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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2014년의 KBS 대하드라마 《정도전》의 평가를 다룬 문서.2. 반응
2.1. 정통 사극의 새로운 복권
일단 많은 이들이 동감하는 부분은, 그동안의 (사극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몇몇 흑역사들을 포함한) 트렌디 사극의 흐름에서부터 벗어나 정통 사극을 새롭게 부활시켰다는 점. 일단 정도전 이전의 대하사극이 죄다 물을 제대로 먹었던 것이 꽤 컸는데 《천추태후》, 《근초고왕》, 《광개토태왕》, 《대왕의 꿈》에서 삽질한 걸 타산지석으로 삼아 보완할 건 보완하고 그래도 정통노선은 잃지않으면서 꾸준히 밀고 나간 것이 효과를 발휘한 듯. 또한 MBC에서 역사왜곡 논란+시청률 지상주의 논란이 끊이지 않는 퓨전사극을 방영한 것도 이러한 호평가에 한 몫을 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또한 연기 경력이 굵직한 배우들이 다수 포진해 있고, 여말선초의 격동기를 다룬 점, 그동안 뿌리깊은 나무 등 다양한 매체와 서적, 드라마와 학자들을 통해서 계속 회자되고 조명되어 왔던 정도전이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점 등이 화제를 모았다. 《용의 눈물》에서의 강렬함으로 굳혀져 있던 정도전 캐릭터와 그 사이 조선왕조실록과 다양한 자료들이 한국어로 번역되며 나타난 해석의 차이도 관심을 끌 만한 요인인 듯. 또 방영 초에는 KBS 사극에서 잔뼈가 굵어온 촬영팀의 내공도 돋보였다.
이와 관련하여 거론되는 요소 중 하나가 엄청난 속도의 극 전개로, 기존의 전통 사극이 그 방대한 분량으로 인해 진행이 늘어져 '따분하다', '재미 없다'는 평을 감수해야만 했던 부분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다고 평가된다. 2010년대의 많은 사극들이 사랑 타령에 집착해 전개가 많이 늘어지는 경향이 강했는데, 《정도전》은 이러한 '불필요한' 요소들을 배제하여 전개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 여말선초의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위화도 회군과 개경 공방전이 단 1~2화만에 끝났을 정도니 정말 스피디한 전개. 그러나 이런 신속한 전개가 오히려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고려의 최중요 인물 중 하나인 최영같은 경우 개경 공방전 이후 문초를 받고 유배되기까지의 과정이 내레이션을 통해서 고작 몇 초 정도로 지나가버렸으며, 개경 공방전 자체도 그 비중에 비해서 너무 빨리 마무리된 거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전 KBS 대하드라마들이 2009년 《천추태후》부터 2013년 《대왕의 꿈》까지 무려 5년간 고증, 캐릭터리티, 재미 등 다방면에서 비판을 받으며 하나같이 처참한 성적을 냈었다. 또 그 전에도 상황이 그리 좋진 않았다. 마지막 정통사극이라 일컬어 지는 《무인시대》는 마니아들 평가만 좋았지 막판엔 애국가 시청률이었다. 《불멸의 이순신》이나 《대조영》은 시청률은 충분히 나왔지만,[1] 고증이나 캐릭터 묘사 등에선 좋은 평가를 못받았다. 이때문에 《용의 눈물》 이후 생겨났던 사극 마니아층과 고정 시청자층을 많이 잃었다.
때문에 정도전도 50화라는 짧은 회수로 편성되었다. 회수가 짧은 만큼 예산도 한정되었다. 회당 약 2억 정도 들어갔다고 한다. 총제작비는 PD가 밝힌 바로는 109억 원.# 다른 사극들이나 《기황후》에 비교해보면 많은 제작비는 아니다. 《대풍수》의 절반밖에 안 된다. 이런 상황을 생각하면 어느정도 감안을 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정말 세세하게 시대상을 다루려면 몇 화를 잡아야 하는지는 시대가 겹치는 용의 눈물을 참고하면 짐작해볼 수 있다. 위화도 회군으로 시작해 7화에서 정몽주가 죽고 8화에서 고려가 망한 《용의 눈물》에서 정도전이 죽은 건 53화였다. 본작에서는 위화도 회군이 27화에서 벌어졌고, 정몽주는 39화에서 사망한다. 조선 건국과 최후의 빅 이벤트인 무인정사를 전개하기 위한 화수는 대략 10화 가량이다. 그렇게 빠른 진행을 선보였는데도 급작스러운 결말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또 최영같은 경우는 이후에도 꾸준히 몇 컷씩 등장하다가 최후를 맞았기 때문에 드라마 주인공인 정도전과 그 무리들에게 최대한 초점을 맞추기 위해서 필요한 편집이었다.
