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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바둑에서 무한 되따냄이 일어나는 형태. 응씨룰에서는 단순 되따냄 반복이 아니더라도 동형반복이 되는 형태를 묶어서 패로 지칭하기도 한다. 착수금지 규칙과 연관된 형태다.2. 용어
霸/覇언론 매체에서는 대체로 패를 한자 覇로 표기하고 있지만### 프로 바둑 기사이자 전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 정수현은 패는 순우리말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다만 다른 주장도 있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劫[1], 영어권에서는 해당 한자를 일본식으로 읽은 것을 옮긴 'ko'라고 한다.
3. 기본 원리
흑과 백의 호구 모양이 맞닿아있는 형태에서 서로가 돌을 계속 따낼 수 있는 상황이 나온다.위 이미지에서 흑의 ▲ 표시된 돌은 단수에 몰려있다. 그런데 백이 흑의 ▲을 잡으면 이번엔 백이 따낸 자리가 비면서 백의 ▲돌이 단수에 몰리게 된다. 만약 오른쪽 상황에서 흑이 백 ▲을 따내면 다시 왼쪽 형태로 되돌아간다. 그래서 착수금지가 없다면 흑과 백은 무한정 서로의 돌을 따내는 것이 가능하다.
말을 직접 움직일 수 없는 바둑에서 동형반복이 나오는 대표적인 예로, 만약 각각의 패로 인한 동형반복을 허용할 경우 서로 패를 물러나지 않는 무승부가 지나치게 많이 일어나게 된다. 그래서 한국, 중국, 일본을 비롯한 주요 바둑 국가에서는 이하에 설명할 팻감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패로 인한 동형반복을 차단하도록 하고 있다. 위 이미지의 상황에서 흑의 ▲ 돌이 방금 흑이 착수한 수라면 백은 동그라미 위치에 바로 두어 흑을 따낼 수 없고 무조건 한 수를 건너뛴 다음에 따낼 수 있도록 규칙을 정해두었다. 그렇게 백이 패를 따내 오른쪽 형태가 되면 흑은 바로 백을 따낼 수 없고 한 수를 건너뛰어서 따낼 수 있는 것의 반복이 된다.
타 보드 게임에서도 동형반복을 차단하기 위한 규칙을 도입한다. 장기에서는 '반복수' 제한이라 해서 3회 연속 같은 수를 둬서 똑같은 모양을 반복시키면 패배하고, 체스는 3회 연속 반복수를 두면 무승부 처리된다.
하수나 중수들의 바둑에서는 패를 만드는 것이 만들지 않는 것보다 유리함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생각하기에 머리가 아프다는 이유로 의도적으로 패를 피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물론 좋지 않은 대국 방식이다. 패싸움에서 일어나는 무궁무진한 변화를 경험하는 것은 바둑 실력에 큰 도움이 된다. 바둑은 지더라도 패는 이겨라는 격언은 이들에게 해주기에 적합한 조언이다.
3.1. 형성과 해소
패가 형성되는 과정은 수많은 경우의 수가 있는데 편의상 본 문서에서는 가장 기초적인 3가지만 소개한다.- 단수치기
온전한 집과 연결되지 않은 단독 옥집이나 불완전한 집을 이루는 돌 1개를 단수칠 때 나올 수 있다. 여기서 상대가 ○ 친 곳을 잇지 않거나 촉촉수 등으로 인해 이을 수 없는 상황이면 패가 만들어진다.
- 먹여치고 단수
돌 집어넣기와 단수치기를 합친 방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패가 형성된다면 먼저 따내는 패가 되지만 돌 하나를 집어넣을 때 1집 손해를 보므로 마지막 끝내기 과정에서 반패를 만들 때 쓸 수는 없는 방법이다.
패를 없애는 것을 패를 해소한다고 한다. 해소하는 방법은 상대가 따낼 자리를 잇거나 패 형태를 이루는 상대의 돌을 따내면 된다. 보통의 경우 상대의 돌을 따내면서 해소할 수 있다면 따내서 해소하는 것이 더 이득이다.
한 번에 해소할 수 없다면 아래에 후술할 늘어진 패나 이단패가 된다.
3.1.1. 예제
패를 만드는 방법에 대한 예제를 풀어보자. 백이 둘 차례에서 안쪽에 갇힌 백 2점을 살리려면 우하의 흑돌을 잡아야 한다.
