
에르기가 찾아오자 울음을 터트리면서 '난 이 곳에서 가장 힘없는 사람인데, 황후는 앞장서서 날 고립시키려고 한다'고 하소연해 나비에를 험담한다. 에르기가 무슨 일이냐고 묻자 나비에의 티파티 이야기를 전해준다. 이야기를 들은 에르기가 사교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무시하면 안 되는 거라며, 괴롭히는 거나 다름없다고 맞장구쳐주자, '황후는 그런 여자다'고 수긍한다. 훌쩍거리다가 에르기에게 자신의 양부모가 될 분은 찾았냐고 묻는다. 조건을 최대한 맞춰야 하기에 실제로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를 찾을 거라는 것에 납득한다.
가짜 부모를 물색하는 일은 맡겨두라고 말한 에르기가 이 일에 어떻게 대처할 거냐며 '황후가 널 따돌리려고 하는데, 당하기만 할 거냐'고 부추기자 초대하지 않았는데 찾아가면 우스갯거리가 될거라고 말한다. 에르기는 막무가내로 찾아가면 좋지 않다고 수긍하고, 자신은 어떻게 하란거냐고 울상을 짓고서 나비에와 친해지도록 노력해보란 말은 하지 말라며, 충분히 해 봤는데 안 됐다고 투덜거린다. 자신의 말에 에르기는 눈웃음을 짓고서 가까이 다가 앉아 나른한 목소리로 나비에와 같은 날에 티파티를 열라고 조언해주고, 그런 에르기를 보면서 소비에슈가 권력의 정점에서 차갑고 오만한 매력을 내뿜는다면, 에르기는 그 반대로 신분이 아주 높고 거친 성정이였지만 필요하다면 고개를 숙여 사람들에게 맞추어주는 걸 꺼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에르기가 따뜻한 눈길로 자신을 쳐다보자 시선을 피하고서 같은 날에 열어봤자 소용없다며, 귀족들이 황후를 두고 자신에게 올 리 없다고 중얼거린다. 당연하다는 말에 왜 그런 걸 제안하는 거냐며, 더 우스갯거리가 될 거라고 반문한다. 에르기는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이에 황당해해 그래서 우스갯거리가 되란거냐고 묻는다.
에르기는 동정표를 얻으라고 말하고서 "황후가 정부를 초대하지 않고 귀족들을 불러 놀았고, 정부가 같은 날에 티파티를 열었다. 귀족들이 정부가 연 티파티에는 아무도 가지 않은 것은 황후가 의도한 것이다."라고 설명한 후 위험하게 웃으면서 손가락으로 소파 끝을 누르며 어감이 틀리다고 말하고, 그제야 납득한다. 이어서 에르기는 자신이 공략해야 할건 평민들이라며, 평민들은 귀족들의 사정을 아예 모르니 "황후가 일부로 정부와 같은 날에 티파티를 열어 정부의 티파티에 아무도 가지 않게 만들었다"는 정도로 소문을 내면 알아서 자극적인 뒷이야기를 만들어줄 거라고 조언한다.
이후 에르기의 조언을 따라 여론전을 펼치고, 자신의 대외적인 신분이 평민임을 이용해 평민들에게 동정표을 받는 동시에 평민들이 나비에를 험담하게 만든다!!![85][86]
남궁에서 산책 중이던 나비에, 르베티와 마주치게 된다. 에르기와 함께 라스타가 먼저 다가와 인사하지만 에르기는 나비에에게 말을 걸고서 슬쩍 르베티를 쳐다본 후 '옆에 장신구처럼 데리고 다니는 이 조그맣고 귀여운 영애는 누구냐'고 질문하고 르베티를 불쾌하다는 듯 노려본다. 자신이 르베티를 노려보는 걸 본 나비에는 르베티를 '로테슈 자작의 딸'로 소개하려다가 마음을 바꿔 일부로 르베티를 새롭게 알게 된 영애이고, 참으로 사랑스러운 아가씨라며 한껏 칭찬하고서, 르베티를 부드럽게 내려다보며 '동생으로 삼고 싶을만큼 마음에 든다'고 재차 칭찬한다. 이어서 나비에는 활짝 웃으면서 자신이 보는 앞에서 르베티에게 "부담스럽지 않다면 나를 언니라고 불러보겠냐"고 제안한다.[87] 나비에가 르베티를 다정하게 대하는 것에 충격을 받는다.
그날 밤 소비에슈에게 자신의 티파티에는 에르기 외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고, 모든 귀족 영애들이 나비에의 티파티에 갔다는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소비에슈는 다른 날로 했어야했다며 자신이 참 이상한 짓을 한다는 듯 말하면서도, 가엾다는 듯 자신을 끌어안고 등을 보듬어준다. 설마 아무도 자신에게 오지 않을줄은 몰랐다고 우울해하지만, 나비에와 자신이 같이 부르면 당연히 나비에에게 간다는 말에 나비에가 모든 귀족 영애들을 전부 다 부른 건 아닐거라고 투덜댄다. 속으로 에르기는 아니라고 말했지만, 그래도 나비에에게 초대받지 않은 영애들이 한 두 명 쯤은 올거라 믿었는데도, 한 명도 오지 않은 것에 우울해한다. 에르기 말로는 '황후와 대립하는 것처럼 보여서다'라지만 그거야 그 사람들 사정이라고 재차 우울해하면서도, '그 얄밉고 재수 없는 르베티가 황후에게 귀여운 동생처럼 대접받았다'며 분해한다. 소비에슈가 너무 신경쓰지 말라혀, 에르기 공작이 열 사람 분은 될 거라고 위로하자 '황후는 내가 많이 미운거냐'고 투덜대지만, 소비에슈가 '황후는 목석 같아서, 자기 감정에도 무심한데 남의 감정까지 신경쓰겠냐'고 말하자 의아해한다.
기다리다 못한 로테슈 자작으로부터 재촉을 당하고, 다시 르베티의 드레스를 고르게 된다. 디자이너가 보낸 도안들을 살펴보다가 스케치북을 내려놓고서 도저히 못 고르겠다며, 다들 예쁜데 정작 예쁘면 안 되고 그렇다고 너무 소홀한 티가 나면 안 된다고 투덜거린다. 스케치북을 다시 넘기다가 남들이 입을만한 무난한 디자인으로 하겠다고 생각하며, 비슷하게 생긴 드레스를 입은 사람들이 보이면 아주 볼 만할 거라고 여긴다.
그 순간 대중 무도회 일을 떠올리고, 르베티에게 자신과 똑같은 드레스를 주면 사람들이 수근거릴거라고 좋아한다. 이전엔 나비에가 지위가 높았기에 자신이 따라입은 게 되어 버렸지만, 현재 자신은 사교계의 유명인사이고 르베티는 작은 영지의 영주의 딸이니, 이번에는 르베티가 따라입은 것이 될 거라고 만족해하는 동시에 르베티도 로테슈 자작도 자신에게서 데뷔당트 드레스를 협박으로 뜯어냈다는 말은 할 수 없을 거라고 좋아한다. 하녀를 불러 자신이 골라둔 드레스와 똑같은 드레스지만 좀 더 작은 것으로, 치수에 맞춰서 마련해달라고 부탁하고서, 미리 로테슈 자작에게 받아둔 르베티의 치수가 적힌 종이를 내민다. 자신이 누군가의 데뷔당트 드레스를 구해준다고 알고 있는 하녀는 놀라서 같은 드레스를 맞춰주냐고 묻고, 도무지 뭘 골라야 할지 몰라서라고 말한다. 드레스가 같으면 너무 눈에 띄지 않겠냐는 하녀의 질문에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고른 드레스가 가장 예쁘다며 덜 예쁜걸 주자니 미안하다고 대답한다. 한숨을 쉰 하녀가 왜 이렇게 착하시냐고 말하자 나비에가 짓던 미소를 따라한다.
데뷔당트 무도회에 뒤늦게 참석해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등장한다. 귀족 영식들과 춤을 추고 있었던 르베티는 음악이 끝나서야 자신이 입은 드레스를 발견하고, 르베티의 드레스가 자신과 같은 드레스였던 탓에 르베티는 자신의 간계가 먹혀 졸지에 사람들에게 웃음거리가 되고 만다. 일부로 놀란 표정을 짓지만, 이 장면을 지켜보던 나비에가 르베티에게 다가와 걸치고 있던 망토를 매주어 르베티를 보호해준다. 나비에를 힐긋거리며 수첩에 적는다.
이 일을 르베티에게서 들은 로테슈 자작이 분노해 자신을 찾아와 '내가 딸의 데뷔당트 드레스를 만들어달라고 했지, 웃음거리를 만들어달라고 했냐'고 따짐에도, 안락의자에 앉아 수첩을 보면서 대놓고 무시한다. 이에 로테슈가 소리를 지르자 그제야 수첩을 뒤집어 내려놓고 반응한다. 로테슈가 '그까짓 드레스 몇 푼이나 한다고 주기 싫어서 장난질을 친 모양인데, 이런 식으로 나오면 재미없단 걸 알아라'라고 협박하자, "그 몇 푼밖에 안 하는 드레스가 없어서 나한테 달라고 한 건 누구지?"라고 받아친다.
달라진 자신의 태도에 놀란 로테슈가 왜 그러는 거냐며, 안 어울린다면서 가면이라도 쓴 것 같다는 말을 하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차갑고 쌀쌀맞은 표정으로 로테슈 자작을 째려보며, 목소리를 높여 자신에게 따질 게 아니라 르베티에게 따지라며, 자식 관리를 똑바로 하라고 꾸짖는다. 당황한 로테슈가 반문하자, 무릎 위에 둔 수첩을 다시 들춰보자마자 인상을 찡그리고서 다시 수첩을 내려놓고서, 르베티는 입이 가벼운데 나비에 옆에 딱 붙여놓으면 못할 말이라도 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르베티는 입이 가볍지 않다는 말에 '원래 제 자식 허물 못 보는 법이다'라고 지적하지만, 로테슈 자작이 '네 자식 허물은커녕 몸뚱이조차 안 보려는 네가 할 말이냐'고 받아치자 놀란다. 그제야 만족한 로테슈 자작이 안도의 한숨을 쉬자, 노려보며 '그런 식으로 날 협박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이에 로테슈 자작이 대수롭지 않게 협박당할 짓을 하지 않으면 되지 않냐고 대꾸하자 "당신이 망하면 당신 혼자 망하지 않을 거라고 했듯, 내가 망하면 나 혼자 망하지 않을 거다"라고 협박한다. 자신의 협박에 로테슈 자작이 현실 파악을 못하자, 눈을 냉랭하게 뜨고 한 손으론 턱을 괴고, 다른 한 손으로 부르기 시작한 배를 만지며 "과거가 드러나서 황제 폐하의 총애를 잃더라도 내겐 황제의 피를 이은 아기가 있고, 폐하는 내가 노예 출신이란 걸 알면서도 받아들여주셨으니 내 '불쌍한 과거'를 알고서도 받아주실지도 모르지만, 당신은 아니니 명심해라"라고 재차 협박한다.
자신의 방에 들어온 소비에슈가 안락의자에 편하게 앉아 수첩을 보고 있는 자신과 약간 불러 있는 배을 보고 있자, 그의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돌려 웃는다. 몸은 좀 어떠냐고 묻자 들고 있던 수첩을 뒤집어 책상에 놓고, 두 팔로 소비에슈의 허리를 끌어안고 배어 뺨을 기댄다. 소비에슈가 자신의 말투가 달라졌음을 눈치채자, 예법을 배우는 중이라며, 앞으로 더 변해가야 한다고 대답한다. 소비에슈가 '예전에 쓰던 말투도 귀여웠다'고 투덜대자,[88] '말투가 바뀌어도, 나는 나다'라고 대답한다. 말을 맞춰준 소비에슈는 빙그레 웃고서 자신에게 안락의자에 앉으라고 권한 후, 맞은 편에 앉아 공부는 어떻냐고 묻는다. 이제 시작이라며, 아주 재밌다고 대답하고는 웃으면서 공부의 흔적이 남아있는 책상을 가리키고서 '나는 폐하의 자랑스러운 연인이 될 것'이라고 대답한다. 소비에슈가 '넌 이미 자랑스럽다'고 대답하자, 자랑스럽고 싶다고 말하지만 '황제인 내가 굳이 널 누구에게 자랑해야 하냐'는 말을 듣는다. 소비에슈의 말에 '황후에게도 사랑스럽기만 하면 된다'는 말을 할 거냐고 물으려하지만,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입을 귀엽게 오물거리며 눈치를 살핀다. 소비에슈의 표정이 어두워진 것에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으면서도 혹시 오는 길에 로테슈 자작을 만나서 그런거냐며, 그가 헛소리라도 한 거냐고 불안해한다.
소비에슈는 한참만에야 누군가가 자신과 로테슈 자작의 뒤를 캐고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며, 누군지는 모르지만 어쨋든 로테슈 자작을 자주 부르진 말라고 당부한다. 자신이 부른게 아니라고 억울해하지만, 소비에슈는 혹시 자작이 협박하고 있다면 말하라며, 적당한 죄목을 붙여 죽이거나 추방시켜 줄 수 있다고 제안한다.
소비에슈의 제안에 속으로 그게 가능한 거냐며, 떠보려하는 말인지 진심으로 하는 말인지 구분하기 어렵다고 의문을 품는다. 이어서 그게 사실이라면 왜 로테슈 자작이 처음 나타났을 때는 그렇게 해주지 않았냐고 불만을 표출함과 동시에 거짓말이라고 판단한다. 소비에슈가 혹시라도 감추는 게 있고, 자작이 그걸로 협박하는 거라면 말하라며, 협박에 끌려다니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고 지적하자,[89] 순간 흔들린다. 자신이 노예 출신임을 알고도 받아준 소비에슈에게 진실을 털어놓을 것을 생각함과 동시에 어쩌면 과거 다른 남자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낳은 사실을 알고서도 자신을 받아들여줄거라고 희망을 품지만, 이내 '그 착하고 순하던 알렌도 모든 것을 바쳐 사랑을 줄 것 같더니, 최후의 순간 날 버렸다'며 알렌의 아이를 출산했음에도, 자신을 버린 알렌의 사례를 상기해 소비에슈는 다를 수도 있겠지만, 그 기대만으로 모험을 하고 싶진 않다고 판단해 스스로 희망을 버린다.
결국 '난 감추는 게 없다'고 거짓말한다. 소비에슈가 정말이냐고 묻자 웃으면서 당연하다고 대답한다. 소비에슈는 여전히 굳은 얼굴로 손가락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쓸어주고, 정말로 괜찮다며 떳떳하다고 대답한다. 그제야 소비에슈가 고개를 끄덕이고서 알겠다고 대답하자, 도대체 누가 로테슈 자작의 뒤를 캐길래 소비에슈가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거냐고 의문을 품는다. 나비에나 다른 귀족을 떠올리면서도 적이 누구든 비밀을 알아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함과 동시에 림웰에 있을 적 안을 임신했을 때 감금된 일[90]을 떠올린다. 두 손을 모으고서 입가에 가져다대며 눈을 크게 뜨고는 빈말이 아니라 정말로 로테슈 자작을 해코치하지 말라며, 그가 자신 때문에 이유 없이 미움을 받는다면 죄책감을 견딜 수가 없을 거라고 말한다. 그제야 안도한 소비에슈는 웃으면서 알았으니 안심하라고 말한뒤 자신의 어깨를 토닥이고서 몸을 돌린다. 눈을 커다랗게 뜨고서 자신을 재워주면 안 되냐고 부탁하면서도, 누군가 자신의 뒤를 캐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괜찮을 거라고 생각한다. 괜히 초초하고 불안하다고 생각해 소비에슈가 곁에서 다독여준다면 좀 괜찮을 거라고 여긴다. 하지만 소비에슈는 시계를 보고는 바쁜 일이 있어서 안 되겠다고 거절하고서 자신을 달래준 후 안락의자에 도로 데려다주자마자 의자 등받이에서 담요를 꺼내 덮어주고서 놀고 있으라고 말하고 방에서 나온다.
자신을 찾아온 소비에슈가 '황후가 같이 시찰 나가자는 제안을 거부했다'고 불만을 표출하자, 그의 손가락을 잡았다 떼기를 반복하고서 '황후는 폐하보다 일이 먼저다'라고 위로한다. 소비에슈가 대꾸하는 대신 눈을 감자, 속으로 자신과 있을 때는 황제의 모습이였는데 평범한 남자 같다고 신기해하면서도 도대체 어떤 분위기에서 어떤 말이 오갔길래 이리 골이 났냐고 궁금해한다. 이내 '황후는 어떻게 폐하를 두고 그럴 수 있냐'고 위로하고서, 볼에 입을 맞췄다 떼며 '내겐 폐하가 항상 먼저인데 속상하다'고 속삭인다. 나비에는 바쁘다는 것에 자신이 나비에를 대신할 수 없겠다고 말하고서 말끝을 흐리고,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괜찮다면 자신이 함께 가도 되겠냐고 묻는다. 이 말에 의아해한 소비에슈가 묻자, '업무에 도움이 되진 않겠지만 폐하께는 도움이 될 것이고, 폐하에게 도움이 되는 게 결국 나라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한다. 소비에슈가 재미있는 여정이 아닐거라고 말하자, 욕심없는 미소를 짓고서 소비에슈를 올려다보며 활짝 웃는다. ' 폐하와 함께 가는 게 중요하다'고 대답하고서 한 손으로 배를 쓸며 '폐하가 안 계신 동안 황궁에 혼자 남아 있고 싶지 않고, 그동안에 누가 아기를 해칠지도 모른다'고 칭얼거린다. 낙태약 사건을 떠올린 소비에슈는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해보자고 대답하고, 이에 반색한다. 소비에슈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팔을 끌어안으면서도 에르기의 조언을 떠올려 '난 아직 황후가 아니니, 평민들의 지지를 받으려면 직접 발로 뛰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소비에슈는 생각해보자는 말과는 달리 동행을 거부하고, 동행을 거부당한 것에 다음 날 소비에슈를 마중하는 자리에서 나비에를 노려보다가,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내려버린다.
소비에슈가 탄 마차가 떠난 후 나비에에게 다가와 인사를 하자마자 "난 황제 폐하를 사랑하는데도 늘 마음을 눌러야 하는데, 황후 폐하는 황제 폐하를 사랑하지 않는 게 부럽다'고 투덜댄다. 소비에슈가 자신을 시찰에 데려가지 않았다는 걸 바로 눈치챈 나비에가 지적하자, 놀라 '어떻게 알았지?'라는 표정으로 눈을 동그랍게 뜬다. 나비에가 자신의 눈썹 주위를 누르자, 당황해 손가락을 올려다보지만, 나비에는 "눈에 힘을 빼거라. 그렇게."라고 말하고 손을 떼고, 그녀가 무슨 말을 한 건지 영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멍하니 나비에를 쳐다본다.
하녀로부터 알렌이 자신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는 보고를 듣고 정원에서 알렌을 만난다. 알렌이 자신을 보자마자 활짝 웃자 바로 무슨 일이냐고 매섭게 쏘아붙인다. 자신의 반응에 잠시 움찔한 알렌은 품 안에서 고운 천을 꺼내 내밀며 주고 싶다고 말한다. 안의 머리카락이란 말에 장난하냐고 화를 내며, 알렌의 손을 내리친다. 그 바람에 알렌의 손 안에서 천에 들어 있는 안의 머리카락 자른 것이 떨어지고, 알렌은 자신이 좋아할 줄 알았다고 사과한다. 안은 알렌의 아이이지, 자신의 아이가 아닌데 왜 좋아하겠냐고 묵살하지만 알렌은 미안하다고 사과하자마자 우물거린다. 알렌의 반응에 어이없어해, 이딴 거 주려고 나타난거냐고 짜증을 낸다. 알렌의 의도가 어쨋든, 알렌이 자신의 앞에 나타난 자체가 협박하러 온 거라고 생각하던 찰나, 알렌은 혹시 전 날 로테슈 자작을 못 봤냐고 묻는다. 의아해하면서도 미간을 찡그리고서 아니라고 대답한다. 알렌은 자작이 자신을 만나러 간다더니 하루 종일 연락이 없었다[91]고 알려준다.
하녀를 시켜 알렌을 데려다주라고 지시하지만 알렌이 가자마자 간 후 직전 알렌이 한 말을 떠올리자마자 며칠 전 소비에슈에게 들은 '누군가 로테슈 자작을 미행하고 있다'는 말을 떠올려 혹시 관련이 있는 거냐고 불안해한다. 이내 소비에슈는 시찰을 나갔음을 상기해 알릴 수도 없다는 걸 상기하고 속으로 욕을 내뱉는다. 자리를 떠나려했으나, 안의 머리카락과 천이 떨어진 걸 보고서 놀란다. 주위를 둘러보다가 안의 머리카락과 천을 주워든 후 안의 머리카락을 천으로 말자마자 방으로 가져간다.
처음에는 안에 대한 생각에 애틋해해 간직했으나, 책상에 놓아두고 잠에 든 사이에 소비에슈는 안의 머리카락을 만진다. 잠에서 깨자마자 소비에슈에게 언제 왔냐고 묻는다. 소비에슈가 안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음을 보자마자 사색이 되어 '아까 머리 끝을 조금 다듬었는데 실수로 놔뒀다'고 둘러대며 안의 머리카락을 챙겨 침대로 가져간다.
소비에슈가 간 후 '알렌은 내 인생에 도움이 안 된다'고 화를 표출하며, 안의 머리카락과 자신의 머리카락이 같은 색이여서 다행이였지 아니었다면 소비에슈는 분명 '이게 무엇인데 간직하고 있냐'고 물었을 거라고 분노를 표출한다.
안의 머리카락을 휴지통에 버리자마자 애틋하고 그리운 마음에 혼자서라도 간직하려 한 것인데 또다시 첫째인 안에게 발목을 잡힐 뻔했고, 안과 자신은 아무래도 뭔가가 맞지 않는 게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안의 머리카락을 소비에슈에게 들켰다는 것에 로테슈 자작이 어떻게 되었는지도 모르겠고, 소비에슈에게는 아기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다 들켰고, 어떤 이들은 자신의 뒤를 캐고 다니니 모든게 너무나 피곤하고 힘든데, 이 와중에도 소비에슈는 밤이 되어도 얼굴조차 보여주지 않는다고 불안해한다. 안의 머리카락에 대해 알아버렸거나 로테슈 자작이 입을 함부로 놀렸을지도 모른다고 불안해한다. 밀려오는 불안감에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이 허상이라는 것과 한 사람의 호의에 매달린 안락함이 얼마나 위태로운지를 깨닫는다.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자신은 두려워하며 떠는 것 외엔 할 수 없고, 혹시라도 소비에슈의 애정과 사랑이 식으면 반항조차 못하고 받은 것을 다 빼앗길거라고 초조해한다. 그러던 중 하녀로부터 소비에슈가 왔다는 말을 듣게 된다. 놀라서 침실에 왜 안 오시냐고 묻지만 술을 마시고 싶다 하셔서 응접실에 있다는 말을 듣는다.
응접실로 나가지만 소비에슈의 앞에 술상을 차리고 있는 델리스가 얼굴이 붉히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분명 델리스는 탁상 위에 술상을 차리고 있지만 느려보이는 속도에 불만을 품고 왜 저렇게 꾸물대는 거냐고 어이없어하다, 이내 평소보다 더 살갑게 부른다. 그제야 델리스는 평소의 속도로 마저 음식을 내려놓고서 나가고 소비에슈의 태도에 다행히도 소비에슈는 델리스에게 관심이 없어 보인다고 안도해 '난 하루종일 폐하를 기다렸다'고 사랑스럽게 투덜댄다. 이에 소비에슈가 웃자 하루종일 걱정한 것과는 달리 화가 난 것 같진 않다고 진심으로 안도해 웃으면서 맞은 편에 앉아 한 잔 따라주겠다고 묻는다. 소비애슈가 고개를 끄덕이자 샴샴페인을 따른 후 샴페인 잔을 건네준다.
하지만 소비에슈는 손 안에서 샴페인 잔을 굴릴 뿐 입에 가져가지 않는다. 의아해해 소비에슈를 부르면서도 화가 난 것 같진 않은데 다시 화가 난 거냐고 불안해한다. 걱정스럽게 불러보지만 소비애슈가 반응하자 집중하고 있다고 말한다. 태어날 아이를 적자로 만들려는 계획을 세운 소비에슈는 잠시 대답하지 않다가 1년의 황후 자리를 약속한다.
뜻밖의 말에 당황해 자신이 뭘 잘못 들었다며, 소비에슈가 자신과 에르기가 한 말을 듣고서 떠보는 거라고 생각한다. 기쁨보다는 공포심에 얼어붙지만 소비에슈는 한숨을 내쉬고서 자신에게는 부담스러운 자리일거라고 말한다. 재차 당황해해 그게 무슨 소리냐며, 나비에는 어쩌냐고 묻지만 소비에슈는 나비에와의 이혼을 약속한다.
소비에슈의 입에서 나비에와의 이혼이 거론된 것에 매우 기뻐해 입을 뻐끔거리다가 두 손으로 뺨을 감싼다. 이런 자신의 반응을 보고 '라스타가 황후 자리에 큰 욕심이 없어보인다'고 생각한 소비에슈는 1년 간이니 너무 부담스러워하지 말라고 말한다. 왜 1년이냐며, 그런 막중한 자리를 주는 거냐고 묻는다. 1년이면 자신의 아기가 정식으로 황자녀가 될 수 있다는 설명에 납득한다. 이윽고 소비에슈 "네가 1년간 황후가 되어 버텨준다면, 난 평생 널 버리지 않고 책임져주겠다"고 약속한다.
원했던 황후 자리이지만 갑자기 얻게 된 상황에 왜 1년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기회라고 생각하지만, 이내 눈 앞의 기회가 진짜 기회냐고 의문을 품는다. 이때 라스타 본인도 에르기는 '황후와 맞설 준비를 하라'고 말했지만 자신은 준비된 게 없었다는 걸 매우 잘 알고 있었고, 교육은 이제 막 받기 시작했으며, 평민들 사이에서 동정 여론이 돌고 있지만 동정 여론과 지지 여론은 달라서, 나비에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황후 자리에 자신이 올라간다고 하면 손을 내저을 거란걸 잘 안다고 현실 파악을 한다. 그러나 현실 파악도 잠시 '눈 앞에 덥석 내밀어진 사탕의 향은 너무나 달콤한 향을 낸다'고 생각해 슬슬 유혹에 넘어가기 시작한다. 에르기의 말처럼 황후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하더라도 결국 소비에슈가 나비에와 이혼을 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고, 이런 기회가 이후에 다시 찾아오겠냐고 점점 유혹에 넘어간다. 심지어 '준비를 한 후 황후가 되는 게 아니라, 황후가 된 후 준비를 해도 된다'는 매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해 거의 유혹에 넘어간다. 아예 '폐하는 1년이라고 하지만 사람의 일은 모르는 법이고, 태어날 아기가 폐하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열심히 공부해서 황후의 역할을 내가 잘 해낸다면 된다'고 여겨 완전히 유혹에 넘어간다.[92][스포일러2]
그러면서도 소비에슈에게 나비에의 가문이 이혼을 반대하지 않겠냐고 묻지만 당연히 반대할 거라는 대답을 듣는다. 어떻게 하려냐고 묻지만 '내가 알아서 할 문제이니 너는 신경쓰지 말라'는 말을 듣는다. 소비에슈의 손을 꼭 잡고서 눈을 내리뜨며 노예에서 황후 자리에 오르게 된 것에 매우 기뻐한다. 자신의 반응에 소비에슈는 그저 열심히 배우고 몸을 건강하게 하라고 말하고서 "이 일은 아무에게도 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자신의 등을 쓸면서 먹고 싶은 거나 가지고 싶은 건 없냐고 묻는 소비에슈에게 없다고 대답한다. 이에 소비에슈가 '이렇게 욕심이 없냐'고 흐뭇해하자 '난 폐하만 있으면 된다'고 대답해 그의 어깨에 기댄다.
남궁으로 가던 중 화살에 맞은채 쓰러진 파란 새를 발견한다. '황궁 안에서는 사냥을 금지한다'는 예절 선생의 말을 떠올려 노예든 평민이든 귀족이든 하지 말라는 걸 하는 건 똑같다고 생각한다. 파란 새에게 다가가 가엾다고 말하면서도 '이 새를 황금빛 새장 안에 넣고 기른다면 참 귀족다워보이겠다'고 생각하며 에르기를 떠올린리다 전에 본 에르기 옆에 있던 파란 새를 떠올린다. 혹시 에르기가 사용하는 전서조인거냐고 추측하고서 편지는 전해주어야 할 것 같다고 여겨 남궁 내 에르기의 방으로 가면서 편지를 읽어보지만 그 내용에 중요한 내용은 아닌 것 같고 혹시 에르기의 여자친구가 보낸 거냐고 의아해한다.
에르기의 방으로 가 편지를 전해준다. 에르기가 의아해하자 오다가 주웠다고 말하나 에르기는 "방금 그 말 설렌다"고 말하고서 편지를 펼치자마자 흠칫해 자신을 쳐다보며 어디서 주웠냐고 묻는다. 파란 새 다리에 묶여있었다고 대답하자마자에르기의 표정이 어두워지는 걸 보며 에르기의 전서조라고 확신한다. 에르기가 새의 위치를 물어보자 화살에 맞아 바닥에 떨어져있었다고 털어놓는다.
곧장 나간 에르기가 잠시 뒤 파란 새를 들고오자, 에르기가 기르는 새냐고 묻는다. 에르기는 고맙다고 말하고서 파란 새가 화살을 맞은 상처에 술을 들이붓더니 미안하다는 듯 치료하는데 근처에 있으면 신경이 쓰이니 돌아가달라고 부탁한다. 자신이 도와주겠냐고 묻지만 에르기는 고맙지만 괜찮다고 거절하고서 새가 가지고 있던 편지를 전해준 것과 새 이야기를 해준 게 고맙다고 말하고서 잠시 생각해보다가 편지 읽어봤냐고 묻는다. 대답을 하려하지만 에르기는 자기도 떨어진 편지 발견하면 읽어본다고 말하고서 손가락을 입 근처에 대 '비밀이야'라는 표시로 편지 내용은 비밀로 해달라며, 자기가 편지 주인과 이런 사이라는 건 아무도 몰랐으면 한다고 말하자, 그 편지 주인이 누구냐고 어리둥절해한다.
방으로 돌아와 베르디 자작부인을 불러 맥켄나가 누군지 아냐고 묻고서 에르기와 관련이 있는 사람 같다고 말하지만 베르디 자작부인은 모른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고, 대신 아리언이 맥켄나는 하인리 왕의 비서라고 설명해준다. 의아해해 묻지만 아리언은 하인리 왕이 에르기 공작과 친구여서, 하인리 왕의 최측근인 맥켄나도 에르기 공작과 알고 지냈을 거라고 설명해준다. 하인리가 왕자 시절 동대제국 황궁에 머물렀을 때 그의 뒤에 있던 파란 머리의 기사를 떠올려 납득하지만, 에르기가 한 말을 떠올려 하인리와 에르기의 사이를 오해한다.
소비에슈가 나비에에게 파란 새를 선물하려하자 당장 나비에와 이혼할 거라 여겼는데 며칠이 지나도 아무 반응이 없다고 초조해한다. 거기다가 그것도 자신이 키우고 싶어했던 파란 새를 다름아닌 소비에슈가 나비에에게 선물했다는 사실에 무슨 생각인거냐고 우울해해하다 뭔가를 발견하고 다가간다. 시종에게 묻지만 소비에슈가 나비에에게 파란 새를 선물했는데 나비에가 돌려보냈다는 사실에 델리스가 전달해줄거라며 새를 빼돌린다.
새장을 자신의 방으로 들고 온다. 새가 자신이 생각하는 귀족적인 모습 같다고 생각하다 '미안하다'며 산 채로 깃털을 대량으로 뽑아버리고, 새가 항의하자 깃털을 베개 속에 감춰버리고서 새한테 '미안하다'며 사과하는 척한다. 심지어 '황후의 오빠가 추방되긴 했지만 황후의 가문은 건재했고, 황후와 황후의 가문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 '황후로 삼아주겠다'는 폐하의 약속과는 별개로 안전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는 망상에 빠진다. 아예 어쩌다 이렇게까지 몰린거냐고 도리어 본인이 억울해하는 것도 모자라 한 술 더 떠서 나비에에게 '이게 다 황후가 나를 적대한 탓이고, 황후와 황후의 오빠가 먼저 날 공격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이런 행동을 해도 되지 않았다'는 터무니없는 누명을 씌우는 건 덤.소비에슈 못지 않은 성격파탄자.
몇 시간 후 소비에슈가 찾아와 왜 우냐고 묻자 새장을 가리킨다. 그제서야 깃털이 뽑혀진 파란 새를 발견한 소비에슈가 놀라 새가 왜 이렇게 됐냐며, 왜 자신이 가지고 있냐고 묻자 '황후가 돌려보낸 걸 델리스가 전해줬고, 내가 가지고 오라고 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소비에슈가 깃털이 왜 이리 된 거냐고 묻지만 모르겠다고 말하면서도 나비에에게 누명을 씌운다. 두 손을 모으고서 나비에가 파란 새를 버렸으니 자신이 기르고 싶다고 간청하고서 '이 새가 가엾어서, 내가 보살펴주고 싶다'고 재차 간청하지만 소비에슈는 굳이 남이 버린 새를 왜 기르냐고 대꾸하고서 새로 사주겠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이 새도 생명인데 왜 버리냐'고 지적하지만, 소비에슈는 누가 버린다고 했냐고 대꾸한다. 안 버리는 거냐고 당황하자 소비에슈는 자기가 기를거라고 말한다. 이 말에 어리둥절해해 나비에가 버린 새를 왜 소비에슈가 기르냐고 대꾸한다. 소비에슈의 자존심은 매우 강하니 자기가 보낸 선물을 나비에가 돌려보낸 것도 모자라 엉망으로 만들었으니 분노해 펄쩍 뛰어야 하는데[94] 왜 기르겠다고 하는 거냐고 재차 어리둥절해하다 나비에에게 화가 났지만 생각만큼 많이 난 게 아니거나, 나비에에게 조금이라도 마음이 남아있거나, 나비에를 황후 자리에서 폐위하겠다고 해놓고 그 사이에 마음이 바뀌었을지도 모른다며 매우 초조해한다.
자신의 부모임을 주장하는 부부가 두 쌍이나 나타났다는 소식을[둘] 에르기로부터 듣게 되고 그런 일이 있었냐고 웃음을 터트린다. 에르기누 사건의 당사자인 자신이 웃으면 안 된다고 지적하고, 그제야 생색을 내며 그러면 둘 다 사기꾼이냐고 묻는다. 에르기는 블루 보헤안의 부부는 자기가 매수한 부부라고 말한다. 그제야 납득하고서 랑트 남작이 데려온 부부가 사기꾼이냐고 묻는다. 에르기가 그 부부는 자신의 애인이 데려온 가짜라고 말하고, 바로 소비에슈가 한 짓을 눈치채 황후로 삼아주겠단 말을 해놓고서 아무 반응이 없었는데 뒤에서 이런 일을 준비해주시는 거냐고 감격한다.
게다가 이 일이 소비에슈와 에르기가 같은 일을 꾸미다 터진 사태라는 것에 웃기기만 했던 일이 감동으로 여겨진다며 '두 분 모두 날 위해 이렇게까지 해주시다니 귀여우시다'라고 기뻐한다. 에르기가 의자에 한 팔을 괴고 앉아 웃자 그가 즐거워보인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놀라서 이제 어떻게 되는 거냐고 질문한다. 부모가 넷일 수는 없으니 한 쪽 부부가 가짜가 될 거라는 말을 듣는다. 어느 쪽이냐고 묻지만 에르기가 자신은 어느 쪽이 진짜였으면 좋겠냐고 반문하자 사람들이 믿을만한 쪽이라고 대답한다. 자신의 말에 에르기는 웃으면서 정답이라고 말하고, 사람들이 누구의 말을 믿겠냐고 질문한다. 에르기는 귀족들은 처음부터 랑트 남작이 데려온 부부는 가짜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가짜 부모나 위장 결혼은 정부의 신분세탁에 자주 사용되는 방법이라고 알려주며, 사람들은 이번에도 황제가 한 일이라 생각해 다들 그러려니 했겠지만 부부가 한 쌍 더 나타나면서 자기가 주선해준 블루 보헤안의 부부 쪽의 신뢰성이 더 높아졌고, 이로인해 '황제가 가짜 부모를 두 쌍이나 준비할 리는 없다'고 생각할 거라고 설명한다. 자신은 에르기가 주선해준 블루 보헤안의 귀족 부부가 자신의 부모라고 말하면 되냐고 대답하고, 에르기는 똑똑하다며 감탄하한다.
가짜 부모가 만들어졌으니 이제 자신도 귀족이라고 만족해하며, 에르기는 황후가 되려면 평민들의 지지와 평의회의 신망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지만 그건 소비에슈가 자신을 황후로 삼을 의사가 없을 때의 일이지, 소비에슈가 직접 자신을 황후로 삼겠다고 했으니 이제 걸리는 건 아무 것도 없으므로 모든 게 완벽하다고 매우 좋아한다.[96]
그렇게 완벽하게 황후 자리에 오를 꿈에 부풀어있던 찰나 에르기가 명심해야 할 게 있다고 말하자 평의원들을 회유해야 하는 거냐고 말한다. 에르기는 평의원을 회유하는 일은 더 시간을 들여야 하는 일이라고 말하고서 가짜 부모를 진짜 부모처럼 대해야 한다고 알려준다. 그들은 그냥 돈 받고 이름만 빌려주는 게 아니냐고 질문했으나, 에르기는 그러면 가짜인게 티가 난다고 지적하며, 자신의 목표는 황후이고, 가짜 부모를 둔 정부는 다들 그러려니 넘어가지만 가짜 부모를 둔 황후는 없다고 설명한다. 그제야 납득한 찰나 에르기로부터 자기가 주선한 블루 보헤안의 부부는 자신을 '피치 못할 사정으로 잃어버린 딸'처럼 대할 것이니, 자신도 그 부부를 극적으로 만난 부모를 대하듯 챙기라는 말을 듣는다.
소비에슈는 자신을 서쪽 탑[97]으로 데려가 이스쿠아 자작부부와 대면시킨 후 자작부부가 자신의 부모라고 주장하는 이들이라고 말한다. 이스쿠아 자작부부와 신중하게 대화를 나눈 후 문 앞에서 흐느끼며 이스쿠아 자작부부가 자신이 부모님이 맞는 것 같다고 말한다. 이스쿠아 자작부부 역시 라스타가 자신들이 잃어버린 딸이 맞다는 반응을 보인다. 곧 이스쿠아 자작부부와 "잃어버린 딸과 친부모의 감동의 재회"를 연출한다.