2.2. 캐릭터 해석
주요 인물들에 대해 특이한 해석을 시도하고, 나쁘게 말하면 변칙적이라고까지 할 만한 캐릭터 비중 분배를 시도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특히 정현민 작가에 의하면, 캐릭터를 만들 때 절대적 선과 절대적 악을 배제하고 악역조차 6:4 비율로 40% 정도는 공감갈 수 있는 캐릭터로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그래서 평면적인 악역으로 남을 수도 있었던 이인임도, 충절의 화신으로서 신화화된 이미지로 그려질 수도 있었던 정몽주도, 극 중에서 캐릭터의 역동성이 돋보이게 만들어진 편.이러한 부분은 우선 주인공 정도전을 조명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여서, 각종 정책에 대해 비판이 필요한 부분은 지적을 해 나갔을 뿐만 아니라, 결코 그를 선인으로만 그리지 않고자 했던 의지가 분명히 보인다. 주인공 정도전의 사상과 업적 역시 극의 묘사나 반대론자들의 입을 빌려 타당한 비판 의견을 꾸준히 함께 보여줬다. 정도전의 계민수전 정책은 정몽주가 그 허구성을 지적하였으며, 재상 총재제에 대해서는 자신을 허수아비로 만들었다는 이성계의 자조, 저자 사람들이 대감(정도전)을 살아 돌아온 이인임이라고 부른다는 정도전의 아내 최씨의 부르짖음, 성리학을 기반으로 한 도덕정치를 부르짖으면서 정쟁과 권모술수로 상대를 잔혹하게 탄압하는 이중성을 지적한 이성계를 비롯한 주변인들의 비판 등을 통해서 그 부정적인 일면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었다. 후반부의 무리한 요동정벌에 대한 조준의 꾸준하고 신랄한 비판과 여기에 대응하는 정도전의 설득과 이에 여의치않자 살해협박 하는 모습은 이러한 연출의 절정이다. 이렇게 균형잡힌 시각을 유지하면서 주인공을 영웅시만 하던 기존의 사극과는 차별되면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또한 화제가 되었던 부분은, 메인 악역의 카리스마가 여느 사극 이상 돋보이는 동시에, 악역임에도 사람들을 휘어잡을 수 있는 입체적인 매력이 있는 악역을 성립시켰다는 점이었다. 작품 초반 보스격의 악역인 이인임은, 독특한 해석을 시도한 각본과 해당 역으로 분한 배우 박영규의 열연으로 '작품명을 대하사극 이인임으로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평을 들을 정도로 강한 인상을 주었다. 사료에 비춰보아도 나름의 무공 등 업적이 있지만 말년 들어 권력을 탐한 이인임은 본작에서도 노골적인 권력지상주의자로 그려지긴 하지만 정치 9단다운 자신의 철학과 처세력으로 무장한 정객으로 그려지며, 《선덕여왕》의 인기 악역 미실에 비견될 만큼 확신범에 가까운 인물로 묘사된다. 이인임의 무공에 대한 언급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어서 극에서도 최영이 이 부분을 들어 이인임을 열심히 두둔하는 장면이 나온다. 또한 18회 직후의 사적지 봉산재 안내에서도 이런 업적 때문인지 악인보다는 오히려 위인에 가까운 분위기로 소개되었다.[2] 배우 박영규 본인도 연예정보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이인임을 악역으로 단정하는 것에 대해 저어하는 태도를 보인 바 있다.
물론 전형적인 일차원적 사극 악당으로 이인임의 수족 노릇을 하는 임견미와 염흥방도 비중을 갖고 등장하긴 했으나 주요 인물로 보기는 어렵다. 다만 염흥방이 중간에 생략된 6년간, 정도를 걷던 신진사대부에서 타락한 권신이 되는 부분이 생략되어 당위성을 부여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긴 하다. 작중에서 인물 본인이 이유를 대긴 했지만 권력을 맛보면 누구나 마찬가지라는 논조의 영락없는 3류 악당식 변명조인지라…[3]
정도전이 역성혁명을 꿈꾸게 된 귀양 시절에 등장하는 양지라는 가상의 캐릭터는 다소 논란이 많았던 편이다. 정도전을 연모하던 여인의 죽음이라는 픽션적 설정으로 각성한다는 전개도, 극적인 효과는 있지만 역성혁명이라는 중대사의 결정적 계기로서는 다소 통속적인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단순히 백성들의 대유적 캐릭터라기엔 그다지 넣을 필요가 없는 각종 플래그성 묘사가 지나치게 많았던 것도 사실이어서, 원래는 정말로 극의 주연으로 삼으려다 평이 너무 안 좋아 그냥 사망으로 퇴장시킨 것 아닌가 하는 의혹도 존재. 그러나 정현민과 친분이 있는 강용석이 썰전에서 밝힌 바에 의하면, 양지가 죽기 2회 전부턴 대본 쓸 때 눈물이 나올 정도였다고. 이를 보아서는 '양지'라는 캐릭터는 철저하게 등장과 퇴장이 기획되어 있었다. 조재현과 친분이 있는 소설가 박범신은 문자를 보내 '양지 왜 죽였냐. 죽더라도 꿈에 몇 번 나타나게 해달라'고 했다 한다.#
의견 표현이 적극적인 사극 마니아 사이에서는 평이 안 좋았으나 다른 시청층 중에는 로맨스적으로 볼 만했던 요소였을 수 있다고 볼 여지도 있다. 사실 양지가 정도전을 연모하는 묘사가 있긴 하지만 정작 주인공 정도전이 양지라는 여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대해서는 드라마 내에서 확실하게 선을 그어주는 편이다. 첩실로 삼으라는 부인의 말을 일축한다든가, 사제관계라는 점을 재강조한다든가, 양지의 처형 후 정도전의 심리독백 장면의 '세상에 있는 모든 양지들'이라는 표현을 통해 양지가 열심히 살고자 하는 당시 모든 백성들의 대유적 존재임을 강조했다. 38화에서 정도전이 자신이 만난 거평부곡민들을 회상할 때도 양지는 그들 중 한 명으로 나왔을 뿐이고 다른 이들에 비해 특별히 강조되지 않았다.
이 캐릭터에 대해서 이 정도로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갈 수밖에 없었던 것은 작가 역시 그만큼 공들여서 캐릭터를 설정했다는 말일 것이다. 실제로 '썰전'에서 강용석이 말한 바에 의하면, 정현민 작가가 가장 애정을 가진 캐릭터는 주인공인 정도전을 제외하면 이인임과 양지였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극 초반 정도전과 정몽주가 주변 인물 들 및 악역들에게도 이미지가 밀린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정도전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이인임이 몰락하고, 위화도 회군으로 최영이 처형당하고, 정도전과 정몽주가 대립하는 시점에선 이미 이런 논란은 수그러든 상태다. 특히, 이인임이 드라마 초반을 이끌다시피 한지라 이인임이 퇴장한 이후 드라마가 제대로 전개될까 하는 우려도 있었으나, 그 자리를 정몽주를 비롯한 친 고려파 뿐만이 아니라 주인공 역할을 하는 역성혁명파들이 대신하고 있다.