그러나 그냥 정직하게 흑을 잡으려고 하면 흑이 공배를 메웠을 때 A 자리가 자충이 되어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다. 따라서 유가무가로 인해 백은 그냥 잡히게 된다.
이 때 쓸 수 있는 방법이 먹여쳐서 패를 만드는 것이다. 1로 먹여치면서 단수를 걸고 흑이 따내면 3으로 막는다. 이러면 흑은 따낸 자리를 이으면 촉촉수로 인해 전체가 잡혀버리므로 뒤에서 백돌을 단수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백은 2의 흑돌을 따내면서 패를 만들 수 있다.
다른 방식으로 패를 만들 수도 있다. 1로 빈삼각을 두어 '호구가 맞닿은 형태'를 만들면 흑은 패를 피하려면 3의 자리에 두는 수밖에 없는데 이러면 백이 정사궁의 모양으로 단수를 쳐서 흑을 그냥 잡을 수 있다. 그래서 흑은 아까랑 똑같이 뒤에서 공배를 메우는 방법밖에 없고 백은 패를 만드는 첫 번째 방법인 돌 집어넣기로 패를 만들 수 있다.
두 방법을 비교해보면 먹여쳐서 패를 만드는 방법은 백이 먼저 따내는 패가 되고, 호구 모양을 만들어 돌을 집어넣는 방법은 흑이 먼저 따내는 패가 된다. 이 상황에서는 먹여치더라도 손해가 없기 때문에 먹여쳐서 패를 만드는 쪽이 무조건 이득이고, 설령 먹여쳐서 손해를 보는 상황이라고 해도 선의 가치가 먹여쳐서 발생하는 약간의 손해보다 큰 경우가 대부분이라 둘 다 가능하다면 먹여쳐서 패를 만드는 쪽이 이득이다.
3.2. 선
패 모양이 형성됐을 때 패를 먼저 따낼 경우 그 쪽의 선패(先覇)가 된다. 가령 아래 이미지의 경우 흑이 먼저 따내는 패기 때문에 흑 선패다.패의 가치가 크다면 선패 여부는 상당히 중요해진다. 왜냐하면 먼저 팻감을 써야하는 쪽이 마땅한 팻감이 없으면 상대는 어떤 수도 받지 않고 해소해버리기 때문. 이를 만패불청(萬覇不聽)이라고 한다. 특히 포석을 막 전개하는 초반에는 양쪽에 마땅한 팻감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그 상황에서 상대에게 선패를 내어주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이것 때문에 패를 지면 대마(많은 돌)가 죽게되는 등 상당히 큰 규모의 패가 나면 자체팻감 없이는 선패인 쪽이 사실상 승리한다. 사활에서 패는 살아있지도 죽지도 않은 형태지만 실전에서는 상황에 따라 선패를 만들 수 없다면 죽음과 사실상 동일한 상황이 나오기도 한다.
3.3. 팻감
劫材(중국어), コウ立て(일본어), ko threat(영어)패를 따내기 위해 상대의 대응을 요구하는 자리를 팻감이라 한다. 만약 상대가 팻감을 받아준다면 다시 패를 따내면서 상대의 팻감을 요구하는 것이 가능하고, 팻감을 무시하고 패를 해소하거나 하면 팻감을 둔 자리에서 이득을 볼 수 있다. 팻감을 두는 행위를 "팻감을 쓴다"고 한다.
팻감을 받지 않았을 때 발생되는 손익(팻감의 크기)와 팻감의 수, 그리고 팻감을 쓰는 순서가 패싸움을 결정한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패가 예상되거나 혹은 숨어 있는 국면에서는 손해를 감수하고 팻감을 만들기도 한다. 이를 팻감공작이라 한다.
위 이미지의 상황에서 흑 ▲가 백의 패를 따낸 수라고 하자. 그럼 백은 바로 패를 따낼 수 없고 한 수를 다른 곳에 둔 다음에 패를 따낼 수 있다. 해당 국면에서 팻감으로 쓸 수 있는 자리는 여러 곳이 있지만 편의상 본 문서에서는 A B C 세 자리를 중점적으로 서술한다.