소비에슈는 이스쿠아 자작부부를 풀어준 후, 감옥에서 나온 이스쿠아 자작부부가 훌쩍이자 혹시라도 부부가 사기꾼이라면 처형대에 목이 날아갈 것이라는 걸 명심하라며 경고를 준다. 이스쿠아 자작부부를 방으로 데려가며 적어도 당분간은 에르기가 미리 충고한 것처럼 친부모로 대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스쿠아 자작부부를 데리고 방 앞으로 오지만 신문을 보고 온 로테슈 자작과 마주치게 된다. 당황해함도 잠시 무슨 일이냐고 당당하게 묻는다. 자신의 보호자로서 왔다는 말에 자작이 왜 자신의 보호자냐고 태연하게 대꾸하고서 자신의 보호자는 이스쿠아 자작부부라며 이스쿠아 자작부부를 소개한다. 로테슈 자작이 자작부부는 신문에 난 자신의 부모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라고 주장하자 주장하는 게 아니라 정말이라고 대꾸한다. 로테슈 자작은 당황해해 그들은 사기꾼이라며 씩씩거리고, 이를 보고 그가 쩔쩔매는 모습을 좋아하면서도 자신의 부모님인데 사기꾼이냐고 말하냐고 버럭 화를 낸다. 로테슈 자작이 더욱 씩씩거리자 돌려보내버린다.
방 안으로 들어온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이스쿠아 자작부인이 괜찮겠냐고 질문하자 괜찮다고 딱 잘라 말하고서 소파에 앉으라고 이스쿠아 자작부부에게 이름을 묻는다. 이스쿠아 자작부부가 자신들이 진짜라고 얘기해줘서 고맙다며 감사를 표하자 이야기를 나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에르기가 소개해준 사람들이여서 그런지 정말로 친부모였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좋은 사람들이라며 자작부부를 신뢰함과 동시에 진짜 자신의 부모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품는다.
이스쿠아 자작부부는 에르기에게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들은 정말로 딸 둘을 잃어버렸다며, 자신들은 상시천에게 습격을 받아서 급히 도망쳐야했고 딸들은 각각 유모가 데려갔으나 그후 실종되어서 내내 딸들을 찾아다녔지만 그 기간이 오래 되어서 재산을 탕진해버렸다며 사정을 털어놓는다. 이어서 이스쿠아 자작부부는 각각 자신의 두 손을 잡으며, 장녀는 자신과 동갑이고 차녀는 자신보다 몇 살 아래이며, 계속 두 딸들을 찾아다니고 있다는 사정을 알려준다. 직후 이스쿠아 자작부부는 이참에 딸이 하나 더 생긴 걸로 하겠다고 말한 뒤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지냈는지, 손은 어쩌다 이렇게 다쳤는지 등 자신에 대해 묻는다. 이스쿠아 자작부부에게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는다. 이스쿠아 자작부부가 울면서 자신을 끌어안아주는 것에 그저 신분 세탁을 위해 데려온 가짜 부모임에도 그들에게서 애정을 받게 된 것에 혹시나 로테슈 자작처럼 자신을 이용하려는 이들이면 어쩌나 했는데 그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안도해 자신은 고아이지만, 자신에게 부모님이 있다면 두 사람 같을 것 같다고 말한다.
나비에의 시녀들의 언급에 의하면 신문에 라스타에 관한 이야기가 실린 후로, 사람들은 다들 라스타를 동화 속 주인공이라도 된 마냥 떠들고 있다고 한다. 사람들은 '황제의 총애를 한몸에 받는 평민 정부에게 귀족 부모가 나타났다'는 소식에 라스타를 '살아있는 동화'라고 부른다고.[98]
이후 소비에슈에 의해 본격적으로 황후 교육을 받게 된다. 하지만 소비에슈는 1주의 시간을 주고 반 뼘 쯤 되는 책을 전부 외우라고 시켜 라스타에게는 매우 무리한 요구를 한다.
그러다 나흘 째 소비에슈는 중간점검으로 찾아와 다짜고짜 라스타에게 노트를 주고 그동안 외운 것을 쓰라고 시킨다. 당연히 일부분밖에 못 쓰게 되지만, 소비에슈는 자신의 교과서를 한 손에 든채 불만족스러운 눈으로 노트를 내려본다. 긴장한 채 손을 움직이다가, 슬쩍 소비에슈의 눈치를 살피며 빤히 바라보지만, 소비에슈는 이를 무시한채 계속 쓰라고 말한다. 이에 울상을 짓지만, 소비에슈는 미간을 찡그리며 아직 1/3밖에 못 썼으니, 더 쓰라고 닼달한다.
결국 펜을 내려놓고서 슬픈 눈으로 소비에슈를 원망스럽게 바라보면서 아직 모르겠다며, 아직은 덜 외웠기에 더 외워야 한다고 애원한다. 그러나 소비에슈는 국가에 소속된 관직 이름과 담당자 이름, 직위, 가문, 특징, 부서 소속, 인원수, 업무를 외우는 건 기본 중에 기본이라며, 자신의 애원을 묵살해버린다. 알긴 안다고 대꾸하며, 속으로 누가 몰라서 그러냐며, 누가 안 외울거라고 했냐고 어이없어해 자신은 책을 받은지 아직 나흘밖에 안 됐다고 애원한다. 교육을 맡은 선생이 '꼭 외워야 한다'고 지시한 책은 거의 반 뼘 가량이였다고 해도 자신은 이제 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되었다지만 아직 속독이 가능한 수준이 아닌데, 다짜고짜 저 재미도 없는 목록 같은 걸 주고 외우라고 했고, 심지어 기한도 충분히 주지 않았으며, 선생은 이를 전부 외우라고 한 것만 해도 미치겠는데, 심지어 소비에슈는 나흘째 되는 날에 책을 다 외웠는지 확인해보겠다고 나서더니, 책의 1페이지부터 다 써보라고 하고 있고, 몇 개의 답을 주고 찍으라거나, 질문을 한 다음 대답해보라는 형식이였다면 그나마 낫겠는데, 소비에슈는 그조차도 아닌, 빈 노트를 펼치게 하더니 외운 걸 다 적으라고 하고 있기에 매우 기가 막혀한다.
그러나 소비에슈는 나흘씩이나 줬다고 대꾸한다. 하루나, 길어도 이틀 안에 외울 수 있는 분량이라고 주장하는 건 덤. 이 말에 소비에슈는 그게 가능하냐고 질문하지만, 소비에슈는 자신은 하루만에 외웠다고 대꾸한다. 이 말에 '폐하는 폐하시고, 다른 사람은 못 한다'고 소리치지만, 소비에슈는 진심으로 당혹스러워해 '정말로 어떻게 이걸 못 외우지?'라는 표정으로 나비에도 하루 안에 외웠다고 말한다.[99] 자신을 놀리거나 조롱하려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당혹스러워하며 '정말로 어떻게 이걸 못 외우지?'라는 표정인 것에 화가 난다. 민망해해 자신도 지금 빨리 배우고 있다고 말하지만, 소비에슈는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느긋하게 가도 괜찮겠지만 지금은 예외이고, 높은 수준을 바라진 않겠지만 기본은 해주어야 한다고 묵살한다. 하루에 책을 한 권씩만 외우라고 시키며, 그러면 황후 자리에 올랐을 때 기본적인 건 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하는 건 덤.
하루에 책을 한 권씩 외우라는 요구에 매우 기겁해하지만, 소비에슈는 하루종일 외우면 가능할 거라고 대꾸한다. 당연히 매우 억울해해 눈가에 눈물이 차오르고, 당황해한 소비에슈는 자신을 쳐다본다. 결국 울음을 터트리며 자신은 글을 뗀지도 얼마 되지 않아서, 어릴 때부터 넉넉하게 공부한 나비에와는 경우가 전혀 다르다고 팩폭을 날린다. 소비에슈는 내일 물어볼테니 울지 말라며 자신을 달래보지만, '내일'이란 말에 더욱 운다. 이에 곁에 서 있던 델리스는 얼른 자신에게 손수건을 내밀고, 소비에슈는 손수건을 대신 받아 눈물을 닦아준다. 자신이 울음을 그치자, 소비에슈는 손수건을 내려놓고 이번 네 하녀는 배려심이 좋다며 델리스를 칭찬한다. 딸꾹질을 하다가 소비에슈가 자신의 하녀인 델리스를 칭찬한 것에 흠칫해 쳐다본다. 소비에슈를 보고 얼굴이 붉어져서 고개를 떨구고 있는 델리스를 보자마자 불쾌한 기분이 들어 속으로 '전에도 저러더니 왜 내 남자를 보면서 얼굴이 빨개지는 거냐?'고 어이없어한다. 그때 소비에슈는 부하에게서 나비에가 서쪽 탑으로 갔다는 걸 보고받게 되고, 다급히 책을 내려놓고 방에서 나간다.
소비에슈가 국정 회의에서 대신들에게 나비에와의 이혼을 선언하고, 회의가 끝난 후에야 회의장에서 나온 나비에에게 다가가 나비에를 가엾다는 듯이 쳐다보며 폐하가 너무 하시다며, 자신은 나비에를 잊지 않을 거라고 나비에를 위하는 척한다. 그러나 자신의 속내를 눈치챈 나비에로부터 기억하지 않아도 된다는 대답을 듣는다.
소비에슈의 이혼 선언 이후 차기 황후로 사실상 낙점된다. 만나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다가와 '황후가 가엾지 않냐'고 말하며 자신과 교분을 쌓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을 차기 황후로 대우하는 사람들의 태도에 만족해한다.
마침내 이혼 법정 날 자신이 황후가 되면 사람들의 태도가 어떻게 될지 기대하며 웃음을 터트린다. 나비에가 싫진 않다는 말이 진심이라고 여기면서도 '이런저런 일로 미웠지만 처음부터 싫지는 않았고,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조금은 동정심이 든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중요하다고 여기고 '황후가 가엾다고 해서 굴러들어온 복을 걷어차면서까지 돕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나비에를 동정하게 입장이 된 자신이 좋다고 여기기까지 한다. 이제는 자신의 시대이며 온통 자신의 이야기로 떠들석하다는 델리스의 말을 듣는다. 황홀해하며 요즘 자신의 밑에서 일하는 게 얼마나 뿌듯한지 모른다고 웃는 델리스의 모습에 같이 웃으면서도 '그 자랑스러운 일을 너는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처음으로 하녀의 일을 해본 델리스가 싹싹하게 일을 잘하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어 그녀를 해고할 생각을 품는다. 심지어 그녀의 장점은 성격이지만 그 성격이 황제에게 적용된다면 장점이 아니라고 여기기까지 한다. 아예 베르디 자작부인에 대해서도 "그녀는 자작부인이니 황후의 시녀로는 부끄럽다. 데려온 경위도 찝찝한데 충성심도 의심스럽다."라고 생각하며 시녀 직에서 해고할 생각까지 하는 건 덤.[100][101]
이혼 법정에 입고 갈 드레스를 고르던 중 에르기가 찾아온다. 에르가 '이런 중요한 이야기를 비밀로 하다니 섭섭하다'며 서운해하는 듯한 표정으로 말하자 놀란다. 어떻게 알았냐고 묻지만 눈치라는 에르기의 말에 '폐하께서 비밀로 하라고 하셨다'고 대답한다. 비밀이라면 어쩔 수 없다고 대답하는 에르기에게 비밀이 있냐고 묻는다.이미 봤지 않냐고 묻는 에르기에게 하인리의 편지를 생각하고 웃으면서도 말하지 못한건 자신의 탓이 아니라며, 요 며칠간 찾아가도 에르기는 방에 없었다고 말한다. 새 때문이라는 말에 새를 좋아하냐고 묻는다. 에르기는 둘러대고서 드레스들이 걸린 행거를 보고 드레스를 골라주겠다며 가장 화려하고 번쩍거리는 드레스를 골라준다. 조용하게 입는 게 낫다고 지적하만 에르기는 '황후에겐 좋지 않은 날이여도 라스타는 아니니, 사람들에게 라스타의 세상이라고 알려라'라고 말한다.[102][스포일러3] 에르기가 골라준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법정에 참석한다.[104][105]
이혼 법정에서 나비에가 순순히 이혼을 받아들이자 승리의 미소를 짓던 찰나, 곧 그녀가 하인리와의 재혼 승인을 요구하자 눈에 띄게 당황한다. 바로 그 자리에서 하인리가 나타나자 경악해하다가 에르기를 쳐다본다. 대신관은 나비에와 하인리에게 재혼 승인 요구가 진심이냐고 질문하고, 하인리는 대신관에게 나비에를 자신의 왕비로 맞이하고 싶다며 재혼을 승인해달라고 요청한다. 소비에슈는 하인리가 허락없이 법정에 참석했다는 이유를 들어 불법이라고 주장하며 재혼을 무마하려했으나, 대신관은 나비에를 보다가 재혼 승인 요구가 나비에의 의사임을 확인하고 재혼을 승인한다. 이후 나비에가 공식적으로 서왕국의 왕비가 되는 것을 보게 된다.
2.7. 동대제국의 황후가 되기 전까지(84 ~ 105화)
나비에가 소비에슈와 이혼하고 하인리와 재혼하자, 엄연히 강대국인 서왕국의 왕비가 된 나비에를 '폐비'라는 매우 무례한 호칭으로 부른다.[106][스포일러4] 심지어 '권력욕이 넘치고 독한 사람'이라고 나비에를 험담하기까지 한다. '폐하가 불쌍하다'며 소비에슈가 가엾다고 생각해(정작 소비에슈는 분노하고 있었다) 소비에슈를 찾아가, '사실은 폐비가 하인리 왕의 편지 상대였고, 오래 전부터 그와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고 주장하고 '난 그런 폐비를 지켜주고 싶어서 편지 상대를 자처한 것이었다'며 눈물 쇼를 한다(...) 정작 소비에슈는 그 일에 대해 라스타가 거짓말을 했던 것을 다 알고 있었기때문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태교를 해주러 온 소비에슈가 서왕국으로 떠난 나비에에 대한 소식을 기다리며 전전긍긍해하는 모습을 보며 심란해하다가 그나마 나비에가 서왕국으로 떠난 게 다행이라고 여기고, 나비에가 도망치듯 떠난 일에 대해 평민들이 수근거린다고 말하며 '사람들은 폐하의 편이다'라고 소비에슈를 위로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출처가 에르기 공작이라는 것을 안 소비에슈가 '에르기 공작은 어울릴 만한 자가 아니니 가까이 하지 말라'는 충고를 하자 그것을 소비에슈의 질투라 여겨 에르기 공작은 그저 친구일 뿐이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은 소비에슈라고 변명한다. 소비에슈는 그런 라스타의 반응에 자신의 태도를 오해했다는 것을 알았지만 지적하면 민망할까봐 그냥 넘어가준다(...)
다음 날 에르기를 찾아간다. 에르기는 여타 귀족들과 달리 라스타를 만날 기회가 거의 없는 평민들을 공략하려면 기자를 가까이해야 하고, 그들의 말을 들어보면 평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다는 조언을 해주지만 전날 소비에슈에게 에르기를 가까이 하지 말라는 충고를 들은 참이었던지라 반쯤은 흘려듣고 무심코 안 그래도 된다고 대답하고 만다. 황당해하며 자신과 자신의 아이를 지키겠단 마음이 바뀌었냐고 묻는 에르기에게 아니라고 둘러대다 '나비에 황후가 사라지니 이제 안심해도 될 것 같아서 그러냐'는 에르기의 질문에 이젠 자신을 괴롭힐 사람은 없다는 본심을 드러낸다. 또한 다음 황후가 자신을 더욱 미워하면 어쩔거냐고 묻는 에르기에게 속으로 그럴 일은 없다고 생각하며 일부러 웃으면서도 그래도 황궁 내에서 그나마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은 에르기인데, 자신이 황후가 된다는 걸 알려줄 수 없다며 미안해한다.
그리고 에르기의 충고가 길어지니 '폐비나 양부모 이야기나 좀 말하고 싶은데 너무 따분한 이야기만 한다'며 미간을 찌푸리는 등 건성이다 못해 내용을 이해할 의지가 없는 것을 보여준다. 기자의 종류를 아냐고 묻는 에르기에게 모른다고 대답하고 딱 두 종류(귀족에게 적대적인 기자와 귀족에게 친화적인 기자)가 있다고 알려줌에도 좋은 기자, 나쁜 기자냐고 묻는 등... 또한 에르기가 결국은 눈치 싸움이라 평민에게 친화적인 기자를 가까이 해도 다른 한쪽에게 밉보여서는 안된다며[108] 그것을 구분하려면 최근 3년 간의 기사를 모조리 보면 된다고 조언을 하지만, 이미 복잡하게 생각하는 것에 질린 상태라 아기가 그런 말은 안 듣고 싶다는 핑계를 대며 좀 재밌는 이야기를 해달라고 떼쓴다.
소비에슈와 카를 후작의 대화에서 언급된 바에 의하면 나비에가 황제와 이혼하자마자 바로 타국의 왕과 재혼한 것에 대한 반발심이 일었고 이로 인해, 반사적으로 평민들 사이에서 라스타에 대한 여론이 좋아졌다고 한다.[109]
소비에슈가 이스쿠아 자작에게 '영무대신'이라는 직위를 내려주자 자신을 황후로 삼으려하는 것임을 알아채고 기뻐한다. 자작부부를 귀족들에게 소개시켜주기 위해 함께 티파티에 참석한다.
투아니아 공작부인이 앉던 자리에 자신이 앉게 된 것과 작위를 받은 이스쿠아 자작부부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에 뿌듯해하며 '신경쓰이던 폐비는 이제 없고, 나는 황후가 될 것이며, 뱃속의 아이는 장차 황제가 될 것이니 내 미래는 매우 탄탄하다'고 생각한다. 소비에슈가 제시한 1년의 기한과 로테슈 일가가 걸리긴 하지만 소비에슈는 자신을 사랑하며, 아이를 사생아로 만들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여기며 소비에슈와의 사이에서 둘째를 낳아서 시한부 황후 생활의 기한을 늘릴 생각을 한다. 그러다 이스쿠아 자작부인이 누군가가 둘째 딸 이야기를 꺼내는 바람에 서럽게 울자 일단 대외적으로는 그들의 첫째 딸인만큼 '진작에 동생을 찾으려고 노력했어야했다'며 효녀 연기를 하지만 속으로는 '당신들 둘째 딸이 왜 내 동생이냐?'며 불쾌해한다. 남들도 부부의 사정에 안타까워하는 판인데 라스타가 얼마나 남에게 공감을 못하고 자기중심적인지 보여주는 부분.
산책을 하던 중 에르기가 한 귀족을 질타하는 걸 목격한 후, 그 날 저녁 그 귀족으로부터 에르기가 둘째 딸의 이야기를 섣불리 꺼낸 일을 질타했고, 그런 태도를 보면 자신을 좋아하는 것 같다는 말을 듣게 된다. 하인리와 에르기 사이를 오해했기에 의아해하다가 둘이 장난을 친 것이라고 여긴다. 평소 자신에게 잘해주던 에르기의 태도를 상기해 그냥 넘어가며 결혼식 날짜를 궁금해한다.
랑트 남작으로부터 소비에슈가 결혼식을 매우 화려하게 연다는 것을 알고 그에 걸맞은 화려한 드레스를 입을 생각에 기분이 들떠있었지만 드레스 디자이너가 결혼식 드레스는 수수하게 입는 것이 어떠냐고 묻자 불만을 표한다. 그리고 그 디자이너가 과거 나비에의 전속 디자이너였음을 알자[110] 디자이너가 나비에를 좋아해서 그녀를 더욱 돋보이게 하기위해 자신에게 수수한 드레스를 추천하는 것이고, 사람들이 나비에와 자신을 비교하게 하여 웃음거리로 만들려한다고 오해한다. 이후 나비에가 결혼식에서 입었던 드레스들의 도안을 보여달라고 한 뒤, 나비에가 입었던 드레스보다 더 아름답고 화려하게 만들라'고 지시한다.
자신의 결혼 소식을 듣고 기자를 데리고 찾아온 에르기로부터 평민 기자에게는 평민의 승리라고 대답할 것과, 뒤늦게 귀족이 되었어도 자신은 평민과 다름없으니 평민들과 함께 행동할 것이며, 귀족 기자에게는 소비에슈 황제와의 로맨스를 강조하라는 조언을 듣는다. 에르기의 조언대로 찾아온 평민 기자와 귀족 기자과 차례로 인터뷰를 한 후 기진맥진해 침대에 누운다. 나라에서 제일 높은 자리인 황후 자리에 올라가는 것인데, 뭘 이렇게 사람들의 눈치를 봐야 하냐고 투덜거리며 앞으로도 인터뷰를 해야 한다는 것을 별로라고 여긴다. 그러다 태동이 느껴지자 싫긴 해도 태어날 아기를 위해 열심히 하겠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찾아와 태교로 노래를 불러주는 소비에슈를 보며 알렌은 자기 지위를 위해 자기 아이조차 부정했는데, 황제인 소비에슈는 아기를 사생아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 자신을 황후로 만들려고 애를 쓰고 있고, 주기적으로 태교를 해주고 있다며 감격한다.
로테슈 자작에게 소비에슈 황제가 서왕국으로 은밀히 편지를 보냈다는 소식을 듣고 상대가 나비에임을, 소비에슈가 이혼한 지금도 나비에에게 마음이 있음을 간파하곤 심란해하지만, '난 폐비를 신경쓰지 않는다'고 애써 부정한다. 로테슈 자작은 "우리는 서로의 바닥을 알고 있기에 나만이 진정한 우방이 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협력하자고 제안하고, 고심 끝에 제안을 승낙해 이스쿠아 자작부부의 둘째 딸을 찾아달라고 의뢰한다.
소비에슈에게 황후의 방의 열쇠를 받아 며칠 전까지 나비에가 사용하던 방에 들어가, 그곳에서 나비에의 흉내를 내고 황후가 된 듯한 기분에 취한다. 여기서 '황후에게 중요한 것은 말이나 예법'이라고 여기고 있음을 드러낸다.[111] 그러던 중 나비에가 자신에게 몰래 남기고 간 거금의 어음 두 장과 편지를 발견한다. 그 편지를 읽고 사실은 나비에가 좋은 황후가 아니었을까 생각하지만, 정말 나비에가 좋은 사람이라면 그런 나비에를 쫒아낸 자신이 나쁜 사람이란 소리가 된다며 나비에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그만둔다. 그리고 '폐비는 운이 좋아서 황후로 태어났지만, 나는 여기까지 오는 데 무던히 고생했다'고 생각하고[112] '모든 것은 폐비가 자초한 것'이라고 여기며 분해한다. 결국 나비에의 호의를 위선으로 취급하며 '일이 잘못될 수 있으니 황실 명의로 후원하라'는 편지의 조언을 대놓고 무시해 자신의 명의로 어음을 기부할 것이라고 마음 먹고 나비에의 어음을 자기 명의로 써먹는 횡령을 저지른다(...).[113]
로테슈 자작에게 소비에슈가 르베티 또래의 마법 아카데미 학생인 여자아이를 궁에 불러들였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이에 "대귀족인 나비에를 겨우 쫓아냈더니 이번엔 마법사가 오나? 폐하는 바람을 피우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나?"라고 생각하며 심란해하다가도 '폐비와 소비에슈는 정략결혼을 한 사이였고 서로 사랑하지 않았으므로, 나와 폐하는 바람을 핀 게 아니다'라는
화려한 디자인의 결혼식 드레스를 보고 기뻐해 입어보고 있던 중소비에슈가 수수하게 입으라고 설득하자 '내가 주인공이니 그대로 입겠다'고 억지를 부려 라스타가 지나치게 흥분하면 태아에게 자극이 갈 것을 우려한 소비에슈에게 허락을 받아낸다.
이후 랑트 남작으로부터 나비에가 자신의 결혼식에 참석했단 소식을 듣고 '폐비와 비교되지 않겠다'며 드레스에 온갖 장신구와 보석을 둘러 더 화려하게 꾸미라고 지시한다.
2.8. 동대제국 황후가 된 이후(106 ~ 146화)
소비에슈와 더불어 결혼식장에 매우 당당하게 나타나는데, 안 그래도 화려한 드레스에다 각종 보석이며 장신구 등으로 치장을 더하는 바람에 보는 사람들이 기겁을 할 정도로 우스꽝스러운 꼴로 나타난다.[114][115] 정작 본인은 분위기를 못 읽어서 자신이 기선제압을 한 줄 알고 득의양양해하며, 대신관이 보는 앞에서 결혼 서약서를 쓰고 정식으로 소비에슈의 두번째 황후로 즉위한다.결혼식 이후, 기념 퍼레이드를[116] 하기 위해 행진용 마차에 오르기 전, '드레스가 옷걸이 같아서 우스꽝스러우니 최소한 장신구라도 떼고 오라'는 소비에슈의 지적에 칭얼대지만 결국 빈 방에 들어가 장신구를 떼고 오며, 소비에슈와 함께 가장 앞의 마차에서 행진한다.[117] 퍼레이드 후 피로연에서 소비에슈와 가장 먼저 춤을 추며 이전에 결심했듯이 결혼 기념으로 나비에가 두고 간 어음 2천만 크랑을 본인 명의로 여러 기관에 후원한다. 이때문에 다음 날 가면무도회에서 나비에가 조언을 목적으로 춤을 신청하자 크게 당황하다 결국 같이 춤을 추게 된다. 그리고 나비에가 여러 조언을 하다가 '어음을 회수할 수 있으면 회수하고 정 회수할 수 없으면 사비로 내라'는 말을 하자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이다 배가 아파오는 바람에 그대로 주저앉고는다. 본인은 몰랐지만 나비에와 같이 있다는 상황에 제발이 저려 정말로 압박과 스트레스를 받은 것.[118] 소비에슈에게 안겨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다.
스트레스를 받은 것 같다는 궁의의 진단에 나비에 황후가 자신을 협박했다면서 나비에를 모함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슨 협박을 했느냐는 질문에는 꿀먹은 벙어리가 되는 바람에 소비에슈에게 전혀 먹히지 않는다. 그리고 소비에슈가 나간 후 나비에가 해준 조언을 자신이 배운 것이 없으니 무시하는 것이라고 악의적으로 해석하고 심지어 '폐비는 나 뿐만이 아니라 뱃속 아이도 노린다'는 망상을 한다. 그러다 무심코 나비에를 황후라고 호칭했다는 걸 떠올리고 분해하며 '난 황후인데 나비에는 아직도 자기가 윗사람인 마냥 굴고 있다'며 건방지다고 험담을 하는 것도 모자라 "왕비 따위"[119]라는 말까지 튀어나오며 나비에에 대한 피해망상을 표출한다. 결국 나비에가 언거푸 어음에 대해 경고했지만 "웃겨. 진짜 문제가 있는 어음이면 폐하에게 가서 말하던가!"라고 화를 내며 무시해버린다.
정식황후로서 서궁의 주인이 된 뒤 모든 것이 전부 내 것이라고 뿌듯해하며 본인이 딱 1년만 황후 자리에 앉아있을 거란 사실을 망각한 채 귀족들은 탯줄을 잘 잡아 나태하게 정점에 올랐지만 난 절벽을 올라 정점에 올랐다, 차기 황제의 모후가 될 것이다. 등의 헛된 망상에 빠진다. 또한 평민들을 위한 황후가 되겠다고 했지만 사실 그것은 거짓말이고, 본인에겐 평민이나 귀족이나 그게 그거고 차라리 노예들이나 좀 챙기고 싶다고 속마음을 드러낸다. 평민들의 지지를 받는 등 나름 덕을 보았지만 평민보다 못한 노예의 삶을 살아온 라스타에게 있어선 딱히 정을 붙일만한 여지가 없는 모양.[120] 물론 황후는 그런 사적인 감정과 별개로 국민들을 챙겨야 하는데 그럴 마음이 없고, 황후라고 한들 자기 마음대로 모든것을 좌지우지 할 수 없음에도 권력을 휘두를 맛에 취하는 등 여러모로 황후로서는 자질이 떨어진다는 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게다가 자신이 후원금(나비에의 돈으로!)을 냈으니 다들 나를 사랑하고 인기도 덩달아 올라갈 것이라며 자기 좋을대로만 생각하기까지 한다.
그렇게 승리감에 도취되어있다 베르디 자작부인의 표정이 좋지않은 것을 발견하고,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아 '황후를 괴롭히는 건 불법'
1. 라스타는 소비에슈의 총애가 기반일 뿐이고 대외적인 부모 이스쿠아 자작부부는 한미한 외국 몰락 귀족이라 이익을 중시하는 귀족들이 굳이 선물을 보내서까지 지지할만한 메리트가 없다.
2. 라스타가 그동안 벌인 만행으로 인해 트로비 공작가는 물론 투아니아 공작가, 탈리탈 후작가 등은 새 황후와 이미 척을 졌고 당연히 그들과 친한 귀족(대표적으로 파르앙 후작)들은 라스타를 멀리할 게 뻔했다.
3. 라스타는 평민에 편에 서서 평민을 지지하겠다는 발언을 했기 때문에 귀족들 입장에선 자신들을 지지하지 않는 황후를 지지하고 싶진 않았다.
그야말로 본인이 자초한 결과인데 정작 라스타는 이 사실을 무시하고 엉뚱한 나비에한테 화살을 돌려 "폐비가 내 결혼식을 망치려고 일부러 귀족들에게 선물을 보내지 말라고 시켰으니 나도 네(나비에) 결혼식을 망쳐버리겠다."라는 피해망상과 적반하장을 발휘한다. 그 와중에 나비에를 "그 년"이라고 비하(타국 왕비에게 이렇게 날뛰는 시점에서 황후로서의 체면이고 뭐고 없다)하기까지한다. 답이없다... 그러다 카펫 사이에서 보이는 유일하게 누군가가 보낸 선물을 발견하는데 바로 에르기가 보낸 반지였다. 이에 라스타는 오직 이 사람에게만 진실한 우정을 바칠 것이라고 다짐한다.
귀족들의 마음을 돌릴 방법을 고민하다 수도의 모든 귀족들을 초대해 친해지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는데 이 때 나비에가 일상적으로 입던 붉은 색의 드레스를 입고, 나비에의 말투까지 흉내내는 바람에 몇몇 사람들은 어리둥절한다.[121] 그렇게 그들에게 자신과 태어날 아기에 대한 온갖 아부를 듣던 중 문득 로테슈 자작이 안 대신 안겨준 죽은 아기에 대해 궁금해한다. 그러다 자신을 노골적으로 비웃는 파르앙 후작을 발견하는데 그가 '평민들을 지지한다고 인터뷰해놓고 정작 귀족들과 친해지려하는 것이 우습다'고 지적하자 불쾌감을 느끼고 '내 편을 들지 않을 거면 나가라'며 내쫓는데, 후작을 따라 3분의 1 가량의 귀족이 따라나가는 것을 보고 더 불쾌해한다. 귀족을 포섭하려고 연 티파티였지만 후작의 도발에 넘어가 오히려 적만 늘려버린 것. 이에 방도를 알려줬던 에르기에게 찾아가 혹시 오답을 알려줬느냐[스포일러5]며 불만을 표출했지만 평민을 선택한 결과라는 일침만 듣는다. 그러면서도 에르기가 소비에슈와 태어날 아기 때문에 귀족들이 마음을 돌릴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 위로하는 것에 화를 풀고, 이제 황후가 된 자신의 입장을 고려해 선을 지켜야 한다며 애교에도 아랑곳않고 조심하려는 에르기의 태도에 마음이 누그러져 그를 잠시 의심했던 것을 미안해한다. 또한 '황제를 사랑하지만 믿지 못한다'는 본심도 드러난다.
황후가 되었으니 돈 관리를 직접 해보라는 에르기의 충고에 바로 랑트 남작을 불러 황궁 예산 관리의 권한을 넘기라 요구하며 고집을 부리다 이를 전해들은 소비에슈가 찾아오자 1년만 황후 노릇을 하지만 좋은 황후로서 영향력을 남기고 싶으며, 로테슈 자작의 협박에 시달릴 일도 없으니
이후 자신의 잠자리를 정리하던 델리스가 베개를 교체하다 푸른 깃털들을 발견하는 바람에 푸른 새의 깃털을 뽑은 것은 나비에가 아니라 자신임을 델리스에게 들키고 만다. 이에 미친듯이 비명을 지르며 자신을 저주했다는 누명을 씌워 내쫒아버리고는 곧 자신이 지나쳤다고 죄책감을 느끼지만 그것도 오래가진 않는다. 시녀에게 약점이 잡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123] 델리스가 자신에게 원한을 품고 소문을 낼까 두려워 '감히 황후를 저주했으니 그에 걸맞은 벌을 내리겠다'며 "혀를 자르고 감옥에 가두라"는 매우 잔인한 형벌을 내린다. 이 소식을 듣고 온 소비에슈에겐 전엔 나비에의 소행인 줄 알았는데 이제보니 델리스가 나비에의 끄나풀[124]이었다고 횡설수설한다.
나비에와 하인리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서왕국으로 건너간 후 소비에슈가 자신을 찾지 않고 1시간이었던 자장가를 30분으로 줄였다는 것에 자신을 믿지 않는 것이라 여기고 나비에의 결혼식을 망칠 작정으로 돌아다닌다. 그러다 선왕비 크리스타가 나비에와 묘한 대치 중이라는 정보를 듣고 '잘 살기 위해 폐하를 배신하고 가더니 별 볼 일 없다'며 고소해하며 크리스타를 초대해 자신은 예법에 무지하고, 동대제국에 나비에의 세력이 너무 강한 나머지 자신은 따돌림을 당했다며 나비에의 험담을 하고 불쌍한 척을 함으로서 크리스타의 동정을 사고 친해지려한다. 크리스타를 떠보려고 왜 재혼을 하지 않느냐며[125] 나비에는 소비에슈와 정이 없었다, 하인리와는 불륜으로 재혼했다는 등
결혼식 때 하인리가 대신관의 축사를 도중에 미루자 미소짓지만 칭제 선언에 당황해한다. 그 표정을 본 나비에의 감상에 의하면 마치 나비에가 황관을 빼앗아 쓴 것 같은 얼굴이었다고. 나비에가 다시 황후로 불린다는 사실에 열받아 크리스타를 들쑤셔보려 했지만 한쪽에는 과거 자신을 찔렀던 랑드레 자작이 있고, 다른 쪽에선 니안이 서대제국 귀족들을 대동한 채 나타나자 자신이 저지른 짓에 제발이 저렸는지 공포심이 일어 도망간다.
그렇게 피로연이 끝나고 소비에슈를 만나러갔지만, 자신을 사랑했기에 나비에를 내쳤다고 생각한 그 소비에슈가 술에 취해 나비에를 찾는 모습에 큰 혼란에 빠진다. 그리고 나비에는 이미 재혼을 했으니 다시 데려올 수 없겠지만 대신 다른 여자를 정부로 삼거나 자신에 대한 마음이 식으면 이혼의 책임을 이쪽에 전가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빠져 에르기에게 의지하고 싶어한다. 이내, 황후로서 권력을 쥐고 후계자를 임신했으니 정부일 때와 달리 총애가 없어도 버틸 수 있을 거라며 마음을 독하게 먹는다. 이 과정에서 이젠 소비에슈를 놓고 다툴 일도 없을 나비에와 정면승부를 하겠다고
다음날 나비에를 보자마자 '언니'라고 부르며 이제 자신은 전처럼 신분낮은 정부가 아니라 같은 황후이니 이젠 동생으로 대접해달라 말한다. 당연히 나비에는 어이없어해 '다음 정부가 오면 그 때 언니 동생하라'고 응수하자 '폐하가 날 두고 불륜을 저지를거라는 뜻이냐?'는 억지를 부린다. 이에 나비에는 남의 일이니 알아서 하란 늬앙스로 대화를 끊으려하지만 분을 못 이기고 '하긴 나비에 폐하는 불임이시니, 다른 데 신경을 쓸 여유가 없겠지요.'라며 동대제국 황후의 신분으로, 서대제국 황제 부부의 결혼식 다음 날에 불임 운운으로 서대제국 황후를 공개적으로 모욕하는 정신나간 짓을 저지른다. 이 발언에 나비에는 이건 좀 선을 넘었다고 생각했을 정도였고 주변의 다른 사람들도 그 무례함에 할 말을 잃었다. 결국 매우 빡친 코샤르에게 '남의 누이에게 못하는 말이 없다'는 비꼼을 듣고 덤으로 약점인 안과 노예 문서로 완곡하게 빙빙 돌린 협박까지 듣게 된다. 이에 당황하여 원래의 3인칭화 말투가 튀어나온다.
그렇게 사고를 쳐놓고도 정신을 못차려 테라스에서 마주친 카프멘 대공이 사랑의 묘약의 효과로 인해 자신에게 잘 대해주자 "폐비 오빠가 날 협박했다. 난 그저 정말로 언니를 걱정한 것 뿐이다."라고 나비에와 코샤르를 험담하고 "남자들은 다 날 사랑할 수밖에 없다. 하인리 황제도 처음엔 날 사랑했다"라고 자아도취에 빠진다. 그리고 소비에슈에게 이 상황을 목격당하지만 질투를 유발하겠답시고 카프멘을 붙드는 짓을 한다.
다음 날 산책하다가 카프멘과 나비에와 마주치자 또 언니 운운을 해서 나비에가 속으로 "그 언니 소리 도대체 언제까지 할 거냐?"하고 진절머리가 나게 만든다(...) 그리고 옆의 카프멘에게 작업을 걸지만 카프멘은 약의 효과가 풀린 뒤였고 당연히 라스타를 무시한다. 그런 냉담한 태도에 분노하다 항상 그랬듯 또 애꿎은 나비에한테 화살을 돌려 이 일도 나비에가 자신을 질투해 카프멘을 꼬셔서 이렇게 된 거라며 "고상한 척 하면서 사실은 제일 가볍고 어딜가나 자신이 주목받고 싶어한다"고 험담한다. 그러다 소비에슈가 자신을 부르자 그 역시 질투로 자신을 불렀을 것이라 여긴다.
하지만 정작 소비에슈는 피로연에서 불임소문을 퍼뜨려 외교문제를 일으키고 나라 망신까지 시킨 것을 꾸짖기 위해 호출한 것이고 '황후라면 행동에 주의하라'는 질책을 듣는다. 이에 불임인 건 사실이고 그건 소비에슈가 말해줬던 거라고 억지를 부리지만 오히려 더 혼이 난다. 그럴만한 것이 소비에슈의 경우 불임 문제를 라스타에게 불어버린 잘못이 있지만,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이 다 있는 장소에서 불임이라고 떠들지는 않았기 때문. 게다가 '경력 차이가 있으니 나비에 수준은 바라지 않겠지만, 최소한 부족한 점이 눈에 띄진 않게 해야 할 게 아니냐'라며 나비에와 비교하기까지 해서[126] 더 분해서 새 정부가 오면 그때 언니 동생 하라고 했다며 나비에를 험담한다. 이 상황을 바꾸려고 코샤르가 노예 문서에 대해(안의 일은 일부러 숨겼다.) 자신을 협박했다고 실토하지만, 정작 소비에슈에게서 황궁과 트로비 공작저를 뒤졌지만 노예 문서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되고 매우 경악한다.