이인임이 몰락하는 시점에서부터 정치의 비정함과, 정치판에서 이기기 위해 군자이길 포기하고 괴물이 되어가는 정치인들의 모습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정도전의 존재감은 오히려 그가 각종 거짓된 술수를 쓰면서 더욱 커지고 있으며, 심지어 이색과 같은 보수파의 입을 빌어 작품 자체가 이들에게 꽤나 신빙성 있는 비판을 가하는 부분들까지도 있다. 이처럼 정도전이란 인물은 고결한 주인공과는 거리가 멀며, 오히려 드라마는 주인공들의 행동을 미화 내지 정당화하지 않고 더러운 면도 집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정치극에 능한 작가의 강점 문제도 있고, 기존 사극에 비해 빡빡한 편성으로 인한 시간적 제약 등의 문제로 인하여, 주인공 '정도전'에게 충분히 포커스를 맞추지 못한 것은 아닌가, 그리고 캐릭터들 간의 갈등구조가 단순히 정치적 권력 투쟁을 중심으로만 그려진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다. '정도전'을 주인공으로 한 사극이었다면 이인임, 이성계, 정몽주, 이색 등의 주·조연들의 심리묘사를 넣을 시간에 정도전을 더 다뤘어야 하지 않았냐는 의미에서 나온 비판이다. 또한 '정도전'이 역성혁명의 기획자이자 조선 왕조의 설계자로서 기념비적인 인물이라면, 그 인물이 가진 사상이나 내놓은 정책에 대해서 더 중점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지 않았냐는 맥락 역시 있다. 실제로 조선시대에 접어들어서는 정도전의 활동에 대해서 내레이션으로 연출을 대체한 부분이 많아진 점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비판이다. 조재현 "'정도전'이라는 제목, 정말 원망했다"(인터뷰) 다만, 본작이 '드라마'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 이상 아무리 중요한 내용이라도 극으로 연출하기에 충분한 이야기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정도전의 여정은 정도전의 주변인물들 및 그들과의 관계에 대한 조명 없이는 충분히 설명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결국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시청자의 몫.
2.3. 전투 장면
아무리 망한 사극이라도 전투 장면은 잘 뽑는 경우도 많은데, 본작은 작품성에서도 흥행함은 물론 임팩트 있는 전투 장면도 많이 남겼다. 특히 기술의 발전이 촬영에서도 그대로 반영되어 스테디캠이나 헬리캠을 이용한 촬영도 많이 사용된 것이 인상적이다. 스테디캠을 동원해 세트장의 골목을 헤집고 다니며 병사들이 담을 넘고 구르면서 죽고 죽이는 모습을 롱테이크로 담아내거나, 공요군이 방패와 화공을 앞세우고 벽에 포진하고 있는 관군을 향해 돌격하는 장면을 헬리캠으로 하늘 높이서 찍는 등 기존 사극에서 볼 수 없던 촬영 기법들이 등장했다. 이외에도 장수들은 절제된 액션을 구사하는 데 반해 일반 병사들이 각종 스턴트 액션을 선보여 대규모 액션 신을 보는 재미를 추가하였다.11회의 황산대첩은 이성계가 공격을 결심하는 장면을 카리스마 있게 그려낸 것은 물론이요, 산지에서 밤낮에 걸쳐 이루어지는 대규모 전투를 잘 표현했으며, 아지발도를 사살하는 마지막 장면 역시 백미. 다만 게임 어쌔신 크리드 3의 연출과 판박이인 장면이 있었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4월 5일 방영한 27회에서는 대규모 이벤트인 위화도 회군의 전투 장면이 방영되었는데, 주로 공성전이 주를 이루는 여타 사극들의 전투 묘사와는 달리 공성전은 간단하게 넘기고 시가전에 집중했다. 여기에서도 각종 장비를 이용한 이색적인 카메라 워크는 물론, 일부 주요 캐릭터들의 묘기가 중심이 되는 기존 사극의 액션 장면들과는 달리 인물들의 절도 있고 효율적인 움직임이 돋보이는 본작 특유의 날카로운 액션 구성이 빛을 발한 장면이다. 대체적인 평가는 한국 사극에 남을 명장면.
다만 정도전의 전투씬에 대해서는 비판론도 만만치 않은데, 주된 요지는 기존의 난전식 전투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은 물론 말단 병사들이 스턴트 액션을 벌이면서 현실성은 더욱 퇴보했다는 것. 사실 말단 병사들의 스턴트 액션은 과거 대왕 세종에서도 대마도 정벌 등을 연출할 때 시도된 것인데[4] 그 때도 팽배수가 과하게 화려한 액션을 보여주는 정도였지 벽타고 재주넘는 수준은 아니었다. 차라리 장군급이 묘기대행진을 벌이는 것은 원래 무예를 갈고 닦는 게 업인 이들이니 이해하고 넘어가줄 수 있지만, 병졸들이 이 정도 무예를 가졌다면 그냥 요동을 치지 뭐하러 돌아왔냐는 소리까지 나올 지경이다.[5]
3. 엇갈리는 시청자 평가
3.1. 비판론
대부분 비판은 후반에 집중되어 있다. 초중반에 쌓아놓은 것을 후반에 스스로 무너뜨려서 시청자들을 안타깝게 했다고 압축할 수 있다.- 방영 당시에 맹렬하게 비판받은 것으로, 몇몇 작가가 애정을 가진 캐릭터들 때문에 질질 늘어지며 객관성을 상실한 감정적 전개. 특히 극 초기에 보여준 신선한 모습으로 인해 수준높은 정통사극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감이 한껏 고조된 상황에서 양지가 등장하면서, 정도전-최씨-양지의 삼각관계를 강조하는 삼류 멜로로 흐를까봐 우려한 시청자들이 맹렬한 비난을 퍼붓기도 했고[6], 정몽주를 둘러싼 갈등 과정에서도 BL을 연상시킬 정도로 질척하고 질질 늘어지는 전개가 되면서 이성계의 캐릭터가 사사건건 엉엉 울어대는 바보스러운 캐릭터로 왜곡되는 등 무리수가 많아져서 상당히 비판받았다. 작가의 단점으로 꼽히기도 하는 부분인데, 자신이 애정을 가진 캐릭터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집착해서 묘사를 하고, 자신이 싫어하는 이방원 같은 캐릭터를 역사까지 왜곡해 가면서 사이코패스로 격하시키는 등 객관성을 잃고 극의 격을 다소 떨어뜨리는 묘사가 이뤄졌다는 것. 특히 초중반에 작가의 감정적 묘사로 늘어진 분량 때문에 결국 후반 조선 건국 이후의 전개를 엄청나게 압축해서 전개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극의 줄거리가 크게 망가져버렸고, 이 덕에 정도전 팬들은 아직도 양지라면 이를 북북 가는 사람이 많다. 극의 작가라면 등장인물들에 대해 일정한 심리적 거리를 두고 냉정하게 극을 이끌어야 한다는 좋은 본보기이기도 하다.