A의 경우 가장 일반적인 팻감의 자리다. 패가 난 곳 외의 상대의 돌을 잡거나, 상대의 집을 깨거나, 상대의 돌을 끊어버리거나 등 팻감 자체가 손해가 아니면서 다른 곳에서 이득을 취하는 유형의 팻감이다. 위 이미지처럼 흑이 패를 해소해버리면 백은 우하귀의 흑돌을 잡을 수 있고 흑이 우하귀의 백 4점을 잡아서 팻감을 받아주면[2] 백은 1 자리에 둬서 패를 따낼 수 있다.
이렇게 쓰게되는 팻감의 가치는 흑이 받을 때와 백이 팻감 자리를 한 번 더 둘 때를 비교해서 득실차를 계산하면 된다. 흑이 따낼 때는 우하에 흑집이 9집(백 사석 4개 + 5집)이 나지만 백이 흑을 따내면 14집(흑 사석 7개 + 7집)이 나며 추가적으로 백의 권리인 1집 끝내기가 하나 남는다. 따라서 해당 팻감의 가치는 24집이 된다. 위와 같이 경계선을 두고 돌을 따내기만 하는 유형의 팻감은 가치를 계산하기 쉽지만 경계선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은 팻감은 가치를 계산하기 상당히 어려워진다.
B는 자체팻감의 자리다. 자체팻감은 패가 난 곳 그 자리에서 쓸 수 있는 유형의 팻감을 말하며, 만약 상대가 팻감을 받지 않고 패를 해소하면 패를 해소했을 때 보는 이득을 없앨 수 있다. 이미지에서처럼 자체팻감에 흑이 패를 해소해버리면 백이 바깥으로 탈출해버려, 흑이 패를 이긴 것이 의미가 없어짐과 동시에 패를 이어준 만큼 집으로 손해를 본다. 그래서 상대가 자체팻감을 쓴 상황에서 패를 양보하려면 패를 해소해줄 필요 없이 상대가 해소할 수 있게 다른 곳을 두는 것이 좋다.
이렇게 자체팻감은 상대가 이 패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전제가 성립한다면 거의 무조건 유효하게 쓸 수 있다. 따라서 자체팻감이면서 손해가 되지 않는 자리는 모든 팻감 중 가장 쓰기 좋은 팻감이 되며, 설령 손해가 되는 자체팻감이라 해도 확실한 팻감으로 사용은 가능하다.
C는 손해팻감, 혹은 악수팻감의 자리다. 상대가 받아준다면 패에 관계없이 상대가 이득을 보는 유형의 팻감이다. 위 이미지에서 1로 끊었을 때 흑이 패를 해소하면 오른쪽처럼 우상의 흑돌을 잡을 수 있지만, 왼쪽처럼 패를 받아주면 일단 끊어진 돌이 잡히는 손해와 더불어 2의 자리에 흑돌이 오면서 원래 X 자리로 흑을 견제할 수 있는 후속 수단이 사라지게 된다. 굳이 내 돌이 잡히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자충이 되는 자리를 두거나 하면 경미하게나마 손해를 볼 수 있다.
손해팻감의 개념은 자체팻감이랑 별개라서 자체팻감이면서 손해가 될 수 있다. D의 자리가 그러한데 상대가 패를 해소하거나 받아주지 않으면 백이 연결되는 것은 B와 동일하지만, 만약 상대가 패를 받아주고나서 패를 지면 D의 자리에 둔 만큼 추가적인 집 손해를 보게 된다. 따라서 비슷한 팻감이더라도 B 위치로 쓰는 것이 더 낫다.
이렇게 글만 보면 손해팻감은 무조건 쓰면 안 되는 것이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패에는 여러 가지 상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비록 손해팻감이더라도 쓰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 손해팻감을 써야 패를 이길 수 있는 경우 - 손해팻감을 제외한 팻감의 수가 부족하거나, 손해팻감을 써야 팻감이 더 많이 나오는 경우가 해당된다. 해당 패를 이겨야만 승리를 기대할 수 있는 경우 손해팻감을 쓸 수밖에 없다.
- 상대가 팻감을 받게 심리전을 걸 경우 -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춘 사람들끼리 바둑을 둘 때 나올 수 있는 상황. 일부러 손해팻감을 두면 상대는 받기만 해도 이득을 취하기 때문에 '받고 싶은 심리'가 들게 된다. 물론 해당 패의 가치가 압도적으로 크면 웬만하면 패를 해소할 테니 이런 심리전이 의미가 없겠지만, 패를 지더라도 할 만하거나 패의 득실 계산이 잘 안 되는 어지러운 상황이면 통하는 경우가 있다. 프로 단계에서도 종종 나오는 장면인지라 이런 손해팻감을 두면 '받고 싶게 팻감을 썼다'고 해설자가 설명한다.