동대제국에 돌아오자마자 로테슈 자작을 호출해 다짜고짜 노예문서에 행방에 대해 추궁하지만 그도 코샤르에게 문서를 빼앗긴 후 행방을 몰랐기 때문에 신경질적으로 내쫒아버린다. 그리고 직접 황궁을 돌아다니며 문서를 찾아보려 하지만 황후 신분과 체면 때문에 어딜가든 눈에 띄는 문제가 발생해 부관을 구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그러다 마침 황궁으로 마차를 타고 들어오던 에벨리와 마주치는데 에벨리는 존경하는 은인 나비에 때문에 계속 삐딱한 태도를 고수하고 이 때문에 대체 누군데 감히 황후인 자신을 이렇게 대하느냐고(본인이 나비에를 처음 만났을 때를 잊어먹었나보다) 노발대발하며 처벌하려 든다. 하지만 대치상태가 계속 길어지자 이에 난처해하던 랑트 남작이 일단 에벨리는 소비에슈의 초대를 받은 손님이라며 급히 상황을 무마하고 에벨리를 데려가버리는 바람에 처벌은커녕 사죄를 듣지도 못한다.
소비에슈가 에벨리를 남궁에 머무르게 했다는 사실과 그로 인해 에벨리가 소비에슈의 두번째 정부가 될 거라는 소문이 퍼지자, 이에 분통을 터뜨린다.[127] 이내, 자신이 나비에를 따라하던 걸 떠올리고 "나비에는 내게 모든 것을 넘기고 물러난 패배자이니, 내가 따라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다"라는 정신승리를 시전하고는 하녀를 측근으로 둘 생각을 한다.
소비에슈와 함께 알현을 받던 중 증오하던 알렌이 안까지 데리고 나타나 처음으로 아들의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이때 알렌이 '이 아이는 태어난 직후 어머니가 사망해서 어머니의 얼굴을 모른다. 제국의 어머니이신 황후 폐하께서 이 아이를 한 번만 축복해달라.'는 거짓말까지 해가며 안을 안을 수 있게 해주자 받아들지만 의례적인 축복만 한 후 안을 알렌에게 돌려준다. 그리고 이 상황은 로테슈 자작이 자신이 내쫒은 것에 대한 보복으로 저지른 것이며 안은 그의 손에 있다는 협박의 목적임을 눈치챈다. 곧이어 뒤이어 나타난 기자 조앤슨이 이전에 자신을 취재했던 기자임을 알아보고 안심하지만 곧 그가 자신이 처리한 델리스의 오빠고, 그가 델리스의 행방에 대해 찾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속으로 매우 당황한다. 그리고 델리스는 하녀직을 그만두었고, 그 뒤로는 행방을 모른다며 태연한 척 연기를 하며 둘러댄다. 옆에서 지켜보던 소비에슈가 여동생의 행방에 대해 조사해 주겠다며 조앤슨을 안심시키고 내보내자 알현이 끝나고 소비에슈에게 정말 사실대로 말해줄 것이냐고 겁에 질린다.
그리고 델리스가 잘못했고 이럴 때 쓰라고 황실모욕죄가 있는 것이라며 변명하지만 소비에슈에게 '처벌은 할 수는 있어도 비난을 받을 것이고, 자신이 한 말을 델리스의 가족에게도 해줄 수 있어야 했다'는 지적만 돌아오자 도리어 자신은 잘못이 없다며 억지를 부린다. 이에 소비에슈가 말을 섞기를 포기하고 나가버리자 바로 에르기를 찾아가 델리스의 일을 하소연하고(그 와중에 소비에슈가 델리스를 좋아해 그녀를 벌한 자신에게 화가 났다는 거짓말로 상황을 포장한다.) 에르기가 황실의 위엄과 뱃속의 아기때문에라도 소비에슈가 일을 처리해줄 것이라 안심시키자 고마움을 느끼고 그에게 매달린다.
이후 부모가 범죄자인 하녀 후보들[128]을 모아놓고 일부러 자신의 물건을 감춘 뒤 그중 거짓말에 능한(남에게 덮어씌우고, 자신이 보았다 주장하는 등) 이들을 추려내고, 제일 거짓말을 잘 하는 하녀는 에벨리에게 감시역으로 붙인다. 그 뒤 그 하녀로부터 에벨리가 목걸이를 가지고 있다는 정보를 전해듣고는 그것이 소비에슈의 선물이라 단정짓고 기회를 봐서 망가뜨리라 지시한다. 정말 소비에슈가 에벨리에게 관심을 가졌는지, 그 때문에 자신과 소비에슈의 사이가 벌어진건지 의심하면서 이스쿠아 자작부부에게 위로를 받고 싶어하지만 정작 부부가 또 둘째 딸의 이야기를 꺼내며 지원을 요청하자 속으로 자신과 그들이 진짜 가족이 아니니 그 딸도 자신의 동생이 아니지않냐며 불만을 터뜨린다. 하지만 그렇다고 거절했다간 매정하단 이미지를 뒤집어쓸 것이 뻔하며(당장 이스쿠아 자작부인은 라스타의 망설임에 동생을 찾는 게 싫으냐며 원망하는 기색을 드러낸다.) 이런 가족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이득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랑트 자작에게 돈을 받아가라고 말한다.
황후가 된 뒤 계속 귀족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자 "황후로서 귀족에게 존경을 받을 수 없다면, 나를 사랑하게 만들겠다."라는 생각으로 티파티를 열어 남자 귀족들만 초대해 그들 앞에서 포도를 빨아먹는 등 노골적으로 남자 귀족들을 유혹하는 문란한 행실을 저지른다. 그에 혹하는 몇몇 남자들도 있었지만 아무리 라스타가 매력적이라도 철저히 가문과 혈연을 생각하는 귀족들이 이 파티에 초대 받지 못한 부인, 어머니, 딸과 척을 지면서까지 매달릴 리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하느니 만도 못한 실책을 벌인 것.[129]
이 일로 랑트 남작이 에르기 공작은 평판이 좋지 않으니 그와 어울려 좋을 게 없다고 계속 설득하자 '우정을 이상하게 보고 오해하는 쪽이 나쁘지 오해를 받는 쪽이 나쁜 것이 아니다.'[130]라는 논리로 무시한다. 그리고 소비에슈에게서도 '요즘 소문이 좋지 않으니, 행실에 주의하라'는 핀잔을 듣자 기분이 나빠져 괜히 에벨리에게 화풀이를 하려든다.
그리고 에벨리의 변함없는 태도에 감옥에 갇히고 싶냐는 협박을 하고, 도리어 에벨리로부터 그런다면 소비에슈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는 대꾸를 듣고 당황한다. 그걸로 모자라 에벨리가 "곧 언니 동생하게 될 텐데. 너무 박하게 굴지 말아요, 언니.", "한 남편을 두고 살면 언니 동생하는 거라 들었는데. 아니던가요?"라는 발언[131]을 날리자 내가 왜 네 언니냐라고 경악하며 소리친다. '남의 남편을 채가고 싶어서 남의 집에 똬리를 틀고 앉은 건방진 여자'가 친근하게 군다는 생각을 하며 에벨리를 '전 황후의 끄나플'로 여긴다. 또한 나비에와 소비에슈는 정략결혼이라 정이 없었으니 자신과 나비에는 언니 동생이라 부를 수 있고, 자신과 소비에슈는 사랑하는 사이니 에벨리를 언니 동생으로 부를 수 없다는 황당한 논리를 들먹인다. 당연히 이 말을 들은 에벨리는 어이없어 하고(...) 보란듯이 언니란 콤보를 시전한다.
소비에슈가 연 티파티에서 르베티가 소비에슈에게 일부러 접근하려[132] 돌발행동을 하고 자신을 노골적으로 약올리자 내 남편에게 꼬리를 친다고 열받는다. 하녀와 달리 함부로 손을 대기 어려운 르베티를 어찌 처리할지 이를 갈다가 "로테슈 자작의 손으로 르베티를 해치게 한다"는 계획을 떠올리게 되고 로테슈를 불러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용병을 구하라고 시키고는 즐거워한다. 그러다 기분이 좀 불안해지자 에르기에게 찾아가 그동안 퍼진 소문으로 소비에슈와 랑트 남작이 주의를 준 것을 하소연하지만 에르기로부터 '소문을 믿을지 말지는 자신이 결정하면 된다, 중요한 건 진실.'이란 조언을 듣고 만족해서 에르기에게 이런저런 칭찬을 하다 로테슈 자작에게 용병을 구하라 시킨 일에 대해 털어놓는다. 그리고 로테슈가 구한 용병을 믿을 수 없다는 라스타의 말에 에르기가 자신이 용병을 구해줘도 마찬가지라며 '내게도 말할 수 없는 일을 시킬 사람을 찾는 것이냐.'는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자 직접 자신이 림웰로 가서 용병을 구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림웰 영지에 내려가기 전 궁에서 자신이 무언가(본인의 노예 문서)를 찾으러 다닌다는 소문이 돌게 되고, 분노해서 베르디 자작부인에게 소문을 누가 퍼뜨렸는지 색출하라 명령한다. 그리고 그 범인이 자신이 뽑은 신입 하녀[133]라는 것을 알고는 본보기 삼겠다며 그 하녀의 앞에서 하녀의 아버지에게 사형명령을 내린다.[스포일러6] 그 말에 사색이 된 하녀가 계속 애걸하자 '네 아버지는 이미 사형됐다.'고 대꾸해서 결국 매우 분노한 하녀가 내던진 의자에 머리를 얻어맞고 이마에서 피가 흐르게 된다. 사실 사형을 집행하는데도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기에 아버지는 멀쩡히 살아있었던 것[135]이였지만, 일부러 공포심을 주겠답시고 죽었다고 거짓말해서 하녀의 분노를 키워버린 것.
치료를 받던 중 이마에 흉터가 생길 것이란 진단에 아연실색하다 소비에슈가 찾아오자 델리스 때처럼 이 일이 발각될까 두려워한다. 그래서 상처가 난 것을 하소연하면서 '이상한 소문을 내기에 겁을 주었을 뿐'이라고 상황을 축소시키지만 그 하녀가 모든 자초지종을 털어놓고 만다. 사건의 전말을 들은 소비에슈가 신입 하녀를 옥에 가두고 사람들을 물린 뒤, '아무리 황후라고 해도 황족 시해죄가 아닌 이상 함부로 사형시킬 수 없다'고 꾸짖자 랑드레 자작이 자신을 공격했을 때 사형 선고를 받은 일을 거론한다. 하지만 이번 일은 하녀가 말실수를 한 것이지 랑드레 자작처럼 라스타를 실제로 공격했던 것이 아니라 당연히 그런 명령을 내릴만한 근거가 없었고 소비에슈가 사형 명령을 남용한 것을 날카롭게 지적하자 다친 건 자신인데 왜 자신을 다짜고짜 꾸짖냐고 억울해하며 '말은 그렇게 했지만 실제로 사형 안 시켰으니 난 문제없다.'는 억지와 떼쓰기로 소비에슈를 질리게 만든다(...).
결국 그럴 힘이 있는 자는 발언에도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며 '넌 그 자리를 감당하기엔 너무 모르는 것이 많다'[136]는 말을 남긴 소비에슈가 베르디 자작부인과 호위에게 '앞으로 라스타가 황후로서 사람들을 해치는 명령을 내릴 시, 내게 보고하라'는 명령을 내려 처벌 권한이 봉인되고 자신의 권력이 제한되자 모멸감을 느끼며 소비에슈가 변심했음을 눈치챈다. 하지만 잘못을 반성하기는커녕 "폐하는 나보다 체면이 중요하다. 폐하가 사람들 앞에서 날 허수아비 황후로 만들었다."라고 생각하며 이 모든 것의 원인이 소비에슈가 예비 정부인 에벨리에게 빠져 벌어진 일이 아닌지 의심하다 아예 에벨리를 황후로 올리고 자신에게서 아이를 빼앗을 것이라며 피해망상이 극에 달한다. 또한 나비에는 재혼 상대가 있어서 갈아탄 것인데 자신은 소비에슈에게 헌신하고도 내쳐진다며 자신과 나비에의 위치[137]를 뒤집어서 좋을대로 생각한다.
자리보전을 위해 신입 하녀를 밀고한 다른 하녀에게 선물을 주고 그 하녀의 어머니를 황후의 면책특권으로 출소시켜주는데 문제는 그 하녀의 어머니가 사람을 셋이나 독살한 흉악범이었다는 것(...) 베르디 자작부인이 그 때문에 반발하지만 '충성심으로 선악을 판별하겠다'며 풀어준 여파는 고려하지도 않고[138] 제 머리에 생긴 흉터에만 신경을 쓴다.
소비에슈에게 림웰 영지 옆의 므아르란 마을에서 요양하고 싶다고 요청해 허락받고는 바로 므아르에 내려가 자신의 도주를 도와줬던 픽스라는 청년과 재회한다. 픽스가 어디로 도주했냐는 로테슈의 추궁에도 계속 입을 다물어 한쪽 눈을 잃었다는 것을 알자 자신을 사랑한다고 확신해 그에게 암살자 고용을 부탁한다. 그리고 픽스가 고용한 암살자가 나타나자 시험삼아 '픽스의 암살 테스트'를 시킨다. 결국 암살자가 픽스를 암살하고 증거로 그 머리를 보여주자 공포심에 토악질을 하지만, 이 암살자는 확실히 르베티를 처리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들자 희열을 느끼게 된다. 자신의 도주를 도와준 은인조차 자신의 개인적인 목적에 이용하기 위해 죽여버릴 정도로 타락한 것.
그 암살자에게 르베티를 납치해 노예로 팔아버리라고 의뢰한 뒤 궁에서는 로테슈가 의뢰한 용병을 소개받고 마찬가지로 이쪽에게도 테스트를 시킨다. '최대한 상처입히지 않고 에르기 공작의 팔찌를 가져오라'는 명령을 내린 것(사실 그 전에 홧김에 로테슈를 죽여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의 애원에도 에르기가 계속 떠나겠다고 주장하자 결국 내 정부가 되어달라는 막무가내식의 부탁[139]을 던진다. 그 부탁에 에르기가 힘도 권력도 없는 라스타의 처지를 노골적으로 읊으며 자신이 모욕과 손해를 감수하고 정부가 될 만한 선물을 줘야 할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바닷가에 있는 영지를 달라는 요구를 하자, 머뭇거린다. 에르기가 일부러 '서로의 미래를 위해서 이 이상은 나아가지 않는 것이 낫다'며 한발 빼는 행동을 보이자 일단 정부 계약에 대한 약속을 한다.
어느날 한 기자가 자신의 하녀들의 상황과 나비에의 하녀들의 상황을 비교[140]하며 비판하다 아예 '라스타 황후의 성격을 못버텨서 하녀들이 그만두는 게 아니냐'라는 노골적인 조롱투의 기사를 쓴 것을 알 게 되는데, 그것을 쓴 기자가 조앤슨임을 알자 두려움에 빠져 소비에슈에게 기사가 못 나오도록 막아달라 부탁하지만 소비에슈는 확실한 증거가 없으니 놔두면 알아서 사그라질 소문이라며 내버려두고. 이에 불신감이 커져 에르기를 또
티파티를 앞두고 치장하다 하녀에게서 서대제국의 리버티 공작이 보낸 편지를 받자, 나비에에 대한 분풀이를 답장에 나비에의 이혼 사유는 불임이여서라고 적어버린다.[141]
랑트 남작에게 돈을 부탁하려다 출처를 추궁당할 거란 판단에 에르기에게 돈을 빌려달라 부탁하고는 흔쾌히 자신에게 돈을 빌려준 에르기에게 악마가 있다면 에르기 같을 거라며, "악마는 사람들을 홀려야해서 아름답다"는 말을 한다. 그리고 르베티가 실종되어 로테슈가 행방을 묻자 자신의 계획이 성공했음을 눈치채곤 무관심한 척 그를 내보낸다. 그렇게 르베티가 겪을 일을 상상하며 즐거워하다 에벨리에게 붙였던 감시용 하녀가 에벨리의 목걸이를 훔쳐오자 더욱 기뻐하고는, 에벨리의 목걸이를 짓밟으며 분풀이를 한다.
이후 소비에슈가 자신의 방에 찾아와(그 전엔 배가 아프다고 찾아가길 거부했다.) 일련의 상황에 대해 추궁하자 바로 에벨리의 목걸이를 내밀며 '폐하야말로 나한테 할 말이 없으시냐?'고 따지며 에벨리에게 선물로 준 것을 따지려들지만 정작 소비에슈가 그 목걸이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것을 보고 크게 당황한다. 그리고 그것이 누구의 목걸이인지 알아채고 돌려주겠다는 소비에슈에게 자신은 주웠을 뿐이라고 거짓말을 하며 목걸이를 건네준다.
2.9. 아이의 출산 (150 ~ 178화)
하녀들의 시중을 받으며 신문을 보던 중 자신이 결혼식의 피로연 때 뿌린 후원금의 출처가 사실은 나비에의 어음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기사를 보고 크게 놀라 글로리엠을 조산한다.[144] 출산 후 바로 아이의 성별부터 확인하지만 딸임을 알자 크게 실망한다. 적어도 아들(여태껏 동대제국엔 여성황제가 없었다.)을 출산하는 것이 자신의 입지에 더 도움이 되기 때문. 그래서 이 실망감으로 인해 딸을 미워하게 될까봐 베르디 자작부인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딸을 안지않다가 소비에슈가 오자 그제서야 안아본다. 이후 소비에슈에 의해 글로리엠을 딱 세 번 안게 되는 등 딸과 떨어져있게 된다.[145]글로리엠의 탄생 연회에 참석하지만 소비에슈에게 글로리엠를 빼앗긴 일과 어음 횡령 사건으로 귀족들에게 비웃음과 조롱을 듣는 비참한 신세가 된다. 이에 속으로 분노를 느끼면서 낳은 건 자신인데 연회의 주인공이 되어야 할 자신은 조롱거리로 전락하고 소비에슈와 글로리엠만 온갖 칭송과 축하를 받는다는 사실에 억울해한다. 귀족들이 대놓고 다음 황후 후보에 대해 거론하자 정부 시절에는 무슨 행동을 하든 봐주고 떠받들던 이들이 사실은 이젠 자기 앞에서 대놓고 다음 황후에 대해 떠드는 것에 대해 충격을 받는다. 곧, 사실 그들은 이미 정부 시절부터 줄곧 자신을 무시했으며 황후가 된 순간부터 자신을 싫어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들과 싸우고 싶었으나, 지금 이 상황에서 소란을 피우면 소비에슈는 남은 정마저 완전히 털어낼 것이 뻔했기에 최대한 조용히 지내면서 쫒겨나지 않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힘없이 자기 방으로 돌아간다.
베르디 자작부인이 소비에슈가 글로리엠을 돌려주었다며(대놓고 무시당한 라스타의 비참한 신세에 랑트남작이 소비에슈에게 하소연을 했다.) 글로리엠을 안아보게 되고, 딸을 위해 자신의 자리를 지키겠다고 다짐하다 곧 아기의 시신을 안았던 느낌이 되살아나면서 글로리엠을 바닥에 내동댕이치는 대형사고를 치고 만다. 놀라서 베르디 자작부인에게 살아있느냐고 확인하다가 베르디 자작부인이 대충 둘러대면서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한 글로리엠을 데리고 도망치자[146] 잠시 멍하니 있다가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고 '공주를 납치했다'는 누명을 뒤집어씌우며 소비에슈의 방으로 뛰어들어가지만 자작부인은 이미 모든 상황을 고해바친 뒤였다. 이에 아기를 내던진 건 자작부인이라며 잘못을 덮어씌우고 사형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때마침 이전에 자신이 깃털을 뽑아버렸던 파랑새가 자신을 알아보고 매섭게 울기 시작하는 바람에 오히려 소비에슈에게 글로리엠을 내던진 게 맞다는 확신만 더해주고 만다. 이에 분노한 소비에슈가 자신을 쫒아내자 생판 남인 자작부인과 달리 자신은 글로리엠의 친모인데 왜 내동댕이치겠냐며 주장하고는 순순히 소비에슈의 방을 떠난다.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베르디 자작부인을 배신자, 박쥐라고 욕하며 자신의 손으로 딸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으로 미안함[147]을 호소하다 비참한 상황에 방 안의 물건들을 때려부수며 만약 같은 상황이 반복되어도 딸을 잘 안고 있을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한다.
하지만, 얄궂게도 그 타이밍에 친부의 소식을 전하려고 로테슈가 찾아온다. 만남을 거부했으나 그가 기어코 들어오자 바로 멱살을 잡고 너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라며 울부짖는다.[148] 그 와중에 친부의 소식이 있단 말에 흥분한 상태로 이스쿠아 자작부부냐고 묻다가 정말 자신의 친부가 (돈을 뜯어내려)찾아왔다는 사실을 알고 망연자실한다. 로테슈 자작은 르베티와 이스쿠아 부부의 둘째 딸을 찾느라 바쁜 상황이니 친부의 일은 소비에슈에게 부탁하라고 권했지만 조금 전 벌어진 상황이 상황인데다 사실을 알게 된 소비에슈가 자신과 글로리엠을 내칠지도 모른다고 두려워한다.
며칠 후 남궁으로 가면서 자신을 비웃는 사람들을 보고 이미 그들이 사건에 대해 들었다는 것을 짐작하게 된다. 에르기에게 사람들이 밉다고 투덜대면서 위로를 듣다가 친부의 일을 거론하며 돈 때문에 자신을 찾아왔을 것이라 추측한다. 그리고 에르기가 친부를 돈으로 입막음하라며 돈이 없는 상태라 머뭇거리던 자신에게 돈까지 빌려주자 이에 감격하면서 그가 정부 계약 조건으로 내밀었던 '바닷가가 있는 영지'를 주겠다는 약속을 해준다. 영지 문제는 소비에슈조차 함부로 결정할 수 없는 것임에도 그저 에르기를 붙잡겠다고 자기 나라의 영토를 외국 귀족에게 넘겨주겠다 공언해버린 것.[149]
이후 갑작스럽게 찾아온 자신의 친부와 대면하고 그 친부가 대놓고 반말을 지껄이며 하대하는 것을 보고 거부감과 큰 불쾌감, 그리고 경멸을 느낀다. 그리고 '딸이 잘 지낸다는 소식에 찾아오는 것은 당연한 것'이란 말에 어이없어하며 그동안 자신이 괴로워할 때는 찾아야 할 마음이 들지 않았느냐며 분노를 드러내고 쏘아붙인다. 그 와중에 친부가 에르기를 거론하며 그에게서 도움을 받긴 했지만 질이 좋지 않다고 말하자(공교롭게도 이건 사실이다.) 정 한 번 주지않은 아버지보다 에르기가 더 자신을 챙겨주었는데 무슨 소릴 하는 것이냐며 어이없어한다. 그리고 친부가 '나한테 화났냐'며 적반하장으로 굴면서 상단을 차리고 싶다는 이유로 돈을 요구하자 노예라면 상단을 소유할 수 없다는 의문에 그를 추궁하고 부친은 자기 돈으로 신분을 사서 평민이 되었고, 자신도 그럴 기회가 있었으나 방치되었다[150]는 것을 알게 된다. 자신은 내버려두고 자기만 챙기는 이기적인 친부의 작태에 질려 딱 잘라 요구를 거절하지만 여전히 적반하장으로 나오며 뻔뻔한 친부의 태도[151]에 기가 막혀한다.
이후 친부가 정말 기자에게 정보를 흘리고 조앤슨이 기사를 내자 그를 불러 내 처지를 알고 있지 않냐, 나한테 무슨 원한이라도 있냐며 분풀이를 한다. 이에 조앤슨은 기자의 의무를 다 했을 뿐이라며[152] 그(라스타의 친부)가 제법 말을 그럴듯하게 했기 때문에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이 있다' 정도만 적어놓았다고 응수하고, 그렇게 대치하던 중 조앤슨이 본심을 드러내며 델리스를 돌려달라고 요구하자 또 다시 행방을 모른다고 잡아때는 바람에 결국 화가 난 조앤슨으로부터 여동생이 돌아오기 전까지 끈질기게 물고 늘어질 것이란 경고를 받아버린다. 자신이 저지른 짓이 있기 때문에 이도저도 못하던 중 소비에슈가 조앤슨의 기사로 자신을 추궁하러오자 그가 자신의 친부가 아니라 부정한다. 그리고 속으로 이전엔 얼굴을 맞대기만 해도 좋았던 연인이 어떻게 일년도 안 되어 이렇게 된 것이냐고 한탄한다.
글로리엠을 안을 때 또 떨어뜨릴까봐 미리 아기 안는 연습을 한다면서 아기 인형을 가지고 어르던 중 로테슈 자작의 방문을 받는다. 이스쿠아 자작부부의 친딸 이야기를 거론하자 찾을 필요 없다면서 "너도 네 딸이 사라졌는데 남의 딸이나 찾고 있다. 넌 내 아이를 잃게 한 벌을 받아서 네 딸을 잃은 것이다."라고 대놓고 그를 비웃으며 조롱한다. 그러다 에벨리가 자작부부의 친딸일 수도 있다는 사실에 경악하며 에벨리와 자작부부의 친자검사를 거부하고 친부모인 이스쿠아 자작부부는 재산을 탕진하면서까지 몇 년동안 찾아다녔는데도 못 찾은 것을 생판 남이 로테슈가 몇 주만에 찾았다는 게 말이 되냐는 등 진실을 부정한다. 로테슈 자작이 정보원을 구할 비용과 안의 양육비를 요구하자 정보원을 구할 비용만 내주고 다시 아기인형을 가지고 논다.[153]
친부에게서 돈을 뜯기고 믿을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억울해하다(그러다 에르기를 떠올린다.) 이스쿠아 자작부부가 찾아오자 이쪽도 돈을 요구할까 불안해한다. 그러나 그들이 자신을 위로하러 찾아온 걸 알고 안심하고는 속으로 이들이 언젠가 에벨리를 찾을 가능성을 따져보고 현재는 황후의 부모 노릇에 심취해 사교계 생활에 푹 빠져있지만 에벨리가 친딸인 것을 알면 변심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자작부부에게 에벨리에 대한 험담을 하면서 그 여자를 궁에서 쫒아내달라고 은근슬쩍 이스쿠아 자작부부가 에벨리를 해치도록 유도한다. 자신이 직접 손을 쓸 수 없으니 자작부부가 라스타에 대한 극진한 사랑으로 인해 스스로 저지른 것처럼 보이게 할 작정이었던 것. 황후로서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실감하고 자신의 자리를 어떻게 지킬지 골몰하다 델리스의 일로 자신을 적대하는 조앤슨을 처리하고 동시에 소비에슈의 마음을 다시 붙잡겠다는 생각을 한다[154]. 그리고 아기 안는 연습을 위해 아리언에게 글로리엠과 체형이 비슷한 아기를 빌려오라며(아리언은 이 요구에 다소 떨떠름해한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스스로 이겨냈으니 이번에도 이겨낼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던 중 마침 알렌이 안을 데리고 찾아왔다는 보고에 아이를 안는 연습에 도움이 될 것이라 여긴다.
응접실에 들어온 알렌이 황후인 자신에게 멋대로 반말을 해대는 것에 불쾌해하며 '황후 폐하'라고 부르라고 정정한 뒤 아이의 이름이 안이라는 것을 듣자 촌스러운 이름이라 대꾸한다. 하지만 정신을 못차린 알렌이 계속 반말을 지껄이자 크게 화를 낸다. 그러다 알렌이 노예였던 과거의 라스타와 달리 지금의 라스타는 황후이니 안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안은 동대제국 황후인 라스타의 첫째 아이이니, 안을 준황자로 대우해달라. 첫째는 서자인데 둘째가 공주님이면 첫째가 마음이 아파할 것이다."라는 역대급 헛소리를 지껄이며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는 바람에 공포에 질린다.[155]
조앤슨이 에르기와의 밀회를 언급하는 기사를 쓰고 거기에 글로리엠의 이야기를 연결해 '조산으로 태어났지만 건강한 공주'라며 글로리엠의 출생까지 의심하게 만들자[156] "동화같은 황제와 평민 여자의 사랑" 따위의 대외적 이미지를 구축해온 라스타에게 매우 불리한 여론이 만들어진다. 이에 로테슈 자작과 알렌, 이스쿠아 자작부부와 자기 친부, 조앤슨이 전부 자신의 목을 조르며 궁지에 몬다며 자신이 불행한 이유를 그들의 탓이라고 여긴다. 결국 카를 후작으로부터 제발 에르기와의 만남을 자제해달라는 애원을 듣는다. 카를 후작은 나비에가 추천할 정도로 나라를 위하는 사람이라 진심으로 충고한 것이지만 이를 귀담아 들을 마음이 없었던 것. 자신은 황제에게 위로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인데 황후도 정부를 둘 수 있는 나라에서 다른 사람에게 위로를 구하면 안되냐고 대꾸했다가 카를 후작에게 황후는 그런 자리며, 더욱이 라스타는 황제와의 동화 같은 사랑의 이미지 덕분에 나비에를 밀어내고 황후 자리에 올랐는데 이래선 안된다고 정곡을 찔린다. 그래서 분통을 터뜨리며 폐하가 먼저 정부를 들였고
우울해하던 중 귀족들과 이스쿠아 자작부부가 모여있는 것을 목격하고 몰래 지켜본다. 에벨리를 험담하고 소비에슈가 좀 더 황후를 아껴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야기를 듣고 흐뭇해하며 그 자리에서 잠이 들려다가 나비에가 임신했다는 이야기가 이어지자 놀라서 잠이 달아난다. 소비에슈와 마찬가지로 나비에가 불임이라고 철석같이 믿었기 때문. 그리고 나비에가 하인리에게 매우 사랑받고 있다는 말이 이어지자 "나는 누구 때문에 고생하는데 넌 안 좋은 건 다 팽개치고 가서 잘 살고 있는 거냐? 나는 아이도 못 보는데 넌 임신을 했냐?"라며 적반하장의 피해망상을 표출한다. "하인리 황제도 처음부터 나비에를 사랑한 건 아니었다"는 매우 어처구니없는 망상에 빠진 건 덤.
결국 에르기에게 가서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내게 자기 불행을 다 떠넘기고 가서는 잘 살고 있는 게 싫다'며 나비에를 험담한다.[158] 그리고 에르기가 나비에의 임신 축하 파티에 참석하려고 서대제국으로 간다고 하자 속으로 열받아했지만 그가 하인리와 절친한 사이라는 것을 알기에 겉으론 수긍해준다. 임신 축하 파티의 참석 여부를 묻자 지금 동대제국에서 제대로 대접도 못 받는데 거기라고 다르겠냐고 시무룩하다 타국의 황후이니 당연히 대접받을 것이고 그것은 국가적인 예우라는 에르기의 설득에 솔깃해한다. 그리고 '나비에가 나를 구덩이에 밀어넣고서 혼자만 잘 나가는 게 보기 싫지만 하인리 황제는 보고 싶다'고 여긴다. 자신이 소비에슈와 이어져 하인리 황제가 나비에와 이어진 것이니 하인리 황제를 한 번 떠봐야겠다는 망상은 덤.
이에 대해 허락을 받으러 소비에슈를 찾아갔다, 의외로 순순히 허락받자[159] 좋아하며 릴테앙 대공을 대동해 나비에의 임신 축하 연회에 참석한다.[160][161] 문제는 선물이라며 준 것이 나비에가 자신에게 줬던 장식용 보검이였다. 나비에가 그 검을 줬을 때 본인이 받은 모욕감과 굴욕[162]을 그대로 돌려주겠다는 의미였던 것.[163] 그리고 그 의도를 짐작한 나비에가 화를 내길 기대하지만 나비에가 오히려 평소처럼 웃으며 그 보검을 받아들이곤 일부러 '돌려줘서 고맙군요'라고 다 들리게 대답하는 바람에 남들에게 받은 선물을 돌려준
못마땅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떠났다가 사람들 앞에서 하인리를 마주치자 '어쩌면 이 자리에서 하인리 황제의 옆에 있는 사람은 나였을 것이다.'라는 등의 주장을 하며 편지 일까지 들먹이는 바람에 하인리를 매우 난처하게 만든다.[164] 하인리가 편지 건으로 나비에와의 관계를 정적들에게 트집 잡힐까봐 강하게 나오는 대신 조용히 부정하는 것을 소극적인 동의라고 착각하고 신나게 떠든다. 마침 릴테앙 대공도 하인리가 원래 라스타를 좋아한 것이 맞다며, 맞장구를 쳐주자
동대제국으로 돌아오면서, 동대제국과 달리 서대제국 황후로서 잘 대접받았다는 등, 매우 우쭐해한다. 아예 '동대제국에서 푸대접을 받으며 무시당하며 살 바엔, 날 황후로서 대접해주는 서대제국에서 살고 싶다. 차라리 서대제국에 눌러앉으면 안되나?'라는 매우 답없는 생각까지 하는 건 덤.[165](...). 그러나 그렇게 하면 그 틈에 소비에슈가 다른 여자들을 만나고 다닐 것이란 생각이 들어 바로 우울해진다.
서궁에 들어가려 할 때 알렌이 안을 안고 온 모습을 보고 화가 나서 그를 일단 서궁에 들여보내고 빨리 집에 돌려보내려 했지만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난 전서조가(하인리가 보낸 것으로 추정) 안이 쓰고 있던 모자를 벗겨버리는 바람에 당황해서 고함을 질러버린다. 그로 인해 모든 사람의 시선이 쏠려 안의 존재를 그 장소에 있던 모든 이들에게 들킨다. 안이 워낙 자신을 빼닮았기 때문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에게 바로 의심을 사고 곧 '라스타 황후가 다른 남자의 아이를 낳은 걸 숨기고 소비에슈 황제와 재혼했다'는 소문이 퍼지는데 여기에 파르앙 후작이 '공주와 황후의 첫째 아이의 아버지가 같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더해주는 바람에 사태가 악화된다. 이를 수습하기 위해 릴테앙 대공의 도움을 받아 파티를 열고 이번이 초산이며 이전에 결혼을 한 적이 없다고 해명해 안과의 관계를 부정하지만, 당연히 이 말을 믿는 이는 없었고 오히려 공주의 친자 검사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 튀어나오게 된다.
여러모로 환장할 노릇인데, 정작 이 사단을 일으카 알렌이 안에 대해 입을 다물어 소문을 증폭시키더니 "사람들이 안을 보려고 자꾸 집에 찾아와. 도와줘, 라스타"라는 편지를 보내자, '르베티가 아니라 알렌을 죽였어야 했다!'고 분노를 표출한다. 그리고 언젠가 알렌이 자신을 수렁이라고 말했던 것을 떠올리며 정작 알렌이 수렁같은 존재라고 여긴다. 그렇게 전전긍긍하다 이전에 니안을 모함했듯 사교계의 뼈다귀 역할을 타인에게 넘기는 방법을 생각해보지만 그 니안이 떠난 지금은 자신이 원하는 만큼 일을 뒤집어쓸 사교계의 유명인사가 없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설상가상으로 그동안 침묵하고 있던 소비에슈가 친자검사에 응한다는 입장[166]을 표한데다, 동시에 황후의 친부에 대한 친자검사까지 받으라는(파르앙 후작의) 압박도 같이 들어온다.
수상하게 여기는 이들이 수군거리는 와중에도 본인이 검사를 받아 귀족 출신이 아니라는 것이 드러나면 글로리엠이 평민 소생이라고 무시당할 거란 이유로 친자 검사를 받지 않으려 하면서 에르기를 찾아가려다 이미 그와의 추문이 정점인지라 찾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결국 친자 검사를 받기로 결정하고 대신 친부와 양부모 모두 행방을 감추게 만들어 사람들이 친부 논란에 대해 떠들지 않게하려한다. 그리고 친부가 지금은 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정작 친부는 자기 좋을대로만 떠들고 평소보다 더 많은 액수를 요구하는 편지를 보낸다(...)
그리고 '난 아무 것도 하지 않아서 불행했고 뭔가를 해보려 했는데 더욱 불행해졌다. 분수를 지키며 평생 노예로 살다가 허무하게 죽었어야 했나?'하고 제 처지에 대해 한탄하는데 사실 라스타가 그렇게 살고자 노력하는 마음을 품는 것 자체는 분수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었다. 친부에겐 버려지고 연인의 아이를 낳았지만 연인에게 배신당하고, 그 아기대신 다른 아기의 시신을 안았던 불행한 과거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 삶을 벗어나기 위해서 소비에슈를 붙들고 싶었던 것[168] 하지만 나비에와 니안을 모함하는 등 많은 이들을 적으로 돌리고, 1년만 가만히 있었다면 남은 생을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수 있었는데도 델리스를 모함하는 등의 행위로 소비에슈와의 관계를 파탄내고, 자신을 일편단심으로 사랑해줬던 사람인 픽스까지 해쳐가면서 자신이 겪어왔던 일에 대해 앙갚음을 하려 들었다. 그 과정에서 자신도 악행을 저질렀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잘못을 늬우칠 마음은 들지 않아서 서러운 마음으로 엉엉 울며 주먹으로 카펫을 내려치다가[169] 울음을 뚝 그치고 친부를 직접 살해하기로 마음먹는다. 친부가 보낸 하녀를 통해 '마지막 선물을 줄테니 궁으로 직접 오되, 뒷길로 오라'는 메세지를 전하고 비수를 품고 그 길로 나서지만 친부와 마주치기도 전에 어떤 기사가 친부를 끌고가는 것을 보고 소비에슈가 친부 일을 해결하기 위해 기사를 보내 해결하려는 것을 눈치챈다.
이전 나비에와 사이가 좋지 않았음에도 나비에가 황후였기에 편을 들어줬듯이 이젠 자신이 황후이기에 소비에슈가 자신을 위해준다고 기뻐하며 이스쿠아 자작부부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잠시만 동대제국을 떠나있을 것을 부탁한다. 자작부부가 순순히 부탁을 들어주며 위로를 해주자 차라리 '차라리 두 분이 내 친부모였다면 좋았을 거다'라고 고마움을 표시하는 것은 물론 로테슈 자작에게 주려던 돈까지 합쳐 여비를 두둑히 챙겨준다. 그들을 떠나보낸 후 소비에슈를 찾아갔다가 침실에 나란히 걸려진 글로리엠과 나비에의 초상화를 보고 정식 부인은 자신인데 이제 남의 아내가 된 여자의 초상화를 자기 딸과 같이 뒀냐며 어이없어하다 헛웃음을 짓는다. 마침 소비에슈가 나타나자 '날 사랑하신 게 맞냐?', '만약 그 때 덫에 걸린 사람이 다른 사람이였어도 구해줄 것이였냐?'고 물으며 진심을 확인하지만 소비에슈는 '죽은 사람을 수집하는 취향은 없으니 다른 사람이여도 구해줬을 것.'이라고 대놓고 무시한다. 심지어 '그 사람을 정부로 들였을 거였냐?'라고 묻는 것엔 아예 침묵하는 소비에슈를 보고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를 생각하며 소비에슈의 마음 속에 남아있는 건 나비에고, 자신은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에 친자 검사를 받겠다고 수락한다.