- 구세대 운동권의 취향이 지나쳤다는 비평도 많았다. 작가가 직접 그 당시 신진 사대부들은 현대로 따지면 '엘리트 운동권' 아닌가. 라고 발언했으며정현민 작가 인터뷰1, 다른 여러 인터뷰들에서 보이듯, 정도전과 젊은 신진사대부들을 자신이 젊을 적 몸담던 옛 '운동권'에 대입해서 시나리오를 전개하다보니정현민 작가 인터뷰2, 정현민 작가 인터뷰3 지나치게 정도전과 몇몇 사대부들이 투쟁일변도의 성격이 되어버리고, 구체제 세력을 '개자식'이라 하는 등 도를 넘는 적개심이 투영되어 불편을 토로하는 시청자들이 많았다. 또한 정도전과 정몽주의 끈적끈적한 브로맨스 역시 운동권 시절의 학우들간의 끈끈한 우정에서 차용한 것이라고 인터뷰를 통해 말했다.[7] 양지의 묘사도 운동권들이 근대화 시기 야학이나 농활시절 운동권들이 여공들을 바라보는 일방적인 계몽주의의 모습이나 다름없는데, 실제로 쓸데없는 현대 운동권의 회고적 맥락이 들어간 캐릭터인 양지를 빼기만 해도 역사 고증이 완벽해진다.
작가는 운동권을 여말선초 신진 사대부 세력의 청렴한 개혁 행보에 무리하게 빗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조선 초기 사대부들은 권력을 잡자 자신들이 몰아냈던 권문세족과 똑같이 타인의 농지를 강점하거나 노비들을 강탈하는 등 심각한 부정부패를 저질렀으며, 태종 세종 등의 군주는 그것을 방임했다. 거꾸로 이 점이야말로 작가가 미화하려 했던 운동권 386 세대의 행보와 일치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사대부를 무리해서 운동권에 빗대는 점은 대단히 아이러니하고 위선적인 느낌을 준다.[8]
조선 왕정이 출범하고 회식자리에서 '곱사춤'을 추는 정도전의 모습에, 당시 대학 재학시절 운동권들을 싫어하던 중년 시청자층에서 불만이 특히 많이 나왔는데, 이 '곱사춤', '병신춤'은 당시 운동권 인싸들의 전매특허였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운동권 회합장에서 곱사춤을 잘 추기로 유명했다.노 대통령은 군대 갔다와서 변호사 되고 스스럼없이 곱사춤도 추고 다니고 그랬는데[9] 어디까지나 정통사극을 표방하는 정도전에 지나치게 특정 현실정치 취향을 투영시켰다는 것에 대한 비판이다. 다만, 이성계가 즉위 후 정도전에게 연회 자리에서 일어나 '상의를 벗게 하고, 춤을 추게 하여 거북 껍질(귀갑구)를 내린' 것은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걸 운동권들이 경사날 추던 '곱사춤춤'을 추는 것으로 재해석한 까닭에 [10] 작가의 과도한 정치 성향 투영의 일부로 알고 오해를 산 것.
- 한국어 용법을 생각하면 대본 자체도 그리 질이 좋지 못하다. 예를 들면 '형님은 아버님의 장자, 아버님께서 대업을 이루시면 후에 세자가 되실 몸입니다(38화 38분경)', '더욱이 하륜은 목은 이색의 족당, 그런 자에게 어찌 도감의 중책을 맡길 수 있단 말씀이시옵니까(43화 27분경)'와 같이 '명사 + 쉼표' 가 많이 나오는데, 한국어는 서술어가 굉장히 중요한 언어다. 말을 계속 잇든 도중에 잠깐 끊든 간에, 명사로 매듭을 짓는 것. 특히나 작중의 인물이 너나 할 것 없이 이렇게 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색하다. 문제는 이런 식의 어투가 가장 많이 나오는 장르가 일본산 번역물이라는 점. 물론 너무 자잘한 부분을 지적한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지상파 방송 중에서도 대표적인 KBS 1TV에서 이런다는 건 생각해 볼 문제다. 더불어 아무리 입말(구어)이라 해도 주술호응조차 안되는 엉터리 문장이 너무나도 자주 등장하는 점, 주요인물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인물들의 말투가 거의 비슷한 점도 각본가의 부족한 역량이 고스란히 드러난 부분이다. 사실 단지 언어 용법만 한정된것이 아니고, 극중 캐릭터나 스토리 연출 방향성이 굉장히 일본식 고전 드라마나 영화, 만화(특히 역사물)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여겨지며, 일본식 전반의 극화물의 영향이 많이 베어나온다.
- 한국어 대사에 일본어 번역투를 쓴 주제에 일본어 대사는 왈도체 그 자체다. 왜구들이 사극 어투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어색하기 짝이 없는 현대식 말투를 쓴다. 공격명령을 '공격하라!(かかれ)'가 아니라 '돌격!(突撃)'으로 번역하는가 하면 아지발도를 쇼군으로 부르는 대참사가 벌어졌다.[11] 배우들의 일본어 발음도 끔찍하기 이를 데 없는 수준. 이에 대한 비판이 빗발쳤는지 이후의 한국 시대극에서 일본어 대사들은 다소 고증의 질이 올라간 편이지만, 제일 중요한 일본인 배역에 한국인을 캐스팅한다는 근본적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중국인 배역들은 화교 등 중국어 네이티브들을 캐스팅하는 점을 고려하면 심각한 문제점.