그 외 팻감의 가치가 너무 작거나 받지 않더라도 수가 나지 않는 자리를 '헛팻감'이라고 한다. 팻감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
귀찮아서 그냥 '패'라고 부르기도 한다. "패가 없어서 졌다"든가 "패를 쓰다" 등으로 줄여 말하는 경우가 있다.
3.4. 패의 가치
패의 가치를 계산하는 것은 끝내기를 계산하는 것과 비슷하게 하면 된다. 흑이 이길 때와 백이 이길 때의 결과를 비교해서 그 차이가 패의 가치가 되는 것.일단 별다른 사활이나 수상전이 패에 얽혀있지 않은, 단순히 패만 있는 형태에서 이기면(해소하면) 1집의 이득을 보게 된다. 패는 번갈아가면서 따내기 때문에 먼저 따낸 쪽이 이기면 상대에 비해 돌 하나를 더 많이 따게 되기 때문이다.
위 형태는 끝내기 상황에서 가장 마지막에 남게 되는 패의 예시다. 만약 우측처럼 흑이 패를 따내고 잇게 되면 흑은 백돌 하나를 더 따냈으니 한 집을 이득보게 되고, 백이 패를 잇게 되면 흑과 백은 추가로 따낸 돌 없이 상황이 종료된다. 즉, 흑이 이길 때와 백이 이길 때는 한 집 차이가 나기 때문에 위 패의 가치는 1집이 된다.
공식적인 끝내기 명칭으로는 위와 같은 형태를 반패라고 지칭하며 1집짜리 끝내기보다 가치가 낮다고 여겨진다. 왜냐하면 그냥 1집의 가치를 갖는 끝내기와 비교했을 때 반패는 팻감에 따라 누가 이길지가 달라지기 때문에 확정적인 1집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배도 1집짜리 끝내기가 되는 중국 룰에서는 팻감이 충분하다면 반패를 잇지 않고 먼저 공배부터 메우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제 돌의 생사가 얽혀있는 상황의 패 가치를 계산해보자.
흑이 패를 이기게 되면 8집과 더불어 백돌 8개를 따내므로 16집을 얻게 된다. 반면 백이 패를 이기면 3집과 흑돌 2개를 따내므로 5집을 남기게 된다. 따라서 위 패의 가치는 16과 5를 더한 21집이 된다.
흑이 패를 해소할 때 3으로 백 전체를 따내지 않고 패를 이어서 해소하는 것도 죽는 궁도가 만들어지므로 가능하다. 그렇게 해소해도 향후 뒷수가 막혀 백을 따내는 것을 강요받지 않는다면 패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패의 가치를 계산할 때는 공배도 집이 되냐 마냐를 상정해야 한다. 위 형태에서 X 표시가 된 곳은 당장은 집이 아닌 공배지만 흑이 이겼을 경우 그대로 집이 되기 때문에 공배의 개수만큼 가치에 더해야 한다. 따라서 해당 형태의 패의 가치는 25집으로 늘어나게 된다.
실전에서는 공배 하나 없이 깔끔하게 다 막힌 상태에서 패가 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얽혀있는 돌의 개수에 비해 공배가 많아 가치가 커지는 패가 자주 나온다.
물론 끝내기도 파생되는 끝내기가 엮여있으면 계산하기 어렵듯이 패도 경계선을 둔 채 깔끔하게 해소하는 형태가 아니면 가치를 정확하게 계산하기 매우 어려워진다. 위 형태처럼 패가 난다면 흑이 이길 때와 백이 이길 때의 경계선이 명확하지 않다. 그래서 이런 패의 가치를 정확하게 재는 것은 매우 힘들고 주변 상황에 따라 감각적으로 가치를 재는 수밖에 없다.