잠시 논란이 잠잠해지고 친자검사가 미뤄진 틈을 타 바로 에르기를 찾아가 대뜸 '안을 납치해달라'고 요구한다. 이 때 에르기에게 안은 죽었고 우리의 미래를 망칠것이라고 자신의 아이임을 강하게 부정하지만 죽여야 하냐는 물음엔 바로 당황하며 먼 외국으로 보내되 친자식이 아니어도 아이를 잘 키워줄 부부
이후 이스쿠아 자작부부를 충동질해 사절단으로 서대제국으로 가던 에벨리의 마차를 망가뜨려 에벨리를 위험하게 만들었던 일이 하인리와 나비에에게 발각되고, 뒤이어 소비에슈에게 알려진다. 이미 자신에 대한 신뢰를 잃을대로 잃은 탓에 이스쿠아 자작부부를 심문하면서 소비에슈는 바로 에벨리의 살인교사가 누군가(라스타)의 소행인지 짐작하게 된다.[170]
알렌이 안이 사라졌다며 계속 편지를 보내는 것을 무시하다 알렌이 황궁까지 찾아와 소란을 부리자 분노해 그를 감옥에 가둬버린다. 하지만 이미 친자 검사를 허락한 마당에 자신의 사생아로 기정사실화된 안의 친부인 알렌까지 친자 검사를 받았다가는 자신의 처지와 입지가 그야말로 바닥에 떨어질 것이란 것을 깨닫고 황급히 도로 꺼내려고 했으나 이미 친자 검사에 알렌을 동원할 작정이던 소비에슈로 인해 꺼낼 수 없게 된다.[171]
2.10. 친자 검사와 몰락의 시작 (179화~ 195화)
글로리엠의 친자검사 당일, 매우 오랜만에 글로리엠의 얼굴을 볼 수 있게 된다. 이때 글로리엠의 유모로서 자신과 동행한 베르디 자작부인에게 '당신도 공주가 폐하의 친딸이 아닐거라 생각하냐?'고 차갑게 묻다가 베르디 자작부인이 소비에슈의 친딸이라 생각한다고 대답하자 의외였는지 의문을 가지면서도 자작부인의 배신에 대해 생각한다. 신전으로 가면서 어차피 안은 멀리 치워버렸으니 누가 자신의 과거를 공격한다 해도 증거는 없을 것이라 자신만만해한다. 그리고 설령 처벌한다 해도 폐위당하는 것으로 끝나지 심한 벌은 받지 않을 거라며 친자 검사 결과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심지어는 훗날 성장한 글로리엠이 친모인 자신을 구해줄 것이라며 '하인리 황제가 나비에를 구출했듯, 에르기 공작이 나를 구출할 거다'라고 에르기에게 기대려는 낙관적인 생각까지 한다.신전에 도착했으나 에르기로 추정되는 사람의 그림자를 보고 놀라 신관에게 묻지만 자기 혼자 청소 중이었다는 신관의 답에 의아해한다. 하지만 이내 그러려니 하다가[172] 호위의 재촉에 친자 검사가 이루어지는 장소로 간다. 신전에 들어가자마자 자신을 보고 웃는 글로리엠을 보며 마음을 다잡지만, 친자검사를 받는 자신을 지켜보는 귀족들의 모습에 울컥한다. 이내 '공주를 의심한 사람들이 내게 무릎을 꿇을 것이다'라고 스스로 위로한 뒤 소비에슈와 글로리엠의 친자 검사를 받지만 그 결과 글로리엠이 소비에슈의 딸이 아니라고 밝혀진다.[173]
자신을 일개 정부에서 황후로까지 올려준 근본적인 원인이자 그동안 수많은 악행을 저지르고 온갖 추문을 일으키며 비난을 받는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황후 자리에 있게 해준 유일한 구명줄이였던 글로리엠이 소비에슈의 딸이 아니라는 충격적인 진실에 '이건 말도 안 된다'라고 하며 필사적으로 부정한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검사 결과에 멘탈이 완전히 붕괴되어버린 소비에슈에게 "그래. 네 말처럼 이건 정말 말이 안 되지."라는 허무한 말만 듣는다. 심지어 소비에슈에 의해 불려온 알렌과 글로리엠의 친자검사를 받을 처지에 놓인다. 이에 기겁해서 소비에슈에게 차라리 다시 친자검사를 하자고 요청하지만 묵살당한다. 이 와중에 "친자 검사의 결과가 조작됐다.[174] 아이의 피를 작게[175] 빼서 결과가 이상하게 나온 것이다"라고 주장하며, 아이의 피를 많이 빼면 결과가 제대로 나올거라는 헛소리를 해 소비에슈와 신관과 이를 지켜보는 귀족들을 황당하게 한다.[176] 그럼에도 소비에슈가 알렌과의 친자검사를 진행하라고 명령하자 아예 뒤로 물러나, 소비에슈와 하는 것이 아니라면 받지 않겠다며 자신에 대한 모욕이라고 격렬히 거부한다.
그 와중에도 여전히 정신을 못차린 알렌이 계속 자신을 '라스타'라고 이름으로 부르자[177]
그리고 두번째 검사에서 글로리엠이 자신과 알렌의 딸이라고 밝혀진다.
연이은 충격적인 결과에 비명을 지르며 알렌은 얼굴도 마주하기 싫을 정도로 증오스러운 존재인데, 소비에슈를 두고 알렌에게서 공주를 가졌겠냐며 글로리엠은 소비에슈의 친딸이라 주장한다. 그리고 이런 처절한 외침에도 소비에슈에게 무시당하고 구경 온 귀족들도 자신을 한심하게 여기며 '아무리 그래도 황제폐하 앞에서 저런 발언이라니 말이 참으로 거칠다.', '화려한 옷을 입고 고귀한 자리에 앉아도 피를 맑게 하진 못한다'는 등, 친자검사와 전혀 상관없는 자신의 신분까지 싸잡아 조롱당한다.
그러던 와중에 에르기가 안을 데리고 신전에 온 모습을 보게 된다. 심지어 에르기가 "어쩌다 이 애를 떠맡게 되었는데, 아이 아버지와 아이 어머니가 모두 여기 있단 이야기를 들어서요. 돌려주려고 왔습니다."라고 말하며 안 역시 라스타의 사생아임을 폭로한다. 에르기의 그 모습에 오만가지 감정에 휩싸이며 그가 왜 여기에 나타난 것인지, 자신과 알렌을 두고 '아이 아버지와 어머니'란 표현을 쓴 것도 이해하지 못하지만 지금은 그걸 따질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소비에슈에게 다시금 글로리엠은 그의 딸이 맞다고 주장하며, 자신을 믿어달라고 결백을 호소하지만 무시당한다.
급기야 라스타와 똑 닮은 안을 본 귀족들이 소비에슈에게 라스타가 과거를 숨기고, 소비에슈와 재혼했다는 소문이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누가 봐도 자신과 알렌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안을 두고, 친자검사를 요청하는 귀족들의 모습에 눈에 핏대가 설 정도로 분노한다. 이내 소비에슈는 모든 걸 알면서도 자신과 공주가 궁지에 몰려있는데도, 혼자서 상처입은 피해자인 척 한다며 그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시작한다. 소비에슈는 이미 자신이 도망노예 출신인 걸 알면서 받아들였고, 같이 귀족을 속였으니 아예 거짓말은 아니지 않냐는 논리. 물론 자기가 이런 주장을 펼친다고 귀족들이 순순히 믿을 리 없다는 걸 알지만, 몇몇에겐 의심을 심을 수 있으니 그 정도만이라도 소비에슈에게 해를 끼치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비밀을 밝히는 건 한순간이고 마음에 드는 결과가 나올거란 보장이 없지만 비밀, 정확히는 소비에슈의 약점 하나쯤은 쥐고 있어야 자신과 글로리엠에게 도움이 될 거란 생각 때문에 차라리 그걸로 소비에슈와 협상하겠다고 결심한다.
이를 악물고 알렌을 노려보는 동안에도 사람들에게 '염치없다', '과거를 속인 것도 모자라 자작 아들의 서녀를[181] 공주로 속이다니', '곧 이혼할 것이다.', '나비에님만 안됐다.'는 등의 온갖 비난을 듣는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계속해서 소비에슈에게 잘못했다고 빌면서 글로리엠은 정말로 소비에슈의 딸이며, 친자검사를 다시 하자고 애원하지만 묵살당하자 '이건 정말 말도 안 된다'고 현실을 부정하기까지 한다. 소비에슈가 라스타와 알렌, 안의 친자 검사를 명령하고, 더 이상 보기도 싫다는 듯 나가버리자 쫒아가려고 하지만 기사들에게 가로막힌다. 황명을 따르라며 자신을 붙잡는 기사들을 뿌리치려 했지만, 결국 단상에 끌려와 알렌과 안과 함께 친자 검사를 받게 된다. 당연히 검사 결과 안 역시 자신과 알렌의 자식이였음이 만천하에 밝혀지게 된다.
워낙 충격이 컸던지라 신전에서 돌아온지 하루가 지나서야 친자검사 결과에 대해, 공주가 왜 알렌의 딸이 된 것이냐며 여전히 현실을 부정하는 동시에 안을 데리고 신전에 나타난 에르기를 원망한다.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자신의 딸은 공주가 아니게 되었고, 자신은 사람들의 비웃음거리가 되어 버린 현실에 괴로워한다.[182] 이내 글로리엠을 공주 자리에서 폐위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단 소식을 듣고 하녀에게 상황을 들으려 글로리엠의 행방을 묻지만 사람들은 글로리엠의 위치도 알려주지 않는다. 몇 시간이 지나서야 다시 그 하녀에게 글로리엠에 대해 물어보지만 "제게 물으셔도 알 리가 없지요. 직접 가서 알아보시는 게 빠르지 않으세요?"라는 쌀쌀맞은 대답만 듣는다. 마치 라스타를 "네 딸을 왜 공주라 불러? 이젠 공주가 아니지 않아?"라고 조롱하는 듯한 하녀의 얼굴과 태도에 자존심이 상하고 기가 막혀한다. 앞으로 쫒겨날 거라 한들 자신은 아직 황후인데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자신이 직접 어려운 이들 중에서 데려와 잘 대해 주고 고용한 하녀마저 벌써부터 자신을 쫒겨날 사람 대하듯 하자 열이 받아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냐며 화를 낸다.[183]
자신을 황후 취급도 안 하는 하녀가 밉기도 하고 당혹스럽기도 하고 기도 차지 않아 "너... 정말 무례하구나."라고 중얼거리지만, 역으로 하녀에게 "무례한 건 황후 폐하시지요. 감히 황제 폐하를 속이고 뻐꾸기를 까시다니.", "글로리엠 역시 결혼한 부부 사이에서 태어나지 않았으니 공주는커녕 귀족이라 할 수도 없지요."라고 조롱을 당한다. 자신의 딸을 뻐꾸기라고 조롱하는 하녀의 말에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 하녀의 정강이를 걷어차며 폭행하기 시작한다. 심지어 "내가 뻐꾸기를 깠든 공주가 뻐꾸기가 되든, 너는 벌레다! 뻐꾸기가 먹건 종다리가 먹건, 어차피 처먹히는 벌레라고! 지금은 내가 황후이고, 너 하나는 내가 죽일 수 있어!"라고 욕까지 하며 하지 말라고 비명을 지르는 하녀를 폭행한다.[184] 이에 도망치려는 하녀를 끝까지 쫒아가 때리려고 한다.
그러나 문을 열고 나가자마자 자신을 찾아온 에르기와 부딪쳐 멈춰 선다. 에르기를 보자마자 얼굴이 일그러지며 그제서야 신전에서의 일이 떠올라 배신감과 섭섭한 마음이 급격히 솟구쳐 "나쁜... 나쁜 놈"이라고 말하며 자신에게 왜 그랬냐고 묻는다. 이에 라스타의 안색이 나빠졌다며 태연하게 묻는 에르기에게 다시 따지지만 방에 들어가서 이야기하자는 말을 듣는다. 에르기의 말에 의문을 가지던 찰나 '이 곳에서 이야기해봐야 좋을 게 없다'는 에르기의 말에 기사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자신들을 보고 있음을 눈치채고 방으로 들어가버린다.
자신의 방에 들어온 에르기가 의자에 앉으려하자 바로 제지한 후 자신에게 왜 그랬냐고 재차 묻는다. 자신의 추궁에 에르기가 안을 버리라는 요구에도 안을 버리지 않은 일, 안을 데리고 신전에 온 일 등, 라스타의 악행을 언급하며 되묻자, 에르기가 자신에게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게 믿기지 않아서 섬뜩해한다. 에르기는 가방에서 차용증과 항구 양도 서류를 꺼내 돈을 갚으라고 말하며 본색을 드러낸다.
본색을 드러낸 에르기의 모습에 기겁해 "나"한테 왜 이러냐고 따지지만, 에르기는 라스타가 스스로를 3인칭화 하던 말투가 변했다는 소리만 한다. 이전과 전혀 다르지 않은 에르기의 모습에 이 순간이 현실이 아닌 것처럼 느끼다가 이내 분노에 차 지금 뭐 하자는 거냐고 소리치지만 에르기가 자신의 답에 말대꾸를 하자 결국 울부짖으며 자신이 뭘 잘못했냐며, 우린 친구 아니었냐고 화를 낸다. '우정도 돈 앞에 흔들리는 법'이라는 말에 자신이 빌려달라고 협박한 적도 없고, 에르기가 먼저 돈을 빌려주겠다고 한 것이라고 지적함과 동시에 차용증은 갚는 기한도 정하지 않은 서류라고 부정한다. 갚는 기한도 정해지지 않았다는 스스로의 말에 잠시나마 희망을 품던 찰나[185] 에르기는 라스타의 속내를 다 알겠다는 듯이 라스타가 여전히 당당한 황후의 위치에 있었더라면 굳이 갚으라고 재촉할 필요는 없었다고 지적한다. 이 말에 심장이 섬뜩해져 멍해있다가 에르기의 의도를 눈치채고 경악한다.[186] 더욱 놀라서 '설마 처음부터 돈을 받을 생각이 없었냐?'고 묻고 에르게에게 '빨리도 알아듣는다'는 쐐기가 박힌 답을 듣는다.
에르기는 "사람들이 다들 얘기하지 않았습니까? 제가, 아주 더럽고 못된 나쁜 놈이라고."라며 자신의 악평에 대해 언급하고 그제서야 소비에슈의 충고를[187] 떠올린다. 단순히 소비에슈의 질투라고 여겼던 그 충고가 사실이였다는 것에 충격받아 정말 왜 이러냐고 에르기에게 추궁한다. '말했다시피 돈 때문'이라는 에르기의 답에 처음부터 돈을 받을 생각따윈 없었다고 소리를 지르다가 끝내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뒷걸음질 친다. 왜 그랬는지가 중요하냐는 에르기의 질문에 "중요해...... 중요해! 대체 내가 뭘 잘못했는데?"고 외친다. 본능적인 두려움에 계속 뒤로 물러나면서 "차라리 나비에 황후가 그랬다면 이해라도 하겠어. 그런데 당신이 나한테 왜 이래?"라고 소리지르는 건 덤.[188]
하지만 에르기는 심드렁하게 '나라면 다른 게 궁금할 것 같다'고 말을 돌리고서 '어쨌든 차용증을 갚을 능력도 안 되는 것 같고 앞으로도 갚을 능력이 안 될 것 같다'라고 말하며, 현재 빈털터리인 라스타의 상황을 확인사살한다. 그런 에르기의 지적에 변명을 못 하고[189] 말없이 그를 노려보다가 돈은 그렇다 쳐도 항구라도 챙겨야겠다며, 자신은 아직 이혼하지 않았으니 차용증과 항구 양도 서류는 소비에슈에게 보여주겠다는 통보까지 듣는다. 자신을 더욱 몰락시킬려는 에르기의 태도에 끝내 눈물을 흘리며 "너... 정말 나쁜 새끼구나"라고 말한다. 유일하게 신뢰할 수 있던 사람이자 믿음이었고 우정이였던, 어쩌면 소비에슈보다도 더 믿었던 에르기 공작이 자신을 배신하는 형국에 발밑이 무너지는 느낌을 느낀다. 심지어 에르기가 왜 저러는지 알 수가 없어서 더욱 아득해한다.
결국 참지 못하고 '왜 이러냐?'고 다시 묻고 이에 집요하다는 에르기에게 왜 이러는지만 말해달라고 애원한다. 이어서 이해가 안 된다고 소리치고서 우린 잘 지냈고, 에르기는 자신이 가엾다고 말했으며 노예로 태어난 건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했다고 항변하지만 오히려 에르기에게 "노예로 태어난 건 당연히 그대 잘못이 아니지, 아가씨."라는[190] 차가운 대답만 듣자 어안이 벙벙해져 그를 쳐다본다. 에르기는 그걸 쓸지 말지 고민했지만 역시 안 쓰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덮어줬다며, 자신에게 그 서류를 전달한 사람은 의도가 다른 것 같다고 말해 노예 문서를 언급한다. 에르기가 자신의 노예 문서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하고 무슨 소리냐고 묻는다. 그러나 에르기는 "나도 늘 궁금했어. 대체 왜 이러는 걸까. 이유를 안다고 해서 변하는 거 없는데. 근데도 이유를 모르면 더 억울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는다. 이 말에 황당해했으나, 곧 허탈한 기분에 어차피 배신한 놈은 배신한 놈이라며 에르기를 완전히 증오하게 된다.
에르기에게 지옥에나 가버리라며 진심으로 그를 저주하지만 에르기가 천연덕스럽게 "갈 겁니다. 그래서 같이 가자고 손도 내밀었잖습니까?"라고 라스타를 비웃자 그의 뺨을 친다. 뺨을 맞은 부위에 상처가 나 피가 흐르는데도 에르기는 아무렇지도 않게 "걱정 마, 아가씨. 혼자 보내진 않을테니."라고 말하고 가방을 챙겨 돌아가고, 무슨 뜻이냐고 생각하다가 이내 헛웃음을 터트린다.[191] 웃고 있는데 눈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며 이유 모르는 악의만큼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이내 일이 어디서부터 틀어졌나 했더니 시초는 알렌이었고 그 다음은 에르기였다는 걸 깨닫는다.[192]
이후 글로리엠의 친자검사를 지켜본 조앤슨이 친자 확인 사건에 대한 기사를 쓰면서 서대제국에 있는 나비에와 나비에의 시녀들에게까지 글로리엠과 관련된 소식이 알려진다. 심지어 이 기사에서 공공연히 나비에를 '재혼 황후'라고 놀리던 라스타야말로 '재혼 황후'였다며 모순적이라고 조롱당함과 동시에, 나비에와는 달리 라스타는 두 남편 모두 정식 남편이 아니었다며 본인의 문란한 남자 관계까지 비난받게 되었다.[193] 설상가상으로 에르기가 자신의 차용증과 항구 양도 서류를 언론에 터트린 덕분에 여론이 극도로 나빠졌다. 나비에를 그렇게 폐비라고 불러대더니만, 이대로 가면 정작 본인이야말로 폐후가 될 판.
이후 소비에슈로부터 라스타가 르베티의 납치를 사주하고 노예로 팔아버리려 했다는 걸 알게 된 로테슈 자작도 라스타를 지옥으로 함께 끌고가겠다고 할 정도로 분노해 완전히 적으로 돌아선다. 설상가상으로 로테슈 자작이 라스타를 더욱 궁지로 몰기 위해 일부러 이스쿠아 자작부부에게 에벨리가 그들의 친딸이며, 라스타는 그걸 알고도 일부러 숨기고 그들 사이를 이간질했다는 것을 알려준다. 당연히 그 사실을 알게 된 이스쿠아 자작부부도 라스타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에 치를 떨고, 기존의 라스타를 두둔하던 태도마저 버린 채[194] "두 번 다시 에벨리를 해치지 못하도록 우리가 라스타를 에벨리의 인생에서 치워줘야 한다"고 다짐하면서 그들의 가짜 딸이란 것마저 들통날 위기에 처했다. 에르기에 이어[195] 몇 안되는 자신의 유일한 우군이었던 이스쿠아 자작부부마저 스스로의 만행 때문에 잃게 된 셈.
아직 공식적으로 죄를 추궁당하지 않았기에 황후로서 대우받으며 서궁에 머무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건 서궁 안 뿐이어서 벗어나려고 하면 소비에슈가 보낸 기사들이 막아서는 등, 사실상 서궁 안에 감금당한다. 노예 시절 안을 임신했을 때도 로테슈 자작에 의해 좁은 방 한 칸에 갇힌 적이 있었기에, 서궁 안에서만 지내는 건 물리적으로 힘들지는 않았지만 '갇혀 있다'는 상황 자체에 과거를 떠올리고 괴로워 한다. 이전에 남자 귀족들만 티파티에 초대한 이후 여성 귀족들과는 틀어진데다가 그나마 자신을 찾아와주던 몇몇 남자 귀족들조차 요즘 발걸음이 뜸해지고, 자신이 직접 데려온 하녀들은 아예 라스타가 황후의 위엄이 사라지자마자 앞장서서 그녀를 배척하는 상황인지라 그 누구에게도 힘을 얻지 못한다.
그렇게 하녀와 하인, 기사들에게마저도 배척받는 상황에서도 궁지에서 빠져나갈 방도를 찾기 위해 생각을 거듭한다. 그러나 최후의 힘이 되어 주던 에르기는 강렬하게 뒤통수를 치고 가버렸고, 베르디 자작부인도 글로리엠만 데리고 가버린 절망적인 상황에서 처음부터 랑트 남작을 가까이하는 게 나았다고 뒤늦게 후회한다. 랑트 남작이 자신의 재산을 관리하게 된 일과 에르기와 어울리는 걸 못마땅하게 여긴 일, 나비에가 랑트 남작에게 의지하는 게 좋을 거라 충고한 일들 때문에 그를 일부러 멀리했지만 그 결정을 새삼 후회한다. 하지만 곧 고개를 저으며 자신의 실수는 랑트 남작을 믿지 않은 게 아니라 알렌의 배신을 겪고서도 또 다른 사람을 믿어버린 것이라며, 자신 외의 다른 사람은 절대 믿어서는 안 되었다며 어이없는 자기합리화를 한다.
그래도 끝까지 포기해서는 안 된다며 어떻게든 타개할 방법을 찾겠다고 생각하며 걸어가던 중 서궁 정원 입구 쪽에 웬일로 사람의 모습이 보이자, 그간 방문객이 없던 터라 산책하던 걸 멈추고 두려움과 호기심으로 그쪽으로 다가가 그 사람이 랑트 남작임을 알게 된다. 소비에슈가 자신에게 몹시 화가 난 와중에 랑트 남작이 찾아올 줄은 몰랐던지라 멍하니 그의 이름을 중얼거린다. 이에 랑트 남작이 착잡한 얼굴로 인사하자 말을 걸려고 하지만, 랑트 남작이 주위를 둘러보고서 비밀리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듯이 안에 들어가서 얘기해도 괜찮겠냐고 물어보자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오라고 한다. 그런 랑트 남작의 처신이 옳다고 생각하며 이 서궁 안에 믿을 만한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돌아다니는 하인들 앞에서 말을 하면 분명 이야기가 부풀려져 새어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장서서 걸어가 마침내 응접실에 들어가지만 호기심 가득한 눈길로 차와 과자를 내오는 하녀에게 나가라 눈짓하고서 하녀가 나가자마자 문까지 잠근다. 혹시 누가 대화를 엿듣지는 않나 거듭 확인한 후에야 자리에 앉아 랑트 남작에게 무슨 일로 온 것이냐고 묻는다. 랑트 남작이 로테슈 자작과 알렌이 소비에슈를 속여 가짜 공주를 만든 일로 재판을 받게 되었다고 알려주자 로테슈 자작까지 재판을 받았냐고 되묻는다. 랑트 남작이 이런 소식을 전하는 게 미안해서 라스타의 눈치를 보며 로테슈와 알렌 모두 감옥에 있다고 알려주지만, 오히려 눈을 몇 번 깜빡이다가 천사 같은 미소를 띄우고 환하게 웃으며 "참으로 기쁜 일이네요."라고 말한다.
이 모습에 랑트 남작마저 라스타가 이 일이 자신에게는 해가 없을 거라고 여기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서 당혹스러워하며 자신을 넋 놓고 보자,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뻔히 보인다고 생각해 가볍게 웃는다. 사실 라스타도 로테슈 자작이 재판을 받게 된 게 절대로 자신에게 좋지 않다는 것도, 로테슈 자작이 자기 죄를 밀어내기 위해 없는 죄를 만들어내서라도 자신까지 물귀신 작전으로 끌어들일 것도 잘 알고 있었다.[196] 하지만 그런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로테슈 자작이 파멸하게 되는 것에 몹시 기뻐하며, 로테슈 자작은 늘 자신을 괴롭혔다고 철 없는 척을 하며말할 뿐 랑트 남작의 오해를 굳이 풀지 않는다. 이런 식의 무지가 앞으로 겪게 될 일에 좋은 방패이자 무기로서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황후 노릇을 하는 데 무지하단 건 모욕이지만 죄를 감하는데 있어선 무기가 될 수 있고 자신을 지켜 줄 것이라며, 랑트 남작 같은 사람들의 동정심을 자극해서 그동안 저지른 악행에 대해서 감형을 받을 뻔뻔한 궁리를 한다.[197] 예상대로 랑트 남작은 라스타가 이 와중에 자기를 괴롭힌 사람이 벌을 받게 되었단 걸 좋아한다고 착각해 난처해 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일부러 더 해맑게 소식을 전해주어서 고맙다고 말한다.
이 의도는 정확히 먹혀서 라스타에 대한 동정심이 더욱 커진 랑트 남작은 로테슈 자작이 자기 죄를 덮기 위해 무엇이든 다 라스타를 탓할 거라는 이유를 들어 "재판이 벌어지기 전에 도망치시는 게 어떨지요? 원하신다면 제가 황후 폐하를 돕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야반 도주를 제안한다!!![198]
이 어처구니없는 제안에 좀 더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부탁한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독촉에[199] 일이 잘못되면 더 큰 곤경에 처할 수도 있으니 신중하게 결정하고 싶다며 재차 거절한다. 랑트 남작이 생명이 경각에 처했을 때는 빠른 결단도 중요하다고 설득하자, 빠른 결단을 내리려다 실수를 해선 안 된다며 마지막까지 거절한다.
랑트 남작이 돌아간 후에도 사람을 믿다가 일이 꼬였는데 이 와중에 랑트 남작을 믿어도 되겠냐며 그의 제의에 대해 계속 고민한다. 에르기가 전에 들렀다 앉았던 의자를 걷어찬 후, 씩씩거리다가 이마의 흉터를 더듬거린다. 랑트 남작을 믿을 수 있을지 없을지도 문제지만, 설령 도주에 성공한다해도 자신에겐 이렇다 할 신분도 없음을 깨닫는다. 도망치면 동대제국 내에서는 절대 살 수 없으니 외국에서 정착할 생각도 해보지만, 그러려면 확실하게 자신의 신분과 출신지를 증명할 문서가 필요하다는 걸 눈치챈다. 그런게 없어도 노예로 살진 않겠지만 직업을 가지기 힘들테고, 초기 정착 비용이 없으니 먹고 사는 문제부터가 막막해질 것 또한 알게 된다. 더군다나 만약 도주 중에 무언가가 틀어져서 자신이 도주한 황후라는 게 들통나면 원래 받아야 할 벌에 괘씸죄가 더해져서, 더욱 큰 벌을 받게 될 것을 떠올리고 시름에 잠긴다.
그렇게 고민에 빠지던 중 문득 크리스타를 떠올리고, 서랍장에 삐쭉 나와있는 신문을 꺼내 서대제국 소식이 실린 신문을 찾아 읽는다. 컴프셔로 떠난 크리스타가 가족을 원망하며 자살했다는 소식이 실린 기사를 보고 망연자실해하며 신문을 다시 서랍장 안에 넣고 문을 닫는다. 크리스타에 대해 "제때 컴프셔로 물러났다면 권력은 잃었을지언정, '비운의 왕비'가 되어 사람들의 애정과 동정을 받으며 안락하게 지냈을 것이나, 그 길을 선택하는 대신 미래를 두고 모험을 했다가 서글픈 죽음을 맞이했다"[200]고 평가함과 동시에, 크리스타의 상황을 자신과 겹쳐보며 초조하게 손가락을 깨문다. 랑트 남작의 제의를 받아들여 황궁에서 탈출하는 게 크리스타의 전철을 밟는 일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황후 자리에 있으니 벌을 받더라도 절대로 죽을 일은 없겠지만, 괜히 다 버리고 도망쳤다가 더 큰 벌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 한다. 거기에다가 아직 자신에겐 소비에슈와 거래를 할 패가 하나 남아있음을 상기하고[201], 일단 소비에슈를 찾아가 봐야겠다고 결정한다.
그러나 이전에 자신이 서대제국의 리버티 공작에게 보낸 나비에의 이혼 사유는 그녀가 불임이기 때문이라는 내용의 편지가 또 말썽을 일으킨다. 리버티 공작은 이 편지를 줄곧 보관하고 있다가 나비에에게 건네주는데, 덕분에 나비에와 하인리에게도 자신의 만행이 알려지고 만다.[202] 이로 인해 나비에와 하인리가 이 편지를 동대제국에 돌려주는 동시에 동대제국에 '라스타의 무례한 발언을 공개적으로 사과하라'는 항의를 표하면서 또다시 동대제국의 위신과 체면을 추락시켰다.[203]
하인리가 나비에에게 언급한 바에 의하면 라스타 역시 재판을 받는 것이 확정되었다고 한다.
복도로 나가서 자신을 감시하는 기사에게 소비에슈를 만나게 해달라고 요청한다. 복도에서 서성거리다가 다시 방으로 돌아와 초조하게 기다리던 중 기사가 소비에슈가 라스타를 데려오라고 했다고 알려준다. 거울을 보고 재빨리 머리를 정돈한 뒤 그대로 동궁으로 향하지만, 가는 길에 자신을 차가운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의 "뻔뻔해라.", "눈 하나 깜짝 하지 않는군요.", "저런 순진한 얼굴로... 쯧쯧."라고 수근거리는 소리에 가슴 아파하지만 애써 모른 척 한다.
게다가 그렇게 해서 만나게 된 소비에슈마저 자신에게 얼음장 같은 시선만 보내며, 빨리 볼 일만 보고 가라는 태도를 보이자 어렵게 입을 연다. 소비에슈에게 '날 어떻게 하실 생각이시냐?'고 묻지만 '네가 지은 죄에 따라 달라질거다'라는 차가운 대답만 듣는다. 이에 '난 아무 죄도 저지르지 않았다'고 말하며 자신의 죄를 부인하지만, 이제와서 발뺌하기엔 드러난 것이 너무 많다는 일갈을 듣는다. 계속해서 '내가 도망 노예인 걸 알면서도 받아주신 건 폐하시다'라고 떼를 써보지만, 소비에슈는 '난 네가 도망 노예란 걸 알던 거지, 이런 사람이란 걸 알던 건 아니다'라고 반박한다. 이 말에 '폐하께서 처음 보았던 나와 지금의 나는 같은 사람이다'라고 재차 항변하지만, 도리어 '네가 사랑했던 나와 네가 배신했던 나도 같은 사람이다'라는 재차 차가운 대답을 듣는다.
한때 자신을 따뜻하게 대해주던 소비에슈가 대놓고 자신을 냉대하자 완전히 상처받은 얼굴이 되어, 오해가 있다면 전부 설명하겠다고 말해보지만 소비에슈는 들으려고조차 하지 않는다. 소비에슈는 무슨 오해가 있냐며, 글로리엠이 자신의 딸이 아닌 데에 오해가 있냐, 에르기가 들고 온 라스타의 차용증과 항구 양도 서류에 오해가 있냐며, 자신의 악행을 줄줄히 언급하자 섬뜩해한다. 이내 잠시 말을 멈춘 소비에슈가 지독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라스타가 리버티 공작에게 나비에의 이혼 사유가 불임이라는 편지를 보낸 일을 언급하자, 예상치 못한 공격에 놀라서 '난 그런 적이 없다'고 소리친다. 하지만 소비에슈는 그런 라스타의 뻔뻔한 모습에 코웃음을 치며 그런 적이 없는 거냐, 없길 바라는 거냐고 물으며, 서대제국에서 공식적으로 항의해 라스타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사과하라 요구했다고 알려준다. 이에 아직은 자신이 동대제국의 황후인데, 그런 자신이 공개적으로 사과하는 건 동대제국을 망신시키는 것이라는 매우 어이없는 억지를 대놓고 부린다.[204]
이에 소비에슈가 "그렇지. 넌 사과할 필요가 없지. 네가 동대제국을 대표할 일은 이제 없을 테니."라고 말하자 충격에 빠져 소비에슈를 바라본다. 결국 처량하고 가엾은 모습으로 눈물을 터트리며 "날 이제 전혀 못 믿는 것이냐? 내가 가엾다고 하시지 않았냐? 날 지켜주겠다고 하시지 않았냐? 그런데 내가 하지도 않은 일로 이젠 날 구박하시냐?"며 여전히 대놓고 억지를 부려 소비에슈를 경악하게 한다. 소비에슈는 잠시 기가 막혀 자신이 말한 것 중 라스타가 하지 않은 일이 뭐냐고 묻지만, "다요!"라고 소리치며 대놓고 자신의 죄들을 전부 부인한다. 소비에슈는 진심으로 기가 막혀 도대체 라스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말문을 못 잇자 자신은 나비에가 불임이라고 하지 않았고,[205] 불임이라 이혼했다는 소문이 돈다고 말했을 뿐이라며, 소비에슈도 나비에가 불임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고 주장해 자신이 저지른 짓을 대놓고 부정하며 소비에슈에게도 불임 소문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206]
결국 라스타의 억지와 떼쓰기에 완전히 지친 소비에슈는 "혹시 모르니 이번엔 제대로 한번 얘기해보려 한 짐이 미쳤지."라고 독설을 날리며 물러가라고 한다. '날 어떻게 하실 생각이시냐?'라고 처음에 한 질문을 다시 물었지만, '재판을 받으면 답이 나올 것이니, 대답은 재판관에게서 구해라'라는 차가운 대답만 듣는다. 바로 울먹이면서 살려달라고 부탁한다. 놀라서 자신을 쳐다보는 소비에슈에게 처량하고 가엾은 모습으로 '날 너무 크게 벌하진 말아달라', '난 정말로 큰 죄를 지은 적이 없다', '황후 자리에 앉은 게 죄라면 그건 우리의 죄지, 내 죄가 아니다', '그 외엔 난 정말로 잘못한 게 없다'라고 애원하며 여전히 자신의 죄를 부인한다. 여전히 화가 난 소비에슈는 그런 자신을 노려보다가 차갑게 재차 축객령을 내리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힘없이 대답하고 돌아서서 문 앞으로 걸어간다. 소비에슈도 차라리 자신이 악독하게 나오면 오만 정이 떨어질 때까지 싸워대다가 큰 벌을 받게 내버렸을텐데, 저렇게 약하게 나오니 되려 기분이 안 좋아져서 자신을 부른다. 일말의 기대조차 하지 않은 채 돌아서서 대답한다. 소비에슈는 자신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오늘 로테슈 부자와 이스쿠아 자작부부의 재판이 모두 열리니 원한다면 참관해도 좋다고 지시하고, 왜 자신에게 재판에 참관하라고 한 건지 몰랐으나 생각한 후 참관하겠다고 대답한다.
소비에슈가 비서를 붙여주겠다고 한 것에 랑트 남작이라고 예상했으나, 자신에게 붙여준 이가 랑트 남작이 아니라 피르누 백작이라는 사실에 당황해한다.[207] 피르누 백작에게서 공식적인 참관이든 비공식적인 참관이든 어느 쪽이든 편하신 대로 하라는 말을 듣는다. 피르누 백작은 자신이 잘나가던 시절에도 교류가 없어서 서로 불편한 사이였는데, 반면에 랑트 남작은 도주를 제안할 정도로 자신을 신경써줬다는 걸 상기하며 그렇기에 소비에슈가 일부러 자신을 도우려는 랑트 남작을 배제하고, 사이가 나쁜 피르누 백작을 붙였다고 생각한다.[208]
피르누 백작에게 공식적 참관과 비공식적 참관 중 어느 쪽을 추천하냐고 묻는다. 그가 비공식적 참관을 추천하자 그 이유를 묻는다. 이에 피르누 백작이 재판의 당사자들이 전부 라스타와 관련 있는 이들이고, 그들이 라스타를 보면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다고 설명한다. 피르누 백작을 신뢰하긴 어렵지만 일단 이 말을 맞다고 여기고, 평범해 보이는 드레스를 입고 모자와 망토로 얼굴을 가린 채 대법원으로 향한다.
재판이 벌어지는 커다란 홀에 들어가지만 구경꾼들이 자신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를 수군거리자, 망토와 모자를 더욱 눌러쓰고 피르누 백작에게 누구의 재판이냐고 묻는다. 이에 로테슈 자작과 알렌, 이스쿠아 자작부부의 순서로 진행될 것이라는 대답을 듣는다. 40분정도 지난 뒤 재판이 시작되면서 로테슈 자작이 죄수석에 끌려와, 사람들과 대법관의 경멸과 혐오어린 시선을 받는 모습을 보게 된다. 대법관이 로테슈 자작의 죄를 읊으며 죄를 인정하냐고 차갑게 묻고 순순히 죄를 수긍하는 로테슈 자작의 태도에 마른침을 삼킨다.[209] 사람들이 마구 로테슈 자작을 욕하는 와중에 로테슈 자작이 스스로 거짓이 거짓이 아니라고 인정하더니 도대체 뭘 어떻게 한 거냐며, 왜 저렇게 순순히 인정하는 거냐고 의문을 가진다.
대법관이 좌중을 진정시킨 뒤 로테슈에게 이 일에 관련된 사람을 말하라고 추궁하자, 로테슈 자작이 '아들 알렌 림웰과 며느리 라스타 이스쿠아와 함께 저지른 짓이였다'고 말하자 입술을 꽉 깨문다. 혐의를 모두 인정하냐는 대법관의 물음에 '제 핏줄을 황족으로 만들고 싶어서 아들과 며느리와 함께 계획한 일이였다'며 순순히 자신의 죄를 인정하는 로테슈 자작의 모습을 보고 황당해한다. 자신과 알렌이 사랑하게 되었을 때부터 며느리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 온갖 행동으로 반대하고 밀어내던 로테슈 자작이 이제와서 본인 입으로 자신이 며느리라고 인정하는 상황에 경악한다. 이번엔 알렌이 재판장에 끌려나오자 아예 관중들이 계란과 과일 등을 던져대며 알렌에게 욕설을 퍼붓고, 급기야 라스타도 같이 끌고 와야 된다고 소리치자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다. 속으로 로테슈 자작이 자기 죄를 전부 전가할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설마 저렇게 물귀신처럼 나올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로테슈 자작은 한 손엔 알렌을 한 손엔 자신을 잡고서 다 함께 죽자고 끌어당기고 있으며, 같이 죽자고 물고 늘어지는 사람만큼 무서운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 공포에 질려 다리를 후들후들 떤다. 이어서 자신을 지키려는 사람은 오히려 여기저기서 공격할 구실이 많지만 자신을 지키지 않는 사람은 어디를 공격하든 통하지 않는다며, 로테슈 자작이 딱 그 꼴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눈물을 흘리며 "이걸 보라고 재판에 참관하라고 한 거예요? 폐하? 궁지에 몰려 있으니 순순히 받아들이라고?"라고 생각하며 재판 참관을 허락한 소비에슈를 원망한다.