- 조선 건국 이후의 분량에서 다소 뒷심이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점. 우선 가장 많이 지적받는 부분은 미칠 정도로 급박한 전개. 고려의 멸망에 전체의 80% 비중을 할애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조선 건국 이후 무인정사까지의 전개를 나머지 20% 안에 다 담아냈어야 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었다. 또한 전개가 이렇다보니, 캐릭터 묘사에 있어서도 "아니 저 사람이 갑자기 왜 저래?" 싶을 정도로 캐릭터가 변모하는 일 역시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주인공 정도전의 묘사로, 그러잖아도 비중이 줄어들고 있던 판에, '나이를 먹음에 따라 대업을 완수하기 위해 서두르게 되었다'는 배경 아래 급격하게 요동 정벌에 대하여 위화도 회군을 계획했지만 요동 정벌을 주장하고, 간쟁을 말하면서 자신은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권신으로 변해가는 그의 모순적인 부분을 충분히 묘사하는데 실패했다는 비판도 받는다.
특히 비판이 많았던 것은 조선 건국이 진행된 41화로, 이전과는 다른 산만한 편집, 지나치게 급박한 전개, 주인공 정도전의 비중 축소 등의 문제점이 대두되었다. 조선건국에 있어 중요한 몇몇 사건은 아예 내레이션으로 때우기도 했는데, 파업 등의 편성 문제를 신경쓰느라 분량조절에 실패했다는 평. 여기에 초중반 이인임, 정몽주 등과의 대립 당시에 보였던 정치적 통찰이 느껴지는 날카로운 대사와 캐릭터의 깊이가 실종되고 캐릭터간의 감정묘사로만 극을 전개해가고 있다는 평도 받았다.
이에 대해 강병택 PD가 정도전 갤러리에서 해명을 했는데, 대본쓰거나 연출하기가 무척 힘이 들기 때문에 건국 초기 분위기 바뀌는 겸 해서 좀 편한 길로 가봤다고 한다. 파업 때문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그렇게 했고 기존 정도전 스타일과 이질적이라는 반응이 나올 것도 예상했다고. 하지만 이것은 연도상으로 따져 봐도 10화가 넘는 분량이 나와야 정상이고 정도전이 매우 중요한 사업을 추진한 조선 건국 후의 분량을 지나치게 축소한 것이어서, 작가가 말한 제작의도인 정도전의 혁명과 미완의 꿈을 그리는 것과는 상충된다. 그 미완의 꿈을 표방하는 것이 후기 7년이고 남은 기록도 많아 표현하기 쉬웠을 텐데 그 분량을 부실하게 했다는 것은 자신의 말을 스스로 부정하는 셈.
이런 문제점들을 정당화시키기 위해 수백년 뒤에 있을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을 정도전이 예언하는 등, 말도 안 되게 주인공 보정스러운 묘사를 동원했을 뿐 아니라 정도전의 다소 무리하거나 비판받을 만한 행적들에 대해서도 드라마 상에서 개혁, 자주 기타 등 감성을 자극하는 단어들을 지나치게 자주 내세우면서 옹호하고 띄워주는 기색이 역력하다. 물론 극 중에서 조준 등의 입장을 통해 약간의 현실적 묘사는 있었지만, 작중에서 정도전을 비판하는 묘사 뒤에는 다시 정도전의 속마음이나 뒷사정 등이 드러나는 장면을 삽입해 결론은 늘 정도전을 과도하게 옹호하는 분위기로 흐르곤 했다.
- 작가가 자신이 원하는 이상을 표현하기 위해 만든 본 작의 주인공 정도전을 띄워주다 보니 다른 캐릭터들의 무기력화를 동반한 너프가 상당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조선 왕조 500년 운영 체제의 기틀을 만든 경제육전[12]을 만들고 무인정사 이후에도 자신의 권한 내에서 최선을 다한 조준[13]이나 위에 나온 이방원 등의 능력이 심각하게 너프됐고[14], 윤소종처럼 전후사정을 묘사할 틈이 없이 급사해버리는 캐릭터도 생겼다.
- '작가가 보는 현대 대한민국 현실'을 여말선초를 통해 대놓고 말하려하다 보니, 메시지는 극의 묘사를 시청자들이 보고 스스로 생각해야 할 부분인데 제작진이 특정 메시지를 강요하려는 느낌이 들어 불쾌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한국에서 제작된 정치 드라마들 중에는 손에 꼽히게 세련되게 만들어진 편이고, 반대편 정적들의 입장도 꽤 납득할만하게 그리긴 했지만 후반기에 접어들수록 작가의 사상이 진해지는 느낌이 있었다. 특히 마지막화의 끝부분에 나오는 정도전의 연설[15]의 경우 사족이다, 선동하는 것 같다, 건방지게 시청자를 가르치려드는거 같다 등의 비판을 들었다. 게다가 하필이면 이후 정도전의 배우인 조재현이 성범죄 이슈로 이미지가 매우 나빠지면서 다시 보면 더 위선적인 느낌이 강해졌다.