3.5. 패와 사활
패는 사활과 떼놓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돌의 생사를 단계적으로 구별했을 때 패는 팻감에 따라 생사가 달라지는, '살아있지도 죽지도 않은 상태'가 된다. 즉, 빅이나 귀곡사를 완생, 죽음과 동등하게 치고 패의 종류를 구별하지 않는다면 돌의 살아있는 단계는 크게 완생 - 패 - 죽음으로 나뉜다고 볼 수 있다.각 단계의 차이는 실제 국면에서 어마어마한 차이를 발휘한다. 완생으로 살 수 있는 돌을 패를 만드는 실수를 하게 되면 팻감 자리에서 큰 손해를 보거나 잡힐 수 있으며 특히 미세한 국면에서는 바로 패배로 직결되는 패착으로 이어지게 된다. 위 참고도에서 흑은 구석 자리에 두면 그냥 사는 것이 가능하지만 집 욕심을 내서 막아버리면 백의 치중에 의해 패가 나버린다.
물론 오른쪽 참고도처럼 막지 않으면 집이 약간 모자라는 절박한 상황이면 패를 무릅쓰고 저길 막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가운데처럼 얌전히 사는 것이 정답이다.
완생 - 패의 차이가 크듯이 패와 죽음의 차이도 매우 크다. 그냥 죽는 형태는 딱 한번의 착수로 돌을 모조리 잡는 것이 가능하지만, 패가 난다면 필연적으로 패를 해소하는 과정이 필요해서 한 수를 돌을 잡는 데에 더 투자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 차이를 살아야 하는 쪽에서 이용하기도 한다,
위 참고도 상황에서 흑이 두게되면 그냥 사는 것이 가능하고 백이 두면 패가 난다. 흑이 둘 차례라면 그냥 살아버리는 것도 좋을 수 있지만, 팻감이 많거나 더 급한 자리가 있다면 저 위치는 그냥 죽지는 않는다고 보고 다른 곳으로 손을 돌릴 수 있다. 그러면 백 입장에서 저 패를 거는 것도 타이밍이 중요해진다. 흑 입장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을 때 건다면 당연히 흑은 패를 해주지 않고 무시해버릴 것이고, 백의 단수에 흑이 받아주지 않아도 언제든지 오른쪽 참고도처럼 패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백의 입장에서는 시한폭탄이 하나 남게 된다.
만약 흑이 불리한 상황에서 살지 않고 손을 뺀다면 백 입장에서는 언제든지 흑의 사활을 추궁할 수 있는 권리를 얻게 되므로 흑 입장에선 폭탄을 하나 달고 대국을 진행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결국 흑은 상황이 좋아진다면 사는 것이 필요하게 된다. 이렇게 형세에 따라 패를 전략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4. 패의 종류
패를 발생한 형태에 따라 분류하기도 한다. 천지대패나 승부패 등 형태와 관계되지 않은 패 용어는 꽃놀이패를 제외하고 기재하지 않는다.4.1. 꽃놀이패
한쪽의 부담이 일방적으로 큰 패. 항목 참조.4.2. 단패
흑백 양쪽이 한 번에 해소할 수 있는 패. 만약 한 번에 해소할 수 없으면 이단패나 늘어진 패가 된다.흑은 패를 해소하기 위해 백을 바로 따내서 해소하는 것이 가능하고, 백 역시 패를 따내고나면 흑을 바로 따내서 해소하는 것이 가능하다. 양쪽이 한 번에 해소가 가능하므로 단패가 된다.
4.3. 늘어진 패
缓气劫(중국어), ヨセコウ(일본어), approach ko(영어)이단패가 아니면서 한 번에 해소되지 않는 패.
위 형태는 한 수 늘어진 패의 예시다. 백이 둘 차례라고 했을 때, 단수에 몰린 백 8점을 살린다고 해보자.
일단은 패를 따내야 한다. 그런데 흑이 팻감이 없어서 다른 곳을 둔다고 해도 백은 패를 바로 해소할 수가 없다. 패를 이으면 백 전체가 단수에 몰려 바로 잡히기 때문에 이어서 해소가 불가능하고, 해소하려면 흑을 잡아야 하는데 흑의 뒷공배가 2개나 되기 때문에 바로 단수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백은 흑의 뒷공배를 메우는 수밖에 없고 흑은 다시 패를 따내는 것이 가능해진다. 백이 패를 이기려고 하면 흑은 공짜로 다른 곳에 착수할 기회를 1번 얻게 된다. 반면 흑은 뒷공배가 2개일 때도 백을 바로 따내서 패를 해소하는 것이 가능하다. 흑은 한 번의 여유가 있지만 백은 패에 단 한 번의 여유도 없다. 이와 같이 한 쪽이 한 번 이상 패를 받지 않아도 여유가 있는 패를 늘어진 패라고 한다.