로테슈 자작과 알렌의 재판을 목도하고 잠시 충격에 빠져나오지 못하고 멍하니 서있기만 한다. 눈물 한 방울을 흘린 후로는 미동조차 없어 라스타를 싫어하는 피르누 백작마저 라스타가 쓰러질까봐 걱정할 정도. 자신이 정신을 차렸을 때 이미 피고인석에 끌려 나와 있는 이스쿠아 자작부부를 보고 힘없이 한숨을 내쉬며, 이스쿠아 자작부부만큼은 자신에게 신의를 지키고 있다고 들었기에 안심한다. 게다가 이스쿠아 자작부부가 받을 재판은 글로리엠에 대한 게 아니라, 에벨리를 암살 시도한 것에 대한 일이었기에 한결 마음이 편해져서 숨을 고른다. 자신을 아껴주던 이스쿠아 자작부부가 이런 처지에 놓인 걸 안쓰럽게 여기면서도, 유죄가 되더라도 큰 벌을 받지 않을 것을 알기에 어느 정도 마음을 놓는다.
대법관이 에벨리 암살 시도에 대해서 여전히 같은 입장을 고수하고 있냐고 질문한 것에 이스쿠아 자작부부는 순순히 인정하며 자백한다. 이에 주변이 소란스러워진지고 사람들을 진정시킨 대법관이 이스쿠아 자작부부에게 그럼 에벨리를 서대제국으로 가는 길에 죽이려했다는 것을 인정하냐고 추궁하자, 이스쿠아 자작부부가 왜 저걸 인정하냐며 당황해하지만 그 이상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에벨리를 공격한 일은 어디까지나 이스쿠아 자작부부의 독단이였고, 자신도 자작부부가 정말로 에벨리를 죽이려했는지, 아닌지조차 몰랐다고 생각한다. 이어 저렇게 순순히 인정하는 걸 보니 어쩌면 정말로 죽이려했던건지도 모른다고 여기고, 피해갈 수 없는 증거라도 발견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법관의 추궁을 순순히 인정한 이스쿠아 자작부부는 이어서 딸인 라스타 황후를 위해서 벌인 짓이었냐는 대법관의 질문에, 에벨리가 마법에 유능한 인재라 남궁에서 지내며 궁정 마법사의 조수가 되었는데, 라스타는 그게 혹시 소비에슈가 변심한 증거는 아닐까 하고 늘 불안해 했고, 그래서 그런 무서운 일을 벌였다고 자백한다. 대법관은 이스쿠아 자작부부를 혐오스럽다는 듯이 바라보며 에벨리가 소비에슈 황제의 정부가 아닌데도 그런 짓을 한 것이냐고 묻고, 이스쿠아 자작부부는 이번에도 그렇다고 자백하며 에벨리는 절대 소비에슈 황제의 정부가 아니라고 증언한다. 이후 대법관이 이 일에 라스타 황후가 관련이 있냐고 묻자, 적어도 이 부분에선 이스쿠아 자작부부가 끝까지 자신을 보호해줄 거라 생각해 한 발 동떨어진 기분으로 상황을 지켜본다.[210]
하지만 그 순간 이스쿠아 자작이 덤덤하게 에벨리의 암살 사주에 라스타가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시인한다. 이에 눈을 커다랗게 뜨며 순간 자신이 뭘 잘못 들었다고 생각한다. 대법관이 라스타 황후가 이 일을 사주했냐고 추궁하자, 이스쿠아 자작부인마저 그렇다고 단호하게 인정하며 라스타의 죄를 시인한다. 대법관은 오히려 이스쿠아 자작부부의 태도를 미심쩍게 여겨[211] 왜 갑자기 말을 바꾼 것이냐고 추궁하자, 이스쿠아 자작은 무표정으로 '우리는 친딸도 아닌 분을 위해 온갖 모욕을 감수하는데, 이 일의 원인이자 발단인 라스타 황후는 모든 걸 다 우리에게 미루고 가만히 보고만 있으니, 더는 견딜 수가 없어서다'라고 증언하며 라스타가 본인들의 친딸이 아니라고 폭로한다.
당연히 대법관은 물론 재판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라스타가 이스쿠아 자작부부의 친딸이 아니라는 사실에 경악해 수근거린다. 그런 이스쿠아 자작부부의 모습을 보고 뒤로 두 걸음 물러나 숨도 쉬지 못한채 갑작스러운 그들의 돌변에 경악한다. 놀라서 말문을 잇지 못하던 대법관이 겨우 정신을 차려 언성을 높이며 '지금 라스타 황후가 당신들의 친딸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 거냐?'고 묻자, 이스쿠아 자작부부는 동시에 인정하며 라스타가 자신들의 친딸이 아니라고 확인사살한다.
대법관은 더듬거리며 이스쿠아 자작부부에게 '당신들은 라스타가 황후로 즉위하기 이전부터 계속 딸이라고 주장해왔고, 라스타 역시 당신들이 자신의 친부모라고 말해오지 않았냐'고 추궁한다. 이에 이스쿠아 자작은 무표정한 얼굴로 우리(부부)는 친딸을 찾을 돈이 필요했고, 라스타 황후는 황후 자리에 오르기 위해 귀족 부모가 필요했으며, 이런 식으로 귀족 양부모를 만들어 신분을 세탁하는 건 그리 드문 경우는 아니라고 싸늘하게 말하며, 자신들은 라스타와 신분 세탁으로 맺어진 관계임을 폭로한다. 이에 참지 못한 구경꾼들 중 한 명이 '그럼 라스타 황후의 친부모는 누구냐? 전에 자기가 황후의 친부라고 주장했던 평민이냐?'라고 묻자, 이스쿠아 자작부인은 그건 우리들도 모르고 라스타가 귀족이 아니란 것 외엔 모른다고 차갑게 응수하며, 급기야 귀족 출신도 아니라는 사실마저 들통난다.
말문을 못 잇던 대법관은 단번에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서둘러 결론을 내리려 한다.[212] 하지만 구경꾼들 중 한 명이 참지 못하고 이스쿠아 자작부부에게 '그럼 당신들이 짜고서 황제 폐하를 속인 거냐? 아니면 황제 폐하가 이 일을 묵인해준거냐?'고 묻는다. 대법관은 이스쿠아 자작부부가 죄를 덜기 위해서라도 소비에슈를 끌어들일 것이라고 생각해 섬뜩해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이스쿠아 자작부부는 황제 폐하는 모르는 일이라고 대답한다. 이어서 이스쿠아 자작부부는 라스타는 자신을 황후로 만들어주면 우리에게 딸을 찾아주고 온갖 부귀영화를 누리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했지, 이렇게 법정에 세우는 것이 아니었다며 라스타와 우리가 짜고 소비에슈 황제를 속였다고 증언함과 동시에 필요하다면 라스타와 핏줄 검사를 할 수 있다고 덧붙이며, 재차 라스타가 자신들의 친딸이 아님을 폭로하는 동시에 자신들과 라스타는 작정하고 황제 소비에슈를 속인 대역죄인이라는 위증을 한다.
자신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 씌우는 이스쿠아 자작부부의 모습을 보고, 소비에슈는 자신이 귀족이 아니란 걸 이미 알고 있었다고 버럭 소리를 지르고 싶어한다. 게다가 이스쿠아 자작부부를 데려온 건 에르기 공작인데 왜 이 문제가 거론되냐며, 가슴이 답답하고 억울해서 법원을 뒤집어 엎어버리고 싶어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림웰 부자에게 던져댄 깨진 계란과 으깨진 과일들이 바닥 여기저기에 굴러다니는 걸 보고 공포에 질린다. 자신이 이 재판에 와 있다는 건 아무도 모르는데, 이스쿠아 자작부부의 주장에 반박하다 정체를 들키기라도 했다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며 가만히 있는다.
죄인들의 판결을 결정하기 위해 대법관이 다른 관리들과 함께 회의실에 들어간 사이, 로테슈 자작과 알렌, 이스쿠아 자작부부가 피고인석에 나와있는 모습을 본다. 이때 이스쿠아 자작부부가 로테슈 자작을 증오에 가득 차 노려보고 있는 모습을 보자마자, 로테슈 자작이 이스쿠아 자작부부에게 에벨리가 그들의 친딸이라는 사실을 말했다는 걸 대번에 눈치챔과 동시에 그게 아니라면 이스쿠아 자작부부가 갑자기 입장을 바꿀 이유도 로테슈 자작을 저렇게 노려볼 이유도 없다며, 이스쿠아 자작부부가 자신을 배신한 진짜 이유도 깨닫게 된다. 한참 후 회의실에서 나온 대법관이 로테슈 자작과 알렌, 이스쿠아 자작부부의 의혹과 죄목을 하나하나 읊으며, 단호하게 그들에게 사형 선고를 내리는 걸 지켜본다. 라스타 역시도 하루아침에 "작정하고 신분까지 조작하며 황제를 속여먹은 대역죄인"으로 판명난다.
재판이 끝난 뒤 서궁의 자기 방으로 돌아가 머리카락을 쥐고서 손을 덜덜 떨며, 이스쿠아 자작부부가 설마 저런 식으로 마지막에 뒤통수를 칠 줄을 몰랐다고 공포에 떤다. 황제를 속이려 했다는 건 앞의 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어마어마하게 큰 죄이며, 그러니 대법관도 바로 사형 판결을 내린 것이라는 사실을 상기한다. 이후 신전 검사 결과에 따라 판결이 뒤집힐 수도 있겠지만 애초에 자신은 이스쿠아 자작부부의 친딸이 아니었고 검사 결과는 뻔하니 절대로 판결이 뒤집히지 않을 것임을 눈치챈다. 이렇게 된 이상 닥쳐올 일은 로테슈 자작과 알렌, 이스쿠아 자작부부는 "황제를 속이기 위해 황제의 정부와 손을 잡은 간악하고 못된 몰락 귀족"이 되어 죽을 것이며, 자신 역시 "황후 자리에 오르기 위해 그들과 손을 잡고 황제를 속인 대역죄인"이 될 것임을 직감한다.
그러나 이내 '아니야! 아니라고!'라고 비명을 지르며 주전자와 찻잔을 때려부순다. 숨을 헐떡거리며 로테슈 자작과 이스쿠아 자작부부의 말도 안 되는 자백으로 인해 자신의 죄가 더욱 깊어져 버린 상황을 믿을 수 없어한다. 황제를 속이고 가짜 공주를 만들었단 것도 이미 커다란 죄였는데, 애초에 소비에슈와의 결혼 자체가 사기인 것처럼 되어버렸다는 사실에 절망한다. 심지어 그들의 거짓말로 인해 자신의 인생 중 일부가 가짜가 되어버린 상황에 더욱 분노한다. 계속 아니라고 비명을 지르며 "소비에슈 그 개새끼가 나한테 먼저 결혼하자고 한 거잖아!", "이스쿠아 자작부부를 데리고 온 건 에르기 공작, 그쪽이였어!", "로테슈, 이 빌어먹을 새끼! 찢어 죽여도 마땅치 않을 새끼! 내가 너부터 죽였어야 했어!"라고 악을 쓰며 가구들을 때려부순다. 그럼에도 분이 풀리지 않아 고함을 지르다가 머리카락을 감싸 쥐고 흐느낀다. 이어서 로테슈 자작이야 원래 쓰레기 새끼니 그렇다 쳐도 이스쿠아 자작부부는 자신의 부모이길 바랄 정도로 정말로 좋아했다며 그들의 배신을 원망하면서 무릎을 꿇고 흐느낀다. 이와중에도 정신을 못 차렸는지 아예 '왜 다들 배신하는 거냐?', '왜 아무도 곁에 있어주지 않냐?', '왜 다들 날 못살게 구는 거냐?'고 다른 사람들에게 책임을 전가한다.[213] 하지만 이윽고 재판장에서 사람들이 당장 자신을 끄집어내라고 외치던 순간을 기억하고 공포심에 사로잡혀 덜덜 떨면서 도망가야 된다며, 여기 있다간 진짜 큰일 날 것이고 다들 자신의 탓을 하고 있다고 중얼거린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못해 그동안 거절하던 랑트 남작의 도주 제안을 받아들여 동대제국에서 완전히 도망치려고 한다.
혼자 힘으로 서궁에서 나갈 수 없기에 가장 오래된 하녀인 아리언에게 울면서 제발 빨리 랑트 남작을 불러 달라고 애원한다.[214] 아리언이 자신의 부탁을 들어줄지 확신하지 못했으나 얼마 후 정말 랑트 남작이 나타난다. 아리언을 내보내자마자 랑트 남작을 붙잡고 엉엉 울며 매달리면서, 다들 자기 잘못을 자신에게 돌리고 있고, 자신의 잘못을 더 부풀리고 부풀려서 자기들이 살아나려고 한다고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한다. 그와 동시에 이대로 가다간 자신은 정말 죽을 거라며, 죽고 싶지 않으니 제발 밖으로 나가게 해달라며 야반 도주를 도와달라고 애원한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랑트 남작은 곤란한 얼굴로 두 손을 허공에 어색하게 두며 라스타를 도와주는 것을 주저한다.[215] 그럼에도 커다란 눈을 강아지처럼 뜨고 애원하며 동정심을 자극한 끝에 결국 랑트 남작은 '완전히 도울 수는 없지만 수도를 빠져나가는 것은 도와주겠다'고 말하며 도주를 도와주기로 한다. 이에 정말 기뻐하며 랑트 남작에게 고맙다고 말한다. 지금 나가야 한다는 랑트 남작의 말에 기사들이 서궁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는다고 말하며 현재 서궁에 감금된 자신의 처지를 호소한다. 랑트 남작에게서 기사들을 한 눈 팔게 할 순 있으니 여러 번은 힘들지만, 한 번 정도라면 충분히 성공할 만하니 서둘러 돈이나 보석만 챙기라는 대답을 듣고 최대한 방 안을 뒤져 그나마 가지고 있는 패물들이나 돈이 될 만 한 것들을 챙기려한다.[216]
이런 자신의 모습을 보던 랑트 남작은 시계를 보다가 먼저 나가서 준비하고 오겠다고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랑트 남작은 라스타에게 30분 후에 서궁 정문에 기사들이 잠시 비우게 할테니 그 쪽으로 나와 오솔길로 들어오셔서 곧장 나오라며, 서궁까지는 평소처럼 고, 정문을 빠져나간 후에는 바로 망토를 덮어 옷과 얼굴을 가리라고 말하며 도주에 필요한 몇 가지 주의사항을 말하고 방에서 나간다. 랑트 남작이 나간 뒤 바쁘게 움직이며 보석과 값비싼 물품들을 챙기면서도 시간을 확인한다. 15분을 남기고 응접실에서 나와 서궁을 빠져 나가려고 했으나, 하녀 아리언에게 발각당하고 만다. 이에 당황해 더듬거리며 그녀를 쳐다본다.
그런 자신의 모습을 보고 단번에 자신이 도주하려 한다는 걸 눈치챈 아리언은 도망간다면 더욱 불리해질 것이니, 차라리 도망치지 말고 맞서서 대응하는 게 낫다고 조언하지만 그 말을 가식적으로 여겨 속으로 언제부터 자신을 챙겼냐며 코웃음을 친다. 잘못한 게 있다면 대가를 치르고 잘못한 부분이 아니라면 반박해야 한다며, 도망치는 건 좋은 수가 아니라고 충고하는 아리언에게 울면서 법정에 안 가봐서 그렇다며, 사람이 얼마나 화를 내고 있는지, 얼마나 무섭게 격앙되어있는지 모른다고 애원한다. 하지만 아리언은 평소와는 다르게 자신이 도망치는 걸 못 본척 해줄테니 빨리 가라며 도주를 도와주려고 한다. 이에 어리둥절해했으나 아리언은 재차 못 본척 해줄테니 빨리 가라고 재촉한다. 아리언에게 존댓말로 고맙다고 말하며 문 쪽으로 갔으나, 문고리를 잡고 나가려는 순간 이전부터 자신을 못마땅하게 여겼던 아리언이[217]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지금 겉으로만 저러는 것이라고 의심한다. 순한 줄 알았던 알렌, 자신의 구원자인 줄 알았던 소비에슈 등, 자신을 배신한 수많은 사람들을 떠올리고 친하지도 않은 아리언이 이제 와서 자신을 도와주려 하는 것을 의심해, 급기야 아리언이 소비에슈에게 자신의 도주를 밀고할 거라는 망상에 빠진다. 결국 아리언에게 정말로 고맙다고 말하며 다가가 숨겨두었던 칼로 그녀를 찌르는, 또 한 번의 살인미수를 저지르고 도망친다.[218]
이후 아슬아슬하게 시간에 맞춰 랑트 남작이 알려준 장소로 간다. 멀지 않은 곳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리는 것에 랑트 남작이 기사들을 쫒아내주는 것이라고 여기고 안심한다. 서궁을 나오자마자 바로 망토를 쓰고 얼굴을 모자로 가려 오솔길로 걸어가자 작은 마차를 발견한다. 그 마차에서 나온 랑트 남작이 라스타에게 피냄새가 난다고 묻자 오다가 들켜서 싸웠다고 변명하며 아리언을 죽이려한 일을 숨긴다. 마차의 의자 뚜껑을 열어 그 안에 들어가라고 권유하는 랑트 남작의 말에 의문을 품지만, 이전에 나비에가 탈출했던 방법이였음을 알려주자[219] 수긍하고 바로 의자 밑에 들어간다. 좁고 불편한 의자 안에 들어가 몸을 웅크린 채로 마차가 출발하자 어두운 공간 안에서 혼자 버틴다.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억지로 재밌고 희망적인 일들을 떠올리다가[220] 얼마 지나지 않아 수도를 빠져나간다. 수도 밖을 빠져나왔으면 이제 반은 해결된 거니 안심하셔도 된다는 랑트 남작의 말에 긴장이 풀려서 눈물을 흘리며 안심한다. 몇 번이나 랑트 남작에게 고맙다고 인사하지만 금세 소비에슈의 비서인 랑트 남작이 나중에 자신에 대해 밀고할 거라고 의심한다.
탈출에 성공했다고 믿은 그 순간 마차가 크게 흔들리며 멈추고, 무슨 일이냐고 놀란다. 바로 입을 다물지만 마구잡이로 얽힌 주위 소리에서 '투아니아 공작'이라는 소리가 들리고 이에 당황하자마자 마차가 옆으로 넘어가 자기도 미끄러져서 고꾸라진다. 어떻게든 의자 밖으로 나가기 위해 두 손을 휘젓지만 실패해 그대로 갇히고 만다.
알고 봤더니 이전에 라스타가 퍼트린 헛소문으로 인해 니안과 이혼한 일으로 원한을 가진 투아니아 공작이 소비에슈에게서 라스타의 도주 소식을 듣고 미리 대기하고 있다가 라스타의 도주를 검거하러 왔던 것. 투아니아 공작이 랑트 남작의 만류에도 창으로 마차를 다 찌르고 부수면서, 의자 윗부분으로 창날이 지나가자 비명을 지른다. 각기 다른 방향에서 창들이 쳐들어오자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질러대며 엉엉 운다. 이윽고 문이 열리고 여러 개의 손이 자신을 끄집어낸다. 그렇게 마차 뚜껑에서 나오자마자 사방에는 병사들이 둘러싸여 있고, 랑트 남작마저 병사들을 말리려다가 패대기쳐진 상태에, 그 가운데에서 잔인한 미소를 띈 투아니아 공작을 보고 공포에 질린다. 투아니아 공작이 "너 때문에 아내를 잃었지. 네가 한 짓을 알게 된 후로 내내 오늘을 기다렸다, 라스타."라고 일갈하자 창백해진 채로 뒤로 물러나며 소리친다. 결국 마지막 희망이었던 도주마저 사전에 발각되어 실패하고 만다.[221]
결국 재판을 피해 도망치려 했다는 죄까지 추가되어 병사들에게 붙잡혀 다시 황궁으로 끌려간다. 이때 그동안 평민의 희망이라고 추앙받았던 것과는 전혀 달리 평민들에게마저 "황후를 끌어내!", "황후는 무슨, 폐하를 속이려다 실패하니 도망치려던 게 황후라고?", "저 반반한 낯짝 좀 보라지", "사기꾼 주제에 평민의 희망은 무슨!"라는 등 온갖 욕설을 듣고 손가락질을 받으며 끌려간다. 그렇게 끌려가던 중에 그 자리에 있던 델리스와 눈이 마주친다. 밧줄에 묶여있지는 않았지만 병사들에 의해 두 손을 꽉 잡혀 움직일 수도 없고, 사방에 자신을 공격하려 드는 평민들이 가득해 그 병사들로부터 달아날 수도 없는 상황이였기에, 델리스를 보고서 자존심이 상해 입술을 굳게 다물고 얼굴을 굳힌 채로 그녀를 쳐다본다. 델리스는 보란듯이 자신 때문에 반쯤 잘린 혀를 내밀고, 충격에 빠져 기절하고 만다. 그렇게 기절한 채로 황궁으로 옮겨진다.
자신의 방으로 들어와 자는 척 하지 말라며, 깨어있는 거 안다고 일갈하는 소비에슈의 말에 정신을 차린 뒤 눈물을 보인채로 원망하는 눈으로 그를 쳐다본다. 도망치다니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며 자신을 비웃는 소비에슈에게 눈물을 글썽이며 자신이 도망칠 수밖에 없도록 몰아갔다며 소비에슈를 원망한다. 전부 다 자신의 선택이였다고 일축하는 소비에슈에게 자신은 서궁에 감금되어있어서 밖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알 수 없었고, 하녀들은 자신에게 바깥 상황을 전해주지도 않았다고 변명하는 동시에 애초에 소비에슈가 로테슈 자작과 이스쿠아 자작부부의 재판을 참관하라고만 하지 않았으면, 자신은 겁을 먹고 도주를 시도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에게 책임을 전가한다. 그 순간 소비에슈가 일부러 자신이 재판을 보게 해 무서워서 도망가게 만들어 죄를 더욱 가중시키려고 했다는 걸 눈치채고 경악한다.
그런 자신의 반응에 부인하는 소비에슈에게 그게 아니면 설명이 안 된다고 따진다. 소비에슈는 항상 남 탓이라며, 남 탓할 것도 있겠지만 적어도 자신은 한 일에 대한 책임은 지라고 일갈하고, 이에 소비에슈도 자신의 탓을 하고 있다고 따짐과 동시에 나비에의 결혼식 날, 소비에슈가 울면서 나비에의 이름을 부르는 걸 봤다며, 지금 이렇게 자신을 몰아세우는 것도 사실 나비에와 헤어진 분풀이를 하는 것이라고 항의한다. 그러나 소비에슈는 황후가 된 건 라스타의 죄가 아니라 본인의 잘못이라며, 나비에와 헤어진 것도, 라스타을 믿은 것도 본인의 탓이라고 일갈하며, 나비에와 관련된 일만큼은 라스타가 아닌 오롯이 본인의 탓이라고 인정한다. 그러면서도 라스타가 벌을 받는 것 역시 라스타가 저지른 그 모든 일 때문이라며, 언제 그걸 인정할 거냐고 일갈한다. 이에 자신의 죄를 부인한다. 사실은 알 거 아니냐고 일갈하는 소비에슈에게 모른다고 떼를 쓰며 여전히 자신의 죄를 부인하지만, 소비에슈는 "모르면 되었다. 네가 가려는 길에, 답안지는 필요 없으니."라고 차갑게 말하면서 돌아선다.
그 말에 겁이 나서 황급히 달려가 무릎을 꿇고 소비에슈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순순히 폐위되고 이혼도 해주겠다며, 자신과 글로리엠은 조용한 시골에서라도 살게 해달라는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하는 동시에 재판은 받고 싶지 않다며, 사람들이 무섭다고 애원한다. 당연히 소비에슈는 코웃음을 치며 "네가 가지지 못한 걸 두고서 거래를 요청하는 건 말도 안 되지, 라스타."라고 거부하며 냉담하게 라스타의 손을 떨쳐낸다. 이에 바닥에 힘없이 주저앉았다가 바로 태도를 바꿔 "폐하는 죄를 지어도 벌을 받지 않는데[222]라스타보다도 더한 죄를 저질렀고, 동대제국을 혼란에 빠트렸으며 국민들을 기만한 장본인이다. 당연히 소비에슈야말로 본인이 저지른 죄에 대한 벌을 가장 철저하게 치러야 할 사람이나, 정작 동대제국을 혼란에 빠트린 장본인인 소비에슈는 국민들에게 비난을 듣기는커녕 아예 벌조차 받지 않고 있고, 오로지 라스타에게로만 비난의 화살이 쏠리면서 라스타는 모든 오명을 뒤집어쓴 채 혼자 벌을 받게 된 상황이다. 당연히 소비에슈도 진작에 "나라를 망친 원흉"으로 낙인찍히고 폐위되었어야 정상이다.] 난 왜 죄도 없이 벌을 받아요?"라고 악을 쓴다. 법정에서 자신의 죄가 무엇인지 하나하나 들어보라고 일갈하는 소비에슈에게 다 말할 거라고 소리친다. 이에 황당해하는 소비에슈에게 자신이 도망 노예란 걸 알면서도 모두를 속인 걸 말할 거라며, 어차피 죽게 된 와중이라면 자신이 왜 안 말하겠냐고 발악하며, 소비에슈가 자신이 도망 노예인 걸 알면서도 모두를 속이고 정부로 삼은 것은 물론, 나아가 황후로 삼은 걸 다 폭로할 거라고 협박한다. 하지만 소비에슈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말해봤자 증거도 없고, 설령 사람들이 믿는다 한들 본인을 "사랑에 눈이 먼 황제"라고 여기며 얼빠졌다고 말할 것이라며, 그게 끝이고 그것조차 얼마 가지도 않을 것이라고 비웃으며, 본인을 라스타에 비해 피해를 덜 받을 것임을 상기시킨다.
심지어 소비에슈는 오히려 피해를 보는 건 자신을 빼닮은 안과 글로리엠이라며, 어차피 첫째인 안은 자신이 노예 건을 터트리던 말건 노예가 될 것이라고 비웃는다. 그 말에 충격을 받아[223] 안이 뭘 했다고 노예가 되냐고 경악했으나, 소비에슈는 알렌과 라스타가 모두 중죄인이니 그 자식인 안에게는 연좌제가 적용된다고 알려준다. 완전히 절망해 "너 뭐야? 너 뭐냐고! 에르기보다 당신이 더 나빠! 빌어먹을 놈, 황제면 다야? 다냐고!"라고 절규한다. 안과 글로리엠까지 이용해 자신을 협박하며 몰아세우는 소비에슈의 행태에 눈이 돌아가 그에게 달려들지만, 소비에슈는 간단하게 피해버리고 그대로 방에서 나가버린다. 결국 자신의 죄 때문에 애꿎은 어린 자식들마저 노예가 될 지도 모른다는 상황에 절망해서 숨이 끊어질 듯 비명을 지른다.[224]
2.11. 재판, 그리고 폐위 (196화 ~ 199화)
결국 자신의 재판이 열리게 된다.[225] 두 기사들을 대동하고 나타나 소비에슈의 옆 자리에 앉는다. 대법관의 선언으로 황실 사기 혐의 및 기타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다. 로테슈 자작과 이스쿠아 자작부부가 일전의 재판에서 한 진술을 반복하는 걸 무거운 표정으로 바라본다. 이어서 알렌이 자신은 아무 것도 모른다며, 아버지와 라스타가 한 일이라고 주장해 로테슈 자작과 라스타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씌우며, 자신은 가짜 공주 사건과 무관하다고 악을 쓰는 것에 분노해 의자 손잡이를 꽉 잡는다.이후 베어 상회 회장이 자신의 어음 횡령 건에 대해 증언한 후, 자신의 하녀인 델리스가 자신이 소비에슈가 나비에에게 보낸 파랑새를 빼돌린 후 깃털을 산 채로 뽑았던 걸 발견했다는 이유로 억울한 누명을 씌워 잔인한 형벌을 내렸음을 증언하면서 본격적으로 사람들에게 비난을 듣게 된다. 차가운 표정으로 사실이냐고 묻는 대법관에게 "아니."라고 대답하며 뻔뻔하게 죄를 부인하지만 더욱 비난을 듣는다. 이어서 에벨리가 라스타가 평소 자신을 모욕하고 무시한 것은 물론 이스쿠아 자작부부와 함께 계속 모욕하고 무시했던 일, 마차 사고를 내어 자신을 죽이려한 일을 증언한다.
또한 랑드레 자작이 니안의 무고 사건과 보고서에 대해 증언하며 당시 소비에슈가 너무 라스타를 사랑해서 보고서에 관심조차 두지 않았고 이 일을 덮으려했다며 소비에슈에 대한 분노를 표출한다.[226] 이내 카를 후작까지 나와서 라스타가 평소 에르기 공작에게 사사로이 돈을 빌렸고 돈의 지출이 전 연인이었던 알렌과 아들 안이었다는 것, 항구 사건과 자신과 에르기의 스캔들에 대해 증언한다. 이에 대법관이 사실이냐고 물을 때마다 한결같이 "아니."라고 대답하며 죄를 부인하고, 그런 자신의 태도에 사람들의 비난은 더더욱 커져간다.
그러던 와중에 델리스의 오빠인 조앤슨이 증인석에 나와 대법관에게 공개하고 싶은 서류가 있다고 외치고, 소비에슈가 사람들을 대신해 무엇이냐고 묻는다. 조수를 통해 조앤슨에게서 라스타의 친부의 노예 문서를 건네받은 대법관이 서류를 공개하면서 그토록 숨기려했던 자신이 도망 노예였다는 사실이 폭로되고 만다.
이미 로테슈 자작의 입방정으로 어느 정도 라스타의 과거를 알고 있던 귀족들은 조용히 있었지만 라스타의 온갖 악행으로 분노가 하늘을 찔렀던 평민들은 애초에 라스타가 평민도 아닌 노예였다는 사실에 매우 분노해 "라스타 황후가 평민이 아니라 노예였단 말야?", "XX, 평민도 아닌 노예?", "노예가 평민의 대표랍시고 뻔뻔하게 귀족을 사칭했다고?", "끌어내려!", "감히 노예가 황제 폐하의 옆에 앉다니!", "끌어내려 무릎 꿇려라!", "죽여!", "노예가 귀족인 척 사기를 쳐 황후가 되다니!", "나라 망신이다!", "끌어내려! 끌어내리라고!" 등, 그녀에게 온갖 욕설을 퍼붓는다.[227] 결국 완전히 궁지에 몰린 순간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증인석에 나와, 조앤슨을 밀치고 마지막 발악으로 "황제 폐하는 고자입니다!!"라고 소리치며, 소비에슈를 고자라고 모함한다.
자신의 폭탄 발언에 법정은 정적에 휩싸인다. 이어서 소비에슈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폐하는 자신이 고자임을 감추기 위해 나비에 황후를 불임으로 몰고 내게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지도록 하게 했다'고 주장한다. 이어 '이건 다 폐하가 시킨 일이고, 난 어쩔 수 없이 한 일이다'라고 주장하기까지 한다. 자신의 고자 발언에 매우 분노한 대법관이 "닥치십시오!"라고 소리치고[228], 사람들 역시 라스타에게 닥치라고 소리친다. 이에 질세라 구두를 벗어 난간을 두드리다가 아예 그 구두를 관중석으로 던진 후 놀란 평민들에게 삿대질하면서 "니들이나 닥쳐! 발언권을 가진 건 여기 서 있는 나지, 니들이 아니야!"라고 윽박지른다.[229]
이에 분노한 대법관이[230] 차가운 표정과 가라앉은 목소리로 궁지에 몰리니 황제 폐하를 잡고 늘어지시는 거냐고 추궁하고, 이에 "당연히!"라고 소리친 후 이내 "혼자 잘못한 것도 아닌데 혼자 죄를 덮어쓰게 생겼으면 당연히 공범을 잡고 늘어져야지, 여기 있는 사람들은 억울해도 혼자 죽을건가보지?"라고 빈정거린다. 이어 "폐하와 나비에 황후와의 사이에선 아이가 없었는데 나비에 황후는 옆 나라 남자와 결혼하자마자 아이를 가졌고, 난 알다시피 두 아이를 낳았다"고 설명하며 "소비에슈가 불임이다"라는 의외로 앞뒤가 맞는 주장을 한다.
이 말에 라스타를 욕하던 사람들도 씩씩거리면서도 소비에슈를 흘끔 쳐다본다. 델리스가 조앤슨에게 뭔가 언질을 주고, 조앤슨이 자신에게 다가와 지금은 자신이 발언할 시간이니 망상을 펼치는 건 나중에 하시라고 비꼰다. 이에 무엄하다고 말하지만 조앤슨은 오히려 '황제 폐하를 두고 가장 무례한 언동을 보인게 누구였는지는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잘 알고 있을텐데 제게 무엄하다고 말하시냐'는 팩폭을 날리며 자신을 조롱한다. 이에 평민들마저 자신에게 꺼지라고 소리치자 표정이 무너지고 충격을 받는다.[231]
이후 조앤슨은 대법관에게 발언을 계속하겠다고 말하며, 라스타 황후의 친부 논란으로 세기의 논란을 받았고, 사기형으로 노예형을 받은 기록이 남은 남자가, 라스타의 부름으로 집을 나와 황궁에 오다 실종된 건 알고 있냐고 묻는다. 이에 '그런 적 없어!'라고 버럭 소리지르지만 바로 카를 후작이 자신의 친부를 증인으로 세운다. 소비에슈의 암묵적인 동의로 그동안 감옥에 갇혀 있다가 병사들에게 잡힌채 끌려와 증언석에 선 친부가 자신의 부름을 받고, 궁전에 가던 길에 정체 모를 이들에게 끌려가 죽을 뻔했다가 근위기사들이 구해주었다고 증언하며 본인을 위해 딸을 배신한다. 그 진술을 들으면서 마지막까지 자신을 저버리는 친부에게 절망해 고통스런 표정으로 바라본다. 그 뒤 궁의와 서궁의 하녀들, 기사들이 도주극을 성공시키기 위해 측근 하녀 아리언을 살해하려한 일을 증언하고, 자신에게 고용되었던 암살자가 트로비 공작부부의 암살을 사주했으며, 황후의 권력으로 협박한 탓에 어쩔 수 없이 의뢰를 받았지만 동의하지 않았고, 의뢰를 실행하려 한 적이 없다고 자백한다. 이에 비명을 지르며 여전히 죄를 부인한다.
자신의 발악에 잠시 밀려났던 대법관이 소비에슈에게 라스타가 황후로서 가진 면책 특권을 발휘할 것인지 묻고, 소비에슈마저 딱 잘라 "죄인으로 판결하라"고 말하면서 그 즉시 황후 자리에서 폐위된다. 소비에슈의 의도를 눈치채고[232] "이렇게 절 이용하고 버리시는 거냐? 폐하가 고자란 것도 감춰드렸고, 폐하가 고자임을 감추려고 나비에 황후를 버리는 것도 감춰드렸는데 이대로 날 이용하고 버리시는 거냐?"라고 소리치며 소비에슈를 공범으로 몰면서 마지막까지 발악해보지만 묵살당하고 기존 죄들에 법정 모독죄와 황제 모독죄까지 추가된다.
그런 자신의 발악을 지켜보던 대법관이 차갑게 "라스타 이스쿠아 황후. 로테슈 자작과 그 아들 알렌과 손을 잡고, 알렌 림웰 사이에서 태어난 딸을 황녀로 속이려한 죄, 황후 자리에 오르기 위해 이스쿠아 자작부부와 내통하여 신분을 사칭한 죄, 나비에 황후의 어음을 자신의 것처럼 무단으로 사용한 죄, 자신의 죄를 감추기 위해 측근 하녀의 혀를 자르라는 끔찍한 명령을 내린 죄, 궁정 마법사인 에벨리의 살인교사죄, 황후의 신분으로 외국의 공작에게 막대한 돈을 빌리고 그걸로도 모자라 국토를 무단으로 넘기려 한 죄, 노예 신분으로 평민을 사칭하고 귀족을 사칭했으며, 이를 감추기 위해 친아버지를 살해하려한 죄, 신성한 법정을 모독하고, 황제 폐하를 모욕한 죄, 트로비 공작부부 살인교사죄. 인정하십니까?"라고 추궁한다. 이에 "아니! 전부 다 아니!"라고 소리치며 끝까지 죄를 전부 부인해보지만 대법관에 의해 영구유폐형을 선고받는다.[233] 직후 기사들에게 두 팔을 붙잡힌 채로 재판정에서 끌려나간다.
2.12. 최후 (200화)
재판이 끝난 후 잠시 남궁에 감금되었다가 다음날 바로 자신이 황후가 되어 정점의 자리에 올랐던 그 커다란 홀에서 황후의 옷과 관을 빼앗기며 마침내 폐위된다. 자신을 한 번 버리고 두 번 버렸던 아버지가 법정에서 자신을 세 번째로 버렸다는 사실에 완전히 절망한다. 게다가 소비에슈는 아예 나오지도 않고 어느 누구도 자신에게 황후로서의 마지막 예우를 갖추지 않는 상황[234]에 진이 빠져서 그 모든 과정에 기운 없이 서있기만 한다.검은 옷으로 갈아입고 기사들에게 두 팔을 붙잡힌 채 유폐될 탑으로 향하던 중, 아르티나 경에게서 "내 손으로 내가 모시던 분을 이혼 법정에 데려갈 때. 그때 이후로 쭉 이 날을 기다렸습니다."라는 증오어린 독설을 듣는다.[235] 아르티나가 나비에의 호위기사였음을 상기하고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며 "어떻게 그래? 왜 다들 배신하지 않아? 다들 나를 배신했어. 올라가고 올라가면 배신 받지 않을 줄 알았는데, 올라가고 나니 더욱 배신하던데. 왜 그 사람은 배신 받지 않아?"라고 자신과 전혀 다른 나비에의 모습에 대해 한탄한다.[236] 하지만 오히려 아르티나 경은 그런 라스타를 비웃으며 "무슨 소립니까. 그분이 배신당했으니 당신이 잠시라도 그 자리에 있을 수 있었던 건데."라고 일갈하자[237], 이전과는 전혀 달리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서글프게 수긍한다.[238]
그대로 기사들에게 끌려가 탑 꼭대기의 작은 방에 감금된다. 주위를 둘러보지만 자신이 감금된 방 안은 촛불 하나 없어 어두웠고, 유일한 빛이라곤 작은 창문에서 흘러들어오는 햇빛이 전부일 정도로 열악한 감옥이었다. 그제서야 이런 곳에서 평생을 산다는 사실에 뒤늦게 공포에 질려 황급히 문을 쾅쾅 두드리며 열어달라고 소리친다. 계속해서 문을 두드리며 걷어차고, 주먹으로 때리고, 머리로도 박아보지만, 당연히 문이 열리기는커녕 대답조차 들려오지 않았다. 결국 뒤로 물러나 몇 번이나 날카롭게 비명을 지른다.