- 또한 정도전이 이방원과의 마지막 대화에서 자신이 추구하는 재상정치를 해설하면서 "왕은 이씨가 독점하지만 재상은 이 나라 모든 성씨가 누구나 능력만 되면 할 수 있다, 이 나라의 모든 성씨를 합치면 그게 백성"이라고 주장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조선 건국 시기에 성씨를 보유한 인구는 5~10% 정도로 보고있다. 성씨는 기득권들만 가지고 있던 것이므로 성씨를 합친다고 백성 전체가 되지도 않을 뿐더러[16], 정도전은 근대 이후에나 정립된 민중 정치나 민주주의를 추구한 사상가가 아니다. 유학자들은 신분 질서를 공고히 하는 편이 오히려 국가 질서와 민본에 도움이 된다는 사상을 가지고 있었고 정도전 또한 그 틀에서 벗어난 언행을 보인 일은 없다. 현대인인 작가의 사상을 무리하게 끼워넣어서, 정도전 본인의 입으로 말하는 자기 사상의 요체를 14세기 인물의 입에서 나올리 없는 수준으로 완전히 왜곡시켰다는 점에서는 퓨전 사극이라고 비판받아도 무방할 정도이다. 이 드라마만 보면 정도전이 추구한 조선이란 나라는 근대 영국 같은 입헌군주 의회 민주주의 체제라도 되는듯 한데, 당연히 현실이 아니고 실제 정도전이 추구하던건 세종이 완성했던 "유학에서 이상적으로 보는 전제왕정 시스템"에 가까운 것이었다.[반론]
- 극의 최후반 정도전이 "요동은 과거 조상들이 말달리던 곳"이라는 대사와 함께 고토 회복 언급이 나오고, 이방원이 홍무제에게 정도전을 제거하라는 밀명을 받는 장면이 나오면서 논란이 인적 있다. 정도전 - 민족주의자, 이방원 - 사대주의자 식의 묘사는 논란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요동이 조선의 고토였다는 인식은 당대의 많은 사대부들이 실제로 갖고 있던 것이었기에 이러한 발언이 나오는 것엔 무리가 없다. 결정적으로 이방원이 이후 에피소드에서 홍무제를 비웃는 장면이 나온다. 이러한 묘사는 정도전의 이인임화와 몰락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장치가 아닌가 하는 주장도 있다. 정도전은 이인임과도 같이 고구려의 옛 땅을 되찾자는 주장을 하며, 조준의 입을 빌려 과거 정도전이 했던 정벌의 무리함을 제작진이 표현했기 때문이다. 도리어 '고구려의 영광...' 운운하는 90년대식 국뽕 묘사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점에서는 비판점이 아니라 긍정적인 점이라고 볼 수 있다.
3.2. 긍정론
이방원을 단순한 악역으로 그렸다는 것은 최종회 한 회만의 묘사만을 두고 평가한 것일 뿐, 초중반의 이방원 캐릭터에 제법 그 나름의 설득력이나 깊이가 있었다고 보는 시청자들도 있다. 특히 사적인 부분에서 이방원의 캐릭터성은 초반부터 상당히 입체적으로 그려졌다. 경처 강씨와의 애증이나 정몽주와의 갈등 과정에서 내면 연기를 긴 시간에 걸쳐 매우 심도있게 보여주었기 때문.[18]무인정사 직전까지도 이성계, 신덕왕후, 정도전 등과의 애증이 뒤섞인 복잡한 인간관계를 표현해왔고, 무인정사에서는 비정하고 결단력 있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최후까지 숙적을 되도록이면 포섭하려 하기도 했고, 정도전의 정치사상을 듣고 이를 날카롭게 반박하며 자신이 생각하는 왕에 대해 논하는 장면도 있었다. 그 이전에도 주원장이나 정도전의 독주에 불만을 가진 조선 내 세력을 자기세력으로 포섭하면서 이방원이 가진 정치10단의 능력을 최대한 묘사했다. 특히 하륜의 경우 단편적인 악당처럼 단순히 권력이나 돈을 탐해 붙은 것이 아니라 정몽주의 무덤 앞에서 정도전과 왕에 대해 논한 후, 정도전에게 현실적인 정치에 대해 울부짖는 이방원을 바라보다 그를 따를 것을 결심하는 모습으로 묘사되어 이방원이 비록 이성계나 정도전이 생각하는 왕과는 다르지만 그 나름대로의 비전과 또다른 왕의 재목임을 어느 정도는 보여주었다.
특히나 최종회 시점에서도 이방원은 아직 30대 초반이며, 이방원의 업적과 사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즉위 이후의 행적을 드라마 내에서 표현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이성계, 정도전, 정몽주 등은 사서에 기록된 거의 모든 사상과 업적을 드라마 내에서 보여주고 퇴장하지만 이방원의 일생을 기준으로 보면 최종회도 겨우 프롤로그의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당시 이방원과 거의 비슷한 나이였던 초반부의 정도전의 묘사도 이방원처럼 1차원적이고 단순, 직선적인 캐릭터였다. 즉, 이방원의 묘사가 잘못됐다기보다는 제대로 묘사할 시간이 부족해서 왜곡된 부분이 있을 뿐이라는 주장.
종영 후 정현민 작가는 인터뷰에서 "무엇보다 이 작품은 이방원을 중심으로 세팅된 용의 눈물 리메이크가 아니었다. 시대만 같을 뿐 정도전을 중심으로 세팅된 다른 드라마였다. 그래서 나는 조선 파트가 짧다고 보지도 않았고 분량 배분에 실패했다는 의견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이 드라마는 정도전의 혁명과 미완의 꿈을 그린 거다. 그렇다면 혁명기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게 맞지 않겠나. 당연히 고려를 더 길게 그릴 수밖에 없었다"며 반박했다. 기사.[19]
4. 총평
4.1. 종방 직후
정리하면, 편집이나 스토리 전개 속도, 스토리 내용 및 캐릭터 묘사에서 나타난 결점 때문에 고려 말기 때와 같이 시청자들이 매료되도록 설득력 있는 스토리를 통해 설명하는 데는 100%의 성공은 거두지 못했으며, 특히 조선 건국 이후 부분은 아쉬운 점으로 평가받는 부분이다.그러나 이후 계속된 난항과 실패를 겪은 한국 정통사극에서 이 작품은 (망작들 때문에 전반적으로 사람들의 기대치가 낮아진 점을 감안하더라도) 전환점이나 부흥의 신호탄/전기의 역할을 맡은 작품이라는 데엔 이견의 여지가 없다고 할 수 있으며, 인터넷 커뮤니티나 네이버, 이글루스 블로그 등지에서도 이런 평가가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찮아도 정도전에 이르러서 KBS 대하드라마의 예산이 대폭 축소된 상황에서 정도전까지 실패했다면 KBS 대하드라마의 미래는 더욱 불투명해졌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무거운 주제를 가진 대하사극도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를 끌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물론, 극의 전개가 무척 빠른 편이라 1990년대~2000년대 초중반 수준의 정통 사극이라고 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지만, 트렌디극에 정극을 어떻게 조화시켜야 하는지, 한국 사극의 고질적인 문제들(고결하기만 한 주인공, 역사왜곡, 무리한 로맨스 등)을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했다고도 볼 수 있다. 50화라는 짧은 횟수가 정말 아쉬운 부분으로 만약 횟수가 조금 더 길었다면 더 디테일하게 묘사할 수 있었을 것이다.