늘어진 패는 얼마나 패를 안 받아도 되냐에 따라 'N수 늘어진 패'로 부르게 된다. 위 이미지는 흑의 뒷공배가 3개기 때문에 백이 두 번의 뒷공배를 메워야 흑을 단수 상태로 몰아갈 수 있기 때문에 2수 늘어진 패가 된다.
참고로 양쪽에 뒷공배나 집을 포함한 수가 2개 이상 있어서 패를 따내도 서로 단수에 몰리지 않는 경우는 패를 걸기 전에 서로 뒷공배부터 메워야 패가 성립되므로 수상전의 영역이 된다. 그렇게 한 쪽이 단수에 몰리게 되면 단수에 몰리지 않은 쪽의 뒷공배가 얼마냐에 따라 N수 늘어진 패가 되기도 하고 단패가 되기도 한다.
늘어진 패는 늘어진 쪽에서 극심한 불리함을 느끼게 되는 패다. 늘어지지 않은 쪽에서 한 수의 여유로 팻감을 늘리면 패를 이기기 크게 어려워지고, 팻감을 늘리지 않더라도 큰 이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 수 이상 늘어진 패는 패가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세 수나 늘어진 패는 이기기도 극도로 어렵거니와 패에 세 수나 낭비하면서까지 패를 이기더라도 패 이상의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4수 늘어진 패 기사, 기보(덤 5집 반)
서봉수와 린하이펑과의 대국에서 4수 늘어진 패를 기어이 버티고 이겨서 역전을 한 일은 현재까지도 많은 바둑팬들의 기억 속에 남는 명국 중 하나로 유명하다.
4.4. 만년패
누구도 패를 먼저 걸기 힘들어서 방치되는 패. 패 모양이 남지만 즉시 실행할 수 없는 패라고 보면 된다.물론 그냥 먼저 거는게 불리하다고 해서 무조건 만년패인 것은 아니고, 양쪽 다 건드리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위의 형태를 보자.
흑이 패를 잇게 되면 빅이 된다. 즉, 이 상태로 해소할 수는 없다.
그래서 흑이 잡고 싶으면 먼저 선시비를 걸어야 하는데, 문제는 이렇게 하면 백이 먼저 따내는 패가 되어 팻감에서 하나 손해를 본다.
백의 입장에서는 어떨까? 백이 잠자리가 뒤숭숭하다고 흑을 확실하게 잡으려 들면 두 수나 투자해서 패를 걸어야 한다. 백이 급할 때는 흑은 딴청을 한 번 부리고 패를 들어가도 될 만큼 여유가 있다. 이렇게 먼저 거는 쪽이 팻감에서 불리하기 때문에 서로 걸지 않고 오랫동안 방치되게 된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만년(萬年)패다. 만약 서로가 끝까지 건드리지 못하고 대국이 종료되면 흑이 패를 이어서 빅을 만들도록 규정이 정해져있다.
이 형태는 위의 모양에서 다음과 같은 수순으로 형성되는 가장 일반적인 형태이다. 여기서 흑이 패를 걸려면 백돌을 따내고 공배를 메운 다음 패를 들어가야 해서 세 수나 손해를 봐야 한다. 그런데 백이 패를 걸면 오궁도화의 형태가 되는 바람에 공배와 관계없이 단패가 된다.
만년패는 패를 실행하기 위해서 몇 번의 착수를 투자해야 하냐에 따라서 '늘어진 만년패'가 발생하게 된다. 위 형태에서 흑은 1번의 착수로 패를 걸 수 있지만 백은 패를 걸려면 2번의 착수를 해야한다.
형태에 따라 흑백 모두 늘어진 만년패가 나올 수도 있다. 위 참고도의 왼쪽 흑 형태가 그러한데 백이 패 자리를 없애면 그냥 빅이 되고, 백이 흑을 잡기 위해서는 패를 들어가고 흑을 단수쳐야 해서 2수를 투자해야 한다. 흑 역시 안쪽 백을 잡기 위해서는 백의 호구 자리에 돌을 집어넣어서 패를 만들고 백을 단수쳐야 해서 2수를 투자해야 한다. 따라서 흑과 백 모두 늘어진 만년패가 된다.