죽지 않아 안심한 것도 잠시였고 자신은 아주 젊다는 걸 상기하며,[239] 이런 감옥에서 몇십 년을 보내야 한다는 사실에 공포를 느낀다. 이 사실에 완전히 혼란에 빠져 다시 문으로 달려가 두드리며 "소비에슈! 폐하! 열어줘요!"라고 소리친다. 이내 엉엉 울면서 자신이 잘못했으니 제발 열어달라고 고함을 지르며 문을 잡고 매달린다. 급기야 울면서 머리로 문을 들이박는 자해까지 하며 "구해준다 했잖아요! 이젠 힘들지 않게 해준다 했잖아요! 폐하가 날 구원해 줄 거라 했잖아요!"라고 절규하지만,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한다.
결국 뒤로 물러나 침대에 웅크려 앉아 델리스, 아리언, 픽스 등, 그동안 자신이 해쳤던 사람들의 환영을 보며 거의 미쳐간다. 이를 버티지 못하고 다시 엉엉 울면서 "싫어! 무서워! 폐하! 무서워! 폐하!"라고 반복해서 말하며 오열하다가, 다시 문으로 달려가 두드리며 소비에슈에게 자신을 구해달라고 애원한다. 그 순간 음식을 들여보내 주는 문 아래의 작은 뚜껑에서, 하얀 손이 나타나 바닥에 작은 알약을 내려놓고 사라진다. 멍하니 알약을 내려다보다가 유령이 아니었단 걸 깨닫고 황급히 제발 열어달라고 애원하지만 알약을 건네준 사람은 금세 사라진다. 알약을 주워들고 멍하니 바라보지만 누가 봐도 자살용 독약인 걸 깨닫고 집어 던지며, "무슨 뜻으로 이걸 준 거야?"라고 버럭 외치지만 이번에도 대답은 듣지 못한다.
침대로 들어가 웅크린 채로 유폐형이라고 해놓고 자신을 독살하려고 저런걸 보낸 거냐며, 누구 좋으라고 죽냐며 절대로 안 먹을 거라고 악을 쓴다. 하지만 사흘이 지나자 도저히 이곳에서 버틸 자신이 없어 결국 덜덜 떨며 독약을 집어든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있으면 자신이 해치고 해치려 한 사람들의 환영이 어른거리고, 이혼당하던 당시의 나비에가 자신을 바라보던 눈빛이 자꾸만 떠올라 더욱 괴로워한다. 심지어 며칠 동안 낮에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잠을 자고 밤에는 오히려 잠이 오지 않아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생활을 했는데, 사형당한 로테슈 자작과 이스쿠아 자작부부가 계속 자신의 발목을 잡고 이쪽으로 오라며 자꾸만 잡아당기는 악몽까지 꿔 더욱 정신적으로 궁지에 몰린다.
게다가 이런 날들이 앞으로 몇십 년 반복되리란 것에 더욱 공포스러워 한다. 결국 독약을 집어 입 안에 넣으며 엉엉 울면서 "폐하, 무서워요. 폐하... 왜 구하러 오지 않아요..."라며 소비에슈를 찾는다. 독약이 빠르게 몸에 퍼져 자신의 몸을 끌어안고 몇 번 뒹굴다가 바닥으로 엎어진다. 독약의 기운으로 인해 몸에서 자꾸 경련이 멈추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 수십 년간 갇혀 있지 않아도 된단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여긴다.
서서히 눈을 감으면서 "폐하... 폐하가 라스타를 싫어해도... 라스타는 폐하가 정말 좋았어요... 폐하를 정말 사랑했어요..."라고 마지막 유언을 남기고 피를 토해낸다. 그렇게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순간 과거 자신이 안을 낳았을 때 로테슈 자작이 시체가 아니라 건강한 아기를 내밀고, 소비에슈가 다시 찾아와 라스타를 믿으며 가둬서서 미안하니 다시 나가자고 하고, 혀가 잘리지 않은 델리스와 칼에 찔리지 않은 아리언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어느 정도 자란 안과 글로리엠이 둘이서 사이좋게 뛰어다니며 노는 등, 현재 자신이 처한 현실과는 완전히 정반대인 환영을 꿈꾼다. 이윽고 나비에가 시녀들에게 둘러싸여있는 모습으로 등장하자, 울면서 "라스타예요."라고 예의 없게 인사한다.[240] 하지만 이내 말투를 고쳐 "라스타입니다."라고 인사한다. 이 말에 나비에가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안아주는 꿈을 꾸고, 그 품이 시원하고 차갑다고 느끼며 눈을 다 감지 못한 채 숨을 거두고, 일주일 뒤에 시체로 발견된다.[241]
2.13. 최후, 그 이후 (201화 ~ 262화)
이후 탑에 갇힌 라스타에게 음식을 전해주던 간수가 라스타가 며칠째 음식도 물도 먹지않고 너무 조용하기에 음식 구멍을 열고 안을 들여다 보니, 피에 젖은 은발과 좋지 못한 냄새가 난다고 소비에슈에게 보고하면서 자살한 사실이 세간에 알려진다. 소비에슈가 직접 탑으로 가 감옥 문을 열었을 때, 이미 부패가 진행된 처참한 형태의 시체로 발견된다. 아예 눈도 감지 못한 채로 죽었다고.[242]이런 라스타의 비참한 최후를 씁쓸히 여긴 소비에슈에 의해, 시신은 황후로서 매장되지 않고 화장돼서 넓은 평원에 뿌려지게 된다. 소비에슈의 언급에 의하면 동대제국 역사상 가장 악한 황후로 기록되었다고. 또한 소비에슈는 자신의 독백을 통해 라스타를 두고 "그녀는 원래 그런 사람이였을까? 애초에 라스타의 천사 같은 모습에 홀려 사람을 잘못 본 걸까? 아니면 원래 선했던 그녀를 궁전이, 권력이, 귀족들이, 자신이 변하게 만든 것일까?"라고 평가하며 색다른 견해를 내놓는다.[243]
결국 사사로운 이익과 자식의 미래를 위한답시고 온갖 악행을 저지르다가 그 대가로 선고받은 유폐형마저, 남은 평생 감옥에 갇혀 살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어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하지만 작중 내내 자신이 그토록 필사적으로 부정하고 숨기고 싶어했던 도망 노예였다는 사실이 다른 사람도 아닌 친아버지에 의해 들통나고, 그로 인해 폐위된 뒤 비겁하게 자살하는 바람에 사후에도 동대제국 역사상 최악의 황후로 낙인찍혀 두고두고 사람들에게 욕을 먹게 되었다. 게다가 자식들인 안과 글로리엠도 본인의 죄 때문에 험한 꼴을 당하게 생겼으니, 살아서나 죽어서나 편히 쉬지도 못하고 고통받게 된 셈이다. 참고로 라스타가 황후로 재위한 기간은 1년조차 되지 않는다.[244] 즉, 정부 시절의 악행을 제외하고도 황후 시절 저지른 그 어마무시한 짓들을 고작 1년 이내에 한꺼번에 저질렀다는 소리.
한편 라스타가 폐위된 후 그녀의 딸 글로리엠에게도 똑같이 유폐형이 내려져 라스타와는 다른 탑에 유폐된다. 하지만 글로리엠을 데리고 외국에 나가 사는 게 어떻겠냐는 에르기의 제안을 수락한 베르디 자작부인이 글로리엠을 데리고 수도에서 빠져나간다. 게다가 에르기에게 사람을 붙여둬 그 제안을 알게 된 소비에슈가 제안을 수락하여 베르디 자작부인과 글로리엠의 탈출을 도와주는 것은 물론, 두 사람이 남왕국으로 도피하여 평생 먹고 살 걱정없도록 귀족으로서 살게 해준다.
하지만 이런 소비에슈의 배려가 무색하게도 글로리엠과 베르디 자작부인은 도망치던 중 상시천의 습격을 받아 마차가 전복되고, 글로리엠을 본 상시천의 부천주가 자신의 딸로 삼겠다며 그대로 글로리엠을 유괴하고 만다.[245]
게다가 본인 사후 에르기가 소비에슈를 만나고 동대제국을 떠나는 과정에서 에르기가 글로리엠의 친자검사 결과를 조작했다는 것이 밝혀진다. 이 사실을 깨닫고 분노한 소비에슈는 당장 에르기를 잡아오라고 명하지만 모든 일의 원흉인 에르기는 이미 자신의 조국인 블루 보헤안으로 떠난 뒤였다. 그나마 어떻게든 글로리엠의 친자검사를 다시 하면 실제 친부가 누군지 밝힐 수 있었겠지만 장본인인 글로리엠은 상시천에게 유괴당해 사실상 행방불명되고, 친모인 라스타마저 이미 죽었으니 친자검사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되어 진짜 글로리엠의 친부가 누구인지는 영영 밝혀지지 않게 된다.[246]
심지어 사형당한 로테슈 림웰, 알렌 림웰, 이스쿠아 자작 부부는 말할 것도 없고 릴테앙 대공[247], 랑트 남작[248], 베르디 자작부인[249]을 비롯한 얼마 되지도 않던 라스타의 지지세력들은 진정한 흑막을 제외하고는 전원 예외없이 몰락하면서 일제히 불행한 결말을 맞이한다.[250]
이후 서대제국의 하인리도 사신 크로우를 통해 라스타가 폐위된 후 자살했다는 소식을 알게 된다. 라스타가 그토록 괴롭혔던 나비에 역시 로라를 통해 그 소식을 듣게 되지만, 오히려 라스타의 사망에 찜찜해하며 죽은 사람의 흉을 보긴 어렵다고 생각하고 나비에 못지않게 라스타를 혐오하던 로라도 애매한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주베르 백작부인은 오히려 잘 됐다고 대답하며 '동대제국에 돌아가더라도 그 사람한테 허리 숙여 인사할 일은 없으니 참 다행이다'고 말하면서 라스타의 죽음을 내심 비웃는다. 로라 역시 주베르 백작부인의 대답에 수긍하며, 라스타는 안중에도 두지 않고 나비에에게 소비에슈는 또 재혼하는 거냐고 묻는다. 나비에도 그 말에 일국의 황제가 결혼하지 않으면 사방에서 압박이 들어올텐데, 소비에슈는 아이를 가지고 싶은 마음이 강하기에 그는 곧 재혼할 거라고 여기며 라스타의 존재를 잊어버린다.
후일 에르기의 독백으로 "자신의 복수극에 의해 죽은 여자"로 비유되며 에르기의 복수극에 이용당한 희생양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사후에는 주변인물들을 통해서만 언급되다가 황태자 시절의 인격으로 돌아간 소비에슈가 라스타의 아들 안을 본 뒤로 계속 환영으로 나타난다. 다만 생전의 모습이 아니라 피투성이가 된 어린 아이의 모습이기 때문에 소비에슈는 이 환영을 '붉은 아이'라고 부른다. 소비에슈의 언급에 의하면 자신이 안을 본 후부터 내내 혼자 있을 때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소비에슈도 처음엔 라스타의 환영을 보고 놀랐지만 환영이 창문에 달라붙어 있는 것 외엔 자신에게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자 이제는 그저 보기 싫고 지겹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도 영 꺼림칙해하던 낮의 소비에슈가 본래 인격인 밤의 소비에슈에게 편지로 환영에 대해 물어봤지만, 밤의 소비에슈는 자신의 눈엔 그런 게 보이지 않는다는 대답을 보냈다. 낮의 소비에슈도 모든 기억을 가진 밤의 소비에슈가 아니라 기억을 잃은 자신에게만 보이는 환영에 대해 어째서 자신에게만 보이는 거냐고 궁금해하다가 창문으로 다가간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달아나지 않고 창문 너머에서 소비에슈를 계속 쳐다보다가 완전히 가까워지자 입 모양을 뻐끔거린다. 그 입모양을 읽어본 소비에슈가 해석한 바에 의하면 라스타가 한 말은 "정말로 다 내 탓이라 생각해요?"였다. 소비에슈가 자신의 말을 제대로 해석하자 눈물을 한 방울 흘리더니 그 눈물을 따라 붉은 자국이 사라진다. 이내 다시 입을 뻐끔거리며 "정말로 다 내 탓이라 생각해요?"라고 똑같은 말을 되풀이한다. 그 사이 눈물이 끊없이 흘러나와 붉은 자국이 점점 더 사라지면서 본래의 긴 은발이 드러난다.[251]
그 모습을 본 소비에슈가 라스타와의 첫만남, 그녀를 옹호한답시고 나비에에게 했던 막말, 과거 라스타가 했던 "폐하는 라스타의 구원자세요."라는 말, 폐위되기 직전의 라스타가 "그건 우리의 죄지 라스타의 죄가 아니잖아요."라고 했던 말을 떠올리며, 마침내 "라스타?"라고 제대로 이름을 불러주자 갑자기 휙 아래로 떨어진다. 그 모습에 놀란 소비에슈가 창가로 달려가 아래를 내려다보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결국 라스타와 관련된 모든 기억을 되찾은 소비에슈는 엄청난 두통을 느끼고 정신을 잃는다.
그 뒤 소비에슈의 기억상실과 병증으로 인해 라스타의 원혼이 그녀가 자살한 탑에 나타난다는 소문이 퍼진다. 결국 제국 연합의 출범을 보러 온 대신관도 이 소문을 듣고 라스타의 원혼을 성불시키기로 결정한다. 사실 그 전에 친자 검사를 담당한 신관이 자살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대신관도 당시 라스타의 말을 깊게 들어보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이때 대신관의 수행사제에 의해 '소비에슈 황제를 속여먹은 노예 출신 황후'라고 언급된다.[252]
이후 르베티의 회상에서도 잠시 언급되었다. 림웰 영지 내 노예이던 시절 요리사가 만들어준 간식을 먹으면서 나비에의 초상화를 닦고 있는 르베티를 넋놓고 쳐다보고 있었다고. 르베티는 그때 당시의 라스타를 예의없다고 여겼으나 현재에는 그냥 배가 고팠던 게 아니었겠냐고 생각하며, 그녀를 미워하고 학대한 자신의 행동에 대해 어느 정도 후회하고 죄책감을 가진다.
3. 외전
세월이 흘러 라스타의 딸 글로리엠과 나비에와 하인리의 쌍둥이 라르스와 카이사 남매가 장성한 시점에서도 여전히 대역죄인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로 인해 라스타의 외모를 쏙 빼닮은 글로리엠은 얼굴도 제대로 기억 못하는 친어머니의 죄 때문에 이름을 모테로 바꾼 뒤 나이도 위장하고, 라스타를 닮은 은발도 검은색으로 염색해 남장을 하며 필사적으로 정체를 숨기며 살아가고 있었다. 이런 사정 때문에 뛰어난 무술 실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기사가 되고 싶다는 꿈마저 포기해야 했다.다만 친자 검사를 맡았던 신관이 자살한 사실 때문에 글로리엠은 소비에슈의 친딸이라는 게 어느 정도 인정되었다. 덕분에 그간 저지른 악행에 대한 비판·비난 여론은 많았을지언정, "라스타가 이런저런 사고를 쳐댄 건 맞지만, 출신이 출신이니만큼 황실에서 제대로 통제를 해주어야 했다"[253]는 지적이 나오면서 미약하게나마 동정 여론도 생기게 되었다. 하지만 친자 검사를 제외하고도 그동안 저지른 악행이 워낙 거대한지라, 여전히 동대제국 역사상 최악의 황후라는 평가가 대세다. 사실상 행방불명 처리된 글로리엠도 단지 라스타의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세간에서 '비운의 공주'라고 동정을 받을지언정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254]
이후 베르디 자작부인은 글로리엠이 상시천에게 납치당했다는 사실을 짐작하고 매일같이 그들이 머무는 마을에 찾아가던 중, 우연히 똑같이 상시천에 유괴당한데다 외모도 비슷한 시시를 글로리엠으로 착각해 소비에슈에게까지 데리고 간다. 다만 소비에슈는 시시를 보자마자 자신의 딸이 아니라는 걸 바로 눈치챈다. 더군다나 소비에슈 역시 글로리엠의 행방을 찾는다고 해도 '비운의 공주'라고 동정받을지언정 복위는커녕, 라스타의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죄인 취급당할 게 뻔하다는 걸 깨닫고 재회할 생각조차 못한다. 결국 소비에슈는 림웰 영지의 사냥터에서 가까스로 모테와 재회했지만, 자신이 아버지라는 사실도 밝히지 못하고 그대로 보내준다.[255]
하지만 이런 소비에슈의 노력이 무색하게 글로리엠의 생존사실은 암암리에 퍼지고 급기야 릴테앙 대공마저 그 사실을 눈치채고, 본인의 두 아들들 중 한명을 글로리엠과 결혼시켜 황위를 차지하려는 계략을 꾸미며 글로리엠의 신변을 확보하기 위해 움직인다. 이때 자신이 소비에슈의 딸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베르디 자작부인을 떠난 시시마저 이 권력다툼에 휘말려 릴테앙 대공의 저택에 억류당한다. 다행히 시시는 소비에슈가 보낸 기사들 덕분에 릴테앙 대공의 저택을 나가 베르디 자작부인에게로 돌아간다.
결국 소비에슈가 다시 미친 척을 하며 모든 관심을 자신에게로 집중시킨 뒤 광증을 빌미로 릴테앙 대공을 처형시키고, 그들의 가족들마저 황족 직위를 박탈하고 동대제국에서 추방시키면서 글로리엠과 시시 모두 위험에서 벗어난다.
마지막 외전인 「만일 라스타가 나비에에게 보내졌다면」은 라스타가 만약 소비에슈의 정부가 아닌 나비에의 하녀로 들어갔다면,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었을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패러렐 스토리이다. 그러나 결말부에서 단순한 패러렐이 아니라 대신관이 라스타의 원혼을 성불시키기 위해, 몇 십 년간 그녀와 대화를 나누며 참회를 도와주는 과정에서 라스타의 원혼이 꾼 꿈이였음이 밝혀진다. 꿈속의 내용 중 일부인데 라스타가 자신을 3인칭화 한 이유는 자신의 이름을 불러줄 사람이 없어서, 스스로가 본인의 이름을 부른 것이 습관으로 정착되어 줄곧 이어졌기 때문이였다. 라스타가 나비에를 '언니'라고 부른 이유도 나름대로 '자매처럼 친하게 지내자'는 본심에서 한 말이였다. 이는 노예 시절 다른 노예들과 하인들이 어느 백작 부부의 사생활을 이야기하며 남편과 아내의 정부, 아내와 남편의 정부가 서로를 형이나 언니라고 부른다고 말하는 걸 듣고 정부를 둔 황족/왕족 및 귀족들은 정부와 친하게 지낸다고 믿게 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이 밝혀진다.
꿈에서 라스타는 나비에와 친해지고 싶었다는 본심을 인정하며 노예 시절부터 초상화를 보며, 동경해왔던 나비에를 향한 마음을 마음껏 표출하고 남자 귀족의 구혼을 거절하면서까지 나비에의 곁에 남기를 선택한다. 그리고 소비에슈에게 마음의 상처를 입은 나비에에게 서왕국(하인리와 재혼)에 가자고 하며, 나비에가 어딜 가든 끝까지 따라가겠다는 말을 하며 끝을 맺은 뒤 성불하게 되었다. 라스타에게 진정 필요했던 것은 (귀족이나 왕의 사랑에서 비롯되는) 권세나 금전이 아니라, 자신을 버리지 않고 소중하게 여겨주는 가족같은 존재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슴 아픈 외전.
모테(글로리엠)는 친모인 라스타의 죄와 에르기의 복수 때문에 공주 자리에서 폐위되고, 동대제국 최초의 여제 자리도 나비에의 딸 라르스가 가져가게 되었다. 하지만 모테의 양부모인 상시천 부천주 부부는 한때 도적인데다 모테를 유괴하며 맺어진 관계였으나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며 키웠기에, 모테도 올바른 사람으로 자랄 수 있었고 어머니대의 악연을 청산하고 라르스의 호위기사가 되면서 자신의 진정한 꿈을 이루는데 성공했다. 아들 안도 고모인 르베티 덕분에 노예에서 해방되어, 림웰 영지에서 조용히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
4. 같이 보기
[1] 이런 소비에슈의 행동에 대해 당사자인 나비에의 시녀들은 물론 그들의 상전인 나비에 역시 황당해했다. 그도 그럴게 나비에의 시녀들은 대부분 고위 귀족 가문의 귀부인이나 영애였기 때문. 당연히 나비에의 시녀들 입장에선 황제에 의해 '하인' 취급을 당한 거나 다름없는데다, 라스타는 도망 노예였기에 치욕 그 자체다.[2] 이는 '나비에가 반박할수록 로라의 벌을 늘리겠다'는 사실상 무언의 협박이였다.[3] 웹툰판에서는 소비에슈가 나비에의 시녀 로라에게 벌을 주는 장면에서 라스타는 손수건으로 입을 가린 채 남 몰래 비웃음으로서 상황을 의도적으로 조종한 듯한 장면이 추가되었다.[4] 여담으로 이 사건으로 인해 라스타와 나비에의 사이도 초창부터 나빠지게 된 셈이 되었다. 그런데 후에 밝혀진 바에 의하면 동경하던 나비에와 친해지고 싶었다는 본심에서 행동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황궁 예법에 대해 무지했던 탓에 나비에에게 무례를 저지르게 되었고, 당연히 나비에의 라스타에 대한 인식은 최악이 되어버린 것.[5] 사실 이런 반응은 나올리 만무한 것이, '황제가 예비 정부에게 홀려서 황후와, 후작 영애이자 황후의 시녀를 망신주었다'며 뒷말이 나왔어야 정상이다. 또한 라스타는 초창부터 '황제를 홀린 요부' 취급 받았어야 맞다.[6] 사실 황제를 모시는 시종 일은 귀족들 사이에서도 굉장한 명예로 취급되기 때문에 직함 없는 고위 귀족들도 꼭 하고 싶어 하는 일로, 만약 그 자리를 노리는 다른 귀족들이 들었더라면 목덜미를 잡고 넘어갈만한 발언이다.[7] 나비에가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것은 평생동안 황후의 교육을 받아왔고, 본인도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명백한 헛소리.[8] 자신이 계약식을 신년제 근처로 앞당기고 싶다고 해서 오히려 규모가 축소된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 하다.[9] 당연하지만 라스타는 인생의 거의 대부분을 노예로 살아온지라 상식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10] 물론 라스타가 지레짐작한 것일 뿐이다. 황후가 새로운 정부에게 선물을 보내는 이유는 크게 3가지인데, 첫째는 황후와 새로운 정부의 가문이 같은 파벌일 때, 둘째는 이미 존재하는 정부들에게서 권력을 분산시킬 필요가 있을 때, 그리고 셋째는 정부가 고위 귀족일 때다. 라스타는 3가지 경우에 모두 해당되지 못했기에 나비에가 선물을 보내지 않은 것.[11] 당연하지만 엄청나게 예의없는 짓이다. 라스타의 입장에서라면 몰라도 나비에의 입장에서는 갑자기 자기 남편에게 '합법적으로' 바람을 피울 수 있는 상대가 생긴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 거기다 한 지붕 아래에서 살아야 하는 라스타의 인성이 영 좋지 못한 것은 덤이다.[12] 당연하지만 서양 왕실에서 황제의 정부는 엄연한 내연녀이기에 정부는 단순한 계약 관계지 부부관계가 아닌지라 절대 황실 족보에 오르지 못한다. 참고로 일부다처제를 두어 후궁도 왕의 부인으로 인정하는 동양 왕실에서도 엄연히 왕비와 후궁의 상하관계는 엄격히 지켰다.[13] 여기서 라스타는 작중 최초로 나비에를 '황후 폐하'가 아니라 '황후'라고 호칭하는데 이 발언을 한 시점이 정부가 된 다음 날이라는 것을 따져보면 라스타는 본인도 모르게 이때부터 나비에를 하대한 것이다. 사실 이건 명백히 무례한 짓으로, 당연히 '황후 폐하'라고 존칭을 써야 한다.[14] 티파티와 일반 파티는 규모부터 달랐고 참석하는 이들의 부담감 역시도 다르다고 한다.[15] 이것 역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지레짐작을 한 것이다. 신년제와 기타 이벤트(생일, 기념일 등)이 가까울 경우 기타 이벤트가 생략되거나 축소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예를 들어 나비에의 생일은 신년제와 기간이 가깝기에, 황후임에도 불구하고 생일을 조촐하게 가족들과 가까운 지인들끼리만 챙기고 넘어간다.[16] 당연하지만 이 체리니라는 하녀가 내뱉은 발언은 명백하게 문제가 있는 발언인 것이 일개 하녀 따위가 감히 황후를 험담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황족 모독죄 겸 황실 능멸죄에 해당하는 중죄로 당장 사형당해도 할 말 없다.[스포일러] 후술하듯이, 라스타가 나비에에게 계속 무례를 저지르게 된 원인은 라스타를 제대로 교육할 사람이 없었다는 것도 있지만, 라스타의 하녀들이 본의 아니게 라스타의 피해의식을 부추기는 바람에, 라스타가 잘못된 행동을 하게 한 것도 있었다.[18] 당연하지만 라스타는 엄연히 초대받지 않았기 때문에 참석한다는 자체가 무례이다. 어찌보면 라스타 본인 스스로 현실파악을 한 셈.[19] 후의 묘사를 보면 이미 소비에슈로부터 "서궁에 가지 말라"는 조언 겸 충고를 들은 상태였으나, 이를 씹고 서궁에 간 것이다.[20] 나비에의 언급에 의하면 서궁은 황후의 영역이지만 정부가 아예 올 수 없는 곳은 아니라고 한다. 다만 모든 정부들은 황후의 눈치를 보느라 서궁에 오지 않았고 그게 관례로 굳어졌을 뿐이라고.[21] 이곳은 나비에가 손수 가구를 구입하고, 직접 꾸민 장소로 나비에만의 비밀 공간이였다.[22] 당연하지만 매우 어이없는 개소리. 엄연히 나비에 소유의 물건을 자기 멋대로 사용했다는 자체부터가 이미 무례인데, 심지어 그 물건을 '고물' 취급하기까지 한 것이다.[23] 당연하지만 정부 제도는 불륜을 곱게 포장한 것일 뿐으로 이미 소비에슈는 라스타와 바람을 피운 것이 맞다.[24] 원래 정부가 신년제에 참석하는 경우는 정부가 아니더라도 신년제에 참석할 수 있는 위치에 있을 때가 대다수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신분이 낮은 정부들 둔 역대 황제들은 자기 정부를 귀족과 위장결혼시켜 신분을 높여주었다고 한다. 그러나 소비에슈는 이런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조치조차도 하지 않은 채 라스타를 신년제에 참석시킨 것.[25] 매우 정신나간 짓이다. 지금 라스타는 일개 정부 따위가 감히 외국 귀빈들이 다 보는 앞에서 황제가 황후를 버리도록 유도한 것이다. 게다가 나비에는 동대제국 귀족들은 물론 외국 귀빈들이 보는 앞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했으니, 황후의 위신은 물론 동대제국 황실의 위신마저 추락시킨 셈이다. 당연히 황족 능멸죄 겸 황실능멸죄에 해당하며, 당장 사형당해도 할 말 없는 중죄다.[26] 사실 근처에 있던 남성 귀족들이 춤을 신청했기 때문에 춤 상대가 없는 것도 아니었는데, 본인이 거절해놓고 춤 상대가 없다고 운 것이였다. 하인리에게 작업을 걸 의도가 실패했기 때문이거나, 나비에와 소비에슈가 춤추는 게 마음에 안 들어서일 가능성이 높다.[27] 이 비단은 릴테앙 대공이 나비에에게 진상했다가 거부당한 것이였다. 나비에를 회유하는 게 어려워보이자 마침 나타난 라스타에게 붙은 것.[28] 매우 어이없는 개소리. 엄연히 사기임에도 이를 "장난" 취급한 것인데 이 자체가 매우 문제되는 행동인데다가, 하물며 그 상대가 동대제국과 맞먹는 국력을 가진 왕국의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왕자이기 때문에 더욱 문제다. 거기다가 엄연히 외교 문제로 번질 수 있는 일을 그저 "장난" 취급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실행하려 한 것은 덤이다. 라스타의 무책임적인 사고관이 드러나는 부분.[29] 매우 상당한 결례. 하인리는 서왕국의 왕자 신분이지만 서왕국은 칭제만 하지 않았을 뿐 동대제국과 국력이 맞먹는 강대국이라 사실상 황자의 대우를 받고 있었다. 즉 최고위 귀빈인 셈. 그래서 황후인 나비에조차 어느 정도 그의 기분을 맞추어주고 있었다. 그런데 라스타는 노예 출신인 걸 숨겼다고 해도 대외적으로는 "평민" 출신인 정부 따위가 감히 타국의 왕족에게 사기를 친 것. 이러한 라스타의 행동은 왕족 모독죄 그 자체로, 당장 사형돼도 할 말 없다. 게다가 나비에가 꾸짖었듯 잘못하면 동대제국과 서왕국 간의 외교문제로 번질 뻔한 일이였다.[30] 동대제국의 황제가 서왕국의 왕위 후계자를 손님으로 초빙해 놓고 정부 때문에 결투를 했다는 것이 국민에게 알려지면 우스갯거리가 될 것이 뻔했기 때문이였다.[31] 라스타는 엄연히 황제의 일개 정부 신분에 불과한 걸 감안하면, 일개 정부 따위가 감히 황후와 맞먹으려고 한 것이나 다름없는 짓이다. 당연히 황족 모독죄로 처벌당하고도 남을 중죄다. 게다가 귀빈들 입장에서는 "황제의 정부가 '황제의 아내'로서 황후와 같이 귀빈을 배웅한다"는 매우 어처구니없는 행위로 비춰질 수 있었다.[32] 나비에가 바로 알아차리고는 상당히 소름끼쳐했다.[33] 신년제 특별 연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황제 혹은 황후의 초대를 받아야만 참석할 수 있는데, 총 참석 인원이 22명에 불과하고 황제와 황후가 각각 10명 씩 초대할 수 있다. 때문에 신년제 특별 연회에 참가하는 이들은 대단히 중요한 사람들이다. 작중 나온 특별 연회 참석자들의 스펙을 읊자면 동대제국에 맞먹는 왕국의 왕위 계승 서열 1위 왕자, 자신의 데뷔탕트 이래 현재까지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사교계의 최정상에 군림해온 사교계의 나비, 무역 요충지의 대공이자 마법 아카데미 수석 졸업생 등 나비에와의 사적인 관계를 빼놓고 봐도 동대제국에서 한 가닥 하는 사람들 뿐이다. 여기에 고작 황제의 정부일 뿐인 라스타가 끼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더군다나 라스타의 실제 신분이 한낱 도망 노예에 불과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더욱.[34] 오해이다. 황제/황후의 정부는 내연녀/내연남에 불과하기에 별 권리나 권력이 없으며, 정부가 되기 이전의 신분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신년제의 특별연회에서 초대하는 입장이 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황제와 황후, 즉, 소비에슈와 나비에 뿐이다.[35] 왕관은 권력의 상징이므로 라스타가 나비에의 자리를 탐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36] 소비에슈와 하인리의 말다툼이 일어난 사건을 '라스타가 너무 사랑스럽고 매력적이라 소비에슈 황제와 하인리 왕자가 그녀를 두고 결투할 지경이다'라고 왜곡해서 소문을 퍼트렸다고 한다.[37] 당연하지만 그 특별 연회에 참가할 수 없음에도 참가하고 싶다고 억지를 부리고 참가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아예 엉엉 울어대며 징징거리기까지 한 사람이 바로 라스타 본인이다. 그래놓고 자기가 괜찮으니 안 가도 된다 했다는 매우 어이없는 개소리를 내뱉은 것.[38] 로테슈 자작의 영지는 수도와 멀리 떨어져 있어 소식이 늦게 전해지는데다 자작이 수도로 올라온 직후 신년제에 참석하였기 때문에 그는 함구령(라스타의 출신에 대한 언급 금지)에 대해 듣지 못하였다.[39] 알렌은 그토록 라스타에게 끊임없이 사랑을 속삭이고 맹세하더니 점차 라스타의 출산일이 다가오자 아버지인 로테슈 자작의 완강한 반대에 점점 지쳐가면서 변해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끝내 라스타는 안을 출산했지만 로테슈 자작의 계략에 의해 아기의 시체를 안고서 절망하며 알렌에게 도망치자고 했으나 알렌은 라스타를 사랑해서 구해주려고 했었지만, 라스타와 라스타의 아이가 자기 인생을 망칠 거라며 라스타를 버렸다.[40] 황제의 정부는 오롯이 황제의 총애로만 유지되는 자리이기에 총애가 식으면, 그 즉시 출궁되어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야 한다.[41] 도망 노예 출신이란 꼬리표는 귀족들 사회에서 가장 최악이라고 한다.[42] 자신부터가 다른 사람의 남편을 빼앗은 존재이면서, 정식 혼인 관계인 부부를 바람난 것처럼 묘사했다.[43] 소비에슈가 라스타 생각을 하긴 했는데, '라스타가 보고싶다' 따위의 생각이 아니라 라스타가 옆에서 조잘조잘 떠드는 것은 귀엽긴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도움이 하나도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었다. 라스타가 김칫국을 사발째 드링킹한 셈.[44] 투아니아 공작부인과 나비에가 절친한 사이임을 생각하면 공작부인 측에서 일부러 초대하지 않은 듯하다.[45] 리벤 남작은 아내인 리벤 남작부인과의 사이에서 자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소생을 후계자로 삼으려고 했다고 한다. 당연히 이에 반발한 리벤 남작부인은 자식들을 데리고 고국인 크롬 공국으로 돌아갔다고.[46] 투아니아 공작부인은 동대제국 사교계에 데뷔한 후로, 20년이 넘도록 동대제국 사교계의 정점으로 군림해왔지만, 그만큼 적도 많았다. 단지 투아니아 공작부인의 추종자들이 하도 많았고, 투아니아 공작부인의 인기와 평판이 좋았기에, 투아니아 공작부인의 적들은 차마 나쁜 말을 하지 못했을 뿐, 조용히 지내면서도 투아니아 공작부인의 단점에 대해 떠들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었다. 그런 상황에 대놓고 투아니아 공작부인의 험담을 내뱉은 사람이 나타났으니, 당연히 투아니아 공작부인의 반대파들 입장에서는 라스타의 발언이 매우 시원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게다가 라스타는 '황제의 총애받는 정부'였으므로, 투아니아 공작부인에 대해 대놓고 안 좋게 말할 수 있고, 그렇게 해도 사교계에서 무시당하지 않을 권력이 있는 사람, 그야말로 '방패' 그 자체였으니, 투아니아 공작부인의 반대파들은 라스타라는 방패 뒤에 숨어서 감춰두었던 자신들의 불만을 표출하기만 하면 되었다.[47] 라스타가 노예이던 시절 그녀의 귀족 연인들은 아무리 돈이 많더라도 라스타가 대놓고 선물을 요구하는 걸 싫어했고, 그들은 권력을 이용해 라스타에게 접근하면서도 본인들은 라스타가 자신들의 권력이나 부에 무심하길 원하는 이중적인 행실을 보였다고 한다.[48] 혼자 자신의 재산 관리를 할 수 있을 때까지 랑트 남작에게 라스타의 재산 관리를 맡기겠다고 했다.[49] 오히려 이걸 역이용해서 따라입은 측이 더 먼저 올 수도 있다는 것은 일체 고려도 하지 않은 모양.[50] 매우 미친 짓이다. 당장 정부가 황후의 드레스를 따라입고 황후보다 먼저 온 것만으로도 황후를 능멸했다고 거센 비난을 받을 것은 물론 황족 모독죄로 처벌받아도 할 말 없다. 거기에 라스타는 황후가 자신을 따라한 거라고 우기며 황후의 면전에서 대놓고 대들며 황후를 모욕하기까지 했는데, 이러한 라스타의 행동은 황족 모독죄 그 자체다. 실제로 일부다처제를 허용한 동양 왕실도 정실부인인 중전과 후궁들의 의상을 엄격하게 나누었고 심지어 같은 후궁들도 품계에 따라 의상, 장신구를 나누었으며 만약 현실에 심지어 동양 왕실이라면 라스타는 당장 사형되고도 남았을 것이다.[51] 당연하지만 이런 개막장 같은 일은 결코 일어날 리가 없다. 원래라면 라스타는 평민들에게 일개 정부 주제에 감히 황후를 능멸했다며 적대를 받으며 '황제의 총애만 믿고 감히 황후에게 대드는 오만방자한 정부'라며 거센 비난을 듣고, 나비에는 지지를 받았어야 정상이다. 또한 소비에슈는 '정부를 통제하지 못해 일개 정부 따위가 감히 황후에게 대들게 만든 무능한 암군'이라고 비난을 받았을 것이다. 게다가 이 평민들은 무려 황후가 보는 앞에서 황후를 정부와 비교하며 가십거리로 삼은 매우 정신나간 짓을 저지른 것인데, 황족 모독죄 겸 황실 능멸죄에 해당하며, 당장 사형되고도 남을 중죄다. 동대제국이 얼마나 막장인지가 드러난 단편적인 예.[52] 소비에슈 왈, 황후는 동대제국의 얼굴이고, 황후의 체면은 동대제국의 체면이니 누구의 위신을 세워주어야 할지는 답이 나온다고 한다. 일단 맞는 말이기는 하나 소비에슈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독자는 아무도 없다.[53] 정작 자신이 얼마 전까지 글조차 몰랐던 것은 생각하지 않았다. 글도 모르는 사람한테 국정을 주제로 이야기해봤자 무엇을 얻겠는가?[54] 나중에 투아니아 공작에 의해 이때 라스타가 무슨 짓을 했는지 나오는데, 투아니아 공작부인의 인상착의와 알기 어려운 신체적 특징까지 언급해가며 다른 남자와 몸을 더듬는 걸 보았다고 순진한 척 거짓말을 해서 그와 공작부인을 이간질했다고 한다.[55] 공교롭게도 이 사건은 본격적으로 라스타와 나비에의 사이가 악화되게 된 계기가 되었는데, 진범이 라스타임을 간파한 나비에는 라스타에 대한 평가를 "보기도 싫고, 이야기조차 듣고 싶지 않은 정부"가 아닌 "사교계를 휘두를만한 자질과, 여론을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정부"로 바꾸게 되었고, "여론을 휘두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는 출신이 어떻든지간에 경계해야 한다"고 판단했다.[56] 당시 소문이 퍼진 마을로 가서 사람들의 말을 조사했는데 무려 수십 년 전의 일에 대한 소문인데 사람들이 전부 한 글자 틀린 것 없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 소문의 근원지가 바로 라스타의 전 주인인 로테슈 자작이라는 걸 발견했다고 한다.[57] 본인이 아무리 황제의 총애받는 정부라고는 하나 황실 족보에 올라가지도 못하고, 법적/사회적 지위도 보장받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걸 잊고 있었던 듯 하다. 