4.2. 2020년대
위의 평가는 작품이 종료되고난 직후의 평가로, 당시에 오랜만에 나온 정통 사극에 많은 기대를 걸었던 팬들의 아쉬움이 강하게 남아있는 평가다. 당장 위의 평가에는 다음 작품에는 더욱 진보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가 담겨있는데, 이 드라마가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정통 사극은 드라마가 종영된지 6년이나 지난 2020년까지 고작 2편(징비록, 장영실)밖에 더 안 나왔다.[20] 거기다 둘 다 이 작품보다 박한 평가를 받았고, 사실상 반판타지화된 퓨전사극을 제외하면 사극 자체가 씨가 모조리 말라버린 2020년대에 들어서는 저 평가의 대부분이 배부른 소리가 되어버렸다.[21] 가령 첫 문단에는 50화 편성이 짧다고 아쉬워 하는데, 7년 뒤인 2021년 태종 이방원은 32부작이다. 90~00년대 100화, 200화 넘어가는 작품들은 21세기에는 여건이 변해 더이상 나오기 힘든데, 비판하는 내용들을 따져보면 그런 점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50부작 정도의 짧은 분량이 그래도 한번쯤 몰아볼 수 있도록 접근성 높이는 역할을 했는데, 그 또한 명성을 높이는데 한 몫 했다고 할 수 있다. 용의 눈물은 분명히 걸작이고 OTT에도 올라와있으나 159부작이라는 방대한 분량으로 인해 한번쯤 시도하기 난감한 작품이 되었다. 그래서 걸작으로 풍문으로 전해지나 막상 실제로 본 사람은 점점 줄어드는 사극이 되어버렸는데, 이는 걸작으로 유명한 대부분의 1990년대 KBS 사극들이 그런 형편이다.[22]한편, 2021년에는 조선구마사라는 기존의 퓨전 사극과는 차원이 다른 엉망진창을 보여준 사극까지 나왔고, 2010년대의 역사적 재현도가 준수한 사극들 중에서는 사실상 한국 드라마 사극이 내놓은 마지막 명작이다.[23] 물론 1~2화부터 고려사 기록과 다른 부분이 있지만, 사극은 다큐멘터리가 아니니 당연한 것이다. 어느정도 사실과 다른 부분은 어느 나라 사극에서나 찾아볼수 있는 것으로 칼같이 지키는 경우는 이제껏 단 한작품도 없었다. 다만 그 정도에 따라서 정통이냐 퓨전이냐가 나뉘는 것이다.
여말선초가 지긋지긋할 정도로 오랫동안 다뤄온 소재임에도 이 작품은 그중에서도 그나마 새로운 캐릭터 해석을 내놓은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고평가 받는 요소는 이인임과 이성계를 특이한 방식으로 부각시켰다는 점이다. 실제 역사서 내의 언급만 보면 그저 지나가는 엑스트라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이인임을 대중들에게 강력하게 인식시킨 것이 가장 제일이고, 이성계 또한 기존의 작품들과 달리 표준어가 아닌 사투리를 쓰는 캐릭터로 재해석[24]하였으며, 근엄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왕이 아닌 무인이자 장군으로서의 이성계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왕이 되고 난 후에도 일반적인 임금보다는 옷 갈아입은 장군으로 묘사되는 것이 이 작품의 이성계의 특징이다. 더불어 사투리와 관련해서 이지란은 이 작품 이후로 아예 사투리를 쓰는 인물로 컨셉이 잡혀서 육룡이 나르샤 그리고 태종 이방원에서도 사투리를 사용했다.[25] 또한 충신으로만 기억되던 정몽주의 정치적 행보를 자세하게 다루기도 하였으며, 타 매체에선 잘 묘사되지 않는 정도전의 독선적인 모습들도 거리낌없이 상당히 잘 표현한 작품으로 호평받는다.[26] 그 외에도 '대의를 위해서'라는 명목을 주조연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비판한 점은 그간 KBS 대하사극에서도 그 빈도가 극히 드물었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에 대단한 부분이라고 인정받아 마땅하다.
그리고 동물 학대 논란 등 여러 가지로 시끄러웠음에도 불구하고 전주 이씨 가문에 한해서 좋은 재현도를 보여주었다는 평을 받은 2021~2022년작 태종 이방원이 범작으로서 어느 정도 호평을 받았으나 이정우 작가의 낮은 각본 퀄리티로 인해 전체적으로는 상당히 부족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2023~2024년작인 고려 거란 전쟁에서는 특히 이 문제가 더 심해졌는데, 해당 드라마의 명장면이나 전투 장면들 모두 이정우 작가가 쓰지 않았고, 그가 직접 집필한 장면들은 오히려 큰 비판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정도전이 작품성 및 흥행 여부 모두를 따져보면, (수도권 기준) 마지막으로 시청률 20%를 돌파한 정통 사극이자 사실상 마지막 KBS 대하드라마로 호평을 받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고 할 수 있다.