늘어진 패가 늘어진 쪽에서 극도로 불리하듯이 늘어진 만년패도 늘어진 쪽에서 패를 걸기 극도로 꺼려지게 된다. 특히 바로 위에 소개한 형태처럼 잡으러 가는 쪽(백)이 늘어진 만년패가 된다면 사실상 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래서 잡는 문제에서 만년패가 최선의 결과로 나오는 경우는 잘 없으며 특히 늘어진 만년패가 나오면 99%는 오답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4.5. 이단패
패가 연속해서 두 개 이어져 있는 것.흑이 둘 차례. 수상전을 역전시켜 백을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패를 따내는 것밖에 없다. 그런데 여기서 백이 팻감이 없어 다른 곳을 둔다고 해도 A로 잇거나 백을 당장 따내서 패를 해소할 수가 없다. A로 이어 패를 해소하는 순간 자충이 되어 백에게 모조리 잡히고 말기 때문이다.
그래서 또다시 패를 따내야 한다. 이제는 첫 번째 패는 해소되었고 백을 따내서 패를 완전히 해소할 수 있지만 아직도 패의 형태이기 때문에 백이 팻감을 찾아서 저항할 여지가 있다. 이렇게 한번에 해소되지 않고 패가 연속해서 이어지는 것을 이단패라고 한다. 물론 일단 위와 같은 형태가 되면 백도 팻감을 써서 두 번째 패를 되따내고 첫 번째 패를 부활시켜서 두 번 해소해야 흑을 잡을 수 있기에 흑이 두 번 따낸 것이 의미가 없지는 않다.
4.6. 양패
같은 공간에서 패가 두 개가 동시에 생긴 형태. 이단패와의 차이점은 이단패는 하나의 패를 따내야 이어져 있는 패를 따낼 수 있는 반면 양패는 두 개의 패가 얽혀있지 않고 하나의 형태 안에서만 있으면 된다.(제1도) 흑이 둘 차례.
(제2도) 일단 흑 세 점이 단수에 몰려있으므로 백을 잡으려면 패를 따내야 한다.
(제3도) 그러나 패를 따내도 백은 옆에 있는 패를 다시 따낼 수 있고 그러면 흑은 다시 팻감을 써서 백이 따낸 자리를 따내야 한다. 하지만 이 그림에서 흑이 팻감을 써서 백이 따낸 자리를 되따내도 다시 백이 반대편의 패를 되따내서 제1도의 모양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이렇게 백은 흑이 하나 팻감을 허비할 동안 팻감 없이 반대편의 패를 자체 팻감으로 써서 또 따낼 수 있는 상황이 되므로 팻감이 아무리 많아도 백을 잡을 수 없다. 흑은 패를 이어서 단패로 만들 수 없으므로 해당 형태는 백이 살아있는 형태가 된다. 즉, 흑이 잡을 수 없으니 백이 살아있는 상태. 나중에 계가할 때는 백이 흑돌들을 전부 들어낸 상태에서 계가하게 된다.
그러나 백에게도 마냥 좋은 상황만은 아닌데, 이 다음에 다른 곳에서 패가 나면 흑은 이 양패를 반대로 무한한 팻감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백은 때에 따라 한 수를 더 둬서 양패를 완전히 해소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양패는 보통 한쪽이 유리한 결과가 나오도록 형태가 등장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극히 드문 형태로 양패의 형태에서 빅이 되는 양패빅이 있다. 위의 형태에서 흑과 백은 서로 패를 이어서 해소하는 순간 자충이 되어 바로 다음 수에 잡혀버리므로 해소할 수 없고, 흑백 모두 한쪽을 따내도 상대가 다른쪽을 자체 팻감으로 써서 딸 수 있다. 이러한 형태를 양패빅이라 한다.
2018년 1월 26일 제23기 GS칼텍스배 프로기전 강태훈 初단 vs 심재익 初단 대국. 여기서는 양패빅이 발생하였다.