거기다 나비에는 친정도 빵빵하고, 아주 어렸을 때부터 줄곧 (차기)황후로 살아와 배경, 지식, 성품, 심지어는 외모에서까지 완벽한 황후 그 자체고, 라스타 본인은 황제의 총애를 제외하면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다. 심지어 라스타가 이때 임신 중인 아기도 사생아라서 황실 족보에 오르지 못하고, 기껏해야 소비에슈의 은총으로 귀족위를 받는 게 전부라 딱히 자식을 권력줄 삼을 수도 없는 상황.[58] 대단히 무례한 행동이다. 황제의 정부에 불과한 라스타가 황후인 나비에를 제치고 먼저 임신을 하였기에 가뜩이나 황제가 총애하는 정부가 생긴 상황이라 심히 언짢았을 나비에가 파티에 와줬다는 것 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판국에 이렇게 칭얼거리는 것은 무례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다.[59] 나비에가 라스타의 아이에게 보검을 준 것은 아이더러 화려하지만 아무 일도 하지 않는, 놀고 먹는 백수가 되라는 뜻이었다. 라스타의 아이는 정식 황족이 아닌 황제의 사생아이기에 황족이 되거나 권력을 쥘 수 없고, 기껏해야 고위 귀족으로써 살아가야 하는 것을 생각하면 라스타의 아이에게는 화려하게 탱자탱자 놀며 살다가 죽는 것이 최선의 인생이다. 즉, 나비에는 라스타의 아기에게 최대한의 축복을 해준 셈이다.[60] 게다가 서자의 왕위계승권을 인정해준 것을 이유로 이 왕위 계승 문제로 평생 위협 받고 두려움에 떨어야 했던 서자들(은언군, 은전군)이 허다했던 조선 왕실의 케이스와 아버지 찰스 2세의 지나친 총애로 제대로 헛바람이 들어 자신이 왕위 계승자라는 걸 주장해 삼촌 제임스 2세에게 반란을 일으키다가 비참하게 죽은 잉글랜드의 제임스 스콧을 봐도 나비에의 축복이 나쁜 것이 아니었다.[61] 맞는 말이다. 라스타의 아이는 황실 족보에 올라갈 수 없는 사생아이기에 그저 소비에슈의 총애를 받아 탱자탱자 놀면서 사고 안 치고 길고 얇게 사는 게 라스타의 아이 뿐만 아니라 황실 입장에서도 좋다. 실제로 서양 왕실에서 로얄 미스트리스(정부)의 자식들은 사생아로 취급되나 왕의 자식인 만큼 귀족 작위를 받기에 다른 귀족 사생아들에 비해 대우가 매우 괜찮았다. 대표적으로 찰스 2세의 사생아인 핸리 피츠로이에서 시작된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친정인 스펜서 가문이 있다.[62] 공교롭게도 소비에슈 역시 '황후가 라스타의 아이가 거슬린다 여겨지면, (황후가) 라스타의 아이를 어떻게 처리할까봐 겁이 난다'며 라스타의 발언과 비슷한 개소리를 지껄였었다.[63] 이것은 명백한 소비에슈의 잘못인데, 소비에슈는 황제의 사생아라는 특수한 신분에 놓인 라스타의 아이가 태어난 후 부딪히게 될 여러가지 일들, 예컨대 황실 족보에 올라갈 수 없고 황자/황녀의 직위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을 단 한 번도 라스타에게 알려준 적이 없다. 오히려 임신한 라스타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며 어화둥둥 무엇이든 들어주기만 하였으니, 라스타도 잔뜩 기대감에 부풀어 자신의 아이가 황자/황녀가 될 것이고 차기 황제가 될 것이라는 헛되고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생각에 울고 있었다. 라스타의 백치미를 매력이라고 여긴 소비에슈가 라스타에게 최소한의 상식도 알려주지 않으려들어서 벌어진 대참사.[64] 사교계에 데뷔한 어린 귀족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건 자존심을 굽히고 참고 물러나는 법이다. 자신들의 집안과 영지에서는 신분제의 가장 위쪽에 있는데, 사교계에 들어가자마자 더욱 부유하고 더욱 신분이 높고 더욱 권세가 대단한 이들 속에 던져지기 때문이다. 이는 남작의 자식이든 공작의 자식이든 마찬가지였고, 황족인 소비에슈는 먹이사슬에서 예외적인 존재였으나, 소비에슈 역시 귀족들의 사정을 모르지는 않았다. 그런 상황에 라스타는 자존심을 굽히지 않고 고집을 부리고 있으니 소비에슈로서는 난감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는 것.[65] 공교롭게도 후에 소비에슈 역시 나비에와의 이혼과 라스타를 황후로 올리려는 계획을 세울 때 그녀와 똑같은 논리를 내세운다.[66] 라스타에게 있어 자신의 가치는 '타인에게 사랑받는 것'이라는 걸 생각하면 라스타의 가치관이 드러난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황제의 정부'는 오직 황제의 총애로만 유지되는 지위라는 걸 따져보면 라스타의 현실을 제대로 비꼰 셈이다.[67] 문자 그대로 완전히 정신나기고도 미친 짓거리다!!! 이 말은 나비에 보고 '내 아이의 대모가 되라'는 것인데 한 나라의 황후인 나비에를 대놓고 자신의 하녀 취급한 것이나 다름없으며, 이는 황족 모독죄 및 황실 능멸죄다. 아무리 정부가 황후보다 먼저 임신했고 황후에게 자식이 없다고 할지언정 황후의 불임을 대놓고 입에 담으며, 아이의 대모가 되라는 망언을 내뱉는 등 안하무인으로 구는 것은 스스로 사형시켜달라고 자청하는 짓이다. 즉, 라스타는 본의아니게 나비에에게 스스로 '날 죽여달라'고 자청한 꼴이나 다름없다.[68] 정부가 낳는 아이는 어디까지나 사생아에 불과했지 왕비가 양자로 들여주는 법은 없었다. 조선 왕실에서는 후궁의 자식이 형식상 왕비의 양자로 입적되었지만, 이는 다르게 말하면 그 아이가 법적으로 왕비의 아이가 되면서 후궁은 아이의 어머니로서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한낱 대리모가 되는 것이다. 만일 재혼 황후 세계관에서 조선 왕실처럼 '정부의 아이를 황후의 양자로 입적'하는 제도를 설정했다 해도, 라스타의 아이는 법적으로 나비에의 아이가 되고 라스타는 대리모 신세가 돼서 아이에 대해 어떤 권리도 주장할 수 없게 됐을 것. 타이틀이 '재혼 황후'인 이상 나비에가 소비에슈와 이혼하고 하인리와 재혼하는 전개가 필요했고, 그러기 위해서 소비에슈가 나비에와 잠시 이혼하고 라스타와 결혼해 그 아이를 적출 황족으로 만들겠다는 멍청한 짓을 하는 전개가 나온 것뿐, 현실이었다면 라스타와 그 아이는 그냥 황제의 정부와 사생아로 끝나거나 라스타가 아이를 낳고 적당히 처리당한 뒤 아이가 나비에의 자식으로 서류 조작을 당하는 게 일반적이었을 것이다.[69] 코샤르가 사용한 낙태약은 모체에는 해가 가지 않는 약이였는데, 이 낙태약은 파는 곳이 한정되어있었고 매우 비싼 가격이였다. 문제는 이 낙태약을 구입한 사람이 바로 파르앙 후작이였고, 그것도 파르앙 후작 본인이 직접 구입했던터라 바로 발각된 것이였다.[70] 이 귀족들은 일전 알렌에게 '황제의 정부 라스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귀족들이기도 했는데, 여러 사건들이어서 묻혔긴 했지만, 귀족들은 아직도 라스타가 로테슈 자작의 노예 출신인지 궁금해하거나 확신했었고, 그 중 몇 몇은 '정말 라스타가 로테슈 자작의 노예였다면, 알렌이나 르베티를 보면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내기를 걸기도 했다. 이 때문에 라스타가 르베티를 보자마자 표정조차 관리하지 못한걸 본 귀족들은 전부터 라스타가 림웰 영지 출신의 도망 노예가 아닐까 품고 있었던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게 되었다.[71] 공교롭게도 라스타의 생각이 맞았는데, 사실 로라와 알리슈테가 르베티를 파티에 참석시켜 라스타와 대면하게 한 것이였고, 이는 라스타를 견제하려는 목적으로 나비에가 로라에게 지시한 거였다.[72] 알렌은 로테슈 자작에게서 '황제가 정부인 라스타에게 푹 빠져있는데, 알렌과 라스타의 사이가 알려지면 알렌에게도 불똥이 튀니, 입조심하고 되도록 라스타에 대해서 아예 아는 척하지 말라'는 신신당부를 들은 상태였다.[73] 이 편지는 에르기의 절친인 하인리가 보낸거였는데, 당시 하인리는 '동대제국과의 전쟁을 일으켜 라스타를 인질로 잡은 후, 인질교환으로 나비에를 맞교환해 서왕국에 체류하게 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74] 훗날 연재된 내용을 보면 나비에의 사랑과 배려가 라스타에게도 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초면에 나비에를 "저기요"라고 부르며 무례하게 대한 것은 라스타이며, 본인은 그것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온 기회를 자신이 차 놓고선 나비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매우 뻔뻔스러운 태도을 보인 것.[75] 이때 라스타의 속마음이 드러나는데 다름아닌 '황제의 사랑과 황후의 우정을 받으며 행복한 황궁 생활을 보내다가 아이들이 황자와 황녀가 되는 것'이 꿈꿀 수 있는 최대한의 행복이라고 한다. 공교롭게도, 라스타가 꿈꾸는 최대한의 행복은 일부분은 실현이 불가능에 가까웠는데, 황제의 사랑을 받으며 행복한 황궁 생활을 보내는 것은 가능하다고 쳐도, 정실과 정부의 관계였던 나비에와 라스타의 사이에는 우정은 생길 리가 없었는데다, 이미 라스타 본인이 그간 나비에에게 저지른 만행들로 인해 스스로 나비에와의 사이를 악화시켰기 때문에 나비에와는 사이가 좋을 리가 없었다.[76] 노예 출신은 황후가 될 수 없으니, 적당한 귀족 부부를 찾아 라스타를 그 부부의 딸로 위장하려는 것.[77] 사실상 에르기는 은연중에 '지금 라스타는 황후의 수준이 아니다'는 말을 돌려 말한 것이였다.[78] 하필 소비에슈가 라스타에게 붙여준 최고의 선생들이 나비에가 트로비 공작가에 있던 시절의 선생들이였던지라, 나비에는 '어디부터 어디까지 날 따라할 셈인거냐'고 매우 기가 막혀했고, 그녀의 시녀장인 엘리자 백작부인마저도 매우 기가 막혀했다.[79] 공교롭게도 이때 소비에슈가 평소에 라스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가 드러났는데 '라스타만의 매력이 사라질까봐 걱정이고, 열 살짜리 어린애도 귀족식 예법 수업을 받고나면 성인 귀족들과 행동이 비슷해지는데, 라스타도 지금의 신선하고 새로운 면이 사라지고, 다른 귀족들과 똑같아질게 아니냐'고 평했다. 라스타를 덜컥 정부로 삼은 이유가 드러난 것이자, 대놓고 라스타를 단순히 귀여운 애완동물로 취급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80] 사실 나비에가 르베티를 부른 목적은 라스타에게 '너는 거짓말로 다른 사람을 공격하고 다닐 처지가 아니다'는 무언의 경고를 주기 위함이였다.[81] 사실 르베티의 말이 결코 틀린 게 아닌 것이 라스타는 나비에를 '황후 폐하'라고 존칭을 쓰기는커녕 되려 대놓고 '황후'라고 호칭하며 나비에를 하대했기 때문이다. 일개 정부가 황후를 하대한 행위 자체가 법도에 어긋나는 짓이며 처벌당해도 할 말 없다.[82] 그도 그럴게 라스타가 황제의 아기를 임신한 이상, 르베티가 자칫 잘못해서 라스타를 해치기라도 하면 그 즉시, 소비에슈는 황제의 아기를 해치려한 죄를 물어 반역죄로 처벌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괜히 로테슈 자작이 르베티에게 현명한 행동을 하라고 신신당부한 게 아니다.[83] 델리스는 라스타에게 새롭게 배정된 두 하녀들 중 한 명으로, 특이하게도 하녀로서의 경력이 하나도 없었다. 대신 그만큼 의지가 강하고, 의욕도 넘쳐났으며, 처음 모시게 된 주인인 라스타를 몹시 좋아했다. 소비에슈도 일부로 그런 점을 노리고 경험이 없는 하녀를 고른 것이였다.[84] 사실 나비에가 티파티를 연 건 임신 후 오만방자해진 라스타를 견제하기 위함이였다.[85] 문자 그대로 완전히 정신나간 짓이다!!! 지금 라스타는 황제의 일개 정부 따위가 감히 황후를 험담하는 매우 악의적인 소문을 퍼트려 국민들이 황후를 험담하게 한 것이다. 이는 국가내란죄 겸 반역죄 겸 황실 능멸죄로, 라스타는 이미 진작에 "황후를 음해한 죄"로 사형당했어야 맞다.[86] 당연하지만 이딴 개막장 같은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정부는 국민들에 증오의 대상이였고, 공인 욕받이 물건이였다. 동양 왕실에서 국왕과 공식적인 부부관계로 인정받는 후궁조차도 왕의 총애가 높으면 '나라 망치는 요부' 취급당했는데, 하물며 서양 왕실에서 정부는 아예 "불륜이나 하는 더러운 간통녀" 취급당했다. 그렇기에 국민들은 정부가 궁 밖으로 외출하면 정부에게 욕을 하고 돌을 던지는 게 국민스포츠급 전례였다. 즉, 라스타는 "일개 정부 주제에 감히 황후 폐하를 모욕하고 업신여기는 파렴치한 불륜녀"라고 거세게 비난과 일방적인 적대를 받고, 황후 나비에는 지지를 받았어야 정상이다. 또한 소비에슈는 "정부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일개 정부 따위가 감히 황후를 업신여기게 만든 무능한 암군"이라는 욕을 먹었을 것이고, 당연히 라스타는 "황제를 홀린 희대의 요부" 취급받아 소비에슈가 받아야 할 비난을 함께 받았어야 맞다. 즉, 평민들이 정부 라스타를 두둔하고 황후 나비에를 험담하는 것은 단체로 미쳤다고밖에 볼 수 없다. 그리고 이 평민들은 감히 제국의 황후를 험담했으니, 당연히 사형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동대제국이 얼마나 개막장인지 보여주는 매우 단적인 장면.[87] 나비에가 이런 발언을 내뱉은 것은 나비에가 싫다고 거부했음에도 지속적으로 '언니'라고 불러댔던 것에 대한 일종의 복수 차원이였다.[88] 지금 소비에슈는 라스타 본인 앞에서 라스타를 '귀여운 애완동물' 취급하고 있음을 대놓고 드러낸 것이다.[89] 매우 의미심장하게도 이 제안은 당시 라스타의 상황을 매우 정확하게 지적했는데, 라스타는 로테슈 자작의 아들 알렌과의 사이에서 사생아인 안을 낳았고, 이 안의 존재 때문에 로테슈 자작에게 약점을 잡힌 바람에 지속적으로 협박을 당하고 있었는데다, 안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날 것을 두려워해 자작의 협박에 끌려다니고 있었다.[90] 라스타가 알렌의 아이를 임신했을 때 로테슈 자작은 낯부끄럽고 수치러운 일이라며 라스타를 감금하고 사람들이 임신 사실을 알지 못하게 막았다고 한다. 당사자인 라스타 입장에선 괴롭고 속상한 일이였지만 덕분에 사람들은 이 사실을 알지 못했고, 자작과 르베티, 알렌만 입을 조심하면 되는 일이였다고.[91] 이 당시 로테슈 자작은 라스타를 만나러 궁전으로 가던 중 코샤르에게 납치당해 폐가에 감금되어 있었다.[92] 나비에가 훌륭한 황후가 되기 위해 평생을 공부하며 노력했고, 그 덕분에 황후의 업무를 매우 잘 처리해내 "완벽한 황후"라고 칭송을 받았다는 걸 생각하면 말이 안 되는 소리다.[스포일러2]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판단으로 인해 라스타는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은채 황후 자리에 오르게 되면서 당연히 황후의 업무는 아예 볼 수조차 없는 상태가 되었고, 본인이 황후의 업무를 하고 싶다고 징징거렸음에도 당연히 소비에슈에게 거부당했다. 이로 인해 라스타는 황후로서의 책임과 의무도 배우지 못한데다가, 스스로 황후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나몰라라한채 각종 만행 및 악행을 저질러 동대제국의 황실 및 국가 자체의 위신을 추락시켰고, 결국 자신이 황후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인 평민들의 지지와 소비에슈의 총애를 완전히 잃고, 평민들로부터 온갖 비난과 욕설을 듣게 된다. 즉, 라스타로서는 인생 최악의 실책이였던 것.[94] 공교롭게도 라스타의 생각대로였는데 소비에슈는 라스타의 말만 믿고 '내가 보낸 새를 왜 깃털을 뽑아서 돌려보내냐'고 분노를 표출하고 있었다.[둘] 다 라스타의 노예 신분을 덮기 위한 것으로, 각각 소비에슈와 에르기가 준비했다.[96] 웹툰에서는 '약속된 보관', '존귀한 배경', '황가의 피를 이은 아기' 등 라스타가 원하는 것이 묘사되어 좀 더 자세하게 강조되었다.[97] 서쪽 탑은 이름과는 달리 서쪽에 있는 탑은 아니었는데, 원래는 서쪽에 있는 게 맞았으나 본궁을 새로 증축하면서 서쪽이 아니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로는 용도가 변경되어서 주로 정치싸움에서 밀린 황족이나 죄를 지은 황족을 가두는데 쓰이고 있었고, 특히 1층은 죄수가 없을 땐 '죄는 확실하진 않지만 심문해 볼 여지가 있는' 귀족 죄수를 가두는 심문실 용도로 사용된다고 한다.[98] 당연히 말이 안 되는 소리다. 정부는 귀족들 뿐만이 아닌 평민들에게도 증오의 대상이였고, 공인 욕받이 물건이였다. 즉, 현실이였다면, 라스타는 동대제국 국민들에게 '살아있는 동화'라며 추앙을 받는 게 아니라, 거센 비난과 일방적인 적대를 받았을 것이다.[99] 애초에 라스타는 매우 어린 시절에 친부의 죄로 인해 연좌제로 노예가 되어 아예 글조차도 익히지 못했고, 황제의 정부가 되어서야 글을 배웠기에, 겨우 책을 읽을 수 있는 수준에 불과했다. 그런 라스타에게 다짜고짜 책을 주고서 책을 전부 외우라고 하는 건 당연히 라스타 입장에서는 매우 무리한 요구가 맞다. 그럼에도 소비에슈는 도리어 '정말로 어떻게 이걸 못 외우지?'라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정작 '라스타만의 매력이 사라진다'며 일부로 라스타를 무지한 상태로 남기고 싶어했다. 즉, 소비에슈는 애초에 처음부터 라스타에 관해 제멋대로 판단하고, 라스타를 한 사람의 인격체로서 아예 존중조차도 하지 않았던 것.[100] 이게 얼마나 정신나간 망상인가 하면, 베르디 자작부인은 라스타의 유일한 시녀이기 때문이다. 즉, 라스타는 자신의 유일한 시녀인 사람의 신분이 한미하다는 것을 빌미로 황후가 될 자신의 시녀로는 어울리지 않다는 정신나간 망상에 빠져 자신의 유일한 측근을 내치겠다는 생각을 품은 것. 이게 문제인 게 라스타는 동대제국의 불합리한 연좌제의 피해자나 다름없다는 걸 따져보면, 지금 라스타는 자신이 쥐게 될 권력에 취해 기고만장해진 상태인 것이다. 즉, 라스타는 자신이 그토록 혐오하던 귀족들과 다를바가 없어진 것. 더군다나 베르디 자작부인이 라스타의 유일한 시녀였던 것은 동대제국의 귀부인들과 영애들이 모두 라스타의 시녀 직을 거부했기 때문임을 감안하면 베르디 자작부인 입장에서는 매우 실례다. 또한 이 역시 실책이라고 할 수 있는데, 만약 알려졌을 경우 당연히 동대제국의 귀부인들과 영애들은 '황후가 되니까 눈에 뵈는 게 없다'며 라스타를 적대했을 게 뻔했을 것이다.[101] 참고로 라스타의 이 정신나간 망상은 나비에가 서왕국의 왕비가 된 후 서왕국에서 첫 시녀를 들일 때와는, 완전히 대비되는 장면이다. 나비에는 로즈를 왕명으로 불러들여 임시 시녀로 들인 후 그녀가 자신을 인정하도록 했는데, 나비에의 명성 덕분이기도 했지만, 나비에 본인의 언행과 태도에 로즈는 금방 나비에를 인정하고 따랐고, 이 덕분에 나비에는 로즈에게 신뢰를 받았다. 로즈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정식 시녀가 되어 명실상부한 나비에의 최측근이 되었다.[102] 라스타의 말마따나 원래 법정 같은 엄숙한 장소에서는 단정하게 입는 것이 맞다. 무겁고 엄숙한 자리에서 갖은 치장을 하고 화려하게 차려입고 있으면 웃음거리 되기 딱 좋다. 게다가 라스타에게는 도리어 안 좋은 상황이였는데, 나비에의 이혼은 사람들의 동정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 라스타가 나비에의 이혼 법정에 대놓고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나타나면, 당연히 사람들은 라스타가 황후 자리를 탐하고 있다고 여길 수밖에 없으며, 자연히 라스타는 사람들에게 매우 좋지 못한 인상으로 각인되게 된다. 즉, 에르기는 대놓고 라스타에게 빅엿을 먹인 것.[스포일러3] 에르기가 이런 몰지각한 행위를 한 건 사람들에게 라스타를 "황후 자리를 노골적으로 탐하는 파렴치한 정부"로 각인시키기 위함이였다.[104] 나비에의 언급에 의하면 신년제 때나 입을법한 드레스였다고 한다.[105] 라스타가 입은 드레스를 본 나비에는 라스타는 이제 동대제국의 황후가 될 사람인데 아직도 제대로 조언을 해줄 사람이 없는 거냐고 황당해했다. 사실 나비에의 말이 결코 틀리지 않은 것이 라스타의 주변 사람들 중 라스타에게 제대로 조언을 해 준 사람이 아예 없었다. 소비에슈는 라스타를 '자신의 욕구를 만족시켜줄 존재'로 취급해 방임했고, 랑트 남작은 라스타를 추앙했으며, 라스타의 하녀들은 본의 아니게 라스타에게 귀족에 대한 피해의식과 선입견을 심어주었다. 에르기는 아예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접근해 은근슬쩍 라스타의 피해의식을 부추기며, 악행을 저지르도록 유도했다.[106] 나비에는 하인리와 재혼하지 않았더라도 트로비 공작가의 공녀이기에 나비에 입장에서는 모욕인데다, 폐위당한 것이 아니라 이혼한 것이니 '전 황후'라 불려야 마땅할 것이다. 또한 나비에는 왕비가 아닌 황후였으니 라스타가 폐후가 아니라 폐비라고 욕하는 것은 다소 이상한 상황. 다만 오디오 드라마에선 나비에가 본인을 일컬어 폐비의 시중을 드는 것은 모욕스러운 일이라 언급하고, 웹툰에서는 나비에를 '폐후'라고 칭하는 등 표현이 갈리는 것을 보면 작가도 헷갈린 모양.[스포일러4] 그리고 이 비난은 라스타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 훗날 자신이 저지른 악행들이 밝혀져 재판을 받게 되고 도망 노예 출신임이 폭로되어 본인이 폐위당하고 폐후가 되었으니.[108] 귀족에게 친화적이라고 해서 황실에 친화적인 것도 아니고, 귀족에게 적대적이라고 해도 황실에 적대적이지 않기 때문이다.[109] 사실 이런 개막장 같은 일은 일어날리 만무한 게 보통 이런 상황이라면 정부와, 정부 하나에 빠져서 훌륭하게 나랏일을 같이하던 황후를 내친 황제에게로 비난의 화살이 가는 게 정상이다. 게다가 소비에슈가 나비에를 내친 이유가 일개 정부 소생 사생아에 불과한 라스타의 아이를 적자로 만들어 후계자로 삼아 황위에 올리겠다는 말도 안 되는 계획을 실행하려고 했기 때문이였고, 이로 인해 나비에가 동대제국의 잠재적 적국이자 라이벌 국가인 서왕국의 왕비가 되는 사태가 벌어진 셈이니, 원래라면 라스타와 소비에슈에 대한 비난이 더욱 가중되었을 것이다.[110] 소비에슈와 나비에의 결혼식 때 나비에가 입었던 드레스는 물론이고, 나비에의 약혼식 드레스 등도 동일 디자이너가 만들었다고 한다.[111] 나비에는 "국민들에게 인정받으려면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아무리 말로 치장한다 한들 국민들은 결국 자신들을 위해주는 왕비를 좋아한다."라고 언급했으므로, 이는 앞으로 둘의 행보가 대비될 것임을 암시한다.[112] 나비에가 트로비 공작가의 공녀로 태어나 어린 나이에 차기 황후로 간택된 것은 좋은 혈통을 타고난 것이 맞지만 라스타 역시 소비에슈의 선택에 의해 임신하고 단번에 출세를 한 것이지 본인의 노력으로 쟁취한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면 대단한 착각을 하는 것이다. 또한 나비에는 어린 나이부터 황후로서의 책임감 때문에 많은 노력을 했지만 보다시피 라스타는 그런 걸 할 생각이 없었다.[113] 사실 나비에라고 라스타를 염려해서 편지를 쓴 것은 아니다. 나중에 그 후원받은 기관들에서 탈세나 횡령 등의 문제가 생기면 기부한 당사자가 책임져야 하고 그 기관에도 영향이 미치니 전 황후로서 책임감을 발휘한 것. 그리고 라스타가 자기 명의로 어음을 쓴 것을 알았을 때, 기껏 충고를 했는데도 일을 저질렀단 것에 기막혀한다.[114] 이를 본 나비에는 경악하고 로즈는 저 청순가련한 얼굴로 저리 요란한 차림이라니, 저 영애는 저런게 취향이냐고 나비에에게 묻고, 몇몇 귀족들은 대놓고 비웃음을 보였고 소비에슈도 '말린 미역' 같다고 여기며 화를 참으려고 애썼다. 참고로 원작 소설에선 뒷모습만 삽화로 나왔지만 웹툰에서 라스타의 지나치게 화려한 웨딩드레스를 잘 묘사했으며 이를 본 독자들은 크리스마스 트리, 옛날커튼 보는 것 같다는 등 말린 미역보다 더한 평을 냈다.[115] 라스타가 원래 청초한 인상이라 화려한 것은 어울리지 않는 편이고 디자이너도 화려함이 지나치면 입은 사람이 눌려버릴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라스타는 언거푸 경고를 씹었다. 차라리 수수하게 입었다면 여러모로 좋은 평판을 얻었겠지만 자기때문에 강제로 내쳐진 나비에보다 훨씬 화려하게 입고 나타났으니 나비에를 동정하던 동대제국 사람들 입장에선 파렴치한 행위로 비칠 수 있다.[116] 동대제국이 최강대국임을 과시하기 위한 행사라고 한다. 황제 부부가 가장 앞 마차에 타고 귀빈들은 의전 서열 순으로 뒷 마차에 타 수도를 행진한다고.[117] 이때 라스타는 대놓고 환호하며 칭송하던 동대제국의 국민들이 나비에와 하인리 부부가 등장하자 마치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지는데 서왕국으로 가버린 나비에에 대한 감정이 안좋은 것도 있지만 존경받던 자국의 황후가 타국의 왕비로 등장한 상황에 당혹스러운 마음도 컸을 것이다. 훗날 베어상회의 주인은 이 일에 대해 복지정책을 펼친 나비에는 까맣게 잊고 라스타를 추켜세웠다고 깐 적이 있다. 떠나버린 나비에에 대해 감정이 안 좋다면, 그 나비에를 이혼당하게 만든 소비에슈와 라스타는 환호는커녕 더 욕을 쳐먹었어야 하는데 말이다.[118] 혹시 연기인가 생각하던 나비에도 라스타의 얼굴을 보고 의심을 거둔다.(물론 남들 앞에서 이야기하지 않았으면 또 자기 탓으로 몰았을 거라고 비꼬았지만)[119] 실상은 호칭만 왕비지 서왕국이 동대제국과 맞먹는 국력을 가진 강대국임을 생각하면 현실물정을 모르는 헛소리다.[120] 훗날 라스타의 노예 신분이 드러나자 사람들이 보인 반응을 보면 아주 경멸이 뚝뚝 묻어난다. 이전의 삶이라고 크게 다르진 않았을 것이다.[121] 해당 회차의 삽화를 보면 안 어울린다는 평가가 많다. 마치 어린애가 어른을 흉내내는 느낌인데다 화려하고 도도한 이미지의 나비에와 달리 라스타는 부드럽고 청순한 이미지기 때문.[스포일러5] 사실 그게 맞았다. 잘못된 답을 알려준 것.[123] 그래서 베르디 자작부인이 마음에 안들어 내쫒고 새 시녀를 뽑으려다 관둔다.[124] 하지만 라스타만을 위해 새로 황궁에 들어왔던 하녀가 언제 나비에와 말을 나눌 기회가 있겠는가? 이 앞뒤 안맞는 주장에 소비에슈는 오히려 의심이 커진다.[125] 공교롭게도 크리스타의 시녀들 역시 재혼을 권유한 적이 있었다. 차이점이 있다면 시녀들은 정말 크리스타를 위해 권한 것이고, 라스타는 속을 긁어놓으려는 의도였다는 거지만...[126] 이게 어지간히 분했는지 동대제국으로 돌아가는 길에 토라져서는 소비에슈에게 자길 나비에와 비교하지 말라고 요구했다.[127] 다만 이 오해는 비단 라스타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소비에슈도 에벨리에게 처소를 주면서 사람들이 오해할텐데 괜찮겠느냐고 언질을 줄 정도였으니까. 문제는 라스타는 소비에슈에게 물어볼 기회가 있는데도 지레짐작해버린 것.[128] 이들은 부모가 범죄자라 손가락질 당하고 일자리도 제대로 못 구하는 입장이었는데, 황궁 하녀로 일하면 당연히 일반 가정집보다 봉급이 좋을 것이다. 심지어 황후는 면책특권이 있어 부모의 죄를 사면받을 기회를 노리고 지원했다.[129] 이미 사랑보다 가문을 택한 알렌을 겪고도 깨닫지 못했다는 지적이 작중서술로 나온다. 또한 대대로 황후를 배출한 트로비 공작가 출신이라는 완벽한 정통성을 지니고 유능한 나비에를 쫓아내고 온갖 만행을 저지르며 들어앉은 새 황후를 싫어했던 귀족들과 파르앙 후작은 라스타가 이젠 황실의 위엄에 먹칠을 하는 짓까지 저지르자 '왕족이나 대귀족도 아닌 몰락 귀족인 이스쿠아 자작부부를 어디까지 대접할 것이며, 그런 핏줄에서 황태자가 태어나는 것도 문제다'라고 굴러온 돌 취급해 나쁜 소문을 부추겨 평판을 깎아내린다.[130] 예전에 투아니아 공작부인(니안)을 남편이 있는데도 남자와 어울리는 것이 헤프고 문란하다고 비난했던 적이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내로남불적 태도가 아닐 수 없다.[131] 사실 에벨리는 소비에슈에게 별다른 감정이 없지만 싫어하는 라스타가 먼저 찾아와 시비를 거니 일부러 화를 돋구려고 그런 발언을 한 것이다. 남궁에 머물던 몇몇 귀빈들이 마법사인 에벨리에게 흥미를 느끼고 라스타가 계속 나비에를 '언니'라고 부른 일화를 들려줬다고. 그래서 라스타가 나비에에게 했던 짓을 고스란히 에벨리가 라스타에게 돌려준 것이다.[132] 에벨리와 마찬가지로 나비에를 위해 라스타의 화를 돋구려고 접근한 것이다.[133] 다만 이 하녀가 일부러 퍼뜨린 것은 아니고 사람들이 계속 묻자 무언가를 찾으시는 것 같다고 대답했던 것이다. 물론 라스타는 그런 발언도 문제라고 판단했다.[스포일러6] 이 모습을 본 직속 하녀 아리언은 그녀를 "진심으로 따를 수 없는 상전"으로 인식하였고, 이 일로 라스타가 소비에슈에 의해 황후의 권한을 제한당해 허수아비 황후가 되자, 절대권력을 가진 소비에슈에게 충성하기로 마음먹는다. 후에 아리언은 소비에슈의 첩자가 된다.[135] 그리고 이 하녀의 아버지는 사형수긴 하지만 자신의 자식을 죽인 살해범을 본인이 직접 죽였던 것이라 사실상 무기징역에 가까운 입장으로 지내고 있었다[136] 사실 라스타가 스스로 황후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알려고 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간 라스타를 '자신의 욕구를 만족시켜줄 존재'로 취급해 무지한 상태로 남기고 싶어했던 소비에슈라고 책임이 없는 건 아니다.[137] 애시당초 나비에가 재혼상대가 있건 말건 소비에슈가 나비에를 강제로 내치고 라스타와 재혼한 것은 변치 않는 사실이다. 정작 이 말을 한 라스타 본인은 소비에슈의 태도가 석연찮자 바로 에르기에게 매달리고 있으면서 말이다.[138] 이때 라스타는 황후로서 남을 해치는 명령을 내릴시, 내게 보고하라'는 소비에슈의 명령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합리화하지만 또 나가서 사람, 평민들을 해칠지 모르는 흉악범을 출소시켰으니 결과적으로 남을 해치는 명령이 맞다. 평민을 위하겠다는 말은 정말 장식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행동.[139] 동대제국은 황후도 정부를 둘 순 있다지만 라스타는 여타 황후와 다르게 황제의 총애 하나로 버티는 입장이고, 소비에슈와의 로맨스를 강조해 지지를 받았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정부를 둔다면 총애를 잃었다는 것을 사방에 광고하는 꼴이다. 게다가 사사건건 타국의 왕족인 에르기와 어울린 것으로 인해 소문이 좋지 않았는데 정부로 들이면 아예 소문에 못을 박아버리는 꼴이다.[140] 라스타의 휘하 하녀들은 정부 시절부터 6개월을 넘긴 사람이 없으며, 각기 낙태약, 사기, 습격 등으로 온갖 이유가 붙어 벌을 받고 쫓겨났지만 나비에의 휘하 하녀들은 교체는커녕 몇 년 동안 그만 둔 사람이 두 명에 불과했다. 그것도 무슨 문제가 아니라 결혼과 임신 등의 경사 때문이었고, 심지어 임신으로 그만둔 하녀는 출산 후 복귀했다.[141] 예전에 서대제국의 결혼식 피로연에서 대놓고 불임 운운했다 소비에슈에게 질책을 들었던 것을 생각하면 또 황후로서 무책임한 짓을 저지른 것이다! 심지어 신나서 들뜬 게 너무 티가 날까봐 일단 나비에를 가엾게 여기는 척 문구를 덧붙인다(...) 웹툰에서는 이때 악의적인 웃음을 짓는 것으로 묘사되었다.[스포일러7] 심지어 훗날 트로비 공작가가 동대제국의 황위계승권을 가진 방계 황족임이 드러난 것을 생각하면, 그런 트로비 공작부부의 암살을 사주한 것은 단지 귀족을 죽인 수준을 넘어 황족 시해죄까지 물을 수 있는 죄였다.[143] 애시당초 공작가가 살수 하나에 당할만큼 보안이 허술하지도 않고, 설령 암살을 성공해도 코샤르는 물론 한 나라의 황후인 나비에가 복수를 하려고 암살자를 찾아내 족쳐버리려고 온갖 수를 동원할 것인데(...) 암살자가 안전을 도모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오히려 죽여달라고 자청하는 꼴이다.[144] 모종의 이유로 나비에가 라스타의 트로비 공작부부 암살의뢰를 알게 되고, 이에 반격하기 위해 베어 상회에 어음의 출처에 대해 정보를 흘렸다. 그리고 어음의 진상을 알게 된 베어 상회의 회장은 조앤슨을 통해 이 정보를 흘린 것. 또한 이전에 니안이 조산한 일로 니안의 자식의 적통성을 의심해 이혼시키게 만들었는데 본인도 조산한 것을 보면 이 모든 것이 인과응보인 셈.[145] 아이러니하게도 이미 첫째 안을 출산하고 로테슈 자작에게 빼앗겼던 전적이 있어서, 또 다시 제 친자식을 마음대로 안아보지도 못하는 처지가 되었다. 라스타가 벌인 일로 인해 신뢰가 바닥을 친 소비에슈 입장에선 귀중한 자식을 함부로 맡기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겠지만.[146] 델리스와 라스타를 공격했던 신입하녀의 일로 베르디 자작부인은 자신에게 이 일을 덮어씌우리라 예측했다.[147] 신생아는 조금만 세게 흔들려도 목숨이 위험한데 그걸 아예 바닥에다 내동댕이쳤으니... 그나마 푹신한 카펫이 깔린 곳에 떨어진 것이 천만다행이었다.[148] 로테슈 자작은 갑자기 왜 이러냐고 따지지만 멀쩡히 살아있는 제 자식을 죽었다고 위장시키고 다른 아기의 시체를 안겨주는 잔혹한 짓거리로 라스타에게 심각한 트라우마를 남긴 것이 그였으니 원흉이 맞다. 그게 아니었다면 라스타가 제 딸을 내던질 리 없었으니. 이부분은 라스타를 싫어하던 독자들도 동정 할 정도다.[149] 덕분에 훗날 뒤늦게 이 일을 알게 된 소비에슈는 당연히 뒷목을 잡는다(...). 그리고 사실 이런 요구를 한 에르기도 이게 얼마나 말이 안 되는 짓인지 알고 있었고. 진심으로 영지를 탐내기보단 일을 더 꼬아놓기 위해 유도한 것.[150] 이전에 라스타를 한 번 찾은 적은 있지만, 딸이 자작의 아들(알렌)과 깊은 관계가 된 것을 알고는 로테슈가 해결해주겠거니 싶었다고. 물론 라스타가 황후가 된 뒤 보인 행동을 보면 자식을 생각하는 부정으로 내버려둔 게 아니라 자작 아들과 결혼하면 돈줄이 될거라고 여겨 내버려둔 것이 분명하다.[151] 자기 때문에 노예가 되어 그동안 고통받은 딸에게 미안하다는 소린 못할망정 낳아주고 길러준 친부에게 그게 할 소리냐며 자신 덕에 아름답게 태어나 황후가 되었으니 당연히 자신에게 은혜를 갚고 부양해야 한다고 우긴다. 심지어 자신의 요구를 거절하는 라스타를 배은망덕한 년으로 비하하는 것으로 모자라 남들에게 불효녀로 소문내겠다고 협박하기까지 한다.작중에 등장하는 부모들 중 제일 쓰레기[152] 이 때 조앤슨은 라스타 앞에서 일부러 다리를 꼬는 자세를 함으로써 은근히 라스타를 시험해본다. 진짜 귀족 출신이라면 한낱 평민이 귀족 앞에서 다리를 꼬는 것을 절대 용납할 리 없기 때문이라고. 아니나 다를까 라스타는 이를 아예 눈치채지조차 못 했다.[153] 이때 워낙 여러가지 문제를 한꺼번에 겪었기 때문인지 정신상태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다. 오죽하면 로테슈 자작이 그 모습을 보고 '저것이 미쳐가나?'하고 진심으로 의심했을 정도. 웹툰에서는 라스타의 표정이 매우 기괴하고 소름끼치게 연출되었다.[154] 하지만 이 시점에서 소비에슈는 마음이 아예 떠나버린지 오래였다. 공교롭게도 소비에슈 역시 재혼 후 떠나버린 나비에에 대해 마음을 되돌리고 싶다는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다.[155] 이전에 라스타도 자신의 자녀를 황자녀로 만들어달라고 소비에슈에게 요구한 것을 감안하면 자신이 한 말을 그대로 돌려받은 셈이다. 하지만 라스타는 적어도 자신과 소비에슈 사이에서 태어날 아이에 대해서였지 생판 남인 안까지 자녀로 대우해달란 요구가 아니었다. 즉, 알렌은 라스타보다도 멍청하고 정신나간 요구를 한 것.