[1] 불멸의 이순신의 경우 시청률이 낮진 않았으나 300억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족한 시청률이었다.[2] 실제로 정도전이 처음 방영할 당시에는 이인임을 악역으로 묘사한다는 이유로 성주 이씨 문중에서 불편한 기색을 보였지만,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이인임의 인기가 수직상승하자 나중에 제작진이 관련 다큐멘터리를 찍으러 방문했을 땐 버선발로 맞이할 정도로 환영했다고 한다.[3] 사대부들의 맏형이자 정의롭고 호탕하던 박상충이 이인임의 간계에 빠져 모진 고문을 받고 결국 옥중에서 사망하는데 이 때 박상충을 껴안고 절규하던 인물이 바로 염흥방이다. 성리학의 가르침을 따라 나라를 바로세우고자 노력하던 충신은 죽고, 반면 간신이라 불리는 자는 여전히 부귀영화를 누리며 권력의 정점에 서 있으며 그 모습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만큼 염흥방의 변절은 충분히 있을만한 일이다.[4] 그 전의 대조영에서도 병졸들의 스턴트액션이 나온 바 있다.[5] 다만 논란의 백덤블링을 선보인 병사는 바로 전사했다...[6] 방영 초기 당시의 정도전 갤러리는 거의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황으로, 찬반양론이 격렬하게 일어서 유저들간에 대규모 키배가 일상적으로 몇십 페이지씩 일어났다.[7] 상단 인터뷰3 내용: 내가 속한 세대는 1980년대 홍콩 영화나 운동권 문화를 통해 남자들 간의 동지적 관계를 강하게 느껴왔다. 짧지만 운동권 문화를 접한 경험이 세상을 바꾸려는 이들의 정서를 드라마에 녹일 수 있게 해주었다. 드라마 제안받고 존경했던 운동계 대부를 찾아가 어떤 마음으로 혁명을 기도했는지 물어보기도 했는데, 혁명은 원래 감수성 있는 자들의 몫이다. ‘브로맨스’는 생각도 못했다. 초반에 드라마는 운동권 후일담 문학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시청자들은 정도전의 좌충우돌을 싫어하고 이인임에 매료됐다. 신진사대부들과 386세대가 겹쳐 보이는 건 자연스럽다. 난 초반에 정도전이 그렇게까지 비난받을 줄 몰랐는데, 대중의 정서가 많이 달라졌음을 느꼈다.[8] 특히 정몽주가 이성계에게 전제 개혁에 대한 반대론을 펴면서 "개혁에 반대를 외치는 사람은 악, 개혁에 동의하는 사람은 선으로 보이게 만들어 이성계를 보위에 앉히려는 수작이다"라고 일갈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선악 프레임을 짜서 네 편 내 편을 갈라 권력을 쥐는 데 악용하는 점 역시도 86세대 정치인들의 문제점 그대로다.[9] 이 때문에 장애인 비하라며 기사화되어 해명하기까지 했다.[10] 태조 4년 10월 30일 기사.[11] 율령제 시절에는 일본에서도 여러 장군 관직이 존재해서 쇼군이란게 장군들을 부르는 호칭이었지만, 막부 시대가 시작된 이후로는 최고 집권자인 정이대장군만을 쇼군이라고 불리게 되었고 정이대장군이 아닌 사람을 쇼군이라고는 부르지 않게 되었다. 아지발도처럼 작위나 관직명이 알려지지 않은 사람을 아랫사람이 부를땐 주군을 뜻하는 "도노"라고 부르는게 적절하다.[12] 후에 하륜의 손을 거쳐 경국대전으로 발전하게 되는 조선 최초의 성문법전.[13] 영의정에 까지 오르기까지 했지만 영의정이란 지위 자체가 실질적 권력이 거의 없는 명예직에 가까웠다. 참고로 태종 재위 당시에 가장 권력이 있는 정승 자리는 좌의정, 우의정이었다.[14] 단 이방원의 무력은 뜬금없이 증가했다. 특히 조영규와 단 둘이 고려병사들을 따돌리는 것하며 위화도 회군시 어머니 강씨와 빠져나가는 장면에서 꽤나 무쌍을 찍는다. 실제 이방원은 이성계의 피를 물려받았긴 했지만 이방원이 몸이 약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무예에 자질이 있는 인물은 아니었고, 무관으로 생각되는것과는 달리 오히려 문관에 급제한 케이스다. 사실 무예는 후속작이라 볼 수 있는 태종 이방원의 이방원 정도가 적당할 것이다. 아무래도 배우가 배우인지라 그렇게 묘사된 듯하다.[15] 이미 죽은 정도전이 현실의 시청자들에게 연설하는 장면[16] 오히려 기득권의 전체가 된다(...)[반론] 다만 여기서 말하는 "백성"이란 시적인 표현으로 보는 것이 맞는데, 실제로 백성이라는 단어의 어원이 백 가지(즉 여러 가지) 성씨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18] 캐릭터의 날카로움에 가려져서 그렇지 극 중 이방원은 의외로 남을 절대 먼저 배신하지 않는다. 극 중 제거했던 상대들은 역으로 이방원을 먼저 배신했거나 사이를 져버린 사람들이었다.[19] 물론 여기에 대해서는 비판론 단락에 나왔듯이, 작가의 말과 실제 극의 묘사가 모순된다는 문제가 남아있다.[20] 그나마 거기서 연장을 해보자면 한국사기가 마지막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퓨전사극이지만 정통사극의 요소가 제법 포함된 역적 - 백성을 훔친 도적도 포함될 수 있다.[21] 심지어 퓨전사극도 현재 들어서서는 그렇게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특히 2018년에는 사극 드라마가 몇 편을 빼고는 방영되지 않았을 정도로 사극 드라마가 암흑기를 걸었다. 어찌 보면 한국 사극 중에서는 마지막 명작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22] 그래도 OTT에도 공급되지 않아 잊혀져버린 MBC 정통 사극보다는 형편이 낫다.[23] 드라마 외의 사극 전체를 포함하자면 영화 남한산성이 이 타이틀에 가장 잘 어울린다고 할 수 있다.[24] 이 작품 이후에도 이성계가 지방 출신임을 고려해 재해석을 감행한 작품은 나오지 않았다. 그나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이성계가 이방원에게 "개성 사투리 쓰라"고 강권한 정도.[25] 여기에 더해 육룡이 나르샤에서는 이방간이 사투리를 쓰고, 태종 이방원에서는 이지란의 아들인 이화상이 사투리를 쓴다.[26] 용의 눈물과 대왕 세종에서도 다뤄졌던 왕씨 몰살 묘사 부재의 경우 결방 및 세월호 사건이 겹쳐져서 방영이 어려워졌기에 내린 조치이므로 예외. 다만 언급으로라도 넣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