4.7. 순환패
패의 형태가 아니면서 모양이 반복되는 경우. 장생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문서 참조.4.8. 삼패
세 개의 패가 얽혀있는 형태. 네 개가 얽혀있을 때는 사패가 된다. 문서 참조.5. 동형반복에 대한 규칙
하나의 패에 대해서는 팻감을 통해 동형반복을 차단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패 형태의 동형반복이 아니거나 동시에 3개 이상의 패가 한 곳에서 날 경우 팻감으로 인한 동형반복 차단이 되지 않는다. 이 경우 한국에서는 동형반복을 할 수 있는 쪽이 동형반복을 지속적으로 하면 무승부가 되도록 규정해두고 있다. 이런 경우 판빅이라고 부른다.보통 패가 3군데인 3패빅의 경우가 가장 많으나, 아주 드물게 4패빅도 나오곤 한다. 가깝게는 2012년 9월 5일 이세돌 九단과 구리 九단의 삼성화재배 32강전 대국에서도 4패빅이 나왔다. 심지어는 5패빅(…)이 나올 가능성도 존재하는데, 고바야시 사토루 九단과 마샤오춘 九단이 맞붙은 1996년 제9회 후지쯔배 8강전에서 바로 이 사상초유의 5패빅이 나올 뻔 했으나, 초읽기에 쫓기던 고바야시 九단의 수읽기 미스로 빅은 나오지 않고 마샤오춘 九단의 반집승으로 끝났다. 이게 어떻게 가능했냐면, 일반 바둑이었다면 게임 후반부의 정말 자잘한 패 해소 끝내기가 될 상황이었지만, 반집승부였는데 반집짜리 패가 한꺼번에 5개가 걸려버렸다. 따라서 양 대국자가 5개의 패 중 하나만 양보해도 무조건 지는 상황이었으므로, 고바야시 九단이 정상적으로 수읽기를 했더라면 무승부가 선언되었을 것이다.
6. 기타
티베트나 시킴에서 두는 바둑은, 패뿐 아니라 환격이나 치중처럼 '상대가 내 돌을 따내서 빈 자리'에 내 돌을 놓을 때도 팻감을 써야 한다.조치훈에게 패와 관련된 재밌는 일화가 있는데, 때는 1980년 명인전, 오다케 히데오와의 결승 7번기. 2대1로 앞선 4국에서 흑을 잡은 조치훈이 무난하게 두던 와중 갑자기 팻감을 써야 할 차례라는 걸 잊어버려 심판에게 지금 패를 두어도 되냐고 질문했다. 이때 기록자가[3] 두어도 된다고 답하는 바람에 조치훈이 정말로 팻감을 안 쓰고 패를 되따내 버렸다. 원래대로면 조치훈에게 반칙패가 선언되어야 할 상황이었지만 사태를 만들어낸 심판에게도 책임이 컸기 때문에 갑론을박 끝에 해당 대국은 무승부로 결론지어졌다. 그 후 조치훈이 5,6국을 내리 이겨 4승 1무 1패의 완승을 거뒀기에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었다. 참고로 이 사건 이후 착수와 관련된 질문은 금지라는 조항이 추가되었다.
2014년 한국바둑리그 티브로드와 정관장의 챔피언 결정 3차전 1국 박민규 선수와 김현찬 선수의 대국 도중, 패 상황에서 박민규가 팻감을 안쓰고 패를 따내는 반칙을 저질러 반칙패가 나왔다.[4] [5]
제10기 대주배 남녀 프로 시니어 최강자전 16강 최명훈 九단과 김혜민 九단의 대국에서 최명훈이 거의 이긴 바둑으로 가던 도중 최명훈이 팻감을 안쓰고 패를 따내는 반칙패를 저질러 반칙패가 됐다.
[1] kalpa를 한자로 옮긴 겁파(劫波 또는 劫簸)의 줄임말.[2] 얼핏 3점이 잡힌 것이 4점이 잡혔으니 1집 손해가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돌 하나를 더 잡으면서 흑도 한 수를 자기 집에 투자했기 때문에 집의 손해는 발생하지 않는다.[3] 히코사카 나오토 (당시) 四단[4] 이 당시 해설을 맡은 조훈현 九단과 송태곤 九단이 박민규가 문제의 자리를 두자 다급해하는 목소리가 나왔다.[5] 바둑 룰의 기본중의 기본이지만, 고도의 집중력과 두뇌회전을 요구하는 종목 특성상 이를 잊어버리는 웃지못할 사정은 어찌보면 당연한 현상으로서 심지어 프로 사이에서도 알음알음 발생하곤 한다. 이 외에도 착수를 연거푸 두 번 두어 반칙패가 선언되어버린 사례 또한 존재했다.