[156] 공주를 조산으로 낳은 게 아니라 실은 조산이 아니었고, 라스타가 소비에슈를 만나기 전 에르기와 관계를 가져 생긴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부채질하려는 의도였다.[157] 그리고 마침 비슷한 시각에 소비에슈는 라스타와 에르기의 지속적인 밀회에 어이없어하며 "그 애는 자기가 황후의 껍데기를 쓰고 있다는 자각이 아예 없는 거냐?"며 라스타의 탓을 하고 있던지라 사이가 파탄날대로 파탄났다는 것을 보여준다.[158] 떠넘겼다는 말부터 웃긴 게 이혼을 꺼낸 건 소비에슈고 그 자리를 차지한 건 본인이다. 애시당초 자기들끼리 박자가 맞아 나비에를 쫒아내놓고는 마치 나비에가 무슨 의지로 자신을 엿먹였다는 듯 구는 것 자체가 앞뒤가 안 맞는 논리다.[159] 물론 순수한 선의로 해준 게 아니라 라스타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였다.[160] 사실, 이전 나비에를 불임이라며 대놓고 공개적으로 모욕한 것을 따져보면, 그 나비에의 임신을 축하하는 연회에 아무렇지도 않게 참석했다는 건 나비에 입장에선 실례되는 행동이라고도 할 수 있다.[161] 여담으로 웹툰에서는 이때 라스타의 차림이 자세히 묘사되었는데 매우 화려한 드레스에 온갖 장신구까지 도배하다 싶이 꾸민, 작정한 듯 매우 화려한 차림이였다. 대놓고 나비에의 머리스타일을 따라한데다 왕관까지 쓰고 온 건 덤. 당연하지만 이런 라스타의 행동은 매우 무례한 행위이며 심각한 결례다.[162] 사실 나비에 성품을 생각하면 아주 좋은 의미로 준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엿먹일 의도로 준 것도 아닐 것이다. 게다가 그런 부정적 의미라고 해석한 것이 바로 에르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에르기가 일부러 이간질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163] 문자 그대로 매우 정신나간 미친 짓거리다! 장식용 보검의 의미를 따져보면 라스타는 나비에와 그녀의 뱃속 아이를 대놓고 공개적으로 모욕한 것이며, 사실상 저주나 다름없는 행위다. 나비에의 아이는 서대제국의 적통 황족이자 황위 후계자라는 걸 따져보면 라스타는 동대제국 황후 신분으로 서대제국 황후와 황위 후계자는 물론, 서대제국 황실까지 대놓고 공개적으로 모욕하고 능멸하는 짓을 저지른 것이다. 당연하지만 이는 매우 중대한 외교 문제인데다, 서대제국이 이를 명분으로 동대제국에 선전포고를 해도 할 말 없는 짓거리다. 거기다 당시 나비에는 라스타의 아이에게 순전히 축복을 해준 걸 감안하면 말 그대로 적반하장의 분풀이다.[164] 매우 정신나간 미친 짓이다! 지금 라스타는 경사를 맞은 타국 황제를 헛소문을 거론하고 대놓고 추근대고 찝적댄 것이다. 당연하지만 이는 매우 심각한 결례로 중대한 외교 문제다.[165] 즉, 라스타가 중요시하는 것은 오로지 황후로서 "대접받는" 것임이 명백하게 드러난 것이다. 당연히 어처구니없는 것이 서대제국 사람들이 라스타를 잘 대접해준 것은, 에르기의 말마따나 라스타가 동대제국 황후 신분이기에, 국가적인 대우를 한 것으로, 그저 어디까지나 의례적임에 불과하다. 이런 것 따윈 아예 생각하지 못하고 그저 잘 대접해주었다고 우쭐해할 정도로 라스타의 대책없는 면모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장면. 더욱이 문제가 되는 것은 황후 신분으로 서대제국에서 온갖 나라 망신을 시키고 돌아왔음에도 말조심을 해야했다는 자각은 아예 존재하지조차 않는 것이다. 황후라는 자리의 무게가 어떤지, 황후로서의 책임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알고 싶어하지도 않는 것. 거기다 이런 생각을 했다는 그 자체만으로 엄연히 민폐다.[166] 나비에의 임신 소식에 혹시 소비에슈 본인이 불임이 아닌지 의심하던 차에 이런 소문까지 더해지니 더더욱 공주에 대한 의심이 불어난 것이다.[167] 사실 트로비 공작부부까지 안가도 그나마 부모노릇을 하는 아버지를 만났으면 라스타가 이 정도까지 비참한 과거를 보내진 않았을 것이다.[168] 사실 애시당초 라스타가 얻은 행복과 지위는 본인이 노력해서 얻은 것이 아니라, 소비에슈의 선택과 총애에 기반한 불안한 모래성이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짓까지 해서 붙들어야 할 만큼 소비에슈는 진정으로 라스타를 사랑하지 않았다.[169] 이때 알이 굵은 반지를 끼고 있어서 내리칠때마다 손에 상처가 생기고 피가 흘러나왔지만 멈추지 않았다.[170] 이스쿠아 자작부부는 소비에슈의 심문에 겁을 먹어 그저 에벨리에게 겁을 주어 황궁에서 쫓아내려고 했을 뿐이라고 실토한 걸 보면 에벨리를 죽이라고 사주한 진범은 라스타로 추정된다.[171] 소비에슈는 "어차피 잡아 올 생각이었는데, 제 발로 찾아왔으니 잘 됐구나."라고 차갑게 말하며 멍청한 라스타와 알렌을 동시에 깠다.[172] 자신이 본 사람이 에르기가 아니라 옷차림이 비슷한 저 신관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신관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 신관의 증언이 사실이라고 믿는다.[173] 애초에 신분도 불분명한(실상은 평민보다 못한 도망 노예) 라스타가 자신과 달리 정통성이 확실한 나비에를 제치고 황후 자리를 차지한 것도, 황후가 된 이후에도 계속 귀족들에게 경원시당하며 인정받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급기야 흉악 범죄를 저지르고 온갖 추문에 시달리는 상황에서도 황후 자리를 유지한 이유는 단 하나, 소비에슈의 유일한 자식인 글로리엠의 친모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소비에슈 역시 라스타의 악행에 치를 떨면서도 자기 딸인 글로리엠의 정통성 때문에 친모인 라스타를 쉽사리 폐위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유일한 방패막이였던 글로리엠마저 황제의 친딸이 아니라고 만천하에 밝혀졌으니, 폐위는 사실상 확정이고 그동안의 악행까지 더해져 비교도 안 되는 강력한 처벌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174] 이후 에르기가 글로리엠의 친자 검사 결과를 조작했다는 게 밝혀지면서, 라스타의 이 말만큼은 그동안의 악행과는 별개로 정말 사실이였음이 드러난다. 그저 진짜 결과가 무엇인지 소비에슈와 라스타는 물론 에르기조차 알지 못할 뿐.[175] 옳게 말하려면 '적게 뽑아서'라고 해야 한다. 실제로 이 말에 반박한 신관은 '적게 뽑은'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라스타의 무식 혹은 심각한 멘붕, 어쩌면 둘 다를 드러내는 부분. 다만 이전에 글로리엠을 내던졌을 때 보였던 반응을 생각하면, 검사 결과가 너무 충격적이여서 기본 상식조차 기억못할 정도로 멘탈이 나갔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176] 이 말에 신관마저 여기서 피를 더 많이 빼면 아이가 놀란다며 반대하고, 소비에슈와 귀족들은 라스타를 질린다는 듯이 바라본다. 그도 그럴게 글로리엠이 황족이든 귀족이든 평민이든, 태어난지 몇개월조차 안 된 아이에게서 피를 많이 뽑자고 하는 것은 좋게 보일리가 없다. 게다가 명색이 아이의 친어머니라는 사람이 이런 짓을 벌인 것이다.[177] 명색에 황후인 라스타를 일개 자작 영식에 불과한 알렌이 대놓고 이름으로 막 부르고 있으니, 이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당연히 라스타와 알렌의 관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178] 앞으로 이혼 절차를 밟든 폐위 절차를 밟든 실제로 라스타와 붙어 다니게 될 건 이 기사들인데, 훗날은 생각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기사들을 폭행해서 적으로 만드는 행동은 어리석은 짓이다. 이는 라스타가 여태껏 살면서 본 이혼 절차가 모두의 동정 속에서 이루어진 나비에의 이혼밖에 없었기 때문에 이에 대해 제대로 몰랐던 탓도 있다.[179] 가뜩이나 작중 언급을 보면 황궁 기사들은 나비에를 숭배한다고 하는데, 실제로 이혼 법정 날 기사들은 한쪽 무릎을 꿇어 예를 표했다. 그런 나비에를 내치고 황후자리에 오르고 동댜제국 황실의 명예를 훼손시킨 라스타를 좋게 보지 않는 게 당연하다.[180] 그나마 라스타는 아직 황후이기에 기사들도 그녀에게 폭행당하면서도 가만히 있었지만, 알렌은 강제로 피를 뽑기 위해 손바닥 중앙을 단도로 그어 버리는 등, 거칠게 대한다.[181] 사실 라스타의 진짜 신분은 도망 노예이니 글로리엠은 서녀(정부 소생의 사생아)보다도 못한 얼녀(노비 소생의 사생아)이지만, 이 시점에서 라스타의 진짜 신분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극소수 뿐이고 그 사실은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다.[182] 글로리엠이 황제 소비에슈의 딸이 아니라는, 즉 더이상 동대제국의 공주가 아니라는 건 라스타에겐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그동안 소비에슈는 라스타의 온갖 악행을 다 알고 있었고 그 뒤처리에 치를 떨었음에도 그녀가 글로리엠의 친모라는 이유로 웬만한 건 다 눈감아주었으니, 글로리엠이 친딸이 아니라고 판명된 시점에서 더 이상 참아줄 이유가 없으니 라스타의 폐위는 확정이고 그동안의 악행에 대한 처벌도 피하지 못하게 된 셈.[183] 라스타는 자신이 하녀들에게 잘 대해줬다고 자부하지만 그 하녀 입장에선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 하녀도 처음엔 라스타에게 진심으로 잘했으나 동료 한명이(라스타에게 의자를 던져 조산을 야기한 하녀) 말실수 한 번으로 부모가 죽을 뻔하고 본인도 감옥에 갇히자 라스타를 존경하기보다는 두려워하게 되었다. 이 와중에 다른 궁정인들은 라스타의 하녀들을 멀리하고 라스타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까지 연거푸 터져 나오니, 마지못해 일을 할 뿐 라스타를 따르지는 않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라스타의 마지막 기둥이던 글로리엠마저 공주 자리에서 폐위되었으니 어차피 몰락할 사람한테 뭐 하러 공손하게 대하냐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아예 지금이라도 미리 라스타와 거리를 두어야 나중에 서궁에 새로운 주인이 오더라도 계속 남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덤. 결국 하녀에게마저 무시당하는 것도 전부 라스타의 인과응보였던 것이다.[184] 이제껏 라스타는 욕을 못 해서 안 하던 게 아니라는 게 밝혀지는 장면. 라스타 본인도 원래 욕을 많이 하는 성품은 아니었지만 노예 생활을 하면서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욕 개수는 많았다고(...). 라스타가 어찌나 다양한 종류의 욕을 하는지 이 욕을 듣는 하녀마저 겁에 질릴 정도.[185] 확실히 차용증에는 언제까지 돈을 갚기로 명시하지 않았기에 라스타에게 지금 당장 빌려준 돈을 갚으라는 요구는 분명 억지였다. 게다가 에르기는 라스타에게 돈을 빌려줄 때 분명 5년은 돈을 갚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지금은 돈을 빌려준 때로부터 5년은커녕 몇 달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186] 에르기의 말대로 라스타의 권력이 굳건하다면 기한 없는 차용증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라스타에 대한 온갖 추문이 떠돌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저 차용증이 공개된다면 사람들은 날짜가 뭐건 차용증의 존재만으로 경악할게 뻔하다.[187] 에르기 공작의 소문이 좋지 않으니 어울리지 않는 게 좋다던 소비에슈의 당부.[188] 사실 라스타가 워낙 적반하장을 많이 하다 보니 좀 빛이 바래서 그렇지 이 말 자체는 어느 정도 맞다. 작중에서 에르기가 라스타의 편이 아니라는 암시는 많이 있었지만, 정작 그 이유가 될 만한 계기는 딱히 드러난 게 없기 때문. 에르기의 사연은 차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덧붙여 '나비에가 이런다면 이해가 된다'는 말로 보아 그전부터 무의식적으로든 의식적으로든 느끼고 있었는지 아니면 이제야 입장 바꿔 생각할 마음이 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자기가 나비에에게 못할 짓 많이 했다는 것도 느끼긴 한 듯.[189] 라스타의 돈은 랑트 남작이 관리하고 있었기에 자유자재로 현금을 유통할 수 없었는데다, 선물로 받은 보석들이나 귀중품은 로테슈 자작, 친부, 이스쿠아 자작부부의 수중에 흘러가기까지 했다. 거기다가 그간 르베티의 인신매매, 트로비 공작부부의 살인 교사 등으로 암살자를 고용하느라 막대한 돈을 썼던 탓에 수중에 돈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190] 이는 라스타가 아직 소비에슈의 정부였을 시절 에르기의 말투다.[191] 그 말대로 에르기는 라스타의 방에서 나오자마자 소비에슈에게 라스타의 차용증과 항구 양도 서류를 보여주며 라스타를 더욱 궁지에 몬다.[192] 라스타가 본격적으로 나비에와 대립하게 된 사건인 전 투아니아 공작부인(현 레이디 니안) 무고 사건의 계획을 알려준 사람도, 라스타가 황후가 된 뒤에도 계속 염문을 일으키며 그녀의 평판을 추락시킨 것도, 결정적으로 안을 신전에 데리고 와서 안이 라스타의 친아들임을 만천하에 알려지게 만든 사람이 에르기임을 생각하면 라스타의 생각도 일리가 있다.[193] 라스타는 애초에 알렌과 정식으로 혼인한 적도 없고 소비에슈와의 관계도 내연녀인 정부로 시작했으니, 둘 다 라스타의 정식 남편이 아니었다는 조앤슨의 주장도 어느 정도 사실이다.[194] 그 전까진 자신들 역시 처벌을 절대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라스타는 에벨리 암살 시도와 관련이 없다고 부정하며 라스타를 보호하고 있었다.[195] 물론 여기까지 밝힌 이상 에르기는 처음부터 라스타의 진정한 우군은 아니었다는 것이 알려져서, 진짜 "잃게" 된 것인지는 판단에 맡긴다.[196] 로테슈 자작은 사람이 음험하고 이기적인 데다 가족 외엔 매정하니, 본인이 위험해지면 무조건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려 할 인간이라고 확신한다. 로테슈의 전적을 생각하면 이 평가도 어느 정도 들어맞으나, 로테슈는 딸 르베티를 해치려 한 라스타에게 복수하기 위해 암약하고 있으니 반은 틀린 생각이다.[197] 세상에는 자신보다 못하다 여겨지는 상대를 가엾게 여기는 이들이 많다고 생각한다.[198] 이때 랑트 남작이 "라스타를 교수형대로 밀어내는 게 찝찝하다. 자기 상황도 안 좋지만 아예 생명이 위태롭게 된 라스타만큼은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걸 보면, 감형 받을 수 있다는 본인의 안일한 생각과는 달리 그동안 저지른 악행 때문에 사실상 사형 당할 위기에까지 몰린 듯 하다.[199] 로테슈 자작 건이 끝나면 라스타는 반 죄인처럼 취급될 지도 모르는데, 그땐 지켜보는 시선이 많아져서 도망치기 어려울 것이다.[200] 사실 그간 라스타의 무능한 판단능력과는 별개로 크리스타에 대한 이 평가만큼은 매우 정확하다. 크리스타는 하인리가 즉위한 뒤 조용히 컴프셔 저택으로 내려갔더라면 워턴 3세의 유언과 세간의 동정 때문에라도, 하인리는 물론 나비에에게도 선왕비로 후하게 대우받으며 안정된 여생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끝까지 궁궐의 안주인 자리에 대한 집착과 하인리를 향한 흑심을 버리지 못해서, 나비에의 자리를 넘보며 계속 법도를 무시한채 궁에서 나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급기야 하인리와 나비에의 결혼식 다음날 엄연히 자신의 시동생인 하인리와 스캔들을 일으키는 만행을 저지르면서, 그동안 정숙한 선왕비라고 존경받던 평판도 나락으로 떨어지고 본인의 지지세력에게까지 외면당한다. 하지만 정신을 못차리고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며 하인리에게 자신을 책임지고 정부로 삼아달라고 요구했다가 국무회의에서 거짓말이 들통나, 아버지에게마저 버림받으면서 그대로 폐위되다시피 컴프셔 저택으로 쫒겨나 감금되고 하인리의 편지를 읽고 절망해 비참하게 자살한다. 심지어 자살한 뒤에도 '남자한테 미쳐서 나비에 황후를 욕보이려다가 끌려간 거짓말쟁이 선왕비'라는 소문이 퍼져 두고두고 욕을 먹고, 그로 인해 친정인 즈멘시아 공작가마저 피해를 입는 바람에 아버지를 제외한 가족들에게마저 경원시당한다.[201] 이전에 생각했던 소비에슈가 자신이 도망 노예임을 알고도 정부로 받아주고 나아가 황후로 삼았던 일.[202] 애초에 나비에의 임신이 공표된 지금에서 이 편지는 아무 쓸모도 없었기에, 리버티 공작도 나비에의 신임을 얻기 위해 일부러 라스타의 약점이 될 수도 있는 편지를 가져다 바친 것이다. 당연히 나비에와 하인리도 이걸 이용해 정식으로 동대제국에 항의해, 라스타의 평판과 동대제국의 위신을 추락시키면서 제대로 빅엿을 먹인다.[203] 피르누 백작으로부터 이 일을 보고받은 소비에슈는 안 그래도 라스타의 차용증과 항구 양도 서류 때문에 골치 아파하고 있었던지라, 라스타를 두고 '하는 일은 하나도 없는데 트집 잡힐 일은 뭐 그리 열심히 하고 다닌거냐?'고 매우 기가 막혀했다.[204] 그동안 라스타는 동대제국의 황후 신분으로 대놓고 나비에의 경사 때마다 외교적 무례를 저지른 것도 모자라, 각종 추문과 범죄들을 저질러 동대제국의 위신과 체면을 추락시키기 일쑤였다. 그래놓고 자신의 뻘짓으로 벌어진 외교적 문제에 대한 처벌을 피하기 위해 이제와서 동대제국 황후 신분을 방패로 삼는 것. 라스타가 황후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매우 등한시했음을 알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205] 새빨간 거짓말. 전에 나비에와 코샤르 남매 앞에서 나비에가 불임이라는 소문을 입에 담았다가 넘어지고, 결국 코샤르를 동대제국에서 추방시킨 화려한 경력이 있다.[206] 설령 나비에가 불임이라는 소문이 정말 돌았을지라도 그 이야기를 일국의 황후인 라스타가 다른 나라 귀족에게 편지로 알린 것 자체가 큰 문제가 된다. 황후로서의 처신을 등한시한 라스타의 안하무인격 행동, 편협한 생각, 그리고 뻔뻔한 자기합리화가 제대로 드러나는 장면.[207] 라스타와 피르누 백작은 여태껏 교류가 거의 없다시피 했기 때문. 라스타와 랑트 남작을 붙여놓았다가 라스타가 도망치려한 적이 있으니 소비에슈 입장에서는 라스타와 랑트 남작을 최대한 떼어놓고 싶을 것이다.[208] 소비에슈의 의도는 몰라도 피르누 백작이 라스타와 사이가 나쁜 것만큼은 사실이었다. 일찍이 피르누 백작은 라스타가 소비에슈에게 선물로 받은 '홍염의 반지'를 로테슈 자작에게 주고, 그걸 로테슈 자작이 팔아버린 일을 조사한 적이 있기에 오래 전부터 라스타를 싫어했다.[209] 대법관이 한 말 중(아들의 아내였던 라스타가 황제의 정부가 된 상황에서 아들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가지게 하고, 이를 숨겨 동대제국이 그의 손녀를 공주라고 모시게 만든 것, 이 관계의 비밀을 이용해 이득을 취하기 위해 라스타를 협박해 주기적으로 금품을 수수한 것) 옳은 건 로테슈 자작이 라스타를 협박해 금품을 수수했단 것 뿐이었다.[210] 에벨리 암살 시도에 대한 진술이 바뀐 건 다른 증거가 나왔거나 계속되는 재판에 지쳤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라스타를 죄에 끌어들이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더구나 이스쿠아 자작부부는 그동안 내내 라스타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보여왔기에, 대법관조차 그들이 라스타를 감쌀 거라고 생각했다.[211] 혹시 이스쿠아 자작부부가 누군가에게 협박을 받아 거짓말로 진술한 거라면, 그것 역시 옳지 못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이미 라스타의 죄는 글로리엠에 대한 것만으로도 확실하니, 그녀가 밉다고 해서 거짓 죄를 끼워 붙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212] 라스타가 신분을 속여 황후가 됐다는 것만으로도 지금까지와 차원이 다른 중죄이지만, 만약 이게 황제인 소비에슈의 명령으로 이뤄진 신분세탁이라면 이스쿠아 자작부부가 계속 사실을 말하게 냅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평민들에 기자들까지 모여있는 재판장에서 황제의 이름마저 거론된다면, 황실이 우스워지는 건 물론 그 불똥이 대법관 자신에게까지 튈 수 있기 때문.[213] 애초에 로테슈와 이스쿠아 자작부부가 라스타를 배신한 이유는 라스타 때문에 딸 르베티가 노예로 팔려갈 뻔했고, 라스타의 의도적인 이간질에 넘어가 친딸인 에벨리를 몰라보고 온갖 모욕을 가할 것으로도 모자라, 라스타가 에벨리를 죽이려고까지 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의 배신도 아군에게마저 온갖 악행을 저지른 라스타의 자업자득인 셈.[214] 지금 상황에서 아리언도 믿을 수 없지만 탈출을 도울 수 있는 건 랑트 남작 뿐이니 아리언에게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215] 순간적인 충동으로 라스타에게 탈출을 제안했긴 했지만 지금에서야 제정신이 돌아왔다고 한다. 게다가 로테슈 자작이 죄를 인정했고 이스쿠아 자작부부까지 예상치 못한 폭탄 발언을 날렸기에 자신이 탈출을 제안했을 때보다 상황이 더욱 나빠져 도와줄 수도 없었다.[216] 황후로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은 애초에 막혀있는 것과 다름없었고 이스쿠아 자작부부에게 떠나달라 부탁할 때 미안한 마음에 가진 보석들을 거의 다 털다시피 해서 건네줬기 때문에 수중에 남은 돈이 얼마 없었다.[217] 사실 소비에슈의 총애 외에는 기댈 곳이 없는 라스타가 허수아비 황후임을 깨닫고 소비에슈의 첩자 노릇을 해왔기에 그렇게 보였던 것이다.[218] 천만다행으로 아리언은 라스타의 도주를 예상하고 있던 소비에슈 측 사람들에게 발견되어 궁의와 에벨리에게 치료를 받아 목숨을 구한다. 궁의의 진단에 의하면 폐를 찔려 목숨이 위태롭다고 한다.[219] 샅샅이 마차를 검문하는 게 아닌 이상 의자 안까진 보지 않는다고 한다. 게다가 원래 대부분의 마차는 습격자가 마차 아래에서 공격하는 경우를 대비해 의자 안을 텅 비게 만든다고.[220] 이때 하는 생각이 가관인데, 동대제국에서 빠져나가면 최소한 다시 노예가 되는 건 아니니, 가져온 보석을 팔아서 작은 집을 산 뒤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는 미래를 꿈꾼다. 이 와중에 연애는 절대 하지 않을 거고 사람도 믿지 않을 거라는 상황 파악도 못하는 뻔뻔한 생각까지 하는 건 덤.[221] 라스타는 몇 달 전, 나비에가 같은 방법으로 마차 의자 아래에 몸을 숨기고 탈출했을 때 소비에슈 앞에서 '폐비가 도망치듯 떠난걸 두고 사람들이 수근거린다'라고 말하면서 나비에의 탈출을 비웃고 조롱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라스타 본인도 같은 방법으로 탈출하게 된 것. 심지어 그나마 탈출에 성공해 서대제국으로 떠난 나비에와는 전혀 달리, 라스타는 투아니아 공작에게 처참하게 공격당해 마지막 희망인 탈출마저 실패한다.[222] 사실 라스타가 그간 저지른 악행과는 별개로 이 말만큼은 매우 정확하다. 애초에 정부 소생 사생아에 불과한 라스타의 아이를 적자로 만들겠답시고 일개 정부에 불과했던 라스타를 황후 자리에 올린 것도, 라스타를 황후 자리에 올리기 위해 죄없는 나비에를 강제로 내친 것도, 황후가 된 라스타가 온갖 악행을 일삼는데도 불구하고 말리기는커녕 사실상 방관한 것도 전부 소비에슈 본인이 자의로 한 짓이다. 이로 인해 동대제국은 나라의 위신이 매우 추락하고 엄청난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즉, 소비에슈는[223] 라스타 본인은 안에게 애정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안을 글로리엠만큼 사랑할 순 없었지만 불행해지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고 한다.[224] 라스타는 자신을 노예로 만든 친부를 살해하려고 할 정도로 증오했다. 하지만 결국 자신도 친부와 똑같이 아무 죄없는 자식들을 노예로 만들어 버려, 자신이 겪었던 불행을 대물림하게 생겼으니 절망하는 것도 당연하다.[225] 평민들도 라스타의 재판을 구경하기 위해 법원에 몰려들었지만 한때나마 자신들이 '평민의 희망'이라고 칭송하며 동경했던 라스타가 정말로 몰락하게 생기자 여러모로 복잡해 한다.[226] 하지만 소비에슈의 본거지에서 이를 터트린 것이라 소비에슈에게는 전혀 데미지가 들어가지 않았다.[227] 작중에서도 "지금까지 나온 그 어떤 죄보다도 라스타가 노예였다는 죄가 가장 무겁다는 듯, 소리를 높여서 고함을 지르고 항의했다"라고 묘사할 정도.[228] 그래도 아직 황후라고 라스타에게 꼬박꼬박 공손히 말하고 있었는데 고자 소리에 완전히 폭발했다.[229] 이에 놀란 평민들도 조용해지고 근처의 귀족 청년은 아예 들고 있던 부채를 툭 떨어트렸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하인리마저 혀를 차며 과거 즉석에서 자신을 거짓말쟁이로 몰아갈 때부터 배짱이 장난 아니다 싶더니 담력이 대단하긴 하다고 중얼거리고, 나비에 역시 권력을 잡지도 않았던 정부 시절부터 자신을 언니라고 불러대는 것도 보통 정신으론 힘들었을 거라고 여긴다.[230] 대법관도 대법관 나름대로 자신의 일에 자부심이 강한 사람이었다. 황후가 범죄자로 심판받는 역사상 초유의 재판에서 자신은 계속 예의를 지키고 침착하게 재판을 진행하는 와중에 이런 사고가 터졌으니, 라스타가 자신의 업무를 망치고 있다고 여기고 분노하는 게 당연하다.[231] 한때 평민들의 저 환호의 중앙에 서있었던 건 조앤슨이 아니라 라스타였다. 그런데 지금은 평민들에게서 조앤슨이 그 환호를 받고 있고, 가장 고귀한 자리에 있는 라스타에게는 꺼지라며 욕을 퍼붓고 있으니 표정이 무너질 만도 했다.[232] 이번에 나올 판결을 근거로 라스타를 폐위시키겠다는 뜻이다.[233] 대법관의 언급에 의하면 이 중 절반만 적용해도 교수형을 내릴 수 있다고 한다. 즉, 사실상의 사형 선고인 것. 그나마 한때나마 황후 신분이였기에 이를 존중한다는 의미로 영구유폐형을 선고한 것이다.[234] 황제 소비에슈의 분노를 사고, 노예 출신인 걸 숨긴채 모두의 위에 올라서 황후가 됐고, 외국인에게 국토를 팔아먹으려 했으니 아무도 황후로서의 대우를 갖추지 않는 게 당연하다.[235] 아르티나도 나비에의 호위로서 라스타로 인한 나비에의 고생을 바로 옆에서 봐왔고, 소비에슈의 책임이 더 크지만 나비에가 황후 자리에서 쫒겨나는데 라스타도 한 몫 한데다, 자신이 모시던 나비에를 이혼 법정에 데려가야 했으니 무척 비통했을 것이다. 게다가 그렇게 나비에의 자리를 차지한 라스타는 나비에와 달리 온갖 악행을 저지르며, 동대제국의 위신까지 추락시켜버렸으니 싫어하다 못해 혐오하는 게 당연하다.[236] 라스타가 주변 사람들 모두에게 배신당한 이유는 한 번 실수했다고 엄벌을 내리는 등, 아랫사람들을 함부로 대하고 이기적인 이유로 몇 안되는 아군마저 스스로 적으로 돌렸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자업자득. 주변 사람들은 물론 자신을 대하는 사람들에게 항상 신뢰와 존경을 받고, 멀레이니가 실수했을 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면서 그녀를 자신의 편으로 만든 나비에와는 완전히 대비된다.[237] 아르티나의 말이 맞다. 라스타의 아이를 적자로 만들려는 욕심에 눈이 먼 소비에슈가 나비에를 배신하고 그녀와 강제로 이혼한 덕분에 라스타가 황후가 될 수 있었다.[238] 이 모습을 지켜보던 다른 기사가 아르티나 경에게 라스타가 미친게 아니냐고 물어볼 정도. 아르티나는 라스타가 죄를 뉘우치든 안 뉘우치든 탑에서 영원히 못 나올테고, 현재 라스타의 상태로는 그 탑안에서도 오래 버티지 못 할 거라고 예상한다.[239] 독자들이 추측한 라스타의 나이는 약 20대 초반이다.[240] 참고로 저 대사는 2화에서 라스타가 나비에를 처음 봤을 때 제일 먼저 내뱉은 대사와 완전히 일치한다.[241] 라스타에게 독약을 주며 자살을 종용한 범인의 정체는 작품이 완결난 현재까지도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작중 전개나 언급으로 볼 때 에르기가 가장 유력하다.[242] 아이러니하게도 똑같이 나비에의 자리를 탐내며 그녀를 괴롭히다가, 결국 쫒겨났던 크리스타 역시 라스타처럼 눈조차 감지 못하고 자살했다.[243] 라스타가 타락하여 정부 시절은 물론 황후가 되어서도 스스로 온갖 악행들을 저지른 건 사실이지만, 라스타가 타락하게 된 원흉은 로테슈 자작에게 사기를 쳐 딸을 노예로 전락시키고, 딸이 동대제국의 황후가 되자 황후의 친부 행세를 하며 돈을 갈취해대던 라스타의 친부, 라스타의 신분을 못마땅해하며 라스타와 알렌의 사이를 방해하고, 라스타가 안을 출산하자 안이 죽었다고 거짓말한 것은 물론 안 대신 아기의 시체를 라스타에게 안겨주어 라스타에게 트라우마를 심었고, 라스타가 도망 노예임을 폭로한 후 안을 빌미로 지속적으로 협박하며 돈을 뜯어낸 로테슈 자작, 로테슈 자작의 만행으로 인해 트라우마가 생긴 라스타를 외면하고, 함께 도주하는 제안을 거부하여 라스타를 버려놓고서, 라스타가 소비에슈의 정부가 되자 되려 라스타에게 집착했고, 동대제국의 황후 자리에 올라서도 여전히 집착했으며, 안을 준황자로 대우해달라는 매우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는 것도 모자라 안의 존재를 드러내기까지 한 알렌, 아버지와 오빠보다 정도가 덜했지만 싫다는 이유로 라스타를 정서적으로 학대하며 인간취급을 안한 르베티, 라스타를 총애하며 라스타가 임신하자 라스타의 아이를 적자로 만들기 위해 황후로 삼았으나, 아이에게만 신경을 쓰며 점점 라스타를 냉대한 소비에슈, 결정적으로 처음부터 라스타를 이용하며 그녀의 악행을 부추긴 에르기의 영향이 미쳤음을 따져보면 상당히 의미심장한 평가다.[244] 간단히 생각해봐도 라스타와 소비에슈가 결혼한 게 신년제가 열린지 몇 달 후인데, 그 다음 해의 신년제는 라스타가 죽은 시점에서 언급도 되지 않았다. 신년제가 재혼 황후 세계관 상 상당히 큰 규모의 명절이라는 것을 생각했을 때, 신년제가 아예 언급도 되지 않고 넘어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그 다음 신년제는 라스타가 죽고난 후, 서대제국의 카이사 황자와 라르스 황녀가 태어난 지 몇 개월 안 됐을 때 일어났다.[245] 동대제국 내에서 상시천을 소탕해주던 코샤르를 글로리엠을 위한답시고 소비에슈와 함께 그를 모함해 내쳐버렸고, 그로 인해 다시 동대제국에서 활개를 치게 된 상시천이 자신의 딸을 유괴해버렸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어찌보면 이것도 라스타와 소비에슈의 인과응보지만, 아이를 가지지 못하던 부천주가 글로리엠을 지극정성으로 키웠으니 글로리엠 입장에서는 차라리 이게 낫다.[246] 당사자인 소비에슈와 그의 측근들도 진짜 검사 결과를 모르고 그를 제외한 동대제국의 백성들은 얄짤없이 글로리엠이 알렌의 사생아라고 알고 있다.[247] 서대제국에서 즈멘시아 노공작의 손자를 연못에 빠트리는 대형사고를 쳐서 정식으로 범죄자로 전락해 탑에 감금되고, 이미 이전부터 외교적 결례를 수없이 저지른 릴테앙 대공에게 질려버린 소비에슈에게도 외면당한다. 결국 하인리의 단언대로 입에 돌을 넣고 꿰매지는 고문을 당한 채 감금되어있다가 겨우 탈옥해 동대제국으로 돌아가지만, 열악한 수감생활과 고문의 후유증으로 인해 건강이 크게 악화된다. 게다가 어떻게든 동대제국의 다음 황제로 만들려던 아들 셰를마저 황위계승권을 포기해버리면서, 동대제국 황제의 아버지가 되겠다는 원대한 야망까지 모조리 물거품이 되어 버린다.[248] 랑트 남작은 개인적인 동정심으로 라스타의 도주를 도와주다가 소비에슈에게까지 쓸모없는 놈으로 낙인찍혀 비서직에서 해임당해 출세길이 막혀버린 건 물론, 라스타가 자살한 후에도 동대제국 역사상 가장 악한 황후로 기록되면서 그녀와 한패로 몰려 가족들과 함께 남은 평생을 손가락질 받게 생겼다.[249] 베르디 자작부인도 도망치듯 떠나던 도중 친딸처럼 아꼈던 글로리엠을 상시천에게 유괴당하면서 영영 이별하고, 남은 평생 대역죄인인 라스타의 측근이라는 불명예를 지고 세간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힘든 삶을 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250] 한때 다같이 나비에를 비웃었으면서 라스타가 몰락하자마자 앞장서서 그녀를 배척하던 하녀들은 아예 언급조차 안 되는 걸 보면, 그들도 라스타가 황후 자리에서 폐위되고 자살한 뒤에 죄인을 모셨다는 이유로 황궁에서 쫒겨난 것으로 추정된다. 동대제국의 귀족들은 물론 황제인 소비에슈마저 라스타에 관련된 거라면 치를 떨고 있으니 그녀를 모신 하녀들을 가까운 황궁 안에 둘 리가 없다.[251] 하지만 입가와 머리카락에 엉겨 붙은 피는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었다. 정황상 라스타가 독을 먹고 자살하면서 각혈했을 때 입가와 머리카락에 붙은 피가 그대로 남은 듯.[252] 이에 대신관은 '라스타 님'이라고 호칭을 정정해준다.[253] 라스타가 남자 귀족들을 유혹하거나 에르기와 지속적으로 어울려 염문설을 만들고, 에르기의 유혹에 넘어가 각종 악행을 저지르고, 급기야 자국의 영토를 팔아넘기려고 한 매국죄까지 저지르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소비에슈가 자신의 욕망을 앞세워 라스타를 백치미 상태로 만들었고, 라스타가 악행을 저지를 때마다 바로잡아주기는커녕 오히려 방관했으며, 본인이 버린 전처인 나비에에게 집착하면서 라스타의 타락에 지대한 원인을 제공한 것에서 비롯되었다는 걸 따져보면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254] 단지 라스타의 친딸이라는 이유로 상시천의 부천주 부부가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필사적으로 글로리엠의 정체를 숨겨가며 키웠고, 시시의 양모가 글로리엠에게 "넌 붙잡히면 바로 처형당할 중범죄자의 딸이다. 정체가 발각되면 당장 죽거나 갇힌다!"라고 소리치는 것만 봐도 그 악명을 알 수 있다.[255] 사실 모테도 이때 자신의 아버지가 소비에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동대제국의 공주로 복권되어 부귀영화를 누리는 게 아니라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아 기사로 살고 싶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었고, 비록 스스로 악행을 저질렀다지만 소비에슈의 영향으로 타락했다가 처참하게 버림받아 죽은 라스타 때문에 스스로 소비에슈의 딸임을 부정했다. 그 이전에 자신의 출생의 비밀도 알고 있어서, 소비에슈가 자신의 친부가 맞는지도 의심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